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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광장] ‘백치 아다다’ 테스트를 권장함/황수정 논설위원

    [서울광장] ‘백치 아다다’ 테스트를 권장함/황수정 논설위원

    그사이 세 번째 봄이 와 있다. 다시 찾은 단원고 앞길은 무슨 일이 있었더냐며 시침을 떼고 있다. 그해 4월 노란 추모 리본에 노랗게 질려 있던 벚나무는 이제 가뿐해졌다. 볕이 쏟아지는 대로 꽃을 바가지로 터뜨리고 있다. 녀석들이 오가며 군침 흘렸을 허름한 짜장면집도 그대로다. 모두가 제자리다. 샛골목의 세탁소만 없어졌다. 팽목항의 현탁이를 찾느라 굳게 잠근 가게 유리문이 추모 쪽지로 도배됐던 현탁이네 세탁소다. 세월호는 뭍으로 올라와 봄볕을 쬐고 있다. 검은 바닷속 배가 떠오르기까지의 시간은 1089일. 죽어도 낫지 않을 것 같던 상처에 딱지가 앉아 새살이 돋은 시간이기도 하다. 현탁이가 없는 현탁이네 세탁소만 없어졌고 모두 그대로인 것처럼. 어수선한 봄이다. 대선이 코앞에 닥친 정가는 표에만 정신이 팔려 있다. 천신만고 끝에 세월호는 올라왔지만 정치권의 관심 바깥에 밀려나 있다. 아이러니다. 유례없는 조기 대선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한 결과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그 단초는 세월호 참사에서 발아했다. 엉터리 대처를 사과할 마음도 수습할 생각도 없던 대통령의 태도에 사람들은 “이럴 수가” 했었다. 이후 3년을 “저럴 수가”를 탄식하며 불통(不通)의 체증에 고달팠다. 대통령과 국민 불화의 일관된 사유는 소통 불능. 타인의 아픔을 공감하지 못하는 대통령을 볼 때마다 맥없는 의문을 품고 또 품었다. 인간의 근원적 슬픔을 공감하는 데도 능력이란 것이 따로 필요한가. 벼락치기로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이 시간에 이상징후를 본다. 전열을 가다듬은 대선 주자들에게 입으로는 정책 비전을 보여 달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눈으로는 정작 엉뚱한 쪽을 더듬는다. 맨 먼저 확인하고 싶은 것은 실은 따로 있다. 어떤 위기 순간에도 소통의 숨통이 막히지 않을지 근원적 능력의 여부다. 곤경에 처했다고 먼산바라기로 딴청 하지 않을 ‘그릇’의 여부다. 자라 보고 놀랐으니 솥뚜껑도 피하고 싶은, 이것은 집단 무의식이다. 끝장 토론이 대선 이슈다. 후보의 정치철학 밑천과 위기 대처 순발력을 압축해 확인하고 싶기 때문이다. 양강 대세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TV 토론을 놓고 계속 뒷말을 만든다. 언변이 달리는 문 후보는 꽁무니를 빼고, 썩 언변이 좋지도 않은 안 후보가 그런 문 후보를 점점 얕잡아 보고는 한 판 붙자고 을러 댄다. 딱한 그림이다. 그 많은 문 후보의 참모들이 민심 깊숙한 갈증이 정말 뭔지 모를까. 모른다면 무능이고, 알고도 저런다면 국민 기만이다. 우리가 찾는 대통령은 청산유수 달변가가 아니다. 완곡어법으로 설득할 줄 알고, 방금 외운 듯한 문어체보다는 구어체를 잘 구사할 수 있으며, 불리하다고 판을 깨지 않고, 진심 사용법과 용처를 진심으로 알아 공감할 줄 아는 사람이다. 어눌함은 문제 되지 않는다. 문 후보의 말실수들이 지탄보다는 동정표를 받았던 데서 그것은 분명해진다. “전두환 장군 표창장”, “3D(삼디) 프린터”로 말꼬리 잡혔지만, 말꼬리 잡았던 쪽으로 빈축은 쏠렸다. ‘백치 아다다’가 아님을 누구든 증명해야 힘을 받을 수 있는 시간이다. 5급 공무원 시험에도 공직적격성 평가라는 게 있다. 그런 기초자격 검증을 대통령 후보가 어물쩍 넘기는 건 말이 안 된다. 철학 빈곤의 백치 아다다 식별법은 지금 우리가 속속들이 꿰뚫고 있다. 세월호가 목포의 눈물이 돼 있다. 애도의 유효기간은 없는데 인터넷 공간에서는 “이제 그만하자”는 ‘샤이(Shy) 세월호’가 많아졌다. 배가 3년이나 잠긴 사이에 공감에는 금이 갔다. 동정 없는 정치, 인간에 대한 예의가 모자란 정치에 얼마나 황폐해질 수 있는지 직감한다. 감동은 아주 작은 틈새로 온다. 공감 능력이 보인다면, 걷잡을 수도 없이. 영석이가 밥상을 삼킬 듯 밥을 먹던 사진, 한 번도 못 입혀 본 양복을 사서 찍은 사진이 엄마의 엽서에 담긴 전시장(안산 경기도미술관, ‘너희를 담은 시간’전)에는 문 닫기 직전에도 발을 동동 구르며 달려오는 사람들이 아직 많다. 그 작고 외진 자리에 소문 없이 들렀다 갈 줄 아는 대선 후보라면. 상상이 지나쳤을까. sjh@seoul.co.kr
  • 한국 여자축구 인도에 10골 몰아쳤다

    한국 여자축구 인도에 10골 몰아쳤다

    강유미, 전반 11분 첫골로 시작 이금민 헤트트릭… 지소연 2골 남북한은 같은 한반도에 있지만 시차가 난다. 북측이 30분 느리다. 평양 현지시간으로 2017년 4월 5일 오후 5시 53분. 김일성경기장의 장내 아나운서가 차분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관람자 여러분, 인디아 팀과 대한민국 팀 선수들이 입장하겠습니다.” 태극기가 인도 국기, 아시아축구연맹(AFC)기와 나란히 트랙을 빠져나가 그라운드에 세워졌다. “대한민국 국가를 연주하겠습니다.” 이날 평양엔 아침부터 줄기차게 비가 내렸다. 비를 맞지 않는 관중석 상단의 5000여명이 남측 축구팀이 사상 처음으로 평양에서 벌이는 AFC 주관대회에서 경기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인도 국가가 울릴 때 기립한 사람들은 남측 국가가 연주될 때도 별다른 동요를 보이지 않았다. 지난달 한·중전 때 터져나온 야유 같은 것도 없었다. 조용히 그라운드를 지켜보며 예의를 다했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남측 여자대표팀이 첫 경기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여자대표팀은 이날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2018년 요르단여자아시안컵 예선 B조 1차전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6위 인도를 10-0으로 이겼다. 강유미가 전반 11분 인도의 밀집수비를 뚫고 첫 골을 터트린 뒤 전반에만 5-0으로 훌쩍 앞서 나갔다. 이금민은 헤트트릭을 기록했다. 지소연은 두 골을 넣었다. 이민아, 이은미, 강유미, 유영아, 이소담도 골고루 한 골씩 넣었다. 킥오프 뒤 고요함 속에 경기를 관전하던 북측 관중은 숨겨놨던 ‘본심’을 서서히 드러냈다. 남측 축구대표팀이 평양에서 경기하는 게 생소하기도 했고 또 남북이 한 장뿐인 여자아시안컵 본선 티켓을 놓고 경쟁한다는 점도 염두에 두고 있는 듯했다. 아무래도 약팀 인도를 응원했다. 남측 여자선수들이 상대 골망을 흔들 때마다 “아…” 하는 탄식이 관중석에서 흘러나왔지만 야유나 비난은 없었다. 전반전이 끝나며 승부가 사실상 결정된 뒤 많은 인파가 빠져나갔다. 그래도 2500명가량이 끝까지 ‘남조선’에서 온 축구팀 경기를 지켜봤다. 장내 아나운서는 “대한민국의 7번 리민아 선수가 득점했습니다”와 같은 방식으로 두음법칙을 적용하지 않았다. 경기장 내에선 금연이 철저하게 지켜졌다. 남북은 7일 오후 3시 30분, 내년 여자아시안컵 본선은 물론 사실상 2019년 프랑스여자월드컵 본선 티켓까지 걸린 일전을 김일성경기장에서 벌인다. 평양 공동취재단
  • “북한 여자축구, 홈 탓인지 더 긴장하더라”

