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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중동 평화안’ “팔레스타인 주권 인정않는다” 포함돼 논란

    美 ‘중동 평화안’ “팔레스타인 주권 인정않는다” 포함돼 논란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올해 상반기 중 발표할 ‘중동 평화안’에 팔레스타인의 국가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미국이 골란고원의 이스라엘 주권을 인정하고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를 국제테러조직으로 지정한 데 이어 또다시 중동 화약고에 기름을 끼얹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워싱턴포스트(WP)는 14일(현지시간)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은 ‘세기의 협상’을 통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분쟁을 해소하고 팔레스타인인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그 주요 내용은 팔레스타인을 완전히 독립된 주권국가로 인정하는 것과 거리가 멀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이자 유대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 주도로 마련된 이번 중동 평화안은 팔레스타인에 경제적 발전 기회를 부여하되, 영토 분쟁 지역에 대한 통제권은 이스라엘에 주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그동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는 요르단강 서안 및 가자지구·동예루살렘 일대에 독립된 팔레스타인 정부를 세워 이스라엘과 공존토록 한다는 이른바 ‘2국가 해법’을 양측의 분쟁 해소 방안으로 제시해왔다. 그러나 이 보도 내용대로라면 미 정부의 중동평화안은 사실상 2국가 해법을 포기하고 현상 유지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치러진 총선에서 5선에 성공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요르단강 서안 점령지 내 이스라엘 정착촌 합병을 공약으로 제시했던 사실과도 맥을 같이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대해 백악관 고위당국자는 “그동안의 (분쟁 해결) 시도가 성과를 내지 못한 만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양측과 역내 국가들의 조언에 따라 공정하고 현실적이며 실현가능한 계획을 수립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WP는 일란 골든버그 신미국안보센터(CNAS) 중동안보국장 등 전문가들이 “이스라엘에 크게 편향된 계획”이라고 비판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공식 선언한 데 이어, 최근엔 시리아와의 분쟁 지역인 골란고원에 대해서도 이스라엘의 주권을 인정하는 등 노골적인 친(親)이스라엘 행보로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아랍권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달콤한 사이언스]“아프냐, 나도 아프다”…사이코패스에게는 없는 ‘이것’ 발견

    [달콤한 사이언스]“아프냐, 나도 아프다”…사이코패스에게는 없는 ‘이것’ 발견

    세월호 5주기를 맞아 개봉한 영화 ‘생일’을 본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단식을 하고 있는 유가족들 앞에서 갖가지 음식을 사들고 가서 먹어댄 사람들이나 여전히 교통사고 운운하면서 유가족들의 아픔을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아프냐, 나도 아프다”라는 문장으로 대변될 수 있는 타인의 감정에 대한 공감능력이 이렇게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뭘까. 최근 과학자들이 타인의 감정과 고통에 공명하는 뇌신경을 발견해 주목받고 있다. 네덜란드 왕립신경과학연구소 소셜브레인실험실, 라이덴대 심리학연구소 인지심리학실험실, 암스테르담대 심리학과 공동연구팀은 타인의 고통을 관찰할 때 스스로 고통을 경험할 때와 똑같은 세포를 활성화시킨다는 것을 규명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 11일자에 실렸다. 뇌과학이 발달하면서 감정에 대한 이해도 깊어지고 있다. 그렇지만 다른 사람이 슬퍼하는 것을 볼 때 함께 슬프고 친구가 손가락을 베는 것을 보면 움찔하는 느낌을 갖는 공감능력은 여전히 미지의 부분이다. 특히 대부분의 정신질환이 감정이입이나 공감 능력이 부족 때문에 나타나거나 질환이 발생할 경우 감정결핍이 결과로 나타나기도 해 이 부분에 대한 이해는 필수적이다. 연구팀은 생쥐를 이용해 공감능력을 처음 실험했다. 연구팀은 생쥐들에게 전기충격이나 날카로운 물질로 찔러 고통을 느끼도록 하면서 다른 생쥐들이 그 장면을 지켜보도록 하면서 쥐의 뇌 움직임과 행동을 관찰했다. 그 결과 쥐들은 공포감을 느끼면 얼어붙는 경우가 많은데 다른 생쥐의 고통스러움을 지켜본 생쥐들이 얼어붙는 모습이 관찰됐다. 가장 늦게 진화한 뇌 부위이자 감정을 관장하는 신피질 영역이 활성화되는 것을 확인했다. 다른 쥐가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보면 신피질 부분의 뉴런이 활발히 움직인다는 것이다.연구팀은 약물을 주입해 신피질의 뉴런 활동을 억제한 뒤 똑같은 실험을 했다. 그러나 약물을 주입받은 생쥐는 타인의 고통을 보면서도 전혀 반응하지 않는 것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자신의 고통을 느끼고 타인의 고통을 볼 때 활성화되는 뉴런을 ‘공감 거울 뉴런’이라고 명명했다. 쥐의 뇌는 피질구조나 뉴런 형태가 인간의 뇌와 매우 유사해 쥐에게서 나타난 부분은 사람에게서도 똑같이 나타날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크리스티앙 케이저스 왕립신경과학연구소 교수는 “이번에 발견한 공감 거울뉴런은 지금까지 해석되지 않았던 불가사의한 정신장애에 대해 어느 정도 설명해줄 뿐만 아니라 우리 진화와 깊이 관계가 있음을 보여준다”라며 “쥐 같은 동물들에게도 공감이라는 근본적 감정이 있는데 사람에게서는 왜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있는지에 대한 추가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이광식의 천문학+] 블랙홀 초간단 정리 - 상상 이상으로 기괴한 블랙홀

