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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론] 공수처, 반드시 도입되어야/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시론] 공수처, 반드시 도입되어야/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는 고위공직자들의 비리를 척결하고 검찰권 행사의 오남용을 막아 형사 절차에서 국민의 인권 보장을 확대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 다음에서는 지금 제기되고 있는 몇몇 공수처 도입 반대 주장의 논거를 반박해 본다. 첫째, 공수처가 공수처장의 임명권자인 대통령으로부터의 독립을 지키지 못해 정부·여당에 대해 비판적인 야당 의원을 탄압하는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주장이 들린다. 그러나 지금 신속처리법안으로 올라가 있는 두 공수처 법안은 모두 대통령 권력으로부터의 공수처장 독립성 확보를 위해 대통령이 아니라 사실상 국회가 공수처장을 선출하는 방식을 규정하고 있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를 국회에 두고 위원 7명 중 3명은 법조삼륜을 대표하는 당연직인 법원행정처장, 법무부 장관, 대한변호사협회장이 맡으며, 나머지 4명은 여야가 각각 2명씩 추천한다. 7명 중 5분의4인 6명 이상이 찬성해야 추천위가 추천하는 2명의 공수처장 후보에 포함될 수 있으며 대통령은 2명 중 1명을 후보로 지명한다. 그러면 다시 그 1명의 지명 후보에 대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게 돼 있다. 2명의 후보 추천, 1명 지명 후보에 대한 인사청문을 국회가 하게 해 공수처장의 임명에 국회가 중복적으로 관여한다. 사실상 국회가 공수처장 선출권을 가지는 것이다. 대통령은 후보 2명 중 1명에 대한 지명권과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친 1명의 공수처장 후보에게 최종적으로 임명장을 수여하는 ‘형식적 임명권’을 가질 뿐이다. 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하는 2명의 공수처장 후보에 포함되기 위해서는 야당 추천위원 2명이 포함된 7명의 전체 위원 중 거의 만장일치에 가까운 6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므로 야당이 반대하는 이는 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하는 2명의 후보에도 포함될 수 없게 돼 있다. 따라서 공수처장이 대통령 입맛에 맞는 인사로 임명돼 공수처가 야당 의원들을 탄압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은 애초에 기우에 불과하다. 반대를 위한 반대일 뿐이다. 이렇게 뽑힌 공수처장이 공수처 인사위원회의 위원장이 되고, 7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이 인사위원회에는 국회의장과 여야가 협의해 추천한 3명이 위원으로 들어간다. 이렇게 공수처 검사 등의 임용이나 전보 등을 결정하는 공수처 인사위원회 구성에도 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위한 장치를 두고 있다. 공수처장뿐만 아니라 공수처 전체가 대통령 권력으로부터 독립될 수 있게 한 것이다. 둘째,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권과 기소권을 갖는 공수처가 생기면 이것이야말로 검찰 이상으로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들린다. 틀린 주장이다. 공수처 도입 취지가 무엇인가. 수사권과 기소권 등 검찰 권한을 나눠 가지는 공수처를 따로 둬 검찰과 대등한 관계에서 서로 견제하게 함으로써 검찰의 권한 오남용을 막아 형사 절차에서 국민의 인권 보장을 확대하자는 것이 공수처 도입의 핵심 취지 아닌가.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권만 가지는 공수처는 검찰과의 관계에서 대등한 관계를 형성할 수 없고, 검찰의 하급기관으로 전락하게 된다.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를 끝내도 기소를 위해서는 모든 수사 기록과 증거들을 다시 검찰로 넘겨 검사의 판단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급기관에 불과한 공수처는 대등한 관계에서나 가능한 ‘검찰 견제’의 역할을 해낼 수 없다. 셋째,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지는 검찰이 있는데, 굳이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전담하는 공수처를 만드는 것은 불필요한 ‘옥상옥’(屋上屋)이라는 주장도 들린다. 만약 공수처 검사 대부분을 검찰 출신이 채우는 식으로 공수처가 구성되면 공수처는 옥상옥이 아니라 불필요한 ‘검찰 이중대’가 될 수도 있다. 현직 검사들에 대한 수사권과 기소권을 갖는 공수처 검사들이 과거 검찰에 있을 때의 인적 관계 때문에 자신의 친정이라고 할 수 있는 검찰의 검사들에 대해 중립적이고 철저한 수사·기소를 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수처는 ‘대통령 권력으로부터의 독립’ 못지않게 ‘검찰로부터의 독립’도 지킬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공수처 법안에는 전체 공수처 검사 중 검사 출신이 절반을 넘지 못하게 제한을 두고 있다. 공수처는 옥상옥이 아니라 검찰개혁을 밖에서 끌어내는 ‘옥외옥’(屋外屋)이 될 것이다. 다음달 초 다수 국민의 염원을 담은 공수처법이 국회를 통과해 불가역적인 검찰개혁이 시작되는 신호탄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 “홍콩 시위자 의문사 잇달아… 일상이 사라졌다”

    “홍콩 시위자 의문사 잇달아… 일상이 사라졌다”

    송환법 반대로 촉발된 초반 시위 주도 ‘中에 맞설 수 있다’ 시사점 남기고 싶어 경찰 무차별 진압 80년대 한국 떠올라 서울대생들 국내 첫 홍콩시위 지지 선언 “시위와 직접 연관성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조사가 필요한 죽음은 훨씬 많습니다.” 민주화를 요구하는 홍콩 시위에서 사상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얀호라이(31) 홍콩 민간인권전선 부의장은 석연찮은 죽음들을 언급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최근 연대를 호소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지난 10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라이 부의장은 “젊은 시위 참가자 8명이 갑작스레 자살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2명이 의문사하기도 했다”면서 “과잉 진압으로 3000명이 넘는 시민이 체포됐고, 홍콩 시내에는 평일·주말 할 것 없이 경찰이 쏜 실탄과 최루탄에 맞아 다친 이가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에서 일상이 사라졌다는 게 그의 전언이다. 송환법에 반대하며 점화된 시위의 초반을 이끌었던 라이 부의장은 시위대가 폭력적으로 변했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1980년대 한국 정부가 시위를 잠재우려고 군대를 이용했듯 현재 홍콩 정부는 경찰을 같은 용도로 쓰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이 폭력으로 시위대를 짓누르자 시민들이 이에 분노하거나 스스로를 방어할 목적으로 다시 폭력으로 대응하면서 격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시위대가 홍콩 입법회(최고입법기관)를 뚫고 들어가 벽에 분무액으로 적었던 문구가 ‘우리에게 평화 시위는 효과가 없다고 가르쳐 준 건 바로 정부 당신이다’라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경찰의 무차별 진압 탓에 폭력 시위대가 평화 시위대를 에스코트하는 형국”이라며 “최근 대학생을 대상으로 시위대 폭력성과 관련한 설문을 했더니 44%가 시위대 폭력을 용인할 수 있다고 답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최근 홍콩 여러 인권단체는 시위 과정에서의 공권력 폭력 증거를 수집해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하고 있다. 라이 부의장은 한국 민주화 역사에서 많은 동질감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영화 ‘1987’이나 ‘택시운전사’ 등 미디어를 통해 한국 민주화 운동을 접한 홍콩 대중들은 직접 시위를 하면서 한국의 과거를 떠올렸다”면서 “촛불집회 등이 국제 사회의 지지를 받으며 성공했고 교훈을 줬듯 홍콩 시위도 ‘변방(홍콩)의 일반 시민들도 거대한 중국의 반민주적 체제에 항의할 수 있다면 국제사회 누구나 싸울 수 있다’는 시사점을 남기고 싶다”고 했다. 한국 시민의 지지와 연대도 거듭 부탁했다. 그는 “한국 정부도 중국과의 경제적 이득 때문에 불의에 눈감지 말아 달라”고도 덧붙였다. 한편, 11일 서울대 학생들은 국내 최초로 학교 이름을 걸고 홍콩 시위 지지 선언을 했다. 학생들은 홍콩 시위대를 상징하는 검은 옷과 마스크를 착용하고 서울 관악캠퍼스를 누비며 침묵 행진을 했다. 이들은 “비겁한 권력자들의 침묵을 비판한다”면서 “앞으로 홍콩 민주화운동 탄압 정보를 번역해 국내에 알리겠다”고 밝혔다. 글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사진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 “中, 위구르족 탄압 멈춰라” 美, 또 아킬레스 인권 맹폭

