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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랙홀 실체 최초 관측…한국 연구진도 참여(영상)

    블랙홀 실체 최초 관측…한국 연구진도 참여(영상)

    우리나라 연구진을 포함한 국제 공동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블랙홀 모습을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10일 밤 공개된 블랙홀은 반지 모양의 밝은 노란색 빛 가운데에 검정 원형이 보인다. 이번에 촬영된 블랙홀은 지구에서 5500만 광년 떨어져 있다. 무게는 태양 질량의 65억 배에 달한다. 셰퍼드 도엘레만 블랙홀 관측 프로젝트 단장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블랙홀을 우리가 봤다고 알리게 돼 매우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국제 공동연구팀은 블랙홀 경계를 지나는 빛이 휘어질 때 블랙홀의 윤곽이 드러나는 점에 주목했다. 전 세계 6개 대륙에서 8대의 전파 망원경을 동원해 블랙홀의 전파 신호를 통합 분석한 뒤 역추적하는 방식으로 블랙홀의 모습을 담아냈다.과학계는 천문 역사상 매우 중요한 발견으로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을 증명하는 확실한 증거라고 평가하고 있다. 도엘레만 단장은 “우리는 그전에 하지 못했던 블랙홀 관련 연구에서 완전히 새로운 방식을 찾았다”며 “모든 위대한 발견들처럼 이제 시작” 고 강조했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우리나라 연구진 8명을 포함해 미국 일본 등에서 200명이 넘는 과학자들이 참여했고, 발표 과정은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영상부 seoultv@seoul.co.kr
  • 가장 나다운 글쓰기, 詩는 나다

    가장 나다운 글쓰기, 詩는 나다

    2000년대 중후반, 전위적이고 실험적인 시를 쓰는 ‘미래파’로 분류돼 아예 ‘소설을 쓰자’(민음사·2009)는 제목의 시집을 냈던 시인, 김언(46)이 등단 20년을 넘어 시론집을 냈다. ‘시는 이별에 대해서 말하지 않는다’(난다)이다. 1998년 등단해 6권의 시집을 냈던 시인이 2005년에서 2016년 사이 문학지 등에 기고한 시에 대한 단상을 묶었다. 어느덧 중견인 시인의 시론집은 쉬우면서 어렵다. 외국 학자들의 어려운 이론은 없지만, 책 자체로 한 덩어리의 시이기 때문이다. 문장 사이사이 그 행간을 파악하려면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같은 문장을 반복해서도 읽어야 한다. 대학 세 곳과 사설 아카데미 등에서 시 창작 강의를 하고, 그 틈에 시를 쓰고 시론을 쓰고 시 관련 문학상 심사를 보는 시인. 시가 곧 삶이어서 시론집마저도 시로 승화시킨 시인을 9일 서울 중구 서울신문사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소감이 어떤가. 거의 모든 시인이 시집을 내지만 시론집을 내는 시인은 극소수다. “시론집을 낸다는 게 사실 부담은 된다. 시집을 한두 권 내서는 나오기가 쉽지 않고, 서너 권 이상은 누적이 돼야 한다. 자기 시를 포함해서 타인의 시까지 시 일반에 대해서 얘기할 수 있는 ‘용량’이 좀 돼야 한다고 해야 하나. (시론집을) 쓰는 것도 힘들지만 내는 것도 힘들었다. 출판사에서 그다지 환영하지 않는 책이니까. 시집이 많이 나가는 시절이라야 시론집이 보이지 않게 자양분이 되는 것일 텐데…. 사실 출판사에서도 큰맘 먹고 내는 거다(웃음).” -책 제목이 ‘시는 이별에 대해서 말하지 않는다’이다. 시는 무엇에 ‘대해서’ 말하는 게 아니라 ‘무엇 그 자체’라는 게 책의 논리인데, 무슨 뜻인가. “예를 들어 나 같은 경우는 ‘연기’라는 이미지에 꽂혀 있다. 사는 게 덧없어서(웃음). 처음에는 1차원적으로 연기에 대해서 쓴다. 그게 누적이 되면 내가 대상을 보는 시각 자체가 ‘연기’처럼 된다. 빌딩을 봐도 연기 같은 흐물흐물한 이미지를 뒤집어 쓴 것처럼 보이게 되고, 더 나아가면 문체도 ‘연기’에 가까워진다. 대상에 많은 공력을 들이게 되면 ‘그것 자체’가 되는 것이다. 물론 처음부터 그렇게 되진 않는다. 내가 아무리 ‘연기에 꽂힌다’고 해서 연기인 것은 아니듯이. 상징적인 좌표로서의 허상을 하나 만들어 놓고, 그 좌표를 향해 나아가다 떨어진 ‘실패한 부산물’들이 그 사람의 작품이 된다.” -시인에게 시론이란 어떤 의미인가. 시로는 못다 한 이야기를 푸는, 갑갑증을 해소하는 창구인가. “제일 소박하게는 자기 시의 방향을 잡아가는 논리다. 이런저런 평가에 흔들릴 때 암암리에 좌표를 잡아주는 거다. 지금까지 써 온 것을 시가 아닌 다른 언어로 풀어서 해설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역사’도 된다. 또 타인의 시도 함께 보면서 한국 시, 시 일반에 대한 고민이 되기도 한다. ” -시를 쓰고, 시론을 쓰고, 시 창작 강의도 하고 있다. 시인에게 시란 무엇인가. “‘시=나’다. 시는 자기 기질에 가장 충실해야 하고, 가장 나다운 글쓰기를 찾아가는 방식이 ‘시 쓰기’다. 학생들을 가르칠 때도 자기 기질을 키워주는 쪽으로 많이 주문하는데 의외로 힘이 든다. 좀 서투르고 거칠어도 자기 발성으로 나오면 되는데 한두 줄 써내려 가다가 ‘시가 되느냐 안 되느냐’를 따지다가 자기 목소리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노래방에서 음정, 박자 맞추다 정작 중요한 자기 목소리를 잃는 것과 같다.” -시인은 줄곧 ‘난해한 시를 쓰는’ 미래파로 분류됐다. 책에서도 ‘난해시’라는 딱지에 대한 거부감이 묻어나더라. “그 세대의 시인들이야말로 대체로 ‘자기 기질에 충실해야 한다’, ‘시에서도 시 밖에서도 자유로워야 한다’는 의식이 강했다. 당시는 전통 서정시, 생태시 담론이 힘이 셀 때인데, 뭐든 강하면 갑갑해지기 마련이다. 그 반대 논리로 자연스럽게 나온 게 미래파가 공유했던 정신이다. (미래파는) 이기적으로 시를 썼지만 정작 (시 속에) 사회를 염두에 둔 발언은 많지가 않았다. 결국 2010년대로 접어들며 시와 정치 담론을 연결시켜 고민하는 사유들이 많이 나왔다. 미학적으로 자유로운 것이 정치적인 것과 무관하지 않고, 배운 사람들이 눈치 보지 않고 지껄이다 보니 역설적으로 뚫리게 된 거다. 우리는 일종의 ‘낀 세대’이기도 하고, (나는) 거기서 꽁지발이다(웃음).” ‘난해시’라는, 시인 표현으론 ‘접근 불가’ 판정을 받았던 시인. 20여년이 흘러 이제는 그도 “골치 아픈 시는 안 읽고 안 쓰게 됐다”. 대신 시인은 “강속구 투수가 젊은 시절에 ‘파이어볼’을 던지다 나이가 들어 투구폼이 간결해지며 변화구를 많이 던지는 것처럼 지금껏 쌓아온 경험에 기대서 시를 쓰겠다”고 했다. 시에서의 소통은 ‘애인 만들기’이며, 세상에는 애인보다 애인 아닌 사람이 더 많다던 시인. 애인은 한 명으로 족하듯, 단 한 명의 독자만 있어도 가던 길을 계속 가겠다는 다짐으로 보였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유령 주식’ 매도 삼성증권 직원 1심 집행유예

    자신의 계좌에 잘못 입고된 ‘유령 주식’을 팔아 치워 시장에 큰 혼란을 끼친 삼성증권 전·현직 직원들이 실형을 면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6단독 이주영 판사는 10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삼성증권 전 직원 구모(38)씨와 최모(35)씨에게 각각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며 사회봉사 120시간을 명령했다. 이모씨와 지모씨에게는 징역 1년에 집유 2년을 선고하며 사회봉사 80시간을 명했다. 해고된 이들 4명은 앞서 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겨졌다가 보석으로 풀려났다. 가담 정도가 가벼워 불구속 기소된 4명에 대해서는 벌금 1000만∼2000만원이 선고됐다. 이 판사는 “이번 사건이 주식 시장에 준 충격이 작지 않으며 타인의 자산을 관리하는 것이 본질인 금융업 종사자의 철저한 직업윤리와 도덕성에 대한 신뢰를 근본적으로 배반해 엄중 처벌이 필요하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사건이 회사 전산시스템의 허점과 그로 인한 입력 실수에서 비롯된 점, 평범한 회사원이 자신 명의의 계좌에 거액이 입고되자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고 충동적으로 범행에 이른 점, 이후 사고 처리에 협조하고 실제 이익을 취하지 않은 점,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도 지게 될 예정인 점 등을 양형에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4월 삼성증권은 우리사주에 대해 주당 1000원의 현금을 배당하려다가 실수로 주당 1000주를 배당하는 사고를 일으켰다. 잘못 발행된 유령주식은 28억 1295만주에 달했다. 구씨 등 16명은 유령주식 501만주를 시장에 내다팔았고 이 영향으로 삼성증권 주가는 장중 최대 11.7% 폭락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민심 앞에 약해진 ‘스트롱맨’

