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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기저기 타인 사진에 끼어든 ‘손 없는’ 남자의 정체

    여기저기 타인 사진에 끼어든 ‘손 없는’ 남자의 정체

    최근 영국의 트위터 등 각종 SNS 계정에는 한쪽 손이 없는 남자의 '포토밤' 사진이 확산돼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데일리메일 등 현지언론은 SNS를 달군 정체불명 남자의 포토밤 사연을 일제히 전했다. 영미권에서 자주 사용되는 신조어인 포토밤(photobomb)은 사진 촬영 중 의도치 않은 장면이 포착되거나 장난 칠 목적으로 사진 프레임 안에 쑥 끼어드는 행위를 말한다. 화제가 된 정체불명 남자의 사진은 지난주 맨체스터에서 열린 음악축제인 파크라이트 패스티벌에서 촬영됐다. 당시 축제에 참가했던 많은 사람들은 이를 자랑하기 위해 여러 기념사진들을 SNS에 올렸는데, 이 속에 듣도보도 못한 남자가 이 사진 저 사진 속에 쑥 끼어 있었던 것. 특히 그는 손목 아래 손이 없는 장애를 감추기는커녕 마치 먹어치워버렸다는 듯 모든 사진 속에서 자신의 손을 입에 넣는 익살스러운 포즈를 취했다. 이같은 사실은 참가자들이 사진을 공유하면서 알려졌으며 '나도 같은 사진이 있다'며 SNS에 올리기 시작했다. 보도에 따르면 정체불명의 남자는 브리스톨 출신의 루크 맨슨으로 최대한 많은 사진을 촬영하고 싶어 이같은 장난을 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언론은 "맨슨이 등장하는 사진을 가진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다"면서 "혹시 이같은 사진이 있다면 제보를 바란다"고 보도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제주 ‘차고지 증명제’ 확대…차량 증가 억제 효과 톡톡

    제주지역 차고지 증명제가 차량 증가 억제에 효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 1월부터 제주시 19개 동지역에 기존 대형차에서 중형차 이상으로 차고지증명제를 전격 확대 도입했다. 자동차를 새로 사거나 주소를 제주시 동지역으로 이전하려면 사전에 차고지를 확보해야만 한다. 배기량이 1600㏄ 이상인 중형차와 1600㏄ 미만이더라도 차량 길이 4.7m, 너비 1.7m, 높이 2.0m 중 하나라도 초과하면 대상이 된다. 16인승 이상∼36인승 미만 승합차, 화물적재량이 1t 이상∼5t 미만 화물차 등도 대상이다. 배기량 외에 폭이 1.7m 넘는 프라이드·액센트 등 소형차도 중형자로 분류돼 포함됐다. 제외되는 차량은 모닝·스파크 등 경차와 전기차뿐이다. 차고지는 주민등록상 실제 거주하는 곳으로부터 직선거리 500m 이내인 장소로 단독주택·공동주택 등의 부설주차장, 타인 소유의 토지 또는 민영주차장 임대, 자동차 사용자 시설물 내 공지 또는 인근부지에 확보해야 한다. 아파트는 가구당 부여된 주차면만 인정한다. 이웃과 공유하는 1.5대의 주차면이 있어도 1개의 차고지만 인정한다. 차고지 증명제 확대 시행 이후 지난 1~4월 제주시에 신규 등록된 중형 승용차는 1425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2160대와 비교해 34% 감소했다. 지난해까지 하루 평균 93대의 차량이 증가했으나 차고지 증명제 확대 시행으로 올해 등록 대수는 1일 평균 47대에 머문다. 제주도는 내년 7월부터 제주 전 지역 모든 차량을 대상으로 차고지 증명제를 도입한다. 당초 전면 시행 시기를 2022년으로 계획했지만 차량 증가 등을 억제하기 위해 도입 시기를 3년 6개월 앞당겼다. 도는 차고지 증명제 대상지역에서 제외된 읍면지역에 주소지를 위장 전입해 차량을 구입하면 1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현재 제주시 지역 등록 차량은 37만 3706대(역외 세입 리스차량 11만 5737대 포함)로 2015년에 비해 1년 새 7.1%(2만 5000여대) 증가했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불어난 등록 차량만 무려 15만대가 넘는다. 시 지역 가구당 자동차 보유 대수는 전국 평균(1.02대)의 두 배인 1.94대로 최고 수준이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美법무 “뮬러 특검 해임할 증거없다… 부당한 어떤 명령도 따르지 않을 것”

    제프 세션스 미국 법무부 장관은 정치적 편향성을 이유로 최근 불거진 ‘러시아 스캔들’ 특별검사 로버트 뮬러의 해임설을 일축했다. 세션스 장관은 청문회에 나와 자신에게 제기된 러시아 내통설에 대해 터무니없다고 강변했다. 세션스 장관은 13일(현지시간)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뮬러 특검에 대한 해임론과 관련, “그런 보도에 대해 잘 모른다”며 “가상적인 상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세션스 장관의 언급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이 연이어 특검팀의 정치적 편향성을 문제 삼으며 특검 해임론에 불을 지핀 것에 제동을 건 것이다. 특검 해임론이 급속하게 가라앉은 것은 로드 로즌스타인 법무부 부장관이 이날 상원 세출 소위청문회에서 언급한 것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그는 “뮬러 특검은 구체적인 사유가 있어야만 해임될 수 있다”면서 “나는 합법적이거나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면 그 어떤 명령도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로즌스타인 부장관은 또 ‘뮬러 특검을 해임할 어떤 좋은 증거라도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면서 “뮬러 특검은 수사를 적절하게 진행하는 데 필요한 완전한 독립성을 갖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골 검사’ 출신인 로즌스타인 부장관은 러시아 스캔들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아 이번 사건에서 거리를 두는 세션스 장관을 대신해 지난달 17일 백악관과 사전 협의 없이 뮬러 특검을 전격적으로 임명한 인물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은 전날 특검팀에 합류한 한국계 지니 리 변호사를 비롯한 수사팀 4명이 모두 민주당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등에게 후원금을 낸 것을 문제 삼아 특검 폐기를 요구했다. 또 다른 측근인 인터넷매체 뉴스맥스의 최고경영자(CEO) 크리스토퍼 루디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뮬러 특검을 해임할 것이라고 자신했었다. 한편 세션스 장관은 자신의 러시아 내통 의혹에 대해서도 “끔찍하고 혐오스러운 거짓말”이라며 펄쩍 뛰었다. 그는 세르게이 키슬랴크 주미 러시아 대사와 당초 알려진 것보다 한 차례 더 많은 세 차례 만났다는 의혹과 관련, “그런 기억이 없다”며 “러시아 관료와 어떤 형태의 개입과 관련된 논의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독대와 관련해 세션스 장관은 “그 자체로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코미 전 국장과의 대화를 녹음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말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 [사설] 서울 지하상가 권리금 불허, 상인 보호책 있어야

    서울시가 시내 25개 지하상가 상점들의 임차권 거래를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서울시가 소유한 지하상가의 상인들은 앞으로 다른 사람에게 권리금을 받고 점포를 넘길 수 없게 된 것이다. 서울시는 불법 권리금 관행을 없앤다는 취지에서 이런 결정을 했지만, 상인들의 반발은 극심하다. 기존의 입주 상인들로서는 하루아침에 날벼락을 맞은 꼴이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지하상가 임차권 거래를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지하도 상가 관리 조례 일부 개정안’을 지난주 입법예고했다. 지금까지 서울시 지하상가는 사전 허가를 받으면 권리와 의무를 양도할 수 있도록 조례에 규정돼 있었다. 그러던 것이 개정안은 더이상 타인에게 상가를 양도할 수 없게 못박음으로써 권리금을 받고 상가 운영권을 거래하는 행위 자체에 전면 제동을 걸었다. 대부분 1970~80년대 지하철 개통기에 조성된 서울시 지하상가의 상당수는 현재 서울시 소유다. 민간 기업들이 장기간 상가로 운영한 뒤 서울시에 기부채납한 결과다. 수십년간 상권이 형성된 강남권의 입지가 좋은 점포는 권리금만 2억~3억원에 이른다. 서울시도 이래저래 딱한 사정은 있어 보인다.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임차권 양도를 허용하는 것은 법령 위반이라는 정부의 유권해석이 있는 데다 감사원에서도 기존의 관련 조례를 개정하라고 지적하고 있다. 아무리 급해도 바늘 허리에 실을 묶어 쓸 수는 없다. 개정안이 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임대계약이 만료되는 지하상가 점포는 모두 경쟁입찰로 새 임차인이 선정된다. 개정안대로라면 서울시내 지하상가의 2700여개 점포들은 꼼짝없이 권리금을 잃어야 한다. 당장 장사가 안돼 점포를 접고 싶은 영세 자영업자들은 눈앞이 더 캄캄한 모양이다. 계약 기간 중 임차권 양도가 불가능해지면 위약금을 물고 계약을 해지해야 할 판이다. 30~40년간 유지된 관행이 하루아침에 뒤집히는 행정은 상식적으로도 납득하기 어렵다. 더군다나 민간에서는 임대차보호법이 개정돼 권리금이 폭넓게 인정되고 있는 현실이다. 어떤 명분에서였든 자영업자들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졸속행정이어서는 곤란하다. 서울시로서는 더 미루기 난감한 해결과제일 수 있다. 그렇더라도 현장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뒤 준비 기간을 주는 것이 순리다.
  • [박형주의 세상 속 수학] 인간, 혼돈을 다루다

