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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창의성은 어떻게 길러지는가/전호환 부산대 총장

    [열린세상] 창의성은 어떻게 길러지는가/전호환 부산대 총장

    인공지능기술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화두는 단연 창의성이다. 다중지능이론의 창시자인 하워드 가드너 하버드대 교수는 창의성을 발휘한 20세기 세계적 거장 7인을 비교 분석한 책을 냈다(1993, ‘열정과 기질’로 번역 출간). 7명은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 물리학자 아인슈타인, 화가 피카소, 작곡가 스트라빈스키, 시인 엘리엇, 무용가 그레이엄, 정치가 간디다. 같은 시대에 살면서 각자 다른 분야에서 창조적 도약을 이룬 7명의 삶과 업적을 비교 분석한 결과, 가드너는 창의성이란 ‘타고난 재능이 적절한 사회문화적 조건 속에서 연습되고 다듬어진 훈련된 능력’이라고 하였다. 그 창의성이 길러지고 구현되는 중요한 요인은 ‘아이처럼 세상을 바라보는 힘’이라고 했다. 가드너에 따르면 개인은 누구나 크든 작든 어느 분야에 창의적 소질을 가지고 태어난다. 그러나 창의성이 발휘되는 성인으로 성장하려면 그러한 소질을 심화하고 강화시킬 수 있는 적절한 일의 체험기회인 교육·훈련을 필수적으로 가져야 한다. 또 이러한 체험의 과정에서 가족· 친구·후원자 혹은 경쟁자 같은 타인으로부터 격려와 지원을 받는 의미 있는 인간관계가 형성되어야 한다. 그 분야에 우호적인 문화나 풍부한 사회적 지원도 필수적이다. 피카소는 스페인의 바닷가 작은 마을에서 평범한 미술교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유아시절부터 아버지로부터 그림 교육을 받은 피카소는 그림에 특출한 재능을 보여 신동으로 불렸다. 그러나 학교수업을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학업에 애로가 있었지만, 공간과 신체 영역에서 뛰어났다. 가족의 권유로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와 마드리드의 미술학교에서 교육을 받으면서 재능을 심화하고 강화했다. 19세 때 예술의 중심도시인 파리로 옮겨 당시 최고의 화가를 만나고 그들의 작품에서 자극을 받아 새로운 경지로 성장했다. 마침내 세계 미술사를 새롭게 쓴 20세기 최고의 화가로 평가받게 된다. 영화 ‘취화선’으로 널리 알려진 장승업은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천재화가다. 어려서 부모를 잃고 떠돌던 그는 역관(譯官)의 집에서 기거했다. 글자도 모르는 장승업은 그 집에 소장된 중국 서화가의 그림과 글씨를 어깨너머로 훔쳐보고선 눈을 뜨고 자기의 존재를 인식한다. 우연히 장승업이 그린 그림을 보고 그의 천재적 그림 솜씨에 감탄한 집주인은 그의 재능을 아끼고 지속적으로 그를 후원했다. 고종에게 발탁되어 왕궁에서 그림을 그렸고, 중국까지 알려져 그림 요청이 쇄도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술을 좋아했고 궁궐을 탈출하여 그림을 그려주고 술값을 대신하는 삶을 살면서 길지 않은 생을 마감했다. 피카소와 장승업은 닮은 점이 많다. 신이 내린 재능과 아이다운 천진성이 그렇다. 그런데 이 두 요소로만으로는 비범한 모방은 가능하지만 새로움을 창조하는 세계적 거장이 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아이의 천진성과 어른의 원숙함이 결합되어야 창의성을 발휘하는 대가가 될 수 있다. 당대 세계 문화의 변방인 조선에만 머물렀던 장승업이 북경과 파리에 갔더라면 그의 인생이 달라지지는 않았을까. 거장 7인이 보여준 지적인 강점이 서로 다른 것처럼, 재능을 발견하는 시기와 양상 역시 달랐다. 20살이 넘어서 자신의 소명을 발견하여 몰입한 사람도 있다. 신동은 피카소뿐이다. 그러나 그 역시 19세까지 집중교육을 받았다. 7인의 공통점은 청년 시절에 자신의 관심 분야의 활동이 활발한 중심도시로 이주하여 동료를 만나 경쟁하면서 원숙한 어른으로 성장한 점이다. 모든 사람이 거장이 될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그러나 각자의 분야에서 인정받고 역할을 할 수 있는 창의적인 사람이 될 수는 있다. 창의적인 사람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훈련과 환경에 의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아이처럼 세상을 바라보는 힘’은 획일적인 주입식 교육이나 정답을 강요하는 권위주의 교육으로 길러질 수는 없다. 성인이 되었을 때 활용할 수 있는 귀중한 ‘창의성 자본’은 유년기부터 하고 싶은 분야를 마음 편히 탐구하면서 주변 세계를 많이 관찰하는 성장과정에서 축적되는 것이다. 국가는 이러한 사회문화적 환경을 만들어야 하지 않는가.
  • 서로가 서로의 빛이 된…