    시진핑, 방미 조건으로 관세 철폐 요구에 딜레마 빠진 트럼프, 전방위 압박 나선 듯 미국 정부가 미중 무역전쟁 와중에 중국의 신장위구르 지역 소수민족 탄압을 거듭 강도 높게 비난하면서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미 정부는 또 중국의 통신기업 화웨이에 대한 압박 수위도 다시 높였다. 미중의 무역협상 ‘1단계 무역합의’ 서명을 앞두고 협상의 지렛대 확보 차원으로 풀이된다. 대중 관세 철폐 범위를 둘러싸고는 미중이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5일(현지시간) ‘중국 신장 지역 내 위구르 활동가들과 생존자 가족에 대한 탄압’이라는 성명에서 “미국은 중국 정부가 자신들의 이야기를 공개한 위구르 무슬림 활동가 및 신장 포로수용소 생존자 가족에 대해 탄압과 투옥, 임의 구금했다는 여러 보도에 대해 심히 우려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중국 밖에 거주하는 위구르족에 대한 모든 탄압을 멈추고 멋대로 체포한 모든 이들을 풀어 주며 가족들과 자유로운 소통을 허용할 것을 베이징에 재차 촉구한다”며 중국의 인권 문제를 다시 꺼냈다. 아짓 파이 미 연방통신위원장은 이날 “신뢰하기 어려운 통신 네트워크 업체가 민감한 시설 근처에 있으면 우려할 수밖에 없다”면서 “중국 정부는 무선 네트워크를 통해 상업과 비상업 영역에서 정보를 얻는 데 관심을 보일 개연성이 크다”며 미군 기지 주변의 화웨이 장비 설치 현황을 파악하는 등 퇴출 작업에 나섰다. 연방통신위는 또 오는 19일 통신 보조금을 받는 자국 업체들이 화웨이 등 중국 기업의 장비를 구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화웨이는 이미 미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다. 미 정부가 중국의 인권과 화웨이 등 전방위 압박에 나선 것은 미중 1단계 무역합의 협상의 지렛대 확보를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은 1단계 합의 조건으로 미국의 대중 관세 전면 철폐를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은 합의를 원하지만 관세 전면 철폐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이날 미중 무역협상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을 방문해 협상을 타결 짓기 위해서는 미국이 더욱 확실한 관세 철폐 약속을 해야 할 것이며 이것이 없이는 시 주석의 방미는 정치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은 탄핵 조사 등으로 사면초가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시 주석의 방미 후 서명이라는 ‘동아줄’을 던지는 대신 미국의 관세 전면 철폐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딜레마에 빠졌다. 중국의 요구를 받아들이면 미 공화당과 조야의 반발에 부딪힐 수 있기 때문이다. 미 정치권 등 조야는 중국 중심 제조업 공급사슬을 끊기 위해 고율관세 부과가 핵심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중국의 대중 관세 전면 철폐 요구에 트럼프 대통령이 일부 철폐를 제시하며 미중 합의가 난항을 겪자 트럼프 정부가 전방위 대중 압박에 나서고 있다”면서 “1단계 합의 관전 포인트는 미국의 관세 철폐 규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남편 수용소에 갇힌 위구르족 여성 잠자리에 한족 남성 보내”

    “남편 수용소에 갇힌 위구르족 여성 잠자리에 한족 남성 보내”

    중국 공산당이 지난 2년 동안 서부 신장 지역의 위구르족 탄압을 강화하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범 수용소에 남편이 갇힌 위구르족 무슬림 여성들을 감시하기 위해 한족 남성들을 할당해 배치하고 있다는 폭로가 나왔다. 심지어 이들 남성 일부는 위구르 여성과 잠자리를 함께 하기도 한다고 이름이 공개되지 않은 두 명의 중국 관리가 주장했다고 자유 아시아 라디오(RFA) 방송이 보도했다고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4일(현지시간) 전했다. 중국 당국은 모든 위구르족을 테러리스트로 간주하고 있으며 이들에 대한 탄압을 정당화하기 위해 이슬람 혐오증을 이용하고 있다. ‘재교육 센터’로 미화된 정치범 수용소는 교도소와 열악한 처우를 강요하는데 현재 100만명 이상의 위구르족이 수용돼 있다. 인권단체들은 ‘인종 청소’가 자행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2017년부터 중국 당국은 “짝짓기와 가족 되기” 프로그램을 시행해 공산당 간부인 한족 남성들을 위구르 가정에 머무르게 하고 있는데 사실은 감시하는 것이 주된 임무란 것이다. 카슈가르의 공산당 간부는 이들 관리는 일주일에 엿새 동안 위구르 가정에 머무르며 이들에게 이데올로기 교육을 시킨다고 자랑스럽게 떠벌였다. 친척이란 명목으로 두 달에 한 번 카슈가르를 찾아 더불어 일하고 밥을 먹으면서 가족처럼 지낸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보통 한둘이 한 침대에서 자는데 날이 추우면 셋도 함께 잔다”면서 “짝지어진 남자 친척과 한 잠자리에 드는 것을 이제 여자들도 보통으로 여기게 됐다”고 주장했다. RFA는 또 카슈가르가 속한 옌기사르 관리 역시 친척과 여주인 사이의 거리가 밤에는 90㎝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두 관리 모두 한족 남성이 여자들을 어떻게 해보려 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카슈가르 관리는 위구르족 가족들은 원래 한족 남성을 집에 매우 들이고 싶어한다고 덧붙였다. 해외의 위구르인들은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신장에 있는 가족이나 친인척들은 인터넷 온라인에 접근할 수 없거나 외부 세계와 접촉할 수 없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설명했다. 런던과 워싱턴 DC 주재 중국 대사관들은 RFA의 기사를 확인해달라는 비즈니스 인사이더의 요구에 일절 대응하지 않고 있다. 신장 수용소에서 탈주한 경험이 있는 정통 카자흐 계열 위구르 여성인 사이라귤 사우이트바이는 일간 하레츠와의 인터뷰를 통해 지난달 다른 수용자들에게 의학 실험이 행해지는 것과 집단 강간을 목격했다고 털어놓았다. 다른 수감자가 그녀를 껴안았다는 이유로 구타와 굶김을 강요 당했다고 했다. 중국 관리들은 모든 외국 기자들의 신장 출입을 막고 있는데 최근 VICE란 매체의 기자 둘이 관광객으로 위장해 비밀리에 촬영한 영상들이 서구에 공개됐다. 정부는 고도로 통제된 상태에서 이들 수용소를 외국 기자들과 사찰단에게 보여주는 투어를 진행하기도 했다. 재키 스파이어 미국 캘리포니아주 공화당 하원의원은 이번 폭로가 “몹씨 역겹다”며 미국이 위구르인이 처한 “체계화된 노예화 정책과 문화 복속 시도에 대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달 신장 위구르 지역을 감시하는 인공지능(AI) 장비를 개발하는 중국 최고의 스타트업 기업을 제재 명단에 올려놓았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과거 중국의 신장 조치를 여러 차례 비판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렇다할 언급을 하지 않았다. 지난주 중국은 위구르 문제를 비판하면 무역협상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미국에 경고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나경원 “강기정, 국민에 대한 모욕…더이상 대화 없어”

    나경원 “강기정, 국민에 대한 모욕…더이상 대화 없어”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5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청와대 국정감사를 거론하며 “막 나가는 청와대의 그 진면목을 또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국회를 넘어 국민에 대한 모욕”이라고 말했다. 그는 “피감기관 청와대 일원이 아닌 입법부 탄압기관의 일원이 된 듯 야당을 공격하고 거짓말했다. 매우 유감이다”라고 밝혔다. 나 원내대표는 운영위 국감 당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발언을 언급하며 “도대체 대한민국 안보실장인지 북한 안보실장인지 묻고 싶었다”며 “어제 국가정보원 국감과 국방부 장관이 출석한 국회 국방위 회의에서 정 실장이 거짓말을 했다는 것을 낱낱이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실장은 우리 대응 체계에 문제가 없다고 하면서 국민의 마음을 걱정으로 몰아넣었다”며 “정 실장은 더이상 안보실장 자리에 있을 수 없다. 그 자리에 있을 자격이 없다. 따라서 당장 물러나는 게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당시 강기정 정무수석의 태도에 대해서도 “정 실장의 이러한 국민 기만을 지적하는 야당 원내대표에 대해 갑자기 고성을 지르며 뛰어든 강 수석, 결코 묵과할 수 없는 만행”이라며 “보다보다 이런 정무수석은 처음 보겠다”고 비난했다. 이어 “저는 이런 정무수석과 더이상 대화할 수 없다”며 “이런 정무수석을 끝까지 고집한다면 야당과 대화가 아니라 전쟁하겠다는 청와대의 의지 표명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나 원내대표는 “정 실장의 경우 국감에서 위증 여부를 검토해야 할 단계가 됐다. 이동식 발사대 문제는 위증에 해당하는 문제가 있어 검토를 시작하겠다”며 “강 수석 역시 국회 회의를 방해하고 국회를 모욕한 것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운영위 (파행) 사태에 대해 청와대 입장이 아직도 나오지 않는 것에 대해 매우 유감을 표시하면서 청와대가 즉각 사태를 수습하고 사과해줄 것을 다시 한번 요청한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회의를 마치고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어제 (여야 3당) 원내대표끼리 회동을 했는데 저희(나와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가 강 수석 문제에 대해 그냥 넘어갈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며 “청와대와 여당 원내대표가 조율해서 입장을 밝혀달라는 게 어제 요구였다”고 전했다.이어 “따라서 그 밖에 여러 가지 일정에 대한 논의는 진행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이 부분에 대한 정리가 있지 않고서는 저희가 다음 단계로 국회 상황을 풀기가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며 “(패스트트랙 안건을 협의하는) ‘3+3(각 당 원내대표 외 1인) 회의체’도 당분간 논의가 중단될 수 있다”고 말해 당분간 각종 여야 협의 중단을 시사했다. 실제 전날 오후 열릴 예정이던 여야 3당 간의 경제·민생 법안 처리 관련 첫 실무회동은 취소됐다. 이날 오후로 예정된 검찰개혁 법안 관련 실무진 회동도 연기됐다. 정 실장은 지난 1일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기술적으로 이동식 발사대(TEL)로 발사하기 어렵다”고 밝혀 자유한국당 의원들에게 집중적인 비판을 받았다. 또 나 원내대표가 정 실장을 추궁하며 “그렇게 우기시지 말고요”라고 하자 답변석 뒷줄에 있던 강 수석이 일어나 “우기다가 뭐요, 우기다가 뭐냐고”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한국당 의원들이 고성으로 맞받으며 운영위 국감은 결국 파행으로 흘렀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자치광장] ‘박물관 도시’로 거듭나는 용산/성장현 용산구청장