    [이광식의 천문학+] 블랙홀 초간단 정리 - 상상 이상으로 기괴한 블랙홀

    이론과 간접 증거로만 존재했던 블랙홀을 인류가 마침내 확인했습니다. 세계 8곳의 전파망원경을 연결하여 만든 지구 크기의 가상 망원경인 ‘사건지평선 망원경’(EHT·Event Horizon Telescope)으로 블랙홀을 포착함으로써 1세기 넘게 추적해온 블랙홀의 실체를 드디어 파악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이로써 1915년 발표된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은 다시 한번 검증에 거뜬히 통과하는 쾌거를 이룩했습니다. 즉, 물체의 질량이 주변 시공간을 휘게 하며, 질량이 클수록 시공간의 곡률은 더욱 큰 곡률을 갖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천문학 최대의 화두인 블랙홀이란 과연 무엇일가요? 초간단 정리해보겠습니다. 상상 속에서 태어난 ‘검은 별’(Dark stars) 블랙홀은 우주에서 가장 기이하고도 환상적인 천체라 할 수 있습니다. 물질밀도가 극도로 높은 나머지 빛마저도 빠져나갈 수 없는 엄청난 중력을 가진 존재입니다. 가까이 접근하는 모든 물체를 가리지 않고 게걸스럽게 집어삼키는 중력의 감옥, 블랙홀. 모든 연령층, 모든 직업군을 아우르면서 블랙홀에 대해 크나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은 대체 무엇 때문일까요? 이 괴이쩍은 존재는 최초로 인간의 상상 속에서 태어났습니다. 1783년, 천문학에 관심이 많던 영국의 지질학자 존 미첼이 밤하늘의 별을 보면서 엉뚱한 생각을 합니다. 뉴턴의 중력 법칙과 빛의 입자설을 결합하여, '별이 극도로 무거우면 중력이 너무나 강한 나머지 빛마저도 탈출할 수 없게 되어 빛나지 않는 검은 별이 될 것이다' 이것이 블랙홀 개념의 첫 씨앗이었습니다. 미첼은 이런 생각을 쓴 편지를 왕립협회로 보냈습니다. '만약 태양과 같은 밀도를 가진 어떤 구체의 반지름이 태양의 500분의 1로 줄어든다면, 무한한 높이에서 그 구체로 낙하하는 물체는 표면에서 빛의 속도보다 빠른 속도를 얻게 될 것이다. 따라서 빛이 다른 물체들과 마찬가지로 관성량에 비례하는 인력을 받게 된다면, 그러한 구체에서 방출되는 모든 빛은 구체의 자체 중력으로 인해 구체로 되돌아가게 될 것이다' 그러나 당시 과학자들은 이론적인 것일 뿐, 그런 별이 실재하지는 않을 거라 생각하고 무시했습니다. 이러한 ‘검은 별’ 개념은 19세기 이전까지도 거의 무시되었는데, 그때가지 빛의 파동설이 우세했기 때문에 질량이 없는 파동인 빛이 중력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블랙홀 등장, 백조자리 X-1 그로부터 130년이 훌쩍 지난 1916년, 아인슈타인이 우주를 기술하는 뉴턴 역학을 대체하여 시간과 공간이 하나로 얽혀 있음을 보인 일반 상대성 이론을 발표한 직후, 검은 별 개념은 새로운 활력을 얻어 재등장했습니다. 일반 상대성 이론은 중력을 구부러진 시공간으로 간주하며, 질량을 가진 천체는 주변 시공간을 휘게 만든다는 이론입니다. 독일의 카를 슈바르츠실트가 아인슈타인의 중력장 방정식을 별에 적용해서 방정식의 해를 구했습니다. 그 결과, 별이 일정한 반지름 이하로 압축되면 빛마저 탈출할 수 없는 강한 중력이 생기게 되고, 그 중심에는 모든 물리법칙이 통하지 않는 특이점이 나타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것을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이라고 부릅니다. 이는 어떤 물체가 블랙홀이 되려면 얼마만한 반지름까지 압축되어야 하는가를 나타내는 반지름 한계치입니다. 이에 대해 아인슈타인은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은 수학적 해석일 뿐, 실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내 연구는 보여준다”면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 뒤 핵물리학이 발전하여 충분한 질량을 지닌 천체가 자체 중력으로 붕괴한다면 블랙홀이 될 수 있다는 예측을 내놓았고, 이 예측은 결국 강력한 망원경으로 무장한 천문학자들에 의해 관측으로 입증되었습니다. 1963년 미국 팔로마산 천문대는 심우주에서 유독 밝게 빛나는 천체를 발견했는데, 그것이 검은 별의 에너지로 형성된 퀘이사임을 확인했습니다. 오로지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던 검은 별이 2세기 만에 마침내 실마리를 드러낸 것입니다. 사실 이전에는 ‘블랙홀’이란 이름조차 없었습니다. 대신 ‘검은 별’, ‘얼어붙은 별’, ‘붕괴한 별’ 등 이상한 이름으로 불려왔죠. ‘블랙홀’이란 용어를 최초로 쓴 사람은 미국 물리학자 존 휠러로, 1967년에야 처음으로 일반에 소개되었으며, 블랙홀의 실체가 발견된 것은 1971년이었습니다. 그 존재가 예측된 지 거의 200년이 지나서야 이름을 얻고 실체가 발견된 셈입니다. 1971년 미 항공우주국(NASA)의 X-선 관측위성 우후루는 블랙홀 후보로 백조자리 X-1을 발견했습니다. 강력한 X-선을 방출하는 이것이 과연 블랙홀인가를 놓고 이론이 분분했는데, 급기야는 과학자들 사이에 내기가 붙었습니다. 1974년 스티븐 호킹과 킵 손 사이에 벌어진 내기에서 호킹은 백조자리 X-1이 블랙홀이 아니라는 데에 걸었고, 킵 손 교수는 그 반대에 걸었습니다. 지는 쪽이 성인잡지 ‘펜트하우스’ 1년 정기 구독권을 주기로 했죠. 1990년 관측자료에서 특이점의 존재가 입증되자 호킹은 내기에 졌음을 인정하고 잡지 구독권을 킵 손에게 보냈는데, 그 일로 킵 손 부인에게 엄청 원성을 샀다고 합니다. 2005년에는 우리은하 중심에서도 블랙홀이 발견되었는데, 최신 관측자료에 의하면 전파원 궁수자리 A*가 태양 질량의 430만 배인 초대질량 블랙홀임이 밝혀졌습니다. 영화 ‘인터스텔라’ 제작에 자문역으로 참여하기도 했던 킵 손은 나중에 블랙홀 존재를 결정적으로 입증한 LIGO(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의 블랙홀 중력파 검출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습니다. 블랙홀 연구에 큰 업적을 남긴 호킹은 노벨상을 받지 못해 안타깝게도 킵 손에게 두 번이나 패배한 형국이 되었습니다.블랙홀 존재, 어떻게 알 수 있나? 블랙홀은 엄청난 질량을 갖고 있지만 덩치는 아주 작습니다. 그만큼 물질밀도가 극도로 높다는 뜻이죠. 예컨대 태양이 블랙홀이 되려면 얼마나 밀도가 높아야 할까요?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의 해 공식으로 구해보면, 70만㎞인 반지름이 3㎞까지 축소되어야 하며, 밀도는 자그마치 1cm^3에 200억 톤의 질량이 됩니다. 각설탕 하나 크기가 그만한 무게가 나간다는 얘기죠. 지구가 블랙홀이 되려면 반지름이 우리 손톱 정도인 0.9cm로 작아져야 합니다. 이처럼 초고밀도의 블랙홀은 중력이 극강이어서 어떤 것도 블랙홀을 탈출할 수가 없습니다. 지구 탈출속도는 초속 11.2㎞이며, 빛의 초속은 30만㎞입니다. 블랙홀의 중력이 너무나 강해 탈출속도가 30만㎞를 넘기 때문에 빛도 여기서 탈출할 수가 없는 거죠. 따라서 우리는 블랙홀을 볼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과학자들은 블랙홀의 존재를 확인할 수가 있습니다. 어떻게? 블랙홀이 주변의 가스와 먼지를 강력히 빨아들일 때 방출하는 X-선 복사로 그 존재를 탐색할 수 있습니다. 우리은하 중심부에 있는 초대질량 블랙홀은 두터운 먼지와 가스로 뒤덮여 있어 X-선 방출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물질이 블랙홀로 빨려들어갈 때 블랙홀의 사건 지평선 입구에서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스쳐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블랙홀이 직접 보이지는 않지만, 물질이 함입될 때 발생하는 강력한 제트 분출은 아주 먼 거리에서도 볼 있습니다. 1958년에 미국 물리학자 데이비드 핀켈스타인이 블랙홀의 ‘사건 지평선’ 개념을 처음으로 선보였습니다. 사건 지평선이란 외부에서는 물질이나 빛이 자유롭게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지만, 내부에서는 블랙홀의 중력에 대한 탈출속도가 빛의 속도보다 커서 원래의 곳으로 되돌아갈 수 없는 경계를 말합니다. 말하자면 블랙홀의 일방통행 구간의 시작점이죠. 어떤 물체가 사건의 지평선을 넘어갈 경우, 그 물체에게는 파멸적 영향이 가해지겠지만, 바깥 관찰자에게는 속도가 점점 느려져 그 경계에 영원히 닿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블랙홀은 특이점과 안팎의 사건 지평선으로 구성됩니다. 특이점이란 블랙홀 중심에 중력의 고유 세기가 무한대로 발산하는 시공간의 영역으로, 여기서는 물리법칙이 성립되지 않습니다. 즉, 사건의 인과적 관계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뜻이죠. 이 특이점을 둘러싸고 있는 것이 안팎의 사건 지평선으로, 바깥 사건 지평선은 물질이 탈출이 가능한 경계이지만, 안쪽의 사건 지평선은 어떤 물질이라도 탈출이 불가능한 경계입니다. 블랙홀, 화이트홀, 웜홀 1964년, 이론 물리학자 존 휠러가 최초로 ‘블랙홀’이라는 단어를 대중에게 선보인 데 이어 1965년에는 러시아의 이론 천체물리학자 이고르 노비코프가 블랙홀의 반대 개념인 ‘화이트홀’이라는 용어를 만들었습니다. 만약 블랙홀이 모든 것을 집어삼킨다면 언젠가 우주공간으로 토해낼 수 있는 구멍도 필요하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 이 화이트홀 가설의 근거입니다. 말하자면, 블랙홀은 입구가 되고 화이트홀은 출구가 되는 셈이죠. 이렇게 블랙홀과 화이트홀을 연결하는 우주 시공간의 구멍을 웜홀(벌레구멍)이라 합니다. 말하자면 두 시공간을 잇는 좁은 통로로, 우주의 지름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웜홀을 지나 성간여행이나 은하 간 여행을 할 때, 훨씬 짧은 시간 안에 우주의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도달할 수 있다는 거죠. 웜홀은 벌레가 사과 표면의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이동할 때 이미 파먹은 구멍으로 가면 더 빨리 간다는 점에 착안하여 이름지어진 거죠. 하지만 화이트홀의 존재가 증명된 바 없으며, 블랙홀의 기조력 때문에 진입하는 모든 물체가 파괴되어서 웜홀을 통한 여행은 수학적으로만 가능할 뿐입니다. 그래서 스티븐 호킹도 웜홀 여행이라면 사양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어쨌든 블랙홀의 현관 안으로 들어갔던 물질이 다른 우주의 시공간으로 다시 나타난다는 아이디어는 그다지 놀랄 만한 것은 아니지만, 여기에서 무수한 공상과학 스토리가 탄생했습니다. ‘닥터 후(Doctor Who)’, ‘스타게이트(Stargate)’, ‘프린지(Fringe)’ 등 끝이 없을 정도죠. 이런 얘기들은 하나같이 등장인물들이 우리 우주와 다른 우주 또는 평행우주를 여행한다는 줄거리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한 우주는 수학적으로 성립되는 가공일 뿐으로, 그 존재에 대한 증거는 아직까지 하나도 밝혀진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어떤 의미에서 시간여행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만약 우리가 엄청난 속도로 여행하거나, 또는 블랙홀 안으로 떨어진다면 외부 관측자의 눈에는 시간의 흐름이 아주 느리게 보일 것입니다. 이것을 중력적 시간지연이라 합니다. 이 효과에 의해 블랙홀로 낙하하는 물체는 사건의 지평선에 가까워질수록 점점 느려지는 것처럼 보이고, 사건의 지평선에 닿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무한대가 됩니다. 즉 사건의 지평선에 닿는 것이 외부에서는 관찰될 수 없습니다. 외부의 고정된 관찰자가 보면 이 물체의 모든 과정은 느려지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물체에서 방출되는 빛도 점점 파장이 길어지고 어두워져서 결국 보이지 않게 됩니다.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빠르게 운동하는 시계의 시간은 느리게 갑니다. 2014년 영화 ‘인터스텔라’는 블랙홀 근처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현상을 보여주었죠. 우주 비행사 쿠퍼(매튜 맥커너히)가 시간여행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때문입니다. 블랙홀의 사건 지평선 안에는 실제로 어떤 것이 있을까란 문제는 여전히 뜨거운 논쟁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블랙홀 내부를 이해하기 위해 끈이론, 양자 중력이론, 고리 양자중력, 거품 양자 등등 현대 물리학의 거의 모든 이론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 [열린세상] 16세 장기 기증자와 윤리/하대청 광주과학기술원 기초교육학부 교수

