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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하! 우주] 화성 생명체 찾는 미 탐사 로버 ‘퍼시비어런스’ 발사

    [아하! 우주] 화성 생명체 찾는 미 탐사 로버 ‘퍼시비어런스’ 발사

    '화성 생명체 존재' 확인, 이번에 끝장 본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야심찬 화성 탐사 로버가 붉은 행성을 향해 날아올랐다. 차량 크기의 ‘마스 2020’ 탐사선 `퍼시비어런스'(인내)는 현지시간 30일 오전 7시 50분(한국시각 오후 8시 50분)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공군기지 41번 발사대에서 아틀라스-5 로켓에 실려 발사되었다. 미국의 아홉 번째 화성 착륙선이자, 다섯 번째 화성 로버(차량형 이동 탐사 로봇)인 퍼시비어런스의 화성 도착 예정 시간은 약 7개월 뒤인 2021년 2월 18일이다. 퍼시비어런스는 화성의 지름 45km 예제로 크리이터에 연착륙한 뒤 전례없이 대담한 미션을 수행할 예정인데, 몇 가지를 나열하자면, 화성 생명체의 흔적 찾기와 화성 흙을 채취해 지구로 가져오기, 소형 헬리콥트 띄우기 등이다. 무게 1.8kg에 날개 길이 1.2m의 소형 헬리콥터 `인제뉴이티'는 30일 동안 5번의 비행실험을 할 계획이다. 화성처럼 공기가 희박한 곳에서 어떻게 비행기를 띄울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실험으로, 90초 동안 5m 위로 날아 150m 왕복비행하는 게 목표다. 성공할 경우 인제뉴이티는 인류가 지구 이외 행성에서 띄운 최초의 비행체가 된다. 퍼시비어런스에는 이밖에도 몇 가지 과학실험 장비가 실려 있다. 화성 대기의 96%를 차지하는 이산화탄소에서 산소를 뽑아내는 ‘목시’라는 장비는 화성 대기를 흡입한 뒤 먼지와 오염 물질을 제거하고 이산화탄소를 산소로 바꿔주는 실험을 한다. 미래 유인 화성 탐사에 대비한 시험이다. 이밖에 지표면 레이더, 기상 관측 장비, 엑스선 분광기, 고해상도 카메라 슈퍼캠과 마이크가 로버에 실려 있다. NASA의 짐 브라이든스타인 국장은 지난 27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화성 미션은 참으로 흥미진진한 것들입니다. 퍼시비어런스는 미국에 있어 매우 중요한 임무이자 동시에 인류 전체에도 중요한 임무"라고 밝혔다. 이번 발사는 캘리포니아 패서디나에 있는 NASA 제트추진연구소의 미션 컨트롤 센터를 흔든 지진으로 더욱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지진은 JPL 관련자들을 약간 당혹시켰을 뿐 카운트다운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 ​화성에 과연 생명체가 있을까? 화성 생명체의 탐사 역사는 이미 반세기나 되었다. NASA의 쌍둥이 바이킹 착륙선은 1970년대 중반부터 1980년대 초까지 화성에서 현존하는 생명체의 흔적을 찾아내기 위해 분투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채 끝나고 말았다.​ ​NASA는 그 후로도 화성 생명체의 흔적을 찾기 위한 '물 추적(follow the water)' 전략을 고안해, 스피릿, 오퍼튜니티, 큐리오시티 로버와 같은 일련의 로봇 탐사차들을 보내 지금까지 탐사를 이어오고 있다. 그 결과, 지금은 춥고 건조하고 황량한 화성 표면이지만 고대에는 생명체가 서식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수많은 증거들을수집했다. 예를 들어, 큐리오시티는 상륙 지점인 게일 분화구가 수십억 년 전에는 생명을 키울 수 있는 호수와 강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큐리오시티는 화성 착륙 이래 거의 8년이 다 되는 현재까지 탐사 임무를 계속하고 있다. 브라이든스타인 국장은 기자회견에서 "이제 우리는 화성의 역사를 알았으므로, 자신있게 거기에 생명체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과연 화성에 생명체가 존재했는지 알아보자"고 말했다. NASA 2020 화성 미션의 중심인 퍼시비어런스의 활동무대는 고대에 호수와 삼각주가 있었던 예제로 크레이터 바닥이 될 것이다. 이곳은 35억년 전 강물이 흘러 들어와 호수를 형성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분지다. 과학자들은 이곳에서 옛 화성 생명체 흔적을 찾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한다. 퍼시비어런스는 무게 1톤에 바퀴 6개로, 동력은 원자력 전지다. 방사성 동위원소 플루토늄-238이 자연붕괴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 에너지를 전기로 바꾼다.​ ​퍼시비어런스의 임무는 적어도 화성 1년(지구의 약 687일) 동안 계속될 예정이다. 퍼시비어런스에 장착된 과학장비 ‘셜록’이 자외선 레이저로 흙과 암석 속에서 과거 물이 흘렀을 시절의 유기분자 등을 찾아내는 일을 한다. 퍼시비어런스는 로봇팔과 드릴을 이용해 원통형 금속용기에 화성의 흙과 돌 등 표본을 수집해 담는다. 용기는 모두 43개다. ​​또한 로버는 분화구의 지질을 자세히 파악하여 옛날 오랜 기간 동안 따뜻하고 물에 젖어 있었던 예제로의 고대 기록을 보존하는 암석 구성을 매핑한다. 이 같은 작업은 오래 전 화성 미생물에 의해 생성된 탄소 함유 유기분자를 식별하기 위한 것이다. 로버는 지구상의 미생물 매트와 비슷한 스트로마톨라이트 같은 예제로의 암석 구조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퍼시비언런스의 현장 관찰만으로는 화성 생명체에 대한 확실한 결론을 얻기에는 충분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보다 확실한 직접적인 증거를 확보하는 것만이 역사적인 화성 생명체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NASA의 과학임무 차석 토마스 주부큰은 “화성 생명체에 관한 확실한 결론을 내려줄 궁극적인 증거와 분석은 지구의 실험실에서 나올 것이라고 믿는다"고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화성 흙을 지구로 가져온다 퍼시비어런스의 주요 임무가 그 같은 심층 조사를 가능하게 화성 흙을 채취하는 일이다. 로버는 적어도 20개의 암석 및 토양 샘플을 수집할 예정이며, 이 샘플들은 우주생물학적인 조사를 위해 선택되어 예제로의 생물학적 역사 그림을 완성시켜나갈 것이다. ​ NASA-ESA(유럽우주국)은 합작으로 2020년대 중반 두 차례 더 화성탐사선을 보내 퍼시비어런스가 수집한 화성 흙표본을 지구로 가져올 계획이다. 이 우주선들은 2028년 여름 각기 화성 표면과 궤도에 도착해 역할을 나눠 캡슐 수거 작업을 마친 뒤 2031년 지구로 돌아온다. 화성 표본을 수집해 돌아오기까지 지구에서 세 번, 화성에서 한 번 로켓을 발사한다. NASA와 ESA는 이번 프로젝트 비용 27억 달러(3조 2000억원)를 포함해 10년간 모두 70억달러(8조 5000억원)가 투입될 것으로 예상한다. "화성 흙을 지구로 가져오면, 아폴로의 달 샘플처럼 수십 년 동안 화성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여러 세대 연구자들을 바쁘게 할 것"이라고 '2020 화성 샘플 과학자' 크리스 허드가 7월 28일 기자회견에서 말했다. 현재 화성 지표에서는 미국의 탐사선 인사이트와 탐사 로버 큐리오시티가 임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화성 궤도에는 미국 3개, 유럽 2개, 인도 1개를 합쳐 6개의 탐사선이 공전하고 있다.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 [씨줄날줄] 통일 독일과 주독 미군/임병선 논설위원

    [씨줄날줄] 통일 독일과 주독 미군/임병선 논설위원

    독일이 통일된 뒤에 주독 미군기지는 어울리지 않기도 했다. 1949년 ‘점령법’에 따라 옛 서독이 세워진 뒤에도 미군과 영국과 프랑스 군까지 주둔했다. 점령법의 상당한 조항이 1954년 서독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협정으로 이관돼 주둔 미군의 근거가 돼 왔다. 냉전이 시작되면서 소련을 견제해야 했기 때문이다. 냉전 시절 미군 기지만 200곳이 넘었고 가장 많을 때는 40만명까지 주둔했다. 독일이 통일된 1990년대 크게 줄기 시작해 지금은 37기지에 3만 4500명의 병력이 남았다. 숫자는 줄었지만 독일은 여전히 미군의 전 세계 운용에서 막대한 비중을 차지한다. 남서부 슈투트가르트에는 유럽 전역 미군을 관리하는 유럽사령부(EUCOM) 본부와 아프리카사령부(AFRICOM) 본부가 있다. 유럽 내 미군의 주요 기지로 일곱 곳이 꼽히는데 벨기에와 이탈리아에 한 곳씩, 나머지 다섯 곳이 모두 독일에 있다. 그리하여 통일 30주년에도 ‘기지 국가’란 비아냥은 여전하다. 뷔헬 독일 공군기지 등에 20개의 핵무기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독일이 돈을 안 내서 (주독 미군) 병력을 줄이는 것이라면서 더이상 호구(the suckers)가 되고 싶지 않다”고 말하며 미군을 독일에서 빼겠다는 의지를 재천명했다. 앞서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주독 미군 가운데 3분의1인 1만 1900명을 감축해 폴란드 등에 돌리거나 귀국시켰다가 순환 배치하고, 유럽군 본부를 슈투트가르트에서 벨기에로 옮기겠다고 발표했다. 주독 미군 철수 구상과 관련해 현실화하려면 미국 상원의 통과도 필요하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며 느긋해하던 독일 여론은 적잖은 충격을 받은 듯하다. 미군 선전 매체 ‘성조지’가 “적의 방공망을 무력화할 수 있는 미군 부대가 유럽에서 사라지는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낼 정도다. 독일 주둔 미군 병력과 시설은 유럽뿐만 아니라 중동, 북아프리카, 남아시아 작전에까지 활용될 정도로 쓰임새가 넓다. 드론 공격이나 병력과 물자 다수가 독일 람슈타인 기지에서 출발한다. 유럽 전역 미군들도 독일 기지에서 훈련받고,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다친 미군들도 독일 란트슈툴 기지 병원에 후송돼 치료를 받곤 한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하면 이 구상은 유야무야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미국 행정부가 유럽 안보와 전력의 공백을 자초하는데 현실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뿐 아니라 유럽 전체에 깊은 성찰을 강요하고 있다. 중국 봉쇄와 관련해 주한 미군의 역할을 고려할 때 한국은 다소 여유가 있다고 해도 이 과정을 면밀히 지켜봐야 한다.
  • 15초만에 소형견 물어죽인 로트와일러…견주 처벌 가능할까

