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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선 ‘항골 숨바우길’ 아시나요…“명상하며 쉼쉬듯 산책”

    정선 ‘항골 숨바우길’ 아시나요…“명상하며 쉼쉬듯 산책”

    강원 정선군은 북평면 항골계곡 생태탐방로 명칭을 ‘항골 숨바우길’로 결정했다고 27일 밝혔다. 공모를 통해 접수된 650개 명칭 가운데 최우수상을 받은 ‘항골 숨바우길’은 푹신한 원시림 바위숲길을 걸으며 가볍게 숨 쉬듯 산책을 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군이 지난해 8억원을 들여 조성한 ‘항골 숨바우길’은 총 길이가 7.7㎞이다. 항골 숨바우길은 50여년 전 나무를 운반하던 길로 쓰였다. 항골계곡은 백석봉(해발 1170m), 상원산(1421m)에 둘러싸여 있고, 입구에는 마을 주민들이 탄광촌 번영을 소망하며 쌓은 돌탑이 있다. 군 관계자는 “SNS 등을 활용한 적극적인 홍보로 항골 숨바우길 브랜드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 [여기는 중국] 탄광 붕괴로 광부 10명 안타까운 죽음…또 ‘인재’

    [여기는 중국] 탄광 붕괴로 광부 10명 안타까운 죽음…또 ‘인재’

    중국 간쑤성 바이인시 징타이현 탄광에서 지난 23일 오전 11시 15분경 탄광 입구가 무너져 내리면서 작업 중이던 광부 17명이 갱내에 갇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중국 매체 왕이망 보도에 따르면 사고 당시 갱내에 있던 광부 17명과 차량이 동시에 광구 안에 묻혔는데 사고 직후 출동한 구조대에 의해 20시경 전원 구출됐다. 구조된 광부들은 인근 바이인시 제일인민병원 응급실로 이송됐으나, 이송 중 10명의 광부가 호홉 곤란과 심정지 등을 사유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7명의 광부는 경미한 부상을 입은 상태로 생명에 지장이 없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이날 사고 현장에 있었던 광부들은 탄광 갱내 작업 중 가스 폭발로 추정되는 굉음이 들린 뒤 갱내 입구가 갑자기 무너져 내렸다고 증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사고 직후 탄광 갱내에 입구로 통하는 지역에 물이 스며들면서 통로가 막히는 등 구조에 난항을 겪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사고 직후 출동한 구조대는 구조 작업을 시작한 지 9시간이 지난 후에야 첫 구조자를 갱내 외부로 구출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장시간 갱내에 갇혀 있었던 광부 17명 중 10명이 사망하면서 정확한 사고 원인을 밝혀 유족들을 보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특히 이번 탄광 붕괴 사고가 발생한 간쑤성 징타이현은 수십년 째 탄광 사고가 잦은 지역이다. 지난 2011년에도 안전시설 부재와 탄광 갱내 관리 감독 소홀 등의 문제로 이 갱내에서만 7명의 광부가 사망했다. 또 이듬해였던 2012년에도 광부 34명을 태우고 갱내로 들어갔던 수송차가 지하로 추락해 20명이 사고 현장에서 사망한 채 발견되는 안타까운 사건도 이어졌다. 또, 2016년에는 이 지역 탄광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해 작업 중이던 광부 29의 시신이 갱내에서 발견됐다. 탄광 산업이 활발한 간쑤성 일대에서 매년 광부들이 매몰돼 사망하는 아찔한 탄광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현지 누리꾼들은 이 지역 탄광 사고가 안전 시설의 부재와 불법 채굴, 지방 당국의 무능과 부패가 겹친 전형적인 인재라는 비판의 목소리를 제기했다. 특히 지난 2019년 한 해 동안 중국에서 발생한 탄광 사고가 170건, 사망자 수가 316명에 달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논란은 계속되는 분위기다.한 누리꾼은 “매년 평균 탄광 사고로 사망하는 광부들의 수가 최소 수백 명, 최대 수천여 명에 달한다는 언론 집계 결과는 믿기 힘든 수치”라면서 “언론을 통해 보도되지 않는 희생자들의 수를 헤아릴 경우 그 수는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 뻔하다. 안전 시설은 뒷전인 채 이윤만 추구할 것이 아니라, 갱내 안전 시설을 정비해 광부들의 기본적인 생명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탄광 안에 통풍부가 없어서 사고가 나면 질식사로 사망하는 광부들의 안타까운 사례가 대부분”이라면서 “이런 최악의 작업 환경 탓에 중국 광산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작업장이라는 전세계인들의 비아냥에도 아무런 대응도 할 수 없는 것이다. 반성해야 한다”고 적었다. 한편, 이번 사고가 발생한 간쑤성 탄광의 현장 구조는 23일 오후 11시경 서둘러 완료된 상태로 전해졌다. 관할 당국은 추후 갱내가 붕괴된 정확한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추가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 꽁꽁 싸매요 꽁꽁 얼어요

    꽁꽁 싸매요 꽁꽁 얼어요

    연일 찜통더위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른다. 이럴 때는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찾아야 한다. 폐광을 활용한 냉풍욕장 몇 곳을 소개한다. 한여름의 오아시스 같은 곳들이다. 그중 일부는 입장료가 꽤 비싸다. 본전을 뽑으려면 오래 머물러야 한다. 그러려면 두툼한 옷이 필수다. 여름 복장 그대로 들어갔다간 몇 분도 버티기 힘들다.충남 보령의 냉풍욕장은 국내 냉풍욕장의 원조쯤 되는 곳이다. 성주산 자락의 폐광을 200m 길이의 냉풍욕장으로 꾸몄다. 코로나19로 3년 내리 문을 닫았다가 지난 6월 말 다시 개방했다. 오는 8월 19일까지 운영된다. 입장료는 없다. 냉풍욕장 내부 온도는 늘 12도 정도로 유지된다. 지하 갱도에서 올라오는 냉풍 덕이다. 그런데 12도라면 어느 정도 차가운 걸까. 냉장고의 냉장실 온도와 비교하면 이를 실감할 수 있다. 보통 냉장고가 출고될 때 냉장실 온도를 3도 정도에 맞춘다고 한다. 한데 냉장고 안엔 바람이 없다. 반면 냉풍욕장엔 늘 바람이 분다. 대류 현상 때문이다. 어느 풍혈(風穴)이든 원리는 비슷하다. 땅속에서 만들어진 찬 공기가 바깥의 더운 공기 쪽으로 이동하면서 바람을 만든다. 여름철 기온이 오를수록 냉풍욕장 속 바람이 더 세지는 이유다. 한여름 보령 냉풍욕장의 바람은 최대 초속 6m에 달할 때도 있다고 한다. 이 정도면 강풍이다. 바람이 불면 체감온도는 낮아진다. 기상청에서 쓰는 복잡한 체감온도 계산법을 적용하지 않더라도, 이 정도 풍속이면 체감온도가 얼추 냉장실 온도 언저리까지 떨어진다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그러니 여름옷 차림으로 냉풍욕장에 들어갔다간 몇 초도 지나지 않아 몸이 덜덜 떨리게 된다. 바람이 나오는 갱도 바로 앞에 서면 과장 좀 보태 귀가 시릴 정도다. 냉풍욕장 안엔 특이하게 양송이 재배사가 있다. 양송이는 저온성 식물이다. 일반 농가에서 여름에 양송이를 재배하려면 에어컨을 켜야 한다. 한데 보령 냉풍욕장은 다르다. 폐갱도에서 불어오는 찬바람이 버섯 발육에 적합한 온도를 유지해 준다. 땀을 식혀 주고 양송이도 길러 주는 고마운 바람이다.충북 충주의 활옥광산은 일제강점기에 개발된 활석광산을 재활용한 공간이다. 거무튀튀한 여느 동굴과 달리 활옥광산 내부는 다소 밝은 느낌이다. 동굴을 이루고 있는 활석, 백운석 등이 우윳빛이기 때문이다. 동굴 내부는 꽤 쌀쌀하다. 평균기온 13도 정도다. 동굴 안에는 와인저장고, 건강테라피 시설 등이 조성돼 있다. 경관 조명으로 화려하게 장식한 공간도 있어 ‘인증샷’을 찍기 딱 좋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동굴 호수다. 암반수가 고여 생긴 호수라고 한다. 동굴 호수에서 카약 체험을 즐길 수 있다. 바닥이 투명한 카약을 타고 동굴 호수를 돌아보는 재미가 무척 쏠쏠하다.강원 태백의 통리탄탄파크도 가 볼 만하다. 옛 한보탄광 부지에 조성된 정보기술(IT) 콘텐츠 테마파크다. 실제 사용됐던 363m, 613m의 폐갱도 2곳에 다양한 디지털 아트를 조성했다. 시원한 폐갱도를 걸으며 구경도 하고 사진도 찍을 수 있다. 갱도 밖은 디지털 콘텐츠 존이다. ‘태백을 구하는 게임’ 등을 즐길 수 있다. 동물들과 사진 찍기, 그림 그리기 등 체험 활동도 할 수 있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 세트장도 보존해 뒀다. 당시 소품으로 쓰였던 탱크, 헬기 등이 전시돼 있다. 자연 풍혈 한 곳만 더 소개하자. 강원 양양의 ‘얼음골’이다. 풍혈은 여름에 찬 공기가 나오고 겨울이면 따뜻한 바람이 부는 바람구멍, 혹은 소규모 자연 동굴을 일컫는다. 바람만 나오는 곳은 바람구멍이나 바람굴, 얼음까지 어는 곳은 얼음골, 빙혈 등으로 불린다. 나라 안에 풍혈은 꽤 많다. 현재까지 조사된 것만 20여곳이다. 이 가운데 관광지로 개발된 곳은 경남 밀양 얼음골 등 일부다. 다른 곳들은 왜 개발되지 않았을까. 대부분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생태적인 이유도 있다. 풍혈 주변엔 늘 미기후(매우 좁은 범위의 기후)가 생성된다. 이 덕에 풍혈 주위로 독특한 식생이 형성된다. 희귀 식물이 자라는 경우도 있다. 이런 식물들만 찾아다니는 ‘덕후’들도 있다고 한다. 일각에선 희귀 식물 보호를 위해 풍혈 주변 접근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도 심심치 않게 제기된다.양양 서면의 얼음골은 덜 알려졌을 뿐 진작부터 관광지로 개발된 풍혈이다. 이미 개발된 곳이니 널리 알리는 것에 대한 부담도 덜하다. 얼음골까지는 황룡마을에서 1㎞ 정도 올라야 한다. 산 정상의 작은 바람구멍 앞에 서면 시원한 바람이 분다. 차갑기만 한 에어컨과 달리 신선하면서도 서늘한 느낌이 좋다. 물걸레처럼 땀에 젖은 몸이 마르기까지는 채 1분도 걸리지 않는다. 양양 얼음골은 사실 바람굴에 가깝다. 한여름에 얼음이 얼기도 한다는데, 실제 얼음을 볼 수는 없었다. 양양 얼음골엔 전해 오는 독특한 관습이 있다. 생수를 한 통 가지고 올라간 뒤 앞선 이가 얼음골에 두고 온 생수와 바꿔 오는 것이다. 그러면 누구나 얼음처럼 차가운 물을 마실 수 있다. 아쉽게도 지금은 이 전통의 맥이 끊긴 듯하다. 이 멋진 전통이 계속 이어지도록 얼음골을 찾는 이들 모두 생수 한 통씩 갖고 올라갔으면 좋겠다. 황룡마을 주변에 미천골 휴양림 등 명소가 많다.
  • 日군함도, 중국인 강제동원만 인정…서경덕 “천벌받을 짓”

    日군함도, 중국인 강제동원만 인정…서경덕 “천벌받을 짓”

