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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35)금강산 삼일포의 매향비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35)금강산 삼일포의 매향비

    고려 충선왕 원년(1309년). 금강산 삼일포에 강릉도 존무사(存撫使·관찰사) 김천호를 비롯, 강릉부사 박흥수, 판관 김관보 등 동해의 지방관리들이 승려 지여(志如)와 함께 모였다. 의관 정제한 이들이 먼길 마다않고 이른 아침에 모인 것을 보면 필경 곡절이 있을 법하였다. 석수장이가 지게에 비석을 지고 다가왔다. 김천호는 아무 말없이 눈길로 배를 가리켰다. 비석이 먼저 배에 실렸다. 이어 김천호를 비롯해 박흥수 등이 차례로 배에 올랐다. 다행히 날씨는 좋았다. 지여가 “날짜 하나는 참으로 잘 잡았다.”며 너털웃음을 터뜨렸으나 좌중은 묵묵부답이었다. 응답할 분위기가 아닌 듯했다. 배는 삼일포를 향해 노를 저어갔다.“단서암에 배를 대게나.” 김천호는 단호히 말했다. 삼일포에 있는 4개의 섬 중에서 단서암(丹書岩)을 택한 것이다. 단서암을 선택한 데는 연유가 있었다. ●고려 충선왕 원년, 단서암에 매향비를 세우다 신라 화랑들이 삼일포를 다녀간 기념으로 남겼다는 기록,‘영랑 일행이 남석을 다녀가다.’(永郞徒南石行)는 여섯 글자가 전해지고 있음을 이들은 잘 알고 있었다. 예로부터 미륵의 당래하생(當來下生)을 서원하면서 은밀하게 찾아들던 비밀스러운 곳임도 또한 잘 알고 있었다. 매향비를 세우기에는 안성맞춤인 곳이 아닌가.“호숫물이 가로막고 미륵도들이 성스럽게 여기는 곳이니, 누군들 이 매향비를 함부로 옮기지는 못하리라.”라고 내심 확신하면서. 이상의 기록은 삼일포 매향비의 40행,369자를 풀어서 매향비 세우던 광경을 재구성해본 것이다. 당시 강원도 각 포구에 향나무를 베어 물 속에 넣은 뒤 그 증표로 삼일포에 매향비를 세웠다. 매향비가 건립된 1309년으로부터 40년이 지난 1349년 가을, 이곡(李穀)이 삼일포를 다시 찾았다.‘죽부인전’의 작가로 고등학교 교과서에도 올라 있는 이곡은 ‘동문선’에 전해지는 동유기(東遊記)에 이렇게 썼다.‘초사흘에 일찍 일어나 삼일포에 이르렀다. 성에서 북쪽으로 5리쯤에 있는데, 배에 올라 서남쪽 조그만 섬에 이르니, 덩그런 큰 돌이 있다. 그 꼭대기에 돌벽장이 있고 석불이 있으니, 세칭 미륵당이다.’ 이곡이 찾을 당시에는 매향비는 물론 석불까지 있었고 미륵당도 현존해 이곳이 미륵신앙의 ‘메카’였음이 틀림없다. 그 뒤로도 매향비를 직접 보았다는 기록은 곳곳에 있다. 농암 김창협(1651∼1708)은 1671년 여름에 금강산을 유람한 뒤 삼일포에서 배를 타고 호수의 섬으로 들어갔다가 이런 글을 남겼다.‘배를 옮겨대고 사선정 남쪽의 작은 바위 봉우리에 오르니 짤막한 비석이 있는데 마멸되어 글자를 볼 수가 없었다. 이를 세상에서 말하기를 미륵 매향비라고 한다.’ 강원도 관찰사를 지낸 김상성 주관하에 1746년부터 1748년 사이에 그려진 시화첩 ‘관동십경’에는 매향비가 선명하게 나타나며,‘매향비 아래에서 짐짓 배를 돌리네.’라는 시구까지 확인된다. 박종(1735∼1793)은 1767년 경주 구경을 떠났다가 삼일포에 들러서 쓴 ‘동경기행(東京紀行)’에서 이 비를 침향비(沈香碑)라고 하여 향을 묻었음을 분명히 하였다.‘단서암에 올라 침향비를 보고는 배를 타고 오른쪽 언덕에 이르러 걸어서 솔숲을 빠져나와 돌아보니, 중은 노를 저어 돌아가고 있는데 풍경이 한적하기로는 그만이다.’ 이처럼 삼일포 매향비는 후대인들의 인구에 회자되던 비석이었으며 금강산 순례의 필수 코스였다.20세기에는 위당 정인보 선생이 금강산을 다녀오며 기록을 남겼다.‘관동 해안에 향을 묻은 곳이 많으니, 이는 불사(佛事)라. 미륵하생할 때 같이 용화회(龍華會)에 나게 해달라는 발원이라 한다. 호수 위에 매향비가 있었는데 근재(謹齋)의 단갈사제(斷碣沙際)라는 시어가 이를 이름이다.’ ●향 묻고 미륵 오기를 바란 민중들 매향비가 세워지던 충선왕 원년이면 고려가 저물어가던 때가 아닌가. 숫처녀와 내시를 공물로 바치는 등 원나라의 횡포가 자못 극심하였고, 불교의 타락상도 극에 달하고 있었다. 당대 불교가 보여주었던 그릇된 행실을 새삼 탓해서 무엇하랴. 그러한 시대에 동해의 변방에서 지방관리들에 의해 매향의례가 대대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당시 민중의 염원을 형식적으로나마 풀어주려는 노력의 일환은 아니었을까. 삼일포 매향비는 1926년에 일본인 등전량책(藤田亮策)에 의해 소개되었다. 그런데 그 뒤로 매향비가 간 곳 없이 사라지고 탁본한 비문만이 전해지고 있을 따름이다. 어떤 경로로 이 매향비가 사라졌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높이 60㎝에 불과한 작은 비였으니 집어가려고 마음만 먹는다면야 손쉬운 일이었을 것이다. 어디선가 박복한 여생을 쓸쓸히 보내고 있든가, 아니면 그 누군가가 미륵의 당래하생을 서원하면서 향을 묻듯 비 자체를 삼일포 깊은 물 속에다 던져버렸는지도 모른다. 수많은 사람들의 비밀스러운 서원이 담겨 있는 매향비(埋香碑)란 무엇일까. 매향비란 글자 그대로, 향을 묻고 미륵이 오기를 기원하면서 세운 비석을 말한다. 그러나 그 실체에 대한 해석은 구구하다. 불교사의 수수께끼로 남아 있는가 하면 금석문의 숨겨진 비밀 혹은 글씨로 새겨진 비밀문서라고 하는 이들도 있고, 미륵세상을 찾아가는 해법이라고 보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 모든 의문의 열쇠가 매향비에 있다. 나라가 좁다보니 비밀스러운 것이 별반 없는데, 매향비만큼은 우리들의 지적 호기심과 궁금증을 더해주기에 충분한 탐구 대상이 된다. 금강산 매향비문을 보고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 현장을 찾아 나선다면 실로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삼일포 매향비문에는 삼척현 맹방촌(孟方村)에 향나무 150그루를 심었다는 기록이 있다. 맹방촌은 지금의 동해안 맹방해수욕장에 해당되며, 산봉우리가 아름답게 솟고 백사장이 좋아 예로부터 명승지로 알려진 곳이다. 삼일포 매향비에서 지적한 맹방에 가면 지금도 매향의례에 대한 촌로들의 증언을 들을 수 있다. 그야말로 ‘전설’처럼 전해지고 있는 매향비의 신화다. ●‘침향’은 새로운 세상에의 희구 상징 매향비는 흡사 해적들이 남긴 ‘보물지도’처럼 미륵신앙의 비밀과 맞닿아 있다. 그들은 왜, 무슨 마음에서 그런 비의(秘儀)를 열려고 했을까. 지금까지 발견된 매향비는 모조리 바닷가, 그것도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기수대에 자리잡고 있다. 그 비밀은 향을 바다에 묻는 침향(沈香)에 있다. 사찰에서 피우는 향은 그을음이 생기므로 해마다 불상을 닦아주어야 한다. 그러나 침향은 그을음이 없어 귀하게 치며 약재로도 쓰인다. 부적에 영험이 있다고 믿듯이, 침향의 신성성에 기대어 고급 약재로 인정되었던 것 같다. 침향이 얼마나 소중했던가는 사리함에서 잘 드러난다. 금동으로 감싼 사리함 안에는 옥함이 있는데, 그 옥함 속 사리와 직접 닿는 부분만큼은 침향으로 만들었을 정도다. 명품이라고 부를 만한 불상 중에도 딱딱한 침향을 파서 조각한 것이 다수 있다. 침향을 예사롭지 않게 대한 옛사람의 경외심이 배어나온다. 갯펄에 묻은 향목은 침향이 되면 물 위로 떠오른다고 한다. 이무기가 천년이 되면 용이 되어 승천하듯, 단순한 향목도 침향이 되면 이런 ‘승천의식’을 거친다고 믿었던 것. 미륵하생을 기다리는 민중들에게 침향의 부상은 바로 새로운 세상의 떠오름이 아니었을까. 매향비는 반드시 강물과 바닷물이 합수하는 바닷가에 세워졌다. 한반도 최고의 절경으로 불리는 해금강에 연한 삼일포는 석호의 으뜸으로, 신라시대 화랑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왔다. 아름다운 삼일포 안에 세워진 매향비는 미륵을 기다리며 집단적으로 서원하던 당대 민중들의 장엄, 그 자체를 웅변해준다. 미륵을 기다리는 민중의 서원은 하나의 운동 양상으로 발전하곤 하였다. 가까운 중국에서도 미륵에 의탁한 ‘동양식 천년왕국운동’이 자주 벌어졌다. 청조를 타도하고자 한 ‘백련교의 난’ 따위가 그것이다.‘천하가 난(亂)하면 미륵불이 강생한다.’,‘미륵불이 바로 천하를 지킬 것이다.’,‘천지를 바꾸자, 세상을 바꾸자, 반란의 해, 미결(未決)의 해’ 같은 슬로건에서 새 세계의 열망과 미륵신앙과의 관련성이 잘 드러난다. 우리의 경우에도 궁예가 스스로 미륵불을 자칭하였고, 강증산도 미륵불에 의탁하였다. 불교가 시작된 이래로 미륵신앙은 하나의 운동, 미래불의 기다림 그 자체였다. 무슨 확신이 민중들로 하여금 미륵의 당래하생을 서원하게 만들었을까. 그만큼 현실의 고통이 심했다는 증거이리라. ●통일시대 오면 비밀스러운 자태 드러내려나 남쪽 사람들이 연일 금강산 관광에 나선다. 관광에 나선 남쪽사람들에게 삼일포와 해금강은 필수 코스이지만 정작 안내문에는 매향비에 관한 기록이 없다. 남한은 물론이고 북쪽의 안내자들도 모르고 있거나, 아니면 의도적으로 매향비를 설명하지 않는 듯하다. 그래서 삼일포의 가장 신비로운 대목인 매향비의 내력을 전혀 모르고 돌아오기 마련이다. 마음 속으로만 삼일포를 그리워하다가 실제로 삼일포에 갔을 때, 필자는 삼일포 호수 안의 섬들을 바라보면서 매향비 생각에 가슴이 벅차 잠시 숨이 막혔던 적이 있다. 사라진 삼일포 매향비가 혹시나 말법의 상징처럼 존재하는 분단상황이 종식되고 통일시대가 오면 비로소 그 비밀스러운 자태를 세상에 드러내지 않을까.
  • 高僧遺墨(고승유묵)의 경지로