    민심 앞에 약해진 ‘스트롱맨’

    보수 약진… 연정 꾸려 총리직 유지할 듯 ‘反이란’ 정세에 기댄 승리… 리더십 타격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5선이 유력하다. 이로써 네타냐후 총리의 재임 기간은 최소 13년을 넘어 이스라엘 사상 최장수 총리로 기록될 전망이나 애초 그 자신에 대한 신임투표 성격으로 진행된 선거에서 가까스로 승리한 것이라 국정 장악력은 다소 약화될 전망이다. ‘21세기 술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도 최근 자신의 정치적 고향 이스탄불 시장 선거 패배에 불복해 재선거를 요구하는 등 체면을 구긴 가운데 양국 ‘스트롱맨’ 권력에 이상이 생긴 신호탄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이스라엘 공영 IBA 방송 등에 따르면 총선 개표가 97% 진행된 10일 오전 11시(현지시간)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집권 리쿠드당이 약 30% 득표율로 35석을, 베니 간츠 전 참모총장이 이끄는 중도정당연합 ‘청백’ 역시 약 30%의 득표율로 35석을 확보했다. 양당은 승부를 내지 못했으나 보수진영이 진보진영을 눌렀다. 리쿠드를 포함한 우파 및 유대교 초정통파 정당이 이스라엘 의회 120석 가운데 65석을 차지한 반면 중도·아랍 정당은 55석을 갖는 데 그쳤다. 이스라엘 법은 총선 결과가 나온 직후 대통령이 연정 구성 가능성이 높은 당수를 총리 후보로 지명하고 연정 구성권을 주게 한다. 따라서 네타냐후가 총리직을 유지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 네타냐후 총리는 경쟁자 간츠 전 참모총장과의 양자 대결에서 이겼지만 민심이 반(反)팔레스타인·반이란 쪽으로 기운 덕에 얻은 승리인 데다 뇌물 수수 등 각종 비위 행위에 대한 재판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온전한 승리라고 주장하기 어렵다. 이번 선거 결과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및 적성국 이란과의 갈등, 시리아 주둔 미군 축소 등 이스라엘을 둘러싼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면서 표심이 오른쪽으로 급격하게 쏠리면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골란고원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을 인정하는 등 선거 막판에 지원한 것도 주효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오전 2시 텔아비브에서 승리 연설을 통해 “나는 모든 이스라엘인, 즉 우파와 좌파, 유대인과 비유대인의 총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선거 유세 과정에서 ‘이스라엘은 유대인들만의 나라’라고 발언해 논란을 일으켰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네타냐후 총리가 총선 과정에서 팔레스타인 자치지역 정착촌 합병, 대이란 공세 등 강경한 입장을 밝혔던 만큼 앞으로 일대 정세는 더욱 급박하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진짜’ 블랙홀에 빠지다… 아인슈타인 상대성이론 완벽 증명

    ‘진짜’ 블랙홀에 빠지다… 아인슈타인 상대성이론 완벽 증명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 발표된 지 104년, 블랙홀의 존재가 예측된 지 103년 만에 드디어 베일 뒤에 숨겨져 있던 블랙홀의 모습이 처음 공개됐다. 이번에 포착된 블랙홀은 지구에서 5500만 광년 떨어져 있는 처녀자리 은하단(團) 중심부에 존재하는 거대은하 M87 중심부에 있는 것으로 무게는 태양 질량의 65억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벤트 호라이즌 망원경’(EHT) 프로젝트 연구진은 전 세계 8개의 전파망원경을 하나로 묶은 가상의 전파망원경을 형성해 초대질량 블랙홀 관측에 성공했다고 10일 밝혔다. 2016년 중력파 검출 발표에 이어 3년이 지난 시점에 블랙홀이 실제로 확인됨에 따라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으로 예측됐던 현상들을 모두 발견하게 된 셈이다. 이 때문에 과학자들은 “일반상대성이론의 궁극적 증명에 이르렀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날 블랙홀 포착 소식은 세계표준시(UT) 기준 10일 오후 1시(한국시간 10일 오후 10시)에 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럽연구이사회, 유럽남방천문대(ESO), 독일 막스플랑크 전파천문연구소 연구진이 나서고 덴마크 린그비, 칠레 산티아고, 중국 상하이, 일본 도쿄, 대만 타이베이, 미국 워싱턴DC의 각국 연구진들을 위성으로 연결해 동시 기자회견을 열고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인류 최초로 블랙홀 모습을 포착한 이번 연구에는 전 세계 200여명의 천문학자가 참여했으며 이 중에는 국내에서 활동하는 연구자 8명과 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인 과학자 2명이 포함됐다. 이번 연구 결과는 천체물리학 분야 국제학술지 ‘천체물리학 저널 레터스’ 4월 10일자 특별판에 6편의 논문으로 게재됐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묘사된 블랙홀을 비롯해 수많은 SF나 TV 과학다큐멘터리 등에서 지금까지 보여 준 블랙홀은 모두 수학적·물리학적으로 계산하고 추정해 그린 ‘상상도’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 ‘진짜’ 블랙홀 모습을 포착해 낸 EHT는 미국 하와이에 있는 SMA, JCMT, 애리조나 SMT, 멕시코 푸에블라 LMT, 스페인 안달루시아 IRAM, 칠레 아타카마 ALMA, APEX, 남극 SPT 등 전 세계 8개의 전파망원경을 연결한 가상의 전파망원경이다. ‘초장거리 간섭계’라고도 불리는 EHT는 전파망원경 8개를 연결해 1.3㎜파 파장대에서 거대한 지구 규모의 가상의 망원경을 만든 것으로 프랑스 파리 카페에서 미국 뉴욕에 있는 신문의 글자를 읽을 수 있을 정도의 해상도를 갖고 있다. EHT는 블랙홀의 외부 경계면인 ‘이벤트 호라이즌’(사건의 지평선)을 관측해 왔으며 관측 데이터들은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와 독일 막스플랑크 전파천문연구소에서 분석됐다. EHT가 5일간 관측해 얻는 데이터는 대략 4페타바이트(PB) 분량으로 MP3 음악이라고 가정할 경우 재생하는 데만 8000년이 걸릴 정도로 방대하다. 이번에 블랙홀 포착에 활용된 데이터는 2017년 4월 5~14일 열흘간 수집된 것이다. 이처럼 엄청난 블랙홀 빅데이터를 분석해 이번에 그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당초 2017년에 첫 사진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남극에 있는 SPT의 데이터 전달 문제 때문에 지연되면서 2년이 늦춰지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빛조차 빠져나갈 수 없어 ‘검은 구멍’이라는 이름을 가진 블랙홀 영상을 찍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블랙홀의 강한 중력은 블랙홀 외곽부인 이벤트 호라이즌 바깥을 지나는 빛도 휘어지게 만든다. 이 때문에 블랙홀 뒤편에 있는 밝은 천체나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는 천체와 물질들이 내뿜는 빛이 왜곡되면서 블랙홀 주위를 휘감게 된다. 이렇게 휘어지고 왜곡된 빛들은 우리가 볼 수 없는 블랙홀을 비춰 블랙홀 윤곽이 드러나게 만든다. 이번 EHT가 찍은 것도 엄격하게 따지면 블랙홀의 모습이라기보다는 블랙홀의 윤곽, 일명 ‘블랙홀의 그림자’이다. 연구팀은 방대한 관측자료를 보정하고 영상화 작업을 거쳐 고리 형태의 구조와 중심부의 어두운 지역인 블랙홀의 그림자를 발견했다. EHT 프로젝트 총괄단장인 미국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센터 셰퍼드 도에레만 박사는 “시공간의 휘어짐, 초고온 가열 물질, 강한 자기장 등 물리적 요소를 포함시킨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관측 자료들이 놀랄 만큼 일치되는 것에 깜짝 놀랐다”며 “불과 한 세기 전까지만 해도 불가능하리라 여겼던 일을 이번에 수많은 과학자들의 협력을 통해 이뤄 냈다”고 말했다. 2016년 중력파 검출 발표 이후 이번 블랙홀 발견 소식은 과학자들은 물론 전 세계인들을 흥분에 휩싸이게 만든 과학사의 역사적 순간으로 기록됐다. 사실 ‘블랙홀’은 사회, 정치, 문화 등 과학 이외의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사람들이 흔히 사용하지만 블랙홀이 정확하게 어떤 형태이며 어떤 물리학적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블랙홀을 간단히 표현하면 표면 중력이 엄청나게 강한 천체이다. 블랙홀의 표면 중력은 너무 커 이를 벗어나기 위한 최소한의 속도인 ‘탈출 속도’ 크기가 광속보다 크다. 탈출 속도가 광속보다 크다는 이야기는 빛도 그 천체 밖으로 빠져나오기 어렵다는 말이다. 그래서 그 천체를 바라보면 어둡게 보이는 것이다. 중력법칙에 근거해 빛이 탈출할 수 없는 별에 대한 언급은 18세기 프랑스 수학자 피에르 시몽 라플라스가 처음 했다. 오늘날 이야기되고 있는 블랙홀은 1915년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하고 이듬해 독일 천문학자 카를 슈바르츠실트가 상대성이론을 바탕으로 처음으로 예견했다. 슈바르츠실트의 예측에 따르면 블랙홀은 밀도와 중력이 무한대여서 모든 물질이 빨려 들어가는 ‘특이점’과 블랙홀 경계면이라고 할 수 있는 이벤트 호라이즌으로 구성돼 있다. 이후 “블랙홀은 생각만큼 까맣지 않다”는 말을 남기며 평생을 블랙홀 연구에 바친 영국의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로저 펜로즈와 함께 ‘특이점 정리’에 대한 증명을 통해 우주 곳곳에 블랙홀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 줬다. EHT 과학이사회 위원장 하이노 팔케 네덜란드 라드바우드대 교수는 “이벤트 호라이즌에서 빛이 블랙홀의 강력한 중력으로 휘어져 만들어진 그림자는 블랙홀이라는 매혹적인 천체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주고 있다”며 “이번 블랙홀 발견이 우주의 생성과 진화에 대해 더 많은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인터스텔라’ 속 블랙홀, 인류에 첫 얼굴 드러내다