    일제 강점기 조선인들이 강제 노역했던 아픈 역사의 장소인 군함도(정식 명칭 하시마)에서 해저 탄광을 운영했던 일본 기업 미쓰비시가 중국인의 강제 노역만을 인정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역사를 부정하는 천벌 받을 짓”이라고 일갈했다. 서 교수는 18일 인스타그램에 “영화와 MBC ‘무한도전’을 통해 널리 알려진 군함도(하시마)”를 언급하면서 “우리에게는 일제 강점기 조선인들이 끌려가 강제노역을 했던 아픈 역사의 장소”라고 밝혔다. 서 교수는 “하지만 군함도에서 조선인과 중국인을 강제노역시켰던 일본 기업 미쓰비시가 중국인 강제동원만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우호비’를 세운 것이 최근 밝혀져 큰 논란이 되고 있다”며 “이 우호비의 이름은 ‘일중 우호 평화부전의 비’이며, 비석은 나카사키시 변두리의 한 작은 공원에 세워졌다”고 설명했다. 일본 나가사키현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시민단체 측은 최근 미쓰비시머티리얼이 낸 돈으로 ‘일·중우호 평화부전(不戰)의 비’(이하 우호비)를 주문 제작해 나가사키시 변두리 작은 공원에 설치했다. 군함도 등에 강제 연행된 중국인 피해자 또는 유족과 미쓰비시머티리얼이 2016년 6월 화해하면서 약속한 화해 사업의 일환으로 건립됐다. 비석에는 약 3만9000명의 중국인 노동자가 일본에 강제 연행돼 열악한 조건 아래서 노동을 강요당하고, 많은 중국인 노동자가 숨졌다고 명시했다. 통절한 반성과 심심한 사죄, 애도의 뜻도 담겼다. 서 교수는 “이는 일본 정부가 조선인 강제 연행과 강제 노역을 부정하는 것과 같은 상황으로 볼 수 있다”며 “그야말로 역사를 부정하는 천벌을 받을 짓”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지난 2015년 군함도 등 일제의 강제 동원 산업시설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될 때 일본은 강제노역 피해 사실도 제대로 알리겠다고 했었는데, 7년이 지난 지금까지 약속을 이행하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일본은 조선인 강제노역이 있었던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또 등재하려고 계획 중이다. 서 교수는 “우리는 군함도의 사례를 거울삼아 이번에는 반드시 저지시켜야만 할 것”이라면서 “아울러 이번 기회를 잘 이용해 사도광산뿐만 아니라 군함도까지 조선인 강제노역의 역사적 사실을 일본이 꼭 인정하게끔 세계적인 여론을 통해 일본 정부를 지속해서 압박해 나가야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서점·카페·비행기·지하철… 박찬욱이 머무는 곳은 그의 서재가 됐다[김언호의 서재탐험]

    서점·카페·비행기·지하철… 박찬욱이 머무는 곳은 그의 서재가 됐다[김언호의 서재탐험]

    서재, 책이 있는 공간은 한 사람의 취향과 관심사, 내면과 정신의 풍경입니다. 우리 시대 대표 출판인 김언호가 한국 사회 각 분야에서 자기 세계를 구축한 명인들의 서재를 찾아 그들의 오늘을 있게 한 책 읽기와 삶에 대한 품격 있는 담론을 펼칩니다. 세계인이 사랑하는 영화감독 박찬욱의 서재 이야기를 시작으로 2주마다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지난 6월 29일 편집실 친구들과 박찬욱 감독의 신작 ‘헤어질 결심’을 보았다. 제75회 칸영화제 감독상 수상 작품을 개봉 첫날에 보는 즐거움을 누렸다. 상영시간 138분, 파주 출판도시의 영화관 메가박스, 다른 관객 20여명과 함께 우리는 문제작에 몰두했다. 고수의 뛰어난 연출에 다소 긴장하는 표정들이었다. 영화가 끝나고 우리는 카페로 자리를 옮겨 즐거운 합평회를 펼쳤다. “프로이트, 도스토옙스키, 히치콕이 다 녹아 있는 영화야. 사랑이 무엇인지를 박찬욱이 우리에게 묻고 있네.” “마지막 장면, 쏟아져 들어오는 파도가 압권입니다.” “맞아, 롤랑 조페 감독의 ‘미션’. 이구아수폭포 장면을 연상시키는 파도, 그 파도가 순간 멈추면서 영화가 끝나네요.” 나는 이튿날 다시 그 영화관으로 갔다. 자세히 보고 싶었다. 박찬욱 감독의 사랑론, 아니 인간론을 탐구해 보고 싶었다. 역시 그 대사들이 나의 주목을 끌었다. 클래식한 이미지의 대사들. “당신이 나를 사랑하기 시작했을 때 나는 당신을 떠났고, 이제 내가 당신을 사랑하려 하니 당신이 나를 떠나네.” “산에 가서 안 오면 걱정했어요. ‘마침내’ 죽을까 봐.” “그 친절한 형사의 심장을 갖고 싶어.” ‘헤어질 결심’을 다시 보면서, 나는 참 시적(詩的)인 영화라고 생각했다. 이 폭풍우 같은 소음의 시대에, 그의 영화는 절제된 언어를 구사한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인간이란 무엇인가, 사랑과 죄가 무엇인가를 시적 언어로 우리들에게 묻고 있다. 그의 영화는 시적이다.●박찬욱 감독의 영화 또는 인간탐구 15년여 전 나는 헤이리 회원들과 포르투갈을 여행했다. 거장 알바로 시자의 건축들을 보러 가는 것이었다. 박찬욱 감독의 아버님 박돈서 선생과 동행했다. 포르투의 세랄베스미술관! ‘시적 건축’을 언명하는 알바로 시자의 세랄베스미술관은 한 편의 시였다. “선생님, 건축이 시가 될 수 있군요.” “알바로 시자의 건축미학·건축철학을 실감합니다.” 한 편의 시처럼 아름다운 박찬욱 감독의 영화는 무엇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순간 나는 추사 선생의 ‘문자향 서권기’(文字香書卷氣)란 말을 떠올렸다. 가슴속의 청고(淸高)하고 고아(古雅)한 뜻은 문자향과 서권기에서 비롯되고, 문자향 서권기는 자신의 서예 작품의 근원이 된다는 추사의 예술정신. 내가 박 감독을 처음 만난 것은 2004년이었다. 1995년부터 시작된 예술마을 헤이리, 나는 2003년에 입주했고 2004년 박 감독도 부모님과 함께 입주한 직후였다. 그때 나는 박 감독에게서 영화 이야기뿐 아니라 책 이야기를 들었다. 1970년대부터 출판과 책은 나에게 운명 같은 주제였다. 박정희 유신 권위주의와 전두환 신군부의 통치시대에, 우리는 ‘위대한 책의 문화’를 주창하면서, 책만들기 책읽기가 우리의 자랑스런 ‘운동’이었다. 1990년대 파주출판도시 건설작업이 한창 진행되던 무렵, 나는 책의 마을, 책방마을을 구상하고 있었다. 열화당 이기웅 사장과 나는 볼로냐 아동도서전을 참관하러 가는 길에, 영국 웨일스 지방, 폐허가 된 탄광촌에 들어선 고서마을 헤이온와이를 찾아갔다. 1994년 봄날이었다. 헤이온와이 ‘고서마을의 황제’ 리처드 부스 선생과의 인연은 그렇게 맺어졌다. 당초 책방마을로 구상된 헤이리에 미술가·도예가·음악가·영화인·인문학자들이 동참하게 되면서 책방마을은 예술마을로 확장되었다. 오래전부터 책의 집, 책을 위한 집은 나의 꿈이었다. 책방과 전시, 담론과 공연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북하우스’는 그렇게 탄생했다. 동아일보사에서 함께 일하다 해직된 독서인 이종욱 시인도 헤이리 만들기에 동참했다. 그의 서재가 북카페 ‘반디’가 되는 것이었다. 황인용의 음악카페 ‘카메라타’와 함께 북하우스와 반디는 영화인이자 독서인인 박찬욱의 열려 있는 서재이자 휴식공간이 되었다. “독서는 내 영화의 원천입니다. 좋은 책 이야기하기는 영화를 잘 찍는 일만큼이나 중요합니다.” 영화인 박찬욱에게 서재란 여느 사람의 서재와는 다르다. 세계가 그의 활동영역이 되면서 여유를 갖고 서재에서 한가하게 책 읽을 시간을 내기가 더 어려워진다. 그가 머무는 공간이면 다 서재가 된다. 서점이, 카페가, 비행기가, 호텔이, 지하철이 그의 독서공간이 된다. “저희 집에도 서재라고 부를 만한 공간이 있지만 서재라기보다 서고라고 할까요.”●영화 보는 시간보다 독서 시간 길어 헤이리에 지어 입주한 아버지 박돈서와 아들 박찬욱의 자하재(紫霞齋)는 참 독특한 구조를 가진 주택이다. 건축가 김영준의 작품인 자하재는 한 집인데 두 집이다. 하나이면서 둘이고, 둘이면서 하나인 주택. 겉으로는 하나이지만 내부는 독립되어 있다. 현관도 따로따로다. 가운데에 같이 식사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다섯 평짜리 정원부터 반 평짜리 정원까지 정원만 26개나 된다. 대지 130평, 건평 110평이다. 박 감독의 서재 또는 서고는 공공도서관 서고처럼 여러 서가들이 병렬하고 있다. 많은 책은 이렇게 해야 수장할 수 있다. 서가 구석에 작은 탁자와 의자가 있다. 책을 꺼내와 잠깐 보다가 꽂아 놓는다. 더 읽을 책은 거실로 갖고 나온다. 서고 옆에는 작은 영화관처럼 큰 스크린이 있고, 계단식 관람석이 있어 10여명이 영화도 보고 음악도 들을 수 있다. 박 감독은 오디오 마니아다. 헤이리 회원들은 자하재를 여러 차례 구경하면서 독특한 공간 경험을 하곤 했다. 서울에서, 지방에서 많은 인사들이 견학하러 왔다. 헤이리에는 실험 적인 건축물이 제법 많지만, 자하재는 나에게 영화 ‘공동경비구역’을 떠올리게 한다. 2005년에 한국건축가협회로부터 ‘올해의 베스트 건축’의 하나로 선정되었다. 뉴욕현대미술관의 건축실에 도면과 모형이 전시된 후 소장되고 있다. 박 감독은 자신이 “평범하게, 무탈하게 성장해 왔다”고 하지만, 82학번인 그에게도 1980년대는 ‘격동의 시대’였을 것이다. “사회과학 독서보다는 인문·문학 독서를 했습니다. 조금 외로움을 느꼈지만, 주로 문학에 몰두했지요.” 영화 ‘아가씨’ 같은 경우에도 조진웅 배우가 친일파로서 대부호 역할을 한다. 원작은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이야기이지만, 굳이 이야기를 일제강점기의 조선 땅으로 가져와 그 인물과 시대를 보여 준다. 채만식의 ‘탁류’ 같은 소설은 우리 문학사의 빛나는 리얼리즘의 성과다. 그런 작품을 읽은 영화인 박찬욱의 가슴엔 어떤 형태로든 역사 같은 것이 잠재되어 있을 것이다. ‘헤어질 결심’의 조선족 송서래(탕웨이)의 할아버지도 조선 독립운동가로 ‘역사성’이 환기된다. 박 감독의 가슴엔 이문구의 ‘관촌수필’이 선연하게 살아 있다. “이문구 선생의 ‘관촌수필’은 저에겐 아주 결정적인 작품입니다. 단어 하나하나, 문장 하나하나를 이렇게 조탁해서 아름답게 만들 수 있을까요. 이런 아름다운 문학예술이 우리에게 있다고 자부합니다. ‘관촌수필’은 영화로 만들지 않고 그냥 보존하고 싶습니다.” 영화인 박찬욱에게는 영화를 보는 시간보다는 책 읽는 시간이 더 길다. 책에 관련된 일에 참여하는 일을 마다한 적이 없다. 좋은 책을 널리 알리는 일은 자신이 제작한 영화를 알리는 일 못지않게 소중하다. 책은 그의 삶에서 가장 즐겁고 중요한 영감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건축학자인 아버지가 사다 놓은 ‘을유세계문학전집’은 중·고교 시절 그가 씨름한 주제였다. 그의 문학적 지향을 형성한 책들이었다. ‘삼중당문고’와 ‘동서추리문고’도 그의 취향과 문제의식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책 읽는 집안의 전통 손에 늘 책을 들고 있는 어머니 심성구 여사로부터도 박 감독은 책읽기를 체득했을 것이다. “책이 있는 곳에 찬욱이가 있었어요. 사람들이 내다버린 책더미를 뒤지곤 했어요.” 동생 박찬경도 책 읽기로 자신의 미술세계를 구현하고 있을 것이다. 여동생 박찬희가 영어교육 전문가로 활동하는 것도 독서하는 집안의 분위기에서 기원할 것이다. 시서화(詩書畵)를 즐기는 집안의 전통. 아버지 박돈서 선생도 어릴 때부터 책 읽기를 참 좋아한 독서인이었다. 박돈서 선생은 사시집(寫詩集) ‘인향만리’(人香萬里)와 시화집(詩集) ‘묵향천리’(墨香千里)를 펴낸 시인이기도 하다. 언젠가 박 감독의 영화에 등장할 만한 한 미장센. 노부인이 벽난로 옆에서 무릎에 담요를 덮고 흔들의자에 앉아 추리소설을 읽고 있다. 고양이가 그 옆에서 졸고 있다. 중학생 박찬욱이 언젠가 어머니에게 이야기한 풍경이다. ●진리는 모호한가 박찬욱 영화의 일관된 주제라면, 인간 본성에 대한 탐구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삶이란 무엇인가를 질문한다. 그러나 정답은 없다. 진리는 모호할 것이다. 참, 박 감독이 주관하는 영화사 이름이 ‘모호’다. 그의 영화철학의 일단일까. ‘헤어질 결심’에서 정훈희와 송창식이 ‘안개’를 부른다. 인간의 삶은 안갯속 같은 것일까. 박 감독이 지금까지 읽은 그 수많은 책 중에서, 우리 젊은이들에게 권독하고 싶은 책 다섯 권을 추천해 달라고 했다. 안갯속을 헤매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약간의 가이드가 되지 않을까 해서다. 그가 문자로 보내왔다. 이문구의 ‘관촌수필’, 카프카의 ‘성’, 존 르 카레의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레이 브래드버리의 ‘화성 연대기’, 그레이엄 그린의 ‘브라이턴 록’. 인터뷰하는 그날 박 감독은 ‘강화학파의 서예가 이광사’(이진선 지음)를 구입했다. 북하우스의 그 많은 책들 가운데 ‘이광사’를 딱 집어드는 선책(選冊)의 안목. 나는 연세대 영문학과 이경원 교수가 30년의 연찬 끝에 써낸 거작 ‘제국의 정전 셰익스피어’를 북하우스 방문 기념으로 박 감독에게 증정했다. 그는 셰익스피어를 탐독하는 영화예술가다. 한길사·한길책박물관 대표
  • 제주 풍광 담은 ‘꼬마이모’, ‘그렇담, 안녕히’, 일본 유바리국제영화제 초청