    “북한 여자축구, 홈 탓인지 더 긴장하더라”

    홈 관중 일방적 응원이 오히려 독?… 젊은 선수 꾸린 북한에겐 숙제북한 여자축구대표팀이 2018년 요르단 여자아시안컵 예선 B조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지만 홈 관중의 열렬한 응원에 대한 부담감을 떨쳐내야 한다는 숙제도 남겼다. 북한은 지난 3일 인도와의 B조 예선 첫 경기에서 8-0으로 이겼다. 남·북은 B조 1위 다툼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데 7일 열릴 남.북전에서 승부를 가리지 못할 경우 골득실에 따라 순위가 갈릴 수 있어 두 팀 모두 다득점이 필요한 상황이다.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지만, 북한은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북한이 인도를 상대로 챙긴 골은 8개. 인도는 B조 최약체로 분류돼 북한과 실력을 겨룰 수준이 되지 못한다. 공격 전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정도의 수준으로 전해져 북한은 10골 이상의 대량 득점이 예상됐다. 하지만 북한은 잦은 패스 실수를 연출했고, 충분한 득점을 챙기지 못했다. 김광민 북한대표팀 감독 역시 경기 중 벤치에서 일어나 선수들에게 크게 소리치며 지시하는 등 답답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선발대로 지난 1일 평양에 도착해 이날 경기를 지켜본 대한축구협회 김보찬 비디오 분석관은 “북한 축구가 평양에서 국제대회를 처음으로 치르는 만큼 홈 응원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전에 보여줬던 짜임새있는 모습과 달리 실수가 많았다. 축구 경기에 익숙하지 않은 평양 관중들의 열띤 응원이 원인일 수도 있다”고 전했다.북한은 국제무대에서는 강력한 체력을 바탕으로 무서운 공격력을 보여줬지만, 관중석을 자국 팬들이 메운 환경에서 경기를 치른 경험은 부족하다. 일방적인 응원이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인도전에선 1만 5000여명이 김일성경기장을 찾았다. 협회 관계자는 “김일성경기장은 소리가 울리는 구조여서 응원이나 탄식 등 관중들의 반응이 매우 크게 들린다”며 “인도와의 경기에선 남·북전에서 예상되는 꽹과리 연주, 대규모 합창 등 단체 응원도 볼 수 없었지만, 골을 넣거나 실수가 나올 때 보인 관중들의 반응이 크고 선명하게 들려 플러스가 될 지 마이너스가 될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북한 대표팀의 구성원이 대부분 경험이 적은 나이 어린 선수로 바뀐 것도 이유 중의 하나다. 홈 관중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부담으로 느끼지 않기에는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북한 대표팀은 지난해 20세 이하(U-20) 월드컵 우승 멤버들을 대거 영입해 선수의 70%를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대표팀은 베테랑으로 공수의 중심을 잡고 측면에 어린 선수들을 배치해 이번 예선을 치를 전망이다. 남북 대결 당일에는 5만 명을 수용하는 김일성경기장이 모두 찰 것으로 예상된다. 평양 공동취재단
  • “폭탄 맞은 듯 찢기고 부서졌다” 세월호 객실 본 유가족 쓰러져

    “폭탄 맞은 듯 찢기고 부서졌다” 세월호 객실 본 유가족 쓰러져

    “찢기고 녹슬고 부서진 선체 폭탄 맞은 것 같아 볼 수가 없었어요.”세월호 유가족들이 2일 배를 타고 나가 그동안 직접 보지 못한 전남 목포 신항에 접안한 세월호 선체의 선상 부분을 직접 확인했다. 유가족들은 그동안 육지에서 세월호를 실은 반잠수식 선박이 배 밑바닥이 보이도록 접안한 탓에 객실과 조타실이 있는 선상 부분을 간접적인 사진과 영상으로만 접했다. 유가족과 가족 기록단은 해양수산부의 협조로 13명씩 5개 조로 나눠 항구에서 배편으로 약 15분 거리에 있는 목포 신항으로 향해했다.“쓰러지지 말고 서로 보듬고 버티자”라고 서로 격려하며 구명동의를 입고 배에 오른 가족들은 세월호 선체가 보이면서 점차 굳은 표정으로 창밖을 응시했다. 유가족을 태운 배가 세월호 선체에 50m가량 접근하자, 가족들 입에서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가족들은 “선상이 폭탄 맞은 것 같이 찢기고 부서졌다”며 오열하고, 가족 일부는 쓰러졌다. 일부 유가족은 차마 처참한 세월호 선상 모습을 보지 못하고 얼굴을 돌리고 눈을 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20분 동안 참관할 예정이었으나, 가족들이 고통스러워 하면서 10분 만에 다시 출발지로 뱃머리를 돌렸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또다시 주저앉은 엄마 “매일 선체 보며 기다리는 것도 고통”

    또다시 주저앉은 엄마 “매일 선체 보며 기다리는 것도 고통”

    새벽부터 위패 들고 마지막 항해 뒤따라… 해수부, 보안시설 이유로 항만 참관 제지 “세월호 선체가 들어오는데 역한 냄새가 진동하더라고요. 무슨 냄새인가 기억을 더듬어 보니 참사 2개월 후 선체에서 발견했다는 내 아들 영만이 캐리어에서 나던 뻘 냄새였습니다. 그걸 붙잡고 주저앉아 울었던 그때가 떠올라 가슴이 미어졌습니다.”세월호 희생자 이영만(단원고)군의 어머니 이미경씨는 31일 낮 12시 30분쯤, 반잠수선 ‘화이트말린호’에 실려 전남 목포신항 부두로 다가오는 세월호 선체를 바라보며 말 없이 눈물을 흘리다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참사 후 1080일 만의 귀환이었다. 유가족들의 오열과 통곡은 오후 1시 30분쯤 반잠수선이 무사히 접안을 마친 이후에도 계속됐다. 울며 악을 쓰다 지친 일부는 실신해 응급조치를 받기도 했다. “녹이 많이 슬고 구멍도 이곳저곳 나 있어 너무 처참하지만, 상상하던 것보다 세월호 선체가 거대하고 위압적입니다. 이런 큰 배에 갇혔던 아이들이 얼마나 큰 고통에 시달렸는지 온몸으로 느껴집니다.” 3년간 묻혀 있던 세월호 선체가 진도 동거차도 앞바다에서 벗어나 목포신항으로 향하던 이날, 출발 2시간 전인 오전 5시 10분 미수습자 조은화(단원고)양의 어머니 이금희씨, 허다윤(단원고)양의 어머니 박은미씨, 양승진(단원고 교사)씨의 부인 유백형씨, 희생자 제세호(단원고)군의 아버지의 제삼열씨는 세월호의 마지막 항해를 뒤따르기 위해 진도 서망항에 도착했다. 이들은 한잠도 이루지 못한 듯 초췌한 얼굴로 미수습자 9명의 위패를 들고 어업지도선에 올랐다. 이금희씨는 “우리는 아직 2014년 4월 16일에 살고 있다”며 “아직 그 자리에 9명의 가족이 남아 있으니 찾으러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이 배로 세월호를 뒤따르는 동안 다른 미수습자 가족들은 팽목항에서 짐을 정리해 육로를 통해 목포신항으로 이동했다. 허다윤양의 아버지 허흥환씨는 “장소만 옮길 뿐 기다림은 계속된다는 생각에 담담하면서도 엄혹하다는 느낌이 든다”며 “선체 가까운 곳으로 가 아이를 찾아야 하지만, 선체를 매일 직접 보면서 기다릴 것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저희를 가족처럼 보듬어 준 진도군과 주민들, 국민들께 감사드린다”고 인사를 남겼다. 아침 일찍 목포신항에 모인 유가족 60여명은 텐트를 치고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 앉았다. 해양수산부는 항만이 보안시설이라는 이유로 유가족들의 참관을 제지했다. 낮 12시 35분쯤 세월호 선체가 예정보다 일찍 목포신항에 모습을 드러내자 유가족들은 철제 펜스를 붙잡고 참관을 허용해 달라며 거세게 항의했고 그제야 유가족들은 부두에서 선체를 맞이할 수 있었다. 몇몇은 “도대체 왜 죽어야 한 거냐”며 진실을 알고 싶다고 외치며 오열했다. 시민들도 항만을 찾았다. 세월호가 부두로 진입하자 시민들은 낮은 탄식을 냈다. 20대 두 딸과 함께 검은 상복을 입고 나온 주부 이영화(51)씨는 “유가족과 조금이라도 아픔을 함께 나누고자 발길을 했다”면서” “같은 또래 아이들의 엄마로 유가족을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미어지는데 이번에는 미수습자 모두를 찾았으면 좋겠다”며 눈물을 훔쳤다. 진도·목포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밤샘 대기 靑 참모들 “너무 참담하고 비통”