    ‘인터스텔라’ 속 블랙홀, 인류에 첫 얼굴 드러내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 발표된지 104년, 블랙홀의 존재가 예측된지 103년만에 드디어 어둠 속에 숨겨져 있던 블랙홀의 모습이 처음 공개됐다. 이번에 포착된 블랙홀은 지구에서 5500만 광년 떨어져 있는 처녀자리 은하단 중심부에 존재하는 거대은하 M87 중심부에 있는 것이다. 무게는 태양질량의 65억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벤트 호라이즌 망원경’(EHT) 프로젝트 연구진은 전 세계 8개의 전파망원경을 하나로 묶은 가상의 전파망원경을 형성해 초대질량 블랙홀 관측에 성공했다고 10일 밝혔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으로 예측된 중력파를 2016년 검출하고 3년이 지난 지금 다시 상대성이론을 바탕으로 그 존재가 예견됐던 블랙홀을 실제로 확인하게 된 것이다. 이날 블랙홀 포착 소식은 세계표준시 기준 오후 1시에 벨기에, 덴마크, 칠레, 중국, 일본, 대만, 미국 7원 생중계로 전 세계에 알려졌다. 인류 최초로 블랙홀 모습을 포착한 이번 연구에는 전 세계 200여명의 천문학자가 참여했으며 국내 연구자도 8명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연구결과는 천체물리학 분야 국제학술지 ‘천체물리학 저널 레터스’ 10일자 특별판에 6편의 논문으로 실렸다. 블랙홀은 빛조차 빠져나갈 수 없는 강한 중력을 갖고 있어서 블랙홀 외곽부인 이벤트 호라이즌(사건지평선)을 지나는 빛도 휘어지게 만든다. 이 때문에 블랙홀 뒤편에 있는 밝은 천체나 블랙홀 주변의 빛이 왜곡되면서 블랙홀 주위를 휘감아 윤곽인 ‘블랙홀의 그림자’를 드러내게 한다. 연구팀은 관측자료의 보정과 영상화 작업을 통해 블랙홀의 그림자를 발견한 것이다. EHT 프로젝트 총괄단장인 미국 하버드-스미소니언 천체물리센터 쉐퍼드 도에레만 박사는 “시공간의 휘어짐, 초고온 가열 물질, 강한 자기장 등 물리적 요소를 포함시킨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관측자료들이 놀랄만큼 일치되는 것에 깜짝 놀랐다”며 “불과 한 세기 전까지만해도 불가능하리라 여겼던 일을 이번에 수많은 과학자들의 협력을 통해 이뤄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관측에 사용된 EHT는 전파망원경 8개를 연결해 1.3㎜파 파장대에서 거대한 지구 규모의 가상의 망원경을 만든 것으로 프랑스 파리 카페에서 미국 뉴욕에 있는 신문의 글자를 읽을 수 있을 정도의 해상도를 갖고 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톡] 사람에게 입은 정신적 상처, 동물이 치유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톡] 사람에게 입은 정신적 상처, 동물이 치유

    PTSD, 우울증, 자폐증, 약물중독에도 동물 치유효과 커 날씨가 포근해지면서 강아지와 함께 산책을 나온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또 길을 가다 보면 강아지나 고양이를 품에 안고 다니는 애견인, 애묘인들도 눈에 많이 들어옵니다. 예전에는 사람이 동물에게 사랑을 주고 귀여워해 준다는 의미로 애완동물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했습니다. 그렇지만 ‘애완동물’이라는 말에는 사람이 일방적으로 사랑을 주거나 거둘 수 있다는 의미가 강하게 느껴져서인지 요즘은 반려동물이라는 용어를 주로 쓰는 것 같습니다. 사랑을 서로 주고받으며 같이 생활하는 동반자로 인정한다는 뜻이겠지요. 그 때문일까요. 요즘은 동물을 심리치료에 활용하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고 합니다. 동물을 매개체로 해서 인지적, 사회적, 정서적 기능을 회복시키는 심리치료법을 ‘동물매개치료’라고 합니다. 살아 있는 동물과 상호작용을 통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우울증, 자폐증은 물론 알코올중독이나 약물중독 같은 중독증상 치료에도 보조적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동물매개치료 역사는 중세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지만 실제 본격화된 것은 1960년대에 들어서면서입니다. 미국 소아정신과 의사인 보리스 레빈슨 박사가 정신과 치료를 위해 진료 대기실에서 기다리던 아이가 대기실에 있던 개와 놀면서 특별한 의학적 치료과정 없이 저절로 정신적 문제가 완치됐다는 사실을 확인한 이후부터라고 합니다. 이처럼 동물매개치료 대상은 주로 심리적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스위스 바젤대 실험심리학과, 스위스 열대·공중보건연구소 소속 실험심리학자와 신경과학자들은 심각한 뇌손상 환자들에게 물리치료, 약물치료와 함께 동물매개치료를 실시할 경우 사회성과 공감력이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치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신체적 회복 속도도 빨라진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기초과학 및 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 9일자에 실렸습니다. 연구팀은 뇌손상 환자 전문병원인 ‘레합 바젤’에 입원해 있는 19명의 중증 뇌손상 환자를 대상으로 기존 치료법과 함께 기니피그, 새끼돼지, 토끼, 양 등 다양한 동물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갖도록 한 뒤 환자의 치료의욕, 기분, 치료 만족도와 치료사들이 관찰한 환자의 태도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환자들은 이전보다 언어적으로나 비언어적으로 의료진과 의사소통을 자주 시도했으며 긍정적인 감정을 많이 표현했다고 합니다. 또 분노나 좌절, 실망, 우울 같은 부정적 감정은 눈에 띄게 줄었다고도 합니다. 연구를 주도한 카린 헤이디거 바젤대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동물매개치료가 환자들이 치료 활동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자극을 주는 것이 확실하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동물매개치료를 기존 신경재활치료와 병행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충고하기도 했습니다. 사람에게 입은 상처는 사람에게서 치유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들 합니다. 그렇지만 세상이 각박해지다 보니 낯선 사람은 무조건 적으로 간주하고 적개심을 갖게 되고 자신도 모르게 타인에게 날을 세워 상처를 주고 덧나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귀엽고 예쁜 동식물들을 사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수 있겠지만 사람이 싫어 동물과 식물에 눈을 돌리도록 만든 세상은 뭔가 단단히 잘못된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edmondy@seoul.co.kr
  • ‘유령주식’ 내다 판 삼성증권 직원들 1심서 집행유예·벌금형