    15초만에 소형견 물어죽인 로트와일러…견주 처벌 가능할까

    입마개를 하지 않은 대형견이 산책하던 소형견을 물어죽이고, 소형견의 견주까지 공격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그러나 현행법상 대형견 견주를 형사 처벌 하기는 쉽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25일 서울 은평구 한 골목에서 대형견 ‘로트와일러’가 산책 중이던 소형견 ‘스피츠’를 물고 이를 말리던 스피츠 견주 A씨까지 상처를 입혔다. 불과 15초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로트와일러는 목줄이 풀린 상태였고, 입마개도 하지 않았다. A씨는 스피츠를 11년 동안 키운 것으로 전해졌다. 상심한 A씨는 28일 저녁 고소장을 접수하러 서울 은평경찰서로 향했다. 그러나 경찰은 A씨가 적시한 혐의로는 로트와일러 견주를 처벌하기 어렵다며 돌려보냈다. 경찰에 따르면 A씨가 처음 고소장에 적은 혐의는 재물손괴와 상해다. 경찰은 A씨의 고소장을 접수하지 않은 것에 대해 “고소장 접수 당시 혐의 적용이 어려운 부분이 있어 한 시간 동안 경찰관과 경찰서 내 변호사가 A씨와 상담을 했고, 민사까지 범위를 넓혀 적용할 수 있는 혐의를 안내한 다음 오늘(30일) 다시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고 해명했다. 로트와일러 견주를 형사 처벌하기 위한 관건은 ‘고의성’이다. 로트와일러 견주가 스피츠를 죽인 혐의는 재물손괴, 스피츠 견주를 다치게 한 혐의는 상해다. 그러나 두 가지 혐의는 모두 로트와일러 견주의 고의성을 입증해야 한다. 고의를 입증하기 어렵다면 ‘과실’이 된다. 현행법상 재물손괴는 과실을 인정하고 있지 않아 로트와일러 견주를 재물손괴로 처벌하기는 어렵다. 다만 상해는 과실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로트와일러 견주를 과실치상으로 혐의로 고소하는 것은 가능하다.이번 사건의 경우 미필적 고의 적용을 고려해볼 수 있다. 의도적인 고의는 없었을지라도 로트와일러 견주가 자신의 반려견이 다른 개나 사람을 물어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면 미필적 고의에 해당할 수 있다. 지난 29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게시글에 따르면 로트와일러 견주는 이전에도 비슷한 개물림 사고를 일으켰다. 이 사건의 목격자라고 밝힌 글쓴이는 “같은 패턴의 사고가 벌써 다섯 번째”라면서 “(견주가) 개를 잘 다루지도 못 하면서 자택 현관에 목줄도 잡고 있지 않은채 그 개를 방치한다”고 지적했다. 한재언 동물자유연대 법률지원센터 변호사는 “유사한 사건이 다섯 번 있었음에도 견주가 로트와일러에게 목줄과 입마개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면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면서 “고의가 인정되면 재물손괴도 적용 가능하다. 수사기관이 의지를 갖고 수사해 재물손괴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사상으로는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 로트와일러 견주의 과실로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사실이 성립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배상받을 수 있는 범위는 스피츠의 시장 가격과 정신적 위자료다. 한 변호사는 “정신적 위자료를 높게 인정받아야 한다. 함께 산책하던 스피츠 견주 외에 다른 가족이 있다면 가족들의 정신적 위자료까지 같이 청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 가정 간편식·음료 등을 최대 70% 싸게 판매

    가정 간편식·음료 등을 최대 70% 싸게 판매

    매일유업이 네이버 브랜드스토어에서 ‘썸머 홈캉스 여름템 싹쓰리 기획전’을 진행 중이다. 이 기획전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늘어난 ‘홈캉스’족을 위한 가정 간편식과 더불어 더운 여름을 나는 데 도움 되는 음료를 시중가보다 최대 7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한다. 기획전은 준비한 행사 물량이 소진될 때까지 진행된다. 스토어찜 할인 쿠폰과 소식알림 동의 쿠폰을 발급받으면 기획전 특가에 추가로 15% 중복할인을 받을 수 있다. 기획전에 선보이는 제품은 매일유업 대표 커피 제품인 ‘바리스타룰스 컵커피’, 100% 분리유청단백질 ‘셀렉스 스포츠’ 2종, 상하목장 ‘슬로우키친 카레’ 및 ‘파스타 소스’ 각 3종, ‘썬업 과일주스’ 및 두유 등이다. 상하목장 슬로우키친 파스타소스 3종(크림·로제·토마토)을 사면 터키산 고급 파스타인 ‘아르벨라 스파게티’를, 바리스타룰스 컵커피를 사면 ‘임영웅 포토카드’를 준다. 증정품은 한정 수량이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여행이 망설여지는 요즘, 집에서 바캉스 분위기를 낼 수 있도록 간편식과 시원한 음료를 중심으로 기획전을 구성했다”고 전했다. 김태곤 객원기자 kim@seoul.co.kr
  • [씨줄날줄] 모노드라마/이동구 수석논설위원

    [씨줄날줄] 모노드라마/이동구 수석논설위원

    1970~80년대 ‘모노드라마’(monodrama)가 꽤 대중의 관심을 모았다. 한 명의 배우가 무대에서 독백과 연기력으로 모두 풀어 나가는 형식의 연극이다. 가장 유명했던 배우로 고(故) 추성웅씨가 꼽힌다. 조금은 이색적이고 희극적인 분위기의 추씨는 ‘빨간 피터의 고백’이란 1인극으로 유명했다. 밀림에서 인간에게 잡혀 서커스단의 어릿광대가 된 원숭이 피터가 스타가 된 후 학술원 회원 앞에서 자신이 인간 세상의 일원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착각의 과정을 1인극으로 소화해 냈다. 원작인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어느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를 각색한 것이라고 한다. 비슷한 시기 대중 연예계에서는 ‘원맨쇼’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TV뿐 아니라 극장가나 밤무대 등에서 입담 좋은 희극 배우 혼자서 청중을 들었다 놨다 했다. 고인이 된 백남봉, 남보원씨 등이 대표적인 인물로 꼽힌다. 이들은 별다른 도구도 없이 오직 입으로 기차 소리, 기관총 소리 등 각종 성대모사로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무거운 주제가 아닌 서민 삶의 희로애락을 쥐락펴락하면서 대중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다. 디지털 세상의 도래는 우리의 일상적인 생활방식 또한 급속도로 바꿔 놨다. 온 가족이 아침신문을 돌려 보는 풍경은 보기가 어렵게 됐고, 극장에 쇼를 즐기러 가지도 않는다. 대신 각종 SNS를 통해 정보를 주고받고, 게임을 즐기며 그들만의 세상을 꾸려 나가고 있다. 음악, 뉴스, 영화, 드라마 할 것 없이 웬만한 건 모두 다 스마트폰으로 혼자서 해결한다. 1인 미디어, 1인 기업, 1인 가구 시대다. 방송도 혼자 하고, 타인과의 정보를 주고받는 것도 혼자서 해결할 수 있다. 사업도 혼자 하길 좋아한다. 술이나 밥도 혼자서 먹으니 ‘혼술’, ‘혼밥’이 대세다. 소위 ‘밀레니얼 세대’ 풍속도의 하나다. 우리 사회의 주축은 밀레니얼 세대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1990~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이들은 정보기술(IT)에 능통하고 학력이 높다. 반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사회에 진출했지만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그리 순탄치 못하다. 사회 초년병 시절엔 대학 학자금 대출을 갚아야 했고, 고용 위기의 그림자가 지금도 따라 붙고 있다. 소득이 낮고 일자리가 불안하니 결혼도 미루고 내 집 마련의 꿈은 요원하게만 느껴진다. 30~40대는 서울서는 내 집 마련은 고사하고 손바닥만 한 전월세방 한 칸 마련도 어렵다고 호소한다. 요즘 불안정한 부동산 시장의 원인과 해법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정치인, 시민단체 할 것 없이 한마디씩 내뱉으니 자칫 배가 산으로 가지 않을까 걱정이다. 개중에는 모노드라마나 원맨쇼 같은 발언들도 있어 유감이다. yidonggu@seoul.co.kr
  • [문화마당] 목수의 지혜/이진상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피아니스트

