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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와! 비다” 농민들 어깨춤/남부 단비 오던날

    ◎새벽부터 논 물대기 분주/“한방울도 아깝다” 들판마다 삽질/일부공장 생산라인 풀가동 활기/비안온 서부경남선 “하늘도 무심” 태풍의 영향으로 남부지방에 모처럼 단비가 내려 메마른 대지에 목을 축였다.다른 지역도 약간 바람이 불긴 했지만 짜증나는 찜통더위를 몰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울산시·군과 양산지방에는 이날 상오 2시부터 강한 빗줄기가 내리기 시작,하오 2시 현재 평균 70여㎜의 흡족한 비가 내려 타들어가던 벼와 밭작물이 완전 해갈.가뭄피해가 극심했던 울산시 남구 두왕동 갈현마을 주민들은 새벽부터 논에 나가 물을 대면서 즐거운 콧노래를 부르기도 했으며 청량면 오대마을 농민들도 가뭄으로 말라있던 수로를 준설하고 논둑을 높였다.양산군 원동면 박형렬면장(53)은 『잠결에 비가 내리는 소리를 듣고 놀라 깨어나자마자 우산도 없이 동네를 한바퀴 돌며 농민들과 즐거워 했다』며 안도의 한숨. ○울산·양산등 동부지역에 50∼80㎜이상의 비가 내리자 가뭄피해가 심한 서부지역주민들은 『이럴 수가…』하며 말을 잇지 못한채 허탈해 하는 모습.특히 진양·사천·산청 지역주민들은 비가 한방울도 내리지 않자 『하늘도 무심하다』며 탄식. ○…대구·경북지역에도 이날 상오 7시쯤부터 비가 내려 동남부지역 대부분의 밭작물이 해갈됐고 영천군 화북면과 경주군 양남면에는 하오 3시 현재 각각 1백㎜와 95㎜의 많은 비로 논가뭄도 해소.오랜 가뭄뒤에 단비가 내리자 농민들은 논물을 댄 뒤 그동안 물꼬 싸움으로 어색했던 이웃간의 감정도 풀겸 논가장자리에서 비를 맞아가며 곳곳에서 막걸리 파티를 열고 모처럼 함박 웃음. ○…무더위로 조업단축이 이뤄졌던 성서·대구염색공단도 이날 아침부터 밀린 주문량을 채우기 위해 생산라인을 모두 가동하는 등 모처럼 크게 활기. ○…이날 하오4시쯤부터 30여분동안 함평·무안·장흥·완도등 전남도내 서남부지역 14개 시·군에 함평읍 37㎜를 최고로 10∼30㎜의 소나기성 단비가 내리자 들에서 양수작업을 벌이던 농민들은 잠시 일손을 멈추고 도랑등에 모인 물을 논밭으로 끌어들이느라 부산한 움직임. 이날 25㎜의 비가 내린 완도군 금일읍 주민 이정백씨(56)는 『계속된 가뭄으로 1천평의 과수원에 심은 유자나무가 열매를 제대로 맺지 못한 채 말라죽어가고 있어 아쉽기는 하지만 이 정도라도 내린 것이 밭작물에는 크게 도움이 될 것같다』며 즐거워했다. 이들지역 주민들은 흡족한 양은 아니지만 모처럼 내린 비를 맞으며 농작물을 둘러보며 비가 더 내리기를 기대했으나 20∼30여분만에 그치자 못내 아쉬워하는 모습.
  • “불타는 남부” 가뭄지역을 가다

    영·호남 곡창지대가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전국적으로 계속되고 있는 불볕더위에 남부지방에는 가뭄까지 겹쳐 농작물이 타들어가고 있고 과수에 달린 열매가 말라 비틀어지는등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대부분 저수지의 저수량이 절반이하로 떨어지고 산간부의 논바닥은 갈라져 거북등을 연상케 하고 있으며 도시 고지대와 일부 도서 지역에서는 식수난으로 주민들이 고통을 당하기도 한다.또 바닷물의 온도가 올라가면서 양식장의 각종 어패류가 폐사하는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남부지방의 가뭄실태를 긴급점검해본다. ◎“저수지가 황무지로” 농민들 한숨만/개울물·지하수도 말라 양수기 “무용지물”/호남간척지선 염해까지 겹쳐 벼잎 고사/“30년 농사에 이런 한해는 처음”… 하늘만 원망 ▷과수및밭작물피해◁ 14일 하오1시 경북 안동군 길안면 민음리.내려쬐는 햇볕은 금방이라도 불을 뿜을 듯이 열기로 대지를 달구고있다.사과농사를 짓고 있는 주민 김기태씨(54)는 『10년이상 농사를 지어오고 있지만 이렇케 지독한 가뭄은 처음이다.앞으로 10일 이상 비가 오지 않으면 수확량이 20%이상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면서 탄식을 하고 있다. 경북도에서 가장 피해가 심한 경주군 산내면일원 밭작물은 대부분 잎이 말라버렸다.산내면 월산리 이영규씨(56) 고추밭 5백60평은 고춧잎 모두가 말라 떨어진채 줄기만 앙상하게 남아 있다.전국 최대 수박주산단지인 전북 고창군 대산면 일대 야산개발지역 9백㏊의 수박밭은 수박이 채 자라지도 않은 상태에서 심한 가뭄이 계속돼 줄기는 완전히 시들어가고 있고 수박잎이 허옇게 변해가고 있다. ○수박·고추 큰피해 전남 광양군 진월면일대의 단감단지의 감나무에 매달린 열매는 뜨거운 햇볕을 이기지 못하고 말라죽는등 가뭄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다.평생을 이곳에서 살아온 박순월씨(79·여)는 『올해 거둬들일 수있는 밭작물과 과일이 얼마나 될지 걱정』이라고 한숨지었다. ▷논농사피해◁ 경남 고령군 운수면 신간리 신대철씨(61)논 7백평은 지난 5일부터 산간소류지가 바닥을 드러내면서 논에 물을 대지 못해 손가락이 들어갈 정도로 논바닥이 갈라지는등 이일대논 3만6천여평의 논바닥이 모두 갈라져 하늘을 쳐다보며 물을 달라고 울부짖고 있다.이마을 손령달씨(48)는 『아직은 벼 포기가 살아있으나 요즘같은 불볕이 5일이상 계속되면 비가 뒤늦게 오더라도 농사는 망치게 된다며 올해를 어떻게 견딜까 걱정이 태산같다』고 말했다. 경남 고성군 고성읍 교사리 대독천.파헤쳐진 강바닥 5㎞에는 주황색 비닐호스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고 양수기는 쉴새없이 물을 토해 내고 있다. 『이렇게 물을 퍼 올리면 뭘합니까.타 버린 벼를 다시 살릴 수 도 없는데…』호스 연결부위를 살피던 이곡마을 이장 이성렬씨(45)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현장에서 양수작업을 지휘하고 있던 도충웅고성부군수는 『상류 이곡저수지가 축조된지 17년만에 처음으로 완전히 말라 피해가 크다』며 『군전체 1천5백여㏊의 벼논이 가뭄피해를 입고 있다』고 밝혔다.경남도가 집계한 이날 현재의 논농사 피해면적은 1만5천3백㏊에 달하고 있으며 경북은 1천여㏊에 이르고 있다. 한편 전남지역 간척지등은 심각한 염해피해를 입고있다.염해피해면적 1백55㏊중 피해가 가장 많은곳은 고흥군 과역면 외호마을 일대 오도간척지.전체 75.42㏊중 34.6%인 26㏊의 논이 염해로 이미 벼잎이 고사돼 온통 푸르던 들판이 시뻘겋게 변해 있다. ○어패류 집단폐사 ▷가축및·수산물피해◁ 강물이 달어오르면서 하천의 영양염류가 대량 바다에 유입되면서 해상부유생물이 폭발적으로 증가,가막만·광양만등 남해안 일대 해상에 적조현상이 나타나 가두리양식장등 어·폐류가 엄청난 피해가 예상된다.어민들은 『지난해 남해안 일대에서 발생한 적조현상으로 어·폐류가 집단폐사해 10억여원의 손실을 입었다』면서 『매년 8월초에서 10월사이에 주기적으로 발생했던 적조현상이 올해는 빠르게 나타났다』며 긴장하고 있다. ▷식수난◁ 전북지역에서 가장큰 담수호인 전북 임실군 운암면 옥정호.만수위때 4억5천만t의 용수를 저수하는 옥정호의 저수량은 14일 현재 4천9백만t으로 저수율이 10.8%에 지나지 않고 있다.운암대교에서 바라보는 옥정호는 말라붙은 저수지 바닥에 어느덧 잡초가 무성히 자라있어 호수가 아니라 드넓은 목장을 연상케 하고있다.올해 전북도내 평균 강수량이 3백66.6㎜로 예년 5백73㎜에 비해 2백6.4㎜가 적어 2천2백76개 저수지 가운데 1천9백44곳의 소류지는 이미 바닥을 드러냈다. 가뭄피해가 극심한 경남서부지역은 사천군이 서포면 구평리 구랑저수지를 비롯한 1백개 저수지,진양군 명석면 외율리 외율 저수지등 63개,하동군 68개,산청군 1백14개,남해군 1백35개 저수지가 완전히 말랐다. 올들어 지난달말까지 경남지방의 강수량은 4백6㎜로 지난 10년간 평균 5백92㎜의 68.6%에 불과한 실정이다.강수량이 경남보다도 더적은 3백48.8㎜에 불과한 경북지방도 가뭄피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섬지방 제한급수 통영군 한산면 소매물도와 도산면 읍도 등 도서주민들은 9일 간격으로 급수를 받는다.또 욕지도 3백가구 주민들에게 식수를 공급하는 욕지수원지의 저수량이 이날 현재 3천여t에 불과해 하루 3시간씩 제한급수하고 있다.그러나 취수량에 비해 유입량이 부족해 조만간 육지로부터 공급받아야 할 형편에 놓여 있다.또 남해군 남해읍과 이동·상주·미조면등4개지역 주민 1만6천여명은 5일 제한급수로 심한 용수난을 겪고 있다.이밖에 삼천포시 3개동,창녕·창원·합천·거창·하동군등 70여개 이·동주민 5만여명이 식수난에 시달리고 있다. 전주시 인후동 아파트 밀집지역은 수돗물이 나오지 않자 주민들이 비교적 수돗물이 잘나오는 친인척 집을 찾아가 기거하거나 빨래를 하고 있고 생활용수는 생수를 사먹고 있는 실정이다. 전주시는 방수리등 취수장의 수위가 급격히 줄고 있어 금주말까지 비가 내리지 않을 경우 시전역의 제한급수가 불가피해 오는 16일부터는 종합경기장내 수영장의 개장을 무기한 연기하고 고지대에 지하수개발사업을 추진해 생활용수를 공급할 계획이다. 전남도내 도서지역인 신안군일대는 식수확보 전쟁을 치르고 있다.전체 2백79개 유인도서중 영광·진도·신안군등 3개군 34개 도서지역의 5백27가구 1천5백여명의 주민들은 급수선 7척과 행정선 15척이 날라다 주는 극히 제한된 물로 간신히 생활을 해 나가고 있으나 생활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주민들은 자구책으로 대형관정을 파고 있으나 애당초 물이 귀해 해결책은 못되고 있다. ○용수원 개발 박차 ▷대책◁ 내무부는 14일 남부지역 가뭄에따른 비상급수대책을 긴급히 시달하고 주민식수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했으며 각 시도는 가뭄극복을 위한 총력전을 펴고 있다. 경남북과 전남북등에서는 소형 관정개발·하상굴착·들샘파기등 간이용수원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실향민마을/“분단원흉 사라졌다” 막걸리파티