    ‘유령주식’ 내다 판 삼성증권 직원들 1심서 집행유예·벌금형

    잘못 입고된 ‘유령주식’을 내다파는 바람에 시장에 혼란을 끼친 삼성증권 직원들이 1심에서 집행유예 또는 벌금형 등을 선고받으면서 실형을 면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6단독 이주영 판사는 10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배임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삼성증권 직원 구모(38)씨와 최모(35)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모씨와 지모씨 등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정모(30)씨 등 다른 피고인 4명에게는 벌금 1000만~2000만원의 판결이 내려졌다. 법원은 “이 사건은 규모가 크고 시장의 충격이 작지 않았다”면서 “타인의 자산을 관리하는 것이 본질인 금유업 종사자의 철저한 직업윤리와 도덕성에 대한 신뢰를 근본적으로 배반해 엄중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법원은 “사건의 발단이 회사 측의 전산 시스템 허점과 그로 인한 사람의 실수에서 비롯됐고, 피고인이 평범한 회사원으로 자신 명의의 계좌에 거액이 입고되자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고 합리성을 잃어 충동적으로 범행한 점, 이후 사고 처리에 협조하고 실제 이익을 취한 것은 전혀 없는 점 등을 양형에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구씨 등은 2017년 4월 6일 자신의 계조에 잘못 입고된 주식을 시장에 내다 판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삼성증권은 우리사주에 대해 주당 1000원을 배당하려다가 직원의 실수로 주당 1000주를 입력해 배당하는 사고를 일으켰다. 잘못 발행된 주식은 28억 1295만주에 달했다. 이는 삼성증권 정관상 주식 발행 한도를 수십배를 초과하는, 이른바 시장에 존재할 수 없는 ‘유령주식’이었다. 당시 삼성증권 직원 가운데 구씨 등을 포함한 16명은 존재해서는 안될 주식 501만주를 시장에 내다 팔았다. 이 영향으로 삼성증권 주가는 장중 최대 11.7% 폭락했다. 다른 5명은 매도 주문을 냈지만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다. 이날 재판에서 가장 높은 형량을 선고받은 구씨는 당시 14차례에 걸쳐 111만주를 팔았고, 최씨는 2번 만에 144만주를 매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른 피고인들도 각각 1만~63만주를 팔아 자본시장법 위반 행위에 대해 모두 유죄가 선고됐다. 다만 피고인들은 내다 판 주식을 현금화하지 못했다. 주식 매매거래가 체결되면 2거래일 뒤에 결제가 이뤄지고, 3거래일 후에야 인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이득을 취한 것이 없다. 구씨 등은 이미 회사에서 해고됐고, 다른 피고인들도 정직 등 중징계를 받았으며 모두 금융위원회 과징금은 물론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도 지게 될 예정”이라면서 양형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검찰은 이들의 매도 행위로 인해 삼성증권이 존재하지 않는 주식의 매매계약을 이행하기 위해 92억원의 손해를 봤으며, 갑작스러운 주가 폭락으로 인한 일반 투자자들의 손해도 다수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타인 정자로 인공수정한 자녀는 친자일까… 대법, 공개변론

    ‘아내가 혼인 중 임신한 자녀는 남편의 자녀로 추정한다’는 민법의 원칙을 부부가 실제 동거하지 않을 때만 깰 수 있도록 한 판례에 대해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공개변론을 갖고 각계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재형)는 오는 5월 22일 오후 2시 A(63)씨가 두 자녀들을 상대로 낸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 소송 사고심 사건의 공개변론을 연다고 9일 밝혔다. A씨는 제3자의 정자를 사용한 인공수정으로 첫째 아이를, 아내의 혼외관계로 태어난 둘째 아이를 모두 자신의 자녀로 출생신고했다가 2013년 아내와 이혼 소송을 하면서 자녀들이 친자녀가 아니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1·2심에서는 모두 “소송 제기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각하했다. 친생 관계를 부인하는 소송은 가정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원고 적격과 제척 기간이 매우 엄격하게 제한돼 있다. 특히 1983년 대법원은 부부가 실제 동거하지 않는데 아내가 임신하는 등 외관상 명백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친자녀로 보지 않을 수 있다는 판례를 확립했고, 이는 36년간 유지돼 왔다. 그러나 각계에서 해당 판례를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유전자형의 배치(DNA)를 통해 친생자가 아니라는 점을 증명하기가 쉬워졌고, 제3자의 정자를 사용한 인공수정 등 새로운 형태의 임신과 출산이 늘어난 만큼 동거 외의 기준으로도 친생 추정의 원칙을 깰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학계에서는 주로 과학적·객관적으로 증명 가능한 유전자형 배치(혈연설)나 가정의 파탄여부(가정파탄설) 등 다른 기준들로도 친생자를 부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 다양하게 변해 온 가족 관계에서 친생자 확인은 특히 부양이나 상속에 큰 영향을 미치는 데다 새로운 임신과 출산의 형태에 따라 법적·의학적, 윤리적인 문제까지 제기될 수 있어 대법원이 해당 판례를 변경한다면 그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법무부, 보건복지부, 행정안전부, 여성가족부, 한국가정법률사무소, 대한산부인과학회 등 14개 단체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美, 혁명수비대 ‘테러조직’ 지정에 이란도 맞불… 중동 긴장감 고조

    美 “혁명수비대 접촉·지원땐 형사처벌” 이란도 중동 주둔 미군 ‘테러조직’ 지정 최고지도자 “美의 기만 역풍 될 것” 경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대로 8일(현지시간) 이란의 정예 부대인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를 테러조직으로 지정하는 초강수를 뒀다. 미국이 특정 국가의 정규군을 테러 집단으로 낙인찍은 것은 처음으로, 앞으로 혁명수비대와 접촉하는 개인 또는 기업은 미 정부의 제재를 받게 된다.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혁명수비대를 테러조직으로 지정한다고 공식 발표하면서 “전례 없는 이번 조치는 이란이 테러지원국일 뿐만 아니라 혁명수비대가 테러를 조장한다는 현실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혁명수비대와 사업을 하거나 각종 지원을 하면 테러에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 브라이언 훅 미 국무부 이란특별대표는 “혁명수비대와의 접촉을 범죄로 규정해 형사처벌할 수 있다. 미 검찰은 혁명수비대에 물질적 지원을 하는 사람을 기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란 정부는 중동에 주둔한 미군 중부사령부를 테러조직으로 지정하고 미 정권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칭하며 맞불을 놓았다. 이와 관련, 아야톨라 알리 하메니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9일 혁명수비대원과 가족을 불러 “이란을 겨냥한 악의와 기만은 미국에 역풍이 돼 되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혁명수비대를 테러조직으로 지정한 것은 미국의 큰 실수다. 이란은 더 단합하고 혁명수비대는 더 지지받을 것”이라고 연설했다. 혁명수비대는 이란의 일반 군대와는 별개의 정예 부대로 육·해·공군 등 12만 5000명으로 이뤄져 있다. 이란의 국가 안보와 신정일치 체제, 경제력의 군사적 중심축으로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무장정파 하마스를 지원한다. 혁명수비대는 이란 경제 활동의 70% 정도를 통제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막강한 힘을 과시해 이를 테러 조직으로 규정한 것은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 강화 조치로도 볼 수 있다. 이날 결정에 대해 CNN은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은 (혁명수비대를 도발함으로써) 이란의 인접국 이라크에 주둔한 미군과 외교관들의 삶을 더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혁명수비대는 이라크 내 정치인, 기업인들과도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이라크에서 미국의 행동 반경이 좁아질 수 있다. 뉴욕타임스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시에도 혁명수비대를 테러조직으로 지정하는 것을 고려했었지만 득보다 실이 크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타인 정자로 인공수정한 자녀는 친자일까…대법, 공개변론

    ‘아내가 혼인 중 임신한 자녀는 남편의 자녀로 추정한다’는 민법의 원칙을 부부가 실제 동거하지 않을 때만 깰 수 있도록 한 판례에 대해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공개변론을 갖고 각계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재형)는 오는 5월 22일 오후 2시 A(63)씨가 두 자녀들을 상대로 낸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 소송 사고심 사건의 공개변론을 연다고 9일 밝혔다. A씨는 제3자의 정자를 사용한 인공수정으로 첫째 아이를, 아내의 혼외관계로 태어난 둘째 아이를 모두 자신의 자녀로 출생신고했다가 2013년 아내와 이혼 소송을 하면서 자녀들이 친자녀가 아니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1·2심에서는 모두 “소송 제기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각하했다. 친생 관계를 부인하는 소송은 가정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원고 적격과 제척 기간이 매우 엄격하게 제한돼 있다. 특히 1983년 대법원은 부부가 실제 동거하지 않는데 아내가 임신하는 등 외관상 명백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친자녀로 보지 않을 수 있다는 판례를 확립했고, 이는 36년간 유지돼 왔다. 그러나 각계에서 해당 판례를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유전자형의 배치(DNA)를 통해 친생자가 아니라는 점을 증명하기가 쉬워졌고, 제3자의 정자를 사용한 인공수정 등 새로운 형태의 임신과 출산이 늘어난 만큼 동거 외의 기준으로도 친생 추정의 원칙을 깰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학계에서는 주로 과학적·객관적으로 증명 가능한 유전자형 배치(혈연설)나 가정의 파탄여부(가정파탄설) 등 다른 기준들로도 친생자를 부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 다양하게 변해 온 가족 관계에서 친생자 확인은 특히 부양이나 상속에 큰 영향을 미치는 데다 새로운 임신과 출산의 형태에 따라 법적·의학적, 윤리적인 문제까지 제기될 수 있어 대법원이 해당 판례를 변경한다면 그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미래 중동 정세 오늘 결정된다...이스라엘 총선 실시