    [자치광장] ‘박물관 도시’로 거듭나는 용산/성장현 용산구청장

    “인도교의 아치가 끊어지고 철로는 엿가락처럼 녹아내렸다. … 1950년 6월 28일, 맏이 나이 14세 일이었다. … 1957년 맏이는 부서진 인도교 대신 임시 부교가 개통되었다는 소문을 들었다. 새로 생긴 다리를 보니 정말 전쟁이 끝났구나 싶었다.”(‘용산을 그리다’ 52쪽) 대한민국 반만년 역사 중 근현대 100여년의 시간은 용산을 빼놓고 말할 수 없다. 일제강점기 일본군 조선사령부가 주둔했고 해방 후 미8군이 그 자리를 이어받으며 용산은 자연스럽게 ‘한국 안의 이방인 동네’로 각인됐다.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역사가 용산의 경쟁력을 만들었다. 세계 각국의 문화가 공존하면서 ‘역동적인 도시’라는 이미지를 입혔고, 낙후된 도시 공간을 재구성하기 위한 개발 사업들이 도시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미군부대가 나간 자리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공원도 들어선다. 효창공원은 또 어떠한가. 한겨울 시린 찬바람보다도 더 잔인했던 일제의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조국독립을 위해 싸운 순국선열들이 잠들어 계신다. 뿐만 아니다. 용산은 전쟁기념관,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한글박물관까지 박물관들의 보고(寶庫)다. 지방자치시대, 전국의 226개 지방정부는 차치하더라도 서울시 25개 자치구 간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좁은 공간 안에서 지리적 차별성을 논하긴 어렵고 마천루(摩天樓) 대결도 더이상 답이 될 수 없다. ‘용산다움’이 필요했다. 근현대 100년의 역사를 지키고 한국 안의 작은 지구촌이라는 독창적인 문화도 살려 나가야 한다. 고민 끝에 나온 결론이 용산을 박물관의 도시로 거듭나게 하는 것이다. 역사적 배경 위에 용산만의 독창적인 문화와 감성을 더하는 작업이라 하겠다. 용산은 이미 밑그림을 완성했다. 민선 5기 구청장으로 취임하면서부터 ‘역사 바로 세우기 사업’에 심혈을 기울여 왔던 것도 이 때문이다. 지금은 용산역사박물관 건립에 방점을 찍고 있다. 일제강점기인 1929년 지어진 옛 용산철도병원(등록문화재 제428호) 실내를 리모델링해 2021년 개관할 계획이다. 물론 박물관이라고 해서 과거만 기록하는 공간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로 나아가기 위한 미래상도 함께 담아 ‘세계의 중심도시 용산’의 경쟁력을 더해 갈 것이다.
  • 북한 찬양 50대 항소심서도 징역형

    북한 찬양 50대 항소심서도 징역형

    온라인 카페에 북한 체제 찬양 글을 게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가 항소심에서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광주지법 형사3부(부장 장용기)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54)씨의 항소심에서 A씨와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과 같은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3일 밝혔다. A씨는 2007년~2011년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종북카페를 개설하고 카페지기로 활동하며 북한 체제를 찬양하는 문건을 배포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A씨는 종북카페인 ‘사이버민족방위사령부’ 등에 가입해 활동하며 북한의 주체사상이 동학사상과 닿아 있고 민본주의를 따르고 있다며 해방 후 미국이 식민지로 삼고 민중을 탄압하는 남한보다 북한이 우월하다는 취지의 게시물을 공유, 작성했다. A씨는 북한은 반국가단체가 아니고 게시글 역시 이적표현물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북한이 반국가단체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남북 정상회담과 교류·협력이 이뤄지고 있지만, 북한은 적화통일노선을 고수하는 반국가단체 성격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42회] ‘한솥밥’ 대법원과 법원행정처 사이의 경계…모호하거나 명확하거나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42회] ‘한솥밥’ 대법원과 법원행정처 사이의 경계…모호하거나 명확하거나