    [박형주의 세상 속 수학] 인간, 혼돈을 다루다

    사주나 별자리 운세처럼 태어난 시각을 따져서 사람의 미래를 예측하는 방식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그 역사가 길다. 정말 과거와 현재가 정해지면 미래는 그에 따라 정해지는 걸까. 고전물리학의 ‘결정론’ 관점에서는 움직이는 물체의 초기 조건과 그 위에 작용하는 힘을 알면 미래에 어디에서 어떤 속도로 움직이고 있을지 완벽히 알 수 있다. 그래서 20세기에 양자역학이 출현하면서 나온 불확정성의 개념은 아인슈타인 같은 대가조차도 혼란에 빠뜨렸다. ‘신은 주사위 놀음을 하지 않는다’는 유명한 말은 이 혼란을 표현한다. 혼돈이론(chaos theory)은 아주 달라서 고전적인 결정론과 대립하지 않는다. 시작의 미미한 차이가 결과의 작은 차이로 귀결된다는 오랜 통념은 오해라고 말한다. 이런 혼돈계는 쉽게 만들 수 있다. 유리로 만든 축구공 4개를 탁자 위에 옹기종기 모아 둔다. 레이저 포인터로 빛을 공 하나에 쏜다. 빛은 이 공 저 공에 반사되며 궤적을 만드는 데 대개는 반사를 거듭하다 밖으로 사라진다. 하지만 아주 드물게 빛은 공 사이에서 반사를 거듭하며 영원히 공 네 개 사이에 잡혀 있기도 한다. 수학 계산으로 그런 특이한 출발점을 미리 알아낼 수도 있다. 그러니까 그 특별한 지점에서 빛을 쏘면 빛은 무한히 반사를 거듭하며 제한된 공간에 머무른다. 이제 포인터를 아주 조금 움직인다. 그럼 반사의 경로가 바뀌어서 빛의 궤적이 바뀐다. 빛의 출발 지점을 아주 미세하게 움직여도 빛의 궤적은 완전히 달라진다. 시작할 때의 미미한 차이가 종국에는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 내는 고전적인 혼돈계의 예다. 시간을 소재로 한 2004년 영화 ‘나비 효과’에서 불행했던 과거 때문에 고통받던 주인공은 우연히 시공간 이동의 통로를 발견하고 과거로 되돌아가 불행한 과거를 고쳐 나간다. 그러나 과거를 바꿀수록 더욱 충격적인 현실이 그를 기다리고 현재는 예상치 못한 파국으로 치닫는다. 하나를 조금 바꾸면 모든 것이 바뀐다는 메시지랄까. 영화 소개에는 ‘나비의 날갯짓이 지구 반대편에선 태풍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글이 등장해 영화 제목의 유래를 추측하게 한다. 처음에 어떤 선택을 했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인생을 살게 된다는 뜻이다. 나비효과라는 표현을 처음 사용한 것은 미국의 수학자이자 기상학자인 에드워드 로렌츠였다. 1961년에 컴퓨터로 방대한 수치 기상 계산을 하던 중 잠시 쉬려고 계산 결과를 출력했다. 휴식 뒤에 출력된 숫자를 입력하고 나머지 계산을 했다. 얼마 뒤에 같은 계산을 중간 휴식 없이 다시 했는데 그 결과가 너무 달랐다. 입력이 같으면 결과도 같아야 하는데…. 혼란에 빠진 그는 결국 휴식을 위해 잠시 계산을 멈추었을 때 0.506127이라는 출력 결과를 0.506이라고 기록한 게 문제였음을 발견했다. 이 두 숫자의 미미한 차이가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든 것이다. 1963년 논문에 이어 1972년 AAAS 강연에서 나비효과라는 표현으로 자신의 발견을 소개했다. 프랙털 이론에 등장하는 줄리아 집합은 시작할 때의 미미한 차이가 종국에는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 내는 구체적인 실례다. 만델브로는 정성적 묘사의 수준을 넘어서 복소 함수를 사용한 엄밀한 이론을 탄생시켰다. 불규칙과 무질서가 자연의 본질에 더 가깝다는 것을 보여 주는 혼돈이론이나 복잡계이론 같은 분야는 시작은 수학자의 사유에서 출발했지만, 사회과학과 정보통신에까지 큰 영향을 미치며 영역을 확대하는 중이다.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타인 마음 읽어주는 ‘공감의 유전자’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타인 마음 읽어주는 ‘공감의 유전자’

    ‘히어로즈’라는 미국 TV시리즈(미드)를 기억하시나요. 2006년 미국 NBC에서 제작해 시즌5까지 나왔는데, 국내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끌었습니다. 전 세계에서 자신이 특별한 능력을 가졌다는 것을 발견하고, 그 능력 때문에 삶이 바뀌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속도감 있게 풀어낸 SF 작품입니다.초능력자들이 나오는 영화에 열광하는 이유는 정의가 사라진 사회와 그런 현실에서 길을 잃은 평범한 개인들이 초현실적 상황에서 탈출구를 찾고자 하는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만약 내일 아침 갑자기 초능력을 갖게 된다면 어떤 능력이 좋을까요. 예전 외국의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와 비슷한 설문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결과를 보니 많은 사람들은 강한 힘보다, 날아다니는 능력보다 남의 생각을 읽는 독심술을 원했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다른 사람의 의도와 생각을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절감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또 엄청난 힘과 능력이 생기면 지구를 구하러 다녀야 하기 때문에 피곤해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 역시 독심술을 절실히 원하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아이들의 기분을 읽을 수 있다면 훨씬 육아가 편해지지 않을까요. 그런데 최근 한 다국적 연구진이 미국계 바이오기업인 23앤미(23andme)와 손을 잡고 타인의 감정과 생각을 읽는 데 도움을 주는 유전자를 발견했다고 합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자폐증 연구센터와 프랑스 파리7대학 인간유전 및 인지기능연구소, 파스퇴르연구소가 주도한 이번 연구의 결과는 국제학술지 ‘분자 정신건강의학’ 최신호에 실렸습니다. 20년 전 케임브리지대 인지과학 연구팀은 타인의 눈을 보고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를 맞히는 ‘시각 측정’이라는 심리측정법을 개발했습니다. 이 방법으로 실험한 결과 우리 중 일부는 독심술 능력이 무척 발달해 있으며 여성이 남성보다 점수가 높다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연구팀은 바이오기업 23앤미의 전 세계 고객들 중 8만 9000명을 대상으로 시각 측정과 함께 유전자 검사를 실시했습니다. 이번 검사에서도 여성의 평균 점수는 남성보다 훨씬 높았으며 자폐 증상이 있는 사람의 점수는 평균 이하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유전자로 분석하면 이런 독심술 능력은 3번 염색체와 깊은 연관이 있으며 특히 ‘LRRN1’ 유전자가 영향을 미쳤습니다. 극단적으로 생각하면 유전자 편집을 통해 타인의 감정을 읽는 능력을 개발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연구자들은 독심술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타인의 감정에 대한 공감능력도 뛰어나다고 밝혔습니다. 독심술은 눈을 통해 타인의 마음과 생각을 읽어 내게 유리하게 이용하려는 능력만이 아닙니다. 타인의 감정을 읽고 그 감정에 공명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그렇게 공감하는 겁니다. 현대사회에서 개인의 생존에 매달리다 보면 타인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낮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한국사회는 유독 타인에 대한 배려와 공감능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습니다. 해외에서 내놓은 독심술 연구에서, 건강한 사회를 위해 타인의 아픔과 즐거움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공감능력에 주목해 봅니다. edmondy@seoul.co.kr
  • ‘IS 못 폭탄’처럼… 나사 수십개 담긴 살상용 텀블러