    밤샘 대기 靑 참모들 “너무 참담하고 비통”

    뇌물수수 등 혐의를 받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31일 결국 구속되자 청와대는 비통함과 절망감에 휩싸였다. 향후 법원에서 유무죄를 잘 가려 줄 것이란 기대감도 일부 남아 있지만 재임 기간 중 박 전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더 큰 분위기다.청와대 참모진은 전날 박 전 대통령이 서울중앙지법에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한 이후 늦게까지 청와대에 남아 법원의 판단을 기다린 것으로 전해졌다. 영장 발부 전까지도 참모들 사이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불구속 수사를 받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주거지가 일정하고 파면 이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을 벗어나지 않아 구속의 필요성이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에서였다. 그러나 결국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하자 참모들 사이에서는 장탄식이 터져 나왔다고 한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불구속 수사 원칙이 지켜지길 바랐는데, 너무 참담하고 비통하다”고 말했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검찰과 법원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다. 재판으로 진실을 가리면 되는데 굳이 전직 대통령에게 수의를 입혀야 하느냐는 주장이다. 또 검찰과 법원이 여론에 떠밀려 박 전 대통령의 구속을 결정한 것 아니냐는 인식도 일부 감지됐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검찰과 법원 모두 법리대로 본질에 충실하게 이번 사안을 다뤘다고 보기 어려운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참모들 사이에서는 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처음 불거진 이후 대응을 다르게 했더라면 현실이 조금은 달랐을 것이란 안타까움도 존재한다. 박 전 대통령이 진솔하게 국민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적극적인 소통을 했더라면 구속까지는 피할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반성 섞인 관측이다. 참모들은 이날 오전 한광옥 비서실장 주재로 수석비서관회의를 열고 상황을 공유했으나 별도의 공식 입장은 내지 않았다. 한편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이날 새벽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곧바로 이 사실을 보고받았으나 별다른 언급은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박근혜 구속] 대통령 변호인단 “헌재 변론 참석했더라면…”

    [박근혜 구속] 대통령 변호인단 “헌재 변론 참석했더라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30일 구속영장 실질심사 후 변호인단 사이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최종변론에 참석했다면 어떤 결과가 어떻게 나왔을지 모른다는 탄식이 터져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31일 친박 인사들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전날 8시간 40분에 걸친 영장실질심사에서 자신의 혐의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한 친박 인사는 실질심사에 참석한 한 변호인은 실질심사 뒤 주변 인사들에게 “박 전 대통령이 최후진술을 매우 호소력 있게 잘했다”며 “헌재의 최종변론에도 직접 참석했더라면 결과가 어떻게 됐을지 몰랐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쏟아냈다고 전했다. 헌재는 박 전 대통령 탄핵을 결정하기 전인 지난달 28일 최종 변론기일을 잡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직접 대심판정에 나오는 대신 대리인단을 통해 최후진술을 하도록 했다. 친박 인사들은 박 전 대통령이 본인의 구속까지는 예상치 못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이 삼성동 자택에서 그를 만났던 한 친박 인사는 “박 전 대통령이 더러운 돈을 받으려고 가족관계까지 끊고 대통령을 한 줄 아느냐”고 뇌물 혐의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박 전 대통령이 파면은 물론 구속까지 될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을 것”이라며 “매우 충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주변 인사들은 박 전 대통령이 사저로 복귀한 뒤 사실상 유폐와 다름없는 생활을 해왔다고 밝혔다. 자택 주변 건물의 옥상 곳곳에 언론사 카메라가 배치돼 창밖을 내다볼 수도 없고, 창문에 커튼까지 치는 바람에 외부와 차단된 채 집 안에서만 생활해왔다는 설명이다. 한 친박 인사는 “사저라고는 하지만 내부에 들어가면 공간이 협소하다”며 “사저 복귀 초기에는 보일러도 제대로 가동이 안 돼 첫날 밤은 냄새도 나고 추워서 라디에이터를 켜고 잠을 잤다고 한다. 그동안 식사도 제대로 못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은 내달 중순쯤으로 예상되는 검찰의 기소가 이뤄지면 한국당 당원권도 잃게 된다. 자유한국당 당헌·당규에는 당원이 비리 혐의로 기소되면 무죄가 확정될 때까지 당원권을 정지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北, 6·7·8차 다중 핵실험 가능성… 김정은 명령만 남아”

    “北, 6·7·8차 다중 핵실험 가능성… 김정은 명령만 남아”

    핵실험 안 했던 ‘3번 갱도’까지 트럭·카트 활발한 움직임 포착 “모든 준비 끝내 수시간 내 가능”한·미 정보 당국은 북한이 지난해 9월 5차 핵실험 이후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6차 핵실험 준비를 꾸준히 해 온 것으로 판단해 왔다. 군 당국은 “사실상 김정은의 명령만 떨어지면 언제든 핵실험을 할 수 있는 상태”라며 김정은이 결심만 하면 수시간 내 핵실험이 가능하다는 추정을 내놓기도 했다. 모든 준비가 끝났다는 것이다. 추가 핵실험 도발이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이제 관심은 북한이 어떤 종류의 핵실험을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 것인지에 모인다. 한 정보 소식통은 29일 “현재 풍계리의 동향은 과거 핵실험 준비과정의 막바지 패턴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갱도 정리, 핵무기와 각종 계측장비 반입, 지상통제소와의 연결케이블 설치, 갱도 입구 봉쇄 등의 수순에서 사실상 마지막 단계만 남았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미국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의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가 공개한 지난 25일(현지시간) 풍계리 핵실험장 주변 위성사진에는 과거 4차례 핵실험이 실시된 2번 갱도(북쪽 갱도) 입구에서 3~4대의 대형 차량이 포착됐다. 38노스 측은 2대의 트레일러에서 남쪽 지휘통제소 쪽으로 통신케이블이 이어져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전날 위성사진에는 2번 갱도뿐 아니라 3번 갱도(서쪽 갱도) 입구에서도 2대의 트럭과 굴착한 돌무더기를 옮기는 여러 대의 카트가 포착됐다. 3번 갱도는 한번도 핵실험에 이용되지 않았던 곳이다. 일각에서는 두 갱도 주변의 움직임이 활발한 점을 들어 북한이 이번에 파키스탄식 다중 핵실험을 실시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파키스탄은 1998년 5월 28일 3번, 5월 30일 3번 등 총 6차례의 핵실험을 실시해 다량의 데이터를 한꺼번에 얻은 뒤 핵보유를 선언했다. 핵무기 원천기술을 파키스탄에서 수입한 북한은 수평 지하갱도를 이용한 핵실험 등 핵무기 확보 과정의 상당 부분을 파키스탄과 유사하게 진행해 왔다. 북한도 추가 핵실험이 필요없을 정도로 핵무기의 신뢰성을 확보하려고 다중 핵실험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핵실험 종류와 관련해서는 우리 군 당국은 고농축우라늄(HEU)탄이나 증폭핵분열탄 실험 가능성에 주목한다. 핵실험장이 있는 만탑산(2012m)은 지하가 화강암으로 꽉 채워져 있어 최대 282㏏의 폭발력을 견딜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 핵실험의 위력이 과거 핵실험의 최대 15배가 넘을 수 있다는 추정도 내놓고 있다. 박홍환 전문기자 stinger@seoul.co.kr
  • “세월호 유해 발견”… 9시간 지나 ‘동물뼈’로