    高僧遺墨(고승유묵)의 경지로

    통일신라에서 고려,조선,근·현대에 이르는 1500여년 한국 서예의 역사를 고승들의 선필(禪筆)을 통해 조명하는 대규모 전시가 열린다.서울 예술의전당과 국립 청주박물관,양산 통도사 성보박물관이 공동 주최하는 이 고승유묵(高僧遺墨)전의 주제는 ‘경계를 넘는 바람’.국립청주박물관(8일∼11월30일)을 시작으로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2005년 1월11일∼2월27일),통도사 성보박물관(2005년 3월23일∼5월22일) 전시까지 8개월에 걸쳐 순회 전시한다. 선필이란 문자 그대로 선승의 글씨를 말한다.선필은 그 자체로 역설적이다.선의 요체인 불립문자가 암시하듯 선은 그림이나 글씨라는 고정된 상(相)에 매달리지 않는다.선에서는 애당초 상조차도 만들지 말라고 가르친다.선기(禪機)나 선미(禪味)는 원래 상을 만들거나 지으면서는 찾기 어려운 것이다. ●국립청주박물관서 8일 첫 테이프 이번 전시에서는 선열(禪悅)의 경지를 격정적으로,때로는 무심하게 드러낸 선묵 150여 점이 선보인다.탁본·제발(題跋)·원상(圓相)·시첩(詩帖)·간찰(簡札)·일자서(一字書)·유게(遺偈·입적을 앞둔 선승이 깨달음의 세계를 시로 읊은 것)·영찬(影讚·고승의 진영에 붙인 찬양문) 등 다양한 구색을 갖췄다.고려 인종 때의 승려이자 서예가인 탄연의 탁본 ‘진락공중수청평산문수원기’,마조·백장·황벽·임제 등 중국 선문 4대가의 법문을 초록한 조선 중기의 고승 청허 휴정의 ‘정선사가록’,다산 정약용으로부터 유학과 시문을 배운 조선 말기 초의선사의 ‘청추첩(淸秋帖)’,전서·예서·해서·행서·초서 등 모든 서체에 능했던 조선 후기 승려 아암 혜장의 ‘약봉첩(躍鳳帖)’ 등 처음으로 공개되는 작품들도 적지 않다.근·현대 인물로는 만해 봉완의 시가 수록된 ‘만해필첩’을 비롯해 경허 성우,만공 월면,효봉 학눌,경봉 정석,서옹 석호,퇴옹 성철,탄허 택성 등의 작품이 전시된다. 그동안 한국화단에서 선묵(禪墨)을 본격적으로 다룬 전시는 거의 없었다.그런 만큼 선묵에 대한 오해도 많다.사람들은 흔히 “선필에는 법이 없다.”고 말한다.선필은 과연 법 없이 마구잡이로 쓴 글씨일까.이번 전시는 그런 잘못된 생각을 여지없이 깨뜨린다.역대의 뛰어난 선필들을 보면 당대 글씨의 보편적인 흐름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당대의 서법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그 틀을 깨고 나오는 파격과 일탈이야말로 선필의 묘미다.불교국가였던 통일신라와 고려시대에는 김생 같은 명필과 영업,탄연,혜소 같은 고승들이 글씨의 흐름을 주도했다.승려들이 문화의 주동이 되면서 시대의 서풍을 이끈 것이다. ●근현대 경허·만해·서옹이 흐름 주도 반면 유교국가였던 조선시대에는 도학자나 문인 사대부의 글씨가 주를 이뤘다.그러나 조선시대에도 청허나 사명,영파,아암,초의 등의 선사가 있어 서예의 큰 흐름을 형성했고,근·현대 들어서도 경허,만해,경봉,서옹 등의 선사가 우리 서예의 역사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었다.그 개성적인 필치의 선필을 한국 서예사의 독자적인 영역으로 계승·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이제 우리의 몫이다.서울 예술의전당(02-580-1300),국립청주박물관(043-255-1632),통도사 성보박물관(055-382-1001).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눈도귀도 즐거워]마당극 볼까 뮤지컬 볼까