    [문화마당] 목수의 지혜/이진상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피아니스트

    샤넬, 구찌 같은 명품 브랜드들이 코로나19가 유럽을 강타하자 소독제와 마스크의 부족함을 극복하기 위해 제조 일선에 나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향수 제조업체의 기술과 제조 기반으로 소독제를 만들고, 의류 재봉 기술과 천소재의 활용으로 마스크를 만드는 일은 어떻게 보면 어렵지 않은 일이지만, 어려운 국면에 대응하는 발빠른 대처는 박수칠 만한 결정이었다. 소독제를 담을 용기가 없던 터에 우리가 면세점에서나 보는 그 럭셔리한 명품 향수 용기에 그대로 소독제를 담아 병원으로 보냈다고 한다. 스타인웨이라는 피아노 브랜드는 전 세계 공연장 무대의 99%에서 사용될 정도로 선호되는 피아노의 명품 브랜드다. 1853년에 이 피아노 제조업체를 설립한 헨리 스타인웨이는 원래 음악가나 악기 제작자가 아닌 가구 제작자였다. 그가 부엌에서 그야말로 심심해서 한번 만들어 본 건반 달린 놀이가구가 오늘날 명품 악기로 발전해 남은 것이다. 스타인웨이도 한때 피아노 제조 작업을 일절 중단하고 다른 제품을 생산하던 적이 있다. 2차 대전 당시 군수물품을 제작하기 위해서였다. 세계 최고의 피아노 제작회사로 발돋움하던 시기에 전쟁으로 인한 전사자들을 넣을 관과 비행기를 제작하게 된 것이다. 듣기 전에는 머릿속에서 연결 고리를 전혀 찾을 수 없었던 악기와 관. 스타인웨이가 관을 제작했다고? 어이없었지만 사실이었다. 스타인웨이 공장에서 보고 경험한 과정 중 대부분은 악기나 음악에 관련되지 않고 가구 제작에 가까웠다. 모든 게 총망라된 목공 작업과 양털, 아교, 가죽, 도면, 도색 등의 종합적인 과학·화학 분야가 결합된, 어찌 보면 나무로 된 이 세상 제품 중 가장 정교하고 치밀한 제품이 아닐까 한다. 음악가 입장에서 악기 제작을 떠올리면 음향, 음색, 그로 인한 영감과 감동을 생각하겠지만, 그것들은 악기의 탄생부터 사용까지 과정 중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일 뿐이다. 마치 흙으로 빚은 덩이에 숨을 불어넣는 기적을 체험하기도 하지만, 악기의 제작 과정 전반은 어쩔 수 없이 대단히 목공소 분위기다. 사실 공장 안에 있는 장인들은 피아노 음악을 들을 관심이나 기회가 많지 않다. 점심시간이나 일을 마치고 필자가 공장 안에서 피아노 연주를 선보일 때면 그들은 자신의 손을 거쳐간 나무 제작물인 가구가 음으로 꽃피는 순간을 놀라워하며 행복해했다. 한때 스타인웨이를 인수하려 했던 우리나라의 삼익악기도 얼핏 보면 연관성이 없어 보이지만 기술적으로 연관성이 너무나 많은 제품을 제조하고 있으니 그 제품은 활이다. 피아노 제작 업체가 활 제작도 잘하는 이유가 있다. 피아노 제작에서 핵심 기술과 성공 여부는 건반이나 철로 된 현이 아니다. 단단한 나무를 힘으로 구부려서 다시 되돌아가려는 강한 탄성을 만들어 내고 그것을 지탱하고 유지하는 기술이 가장 중요하다(스타인웨이가 독보적인 이유는 이 기술과 힘에서 압도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번 코로나로 대면과 집회가 자제되는 국면에서 악기의 발전은 어떤 방향으로 되고, 어떤 식으로 그 기술을 환원하게 될까? 연주자가 서울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면 그것을 전자 정보로 입력해 전송하고, 동시에 지구 반대편 뉴욕의 피아노와 연결돼 어쿠스틱 실황으로 듣게 될 수 있다는데 언제쯤 상용화될지 궁금하고 기대된다. 성경에 목수의 아들로 표현되는 구절이 나오는데, 이 당시의 산업과 언어 개념으로 봤을 때 오늘날의 목수가 아닌 장인에 가깝다고 한다. 집도 고치고, 가구 제작도 하는 손재주 많은 실천형 만능 장인이다. 오늘날과 같은 위기에는 다시금 목수의 지혜와 창의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 ‘얼굴 없는 괴짜 화가’ 뱅크시… 해변 그림 34억에 낙찰

    ‘얼굴 없는 괴짜 화가’ 뱅크시… 해변 그림 34억에 낙찰

    ‘얼굴 없는 괴짜 화가’ 뱅크시의 ‘지중해 바다 풍경 2017’이라는 제목의 3점짜리 연작이 28일(현지시간) 220만 파운드(약 34억원)에 낙찰됐다. 경매에 나온 그의 작품 중 역대 두 번째로 높은 가격이다. 뱅크시가 2017년 이스라엘 베들레헴에 세운 ‘월드 오프’ 호텔 로비에 걸려 있던 이 그림은 베들레헴 바스르 병원의 아동 재활장비 등 기금 마련을 위해 시장에 나왔다. 3장의 작품은 낭만주의 시대 바다 풍경으로 보이지만, 해안으로 밀려온 구명부이와 오렌지색 구명조끼는 자유와 평화, 인권에 대한 메시지를 풍자적으로 전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영국 런던 소더비 경매장 측에 따르면 그림들은 당초 80만~120만 파운드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추정됐으나 익명의 경매자 2명이 마지막까지 다투면서 뱅크시 작품으로는 역대 두 번째로 높은 가격에 팔렸다. 그림이 전시돼 있던 월드 오프 호텔은 이스라엘 분리 장벽 바로 옆에 위치해 그 자체로 팔레스타인의 정치 현실을 알리는 상징적 공간으로 통한다. 객실 창밖 풍경이 온통 장벽뿐이라 ‘세계에서 가장 전망 나쁜 호텔’로 불리는 한편 호텔 곳곳에 팔레스타인 관련 미술품들을 전시해 정치 이념과 평화·인권의 실상에 대한 비판을 담았다. 앞서 지난해 10월 뱅크시의 초대형 유화 작품 ‘위임된 의회’(Devolved Parliament) 역시 987만 9500파운드(약 146억원)에 소더비 사상 최고가로 낙찰된 바 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베를린 인싸 되기? 베지테리언으로 살아 봐