    [열린세상] 16세 장기 기증자와 윤리/하대청 광주과학기술원 기초교육학부 교수

    얼마 전 아는 의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대학병원에서 장기이식을 오랫동안 해온 그는 내게 미성년 장기기증에 관한 연구 자료가 있는지 대뜸 물었다. 미성년자의 기증을 못 하게 막으려 하는데, 반대측 의사들이 미성년 장기기증자가 문제 있다는 객관적 자료를 내놓으라고 한다는 것이다. 대학에 오기 전 장기이식 관련 현장 연구를 했던 내게 도움을 요청한 것인데, 나도 자료가 없어 미성년 기증자를 만난 경험들을 들려주는 수밖에 없었다. 전화를 끊고 난 뒤 답답함과 무력감이 밀려왔다. 장기가 부족해 이식을 못 한다는 언론 보도가 종종 있지만, 한국은 세계에서 장기이식을 가장 많이 하는 국가 중 하나다. 신장이식은 세계 최고인 스페인보다는 적지만, 많은 편에 속하고, 간이식은 100만명당 약 28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다. 뇌사자의 장기기증률이 낮은데도 이렇게 이식을 많이 할 수 있는 이유는 살아 있는 이들이 많이 기증하기 때문이다. 국내 신장 이식의 2분의1, 간 이식의 3분의2 이상은 살아 있는 이들이 기증한 장기로 하고 있다. 자신의 장기를 기증하는 이들 대부분은 환자의 가족들이다. 신장은 배우자가, 간은 자녀가 가장 많다. 이들은 자신의 신장 하나를 떼거나 혹은 간의 75% 정도를 절개해 아픈 가족에게 기증한다. 살아 있는 이들이 자신의 장기를 기증하는 이 행위는 그 자체로 타인을 위한 희생이지만, 의료윤리적 관점에선 문제가 있다. 목적이 무엇이든 간에 의사가 건강하고 멀쩡한 한 사람을 의도적으로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식 초기와 달리 지금은 의료기술이 발전해 위험이 많이 낮아졌고, 윤리적 우려도 잠잠해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기증자의 위험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기증자가 죽거나 수술 후 건강이 나빠지는 사례는 여전히 있다. 이식수술을 하는 많은 의사는 부인하지만, 일부 의사는 기증자가 수술 이전의 몸으로 완전히 회복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한다. 연구를 위해 내가 만난 기증자들은 대체로 건강했지만, 일부는 고통을 호소했다. 수술 후 나타난 원인 모를 통증 때문에, 소화 장애와 밀려오는 피로감 때문에, 수술 후 힘든 회복 과정을 홀로 겪어야 했던 기억 때문에, 이식받은 가족 일원이 고마움을 잊고 무심코 내뱉는 말들 때문에, 고통이 있어도 가족들에게 터놓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 때문에 이들은 상처 입고 아파했다. 두 달이면 일상으로 복귀 가능하다는 의료진의 말과 달리 회복은 최소 1년여 걸렸고, 어떤 기증자는 아무리 노력해도 회복되지 않는 몸으로 살아가는 법을 터득하려 했다. 하지만 의료진은 기증자의 이 고통을 심리적인 것일 뿐이라고 답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한국에선 세계에서 유일하게 미성년자까지 장기를 기증할 수 있다.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은 만 16세부터 사촌 이내의 친족에게 자신의 장기를 기증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해마다 국내 간이식의 약 8%는 고등학생의 몸에서 장기를 얻고 있다. 경제적으로 의존적이고 삶의 경험이 부족한 미성년자는 강압과 유인에 취약해 보통 법의 보호를 받지만, 장기이식에선 그렇지 않다. 부모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보호 장치가 있지만, 이식받는 이가 부모이기 때문에 유명무실하다. 국가, 언론과 의료계는 부모에게 기증한 미성년자에게 아름다운 효행이라고 칭찬할 뿐 이들의 몸과 삶에는 관심이 없다. 성인들도 감내하기 어려운 기증 전후의 고통을 미성년의 몸과 마음으로 어떻게 겪어 내는지 추적 조사한 적도 없다. 효심이 있는지를 묻고 장기기증으로 증명하라고 말하기 바쁘다. 체계적으로 연구할 책임이 있는 의사들은 오히려 미성년자가 기증 후에 문제 있다는 연구 자료를 가져오라고 한다. 가족을 위해선 그 정도 희생하는 것이 도리 아니냐는 이들에겐 다음 사례를 들려주고 싶다. 고등학생 때 부모에게 기증한 한 기증자는 내게 부모에게 이 정도까지 했으니 이제는 이 가족을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겠다고 말했다. 그에게 그동안 가족은 도대체 어떤 의미였을까? 가족을 먼저 생각하라고 말하기 이전에 그에게 가족이 어떤 존재였을지 먼저 헤아려 주는 것이 진정한 도리가 아닐까.
  • LG전자, 요르단 사해 울트라 마라톤 후원

    LG전자가 지난 12일(현지시간) 요르단 수도 암만에서 열린 ‘LG 사해 울트라 마라톤’을 후원했다. 올해 25회째를 맞이한 이 대회의 수익금 가운데 20%는 요르단 청소년, 시리아 및 팔레스타인 난민, 암 환자 등을 위해 사용된다. LG전자는 2017년 후원 계약을 맺고 3년째 후원 중이다. ‘세상에서 가장 낮은 곳에서 달려라’라는 슬로건에 걸맞게 중동 지역 대표 축제인 사해 울트라 마라톤은 해발 -418m 환경에서 열린다. 50㎞, 21㎞, 10㎞, 2.7㎞ 등 다양한 코스에 올해 6세 어린이부터 70세 노인까지 30개국, 7000여명이 도전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타이거 우즈, 올 가을 세 번째 한국 방문?

    타이거 우즈, 올 가을 세 번째 한국 방문?