    “세월호 유해 발견”… 9시간 지나 ‘동물뼈’로

    정부 기관 간 공조 체계 엇박자세월호 참사 희생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골 몇 점이 인양작업 현장에서 발견됐으나 동물의 뼛조각으로 확인됐다. 시신 발견 소식을 기다리던 유가족들은 장탄식을 했다. 해양수산부는 28일 세월호가 실린 반잠수식 선박(화이트말린호) 갑판 위에서 발견된 유골 7점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검증 결과 모두 동물의 뼈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국과수 측은 “유골의 외관상 돼지 뼈일 가능성이 있으며 유골을 수습해 본원으로 옮겨 정확한 감식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해수부는 이날 오전 11시 25분쯤 세월호 선수 좌현 근처의 반잠수식 선반 갑판 위에서 4~18㎝ 크기의 유골 7조각과 신발 등 유류품 일부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공식 발표보다 한 시간쯤 전인 오후 3시 45분 윤학배 해수부 차관이 전남 진도 팽목항의 미수습자 가족들을 찾아 정확한 발견 상황과 향후 작업 추진 방향을 설명했다. 이에 대해 시신 미수습자 가족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미수습자의 유해가 맞다면 세월호에 설치했다던 시신 등 유실 방지막이 무용지물일 가능성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발견된 유골이 동물 뼈로 확인되면서 미수습자 유해의 유실에 대한 걱정은 덜게 됐지만, 발견 이후 8시간 가까이 지난 오후 7시쯤에서야 국과수 관계자들과 미수습자 가족 6명이 현장을 확인하는 문제가 드러났다. 현장 관계자들은 “해수부와 해경, 국과수 등 관련 기관 간 공조체계가 제대로 돼 있었다면 일찌감치 신속하게 확인할 수 있었던 일에 무려 9시간이 걸린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지지자 등 7000명 몰려 유세장 방불… 文 부인 일일이 인사 ‘1등 내조’

    27일 더불어민주당의 첫 권역별(호남) 경선이 열린 광주여대 유니버시아드체육관 일대는 오전부터 각 후보 지지자들이 모여들면서 북적거렸다. 대회장 주변 도로는 몰려드는 차량으로 일찌감치 몸살을 앓았다. 이날 행사는 광주·전남북 지역 민주당 대의원 1900여명이 현장투표하는 자리였지만 지지자 등 7000여명이 몰려들어 대선 후보 합동유세장을 방불케 했다. ●文 ‘파랑’ vs 安 ‘노랑’ vs 李 ‘주황’ 문재인 전 대표의 지지자들은 체육관 중앙의 가장 많은 좌석을 점한 채 파란색 막대풍선을 두들기며 기세를 올렸다. 개나리색 스카프와 막대풍선, 대형 깃발을 들고 나온 안희정 충남지사 측과 주황색 셔츠와 ‘진짜 교체’란 손팻말을 들고 나온 이재명 성남시장 측 지지자들도 숫자는 다소 적은 듯했지만 기세만큼은 밀리지 않았다. 후보의 배우자들도 눈길을 끌었다. 문 전 대표의 부인 김정숙씨는 행사에 앞서 단상 앞에 마련된 기자석을 돌며 일일이 인사를 했다. 기호 3번 어깨띠를 두른 김씨는 문 전 대표의 연설 내내 양손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때론 오른쪽 주먹을 불끈 쥐며 적극 호응했다. 이 시장의 부인 김혜경씨는 남편의 연설이 절정에 이른 순간 오른손으로 촉촉해진 눈가를 닦아 냈다. ●개표 결과 발표되자 환호·탄식 엇갈려 오후 6시 50분쯤 개표 결과가 발표되자 체육관에선 일순간 환호와 탄식이 엇갈렸다. 문 전 대표가 과반을 넘는 60.2%의 지지율로 1위에 오르자 지지자들은 기쁨의 환호성을 터트렸다. 그러나 2위와 3위를 기록한 안 지사와 이 시장의 지지자들은 20.0%와 19.4%라는 지지율로 문 전 대표의 과반 저지에 실패하자 실망 섞인 탄식을 내뱉었다. 특히 이 시장 측 일부 지지자 사이에선 이 시장의 순회투표 결과가 6.9%(96표)에 불과하자 “부정선거”라는 항의의 목소리도 불거졌다. 안 지사 측 일부 지지자도 홍재형 당 선거관리위원장이 안 지사의 이름을 여러 차례 ‘안정희’로 잘못 부르자 항의를 하기도 했다. 안 지사는 개표 결과 발표 후 지지자들과 만나 “오늘 출발한다. 원래 출발할 때 접어 주고 출발하는 것”이라며 “여러분 힘내자. ‘끝까지’ 하면 ‘간다’로 해 달라”면서 함께 구호를 외치는 의연함을 보였다. 이 시장도 “지금 이건 출발에 불과하고 진짜 본게임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며 지지자들과 각오를 다졌다. 광주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박근혜 구속영장 청구된 시각 사저 앞엔 ‘지지자 5명뿐’

    박근혜 구속영장 청구된 시각 사저 앞엔 ‘지지자 5명뿐’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발표날인 27일 오전 박 전 대통령의 강남구 삼성동 자택 앞은 적막만 흘렀다. 이날 오전 11시 30분쯤 사저 앞에 모여있는 지지자는 5명뿐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길바닥 위에 의자를 갖다놓고 앉아 태극기를 흔들고 있었다. 지지자들 보다 자택 근처를 지키고 있는 경찰 경력과 취재진이 더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남성 지지자는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된 소식을 듣자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고 탄식했다. 취재진이 지지자들에게 인터뷰를 요청하자 이들은 “어차피 우리가 말한 대로 쓰지 않는다” “인터뷰를 하지 말라”고 소리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전 7시 30분쯤 미용과 화장을 담당하는 정송주·매주 자매가 집에 들어가 오전 9시 10분쯤 나왔다. 30분 뒤에는 가사도우미가 들어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동욱의 파피루스] 학자와 정치