    대법원과 법원행정처 사이에는 ‘선’이 있다. 한 건물에 머무는 선후배 법관들의 업무가 재판과 사법행정으로 나눠지면서 이들 사이엔 벽이 요구된다. 그러나 과연 완벽한 분리가 가능했을까. 식사를 같이 하고 전문적인 내용을 참고하도록 보고서를 주고받으면서 경계가 흐려지진 않았는지,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의 법정은 많은 전·현직 법관들에게 이 부분이 집요하게 묻는다. 그리고 많은 판사들은 식사와 메일, 전화통화, 가벼운 대화 속에서도 선은 넘어가지 않았다고 자신했다. 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 심리로 열린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41회 재판에서는 지난달 25일 증인으로 출석했던 홍승면 서울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변호인들의 반대신문이 이어졌다. 홍 부장판사는 2013~2016년 대법원 선임·수석재판연구관을 지낸 뒤 2017년 8월까지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실장으로 일했다. 그가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던 때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당시 기획조정실장)으로부터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의 재상고심 관련 외교부에 ‘절차적 만족감’을 줘야한다며 의견서를 낼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등 재판 관련 언급이나 관련된 보고서를 전달받은 것이 지난 증인신문에서도 쟁점이 됐다. 대법원과 법원행정처 사이에 ‘재판’이 오고가며 실제로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검찰은 물었고 홍 부장판사는 그런 영향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도 이날 홍 부장판사와의 증인신문을 통해 대법원 재판이 영향을 받았거나 특히 대법원장이 직접 재판에 영향을 주도록 지시한 적은 없다는 점을 역설했다. “증인께서는 대법원장이 특정 사건의 선고가 나면 보고를 해달라고 한 지시를 들었거나 경험한 적이 있습니까?” (변호인) “없습니다.” (홍 부장판사) “증인이 경험한 바에 따르면 대법원장이 다른 대법관들보다 상급자이기 때문에 전원합의체 회부에 주저하거나 전합에 회부하는 게 맞으니 내 뜻대로 해야한다는 등의 일이 있었습니까?” (변호인) “그런 적은 없으셨습니다.” (홍 부장판사) “증인이 근무하는 동안 양승태 피고인이 증인이나 다른 재판연구관에게 전합 사건이 아닌 다른 특정사건의 검토를 지시한 것을 경험한 바 있습니까?” (변호인) “없습니다.” (홍 부장판사) “양승태 피고인이 대법원장으로서 전합 사건 외의 대법원 재판에 관여하는 것을 들어본 적 있습니까?” (변호인) “없습니다.” (홍 부장판사) “양승태 피고인이 특정 재판의 결과와 사법부의 정책적 목표를 결부지어서 언급하는 것을 듣거나 전해들은 기억이 있습니까?” (변호인) “없습니다.” (홍 부장판사) ●‘강제징용’ 재상고 주심 대법관의 ‘말씀정리’ …유일하게 잃어버린 메일 1통 양 전 대법원장의 혐의 중에는 강제징용 사건의 주심이던 김용덕 대법관을 상대로 외교부 의견을 전달하는 등 재판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있다. 2013년 8~9월쯤 접수된 강제징용 사건 재상고심의 주심은 2014년 6월에야 김 대법관으로 지정됐다. 피고인 전범기업 측의 상고이유서가 그해 5월에서야 접수됐기 때문이다. 주심 대법관이 지정되자 양 전 대법원장이 ‘김 전 대법관에게 전범기업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2012년 판결이 확정되면 일본이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거나 국제법적으로 문제될 것’이라며 사건의 방향과 결론을 언급해 김 전 대법관의 재판상 독립을 침해했다는 게 검찰이 지적한 양 전 대법원장의 공소사실이다. 검찰은 그 근거 중 하나로 2014년 12월 김 전 대법관이 강제징용 사건 담당 재판연구관이었던 황진구 부장판사에게 건넨 2012년 판결의 재검토 지시를 제시했다. 그 뒤 행정처에서 민사소송규칙을 개정해 국가기관 등의 참고인 의견서 제출제도가 도입됐고, 외교부가 재판부에 의견서를 낼 것을 기다리며 재판이 2년 넘게 지연됐다는 것이다. 검찰은 황 부장판사가 홍 부장판사에게 2014년 12월 31일 보낸 ‘김용덕 대법관님 말씀정리’ 메일에 담긴 첨부파일 속에 김 전 대법관의 2012년 판결 재검토 지시 방안이 들어있는 만큼 홍 부장판사도 이미 강제징용 사건의 파기환송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홍 부장판사는 김 전 대법관의 지시내용을 알지 못했다고 했다. “김 전 대법관이 이 사건을 공동조(특정 대법관에 전속된 재판연구관이 아니라 여러 대법관들이 심리하는 사건을 공동으로 검토하는 재판연구관)에서 검토하라는 지시를 듣고 ‘대법관님께서 의문을 갖고 계시는구나, 사건처리가 힘들어지겠구나’ 생각했을 뿐”, “보통 공동조에 보내지면 심층검토를 할 것이고, 그럼 결론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일반적인 내용만 설명했다. 그럼에도 검찰은 거듭 의문을 제기했다. 홍 부장판사는 대법원에서 근무하는 동안 메일을 삭제하지 않아 지난해 검찰 조사 당시 7000여개의 메일이 그대로 남아있었다고 했다. 행정처에서 메일 서버의 보존을 위해 ‘메일함을 정리하지 않으면 메일이 자동적으로 삭제될 것’이라는 취지의 공지를 하며 주기적으로 메일을 삭제할 것을 권고했지만 메일이 자동적으로 삭제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는 한 차례도 삭제하지 않고 모든 메일을 그대로 보관했다는 것이다. 홍 부장판사는 지난해 11월 검찰 조사를 받으며 이메일 압수수색을 통해 전체 메일을 검사와 함께 확인했다. 이 가운데 ‘강제징용’ 사건과 관련된 메일을 선별해 임 전 차장을 비롯해 17명과 주고받은 이메일 1487개가 추출됐다고 한다. 검찰은 홍 부장판사와 함께 1487개의 메일을 일일이 열어보며 다른 사람들의 진술과 상황 등을 맞춰보며 조사를 이어갔다고 한다. 홍 부장판사가 기억하지 못한 메일의 내용은 해당 메일의 발신인이나 수신인의 메일함에 담겨있던 메일과 그들의 진술로 퍼즐이 맞춰졌다. 그런데 1487개 메일 가운데 2014년 12월 31일자, 황 부장판사가 보낸 ‘김용덕 대법관님 말씀정리’ 메일 딱 하나만 퍼즐이 맞지 않았다. 홍 부장판사의 메일함에도, 홍 부장판사의 기억에도 해당 메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검찰은 “평소 이메일을 삭제하지 않은 증인이 유독 이 이메일만 삭제한 것은 그만큼 너무나 부적절하고 이례적인 이메일이어서 그대로 놔둔 것은 불안하다고 생각해서 삭제한 것 아닌가?” 물었다. 그러나 홍 부장판사는 “그 메일은 제가 황 부장판사에게 ‘이 사건은 국민들에게 쟁점을 공개하고 빠른 시일 내에 공개변론을 열어 각게각층의 의견을 신중하게 들어야 한다고 기재해서 그게 저한테는 유리한 내용이 있다”며 자신이 메일을 삭제하지 않았고 검찰의 메일 조사 과정에서 누락된 것 같다고 말했다. 황 부장판사가 보낸 메일 속 첨부파일의 문건에는 김 전 대법관이 언급한 강제징용 사건의 쟁점들과 함께 홍 부장판사의 의견이 말미에 담겼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대법관은 황 부장판사에게 ‘청구권협정 관련 환송 판결의 판단은 쉽게 수긍하기 어려움’, ‘환송판결이 잘못이었다고 하지 않으면서도 청구권협정으로 인해 원고들(강제징용 피해자)이 직접 일본국이나 일본 회사를 상대로 청구할 수 없다는 논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가 숙제임. 방법을 찾아보아야 함’, ‘소멸시효 문제를 어떻게 하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지를 시뮬레이션해 볼 필요가 있음’ 등의 검토 지시를 했다. 홍 부장판사는 “그 메일이 없었으면 오히려 제가 곤란해졌을 것”이라며 메일을 지울 이유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일상적인 제목도 아니고 대법관님 말씀을 파일로 정리했다는 내용의 메일인데 제목을 보는 순간 열어보겠고, 본문을 보는 순간 첨부파일을 열어보지 않으면 김 전 대법관이 뭐라고 말했는지 알 수 없어 당연히 주의깊게 열어봤을 것 같은데 아니었나”라는 검찰의 물음에도 “재판연구관이 (사건에 대한) 최종 보고서를 제출하면 그것을 제가 (대법관에게 전달하기 위해) 꼼꼼하게 읽고 법리적 문제가 있는지 치밀하게 검토하는데, 보고서가 오기 전에는 쟁점이 뭔지 읽어볼 필요도 없다. 실제로 강제징용 사건 보고서가 저에게 오지도 않았고, 검토하지도 않을 사건의 쟁점을 미리 제가 열심히 읽어볼 이유가 없다”고 답했다. ●“식당에서 대법원 사건 얘기 안 한다”면서도 “임종헌 언급 이례적인 건 아냐” 홍 부장판사가 ‘크게 관심을 갖지도, 깊이있게 알려고 하지도 않았던’ 강제징용 사건에 대해 대충이나마 내용을 알고 진행방향을 짐작하고 있던 건 임 전 차장 때문이었다. 임 전 차장이 ‘절차적 만족감’이나 ‘국제사법재판소에 갈 수 있다’는 등의 강제징용 사건에 대한 이야길 꺼낸 것이 대법원 전용 구내식당 또는 전화통화에서였다고 홍 부장판사는 말했다. 식당에서가 아니면 만날 일이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도 홍 부장판사는 행정처 실장과 부장판사급 심의관, 대법원 선임·수석재판연구관 등 14명만 드나드는 전용식당에서 대법원에서 재판 중인 사건의 이야기를 평소에는 하지 않는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14명 중 행정처 인사가 12명이어서 그 안에서 대법원 사건을 거론하는 것은 극히 드물었다는 것이다. 그 드문 일 중 두 번이 임 전 차장에게서 있었지만 이에 대해서도 홍 부장판사는 “두 번이지만 간격이 8개월인가 그랬다”면서 “식당에서 법률적 쟁점도 제가 얘기했을 수도 있고, 대법원에서 돌아가는 사건이 아니면 궁금해하는 쟁점이나 견해를 물어볼 수도 있고, 식당에서 밥 먹으면서 장시간 하는 이야긴데 이런 저런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앞서 양 전 대법원장 변호인과의 증인신문에서는 식당에서조차 ‘선’이 지켜진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 업무와 재판 업무 사이가 모호했던 것으로 기억합니까?” (변호인) “경계가 모호하다는 게 무슨 의미입니까?” (홍 부장판사) “정보가 서로 간에 많이 오가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고, 그게 아니라 사적으로 인사하고 식당을 같이 이용하지만 업무적으로 연락할 일이 없는 상태라면 경계가 명확한 것으로 볼 수 있겠지요.” (변호인) “연구관들은 자기 사건 보고서를 쓰고 그 때 심의관들과 상의할 일은 없고요. 기수도 차이가 나고 해서 행정처와 논의할 일은 없습니다.” (홍 부장판사) “대법원 건물 안에 행정처도 같이 있고 식당이 한 군데이지 않습니까. 그렇다보면 증인이나 선임재판연구관이나 고등법원 부장판사의 직급이고 그에 맞춰 행정처 실장이 고등부장 판사급이어서 같은 자리에서 식사하는 일이 있었을 것 같은데. 식사하시면서 대법원에서 심리 중인 사건에 대해 얘기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 행정처 관계자는 정책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았겠습니까?” (변호인) “행정처 부장, 실장이 훨씬 많고 행정처 간부가 10여명이고 대법원 간부가 2명입니다. 대부분 대화는 행정처 사담이겠죠. (대법원 간부인) 두 사람이 대법원 사건 얘기를 꺼내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홍 부장판사) 다만 홍 부장판사는 민사사건 가운데 등기나 호적, 공탁과 같은 실무적인 사건 처리에 대해선 행정처 심의관들이 훨씬 전문적이고 능숙해서 이와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행정처에 자료를 요청했다고 했다. 또 행정처 심의관 가운데 특정 분야의 전문성이 있어 논문을 작성하거나 깊이 연구를 했다면 그에 대한 자료를 확보해 재판연구에 도움을 받았다고도 했다. “재판연구관이 현안 자료를 얻기 위해 행정처에 연구자료를 요청한 것이 특이하고 이례적인가“라는 양 전 대법원장 변호인의 질문에 “요청한 경우가 꽤 있었다. 검토 사건에 대해 최대한 많은 자료를 수집해 검토하는 것이 법관의 보편된 자세로 생각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홍 부장판사는 수석재판연구관을 지낸 뒤 2016년 2월부터 2017년 8월까지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실장을 지냈다. 그리고 지난해 대법원은 홍 부장판사에 대한 징계를 청구했고 무혐의로 결론났다. 이날 재판에서는 지난해 홍 부장판사의 징계사건과 관련된 내용도 거론됐다. “동기 법관들은 법원장으로 인사발령을 받았고 증인은 법원 내부의 인사순위에서 법원장 발령의 선순위에 있던 것으로 아는데 법원장으로 인사발령이 나지 않은 이유를 아느냐”는 양 전 대법원장 변호인의 물음에서부터다. 홍 부장판사는 올해 초 법원행정처 차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아 법원장으로 보임되기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제 생각에도 발령이 나지 않는 것이 더 좋을 거라고 생각했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오랫동안 비재판 업무에서 일을 했기 때문에 남은 기간에 그래도 재판 업무를 하기를 희망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고, 내년에도 법원장 보직을 희망하지 않고 계속 재판부에서 일할 생각입니다. 차장님의 전화를 받고 반갑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자신을 법원장으로 발령 내지 않는) 취지가 저를 보호하는 취지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인천지방법원장(윤성원 전 사법지원실장)이 특별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과 관련해) 문제가 된 게 없는 데도 언론에서 상당히 공격을 받고 사직한 상태였고 바로 그 인천 자리에 제가 가야하는 상황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는 차라리 다음에 (법원장으로) 나가는 게 낫지 않겠냐고 차장님이 설명했고 저도 그 말씀을 고맙게 생각했습니다.” 홍 부장판사가 징계에 넘겨진 것은 이른바 국제인권법연구회와 연구회 내 인권과 사법제도 소모임(인사모) 와해를 위한 방안으로 추진된 ‘중복가입 해소조치‘ 시행에 관여했다는 이유였다. 2017년 1월 당시 법원행정처장이던 고 전 대법관의 주재로 열린 회의(처장회의)에서 연구회를 최초에 가입한 연구모임 외에는 중복으로 가입하지 못하도록 해 국제인권법연구회를 축소시키기 위한 방안이 논의됐다. 이 회의에 참석한 홍 부장판사는 징계에 넘겨졌지만, 이 회의에서 자신이 중복가입 해소조치 시행에 반대했다는 게 밝혀져서 무혐의로 결론이 났다고 설명했다. “판사들이 많이 싫어할 것 같고, 탄압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게 그 자리에서는 그나마 강한 반대 목소리였던 것이다. 이날 법정에서 고 전 대법관의 변호인은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고들며 고 전 대법관은 중복가입 해소조치에 오히려 부정적인 입장이었다는 점을 밝히려 했다. “당시 회의에서 고영한 피고인이 ‘무슨 논리로 (국제인권법연구회를) 막을 수 있겠느냐’고 하지 않았나”, “정 조치를 해야한다면 인권법연구회 학술대회가 끝나고 3월 이후에 하자고도 했다던데” 등의 질문을 변호인이 이어갔지만 홍 부장판사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반복했다. 다만 “처장님이 많이 망설인 건 맞다”고 덧붙였다. 고 전 대법관의 변호인은 이날 재판에서 지난해 5월 법원행정처장 임기를 끝낸 고 전 대법관의 환송 만찬에서의 대화를 소개했다. 이민걸 전 기획조정실장이 “처장님 말씀을 들었으면 이런 사태가 없었을 텐데 죄송하다. 임 전 차장이 주장하는 것마다 모두 하지 말자고 해서 임 전 차장의 면이 너무 서지 않는 것 같았다. 그 중 중복가입 해소조치가 가장 시행할 만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당시 만찬에 임 전 차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홍 부장판사는 “이 전 실장이 고 전 대법관에게 미안하다고 한 것은 들었다”면서도 구체적인 발언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서울신문은 전직 대법원장이 법정에 피고인으로 선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를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2019년 5월 29일부터 매주 최소 두 차례 이상 열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을 지면 제약에서 벗어난 온라인을 통해 글로 생생하게 중계합니다.
  • 황교안, ‘색소폰’ 불며 유튜버 데뷔