    제주 풍광 담은 ‘꼬마이모’, ‘그렇담, 안녕히’, 일본 유바리국제영화제 초청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을 담은 단편영화 2편이 유바리국제 판타스틱영화제에 초청됐다. 제주특별자치도는 7월 28일부터 5일간 열리는 제32회 일본 유바리국제 판타스틱영화제에 제주를 담은 단편영화 2편이 초청됐다고 밝혔다. 지난 4월 전주영화제에도 초청됐던 안선유 감독의 ‘꼬마이모’는 집안의 골칫거리 꼬마이모 지란과 그런 이모를 세상에서 제일 멋지다고 말하는 열두 살 조카 소영의 찌릿찌릿한 ‘가슴’을 다룬 성장 영화인 안선유 감독의 ‘꼬마이모’ 등 제주를 담은 단편영화 2편이 유바리국제 판타스틱영화제에 초청됐다. 이상한 세상 속 평범하지 않은 꼬마 이모와 이제 막 2차 성징에 접어든 열두 살 조카의 이야기를 다룬 ‘꼬마이모’는 제주의 풍광을 배경으로 다정하고 다감한 캐릭터들이 서로에게 진심의 응원을 보내는 이야기로 마음을 움직이는 엔딩을 선사한다. 안 감독은 2011년 단편 ‘잠시만 쉬어갈까’를 시작으로 3편의 작품을 연출했다. 오유찬 감독의 ‘그렇담, 안녕히’는 제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서현이 고등학교 친구들 모임에 가던 도중 우연히 짝사랑하던 홍규를 만나 제주여행을 하며 그려가는 이야기다. 감독이 고향을 짝사랑하는 마음을 담아낸 영화다. 이 두 작품은 제주영상문화산업진흥원의 제주다양성 영화 제작지원 사업에 선정돼 작품 당 2000만 원씩 지원됐다. 지난 3년간 제주영상문화산업진흥원의 제작지원을 받은 영화 5편이 유바리국제영화제 초청작으로 국제무대에 선보이는 기회를 가졌다. 2020년에는 임형묵 감독의 ‘조수웅덩이’에 이어 2021년에는 소준문 감독의 ‘빛나는 순간’, 민병훈 감독의 ‘기적’ 등 2편이 출품됐다. 올해로 32회를 맞는 유바리국제영화제는 도쿄판타스틱국제영화제와 함께 일본을 대표하는 판타스틱영화제이며 스페인 ‘시체스’, 포르투갈 ‘판타스포르토’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유바리국제영화제는 홋카이도의 탄광촌이던 유바리시가 폐광을 하게 되자 지역개발을 위해 만든 영화제이다. 매년 전 세계에서 출품된 경쟁작 30여 편과 초청작 60여 편이 상영되며, 한국에서는 임권택 감독의 ‘아제아제 바라아제’에서 주연을 맡은 故 강수연씨가 뷰티스피리트상을 수상한 바 있다. 고춘화 제주도 문화체육대외협력국장은 “제주의 아름다움을 담은 영화가 세계무대에 초청되어 무척 기쁘다”며 “제주의 영상문화가 꾸준히 국제적으로 진출하도록 계속적인 협력과 지원을 하겠다”고 말했다.
  • 尹 노동관 재조명 “주 120시간 일할 수 있어야”

    尹 노동관 재조명 “주 120시간 일할 수 있어야”

    “게임 같은 거 하나 개발하려고 하면 정말 한주에 52시간이 아니라, 주 120시간 일해야 된다는 거야. 그리고 한 2주 바짝하고 그 다음에 노는 거지.” (지난해 7월 19일 매일경제 인터뷰) “세계적인 산업구조의 대변혁 과정에서 경쟁력을 제고하고,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노동 개혁 역시 필요합니다.” (5월 16일 국회 시정연설) 윤석열 대통령은 노동시간 유연화를 대선 핵심공약으로 발표했고, 당선 후 새 정부 국정과제에도 포함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를 구체화해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향’을 발표했다. 현행 ‘1주 12시간’인 연장근로 한도를 ‘월 단위’로 변경하면 최장 주 92시간 노동도 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오며 비판 여론이 확산되자, 윤 대통령은 “나는 보고 받지 못했다, 정부의 공식 입장도 아니다”라며 자신의 핵심 공약에서 한 발 물러서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정부 여당과 대통령실간에 정책 소통이 원활히 되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일자, 대통령실은 새 정부의 노동 정책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고용노동부는 노동자 건강권 침해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11시간 연속휴식권’을 병행하겠다며 상황 수습에 나섰다. ‘주 52시간제 유연화’ 방향 유지 다만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주 52시간제 유연화’ 의지를 나타낸 만큼 ‘제도를 개편하겠다’는 방향 자체는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는 발언이 논란이 되자 별도 입장문을 내 “‘주 52시간제를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데 따른 현장의 어려움’을 강조한 것이지 실제로 120시간씩 과로하(게 하)자는 취지가 전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제가 만난 스타트업 현장의 청년들은 평균적으로 ‘주52시간을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게임개발 등 단기간의 집중근로가 필요한 경우 주52시간을 획일적으로 적용할 것이 아니라 집중적으로 일하고 그만큼 길게 쉬는 것도 허용해야 한다’ ‘현행 탄력근로제만으로는 부족하므로 업종 특수성도 고려하고 노사정 합의에 따라 근로조건 예외를 보다 폭넓게 인정해 달라’는 애로사항을 토로했다”고 표현했다. 윤 대통령은 “근로자에게 자기결정권을 갖도록 해 주는 것이 기업에만 좋은 게 아니라 근로자에게도 유리한 경우에는 (주 52시간제에) 예외를 두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노사 간 합의 하에 근로자가 실질적 선택권, 일할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제도 보완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노동 현실 몰이해·편향적 이해 지적 주 120시간은 주 5일 근무인 경우 잠도 못 자고 매일 24시간을 일해야 하며 주 7일 근무라 하더라도 매일 6~7시간 정도만 자고 나머지 시간은 계속 일해야 하는 수준이다. 현재도 유연근로제와 특별연장근로, 선택근로제 등 근로시간의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는 ‘예외조항’이 분명히 있다. 당시에도 노동운동가 출신 정의당 심상정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 등은 일제히 비판을 했고, 트위터 등 SNS에서도 “아우슈비츠냐”, “일제 징용이나 북한 아오지 탄광보다 더하다”는 부정적 여론이 쏟아졌다. 해명 역시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왔다. 주 52시간제 도입의 취지는 총노동시간을 줄이는 것뿐 아니라, 연속된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노동자 사망 등을 막기 위해 적절한 휴게시간 보장으로 노동자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함이다. 애초에 야근 등 초과·연장근로도 법상으로는 노동자 측의 동의·합의가 있어야 하지만, 실제로 본인 의지에 따라 야근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는 점은 ‘합의의 자발성’이 구두선에 그칠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노사 간 힘의 균형이나 노동 환경 등을 고려할 때 ‘예외 허용’은 곧바로 또다른 장시간노동 산재 사례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연간 근로시간은 1928시간으로 1500시간대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비해 여전히 높다. ‘주 52시간제 유연화’라는 정부 방침이 가뜩이나 심각한 장시간 근로로 이어져 과로를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 “대한민국 아버지들 희생 담긴 폐광… 힐링길로 변신하니 놀랍습니다”

    “대한민국 아버지들 희생 담긴 폐광… 힐링길로 변신하니 놀랍습니다”