    [서동욱의 파피루스] 학자와 정치

    폴리페서의 계절이 돌아왔다. 교수들은 길게, 길게 줄을 선다. 폴리페서라는 말은 자유당 시절부터 자신의 학문을 걸레처럼 들고 부정한 권력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오물을 닦아 주며 권력에 정당성을 마련해 주기 위해 바빴던 자들, 권력자의 부정에 끼어들어 신세 망치는 자들을 떠올리게 한다. 또는 정치 현장의 경험을 통해 더욱 숙련되기보다는 더욱 텅 빈 머리가 된 채 학교로 돌아와 자기 자랑과 변명으로 수업을 채우며 학생들을 분통 터지게 만드는 자들을 떠올리게 한다.학자가 정치에 뛰어드는 것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학문이 널리 이로운 것이 돼야 한다면 학문은 공부벌레의 책 속에 자신의 무덤을 짓지 말고 세상으로 나와 만인의 고통에 답하며 빛나야 한다. 가령 인간의 가장 오래된 지적 활동 가운데 하나인 철학의 역사는 곧 정치에 대한 사색과 실천의 역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적으로 스피노자의 유명한 책 ‘신학정치론’과 ‘정치론’은 조국의 위협받는 공화정을 옹호하려는 매우 절박한 현실적 필요에 따라 쓰인 책이다. 또한 제자백가에서 실학에 이르는 동양의 사색은 순수 학문 같은 것은 결코 존재하지 않고 오로지 현실 정치를 위한 학문만이 있을 뿐이라고까지 말하는 듯하다. 그런데 정치에 뛰어드는 학자는 어떤 사람이어야 할까. 역사 속의 기념비들 가운데 플라톤의 삶이 하나의 답으로 눈에 들어온다. 플라톤은 자신의 사상을 전하기 위해 쓴 저작들에선 뼈와 살을 지닌 자기 모습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다. 그러나 플라톤의 또 다른 글들, 바로 편지들이 있다. 도스토옙스키의 인물들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같은 작품에서 아주 내밀한 영혼의 고백을 장대하게 토해 내는데, 플라톤의 편지 역시 이와 동일한 느낌을 주면서 ‘바로 그 사람 플라톤’의 영혼의 생김새를 전해 준다. 특히 일곱째 편지는 젊은 시절부터 정치에 환멸을 느껴 왔으면서도 정치에 개입할 수밖에 없는 한 정치철학자의 고뇌를 고스란히 담은 영혼의 자서전이라 할 만하다. 너무도 유명한 플라톤의 대표작 ‘국가’는 그의 정치 이론에 공감하는 사람만이 옹호할 수 있는 책일지도 모른다. 반면 일곱째 편지는 정치에 뛰어드는 자라면 자신의 이론이 무엇이든 간에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며, 그런 의미에서 정치판에 들어선 모든 이들의 필독서다. 플라톤은 정치가 또는 정치 조언자를 양성하기 위해 아카데미아를 설립하고 가르친 것만이 아니라, 전 생애에 걸쳐 시라쿠사의 왕궁으로 세 번이나 고된 여행을 하며, 시라쿠사의 현실 정치를 몸소 올바르게 꾸려 보고자 했다. 플라톤의 편지들은 많은 경우 바로 이 시라쿠사에서의 쓰디쓴 정치적 경험에 관한 것으로, 그의 패기만만한 이상주의란 실은 현실 정치의 폐수 위를 애처롭게 둥둥 떠다니던 한 병의 외로운 사이다에 불과했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는 군주에게 갖가지 방법으로 조언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플라톤을 시라쿠사로 초빙한, 군주의 현명한 친척은 살해당하며, 철학자는 정치가의 무지와 사악함과 탐욕이 어느 정도인지를 절실히 깨닫게 된다. 시라쿠사의 이 실패한 정객에게서 뭐 얻을 게 있겠냐고? 장기판의 궁처럼 제자들의 술자리 중앙에 앉아 “이거하고 저거, 알고 보면 내 업적이야” 하고 자랑을 늘어놓는 폴리페서의 위용을 염두에 둔다면, 플라톤이 현실 정치에서 쫓겨나듯 달아나며 던진 다음 말들은 너무 보잘것없어 보일지도 모른다. “(비극 시인들이 군주를 등장시켰을 때) 비참하구나, 친구들 없이, 나는 죽어 가노라라고 탄식하여 말하게 한다는 점을 일깨워 주고 싶습니다. 어느 시인도 참주를 황금이 부족해서 죽는 이로 묘사하지 않았습니다.”(첫째 편지, 강철웅, 김주일, 이정호 옮김) 또 말한다. “당신이 우리에게서 얼마나 빗나갔는지를 알아 두세요. 다른 사람에게는 더 잘 대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이 비판 속에서 군주는 순식간에 진리의 자리에서 내동댕이쳐진다. 정치철학자는 군주에 의해 쫓겨나 불우하게 되지만, 정치가는 정치철학자에 의해 진리로부터 쫓겨나 가장 비참한 이름으로 역사에 남는다. 학자는 날마다 정치가의 머리 손질을 해 주는 자가 아니다. 정치가가 장차 처하게 될 비참함에 두려움을 느끼도록 해 주는 자다.
  • 가족들 “그날도 물결 하나 없었는데…” “안전 인양이 중요”

    가족들 “그날도 물결 하나 없었는데…” “안전 인양이 중요”

    선미 좌현 램프 절단 성공 소식에 안도… “잠수사·현장 관계자 건강 최우선” 강조전날 인양 중단 가능성 브리핑땐 ‘공포’… 예상밖 유실 방지 위해 철저 수색 부탁 24일 오전 세월호 인양 성공의 큰 암초였던 선미 좌현 램프가 성공적으로 잘렸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 초소에서 인양 작업을 내려다보던 미수습자 가족과 유가족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이내 희생자 민정(단원고)양의 아버지 김병준씨는 “이제 한 고비 넘겼으니, 남은 인양 작업의 마무리가 중요하다”며 긴장을 놓지 않았다. 이들은 이곳에 움막을 짓고 1074일째 희생된 이들을 기리며 세월호를 지켜보고 있다.유가족들은 인양이 시작된 지난 22일부터 하루에도 몇 번씩 긴장과 안도를 반복하고 있다. 특히 23일 밤 10시 해양수산부의 긴급 브리핑은 긴장을 넘어 ‘공포’ 수준이었다. ‘선미 좌현 램프를 절단하기 위해 인양 작업이 늦어질 수 있고, 절단에 실패해 24일까지인 소조기를 넘길 경우 사실상 인양을 중단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 상황이었다. 이들은 탄식도 뱉지 못하고 TV만 뚫어져라 봤다. 종일 생각만큼 빠르게 세월호가 부양하지 못할 때마다 긴장감이 흘렀고, 장애 현상을 해결했다는 정부의 발표가 나올 때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터였다. 그래도 가장 큰 고비를 넘긴 24일 세월호 선체 인양 현장에서 1.6㎞ 떨어진 맹골수도 바다위에서 22일부터 사흘째 인양 작업을 지켜보고 있는 미수습자 가족들은 도리어 잠수사 등 현장 관계자들의 건강을 염려했다. 가족들은 이날 연 기자회견에서 “하루라도 빨리 가족을 찾고 싶은 마음은 여전하지만 무엇보다 ‘안전한 인양’이 가장 중요하다”며 “잠수사들과 현장 관계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혹시 모를 유실을 방지하기 위한 철저한 수색을 부탁했다. 세월호 인양의 초반 과정이 마무리되면서 동거차도에는 희생자 유가족과 자원봉사자들의 방문이 늘었다. 희생자 오경미(단원고)양의 어머니는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늘 애 아빠만 와서 현장은 처음”이라며 “이렇게 세월호가 가까이 보이는 줄 몰랐다. 저렇게 큰 배가 육지에서 지척인 곳에 침몰했다는 게 믿겨지지 않는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어느 때보다 잔잔한 맹골수도 바다를 바라보며 “참사 그날 봤던 바다도 오늘처럼 물결 하나 없었는데…”라며 말끝을 잇지 못했다. 전날 광주에서 온 자원봉사자 백순혁(37)씨는 “세월호 참사 당시에도 팽목항에서 봉사활동을 했는데 세월호 인양 소식을 듣고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다시 이곳(동거차도)까지 왔다”고 말했다.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과 유가족들은 인양 작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돼 선체가 목포신항으로 이동한 뒤에도 당분간 동거차도 초소를 유지할 계획이다. 선체가 떠난 뒤에 해수부가 가로 200m, 세로 160m, 높이 3m의 철제 펜스를 설치한 뒤 잠수사를 투입해 유실물 수색에 나서기로 했기 때문이다. 진도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진도공동취재단
  • [박 前대통령 소환조사] 文측 “진실 밝히고 용서 구해야” 洪 “검찰, 한 사람 눈치만 봐”

    [박 前대통령 소환조사] 文측 “진실 밝히고 용서 구해야” 洪 “검찰, 한 사람 눈치만 봐”