    에이전트 스타인버그 “조조 챔피언십 열리는 일본이 첫 방문국 될 것”한국 방문 성사된다면 조조 대회 전후가 될 전망 ·· 2011년 이후 세 번째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리고 있는 제82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대회 다섯 번째, 메이저 통산 15번째 우승을 노리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4·미국)가 올 가을 한국을 찾을 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은 13일 우즈의 에이전트인 마크 스타인버그와 인터뷰를 통해 “현재 아시아 방문 일정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이며 일본이 첫 방문국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ESPN은 “우즈가 아시아에서 열리는 몇 개의 TV 매치 시리즈에 나가는 계획을 추진 중”이라며 “중국, 일본, 한국에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대회가 열리는 기간과도 겹친다”고 전했다. 10월 말 일본에서는 조조 챔피언십이 열리고 한국의 CJ컵, 중국 HSBC 챔피언스 등이 줄줄이 ‘아시아 스윙’ 시리즈로 진행된다. 우즈의 아시아 방문 계획이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 스타인버그는 “우즈가 다른 선수 한 명과 경기를 할 것인지, 아니면 여러 명과 함께 할 것인지 등의 경기 포맷도 정해진 바 없다”며 “다만 일본에서 처음 열리는 PGA 투어 대회를 전후로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그러나 우즈가 한·중·일 3개국에서 열리는 공식대회 출전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아 단지 가능성을 열어둔 정도로 풀이된다. 최근 허리 등 몸 상태가 좋지 않았던 우즈는 특히 가을에 열리는 대회에는 출전한 적이 거의 없다. ESPN은 “예년보다 한 달 정도 이른 8월에 PGA 투어 시즌이 끝나는 올해, 우즈가 예전처럼 가을 대회를 뛰지 않으면 2020년 1월에나 공식 대회에 나가게 된다”며 이 시기에 투어대회 출전에 대한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우즈가 마지막으로 한국을 찾은 것은 2011년 4월로, 당시 그는 주니어 선수들에게 원포인트 레슨을 하고 기자회견, 골프 클리닉 등의 행사에 참여했다. 앞선 2004년 11월에는 처음 한국을 방문, 제주 라온골프장에서 최경주 박세리 등과 이벤트 경기를 했다. 한편 현재 이날 마스터스 2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2개로 4타를 줄여 중간합계 6언더파 138타로 공동 6위로 하루 전보다 5계단 순위를 끌어올린 우즈의 다음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ESPN은 “5월 초 웰스 파고 챔피언십, 5월 중순 PGA 챔피언십, 6월 초 메모리얼 토너먼트, 6월 중순 US오픈 순으로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쇼핑몰 화장실서 20대 남성 주삿바늘 꽂힌 채로 사망

    쇼핑몰 화장실서 20대 남성 주삿바늘 꽂힌 채로 사망

    20대 남성이 몸에 주삿바늘이 꽂힌 채로 사망해 경찰이 수사에 들어갔다. 경기 고양경찰서는 지난 10일 오전 9시쯤 고양시 덕양구의 한 대형 쇼핑몰 1층 남자 화장실에서 A(28)씨가 사망한 상태로 발견됐다고 오늘(12일) 밝혔다. 발견 당시 A씨 몸에는 주삿바늘이 꽂혀 있었으며 바닥에 주사기와 수액 봉지가 떨어져 있었다. 경찰은 현재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시신 부검을 의뢰한 상태다. 수액 봉지와 주사기에 담긴 약물 성분을 분석하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다만 타살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경찰이 쇼핑몰 내 폐쇄회로(CC)TV를 분석한 결과, A씨가 지난 9일 오전 10시 35분쯤 화장실로 들어간 후 타인이 드나든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 A씨는 당일 직장에 출근하지 않고, 오전 11시에 쇼핑몰 내 미용실을 예약해둔 것으로 조사됐다. A씨 가족은 이날 A씨와 연락이 두절되자 경찰에 실종신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의 병원 동료 등을 상대로 자세한 경위를 파악 중이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황하나, 지인 성관계 담긴 영상 유포한 의혹도 제기돼

    황하나, 지인 성관계 담긴 영상 유포한 의혹도 제기돼

    마약 투약 혐의로 검찰에 넘겨진 황하나(31)씨가 과거 불법 영상을 유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한 기초조사에 착수했다고 오늘(12일) 밝혔다. 황씨가 지난 4일 마약을 투약한 혐의로 체포된 직후 한 네티즌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황하나가 타인의 성관계 장면 등이 담긴 영상을 불법 유포했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황씨로 추정되는 인물과 다른 사람이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이 같은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황씨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외에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추가 송치될 전망이다. 경찰은 수사에 착수해 의혹이 제기된 영상물을 토대로 사실관계를 확인할 방침이다. 앞서 황씨는 지난 6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수원지법에 들어서면서 불법 영상을 촬영하고 유포했냐는 취재진 질문에 “절대 없습니다”라고 답한 바 있다. 한편 경기남부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황씨를 오늘 오전 구속 송치했다. 황씨는 지난 2015년 5월에서 6월 사이, 그리고 같은 해 9월 자택 등에서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지난해 4월에는 향정신성 의약품인 클로나제팜 성분이 포함된 약품 2가지를 불법 복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황씨는 자신의 혐의를 일부 인정한 상태다. 이 밖에 황씨가 올해 2월에서 3월 사이에 필로폰을 투약한 정황도 포착됐다. 경찰은 평소 알고 지내던 연예인 A씨와 함께 투약했다는 황씨의 진술을 근거로 A씨에 대해 수사 중이다. 황씨와 A씨가 함께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가 구체적으로 확인될 경우 추가로 송치할 방침이다. 황씨는 남양유업 창업주인 고 홍두영 명예회장의 외손녀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금요일의 서재]글쓰기로 인생을 바꿀 수 있을까

    [금요일의 서재]글쓰기로 인생을 바꿀 수 있을까

    글 쓰는 일은 어렵다. 쓰고 나면 항상 뭔가 부족하다. 활자로 나온 글은 아쉬움이 더 크다. 10년 넘게 글을 썼는데, 글을 쓸 땐 언제나 제자리걸음을 걷는 느낌이 든다. 기자니까 글을 쓴다 하더라도, 업이 아닌 이들이 글을 쓰는 이유는 뭘까. 그리고 어떻게 해야 잘 쓸 수 있을까. 연결고리만 있으면 일단 엮는 ‘금요일의 서재’는 이번 주 글쓰기와 관련한 신간 3권을 묶었다. ‘쓴다 쓴다 쓰는 대로 된다’(비즈니스북스), ‘글쓰기의 태도’(심플라이프), ‘연필로 쓰기’(문학동네)다. ●뭔가 안 풀리면 연필을 들어봐=골치 아픈 문제가 생겼다. 머리를 굴려본다. 그래봤자다. 문제는 그대로고, 머리는 더 아프다. 습관 컨설턴트인 후루카와 다케시는 ‘쓴다 쓴다 쓰는 대로 된다’를 통해 인생을 바꾸는 가장 쉬운 방법으로 글쓰기를 추천한다. 걱정, 불안, 그리고 잡념에 사로잡힌 상태에서 벗어나 눈앞 일에만 집중하는 상태를 만들어야 하는데, 글쓰기가 제격이라는 이야기다. 그렇다고 무작정 쓰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마음이 불안하고 초조할 때 안정시켜주는 쓰기, 나 자신이 싫어지고 자책감에 빠질 때 우울함을 막아주는 쓰기, 자꾸만 일을 미루는 나쁜 버릇을 고치는 쓰기 등 18가지 워크 시트를 제안한다. 글쓰기마저 철저하게 분류하는 방법이 역시나 ‘일본답다’고나 할까. 직장에서, 출퇴근 지하철 안에서, 또는 카페에서도 좋다. 장소를 가리지 않고 가리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19가지 워크시트로 쉽게 글을 쓸 수 있다. 쓰면서 상황을 정리하고 혼란 상태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마음을 되찾아 보자. 매년 1000명이 넘는 개인 컨설팅을 진행하고, 기업과 정부의 강연 요청이 끊이지 않는 인기 강사인 저자의 조언대로 한 번 해봄직 하다. ●글쓰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봐=‘글쓰기의 태도’는 미국의 저명한 창의력 컨설턴트이자 베스트셀러 작가, 심리치료사인 에릭 메이젤이 제안하는 글쓰기 방법론이다. 가끔 아이디어가 번개같이 떠오르지만, 대개 글로 잘 옮기지 못한다. 도대체 왜 그럴까. 이유는 딱 2가지다. 좋지 않은 환경이나 마음 상태 때문에 ‘못 쓰고 있거나’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안 쓰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 역시 무조건 쓰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30년 동안 글쓰기 코치를 한 저자는 자신이 겪은 실제 상담 사례를 들어 평범한 사람이 작가로 거듭나는 과정을 보여준다. 40년 넘게 쓰고 싶다는 욕망을 외면해온 사람부터 어린 시절 부모에게 받은 비난 때문에 실패가 두려워 시작조차 못 하는 사람, 타인의 시선에 너무 집착해 내 글이 아닌 남이 원하는 글만 써온 사람 등의 이야기가 생생하다. 체력이나 주변 환경, 경험, 사유의 폭 등 글을 쓰지 못하는 환경에 관해 조목조목 짚어낸다. 여러 글쓰기 책과 달리 몸의 중요성, 소재로서 경험 만들기, 글감을 발견하는 과정, 사회적 관계와 역할에 대한 조언 등이 담겼다. 자신에게 딱 맞는 글쓰기 공간을 꾸미는 법, 무엇을 쓰고 어떻게 살지 의미 찾기, 나를 드러내는 것과 감추는 것 사이에서 중심 잡기, 사회적 이슈에 참여하기 등도 눈여겨보라. ●김훈이 연필로 눌러 쓴 글 읽어봐=제목에 속지 마시라. 김훈의 ‘연필로 쓰기’는 연필로 글 쓰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여전히 원고지에 연필로 글을 쓰는 저자의 산문을 묶은 에세이집이다. 저자는 1장 도입에서 ‘연필은 밥벌이의 도구’라고 말한다. “글을 쓸 때 연필이 구석기 사내의 주먹도끼, 대장장이의 망치, 뱃사공의 노를 닮기를 바란다”고 호기롭게 예전부터 풍겼던 ‘마초’ 냄새가 첫 장부터 묻어난다. 그러나 책의 산문들은 오히려 세밀함이 돋보인다. 호수공원, 꼰대, 이순신, 비틀스, 냉면, 신의주 등 자신의 일상과 생각을 연필로 진하게 눌러 썼다. 그가 예전에 ‘산문은 노인의 장르다’라고 말한 것처럼, 그의 산문은 노인을 닮았다. 예전에 비해 힘찬 느낌은 다소 떨어지나 사소한 것을 끝까지 붙잡아보려는 안간힘이 느껴진달까. 저자는 집필실 칠판에 ‘必日新(필일신, 날마다 새로워져야 한다)’ 세 글자를 써두고 글을 쓴다. 새로운 언어를 길어 올리려 연필을 쥔다. ‘라면을 끓이며’ 이후 3년 반 만에 나온 그의 글을 좋아하는 팬이라면 책에 손이 갈 만하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현대차, 박항서 감독에게 싼타페 전달… “더 좋은 성적 내세요”