    ◎속초 아바이마을·철원 대마리 르포/“「일부국민 실망」 보도 도저히 이해안가”/“이제 멀잖아 고향방문길 열릴것” 기대 「내 잠시 다녀오지요」라는 한마디만을 남긴채 어스름 달빛을 밟고 고향땅을 떠난지 어언 반세기­한치라도 고향가까이에 머물고 싶은 비원을 안고 휴전선을 따라 만들어진 실향민촌 주민들의 얼굴마다에는 김일성이 죽었다는 소식에 한평생 가슴속에 묻어 두었던 한이 조금이라도 풀리는듯 감회어린 표정이 역력했다. ▷속초아바이촌◁ 1·4후퇴때 원산과 함흥항을 떠나 피란길에 올랐다가 끝내 고향가는 길을 잃어버린 함경도 실향민들이 대거 몰려 살고 있는 강원도 속초시 청호동 속칭 「아바이」마을의 실향민들은 전날에 이어 10일에도 노인정에 모여 「김일성 사망」을 축하하는 막걸리 파티를 벌이고 있었다. 함경도 북청이 고향으로 1·4후퇴때 부모님,아내와 4남매를 고스란히 두고 부산으로 왔다가 아바이촌에 정착했다는 조일랑할아버지(78)는 『김일성이 죽었다가 고향에 두고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더 솟구친다』며 멀리북쪽하늘로 시선을 모았다. 함경도 영흥이 고향이라는 아바이마을의 최연장 이춘섭할아버지(92)는 『하루에도 몇번씩 김일성을 저주해왔는데 하느님이 이제야 소원을 들어 주었다』며 『10살이나 아래인 김일성이 먼저 죽은 것은 「천벌」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산가족들의 고향방문기회를 마련하기 위한 돌파구가 마련될지도 모를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인지 「또 고향가는 길이 물거품이 되는게 아니냐」는 탄식도 적지 않았다. 전날 정오뉴스에서 김일성 사망 소식을 처음듣고 고향사람들과 모여 만년한을 쏟아내기라도 하듯 통곡을 했다는 함경도 북청출신의 박춘심할머니(66)는 『김일성이가 죽어 혹시나 했던 이산가족의 고향방문길이 또 막히는게 아닌지 모르겠다』고 울먹였다. 할아버지를 아바이라고 부른다해서 흔히 「아바이」로 통하는 이들 함경도출신 실향민 대부분은 『그래도 민족분단의 원흉이 죽었으니 고향에 돌아갈 날도 시간문제 아니겠느냐』며 이구동성으로 한결 마음은 가볍다고 말했다. 갈대만이 아무렇게 자라던 바닷가를 억척스레 보금자리로 탈바꿈시켜놓은 함경도 실향민들은 파도소리에 고향소식이 실려올까 해서 북풍한설을 마다하지 않고 창문을 북쪽 바닷가쪽으로 내놓고 살고 있다고 했다. ▷철원 대마리◁ 『진작 죽었어야할 위인이…』 혀를 끌끌차는 70대 촌로의 얼굴에 가득한 주름살이 분단반세기 인고의 아픔을 대변해주고 있었다. 「김일성주석 사망」소식 이틀째인 10일 낮 강원도 철원군 철원읍 대마1,2리. 민통선 바로 남쪽 널따란 철원평야 한쪽에 자리잡은 아담한 이곳 마을주민들의 감회는 사뭇 남달랐다. 모두 2백여가구 1천여주민들 가운데 휴전선이북에 고향을 둔 실향민이 60여가구 4백여명.일부는 지금도 눈에 잡히는 철책선 바로 너머에 고향을 둔 사람들이고 나머지는 함경도와 평안도에서 피란을 내려와 조금이라도 고향 가까운데 자리를 잡았다가 못돌아간 이들이 모여사는 곳이다. 『내 살아생전 김일성이 죽는 것을 보고 싶었다』는 이동윤옹(75)은 고향 함경남도 고산이 불과 40여리 지척이지만피란때 못모시고 내려온 어머니 생각을 잊은 적이 없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휴전과 함께 빤히 바라보면서 못가는 고향에 더욱 속을 태운 김동래씨(50)는 『수년전에 돌아가신 아버님이 가르쳐준 조상님의 산소 위치가 이젠 가물가물할 뿐』이라고 말한다. 『어렵사리 합의한 남북정상회담이 불투명하고 김일성사망에 일부 국민들이 실망한다는 보도를 우리는 의아스럽게 생각합니다』 하늘에서 내리는 장마비를 맞으며 논물을 보러 나가던 실향민 이인성씨(64)는 『한반도 분단과 6·25전쟁의 원흉이 죽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 음악평론가 한상우씨 청소년 협연무대 문제점 통박

    ◎“교향악단 성의없는 연주 잦다”/“물질적 목적만 뚜렷… 정신적인 범죄 행위/현 음악계풍토 계속땐 영재교육 어려워” 현재 많은 국내 교향악단들은 협연자에게 어떤 형태로든지 경제적 부담을 지우고 있다.특히 협연 대상이 청소년일 경우 경제적인 부담 뿐 아니라 성의없는 연주로 협연자와 청중 모두에게 실망을 안겨줄 때가 적지 않다.음악계 주변에서는 이같은 문제점을 누구나 잘 알고 있지만 「우리 음악계가 아직 제 자리를 잡지 못한 현실에서 나타나는 필요악」쯤으로 덮어두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음악평론가 한상우씨가 청소년을 협연자로 내세우는 음악회에 대한 국내 교향악단의 무책임함을 음악전문지를 통해 통박하고 나서 눈길을 모으고 있다.이같은 내용을 담은 「신인발굴의 허구성」이라는 한씨의 글은 월간 「음악저널」7월호에 실렸다. 한씨는 이 글에서 『이제 교향악단들이 예술적 양심으로 되돌아가 청소년 연주회에 최선을 다하는 모범을 보여야 하며 그렇게 할 수 없다면 청소년 협연자를 내세우는 연주회를 아예 갖지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많은 청소년 연주회에서 물질적인 욕구만을 채우려는 세속적 목적이 너무나도 뚜렷이 느껴진다』고 탄식하고 『어른들 끼리의 무대라면 잘하든 못하든 어른들만의 문제로 끝나지만 자라나는 새싹들을 상대로 이처럼 저질적인 행위를 한다면 자손만대에 씻을 수 없는 정신적인 범죄행위』라며 음악인들의 반성을 촉구했다. 한씨는 우리 음악계를 이끄는 중진 평론가의 한사람으로 현재 서울예고에 재직하고 있다.교향악단이 여는 청소년 협연 무대의 폐해를 누구보다 가까이서 바라보는 입장이다.그런 그가 과거 한번도 써보지 않았을 과격한 어조로 이 문제를 비판하고 나선 것에 대해 음악인들은 놀라움을 표시하고 있다.상황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씨는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양의 출현을 단순한 천재성에서 찾는다면 크게 잘못된 생각』이라면서 『원석을 깎고 다듬어 비로소 빛나는 다이아몬드가 완성되듯이 천재성을 가진 어린이를 발굴해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바람직하게 키워내는과정이 제 몫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현재와 같은 우리 음악계의 풍토에서 천재는 탄생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씨는 『모든 음악회가 그래야 하지만 특히 음악 영재를 키우기 위한 협연무대는 처음부터 끝까지 교육적인 입장에 서야 한다』면서 『이제 우리 모두 생각을 바꾸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 이산가족 오갈길 열어야/강제문(남북정상회담에 바란다)

    남북으로 분단된 조국을 하나로 통일하겠다는 김영삼대통령의 굳은 의지와 용단으로 남북정상회담이 오는 25일부터 27일까지 평양에서 열리게 된 것을 우선 크게 환영한다.근 반백년동안 불신과 반목으로 적대속에 살아오면서 쌓인 두꺼운 분단의 벽이 이번에는 허물어질 것같은 흥분과 설레임은 비단 본인만이 갖는 심정은 아닐 것이다. 북측의 「서울 불바다」「전쟁불사」등 거듭되는 망언과 핵사찰 거부등으로 고조된 긴장과 위기감이 정상회담합의를 계기로 반전되어 남북간에 타협과 대화의 기운이 싹트고 큰 전환의 계기가 될 가능성을 기대하면서도 한편으론 너무 들뜨거나 지나친 기대로 자칫 잘못하다가는 더 큰 좌절감을 맛보지 않을까하는 불안감도 없지않다. 그것은 북에 대한 신뢰감 때문이다.그동안 남북관계는 멀리 1948년 4월 평양에서 열린 「제 정당사회단체 대표자회의」때 김구선생이 이용을 당한 일로부터 가깝게는 지난 3월 판문점에서 개최된 「남북특사교환을 위한 실무접촉」에 이르기까지 북측에 의해 당하기만 했다. 특히 월남실향민들의 김일성집단에 대한 불신감은 골수에 박혀있으며 뇌리속에는 6·25전쟁의 상혼이 여전히 깊게 자리잡고 있다.6·25동란을 아직도 북침전쟁이라고 억지주장을 하고 83년 10월9일 랭군에서의 테러폭발사건과 87년 1월에 있었던 KAL기 폭파사건은 모두가 다 조작해낸 자작극이라고 역선전을 하고 있는 그들이 아닌가. 정부당국에서는 모처럼만의 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해 국민들의 폭넓은 의견을 수렴하여 완벽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남북간에 풀어내야 할 문제는 너무도 많다.그러나 양정상이 마주 앉았을때 최우선과제로 북측의 핵문제 해결이 등장해야 할 것이다. 현재의 위기상황으로 이끈 이 핵문제의 해결이 타결되지 않을때에 두 정상간의 상봉이 우리 민족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따라서 정상회담의 큰 성격의 하나는 통일논의에 앞서서 핵문제를 확실히 타결하는 회담이 되어야 할 것이다.핵은 한반도 전체를 파멸로 이끄는 위험한 요소이며 북측의 핵개발을 포기하는데 합의를 못본다면 회담의 성과는 무가 되고 마는 것이다. 그러나 핵문제해결도 어려운 문제는 아니다.새삼스럽게 큰 의제로 내걸고 의견교환이니 토론이니 하는 복잡한 절차가 필요없다.1992년 남북간에 상호합의로 발표한 「남북기본합의서」와 「비핵화공동선언」에서 이미 결정이 난 문제다.문제는 김일성이 합의된 내용을 그대로 실천하겠다는 신뢰성있는 약속을 하면 되는 것이다. 김영삼대통령은 휴지화된 합의내용을 상기시켜 그 이행을 강력히 촉구하여야 할 것이다.핵투명성 보장에 이어 풀어야 할 가장 초미의 과제는 이산가족의 문제이다. 7백50만을 헤아리는 월남실향민은 정든 고향산천과 부모형제를 생이별한지 반세기가 흘렀다.그동안 이산가족들은 남북을 가로막는 인위적 장벽때문에 북한에 계시는 부모님의 생사도 몰라 자식으로서 마땅한 제사조차 지내지 못하고 설이나 추석이면 탄식으로 보내고 있다. 우리와 같은 분단국가였던 독일과 중국등 여러나라는 이미 통일을 이루었거나 상호교류를 전면적으로 허용하고 있다.이제 이 지구상에 우리만이 오직 완전한 단절과 고통속에 몸부림치고 있다. 통일이나 민족화합이라는 대업을 성취할 수 있는 길은 겨레의 뜨거운 핏줄기가 민족애로 동포애로 발로되어 가슴아픈 이산가족문제를 해결할때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가족간의 생사를 확인하고 서신교환을 하며 친혈육을 상봉케하는 인도주의사업에 북측이 이번에는 꼭 호응하여야 할것이다. 개방과 개혁이 그들 체제의 붕괴와 연계하여 공포증에 시달리고 있는 북측으로서는 이 문제 역시 내심 꺼려하고 있는 문제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김영삼대통령이 수차 언급한 바와같이 북한을 결코 흡수통일하지 않겠다고 말한 진실성을 믿고 체제붕괴 공포증으로부터 탈피하여 상호신뢰로 이산가족문제를 매듭지어야 할 것이다. 북측의 핵투명성 보장,이산가족문제의 해결이 이루어지면 경제 문화교류의 협력과 증진,군축문제등 모든 난제에 대한 해결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며 6·25참변의 진상도 남북정상이 공개적으로 밝혀야 할 것이다. 모처럼 무릎을 마주댈 김영삼대통령과 김일성주석은 평양에서만의 단발성이 아닌 서울에서도 회합을 갖는등 지속적인 회담을 통해 상호신뢰감을 쌓고 7천만 겨레의 염원을 원만하게 풀어나가길 두손모아 기원하는 바이다.
  • 국회 통일·외교분야 대정부질문·답변