    5일간의 연휴.지금까지 명절때마다 TV와 비디오,영화 관람으로 시간을 보냈다면 이제 공연장으로 발길을 옮겨보는 건 어떨까.연극·뮤지컬엔 전혀 관심없을 것 같던 부모님이나 아내·남편의 숨은 취향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부모님과 함께 평소 부모님께 애정 표현을 잘못했다면 이참에 연극으로 마음을 전해보자.한많은 우리네 어머니의 일생을 웃음과 해학,가슴찡한 감동으로 보여주는 연극 ‘손속의 어머니’(10월2일까지,코엑스아트홀,02-747-6295)가 제격이다.충청도 별신굿을 배경으로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한판 놀이굿을 선사하는 극단 목화의 ‘백마강 달밤에’(10월1일까지,동숭아트센터,02-745-3966)나 판소리 ‘변강쇠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극단 인혁의 ‘아이 다롱디리’(28일∼10월2일,국립극장하늘극장,02-741-3934)도 볼 만하다.질펀한 성적 농담들은 살리되 전체 흐름을 ‘옹녀’가 이끌어가는 것으로 바꿨다. ●부부·연인끼리 고가의 그림 한점을 둘러싼 세 남자의 우정과 갈등을 그린 연극 ‘아트’(10월3일까지,학전블루소극장,02-764-8760)는 제목 그대로 깔끔하면서 세련된 감각을 맛볼 수 있는 작품이다.작곡가 조지 거쉰의 음악과 천재 안무가 수잔 스트로만의 탭댄스가 어우러진 브로드웨이 뮤지컬 ‘크레이지 포유’(10월3일까지,세종문화회관대극장,02-501-7888)는 달콤한 사랑에 빠진 청춘 남녀에게 딱이다. ●자녀와 함께 이동식 텐트극장 ‘서울열린극장 창동’에서 공연하는 극단 미추의 ‘정글 이야기’(29일까지,02-747-5161)는 온가족이 즐길 수 있는 가족 뮤지컬.동물의 특성을 잘 살린 배우들의 연기는 아이뿐 아니라 어른들도 깜짝 놀랄 만하다. 세계 정상급 기량을 자랑하는 중국 상하이서커스월드의 내한공연(10월3일까지,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02-543-6706)과 빙판위에서 펼쳐지는 모스크바 로열 아이스서커스(10월10일까지,목동아이스링크,02-3676-9570)는 자녀들에게 독특한 체험을 선사하는 선물이 될 듯싶다. ●전통 나들이 28일 오후5시 국립국악원 야외극장에서는 ‘외국인 노동자와 함께하는 한가위 특별공연’이 열린다.국악원 민속악단,무용단,정악단 등이 출연해 다양한 공연을 선보인다.(02)580-3300.29일 오후6시 종로3가 창덕궁앞 국악로 특설무대에서도 ‘국악로 한가위 축제’가 마련된다.영산회상 중 하현도드리,남창가곡,판소리 ‘흥보가’등이 펼쳐진다.정동극장은 25∼29일 행운의 약과 나눠주기와 윷놀이 경품행사 등의 프로그램으로 ‘한가위 전통예술무대’를 마련했다.(02)751-1500. 이와 함께 국립중앙박물관을 포함한 지방 국립박물관에서도 다양한 추석맞이 행사를 연다.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추석당일 탁본 실습과 투호놀이 등을 마련하고,국립경주박물관 등에서는 인절미와 송편 시식 행사를 갖는다.한복을 입은 관람객은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전신 대한매일신보 국립중앙도서관서 특별 전시

    전신 대한매일신보 국립중앙도서관서 특별 전시

    서울신문의 전신인 대한매일신보가 15일 개막한 국립중앙도서관(관장 임병수)의 500만권 장서 달성 기념 소장 자료 특별전에 전시됐다. 특별전에는 고서,단행본,잡지,신문,지도,해외 영인본 자료 등 문헌적 가치가 높은 소장 자료 100여점이 뽑혔다.조선 세종때 편찬된 ‘석보상절’,고려 중기 문인 이규보의 문집 ‘동국이상국전집’,국립중앙도서관 소장자료 1호로 등록된 ‘해방전후의 조선 진상’ 등이 선보였다.신문 부문에선 대한매일신보가 한성순보,한성주보,황성신문과 함께 나란히 전시돼 눈길을 끌었다.대한매일신보는 ‘일간으로 발행된 한말 최대의 민족지’라는 제목 아래 1904년 8월4일자 신문이 전시됐다. 개막 행사는 이날 오후3시30분 서초구 반포동 도서관 1층 전시실에서 대통령부인 권양숙 여사가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권여사는 정동채 문화관광부장관,이미경 국회 문화관광위원장,열린우리당 신기남·김재홍 의원,지휘자 금난새씨 등과 테이프 커팅을 한 데 이어 전시실을 둘러보며 관련 자료들을 관심있게 지켜봤다.채수삼 서울신문사장,직지사 성보박물관장 흥선스님,워릭 모리스 영국대사,선문대 이형구 교수가 해당 자료에 대한 설명을 덧붙여 이해를 도왔다. 채 사장은 “대한매일신보는 국한문혼용과 부녀자를 위한 국문 전용,외교사절단을 위한 영문 등 세가지로 발행됐으며,창간호인 1904년 7월18일부터 8월3일자까지는 안타깝게도 자료가 유실됐다.”고 설명했다.그러자 권여사는 “아,그렇습니까.”라며 대한매일신보를 유심히 들여다봤다.흥선스님은 석보상절에 대해,모리스대사는 1890년대 영국 관련 자료에 대해,그리고 이형구 교수는 광개토왕비탁본에 대해 각각 설명했다.특별전은 24일까지 계속된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세계유산 등록이후 첫발-중국 고구려유적지를 가다] (하)두번째 도읍지 지안