    ‘IS 못 폭탄’처럼… 나사 수십개 담긴 살상용 텀블러

    연구실 문앞에 쇼핑백 놔 둬…종이상자 열자 갑자기 폭발13일 아침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에서 특정 교수를 겨냥한 사제폭발물 테러가 발생한 가운데 경찰이 이날 저녁 용의자로 이 학교 대학원생을 긴급체포했다. 해당 교수 소속 학과의 대학원생으로 알려졌으며, 평소 교수에게 불만을 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서대문경찰서는 연세대 1공학관 기계공학과 김모(47) 교수의 연구실 앞에 자신이 만든 사제폭발물을 둔 혐의(폭발물 사용죄)로 연세대 대학원생 A(25)씨를 학교 인근 주거지에서 긴급체포했다고 13일 밝혔다. 경찰은 김 교수가 사제폭발물로 2주의 치료가 필요한 화상(양손 2도, 목 1도)을 입었기 때문에 추후 조사를 통해 A씨에게 추가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40분쯤 김 교수가 연구실 출입문 앞에 있던 쇼핑백을 들고 들어간 뒤, 백 안에 있던 종이 상자를 여는 순간 갑자기 폭발했다. 폭발물은 가로 7㎝, 세로 16.5㎝ 크기의 텀블러, AA사이즈 건전지 4개, 전선 등으로 만들어졌다. 텀블러 안에는 길이가 1㎝ 정도인 작은 나사(볼트) 수십 개가 들어 있었다. 폭발 시 나사가 튀어나와 살상력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국제 테러단체인 이슬람국가(IS)가 사용하는 ‘못 폭탄’과 유사한 구조다. 하지만 현장감식 결과 폭발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인터넷에서 제작 방법을 익힐 수 있는 조악한 수준이지만 뇌관, 기폭장치, 화약 등 폭발물의 기본 요소는 갖춰져 있다”며 “텀블러 내부의 화약만 연소됐으며 폭발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제 화약의 일부만 타는 바람에 종이박스는 한쪽 면만 터졌고 텀블러 안의 나사도 튀지 않았다. 경찰은 김 교수가 퇴근한 지난 12일 오후 6시부터 신고가 들어온 13일 오전 8시 40분까지 14시간 40분간 해당 건물에 드나든 사람 중 의심 인물이 있는지 교수실 복도에 있는 2개의 폐쇄회로(CC)TV 등을 분석해 A씨를 용의자를 특정했다. 또 A씨의 주거지 주변에서 사제폭발물을 만든 뒤 버린 장갑을 수거해 화학성분을 검출했고 이를 바탕으로 추궁해 범행 사실을 시인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큰 백팩을 메고 이날 오전 7시 25분부터 두 번 정도 교수실 앞을 오갔는데 이 안에 폭발물을 넣어 옮긴 것으로 추정한다”며 “자세한 범행 동기, 경위, 방법 등을 조사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A씨에게 정신적인 문제는 없다고 전했으며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교수가 학점을 잘 안 주었거나 취직이 잘 안됐기 때문은 아니라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경찰은 교수에 대한 원한이나 앙심을 품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김 교수는 경찰 조사에서 “최근 타인의 원한을 살 만한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의 지도를 받는 한 학생도 “평소 학생 사이에서 평판이 좋고 대외적으로도 연구 성과가 우수하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현재 기계공학수학 강의를 맡고 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이슬기의 러브앤더시티] #37. 나는 왜 ‘자발적 비연애자’가 되었나

    [이슬기의 러브앤더시티] #37. 나는 왜 ‘자발적 비연애자’가 되었나

    지난회의 해묵은 ‘임자론’이 주변 지인들에게 많은 영감을 심어주었나 보았다. ([이슬기의 러브앤더시티] #36. “내 임자, 누굽니까아?”) 간만에 ‘러블리함’이 ‘뿜뿜’하다는 평도 들어 적이 신났다. 그러던 와중에 누군가 페이스북에 “‘자발적 비연애자’에 대해서도 써줘!”라고 했던 게 생각났다. 실은 ‘임자 권하는 사회’보다도 워낙 ‘비연애’, ‘비혼’ 이런 게 트렌드니까. 지인이 말하는 ‘자발적? 비연애자?’라는 말의 와닿지 않았지만, 내가 이해한 바로 정리해 보자면 이렇다. -연애할 생각이 없으며 연애를 위한 활동을 하지 않는다. 실업자로 말할 것 같으면 일할 의사도 없고, 구직 활동도 하지 않는, 그런 사람이 될 것이다.-구체적인 사례로 소개팅이 들어오면 ‘아묻따(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거부한다.-일시적이든, 아니든 ‘현재’ 그런 상태에 있다. “겉으로는 다들 연애 생각 없다고들 해도, 아예 그렇게까지 안 한다는 사람은 많지 않을 걸? 다들 타의적인거야~” 라는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있긴 있었다’. 물론 많진 않았지만.   ◆ 나는 왜 ‘자발적 비연애자’가 되었나‘자발적 비연애자’들 중에는 흔히 말하는 ‘모솔(모태솔로)’의 영역에 속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만리장성 뺨치는 ‘철벽’을 자랑하는 부산에는남자가없어요(30·여)의 지인은 단톡방에서 소개팅 얘기가 나와도 칼같이 ‘씹는다’. “언니, 소개팅 하나만 하자~” “언니 좀 꼬셔봐~ 아직 폰을 못 봤나” “읽씹이가”“어케 됐노” 친구들의 깔대기가 작렬하는 한편으로 해당 여성은 전혀 맥락에 관계 없는 다른 얘기만 했다. “연애에 자신 없어 할 이유가 하나도 없는데…스스로 모솔이다 보니 연애를 더 겁나 해서 이제 아예 시도조차 안하는 듯.” 부산에는남자가없어요의 전언이다. 더러 연애를 해 본 축에서는 ‘나는 연애에 맞지 않는 사람’이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연애에 맞지 않는 사람? 이라는 말 자체가 주는 어감이 생경하게 들렸지만, 그들은 본인을 그렇게 얘기했다. 난‘않되’라는말이좋아(29·여)는 “내가 누굴 잘 못 좋아해…”라고 말했다. “나는 설레임이 찾아와도 그게 설레임인지 아닌지 잘 못 느끼는 편인 거 같음. 이제까지 연애는 그냥 나쁘지 않았고 같이 만나면 재밌고, 상대방이 날 좋다하니 만나보다 정 붙고 사랑하게 된 경우가 많은 거 같은데. 연애가 보통 에너지가 필요한 게 아니잖아? 그래서 다음번엔 진짜 좋은 사람 아님 굳이 만나지 말자, 하고 기다리다 보니까 정말 아무도 못 만나게 됨...ㅋㅋㅋ”이라고 난않되는 털어놨다. 내꿈은칼퇴왕(30·여)는 자신의 친구를 소개했다. “연애를 하면 뭔가 나의 사적인 영역이 줄어드는 것도 있고 안 맞는 부분을 서로 맞춰야 하는 것도 있잖아? 근데 상대방에게 자기를 이해해달라고 강요하기도 싫고 강요받기도 싫고. 그렇다고 그걸로 박터지게 싸우고 지지고 볶고 하는것도 싫대”. 평소 타인의 개별성을 몹시 존중해주는 칼퇴왕의 친구지만, 연애는 서로의 개별성만 존중해서 되는 영역도 아니었다는 거다. 함께 맞춰서 옆으로든 앞으로든 1보 나갈 필요가 있었으므로. 현실적으로는 ‘연포세대’라는 말처럼 돈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대휘사랑(31·여)은 “연애를 안 하니 데이트 할 때 쓰던 비용을 오롯이 나를 위해 쓸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술을 좋아하던 대휘사랑이 데이트 한 번에 쓰는 비용을 최소 10만원 이상이었다. “전에는 데이트 비용 때문에 옷도 못 샀어. 상대적으로 나한테 돈을 덜 썼는데, 연애 쫑내고는 뭔가 영화도 더 보고 엄마랑 마사지권도 끊고 풍족하게 살고 있음.” 대휘사랑은 언제까지고 ‘비연애’일 생각은 없지만, 지금 당장은 이러저러한 이유 때문이라도 ‘비연애’이고 싶다고 했다.   ◆ “이건 좀 매운 걸 잘 먹고 못 먹고 하는 것처럼 사람 스타일인 것 같아.” 또 이 기사를 쓰면 ‘못 하는 거겠지, 안 하는 게 아니라’ 라는 댓글이 달릴 것을 알고 있다. 혹은 ‘꼭 저러는 애들이 결혼을 빨리 해요~’ 등등의 댓글도 달릴지 모른다. 자의든 타의든 무엇이 그렇게 중요한가. 난않되는 말했다. “이건 좀 매운 걸 잘 먹고 못 먹고 하는 것처럼 사람 스타일인 것 같아.” 결혼처럼, 연애도 이제 무릇 선택의 영역에 들어왔다는 뜻인가 보았다. 선택이자 기호의 영역. +덧붙임: 기사 제목에서 말하는 ‘나’는 제가 아닙니다. 저는 ‘자발적 비연애자’가 아닙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스무 살, 갓 상경한 꼬맹이는 십여 년 전 나온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로 연애를 배웠다. 드라마 속 ‘캐리’처럼 프라다 VIP가 된다거나, 마놀로 블라닉은 못 신고 살지만 뉴욕 맨하튼이나 서울이나 사람 사는 모양새가 별 반 다르지 않다는 것만은 알게 되었다. 서른 즈음에 쓰는 좌충우돌 여자 이야기, ‘러브 앤 더 시티’다. (매주 화요일 연재됩니다.)
  • 별 무게는 어떻게 달까?…아인슈타인의 중력렌즈