    ◎“남북공존 틀 마련뒤 안보법존폐 논의”/북핵재처리시설 공동이용 제의를/민간부문 통일 논의 지원 용의없나/질문 ◇조순승의원(민주)=정부가 김일성주석의 회담제의를 즉각 수락한 이유가 미국의 압력 때문은 아닌가.미국이 과거의 핵개발을 묵인하는 대파키스탄식 정책을 추구할 가능성은.남북한이 북한의 핵연료재처리공장을 공동이용하는 방안을 제의할 용의는 없는가.미국 일변도의 무기구매시장을 다변화할 용의는 없는가. ◇김영광의원(민자)=남북정상회담이 한번으로 끝났을 때 우리 정부의 기대치와 대책은.북·미 3단계회담에 대한 우리와 북한의 입장은.북한의 개방전망은. ◇박상천의원(민주)=정상회담을 통해 상호체제인정과 체제전복활동 금지,교류·협력등을 규정한 「한반도 평화선언」을 채택할 용의는. ◇민태구의원(민자)=북한핵개발의 과거청산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입장은.북한이 이미 1∼2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면 한반도비핵화선언을 재고해야 하지 않는가.북한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기 위해 3자회담을 제의해 올 때대처방안은.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96년까지 가입해야 할 이유는. ◇강수림의원(민주)=김영삼대통령의 3단계통일방안의 구체적 실현방법은.민간부문의 통일논의와 운동을 적극 지원할 용의는.정상회담에서 북한은 군축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보이는데 정부의 대응방안은.북·미회담이 실패로 끝나더라도 남북정상회담을 계속 추진할 것인가.휴전선근처에 남북공동의 경제특구를 설치할 용의는. ◇이건영의원(민자)=통일·외교·안보업무를 통합,국가최고안보정책기구를 설립할 의향은.유사시에 수도권을 방어하기 위한 모든 정책을 범정부적 차원에서 재검토할 필요성은 없는가.동북아 비핵화와 군사적 안정을 위해 다자간 안보협력체를 설립할 의향은.2만명이 넘는 고정간첩이 활동하고 있다는데 이들을 발본색원할 대책은. ◇조순환의원(신민)=정상회담을 통해 남북간 관광과 종교인·체육인 교류를 추진할 용의는.비효율적인 국가안보회의를 폐지하고 미국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같은 전문가집단의 통합전략기구를 구성할 용의는. ◇구창림의원(민자)=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남북기본합의서를 바탕으로 한 남북대화·협력체제를 복원,정상 가동시켜야 한다.북한이 정상회담을 본질적 합의추구가 아닌 평화공세적 행사로 몰고 갈 때의 대비책은. ◇이영덕국무총리=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남북간 긴장완화방안과 통일등모든 문제가 논의될 것이다.현재 보류중인 남북한 경협문제는 필요성과 타당성을 고려하고 있으며 생존과 직결된 핵문제가 해결국면으로 전회되면 단계적으로 추진될 것이다. 우루과이라운두(UR)협정의 비준을 빠른 시일안에 마치는 것이 바람직스럽다.만일 다른 나라가 협정을 준수하지 않을 때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의 분쟁해결절차를 적극 활용,국익을 수호해 나가겠다. ◇이홍구통일부총리=이번 정상회담은 화해→교류·협력→남북연합이라는 우리의 단계적·점진적 통일방안의 첫 단계진입을 의미한다. 남북기본합의서를 동서독기본조약처럼 국제조약화하자는 주장은 통일을 지향하는 남북의 특수관계에 비추어 부적절하다.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문제에 있어 그 주체는 정전협정문에 비추어 보더라도 당연히 남북한이 돼야한다.국가보안법문제는 북한의 평화의지가 확인되고 평화공존의 기틀이 마련되기까지는 논의가 부적절하다. ◇한승주외무부장관=95년 NPT(핵확산금지조약)체제연장 때 핵선제공격불가조항을 삽입하는 것은 실질적 국제안보기구가 없는 상황에서 시기상조이며 이보다는 핵실험전면금지조약(CTBT)이 타결되기를 기대하고 있다.OECD가입은 유엔가입에 버금가는 효과를 낼 뿐 아니라 새 국제질서 확립때 유·무형의 성과를 거둘 것으로 판단돼 96년에 가입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최형우내무부장관=최근 안기부및 경찰,기무사가 합동으로 검거한 「구국전위」에 대한 수사결과 북한의 공작지도부는 학원과 노동계를 상대로 불순한 책동을 벌이고 있음이 입증됐다.정부는 적극적인 보안활동을 통해 이를 차단하는 데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 ◇이병대국방부장관=국방비를 다른 부문에 전용하자는 일부 주장은 아직 남아있는 남북간 군사력 격차,과학화·현대화된 기술집약형 전력구조로의 전환수요,군의 사기,복지비용 수요등에 반하는 것이다.
  • 평통자문회의 세미나… 종교계 인사들 범종교단체 결성 제안

    ◎“「평화통일종교협의회」 창설하자”/남북한 종교인 교류·대화창구 일원화/쌀보내기 등 인도적 차원의 노력 강조 남북분단 반세기를 곧 맞는다.그 오랜 분단의 역사속에서 첫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게 되었다.그래서 국민들은 남북관계 정상화와 나가서는 통일이 성큼 다가서길 기대하고 있다.이런 전환점에서 민주평통자문회의 사무처가 「통일을 생각하는 모임」을 주선했다. 「통일과 종교,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한 세미나(29일·세종문화회관)형식 모임에서는 통일에 대비한 종교계 역할이 다각도로 논의되었다. 주제발표에 나선 김병서교수(이화여대·사회학)는 각 종교가 통일에 대해서 만큼은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기때문에 하나의 평화통일운동을 펴나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 보았다.김교수는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평화통일 노력을 운동차원에서 펴나갈 「평화통일종교협의회」같은 범종교단체 창설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제시했다.그러면서 남북종교인 교류나 대화창구 역시 이 협의체로 일원화해야 된다는 주장을 폈다. 김교수는 교류상의 문제점으로 북한은 현재 종교의 자유가 전면 보장되어 있지 않고,종교와 대표자들의 활동도 당의 노선을 따를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지적했다.그러나 평화통일의 이름으로 자주 만날 수만 있다면 신뢰도가 쌓여나갈 것으로 전망했다.평화통일종교협의체가 생활고에 허덕이는 북한동포들을 돕는 일에 나설 것을 제의한 김교수는 정치성이나 기업의 이윤과 무관한 쌀보내기 운동을 한 실례로 들었다. 이어 「통일에 대비한 종교계의 현안」을 논의한 자리에서 김법혜스님은 북한 주민들의 정서 속에 남아있을 잠재적 종교의식에 불교홍포의 기대를 걸었다.특히 불교는 1천6백여년의 민족신앙으로 자리를 굳히면서 샤머니즘과 융합했다는 점에서 이같은 가능성을 찾았다.일부 사찰들이 관광명소로 개방내지 개발되는 가운데 직업승려가 존재한다는 사실 또한 불교홍포의 디딤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천도교의 입장을 정리한 노태구교수(경기대·정치학)는 민족상잔의 긴장국면을 동학이념을 통해 해결할 수도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하늘과 사람,물질을본위로 한 삼경문화가 조화를 이룬 사상이 곧 인내천이라는 점을 들어 이같은 견해를 내놓은 노교수는 북에는 아직도 천도교조직이 존재하고 있음을 상기시켰다.그러나 당장은 특정종교 교리보다는 인도적 차원의 북한지원이 시급하다는 말로 평화통일종교협의회 창설을 동의했다. 가톨릭 백남익신부(천주교중앙협의회 사무총장)는 먼저 통일을 준비하는 종교인들이 북한의 형제들은 용서할 수 있는지를 반문했다.「2국가 1민족」이었던 통일이전의 독일이 오늘날 「1국가 2민족」이 되었다는 탄식의 소리를 들으면 이 문제는 심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그래서 종교는 통일준비를 위한 인도적 원칙을 세워야 한다는 백주교는 정신과 물질을 망라한 선투자를 통해 실질적인 통일사업에 착수할 것을 제의했다. 개신교계를 대표한 이삼열교수(숭실대·철학)는 기독교의 통일운동은 평화가 복음의 핵심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화해와 공존을 모색하는 기독교통일운동을 시민사회영역의 평화운동으로 귀결시킨 이교수는 남북관계개선이후의 종교적과제로 ▲남북 민간의 화해운동 ▲인도적 삶의 회복운동 ▲평화교육을 통한 의식화운동을 꼽았다.
  • “역시 한국축구” 투혼에 갈채/새벽잠 설치게한 대독전 관전 표정