    황교안, ‘색소폰’ 불며 유튜버 데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일 유튜버로 데뷔했다. 한국당 공식 유튜브 채널인 ‘오른소리’는 이날 ‘오늘, 황교안입니다’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공개했다. ‘1회-꿈과 인생’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영상에서 황 대표는 청색 셔츠와 황토색 조끼를 입고 색소폰을 연주하는 모습으로 등장해 성장 과정과 정치에 입성하게 된 과정 등을 소개했다. 황 대표는 “어린 시절 가정 형편이 어려워서 학원에 다니거나 과외를 받지는 못했고 혼자 공부하고 악기를 연주하거나 글을 쓰면서 나름 즐겁게 지냈다”며 “자기소개서나 스펙 쌓기를 도와줄 집안 배경이 없어도 자신의 비전을 펼칠 수 있는 길이 법조인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많은 분들이 저를 공안검사 출신으로 기억하고 계시고, 공안검사가 인권을 탄압하고 근로자를 어렵게 하는 사람으로 알고 있기도 하지만 그것은 전적으로 오해”라며 “공안검사의 역할은 사회질서를 지켜서 국민들이 더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고, 공안부 근무는 저에게 소중한 경험과 자산”이라고 했다. 그동안 황 대표가 당의 정책 등을 소개하기 위해 유튜브에 출연한 적은 있었지만 자신만의 콘텐츠를 내세워 단독 출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차기 대권주자인 황 대표가 개인적 인지도를 높이고 대중에게 더욱 친숙하게 다가가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오늘, 황교안입니다’는 주 1회 업데이트될 예정이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 나경원 “법무부 오보 훈령, 공수처와 ‘친문은폐용 쌍둥이’”

    나경원 “법무부 오보 훈령, 공수처와 ‘친문은폐용 쌍둥이’”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1일 법무부의 ‘오보 낸 언론사 검찰 출입통제’ 훈령 추진에 대해 “이번 훈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똑같이 ‘친문 은폐용 쌍둥이’”라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공수처는 검찰 수사를 빼앗아서 뭉개고, 법무부는 검찰 수사를 국민이 알지 못하게 해서 정권의 치부를 가리겠다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나 원내대표는 “이 중대한 언론 탄압 훈령, 언론 검열 훈령을 어떻게 법무부가 자체적으로 마련했겠나. 근본 원인은 이 정권의 천박한 언론관에서 시작된다고 본다”며 “정권에 불리한 수사가 진행될 경우 밖으로 못 새어나가게 막으려고 조선총독부 수준의 일을 벌이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훈령을 서둘러서 바꾸는 것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소환을 앞두고서 하는 게 아닌가 의심할 수밖에 없다. 참여정부의 ‘기자실 대못질’과 연관되는 것”이라며 “언론을 막고 통제할 생각하지 말고 언론 앞에서 떳떳한 정권을 만들 생각을 하라”고 덧붙였다. 나 원내대표는 전날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와 관련, “타이밍 한번 괘씸하다. 도대체 예의와 도리가 없어도 이렇게 없나”라며 “문재인 정권의 대북정책 기조와 뿌리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나 원내대표는 “경제파탄, 고용파탄에도 정부는 내년도 예산에 설탕물을 잔뜩 탔다. 60조원 빚을 내가며 병든 경제에 진통제 놓겠다고 하는 한심한 예산”이라며 “절대로 통과 시켜 줄 수 없는 망국 예산이며 한국당은 단 1원도 허투루 통과시키지 않겠다”라고 했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 ‘한국당 영입’ 이진숙 “MBC 노조 탄압? 회사일 했을 뿐”

    ‘한국당 영입’ 이진숙 “MBC 노조 탄압? 회사일 했을 뿐”

    자유한국당이 지난달 31일 발표한 제1차 영입 인재 명단에 포함된 이진숙 전 대전 MBC 사장이 라디오 인터뷰에서 “서로 손가락질을 하는 정치 문화를 바꾸고 싶다”고 밝혔다. 반면 김재철 전 MBC 사장 재직 당시 홍보국장 등을 지내면서 노동조합을 탄압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회사 일을 했을 뿐”이라고 답했다. 이진숙 전 사장은 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저도 마찬가지고 제 주변에서도 정치에 대한 비판이 많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손가락질하는 정치보다는 후배들, 후손들, 청년들, 어린이들이 배워야 할 점을 오히려 강조해서 우리가 가르친다면 우리나라에도 영웅이 많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이어 이진숙 전 사장은 정치에 입문해서 바꿔보고 싶은 일로 청년 일자리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청년들이 당장 얼마의 일정 금액을 지원받기보다는 전문성을 강화하고 길러나갈 수 있는 정말 건강한 일자리를 많이 제공할 수 있는 정책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많이 하고 있다”면서 “비판만 하기보다는 제가 직접 그 중심에 뛰어들어서 한 번 바꿔보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사회자는 ‘MBC 구성원들이 이런 얘기를 하더라. 파업에도 적극적으로 같이 동참했던 선배였는데, 갑자기 MB(이명박 전 대통령) 정부 때 김재철 (당시) 사장 재직 시절 홍보국장을 맡으면서 사측 편에 서서 후배들을 탄압했는가. 왜 노조를 못살게 했는가’라면서 이 물음에 대한 이진숙 전 사장의 입장을 물었다.이에 이진숙 전 사장은 “물론 잘못된 점이 있다면 지적을 해야 한다. 마땅히 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사회자가) ‘사측 편에 서서’ 이렇게 말했다”면서 “지금도 그 질문은 편을 가르는 것이다. 저는 그런 정치를 가장 바꾸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건 해명할 문제가 아니라 저는 회사 일을 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진숙 전 사장은 “저는 후배들에 대해 그렇게 손가락질하고 싶지도 않고, 가장 바꾸고 싶은 정치 문화가 바로 그것”이라고 같은 말을 반복했다. ‘정치인으로서 소통을 해야 하니까 이 문제에 대해 얘기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사회자의 물음에 대해서도 이진숙 전 사장은 “앞으로 제가 어떤 행동을 하든지 ‘당신은 더 좋은 사회로, 더 건강한 사회로, 더 좋은 정치 문화로 바꾸겠다고 했는데 당신 지금 하는 게 뭐냐?’라고 따져달라”고 답했다. MBC 재직 시절의 일은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소련, 반체제인사에 약물 주입” 폭로 부콥스키 별세

    “소련, 반체제인사에 약물 주입” 폭로 부콥스키 별세

    구(舊)소련이 반체제 인사들을 정신병동에 가둬 약물을 투입해 무기력하게 만드는 만행을 처음으로 서방 세계에 폭로한 러시아 출신 작가 블라디미르 부콥스키가 별세했다. 76세. AFP통신 등에 따르면 부콥스키는 지난 27일 밤(현지시간) 영국 케임브리지의 한 병원에서 심장마비로 숨졌다. 그는 소련 당국이 의사들에게 허위로 정신병 진단서를 발급하게 해 반체제 인사들을 정신병동에 감금해 탄압한 것을 전 세계에 알린 인사 가운데 한 명이다. 1960년대에 잡지에 글을 쓰며 학생운동가로 이름을 알린 부콥스키는 1963년 금서를 소지했다는 이유로 체포된 것을 시작으로 35세에 소련의 전체주의 체제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도합 12년을 감옥과 노동교화소, 정신병원을 전전했다. 부콥스키는 구소련이 정신병을 허위진단해 반체제인사들을 탄압한 사실을 구체적으로 폭로한 인사로 서방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1971년 6명의 반체제 인사들의 정신병력이 기록된 의료 문서를 빼돌려 서방에 제공하면서 소련의 가혹한 체제 유지 방식에 대한 국제적 비판 여론을 불러일으켰다. 소련에서 추방된 뒤 1978년 펴낸 회고록을 통해 강제노역과 정신병동에서 갇혀 지낸 경험을 구체적으로 알렸다. 블라디미르 푸틴이 이끄는 러시아가 구소련과 별로 다르지 않다면서 푸틴을 자주 비판했다. 2008년 러시아 대선 출마를 선언하기도 했지만 후보 자격을 얻지 못했다. 말년에는 아동 포르노 사건에 휘말려 2014년 영국 경찰에 기소되기도 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그들만의 춤판 벗어나 시민 참여 축제가 되다