    21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검찰 출두에 대해 각 당과 대선주자들은 크고 작은 견해차를 보였다.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마지못해 출두하는 것이겠지만 지금까지와는 다른 자세로 검찰 조사에 성실하게 응해 역사의 법정에 서주길 바란다”고 밝혔고,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품격과 품위를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촉구했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 측 박광온 수석대변인은 “박 전 대통령은 더이상 국민을 실망시켜선 안 된다”면서 “모든 진실을 밝히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했다. 안희정 충남지사 측 강훈식 대변인도 “검찰은 법과 정의에 성역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법 앞에 만인은 평등한 것이어서 전직 대통령이라도 중대한 범죄행위에 대해 범죄를 부인하고 있기 때문에 구속수사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검찰은 국민과 법만 보고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면서 “박 전 대통령도 당당하게 책임지는 자세로 임해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국민에게 잘못을 반성하고 사과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일말의 기대로 박 전 대통령의 입을 쳐다봤던 국민들 입에서는 탄식이 터져 나온다”고 비판했다. 반면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헌정사상 네 번째로 또 한 분의 전직 대통령이 검찰에 출두하는 모습을 보며 모든 국민이 참담함과 안타까움을 느꼈을 것”이라고 했다.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착잡한 심경으로 지켜봤다”면서 “전 대통령으로서 역사와 국민 앞에 진실을 소상히 밝혀야 한다”고 했다. 한국당 친박근혜계 주자들은 일제히 박 전 대통령의 불구속 수사를 주장했다. 김진태 의원은 “당연히 그렇게(불구속) 가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했고, 이인제 전 최고위원도 “증거 인멸이나 도주할 우려도 없고 사실상 삼성동 자택에 연금된 상태”라며 불구속 수사가 맞다고 주장했다. 김관용 경북지사도 “진실규명은 재판에서 가려질 것이기에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불구속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유일한 비박 성향인 홍준표 경남지사는 “풀은 바람이 불면 눕는다. 그런데 요즘 검찰은 바람이 불기도 전에 미리 눕는다”면서 “지금 검찰이 눈치 보는 것은 딱 한 명일 것이고 그 사람이 구속하라면 구속하고 불구속하라면 불구속할 것”이라며 박 대통령이 아닌 검찰을 비판했다. 전날 ‘불구속 수사’를 처음 거론한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이날도 “국가의 품격을 위해 과거 전례에 비추어 불구속 수사하는 게 맞고, 재판 결과 유죄가 확정되면 구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남경필 경기지사는 “사법부의 결정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다른 입장을 보였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단독] “해고 칼바람…빚더미…눈물… 나는 조선업 근로자입니다”

    [단독] “해고 칼바람…빚더미…눈물… 나는 조선업 근로자입니다”

    ‘아버지의 술잔엔 눈물이 절반….’ 한때 대한민국의 자랑이었던 대우조선해양 직원 A씨의 삶은 회사와 함께 가라앉고 있다. 그는 지난해 가을 구조조정으로 퇴사했다. 올해 나이 마흔셋. 초등학교에 갓 들어간 두 어린 딸을 건사하느라 아내가 동네 식당에서 일한다.‘따뜻한 금융’이라고 그렇게 강조하더니 은행부터 등을 돌렸다. 그는 주택담보대출로 2억원을 빌려 경남 거제시에 3억원 상당의 30평 아파트를 장만했다. 무리해서 빚을 내다 보니 생활비가 쪼들려 신용대출도 3000만원이나 된다. 시쳇말로 ‘은행집에 세 들어 사는’ 신세다. 신용대출 기한이 끝나자 은행은 “재직 증명이 안 된다”며 원금을 전부 갚으라고 통보해 왔다. 겨우겨우 읍소해 원리금을 나눠 갚는 조건으로 기한을 연장했다. 그러다 보니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150여만원에 신용대출 상환액 130만원까지 한 달에 고정적으로 나가는 돈만 280만원이다.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밥알이 모래알 같다. 나고 자란 곳이 거제라 인근에 이력서를 돌려 보지만 조선업황이 전체적으로 안 좋아 다른 데도 사정이 열악하기는 마찬가지다. A씨는 “회사에서 시키는 대로 열심히 배 만든 죄밖에 없는데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모르겠다”고 울먹였다. 아직 ‘잘리지 않은’ 동료들도 만나면 똑같은 말을 한다. ‘낙하산’ 경영진이 분식회계를 했고 대주주인 산업은행도 ‘까막눈’이었다고 언론에서 비판하는데 A씨는 “솔직히 내가 뭘 잘못했나 싶다”고 억울해했다. 남아 있는 동료들도 “신규 수주가 급감해 잔업이 없다 보니 수당이 줄어 월급이 거의 반 토막 났다”고 긴 한숨이다. 협력업체인 페인트 회사에서 15년째 근무했던 B씨도 얼마 전 직장을 잃었다. 배를 새로 안 만드니 페인트칠할 일도 없어서다. B씨는 조선소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를 겨냥해 4억원짜리 작은 타운하우스를 대출 2억원을 끼고 사들였다. 그런데 일감이 끊기자 외국인들도 줄줄이 해고되면서 공실이 대거 발생했다. 견디지 못해 타운하우스를 급매로 내놨지만 지역 경기가 워낙 안 좋다 보니 보러 오는 사람도 없다. 서둘렀던 노후 대비가 B씨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택시운전을 하는 C씨는 3년 전 언론에 연일 보도된 경제부총리(최경환) 말을 믿고 고향인 거제 지역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대출받기 쉽게 해줄 테니 집을 사라길래” 3억 5000만원에 샀는데 지금은 4000만원이나 떨어졌다. 설상가상 C씨의 아파트 단지는 미분양됐다. 잔금대출 시점에 가격이 내려가자 주택담보인정비율(LTV) 한도도 쪼그라들었다. C씨가 자력으로 마련해야 할 돈이 수천만원이다. 그렇다고 계약을 물리자니 계약금 3500만원을 날리게 생겼다. C씨는 “조선소 일꾼들만 죽어라 죽어라 하는 게 아이고 지역 경제가 싸그리 박살났뿌따”고 탄식했다. 거제 사람들은 요즘 밤잠을 설친다. 대우조선을 ‘죽이네 살리네’ 시끄러워서다. 23일쯤 정부가 처리방향을 발표한다는데 ‘한진해운처럼 (청산)되면 어쩌나’ 불안감이 엄습해 온다. 지난해에만 대우조선뿐 아니라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에서 7000여명이 거리로 내몰렸다. 올해는 거의 두 배인 1만 3000명이 감원될 예정인데 ‘공적자금 추가 지원’ 얘기가 나오는 것으로 봐서는 규모가 더 늘어날 것 같다. “거제 바닥에선 개도 만원짜리를 물고 다닌다고 했는데…. 어쩌다가 세계 최고의 조선소가 이렇게 망가졌는지 지금도 잘 믿어지지 않습니다.” 애써 사투리를 억누르던 B씨는 끝내 “대체 누구의 잘못인교”하고 되물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서울광장] 참모의 시대/박건승 논설위원