    ◎스페인도 독일도 이길수있는 경기인데…/「16강좌절」 보다 「할수있다」 자신감에 흐뭇 ○“대등한 경기” 성원 28일 새벽 밤잠을 설치며 우리나라와 독일과의 월드컵 예선 마지막 경기를 지켜본 국민들은 우리팀이 3대2로 져 16강진출이 좌절되자 아쉬움을 나타내면서도 우승후보로 꼽히는 독일과 대등한 경기를 펼친데 대해 아낌없는 성원을 보냈다. 국민들은 특히 3대2 상황에서 우리 선수들이 후반 종반 맹공격을 퍼부을 때 한골이 터져주기를 간절하게 기원했으나 끝내 종료 휘슬이 울리자 전반전의 대량 실점을 안타까워 하는 모습. ○…이날 서울 강남과 목동,상계동등 아파트 밀집지역에서는 경기가 시작되기 1시간전인 상오4시쯤부터 대부분의 집에 불이 환하게 켜졌다. 또 아예 밤을 지샌듯 밤새도록 불이 켜져 있는 집들도 많았다. ○두번째 골에 “와” ○…독일에게 3대0으로 뒤져 침묵을 지키던 아파트단지는 후반 7분쯤 독일팀의 골네트를 가르자 일제히 『와』하는 함성으로 술렁거리기 시작했으며 18분쯤 다시 2번째 골이 터지면서 바짝 따라붙자 모두 손에 땀을 쥐며 선수들의 몸동작 하나하나를 주시했다. ○…경기가 끝나자 아파트 주변도로는 경기를 지켜보기 위해 출근을 미루던 손수운전자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바람에 출근길이 한때 큰 혼잡을 빚었다. ○…새벽부터 문을 여는 서울 남대문시장과 동대문시장,가락동농수산물시장,노량진수산시장등 시장가도 경기가 시작되자 상인들이 장사를 포기하고 TV앞에 몰려드는 바람에 개점휴업상태. 상인들은 전반전 우리팀이 연속 3골을 먹자 『에이』 『그것 봐라』라는 탄식을 연발했으나 후반들어 우리 선수의 슈팅이 독일 골문을 연속으로 열어제치자 기쁨에 겨워 함성을 지르고 박수를 쳐 시장 전체가 떠나갈 듯했다. 상인들은 『한골만 더』 『독일도 별 거 아닌 것 같다』며 목소리높여 우리팀을 응원하다 우리 선수의 슈팅이 몇차례 아슬아슬하게 독일 골문을 비켜나가자 무릎을 치며 애석함을 표시. ○승객들 가슴졸여 ○…서울역에도 새벽 열차를 타러 나온 시민등 6백여명이 역 광장에 설치된 대형 이동TV와 역 대합실의 소형 TV 앞에 모여 가슴을 졸이며 경기를 지켜보다 탄식과 환호성을 번갈아 질렀다. ○…이날 경기가 열리는 동안 서울시내 거리에는 택시도 좀처럼 눈에 잘 띄지 않는등 오가는 차량이 거의 없는데다 출근하는 시민들도 눈에 띄지 않아 도시 전체가 마치 휴일 새벽과도 같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 바그다드·암만/“신의 도시” 바빌론(아랍서 지중해까지:5)

    ◎시간도 멈춰선 「2천5백년전 왕국」/거대한고 장엄한 이슈타르게이트… 네자르왕의 위엄 보는듯 고고학자들은 로맨티스트들이다.바빌론 궁전의 유명한 「행진의 거리」복판에 섰을때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그들은 역사의 미궁속으로 끊임없이 잠입을 시도하고 있다.마치 현대의 어린이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속으로 여행을 꿈꾸듯이 바그다드에서 남쪽으로 90㎞,차로 한시간 남짓 걸리는 이 고속도로를 달리는동안 나도 그 비슷한 공상을 하면서 가슴이 설레었다. 신의 도시,고대 인류가 만든 불가사의 중의 하나,이같은 수식어로 바빌론은 역사의 문외한에게도 널리 알려진 이름이다.그 이름이 주는 매력과 신비감 때문에 나는 갑자기 엉뚱한 「증발의 유혹」에 빠졌는지 모른다.영화 「타임머신」에서 인간은 첨단기계를 이용해서 「과거와 미래로의 여행」을 자유롭게 하고 있다.최근 대전엑스포에서 시승해 본 「미래의 서울로 가는 자동차」는 이보다 한층 단순하고 솔직했다.이것은 고속으로 전개되는 대형 멀티비전 화면을 이용한 것이다.그러나 바빌론에서 시간여행을 하는데는 그런 구차스런 문명의 이기들이 전혀 필요하지 않다.여기에는 고대 바빌로니아 왕국의 공간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을뿐 아니라 이 공간에서는 시간도 잠을 자고있다. ○외성은 흔적 없어 먼저 우리앞을 막아선 것은 청색으로 채색된 거대한 이슈타르 게이트였다.이슈타르는 사랑의 여신이란 뜻이다.이 문은 본래 바빌론내성의 출입문인데 외성의 흔적이 모두 사라진 지금 바빌론 궁으로 들어가는 유일한 출입구 구실을 하고 있었다.우리 눈에 거대하게 보이는 이 문도 복제품으로 원형의 절반 규모밖에 안된다고 한다.이슈타르 게이트의 전면에는 이상한 동물의 모양이 무늬처럼 일정하게 조각되어 있는데 그 형태는 말과 개의 중간쯤이라고 할까.이것은 상상의 동물로 바빌로니아의 수호신이었다.상상의 동물은 궁안의 여러군데 벽에서도 발견되었다. 입구를 통과하자 오른쪽에 뜻밖에 소규모의 현대식 건물이 보였다.이 건물은 바빌론박물관으로 1899년 이도시가 처음 발굴될때 발견된 여러가지 유물을 보관하고 있었다.박물관을 지나약간 오르막진 언덕으로 올라가자 눈앞에 행진의 거리와 왕궁의 웅장한 성벽들이 나타났다.행진의 거리는 철책으로 가장자리를 둘러쌌는데 그 길이가 수백m는 될것 같았다.성벽들은 행진의 거리 좌우로 일정한 간격을 두고 질서정연하게 늘어서 있었다.거리의 바닥에는 단단한 흙벽돌이 깔려 있는데 이것은 원형이 그대로 보존된 상태였다.행진의 거리는 「적들은 절대로 통과하지 못하는 곳」이란 뜻이 있고 이곳에서는 매년 신에게 영광을 돌리려는 축제가 열렸었다.그러나 네부카드 네자르가 죽고(BC605∼562) 불과 20년이 채 지나지 않아 이 승리의 거리에 페르시아의 정복자들이 말발굽소리를 울리며 행진했다는 사실(BC539)을 보면 역사의 아이러니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2500년전의 길바닥 위로 뜨거운 햇볕이 작렬하고 있었다.성벽으로 에워싸인 행진의 거리는 정적이 가득했다.문득 이 공간에는 시간이 정지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그렇다면 저 성벽들 사이로 걸어들어가서 네부카드 네자르의 병사들과 신하들을 당장 만나볼 수도 있지 않을까?거리 복판에 서서 나는 잠시 이런 공상에 빠져들었다.그러나 이 공상은 금방 깨지고 말았다.성벽을 쌓은 벽돌들마다 네부카드 네자르 대신 사담 후세인의 이름을 새겨놓고 있었던 것이다. ○벽돌엔 후세인 이름 사실 이 거대한 왕궁은 후세인의 지시에 의해 최근 복원된 하나의 무대세트에 불과한 것이다.후세인은 2500년전 이 도시를 수복하고 예루살렘을 정복했던 네부카드 네자르의 후계자를 자처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수백만달러를 들여 바빌론을 복원시켰고 왕궁의 성벽을 쌓은 벽돌에는 네부카드 네자르의 이름대신 자신의 이름을 새겨넣은 것이다.후세인은 자기 이름이 다시 2500년 뒤에 위대한 정복자의 이름으로 회자되기를 바라는 것일까. 9월에 열리는 바빌론축제도 옛 영광을 되살리겠다는 사담의 의지에 따른 것이다.이 축제가 열리는 주무대인 그리스 극장은 바빌론성에서 수백m 떨어진 한적한 들가운데 외롭게 버려져 있었다.일종의 야외극장인 이 무대가 그리스극장이란 이름을 갖게된 것은 BC300년경 바빌론에 수도를 정하고 이곳을 통치했던 그리스의알렉산더 대왕에 의해 건축되었기 때문이다.얼핏 봐서 무척 현대적으로 설계된 이 야외무대를 건립하는데 사용된 벽돌이 모두 바벨탑의 잔해에서 거둬들인 것들이란 사실이 흥미로웠다. 궁전의 성벽을 조금 벗어나 옆뜰로 나서면 넓은 공터의 복판에 커다란 사자상이 버티고 있다.높이 2m,폭2·5m의 이 용맹한 사자상은 그러나 지금은 보아주는 사람이 별로 없어 무척 쓸쓸하게 보였다.이 사자상은 사랑의 여신 이슈타르를 상징한 것이란 얘기도 있고 적들을 제압하는 상징물이란 얘기도 있으나 어느쪽인지 확인할 수는 없었다.다만 자세히 관찰해보면 사자밑에는 사람이 누워있고 사자는 앞발로 인간을 찍어누르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이것을 보면 침략자를 제압한다는 왕궁의 수호신 역할을 하지 않았나 짐작되기도 한다. 그 유명한 바벨탑의 유적은 바빌론성에서 거의 1㎞쯤 떨어진 외딴 언덕위에 있다.바벨탑은 존재하지 않고 다만 전설이 있을 뿐이다.누구나 그렇게 생각하고 실제로도 그랬다.그러나 바벨탑은 희미하게 존재하고 있었다.이 구약의 불가사의 중의 하나를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사실은 어쨌든 의심하기 좋아하는 이방인을 잠시나마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우리는 그것을 육안으로 확인하기 위해 땀을 뻘뻘 흘리며 밋밋하고 먼 언덕길을 올라갔다. 거대한 분화구가 나타났다.미사일이나 큰 폭탄이 떨어져 거대한 웅덩이를 만든 것 같았다.벽돌조각이나 건축물의 다른 잔해조차 흔적이 없었다.그러나 수많은 사람들이 대역사를 벌였다는 느낌은 쉽게 받았다.웅덩이의 넓이나 깊이로 미뤄볼 때 그 규모가 엄청났으리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바벨이란 말에는 「하느님의 문」이란 뜻과 「혼돈」이란 뜻이 함께 있다.거대한 웅덩이 잔해를 봤을때 한마디로 혼돈이란 말이 생각났다. 백성들은 하느님에 대한 종교적 열정,하느님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열망으로 이 제단을 쌓아올라갔다.그러나 여호와께서 내려와서 보시고 이것은 백성들이 자기를 두려워하지 않을뿐 아니라 자기네끼리만 뭉치면 무슨 일이든 해치울 수 있다는 교만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판단하고 탑의 건축을 중지시켰다.창세기 11장에는 바벨탑에 관해 대강 이런 얘기가 나와있다.여호와께서는 자신에 대한 백성들의 열정을 왜 배신으로 오해했을까?옛날이나 지금이나 인간의 뜻을 신에게 올바로 전하는 일은 그처럼 힘든 것인가? ○탑문화 크게 발달 이라크 남부에는 구약의 표적물이 유난히 많다.바벨탑을 위시해서 아브라함의 고향이라는 「우르」,쿠르나의 에덴동산 등이 그것이다.「노아의 방주」는 바빌론에 끌려온 유태인들이 수메르인들의 홍수얘기를 전해듣고 훗날 돌아가서 신화로 꾸며냈다는 얘기도 전해지고 있다.분명한 것은 유프라테스 평원에는 탑이 많다는 사실이다.유프라테스 뿐아니라 나일강 유역도 마찬가지다.평원에는 산악지대와 달리 하늘로 높이 솟은 탑문화가 유독 발달되어 있다.사람들은 수직으로 솟아오른 탑에 의지해 자기의 권력의지와 신에 대한 갈망까지 모두 표출하고 있는 셈이다.바벨탑의 잔해는 인간의 그 끝없는 욕망의 허망감을 웅변으로 말해주고 있었다. 바빌론성 외곽을 멀리 벗어난 곳에 인류최초의 성문법전을 만든 함무라비 대왕의 석상이 있었다.법전을 새겨놓았다는 높이 2.5m크기의 돌기둥도 있었는데 이것은 모형이었다.원형은 파리의 루브르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바빌론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것들도 자연 보잘것이 없었다.귀중한 유산들이 열강의 손으로 넘어가버린 탓이다.박물관 진열대에는 고작해야 문자가 새겨진 돌조각들,작은 토기 몇점만 뒹굴고 있었다. 그곳에서 눈길을 끈것은 1899년 독일인 콜데베이에 의해 처음 발굴이 시작되기 직전의 바빌론성의 전경과 발굴이 진행되는 현장의 사진들이었다.발굴직전의 바빌론 성은 짙은 안개에 싸인 고성의 모습처럼 아름답고 신비로 가득했다.내 입에서 저절로 탄성이 나왔다.그런가하면 발굴현장 사진은 시장바닥처럼 어지럽기 짝이 없었다.아,귀중한 유물을 훔쳐가기 위해 발굴이라는 이름으로 이 신비의 고도는 얼마나 잔인하게 파괴되었던가,나는 탄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 우즈베키스탄/김 대통령 방문 계기로 본 경제현황(현장/세계경제)