    그들만의 춤판 벗어나 시민 참여 축제가 되다

    “제가 상 받을 때만 해도 협회 식구도, 기자도 몇 명 없었는데 이렇게 번창한 자리에서 다시 설 수 있어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불림소리’로 많은 혜택을 받은 사람입니다.” 지난 2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8층 외신기자클럽. 수많은 취재진 앞에 선 원로 안무가는 감회에 잠긴 듯 떨리는 목소리로 30년 전 기억을 꺼냈다. “제 작품을 본 이어령 장관님이 ‘문화의날 행사를 해주시오’라고 연락이 왔어요. 그 뒤로 애틀랜타 올림픽 초청 공연도 가고, ‘불림소리’가 있어서 오늘날 제가 이 자리까지 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현대무용 안무가 최청자(74)는 1989년 춤판에 올린 창작 안무 ‘불림소리’로 그해 대한민국무용제(현 서울무용제) 대상을 받았다. 민중의 저항이 권력의 탄압을 넘어서던 시절, 갈등과 대립의 극단에서 터져 나온 인간의 절규를 신체 움직임으로 표현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 ‘불림소리’가 다시 무대에서 몸짓을 준비하고 있다. 다음달 13일 개막하는 ‘제40회 서울무용제’를 통해서 관객을 맞는다.1979년 대한민국무용제로 첫발을 디딘 서울무용제는 지난 40년간 장르를 초월한 한국 무용인들의 연대와 고민을 통해 이제는 명실상부 한국을 대표하는 무용 축제로 성장했다. ‘무용’ 하면 여전히 대중성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지는 것도 현실이지만, 2017년부터는 무용인만의 잔치가 아닌 시민 참여형 축제로 거듭났다. 지난해 무용제는 대한민국 공연예술제 ‘A등급’을 받으며 예술성에 대중성까지 인정받았다. 올해 서울무용제는 사상 처음으로 한국 무용계 대표 협회들이 모두 참여한다. 무용제를 주최하는 한국무용협회에 한국발레협회와 한국현대무용협회, 한국춤협회가 의기투합했다. 이들은 각 장르 레퍼토리 공연을 묶은 ‘댄스 베스트 콜렉션’을 선보인다. 안병주 서울무용제 운영위원장은 “각 장르가 각자의 길을 달려왔지만, 40주년을 맞아서 과거와 현재를 떠나 모든 장르가 함께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면서 “모든 단체가 흔쾌히 도와주셨다. 이번 행사를 터닝포인트로 뭉쳐 무용을 위해 좋은 일을 함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무용제는 더 많은 시민과 함께하기 위해 지난 12일 사전 축제를 시작하면서 다양한 부대행사도 마련했다. 40주년 특별공연 ‘걸작선’은 무용제가 지난 역사를 돌아보고 새로운 관객을 위해 마련한 야심작이다. 역대 서울무용제 대상 작품 중 다시 보고 싶은 최고의 무용을 엄선하고, 젊은 무용수와 새로운 무대를 구성해 관객을 만난다. 11회 대상 수상작 최 안무가의 ‘불림소리’와 김민희 안무가의 ‘또 다른 고향’(17회 대상), 정혜진 안무가의 ‘무애’(22회 대상)를 다시 만날 수 있다. 발레 ‘또 다른 고향’은 일본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실험용 주삿바늘의 고통 속에서 죽어간 시인 윤동주의 서사에 상징성과 무대적 상상력을 불어넣었다. 한국무용 ‘무애’는 한용운의 ‘님의 침묵’을 기반으로 한다. 역사적 가치가 큰 ‘명작무’를 한데 모은 ‘명작무극장’도 눈여겨볼 만한 무대다. 한국무용협회는 해마다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지는 않았으나 전승 가치가 있는 전통무용을 ‘명작무’로 지정하고 있다. 평안남도에서 탄생한 김백봉의 ‘부채춤’, 선비춤 또는 신선춤으로도 알려진 조흥동의 ‘한량무’, 고풍스러운 흥취가 흐르는 배정혜의 ‘풍류장고’, 조선 선비들의 풍류를 담은 국수호의 ‘장한가’ 등이 무대에 오른다. 무용계 명인과 젊은 스타 춤꾼들이 꾸미는 ‘무.념.무.상’(舞.念.舞.想)은 안무가 김화숙·이정희·최은희·안선희와 김윤수·김용걸·이정윤·신창호가 각각 화려하고 아름다운 춤의 세계로 관객을 초대한다. 올해 최고의 안무가를 뽑는 경연부문에는 이인수, 조재혁, 안귀호, 김성민, 신종철, 변재범, 배진일, 장소정 등 안무가가 내놓은 신작 8편이 다음달 20일부터 27일까지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열띤 경쟁을 벌인다. 사전 축제와 본행사, 부대행사 등 다채로운 무대로 구성한 올해 무용제는 아르코예술극장과 이화여대 삼성홀, 상명아트센터에서 각각 진행된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민주화 투쟁 역사 가진 한국인들 홍콩 시위 침묵 말아야”

    “민주화 투쟁 역사 가진 한국인들 홍콩 시위 침묵 말아야”

    “민주화를 투쟁으로 쟁취한 역사가 있는 우리나라가 어떻게 홍콩 시위에 침묵할 수 있습니까.” ‘홍콩의 민주화 운동에 함께하는 한국시민 모임’의 이상현씨는 2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열린 집회에서 “비무장 시민에게 공포탄을 쏘고 청소년이 탄에 맞아 병원에 실려가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홍콩 시위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이들은 이날 집회에서 “홍콩시위 뉴스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유하고 의견을 내는 방식으로 현지 시민들에게 힘을 보태 달라”고 길을 지나는 시민들에게 호소했다. 전날에는 주한 중국대사관에 ▲시위대 폭력 진압 중단 및 부상 및 사망자에 대한 책임 ▲시위대에게 자행되는 민간 테러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즉각 마련 ▲10월 5일자로 발효된 긴급법안 철회 등의 내용이 담긴 항의서한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들뿐 아니라 주말 사이 전국에서 수십개 시민단체들이 홍콩 ‘범죄인인도법안’(송환법) 반대 시위에 연대해 홍콩 경찰의 무력 진압을 규탄하는 집회를 벌였다. 이날 오후 3시 서울 용산역에서도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촛불시민연대’가 집회를 열었다. 집회를 이끈 임채원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홍콩 시위는 초반 우리나라 2016년 촛불시위처럼 시작했지만 이에 대응하는 정부의 움직임은 점차 시대를 역행하는 폭력적 모습을 띠고 있다”면서 “현재 홍콩 시민들은 외부 지지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6일 광주에서도 ‘홍콩 시민들과 함께하는 광주시민사회’가 중국총영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촛불집회, 5·18광주민주화운동, 6월항쟁 등을 거치며 공권력의 탄압과 시대적 공포를 경험했던 광주시민은 홍콩 경찰의 폭력적인 진압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비판했다. 지난 6월 시작한 홍콩의 송환법 반대 시위는 날로 격화하고 있다. 지난 5개월간 경찰이 체포한 시위 참여자는 2700명에 육박하고, 시위 진압 과정에서 5000발이 넘는 최루탄이 발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위구르족 지식인의 ‘사하로프 인권상’ 수상이 중국에게 미치는 영향