    [세계유산 등록이후 첫발-중국 고구려유적지를 가다] (하)두번째 도읍지 지안

    ‘세계유산 등록 이후 지안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고구려의 북방개척의 전진기지인 나통산성과 고구려 첫 수도의 환런(桓仁)의 오녀산성에서 역사 왜곡을 확인한 우리 일행은 8월14일 지안(集安)으로 들어갔다.우리는 퉁화(通化)를 출발하고 얼마 가지 않아 지안에서 100㎞나 떨어진 곳에서 ‘세계문화유산 고구려 유적의 도시 지안’이라는 대형 광고와 마주쳤다.철기둥으로 만든 반영구적인 광고판이었다.중국이 고구려 유적에 쏟는 관심과 열기를 다시 실감했다. ●지안-고구려는 중국 지방정권 선전 가장 먼저 지안박물관으로 갔다.고구려의 두 번째 수도 국내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지안박물관은 전시물의 90%가 바뀌었을 정도로 완전히 새 단장을 했다.박물관 가운데에 있는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천장까지 닿는 대형 광개토태왕비 탁본이 걸려 있고 그 앞에는 1.5m쯤 되는 표지판에 박물관을 안내하는 인사말(前言)이 쓰여 있다. “고구려는 중국 동북지방의 고대문명 발전과 생산과정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 중국 동북지방의 소수민족 지방정권이다.” 아마 이 한마디가 중국이 지안박물관을 찾는 관람객들에게 던지는 핵심적인 메시지일 것이다.물론 중국어를 모르는 한국인 관람객들은 아무런 생각 없이 지나갈 수 있다.그러나 이 문구는 한국인보다는 중국인을 목표로 한 것이다.고구려 역사를 알고 있는 조선족들은 의아하게 생각할지 모르지만,일반 중국인들이 입구에서부터 고구려를 자기 역사로 알도록 역사 왜곡 교육장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서쪽에 있는 방부터 관람을 시작하면 바로 눈에 띄는 것이 ‘고구려 역사에 대한 중요한 기술(高句麗歷史重要記述)’이다.제목은 ‘고구려 역사’이지만 모두 고구려 건국에 관한 내용이다.한서,후한서,삼국지,태왕비,위서 같은 유명한 사서들을 인용하여 ‘고구려는 한나라가 세운 현토에서 일어났으므로 중국 역사’라는 것을 부각시키는 말만 교묘하게 엮어 놓았다.현토군의 고구려현은 아직 추모(주몽)의 고구려가 성립되기 이전 역사인데 마치 고구려가 한(漢)나라의 한 현인 것처럼 왜곡해 모르는 사람은 고구려 전체가 중원의 한 현인 것처럼 오해할 수 있도록 했다. 동쪽 방에 들어가면 왜곡은 더 심하다.먼저 나타난 ‘고구려 조공·책봉 조견표(高句麗朝貢受封簡表)’에는 고구려가 중원의 각국에 조공을 바치고 벼슬을 받았던 14번을 표로 만들어 쉽게 볼 수 있도록 해 놓았다. 고구려 역사 705년 동안 외교적 관례로,그것도 50년 만에 한번 정도 있던 행사를 가지고 마치 고구려는 항상 벼슬을 받아 행세한 지방정권처럼 왜곡해 놓았다.고구려 705년 동안 중국에서는 35개 나라가 망했으며 그 가운데 50년도 못 가고 망한 나라가 절반이 넘는다는 것을 생각하면 말도 안되는 소리다.도대체 705년이나 지속된 고구려가 35개 나라 가운데 어떤 나라의 지방정권이란 말인가? 또 있다.바로 ‘고구려 유민 천도 정황(高句麗流民遷度情況)’이라는 표이다.이것은 고구려가 멸망하고 대부분의 고구려인들이 중국 땅으로 들어갔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여러 가지 기록들을 모아놓은 것이다.그러나 그 기록과 통계들도 고구려 땅에 그대로 남아 고구려를 이은 발해의 주민이 된 사람의 10분의 1밖에 되지 않음에도 교묘하게 짜맞춘 것이다. 유물을 관람하면서도 끊임없이 중국 연대를 생각하도록 해 놓았다.고구려 유물을 이야기할 때는 고구려의 초기라든가 후기,또는 무슨 왕대의 것이라고 고구려 연대로 표기해야 하는데,모두 한-왕망-후한-위-진-제-양-진-수-당 식으로 중국의 왕조로 설명하고 있어 이곳에 관람하는 중국인은 고구려가 중국의 소수민족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했다. ●박물관 밖-관광을 통한 역사왜곡 무거운 마음으로 박물관을 나오니 담벼락에 붙은 현수막이 눈에 들어온다. ‘중국 지린성 지안 고구려 관광주간의 성대한 개최를 열렬히 경축한다(熱烈慶祝中國吉林·集安高句麗旅游節 隆重召開)’ 왜 박물관에 ‘세계문화유산 등재 축하’ 현수막이 아닌 관광축제 개최 축하 문구가 걸려 있는 것인가? 바로 이 현수막이 역사왜곡을 위해 진행되는 과정을 분명히 보여준다.첫째 세계유산 등록을 계기로 하여 관광산업을 극대화하여 수입을 올리고,둘째 현지를 찾은 관광객에게 고구려 역사가 중국의 역사라는 인식을 심어주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지의 축하행사도 여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지린성 정부 부비서장을 주임으로 하는 ‘중국 지린·지안 고구려문화관광주간(中國吉林·集安高句麗文化旅游節)’은 지린성,퉁화시,지안시가 모두 참여하여 정부에서 지원하는 260만 위안(약 4억원)으로 여러 행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 첫 행사가 바로 ‘지안 중국 우수 관광도시 명명식(集安中國優秀旅游城市命名儀式)’이다.지난달 20일 지안시에서 열린 명명식에서는 전국의 유명 관광 도시에서 초청한 인사를 비롯하여 3만 명이 모인 가운데 시정부 앞에서 국가 관광국이 지안시를 중국우수관광도시로 선포했다고 한다. 7월9일 관광이 시작된 뒤 20일 만에 한국에서 학생,교사 등 5000명이 다녀갔으며,올해는 적어도 1만명이 넘을 것이라는 관광회사 사장의 즐거운 비명을 들으며 마음이 착잡했다.중국 관광객들도 예전에는 주변 도시에서만 왔는데 지금은 남방에서도 많이 온다고 한다. “지금 일본 관광객이 1000명이나 신청을 해왔는데,일본사람들이 왜 고구려 유적을 보러 오는 겁니까?” ‘준비된 역사왜곡’으로 돈을 벌면서 철저하게 교육장으로 활용하는 현장에서 필자는 잠시 대답을 잃었다.이제 우리 모두가 이 질문에 대답을 해야 한다.
  • 광개토대왕 비문 탁본 日, 中유물로 전시 물의

    |도쿄 연합|일본 주재 한국문화원은 9일 도쿄 국립박물관이 광개토대왕 순수비문의 탁본을 ‘중국의 서(書)’로 소개한 채 특별전시 중이라는 일부 언론보도와 관련,일본 문화청에 시정을 정식 요청했다고 밝혔다.문화원측은 “탁본의 전시실 안에 ‘중국의 서’라는 간판을 걸어 놓음으로써 광개토대왕비와 고구려가 중국의 비석이거나 영토라는 오해를 부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관련 조치를 요구했다. 또 광개토대왕 비문의 해석을 놓고 한때 한·일 사학계에서 논란을 빚었는데도 일본측 주장인 ‘임나 일본부설’을 뒷받침하는 비문 해석만 소개하고 있는 것도 객관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일본 문화청은 사태를 파악해 이른 시일 안에 답변을 주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도쿄국립박물관은 지난 3일부터 2개월의 일정으로 동양관 제8실(2층)에서 광개토대왕 비문 탁본 등 31점의 관련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 이육사의 詩香, 안동을 물들인다

    일제 강점기에 17번이나 옥살이를 하며 조국 광복의 염원을 노래한 항일 민족시인 이육사(李陸史·1904∼1944·본명 이원록) 선생의 체취를 느낄 수 있는 문학관이 세워졌다. 경북 안동시는 육사 선생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고향인 안동시 도산면 원천리 생가 입구에 ‘이육사 문학관’을 건립,31일 개관한다. 이 문학관은 27억원의 예산을 들여 2300평의 부지 위에 건평 176평 지상 2층 규모로 만들어졌다.건물 주위에는 육사 동상을 비롯,선생이 형제들과 함께 생활한 육우당과 청포도밭,연못 등이 들어서 있다. 문학관 1층에는 흉상과 대표 시(詩) ‘광야’가 조각돼 있으며 독립운동 연보 등 일대기 그래픽과 육필원고,시집 등이 전시돼 있고 조선혁명군사학교 훈련모습과 베이징(北京) 감옥생활 모습 등이 재현돼 있다.이곳에는 헤드폰을 착용하고 버튼을 누르면 황혼과 청포도,절정,광야 등 육사의 주옥같은 시(詩)를 눈과 귀로 접할 수 있는 첨단장치도 갖춰져 있다. 건물 2층은 낙동강이 굽이쳐 흐르는 원천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으로,영상실과 세미나실,시상 전망대 등이 갖춰져 있으며 전국의 현역·작고 문인들의 육필원고와 자필시 등 100여점이 전시돼 있다. 또한 관람객들이 육사의 이미지 그림과 시 등 6가지 종류를 직접 탁본할 수 있는 체험코너도 마련돼 있다. 안동시는 이육사 문학관 개관을 시작으로 다음달 3일까지 육사 추모시 전시회,이육사 시문학상 시상,육사백일장,문학캠프,육사오솔길 걷기,이육사 독립운동학술회의 등 다채로운 기념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안동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우리조상이 본 ‘하늘의 모든것’