    별 무게는 어떻게 달까?…아인슈타인의 중력렌즈

    아인슈타인이 예견한 중력렌즈 현상으로 천체의 질량을 구할 수 있는 새로운 측정기법이 개발되었다고 우주전문 사이트 스페이스닷컴이 지난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뜨거운 가스 공인 별들은 지구로부터 수십억 킬로미터 떨어져 있다. 그래서 아무리 배율 높은 망원경으로 보아도 하나의 빛점으로밖엔 안 보인다. 반면에 가까운 거리에 있는 행성들은 원판으로 보인다. 새 연구결과에 따르면, 천문학자들은 별의 진화과정에서 종착역에 다다른 '백색왜성'의 질량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기법을 개발했다고 한다. 몇 광년이나 떨어진 곳에 있는 불타는 가스 공의 무게를 대체 어떻게 잴 수 있을까? 테리 오스월트 엠브리리들 항공대학 공학 물리학과 교수는 최근 ‘사이언스’에 백색왜성의 질량 측정법에 관한 글을 기고하면서“천문학자들이 별이나 행성, 그리고 은하들의 질량을 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천체들의 중력 상호작용을 이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목성 궤도를 도는 위성의 경우, 위성의 궤도에 미치는 목성의 중력을 측정하면 그 질량을 구할 수 있다. 이 같은 방법은 별의 질량 측정에도 적용된다. 우리 은하의 다른 쪽에 있는 모항성의 둘레를 공전하는 행성이 모항성을 끌어당길 때 모항성은 미세한 속도 변화를 보이는데, NASA의 케플러 우주망원경 같은 민감한 장치는 그러한 행성까지 관측할 수 있다고 오스월트 교수는 밝혔다. 이 같은 속도변화를 측정하면 그 별의 질량을 알 수 있다. 쌍성의 경우처럼 두 별이 서로의 둘레를 공전할 때, 천문학자들은 스피드건의 원리인 도플러 효과를 이용해 별들의 공전속도를 알아낼 수 있다. 속도위반을 찍어 벌금 딱지를 날리는 데 사용되는 도로의 감시 카메라도 이 원리를 장착한 것이다. 그는 “별빛의 스펙트럼을 이용해 그 별의 질량을 간접적으로 측정하는 몇 가지 방법도 있지만 그 별의 대기 모델을 정확히 알아야만 가능한 방법인데, 사실 그걸 알기란 불가능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7일자 ‘사이언스’ 온라인판을 통해 발표한 새로운 측정기법은 망원경으로 관측하기 어려운 별과 다른 천체들, 곧 희미한 백색왜성, 블랙홀, 항성계에서 튕겨저나온 떠돌이 행성 등의 질량을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이다. 볼티모어 소재의 우주망원경연구소 천문학자들이 주도한 이 연구는 연구자들이 가까운 백색왜성 스타인 2051 B(Stein 2051 B)의 질량을 측정하는 것을 시연해 보였다. 이 새로운 기법은 별빛이 중력에 의해 받는 영향을 이용한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유명한 방정식 E =mc^2은 질량과 에너지는 같은 것임을 나타낸 것입니다. 빛은 아주 작은 에너지 조각입니다. 그런데 중력에도 영향을 받습니다.” 오스월트 교수의 설명이다. 아인슈타인은 빛도 강한 중력장을 지나올 때 약간 휘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예컨대, 먼 별빛이 큰 질량을 가진 천체 옆을 자날 때는 경로가 휘어진다는 것이다. 오스월트 교수는 “백색왜성의 뒤쪽 일직선상에 있는 별빛이 지구까지 오면서 약간 경로가 휘어지는 바람에 별은 실제 위치보다 그만큼 다른 곳에 있는 것처럼 보이게 된다. 그래서 백색왜성은 배경의 별을 천천히 가로지르게 되는데, 그 결과 배경의 별이 작은 고리를 그리는 것처럼 보인다”고 밝힌다. 그는 또한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배경 별의 위치변화는 백색왜성의 중력, 곧 질량과 직접 연계되어 있다는 것”이라면서 “그 둘의 함수관계를 밝히면 백색왜성의 질량이 구해진다”고 덧붙였다. 중력에 의해 별빛이 휘어지는 현상을 중력렌즈 효과라 하는데, 이는 아인슈타인이 예측한 것으로, 1919년 태양이 개기일식을 맞을 때 영국의 천문학자 에딩턴이 태양 옆을 지나는 별빛을 측정함으로써 사실로 입증되었다. 심우주에 있는 은하들의 경우, 빛이 오는 경로상에 거대한 질량체가 있으면 빛이 크게 휘어져 고리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이를 아인슈타인의 고리(Einstein ring)라 한다. 실제로 스타인 2051 B 백색왜성처럼 가까운 거리에서 중력렌즈 현상을 관측할 수 있는 경우는 아주 드물지만, 유럽우주기구(ESA)의 가이아 관측위성 같은 것을 사용하면 이러한 중력렌즈 현상을 보이는 천체들을 더욱 많이 관측할 수 있을 것이며, 그에 대한 연구도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오스월트 교수는 기대하고 있다.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 ‘핑크 플로이드’ 로저 워터스, 25년 만의 비판 메시지

    ‘핑크 플로이드’ 로저 워터스, 25년 만의 비판 메시지

    천재 시드 배럿이 떠난 뒤 전설 핑크 플로이드의 주축이 되어 획일적인 교육 제도와 전쟁을 비판한 ‘더 월’ 등의 걸작을 세상에 내놓았던 로저 워터스(왼쪽·74)가 25년 만에 새 앨범을 발표했다. ‘이즈 디스 더 라이프 위 리얼리 원트?’(오른쪽)다. 핑크 플로이드를 떠나 발표한 프로그레시브 록 앨범으로는 1992년 3집 ‘어뮤즈드 투 더 데스’에 이은 4집이다. 워터스는 2005년 오페라 앨범을 선보이기도 했다. ‘더 다크 사이드 오브 더 문’(1973), ‘위시 유 워 히어’(1975), ‘애니멀스’(1977), ‘더 월’(1979) 등을 통해 들려준 실험적인 사운드와 사회 비판·철학적인 노랫말로 세계 록 역사에 핑크 플로이드의 이름을 아로새긴 워터스는 그러나, 팀 내 불화로 밴드를 떠났다.라디오헤드의 오랜 동반자인 나이절 고드리치가 프로듀싱을 맡아 함께 작업한 신작은 ‘이게 우리가 진정 원하는 삶인가?’라는 앨범 제목에서 드러나듯 세상을 향한 비판 메시지가 가득하다. 지난 사반세기 동안 품었던 생각들을 한꺼번에 털어놓는 듯하다. 수려하고 서정적인 멜로디와 담담한 보컬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그의 반이민 정책,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 인종차별 등 비판 메시지를 얹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중국의 ‘군사요새’로 돌변한 남중국해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중국의 ‘군사요새’로 돌변한 남중국해

     남중국해가 중국의 군사요새로 돌변했다.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동남아 국가들과 치열한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동안 ‘실효 지배’의 명분을 축적하고 대양 해군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곳에 병영시설을 속속 건설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국방부가 지난 6일(현지시간) 발표한 ‘중국 군사·안보 정세’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남중국해 스프래틀리제도(중국명 南沙群島, 필리핀명 칼라얀 군도, 베트남명 쯔엉사군도)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전초 기지인 피어리크로스 암초(永暑礁), 수비 암초(渚碧礁), 미스치프 환초(美濟礁)에 각각 전투기 24대를 수용할 격납고를 비롯해 고정 무기 거치대, 막사, 행정 건물, 통신시설 등 육상 기지를 건설하고 있다. 이들 시설이 완공되면 중국은 스프래틀리 제도에 최대 전투기 3개 연대를 수용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전망했다. 이들 3개 기지에는 이미 8800피트(약 2682m) 이상의 활주로가 건설돼 있다. 중국은 스프래틀리제도 내 존슨사우스 암초(赤瓜礁), 가벤 암초(南薰礁), 휴즈 암초(東門礁), 콰테론 암초(華陽礁) 등 4곳의 소규모 기지에도 함포와 통신시설 등을 건설했다. 중국은 지난 2014년 하반기부터 스프래틀리제도의 7개 암초에 매립 등 방식으로 인공섬을 건설하면서 군사기지화에 시동을 걸었다. 확보한 땅이 12㎢(약 363만평) 규모에 이른다. 인공섬으로 바뀐 7개 암초는 피어리크로스 암초와 수비 암초, 미스치프 암초, 가벤 암초, 휴즈 암초, 존슨사우스 암초, 콰테론 암초다.  특히 최남단 인공섬 콰테론 암초에는 7층짜리 건물과 고주파 레이더 시설, 대형 등대 등을 건설했다고 일본 지지통신이 보도했다. 이 통신은 지난달 하순 베트남 일간지 타인니앤 소속 기자가 선박을 타고 인공섬에 접근해 시설들을 직접 확인했다”고 전했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2월말 위성사진을 통해 중국이 콰테론 암초에 고주파 레이더 시설을 건설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는데 이번에 사실로 확인된 셈이다. CSIS는 콰테론 암초의 시설에 대해 이 일대를 지나는 선박과 항공기에 대한 중국의 감시 역량이 크게 향상되는 만큼 남중국해의 군사 작전 환경을 상당히 바꿔놓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중국의 이 같은 노력이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는 법적 근거가 될 수는 없지만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민·군 복합기지 능력을 강화하고 인근 지역 통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 국방부는 이 보고서를 통해 중국 해군이 2020년까지 잠수함 70척 이상을 실전 배치하는 전력을 확보할 것이라며 경계하고 있다고 CNN이 전했다. 중국 해군은 공격형 핵잠수함 5척과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탑재 핵잠수함 4척, 공격형 디젤 잠수함 54척을 합쳐 모두 63척의 잠수함을 배치하고 있다며 중국이 2020년쯤 최소 69척에서 최대 78척의 잠수함을 보유하게 될 것으로 보고서는 내다봤다. 중국이 4월 말 진수한 자국산 항공모함 001A도 2020년쯤 전력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이미 건조에 들어간 제2호 국산 항모를 비롯해 최소 4척을 추가 건조할 계획이다.    미 CSIS 산하단체인 AMTI도 지난해 말 중국이 스프래틀리제도에 짓고 있는 인공섬 4곳에 있는 6각형 모양의 빌딩에 대해 위성사진을 촬영·분석해 중국의 군사기지화 시도를 예견했다. 단체는 해당 인공섬의 모든 건물이 군사적 방어를 위한 건축물인데, 위성사진으로 대공포의 포신은 물론 외부의 공격에 대비한 미사일방어망도 확인할 수 있으며 일부 군사용 구조물을 위장한 흔적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구조물은 중국이 남중국해의 군사적인 긴급사태에 대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일부는 미국 또는 다른 나라의 크루즈 미사일 공격에 대한 최후 방어 라인으로 공군기지 역할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들 인공섬 4곳에 구축된 구조물이 인근의 다른 섬 3곳에 있는 시설보다 강화된 방어력을 갖고 있다고 이 단체는 덧붙였다.  남중국해 파라셀군도((西沙群島) 에서도 중국의 병영시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로이터 통신 등은 지난 3월 촬영한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파라셀군도 우디섬(永興島) 북쪽에 있는 노스섬(北島)에서 대규모 항만을 건설하기 위한 지반공사가 진행하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파라셀군도의 최대 도서로 싼사(三沙)시 시청 소재지인 우디섬에 1400명의 인민해방군 병력과 신형 지대공 미사일 및 전투기 등을 배치해 놓고 중국 하이난(海南)성 싼야(三亞)의 핵잠수함 기지를 방어하고 있다. 노스섬의 군사시설은 우디섬 기지를 보강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민간 위성회사 플래닛 랩스가 제공한 사진은 우디섬 인근의 트리섬(趙述島)에서도 건설 공사가 계속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에 미국은 중국에 직격탄을 날렸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1월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을 “불법”으로 규정하며 중국의 인공섬 건설을 중단시키고 남중국해 접근을 용납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 공화당 중진인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도 지난달 30일 호주 시드니대학 미국학 센터에서 연설을 통해 중국이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불한당’처럼 행동한다고 맹비난했다. 매케인 위원장은 “중국이 남중국해 섬들을 군사기지로 만들고 영유권을 주장하는 것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며 “중국이 무역·투자를 활용해 이웃 국가들을 억압하며 불량배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제는 중국의 군사적 행보에 발맞춰 대만과 필리핀, 베트남도 군사시설 건설에 뛰어들었다는데 있다. 대만 국방부는 지난 4월 이투아바(太平島)에 기존의 대공 무기 외에 로켓포, 무인기 등을 추가 배치하는 내용의 전력 강화안을 마련해 해순서(해경)에 전달했다. 여기에는 대만 방산연구원인 중산과학기술연구원이 독자 제작한 로켓포 시스템과 원격제어가 가능한 20㎜ 쌍포 시스템, 중소형 무인기 등이 포함돼 있다. 이곳에는 현재 40㎜ 고사포와 120㎜ 박격포, AT-4 대전차로켓 등이 배치돼 있는 상태다. 지난해 9월엔 미사일 방어체계로 추정되는 방공타워 건설 장면도 포착됐다. 필리핀은 자국이 실효 지배하고 있는 스프래틀리제도의 파그아사섬에 4억 5000만 페소(약107 억원)을 들여 새 항구를 건설할 계획이다. 베트남 역시 자국이 점거한 스프래틀리제도의 콴다오쯔엉사(南鑰島)에서 활주로를 1219m로 확장하는 한편 2개의 대형 격납고를 건설해 해양정찰기와 수송기까지 이용할 수 있도록 대규모 공사를 벌이고 있다.  남중국해 국가들의 이런 군사적 행보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어떻게 다룰지 주목된다. 연일 중국을 도발하며 미·중 갈등 수위를 높여온 만큼 현재로서는 남중국해 분쟁에 개입할 공산이 크다. BBC방송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15년 9월 워싱턴 방문 때 중국은 스프래틀리 군사기지화를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중국의 영토이기 때문에 방어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한 것을 상기시켰다. 중국 국방부는 “중국은 ‘난사군도’와 주변 해역에 대해 논쟁의 여지 없는 주권을 갖고 있다”며 “관련된 건설은 주로 민간용이며 필요한 군사시설은 주로 방어와 자위의 용도란 점에서 정당하고 합법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예를 들어 다른 사람이 당신의 집 앞에서 무력과 위엄을 과시한다면 새총(彈弓)이라도 하나 준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는 중국이 항공모함 배치 등으로 위협하는 미국에 맞서 불가피하게 방어시설을 구축할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을 편 것으로 해석된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획일화된 밥상… 새로운 ‘맛’을 기억하라