    베를린 인싸 되기? 베지테리언으로 살아 봐

    獨인구 10%인 800만명이 비건채식주의자 위한 레스토랑 많아밀로 만든 고기, 두유로 만든 햄맛과 멋 다 잡은 코스 요리까지 육식파도 고기가 그립지 않더라나는 고기파다. 고기는 안 가리고 다 잘 먹는다. 삼겹살을 좋아하고, 엄마가 만들어 주는 떡갈비는 일주일도 넘게 먹을 수 있다. 서울 우래옥에서 먹는 불고기를 평양냉면만큼이나 사랑하고, 아무렇게나 굽는 한우는 가만히 보고 있을 수가 없다. 바싹 익힌 한우는 상상조차 하기 싫다. 이런 내가 베지테리언과 사귀게 되다니. 나를 ‘과격한 육식주의자’라고 놀리던 친구는 말했다. “고기 못 먹어서 어떻게 만나. 너 고기 못 먹으면 히스테리 장난 아니잖아. 아무래도 오래 못 가겠는데?” 나도 이 연애가 엄청 힘들 줄 알았다. 그런데 의외로 잘 지낸다. 아직까진. 베를린에선 신기하다 싶을 정도로 비건(채식주의자) 레스토랑도 자주 간다. 일주일에 한 번씩 가는 비건 레스토랑은 먼저 가자고 조를 정도다. 이유는? 맛있어서다. 먹을 만한 정도가 아니라 눈이 동그래질 만큼 맛있다. 남자친구는 치즈와 우유, 생선까지 먹는 페스코 베지테리언인데, 우리는 채식보다 더 엄격한 기준의 비건, 즉 유제품과 달걀을 재료로 쓰지 않는 레스토랑에도 자주 간다.단골로 가는 비건 레스토랑은 집에서 멀지 않은 베트남 음식점 ‘안 다오’다. 그곳에서 세이탄(Seitan·밀로 만든 식물성 고기)이 들어간 쌀국수와 비건 햄과 두부, 야채들이 들어간 카레우동과 밥을 즐겨 먹는다. 돌솥 같은 그릇에 국물이 자작하게 담긴 ‘카포’는 콩으로 만든 새우와 그린 바나나, 각종 야채, 견과류 등이 들어 있는 음식이다. 유기농 콩으로 만든 요구르트와 두유로 만든 조림 국물은 우리네 생선조림처럼 혀에 착 붙는다. 밀로 만든 고기는 진짜 고기처럼 쫄깃쫄깃하고 두유로 만든 햄도 굳이 말하지 않으면 일반 햄과 별로 다르지 않은 맛이다. 베를린에서 즐겨 가는 단골집이 비건 음식점이라니, 스스로 생각해도 웃긴 일이었다.●베를린 ‘주류문화’가 된 채식 남자친구가 아니었다면 베를린에서 이렇게 채식이나 비건 레스토랑을 자주 가진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번 발을 들이고 나니 채식의 문턱이 그 어느 도시보다 매우 낮다는 걸 실감한다. 실제로 베를린은 ‘유럽 비건의 수도’로 손꼽힌다. 동물 복지와 환경에 지대한 관심을 가진 소수 사람들이 즐기는 것이 아니라 다수가 채식을 일상화하고 있다. 독일 전체 인구 중에는 10% 해당하는 800여만명이 채식 인구다. 그 중심에 베를린이 있다. 베를린에서 채식은 이미 ‘주류문화’가 됐다. 진짜 베를리너가 되려면 베지테리언이 돼야 한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다. 당신도 베를린에서 누군가를 만난다면 그 혹은 그녀가 베지테리언일 확률은 반 이상이라고 (거짓말 조금 보태서) 장담한다. 그렇다면 베를린은 어떻게 채식과 비건의 수도가 될 수 있었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오늘의 시점에서 얘기하자면, 베를린에는 채식을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이 정말 많다. 채식주의자와 비건을 위한 전문 음식점도 많지만 일반 레스토랑도 ‘채식 메뉴’를 잘 갖추고 있다. 육식주의자인 나와 채식주의자인 남자친구가 어느 레스토랑에서나 서로 먹고 싶은 걸 사이 좋게 고르고 같이 먹을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베를린에서는 채식주의자들이 고기가 안 들어간 메뉴를 찾아 멀리 발품을 팔거나 힘들게 찾아다니지 않아도 된다. 동네 음식점 가듯이 언제 어디서든 찾을 수 있다. 전 세계 비건을 위한 식당 가이드 앱 ‘해피카우’는 이런 ‘비건 프렌들리’ 식당이 베를린에 600여군데 있다고 밝혔다. 채식주의자와 비건을 위한 전문 식당은 200여군데에 달한다.●팔레스타인·이스라엘인 함께 운영하는 ‘카난’ 채식 및 비건 전문 음식점 중에는 지향하는 콘셉트나 의도가 단연 돋보이는 곳이 많다. 그중 한 곳은 채식 전문 식당인 ‘카난’(Kanaan)이다. ‘젖과 꿀이 흐르는 땅, 가나안’의 그 ‘가나안’이다. 이곳이 유명해진 건 두 오너 때문이다. 지금도 분쟁이 끊이지 않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국적의 두 사람이 함께 문을 열어 화제가 됐다. 이스라엘인 오즈 벤 데이비드와 팔레스타인인 잘릴 다빗이 음식을 통해 평화와 우정의 메시지를 전하는 셈이다. 이곳에서는 후무스와 팔라펠을 메인 메뉴로 두고 있다. 후무스는 종류만 7가지에 달한다. 우유와 달걀을 이용한 채식 메뉴가 대부분이고 우유 대신 두유로 만든 요구르트 소스의 후무스 버거 등 비건 메뉴도 잘 갖추고 있다. 이곳이 특별한 건 또 있다.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건너온 난민과 성 소수자들을 직원으로 채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독일에서도 큰 이슈가 되는 난민과 인종차별, 성차별적 문제를 그들 나름의 방식으로 적극 해결하고 있다. 또 팔레스타인에 필요한 식재료 공장을 만들어 어려움에 처한 현지인들을 지속적으로 돕는다. 음식도 맛있다. 강황이 들어간 매콤한 버섯 후무스와 팔라펠 플레이트는 둘이 먹어도 충분할 만큼 양도 많고 맛있다. ●쓰레기 제로 추구하는 ‘프레아 레스토랑’ 독일에선 명품이나 비싼 옷 입고 티 내는 걸 촌스럽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부자들도 잘사는 티를 잘 안 낸다. 베를린 거리에는 그냥 아래위로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지나다닐 뿐이다. 내가 베를린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다. 반면 채식을 하는 건 매우 고급스럽고 바람직한 습관이라 여긴다. 육류를 먹지 않음으로써 동물들이 비윤리적인 환경에서 사는 걸 막을 수 있고, 지구 환경을 보호할 수 있으며, 자신의 건강도 지킬 수 있으니 채식만큼 쉽고 적합한 것이 없다고들 생각한다. “왜 베지테리언이 됐어?” 남자친구를 만난 첫날 물어봤던 것 같다. “동물을 비윤리적으로 사육하고 고기를 얻는 공장식 육류 산업에 반대하기 때문이야. 내가 쓰는 돈이 그곳으로 가는 게 싫어. 고기를 안 먹은 건 열네 살 때부터인데, 그렇다고 고기를 아예 안 먹는 건 아니야. 아이들이 먹다 남긴 치킨이나 고기는 일부러 먹기도 해. 버려지려고 죽은 애들이 아니니까. 야생에서 자유롭게 살다가 사냥꾼에게 잡힌 고기도 맛은 봐. 걔네는 행복하게 살다가 간 거잖아.” 먹다 남긴 고기를 가끔 그가 먹을 때, 즐거워서 먹는 게 아니란 건 이미 표정에서 알겠다. 도저히 못 먹겠는 건 그도 남긴다. 하지만 원래 음식을 안 남기고 먹는 스타일이라 버리는 경우가 거의 없다. 더구나 그게 고기라면 남이 주문한 음식이라도 버리지 않으려고 대신 먹는다. 나도 가급적이면 음식을 남기지 않으려고 애쓴다. 베를린의 레스토랑은 음식의 양이 기본적으로 많아서 고기 메뉴를 시키면 남기는 경우가 많은데, 다 못 먹을 것 같으면 그냥 채식 메뉴를 시킬 때도 있다. 남기지 않는 것,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것 또한 베를린에서는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한다. 쓰레기를 줄이는 데에 만족하지 않고 ‘제로’로 만들자는 ‘제로 웨이스트’ 운동이 확산하는 이유다.미테 한복판에 있는 ‘프레아’(FREA)는 ‘세계 최초의 제로 웨이스트 레스토랑’으로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식재료는 가까운 산지에서 포장되지 않은 상태로 공급받고 매장 내에서는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다. 테이블에는 일회용 냅킨 대신 부드러운 면 손수건을 놓는 식이다. 음식은 모두 채식과 비건 메뉴로 돼 있으며 일체의 동물성 재료는 사용하지 않는다. 헤이즐넛을 이용해 만드는 커피와 쌀로 만든 우유, 직접 만드는 사워도 빵과 파스타 등 더 건강하고 질 좋은 재료를 만드는 데 열심이다. 음식을 남기지 않고 다 먹는 것이 기본 취지이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생기는 쓰레기는 레스토랑 내에 설치된 음식물 처리 기계를 통해 퇴비로 만든다.베를린의 힙스터들이 모이는 ‘프레아’에서 머리를 앙증맞게 옆으로 묶은 남자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음식을 고른다. 건강식 샐러드와 홈메이드 파스타 혹은 구운 감자가 메인으로 나오는 점심코스는 16유로. 적당한 가격에 폼 내기도 좋아서 서울에서 친구가 오면 당장 데려가고 싶은데, 여행은 언제나 가능해질까. 채식 어렵다고? 베를린 마트 ‘비건 패티’ 즐겨 봐●비건 음식이 파인다이닝을 만났을 때 ‘러키 리크’ 남자친구를 만난 지 1년, 베를린에서 산 지 7개월이 된 기념으로 모처럼 근사한 저녁을 먹기로 했다. 그래서 고른 ‘러키 리크’ 레스토랑은 비건 음식을 파인다이닝 콘셉트로 내는 곳으로 유명하다. 베를린에서 꼭 가 봐야 할 비건 레스토랑 중 한 곳이기도 하다. 베를린에서 더 많은 비건 음식과 레스토랑을 경험해 보고 싶었던 터라 꼭 한번 가 보고 싶은 곳이었다. 저녁에만 열고 코스요리로만 내기 때문에 아무 때나 가긴 버거웠다.2011년에 오픈한 ‘러키 리크’는 두부나 콩을 이용한 단순한 비건 음식이 아니라 실제 소고기처럼 느껴지는 스테이크, 일반 치즈와 전혀 분간이 안 가는 비건 치즈 등을 독창적으로 선보이며 입소문을 탔다. 비트를 구워 만든 스테이크가 어떻게 진짜 스테이크 같은 맛을 내는지 너무 궁금했다.‘러키 리크’의 메뉴는 딱 한 가지. 샐러드, 수프, 두 가지의 메인 음식, 디저트로 구성된 메뉴에서 3코스, 4코스, 5코스로 고를 수 있다. 우리가 간 날 메뉴에는 스테이크가 없었다. 대신 아스파라거스로 만든 슈니첼(독일식 돈가스)과 여러 가지 곡물과 야채로 바삭하게 만든 슈니첼이 메인으로 있었다. 아스파라거스 슈니첼은 고기를 먹는 사람들에게는 조금 아쉬운 ‘뻔한’ 맛이 났지만, 곡물 슈니첼은 바삭바삭한 식감이 진짜 고기를 씹는 것 같았다. 아몬드로 만든 리코타 치즈도 진짜 치즈 같고 코코넛 아이스크림도 우유 없이 만들었다는 걸 알아채기 어려웠다. 소문대로 러키 리크는 비건 음식을 먹을 때 어쩔 수 없이 느껴지는 2% 부족한 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아 만족스러웠다.●하나의 유행, 일상의 방식으로 통하는 ‘채식’ 고기를 먹는 사람들에겐 환경과 동물 보호를 위한 설득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채식을 즐길 수 있으려면 고기 맛이 ‘별로’ 그립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능동적인 채식주의자가 될 수 있다. 고기 굽는 소리나 냄새만 맡아도 침이 고이는 사람들이 신념만 가지고 채식을 하기엔 너무 고행이 따를 테니까. 유럽의 비건 마켓 ‘베간츠’의 창업자인 얀 브레딕도 어느 신문 인터뷰에서 ‘비건 푸드가 비(非)비건 음식보다 맛있지 않으면 사람들을 움직일 수 없다’고 했는데, 그 말에 무척 공감이 갔다. 고기가 그립지 않은 비건 음식, 과연 얼마나 가까이 있을까. 매번 햄버거를 사 먹는 게 지겨워서 집에서 만들어 먹은 적이 있다. 패티는 슈퍼마켓 ‘레베’에서 샀다. 남자친구는 비건 버거로 유명한 ‘비욘드 버거’ 패티를, 나는 소고기 패티를 샀다. 베지 버거는 가히 패티계의 혁명이라 느껴질 맛이었다. 일반 고기와 차이점을 거의 느낄 수 없고, 식감은 더 부드럽고 가벼웠다. 이 놀라운 맛은 이미 빌 게이츠도 투자할 만큼 획기적인 제품으로 인정을 받고 있었다. 이 ‘식물성 고기’의 한 가지 단점이라면, 일반 고기 패티가 2유로대인데 이 비건 버거는 5유로가 넘는다는 것. 진짜 고기이고 가격까지 저렴한데도 더 비싼 비건 패티를 사 먹고 싶은 건 맛 경쟁력에서 이겼기 때문이다, 적어도 내게는. 베를린에 와서 고기가 들어간 메뉴를 시키고 남기는 반복을 줄였다. 고기를 끊겠다는 생각을 아직 해 본 적은 없지만, 고기를 먹는 횟수가 현저히 줄었다. 비건 음식을 먹는 것이 힘들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일상이 됐기 때문이다. 베를린에서 채식은 이제 그냥 하나의 유행, 일상의 방식으로 통한다. 그중 비건에 대한 관심은 더 높아져서 음식에만 국한되지 않고 비건 패션과 뷰티 아이템, 비건 투어 프로그램 등 라이프 스타일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특히 뷰티 제품은 베를린에서 음식만큼 관심이 높은데, 이곳의 흔한 드럭 스토어인 데엠과 로스만에만 가도 동물성 원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은 비건 뷰티 제품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이 대형 숍들은 식물성 100%의 자체 비건 브랜드 제품도 만들어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애용한다. 베를린에서 산 뒤에 화장품을 구매하는 데 드는 비용도 거의 반 이상 줄었다. 전에는 쳐다도 안 보던 비건 음식과 채식에 맛을 들이고 있는 요즘, 나는 조금씩 진짜 베를리너가 돼 가는 기분이 든다. 여행작가 dongmi01@gmail.com
  • [여기는 중국] 출소 당일 전처 부모 찾아가 가위로 살해…이혼 종용에 보복

    [여기는 중국] 출소 당일 전처 부모 찾아가 가위로 살해…이혼 종용에 보복

    형기 만료 후 출소 당일 전처의 부모를 찾아가 잔인하게 살해한 남성에게 법원은 살인죄를 적용, 사형을 판결했다. 중국 쓰촨성(四川省) 메이산시(眉山市) 중급인민법원은 피고인 리톈윈 씨를 출소 당일 저녁 전처의 부모를 찾아가 잔인하게 살해한 사건과 관련해 사형을 판결했다고 29일 밝혔다. 또한 사건 당일 리 씨는 전처의 언니가 운영하는 상점을 찾아가 흉기를 휘두르는 등 살해하려 한 혐의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리 씨가 휘두른 흉기에 맞은 리 씨 전 부인의 언니 유 모 씨는 장애등급 2급의 상해를 입었다. 리 씨는 지난해 8월 28일 절도 혐의로 징역 1년의 형기를 마치고 석방됐다. 출소 당일 전처의 재혼 소식을 알게 된 리 씨는 평소 이혼을 종용했던 전 부인의 가족들을 차례로 살해, 보복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 결과 리 씨는 평소 전처와의 사이에서 이혼을 종용했던 장인 장모에게 원한을 품고 이 같은 짓을 저질렀다. 특히 전처 유 씨와 이혼 후에도 줄곧 동거 상태를 유지했던 리 씨가 지난 2018년 단순 절도 혐의로 1년 형기를 받던 중 전 부인이 재혼하자 이 같은 살인을 계획했다. 그는 형기가 만료된 당일 출소와 동시에 전처의 가족들을 차례로 찾아가 살인 계획을 실행했던 것. 사건 직후 리 씨는 사건이 있었던 인근의 모텔에서 자살 시도를 했으나 실패하자 사건 이튿날 새벽 4시 34분 경 관할 파출소에 찾아가 사실 일체를 자백하고 자수했다. 한편, 법정에 선 피고인 리 씨는 사건과 관련한 자신의 범죄 사실에 대해 자백, 중벌에 처해달라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사건을 담당했던 쓰촨성 메이산시 중급법원은 사건의 잔인성과 중대성 등을 고려해 공개 재판으로 진행, 리 씨에 대해 사형을 선고했다. 법원은 피고인 리 씨가 고의로 타인의 생명을 빼앗아 두 사람을 숨지게 하고 한 명을 중태에 빠뜨린 것에 대해 고의살인죄를 적용했다. 또 전처의 언니에 대한 상해는 살인 미수죄를 적용했다. 관할 법원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리 씨에게 중화인민공화국 형법에 따라 사형에 처하고, 정치적 권리는 평생 박탈한다고 판결했다. 임지연 베이징(중국) 통신원 cci2006@naver.com
  • ‘3억 짜리 우주여행’ 때 탑승할 왕복선 ‘스페이스십2’ 내부 공개(영상)