    현대차, 박항서 감독에게 싼타페 전달… “더 좋은 성적 내세요”

    현대자동차가 박항서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에게 베트남에서 생산된 싼타페를 전달했다. 현대차와 베트남 현지 합작 파트너 타인콩(Thanh Cong)그룹은 11일(현지시간) 하노이 타인콩그룹 사옥에서 박 감독, 이영택 현대차 아태권역본부장, 응우엔 안뚜안 타인콩그룹 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싼타페 전달식을 가졌다. 전달된 싼타페는 올해 초부터 현지 합작법인 ‘HTMV(Hyundai ThanhCong Manufacturing Vietnam)’에서 반제품조립(CKD) 방식으로 생산하고 있다. 베트남 시장에서 싼타페는 올해 1분기에만 1185대가 판매됐다. 현재 계약 후 2개월 이상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베트남 국민에게 자부심을 안겨주는 박 감독이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도와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싼타페를 지원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월 현대차는 타인콩그룹과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연간 10만대 판매 체제 구축에 나섰다. 현대차는 지난해 베트남에서 전년 대비 2배가 넘는 5만 5924대를 판매했다. 시장점유율도 19.4%로 2위를 기록했다.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 ‘아름다운 세상’ 추자현 “엄마이기 때문에 강할 수 있다”

    ‘아름다운 세상’ 추자현 “엄마이기 때문에 강할 수 있다”

    배우 추자현이 ‘아름다운 세상’ 촬영 소회와 각오를 전했다. JTBC 금토드라마 ‘아름다운 세상’(극본 김지우, 연출 박찬홍, 제작 MI, 엔케이물산)에서 추락 사고를 당한 아들의 엄마 ‘강인하’역을 맡은 추자현이 “엄마이기 때문에 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5일, 첫방송된 ‘아름다운 세상’은 학교폭력으로 인해 생사의 벼랑 끝에 선 아들과 그 가족들이 진실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추자현이 연기하고 있는 ‘강인하’는 아들 선호(남다름)의 사건 뒤에 감춰진 진실을 찾기 위해 온몸으로 투쟁하는 인물이다. 추자현은 “우리가 주변에서 항상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엄마 역할이라 책임감과 무게감이 더 많이 실린다”며 “엄마이기 때문에 가장 강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서 “저도 남한테 의지하기 보다는 스스로 판단하고 주동적으로 움직이면서 살아가는 부분에서 강인하와 비슷하다”고 추자현과 강인하와의 공통점을 밝혔다. 그녀는 자신이 강인하와 같은 학교 폭력을 당한 학생의 부모라면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서도 밝혔다. 그녀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라며, “어떻게 행동할지 잘 모르겠지만, 인간으로서 갖춰야할 원칙을 지키도록 노력을 하며 살아갈 것이고, 올바르지 않은 선택을 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드라마 ‘아름다운 세상’을 통해 학교 폭력에 놓여진 학생과 부모님들을 보고, 놓치고 있는 건 없는지 피해자의 입장에서 들어주지 않은 건 없는지 다시 한번 되돌아봤으면 좋겠다”고 소망을 전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는 “행복하자”라고 밝혔다. 추자현은 “처음으로 행복하자라는 대사를 들었을 때, 너무 슬펐다”며, “행복하자라는 단어가 주는 먹먹함, 행복하자라는게 인생에 얼마나 중요하고, 그걸 가족에게 말했을때 얼마나 큰 위로와 응원이 되는지. 그 바람으로 힘겹게 내뱉었다”고 밝혔다. 연기 호흡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무진 역할인 박희순 배우를 보고 많은 감동과 위로와 큰 울림이 있었다”며, “9년 만에 함께 하는 작품을 박희순 배우와 함께 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밝혔다. 이어 아들과 딸로 출연하는 남다름과 김환희에 대해서도 “두 배우가 연기를 잘해 함께 호흡할 때 너무 긴장이 된다. 프로다운 배우의 모습을 보여주어서 현장에서 흐뭇하다”고 전했다. ‘아름다운 세상’은 거짓과 은폐, 불신과 폭로, 타인의 고통에 둔감한 이기적인 세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서로의 상처와 아픔을 보듬어가며 ‘아름다운 세상’에 대한 희망을 찾고자 하는 드라마다. ‘부활’, ‘마왕’, ‘상어’, ‘발효가족’, 그리고 ‘기억’을 통해 인간에 대한 성찰과 깊은 울림이 있는 메시지를 담은 드라마로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온 콤비, 박찬홍 감독과 김지우 작가의 작품. 그녀는 관전 포인트가 ’아름다운 세상‘이라는 제목에 있다고 말했다. 추자현은 “분명히 아름다운 세상은 존재하고, 지금 우리는 아름다운 세상에 살고 있지만 그것을 못 느끼고 살아가고 있다”며, “역경이 없는 것이 아니라 역경을 극복해나가는 것이 아름다운 세상이라고 생각하고, 가족, 친구와 손잡고 같이 살아가는 인생이 아름다운 세상이라는 것을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서 추자현은 “강인하는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서, 진실을 알리기 위해서, 진실을 이해하기 위해서 끝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추자현의 진심이 담긴 영상인터뷰는 JTBC 유튜브 채널(https://youtu.be/vq3HaLYNj0k)을 통해 볼 수 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사이언스 브런치] 우주서 1년 산 쌍둥이 동생, 형보다 더 늙었을까

    [사이언스 브런치] 우주서 1년 산 쌍둥이 동생, 형보다 더 늙었을까

    영화 ‘인터스텔라’에서는 우주여행을 다녀온 아빠는 출발했을 때 모습 그대로인데 지구에 남아 있었던 딸은 백발노인이 돼 만나는 장면이 나온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서 나온 ‘쌍둥이 역설’을 영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우주여행을 다녀온 쌍둥이 형제 중 한 명의 신체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미국항공우주국(NASA) 우주생명·물리과학부 주도로 미국 내 23개 의대와 연구기관들이 참여해 최장기간 우주생활을 한 미국 우주인 스콧 켈리와 쌍둥이 형 마크 켈리의 신체 변화를 정밀 분석한 ‘NASA 쌍둥이 프로젝트’ 결과가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 12일자에 실렸다. 스콧은 우주 환경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시험하기 위해 2015년 3월 27일부터 2016년 3월 1일까지 340일 동안 400㎞ 상공에 위치한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머물렀다. NASA가 이처럼 우주인의 유전자를 분석하는 이유는 화상 유인탐사를 비롯해 원거리 행성에 대한 탐사 때 나타날 수 있는 신체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우주 비행 시 사람이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영향은 우주방사선과 미세중력에 노출된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우주에 머물렀던 스콧은 수명과 관련된 텔로미어(흔히 장수유전자로 알려진 DNA 조각)가 약간 길어졌지만 체중과 면역력, 인지능력이 약간 떨어졌으며 망막이 두꺼워지는 등 안구 모양에도 변화가 있었다. 그렇지만 이 같은 변화들은 지구로 돌아오고 6개월 정도가 지나면서 거의 원상복귀됐다. 유전자, 안구 형태, 인지능력은 물론 텔로미어 길이도 90% 가깝게 지구에 머물렀던 형 마크와 비슷하게 되돌아간 것이다. 프랜신 개럿베클만 버지니아대 의대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우주에서 장기간 생활이 건강상 큰 변화를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면서 “우주로 나서기 위한 인류의 작은 발자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김초엽 작가의 과학을 펼치다] 그 살인, 호르몬 탓이라는데… 정말, 정말로?