    미래 중동 정세 오늘 결정된다...이스라엘 총선 실시

    중동 일대에 대립과 갈등의 긴장이 지속될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평화의 싹이 틀 것인지 9일(현지시간) 진행 중인 이스라엘 총선 결과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투표가 한창인 가운데 베냐민 네타냐후 현 이스라엘 총리의 극우 리쿠드당은 베니 간츠 전 참모총장의 중도 성향 정당 연합 ‘청백’과 박빙의 대결을 벌이고 있다. 최신 여론조사 결과 양당은 이스라엘 의회 전체 120석 중에 각각 28석을 나눠가질 것으로 예측된다. 과반 의석을 확보한 정당이 나오지 않으면 대통령은 정당 대표들과 협의를 거쳐 연정 구성 가능성이 높은 당수를 총리 후보로 지명하고 연정 구성권을 준다. 13개 정당이 참여한 이번 선거에서 전체적으로 리쿠드당을 포함한 우파 진영 지지율이 중도 및 아랍계 정당들보다 다소 높은 것은 사실이다. 네타냐후 총리가 5선에 성공하면 이스라엘과 이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과의 관계는 한층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은 유대인만의 국가”라고 말하는 등 아랍계 이스라엘인을 배척했으며, 시리아에 주둔한 레바논 친이란 무장정파 하마스를 공습하는 등 일대에서 마찰을 조장해 왔다. 네타냐후 총리가 선거에서 이긴다고 해도 검찰 기소라는 또 하나의 관문이 남는다. 지난달 말 이스라엘 검찰은 네타냐후 총리를 뇌물수수·배임·사기등 혐의로 재판에 넘기겠다고 공식 발표했었다. 이스라엘 법령에 따르면 현 총리가 물러나려면 항소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아야 한다. 간츠는 “국민은 우파가 위험에 빠진 것이 아니라 네타냐후가 위험에 빠져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그의 부패 의혹을 집중적으로 공격해왔다. 만약 간츠가 막판 판세 뒤집기에 성공하면 중동 정세가 크게 바뀔 것으로 예측된다. 네타냐후 총리가 강경 일변도 정책을 고수하는 반면, 간츠는 상대적으로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에 무게를 싣고 있기 때문이다. 간츠는 요르단강 서안의 유대인 정착촌 확대에 반대하는 등 팔레스타인 문제에 유연한 모습을 보여왔다. 이번 총선의 투표는 이날 오전 7시 개시돼 밤 10시까지 이어진다. 선거가 끝나는 직후 출구조사 결과가 나온다. 한국 시간으로는 10일 오전 4시 이후에 윤곽이 드러난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타인 정자로 인공수정해도 친자녀”…대법 전원합의체, 36년 판례 검토

    “타인 정자로 인공수정해도 친자녀”…대법 전원합의체, 36년 판례 검토

    다른 사람의 정자로 인공수정해 태어난 자녀를 남편의 친자식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판단하기로 했다. 오는 5월 22일 공개변론도 열린다. 대법원은 송모(63)씨가 자녀들을 상대로 낸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소송 상고심 사건을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이 심리하는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고 8일 밝혔다. 주심은 김재형 대법관이 맡았다. 송씨 부부는 송씨의 무정자증으로 아이를 낳을 수 없자 1993년 다른 사람의 정자를 사용한 인공수정으로 첫째 아이를 낳은 뒤 두 사람의 자녀로 출생신고를 했다. 이후 송씨 아내의 혼외관계로 1997년 둘째 아이가 태어났고, 이 아이도 송씨와 아내의 자녀로 출생신고했다. 그러나 2013년 가정불화로 송씨 부부는 협의이혼을 신청하게 됐고, 두 자녀들도 이 때 처음으로 송씨가 자신의 친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송씨는 아내와 양육비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자 2013년 9월 자녀들이 친생자가 아니라며 이에 대한 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냈다. 이후 2015년 10월 부부는 이혼하기로 하고 조정이 성립됐다. 송씨는 인공수정을 한 첫째에 대해 “인공수정을 묵인했을 뿐 동의하지 않았다”고 말했고, 둘째에 대해선 “부부관계를 통해 아내가 자연 임신, 출산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협의이혼 절차를 진행하던 중에야 혼외자임을 알게 됐다”며 두 자녀 모두 친자식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과 2심은 “소송 제기 자체가 부적합하다”며 송씨의 청구를 잇따라 각하했다. 각하는 소송이나 청구가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을 때 해당 사안을 판단하지 않고 재판 절차를 끝내는 결정이다 송씨의 소송이 부적합하다는 판단에는 1983년 확립된 대법원 판례가 주요 근거가 됐다. 민법 844조 1항은 ‘아내가 혼인 중 임신한 자녀는 남편의 자녀로 추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1983년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부부의 한 쪽이 장기간에 걸쳐 해외에 나가 있거나 사실상 이혼으로 부부가 별거하고 있는 경우 등 부인이 남편의 자식을 임신할 수 없는 외관상 명백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친생자 추정의 반증이 가능하다”고 판시했다. 그런데 송씨가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 친생자가 아니라는 점을 확인해 달라고 소송을 낸 만큼 민법에서 규정한 친생자 추정 원칙을 깰 ‘명백한 반증’이 부족하다는 취지다. 1·2심은 우선 첫째 자녀에 대해서는 제3자의 정자를 사용한 인공수정에 동의한 이상 소송 제기 자체가 부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송씨는 “동의한 적 없다”고 주장했지만, 남편의 동의나 협력 없이는 인공수정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아내의 혼외 관계로 태어난 둘째에 대해서도 송씨가 아무리 늦어도 둘째 자녀가 초등학교 5학년 무렵 교통사고를 당했을 당시 병원 검사를 통해 자신의 친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도 그로부터 소송을 낸 2013년까지 오랫동안 친자녀로 출생신고한 데 대해 문제를 삼지 않았고, 아내와도 동거하며 아버지로서 둘째 자녀를 양육하는 생활을 계속해왔던 만큼 양친자 관계가 성립한다고 봤다. 특히 송씨 부부가 이혼할 때 당시 미성년자였던 둘째 자녀에 대한 양육비를 지급하기로 약속한 뒤 한꺼번에 3000여만원을 준 점도 고려됐다. 그러나 이번에 대법원이 관련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한 것은 1983년에 확립된 판례를 좀 더 신중하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시엔 유전자 확인기술이 발달하지 않았고, 사회분위기상 부부가 동거하지 않은 상태에서 임신한 경우에만 친생자 추정 원칙을 부정할 수 있다고 봤지만, 그 때에 비해 친자확인기술 등이 매우 발달해 혼인과 친생자의 관계를 다시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진 이유에서다. 전원합의체는 오는 5월 22일 오후 2시 이 사건에 대한 공개변론을 갖기로 했다. 대법원은 대한변호사협회, 법무부, 보건복지부, 행정안전부, 여성가족부, 한국민사법학회, 한국가족법학회, 한국가족관계학회, 한국헌법학회 등에 참고 의견서 제출을 요청하고 민사법·가족법 전문가, 담당 부처 관계자 등을 참고인으로 불러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美, 이란 혁명수비대 ‘테러조직’ 지정에 이란도 맞불 ‘기름값 오를 일만’

    美, 이란 혁명수비대 ‘테러조직’ 지정에 이란도 맞불 ‘기름값 오를 일만’

    미국이 이란 정예군인 혁명수비대(IRGC)를 외국 테러조직(FTO)으로 지정한다. 이란은 중동에 주둔하는 미군을 테러조직으로 지정하는 맞불을 놓아 두 나라의 긴장이 고조될 전망이다. 리비아 사태와 겹쳐 서부텍사스산 원유(WTI)가 5개월 만에 최고치로 올랐다는 소식이 전해져 우려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성명을 발표해 “IRGC를 외국 테러조직으로 지정하겠다는 행정부의 계획을 공식 발표한다”며 “미국이 다른 정부의 일부를 FTO로 지정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무부가 주도한 전례 없는 조치는 이란이 테러지원국일 뿐만 아니라 IRGC가 테러리즘에 적극 참여하고 재정을 지원하며 국정 운영의 도구로서 테러리즘을 조장한다는 현실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IRGC와 함께 IRGC의 해외 활동 조직인 쿠드스군(Qods Force)도 대상에 포함됐다. 국무부는 미국 이민 및 국적법 제219조를 토대로 이번 조치를 취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브리핑을 통해 “이번 지정은 IRGC가 단순한 테러의 배후 조력자가 아니라 공격 계획과 실행에서 직접적인 참가자라는 것을 명확히 하는 것”이라며 “지정 조치는 일주일 뒤에 발효된다”고 설명했다. AP통신에 따르면 국무장관이 재무장관과 협의해 테러조직 지정을 발표하면 의회는 일주일 동안 검토할 수 있으며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효력이 발생한다. 따라서 이번 조치는 15일부터 발효된다고 AP와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IRGC는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으로 친미 왕정을 축출한 혁명정부의 헌법에 따라 탄생했다. 이란 정규군의 산하 조직으로 안보와 신정일치 체제, 경제력의 군사적 중심축이다.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하시드 알사비)를 지휘해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 참여했고 레바논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무장정파 하마스를 지원한다. 국무부는 1993년 이후 알 카에다와 IS를 비롯해 이들과 연계한 헤즈볼라, 팔레스타인 파벌 등 60여개 집단을 FTO로 지정했다. 다만 국가가 운영하는 군대를 지정한 건 처음이라고 AP는 전했다.이란은 1984년부터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 올랐다. 테러 지원을 이유로 IRGC와 직간접으로 연관된 개인과 회사 등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지만 이번에는 아예 IRGC 전체를 대상으로 했다. 이란 최고지도자의 직속조직 최고국가안보회의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외무부의 요청을 수용해 중동에 주둔하는 미군 중부사령부와 이와 연관된 군사조직을 테러조직으로 지정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중부사령부는 중동에서 미국의 테러 정책을 수행하는 데 책임이 있다”며 “이로 인해 이란의 국가 안보가 위험에 처하고 무고한 민간인이 희생됐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침략적 중동 정책을 강행하는 미국 정권을 ‘테러지원 국가‘로 칭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란 국영방송은 미국의 조치를 국제법에 위배되고 불법적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트위터에 곧바로 “나의 또다른 요구를 받아준 점이 고맙다”며 “이 요구는 우리나라와 지역 내 국가들의 이익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 등 현지 이스라엘 매체들이 전했다. 한편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2.1%(1.32달러) 상승한 64.40달러에 거래를 마쳐 지난해 11월 1일 이후 5개월여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o.kr
  • [월드피플+] 아기 동생 살리려 골수 이식 나선 용감한 6세 소녀