    ‘3억 짜리 우주여행’ 때 탑승할 왕복선 ‘스페이스십2’ 내부 공개(영상)

    영국의 억만장자인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이 이끄는 민간우주탐사기업 버진 갤럭틱이 우주여행의 꿈을 이뤄 줄 우주왕복선 내부의 콘셉트 이미지를 최초로 공개했다. 공개된 우주왕복선 스페이스십2 내부에는 총 6개의 좌석이 있으며, 좌석 시트는 알루미늄과 탄소섬유로 제작됐다. 각각의 좌석 뒤에는 스크린이 장착돼 있는데, 이 스크린을 통해 실시간 비행 데이터 및 우주선 외부에 있는 카메라로 촬영한 우주의 모습을 HD 화질의 영상으로 볼 수 있다.짙은 녹색과 밝은 회색이 주를 이루는 우주선 내부에는 좌우와 천장에 유리창이 있어 앉은 자리에서 우주와 지구를 바라볼 수 있다. 창문 테두리에는 조명이 설치돼 있어서, 우주선에 탑승할 때에는 흰색, 로켓 엔진이 점화되면 주황색, 우주 비행 중에는 검은색으로 빛난다. 이러한 디자인은 영국 디자인 회사인 시모어파월과 협력한 결과다. 시모어파월은 “우아하지만 진보적이며 경험중심적인 콘셉트로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우주선 뒷면에는 커다란 원형 거울이 장착되어있어, 고객이 실제로는 전혀 해보지 못한 방식으로 우주에서 자신을 보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버진 갤럭틱은 현재 90분 정도 소요되는 우주여행 상품을 기획 중이다. 왕복우주선에 탑승한 뒤 우주를 감상하고 돌아오는 일정의 여행 티켓은 1인당 25만 달러, 한화로 약 3억 원에 이른다. 고가의 우주여행을 예약한 사람은 전 세계에 600명이 넘는다. 할리우드 스타인 브래드 피트와 저스틴 비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등 유명인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스페이스십2는 2018년 12월 13일, 미국항공우주국(NASA) 출신 우주 비행사 2명을 포함해 총 8명을 태우고 발사돼 우주의 경계로 인식되는 82.7㎞ 고도까지 시험 비행한 뒤 무사 귀환했다. 버진 갤럭틱은 당초 예정된 올해 여름이 아닌 내년부터 상용 우주여행을 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부동산 이슈 선점해 정책 이끌어 내… 소시민 삶도 들여다봤으면

    부동산 이슈 선점해 정책 이끌어 내… 소시민 삶도 들여다봤으면

    서울신문은 28일 서울 광화문 사옥에서 제129차 독자권익위원회를 열고 7월 주요 현안에 대한 서울신문 보도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 회의에는 김만흠(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 위원장을 비롯해 심훈(한림대 언론학과 교수), 박준영(변호사), 유승혁(경희대 언론정보학과 4년), 김숙현(국가안보전략연구원 대외전략연구실장), 김준일(뉴스톱 대표), 이동규(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독자권익위원이 참석했다. 지난 5월부터 선보이고 있는 아무이슈가 “확대 개편을 하라”는 요청이 있을 정도로 호평을 받았고 고위공직자 부동산 연속 보도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망 이후 피해자 중심 보도 스탠스로 선명성을 보여 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음은 위원들의 주요 의견이다. 심훈 2일자 명희진·김희리 기자의 아무이슈 시리즈는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내용도 재밌고 집 안에서는 잘 모르는 바깥세상, 특히 신세대 중심 깨알 정보를 알린 게 굉장히 신선했다. 15일자 10면 ‘“성과 낸 지도자라서” 하키채로 수차례 때려도 관대한 법원’ 기사도 좋았다. 법관들의 보수적인 인식이 사법부 불신과 연관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 체육계 폭력이 법원에서 사실상 방조되고 있는 현실을 잘 포착해 냈다는 것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7월 13일부터 박 전 시장 자살 이후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서울신문이 보여 준 행보에 적잖이 놀랐다. 이 정도 쓰면 여론의 후폭풍이 상당할 텐데 어떻게 감당할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과감했다. 민감한 이슈라 중립적 시각으로 나갈 수 있었음에도 객관적인 동시에 짚어야 할 것을 짚어 피해자 중심적 시각을 잘 나타냈다는 점에서 굉장히 높이 평가하고 싶다. 김숙현 7월 국제면은 밋밋했다. 여전히 미중일, 약간의 러시아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다. 미국의 대선, 미중 갈등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지만 타 지역 소식도 써 주면 좋겠다. 6일자 ‘비능률 상징 일본 도장 문화’에서 김태균 특파원이 일본의 전근대적인 문화가 왜 지금까지 제도적으로 고쳐지지 않았는지 잘 써 줬다. 일본의 아날로그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사였다. 그런데 20일자 김 특파원이 쓴 ‘코로나19로 드러난 디지털 후진국의 민낯’이라는 칼럼과 내용이 유사하다. 21일자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 기고문은 8월 14일 위안부 기림의 날을 맞이해서 기고한 것 같다. 여가부 폐지 논란 등 부처 비판이 있는데 여가부 장관이 이런 시기에 왜 기고를 올리게 됐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내용이 없었다. 이동규 고위공직자 다주택 보유에 대한 논란은 서울신문이 발단이 돼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부터 2급 이상 고위공직자까지 번졌다. 최근에는 수도권 이전 문제까지 촉발됐다. 17~18일자 서울신문 116주년 창간 기획 기사에서 여러 정치 현안을 놓고 여론조사업체 리서치앤리서치를 통해 국민 1000명에게 확인한 설문조사 내용은 산발적이었다. 앞에도 나오고 뒷면에도 나온다. 내용을 종합해서 무엇을 위한 설문조사인지 소개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박준영 3일자 9면 이춘재 관련 경찰 수사 결과 발표 기사는 이춘재의 범행 동기를 지나치게 단순화시켰다. ‘삶이 무료해서 살인을 시작했다’는 내용이다. 이춘재가 피해자의 고통에 전혀 공감하지 못하고 자신의 범행을 타인과 언론에 과시하는 사이코패스 성향이 뚜렷했다고 하는데 이 부분은 이 사건 기록과 배치된다. 이춘재는 1994년부터 26년간 수감생활을 하면서 교도소에서 목공반장으로 있었다. 위험한 공구를 관리하는 목공반장은 수십 명의 수감자들, 교도관들의 지지가 없이는 불가능한 위치다. 교정 당국에서 이춘재가 26년간 전혀 교정이 안 됐다는 경찰 발표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브리핑 내용에서 “이춘재가 범행을 반성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이춘재가 살인 피해자 유가족 면회에 응하면서 미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문제 많은 특별한 한 인간이 저지른 잔혹한 범죄’라고 규정지으면 우리는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춘재 사건 수사 과정에서 고통받았던 많은 사람들의 억울함을 드러냈으면 좋겠다. 지난해 전 국민이 관심을 가질 때만 해도 억울한 피해자들에게 국가가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경찰이 논의했는데 관심이 시들해지면서 피해자 회복 방안이 완전히 묻혀 버리는 것은 아닌지 아쉬운 상황이다. 유승혁 7월 한 달 부동산 대란 기사에서 아쉬운 점은 전체적으로 집값에만 연연해하는 것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부동산 대란으로 과연 소시민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속내를 들여다보는 기사는 안 보였다. 소시민들에겐 강남 집값이 10억원이건 10억원에서 하루 만에 20억원이 됐건 내 집 마련을 못 하는 상황이라 큰 이슈는 아니다. 서민들 삶과 젊은 세대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좀 더 들여다봤으면 좋겠다. 요즘 젊은 세대가 내 집 마련을 포기하고 비출산, 비혼 이야기까지 주제가 많은데 하나쯤은 다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명희진·김희리 기자의 아무이슈 코너가 젊은층 시각을 다뤘다. 부동산 문제를 깊게 다룬 건 아니지만 젊은층이 무엇을 도피처로 삼는지 다루면서 유일하게 2030의 시각을 보여 줬다고 생각한다. 10일자 사회면 ‘ 남녀 꼭 밝혀야 하나요’ 기사를 보면 서울신문이 젠더 문제 이슈를 정말 잘 다룬다는 걸 알 수 있다. 16일자 1면 여성 필진을 30% 늘렸다는 사고에도 놀랐다. 김준일 부동산 문제는 서울신문이 트렌드를 이끌었다. 다만 구조적인 문제를 외면하고 개인 문제에 집중한 게 아닌지 아쉬움이 든다. 예를 들면 2일자에 고위공직자 강남 3구 현황 조사 보도 등은 손쉬운 보도다. 예전부터 지속돼 온 패턴이다. 이른바 한 건 잡아서 흔들려고 하는 가차 저널리즘(Gotcha Journalism)에 가까웠다. 추미애·윤석열 갈등에 대한 서울신문 입장이 뭔지 궁금하다. 단순히 누가 말했다고 중계하는 경마식 보도를 했다. 어느 한쪽 편을 들라는 게 아니다. 양쪽 다 비판하는 좋은 양비론이 필요한 이슈다. 이슈를 회피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명희진·김희리 기자의 아무이슈는 좀 더 늘렸으면 좋겠다. 두 기자가 힘들겠지만 넓게 개편해서 재밌는 이슈를 더 많이 다뤘으면 좋겠다. 21일자 ‘코인으로 사흘 살아 보니’ 기사는 굉장히 재밌었다. 범죄에 초점을 맞추다가 생활밀착형 기사를 썼는데 기획 아이디어가 상당히 좋았다. 기획재정부의 서울신문 지분 매각과 관련해 우리사주조합 광고를 1면에 며칠씩 내보낸 건 음습하고 비겁해 보인다. 미디어오늘이나 기자협회보에만 맡길 문제는 아니다. YTN 지분 매각 문제와도 관련 있는 굉장히 큰 이슈다. 자기 이슈라는 한계가 있지만 저널리즘 가치에 대해 부각하는 방향으로 적극적으로 기사화해야 한다고 본다. 객관적으로 투명하게 해야 한다. 심훈 저도 서울신문 지분 매각에 대해서 공론화가 안 되다 보니까 궁금한 게 많다. 한겨레와는 뭐가 다른지, 한겨레 국민주 모금 방식으로는 안 되는지, 독자의 다양한 의견을 접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주인이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점을 공론화시키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김만흠 특별하게 눈에 들어온 보도는 없었다. 서울신문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건과 관련해 일관된 입장을 보여 줬다. 13일 월요일자부터 일관되게 유지했다. 다만 10일 일이 불거졌는데 13일자에 보도된 건 아쉬웠다. 오히려 조금 더 일찍 나왔더라면 초기에 방향을 잡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다. 논란이 정비되는 과정에서 서울신문 기여도가 줄었다. 지난번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최종 발표도 금요일에 나왔는데 서울신문은 월요일에 나오는 식이었다. 21대 국회에 새롭게 들어온 의원들에게 새로운 역할을 기대해도 되는지를 조명해 줬으면 한다. 이전과 똑같이 돌격부대 역할을 하는 초선 의원, 이름도 없이 가는(존재감 없이) 초선 의원 등 분류가 가능할 것 같다. 정치 기사도 ‘리셋’해 주면 좋겠다는 부탁을 드린다. 13일자 최광숙 기자의 ‘세종로 아침’은 아주 좋은 칼럼이었다. 행정기본법은 법제처에서 추진하는 국민생활에 필요한 법인데 제대로 홍보를 못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런 내용을 칼럼 이상의 기사로 써 줬으면 한다. 정리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 [여기는 중국] ‘주민 여러분께 죄송’…아파트에 반성문 붙인 어린이 사연