    [서울광장] 참모의 시대/박건승 논설위원

    데이비드 액설로드를 빼놓고는 ‘대통령 오바마’를 설명할 수 없다. 그는 2008년 미국 대선에서 오바마에게 감동의 드라마를 선사한 주인공이다. 정치 컨설턴트 출신으로 오바마를 설득시킬 줄 아는 거의 유일한 사람이었다. 둘은 리더와 참모로서 역할과 기능만 다를 뿐 대등한 파트너 관계였다. 오바마에게 ‘노’(no)라고 과감히 말했고, 오바마는 그런 그를 믿었다. 그는 시중의 반(反)오바마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그 유명한 오바마 슬로건인 ‘그래, 우린 할 수 있어’(Yes, we can)는 액설로드 작품이다. 오바마가 민주당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에게 크게 뒤지자 네거티브 전술을 구사하라는 압력이 여기저기서 들어왔지만 포지티브 전술을 끝까지 밀어붙였던 것이다. 힐러리가 ‘국정 경험’을 강조하고 나서자 오바마에게 ‘변화’를 기치로 내세우도록 해서 판세를 뒤집은 것도 그였다. 뉴욕타임스는 그런 그를 ‘오바마의 인생 친구’라고 표현했다. 당 태종 이세민에게는 위징이란 직언가가 있었다. 마치 ‘반대를 간언하기 위해 존재’하는 듯했다. 위징은 최고 권력자인 태종에게 300여 차례나 ‘아니 되옵니다’를 외쳤다고 한다. 물론 확인할 길은 없다. 태종은 그런 간언을 수용해 바로잡을 줄 알았다. 태종이 위징에게 ‘군주가 어떻게 해야 명군(明君)이 되고, 어떻게 하면 혼군(昏君)이 되느냐’고 물었다. “두루 들으면 현명한 임금이 되고, 한쪽 말만 들으면 어리석은 군주가 되옵니다.” 명쾌한 답변이다. 군주민수(君舟民水)론도 자주 인용했다고 한다. 백성은 물, 임금은 배이니 강물의 힘으로 배를 뜨게도 하지만 배를 뒤집을 수도 있음을 이른다. 참모와 핵심 측근은 다르다. 참모는 정책 비전을 제시한다. 측근은 대통령을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하며 여론을 전달한다. 이승만 전 대통령 때 이기붕과 장택상,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이후락과 차지철은 핵심 측근에 가깝다고 봐야 할 것이다. 역대 대통령들의 명참모들에는 누가 있었을까. 경제 부문에 국한하자면 박 전 대통령 때 김정렴이나 박태준, 전두환 전 대통령 때의 김재익이나 남덕우 정도가 아닐까. 우리나라에서는 대통령 측근이 핵심적인 참모 역할까지 맡아 사달 난 예가 적지 않다. 절대 권력에 빌붙어 덩달아 세도 부리려는 이른바 ‘갈개발’이 문제다. 전문성이 태부족인 측근들이 핵심 참모까지 하게 되면 국정 농단과 정책 실패는 필연적이다. 제왕적 대통령제 정치의 후진성이다. 연말이면 교수들이 모여 그해를 관통하는 사자성어를 정한다. 2013년은 도행역시(倒行逆施·순리를 거슬러 행동함), 2014년 지록위마(指鹿爲馬·거짓이 진실을 가림), 2015년은 혼용무도(昏庸無道·어리석고 무능한 군주의 실정으로 나라가 어지러움)였다. 지난해에는 군주민수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 집권 이후 4년간의 핵심어가 한결같이 어지러운 정국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였다. 그의 곁에 액설로드나 위징과 같은 참모가 있어 그런 경고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했더라면? 바른정당 김성태 의원은 며칠 전 친정식구들을 향해 “제대로 된 참모나 충신이 단 한 명이라도 있었으면 탄핵 사태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개탄했다. 헌법재판소에서 막말을 쏟아낸 대리인단에도 ‘제대로 된 참모와 충신의 모습이 아니었다’고 했다. 시중에서는 주변에 오죽 사람이 없으면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씨한테 그토록 의존했겠느냐는 한탄도 나온다. 이제 와서 탄식해 봤자 부질없는 짓이다. 그렇다고 과거의 아픔으로만 남겨 두기에는 너무 큰 대가를 치렀다. 그 실패학을 역사의 교과서로 삼아야 한다. 벌써 어느 대선캠프에선 측근들의 가벼운 언행과 또 다른 인사들의 과거 독선이 입방아에 오르내린다. 말썽의 소지가 있는 인사는 걸러 내야 한다. 모래성 쌓는 것을 피하는 길이다. 적폐 청산은 내부에서부터 이뤄져야 한다. 측근과 참모들이 뒤얽혀 날뛰면 그 정권은 무너진다. 대선을 50여일 앞두고 큰일을 도모하려는 정치인들이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 하나. ‘하늘이 내린 재앙은 피할 길이 있으나, 스스로 만든 재앙은 피할 길이 없다.’ ksp@seoul.co.kr
  • [서울광장] 이제 누가 ‘이생망’ 청춘 구출기를 써라/황수정 논설위원

    [서울광장] 이제 누가 ‘이생망’ 청춘 구출기를 써라/황수정 논설위원

    흙수저 청춘들의 자포자기 풍토 속 기울어진 게임 강요 학생부 전형 교실에서까지 ‘이생망’ 자조해서야 대선 주자들 교육공약 재점검을 수저 세습 깨기는 새 대통령의 자격이번 생은 망했다. 화투 패를 다시 섞듯 마음대로 윤회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흙수저 청춘들은 그렇게 함부로 자포자기 선언들을 한다. 듣기만 해도 속 쓰린, 자칭 ‘이생망’ 세대. 신학기 중·고교 담장 안에서도 이즈음에는 소리 없는 탄식이 터진다. 이번 학년은 망했다. 학교 버전으로는 ‘이학망’쯤 되겠다. 학교 돌아가는 사정을 잘 아는 엄마들 사이에서는 아이의 담임선생님이 누구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담임교사의 능력이 희비를 가르는 대목. 그 능력이란 수업을 얼마나 잘하느냐의 역량이 아니다. 담임의 실력은 곧 학교생활기록부 관리 능력이다. 학생부 종합전형이 입시의 대세로 굳어진 현실이다. 담임교사는 입시의 복불복 카드가 돼 있다. 이런 교실 풍경이 개운할 수 없다. 이 께름칙한 풍경에 끼지조차 못하는 학생과 부모는 훨씬 더 많다. 독서, 봉사활동 같은 비교과 영역이 학생부 종합전형에서 어떤 방식으로 평가되는지, 학생부를 기록해 줄 담임교사와는 어떻게 교감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시간과 경제적 여유 어느 쪽도 없는 부모라면 뭐가 뭔지 몰라서도 아이한테 해줄 게 없다. 그런 부모의 자녀는 자신이 지금 무엇을 놓치고 있어 입시 게임의 들러리가 되는지 그마저 모른다. 수저를 바꿔 물고 다시 태어날 수도 없고 그야말로 ‘이생망’이다. 대통령이 탄핵당하면서 두 달 안에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새 대통령의 자격과 요건을 깨알 검증하기에는 시간이 절대 부족이다. 대선 후보들은 이런저런 교육 공약을 이미 내놨다. 교실이 얼마나 기울어져 있는지 현실을 제대로 짚는 이는 없어 보인다. 그게 답답하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구상이 그나마 ‘비교적 오래, 직접’ 고민한 흔적은 읽힌다. 그는 미래형 교육에 걸맞도록 학제를 뜯어고치겠다고 선언했다. 예산 주머니를 만지작거리며 대학 길들이기에나 재미 붙인 교육부는 없애겠다고 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을 자처해 평소에도 그런 지론은 밝혔다. 개혁 수준의 구상이 빈말은 아닐 것 같다. 문제는 누가 대통령이 되든 그 정도의 처방전으로는 불평등 교육 현실을 결코 구제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자기소개서와 학생부 종합전형이라는 오리무중 입시 게임에 분통 터뜨리는 학부모들이 여전히 도처에 가득하다. 한 표가 아쉬울 대선 주자들이 어째서 무차별 확대일로인 학생부 전형을 손볼 생각이 없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둘 중 하나다. 현실을 정말 모르거나, 알고도 모른 척하거나. 지난해 로스쿨의 ‘아버지 자소서’에 세상이 떠들썩했다. 들끓는 여론에 사법시험 존치론이 거세게 고개 들었지만 결국 맥없이 꺾였다. 실력자 아버지가 합격의 보증수표가 된 요지경이 드러나자 사시 존치 여론은 한때 85%까지 치솟았다. 교육부는 그런 민심을 정책에 반영할 뜻이 애초에 없었다. 그전에 법무부는 사시 연장 카드를 잠시 꺼냈다가 로스쿨의 집단 저항에 난타를 당했다. 이후 숨소리조차 내지 않고 있다. 교육의 수저 세습론은 손가락 하나 들어가지 않게 공고해진다. SKY(서울·고·연대) 재학생의 70% 이상은 소득 9~10분위의 부유층 자녀다. 정유라의 대학 부정 입학에 분노하는 것은 그가 최순실의 딸이어서가 아니다. 어딘가의 ‘정유라들’이 감쪽같이 시작부터 이기는 게임을 하고 있다는 상실감 때문이다. ‘대세’라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교육관은 그래서 더 갑갑하다. 지난달 노량진 고시학원촌을 찾아 그는 사시 존치 반대 입장에 쐐기를 박았다. 답답한 대목은 고민 없는 논리다. “로스쿨을 만든 참여정부 사람으로서 이제 와서 국가 정책을 뒤집을 수는 없다”고 했다. 말뚝 한 번 박았다고 빤히 기초공사가 흔들린 집을 끝까지 지어 올려야 하는가. 내가 할 수는 없어도 누군가라도 노력만으로 성취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타포가 살아 있어야 한다. 그런 암시를 주는 정치라야 스스로 낙오하려는 청춘을 달랠 수 있다. 그래야 세상이 버틴다. 교육 현장의 ‘이생망’ 청춘 구출기를 누구든 먼저 써 보라. 새 대통령의 자격이다. sjh@seoul.co.kr
  • 선고 21분 만에 “파면” 주문