    서로가 서로의 빛이 된…

    타인을 감각하는 게 소설가의 본령이라면, 조해진(41)은 그 본령의 심연에 한발 더 다가갔다. “인간다움을 되새기고 싶었다”는 세 번째 소설집 ‘빛의 호위’(창비)에서다.조해진 소설의 거주자들은 대개 뿌리 뽑힌 존재들이다. 유학생, 이주노동자,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용역업체 직원, 입양아 등 도시의 구석방에 매몰된 이들이다. 작가는 부초처럼 부유하는 이들이 의도하지 않은 선의나 증여로 서로가 서로를 살게 하는 빛의 순간을 포착한다. 야만의 역사가 개인의 삶에 치명상을 입히고 난 자리를 끈질기게 응시하기도 한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확신한다. “나와 나의 세계를 넘어선 인물들, 그들은 시대와 지역을 초월해 소통했고 유대를 맺었다. 그들은 나보다 큰 사람들이었고 더 인간적이었다. 이제야 나는, 진짜 타인에 대해 쓸 수 있게 된 건지도 모르겠다.” ‘빛의 호위’에는 이처럼 국경과 시간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타인과 나를 겹쳐 보는 9편의 단편이 묶였다. 지난해 이효석문학상 수상작인 ‘산책자의 행복’은 “이 시대에 호응할 수 있는 문학적 상상력이 무엇인지를 새롭게 환기한 작품”이라는 심사평대로 ‘살아 있음에 대한 감각을 잃어버린’ 인물의 내면을 치밀하게 증언한다.철학과 강사였던 홍미영은 학과 통폐합으로 일자리를 잃고 어머니의 수술과 입원으로 파산하며 기초생활수급자로 내몰린다. ‘하나의 세계는 끝났다. 그렇게 생각했다. 이를테면 불행이란 진실을 사유하는 데 필요한 관념으로만 존재하던, 혹은 진정한 행복을 완성하는 부속품이라고 여기던 세계는 단단하게 셔터를 내린 것이다. 입과 거주지를 국가에 의탁해야 하는 세계, 수치심은 사치가 되고 무엇이든 표현할 수 있는 인간으로서의 자유는 최후의 보루조차 될 수 없는 세계, 그녀 앞에 새로 펼쳐진 세계는 그런 곳이었다.’(120~121쪽)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잇게 된 그는 “생존은 스스로 해결하되 세상이 인정하고 우대해 주는 직업에 연연하지 말라”던, “속된 세계로의 편입을 선택하지 않는 자유를 지키는 한 어떤 형태의 가난 속에서도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지킬 수 있다”던 강사 시절 자신의 말이 ‘배교자의 언어’였음을 차갑게 실감한다. 자신이 “살아 있는 동안엔 살아 있다는 감각에 집중하라”고 조언했던 학생에게 이렇게 되묻고만 싶다. “사는 게 원래 이토록 무서운 거니?” ‘사물과의 작별’, ‘동쪽 伯의 숲’은 이야기꾼으로서 조해진의 깊어진 품을 가늠할 수 있는 작품이다. 각각 1971년 재일교포 유학생 간첩단 사건, 1967년 동백림 사건 등 현대사의 장면을 이야기 안으로 불러온 소설들은 역사의 파고에 ‘유실물’이 되고만 개인이 끝끝내 지키려 했던 존엄을 직시한다. ‘사물과의 작별’은 서경식 도쿄경제대 교수의 형들인 서준식·서승 형제, ‘동쪽 伯의 숲’은 동백림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고 떠올렸다는 작가는 ‘증언의 욕망’이 글의 동력이었다고 했다. “혼자 알고 잊기에는 불합리한 역사가 개인에게 남긴 상처와 피폐함에 대한 분노와 안타까움이 너무 커서 소설을 통해 증언하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어요. 있을 수 없는 일이 무수히 일어나고 해도 안 바뀌는 경험이 일상이 된 시대, 지켜보기만 해야 하는 무력감이 오히려 증언에의 욕망을 부추겼죠. 역사의 폭력이 개인에게 남긴 상흔은 장편으로도 계획 중이에요.” 소설집 전체와 작가의 진로는 소설 속 인물의 한마디로 압축된다. “당신의 신념은 나의 것이기도 하다. 개인은 세계에 앞서고, 세계는 우리의 상상을 억압할 수 없다.”(111쪽)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유머코드’ 같은 커플, 서로에 대한 만족도 더 높다” (연구)

    “’유머코드’ 같은 커플, 서로에 대한 만족도 더 높다” (연구)

    유머 코드가 같은 커플이 서로에 대한 만족도가 더 높다는 내용의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캔자스대학 연구진은 1만 5000명을 대상으로 한 각기 다른 39건의 논문에 대해 메타분석을 실시했다. 메타분석은 기존의 여러 연구 논문을 재분석하는 연구를 뜻한다. 연구진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유머 및 유머의 형태가 차지하는 영향에 대해 집중 분석한 결과, 유머 스타일이 같은 사람들의 관계가 그렇지 않은 관계에 비해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슬랩스틱 코미디를 좋아하는 사람은 같은 장르의 유머를 좋아하는 사람을 만날 때 만족도가 가장 높다는 것. 반대로 슬랩스틱 코미디를 좋아하는 사람이 말장난 코미디를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거나, 유머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만난다면 위에 비해 관계의 만족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타인이나 스스로를 비하하는 코미디처럼 공격적인 유머 스타일은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이끈 제프리 홀 교수는 “사람들은 유머러스한 부분 혹은 농담거리를 만드는 것이 관계의 만족도를 강화하는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는 이와 다르다”면서 “시트콤이나 로맨틱 코미디 혹은 별난 유머 등 장르와 관계없이 같은 유머를 공유한다면 두 사람의 관계는 더욱 나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웃음 코드를 공유하면 그저 동료였던 사람들 사이에서도 로맨틱한 끌림이 생길 수 있다”면서 “다만 서로를 놀리는 식의 공격적인 유머는 일반적인 관계에서 ‘나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매우 훌륭한 코미디언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연구는 일상생활에서 커플이나 아이들과 함께 재밌는 것을 발견하고 함께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심리학 분야 국제학술지 ‘인간관계’(Personal Relationship)에 실렸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아하! 우주] ‘지구 크기 망원경’으로 사상 최초 블랙홀을 본다

    [아하! 우주] ‘지구 크기 망원경’으로 사상 최초 블랙홀을 본다

    우리는 머지않아 초질량 블랙홀의 이미지를 최초로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과학자들은 4월 5~14일 사이에 궁수자리 A 블랙홀을 관측하기 위해 가상 망원경(virtual-telescope)을 구축 완료했다. 궁수자리 A는 지금까지 직접적으로 관측된 적은 한번도 없지만, 과학자들은 근처 별들의 움직임을 통해 틀림없이 블랙홀이 있을 것이라 믿고 있다. 만약 블랙홀의 이미지를 직접 관측할 수 있다면 이는 아인슈타인의 중력 이론을 재평가하는 결정적인 사례가 될 것이며, 물리학을 기초부터 다시 써야 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궁수자리 A는 지구로부터 약 2만 6,000광년 떨어진 거리에 있으며, 지름은 2000만km 정도 된다. 과학자들은 수많은 전파수신기의 연결로 이루어진 지구 크기의 가상 망원경으로 이 블랙홀의 사건 지평선 이미지를 최초로 잡아낼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블랙홀의 사건 지평선이란 외부에서는 물질이나 빛이 자유롭게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지만, 내부에서는 블랙홀의 중력에 대한 탈출속도가 빛의 속도보다 커서 원래 있던 곳으로 다시 되돌아 갈 수 없는 경계선을 말한다. 다시 말하면, 블랙홀의 일방통행 구간이다. 가상 망원경은 이런 이유로 해서 ‘사건 지평선 망원경’이란 이름이 붙게 되었다. 프로젝트 리더인 셰퍼드 돌먼 하버드스미소니언 천체물리학연구소 교수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참으로 흥미진진한 결과가 기대된다”면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우리는 지난 20년 동안 이 가상 망원경을 구축해왔다. 오는 4월이면 사상 최초로 블랙홀의 사건 지평선 이미지를 망원경 초점에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가상 망원경은 남극에서 하와이, 아메리카 대륙과 유럽까지, 전 지구적으로 연결된 전파 수신기 네트워크"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하면, 이 가상 망원경의 지름이 지구 크기와 맞먹는 만큼 궁수자리 A 블랙홀의 사건 지평선을 잡아낼 수 있을 만한 해상력을 확보했다는 얘기다. 우리은하 중심에 있는 블랙홀은 1931년 미국 물리학자 칼 잰스키가 은하 중심에서 오는 라디오 파를 발견함으로써 그 존재가 예측되었다. 돌먼 교수는 “아인슈타인의 이론에 대해 내기를 하는 것은 아주 현명치 못한 일이다. 하지만 기대치와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면 아인슈타인의 중력이론도 재평가되어야 한다"면서 "물론 그런 일이 일어날 것으로 보진 않지만, 그렇다고 그 가능성을 제외할 수는 없다. 그게 물리학의 아름다움”이라고 밝혔다. 가상 망원경을 이루는 각 전파 수신기에는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대형 하드 드라이브를 갖추고 있으며, 이 데이터들은 모두 미국 메사추세츠 보스턴 근교에 있는 MIT 헤이스텍 천문대로 수집되어 분석에 들어간다. 분석작업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금년 말 또는 내년까지 가야 그 결과가 도출될 수도 있다. 어쨌든 우리는 사상 최초로 궁수자리 A 블랙홀의 사건 지평선을 눈으로 볼 수 있게 될 것이며, 혹 아인슈타인 이론에 결함이 있다면 그 사진이 무엇이 진실인지를 보여줄 것이다.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 트럼프와 푸틴은 사랑하는 사이?…美옥외광고 논란