    ◎공업도약 꿈꾸는 자원부국/92년 CIS국중 유일한 GNP성장/사유화작업 착착… 항공산업은 수준급/실크로드 중심지로 명성… 내륙수송에 의존 약점 금과 면화의 나라 우즈베키스탄.과거 실크로드의 중심지로 중앙아의 이슬람문명을 찬란히 꽃피웠던 우즈베키스탄이 사회주의 소련방의 구각을 벗고 시장경제국가로의 빠른 변신을 꾀하고 있다.한반도 면적의 두배에 달하는 44만7천㎦에 2천2백만의 인구를 포용하고 있는 우즈베키스탄은 파미르고원에서 아랄해에 이르는 중앙아의 한복판에 길게 누워있는 지리적 이유로 중앙아국가들의 중심적 위치를 차지 해 왔다. 특히 금(연70t생산,세계8위)·우라늄·석유·천연가스·동·텅스텐등 주요 광물자원의 세계적인 매장량으로 세계 유수의 공업국으로의 도약이 가능한데도 불구하고 우즈베키스탄은 그동안 면화가 전체 수출액의 84%를 차지하는 농업위주의 단일 경제체제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구소련 붕괴의 와중에서 지난 92년 러시아가 1인당 국민소득이 전년도의 59%로 하락하는등 대부분 독립국가연합(CIS)국가들이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때 우즈베키스탄만은 1백12%로의 증가를 나타내는등 비교적 탄탄한 경제적 기반을 구축 해 왔다. 소련붕괴와 함께 91년12월 첫 자유선거에서 국민들의 압도적 지지로 당선된 이슬람 카리모프대통령은 공산주의 대신 민족주의적이고 시장경제원칙에 충실한 정책을 펴 왔다.급격한 개혁보다는 정치적 안정에 큰 비중을 두며 점진적으로 정부개혁을 추진 해왔다. 그러면서도 카리모프는 이른바 「우즈베키스탄식 사유화 프로그램」으로 불리는 ▲국유재산의 사유화 ▲기업의 탈국유화 ▲군수산업의 민수용 전환등을 의욕적으로 추진했다.국내총생산(GDP)의 85%를,또 국내고용의 80%를 국영기업이 차지하고 있는 고도의 중앙통제경제를 시장경제화 하기 위해서는 사유화 촉진이 필연적이었다.의회도 사유재산,토지임차,외국인투자등에 관한 새법률을 통과시켜 이를 뒷받침했다.그 결과 이미 국유주택의 83%가 사유화 됐으며 금년말까지는 전체를 사유화할 계획이다.또 무역및 공공서비스 분야의 60%와 관개된 토지 1백만㏊도 직접 농경을 전제로사유화 됐다. 카리모프는 또 국내 공업생산의 60%가 구소련기업들에 의해 이뤄질 정도로 공업분야가 구소련의 생산 네트워크에 전적으로 의존돼 있다는 사실을 중시,취임후부터 줄곧 구소련에의 의존을 줄이기 위한 경제의 구조적 개혁을 추진 해 왔다. 우즈베키스탄 공업제품의 질을 국제수준에 맞추고 시장구조와 가격을 국제적 조건에 따를 것을 강조해온 결과 지난해부터 농업관련산업과 산림가공업,건축자재분야등에서는 구소련 생산네트워크와의 단절이 가능케 됐다. 그러나 우즈베키스탄 경제의 큰 약점은 중앙아 내륙에 깊숙이 들어앉은 지리적 위치에 있다.가장 가까운 흑해연안의 항구까지 3천㎞,중국의 항구까지는 5천㎞가 떨어져 있어 수송로 확보는 항상 중요한 목표가 돼 왔다.따라서 인접국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한 대외경제협력이 더욱 중요시 돼 92년초 대외경제정책수립및 수출입활성화,해외정보수집등을 위해 부총리급을 장관으로 하는 대외경제부를 신설했다.또 6월부터는 모든 수입관세를 폐지하기도 했다. 이 부서 산하에는 11개의 각종 단체및 회사들이 소속 돼 있어 우즈베키스탄에 투자를 원하는 외국기업인들에게 광범위한 서비스를 제공해주고 있다.대표적인 단체는 우자그로임팩스로 면화수출및 농산물 수출입을 주로 맡고 있다.또 우즈프로매쉬임팩스는 기술및 기계 수출입을 전담하고 있으며 이노바트시아는 종합적인 대외무역상사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아말리크 마이닝은 우즈베키스탄에서 생산되는 금과 동의 제련을 맡고 있으며 상당한 수준에 올라있는 항공기산업을 주도하고 있다.셀코즈매쉬그룹은 산하에 34개의 공장을 거느리고 있으며 농기구제작부터 국민차 생산에 이르기까지 연간 1억달러 이상을 생산,그 가운데 1천만달러 이상을 수출하고 있다.스레다즈카벨 공업협회는 중앙아 최대의 케이블 생산업체로 구소련 두번째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내화물질 처리공장인 인티그레이티드 플랜트는 구소련에서 최대규모로 코발트·니켈·티타늄·텅스텐등의 가공수출을 맡고 있다. 현재 우즈베키스탄이 추진중인 대형프로젝트는 트랜스아시아­유럽통신망,2000년까지 전체 철도의 전철화및 4백㎞ 신규부설,관개시설 확충,아랄해 사막화 방지등 다양하다. 내달 4일부터 6일까지로 예정된 김영삼대통령의 우즈베키스탄 방문은 시기적으로 구소련의 영향력 탈피를 추구하고 있는 우즈베키스탄에 새로운 경협파트너로 한국의 중요성을 더욱 높여줄 적기로 평가되고 있다.실제로 한국의 앞선 기술및 자본과 우즈베키스탄의 풍부한 자원이 결합된다면 가장 이상적인 협력의 모델을 창출할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 국세의 양보(외언내언)

    중국의 공자가 제자들을 이끌고 천하를 돌아다니던 시절의 이야기다.깊은 산골짜기를 지날 때 한 여인이 서럽게 울고 있었다.제자 한명이 까닭을 물은 즉 얼마전에 호랑이가 나타나 남편을 물고 갔다는 것이다.『그렇다면 왜 마을로 내려가 살지 않고 이런 험한 산속에서 사느냐』고 묻자 그 여인은 『관리들이 세금을 너무 많이 뜯어가기 때문에 가난한 우리 형편으론 마을에 내려가 살 수가 없다』고 대답했다.이 정경을 본 공자는 『가정맹어호야』(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라며 탄식했다고 한다. 한 나라의 세정은 운영하기에 따라서 호랑이보다 무서운 대상이 되는 반면 호미로 땅을 두드리며 태평성대를 칭송하는 격양가를 부르게도 만들수 있는 것이다.이같은 세태의 본질은 동서고금에서 별다른 차이가 없을 듯싶다. 어쨌든 세금은 국가경영의 주된 재원이어서 그 중요성은 두말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우리나라의 국세기본법에도 「국세는 다른 공과금이나 기타의 채권에 우선한다」고 못박아 세금의 최우선권을 강조하고 있다.그런데 국세청은 최근 예규통첩을 고쳐서 등기소에서 전세확인을 받은 세입자는 세든 집이 공매처분돼도 국세에 우선해서 전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게 했다.이밖에도 세무서에 압류당한 재산을 담보로 돈을 빌려줬더라도 압류재산이 공매처분된 뒤 세무서로부터 직접 빌린 돈을 되돌려받게끔 규정을 바꿔 시행에 들어갔다. 종전에 전세금을 전혀 받을 길 없이 길거리로 쫓겨나던 영세서민의 억울함을 없애주고 선의의 채권자를 보호하기 위해 전가의 보도와도 같던 「국세우선권」을 포기한 것이다.국세청 당국자는 앞으로 열릴 국회에 관계법개정안을 제출하더라도 절차상의 문제는 없다고 했다. 과거를 돌이켜볼 때 우리의 세정사에도 곡절이 적잖았다.경제개발에 필요한 재원조달을 위해 조세저항을 무릅쓰고 다음해에 거둘 세금을 미리 당겨 과세하는 조상징수제도라는 것도 있었으니 말이다.일반서민 재산권보호의 노력을 보여준 이번 세정당국의 조치에 박수를 보낸다.
  • 불교계 자성·자정 아쉽다/김상현(일요일 아침에)

    서울 종로구 견지동 45번지.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은 거기 조계사안에 있다.그래서 조계사는 요즘 늘 시끄러워 보인다.실제 조계사를 가보면 시끄러운 것도 사실이다.폭력으로 얼룩진 살풍경한 모습을 떠올리면 한숨이 나온다.그리고 보기가 싫은 똑같은 광고물을 날마다 대하는듯한 조계종단 관계 신문기사가 짜증스러워진다. 그러니까 이번 조계종 사태는 불교계의 심각한 여러 문제를 전국민에게 적나라하게 노출시켰다.폭력배가 동원된 난투극이며,시줏돈에 대한 의혹등이 얽혀 복잡한 양상을 띠고있다.종회와 전국승려대회가 맞물리고 범종추측과 총무원측의 대립등은 진수렁에 빠진 마차를 보는 꼴이다.도무지 굴러갈것 같지가 않다. 오늘의 이 사태를 불러온 불교계는 절실한 자기반성과 참회가 마땅히 있어야 한다.지난날의 잘못에 대한 자기성찰 없이는 새로운 활로가 열리지 않을 것이다.서암종정의 읍소가 있었다는 소식도 들린다.그럼에도 절실한 참회의 목소리는 아무데서도 들리지 않는다. 오늘 한국의 승려들에게는 시은에 대한 절실한 자각이 필요하게 되었다.예부터 불교에서 강조해온 네가지 은혜가 있었다.이 가운데 하나가 베풀어준 보시에 대해 그 은혜를 잊지 않는 시은이다.출가한 수행자는 밭갈고 씨뿌리는 수고를 하지않고도 존경을 받는 일을 보아왔다.80억원이라는 시줏돈에서 보듯 시주자들로부터 많은 공양을 받지 않았는가.시주가 베푸는 공양에 응하는 일은 쉽지 않다.수행자는 불퇴진의 정진으로만 그 은혜에 보답할 수 있다.농부가 거친 땅을 일구어 씨뿌리고 김매며,세월 기다려 열매를 거두듯,수행자도 황폐한 사람들의 마음밭을 지혜의 보습으로 갈아야 한다.믿음이라는 씨를 뿌릴때 감로의 열매를 수확할수 있는 것이다. 14세기 전반,당시 고려불교계의 여러 모순에 관해 예리한 비판을 가했던 무기가 떠오른다.그는 출가수행자에게는 시주의 은혜가 막중하다고 강조했다.그러나 당시의 불교계는 부지런히 수행하는 이는 적었다.반면 권문세가의 문을 출입하면서 금란가사로 몸을 휘감고자 하는 승려가 많다고 그는 한숨지었다.재산을 축적하고 권력에 의지하여 온갖 잡된 짓을 자행하는 무리들이 많아 땅이 꺼지도록 탄식했다.「급하고 급하다.위태롭고 위태롭다」고.그러나 권력과 부와 사치와 호사에 귀가 먼 당시의 불교계는 무기의 이 발언이 들릴리 없었다.그래서 멀지않아 심한 억불책에 시달려야 했다.무기의 이 탄식이 오늘의 불교현실과 무관하다고 하겠는가. 한국불교는 권력과 결별하고 당당히 자주성을 확보해야만 한다.권력이 일부 승려를 이용해서도 안된다.불교계가 정치권력에 빌붙어서는 더욱 안될 일이다.일찍이 한용운은 말했다. 「재래의 불교는 권력자와 합하여 망하였으며,부호와 합하여 망하였도다.이제 불교가 실로 진흥하고자 할진대,권력과의 관계를 단절하고 민중의 신앙에 세워야 할지며 진실로 그 본래의 사명을 회복하고자 할진대 재산을 탐하지 말고 이 재산으로써 민중을 위하여 법을 넓히고 도를 전하는 실수단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정불유착이라는 묘한 용어가 쓰여지고 있는 오늘의 불교계가 되새겨 보아야할 교훈이 아닌가 한다.한국불교는 이제 당당히 홀로서야 한다.하루빨리 교단의 권위를 회복하고 자주성을확보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한 것이다. 조계종단의 경우 총무원장에게 너무 많은 권력이 집중되어 있다고 한다.이와 더불어 개별 사찰주지의 전횡 또한 너무 크다고 할수 있다.역사적으로 볼때 각 본사 주지의 전횡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일제시대부터다.본사 주지의 온갖 전횡을 막을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이 기회에 마련되어야 하겠지만 낡은 껍질을 깨고 다시 태어나는 자기성찰도 필요하게 되었다. 범종추든 총무원이든 전복위화의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다시 말하면 하나의 좋은 일을 위해서 셋의 화를 불러오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다.서로 불교를 위한답시고 장기전을 펼친다면 한국불교는 영영 회생하지 못할 것이다.그러기에 조계종단은 하루빨리 자정을 향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설사 그 방법이 자기살을 도려내는 고통을 수반할지라도 기꺼이 감수하지 않으면 안된다. 오늘의 이 난국을 헤쳐나가는 슬기를 한데 모을때 비가 온뒤에 땅이 더 굳어지듯 종단의 새기틀을 굳건히 잡아나갈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 “UR은 지난일… GR·BR 대비하자”/과천경제부처의 기류는