    [월드피플+] 아기 동생 살리려 골수 이식 나선 용감한 6세 소녀

    6살 소녀가 남동생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용감한 결정을 내렸다. 잉글랜드 레스터셔주 바웰 출신으로 세 아이의 엄마인 켈시 스타인스(28)는 배 속에 있던 막내 칼렙이 22주가 되었을 때 심장에 결함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지난해 12월 태어난 칼렙은 역시 심장에 큰 구멍이 있었고 2개여야 할 심장동맥도 1개 밖에 없었다. 생후 2주차에 심장 스텐트 시술을 하고 칼렙을 중환자실로 옮긴 의료진은 아기에게 차도가 없자 추가 검사를 시행했다. 검사 결과 칼렙은 백혈구가 전혀 없어 심각한 감염 위험에 처해있음이 확인됐다. 의사는 칼렙이 너무 약해 수술 후 회복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며 일반적인 감기만으로도 죽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칼렙은 충분한 백혈구가 생성되지 않는 골수부전(Bone marrow failure)이었고 의료진은 심장 수술을 해서는 안 되는 상태였다고 말했다. 칼렙을 살릴 수 유일한 길은 골수이식 뿐이었다. 켈시와 가족들은 칼렙에게 맞는 골수를 찾기 위해 차례로 검사를 받았다. 한살배기 제커리를 제외한 칼렙의 아버지인 리 애쉬비(31)와 첫째아들 타일러(8), 둘째딸 소피아(6)가 그 대상이었다. 그 사이에도 칼렙의 상태는 갈수록 나빠졌고 골수 검사가 끝나기 전에 수혈을 해야만 하는 위급상황이 발생했다. 의료진은 골수가 일치할 가능성이 50% 정도인 칼렙의 부모 골수를 채취하고 수혈에 대비했다.그러나 수혈에 실패하고 부모의 골수가 거부반응을 보일 경우 칼렙은 목숨을 잃을 수 있었다. 칼렙의 수혈이 예정돼 있던 날 나온 검사 결과 다행히 6살 소피아의 골수가 칼렙과 100% 일치했다. 켈시는 “감정이 너무 복잡했다. 소피아도 내 딸인데 어린 아이에게 힘든 골수 채취 과정을 겪게 하고 싶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용감한 소피아는 “동생을 돕고 싶다. 내 뼈를 줘서 동생이 살 수 있다면 그러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지난달 5일 진행된 수술에서 어린 소피아는 전신 마취를 이겨내고 엉덩이에서 골수를 채취했다. 다음날 칼렙은 6살짜리 누나의 골수를 이식받았다. 2주간 무균실에서 소피아의 조혈모세포가 칼렙에게 완전히 들어맞는지 지켜보던 의료진은 칼렙을 일반실로 옮겨 24시간 감시 중이다. 칼렙의 아버지 리는 “칼렙과 아내는 아직 병원에 있다. 8주 더 입원해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켈리는 “칼렙이 골수 이식 후 무균실에 있는 2주 동안은 매초 피가 마르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칼렙에게 골수가 맞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불안하기도 했지만 어린 소피아에게 너무 큰 짐을 지운 것 같아 엄마로서 가슴이 찢어졌다”고 눈시울을 붉혔다.소피아는 이제 집으로 돌아가 칼렙과 함께 갈 가족여행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동생과 골수를 나눠가진 어린 소녀는 수술 후 동생을 안아들고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한참을 바라보았다. 켈시는 “남매는 가장 가까운 사이가 됐다. 서로를 매우 사랑하며 소피아는 칼렙과 함께 있으면 항상 신기한 눈빛으로 동생을 바라본다”면서 소피아가 스스로 놀라운 일을 해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동생의 회복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더 넓은 세상에서 내일을 꿈꾼다” 시흥시 청소년국제교류사업 풍성

    “더 넓은 세상에서 내일을 꿈꾼다” 시흥시 청소년국제교류사업 풍성

    경기 시흥시는 지역 청소년들이 다양한 해외 경험으로 국제적 사고와 안목을 기르고 세계적인 리더로 성장할 수 있게 해마다 풍성한 청소년국제교류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8일 시흥시에 따르면 청소년국제교류사업은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폭넓은 청소년층을 대상으로 진행한다. 이들이 직접 기획하고 참여하는 국내외 국제교류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져 청소년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다. 올해 시는 국제교류 사업특성이 잘 드러나도록 일부 프로그램 명칭을 바꾸고 재정비해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달에 ‘신나는 세계문화 글로벌 놀이터’, 5월에 청소년 모의유엔, 8월에는 하반기 청소년기획연수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청소년들을 기다리고 있다. ●‘시흥에서 세계로… 청소년기획연수단’ 선발 ‘시흥에서 세계로! 청소년기획연수단 사업’은 시흥시 대표 청소년국제교류사업으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78개팀 392명이 20개국 넘게 답사했다. 중3~고3학생 청소년과 성인 인솔자가 스스로 주제를 선정하고 직접 계획한 일정을 실행하는 자기 주도적 해외 교류 프로그램이다. 전문가 사전 교육과 운영 노하우 공유를 통해 연수 파견을 지원한다. 또 선취업 후진학과 학교 밖 청소년 등을 우대 선발해 청소년 참여를 확대하고 있다. 모집은 매년 상·하반기 두차례 진행하며 오는 8~10월 중 8개팀 60여명을 추가 선발한다. ●‘시흥꿈나무 세계속으로… 해외견학체험단’ 테마별 전문가 교육과정을 거쳐 문화·역사 등 다방면 문화를 교류하는 ‘시흥꿈나무 세계속으로! 해외견학체험단 사업’은 초·중·고교생과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2011년 해외답사단 이름으로 시작한 이후 540명 청소년이 호주와 중국·일본·캄보디아·베트남 등을 답사했다. 방학 중 진행되는 답사활동은 사전 준비 기간을 거쳐 본격적인 답사가 이뤄진다. 학생들은 본인이 참여한 테마에 따라 다양한 활동을 펼친다. 현지답사가 끝나면 사후활동을 통해 답사 중 얻은 배움을 공유하고, 성과발표회로 모든 과정을 마무리한다. 매년 2~3월에 참가학생을 모집한다. ●‘시스터스쿨 프로젝트’ 시즌2 해외 학교 학생과 친구가 되는 ‘시스터스쿨 프로젝트’는 청소년들이 단순한 친분 교류를 넘어 깊은 소통과 교감을 할 수 있는 해외학교 결연사업이다. 해외학교와 교류하고 싶지만 방법을 모르거나 네트워크 연계와 재정적 문제로 추진하지 못하는 학교를 지원한다. 해외 학생을 국내로 초청하는 ‘국내초청 교류’와 학교 청소년들이 해외를 방문하는 ‘해외파견 교류’가 해당한다. 특히 재정적 어려움으로 해외 탐방 기회를 얻기 어려운 취약계층 청소년에게도 국제활동 참가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홈스테이나 수업 참관, 문화탐방 등 상호 문화를 이해하고 공감의 폭을 ●외국인 가정으로 초대하는 ‘헬로 시흥스테이’ ‘헬로 시흥스테이’는 시흥시를 방문하는 외국인을 지역 가정으로 초대해 홈스테이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홈스테이를 제공하는 청소년은 외국인과 교류하며 해외 다양한 문화를 접하고 한국과 시흥을 알리는 민간외교관 역할을 한다. 일과 시간, 학교에서 배우는 수업, 각자 나라에서 먹는 음식, 가정생활 등 다양한 화재로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을 돌아보고, 다른 나라 문화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배려심과 이해심을 배운다. 홈스테이에 참여한 가정은 매월 정기 모임으로 서로 경험과 정보를 공유하고, 예절 교육을 통해 외국인 방문단을 맞이한다. 연중 모집하며 상시 운영한다. ●‘글로벌 특강- 멘토와의 만남’ ‘글로벌 특강-멘토와의 만남’은 국제사회를 무대로 활동하는 전문가나 강연자·여행작가 등을 학교로 초청한다. 그들의 생생한 활동 경험을 공유하고 청소년에게 다양한 진로 탐색 기회를 제공한다. 중고교 15개교를 대상으로 매년 1~2월에 모집한다. 지금까지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의 박기태 단장과 아리랑을 알리는 한국문화기획꾼 문현우씨, 요트 해양모험가 김승진씨 등 꿈과 도전, 성공과 실패의 이야기를 가득 품은 멘토들이 강연에 나섰다. 강연자들은 본인의 해외 경험뿐만 아니라 진로를 선택하게 된 과정, 변화한 지금의 모습, 청소년기에 할 수 있는 것 등 실용적이고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의 강연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 청소년의 꿈과 도전을 응원하는 멘토와의 만남은 연중 운영된다. ●‘신나는 세계문화 글로벌 놀이터’ ‘신나는 세계문화 글로벌 놀이터 사업’은 세계 각국에 대한 기본 학습과 문화체험을 결합한 체험교육으로 시흥시 초등학교 전 학년을 대상으로 한다. 오는 24일까지 초등학생 50명을 모집한다. 해외여행을 가지 않고도 국제적 감각을 키우고, 문화 다양성을 경험하는 국내 교류 프로그램이다. 각국 대사관·문화원과 연계해 관련 인사를 초청하고 기관을 방문하는 외부탐방을 시행하고 있다. 다음달 3일부터 7월 5일까지 10차례에 걸친 팀 활동으로 자기 주도적 창의체험을 진행한다. 예술적 시각 확장과 타인에 대한 배려, 협동심을 통한 국제적 인성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2박3일간 총 8회 ‘청소년 모의유엔’ 시는 현재까지 총 2회 ‘청소년 모의유엔’을 개최했다. 청소년 모의유엔 대회는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기구인 UN의 실제 회의와 유사한 모의 회의에 청소년이 직접 참여한다. 청소년들은 2박3일간 총 8회 회의를 진행하면서 토론 능력을 키우고 국제사회 이슈를 배운다. 올해는 중2~고3 청소년 80명을 대상으로 5~6월 중 청소년 모의유엔을 개최할 계획이다. 7월부터 11월까지 사전교육을 거쳐 11월에 본 캠프가 진행된다. 시는 청소년들이 세계적인 리더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적극적인 지원을 이어갈 계획이다. ●‘청소년국제교류 동아리 글로벌 프렌토’ ‘청소년국제교류동아리 글로벌 프렌토’는 국제교류에 관심 있는 청소년이 주도적으로 이끄는 동아리다. 직접 기획한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며 글로벌 시민의식을 키울 수 있는 활동이다. 학생들은 시정행사에 참여하거나 외국인을 만나 한국 문화와 시흥을 소개한다. 또 국제 기관 탐방이나 전문가 초청 강연 수강 등으로 국제 이슈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한다. 특히, 분기별 프로젝트를 직접 기획하고 실행하는 과정을 통해 성취감을 배우고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 글로벌 프렌토는 해마다 1~2월 중 중3~고3 청소년 30명을 모집한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전 남편과 재혼한 여성 망아지라고 쓴 여성, 3년 뒤 UAE서 체포