    트럼프와 푸틴은 사랑하는 사이?…美옥외광고 논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알몸으로 꼭 안고 있는 광고가 등장해 화제에 올랐다. 특히 트럼프는 임신한 모습으로 묘사돼 일각에서는 도를 넘었다는 비난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미국 비즈니스 인사이더 등 현지 언론은 지난 밸런타인데이(14일) 저녁 뉴욕 빌딩 벽에 트럼프를 뒤에서 안고 있는 푸틴의 모습이 광고로 등장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뉴욕 시내 총 세 곳의 빌딩 벽에 등장한 이 프로젝션 광고는 마치 남녀 부부같은 트럼프와 푸틴의 애정 어린 모습을 담고 있다. 남자들끼리의 매우 친밀한 관계를 의미하는 ‘브로맨스’ 수준을 한참이나 뛰어넘은 파격적인 묘사. 물론 이는 러시아와 정치적 뒷거래 논란으로 한창 시끄러운 미국의 정국과 맞물려 더욱 폭발적인 반응이다. 파격적인 광고를 하고 나선 회사는 IT 기업인 헤이터(Hater)로 서로 싫어하는 것을 매칭하는 데이트 어플리케이션 홍보를 위해 이같은 광고를 제작했다. 헤이터 CEO 브랜드 알퍼는 "우리 앱 사용자 80%는 트럼프를 증오한다(Hate)"면서 "단지 사람들을 웃기기 위해 만든 광고"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어 "유머를 통해 증오는 사랑으로 바뀔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광고가 공개되자 현지 네티즌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일부 네티즌들은 대통령을 모독하는 품위 없는 광고라고 몰아 세우지만, 대부분은 인기 없는 트럼프를 반영하듯 호응을 보내고 있다. 한 네티즌은 "이 정도 표현의 자유도 없다면 러시아나 북한과 다를 바 없다"고 적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보통 천재’가 아닌 괴짜 물리학자의 삶

    ‘보통 천재’가 아닌 괴짜 물리학자의 삶

    리처드 파인만/크리스토퍼 사이크스 지음/노태복 옮김/반니/336쪽/1만 6500원지난해 말 개인 약속이 있다며 시상식에 가지 않는 등 노벨문학상에 반색하지 않던 밥 딜런을 보며 떠오른 사람이 있다. 아인슈타인 이후 20세기 최고 물리학자, 한편으로는 괴짜 과학자로 평가받는 리처드 필립스 파인만(1918~1988)이다. 그 또한 1965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을 정말 귀찮아했다. 선정 소식을 전하려는 스웨덴 왕립학술원 측의 전화에 “그걸 꼭 새벽에 알려야 겠냐?”며 타박을 놓기도 했다. 번지르르한 시상식과 거창한 수상 소감이 질색이었지만 아내 기네스의 설득에 스웨덴에 갔고, 마지못해 갔던 것에 견주면 시상식 만찬과 무도회 등은 정말 제대로 즐겼다고 한다. 파인만은 당시를 이렇게 돌이킨다. “저는 상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많은 물리학자가 제 연구 결과를 이용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죠. 그것 말곤 필요가 없고 아무 의미도 없어요. … 저는 이미 상을 받았습니다. 발견의 기쁨, 발견의 흥분 그리고 다른 사람이 제 연구를 사용한다는 사실 말이에요. 그게 진짜입니다. 상은 헛것이죠. 상을 믿지 않아요. 상은 장식이고 제복입니다. … 유명세가 나쁘다고 보진 않았습니다. 그걸 원하지 않았을 뿐이에요. 피할 방법을 알고 싶었지만, 상을 거부하면 오히려 더 유명해질 걸 저도 알았죠. 얼마나 대단한 양반이기에 노벨상을 거부하다니! 그런 소릴 듣기 싫었습니다.” 이런 일화도 있다. 어디선가 택시를 탔더니 그를 알아본 기사가 어떻게 노벨상을 타게 됐는지 3분간 설명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이에 대한 파인만의 대답은 “3분 안에 설명할 수 있는 거면 노벨상감이 아니지.” 맨해튼 프로젝트의 최연소 리더로, 양자전기 역학을 재정립한 노벨상 수상자로, 파인만 도형으로 유명한 천재 물리학자이면서 한편으론 봉고 연주와 마야 문자 해독, 그림 그리기와 금고 따기 등으로 인생을 유쾌하게 즐겼던 파인만의 삶을 파인만 자신과 그의 가족, 친구 및 동료 과학자들의 육성으로 생생하게 전달하는 책이다. 영국 다큐멘터리 작가 크리스토퍼 사이크스가 1980~90년대 파인만에 대한 여러 BBC 다큐멘터리를 만들며 기록해 놓은 글 자료와 영상 자료에 담긴 인터뷰들을 재구성했다. 130여장에 달하는 사진과 파인만이 남긴 메모들도 곁들여졌다. 원제는 ‘보통 천재가 아닌 사람’(No Ordinary Genius)이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두 여성 사건 전부터 연락… 여러 차례 예행연습