    [김초엽 작가의 과학을 펼치다] 그 살인, 호르몬 탓이라는데… 정말, 정말로?

    호르몬이 우리의 마음을 조종할 수 있을까. 1924년, 미국 시카고에서 두 명의 대학생이 어린 소년을 잔혹하게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 사건의 변호인은 내분비학 전문가들을 고용하는데, 살인범들이 ‘손상된 뇌와 호르몬’ 때문에 살인을 저질렀다고 주장하기 위해서였다. 1920년대는 호르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폭발하던 시기로 당대 사람들은 호르몬이 모든 질병의 원인이자 치료제라고 믿었다. 판사는 중형을 선고하며 의사들의 증언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호르몬이 인간의 범죄 충동까지 유발할 수 있다는 주장은 수많은 기자들을 재판장으로 불러모았다. 호르몬은 혈액을 타고 흐르며 우리 몸의 기능에 관여하는 화학물질이다. 인간의 기분과 감정, 식욕, 성장, 수면 등 신체 현상에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하지만 불과 100여년 전만 해도 호르몬이라는 개념은 대담하고 무모한 아이디어였다. ‘크레이지 호르몬’은 20세기 초부터 시작된 내분비학의 역사를 짚어 보는 책이다. 의사이자 의학 작가, 저널리스트로 활동해 온 저자는 책에서 호르몬을 둘러싼 과학사의 현장으로 들어간다. 역사의 한 장면을 직접 눈으로 목격하는 듯한 생생한 서술이 흥미롭다. 호르몬에 대한 과학적 이해는 시행착오와 함께 수많은 희생자를 만들며 지금의 수준에 도달했다. 내분비학이 막 주목받기 시작했을 때 호르몬 치료는 충분한 검증 없이 이루어졌다. 회춘을 위해 정관수술을 받거나 테스토스테론 증강을 목적으로 동물 고환을 이식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왜소증 어린이에게 성장호르몬을 투여하다가 오염된 호르몬 탓에 퇴행성 뇌질환인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CJD) 환자들이 생겨났다. 모두 호르몬에 대한 잘못된 기대 때문에 발생한 사건이었다. 저자는 광기 어린 내분비학의 발전 과정을 냉철하게 바라보는 동시에 때로는 무모한 시도들이 인류의 지식을 발전시켜 왔음을 부정하지 않는다. 저자가 조명하는 여성 과학자들의 대활약도 눈여겨 읽어 볼 부분이다. 차별이 만연했던 20세기에 여성 과학자들은 자신의 이름을 숨기고 논문을 내거나 학계에서 거절당하는 등 수많은 고초를 겪었다. 그러나 그들이 없었다면 내분비학의 발전은 훨씬 뒤처졌을 것이다. 특히 ‘측정할 수 없는 것을 측정’하려고 시도했던 로절린 얠로의 방사면역측정법(RIA)은 내분비학을 지식에 근거한 추측에서 정밀과학으로 바꿔 놓았다. 과학의 역사는 어쩔 수 없이 오류와 오판의 역사이지만, 기억돼야 할 잊혀진 이름들을 지금 이 시대에 다시 주목하는 일도 그 오류를 바로잡아 가는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 [2030 세대]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는 진상/김영준 작가

    [2030 세대]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는 진상/김영준 작가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 그중 고객을 일선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다양한 ‘진상고객’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그런데 막상 살펴보면 자신을 진상고객이라 여기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모두가 남을 진상이라 얘기하는데 정작 자기는 정상이라고 모두 주장하는 장면을 보게 된다. 진상은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다. 그렇다면 대체 우리 중 진상은 누구인가?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긴 하다. 직장에 다니는 동료의 한풀이를 듣다 보면 회사엔 이상한 상사와 무능하고 개념 없는 후배만 넘쳐 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정작 자신이 그 이상한 상사이거나 개념 없는 후배일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사람들은 자신이 입은 피해나 손실에 매우 민감하다. 반면 자신의 행동이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별로 고려가 없는 것 같다. 아니, 좀 더 제대로 표현하자면 자신의 행동이 남에게 피해가 될 수도 있을 거란 생각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이 비대칭적인 인식으로 인해 자신은 항상 피해자라 여기고 자신이 하는 행동은 모두 존중받아야 할 행동이라고 여기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서로 타인에게 아무런 의식 없이 피해를 끼친다. 전에 카페에선 이런 일을 보았다. 한 고객이 테이크아웃 잔으로 매장 내에서 음료를 마시고 있는 것을 직원이 보고 ‘일회용컵은 나가서 드셔야 한다’고 하자 ‘곧 나갈 건데 이런 것도 못 봐주냐’고 불쾌함을 드러내는 모습이었다. 아마 그분은 작년 8월 1일부로 매장 내의 일회용품 사용이 금지되어 있고 적발될 시 매장이 책임을 진다는 사실은 몰랐을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해당 카페의 영업에 위험을 안겨주고 있단 사실도 몰랐을 것이다. 그저 그분은 그 요청이 기분 나빴을 뿐이다. 거의 대부분이 이런 식이다. 남에게 의도적으로 피해를 입히는 사람은 드물다. 그저 자신의 입장에선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고 저지른 행동들이 남에게 피해가 될 뿐이다. 하지만 자신은 그럴 의도도 없었고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기에 자신이 남에게 입힌 피해는 용서가 된다. 용서가 되지 않는 건 내가 당한 불쾌함과 피해다. 내가 피해를 입었단 것 자체가 타인의 명백한 의도다. 이러다 보니 다들 자신이 피해를 입었다 주장하는데 반해 가해를 했다고 사과하는 사람은 없는 문제가 생긴다. 모두가 그렇게 나는 언제나 피해자이며 가해자는 언제나 남이라 외친다. 무언가 잘못돼도 정말 잘못됐다. 한 사회의 일원인 이상 타인과 얽히고 살 수밖에 없고 이러면 내 행동이 타인에게 영향이 없을 수가 없다. 가족 간에도 지켜야 할 예의란 게 있지 않은가? 이걸 감안하면 자신이 절대 남에게 피해 끼치지 않고 살 거라는 가정 자체가 매우 비정상적이다. 진상은 남이 아닌 그런 비정상적 가정을 하는 바로 나다. 내 행동은 늘 남에게 폐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실례합니다.”, “죄송하지만” 이 두 마디만 더해져도 서로 피해자가 될 일은 줄어들 것이다.
  • ‘분열의 중동’ 부르는 트럼프·네타냐후 브로맨스

    5선 유력… 갈등 국면 조성해 권력 강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5선이 유력한 가운데 네타냐후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손을 잡고 팔레스타인이나 이란 등에 강경책을 밀어붙여 중동에 격랑을 일으킬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네타냐후 총리는 10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에어포스원(미국 대통령 전용기)에서 나에게 선거 승리를 축하하는 전화를 했다”면서 “양국 정상이 앞으로 긴밀한 협력을 계속한다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비비(네타냐후 총리의 애칭)가 이겼기 때문에 우리는 평화라는 측면에서 좋은 행동을 보게 될 것”이라면서 “모두들 ‘중동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평화롭게 지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었다. 그러나 비비가 이겼기 때문에 좋은 기회가 생겼다”고 말했다. 미국 언론들은 두 정상의 브로맨스가 앞으로 중동에 평화가 아닌 분쟁을 부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네타냐후 총리는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장악하려는 새로운 행동에 나설 것”이라면서 “그는 선거 유세 때 서안지구 정착촌을 합병하겠다고 공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뒤를 봐줄 것이라는 확신이 없었다면 감히 하지 못했을 약속”이라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비비의 전략은 이스라엘의 아랍인들을 ‘악마화’하는 것이었다”면서 “그는 공포와 분열을 만들고 그것을 기반으로 (선거에서) 이겼다. 승리를 위해서는 어떤 가치나 규범도 기꺼이 희생할 것”이라며 집권 이후에도 갈등 국면을 조성해 권력을 강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아하! 우주] 유레카! 블랙홀 마침내 사진으로 잡혔다!

    [아하! 우주] 유레카! 블랙홀 마침내 사진으로 잡혔다!