    ◎“달라져야” 모종의 체질개선설 나돌아/“전문성 결여가 화근… 잦은 인사 없어야 경제부처가 모인 과천청사의 기류가 바뀌었다.「포스트 우루과이 라운드(UR) 대책」을 놓고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는 중이다.뭔가 종전과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UR 이행계획서 파문에 따른 김양배 농림수산부 장관의 전격 경질은 쉽사리 예측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충격의 여진이 아직 가시지 않고 있다.경제기획원과 농림수산부가 함께 있는 청사 1동에는 공휴일인 5일 아침 일찍부터 대외업무를 맡은 직원들이 나왔다.초상집 분위기였던 농림수산부는 박상우 제1 차관보를 비롯,UR협상 담당 실무자 10여명이 나와 신임 최인기장관에게 보고하는 자료를 만들었다.경제기획원 대외경제국도 김호식 국장 등 실무자들이 출근했다. UR협상을 맡았던 관료들에게 뼈아픈 것은 대외 협상능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이다.주요 현안을 다루는 정부부서 및 담당자들의 전문성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UR협상이 진행된 지난 7년 동안 농림수산부 담당국장은 7명이나 바뀌었다.담당자가 5명 뿐인 이 부서에서 협상을 지속적으로 챙긴 사람은 사무관 등 실무진 한두 명 뿐이다.그만큼 인사가 잦았기 때문이다.한 직원은 『인사정책이 근본적으로 재검토되지 않고서는 누구를 탓할 수도 없다』고 탄식했다. 물러난 김장관이 국회 농림수산위에서 한 발언도 실로 충격적이다.『지난 해 UR협상 타결 때 국영무역이나 종량세 등의 보호장치가 있는 줄 몰랐다』 이처럼 중요한 문제를 장관이 몰랐다는 발언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이행계획서 작성 및 검증과정에서 실무자들이 그때그때의 문제점을 장관에게 보고하지 않은 것도 사실로 드러났다. 일부에서는 김장관이 물러난 이번 파동을 기득권을 의식한 관료들의 조직적인 「음해」로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한 관계자는 보수적인 농림수산부가 지난해 UR협상에서도 제네바 대사관 및 외교관들에게 내용을 감추기에 급급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농림수산부 관료들은 펄쩍 뛴다.오히려 일부 부처에서 의도적으로 미국과의 서신교환(익스체인지 오프 레터스) 내용을 흘려 사태를악화시켰다고 주장한다.한 실무자는 『사태가 잘못됐다고 실무자의 재량사항을 정치쟁점으로 삼는다면 누가 소신껏 일하겠느냐』고 되받았다. 재무·상공자원 등 다른 경제부처들은 혹시라도 이번 일의 불똥이 튈까 숨을 죽이고 있다.몸을 사리는 것은 기획원도 마찬가지이다.그러나 대외협상의 조정역할을 맡았기 때문에 대응책 마련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 기획원이 신경을 쓰는 것은 포스트 UR대책.조만간 다가올 그린라운드(GR)나 블루라운드(BR) 등의 경제전쟁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대외협력위를 대외경제조정위로 명칭을 바꾸고,참석장관 수를 줄여 기민하게 대처하려는 것도 이같은 시도이다. 이번 일로 큰 홍역을 겪은 정재석부총리나,전임과 똑같이 내무관료 출신으로 자리를 뒤이은 최인기 장관이 모종의 혁파를 단행할 것이라는 소문도 나돈다. 그러나 많은 관료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외 경제정책도 이젠 대국민 홍보와 설득까지도 염두에 두고 완벽하게 마련해야 한다는 쓰라린 교훈을 얻었다고 입을 모은다.
  • 「바담풍」 훈장이 누굴 나무랄까(박갑천칼럼)

    아랫사람이 어른 공경하기보다 어려운 것은 어른이 어른노릇 제대로 하는 일이다.어른은 공경 받고 군림하면 되는 것으로 생각하기가 쉽다.하지만 그런 것만은 아니다.공경 받을수 있는 몸가짐을 어른 쪽에서 먼저 보여 줘야 하기 때문이다.어른이 어른다움으로써 질서는 서는 것이 아니던가. 전통사회에는 혼정신성이 있었다.아침 저녁으로 어버이 문후인사 드리는 것을 이른다.이때 문후인사 받는 어른이 자세를 아무렇게나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의관을 갖추고 바르게 앉아 있어야 한다.인사 받기도 귀찮았을 일이다.그러나 세상의 질서는 그렇게 위에서부터 바로 세우는 것이 순서다.윗물이 맑아야 아랫물 또한 맑아진다는 이치이다.아래는 그러한 위를 보면서 배워나간다. 계강자가 공자에게 정치에 대해 물었을때 한 공자의 대답도 그것이다.­『정치란 바르게 행하는 것입니다(정자정야).당신께서 솔선하여 바르게 나가신다면 누가 감히 바르게 행하지 않겠습니까』 그 다음의 대화도 맥락은 같다.계강자가 도둑이 많다면서 대책을 묻자 공자는 이렇게 대답한다. 『우선 당신 자신이 탐욕하지 않으면 백성들은 상을 준다고 해도 도둑질을 않을 것입니다』(논어·안연편) 우리 조상들도 그랬다.어른이 수범할 것을 가훈으로 남기는가 하면 임금에게도 윗물로서의 왕도를 간하면서 스스로도 지행일치를 위해 노력했다.조선 인조때의 상신 충익공 이시백(충익공 이시백)이 보인 어느 날의 처신도 위가 맑아야 함을 강조한 사례중의 하나이다. 그의집 뜰에는 꽃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김사낙양홍이라는 이름으로 중국에서 가져온 것이었다.그 꽃을 대궐로 옮겨 심으려는 무리들이 왕명을 받고 들이닥친 것이다.공은 그 꽃나무를 캐어 발기발기 찢어버린다.그러고서 탄식한다.『오늘날 나라의 안위가 조석을 알수 없거늘 주상께서 인재는 구하지 아니하고 꽃이나 탐하다니 웬일인가.나는 꽃으로 아첨하여 나라 망하는 것을 볼수 없으니 가서 내 이뜻을 아뢰어라』(해동속소학) 어른이 어른다운 자세를 못보이고 있는 것이 오늘의 우리사회 전반적인 모습이다.아랫사람들 보기 민망한 행태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더구나 2세를 가르치는 교육의 터전에서까지 어른들이 풍기는 독한 구린내는 역겹게 번져난다.어허.혀가 짧아 「바람풍풍」하지 못하고 「바담풍」하는 훈장이 생도들에게 「바람풍」이라 못한다고 나무랄수 있겠는가.어른이 어른답지 못하면 나무랄 자격을 잃는다.나무랄 사람 없는 사회는 어두워질 밖에 없다.그게 걱정이다.
  • “비리방치 교육당국이 개혁대상”/국회교육위,상문고 감독소홀 질타

    ◎잇단 진정·농성 불구 「우수교」 판정 근거는/상 교장의 전횡 고발 안한것은 직무유기 상문고의 비리사건을 다룬 22일의 국회 교육위는 마치 울분과 성토의 장을 연상시켰다. 여야의원들은 특히 사학의 고질적 비리를 타파하지 못하고 감싸는데 급급했던 교육당국에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조순형교육위원장은 『문민정부 출범뒤 사회 각계가 개혁되고 있는 때에 교육계만이 해묵은 비리를 털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탄식한뒤 『이나라 장래를 걱정케하는 비리를 방치해온 교육당국은 개혁의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김숙희교육부장관은 『고질적 비리에서 못깨어난 교육계내의 비개혁적 세력을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발본해내겠다』고 다짐했다. 이준해서울시교육감도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학업이 조속히 정상화되도록 임시이사회구성,장학사·장학관파견을 서두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원들의 분노는 식을 줄 몰랐다. 장영달의원(민주)은 『교육부가 특별감사대상으로 53개교를 정하면서 비리의혹이 큰 학교들을 피한 것은 감독소홀 책임을 모면하려는 의도』라고 쏘아붙인뒤 서울지역의 대표적 비리학교 명단을 제시했다. 김장관은 『특감대상학교가 무작위 선정된 것은 비리발본과 면학분위기 쇄신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 뒤 『그러나 교육부와 장관이 양심을 걸고 교육계의 양심을 확립하겠다』고 답변했다. 박범진(민자)·김원웅(민주)의원은 『상문고가 교육용기본재산 20억원을 처분한뒤,상춘식교장 개인 명의로 땅을 구입한 것은 명백한 횡령』이라면서 『89년 감사에서 이를 적발하고도 고발치 않은 것은 교육관청의 직무유기』라고 추궁했다. 박석무의원(민주)은 『지난 89년 임시국회에서 시교육위는 이모교사의 해직을 질병문제로 얼버무렸다』면서 『이교사가 폭로했던 보충수업비 과다징수,기부금품징수를 부인했던 교육당국은 오늘의 사태를 키운 장본인』이라고 말했다. 홍기훈의원(민주)은 『수차례의 진정과 농성등으로 얼룩진 상문고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은 92·93년에 무슨 근거로 우수학교라는 장학지도판정을 내렸는가』라고 물었다. 김인영의원(민자)은 『끓어오르는 욕설을 의원신분이기에 참고 있다』면서 『92년 학교부지내 골프장 감사에서 최은오재단이사가 막대한 부당이득을 올리고 있는 것도,학생들이 골프장 소음으로 시달리는 것도 적발하지 않은 사람들이 할 말이 있는가』고 다그쳤다. 장영달의원도 『국정감사때 골프장자료를 요구하니 교육당국 대신 안기부 총무과장 출신의 최이사가 서류를 들고 왔다』면서 『이는 교육청이 최씨와 연결된 안기부조정관의 손아귀에 놀아났기 때문』이라고 거들었다. 박범진의원(민자)과 정주일의원(무소속)은 『노동위 돈봉투사건에 이어 교육위에서도 로비사실이 밝혀져 국회의원의 신뢰도에 치명타를 입혔다』며 진상규명을 위해 청문회를 개최할 것을 제의. 한편 이교육감과 시교위관계자들은 지난해 학교장의 비리를 폭로한뒤 제적된 이모군 문제와 관련,『우리도 사실이 밝혀진뒤 울분했다.그러나 수사기관이 아니어서 단죄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순형위원장은 『문제는 교육당국이 법에 주어진 권한이라도 행사할 의지가 있었는지의 여부』라고 지적했다.
  • 정치인의 생존전략(정치판 달라진다:2)