    두 여성 사건 전부터 연락… 여러 차례 예행연습

    “특정국 개입 지우려 다국적 암살단 조직 6명 연결 주도한 중간책 北 지령받은 듯” 진범 숨기려 치밀한 양동작전 가능성도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암살 사건을 수사 중인 말레이시아 경찰은 17일 북한인일 가능성이 있는 남성 용의자의 신원 등을 포함, 사건과 관련해 말레이시아 북한대사관에 관련 정보를 요청했다. 압둘 사마흐 마트 셀랑고르 경찰서장은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대사관에 이번 수사에 필요한 정보를 요청했으며 이에 대한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들이 이번 사건을 풀 핵심 열쇠를 쥐고 있다고 보고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등 모든 공항 출입국 구역의 감시를 강화했다. 그는 해당 용의자가 말레이시아를 빠져나갔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답을 하지 않았다. 특히 김정남 피살 사건은 최소 3개월 전부터 철저히 계획된 일인 것으로 드러났다.일본 NHK방송은 이날 베트남 여성 도안티흐엉(29)과 인도네시아 여성 시티 아이샤(25)가 사건 1∼3개월 전 알게 된 한 아시아계 남성으로부터 장난스러운 동영상을 찍자는 제안을 받았고 예행연습까지 한 뒤 범행했다고 보도했다. 이 남성 참관하에 도안티흐엉은 김정남의 목을 조르고 시티 아이샤는 독극물을 얼굴에 뿌리는 행동을 수차례 맞춰 본 것으로 알려졌다. 복잡한 공항에서 김정남에게 공격을 가한 뒤 용의주도하게 도망친 것도 연습 덕분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말레이시아 경찰은 사건의 핵심으로 떠오른 이 남성 등 용의자 4명의 행방을 쫓고 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용의자 6명은 범행 각본이 시행되기 전까지 모르는 사이였고 이들을 연결한 ‘중간책’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레이시아 보안당국과 익명의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16일 보도했다. 남성 4명 중에서도 북한계라는 소문도 있는 한 남성이 중심에 있다. 이 남성이 북한의 지시를 받는 중간책이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중간책 역의 이 남성은 쿠알라룸푸르에서 활동하는 ‘슬리퍼 에이전트’(청부업체)를 주축으로 6인조 암살단을 조직했다. 남성은 또 북한 당국과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지시사항을 전한 것 같다고 텔레그래프는 덧붙였다. ‘다국적 타인들’로 암살단이 조직된 이유는 특정국에 의한 암살이라는 의심을 피할 목적으로 해석된다. 말레이시아 경찰이 북한대사관에 관련 정보를 요청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가운데 경찰은 체포한 용의자가 진범이라기보다 용의주도한 양동작전이 있었고, 실제 범인을 숨기기 위한 ‘더미’에 불과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체포된 용의자 2명이 북한 공작원으로서는 매우 부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수명단축 배상” “보험부터 들자”…365일 스모그, 中 대륙 바꾸다

    [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수명단축 배상” “보험부터 들자”…365일 스모그, 中 대륙 바꾸다

    친환경 채권·보험 등 금융상품 출시 마스크·국화차 등 불티… 소비 변화 정부 상대 대기오염 소송 제기도 “평균 수명 5년↓… 책임 인정해야”중국 스모그는 더이상 신선한 소재가 아니다. 이웃 나라 중국의 스모그는 그들에게도, 우리에게도 일상의 한 부분이 돼 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모그 이야기를 그만둘 수 없는 것은 지난해의 스모그보다 올해의 스모그가 더 심하고, 하루하루 축적되는 스모그 피해가 갈수록 늘어난다는 사실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최근 현지 변호사 5명에게 고소를 당했다. 베이징과 톈진, 그리고 이 두 도시를 둘러싸고 있는 허베이성 정부가 4억 6000만명의 시민들이 스모그에 질식하도록 방치했다며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소송을 이끌고 있는 위원성(余文生·50) 변호사는 중국 내 대기오염 피해가 인권 침해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고 주장한다. 또 다른 변호사는 “정부는 모든 산업의 배출물을 줄일 수 있고, 오염방지 법규와 시스템이 있는데도 제대로 시행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주장의 근거로 ‘APEC란’(?)을 들었다. 2014년 11월 열린 APEC 기간 동안 중국 정부는 베이징 인근 공장을 일시 폐쇄하고 무서우리만치 철저한 자동차 2부제 시행으로 파란 하늘을 ‘만드는 데’ 성공했던 것이다. 이들은 지방정부를 상대로 각 시민에게 정신적 피해 보상 9999위안(약 167만원)과 마스크 비용 65위안(약 1만 1000원), 그리고 정부가 공개적으로 스모그 사태와 관련한 책임을 인정한다는 사과문을 언론에 발표하라고 요구했다. 위 변호사는 현지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근래 들어 중국 북쪽 지역 사람들의 평균 수명이 5년 감소했다. 줄어든 수명 5년을 돈으로 환산하면 9000위안 정도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러한 요구는 일종의 형식일 뿐이고, 정부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다면 우리는 더 큰 것을 돌려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모그는 많은 것을 바꿨고, 또 바꿔 나가고 있다. 중국은 다른 국가들보다 더 빨리 대기오염과 관련한 보험을 출시했다. 환경 친화적 프로젝트에 투자할 자금 마련을 위해 나라별로 발행하는 채권인 그린본드의 발행액 781억 달러 중 313억 달러(40.1%)가 중국의 몫이다. 시민들의 소비 성향도 달라졌다. 편리를 위해 코에만 쓰는 마스크는 움직임이 많은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용으로 불티나게 팔린다. 또 국화나 둥글레 등 다양한 재료를 혼합해 만든 허브차가 스모그로부터 건강을 지켜준다는 대대적인 홍보에 힘입어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과학적으로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은 힘을 얻지 못했다. 산업 발전의 기회도 얻었다. 석탄을 대체할 발전원으로 원자력에 주목하면서 일명 ‘원전굴기’에도 탄력이 붙었다. 현지에서는 친환경 에너지 위주로 에너지 소비 구조를 전환하려면 원전 개발이 필수라는 의견이 대세다. 뿐만 아니라 비행기나 로켓을 이용한 인공강우 기술의 선두 자리까지 꿰찼다. 도깨비나 할 법한 ‘비를 내리게 하는’ 능력까지 가지게 됐으니, 부위정경(扶危定傾·위기를 맞아 잘못된 것을 고치고 나라를 바로 세운다)이 따로 없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사회 전반을 바꾸고 있는 스모그는 계절의 인식마저 바꿔놓았다. 베이징이 서울보다 북쪽에 있기 때문에 겨울 칼바람이 더 매섭긴 하지만 완전히 다른 기후라고 느낄 정도는 아니다. 다만 과거의 베이징과 서울은 ‘봄의 기운’이 달랐다. 한국은 만물이 소생하는 봄을 최고의 계절로 여겼지만 중국은 그 반대다. 황사가 너무 심해서 베이징 사람들은 봄을 전혀 달가워하지 않았지만 가을은 달랐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가을이 오면 깨끗하고 청량한 남색 하늘을 볼 수 있었고, 그래서 베이징에서는 가을을 최고의 계절로 쳤다. 문제는 이런 ‘가을효과’마저도 이젠 사라졌다는 사실이다. 365일 이어지는 스모그 탓이다. ‘강추위 물러가자 중국발 스모그 공습’ 한국의 지난 14일 날씨 예보기사 제목이다. ‘밸런타인데이 불청객 스모그’라는 표현도 눈에 띈다. 중국 스모그의 영향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 없는 한국도, 그리고 중국도 더이상 새로울 게 없을 것만 같은 스모그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쏟아내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지겹다고 무시하기에는 지나치게 위험하고 반복적이다. 게다가 심화되기까지 한다. 중국처럼 ‘잿빛의 나라’가 되고 싶지 않다면, 더이상 스모그 이야기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서는 안 될 것이다. huimin0217@seoul.co.kr
  • 벌거벗고 껴안은 트럼프와 푸틴…美옥외광고 논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알몸으로 꼭 안고 있는 광고가 등장해 화제에 올랐다. 특히 트럼프는 임신한 모습으로 묘사돼 일각에서는 도를 넘었다는 비난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미국 비즈니스 인사이더 등 현지 언론은 지난 밸런타인데이(14일) 저녁 뉴욕 빌딩 벽에 트럼프를 뒤에서 안고 있는 푸틴의 모습이 광고로 등장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뉴욕 시내 총 세 곳의 빌딩 벽에 등장한 이 프로젝션 광고는 마치 남녀 부부같은 트럼프와 푸틴의 애정 어린 모습을 담고 있다. 남자들끼리의 매우 친밀한 관계를 의미하는 ‘브로맨스’ 수준을 한참이나 뛰어넘은 파격적인 묘사. 물론 이는 러시아와 정치적 뒷거래 논란으로 한창 시끄러운 미국의 정국과 맞물려 더욱 폭발적인 반응이다. 파격적인 광고를 하고 나선 회사는 IT 기업인 헤이터(Hater)로 서로 싫어하는 것을 매칭하는 데이트 어플리케이션 홍보를 위해 이같은 광고를 제작했다. 헤이터 CEO 브랜드 알퍼는 "우리 앱 사용자 80%는 트럼프를 증오한다(Hate)"면서 "단지 사람들을 웃기기 위해 만든 광고"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어 "유머를 통해 증오는 사랑으로 바뀔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광고가 공개되자 현지 네티즌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일부 네티즌들은 대통령을 모독하는 품위 없는 광고라고 몰아 세우지만, 대부분은 인기 없는 트럼프를 반영하듯 호응을 보내고 있다. 한 네티즌은 "이 정도 표현의 자유도 없다면 러시아나 북한과 다를 바 없다"고 적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얌전한 아이’와 함께라면 음식 할인해주는 식당