    획일화된 밥상… 새로운 ‘맛’을 기억하라

    빵, 와인, 초콜릿/심란 세티 지음/윤길순 옮김/동녘/468쪽/1만 9000원 마트에 가면 다양한 브랜드의 아이스크림과 요구르트가 진열돼 있다. 맛도 다양할 듯하지만 사실 아이스크림과 요구르트 용기 안에 있는 내용물의 90% 이상이 한 품종의 소에서 나온 우유로 만들어진다.세상에서 가장 많은 젖을 생산하는 동물로 알려진 홀스타인이 주인공이다. 비슷한 이치로, 서울에서 먹는 삼겹살이나 미국에서 먹는 베이컨이 별반 다를 게 없고, 미슐랭 별 셋을 받은 음식점에서 쓰는 튀김가루나 서울 통인시장 튀김집에서 쓰는 밀가루가 그리 다르지 않다. 식량농업기구(FAO) 조사에 따르면 인류가 섭취하는 음식의 4분의3이 식물 12종과 동물 5종에서 나온다. 전 세계 인구가 얻는 칼로리의 95%가 겨우 30가지밖에 안 되는 종에서 나온다는 보고도 있다. 식탁 위의 종 다양성이 급격히 줄고 있다는 얘기다. ‘먹방’이 여전히 대세인 우리나라에선 생뚱맞게 들릴 말이다. 세상은 넓고 식재료는 많지 않나? 새 책 ‘빵 와인 초콜릿’은 이런 생각이 착각이란 걸 통렬하게 일깨우고 있다. 예전과 달리 현대인의 식탁은 단일 경작과 단일 식사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다. 그 뒤엔 ‘이윤’이 버티고 있다. 한 종을 집중 재배하고 사육하면 더 많은 이윤을 얻을 수 있는데 누가 이런 달콤한 결실을 외면하겠는가. 저자는 빵, 와인, 초콜릿, 커피, 맥주 등 다섯 가지 기호식품을 다루고 있다. 흔해빠진 식품이지만 저자가 이들을 선정한 것엔 대단한 함의가 담겼다. 강렬한 매력과 끊을 수 없는 중독성을 가진 존재이자 동시에 아직 건강한 독자적인 생산자들과 시장을 지배하는 거대한 ‘이윤’들이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전장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4년 동안 에콰도르의 카카오 농장과 에티오피아의 커피 숲, 미국 캘리포니아의 포도밭 등을 찾아간 건 그 때문이다. 책이 펴는 주장은 생경하다. “먹는 것이 곧 농업 행위”란다. 무슨 뜻일까. 먼저 ‘논문풍 버전’의 저자의 말. “우리가 사랑하는 빵, 와인, 초콜릿을 잃지 않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그 원료가 되는 작물들을 먹고 마시고, 나아가 다각화하는 것(중략), 생산은 소비가 있을 때만 유지될 것(중략), 따라서 우리가 사랑하는 음식의 보존은 음식을 먹고 마시는 대중의 지지와 지원 없이는 불가능하다.” 다음은 알기 쉬운 버전. “먹고 마시라. 새로운 음식을 마음껏 맛보라. 그래야 우리가 사랑하는 맛과 풍미를 지켜낼 수 있다.” 먹는 행위의 파장은 생각보다 크다. 먹으면 식탁이 바뀌고, 식탁이 바뀌면 마트의 진열대가 바뀌고, 진열대가 바뀌면 유통·생산되는 작물이 바뀐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비운의 로렌스… 화약고가 된 중동