    위구르족 지식인의 ‘사하로프 인권상’ 수상이 중국에게 미치는 영향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중국의 위구르족 반체제 인사이자 경제학자인 일함 토티가 24일(현지시간) 유럽의회로부터 ‘사하로프 인권상’을 수상했다. 사하로프 인권상은 1988년 소비에트의 반체제 인사이자 과학자인 안드레이 사하로프를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유럽의회가 수여한다. 수상의 영광은 주로 정치적 반체제 인사나 지식인이게 돌아간다. 첫해 수상자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자 흑인 인권운동가인 넬슨 만델라였으며 1990년 수상자는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고문, 2013년은 말랄라 유사프자이였다. 올해 수상자인 토티가 누구이며, 이번 수상이 중국에 어떤 의미인지, 향후 중국과 유럽연합(EU)과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짚어봤다. ●일함 토티는 누구인가 미국 외교전문매체 포린포리시(FP)에 따르면 토티는 2014년 중국 당국에 체포돼 지금까지 복역 중인 인물로 체포 전까지 위구르족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위구르 온라인’ 사이트를 개설해 운영했다. 베이징에서 수학한 경제학자인 토티는 중국중앙민족대학에서 경제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동시에 위구르족의 자치권 보장과 그들에 대한 차별반대법 도입 등을 위해 활동했다. 위구르족이 대다수를 이루는 중국 신장 지역에서 위구르족에 대한 탄압이 강화되자 이를 비판하는 데 앞장섰다. 2000년대까지만 해도 중국 내부에서 공산당의 체재를 비판하는 지역 단위의 운동과 소수민족의 움직임이 어느 정도 허용됐다. 그러나 2009년 7월 신장 우루무치 지역에서 폭동이 일어나면서 모든 것이 바뀌었다. 젊은 위구르족 청년들이 수십 명의 한족 시민들을 살해하며 중국 공안의 탄압이 거세지기 시작한 것이다. 위구르족을 위해 활동하던 토티의 입지는 그 사건을 계기로 더욱 위태로워졌다. 폭동 직후 공안에 체포된 토티는 얼마 뒤 미국 정부의 도움으로 겨우 풀려날 수 있었다. 그러나 시진핑 중국 주석 치하에서 표현의 자유가 더욱 위축되며 2014년 결국 토티는 함께 활동하던 동료 학자들과 함께 체포됐다. 위구르족에 있어서는 중국 내에서 자신들을 옹호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잃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토티는 위구르족 분리주의와 유언비어 유포, 정부에 대한 비판 등의 혐의로 체포됐다. 심지어 도티가 동투르크스탄 이슬람 운동 같은 테러리스트 그룹과 연관이 있다는 혐의도 제기됐는데 FP는 이러한 시도가 매우 황당하다고 지적했다. 문제의 단체는 2000년대 중반 짧게 활동하는 데 그쳤음에도 중국 당국이 매년 이 단체를 체제 선전에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토티의 체포는 신장 지역에서 정부에 반대하는 어떠한 시도도 용납될 수 없음을 보여주는 메시지였던 셈이다.●위구르족이 처한 상황은 현재 중국 내 위구르족들은 문화 말살의 대상이 되고 있다. 위구르의 언어와 문화 등을 물론 그들의 서적까지 모두 파괴되고 있으며 100만명이 넘는 위구르족 주민들은 중국 정부가 만든 구금 시설에 갇혀 강제적인 세뇌를 당하고 있다. 수십만명의 위구르족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분리돼 정부가 운영하는 고아원에 수용돼 있다. 위구르족의 저명한 학자와 지도자들은 대부분 체포됐다. 위구르족이 처한 상황에 대한 국제 사회의 경각심도 더욱 확대되고 있다. 이번 토티의 수상이 이를 대변한다고도 볼 수 있다. 사하로프 인권상 홈페이지에는 “위구르족은 자신들의 독특한 문화와 정체성을 이유로 중국 정부로부터 최근 몇 년간 유례없는 억압을 받는 민족”이라면서 “2017년 4월 이후 100만명이 넘는 무고한 위구르족 주민들이 수용소에 억류돼 있으며 그곳에서 그들의 민족적 정체성과 종교적 신념을 버리고 중국 정부에 대한 충성심을 맹세하도록 강요받고 있다”고 묘사됐다. ●상이 달갑지 않은 중국 정부 2008년 유럽의회는 중국 내 반체제 인사이자 인권 운동가였던 후자(胡佳)에게 사하로프 인권상을 수여한 바 있다. 당시 중국 정부는 거의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베이징 올림픽이 열리던 때라 대외적으로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들려고 애를 쓰고 있었고, 내부적으로도 제한적이나마 개혁과 변화를 할 수 있으리란 기대감이 있었다. 시 주석의 통치 아래 중국은 외국의 영향과 간섭에 대해 더욱더 편집증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부 관리들은 자신들에게 화살이 돌아오지 않도록 더욱더 체제에 충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신장 지역의 위구르족에 대한 탄압과 정부가 저지르는 만행에 대해서는 더욱 기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위구르족의 구금 캠프를 직업 교육 시설에 불과하다고 거듭 강조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수상이 향후 중국과 EU 간 관계에 균열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중국은 앞서 노르웨이와도 비슷한 갈등을 겪었었다. 2010년 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중국의 인권 신장을 위해 비폭력 투쟁을 해온 인권운동가 류사오보(1955~2017)에게 그 해의 노벨평화상을 수여하면서 이후 6년간 양국의 외교는 거의 단절되다시피 했다. 물론 사하로프 인권상이 노벨상만큼 중국의 아픈 부분을 건드리는 것은 아니다. 류샤오보의 수상은 중국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가 반체제 인사라는 기록을 영원히 남게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EU는 노르웨이보다 훨씬 더 큰 경제 규모를 갖고 있다. FP는 최소 몇 개월간은 이번 수상과 관련한 중국 국영 언론들의 비방과 외교관들에 대한 문책 등이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중국 정부는 지난 8월 토티가 바츨라프 하벨 인권상 후보자로 지명되자 국가전복과 테러 지원 혐의 등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점을 들어 지명 철회를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토티는 해당 상의 공동 수상자로 선정됐으며, 올해 1월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들로부터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받았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100년 오롯이… ‘광장’에 나온 한국미술

    100년 오롯이… ‘광장’에 나온 한국미술

    과천·서울·덕수궁 3곳서 동시 연계 진행 이한열의 낡은 운동화·김환기 작품 등 1900~2019 시대별 대표작 450여점 전시 “격동의 현대사에 대응해 왔던 미술 담아”가을 햇살이 드는 통유리 앞으로 빛바래고 군데군데 얼룩진 흰색 대형 걸개그림이 걸려 있다. 낡은 천막에는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한 청년이 피 흘리며 축 늘어진 다른 청년을 부축하는 모습이 담겼다. 그 모습 아래에는 짧고 강력한 구호가 적혀 있다. “한열이를 살려내라!”시선을 바닥으로 내리면 짝 잃은 낡은 운동화가 눈에 들어온다. 운동화에 적힌 상표는 ‘TIGER’. 걸개그림 속 쓰러진 청년이 당시 신고 있던 운동화다. 오른쪽 벽면에는 노동해방과 투쟁을 외치며 거리로 쏟아져나오는 노동자들의 모습이 담긴 가로 17m, 폭 21m 크기의 대형 걸개그림도 있다. 최루탄 가스 매캐한 1980년대 서울 한복판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이곳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중앙홀이다.지난 20일로 개관 50주년을 맞은 국립현대미술관이 개관 50주년과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기획전 ‘광장: 미술과 사회 1900~2019’를 과천과 서울관, 덕수궁 등 3곳에서 동시에 연계 진행하고 있다. 1969년 10월 20일 경복궁 뒤뜰 옛 조선총독부 미술관 자리에서 처음 문을 연 현대미술관이 3개 관에서 통합 전시를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은 지난 100년 개화와 일제강점, 해방, 한국전쟁, 군부독재, 민주화, 그리고 시민의 촛불집회로 ‘살아 있는 정권’까지 끌어내리는 등 말 그대로 격동의 시대를 지나왔다. 그러나 지금도 국민은 진보와 보수라는 이념으로 갈려 한쪽은 서울 서초동 사거리로, 또 한쪽은 광화문광장에 몰려 저마다의 ‘정의’를 외치고 있다. 권력에 맞선 민중의 저항은 언제나 광장에서 출발했다. 현대미술관이 광장을 주목한 이유다. 현대미술관은 광장을 “공동체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 주는 거울”이라고도 정의했다. 이번 전시는 한국미술 100년을 대표하는 회화, 조각, 설치 등 450여점의 작품을 시대별로 구성했다. 1900년부터 1950년대를 조명한 1부는 덕수궁관에서, 1950년대부터 지금의 한국 사회를 바라보는 2부는 과천관에서, 2019년 현재 광장과 개인의 의미에 집중한 3부는 서울관에서 각각 펼친다. 지난달 개막한 3부 전시는 2020년 2월 9일 막을 내리고, 1·2부는 지난 17일 동시 개막했다. 각각 내년 2월 9일과 3월 29일까지 관람객을 맞는다. 1부 전시에서는 개화에서부터 일제강점기와 해방이라는 역사 속에 ‘의로움’을 지켰던 인물과 그들의 유산을 소개한다. 을사늑약이 강제로 맺어지자 낙향해 우국지사 초상 연작을 그린 석지 채용신(1850~1941)과 독립자금 마련을 위해 그림을 그린 의병 출신 화가 박기정(1874~1949) 등 작가 80여명의 작품 130여점과 자료 190여점을 선보인다. 이중섭과 비견됐으나 월북하면서 평가절하된 작가 최재덕의 ‘한강의 포플라 나무’(1940년대)와 ‘원두막’(1946)은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 일반에 공개됐다. 예술가들의 눈으로 본 전후 50년을 다룬 2부 전시는 최인훈의 소설 ‘광장’(1961)에서 따온 ‘한길’, ‘회색 동굴’, ‘시린 불꽃’ 등 7개 주제로 구성했다. 김환기의 대표작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1970)와 동백림 간첩 조작사건으로 수감됐던 작곡가 윤이상과 화가 이응노가 각각 옥중에서 쓰고 그린 ‘이마주’(image·1968) 육필 악보와 그림 ‘구성’(1968) 등 작가 200여명의 작품 300여점과 자료 200여점을 감상할 수 있다. 3부 전시는 다원화된 현대 사회에서 광장의 의미와 개인, 또 공동체가 지향해야 할 방향을 모색한다. 청년의 정체성과 욕망을 다룬 작품을 비롯해 젠더, 난민 등 타인과의 공존을 다룬 작품들이 눈에 띈다. 도시와 거주지를 주제로 회화, 영상, 설치 작업 등을 선보여 온 송성진 작가는 미얀마 정부의 탄압을 받고 있는 로힝야 난민촌을 방문한 경험을 우리 사회의 상황과 연결한 작품 ‘1평조차’(1平潮差)를 선보인다. 작품은 개인의 생존 투쟁이 일상화된 시대를 이야기한다. 저마다 문제의식을 가진 작가 12명의 작품 23점으로 구성됐다. 윤범모 관장은 “20세기 격동의 한국 현대사를 미술은 어떻게 해석하고 대응했는지를 오롯이 미술관에 담았다”고 이번 대규모 기획전을 설명했다. 글 사진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박지원 “정경심 구속 영장 발부 가능성 높아…공수처 법안 꼭 처리돼야”