    하늘은 멀고도 가까운 존재다.일상 생활속에서 이해하기 힘든 일을 겪을 때 무심결에 튀어 나오는 말 가운데 “하늘이 도왔다”“하늘도 무심하시지” 같은 것들이 있다.이처럼 ‘하늘’은 과학 기술의 발달로 그 비밀이 조금씩 벗겨졌지만 여전히 절대적이고 신비한 이미지로 남아 있으면서도 생활 속에서 친근하게 입에 오르내린다. 국립민속박물관이 14일부터 새달 23일까지 여는 기획전 ‘천문(天文)-하늘의 이치,땅의 이상’은 우리 조상들이 생각한,하늘에 관한 모든 것을 모은 자리다. 보물 1373호인 금동천문도 등 천문 관련 유물 100여점을 선보이는 이 전시회는 과학적 대상으로서의 딱딱한 하늘이 아니라,하늘에 대한 사람들의 여러가지 생각을 조명한다. 전시를 기획한 이태희 학예연구사는 “관상감이 시간을 관측하면서도 별의 색깔을 통해 길흉을 점치는 등 양면적 기능을 하거나 ‘혼천의’로 하늘을 관측하면서 자기 마음 속의 하늘을 잰다는 선인들의 생각을 더듬어 보고 싶었다.”고 말한다.김홍남 관장은 “다양한 형태로 사람이 하늘과 나눈 대화를 다양한 형태로 들어볼 수 있는 자리”라고 설명한다. 전시관에서 관객을 맞는 첫 유품은 제왕과 국토를 상징하는 ‘일월오봉병(日月五峯屛)’.왕과 왕비를 상징하는 해와 달,국토를 의미하는 5개의 봉우리는 그 옆에 자리잡은 용비어천가와 더불어 1부 ‘천명(天命)’의 주제이자 하늘의 대리인인 제왕의 모습 등을 보여준다. 2부 ‘하늘을 기록하다’ 코너는 천문 계통의 기구를 모은 곳.고구려 천문도를 계승하여 조선 태조때 돌에 새겨 만들었다는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의 탁본은 당시 빼어났던 천문학의 수준을 보여준다. 또 24절기 별로 달라지는 시간을 잴 수 있는 눈금이 새겨진 ‘앙부일구(仰釜日晷)’나,해시계와 별시계 기능을 갖춰 낮과 밤의 시간을 모두 측정했던 ‘일성정시의(日星定時儀)’ 앞에 서면 그 정교함에 입이 딱 벌어진다. 또 16세기 중국에 선교하러 온 서양 선교사들을 통해서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접한 뒤 시헌력(時憲歷)을 도입한 뒤에도 이전의 대통력을 동시에 사용한 데서 ‘신구 조화’를 향한 지혜를 느낄 수 있다.또 태양과 달을 비롯 토성·목성·화성·금성·수성 등의 행성 그림도 이 코너에서 볼 수 있다. 3부 ‘하늘을 궁리하다’에서는 전문가가 아닌 민간인들이 만든 천문자료들을 만날 수 있다.천체 운행에 호기심을 반영하여 지구나 태양 등의 위치와 움직임을 재던 기구인 ‘혼천의(渾天儀)’ 등이 전시돼 있다.마지막 공간인 4부 ‘하늘에 담은 꿈’은 우리 민속 속에 나타난 하늘의 모습을 담았다.현대 과학에서는 남극성이라 배운 별자리인 ‘노인성’의 머리가 크고 긴 노인의 모습은 선조들의 도교신앙에 담긴 해학미를 보여준다.또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의 운명을 주관한 남두칠성과 북두칠성의 의인화된 모습 등은 하늘에 대한 우리 민속 공간의 상상력을 나타낸다. 13일 살짝 공개한 전시장은 약간의 문제점도 드러냈다.전시장을 찾은 관객에게 깨알 같은 글씨가 새겨진 해시계 등이나 어려운 한자로 가득한 자료집을 어떻게 쉽게 설명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태희 학예연구사는 “자료 내용을 교육받은 자원봉사자들을 최대한 활용하여 관객의 이해를 돕도록 하겠다.”고 설명한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역사학 지원 ‘두계학술재단’ 설립 이태녕 서울대 교수

    경제적으로 안정된 삶을 보장하는 실용학문이 득세하면서 인문학이 위기를 맞고 있다고들 한다.자연과학자들은 자연과학자들대로 똑같은 이유을 들며 심각한 위기론을 펼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 시대를 이끌어간 대표적인 자연과학자로,자신의 분야에서 쌓은 연구 업적을 바탕삼아 인문학 발전에 기여하는 노(老)학자의 존재는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문화재 보존과학의 선구자는 화학과 교수 이태녕 서울대 화학교육과 명예교수가 주인공이다.‘한국 보존과학계의 태두’로 일컬어지는 그는 자신의 분야에서 뚜렷이 한 획을 그은 대학자이다.하지만 이 박사의 인생을 제대로 이야기하려면 그의 아버지 이야기를 먼저 해야 한다. 이 박사의 부친은 역사학계에 큰 족적을 남긴 두계(斗溪) 이병도(李丙燾·1896∼1989) 선생이다.얼마전 타계한 이기백 한림대 석좌교수의 스승으로 일제시대 인문학 분야의 대표적 학술단체인 ‘진단학회’ 창설을 주도하는 등 1980년대 초까지 실증사학계를 주도한 역사학자였다. “처음에는 역사를 전공할 생각이었어요.그런데 아버지가 ‘우리나라가 필요한 인재는 자연과학도’라면서 크게 반대했습니다..” 두계 선생의 셋째 아들로 어려서부터 잔병치레가 많았다는 이 박사는 결국 “내가 약을 개발해서 고통스러운 질병을 물리쳐야겠다.”는 생각에서 화학을 전공으로 택했다. 평생을 화학자로 살아온 이 박사지만 부친의 전공인 ‘역사’와 그리 멀지 않은 삶을 이어왔다.그는 한국땅에 보존과학이라는 생소한 학문을 처음 들여온 인물이다.보존과학이란 과학분야에서 쌓아놓은 연구 성과를 문화재 등의 보존에 활용하는 학문이다. 공군장교로 6·25전쟁에 참전한 뒤 국방부에 들어가 국방과학연구소(현 ADD)에서 연구실장까지 지낸 그는 5·16 이후 연구소가 해체되자 서울대 화학교육과로 자리를 옮겼다.보존과학과 본격적으로 인연을 맺은 것도 이 즈음이다. ●팔만대장경·석굴암 보존 진두지휘 석굴암 보존을 위해 유네스코에서 전문가를 초빙했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간 그는 공주 송산리 6호분의 보존과학적 특성을 밝혀낸 자신의 경험을 설명해줬다.이 일을 계기로 미국에 건너가 일년동안 보존과학을 다시 연구한 그는 이후 해인사 8만대장경과 석굴암 보존 작업 등을 진두지휘했다.이 분야의 체계적 발전을 위해 보존과학회 설립을 주도하기도 했다. 정년퇴직을 한해 앞둔 1989년 부친이 타계하자 이 박사는 새로운 할 일을 발견하게 된다. “아버님께서 남기신 장서만 1만여권이 넘습니다.그런 자료들이 제대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자식된 도리라고 생각했지요.” 그는 이 해 여름부터 서울시 종로구 동숭동 부친의 고택에서 하루 10시간씩 먼지가 켜켜이 쌓인 고서들과 씨름하고 있다.1000여종의 한문 고서적과 5000여권의 양장본 서적 등 1만 5000여권을 일일이 뒤져가며 책의 종류와 내용 등을 분류,데이터베이스(DB)로 만들었다.부친의 대표적 저서인 ‘한국사 대관’‘한국고대사연구’ 등과 함께 부친이 모아놓은 비문,고지도,탁본 등도 포함되어 있다. 이 박사는 “아버님이 타계하신지 만 15년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 온전한 평가가 나오지 않은 것 같다.”면서 “그동안 분류한 데이터베이스 등을 일종의 ‘사이버 라이브러리’로 인터넷에 올려 사학도들이 학술연구에 활용토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먼지 쌓인 부친의 古書 DB로 만들어 그는 곧 자신의 사재만으로 ‘두계학술연구재단’을 설립한다.부친이 타계하기 전까지 33년동안 생활한 옛집을 ‘두계문고’로 개방하여 일종의 도서관으로 활용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국내 역사·문화 연구자들에게 부친의 자료는 물론 국내외 연구자료 정보를 지원할 계획입니다.세계 주요 도서관과 인터넷 네트워크를 통해 연구자료의 탐색 및 수집도 알선해야죠.” 두계 선생과 관련해 잘못 알려진 부분(이완용과는 30촌 이상 벌어지는 먼 친척임에도 사촌간이라는 등의 소문)을 바로잡는 것도 자신의 몫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아버지가 진단학회에 전 재산인 100석 규모의 경기도 용인땅을 쾌척한 것과 마찬가지로 두계학술재단은 다른 사람의 도움은 받지 않기로 했다.정년 퇴직 이후 받고 있는 연금과 자신이 개발한 세제 및 알츠하이머 예방 물질 관련 특허료 수입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우선 옛집을 도서관으로 쓸 수 있도록 리모델링하고 무질서하게 보관된 장서도 새로 정리하기로 했다.지금도 대문 기둥에 남아 있는 부친의 문패는 그대로 남겨둘 계획이다. ●한자는 2000년 역사의 기호… 반드시 배워야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으며 고생도 많았다.역사를 전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환갑이 넘은 나이에 처음 부친의 자료를 살펴볼 때는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장서의 대부분이 어려운 한자로 되어 있는 역사책들이기 때문이다. 이 박사는 사실상 한문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한자의 묘미도 이때 깨달았다고 한다. “한자는 2000년 이상 약속된 기호입니다.서양이 동양을 무서워하는 것은 한자 때문이지요.제2차 세계대전 때 맥아더 장군이 일본을 점령한 뒤 맨 처음 추진하려고 했던 일이 한자 폐지였던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500자의 한자만 제대로 알아도 충분하다.”면서 “그냥 글자를 가르치는 게 아니라 역사서적 등을 통해 실속있게 가르쳐야 한다.”고 한자교육에 관한 소신을 피력했다. 부친이 떠난 동숭동 고택에 손때 묻은 각종 화학실험 기자재를 옮겨놓고 연구활동을 이어온 그는 기자와 만나는 동안에도 미국의 우주전파망원경이 보내온 신호가 뜰 때마다 모니터에 시선을 집중하는 영락없는 과학자이기도 했다.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그림속에 詩가 녹아있네