    전 남편과 재혼한 여성 망아지라고 쓴 여성, 3년 뒤 UAE서 체포

    2016년에 전 남편이 재혼한다는 것을 알게 된 영국 여성 랄레흐 샤흐라베시(55)는 화가 나 페이스북에서 찾아낸 남편과 재혼녀 사진에다 “날 버리고 요 망아지한테 가다니”라고 적었다. 그런데 전 남편이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달 10일 열네살 된 딸과 함께 아랍에미티트(UAE) 두바이 공항에 입국한 그녀를 기다린 것은 경찰이었다. 혐의는 전 남편의 새 부인을 망아지라 불러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었다. 샤흐라베시는 3년 전 영국에서 자신이 했던 일 때문에 이렇게 될줄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영국 외교부는 딸만 둔 이 여성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두바이 구금자들을 돕는 시민단체에 따르면 전 남편과 18년 결혼 생활을 유지했던 그녀는 8개월 동안 UAE에 머무르다 딸과 함께 영국으로 돌아갔을 때 UAE에 머무르고 있던 남편과 이혼했다. 페이스북을 검색하다 전 남편과 새 부인의 사진을 발견했다. 파르시 어로 두 차례 멘트를 적었는데 하나는 “이 바보천치가 땅 속에나 기어들어갔으면 좋겠다. 빌어먹을. 날 버리고 요 망아지한테 가다니”라고 적었다. UAE에서 사이버 범죄는 매우 엄하게 처벌돼 소셜미디어에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하면 징역형이나 막대한 액수의 벌금이 선고된다. 샤흐라베시에게 내려질 수 있는 형량은 2년형에다 벌금 5만 파운드(약 7430만원) 정도. 딸만 혼자 영국으로 돌아갔다. 다행히 현재 보석 석방돼 호텔에서 지내고 있다. 여권을 압수당했기 때문에 딸이 있는 영국으로 출국하지도 못한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박빙 총선 네타냐후 “승리땐 서안 정착촌 영토로 합병시킬 것”

    박빙 총선 네타냐후 “승리땐 서안 정착촌 영토로 합병시킬 것”

    美 등에 업고 ‘보수 표심’ 노려 강경 발언 요르단 서안에 이스라엘인 40만명 거주 팔레스타인 “정착촌은 불법… 제거될 것” 트럼프 골란고원 선언 ‘즉석 결정’에 논란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9일 총선에서 승리하면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요르단강 서안의 이스라엘 정착촌을 공식 영토로 합병하겠다고 밝혔다. 정착촌은 이미 그 존재만으로 국제법상 불법이다. 국제사회의 비난이 불을 보듯 뻔한데도 네타냐후 총리가 이 같은 발언을 한 것은 이스라엘 보수 우파를 결집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노골적인 친(親)이스라엘 행보도 네타냐후 총리의 거침없는 언행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네타냐후 총리는 6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채널12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동예루살렘과 골란고원처럼 요르단강 서안에서도 이스라엘 주권을 확대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그렇다. 정착촌 단지는 물론 소규모 정착촌을 구분하지 않고 이스라엘의 주권을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어떠한 조처와 발표도 사실을 바꾸지 못할 것이다. 정착촌은 불법이고 제거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요르단강 서안은 1967년 이스라엘이 제3차 중동전쟁에서 승리한 후 점령한 곳이다. 제네바 협정은 전쟁으로 점령한 땅에 정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안보, 종교, 역사 등의 이유로 서안 곳곳에 정착촌을 세웠다. 현재 40만여명의 이스라엘인이 이스라엘군의 보호 아래 정착촌에 거주한다. BBC는 이날 네타냐후 총리의 발언을 “팔레스타인에 땅을 내주는 데 반대하는 유권자들을 의식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리쿠드당이 베니 간츠 전 참모총장의 신생 정당 ‘청백’과 접전을 벌일 것으로 예측됨에 따라 네타냐후 총리가 강경한 발언으로 보수 표심을 자극하려 한다는 것이다. 전날 이스라엘 채널13 등은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리쿠드당과 청백은 전체 120석 중에 각각 28석을 확보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향후 연립정부 구성 과정에서 리쿠드당이 유리하다고 내다봤다. 여론 조사 결과 친네타냐후 성향의 우파 및 유대교 정당 등이 총선에서 66석을 확보, 청백과 성향이 비슷한 중도좌파 및 아랍계 정당이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는 54석보다 많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중동을 들쑤셔놓은 골란고원 사태가 짧은 ‘역사수업’ 후에 내린 결정이었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나는 (참모들에게) ‘약간의 역사 지식을 빨리 달라’고 말했다”면서 “(골란에 대한) 신속한 결정을 내렸고, 좋은 결정을 했다”고 자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골란 고원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을 인정한다는 문서에 서명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학벌 과시·스타일 살리려고 과잠 입는다고요?

    학벌 과시·스타일 살리려고 과잠 입는다고요?