    ◎「발로 뛰는 표밭가꾸기」 주력/시간쪼개 현지 방문… 교회·양로원 등 공략/후원회 구성… 깨끗한 선진국형 모금 확산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의 국회의원 회관은 텅 비어 있었다.임시국회가 마감된 바로 다음날이어서 그렇겠지만 빈 정도가 다른 때보다 훨씬 심했다. 이웃에 있는 민자당 당사도 마찬가지였다.김종필대표와 문정수사무총장등 3역을 빼고는 중간당직자들 대부분이 출근을 하지 않았다.거의 모두가 지역구에 내려갔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및 선거부정방지법」등 정치관계법안의 완전타결로 정치환경이 혁명적으로 변화되면서 의원들에게는 「지역구만이 살 길」이 됐다.이제는 돈으로는 조직을 관리할 수도,표를 살 수도 없어 평소부터 표밭 다지기에 나서야 하는 것이다. 민자당 의원들은 더욱 급해졌다.상반기까지 지구당 위원장들을 개혁인사로 물갈이 한다는 얘기가 들리고 있다.교체의 폭은 50∼60명까지 될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파다하다.문총장은 평상시 지구당 정비작업의 차원이므로 현체제를 뒤흔들만큼 큰 폭은 아닐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그럼에도 지구당 위원장들 사이에서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는게 현실이다.여기에는 민주당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새로운 정치환경은 검은 돈의 정치권 유입을 차단해 의원들의 주머니를 압박하고 있지만 떳떳한 정치자금의 조달을 가능하게 해 주고 있다.후원회의 회원수는 2백명에서 3백명으로 늘어났고,1년에 두번만 허용되던 모금횟수는 4번까지 할 수 있게 됐다.선거 때는 6번까지 가능하다.1억원이던 후원금의 상한액도 1억5천만원으로 늘어났다. 의원들은 이처럼 새로운 정치문화에 적응하기 위해 선진국형 모금을 시도하고 있다.무작정 초청장을 보내 『한푼 냅쇼』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 관리도 하고 의정활동의 밑천도 충당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이들은 지지자들의 참여폭을 넓히기 위한 각종 프로그램의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스스로를 「상품」으로 내놓고 적극적인 「세일즈」에 나서는 사례들은 이같은 생존전략에서 나온 결과이다. 지난해 처음으로 신문광고를 통해 1억2천만원을 모금했던 민자당의 박범진의원은 이달 중순 다시 한번 신문광고를 내기로 했다.민주당의 이철의원은 지난해말 문화,연예계 인사들을 불러놓고 디너쇼를 열어 짭짤한 수입을 올리자 「올해도 다시 한번」을 생각하고 있다.민주당의 홍사덕의원은 특유의 재담을 내걸고 토크쇼를 개최해 1억원을 거둔 바 있다. 같은 당의 이부영의원은 오는 4월부터 한길사의 책 광고모델로 TV에 나온다.이의원은 모델료를 받지 않는데 돈보다는 유권자에게 이미지를 심어주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다.역시 같은 당의 김원웅의원은 지난해 이완용재산의 국고환수등에 주력했던 의정활동을 부각시키기 위해 독립운동관계자들로 후원회를 구성했다. 민주당의 정대철의원은 오는 6월 2일 5천명규모의 지지자 모임을 만들 계획이다.정치자금 조달창구가 아니라 「싱크탱크」인 정책자문그룹을 구성하고 지지자 계층을 넓히기 위한 것이다.정의원과 김원기민주당 최고위원은 후원회를 미국에까지 이어놓고 있다. 이밖에 임채정 박석무 유인태 제정외 장영달 박계동 신계륜 이철의원등 민주당의 개혁정치모임 회원들도 후원회의 활성화를 통해 깨끗한 정치를 시도하고 있다. 민자당의 정필근의원은 지역구인 경남 진양이 농촌지역인데도 농산물 개방의 불가피함을 강조하는등의 소신과 초선의원답지 않게 돋보이는 의정활동을 통해 유권자들에게 파고들고 있다. 이러한 방식이 다소 간접적인 표밭 가꾸기라면 시간을 쪼개 직접 지역구를 누비는 적극적인 「맨투맨」전략도 부쩍 늘고 있다.지난해 보궐선거를 통해 의사당에 입성한 민자당의 박종웅의원은 주말이면 빠지지 않고 지역구인 부산의 사하구에 내려간다.박의원은 시장 사찰 교회 양로원등을 분야별로 공략하고 있는데 7일까지 이틀동안 병원을 돌 예정이다.제정구의원은 시흥·군포지구당 사무실에서 주로 문제되는 쌀,야채류등 우리 농산물의 중개및 대리판매운동을 펴오면서 이익금을 남기지 않는 대가로 자신을 알리고 있다. 벙어리 냉가슴을 앓는 의원들도 상당수다.정치개혁을 가져올 장치는 마련됐지만 국민들의 의식수준이 이를 뒷받침하기에는 아직 미흡하기 때문이다.그렇다고 해서 개혁의 대세를 거스를 수도 없고,그저 속으로끙끙앓으면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돈·조직보다 정책” 변신 안간힘/중앙·지구당 대대적 정비… 의정활동 역점/민자/“맞대결 할만하다”… 「대안야당」 이미지 부각/민주/여야 정치환경변화 대응 부심 정치관계법의 국회통과에 따라 선거풍토 변혁의 일선 책임자로 나서게 된 여야의원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묘책을 마련하느라 모두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야 정당도 중앙당과 지구당의 대폭적인 개편,공천기준의 전면 재검토등 체질 개선을 서두르고 있다. ○…민자당은 이제 여권 프리미엄이 없어진만큼 당운영이나 선거,정치자금등 모든 문제를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검토하고 있다. 특히 지난날처럼 중앙당과 지구당을 방만하게 운영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판단,근본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를 위한 최우선적 과제가 인적 구조의 틀을 바꾸는 것이라는데도 공감하고 있다.이것은 지구당위원장의 과감한 물갈이를 통한 세대교체를 의미한다.이른바 관록이나 경력만을 앞세우고 선거 때는 돈과 조직으로 표를얻는 것은 이제 옛말이다.당지도부도 이같은 인식아래 대폭적인 지구당 정비를 실천에 옮길 방침이다.이와 관련,재력은 더이상 공천 기준이 아니라는 말이 공식화돼버렸다. 의원들도 혁명적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겠다는 모습이다.『지구당 관리만이 살길』이라고 굳게 마음먹고 있는 것이다.우려와 탄식도 여기저기서 눈에 띈다.주로 여권 프리미엄에 익숙해진 민정·공화계의원들이다.그렇다고 민주계의원들도 걱정을 안하는 것은 아니다.지난 총선을 여당소속으로 치러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앞으로 지역구만 잘 다지면 어떤 정치외풍에도 끄덕하지 않을 것이라는 긍정적 측면도 염두에 두는 것 같다. 박정수의원은 『이제는 충실한 의정활동으로 평가받는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김영구의원도 『중진이라고 명성 하나만 믿고 안일하게 대처해서는 큰코 다칠 것』이라면서 『지역별·직능별 간담회를 수시로 개최,민의를 기민하게 수렴하고 여당의원의 이점을 충분히 활용해 정책으로 잘 반영한다면 오히려 이득이 될 수있다』고 희망 섞인 전망을 했다.박희태의원은 『여당 프리미엄이 없어졌다는 말은 여야 후보간 조건이 같아졌다는 것이지 조직이 없어졌다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면서 『조직관리에 보다 많은 신경을 쓰겠다』고 다짐했다. ○…민주당은 여당과의 이해득실을 저울질할 때 별로 밑지는 것이 없다는 반응.예전처럼 돈이 그렇게 많이 필요없는데다 선거범죄에 대한 재정신청의 주체가 검찰에서 후보와 정당으로 확대돼 관권개입이 상당히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이기택대표는 『앞으로는 돈없고 힘없는 야당도 여당과 한번 맞대결해 볼만 하게 됐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앞으로 정책 개발 없이는 선거를 치를 수 없다는 판단아래 당의 정책기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한다는 방침이다.정책정당으로서의 이미지 제고만이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길이라는 인식에서다. 정책위는 지금까지 국회 의원회관에서 주로 열리던 정책토론회와 공청회등을 외부에서 확대 개최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또 전 지구당에 개정된 정치관계법의 내용과지침을 시달하는 한편 유명무실한 당무감사를 강화해 달라진 선거환경에 대한 적응력을 키워나갈 계획이다. 의원들은 중앙당차원의 정책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유권자들과 부단히 접촉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권한이 강화된 선관위의 철저한 중립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한다.법이 바뀌었다고 해서 수십년간 내려온 불법관행이 하루 아침에 사라지기는 어려운 것이 아니냐고 반문하고 있다.
  • 기관·외국인 투자가들 매수 손떼고 추이 관망/증권가 이모저모

    ◎증안대책 적용 첫날 주식거래 급감… 효과 두드러져 기관 투자가에 대한 증거금 징수 및 대주제 부활 등 증시 안정대책이 처음 적용된 17일 각 증권사에는 동시호가 때 폭주하던 기관의 매수주문이 끊어지는 등 효과가 두드러졌다.또 각 증권사별로 보유물량이 많은 30∼80종목을 대주 대상종목으로 공시했으나 당초 예상대로 대주주문은 증권사별로 3∼4건밖에 안 되는 등 판매실적이 극히 저조. ○…지금까지 증거금을 내지 않는 이점을 악용,개장과 동시에 실제 필요량 이상으로 매수주문을 내는 수법으로 주가를 끌어올렸던 투신사·은행·증권사 등 기관 투자가들과 외국인 투자가들은 일제히 매수에서 손을 떼고 추이를 관망하는 모습.주식 매수액의 20%인 증거금이 현금으로 확보되지 않은 데다 증권 당국의 의지가 어느정도인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기관과 외국인 투자가들이 팔짱을 끼자 거래량은 지난주의 절반 이하로 줄었다.기관을 상대로 영업해 온 각 증권사의 법인영업부는 물량확보에 비상이 걸렸고 벌써 법인영업부의 전성시대는 물건너 갔다는탄식과 3월 결산을 앞두고 다된 농사를 망치게 됐다는 한숨이 나오고 있다. ○…최대 기관투자가인 투신사는 증거금 확보를 위해 하루전에 각 펀드매니저들이 다음날의 매수물량을 미리 보고토록 하는 등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안간힘.투신사의 한 관계자는 『미리 매수물량을 파악하고 증거금을 마련해야하는 번거러운 절차도 문제지만 매일 증거금 마련을 위해 당좌대월을 일으켜야 하기 때문에 생각지도 않던 금융비용이 들게 됐다』고 하소연. ○…대우증권은 이날 유공·삼성전자·포철 등 우량주와 은행주·저가주 등 28개 종목을 대주 대상으로 공시했으나 신청이 접수된 물량은 유공 7천주와 삼성전자와 포철 각 3천주에 불과.이는 인기있는 고가의 저PER주(주가수익비율)는 증권사에서도 물량 확보가 어려워 대주 대상에서 제외했기 때문.
  • 축구대표팀 GK 최인영(올해의 인물:5)