    화가 심경자(60·세종대 교수)는 잘 알려진 대로 운보 김기창 화백의 수제자다. 그러나 얼핏 보기에 그의 그림은 운보의 ‘알기 쉬운’ 그림과는 전혀 달라 보인다.그의 작업은 한지 위에 바림으로 물을 들인 뒤 나이테 등의 탁본을 뜬 종이를 콜라주하는 간단찮은 과정을 거친다. 그렇게 탄생한 작품인 만큼 고도의 추상성을 띤다.혹자는 그의 예술을 동양화의 이상적인 경지,즉 ‘그림 속에 시가 있는’ 경지에 닿아 있다고 말한다.서울 사간동 갤러리 현대에서 열리고 있는 ‘심경자 개인전’ 은 작가의 이와 같은 고답적인 작품세계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이번 전시에는 정신적인 격조를 느끼게 하는 70여점의 작품이 나와 있다.나무의 물결무늬나 원목의 나이테,기왓장의 선조문양,떡살문양 등이 예스러움의 향취를 전해준다. 전시는 6월 12일까지.(02)734-6111. 김종면기자 jmkim@˝
  • 기네스감 1.5㎞ 문자 퍼포먼스

    자그마치 길이 1.5㎞에 이르는 ‘문자 행위예술’ 퍼포먼스가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펼쳐진다.세계 기네스북에 기록 등재도 함께 추진된다. 사단법인 한국서예협회 서울지부는 2004 Hi-Seoul 페스티벌 기간인 8일 오후 3시 우리나라 전통식 ‘문자 행위예술’ 행사를 갖는다고 6일 밝혔다. 시내에 천을 펼칠 만한 장소가 없어 한꺼번에 하지 못하고 서울시청 서울광장∼지하철 을지로역 인근 롯데호텔 앞에 이르는 150m 구간에서 10차례로 나누어 진행한다. 300명의 서예인과 시민대표 700명이 참여해 너비 1.5m,길이 1.5㎞의 천에 붓으로 휘호를 쓰거나 가훈 탁본을 뜨는 행사다. 워낙 규모가 커 하루에 끝내지 못하고 당일 오후 8시까지 진행하다가 멈춘 뒤 다음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다시 이어진다. 완성하는 데 모두 17시간이나 걸린다.150m 각 구간은 다시 네 구역으로 나눠져 행사가 이어진다. A구역에는 변영문,전명옥씨 등 초대 서예가들이 나선다. B구역에서는 ‘종이 울리네 꽃이 피네.’로 시작하는 ‘서울의 찬가’를 한 사람이 한 자씩 붓으로 써 나가는 이벤트가 마련된다.이명박 서울시장과 임동규 서울시의회 의장,탤런트 최불암씨,두산 박용성 회장 등이 직위를 떠나 서울의 찬가 제목과 가사 76자를 한 자씩 적어 대화합을 노래한다. C구역에서는 유병리·최승룡씨 등 전문 서각가들이,D구역에서는 서화가들이 나와 각종 슬로건 등을 플래카드 형식으로 써 나간다. 서각가 전우천씨는 “우리나라의 오랜 전통으로,역사·문화 학습의 마당인 서예를 널리 알려 사라져 가는 선조들의 정신을 되살리는 기회로 삼기 위해 행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송한수기자 onekor@˝
  • 오세창선생 유물 예술의 전당으로

    서울신문사 초대사장인 위창(葦滄) 오세창(吳世昌·1864~1953)선생의 유물 60건 300여점이 최근 서울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 기증된 것으로 알려졌다.박물관측은 지난해말 위창의 막내 아들 오일육(82)씨가 ‘근역서화징’초고와 위창의 글씨 등을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와 지난달 유물을 인수했다고 밝혔다. 독립운동가이자 서예가인 선생은 전통 그림,글씨 감식과 미술사 연구로도 이름이 높았다.기증된 유물은 ‘근역서화징’초고를 비롯해 선생의 부친인 오경석(1831~1879)이 중국 지인들과 주고받은 간찰집인 ‘중사간독첩’,금석문 탁본집인 ‘위창인보’ 등이다.한국 미술사 연구의 필수자료로 여겨지는 ‘근역서화징’은 고대부터 근세까지 국내 유명 서화가의 행적을 정리한 인물사전.특히 위창의 숨결이 친필 속에 담긴 초고는 문화재적 가치가 높은 희귀본으로 평가된다. ‘중사간독첩’역시 조선 말기 통역관을 지낸 오경석이 중국을 오가며 현지 문인과 나눈 편지를 모은 것으로 한·중 문화교류사의 양상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희귀자료다. 외교관 출신인 기증자 오씨는 “죽기 전에 수집자료들을 공공기관에 기증하는 것이 선친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이들 유물은 오는 25일 개막하는 위창 기증유물 특별전에서 공개된다. 김소연기자 purple@˝
  • i 센터-경복궁 내 ‘어린이 민속 박물관’