    박지원 “정경심 구속 영장 발부 가능성 높아…공수처 법안 꼭 처리돼야”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이 22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구속 여부에 대해 “구속영장이 발부될 가능성이 조금 더 높다”면서 “사법부가 정 교수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 사람 냄새나는 결정을 하기를 기대해 본다”고 말했다.박 의원은 이날 서울신문 유튜브 채널 ‘박점치‘(박지원의 점치는 정치)에 출연해 “검찰이 적용한 11개의 혐의 가운데 몇개는 제외하더라도 사법부에서 (최종적으로) 구속의 사유로 해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정 교수의 구속영장이 발부될 경우 조국 전 장관에게도 영향이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조 전 장관이 청문회 등에서 정 교수와 직접적 관련이 없다고 밝혔지만, 정 교수와 피해자들이 검찰에서 어떻게 진술했는지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를 할 것”이라면서 “(조 전 장관이) 공범 내지 방조, 증거 인멸에 가담했느냐가 중요하겠지만, (검찰의) 최종적 목표는 조국 전 장관“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어 공수처 법안이 꼭 처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전직 대통령 임기말에 친인척 비리로 인해 다 실패했다. 이런 불행한 역사를 종식하고, 고위공직자들의 끊임없는 비리를 척결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개혁”이라면서 “국회에서 공수처법을 제대로 토론하고 조정하고 합의해서 고위공직자가 모범을 보일 수 있는 공수처법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야당에서 검찰과 공수처가 두 축이 되서 야당을 탄압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는데 이는 아주 잘못된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박의원은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국회의원 자녀 입시 전수조사 특별법’에 대해 “이전에도 국회의원들의 채용 비리나 부동산 투기 등에 관련한 전수 조사를 한다고 했지만 하나도 (실행이) 안됐다”면서 “(법안이) 통과될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요즘 국회의원들의 하도 불신을 받으니까 다 한번 전수조사를 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백마를 타고 백두산에 오른 것에 대해 “백두 혈통인 흰말을 타고 백두산을 갔다는 것은 자신들이 미국한테 요구한 것들이 관철되지 않으면 독한 마음을 갖고 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면서 “미국을 압박하면서도 자체 결속을 강조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호주 모든 일간지 1면에 검은칠 한 까닭

    호주 모든 일간지 1면에 검은칠 한 까닭

    호주 모든 신문이 21일자 1면을 검은 칠로 채웠다. 정부의 내부고발자·언론인 처벌 등 알권리 탄압에 항의하기 위해서다. 가디언에 따르면 이날 호주 일간지들은 1면 제호 부분을 제외한 대부분의 활자와 사진을 검은 칠로 지운 채 발행됐다. 지면 하단에는 ‘정부가 당신에게 진실을 가릴 때, 그들이 숨기는 것은 뭘까’라는 문구가 인쇄됐다. 이번 운동은 호주 알권리연합이 주도했다. 호주 당국은 지난 6월 ABC뉴스 시드니 본사와 뉴스코퍼레이션 기자 집을 압수수색했다. 호주 비밀정보국이 2004년 수백만 달러 규모의 자원 협상 당시 동티모르 관리들을 도청했다는 사실을 폭로한 ‘증인 K’와 그의 변호사 버나드 콜러리에게는 최근 징역형이 선고됐다. 호주 세무국의 권력 남용을 고발한 내부자 리처드 보일은 최고 161년의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이번 ‘검은 칠 운동’은 언론인에 대한 정부의 영장 청구에 항의하고 자신의 소명을 다한 언론인에 대한 면책, 공공부문 내부고발자 보호 법제화, 정보의 자유와 명예훼손 관련법 재정비 등을 요구하고 있다. 가디언 호주는 자사 역시 이 운동에 동참했다고 밝혔다. 호주 의회는 최근 20년간 비밀 유지와 정보 활동에 관한 법률 60개 이상을 통과시켰다. 현재 검토하고 있는 내부고발자법은 지난 2년 동안 22건이나 통과됐다. 새라 한슨 영 녹색당 상원의원은 “사실 권력자들은 자신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국민이 알기를 원하지 않는다”면서 “자기 이익을 위해 투명성과 책임성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호주 언론이 한마음으로 1면에 검은 칠까지 하게 된 데는 이번에 방아쇠가 된 사건 이전부터 지속된 정부와 당국의 모질고 긴 알권리 탄압이 있었다. 연방보건부는 지난해 ABC 취재보도 프로그램 ‘포 코너스’ 측이 요청한 노인 요양원 학대 신고 관련 정보공개를 거절했다.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는 4억 1500만 호주달러(약 3350억원) 규모의 임야를 캐나다 펀드에 매각한 데 대한 정보공개 요청을 거부했으며, 2년여 다툼 끝에 정보공개위원회에 회부됐다. 결국 공개한 자료 역시 삭제한 부분이 많아 기사화가 불가능할 정도였다. 태즈매니아자유당은 노동당이 도박 반대 구호로 선거운동을 하는 동안 도박계로부터 50만 달러를 기부금으로 받았지만 투표 마감 뒤 11개월이 지나서야 기부 출처가 공개됐으며 자유당은 선거에서 승리했다. 호주 의회는 의원식당의 메뉴판 사본 공개 요청마저 거절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여기는 호주] 월요일 아침 일간신문 1면 ‘검은색 도배’ 된 이유?

    [여기는 호주] 월요일 아침 일간신문 1면 ‘검은색 도배’ 된 이유?

    지난 21일(현지시간) 월요일 아침 호주에서 발행되는 대표 일간 신문의 1면 기사가 검은색으로 도배된 채 발행되는 이변이 일어났다. 호주 전국지인 ‘디 오스트레일리안', '더 데일리 텔레그래프', 시드니 대표 일간신문 '시드니 모닝 헤럴드', 멜버른 중심의 '헤럴드 선', 주도 캔버라에서 발행되는 '캔버라 타임스', 경제 전문지 '파이낸셜 리뷰'등 호주 전국에서 발행되는 일간지 모두에서 이러한 이변이 일어나 아침 신문을 받아 든 시민들을 어리둥절 하게 만들었다. 신문 1면에는 ‘공개 되지 않은 비밀'(Secret, Not for Release)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검은색 바탕에 붉은색 스탬프가 찍혀있고, 검은색으로 도배된 신문 기사 밑에는 “정부가 당신으로부터 진실을 숨길 때, 정부는 무엇을 은폐하려 하는 것일까?”란 문구가 적혀있다.이는 ‘호주 알권리'(Australia‘s Right to Know·RTK) 협회가 언론의 자유와 정부의 진실 은폐에 경종을 울리기 위하여 진행한 운동으로 밝혀졌다. 호주 알권리 협회는 2007년 호주 대표 언론 12개가 모여 결성된 그룹으로 정부의 진실 은폐 방지와 언론의 자유를 위한 활동을 한다. 이들은 호주 정부가 지난 20년 동안 수많은 법률을 제정하여 정부 및 정부 기관들을 보호하고 언론 활동을 방해한다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호주 정부가 민간인 사찰을 계획하고 있다는 기사를 쓴 기자와 아프가니스탄에서 호주 특수 부대가 저지른 전쟁 범죄 의혹을 폭로한 ABC기자의 가택을 수사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정부의 언론 탄압이 큰 이슈가 되기도 했다. ABC 방송국 데이비드 앤더슨 사장은 “호주는 세계에서 가장 비밀스러운 민주주의 국가가 될지도 모른다”며 “정부에 의해 진실을 은폐하려는 법들이 생겨나면서 국민들의 알 권리가 침해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호주인 87%가 자유 민주주의의 사상을 중시했으나 언론에서 자유 민주주의가 실현되고 있다고 믿는 사람은 37%에 불과하다고 하여 호주 일반 시민들도 정부의 언론 탄압의 심각성을 인지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경태 시드니(호주)통신원 tvbodaga@gmail.com
  • 이인영 “한국당, 20년 넘게 공수처 주장…엉터리 선동 멈춰라”

    이인영 “한국당, 20년 넘게 공수처 주장…엉터리 선동 멈춰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자유한국당은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에 대한 엉터리 선동을 멈추고 진전된 제안을 갖고 오기를 희망한다”며 “합의를 통해서 검찰개혁을 달성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원내대표는 ‘좌파 정권의 정권연장용’이라는 한국당 주장에 대해 “20년 넘게 한국당 주요 인사들이 공수처 설치를 주장했다”며 “게다가 우리가 야당 시절 주장했던 공수처가 어떻게 정권 연장용이란 말이냐”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공수처는 가장 중립적이고 독립적으로 설계됐다”며 “정권의 장기집권용 운운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일로, 검찰개혁을 온몸으로 저항하는 한국당의 기백만을 표현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당 주장대로) 야당 탄압용 게슈타포는 더더욱 아니며, 공포수사청이 아니다”며 “검찰은 잘못하면 0.1%만 기소되고, 일반 국민은 40%가 기소된다. 잘못하면 국민이든 검찰이든 똑같이 처벌받는 말 그대로 공정수사청일 뿐”이라고 언급했다. 이 원내대표는 또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 회의에서 우리나라에 준 고언을 국회는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특히 회의 보고서에서 우리나라가 여러 차례 등장했는데 충분한 재정정책 여력이 있으니 활용해야 하고, 완화된 통화정책이 내수진작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국회는 국정감사가 끝나면 마땅히 국회가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며 “데이터 경제 3법, 소재·부품·장비 특별법 등 규제 개혁법안을 신속히 처리해야 한다. 내년 예산안도 적기에 통과 시켜 경제 활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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