    선고 21분 만에 “파면” 주문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최종 선고가 내려진 10일, 대한민국의 운명을 좌우할 330㎡ 넓이의 헌법재판소 재판정에 온 국민의 이목이 쏠렸다. 이날 오전부터 선고 뒤까지 재판정의 모습을 시간 순으로 짚어 봤다.# 07시 30분 삼엄한 경비 속에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이 이날 오전 7시 30분쯤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오전 7시 50분쯤에는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출근했다. 바쁜 스케줄 때문에 머리에 말았던 분홍색 헤어롤 두 개를 미처 제거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오전 8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8명의 재판관이 모두 헌재로 들어갔다. # 10시 30분 헌재 심판정 좌석을 취재진과 방청객이 속속 메우기 시작했다. 8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방청 기회를 얻은 몇몇 시민들은 사진을 찍으며 역사적 순간을 기념했다. 오전 10시 35분쯤부터 양측 대리인단도 입장하기 시작했다. 판사 출신인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측 이동흡 변호사와 악수하며 반갑게 인사를 나눴지만 이내 자리로 돌아와 긴장된 표정으로 선고를 기다렸다. # 11시 00분 재판관 8명은 오전 11시 정각이 되자 차례로 심판정에 입장해 각자의 자리에 앉았다. 곧이어 이정미 권한대행이 “지금부터 2016헌나1 대통령 박근혜 탄핵사건에 대한 선고를 시작하겠습니다”라고 입을 떼며 ‘역사적 선고’가 막을 올렸다. 100여명의 방청객과 40여명의 양측 대리인단은 숨을 죽인 채 이 권한대행을 응시했다. # 11시 03분 92일간의 재판 경과에 대해 설명을 마친 이 권한대행이 “지금부터 선고를 시작하겠습니다”라고 말하자 몇몇 방청객들은 일순 자세를 고쳐 앉았다. 이 권한대행은 침착한 목소리로 ‘8인 재판부로 인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받았다’라는 박 대통령 측 주장에 대해 판단을 내렸다. 그는 “(박 대통령 측 논리는) 결국 심리를 하지 말라는 주장”이라며 단호하게 못박았다. # 11시 08분 본격적으로 탄핵 사유별 재판부의 판단이 나오면서 분위기가 고조됐다. ‘언론의 자유 침해’와 ‘세월호 7시간’ 등에 대해 탄핵 사유가 될 수 없다는 판단이 나오자 권성동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잠시 눈을 감으며 동요하는 모습을 보였다. 장제원 바른정당 의원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 11시 12분 ‘최순실(61·구속 기소)에 대한 국정 개입 허용’ 부분과 관련해 이 권한대행이 박 전 대통령의 행위를 나열하며 ‘헌법과 법률에 위반이 있었다’고 판단하자 심판정 분위기가 변하기 시작했다. 오전 11시 20분쯤 이 권한대행이 “피청구인의 행위는 대의민주제 원리와 법치주의 정신을 훼손한 것”이라고 말하자 박 전 대통령 측 대리인단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소추위원 측은 안도감이 엿보였다. # 11시 21분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마침내 이 권한대행이 분명한 목소리로 주문을 낭독하자 방청석이 일순 술렁였다. 안도의 한숨과 탄식이 뒤섞였다. 이동흡 변호사는 바쁘게 움직이던 펜을 내려놓고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반면 몇몇 소추위원들은 입술을 굳게 다물고 천장을 올려다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 11시 22분 이 권한대행이 “선고를 모두 마친다”고 선언했다. 이에 맞춰 8명의 재판관은 곧바로 심판정에서 나갔다. 박 전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실망한 듯 빠르게 자리를 떴지만 국회 소추위원과 대리인단은 악수를 나누며 선고 결과를 자축했다. # 11시 26분 권 위원장은 심판정에서 나오자마자 수백명의 취재진 앞에서 담담히 소회를 밝힌 뒤 “감사합니다”라며 짧은 브리핑을 마친 뒤 11시 30분쯤 승용차를 타고 헌재를 빠져나갔다. 92일간 펼쳐졌던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이 이렇게 막을 내렸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사무실서 영원히 잠든 전북경찰청 대표 정보맨

    사무실서 영원히 잠든 전북경찰청 대표 정보맨

    전북경찰청 내 대표적인 ‘정보맨’으로 꼽히는 익산경찰서 황선봉(53·경정) 정보과장이 8일 새벽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 직원들이 애통해하고 있다. 황 과장은 지난 7일 저녁 지인들과 식사한 뒤 오후 8시쯤 사무실로 돌아왔다. 그는 당직 근무를 하던 부하 직원과 업무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 뒤 사무실 한쪽에 마련된 1인용 침대에서 잠이 들었다. 그러나 이튿날 오전 6시쯤 침대에 엎드린 채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황 과장을 처음 발견한 직원은 그가 숨을 쉬지 않자 병원으로 옮겼지만 끝내 사망 판정을 받았다. 경찰은 일단 심장마비로 인한 돌연사로 추정하고 유족과 협의해 부검 여부를 상의할 예정이다.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알려지자 선후배 경찰관들은 깊은 애도의 뜻을 표시했다. 전북경찰청 정보4계 직원은 ”황 과장을 이렇게 떠나보내다니 황망함과 비통함을 금할 수 없다”며 “조직을 지독히도 사랑한 참 경찰관이었다”고 회고했다. 다른 직원도 “미혼인 황 과장은 항상 웃음을 띠며 주변을 편하게 해 주는 큰 장점이 있었다”며 “믿을 수 없는 비보”라며 탄식했다. 간부 후보 43기인 황 과장은 1995년 4월 경찰에 첫발을 디뎠다. 이후 전주 덕진경찰서 정보계장, 무주서 정보보안과장, 완주서 정보보안과장, 전북경찰청 정보과 정보4계장, 완산서 정보보안과장 등을 지냈다.경찰 관계자는 “황 과장은 오늘 새벽 2시에서 6시 사이에 숨진 것으로 보인다”며 “정확한 사망 경위를 파악한 뒤 순직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말하는대로’ 육중완 “9kg 감량+눈썹 문신 후 섹시 비주얼 가수”

    ‘말하는대로’ 육중완 “9kg 감량+눈썹 문신 후 섹시 비주얼 가수”

    밴드 장미여관 육중완이 달라진 외모로 눈길을 끌었다. 22일 방송된 JTBC ‘말하는 대로’에서는 격투기 선수 정찬성,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장미여관 육중완이 부산 광안리에서 버스킹에 나선 모습이 전파를 탔다. 이날 육중완은 자신을 “섹시 비주얼 가수”라고 소개했다. 유희열은 “뭔가 달라졌다”고 물었고 육중완은 “9kg을 빼고, 눈썹 문신을 했다”고 밝혔다. 이에 유희열은 “어쩐지 정말 별로다”라고 말했고 하하는 “그런데 본인을 섹시 비주얼이라고 하는 거냐”며 발끈해 웃음을 자아냈다. 하하는 육중완에게 “작년에 결혼하고 기분이 어떠냐”고 물었고 육중완은 “똑같다. 그런데 단점이 있다. 아내가 ‘네가 나를 사랑한다면 공인인증서를 달라’더라. 아무것도 모르고 아내에게 줬다. 그 다음부터 용돈을 주기 시작했다. 내가 어디에 돈을 쓰는지 다 알고 있더라. 그 용도로 쓸 줄 몰랐다”라며 후회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하는 “심장을 준 거다”라며 탄식했다. 이날 육중완은 버스킹 강연에서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모태솔로였다. 대학생이 되고 미팅을 했다. 내가 제일 마음에 들었던 여학생이랑 사랑의 작대기가 통했다. 먼저 이상형을 물어봤는데 기타 치는 남자가 멋있다더라. 그때부터 기타를 잡기 시작했다”며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전했다. 사진=JTBC ‘말하는대로’ 캡처 연예팀 seoule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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