    오디션 통해 데뷔한 야생 아이돌폐광지역 태백서 첫 버스킹 인연“광부들 걷던 길 신선하게 느껴져”“대한민국 아버지들의 가족을 위한 희생이 담긴 강원도 폐광지역은 아름답고 멋진 곳입니다. 외할아버지께서 광부로 일해서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많은 이들이 시원하고 볼거리도 많은 폐광지역을 찾으면 좋겠습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로부터 22일 운탄고도1330 홍보대사 임명장을 받은 아이돌그룹 탄(TAN)은 올해 3월 데뷔한 7인조 남성 그룹이다. 태훈, 지성, 현엽, 주안, 성혁, 재준, 창선으로 구성된 탄은 오디션을 통해 아이돌 멤버를 뽑는 ‘극한데뷔 야생돌’로 가요계에 등장했다. 탄은 길거리 공연인 버스킹을 폐광지역인 태백에서 처음 열 정도로 강원도와 깊은 인연을 자랑한다. ‘서로를 위로하다’란 주제로 데뷔 전에 했던 첫 버스킹에 대해 멤버 지성은 “태백 거리 공연에서 좋은 기운을 받아 성공적으로 데뷔하게 됐다”면서 “덕분에 강원도의 아름다움을 알게 됐고 운탄고도1330 홍보대사까지 연이 닿았다”고 설명했다. 멤버 성혁은 아버지 고향이 강원도 횡성이고 외할아버지가 광부로 일했다며 “어렸을 때 자주 왔던 곳에서 나이를 먹어 공연을 열게 돼 정말 자랑스럽다”고 강조했다. 탄 멤버들은 이달 초 운탄고도1330을 걷는 트레킹 대회인 ‘구름을 품은 원시 숲길 운탄고도1330 빠르게 걷기’에 참가했다. 재준은 “오랜만에 연습실을 벗어나 경치 좋은 길을 멤버들과 함께 걸으니 너무 기분이 좋았다”면서 광부들이 석탄을 나르던 운탄고도를 직접 걸은 소감을 밝혔다. 성혁도 “복귀 준비 기간이라 걱정이 많았는데 멤버들과 백두대간의 인상 깊은 장관을 보며 속을 터놓는 대화를 나누고 혼자 생각도 정리할 수 있어 의미 있었다”고 말했다. 탄은 자체 제작한 유튜브 영상인 ‘탄광 위드 배틀그라운드’를 통해 탄광에서 석탄을 뒤지며 위기 탈출을 하는 모습을 선보였다. 현엽은 “폐광지역에서만 느낄 수 있는 분위기와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볼거리들이 신선하게 느껴졌다”면서 폐광지역이 관광명소로 발전하기를 기대했다. 멤버 창선은 “황금박물관으로 유명한 대만의 진과스 못지않게 강원 폐광지역도 아름답고 멋진 곳”이라고 덧붙였다. 첫 홍보대사 활동으로 운탄고도1330을 알리게 된 태훈은 “운탄고도를 걸으며 얻은 좋은 에너지를 많은 분에게 널리 알리겠다”면서 책임감과 사명감을 드러냈다. 특히 올 하반기에는 ‘운탄고도1330 느리게 걷기’ 행사가 열린다면서 많은 참가를 당부했다.
  • 들꽃, 와인, 박물관… 폐광촌 문화 ‘두근두근’

    들꽃, 와인, 박물관… 폐광촌 문화 ‘두근두근’

    영월 와인, 정선 수제 맥주 탐방 골목 관광 ‘고한 18번가’도 핫플 사북 탄광문화촌, 박물관 변신중 ‘옛 탄광촌 상가 보전’ 철암역사촌‘운탄고도1330’이 지나는 강원의 도시마다 탄광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관광지들이 있다. 영월 마차리는 도내에서 최초로 탄광이 들어선 곳이다. 1960년대엔 4000여명에 달하는 탄광 노동자들로 북적였다고 한다. 석탄산업 몰락으로 폐광촌이 된 마차리는 지난 2013년 ‘폐광촌 프로젝트’를 통해 문화의 향기가 흐르는 마을로 거듭났다.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강원도탄광문화촌이 있다. 1960년대 탄광 마을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김삿갓면의 예밀리 포도마을엔 힐링족욕체험센터가 있다. 이 마을에서 생산한 와인에 발을 담그고 20분 정도 느긋하게 족욕을 즐길 수 있다. 주말에는 줄을 설 정도로 인기다. 와인 시음도 할 수 있다. 영월에 예밀리가 있다면 이웃 정선엔 예미리가 있다. 수제 맥주로 유명한 마을이다. 토속 재료를 활용해 만든 쌉싸름한 맥주를 맛볼 수 있다. ‘운탄고도1330’ 4구간인 예미역 인근에 있다. ‘고한 18번가’도 둘러볼 만하다. 재활용을 통한 마을 가꾸기로 이름난 동네다. 옛 이름은 ‘고한 18리’다. 욕설처럼 들려 이름을 통째 바꾸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주민 대다수는 ‘고한 18번가’로 바꾸길 원했다고 한다. 즐겨 부르는 노래를 ‘18번’이라 하듯, 사람들이 즐겨 찾는 거리로 만들자는 바람을 담았다. 고한 18번가는 고한파출소에서 고한구공탄 시장에 이르는 300m 남짓한 골목을 일컫는다. 골목길에 화분을 전시해 마을 정원을 만드는 등 이른바 ‘골목형 관광지’로 환골탈태했다. ‘마을호텔 18번가’도 만들었다. 방이 3개뿐인 초미니 호텔이다. 고한에서 제일 오래된 식당을 무상 임대해 마을 호텔로 운영하고 있다.‘운탄고도1330’ 5길의 반대편, 그러니까 백운산 너머는 하이원 리조트다. 요즘 초여름 야생화로 장관을 이루고 있다. 운탄고도 트레킹 도중 가도 좋고, 따로 시간을 내 찾아도 좋다. 광활한 스키 슬로프에 식재된 샤스타데이지 등 110여종에 달한다는 들꽃과 만날 수 있다. 강원랜드 바로 아래 있는 사북 탄광문화관광촌은 내년이 기대되는 관광자원이다. 동양 최대의 민영탄광이었던 동원탄좌의 폐광 이후 개보수해 관광시설로 활용했던 곳이다. 현재는 공사 중이다. 내부 시설을 대폭 확장한 뒤 내년쯤 탄광문화박물관으로 다시 태어날 예정이다. 삼탄아트마인은 여전히 정선의 명소다. 2001년 폐광된 삼척탄좌를 문화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TV 드라마 ‘태양의 후예’ 촬영지로 얻은 인기가 여태 이어지고 있다. 태백에선 철암탄광역사촌을 찾아볼 만하다. 옛 탄광촌의 상가들을 그대로 보전해 생활사박물관으로 재활용했다. 철암천 변에 늘어선 까치발 건물들이 독특하다. 철암역 맞은편에 있다. 탄광역사촌 맞은편엔 옛 광부들의 사택이 보전돼 있다. ‘루핑’(모래와 콜타르를 뿌린 기름종이)으로 지붕을 인 낡은 집들이 산자락에 다닥다닥 붙어 있다. 태백에는 자작나무 숲이 많다. 탄광 개발로 훼손된 산림을 복구하기 위해 자작나무를 많이 심었기 때문이다. 그중 황지동의 지지리골 자작나무숲은 태백시 자체적으로 4대 명품숲으로 꼽은 곳이다. 세간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도심에서 비교적 가까워 주말에 주민들이 즐겨 찾는다. 나무의 둥치가 그리 굵진 않지만 인적 드문 공간에서 자신만의 사진을 마음껏 찍을 수 있다. ‘운탄고도1330’의 6길에도 포함돼 있다. 다만 코스 밖으로 1㎞ 정도 오르내려야 해서 다소 부담이다. 트레킹과 별도로 방문하길 권한다.통리의 탄탄파크는 옛 한보탄광 부지에 조성된 정보기술(IT) 콘텐츠 테마파크다. 폐갱도를 활용해 조성한 2개의 터널형 전시 공간이 대표 볼거리다. 동물들과 사진 찍기, 그림 그리기 등 체험 활동과 ‘태백을 구하는 게임’ 등 디지털 콘텐츠도 즐길 수 있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 세트장도 보전해 뒀다. ■여행수첩 -하이원 리조트가 27일까지 ‘샤스타데이지 페스티벌’을 연다. 초여름의 대표적인 들꽃인 샤스타데이지 등 다양한 들꽃들이 스키장 슬로프를 가득 채운다. 축제가 끝나도 꽃은 7월 내내 피고 진다. 왕복 7㎞의 트레킹을 즐기기 어려운 이들은 카트나 관광곤돌라를 이용하면 된다. 전동 카트는 한 시간에 5만원이다. 대여 시간을 엄수해야 한다. 관광곤돌라는 왕복 1만 6000원(바닥이 보이는 크리스털은 2만원)이다. 제우스와 헤라 리프트를 타고 돌아보는 투어는 토~월요일 운영된다. 코로나19로 중단됐던 슬로프 백패킹 행사도 한 달에 한 번 열린다. 하이원 리조트 숙박과 각종 시설 이용권을 할인해 하나로 묶은 ‘하이원 샤스타 패키지’는 26일까지 판다. -강원도관광재단이 10월 8~16일 운탄고도 3길(약 13㎞)에서 ‘운탄고도1330 느리게 걷기’ 행사를 연다. 9일간의 체류형 행사다. 코스 인접 지역인 영월, 정선의 숙박업소에서 묵는 참가자(숙박 예정자 포함)에겐 지역화폐 등을 지급한다.
  • 막장, 땀, 눈물… 고된 인생도 ‘쉬엄쉬엄’

    막장, 땀, 눈물… 고된 인생도 ‘쉬엄쉬엄’