    비운의 로렌스… 화약고가 된 중동

    아라비아의 로렌스/스콧 앤더슨 지음/정태영 옮김/글항아리/880쪽/4만원중동의 역사는 고난과 고통의 점철이다. 그 험한 땅에서 계속되는 비극의 씨앗은 제1차 세계대전 종전협정인 파리평화회의와 강화회의라 할 수 있다. 열강들이 전리품을 챙기려 영토를 구획 지은 분할의 야합. 특히 후사인·맥마흔 서한을 비롯해 시리아와 이라크를 각각 차지하기로 합의한 영국·프랑스 간의 이른바 사이크스·피코 협정은 가장 결정적인 분할의 단초다. 이 협정으로 인해 아랍 독립국은 대부분 아라비아 사막의 격오지만 남았고 그렇게 책정된 중동 지도는 여전히 숱한 분쟁을 낳고 있다. 미국의 국제분쟁 전문 기자가 쓴 책은 1차 세계대전 중 중동에서 부닥쳤던 서구의 제국주의적 탐욕과 점령사를 생생하게 파헤친다. 이야기 중심에 네 명의 젊은이를 포진시켰다. 옥스퍼드대를 수석으로 졸업한 고고학자 출신 T E 로렌스(1888~1935)와 카이로 주재 독일대사관의 동양문제보좌관이자 학자인 쿠르트 트뤼퍼, 루마니아 출신의 저명한 농학자이자 열성적인 시온주의자인 아론 아론손, 미국 기업 스탠더드오일사의 정보원 윌리엄 예일이 그들이다.트뤼퍼는 문약한 학자였지만 영국을 향한 복수심을 키워 지하드에 불을 댕기는 비밀 임무를 맡은 인물. 중동에서 활동하는 독일 첩보조직 책임자로 활약한다. 시온주의자인 아론손은 팔레스타인 땅을 오스만 제국으로부터 빼앗아 유대인 조국을 재건하려 맹활약한다. 영국을 등에 업고자 팔레스타인 복판에서 첩보조직을 꾸려 암약한다. 몰락한 귀족 집안 출신인 예일은 거대 유전을 차지하려는 스탠더드오일의 칙명을 받고 중동에 파견돼 중동 전역을 통틀어 유일한 미국인 정보요원으로 뛴다. 3개 대륙에서 1600만명이 목숨을 잃은 1차 세계대전에서 중동은 중요하지 않은 지역이었다. 로렌스도 “중동 전장의 아랍 문제는 부차적인 문제 중에서도 부차적인 문제”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계속되는 중동의 고난이 종전협정에 뿌리를 둔 만큼 네 명의 젊은이가 어떻게 나라를 위해 움직였는지를 들여다보는 일은 분명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얽히고설킨 네 명의 젊은이 중 핵심은 당연히 로렌스이다. 로렌스는 지난 20세기 가장 인기 있는 스타이면서도 생의 많은 부분이 베일에 가려져 있다고 한다. 전문가들의 평가도 극적으로 엇갈린다. ‘아랍 독립에 힘쓴, 깨우친 진보주의자’란 평이 있는가 하면 ‘가면을 쓴 제국주의자’라는 비판도 무성하다. ‘희대의 영웅’, ‘사유하는 투쟁가’, ‘제국주의의 하수인’, ‘자기파멸적 몽상가’와 같은 상반된 수식어도 숱하게 따라붙는다. 데이비드 린 감독의 걸작 ‘아라비아의 로렌스’(1962년)는 국내에서 로렌스의 존재를 대중적으로 알 수 있게 해 준 유일한 계기이다. 하지만 자서전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에서 낭만적 감동의 주인공으로 묘사된 것과 다르게 책은 그의 정체를 속속들이 파헤친다. 옥스퍼드대를 수석으로 졸업한 20대 초반의 고고학자 로렌스는 영국 첩보요원으로 중동에 관여하기 시작했다. 고고학 발굴과 탐사를 통해 중동에 정통했던 이력 때문이었다. 로렌스는 오스만 제국을 무너뜨리기 위해 아랍민족운동을 이용했던 영국 정책의 중심인물이었다. 오스만 제국에 아라비아반도의 여러 부족을 통합해 통일된 아랍국가를 세우려던 파이샬 이븐 후세인을 내세워 아랍 반란을 일으켰고 1917년 무렵 홍해 끝부분의 아카바를 장악한 데 이어 이듬해 가을엔 다마스쿠스(현 시리아 수도)를 점령하기에 이른다. ‘아랍의 영웅’으로 추앙받았던 로렌스의 인생과 꿈은 종전과 함께 허무하게 무너졌다. 사이크스·피코 협정에 따라 아랍이 분할된 것이다. 책에서 드러난 로렌스의 행적을 본다면 여전히 평가는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로렌스는 아랍인들이 목숨 바쳐 싸운 땅을 되찾을 수 있도록 영국의 유력한 정치인들에게 로비를 펼치는가 하면 아랍을 옹호하는 열정적인 칼럼을 수차례 기고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자 결국 로렌스는 전쟁 중 활약상을 인정해 왕이 직접 수여하려던 무공 메달을 거부하기에 이른다. 그의 죽음을 놓고 처칠은 말했다고 한다. “동시대를 살았던 가장 위대한 존재 가운데 한 명이다. 어디서도 그와 같은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이제 아무리 원해도 그와 같은 인물을 다시 만날 수 없을 것 같아 두렵다.” 하지만 중동은 여전히 불안하고 고통받는 땅이다. 처칠의 요란한 찬사와 달리, 옮긴 이의 말이 인상적이다. “어리석고 야만적인 제국주의가 20세기 벽두를 피로 물들이면서 아랍인을, 그리고 로렌스를 희생시킨 뒤 눈물의 씨앗을 심어두고 자취를 감췄다. 그리고 그 슬픔은 현재진행형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팔레스타인 아기에게 모유 먹인 유대인 간호사

    팔레스타인 아기에게 모유 먹인 유대인 간호사

    모성의 힘은 위대하다. 한 유대인 간호사가 팔레스타인 중환자의 아이를 품에 안고 자신의 젖을 먹이면서 이를 증명해냈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8일(현지시간) 자동차 추돌사고로 심각한 부상을 입은 엄마를 대신해 모유를 먹인 간호사의 선행이 전 세계인의 가슴을 훈훈하게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지난 주 이스라엘 중부 엔 케럼에서 장갑차 충돌사고가 일어나, 한 팔레스타인 가족이 병원에 실려왔다. 가족 중 유일하게 의식을 되찾은 야만 아부 라밀라는 배고픔을 호소하는 듯 세차게 울어댔다. 간호사 울라 오스트로브스키 잭은 태어난지 9개월 된 야만을 7시간 동안 끌어안고 보살폈다. 틈틈이 젖병으로 우유를 먹이려 했으나, 야만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별다른 방도가 없자 오스트로브스키는 자신의 모유를 주기로 결정했다. 그녀는 “야만의 친척들이 나를 보고 깜짝 놀랐다. 유대인이 팔레스타인 사내 아이에게 모유수유를 하고 있단 사실을 믿지 않는 눈치였다. 하지만 나는 어떤 엄마라도 나처럼 할 것이라 말했다”며 당시 정황을 설명했다. 이어 “야만에게 다섯 차례 모유를 주었고, 그의 고모가 나를 껴안으며 고맙다고 말했다”고도 덧붙였다. 이후 오스트로브스키는 온라인을 통해 산모의 도움을 요청했고, 2시간 만에 아이에게 모유를 먹이겠다는 수천 건의 제의가 쏟아져 들어왔다. 이스라엘 북부 하이파 도시에서 야만에게 모유수유를 하러 기꺼이 오겠다는 여성들도 있었다. 이는 유대인과 팔레스타인 사람들 사이의 오랜 갈등과 투쟁의 역사가 굶주리고 있던 한 아이 앞에서 무력해진 셈이자, 모성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보여주는 사례였다. 결국 야만의 아빠는 사망했고 엄마는 여전히 위독한 상태라서 야만이 곧 퇴원하면 고모가 그를 돌볼 예정이다. 사진=데일리메일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행인들이 외면한 뺑소니 피해자, 2차 사고로 결국…

    행인들이 외면한 뺑소니 피해자, 2차 사고로 결국…

    최근 중국에서는 교통사고 피해자를 못 본 척 외면해 결국 피해자가 도로 위에 방치되어 있다 또 다른 차량에 치여 숨지는 사고 영상이 공개되며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7일 웨이보 아이디 웬치총(袁启聪)이 올린 영상에 따르면, 야간에 횡단보도에서 길을 건너려던 여성이 택시에 치여 쓰러졌다. 택시는 그대로 도주했고, 여성은 도로에 쓰러진 채 몸을 가누지 못했다. 주변 차들은 속도를 늦추긴 했지만, 그녀를 피해 지나쳤다. 여성은 잠시 후 고개를 들었지만, 몸을 일으키지 못하고 다시 고개를 떨구었다. 당시 의식이 있고,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는 의미다. 하지만 도로에는 시민 스무 명가량이 있었지만, 아무도 다가가 도와주지 않았다. 행인들은 횡단보도를 건너며 그녀를 바라만 볼 뿐 그냥 지나쳤다. 1분 뒤 나타난 SUV 차량은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채 그대로 그녀의 몸 위를 지나갔고, 결국 그녀는 그 자리에서 숨졌다. 동영상이 순식간에 전파되면서 문제가 일자, 중국 공안은 사건이 지난 4월21일 허난성의 지에팡루(解放路)와 쉐웬루(学院路) 교차로에서 발생한 뺑소니 교통사고로 피해자는 이미 숨졌다고 밝혔다. 사고 다음 날 뺑소니 택시 기사와 SUV 차량 기사는 모두 검거해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네티즌들은 “세상일에 가장 관심이 높은 건 네티즌이고, 가장 냉담한 건 행인이다”, “행인들은 살아있는 송장이냐”라면서 타인의 사고에 무관심한 중국인들의 습성을 비난했다. 이종실 상하이(중국)통신원 jongsil74@naver.com
  • [열린세상] ‘다름’의 이해 - ‘옳음’과 ‘틀림’, ‘놔둠’ 사이/이은경 한국여성변호사회장