    ‘얌전한 아이’와 함께라면 음식 할인해주는 식당

    ‘맘충’이라는 신조어가 있다. 엄마를 뜻하는 ‘맘’(Mom)에 혐오의 의미로 ‘벌레 충(蟲)’을 붙인 비속어로 카페나 식당 등 공공장소에서 아이들을 전혀 통제하지 않는 어머니들을 비난하기 위해 만들어진 말이다. 물론 ‘맘충’이라는 비속어는 국내에서 만들어져 아기 키우는 엄마들을 비하하기 위한 목적으로 무분별하게 확산되고 있긴 하지만, 비슷한 문제를 겪는 것은 비단 한국 뿐만이 아니다. 최근 이탈리아의 한 레스토랑 주인은 자신의 식당을 찾은 소란스러운 아이들과 그의 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발한 해결책을 생각해냈다. 얌전하고 예의바르게 식당을 이용한 가족에게 ‘특별 할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탈리아 동북부 파두아에서 와인바를 운영하는 안토니오 페라리는 아이들과 함께 식당을 찾아 매너있게 식사한 가족에게는 5% 할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그는 “아이를 데리고 오는 부모 중 어림잡아 30%는 아이들을 어떻게 통제해야 하는지 잘 모른다. 그래서 아이들이 식당 안을 뛰어다니거나 다른 손님들에게 방해를 끼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떤 책에 묘사된 것처럼, 프랑스의 아이들은 레스토랑에서 부모가 대화하는 동안 조용히 앉아 기다린다고 알고 있지만 이탈리아 가족들이 데리고 오는 아이들은 프랑스 아이들보다 조금 더 소란스러운 편”이라면서 “아이를 키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있지만, 그러에도 불구하고 타인에게 불편을 끼치는 아이들에 대해서는 일정부분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또 “나는 여전히 꼬마 손님들을 환영한다. 다른 이탈리아 식당들도 나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네타냐후 만난 트럼프 “정착촌 건설 보류를”

    네타냐후 만난 트럼프 “정착촌 건설 보류를”

    이·팔 ‘2국가 해법’ 고수 안 할 듯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자치령 내 정착촌 확장 건설 활동을 보류할 것을 이스라엘에 요구했다. 그동안 친이스라엘 발언을 이어갔던 모습에서 상당히 후퇴한 모습이다. 이는 러시아와의 유착설로 곤경에 빠지면서 다른 국가와 적당한 거리를 둬야 한다는 측근들의 조언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네타냐후 총리에게 “나는 당신이 정착촌(확장)을 잠시 보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뭔가를 할 것이지만, 나는 거래가 성사되는 것을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의 정착촌 확장 건설을 지지했던 그동안의 행보에서 한발 물러서면서도 미국과 이스라엘 동맹 간 깨지지 않는 유대를 강조했다. 또 이·팔 평화공존 구상인 ‘2국가 해법’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두 당사자가 좋아하는 해법을 좋아한다. 한 국가 해법이든 두 국가 해법이든 수용할 수 있다”고 말해 ‘2국가 해법’에 집착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는 2국가 해법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버락 오바마 전임 정부의 입장과는 확연히 다른 것이다. ‘2국가 해법’은 1967년 경계선을 기준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국가를 각각 건설해 영구히 분쟁을 없애자는 방안이다. 한편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이 골란고원을 이스라엘의 일부로 인정해 달라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요청했다”면서 “내 요청에 트럼프 대통령이 놀라지는 않았다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즉 트럼프 대통령이 즉각적으로 거부감을 표시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스라엘 동북부와 시리아 남서부 사이에 있는 골란고원은 이스라엘이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이후 시리아로부터 빼앗아 1981년 강제 합병한 전략적 요충지이다. 이 때문에 미국과 국제사회는 그간 이스라엘의 골란고원 합병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지금까지도 그 일대에 자국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74년 전 손목시계, 127억 7300만원에 낙찰 ‘신기록’