    정선·태백·영월 등 경계 맞댄 ‘만항재’포장도로 중 가장 높은 해발 1330m끝없는 굽잇길 주변엔 ‘야생화 카펫’ 광부 아내들의 사연 담긴 ‘도롱이못’ 영화 ‘엽기적인 그녀’ 속 명품소나무 고갯마루 옆 고랭지 배추밭도 장관 ‘막장’이란 단어를 신문에 쓸 수 없던 시절이 있었다. 행여 실수로 게재했다간 당장 탄광 지역 주민, 노동자들의 항의 전화와 이메일이 쏟아졌다. 그들은 누군가의 일터이자 엄숙한 삶의 현장을 어떻게 그런 경멸스런 단어로 폄훼할 수 있느냐고 꾸짖었다. 그게 불과 십수 년 전이다. 요즘은 달라졌다. ‘막장’이란 단어는 이제 누구나 거리낌 없이 쓰는 보통명사가 된 듯하다. 한편으로는 항의조차 포기할 만큼, 쇠락을 거듭하는 탄광 지역 사람들을 보는 듯해 안타깝기도 하다. 이제 강원도가 스러져 가는 탄광 문화를 보전하고 널리 알리는 일에 적극 나설 모양이다. 탄광 역사가 새겨진 지역을 정비해 관광명소로 꾸미는 작업들이 진행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운탄고도1330’이다. 강원 영월부터 삼척까지, 탄광 문화의 자취가 남은 고산 지역을 잇는 걷기길이다. 오는 9월 개통을 앞두고 정선의 일부 구간을 돌아봤다.광부는 두 겹 하늘을 이고 살아간다는 말이 있다. 지상의 하늘과 막장의 하늘을 이고 산다는 의미다. 탄광촌의 고된 인생살이를 웅변하는 말이다. ‘운탄고도’는 이 같은 광부들의 땀과 눈물이 맺혀 있는 길이다. 한자 이름을 풀면 ‘석탄(炭)을 나르던(運) 높은(高) 길(道)’이다. 영월에서 정선과 태백을 거쳐 삼척까지, 흔적만 남은 옛길을 걷기 좋은 길로 정비해 잇고 있다. ‘1330’은 운탄고도 중에서도 가장 높은 만항재의 해발고도를 의미한다. ‘운탄고도1330’은 모두 9개 구간으로 이뤄졌다. 전체 거리는 173㎞ 남짓. 이번 여정에선 4길 예미역~꽃꺾이재(28.8㎞)와 5길 꽃꺾이재~함백산소공원(15.7㎞) 구간 일부를 걸었다. 5길의 들머리는 만항재(함백산소공원)다. 정선과 태백, 영월 등이 경계를 맞댄 고개다. 해발 1330m로 우리나라에서 차를 타고 오를 수 있는 포장도로 가운데 가장 높은 곳에 있다. ‘운탄고도1330’의 원래 루트대로라면 만항재는 5길의 종착지다. 한데 꽃꺾이재에서 출발하면 줄곧 오르막을 오르는 모양새다. 반면 만항재에서 출발하면 대체로 내리막길이다. 간간이 오르막도 있지만 원래 루트보다는 훨씬 적다. 4길도 마찬가지다. 예미역에서 꽃꺾이재까지는 줄곧 오르막이다. 경사가 급하지는 않다고 해도, 다운힐보다는 힘들 수밖에 없다. 꼭 정해진 루트대로 걸어야 하는 게 아니면 상황에 따라 들머리와 날머리를 바꿔 보는 것도 좋겠다. 만항재는 ‘탐화 여행의 고전’ 같은 곳이다. 봄부터 가을까지 수많은 들꽃들이 피고 진다. 요즘은 매발톱, 범꼬리 등의 들꽃들을 관찰할 수 있다. 고개 주변에 ‘야생화 산책로’, ‘하늘숲공원’ 등이 조성돼 있다. 길은 길게 이어진다.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굽이를 구불구불 돌아간다. 이 굽이 돌면 끝날까 싶지만, 곧바로 다른 굽이가 기다리고 있다. 간혹 이 구간 끝자락의 도롱이못을 겨냥해 걷다가 지쳐 되돌아오는 도보꾼도 있다. 구간 중간중간에 ‘정화시설’, ‘1177갱’ 등 쉴 공간도 있다. ‘정화시설’은 폐광산에서 유출되는 오염 물질들을 걸러내는 곳이다. 칙칙한 빛깔의 정화시설 옆엔 팔각정이 세워져 있다. 여기서 맞는 풍경이 장쾌하다. 파도처럼 일렁이는 강원의 산자락을 눈에 담을 수 있다.‘1177갱’은 운탄고도에서 가장 높은 곳(1177m)에 있었다는 탄광을 재현한 공간이다. 쉼터 주변에 석탄을 나르던 화차, 갱도, 광부 조형물 등을 조성했다.길 끝자락에서 도롱이못을 만난다. 5길의 하이라이트라 할 곳이다. 지름은 80m 정도. 연못의 첫인상은 1970년대 양희은이 노래한 ‘작은 연못’ 속 가사와 흡사하다. 딱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이다. 한데 신비롭고 아름다운 자태와 달리 연못에 담긴 이야기는 애처롭다. ‘3000만원짜리 검은 돼지 키운다’는 말이 있다. 예전 광부의 아내들 사이에서 오간 말이다. 당시 광산 사고로 남편을 잃으면 사망 보상금으로 3000만원이 나왔다고 한다. 이후 ‘3000만원’은 광부의 아내들에게 시리고 섬뜩한 단어가 됐다. ‘광부가 병반이면 아내도 병반’이란 말도 있다. 광부들은 8시간씩 3교대로 근무했다. 보통 갑, 을, 병으로 나눴는데, 병반은 밤 12시부터 이튿날 아침 8시까지 근무했다. 남편이 밤에 출근하면 몰래 시내로 놀러 나가는 아내도 있었다고 한다. 드물게는 춤바람이 나거나 샛서방을 두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아내를 보며 이웃들은 ‘광부가 병반이면 아내도 병반’이라며 수군댔다. 아마 대부분의 아내들은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가슴 졸이며 무사귀환을 기다렸거나, 기껏해야 동네 구멍가게에 모여 소주잔 기울이며 ‘3000만원짜리 검은 돼지 키운다’는 자조 섞인 농담이나 주고받았을 것이다. 그들 가운데 일부는 남편을 탄광으로 보낸 뒤 도롱이못에 올라 도롱뇽의 생사 여부를 확인했다고 한다. 활발하게 살아 움직이는 도롱뇽을 보며 남편 또한 무사할 것이라 믿고는 가슴 한쪽을 쓸어내리곤 했다는 것이다. 도롱이못이란 이름도 도롱뇽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이처럼 아내들의 사랑과 기원이 응결된 곳이 도롱이못이다. 사실 ‘현실의 눈’으로 들여다보면, 도롱이못에 얽힌 사연이 마냥 환상적이지만은 않다. 오래전에 자연적으로 형성됐다기보다 갱도 함몰 등 안타까운 사고로 갑작스레 생성됐을 가능성이 농후하고 탄광촌에서도 꽤 멀리 떨어져 있어 매일 올라가기에는 부담스러웠을 거리다. 실제로 광부의 아내들에게 기복의 장소로 활용됐다면 주기적으로, 예컨대 한 달에 한 번씩 올라와 무사안녕을 기원했을 가능성이 높다. 어쩌면 지극정성으로 매일같이 찾아오는 아내가 있었을지 모른다. 그런 아내가 단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이 아름다운 이야기는 성립할 수 있다. 희박한 가능성이긴 해도, 어쩐지 누군가는 그랬을 것이라 믿고 싶다. 도롱이못에서 2㎞쯤 내려가면 꽃꺾이재(960m)다. 5길의 날머리로 삼은 곳이다. 한자 이름은 화절령(花折嶺)이다. 산골 아낙들이 무시로 피어난 야생화를 꺾으며 넘었다는 고개다. 4길은 꽃꺾이재에서 새비재(850m)를 넘어 예미역까지 간다. 오른쪽은 기세 좋게 솟은 두위봉, 왼쪽은 태백준령을 이룬 산의 바다다. 발아래로 깎아지른 벼랑의 높이가 어지간한 산 하나쯤은 잠길 정도로 깊다. 이 길의 미덕은 줄곧 순한 내리막을 걷는다는 것이다. 들머리 일부의 오르막을 제외하면 거의 내리막이거나 평지다. 전체 길이는 약 29㎞, 얼추 팔십리다. 제주 서귀포 ‘칠십리길’보다 길지만 거리가 주는 위압감만큼 품이 들지는 않는다. 이번 여정에선 새비재까지만 돌아봤다. 들머리에서 약 17㎞ 거리다. 고갯마루 주변에 광활하게 펼쳐진 고랭지 배추밭이 압권이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2001)에서 ‘그녀’(전지현)가 ‘견우’(차태현)와 함께 타임캡슐을 묻었던 소나무, 타임캡슐 공원, 수 킬로미터에 달하는 솔숲 등의 볼거리가 있다.
  • ‘극한데뷔 야생돌’ 아이돌 탄(TAN) 운탄고도1330 홍보대사

    ‘극한데뷔 야생돌’ 아이돌 탄(TAN) 운탄고도1330 홍보대사

    “대한민국 아버지들의 가족을 위한 희생이 담긴 강원도 폐광지역은 아름답고 멋진 곳입니다. 외할아버지께서 광부로 일해서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많은 이들이 시원하고 볼거리도 많은 폐광지역을 찾으면 좋겠습니다.”최문순 강원도지사로부터 22일 운탄고도1330 홍보대사 임명장을 받은 아이돌그룹 탄(TAN)은 올해 3월 데뷔한 7인조 남성 그룹이다. 태훈, 지성, 현엽, 주안, 성혁, 재준, 창선으로 구성된 탄(TAN)은 오디션을 통해 아이돌 멤버를 뽑는 ‘극한데뷔 야생돌’로 가요계에 등장했다. 탄(TAN)은 길거리 공연인 버스킹을 폐광지역인 태백에서 처음 열 정도로 강원도와 깊은 인연을 자랑한다. ‘서로를 위로하다’란 주제로 데뷔 전에 했던 첫 버스킹에 대해 멤버 지성은 “태백 거리 공연에서 좋은 기운을 받아 성공적으로 데뷔하게 됐다”면서 “덕분에 강원도의 아름다움을 알게 됐고 운탄고도1330 홍보대사까지 연이 닿았다”고 설명했다. 멤버 성혁은 아버지 고향이 강원도 횡성이고 외할아버지가 광부로 일했다며 “어렸을 때 자주 왔던 곳에서 나이를 먹어 공연을 열게 되어 정말 자랑스럽다”고 강조했다. 탄(TAN) 멤버들은 이달 초 운탄고도1330을 걷는 트레킹 대회인 ‘구름을 품은 원시 숲길 운탄고도1330 빠르게 걷기’에 참여했다. 재준은 “오랜만에 연습실을 벗어나 경치 좋은 길을 멤버들과 함께 걸으니 너무 기분이 좋았다”면서 광부들이 석탄을 나르던 운탄고도를 직접 걸은 소감을 밝혔다.성혁도 “복귀 준비 기간이라 걱정이 많았는데 멤버들과 백두대간의 인상깊은 장관을 보며 속을 터놓는 대화를 나누고 혼자 생각도 정리할 수 있어 의미 있었다”고 말했다. 탄(TAN)은 자체 제작한 유튜브 영상인 ‘탄광 위드 배틀그라운드’를 통해 탄광에서 석탄을 뒤지며 위기 탈출을 하는 모습을 선보였다. 현엽은 “폐광지역에서만 느낄 수 있는 분위기와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볼거리들이 신선하게 느껴졌다”면서 폐광지역이 관광명소로 발전하기를 기대했다. 멤버 창선은 “황금박물관으로 유명한 대만의 진과스 못지않게 강원 폐광지역도 아름답고 멋진 곳”이라고 덧붙였다. 첫 홍보대사 활동으로 운탄고도1330을 알리게 된 태훈은 “운탄고도를 걸으며 얻은 좋은 에너지를 많은 분에게 널리 알리겠다”면서 책임감과 사명감을 드러냈다. 특히 올 하반기에는 ‘운탄고도1330 느리게 걷기’ 행사가 열린다면서 많은 참여를 당부했다.
  • [지구를 보다] 러시아서 ‘최대 규모’ 메탄 방출 포착…지구가 뜨거운 이유

    [지구를 보다] 러시아서 ‘최대 규모’ 메탄 방출 포착…지구가 뜨거운 이유

    러시아 최대 규모의 탄광에서 대량의 메탄가스가 유출된 사실이 위성 감지 시스템을 통해 확인됐다고 AP통신 등 해외 언론이 14일 보도했다. 우주에서 위성을 이용해 메탄 누출을 모니터링하는 캐나다의 지에이치지샛(GHGSat)에 따르면, 메탄가스 대량 방출이 포착된 지역은 남서부 시베리아 케메로보주(州)에 있는 러시아 최대 규모의 라스파드스카야 광산이다. 지난 1월 14일(이하 현지시간) 해당 탄광에서 메탄 가스 기둥(plumes) 총 13개가 확인됐고, 모든 기둥으로부터 분출되는 메탄의 총량은 시간당 최대 약 90t에 달했다. 이는 수십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2015년 미국 남부 캘리포니아의 천연가스 저장소에서 대규모 메탄 유출이 발생했을 당시 측정된 최고치는 시간당 58t이었다. 당시 캘리포니아 주민들은 원인을 알 수 없는 구토와 설사, 현기증 등의 증상을 보였고, 시간이 흐른 후에야 메탄가스가 주범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지에이치지샛은 “러시아 광산에서 이 속도로 얼마나 오랫동안 메탄이 쏟아져 나왔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몇몇 위성을 통해 이미 시간당 수십t 씩 쏟아지는 메탄을 확인했고, 그 양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 1월 말과 5월에도 각각 시간당 50t, 10t의 메탄이 쏟아진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에 포착된 러시아 광산의 메탄은 단일 시설에서 관측된 것 중 가장 많은 양”이라면서 “해당 자료를 분석한 뒤 광산 측에 연락했지만, 아직까지 어떤 답변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대량의 메탄이 뿜어져 나오는 라스파드스카야 광산은 약 350㎞ 길이의 지하 터널로 이뤄진 대규모 광산이다. 안전상의 이유로 지하터널에서 제거한 메탄을 한 곳에 가둔 뒤, 이를 광산 작업에 필요한 전력 공급에 이용하기도 한다. 지에이치지샛은 “가스가 광산에서 새어 나오면 폭발 등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방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2010년 광산에서 두 번의 메탄 폭발로 인한 화재로 9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었다. 과거 블룸버그통신은 “석탄 사용을 줄이려는 노력이 석탄을 태울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채광 작업도 문제가 많다”면서 “광산업자들은 석탄 채굴 과정에서 폭발을 막기 위해 땅속에 갇혀있던 메탄을 종종 내보낸다”고 전했다. 메탄의 단기적 온실효과, 이산화탄소의 80배...지구온난화 주범  메탄은 인간의 활동으로 배출되는 주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보다 지구온난화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작년 8월 공개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보고서에 따르면, 메탄의 단기적 온실효과는 이산화탄소의 80배에 달한다. 지구 기온 상승의 30~50%는 메탄에 기인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참가국들은 2030년까지 전 세계 메탄 배출량을 2020년 대비 최소 30% 감축한다는 내용의 ‘국제 메탄 서약’을 채택했다. 기후전문가들은 세계 각국이 국제 메탄 서약이 정한 대로 메탄 배출량을 줄인다면, 2050년까지 지구 온도를 0.2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메탄은 가정·산업용 등으로 널리 사용되는 데다 화산 분출이나 식물체 분해 등 자연에서도 생성되기 때문에 배출량을 줄이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 “진폐증 ‘최종 장해등급’ 기준으로 재해위로금 줘야” 유족 손 들어준 법원