    살랑살랑 부는 봄바람을 맞으며 이번주엔 고궁 나들이를 해보자.경복궁 내 ‘어린이 민속박물관’은 아이들 손을 잡고 가볼 만한 도심 나들이 코스. “엄마 이거 드라마에서 봤던 다듬잇돌이네.나도 한번 해 봐야지.”,“크레파스로 문대니까,대나무가 생기네.”.역시 집에서 ‘방콕’ 하는 것보다 아이들 손을 잡고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경복궁 뒤편 국립민속박물관 내엔 아이들을 위한 ‘민속박물관’이 따로 있다.하지만 아무나,아무때나 들어갈 수는 없다.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1시간 간격으로 60명씩 입장을 시킨다.40명은 인터넷 예약을 통해서,20명은 현장에서 접수한다.주말에는 예약이 필수다. 전시장은 입구부터 아이들의 눈을 사로잡는다.‘토끼와 거북이’,‘곶감과 호랑이’ 등 전래동화 벽화가 그려져있다. 우리 조상의 대표적 색깔인 오방색을 활용해 박물관 전체를 디자인했다. 전시 주제는 ‘우리의 맛’ ‘우리의 집’ ‘우리의 멋’ 으로 크게 분류된다.아이들이 우리 음식에 대해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우리의 장이야기’코너에서는 된장,고추장을 컴퓨터를 이용해 만들어 본다.콩으로 메주와 된장을 어떻게 만드는지를 화면을 조작하며 배울 수 있다.볍씨가 큰 벼로 자라는 과정을 한 눈에 볼 수 있으며 제사상이나 돌상의 음식을 자석을 이용해 붙여본다. ‘우리의 집’은 집의 종류,담의 종류,풍속화에 나타난 건축 도구 등을 실물과 모형,그림 등을 이용해 관람객의 이해를 돕고 있다.‘우리의 멋’은 옷의 종류와 옷감 짜기,염색 과정 등의 코너로 옷감의 생산과정을 한눈에 보여준다. 아이들이 직접 만져보고 꾸며 볼 수 있는 코너가 다양하게 준비됐다.이를테면 기와집과 초가집을 블록을 이용해 직접 꾸민다.‘우리의 옷’ 코너에선 ‘민속아바타’ 프로그램으로 자신이 원하는 옷을 직접 입혀 보도록 남녀의상 12벌씩을 준비했다.농기구 놀이용품 등은 만져볼 수 있고,대나무나 국화,도깨비 탁본 뜨기도 아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차를 가져가면 국립중앙박물관 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무료다.입장료는 어린이는 무료,어른은 1000원.민속박물관 표를 끊으면 경복궁에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www.kidsnfm.go.kr,734-1346. 한준규기자 hihi@˝
  • 전통불교문화센터 세운다

    내외국인이 한국 전통불교 문화를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복합공간이 마련된다. 조계종은 9일 122억원의 정부 지원금과 자체예산 등 250여억원의 예산을 확보해 연건평 5000여평 규모의 전통불교문화센터 건립을 추진중이며 이르면 올해안에 기공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계종은 이에 따라 이달 중 최종 부지선정을 마무리지은 뒤 추진단을 구성해 구체적인 건립일정을 진행할 계획이며 현재 건립 장소로 서울 은평구 구파발을 비롯해 2∼3곳을 물색중이다. 부지와 추진단이 결정되면 오는 5월까지 각종 공청회와 설문조사,국내외 관련센터 및 기구 현지조사를 실시한 뒤 8월까지 설계 및 교통환경 영향평가를 거쳐 시공업체를 공모,선정한다. 조계종은 이 불교문화체험센터를 교육·전시·공연시설을 갖춘 불교종합문화센터로 키워 나갈 계획이다.무엇보다 한국전통불교의 핵심인 간화선 수련시설을 마련해 전 세계에 한국 선불교 사상을 전파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센터가 완공되면 연등제작 탱화 사경 탁본 조각 등 불교전통미술과 범패 승무 같은 불교전통음악,사찰음식 등 불교생활문화를 한 곳에서 체험하고 배울 수 있게 된다.조계종은 템플스테이와 연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마련해 내외국인이 전국의 사찰행사에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조계종 총무원은 “전통불교문화센터는 한국의 전통불교와 관련된 문화를 전파하는 구심체가 될 것”이라며 “전통불교 문화를 배우고 체험하는 기회를 통하여 국민의 문화정체성 확립에 기여하고 세계에 한국불교의 수행법을 널리 알리겠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imus@˝
  • 김정희 과천시절 탁본전 추사체의 진면목 한눈에

    추사 김정희(秋史 金正喜·1786∼1856)가 제주에서 북청으로 이어진 귀양살이를 마치고 자리잡은 곳은 경기도 과천이다.과지초당(瓜地草堂)이라고 이름붙인 추사의 거처는 그의 아버지 김노경이 한성판윤으로 있던 시절 장만한 별장이었다. 추사는 1852년부터 71세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이곳에서 무수한 역작을 남겼다.노과(老果),병과(病果),과칠십(果七十),칠십일과(七十一果) 등의 낙관이 찍힌 이 시절의 글씨에는 무르익은 명품이 많다고 한다. ‘추사체의 진수,과천 시절-추사글씨 탁본전’에 나오는 70여점의 탁본은 이 시기의 명작이 중심이다.과천시와 한국미술연구소가 마련한 ‘추사글씨 탁본전’은 새달 4일부터 18일까지 과천시민회관에서 열린다. 출품되는 작품은 전각이나 누각의 현판처럼 전시회에 나오기 어려운 대자(大字)가 적지않다.무엇보다 친필이 남아 있지 않아 전각이나 탁본으로만 만날 수 있는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서울 봉은사의 현판 ‘板殿’(판전·사진·가로 213㎝,세로 73㎝)도 나온다.‘칠십일과병중작(七十一果 病中作)’이라고 낙관한 이 작품은 세상을 떠나기 사흘 전 쓴 것으로,고졸(古拙)의 극치라는 평가를 받는다. 추사가 쓴 팔공산 은해사의 여러 현판 가운데 하나인 ‘一爐香閣’(일로향각·통도사 소장)과 해남 대흥사에 보낸 현판 ‘小靈隱’(소영은)도 눈길을 끈다. 이밖에 추사의 제자 소치 허련(小癡 許鍊·1808∼1893)이 스승의 글씨를 판각하여 추사 이후 추사체를 공부할 수 있게 한 유일한 ‘교과서’였던 탁본첩도 선을 보인다.서예전문가인 김영복 문우서림 대표는 “우리는 탁본 글씨를 가볍게 보지만,청나라에서 많은 서예가가 나온 것도 탁본에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라면서 “추사의 글씨를 친필로 보면 더욱 좋겠지만,이번 전시회에서도 그의 진면목을 찾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동철기자 dcsuh@
  • 서초구 ‘걷기 코스’ 30㎞ 만든다

    아일랜드의 더블린과 같은 주민 건강형 워킹코스(Walking Course)가 국내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처음으로 서울 서초구에서 개발된다. 서초구(구청장 조남호)는 구청을 주민들에게 건강을 파는 회사로 전환시킨다는 밑그림 아래 한강과 우면산,예술의 전당 등 관내 산과 강,역사문화 명소를 연결하는 ‘워킹프로젝트’를 오는 3월 시작,상반기 안에 마무리하기로 했다. 조성되는 걷기 코스는 ▲서초구 전역을 관통하는 5곳의 중·장거리 코스(4∼8㎞) ▲동단위의 단거리 생활형 코스(2∼3㎞) 18곳 ▲주요 문화유적지를 잇는 역사문화 탐방코스(15㎞) 1곳 등 모두 24개 코스로 돼 있다. 구는 코스의 노면을 우레탄 등 탄성제 포장제로 교체해 걸을 때 무릎·허리의 부담을 최소화할 계획이다.코스마다 맨발로 걷는 거리 등 테마구간도 조성된다. 버려지는 전력 케이블 포장 바닥판을 보도에 설치해 방향,위치,거리,소요시간 등을 써넣고,걷는 도중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나무벤치 등 시설물을 곳곳에 설치할 예정이다. 구는 주민은 물론 교육청과 기타 관공서,기업체등의 걷기 프로그램 참여를 유도하고 학생들이 역사탐방로를 걸은 후 탁본을 제출하면 도서·문화상품권이나 기념 배지 등을 지급하기로 했다.만 65세 이상 노인들이 걷기 프로그램에 참가할 경우,만보기를 나눠주고 구보건소에서 실시 중인 건강진단과 치아관리 등도 받을 수 있게 할 방침이다. 조남호 구청장은 “워킹 프로젝트를 내실있게 추진,올해를 서초구민 건강 원년의 해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최용규기자 ykchoi@
  • 통일신라시대 명필 金生 서첩 양각본 발견