    74년 전 손목시계, 127억 7300만원에 낙찰 ‘신기록’

    오래된 손목시계 하나가 무려 127억 7300만원에 팔리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의 15일자 보도에 따르면 화제가 된 손목시계는 150년 이상의 전통을 자랑하는 스위스 브랜드 ‘파텍 필립’(Patek Philippe)이 제조한 것으로, 해당 모델의 명칭은 ‘파텍 필립 1518’이다. 이 손목시계는 74년 전인 1943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보존 상태가 양호하고 여전히 고상한 기품을 뿜어내는 것이 특징이다. 스테인리스 소재이며, 장미색과 노란색이 섞인 골드로 치장돼 있다. 최근 이 손목시계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경매에서 900만 파운드에 낙찰되면서 역사상 가장 비싼 손목시계의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전 기록은 역시 파텍 필립의 시계가 세운 580만 파운드(82억 3200만원)였다. 일반적으로 1970년대 이전까지 대부분의 손목시계는 주문제작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의사 등 명망 높은 전문직 소비자가 대다수였으며, 매일 착용해도 쉽게 고장나지 않도록 정교하고 튼튼하게 만들어져야 했다. 이번에 경매에 나온 모델은 위의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동시에, 같은 모델로 단 4개만 제작됐다는 점에서 그 희소성을 높였다. 경매업체 관계자는 “파텍 필립 1518 낙찰을 희망한 사람은 400명 이상이었으며, 매우 높은 가격을 부른 낙찰자 덕분에 불과 13분 만에 경매가 끝났다”고 전했다. 한편 파텍 필립은 1851년 설립된 뒤 시계 기술과 관련한 여러 분야의 특허를 받았으며, 영국 빅토리아 여왕, 알버트 아인슈타인, 마리 퀴리 등 유명인과 예술가, 과학자를 고객으로 두며 명실상부한 시계 명품 브랜드로 성장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毒우산에 찔리고… 다이옥신에 얼굴 망가져… 방사능 과다노출에 돌연 사망

    毒우산에 찔리고… 다이옥신에 얼굴 망가져… 방사능 과다노출에 돌연 사망

    북한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장남이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13일 말레이시아에서 독살되면서 세계의 독살 사례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 AFP통신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독살은 세계 정치권 곳곳에서 적지 않게 사용되는 암살 방법으로 독 묻은 우산에서부터 치명적 방사성 물질까지 방식도 다양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1978년 불가리아 반체제 인사 게오르기 마르코프가 당한 ‘독 우산’ 사건이 꼽힌다. 영국 런던에 망명 중이던 마르코프는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인체에 치명적 독성물질인 리친이 묻은 우산에 찔려 사건 발생 나흘 후 사망했다. 1997년에는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 요원들이 요르단에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최고지도자 칼리드 마슈알 독살을 시도했다. 그러나 해당 요원이 체포되면서 이스라엘은 이들의 석방을 위해 해독제를 넘겼다. 혼수상태에 빠졌던 마슈알은 해독제 덕분에 살아남았다. 2004년 우크라이나에서는 러시아가 지지하는 보수 여당 대선후보 빅토르 야누코비치에게 맞서 출마했던 진보 성향의 야당 후보 빅토르 유셴코가 맹독성 화학물질인 다이옥신 중독으로 얼굴이 크게 훼손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유셴코의 지지자들은 러시아연방보안국(FSB)이 그 배후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후 동요하던 유권자들이 유셴코 쪽으로 급속히 기울면서 그는 최대 라이벌인 야누코비치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같은 해 야세르 아라파트 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프랑스에서 돌연 사망하자 이스라엘에 의한 독살설이 제기됐다. 프랑스 검찰이 2012년부터 이와 관련한 수사를 진행한 결과 아라파트의 소지품 샘플에서는 치명적인 방사성 물질인 폴로늄210과 납210이 발견됐다. 그러나 현지 검찰은 이는 자연환경에서 발견될 수 있는 수준으로 독살 가능성은 없다며 수사를 종결했다. 별도 조사를 한 스위스 연구진은 “폴로늄이 비정상적인 수준”이라고 밝혔으나 독살이라는 결론까지 내리지 않았다. 인도네시아 인권 운동가 무니르 사이드 탈립도 2004년 자카르타에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가는 여객기에 탔다가 독성물질인 비소가 든 음식을 먹고 숨졌다. 영국으로 망명해 러시아 정부를 노골적으로 비판하던 FSB 전 정보요원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는 FSB 요원 2명을 만나 차를 마시고 돌아온 뒤 쓰러져 약 3주 만에 숨졌다. 그의 체내에서는 폴로늄210이 다량 발견됐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암살 위협 느낀 김정남… “외출때 물·음식 챙겨다녀”