    블랙홀이 어둠 속에서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존재가 예견된 지 1세기가 넘도록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던 우주의 괴물 블랙홀이 역사상 최초로 인류의 시야에 잡혔다. 극한의 중력으로 빛마저 탈출할 수 없는 시공의 구멍은 이로써 그 기괴한 정체를 서서히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볼 수 없다고 생각하던 것을 보았다”고 미국 하버드 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 센터의 셰퍼드 도엘레만 박사가 10일(현지시간) 워싱턴 DC의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말했다. 도엘레만 박사는 역사적인 블랙홀 촬영에 성공한 사건지평선망원경(EHT·Event Horizon Telescope)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있다. 이날 공개된 4개의 이미지는 M87 타원은하 중심에 숨어 있는 블랙홀의 윤곽을 잡아낸 것이다. 이어 “그 이미지는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충격적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후속 연구에서 더욱더 놀라운 결과들이 도출될 것이란 점”이라고 덧붙였다. 이번에 최초로 이미지를 잡아낸 블랙홀은 지구에서 5500만 광년 거리에 있는 처녀자리 은하단에 속한 M87이란 타원은하의 초대질량 블랙홀로, 태양 질량의 65억 배, 지름은 160억㎞에 달한다. EHT 프로젝트는 약 20년 동안 200여 명의 넘는 다국적 과학자들이 참여한 컨소시엄으로, 지난 수년간 미국 국립과학재단 및 전 세계의 많은 기관들로부터 기금을 지원받아왔다. 이 프로젝트의 이름, 사건지평선이란 블랙홀의 유명한 경계선을 일컫는 것이다. 이 선 안으로 떨어지면 블랙홀의 극한 중력에 붙잡혀 빛마저 빠져나올 수 없다는 반환 불가의 경계선이다. 이것에 사건 지평선이란 멋진 이름을 붙인 사람은 미국 물리학자 존 휠러로 알려져 있다. 사실 초기에는 ‘블랙홀’이란 이름조차 없었으며, 대신 ‘검은 별’, ‘얼어붙은 별’, ‘붕괴한 별’ 등 이상한 이름으로 불려왔다. '블랙홀'이란 용어를 최초로 쓴 사람 역시 존 휠러로, 1967년에야 처음으로 일반에 소개되었으며, 블랙홀의 실체가 발견된 것은 1971년이었다. ​ ​어쨌든 빛마저도 탈출할 수 없는 블랙홀은 우리가 눈으로 볼 수도 없고 내부를 촬영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래서 EHT는 블랙홀의 어두운 실루엣을 추적하여 사건 수평선을 이미지화한다. 연구진은 EHT로 블랙홀의 그림자를 먼저 관찰하고,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원본 데이터를 최종 영상으로 변환했다. 이후 독일 막스플랑크 전파천문학연구소 등에 위치한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EHT의 원본 데이터를 역추적했다. 그 결과 연구진은 M87 블랙홀의 그림자가 약 400억㎞이며, 블랙홀의 크기(지름)는 그림자에 비해 약 40% 정도인 것으로 측정했다. 애리조나 대학의 천문학 부교수로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댄 마로네는 스페이스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잃어버린 광자(빛)를 찾아냈다"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는 그 동안 두 개의 블랙홀, 즉 태양 질량의 약 65억 배인 M87 거대 블랙홀과 궁수자리 A*로 알려진 우리은하의 중심 블랙홀을 면밀히 조사했다. 우리은하 블랙홀 역시 ​​거대 질량이지만 M87의 블랙홀과 비교하면 간난아기에 불과한 430 만 배 태양 질량에 지나지 않는다. 이 두 대상은 모두 지구로부터의 엄청난 거리에 있다. 궁수자리 A*는 우리로부터 약 26,000광년 떨어져 있으며, M87은 5350만 광년 떨어져 있다. 궁수자리 A*의 사건지평선은 "너무나 작아 우리가 보기에는 달 표면에 놓인 오렌지를 보는 거나 뉴욕시에서 로스앤젤레스 가판대의 신문을 읽는 거나 비슷하다" 도엘레만은 비유한다. 따라서 지구상에 있는 어떤 망원경으로도 관측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여기서 지구 크기의 망원경 제작이라는 아이디어가 나타났다. EHT 연구진은 미국 애리조나, 스페인, 멕시코, 남극 대륙 등 세계 곳곳의 8개 전파망원경을 연결, 지구 규모의 가상 망원경을 구성해 2017년 4월 총 9일간 M87을 관측, 이런 성과를 냈다. 그렇다면 이 같은 최초의 블랙홀 이미지가 지닌 의미는 무엇일가? EHT 팀원들과 외부 과학자들은 이번 결과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을 궁극적으로 증명하는 것으로, 과학사에 한 획을 그은 사건이라는 데 의견 일치를 보고 있다. 마로네 박사는 1968년 12월 아폴로 8호 우주 비행사 빌 앤더스가 찍은 유명한 사진 '지구 해돋이'가 인류에게 우주 속에 떠 있는 연약한 지구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환경운동에 박차를 가한 사례를 인용하면서, 블랙홀 이미지는 우주에서 우리 자신과 우리의 위치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을 바꿀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 ‘세계 최대’ 중국 전파망원경은 왜 블랙홀 사진 못 찍었나

    ‘세계 최대’ 중국 전파망원경은 왜 블랙홀 사진 못 찍었나

    인류 최초의 블랙홀 사진에 전 세계가 떠들썩한 가운데 중국도 자금 지원, 데이터 분석 등에 기여했다고 나서고 있지만 정작 ‘세계 최대’라고 선전한 구이저우의 전파망원경은 블랙홀 사진 촬영에 참여하지 못했다.이번 블랙홀 사진은 전 세계 6개 대륙에서 8대의 전파 망원경을 동원해 블랙홀의 전파 신호를 통합 분석한 뒤 역추적하는 방식으로 처음 담아낼 수 있었다. 중국 글로벌타임스는 11일 스페인과 하와이에서 이뤄진 관측 작업에 중국 과학자들이 참여했으며 데이터 분석과 블랙홀에 대한 이론적 설명에 중국 연구진들이 기여했다고 보도했다. 중국과학원 상하이 천문대가 블랙홀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과학자들을 조직하고 공동 관측 및 연구를 조율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증명하는 블랙홀 촬영에 성공한 세계 전파망원경 공동 프로젝트는 앞으로도 성과를 꾸준히 낼 계획이다. 하지만 중국이 그동안 ‘세계 최대’라고 주장했던 구이저우 전파 망원경은 정작 블랙홀 촬영에 참여하는 데 실패했다. 블랙홀 촬영에 참여한 전파망원경은 하와이,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멕시코, 칠레, 남극, 그린란드, 스페인, 프랑스 등에 있는 8대다. 중국 구이저우성의 지름 500m 전파망원경은 밀리미터 단위의 전파를 추적해야 하는 블랙홀 프로젝트에 참여 자체가 아예 불가능했다. 블랙홀은 빛조차 빠져나올 수 없는 강한 중력을 갖고 있어 촬영이 매우 어려운데 구이저우의 전파망원경은 센티미터 단위의 전파 측정만 가능하기 때문이다.‘톈옌’(天眼·하늘의 눈)이라고 불리는 중국 전파망원경은 펄서(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주기적으로 빠른 전파나 방사선을 방출하는 천체)에서 내보내는 전파는 측정할 수 있지만 블랙홀이 보내는 신호는 거의 추적 불가능하다. 중국 과학자들은 2006년부터 시작된 블랙홀 프로젝트에 200여명의 해외 과학자들과 함께 참여했다. 베이징대 우쉐빙 교수는 “데이터 처리에 걸리는 시간이 너무 어마어마해서 한 국가의 참여만으로 블랙홀 이미지를 완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관측에는 단지 몇 시간밖에 안 걸리지만 조각난 이미지들을 모으는데만 일 년 가까이 걸렸다고 덧붙였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블랙홀 실체 최초 관측…한국 연구진도 참여(영상)

    블랙홀 실체 최초 관측…한국 연구진도 참여(영상)

    우리나라 연구진을 포함한 국제 공동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블랙홀 모습을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10일 밤 공개된 블랙홀은 반지 모양의 밝은 노란색 빛 가운데에 검정 원형이 보인다. 이번에 촬영된 블랙홀은 지구에서 5500만 광년 떨어져 있다. 무게는 태양 질량의 65억 배에 달한다. 셰퍼드 도엘레만 블랙홀 관측 프로젝트 단장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블랙홀을 우리가 봤다고 알리게 돼 매우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국제 공동연구팀은 블랙홀 경계를 지나는 빛이 휘어질 때 블랙홀의 윤곽이 드러나는 점에 주목했다. 전 세계 6개 대륙에서 8대의 전파 망원경을 동원해 블랙홀의 전파 신호를 통합 분석한 뒤 역추적하는 방식으로 블랙홀의 모습을 담아냈다.과학계는 천문 역사상 매우 중요한 발견으로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을 증명하는 확실한 증거라고 평가하고 있다. 도엘레만 단장은 “우리는 그전에 하지 못했던 블랙홀 관련 연구에서 완전히 새로운 방식을 찾았다”며 “모든 위대한 발견들처럼 이제 시작” 고 강조했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우리나라 연구진 8명을 포함해 미국 일본 등에서 200명이 넘는 과학자들이 참여했고, 발표 과정은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영상부 seoultv@seoul.co.kr
  • 가장 나다운 글쓰기, 詩는 나다