    ‘학벌주의 상징’으로 비판받는 ‘과잠’ 어떤 이들은 ‘우리들의 세상’ 느끼고 어떤 이들은 ‘그들만의 세상’ 느낀 탓 일부 학생 “편해서 입는데 지나치다”“명문대 과잠은 ‘간지’(‘스타일이 좋다’는 뜻의 속어) 그 자체죠.” 재수생 김모(20)씨가 내린 ‘과잠’(학과 점퍼)의 정의다. 그는 최근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서울대 과잠 가격 등을 알아봤다.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를 합친 말) 입학이 목표였던 김씨에게 지난해 대입 실패는 아쉬움이 컸는데 서울대 점퍼를 입으면 다시 공부 의지가 생길 것 같다고 했다. 김씨는 “과잠으로 명문대생이 되겠다는 동기부여를 받고 싶기도 했고 (실패의) 고통을 회피하고 싶기도 했다”고 말했다. 봄 캠퍼스의 상징인 과잠은 단순한 야구점퍼 한 벌, 그 이상의 의미다. 누군가에게는 ‘우리’임을 확인시켜 주고 또 그 무리에 속하지 못한 누군가에겐 선망의 대상이 된다. 신입생에게는 설렘이자 자랑거리지만 고학번이 될수록 옷 걱정을 덜어 주는 편한 생활복이다. 최근에는 ‘학잠’(학교점퍼)라는 이름으로 일부 고교에서도 맞춤복을 볼 수 있게 됐다. 요즘 10~20대들에게 과잠의 의미를 물었다.●멀리서 봐도 ‘우리 편’ 구분… 소속감 고취 과잠은 붕어빵처럼 똑같아 보이지만 디테일을 살피면 제각각이다. 제작할 때 정성을 쏟아야 한다는 얘기다. 이 과정이 학생들의 연대감을 높여 준다. 한국외대 재학생인 권재웅(20)씨에게도 과잠은 소속감의 상징이다. 권씨는 “디자인부터 손수 우리 손으로 해서 그런지 더 소속감을 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대다수의 과들은 엠티(MT)를 떠나기 전인 3월 초부터 타 과보다 예쁜 과잠을 맞추기 위해 회의를 시작한다. 학교 상징색부터 검은색, 하얀색, 회색까지 다양한 색을 고르고 학교 마크와 이름 등의 위치를 조정한다. 오른쪽 어깨 부분엔 보통 학번을 새긴다. 과잠이 신입생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신의 나이가 드러난다는 생각에 고학번일수록 학번이 새겨지지 않은 과잠을 선호한다.손목에는 각자의 이름을 한자나 영어로 새기는 게 일반적이다. 규모가 큰 과들은 반에 따라 다른 디자인을 채택한다. 동아리나 친한 친구끼리 따로 맞추기도 하기에 과잠만 두세 벌 가지고 있는 학생도 많다. 고려대 신입생인 황진규(24)씨 역시 “학교 상징색을 사용한 ‘크잠’(크림슨색 과잠)과 무난하게 입고 다니기 좋은 ‘검잠’(검은색 과잠)을 가지고 있다”면서 “색깔은 물론 과잠 두께도 달라서 날씨, 장소 등에 따라 챙겨 입는다”고 설명했다. 제작 단계부터 공을 들이는 과잠은 소속감과 결속력을 탄탄하게 해 준다. 강현욱(21·한국외대 2년)씨 역시 “얼굴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같은 과잠을 입고 있다면 더 쉽게 다가갈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과잠은 대학생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특수목적고나 자율형사립고, 일부 인문계고 등에선 ‘학잠’을 맞춘다. 등에는 학교 이름을 영어로 새기고 손목에는 동아리명을 새긴다. 언뜻 대학생들의 과잠과 다를 바 없다. 불편한 교복 대신 학교 마크가 새겨진 후드티를 제작해 입기도 한다. 고등학생들에게도 다 함께 맞춰 입는 옷은 소속감의 상징이다. 한성과학고 재학생 조준호(17)군은 “과학고 체육대회가 열리는 5월에 학잠과 단체티를 구입하다 보니 소속감이 확실히 느껴진다”며 “학년마다 점퍼 색깔이 달라 학기 초에 선후배 간에 인사를 하는 등 관계를 쌓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학교 자랑하는 건가”… 옷으로 사람 평가 하지만 과잠을 두고 ‘학벌주의의 상징 같은 상품 아니냐’는 비판도 적지 않다. 고된 수험생활을 마친 신입생들에게 과잠은 하나의 성취물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연세대 대나무숲에는 학교 마크가 새겨진 롱패딩을 입고 고향집에 내려갔다가 “(학교) 자랑하려고 저딴 거 입고 다니냐”는 수군거림을 들었다는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그런 얘기를 들으니 추워도 옷을 벗고 들고 다니게 된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고려대 신입생인 김모(19)씨는 “아무래도 과잠은 학교 이름 등을 대문짝만 하게 새겨서 다니는 옷이다 보니 소속되지 않은 타인에게는 좋지 않아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고등학생 때 과잠을 입은 사람들을 보면 ‘학교 자랑하나’ 이런 생각을 해 본 적도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나 역시 애초에 오해의 소지 자체를 만들고 싶지 않아서 학교 근처가 아닌 지역에서는 되도록 입지 않으려 한다”고 덧붙였다. 과잠에 크게 적혀 있는 학교 이름과 마크, 학과는 자연스레 과잠을 입은 사람을 평가하는 잣대가 된다. 충북대 2학년인 신모(20)씨 역시 이러한 시선을 느낀 적이 많다고 털어놨다. 신씨는 “과잠을 입을 때마다 ‘저 사람이 내 과잠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할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며 “아무래도 명문대를 추구하다 보니 과잠에 적힌 대학을 평가하면서 ‘대학을 잘갔네’ 혹은 ‘(시원치 않은 반응으로) 굳이 입고 자랑하려고 그러나’ 이런 생각을 할 것 같다”고 털어놨다. ●“저렴하고 따뜻해 서 입는 것뿐인데” 일부 지방 국립대에서 성적이 좋아야만 갈 수 있는 의대나 수의학과 등의 특정과 학생들은 학교 이름보다도 과 이름을 과잠에 크게 새긴다. 강원 지역의 한 대학에 재학 중인 이모(21)씨는 “타과생들은 과 이름을 더 크게 새기는 학생들을 보면서 ‘수능 한두 개 틀려야 오는 애들인데’ 하며 아예 다른 학교라고 생각한다”며 “나부터도 명문대 과잠 등을 보고 학교나 과 이름을 번역하느라 바빴고 하루 종일 ‘부럽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과잠을 즐기는 학생들은 과잠을 학벌주의 상징이라고 하는 것은 오해라고 강변한다. “편하고 따뜻해 입는 것인데 학교 마크 때문에 욕하는 건 지나치다”는 반응이다. 과잠을 불편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과잠의 장점 때문에 포기할 수 없다고도 했다. 과잠의 새 제품 가격은 3만~5만원대로 저렴한 데다가 편하고 따뜻한 옷이라는 것이다. 과잠과 ‘돕바’(롱패딩 형태의 옷을 뜻하는 속어)를 여행 때도 챙긴다는 대학생들도 많았다. 서울대생 김모(19)씨는 “과잠은 학벌주의의 상징이나 타인을 배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교복과 다를 바 없다. 편리함이나 소속감 때문에 입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등학교 생활복 같은 느낌처럼 주위 사람들도 많이 입고 다니기 때문에 입을 옷이 마땅하지 않을 때 입으면 되는 옷이라 편하다”고 덧붙였다. 한국외대의 권씨 역시 “옷이 많은 편이 아니라 과잠과 돕바를 애용해 여행 갈 때도 과잠을 무조건 챙기고 가을 내내 돕바를 입었다”며 “다른 학교 캠퍼스 빼고는 어디든 우리 학교 과잠을 입고 다닐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 “자부심 그 이상으로 읽힐 수도” 전문가들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소속감의 성질에 주목했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소속감은 특권의식과 타인에 대한 배타성을 동시에 지닌다”며 “20대 초반에는 소속감이 하나의 발달 과제이기 때문에 과잠 문화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동시에 이에 속하지 못한 사람들에겐 박탈감을 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사회에서 평등과 공정이 중요한 가치임을 고려한다면 과잠 말고 다른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방식들을 생각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과잠은 단순히 소속 집단에 대한 자부심 그 이상으로 읽힐 수 있다”면서 “성취하기 어려운 경쟁 사회에서 과잠은 그간 쌓아 온 개인의 성취와 성실함을 보여 주는 수단으로 자리잡았다”고 분석했다. 이어 “과별로 다른 디자인을 채택하는 등 개성의 표현도 놓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며 “이는 과잠을 단순히 체육복 수준이 아닌 본인의 가치를 드러내는 수단으로 여긴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동상이몽2’ 윤상현♥메이비, ‘육아해방’ 강릉 여행 “결혼 결심한 곳”

    ‘동상이몽2’ 윤상현♥메이비, ‘육아해방’ 강릉 여행 “결혼 결심한 곳”

    윤상현♥메이비 부부가 깜짝 데이트를 즐긴다. 8일 방송되는 SBS 예능프로그램 ‘동상이몽 시즌2 - 너는 내 운명’(이하 ‘너는 내 운명’)에서는 윤상현, 메이비 부부의 깜짝 데이트가 공개된다. 지난 3월, 윤상현은 매니저 결혼식 축가를 위해 메이비와 함께 강릉을 찾았다. 하지만 윤상현은 감기에 걸려 연습 내내 불안한 음정을 보였는데, 수백명이 모인 하객 앞에서 음이탈 위기를 맞게 될지, 아니면 성공적으로 축가를 마칠 수 있을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윤상현은 축가를 끝낸 후 집이 아닌 해변으로 향해 메이비를 놀라게 했다. 알고 보니 강릉은 결혼 전 부부의 첫 여행지였고, 윤상현은 육아 때문에 외출하지 못했던 메이비를 위해 몰래 둘만의 여행 계획을 세웠던 것. 특히, 당시 입었던 옷과 갔던 코스 그대로 준비한 윤상현에 메이비는 설렘 가득한 표정을 보였고, 이어진 인터뷰에서 “강릉은 결혼을 굳게 결심하게 된 곳”이라고 밝혀 기대감을 더했다. 또한 밥을 먹은 후 찾아간 노래방에서 윤상현은 메이비에게 유일한 댄스곡인 ‘굿바이 발렌타인’을 요청했고, 메이비는 기억을 더듬으며 안무와 함께 열창해 이날만큼은 엄마 김은지가 아닌 가수 메이비로 돌아간 듯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 모습을 스튜디오에서 지켜보던 윤상현은 ‘굿바이 발렌타인’을 선곡한 이유로 “(아내와) 부부싸움을 하면 저 영상을 보면서 웃고 화를 푼다”고 밝혀 메이비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8일 오후 11시 10분 방송.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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