    [열린세상] ‘다름’의 이해 - ‘옳음’과 ‘틀림’, ‘놔둠’ 사이/이은경 한국여성변호사회장

    출근길 라디오에서 공익광고가 흘러나온다.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게 아름다운 사회라고. 숫제 ‘다름’을 자유민주주의의 근본으로 본 정부 문서도 있다. 과연 ‘다름’은 무엇인가. 자유민주주의를 뒷받침하는 게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기만 하면 되는 건가. 이 시대 다원주의 사조가 표창하는 것, 바로 절대 진리는 없다는 게 절대 맞는 말인가. 진리가 없다는 것과 그게 진리라는 건 큰 모순이다.인간은 너무도 다르다. 타고나는 것 외에도 성격, 지성, 취향 등 환경과 관계의 변수 속에서 다양한 모습을 갖고 있다. 물론 각각 다른 인간 존엄성에 의문을 품자는 게 전혀 아니다. 다만, 존엄한 인간이라도 공동체 보호라는 또 다른 가치의 제한은 필요한 법이다. ‘다름’을 존중한다는 게 살인, 절도, 폭행, 음란 등의 취향까지 수용할 순 없기 때문이다. 분명 받아들일 수 없는 ‘다름’이 있다. 이 영역을 기준 짓는 게 ‘법’이고, 이를 준수하란 공동체 약속이 ‘법치주의’다. 자유민주주의는 모든 ‘다름’을 존중하란 명제 위에 서 있는 게 아니다. 서로 다른 모습 중 수용과 거절의 기준을 미리 고정치 말고 변화를 꿈꾸어 보란 명제 위에 서 있는 거다. 수많은 다름 가운데 무엇이 옳고, 그른지, 용인의 영역에 놔둘 건 무언지 ‘기준’을 정하고 이를 일관성 있게 유지하는 게 바로 ‘법적 안정성’이다. 다만, 옳고 그름의 기준이 공동체 구성원들의 변화에 반응하여 평화적으로 달라질 가능성을 열어 두는 것, 바로 ‘기준’의 변화 가능성이 다원화 사회에서 자유민주주의 질서의 근간이리라. 과연 ‘옳음’, ‘틀림’, ‘놔둠’의 영역은 어디에 있는가. 공동체의 합의 중 법이 대체로 규율하는 게 옳음과 틀림인데, 기준은 두 가지다. 하나는 인간이 그 다름으로 인해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지 잠재적 가능성까지 고려한다. 마약 흡입자를 격리하는 건 중독성을 전파할 가능성을 막으려는 거다. 또 다른 기준은 인간이 그 다름으로 ‘자신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다. 누군가 낭떠러지를 향해 질주한다면, 때론 강제력을 동원하더라도 이를 멈추게 해야 한다. 건강한 공동체라면 그를 구해 줄 의무를 느끼지 않겠는가. 그런데 이 두 기준을 작동케 하는 건 ‘이기심’과 ‘이타심’이다. ‘이기심’은 사람의 다름이 자신과 주변 사람들에게 주는 피해를 거절하려는 마음이다. 이건 그냥 자연발생적인 인간의 기본 품성이다. 한데 공동체를 위해 무척 소중한 가치인 ‘이타심’ 또한 이기심만큼이나 자연스러운 인간의 기본 품성 아닌가. 인간이 더불어 사는 한 누군가 곤궁에 처하고 죽어 가는 걸 그냥 지나치는 건 양심이 허락지 않는다. 그렇다. ‘법’은 공통체로부터 ‘틀림’을 제거하기 위해 ‘이기심’과 ‘이타심’을 씨줄과 날줄로 엮어 낸다. 그리고 도덕의 최소한이 ‘법’이라 하듯 옳음과 틀림을 구별 짓는 건 구성원들의 열띤 토론이 빚어낸 참다운 합의리라. ‘놔둠’은 공동체의 다양성과 유동성을 보장하고, 첨예한 갈등을 완충해 준다. 간통만 해도 최근 형사법상 놔둠의 영역으로 이동했다. 물론 가족법상으론 일부일처제를 수호하려는 도덕적 합의에 따라 여전히 틀림의 영역에 있다. 이처럼 ‘놔둠’은 수많은 이익 충돌영역 중 옳음과 틀림을 기준 짓기 어려운 부분을 개인 판단에 맡겨 놓은 영역이다. 흡연도 보건적 측면에선 틀림의 영역일 수 있다. 하나 미성년자 판매 처벌, 금연구역 과태료 부과 등 일정 제한이 있을 뿐 나머진 선택의 영역에 두었다. 사실 ‘놔둠’의 영역은 각종 문제에 관한 토론의 장을 보장하고, 수많은 논쟁을 통해 공동체를 건강케 한다. 그렇기에 자유민주주의는 표현, 양심, 신앙의 자유를 기본으로 하는 거다. 각자의 양심과 신앙대로 공동체의 문제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자유. 이를 통해 기준이 달라질 가능성이 열려 있는 사회. 그게 바로 자유민주주의를 가능케 하는 요소다. 무조건 ‘다름’을 인정하는 게 좋은 건 아니다. 그 다름이 과연 ‘옳음’과 ‘틀림’, 그리고 ‘놔둠’의 영역 어디인지 자유롭게 토론하고 표현하는 공동체가 건강한 거다. 물론 이를 막는 두 세력이 있다. 개인이나 집단 독재가 그 하나고, 포퓰리즘이란 전체주의가 다른 하나다. 대한민국이 언제나 자유민주주의 국가이길 바란다.
  • 이란 “테헤란 테러 배후는 美”… 피의 복수 ‘시아파 벨트’로 번지나

    헤즈볼라, 시리아내 미군 공격 경고 사우디, 카타르에 이란과 단교 요구 지난 7일 이슬람 시아파 맹주 이란의 수도 한복판에서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의한 테러가 발생하면서 중동의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이란은 국회 등에서 일어난 연쇄 테러의 배후로 수니파 맹주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을 지목하며 ‘피의 보복’을 공언했다. 이란을 향한 적대정책과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편애 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편가르기 외교’가 충돌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난이 나온다. ●“범인 5명 이란인… 모술·락까서 참전” 이란 정보부는 8일(현지시간) “신원이 밝혀진 테러범 5명은 이란 출신으로 이들은 이란을 떠나 (이라크) 모술과 (시리아) 락까에서 IS를 위한 전투에 참여했다”면서 “이들은 지난해 여름 이란으로 돌아와 종교 도시를 공격하는 계획을 꾸몄다”고 발표했다. 정보부는 이번 테러의 사망자가 12명에서 17명으로 늘어났고 부상자가 52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BBC 방송은 IS가 이란 지하철 등을 이용한 추가 공격을 예고했다고 보도했다. ●테러 사망자 12명서 17명으로 늘어 앞서 이란 정예군 혁명수비대는 성명을 통해 “이번 테러 공격은 미국 대통령과 테러를 지원하는 중동의 반동 정부(사우디) 지도자가 만난 지 1주일 만에 발생했다”면서 “IS가 배후를 자처한 사실은 그들(사우디, 미국)이 잔인한 공격에 연루됐다는 것을 입증한다”고 밝혔다. 혁명수비대는 이어 “우리는 항상 무고한 이들이 흘린 피에 복수로 답했다”며 보복을 다짐했다고 AFP통신 등이 전했다. 이란이 후원하는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 또한 시리아 내 미군 기지를 공격할 수 있다고 경고하는 등 사태가 험악해지고 있다. 현재 헤즈볼라는 시리아에서 벌어지는 미국 주도의 IS 격퇴전에서 시리아 정부군을 돕고 있으며 이란의 혁명수비대도 시리아와 이라크 정부에 IS 격퇴를 위해 군사고문단을 파견한 상태다. 이란은 그동안 사우디 왕가가 IS, 알카에다 등 테러 조직의 후원자라고 주장해 왔다. 이란과 연계된 테러 조직으로는 팔레스타인 하마스, 헤즈볼라, 예멘 반군 등이 있다. ●트럼프 “뿌린 대로 거둔 셈” 비아냥 이란 언론들은 아델 알주베이르 사우디 외무장관이 공교롭게도 테러 전날인 6일 “이란은 테러 조직을 지원하고 중동 국가의 내정에 간섭한 데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말한 점을 부각시키며 사우디가 연계됐음을 주장했다. 알주베이르 장관은 “우리는 이 사건과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사우디를 방문해 사우디를 치켜세우고 이란을 “테러지원국”이라고 비판하는 등 양국 간 반목을 조장했다. 이란과 사우디의 갈등은 최근 사우디를 비롯한 9개 수니파 국가들이 이란을 두둔했다는 이유로 카타르와 단교를 선언하는 데까지 이르는 등 걸프 지역 전체로 위기가 확산되는 양상이다. 사우디는 카타르에 국교 정상화를 원한다면 이란과 단교하라고 요구했다. 단교에 동참한 아랍에미리트(UAE) 정부는 카타르와의 우편 왕래를 중단하고 바레인도 자국 내 언론사에 카타르의 입장을 대변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란 테러 직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테러를 지원하는 국가들은 자신들이 키워 낸 사악함 때문에 희생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비아냥댔다. 테러단체를 지원해 온 이란이 뿌린 대로 거둔 것이라는 강변이지만 이란이 테러 피해자가 되면서 미국 정부가 그동안 이란을 고립시키고자 내세운 명분인 ‘테러리즘 지원’ 주장도 힘을 잃게 됐다. 더구나 테러의 표적이 국회와 국부 호메이니 영묘 등 정치적·종교적 상징성을 함축한 곳이라는 점에서 이란이 오히려 종파적 테러에 희생됐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 이란은 이번 테러를 계기로 그동안 자국의 영향권 아래 두려던 레바논, 시리아, 이라크 등 이른바 ‘시아파 벨트’의 대테러전에 군사 개입 수준을 높일 명분을 얻었다. 미국에 대한 직접 보복은 어렵겠지만, 시아파 과격분파 세력을 동원해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를 겨냥한 대리 보복 테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쉼’ 중랑의 힐링법

    서울 중랑구가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보육교사와 병원종사자 등을 대상으로 심리 안정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8일 중랑구에 따르면 구는 지역 보육교사를 대상으로 ▲심리 검사를 통한 심리 상담 ▲‘쉼’힐링 캠프 ▲심리극(역할극)을 통한 타인의 이해 프로그램 등을 진행한다. 심리검사는 오는 9월까지 다면적인성(MMPI-2) 검사와 문장완성(SCT) 검사 형식으로 진행하고, 결과를 두고 상담도 해 준다. ‘쉼’힐링캠프는 다음달 1일까지 매주 토요일 7회에 걸쳐 35명씩 경기도 양평의 미리내 힐빙클럽에서 하루 일정으로 운영한다. 구는 또 병원종사자의 직무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서울의료원 직원 100명을 대상으로 1박 2일 숲 치유 프로그램을 지난달부터 진행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종합사회복지관,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등을 대상으로 심리 상담과 힐링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나진구 중랑구청장은 “국내 근로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4곳 중 자살률 1위, 갈등지수 4위로 심각한 상태”라면서 “보육교사와 병원종사자 등 감정노동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많은 근로자들이 다양한 힐링프로그램을 통해 심리적 안정을 찾고 재충전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김용석의 상상 나래] 프로젝트 학습이 해결책 될 수 있다