    “진폐증 ‘최종 장해등급’ 기준으로 재해위로금 줘야” 유족 손 들어준 법원

    산업재해로 병에 걸린 탄광 노동자의 장해 등급이 중간에 바뀌었다면 위로금을 어떤 기준으로 지급해야 할까. 기존 등급이 아닌 최종적으로 확정된 등급을 기준 삼아 계산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 신명희)는 진폐증으로 사망한 광부 A씨의 유족이 한국광해광업공단을 상대로 낸 재해위로금 지급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5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는 탄광 근무로 진폐증이 발병한 이후 각 광업소에서의 근무로 더욱 악화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므로 재해위로금 지급청구권을 갖는다”면서 “법상 위로금액은 장해등급 판정이 아닌 확정을 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종전 판정이 있었더라도 나중에 등급이 변경됐다면 최종 장해등급을 기준으로 위로금 액수를 산정해 지급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진폐증은 현대의학으로 완치가 불가능하고 분진이 발생하는 직장을 떠나도 진행이 계속되는 한편 그 진행 속도는 예측 곤란한 우연한 사정에 불과하다”면서 “진행 속도에만 차이가 있을 뿐 최종적으로 확정된 장해 등급이 동일한 근로자에 대해 위로금 액수를 달리 정해야 할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1975년부터 30년간 탄광 광부로 근무한 A씨는 1988년 처음 진폐증 제1형 진단을 받았다. 점차 증상이 악화돼 2003년 장해 11급 판정을 받았고 퇴사 후인 2008년 재검사에서 장해 3급 판정이 나왔다. 결국 이듬해 A씨는 진폐증 관련 합병증으로 숨졌다. A씨 유족은 두 차례 장해 판정 당시 재해보상금 각 1768만원과 8869만원을 지급받았지만 장해등급에 따른 위로금은 받지 못했다. 산업재해보상법은 광산 재해로 전업에 어려움을 겪은 노동자에게 보상금과 같은 액수의 위로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한다. 유족이 위로금을 청구하면서 공단은 지난해 2월 유족에게 기존 보상금 합계인 1억 637만원을 위로금으로 지급했다. 그러나 이번 판결로 A씨 유족은 장해 3급을 기준으로 위로금을 다시 계산해 1억 2659만원을 받게 됐다.
  • 한국 석탄자원 확보 공헌한 정창희 명예교수 별세

    한국 석탄자원 확보 공헌한 정창희 명예교수 별세

    한국의 석탄자원 확보에 크게 기여한 지질학자 정창희 서울대 명예교수가 지난 15일 별세했다. 102세. 한국 지질학의 초석을 놓은 고인은 평양 대동공업전문학교와 일본 홋카이도제국대를 졸업하고, 상공부 중앙지질광물연구소 지질과장을 지낸 뒤 1952년부터 서울대에서 강단에 섰다. 대한지질학회 회장, 유네스코 국제지질연맹 국제지질대비프로젝트 한국위원장을 지냈다. 대한민국학술원 회원으로 1960년부터 오랫동안 활동했다. 정 명예교수는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지질학 체계를 한국 현실에 맞게 바꿨다. 대표적인 탄광지역인 강원도 삼척탄전, 영월탄전 및 충청북도 단양탄전에 대해 석탄 자원을 함유하는 후기 고생대 퇴적층인 평안누층군에 대한 연구를 집중 진행했다. 이를 통해 한반도 상부 고생대 지사를 해석하는 데 크게 공헌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운암지질학상, 대한민국학술원상 저작상, 국민훈장 무궁화장 등을 받았다. 유족으로는 아들 정나열·나현씨와 딸 나희·나미씨, 사위 김호철·장유진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18일 오전 8시다.
  • [서울광장] 검찰, 진짜 ‘살권수’ 기회 있다/박록삼 논설위원

    [서울광장] 검찰, 진짜 ‘살권수’ 기회 있다/박록삼 논설위원

    영화 속 검사들은 스스로 ‘대한민국 검사’라 일컫곤 했다. 불의에 맞서 대한민국의 법질서를 지키는 엘리트라는 자부심이 듬뿍 담겨 있다. 설마 영화처럼 오만하게 말을 내뱉는 검사야 없었겠지만 말이다. 실제로 살아 있는 권력 수사, 이른바 ‘살권수’야말로 검찰의 자부심이었다. 권력자건, 재벌이건 성역 없이 과감히 수사권, 기소권, 공소유지권을 들이댈 수 있어야 의기로운 검사라 자부했다. 국민들 역시 ‘거악 척결 집행자’로 인식했다. 그러나 이 신화에 가까운 역사는 그리 길지 않았다. 구체적 현실을 들여다보면 오히려 비루하기까지 했다. 전두환 정권 초기인 1981년 검찰은 불량 연탄으로 400억원대 폭리를 취한 3개 연탄회사를 수사했다. 근로자 월평균 소득이 33만원 하던 때였다. 연탄은 당시 대표적 민생 물품이었다. 전두환씨는 집권하자마자 강원도 사북탄광을 들를 정도였다. 처음에 수사를 격려했던 전씨는 갑자기 표변해 검찰총장 옷을 벗겼고, 서울지검장, 차장, 특수1부장 등을 줄줄이 좌천시켰다. 연탄 공급 급감으로 가격이 폭등한 측면과 함께 전씨의 처삼촌과 밀착한 공무원까지 수사한 대가였다. 검찰의 침묵은 당연했다. 일제강점기부터 부여받은 수사권, 기소권이 있지만 권력의 역린(逆鱗)을 건드린 과오를 인정했다. 검찰이 힘을 얻은 것은 철저히 1987년 체제의 산물이었다. 민주화 과정 속에서 검찰은 권력의 하위 파트너가 됐다. 절차적으로나마 민주화된 세상은 법의 준수를 요구했다. 합법적 수단으로 정적을 제거하고, 공포심을 조장하고, 민심을 얻을 필요가 있었다. 검찰은 딱 맞춤이었다. 정치적 독립성만 획득하면 그 권한이 더욱 공정하게 쓰일 수 있으리라는 검찰 안팎의 갈망도 생겨났다. 노태우 비자금 사건,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씨 사건 등은 민심이 등을 돌린 상태의 권력자에게 보여 준 검찰의 무력시위였다. 이 과정에서 수사 상황을 언론에 적당히 흘리며 여론을 떠보거나 움직였고, 그렇게 만든 여론을 등에 업고 다시 권력을 압박하는 방식을 썼다. 그 결과? 검찰은 ‘괴물’이 됐다. 1999년 검찰총장 부인 옷로비 사건, 1999년 변호사 촌지 수수 대전 법조비리, 2002년 서울지검 고문 치사, 2010년 촌지와 성접대를 받은 40여명 검사 스폰서 사건, 2012년 서울동부지검 피의자 성상납, 2017년 특활비 떡값 수수, 그리고 최근 김학의 성접대 동영상, 2020년 ‘96만원 룸살롱 검사 세트’ 등은 돌발적 사건들이 아니었다. 급기야 2020년 총선 직전 검찰총장의 눈과 귀 역할을 하는 측근이 야당에 고발을 사주한 총선 개입까지 이어졌다. 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를 만들었고, ‘화풀이성 보복 기소’를 했다. 검찰이 행한 ‘선택적 수사’, ‘선택적 기소’는 그들의 권력을 키웠지만 동시에 그들 발밑을 야금야금 갉아먹었다. 검찰은 무소불위에 가까웠고, 견제 수단은 마땅찮았다. 지난 3일 검찰의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법안이 공포됐다. 검사들이 고하를 막론하고 일제히 집단행동에 나섰음에도 여야가 합의했고-비록 국민의힘은 의총 동의안을 뒤집었지만-국회를 통과했다. 마뜩잖다. 경검 수사권 조정이 이뤄진 지 고작 1년 남짓 동안 제도의 미비점, 경찰 수사의 보완 필요성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고, 차분한 사회적 논의는 없었다. 논의를 숙성시켜 보완적 입법 과제 등을 마련한 뒤 추진됐어야 했다. 그럼에도 수사ㆍ기소 분리는 검찰의 인과응보이며 필연적 결과물이다. 12척의 배가 있다는 이순신 장군처럼 검찰에는 아직 부패·범죄 수사 권한이 있다. 죽은 권력을 물어뜯는 방식이 아닌 ‘진짜 살권수’를 할 기회다. 검찰 입장에서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만큼 무서운, 살아 있는 권력이 어디 있겠나. 게다가 주가 조작, 부동산 투기, 학력·경력 위조 등 주변도 깔끔하지 않다. 힘내라, 검찰!
  • 문 닫은 학교 벽에 대형 졸업사진… “폐광 이후 마을 역사 계속 기록”[윤창수 기자의 지방을 살리는 사람들]

    문 닫은 학교 벽에 대형 졸업사진… “폐광 이후 마을 역사 계속 기록”[윤창수 기자의 지방을 살리는 사람들]

    폐광지역 주민들이 투쟁으로 만들어 낸 공기업 강원랜드가 키운 아이들이 이제 성인이 돼 지역사회에서 제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강원랜드는 폐광지역 경제 회생을 위해 1998년 설립된 카지노로 국내에서 유일하게 내국인도 출입할 수 있는 곳이다. 강원랜드의 출범과 함께 폐광지역에서 자란 청년들은 지역에서 받은 것이 많다는 것을 강원도를 떠나서야 알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스스로 ‘폐광 1세대’라고 말하는 이혜진(29)씨는 강원 정선군 고한읍에 단 하나 있는 사진관을 운영한다. ‘탄광의 흔적 속에서 피어나는 들꽃처럼’이란 들꽃사진관의 소개 문구는 이씨 자신을 묘사하는 듯하다. 정선군 사북읍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씨는 대구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며 강원랜드에서 나오는 돈으로 급식, 학비, 장학금 지원을 받은 것이 특별한 혜택이었음을 깨닫게 됐다. 특히 고등학교 때 강원랜드에서 주최한 하이원 원정대로 해외 연수를 다녀온 것은 인생의 큰 자산이었다. 그는 “강원랜드가 없었으면 여기까지 클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며 하이원 원정대의 교육과정을 떠올렸다. 고등학생들이 유럽, 미국 등 선진국에 가서 전문가들과 인터뷰하고 미술관, 박물관을 탐방하며 우리 동네에 어떤 문화가 들어오면 좋을지 연구해 결과를 발표하는 과정이었다.  원정대 참여 기회는 공부를 잘하는 학생에게만 돌아가지 않고 열심히 쓴 자기소개서를 놓고 교무실에서 선생님들이 투표로 참가자를 뽑았다. 이씨는 이후 하이원 원정대의 멘토로 참여해 고등학생을 이끌고 다시 해외 탐방에 나서기도 했다. 이씨는 “저한테 그렇게 큰 기회가 왔다는 사실에 성취감이 컸다”면서 “원정대로 만났던 친구들과 그때 얻은 걸로 지금까지 살아오고 있다고 이야기한다”고 털어놓았다. 입학사정관제로 응시한 대학 입시 때는 자기소개서와 면접만으로 평가받았는데, 당시 하이원 원정대에 대한 질문을 받아 합격에 도움이 됐다고 기억했다. 강원랜드는 2008년부터 약 173억원의 장학금을 폐광지역 학생 6600여명에게 지원했다.  첫 직장을 시민단체로 선택한 이유는 그동안 받았던 것을 나누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민단체는 이씨의 생각과 달리 가족기업처럼 운영됐고, 모욕적인 말로 의지를 꺾는 가스라이팅도 심했다. 돈을 주는 대상에 따라 시민단체 사업이 바뀌는 것을 보고는 결국 정선으로 돌아왔다. 서울에서는 고시원 생활을 했는데 힘들 때 울음을 터뜨리고 난 뒤엔 누군가 갖다 놓은 과자가 방 밖에 있었다. 부모와 이웃이 있는 정선에서 정서적 안정을 얻었지만 사진관을 해 보란 제의에는 의심부터 들었다. 중학교 때부터 사진을 공부한 이씨를 오랫동안 지켜본 친척 같은 이웃의 권유였지만 어른들의 달콤한 얘기는 거짓말이라고만 생각했다. 고한은 폐광으로 인구가 줄면서 사진관이 사라져 주민들이 여권사진을 찍을 곳조차 없었다. 그러다 강원도의 빈집을 이용하는 창업 지원에 응모했고, 3년간 2억원의 지원금에 당선돼 2019년 사진관을 열게 됐다. 혼자 일하는 사진관은 예약제로만 운영되지만 인물사진 ‘맛집’으로 입소문이 자자하다. 강원랜드 직원들은 들꽃사진관에서 입사 동기끼리 기념사진을 촬영하며 이씨를 응원하고 있다. 들꽃사진관은 계속 운영할 생각이지만 정선에서 여생을 보낸다는 것은 20대인 그에게 너무나도 막막한 일이다. 주말이면 카메라 대신 아이폰만 들고 서울로 가서 전시를 보며 감각을 놓치지 않으려 애쓰는 그에게 지난 3월 자존감을 크게 높여 주는 일이 있었다.학생들이 옮겨가 폐가 신세였던 옛 사북초등학교에서 이뤄진 예술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이다. 프랑스 영화 혁명이었던 ‘누벨바그’를 이끈 아녜스 바르다의 영화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에서 영감을 얻어 문 닫은 학교 벽에 대형 졸업사진을 붙였다. 지업사를 운영하는 부모의 도배 기술이 빛을 발해 작은 종잇조각들을 이어 붙여 작품을 완성했다. 액자를 벗어나 건물 3층 크기로 안착한 사진은 작가로서 인정받고 싶다는 꿈을 더욱 절실하게 만들었다.  서울의 첫 직장에서 쓴 실패를 맛보고 돌아와 택배 일을 하던 이씨는 사진관을 열기 전에 강원랜드 사회공헌팀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는 “강원랜드는 거대한 기업이란 느낌이었는데 막상 거기에서 일하고 보니 사회공헌활동이 주민들에게 와닿지 않았다는 걸 깨닫게 됐다”며 “지역 주민들의 희생으로 수혜를 받은 ‘폐광 1세대’로서 폐광이 된 이후 마을의 모습을 계속 기록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 ‘폐광1세대’ 청년이 말하는 강원랜드와 나