    현지 경찰도 내연녀 행방 추적… “金, 자금 넉넉… 술·여자 좋아해” “김정남은 외출 시에는 항상 물과 먹을 것을 자신이 직접 챙겨 다녔다”고 한다. 베이징의 한 정보소식통은 “아버지인 김정일이 살아 있을 때에도 암살 위협을 느꼈기 때문에 해외 여행 때에도 음식물을 챙길 만큼 조심했었다”고 15일 서울신문에 전했다. 이렇듯 조심스러웠던 김정남이 왜 ‘무방비’ 상태에서 당했을까 하는 것은 사건을 둘러싼 핵심 의문 가운데 하나이다. 특히 김정남을 늘 근접 수행했던 2명의 경호원도 사건 당시 현장에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김정남과 자주 만났다는 말레이시아 한인회의 한 임원은 현지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쿠알라룸푸르에서 볼 때는 항상 경호원 2명과 중국계 싱가포르인인 애인이 함께 있었는데 공항에 왜 혼자였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증언했다. 이 인사는 “지난해 늦여름 식당에서 김정남과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눈 것이 마지막”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상황을 김정남의 여성 문제와 연결 짓고 있다. 김정남이 중국계 싱가포르인인 애인과 말레이시아에서 자주 만났는데, 여성 문제이다 보니 경호원을 대동하지 않았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북 소식통과 현지 교민 등도 김정남이 40대 초반의 내연녀를 만나러 말레이시아에 자주 갔고 실제 쿠알라룸푸르 한 식당에서 2014년도에 식사를 같이하는 모습을 종종 목격했다고 전하고 있다. 이번에도 내연녀를 만나기 위해 말레이시아를 찾았을 가능성이 크다. 말레이시아 현지 경찰도 이번 암살의 결정적인 열쇠를 쥐고 있는 내연녀의 행방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남은 예의도 바르고 비교적 상냥했으며 여자와 술을 좋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남과 주고받은 150여 차례 이메일로 책을 출간했던 일본 도쿄신문의 고미 요지 편집위원은 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김정남은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항상 ‘존댓말’을 쓰는 등 예의가 바르고 성격상 경계심이 약했다”면서 “타인에 대한 경계심이 약한 점에 허점을 찔렸다. 사람을 잘 따르는 성격”이라고 말했다. 그는 술과 여자를 좋아했다. 중국의 베이징에서도 고위층 자녀와 일주일에 3~4번씩 룸살롱에서 만나서 긴장을 풀었다고 중국의 소식통들은 전하고 있다. 또 아홉 살부터 가족과 떨어져 해외생황을 해서인지 중국과 일본, 한국 등에 친구가 많았던 것으로 고미 위원은 회상했다. 그는 “혼자라서 그런지 (김정남은) 친구를 중요하게 여겼다”면서 “인터뷰 도중 일본과 한국 지인들에게 전화가 오곤 했다”고 말했다. 2013년 싱가포르 센토사의 W 호텔에서 우리 관광객이 김정남을 알아보고 “김정남씨 아니냐”면서 사진을 찍자고 하자, 김정남은 “지금은 사진을 찍을 수 없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정중하게 거절한 일화에서 김정남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난다. 또 김정남은 싱가포르에서 루이뷔통 가방과 구두를 신고 다녔으며 항상 최고급 호텔에서 묵을 정도로 자금이 넉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서는 ‘김정일’의 싱가포르 비자금 일부라고 추정하기도 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포토] 스키에 고글까지…눈 덮인 산 정상 ‘특별한 웨딩’

    [포토] 스키에 고글까지…눈 덮인 산 정상 ‘특별한 웨딩’

    14일(현지시간) 미국 콜로라도주의 러브랜드 스키 코스에서 개최된 ‘제26회 밸런타인데이 산 정상 결혼식’에 브라운 부부가 결혼 10주년을 기념해 스키를 타며 특별한 웨딩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AFP 연합뉴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랑꾼 오바마 부부 “28년간 늘 새로운 당신” 애정 과시

    사랑꾼 오바마 부부 “28년간 늘 새로운 당신” 애정 과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미셸 오바마 여사가 애정을 과시했다. 14일(현지시간) 오바마 부부의 트위터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은 애정을 듬뿍 담은 메시지를 부인에게 전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BarackObama)에 “해피 밸런타인, 미셸. 당신과 함께한 지 어언 28년 가까이지만, 항상 새로움을 느껴요”라고 썼다. 메시지와 함께 뒷짐을 진 오바마에게 살포시 기대 수줍게 미소 짓는 미셸의 사진을 곁들였다. 그러자 미셸의 답장이 그녀의 트위터 계정(@MichelleObama)에 올라왔다. 미셸은 “내 인생의 사랑이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섬 친구에게, 해피 밸런타인”이라고 보냈다. 그는 바닷가 하얀 모래에서 맞닿아 있는 이들 부부의 발 모습이 담긴 사진을 게재했다. 퇴임 후 휴가를 즐기는 부부의 여유를 보여준 사진이다. 미국 일간 USA투데이는 오바마 부부의 트윗 교환은 지난 1월 20일 백악관을 떠난 이후 처음 오간 것이라고 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류화영 ‘티아라 왕따 논란’ 후 근황 보니? ‘밸런타인데이 기념’

    류화영 ‘티아라 왕따 논란’ 후 근황 보니? ‘밸런타인데이 기념’

    그룹 티아라 전 멤버 류화영의 근황이 공개됐다. 지난 14일 류화영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밸런타인데이. KBS 주말드라마 ‘아버지가 이상해’ 선물해드리기. 막내딸. 변라영”이라는 글과 함께 사진 한 장을 올렸다. 사진 속 류화영은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초롤릿을 직접 만들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KBS 새 주말드라마 ‘아버지가 이상해’에 캐스팅 된 그는 제작진들에게 나눠 줄 초콜릿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류화영은 지난 8일 tvN ‘현장토크쇼 택시’에 출연해 5년 전 있었던 일명 ‘티아라 왕따 사건’을 언급하며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는 이날 방송을 통해 당시 힘들었던 심경을 털어 놓았다. 하지만 과거 티아라와 함께 일했던 매니저로 추정되는 사람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류화영과 그의 쌍둥이 언니 류효영에 대한 폭로 글을 공개하면서 상황은 오리무중에 빠지게 됐다. 이에 KBS2 드라마 ‘아버지가 이상해’에 캐스팅된 류화영의 하차를 요청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류화영 인스타그램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해피 밸런타인데이”...빈지노, 스테파니 미초바에 사랑 표현 ‘눈길’

    “해피 밸런타인데이”...빈지노, 스테파니 미초바에 사랑 표현 ‘눈길’

    래퍼 빈지노가 연인 스테파니 미초바와의 추억을 회상했다. 15일 빈지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2014년 일본 여행 때. 서로에 대해 정말 정말 몰랐을 때”라며 사진 한 장을 올렸다. 사진에는 빈지노와 독일 출신 모델 스테파니 미초바가 일본 디즈니랜드로 보이는 장소에서 브이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두 사람은 디즈니 캐릭터 모자와 의상으로 멋을 냈다. 빈지노는 “지금은 비록 여행도 못 다니고 한국에서만 데이트하지만 그래도 지금의 우리가 더 좋다! 해피 밸런타인 데이 스테피♥ 빨리 선물 도착하길…”이라 덧붙이며 달달한 사랑꾼 면모를 드러냈다. 이에 스테파니 미초바는 “Happy Valentine’s day my love♥ 정말 사랑해요”라는 댓글로 애정을 표현했다. 한편 두 사람은 지난 2015년 5월 열애를 공식 인정, 2년 째 열애 중이다. 사진=빈지노 인스타그램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32년 간 키운 아들, TV쇼에서 친자식 아님이 밝혀져