    [여기는 중국] ‘주민 여러분께 죄송’…아파트에 반성문 붙인 어린이 사연

    '11동 2단지 아파트에 사는 할아버지, 할머니, 삼촌, 이모 그리고 모든 분들 안녕하세요. 오늘 제가 한 가지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작은 메모지가 대규모 아파트 엘리베이터 내부에 부착돼 이목이 집중됐다. 중국 저장성(浙江) 닝보시(宁波市) 소재의 아파트 11동 엘리베이터에 부착된 해당 편지의 주인공은 올해 9세의 만터우 군으로 알려졌다. 만터우 군은 지난 22일 오전 7시 해당 엘리베이터에 탑승해 1~32층까지 버튼을 누른 뒤 달아났다. 당시 만터우 군의 행동으로 이 아파트 주민들은 출근 시간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못한 채 비상구 계단으로 이동하는 소동을 겪었다. 사건 당일 일부 주민들은 엘리베이터 이용이 불가한 것에 대해 현장 관리 사무소에 불편의 호소하는 등 일대에 소란이 벌어졌다. 이날 오후 만터우 군의 행동을 알게 된 그의 모친 장 모 씨는 자신의 아들이 잘못을 스스로 깨닫도록 유도하기 위해 이 같은 반성문을 써서 이웃주민들에게 사과토록 했다. 실제로 장 씨는 사건이 발생했던 지난 22일 오후 6시 만터우 군이 학원에서 돌아온 직후 방으로 데려가 엘리베이터 버튼을 함부로 누른 결과 주민들이 입은 피해들을 설명했다. 그 후 장 씨는 만터우 군에게 반성문을 써서 이웃에게 용서를 빌어야 한다고 했다. 만터우 군이 적은 반성문에는 정식 번체자 대신 병음을 적어 넣은 부분도 발견됐다. 올해 9세의 만터우 군은 일부 한자를 암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적은 반성문을 통해 '다시는 이 같은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며 제 행동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다시는 이런 행동을 하지 않겠습니다. 여러분 모두의 건강을 빌며 제 행동의 용서를 빕니다'라고 적었다. 또 반성문 하단에는 만터우 군이 직접 그려 넣은 90도로 허리 굽혀 사과하는 만화 그림이 그려졌다. 만터우 군은 자신이 그린 그림 옆에 이름을 적어 넣으면서 반성문이 자신 스스로 쓰여진 것이라고 확인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만터우 군의 모친 장 씨는 “아무리 나이가 어려도 잘못을 스스로 깨닫고 나면 더 잘 고칠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이 같은 훈육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면서 “우리 아이가 자신의 재미를 위해 타인에게 피해를 주고 불편을 준 것을 뉘우치고 있다. 비록 악의가 없는 행동이었지만 잘못됐다고 생각하고 스스로 잘못을 인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들이 평소에 이해력이 좋은 편인데 이번 사건 후에도 금방 잘못을 인정했다”면서 “스스로 책상 앞에 엎드려 반성문을 썼다. 다 완성하고 내용을 조금 수정했지만 기본적인 골대는 만터우 군의 반성과 미안한 마음을 담은 것”이라고 했다. 이후 이 반성문은 이튿날이었던 23일 아침 6시 30분 11동 아파트 엘리베이터 내부에 부착됐다. 조 씨는 당일 오전 만터우 군 스스로 엘리베이터 내부에 부착토록 했다. 한편, 해당 반성문를 접한 주민들은 만터우 군의 반성문 내용에 대해 흡족하다는 반응이다. 주민 성 모 씨는 “반성문을 아이 스스로 쓰고 엘리베이터에 붙인 것이라는 걸 알고는 매우 놀랐다”면서 “평소 만터우 군의 어머니와 자주 인사를 하고 지냈는데 아이가 저지른 일에 대해 스스로 책임지도록 교육하고 있다는 점을 응원하고 싶다”고 했다. 또 다른 주민 설파 씨는 “아이 교육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직접 몸소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이번 일로 만터우 군은 주민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스스로 체험했을 것이다. 조 씨와 만터우 군의 행동에 깊이 감동받았다”고 했다. 임지연 베이징(중국) 통신원 cci2006@naver.com
  • [여기는 남미] 멕시코시티, 성전환 치료하거나 강요하면 징역 5년

    [여기는 남미] 멕시코시티, 성전환 치료하거나 강요하면 징역 5년

    멕시코시티가 성전환 치료를 범죄로 규정하고 형사처벌을 법제화했다. 24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멕시코시티 시의회는 화상회의를 통해 지방형법 개정안을 표결에 붙여 찬성 49표, 반대 9표로 통과시켰다. 의회를 통과한 개정 형법은 성전환 치료를 성적 정체성과 자유로운 인격 개발에 반하는 범죄행위로 규정했다. 타인에게 성전환 치료를 하거나 성전환 치료를 강요한 사람에겐 2~5년의 징역이 선고될 수 있다. 유죄가 선고되면 징역과 함께 최장 100시간 사회봉사를 이행해야 한다. 성전환 치료를 받았거나 치료를 강요받은 피해자가 미성년자인 경우 형량은 50% 가중될 수 있다. 개정 형법은 성전환 치료를 특정한 성적 정체성을 무효화하거나 방해, 변경,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되는 심리 또는 정신과 치료나 메소드(수단)로 규정했다. 멕시코시티 시의회는 성전환 치료에 대해 "인간의 존엄성에 반하는, 잔인하고 비인간적이며 불쾌한 행위"라면서 형법 개정안을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법안을 발의한 테미스토클레스 비야누에바 시의원은 표결에 앞서 진행된 의사발언에서 "(성전환 치료를 처벌하면) 멕시코시티가 성적 다양성의 인정에 있어 멕시코는 물론 라틴아메리카에서 선구자적 역할을 하게 된다"며 지지를 촉구했다. 회의는 온라인으로 진행됐지만 시의회당 주변엔 성소수자(LGBT)들이 몰려 형법 개정을 지지하는 시위를 벌였다. 한 시위 참가자는 "성전환 치료는 개인의 성적 정체성과 자유를 강제로 뜯어고치려는 악랄한 행위"라면서 "반드시 형법이 개정돼 성소수자의 권리가 더 이상 유린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성적 지향성을 병으로 보는 것부터가 문제"라면서 "형법 개정을 계기로 성소수자에 대한 일부 사회의 인식이 바뀌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클라우디아 세인바움 멕시코시티 시장은 "성전환 치료는 과거 종교재판에서나 가능했던 일"이라면서 "시의회를 통과한 개정 형법을 완벽하게 지지한다"고 밝혔다. 형법 개정안은 시장 공포 절차를 거쳐 발효된다. 멕시코시티는 멕시코에서 성소수자의 인권을 가장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있는 도시로 평가된다. 멕시코시티는 동성결혼은 물론 동성부부의 자녀 입양까지 허용하고 있다. 사진=자료사진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 물에 빠진 친구 구하다 사망…함께 술 마셨으니 의사자 인정 못한다?

    물에 빠진 친구 구하다 사망…함께 술 마셨으니 의사자 인정 못한다?