    ‘폐광1세대’ 청년이 말하는 강원랜드와 나

    폐광지역 주민들이 투쟁으로 만들어낸 공기업인 강원랜드가 키워낸 아이들이 이제 성인이 되어 지역사회에서 톡톡한 몫을 해내고 있다. 강원랜드는 폐광지역 경제회생을 위해 1998년 설립된 카지노로 국내에서 유일하게 내국인도 출입할 수 있다. 강원랜드의 출범과 함께 폐광지역에서 자란 청년들은 지역에서 받은 것이 많음을 강원도를 떠나서야 알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빈집 창원지원으로 ‘들꽃사진관’ 운영하는 이혜진씨스스로 ‘폐광 1세대’라고 말하는 이혜진(29)씨는 강원 정선군 고한읍에 있는 단 하나의 사진관을 운영한다. ‘탄광의 흔적 속에서 피어나는 들꽃처럼’이란 들꽃사진관의 소개 문구는 이씨 자신을 묘사하는 듯하다. 정선군 사북읍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씨는 대구로 대학을 진학하면서 강원랜드에서 나오는 돈으로 급식, 학비, 장학금 지원을 받은 것이 특별한 혜택이었음을 깨닫게 됐다. 특히 고등학교 때 강원랜드에서 주최한 하이원 원정대로 해외연수를 다녀온 것은 인생의 큰 자산이었다. 그는 “강원랜드가 없었으면 여기까지 클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면서 하이원 원정대의 교육 과정을 떠올렸다. 고등학생들이 유럽, 미국 등 선진국에 가서 전문가들과 인터뷰하고 미술관, 박물관을 탐방하며 우리 동네에 어떤 문화가 들어오면 좋을지 연구해서 결과를 발표하는 과정이었다. 원정대 참여 기회는 공부를 잘하는 학생에게만 돌아가지 않아 열심히 쓴 자기소개서를 놓고 교무실에서 선생님들이 투표로 참가자를 뽑았다. 이씨는 이후 하이원 원정대의 멘토로 참여해 고등학생을 이끌고 다시 해외 탐방에 나서기도 했다.이씨는 “저한테 그렇게 큰 기회가 왔다는 사실에 성취감이 컸다”면서 “원정대로 만났던 친구들과 그때 얻은 걸로 지금까지 살아오고 있다고 이야기한다”고 털어놓았다. 입학사정관제로 응시한 대학 입시 때는 자기소개서와 면접만으로 평가받았는데, 당시 하이원 원정대에 대한 질문을 받아 합격에 도움이 됐다고 기억했다. 첫 직장을 시민단체로 선택한 이유는 그동안 받았던 것을 나누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시민단체는 이씨의 생각과 달리 가족기업처럼 운영됐고, 모욕적인 말로 의지를 꺾는 가스라이팅도 심했다. 돈을 주는 대상에 따라 시민단체 사업이 바뀌는 것을 보고는 결국 정선으로 돌아왔다. 서울에서는 고시원 생활을 했는데 힘들 때 울음을 터뜨리고 난 뒤에는 방 밖에 과자가 놓여 있었다. 부모와 이웃이 있는 정선에서는 정서적 안정을 얻었으나 사진관을 해보란 제의에는 의심부터 들었다. 중학교 때부터 사진을 공부한 이씨를 오랫동안 지켜본 친척 같은 이웃의 권유였지만, 어른들의 달콤한 얘기는 거짓말이라고만 생각했다. 고한은 폐광으로 인구가 줄면서 사진관이 사라져 주민들이 여권사진을 찍을 곳조차 없었다.그러다 강원도의 빈집을 이용하는 창업 지원에 응모했고, 3년간 2억원의 지원금에 당선되어 2019년 사진관을 열게 됐다. 혼자 일하는 사진관은 예약제로만 운영되지만, 인물사진 맛집으로 입소문이 자자하다. 강원랜드 직원들은 들꽃사진관에서 입사 동기끼리 찍는 동기 사진을 촬영하며 이씨를 응원하고 있다. 들꽃사진관은 계속 운영할 생각이지만 정선에서 여생을 보낸다는 것은 20대인 그에게 너무나도 막막한 일이다. 주말이면 카메라 대신 아이폰만 들고 서울로 가서 전시를 보며 감각을 놓치지 않으려 애쓰는 그에게 지난 3월 자존감을 크게 높여주는 일이 있었다. 학생들이 옮겨가서 폐가 신세였던 옛 사북초등학교에서 이뤄진 예술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이다. 프랑스 영화 혁명이었던 ‘누벨바그’를 이끈 아녜스 바르다의 영화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에서 영감을 얻어 문 닫은 학교 벽에 대형 졸업사진을 붙였다. 지업사를 운영하는 부모의 도배 기술이 빛을 발해 작은 종이조각을 이어붙여 작품을 완성했다. 액자를 벗어나 건물 3층 크기로 안착한 사진은 작가로서 인정받고 싶다는 꿈을 더욱 절실하게 만들었다. 서울의 첫 직장에서 쓴 실패를 맛보고 돌아와 택배 일을 하던 이씨는 사진관을 열기 전에 강원랜드 사회공헌팀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는 “강원랜드는 거대한 기업이란 느낌이었는데 막상 거기서 일하고 보니 사회공헌 활동이 주민들에게 와 닿지 않았다는 걸 깨닫게 됐다”면서 “지역 주민들의 희생으로 수혜를 받은 ‘폐광 1세대’로서 폐광이 된 이후 마을의 모습을 계속 기록해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강원랜드 지원으로 도박중독 이겨낸 하이원베이커리 직원 “강원랜드 근처에서 일하며 도박중독을 벗어나는 것이 쉽지 않지만, 하이원베이커리의 배려로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10년 전 설립된 하이원베이커리는 강원랜드가 만든 사회적 기업이다. 빵을 만드는 생산시설과 직원들의 기숙사 및 복지시설이 한데 갖춰진 하이원베이커리에서 한때 도박중독이었던 직원을 만났다. 그는 “강원랜드에서 영구히 도박을 하지 않겠다고 서약을 한 뒤 도박중독 치료를 담당하던 상담사의 추천으로 하이원베이커리에서 일하게 됐다”면서 “여기서 일한 지는 3년째로 첫 1년차 근무 때 빵 만드는 기술을 거의 익혔다”고 말했다. 하이원베이커리는 도박중독 회복자들의 안정적인 사회복귀 지원을 위해 제과기능사 등 각종 자격증 취득과 자활정착금을 지원한다. 출퇴근 시간이 일정하고 공휴일은 보장되지만 임금 수준이 높지는 않다. 그동안 하이원베이커리를 통해 도박중독에서 회복된 인원은 3명이다. 어렵게 인터뷰에 나선 이 직원은 스스로 도박을 끊어야겠다 생각하고 치료를 찾아나섰다. 카지노에 대한 소신도 뚜렷했다. 도박중독에 빠지기 전에는 인천공항에서 카지노로 이동하는 외국인용 셔틀버스를 운전했고, 호주에서 워킹 홀리데이 비자로 일하면서 카지노 청소를 한 경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호주에서는 노인들이 카지노를 여가시설로 이용했다며 당시 자신은 청소만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다른 중독에 비해 도박 중독은 사회적으로 공개하기가 쉽지 않고 끊기도 어렵기 때문에 치료 프로그램 참여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도박을 떠올리지 않기 위해 카지노 쪽으로는 아예 가지도 않았지만, 납품 업무를 맡아 강원랜드에 가야 할 때 처음에는 부담스러웠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게임을 하러 갈 때와 달리 이제는 어떤 빵이 잘 팔리는지 살펴보는 하이원베이커리 직원의 자세로 강원랜드에 가고 있다고 밝혔다.그는 “우리나라에서 내국인의 카지노 이용에 대한 규제가 심한 건 맞지만 아직까지 도박에 대한 인식이 도덕 수준을 넘어서기 때문에 여러 제재를 풀긴 쉽지 않을 것 같다”면서 “카지노 산업에 대한 인식 개선이 먼저고, 즐길 거리가 많아지면 내국인 카지노도 여기저기 더 생길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코로나19로 인해 합법적인 업장은 영업을 못하다 보니 불법인 인터넷 도박으로 젊은 층들이 옮겨갔다고 지적했다. 그는 “도박을 끊고 보니 학생, 군인 할 것 없이 젊은 사람들이 도박을 진짜 너무나 많이 하고 있더라”며 “규제가 심하니 카지노 업장이 옛날만큼 붐비지 않는데 인터넷을 통해서 서울 근교나 지방 시골에서까지 도박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고 밝혔다. 이어 카지노를 찾는 사람들은 합법적인 틀 안에서 즐기려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양 스포츠 관련 교육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코로나19로 관광 산업 타격이 심해져서 공영 버스를 운전하는 공무원 자격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조만간 하이원베이커리에서의 3년 근로계약이 끝나기 때문에 회사 측의 배려로 근무 시간을 쪼개가며 시험공부에 전념 중이다. 그는 “도박 중독이란 점을 공개하고 하이원베이커리에 입사한 것은 정서적 지지를 얻고, 도박 욕구를 이겨낼 수 있는 괜찮은 사람이란 자존감을 찾는 게 목적이었는데 절반의 성공을 한 것 같다”며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 [여기는 중국] 중국인 사장님, 아프리카인을 나무에 묶고 채찍 고문