    가장 나다운 글쓰기, 詩는 나다

    2000년대 중후반, 전위적이고 실험적인 시를 쓰는 ‘미래파’로 분류돼 아예 ‘소설을 쓰자’(민음사·2009)는 제목의 시집을 냈던 시인, 김언(46)이 등단 20년을 넘어 시론집을 냈다. ‘시는 이별에 대해서 말하지 않는다’(난다)이다. 1998년 등단해 6권의 시집을 냈던 시인이 2005년에서 2016년 사이 문학지 등에 기고한 시에 대한 단상을 묶었다. 어느덧 중견인 시인의 시론집은 쉬우면서 어렵다. 외국 학자들의 어려운 이론은 없지만, 책 자체로 한 덩어리의 시이기 때문이다. 문장 사이사이 그 행간을 파악하려면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같은 문장을 반복해서도 읽어야 한다. 대학 세 곳과 사설 아카데미 등에서 시 창작 강의를 하고, 그 틈에 시를 쓰고 시론을 쓰고 시 관련 문학상 심사를 보는 시인. 시가 곧 삶이어서 시론집마저도 시로 승화시킨 시인을 9일 서울 중구 서울신문사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소감이 어떤가. 거의 모든 시인이 시집을 내지만 시론집을 내는 시인은 극소수다. “시론집을 낸다는 게 사실 부담은 된다. 시집을 한두 권 내서는 나오기가 쉽지 않고, 서너 권 이상은 누적이 돼야 한다. 자기 시를 포함해서 타인의 시까지 시 일반에 대해서 얘기할 수 있는 ‘용량’이 좀 돼야 한다고 해야 하나. (시론집을) 쓰는 것도 힘들지만 내는 것도 힘들었다. 출판사에서 그다지 환영하지 않는 책이니까. 시집이 많이 나가는 시절이라야 시론집이 보이지 않게 자양분이 되는 것일 텐데…. 사실 출판사에서도 큰맘 먹고 내는 거다(웃음).” -책 제목이 ‘시는 이별에 대해서 말하지 않는다’이다. 시는 무엇에 ‘대해서’ 말하는 게 아니라 ‘무엇 그 자체’라는 게 책의 논리인데, 무슨 뜻인가. “예를 들어 나 같은 경우는 ‘연기’라는 이미지에 꽂혀 있다. 사는 게 덧없어서(웃음). 처음에는 1차원적으로 연기에 대해서 쓴다. 그게 누적이 되면 내가 대상을 보는 시각 자체가 ‘연기’처럼 된다. 빌딩을 봐도 연기 같은 흐물흐물한 이미지를 뒤집어 쓴 것처럼 보이게 되고, 더 나아가면 문체도 ‘연기’에 가까워진다. 대상에 많은 공력을 들이게 되면 ‘그것 자체’가 되는 것이다. 물론 처음부터 그렇게 되진 않는다. 내가 아무리 ‘연기에 꽂힌다’고 해서 연기인 것은 아니듯이. 상징적인 좌표로서의 허상을 하나 만들어 놓고, 그 좌표를 향해 나아가다 떨어진 ‘실패한 부산물’들이 그 사람의 작품이 된다.” -시인에게 시론이란 어떤 의미인가. 시로는 못다 한 이야기를 푸는, 갑갑증을 해소하는 창구인가. “제일 소박하게는 자기 시의 방향을 잡아가는 논리다. 이런저런 평가에 흔들릴 때 암암리에 좌표를 잡아주는 거다. 지금까지 써 온 것을 시가 아닌 다른 언어로 풀어서 해설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역사’도 된다. 또 타인의 시도 함께 보면서 한국 시, 시 일반에 대한 고민이 되기도 한다. ” -시를 쓰고, 시론을 쓰고, 시 창작 강의도 하고 있다. 시인에게 시란 무엇인가. “‘시=나’다. 시는 자기 기질에 가장 충실해야 하고, 가장 나다운 글쓰기를 찾아가는 방식이 ‘시 쓰기’다. 학생들을 가르칠 때도 자기 기질을 키워주는 쪽으로 많이 주문하는데 의외로 힘이 든다. 좀 서투르고 거칠어도 자기 발성으로 나오면 되는데 한두 줄 써내려 가다가 ‘시가 되느냐 안 되느냐’를 따지다가 자기 목소리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노래방에서 음정, 박자 맞추다 정작 중요한 자기 목소리를 잃는 것과 같다.” -시인은 줄곧 ‘난해한 시를 쓰는’ 미래파로 분류됐다. 책에서도 ‘난해시’라는 딱지에 대한 거부감이 묻어나더라. “그 세대의 시인들이야말로 대체로 ‘자기 기질에 충실해야 한다’, ‘시에서도 시 밖에서도 자유로워야 한다’는 의식이 강했다. 당시는 전통 서정시, 생태시 담론이 힘이 셀 때인데, 뭐든 강하면 갑갑해지기 마련이다. 그 반대 논리로 자연스럽게 나온 게 미래파가 공유했던 정신이다. (미래파는) 이기적으로 시를 썼지만 정작 (시 속에) 사회를 염두에 둔 발언은 많지가 않았다. 결국 2010년대로 접어들며 시와 정치 담론을 연결시켜 고민하는 사유들이 많이 나왔다. 미학적으로 자유로운 것이 정치적인 것과 무관하지 않고, 배운 사람들이 눈치 보지 않고 지껄이다 보니 역설적으로 뚫리게 된 거다. 우리는 일종의 ‘낀 세대’이기도 하고, (나는) 거기서 꽁지발이다(웃음).” ‘난해시’라는, 시인 표현으론 ‘접근 불가’ 판정을 받았던 시인. 20여년이 흘러 이제는 그도 “골치 아픈 시는 안 읽고 안 쓰게 됐다”. 대신 시인은 “강속구 투수가 젊은 시절에 ‘파이어볼’을 던지다 나이가 들어 투구폼이 간결해지며 변화구를 많이 던지는 것처럼 지금껏 쌓아온 경험에 기대서 시를 쓰겠다”고 했다. 시에서의 소통은 ‘애인 만들기’이며, 세상에는 애인보다 애인 아닌 사람이 더 많다던 시인. 애인은 한 명으로 족하듯, 단 한 명의 독자만 있어도 가던 길을 계속 가겠다는 다짐으로 보였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유령 주식’ 매도 삼성증권 직원 1심 집행유예

    자신의 계좌에 잘못 입고된 ‘유령 주식’을 팔아 치워 시장에 큰 혼란을 끼친 삼성증권 전·현직 직원들이 실형을 면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6단독 이주영 판사는 10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삼성증권 전 직원 구모(38)씨와 최모(35)씨에게 각각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며 사회봉사 120시간을 명령했다. 이모씨와 지모씨에게는 징역 1년에 집유 2년을 선고하며 사회봉사 80시간을 명했다. 해고된 이들 4명은 앞서 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겨졌다가 보석으로 풀려났다. 가담 정도가 가벼워 불구속 기소된 4명에 대해서는 벌금 1000만∼2000만원이 선고됐다. 이 판사는 “이번 사건이 주식 시장에 준 충격이 작지 않으며 타인의 자산을 관리하는 것이 본질인 금융업 종사자의 철저한 직업윤리와 도덕성에 대한 신뢰를 근본적으로 배반해 엄중 처벌이 필요하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사건이 회사 전산시스템의 허점과 그로 인한 입력 실수에서 비롯된 점, 평범한 회사원이 자신 명의의 계좌에 거액이 입고되자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고 충동적으로 범행에 이른 점, 이후 사고 처리에 협조하고 실제 이익을 취하지 않은 점,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도 지게 될 예정인 점 등을 양형에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4월 삼성증권은 우리사주에 대해 주당 1000원의 현금을 배당하려다가 실수로 주당 1000주를 배당하는 사고를 일으켰다. 잘못 발행된 유령주식은 28억 1295만주에 달했다. 구씨 등 16명은 유령주식 501만주를 시장에 내다팔았고 이 영향으로 삼성증권 주가는 장중 최대 11.7% 폭락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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