    법원 “음주 또는 수영 부추긴 사정 없다” 함께 술을 마신 뒤 수영을 하다 물에 빠진 친구를 구조하는 과정에서 숨진 남성이 재판을 통해 의사자로 인정받게 됐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 박양준)는 숨진 A(사망 당시 54세)씨의 부인이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의사자로 인정하지 않은 처분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방송사 카메라기자였던 A씨는 지체장애 3급인 친구 B씨와 함께 2018년 8월 강원도의 한 해수욕장을 찾았다. 수영을 하던 중 친구 B씨가 허우적거리며 “살려달라”고 소리치며 도움을 요청하자 A씨는 친구를 구조하려 물에 뛰어들었다가 숨졌다. 이후 A씨의 부인은 ‘남편이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하다가 숨진 것’이라고 주장하며 의사자로 지정해 달라고 보건복지부에 신청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보건복지부는 두 사람이 함께 술을 마신 뒤 바다에 들어갔다는 점을 들었다. 보건복지부 “위험 제공했다” 의사자 지정 거부 의사상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의사상자법)에 따르면 위험에 처한 사람을 구조하다가 숨졌더라도 그 사람의 위험이 구조자 때문에 발생한 경우에는 의사자로 인정하지 않는다. B씨는 지체장애 때문에 왼쪽 어깨가 불편한 상태였고, A씨와 B씨는 사고 직전 수차례 스노클링을 하다가 물에서 나와 술을 마시기를 반복했다. 보건복지부는 친구 B씨가 위험에 처하게 된 원인을 A씨가 제공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여러 사정에 비춰보면 A씨를 ‘자신의 행동으로 타인에게 위해를 일으킨 사람’으로 볼 수 없다”며 A씨 부인의 주장을 인정했다. 법원 “술 마신 뒤 입수 막지 않았다고 위험 제공한 것 아니다” 재판부는 “적극적으로 술을 마시자고 권하거나 술을 마신 뒤 바다 수영 또는 스노클링을 하자고 부추긴 사정이 없는 이상, 술을 마신 B씨가 바다에 들어가는 것을 막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A씨가 B씨를 위험에 처하게 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봤다. 또 “사고로 이어진 마지막 바다 입수는 B씨가 혼자 한 것이거나 먼저 앞서 나간 것으로 보인다”면서 “A씨가 물에 들어가자고 적극적으로 종용했다고 볼 사정이 없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는 소송 과정에서 “A씨의 구조행위 자체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추가했지만 이 역시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구조 활동은 했지만 함께 술을 마셨기 때문에 위험의 원인을 제공했으므로 의사자 신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한 보건복지부가 재판에 와서 입장을 바꿔 ‘구조 활동을 안 했다’는 주장을 새롭게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B씨가 비록 몸이 불편해도 수영 실력이 있다는 점도 판단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B씨가 사고 당일 스노클 장비를 빌려 바다에서 20분 동안 여러 차례 50∼60m를 반복하며 유영할 정도로 기본적인 수영 실력이 있었다”면서 지체장애가 있다고 해서 수영을 말리지 않은 것이 A씨의 잘못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병원 배관 타고 기어오른 아들, 지극한 효심 울린 코로나…비극 언제 끝나나

    병원 배관 타고 기어오른 아들, 지극한 효심 울린 코로나…비극 언제 끝나나

    “엄마 저 왔어요” 얼마 전부터 팔레스타인 웨스트뱅크 헤브론 지역에서 매일같이 병원 배관을 타고 기어오르는 남성이 목격됐다. 지하드 알 수와이티(30)라는 이름의 이 남성은 병원 2층에 입원 중인 어머니를 면회하려 위험을 무릅쓰고 건물 벽에 매달렸다. 밤늦게까지 난간에 걸터앉아 창문 사이로 어머니와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는 게 일상이었다. 병원 관계자는 현지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온종일 창밖에서 어머니를 들여다보곤 했다. 꼭 어머니가 잠드신 걸 확인한 후에야 집으로 돌아갔다”고 설명했다.그러나 이런 아들의 지극한 효심도 코로나의 비극은 피해 가지 못했다. 23일(현지시간) 데일리메일은 73세 고령으로 백혈병 투병 도중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지하드의 어머니가 지난 16일 세상을 떠났다고 전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던 날에도 아들은 배관을 타고 올라가 창문 너머로 어머니 임종을 지킨 것으로 알려졌다. 15년 전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에게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던 막내아들 지하드의 상심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지하드의 형은 “동생이 어머니 죽음에 큰 충격을 받았다. 점차 나아지고는 있지만 상실감이 큰 상태”라고 전했다.지하드의 안타까운 사연은 코로나로 할머니를 잃은 멕시코 남성을 연상시킨다. 지난달 멕시코 일간지 ‘밀레니오’는 코로나19 증상으로 손자와 함께 병원을 찾은 한 할머니가 제대로 된 치료도 한 번 받아보지 못하고 사망했다고 전했다. 할머니는 멕시코시티종합병원을 코앞에 두고 차 안에서 숨을 거뒀다. 할머니를 포기할 수 없었던 손자는 감염 우려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직접 인공호흡을 시도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반복되는 코로나의 비극, 백신 언제쯤?지난해 12월 중국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처음 보고된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 210여 개 국가에서 1598만4384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사망자는 64만3384에 이른다. 이런 비극적 상황은 도대체 언제쯤 끝이 날까. 현재 임상시험에 들어간 백신 후보물질은 총 27개, 이 중 마지막 임상 단계에 진입한 건 5개 정도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내년 초에나 백신을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마이클 라이언 WHO 긴급준비대응 사무처장은 22일(현지시간) 마지막 임상 단계에 돌입한 몇몇 백신 물질이 안정성과 면역 반응 생성 능력에서 성공적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백신이 개발될 경우 생산 능력을 확대해 모든 사람이 접근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세계 각국은 이미 치열한 백신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특히 미국은 백신 개발을 지원하고 가능성 큰 백신을 입도선매하는 작전을 펼치고 있다.자국 제약사인 노바백스에는 16억 달러, 모더나 4억 8천600만 달러, 존슨앤드존슨 4억 5천600만 달러를 각각 지원했다. 미국 화이자, 독일 바이오엔테크와도 백신 1억회 투약분의 대량 생산 및 전국적 배송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다.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가 공동 개발하는 백신 3억 회분은 12억 달러에 미리 확보했다. 영국도 마찬가지다. 지난 20일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의 백신 3천만 회분을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하는 등 여러 회사의 백신 총 2억 3천만 회분을 확보했다. 전문가들은 자체 백신을 개발하지 않는 한, 다수의 국가는 코로나19 백신 공급 우선순위와 가격 협상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지적하고 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코로나 걸린 브라질 대통령, 마스크 벗고 효과없는 약먹고…잇단 기행

    코로나 걸린 브라질 대통령, 마스크 벗고 효과없는 약먹고…잇단 기행

    지난 7일(이하 현지시간) 코로나19 확진자로 판명돼 관저에서 보름 넘게 격리 중인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이해할 수 없는 기행으로 연일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지난 23일 브라질 언론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이날 오토바이를 타고 관저 내부를 산책하다 도중에 만난 청소부들과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대화를 나눴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마스크를 쓰는 것도 중요한데 확진자가 이를 무시하고 타인과 대화를 나눈 것으로 명백하게 방역 조치를 어긴 셈이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마스크 착용 무시 행동은 이달에만 여러차례다. 지난 7일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코로나19 감염 사실을 알리는 생방송 인터뷰 도중에도 마스크를 벗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또한 지난 19일에는 수많은 지지자들 앞에 나서 논란의 약물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자랑스럽게 쳐들어 논란의 중심이 됐다. 이날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자가격리 중인 관저 앞으로 몰려든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를 건네며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트로피처럼 들어올렸다. 특히 이 과정에서 그는 여지없이 마스크를 벗고 지지자들을 향해 발언하기도 했다.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말라리아약 클로로퀸의 유사 약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효과를 극착한 사실이 알려져 유명해졌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WHO)는 안전성을 우려해 코로나19 치료제 실험에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배제한 바 있으며 심지어 18일 브라질 전염병학회(SBI)도 코로나19 치료의 모든 단계에서 이 약물을 사용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 그러나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 9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먹었는데 몸 상태가 좋다. 여러분도 나처럼 하기를 권한다”면서 “여러분에게도 분명히 효과가 있을 것이며 내가 증거”라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근거없는 자신감을 보이는 와중에 브라질의 코로나19 감염 상황은 악화일로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 집계에 따르면 24일 기준 브라질의 코로나19 확진자수는 220만명을 훌쩍 넘어섰으며 사망자도 8만4000여명에 달한다. 미국에 이어 세계 두번째 코로나19 피해국가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폼페이오 “우리가 중국을 바꾸지 않으면 중국이 우리를 바꿀 것”

    폼페이오 “우리가 중국을 바꾸지 않으면 중국이 우리를 바꿀 것”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을 폐쇄한 것은 중국의 “스파이 활동과 지식재산권 절도의 중심지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23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요바린다의 리처드 닉슨 대통령 도서관에서 ‘중국 공산당과 자유 세계의 미래‘를 주제로 내건 연설을 통해 “중국은 우리의 소중한 지식재산과 사업 기밀을 훔쳤다”며 미국 전역에서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잃게 만들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연설을 뜯어 보면 단순히 영사관 폐쇄의 정당성을 설명하는 차원을 넘어 1979년 1월 두 나라의 수교 전후를 시작으로 얼마 전까지 이어진 대중국 정책의 변화가 필요함을 역설하는 선언문 같다. 심지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향해 “파산한 전체주의 이데올로기의 진정한 신봉자”라고 공격했다. 그는 “오늘날 중국은 자국 내에서는 점점 더 권위주의적이고, 다른 곳에서는 자유에 대한 적대감을 더욱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며 “자유세계가 공산주의 중국을 바꾸지 않는다면 공산주의 중국이 우리를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맹목적으로 중국을 포용하는 낡은 패러다임은 실패했다며 “그것을 계속해서는 안 된다. 그것으로 되돌아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추구해 온 관여 정책은 닉슨 대통령이 유도하기를 희망한 중국의 변화를 가져오지 못했다”며 “우리의 정책들, 그리고 다른 자유 국가의 정책들이 중국의 쇠락한 경제를 부활시켰다는 것이 진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베이징의 행위는 우리 국민과 우리의 번영을 위협하기 때문에 자유세계 국가들은 더욱 창의적이고 단호한 방법으로 중국이 변화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며 “자유세계는 이 새로운 폭정을 이겨내야 한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1972년 중국을 방문해 수교의 발판을 만든 닉슨 전 대통령이 중국을 세계에 문을 열게 해 프랑켄슈타인을 만들어냈다고 토로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닉슨의 발언은 오늘의 현실을 예언한 것이었다고 평가했다. 신비학도 빅토르 프랑켄슈타인이 만들어낸 괴물이 오히려 자신을 창조한 세계를 향해 복수한다는 소설 내용을 빗댄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중국의 군사력은 더욱 강해지고 위협적이 됐다면서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소련과의 군축협상 당시 내건 ‘신뢰하라. 그러나 검증하라’는 구호를 차용해 자신이라면 “중국에 관해서는 ‘불신하라. 그리고 검증하라’고 말할 것”이라고 했다. 이밖에 그는 중국 공산당이 지원하는 화웨이는 미국에 대한 국가안보 위협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중국은 홍콩을 억압했고 신장 지역의 강제수용소에서 ‘노예 노동’으로 인권을 침해했으며 남중국해에선 국제법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편 미국 법무부는 이날 중국 인민해방군과의 연결 여부를 제대로 밝히지 않은 중국인 4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3명은 비자 위조 혐의로 체포했으며 나머지 한 명은 미 연방수사국(FBI)이 추적하고 있는데 샌프란시스코 주재 중국 영사관에 피신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FBI 요원들은 미국 내 25개 도시에 살면서 중국 군대와의 연결 여부에 대해 정확히 석명하지 못하는 중국인들을 심문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군 소속 과학자들을 미국에 파견하는 음모가 진행되고 있었다고 보고 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2030 세대] 선택적 친화력을 생각하다/김현집 미 스탠퍼드대 고전학 박사과정