    ◎몸던져 선방… 월드컵 본선행 견인 지난 10월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열린 94년 미국월드컵축구대회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전은 온 국민을 기대와 탄식,그리고 환희로 들뜨게한 한편의 드라마였다. 열사의 격전장에서 한국팀 최후의 방어선을 지킨 GK 최인영(31·현대)은 무수히 날아드는 상대 슛을 몸을 사리지 않고 선방,월드컵 3회연속 진출의 위업을 이룬 주역이었다. 최인영의 방어력은 거의 완벽에 가까웠다.특히 국민들이 비상한 관심을 보였던 일본과의 대결에서 막판에 한골을 내주긴 했으나 밀물처럼 몰아붙인 그들의 날카로운 공격얼 뛰어난 판단력으로 잘 막아아냈다.최인영의 몸놀림은 마치 한마리 날렵한 치타같았다.그의 동작 하나하나에 국민들은 웃고 울어야만 했다. 내년이면 축구선수로서는 환갑을 훨씬 넘는 32살이 되는 최인영은 『한국축구의 월드컵 16강 진출에 축구인생을 걸겠다』고 다부진 각오를 보였다.
  • 대마도의 수선사(일본속의 한국문화:10)

    ◎“항일의병의 거유” 최익현선생 순국지/영정 지금도 모셔 한국인관광객 잦은 발길/만관운하 개설… 대륙침략의 전진기지 삼아 임진왜란은 대마도와 밀접한 관계가 있었으나 일제침략은 대마도와 무관하지 않다.임진왜란이 끝난 뒤의 국교정상화에도 대마도가 깊이 개입하여 2백년간에 걸친 불안한 평화가 유지되었다는 사실은 앞에서 이미 기술한바 있다.도대체 대마도주가 만든 가짜 침략사죄문서를 가지고 만족해 버린 당시의 조선정부가 잘못이었다.겉으로는 성신교련을 내세웠으나 속으로는 제각기 다른 뜻을 품고 있었으니 결국은 일제재침으로 이어질수밖에 없었다. 대마도에는 일제침략사의 생생한 자리 방캉세토(만관뢰호)라는 인공운하와 이에 항거한 최익현선생의 순국지 수선사가 남아 있다.대마도는 19세기말 20세기초의 청·일전쟁(1894년)과 러·일전쟁(1904년)기에 대한침략의 전진기지로 둔갑하게 되는데 특히 일본해군의 전초기지로 각광을 받게 되었다.그래서 아사마(천이)만에 해군기지가 건설되는데 지금도 해상자위대가 자리잡고 있는 죽부(다케후키)라는 항구가 그것이다.이 항구는 한가지 큰 흠을 갖고 있었으니 한국쪽으로만 바다가 열려있고 일본쪽으로는 육지로 가려있었던 것이다.그래서 그들은 막대한 자금을 들여 인공운하를 파기로 했다.이곳이 바로 대마도가 자랑하는 만관뢰호요 그 위에 걸린 다리가 만관교다.보기에는 매우 아름답다.그러나 그 어두운 과거때문에 우리 눈에는 아름답게만 보이지 않는다.이 운하는 1900년에 개통되고 1905년 일본함대가 러시아극동함대를 격파할때 큰 공을 세웠다. ○1904년에 개통 또 이 운하가 개통됨으로써 일본 구주의 나가사키(장기)와 우리나라 진해를 우회하지 않고 직선으로 잇는 항로가 개설되었다.그러니 이 운하에 얽힌 모든 과거사가 불쾌하기만 하다. 이 운하가 개통된 해가 1905년 을사조약이 늑약된 바로 그해였다.을사조약이 늑약되자 많은 유생들이 이에 항거하여 의병을 일으켰다.그 대표적인 인물이 면암 최익현이었다. 최익현은 호남에서 거사하였는데 관군토벌대가 들이닥치자 동주끼리 싸울수 없다 하여 자진 해산하고 체포되었다.최익현은 그의 한마디로 대원군까지 실각시킨 당대 제일의 거유였기 때문에 일제는 간교하게도 유배지를 대마도로 정하고 이곳 이즈하라(엄원)에 유패시켰다. 최익현이 이곳에서 식음을 전폐한뒤 순국하게 되는데 그가 마시던 우물이 남아 있을뿐 유폐되었던 건물은 철거되어 없다.그대신 그의 시신이 잠깐 머물다가 떠난 수선사라는 작은 절이 남아있고 최근 경내에 그의 후손들이 세운 「대한인최익현선생순국비」가 있어 이곳을 찾는 한국관광객들의 순례지가 되고 있다. 필자는 이 수선사를 두번 가보았다.몇년전 처음 찾아갔을때 이 절의 주지(주지라고 해야 자기 혼자서 지키는 절이다.물론 대처승이다)가 공손히 인사하면서 이 절에 귀중한 보물이 있다고 말했다.보니 아주 작은 청동불상이었다.신라불이라는 것이다.금년 여름에 두번째로 방문했을때에도 역시 그 보물을 내보였다.그래서 그가 필자뿐만 아니라 찾아오는 모든 한국방문객에게 그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손바닥에 들 정도로 아주 작은 부처님.확실히 우리나라 것이지만 그것이 어떻게 이 수선사 주지손에 넘어왔는지 아무도 모르며 또 그것을 보여주면서 이 절이 한국과 수천년의 관계를 맺어온것처럼 내색하는 저의 또한 아리송했다.그러나 얼마뒤 그 저의가 무엇인지를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이번의 수선사 방문은 근 50명에 이르는 적지 않은 규모여서 비좁은 수선사 경내가 가득찼다.사실 우리나라 사람으로서는 이렇게 일본땅에 순국비를 세우도록 허락해준 것만으로도 고맙기 짝이 없는 일이어서 모두 법당에 들어가서 절을 하게 된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언제 갖다 놓았는지 최익현선생 영정이 놓여져 있었다.예전에는 미처 못보던 것이다.일행은 한층 더 감동해서 영정앞에 절을 하고 성금을 거두어 바쳤다.그리고 모두가 이 절을 두고 떠나는 것을 아쉬워하였다.그날은 마침 배를 타고 귀국하는 날이었다. ○겉과 속다른 일본인 3박4일의 짧은 여정이었으나 대마도의 이모저모를 보고 떠나는 기분이 상쾌하였다.그렇게도 가까운 거리에 있으면서도 그렇게도 멀게만 느껴졌던 대마도의 베일을 벗긴 기분.거기다 우리의 순국선열을 고이모시고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듯한 대마도 사람들의 마음가짐이 떠나는 우리를 더없이 기쁘게 해주었다. 그런데 배를 타기직전 일행중의 한 학생이 수선사에 두고 온 물건이 있다고 해서 급히 달려갔다가 헐떡거리면서 돌아왔다.그러면서 들려주는 말은 갑자기 우리의 들뜬 가슴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었다. 『수선사 법당에 내어 놓았던 최익현선생의 영정이 어느새 말끔히 치워져서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 소리를 들은 모든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듯이 『역시 그랬구나!』고 탄식하였다. 『겉과 속이 달라야 훌륭한 일본인』이라는 말의 참뜻을 배운 셈이 된 것이다. 필자는 젊은 학생들이 대마도에서 본 다른 모든 것을 합쳐도 이보다 더 귀한 교훈은 없었다고 생각했다.착잡한 생각과 그동안 정성을 갖고 안내에 힘써주신 영창구혜선생,그리고 아비창덕생씨에게 드리는 감사의 마음이 뒤엉키는 것을 느끼며 대마도를 떠났다.대마도는 다시 가까이 우리에게 다가서고 있다.이 시점에서 과거의 잘잘못을 따질일은 아니나 깊이 새겨서 밝고 명랑한 미래사에 비출 필요는 있을 것이다.
  • “한밤 승전보”… 온국민 환호성/월드컵 진출 확정되던날

    ◎TV 지켜보며 “한국축구 화이팅”/“최고의 드라마”… 탄식·환호 90분/아파트·주택가 불야성… 밤잠 설쳐 환호와 탄식이 수없이 모자이크를 이루다가 끝내 온나라를 환호성의 도가니로 몰고간 하룻밤이었다. 우리나라와 북한의 남북대결 못지 않게 일본과 이라크의 일전 소식에도 일희일비해가며 게임종료 휘슬과 거의 동시에 월드컵축구본선 3회연속 진출의 쾌감을 만끽한 날이었다. 한국이 북한을 3­0으로 완파하고 이라크가 일본과 게임종료 수십초전에 2­2로 극적으로 비겨 자력반·타력반으로 우리나라의 월드컵축구 본선진출이 확정되는 순간 각 가정이나 야근 직장·포장마차 등에서는 일제히 환호성이 터져나와 중동 카타르의 도하에서 날아온 낭보에 화답했다. 29일 자정무렵이었다. TV를 지켜보던 시민들은 거의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져 있던 한국 축구가 기사회생,결국 월드컵 본선 진출 티켓을 움켜지자 껑충껑충 뛰며 환호하기도 하고 월드컵본선에의 그 멀고도 험한 길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한국과 북한의 예선 마지막대결.후반 들자마자 고정운의 선제골에 이어 8분 황선홍의 두번째 골이 터지자 TV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일본과 이라크의 대결에 더 촉각을 곤두세우기 시작했다. 곧이어 TV자막에 이라크가 1대1로 동점을 이룬 것이 나타나자 한국과 일본이 똑같이 승점6을 이루나 골득실에서 앞서 본선에 진출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기 시작했다. 그러나 금세 한국이 3대0으로 앞서 승리를 굳혔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이라크에 2대1로 앞서면서 시민들은 예선탈락의 깊은 좌절감에 빠져 들었다.이때부터 일부 시민들은 일본 NHK TV 위성방송으로 채널을 돌려 이라크가 한골을 더 만회해주길 고대했다. 드디어 NHK TV 자막이 후반 45분10초를 알리는 순간 이라크가 코너킥을 얻어내고 자막시간으로 45분18초,천금의 동점골이 일본 네트를 갈랐다. 그리고는 온 나라에 함성이 메아리쳤다. 본선진출이 확정되자 서울역 대합실에서 TV를 보며 열차를 기다리던 김정렬씨(40·회사원)는 『내 생애에서 본 축구경기 가운데 가장 드라마틱한 장면이었다』고 기뻐했다. 또 야근을 하고 있던김상수씨(33)는 『일본과의 대전에서 어처구니 없는 졸전을 벌여 며칠동안 속이 상했는데 이 기적같은 일에 체증이 말끔히 가셨다』고 말했다. 서울 상계동 주공아파트 어느층에서는 후세인(이라크대통령)고맙다』는 외침까지 들려와 시민들의 감격을 대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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