    ‘해동(海東)의 서성(書聖)’으로 불리는 통일신라시대 명필 김생(金生 711∼790?)의 유일한 서첩인 전유암산가서(田遊巖山家序) 양각본이 처음으로 발견돼 학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원광대 서예학과 조수현(한국서예사학연구소장) 교수는 30일 “고서화 수집가가 가져온 전유암산가서를 조사한 결과,김생의 서첩이 확실하며 대추나무에 돋을새김을 한 뒤 이를 탁본해 서첩으로 만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첩은 가로 13.5㎝,세로 25㎝ 크기로 책 표지를 포함해 5장으로 되어 있는 완전한 형태다.표지에는 ‘田遊巖山家序’라는 서첩명과 함께 ‘金生書’라 쓰여 있다.총 315자인 이 책은 본문의 글씨가 가로와 세로 모두 1.8㎝의 행서(行書)와 초서(草書)를 섞어 쓴 소자(小字)다. 익산 임송학기자 shlim@
  • 유물속 원숭이와의 만남/국립민속박물관 ‘갑신년 잔나비띠’ 展

    2004년은 갑신년(甲申年) 원숭이의 해.국립민속박물관은 31일부터 내년 2월9일까지 ‘갑신년 잔나비띠’전을 제2기획전시관에서 연다.통일신라시대 ‘청동제십이지추’를 비롯하여 원숭이를 중심으로 한 40여점의 12지(十二支) 유물을 선보인다. 나이드신 어른들이라면 지금도 ‘원숭이’보다 오히려 친숙한 ‘잔나비’는 ‘날쌔다.’를 뜻하는 ‘재다.’와 원숭이를 의미하는 ‘납’이 결합된 말이다.원숭이를 곧잘 덜렁댐이나 어리석음의 상징처럼 보기도 하는 까닭에 잔나비띠는 재주가 많고 영리하지만 진득함이 없는 것으로 규정짓곤 했다. 원숭이 시간인 신시(申時)는 오후 3시에서 5시 사이다.신은 방향으로는 서남서로,원숭이는 이 방향을 지키는 수호신이다.원숭이는 문방사우 등에 사람들의 소망을 담고 있는 것으로 표현되기도 하는데,원숭이 후()자는 왕이나 제후를 뜻하는 ‘후(侯)’와 발음이 같아 높은 벼슬을 얻는다는 의미도 갖고 있다고 한다. 이번 전시회의 출품작 가운데 국립중앙도서관 소장 조선말 ‘신정심상소학(新訂尋常小學)’은 먹기를탐하다 덫에 걸린 원숭이를 내보이며 탐욕을 경계하는 내용이다. 장서각 소장 ‘시헌서(時憲書)’는 1884년 갑신년(甲申年)에 관상감에서 발간한 책력이다.전통시대 갑신년을 달력으로 되돌아보자는 취지에서 출품된다. 경주의 김유신묘에 있는 12지 동물상은 탁본으로 선보인다.12지 동물이 각각 자신이 맡은 12방향을 수호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민속박물관 소장 원숭이탈은 봉산탈춤에서 신장수를 조롱하는 역할로 나온다.한양대박물관의 조선후기 ‘철제은입사함’은 원숭이가 복숭아를 따 먹는 모습을 담았다. 서동철기자 dcsuh@
  • 한지에 묻어난 고향의 푸근함/ 한국화가 강미선 작품전

    한국화가 강미선(42)은 한지의 질감과 수묵의 농담을 한껏 살려 그림을 그린다.그렇기에 그가 그리는 생활 주변의 소소한 사물들에서는 그윽한 먹의 향기와 고향과 같은 푸근함이 묻어난다.4일부터 17일까지 서울 인사동 학고재 화랑에서 열리는 그의 작품전에 ‘일상향(日常鄕)’이란 제목이 붙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강미선은 정물을 주로 다룬다.소담스레 담긴 ‘귤’,비에 젖은 우산을 바닥에 펼쳐 놓은 ‘큰비’,휑뎅그렁하게 놓여 있는 쓰다만 듯한 ‘일기’….정물과 풍경의 경계에 놓인 작품들도 등장한다.시들어 바스러질 것 같은 나뭇잎을 그린 ‘낙엽’이나 박수근의 그림을 연상시키는 ‘나목’ 등이 그런 예에 속한다.또 이가 깨진 잔금 도자기들을 늘어놓은 ‘도자기 소묘’ 연작은 도자기의 다양한 조형감을,‘백자’는 조선시대 달 항아리의 깊고 오묘한 색감을 구현한 작품이다. 일상에서 건져 올린 흔한 소재의 그림이지만 그의 작품은 깊이를 느끼게 한다.두꺼운 마티에르 효과를 살리고 있기 때문이다.강미선은 투박한 질감을 내기 위해 결이거친 닥종이를 반복적으로 발라 올린다.그렇게 만든 종이 위에 그린 그림이 세월의 이끼가 낀 토담 같기도 하고 화강암 표면에 종이를 얹고 두드린 탁본 같기도 한 느낌을 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02)739-4937. 김종면기자 jmkim@
  • 책과 함께 놀아요

    어린이들이 책을 벗하여 놀고 배우고 느낄 수 있는 국내 최초의 대규모 어린이 책잔치가 열린다.파주출판정보단지와 파주시가 함께 마련하는 ‘2003 파주 어린이책 한마당’이 10월10일부터 19일까지 열흘 동안 파주시 파주출판문화정보산업단지에서 펼쳐진다.도떼기 시장마냥 북적대는 할인마트 도서코너에서 쭈그려 앉아 책을 읽는 아이들이 안쓰러웠다면,눈여겨봐둘 책의 향연이다. 앞으로 연례행사로 이어질 이번 잔치의 특기사항은 단순히 어린이책의 전시장 성격을 탈피했다는 점.아동도서전시 및 판매는 물론이고 자연의 품에서 다양한 놀이와 공연관람 등 여러 이벤트들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자연과 함께 놀아요’를 주제로 한 올해 행사의 프로그램은 모두 일곱마당.‘도서전시와 판매’마당에는 국내외 500여 출판사의 어린이책 2만여종이 20여개 분야로 나뉘어 전시된다.그림작가들의 창작과정,1960∼90년대 국산만화 캐릭터 등을 보여주는 특별전도 챙겨봄 직하다.도시아이들의 시선을 잡아끌 마당은 아무래도 ‘자연과 함께 놀아요’일 듯하다.점토항아리 만들기,옥수수밭의 미로에서 동화책 읽기 등 이색코너도 있다.아시아문화센터내 2개 공연장에서 펼쳐질 ‘책문화 한마당’에서는 창작동화를 콘텐츠로 마당극,영상구연동화,인형극,그림자극 등 다양한 형태의 공연들을 관람할 수 있다.‘똥벼락’‘마당을 나온 암탉’‘삐비이야기’‘노란우산’ 등 인기 창작동화들이 ‘재료’가 된다.공기놀이·딱지치기·투호·사방치기 등의 전래놀이,나뭇잎 탁본·천연염색 등을 직접 해볼 수 있는 ‘놀이 한마당’도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만하다. 이밖에 30여명이 한 팀을 이뤄 책이 만들어지는 전과정과 집짓기 등을 견학하는 ‘체험학습’마당,해외작가 30여명을 초대해 동유럽식 ‘대장장이 아트’를 보여주는 특별마당 ‘대장장이와 놀아요’,어린이책에 나타난 자연관 등을 주제로 한 세미나(10월16일 오후1시) 등이 마련된다. 강맑실(사계절출판사 대표) 운영위원장은 “책과 생활을 접목시킬 수 있는 출판문화 이벤트를 지향했다.”면서 “2008년부터는 외국의 아동출판 관계자들과 도서들을 본격 유치하는국제행사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참가예상 인원은 20만명.주최측은 단지내 빈터에 메밀·옥수수·코스모스·구절초·감국 등을 심어 가을을 만끽할 수 있는 ‘자연학습장’을 만들었다.입장료는 미정.홈페이지 www.pajucbf.com(5일 오픈예정) 황수정기자 s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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