    32년 간 키운 아들, TV쇼에서 친자식 아님이 밝혀져

    한 남성이 32년 동안 키운 아들이 자신의 핏줄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비통에 잠겼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영국 더썬의 보도에 따르면, 영국 ITV유명 프로그램 ‘제레미 카일쇼(Jeremy Kyle Show)’에서 이 같은 모습이 방송됐다. 아빠 오스카와 그의 아들 발렌타인은 혈연관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스튜디오에 출연했다. 한 달 전쯤 발렌타인의 엄마는 오스카가 아들의 친아버지가 아닐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고 진실을 알아보기로 결심한 부자는 DNA검사를 의뢰한 상태였다. 그리고 그 결과가 TV쇼에서 공개됐다. TV쇼 호스트인 제레미 카일은 "DNA조사 결과, 오스카는 발렌타인의 생부가 아니다"고 말했다. 절망에 빠져 통곡하던 오스카는 제레미에게 "이 애가 내 아들이 아니라구요?"라고 되물었다. 이에 제레미는 "그가 당신의 아들일 가능성이 없다"고 대답했고, 아들 발렌타인 또한 말문이 막혀 아무 말을 못했다. 맹목적인 아빠였던 오스카는 아들을 나이지리아에서 영국으로 데려오기 위해 많은 경비를 지원했고 그를 영국 학교에 진학시켰다. 아들 바보였던 그의 실망감과 절망감은 형언할 수 없는 정도였다. 쇼의 뒷부분에서 제레미는 "아빠가 된다는 것은 핏줄이 같다는 의미가 아니다. 한 남자가 아이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어떤 것도 아빠와 아들 사이의 특별한 유대감을 끊을 수 없다"면서 오스카를 위로했다. 한편 검사를 시행한 기관 측도 큰 충격을 받았고, 프로그램 시청자들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당혹스러운 분위기를 전했다. 일부는 '자신이 경험한 일 중 가장 슬픈 결말' 이라며 이번 에피소드를 설명했다. 트위터에서도 "두 남자의 삶을 바꾸는 폭탄이 날아들어 그들을 비탄에 빠뜨렸다"며 "내 가슴이 아프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진=더썬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송혜민의 월드why] ‘세상을 바꾸는’ 中 스모그

    [송혜민의 월드why] ‘세상을 바꾸는’ 中 스모그

    중국 스모그는 더 이상 신선한 소재가 아니다. 이웃나라 중국의 스모그는 그들에게도, 우리에게도 일상의 한 부분이 돼 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모그 이야기를 그만둘 수 없는 것은 지난 해의 스모그보다 올해의 스모그가 더 심하고, 하루하루 축적되는 스모그 피해가 갈수록 늘어난다는 사실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최근 현지 변호사 5명에게 고소를 당했다. 베이징과 텐진, 그리고 이 두 도시를 둘러싸고 있는 허베이성 정부가 4억 6000만 명의 시민들이 스모그에 질식하도록 방치했다며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소송을 이끌고 있는 위원성(50·余文生) 변호사는 중국 내 대기오염 피해가 인권 침해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고 주장한다. 또 다른 변호사는 “정부는 모든 산업의 배출물을 줄일 수 있고, 오염방지 법규와 시스템이 있는데도 제대로 시행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주장의 근거로 ‘APEC 란(蓝)’을 들었다. 2014년 11월 열린 APEC 기간 동안 중국 정부는 베이징 인근 공장을 일시 폐쇄하고 무서우리만치 철저한 자동차 2부제 시행으로 파란 하늘을 ‘만드는데’ 성공했던 것이다. 이들은 지방정부를 상대로 각 시민에게 정신적 피해보상 9999위안(약 167만원)과 마스크 비용 65위안(약 1만 1000원), 그리고 정부가 공개적으로 스모그 사태와 관련한 책임을 인정한다는 사과문을 언론에 발표하라고 요구했다. 위 변호사는 현지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근래 들어 중국 북쪽 지역 사람들의 평균 수명이 5년 감소했다. 줄어든 수명 5년을 돈으로 환산하면 9000위안 정도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러한 요구는 일종의 형식일 뿐이고, 정부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다면 우리는 더 큰 것을 돌려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모그가 바꾼 것 스모그는 많은 것을 바꿨고, 또 바꿔나가고 있다. 중국은 다른 국가들보다 더 빨리 대기오염과 관련한 보험을 출시했다. 환경 친화적 프로젝트에 투자할 자금 마련을 위해 각 나라별로 발행하는 채권인 그린본드의 발행액 781억 달러 중 313억 달러(40.1%)가 중국의 몫이다. 시민들의 소비 성향도 달라졌다. 편리를 위해 코에만 쓰는 마스크는 움직임이 많은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용으로 불티나게 팔린다. 또 국화나 둥글레 등 다양한 재료를 혼합해 만든 허브차가 스모그로부터 건강을 지켜준다는 대대적인 홍보에 힘입어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과학적으로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은 힘을 얻지 못했다. 산업발전의 기회도 얻었다. 석탄을 대체할 발전원으로 원자력에 주목하면서 일명 ‘원전굴기’에도 탄력이 붙었다. 현지에서는 친환경 에너지 위주로 에너지 소비구조를 전환하려면 원전 개발이 필수라는 의견이 대세다. 뿐만 아니라 비행기나 로켓을 이용한 인공강우 기술의 선두자리까지 꿰찼다. 도깨비나 할 법한 ‘비를 내리게 하는’ 능력까지 가지게 됐으니, 부위정경(扶危定傾·위기를 맞아 잘못된 것을 고치고 나라를 바로 세운다)이 따로 없다. ◆‘날씨 고문’에 고통받는 중국의 수도 분야를 가리지 않고 사회 전반을 바꾸고 있는 스모그는 계절의 인식마저 바꿔놓았다. 베이징이 서울보다 북쪽에 있기 때문에 겨울 칼바람이 더 매섭긴 하지만 완전히 다른 기후라고 느낄 정도는 아니다. 다만 과거의 베이징과 서울은 ‘봄의 기운’이 달랐다. 한국은 만물이 소생하는 봄을 최고의 계절로 여겼지만 중국은 그 반대다. 황사가 너무 심해서 베이징인은 봄을 전혀 달가워하지 않았지만 가을은 달랐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가을이 오면 깨끗하고 청량한 남색 하늘을 볼 수 있었고, 그래서 베이징인은 가을을 최고의 계절로 쳤다. 문제는 이런 ‘가을효과’ 마저도 이젠 사라졌다는 사실이다. 365일 이어지는 스모그 탓이다. '강추위 물러가자 중국발 스모그 공습’. 한국의 지난 14일 날씨 예보기사 제목이다. ‘밸런타인데이 불청객 스모그’라는 표현도 눈에 띈다. 중국 스모그의 영향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 없는 한국도, 그리고 중국도 더 이상 새로울 게 없을 것만 같은 스모그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쏟아내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지겹다고 무시하기에는 지나치게 위험하고 반복적이다. 게다가 심화되기까지 한다. 중국처럼 ‘잿빛의 나라’가 되고 싶지 않다면, 더 이상 스모그 이야기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서는 안 될 것이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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