    [김용석의 상상 나래] 프로젝트 학습이 해결책 될 수 있다

    지난달 알파고와 세계 최강의 바둑기사 커제 9단의 대결이 있었다. 과연 알파고의 실력이 어느 정도나 진화됐는지가 관심사였다. 결국은 알파고의 완승으로 끝났다. 더이상의 경쟁자가 없음을 확인한 알파고는 바둑계 은퇴를 선언했다. 앞으로 구글은 알파고를 바둑에 특화된 인공지능이 아닌 의료, 금융 등 다양한 분야로 활용 범위를 늘리겠다고 한다. 인공지능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 핵심 기술이다. 사람만이 할 수 있다고 여겼던 창의성도 발휘할 수 있다. 사람을 보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의 두뇌를 대신하면서 단순 육체노동에서 전문직으로 인공지능이 확대된다. 일자리의 위협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새 정부에서도 최우선으로 일자리 문제 해결에 역점을 둘 계획이라고 하지만, 쉽지 않은 문제다. 지금 대학생들의 최대 고민은 취직이고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것은 분명하다. 엄청난 지식을 축적한 인공지능이 만들 미래 세상이 온다. 이에 따른 대학 교육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까. 세상의 변화에 가장 민감하고 빠르게 준비하고 있는 곳이 기업이니 기업이 바라는 인재를 키우면 된다. 지금의 대학 교육을 보면 여전히 이론 중심의 지식을 중요시한다. 학생들이 받는 좋은 학점은 얼마나 주어진 문제를 많이 풀어 봤는지에 의해 결정된다. 그러나 기업은 성과 중심이다. 지식을 가지고 실천을 통해 성과를 만들어 내야 한다. 지식은 성과를 내기 위한 많은 조건 중 하나인 셈이다. 주어진 문제의 형태도 다양하므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개인의 능력뿐만 아니라 타인의 도움도 얻어야 하고 끈기 있게 추진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따라서 지식 이외에 창의성, 추진력, 소통 능력, 성실성, 타인과의 협력 등이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 기업은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느냐’보다 ‘알고 있는 것을 어떻게 잘 활용해서 성과를 내는가’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는 것이 힘이다’보다는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맞을 것이다. 즉 실천적 능력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대학 교육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창의적인 지식, 인공지능의 활용 능력을 바탕으로 구현하고 실천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프로젝트 학습이다. 팀을 구성해 진행하면 멤버들 간의 협업,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얻을 수 있다. 필자가 대학에서 가르치는 ‘융합종합프로젝트’라는 과목을 소개해 본다. 인문·사회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한다. 처음에는 기업에서 활용 중인 ‘트리즈’라는 창의 문제 해결 기법을 가르친다. 이는 주어진 문제에 대해 얻을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결과를 정의하고 그로 인한 모순점을 찾고, 모순점을 해결하려는 과정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나눠 보기도 하고 합쳐 보기도 하고 일부의 것만 추출하는 등의 다른 시각으로 생각해 보려는 시도를 해 본다. 문제 해결 대상은 스마트폰으로 정했다. 그 이유는 모든 학생들이 늘 사용하는 익숙한 제품이기 때문이다. 조별 활동을 통해 사용 중인 스마트폰을 분석하고 이해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후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느낀 불편한 부분의 개선점을 찾는 것에서부터 현재 세상에 없는 새로운 서비스 아이디어를 상상한다. 이 중 몇 개를 정해 심도 있게 구체화해 본 뒤 사업화를 고려해 고객과 기업 입장에서 이점을 찾아본다. 마지막 시간에는 기업 실무자를 초대해 아이디어 리뷰 시간도 갖는다.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고 기업 면접에서도 도움이 됐다는 말을 들었다. 앞으로 다가올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기술의 핵심은 연결과 융합이고, 창의적인 생각을 통해 새로운 문제를 찾고 해결하는 것이다. 지식의 양보다는 창의적인 생각이 중요하다. 다르게 보는 능력, 지식과 지식을 연결하는 능력에서 새로움이 나온다. 일방적인 강의를 줄이고, 직접 경험을 얻는 프로젝트 학습을 더욱 늘려 나가자. 다른 사람과 함께 소통하고 협력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도 키울 수 있다. 프로젝트 학습은 4차 산업혁명의 새로운 물결에 대응할 대학교육의 종합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많은 방안은 필요하지 않다. 한 가지에 집중하자.
  • 서정희, 자전적 에세이 ‘정희’ 출간 “어둡고 긴 터널 나온 느낌” 소감

    서정희, 자전적 에세이 ‘정희’ 출간 “어둡고 긴 터널 나온 느낌” 소감

    방송인 서정희가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책 ‘정희’를 출간했다. 7일 출판사 북이십일 arte는 전국 오프라인 서점과 온라인 서점을 통해 서정희 에세이집을 7일 출간했다고 언급했다. ‘정희’는 서정희가 자신의 지난 인생에 대한 반성과 앞으로의 희망을 담은 에세이집이다. 지난 1983년 개그맨 서세원과 결혼한 그는 결혼 32년 마닌 지난 2015년 8월 합의 이혼한 바 있다. 그는 “평생 가족을 위해 살았으니 이제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며 살아도 되는 것 아닐까 생각했다”며 “이제 막 어둡고 깊은 터널을 나온 느낌이다. 이제 제 앞에 환한 빛이 보인다. 많이 가슴이 뛴다”고 출판사 측을 통해 출간 소감을 전했다. 다음은 서정희의 책 출간 소감 전문. 안녕하세요, 서정희입니다. 조금 전 <불타는 청춘> 제가 출연한 마지막 방송을 보신 분들도 계시고, 안보신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저는 탁 트인 자연에 나가서 제가 좋아하는 분들과 잊지 못할 좋은 추억을 만들고, 원없이 즐기며 정말 행복했습니다. 지난 32년간 저는 열여덟 어린 나이에 했던 스스로의 선택이 틀린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기를 쓰고 살았습니다. 그래서 ‘살림의 여왕’ 이 되었고, 남편과 아이들을 돌보는 일에서 보람과 행복을 찾고 싶었습니다. 외롭고 힘든 시간을 골방에서 지냈고, 또 한편으로는 최고의 삶을 누려보려고 발버둥 쳤습니다. 그것이 바로 거짓된 삶으로 보여지기도 했을 겁니다. 저의 이런 모습 때문에 많은 분들을 불편하게 해드렸다는 것도, 이제 알았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한없이 부끄럽습니다. 3년 전, 모두가 보는 앞에서 오랜 시간 힘겹게 숨겨 왔던 비밀이 만천하에 드러나 버렸습니다. 정말 비참했습니다. 솔직히 죽고 싶었습니다. 그 사건 이후, 삶을 엉망으로 만든 과거의 저 자신을 미워하고, 저를 이렇게 만든 사람들을 원망하며 분노로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 힘든 시간 동안 저를 다시 살게 해준 건, 소중한 저의 아이들, 저의 엄마였습니다. 저는 다시 일어나야 했습니다. 그들 덕분에 스스로에 대한 미움도, 타인에 대한 원망도 모두 털어버리고 이제 새롭게 시작할 용기를 얻었습니다. ‘평생 가족을 위해 살았으니 이제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며 살아도 되는 것이 아닐까?’ 저는 쉰이 훌쩍 넘어서야 처음으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때 제 마음속에는 ‘글쓰기’ 라는 한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그동안 혼자 집에서 늘 써온 수많은 글과 그림을 모아 떨리는 손으로 출판사에 전화를 했습니다. 부족한 저의 글을 거절하지 않으시고, 고운 책으로 만들어 주신 덕분에 오늘, 이제 한 권의 책으로 여러분에게 소개해 드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책 제목은 <정희>입니다. 쉰다섯, 저는 이제야 비로소 편안하게 숨을 쉽니다. 이제야 진짜 제 인생을 시작하는 기분입니다. 참 많은 것들이 처음입니다. 그래서인지 서툴고 보기에 불편하고 부족한 점도 많을 것 같습니다. 당연합니다. 제가 봐도 불편 하니까요.. 나이에 맞지 않는 저의 모습을 보시고 얼마나 불편 하셨을까요.. 제 딸 동주는 저에게 “엄마는 열여덟 살에 시간이 멈추어 버렸어..” 라고 합니다. 네, 어쩌면 제 삶은 지난 32년 동안 멈춘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힘을 내어 시작 버튼을 다시 누르고 싶습니다. 이제 막 어둡고 깊은 터널을 나온 느낌입니다. 이제 제 앞에 환한 빛이 보입니다. 많이 가슴이 뜁니다. 남은 생은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도 아닌 ‘정희’로 살아내고 싶습니다. 쉰다섯, 비로소 시작하는 진짜 내 인생, 진짜 정희의 인생으로, 진짜 잘 살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진제공=북이십일 arte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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