    [여기는 중국] 중국인 사장님, 아프리카인을 나무에 묶고 채찍 고문

    르완다에서 현지 주민을 나무 기둥에 묶은 채 채찍으로 때린 중국인이 징역 20년 형을 선고받았다. 남아프리카 온라인 매체인 뉴스24 등 해외언론의 21일 보도에 따르면, 르완다 서부 루시로 지역에서 광산회사를 운영하던 중국 국적의 남성 선슈쥔(43)은 지난해 8월 르완다 국적의 직원 2명이 회사 광물을 여러 차례 훔쳤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화가 난 선슈쥔은 해당 직원 2명을 불러다 나무에 묶은 뒤 채찍질을 하는 등 폭력을 가했다. 이 모습은 현장에 있던 회사의 다른 직원들이 몰래 촬영해 SNS에 공유하면서 일파만파로 퍼졌다. 결국 르완다 경찰 당국이 개입해 지난해 9월 선슈쥔을 체포했다.선슈쥔이 르완다 직원들을 폭행하는 모습을 촬영한 직원들은 법정에서 “대표(선슈쥔)가 직원 2명을 도둑으로 의심했다. 이후 나무에 묶고 채찍으로 때렸다”고 일관되게 증언했다. 이에 선슈쥔은 법정에서 “계속 회사의 광물을 훔치는 사람들이 답답하고 짜증나서 폭력을 휘둘렀다”며 폭행 사실을 인정했다. 이어 “다만 피해 직원들에게 100만 르완다 프랑(약 122만 원)을 주고 합의를 마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지 법원은 해당 사건을 경범죄가 아닌 중범죄로 판단했다. 현지시간으로 19일 르완다 카롱기 중급법원의 자크 카냐루키가 판사는 “피해자들을 고문하고 악의적인 의도로 체벌한 것은 중대한 범죄에 속한다”면서 그에게 징역 20년 형을 선고했다. 또 선슈쥔의 폭행을 도운 것으로 알려진 르완다인 한 명에게는 공범 혐의를 적용해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르완다 주재 중국 대사관 측은 이후 공식 성명을 통해 “이번 판결에 주목하고 있다. 대사관은 이 사건이 합리적이고 공정하며 정당한 방식으로 처리될 것을 촉구한다. 동시에 중국인의 정당한 권리가 제대로 보호되어야 한다”고 밝히면서도 르완다에 머무는 중국인들에게 현지 법률과 규정을 준수할 것을 강조했다. 한편, 아프리카에서 사업을 이끄는 중국인이 현지 노동자를 학대한 사건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0년 짐바브웨에서는 중국인 탄광 소유주가 임금에 불만을 제기한 현지 노동자 2명에게 총을 쏴 부상을 입힌 혐의로 체포됐었다.
  • 겨울엔 낭만, 봄엔 야생화 정취 푹~ 탁 트인 대자연을 보여 주고 싶어요

    겨울엔 낭만, 봄엔 야생화 정취 푹~ 탁 트인 대자연을 보여 주고 싶어요

    “카지노에서 상처받은 인간의 본능만 남은 도시란 느낌을 받았다면 운탄고도에서는 강원도 정선만의 아련한 정서를 느낄 수 있어요.” 오세진(41) 작가가 코로나19와 함께 시작한 유튜브 채널 ‘자연에 빠지다’는 최근 정선의 봄날과 운탄고도의 매력을 담아냈다. ●정선군 제안으로 한달살이 시작 정선군의 제안으로 한달살이를 하게 된 오씨는 석탄을 운반하던 트럭이 다니던 임도(林道)가 포함된 운탄고도에서 겨울에는 낭만을, 봄에는 야생화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울창한 숲 덕분에 여름에도 시원하게 걸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운탄고도는 경사가 완만하고 길 폭이 넓어 천연 눈썰매장으로 이용하는 젊은이들도 있다. 오씨는 자기개발서와 수필 등 여러 권의 책을 낸 작가로 하루에 강연을 세 개씩 할 정도로 바쁜 일상을 보냈다. 하지만 전염병 발병으로 모든 일정이 취소되거나 연기되자 산에 오르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소통과 치유를 주제로 강연했지만 정작 자신의 몸은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는 후회도 있었다. 코로나19가 이끈 등산 유튜버의 길은 6만명에 이르는 구독자를 만난 길이기도 했다. ●유튜브 채널 통해 자연의 힘 전해 그가 직접 편집해서 만든 유튜브 영상을 통해 탁 트인 대자연을 느끼는 이들은 나이나 건강 문제로 산에 직접 오르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원래는 자연을 가까이했지만, 이제는 높은 곳의 공기를 그리워만 하는 이들에게 유튜브를 통해 산의 기운을 안겨 준다. 산에 대한 정보만을 담기보다는 자연이 주는 힘을 전하려 한다. 정선에서 집을 빌려 한 달 동안 지내면서 정선이 주는 따뜻한 기운으로 책도 완성해 이달 말 출간한다. 정선군은 오씨의 사진 에세이집 3000부를 무료로 배포해 정선의 또 다른 얼굴을 알릴 예정이다. ●“깊게 들여다보는 생태관광 했으면” 매일 가던 청보리밭과 종이상자를 깔고 눈썰매를 탔던 도롱이 연못이 벌써 그립다고 말하는 오씨는 정선의 매력에 단단히 빠진 눈치였다. 정선에서는 스스로 시간의 주인이 될 수 있기에 진도가 안 나가 끙끙대던 책도 한 달 만에 완성할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도롱이 연못은 탄광 갱도 때문에 땅이 꺼지면서 1970년대 생긴 연못으로 도롱뇽이 산다. 연못이 얼면 100개의 텐트가 쳐질 정도로 겨울 야영지로 인기가 높다. 코로나 이후로 생태관광에 주목하는 여러 지방자치단체를 위한 생각도 밝혔다. 1989년부터 정부가 강원도의 탄광을 폐쇄하는 정책을 시행했지만, 지난 33년간 운탄고도는 사람이 걷는 길로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다. 오씨는 “생태관광은 적은 사람이 오더라도 지방을 스쳐 지나는 것이 아니라 깊게 들여다보고 지역색과 지역 음식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기 때문에 소비가 더 많이 일어난다”면서 “지자체는 몇 명이 왔는지를 따지기 쉬운데 재방문이 얼마나 일어났는지가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마을호텔18번가’서 먹고 걷고 쉬고… 변신 폐광촌에 발길 이어지다 [윤창수 기자의 지방을 살리는 사람들]

    ‘마을호텔18번가’서 먹고 걷고 쉬고… 변신 폐광촌에 발길 이어지다 [윤창수 기자의 지방을 살리는 사람들]

    광부들이 땀을 흘리며 석탄을 날랐던 운탄고도가 국민이 함께 걷는 길로 다시 태어났다. ‘석탄을 나르던 높은 길’이란 뜻의 운탄고도는 영월~정선~태백~삼척 등 강원도 폐광지역 4곳을 연결해 동해 바다까지 이어지는 173㎞의 길이다. 탄광이 문을 닫으면서 썰물 빠지듯 인구가 줄어든 폐광촌의 주민들은 운탄고도와 연결한 마을 만들기 운동에 한창이다. 정선군 고한 기차역 맞은편의 고한읍 18리에 들어서면 아기자기한 마을 상점과 주민들이 손수 가꾼 화분들이 태백산맥과 어울려 스위스의 한적한 동네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고한은 정부의 석탄 합리화 정책으로 탄광이 문을 닫자 인구의 3분의1이 줄어 빈집이 많던 폐광촌이었다. 1995년 1만여명이었던 인구는 폐광촌을 살리기 위해 카지노와 리조트가 들어섰는데도 계속 줄기만 해 현재는 4350여명이다. 카지노에서 나오는 돈만으로는 마을이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주민들은 스스로 나섰다. 2018년부터 빈집을 수리해 마을호텔18번가를 만들었다. 마을호텔18번가는 마을 전체가 호텔이라는 개념으로 조성됐다. 숙박시설이 잠을 잘 수 있는 호텔 본관이라면 18번가 골목에 있는 모든 상점들이 호텔 부대 시설인 셈이다. 식당, 이발소, 세탁소, 카페 등 15곳이 마을호텔에 참여하고 있다. 마을호텔에서 묵고 식당에 가면 할인을 받을 수 있다. 마을호텔18번가 협동조합의 김진용(49) 상임이사는 고한에서 나고 자라 시민단체에서 일한 것만 20년째다. 김 이사는 “폐광 지역 주민들이 적극 나선 덕분에 1995년 폐광 지역을 지원하는 ‘폐광지역특별법’이 제정됐지만 인구는 계속 줄기만 했다”면서 “카지노가 생겨도 마을은 점점 망가지니까 카지노 손님들이 묵던 방을 고쳐서 가족끼리 온 관광객이 묵을 수 있는 마을호텔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이나 영국과 같은 선진국이 수십 년에 걸쳐 실시했던 폐광정책이 우리나라에서는 단 3년 만에 이뤄졌다고 밝혔다. 카지노도 부작용에 대한 고려 없이 도입됐다가 점차 규제가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카지노가 폐장하다시피 했던 지난 2년간이 오히려 마을호텔을 더 잘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었다고 김 이사는 덧붙였다. 김 이사는 “탄광 지역은 산업화를 위해 일본 식민지 시대처럼 석탄을 수탈당하던 곳으로 노동 조건과 인권, 환경이 열악했다”면서 “폐광 이후 20년 동안 도로, 다리, 경로당 등 기반시설이 구축됐고 마을 주민들의 의식 수준이 올라가면서 마을 만들기 사업이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석탄 산업은 산업화 시대 한때 우리 경제를 이끌었다. 그때 석탄을 나르는 트럭과 출퇴근하는 광부들을 실어날랐던 운탄고도는 이제 사람을 불러모을 관광자원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현재 정선 지역의 운탄고도 40㎞는 주로 산악자전거 타기와 걷기에 이용되고 있다. 폐광 지역 어디에나 있는 운탄길을 확장해 산간내륙에서 시작해 삼척항에서 바다를 보면서 173㎞의 대장정을 마무리 짓게 된다. 운탄고도 확장판은 삼촌인 세조에 왕위를 빼앗기고 유배당한 단종의 슬픈 역사가 있는 영월 청령포에서 시작해 삼척항에서 끝난다. 옛길을 최대한 살리고 마을과 연계해 주민들의 소득이 오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운탄고도의 목표다. 173㎞ 운탄고도 전 구간을 종주하려면 8박 9일 정도가 필요하기 때문에 마을호텔 18번가도 숙박객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운탄길을 많이 걸어 봤다는 김 이사는 “제주 올레길도 처음부터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면서 “코로나19로 단체관광이 개별관광, 생태관광으로 바뀌면서 운탄고도를 걸으려고 오는 사람들에게 길과 마을을 안내하는 가이드 투어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을은 길과 길을 이어 주고, 마을 주민은 사람들이 편안하게 운탄고도를 걸을 수 있도록 길잡이가 되는 것이다. 특히 운탄고도 곳곳에 야생화 군락지가 많은 만큼 오솔길에 피어난 꽃 하나하나에도 이야기를 담아 안내하는 생태해설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예를 들어 동강의 바위틈에서 피는 동강할미꽃은 영월과 정선의 석회암지대에서만 볼 수 있는데 꼬부라지지 않고 하늘을 향해 피는 것이 특징이다. 이처럼 꽃 하나하나에 담긴 이야기를 도시인들에게 들려 준다는 것이 김 이사의 구상이다. 지난 15일 영월 청령포에 운탄고도1330 통합안내센터가 문을 열었다. 단종의 눈물이 서린 청령포의 맑은 물을 내려다보며 자리잡은 안내센터는 선명한 붉은색 지붕이 눈에 들어오는 복합 공간이다. 관광 안내뿐 아니라 야생화를 이용한 만들기 체험, 미디어 전시 등을 즐길 수 있다. 운탄고도는 휴대전화로 위치인식을 해서 여행객들에게 길 안내를 하고 완주 증명도 발행하는 스마트한 힐링길로 오는 7월 최종 개통식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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