    [2030 세대] 선택적 친화력을 생각하다/김현집 미 스탠퍼드대 고전학 박사과정

    ‘옥스퍼드 유니언’은 옥스퍼드 대학교 중앙을 세로지르는 콘마켓 거리 옆에 뻗어나간 조용한 골목에 위치해 있다. 정치토론이 열리는 학생 클럽이다. 1823년에 세워졌고, 라파엘 전파 화가들이 그린 고풍스런 벽화가 장식돼 있다. 이 유니언을 다녀가지 않은 유명인사가 없을 정도다. 현재 영국 총리인 보리스 존슨은 물론이고 마거릿 대처를 포함해 영국 총리가 일곱, 미국 대통령도 넷, 테레사 수녀, 심지어 알버트 아인슈타인 등. 미래에 정치인을 꿈꾸는 옥스퍼드대 학생이라면 이 유니언을 빼놓을 수 없다. 유니언 회원들은 멤버들만 드나들 수 있는 바에서 칵테일을 마시며 인맥을 넓힌다. 내부에 들어가 보면 런던에 있을 법한 젠틀맨 클럽 분위기 그대로다. 벽은 우든 패널로 둘러져 있고, 의자는 가죽으로 덮여 있다. 토론 회관은 영국의 하원 본회장을 연상시킨다. 이곳에서 달아오른 얼굴로 서서 논쟁을 벌이는 학생들을 보면 이미 하원의원이 된 듯하다. 웰링턴 공작은 워털루전투의 승리는 이튼 학교의 운동장에서 결정됐다고 말한 바 있다. 어쩌다 영국 정치인들을 보면 옥스퍼드 유니언 학생들의 모습이 겹쳐 보이는 이유다. 벌써부터 친구들을 유권자 취급한다고 불만스러워하던 학생들도 있었다. 유니언을 빠져나와 콘마켓 거리를 따라 내려오면 옥스퍼드 하이 스트리트가 있다. 하이 스트리트를 내려다보는 석상들이 여럿인데 그중 하나가 세실 로즈다. 이 석상에 대한 논란이 새삼스럽지는 않다. 처칠에 대한 비난과 찬사도 거듭돼 온 것들이다. 그의 동상 또한 여러 차례 훼손된 바 있다. 시대의 요구에 따라 혹은 필요하니까 역사를 해석하는 자들이 달라진 것뿐이다. 친구 제임스도 유니언 멤버였다. 그는 옥스퍼드 보수협회에서 회장으로 활동했다. 어렸을 때부터 존경하던 마거릿 대처와 같은 자리에 올라가는 순간 느꼈을 전율을 짐작할 수 있다. 그의 꿈을 좇아 지금은 싱크탱크에서 일하고 있다. 제임스는 초등학생 때 중국의 삼국지를 자기만의 역사소설로 바꿔 번역하기도 했다. 게다가 제임스는 중국 영웅은 물론 나폴레옹에 대해서도 모르는 게 없는 역사통이다. 대부분 옥스퍼드 학생들은 사실 진보성향이 강하다. 때문에 고등학교 때 이미 보수협회에 가입해 활동하던 제임스를 곱지 않게 보았다. 고지식한 보수이고 차가운 기회주의자로 보였겠지만, 내게는 그저 중국 삼국지에 빠진 독특한 청년으로 보였다. 제임스에겐 낭만이 있었다. 한편 제일 친한 친구 카메란은 대학 내내 영국 노동당 지지자였다. 할인쿠폰 없이는 식당에 가지 않던 카메란은 지금은 뉴욕의 대기업에서 상당한 연봉을 받고 일하고 있다. 수학을 전공한 카메란은 요즘 세금에 대해 민감해졌다. 그러고는 보수로 돌아섰다. 사회복지의 효율성에대해서 질문이 많아진 친구 카메란이라니.
  • “전기차, ‘기후 위기’ 대안 기대하지만… 철도교통망 확충 더 효율적”

    “전기차, ‘기후 위기’ 대안 기대하지만… 철도교통망 확충 더 효율적”

    지난 7월 7일은 경부고속도로가 완전히 개통된 지 50년이 되는 날이다. 이 도로가 한국의 경제개발을 상징한다는 사실은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많은 고속도로망 투자가 이뤄져 고속도로망 구조가 완전히 바뀐 지금도 이 망의 상징적 지위는 ‘노선 번호 1번’으로 남아 있다. 이 도로가 이토록 큰 상징으로 남은 것은, 지난 100여년간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경제개발은 바로 ‘마이카’를 목표로 했기 때문이다. ‘마이카 시대’를 향한 변화를 지리학에서는 ‘자동차화’(motorization)라고 부른다. 1900년의 세계에서 승용차를 탈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202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서는 교통량 가운데 적어도 3분의2가 승용차로 처리된다. OECD와 그 밖의 국가를 나누는 가장 큰 차이도 교통과 자동차에 투입되는 최종 에너지의 비중 차이에서 찾을 수 있다(도표 1, 2). 자동차가 다닐 수 있도록 길의 모습이 바뀌자 도시의 모습도 바뀌었다. 곧이어 도시에 의존해 살아가는 인간의 일상과 심성까지, 문자 그대로 모든 것이 자동차에 의해 바뀌었으며, 바로 이러한 변화 자체가 사회 전체의 성장과 발전으로 이해되기에 이르렀다.●경부고속도로, 한국 경제개발의 상징 오늘날 자동차화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예측이 널리 퍼져 있다. 비록 코로나19로 공유자동차의 인기는 시들하지만, 자율주행을 통해 운전의 부담이 사라지고 정체가 완화될 것이며, 전기차를 통해 연료비와 오염물질의 배출이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은 그 기술적 어려움에도 여전히 큰 기대를 받고 있다. 나는 이런 예측 속에 담긴 변화를 ‘두 번째 자동차화’라고 부르는 것이 좋다고 본다. 사람이 제한된 인지능력으로 차량을 운전해 생기는 문제, 그리고 내연기관에서 생기는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기술적 수단이 도입됨에 따라, 지난 자동차화의 결과가 그랬던 것보다 더욱 넓은 범위에서, 그리고 더욱 많은 인구가 자동차를 활용하게 되는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과 인도를 비롯한 개도국의 소득 향상으로 지구상의 자동차 수는 계속해서 급격하게 증가할 것이다. 두 번째 자동차화와 개도국의 지속적인 성장이 맞물려 자동차는 앞으로도 발전과 성장의 총아로서의 지위를 누릴 듯하다. 50년 전 고속도로를 건설하면서 한국이 택했던 이러한 미래상은 두 번째 자동차화와 함께 더욱 심화할 것이다. 그러나 2020년은, 자동차가 약속하는 미래상을 계속해서 추구하면 한국은 물론 인류 전체는 감당할 수 없는 거대한 비용을 짊어질 것이라는 사실도 함께 분명해진 시점이기도 하다. 모든 것을 바꾸고 있는 바로 그 문제, 기후 위기가 바로 이 비용의 원천이다. 오늘날 승용차는 인류 전체로 보아 석탄화력 발전소 다음가는 탄소배출량을 기록하는 에너지 소비 분야다(도표 3). 비중이 가장 높은 미국의 경우 석탄화력과 비등하고(전체의 25%), 한국의 승용차 역시 석탄화력, 철강 산업 다음가는 탄소배출량 비중을 차지하는 것 같다. ●미래형 자동차 추구하면 ‘큰 비용’ 짊어져야 내연기관 차량을 전기로 대체하더라도 상황을 개선하는 데는 불충분하다.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재생에너지의 확산세는 적어도 지금까지는 전기차 덕에 증가하게 될 전기 소비량을 채울 수 있기는커녕 기존 발전소를 충분한 속도로 대체하기에도 힘에 부친다. 한국의 승용차 주행거리가 유지될 경우 전기화를 통해 차량의 최종 에너지 소비량이 30%로 줄어든다 해도 모든 승용차가 전기차로 바뀌었을 때 국내 발전량은 21% 늘어나야 할 것 같다. 국내 재생에너지의 발전량이 매년 10%씩 균등하게 증가하더라도 전기자동차의 소비량을 모두 공급할 수 있는 것은 2039년, 이들만으로 현재의 발전량과 전기자동차의 소비량을 더한 발전량을 채울 수 있는 것은 2057년일 것이다(도표 4). 205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제로로 만들어야 한다는 수많은 요청은, 전력소비량 자체를 줄이지 않는 한 발전소에서조차 실현할 수 없고, 전기차만으로 이 위기를 극복하는 데 불충분하다는 뜻이다. 상황이 악화될 것이라는 보고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내가 확인한 모든 연구에서는 자율주행차량은 회송거리를 늘리고 운전 부담을 크게 감소시켜 자동차 주행거리를 늘릴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게다가 승용차 가운데 덩치 크고 무거워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의 비중은 전 세계에 걸쳐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미래 자동차 연구가 지적하는 가장 중요한 자동차 에너지 소비량의 저감 요인이 자동차의 크기 조정(right sizing)임을 감안하면, 특히 후자의 경향은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아야 하는 요인이다(도표 5). 중국과 인도 같은 거대 개도국의 성장과 맞물려, 두 번째 자동차화는 첫 번째 자동차화보다 더 거대한 비용을 인류에게 청구할 기세다. ●전기차로 대체해도 국내 발전량 21% 늘려야 단기~중기적으로 코로나19 사태는 이 비용을 더욱 증폭시킬 수 있다. 감염병 위기는 승용차가 이동의 능력과 타인과의 물리적 거리를 함께 구현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데 사람들이 더욱 주목하도록 만들었다. 이러한 선호 변화는 자동차를 타는 데 편리한 저밀도 교외 지역에 대한 선호를 다시 강화시킬 수 있다. 세계의 여러 지방정부에서 ‘코로나 차로’, 즉 늘어나는 자동차 통행량을 억제하고 보행자 사이의 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차로를 축소해 보행로와 자전거도로를 넓히는 도로 개조 정책을 실행하고는 있으나, 고속도로를 타고 교외지역을 달리는 승용차 교통량에 대해 도심부 도로의 구조를 바꿔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다. 게다가 감염병으로 인한 경제 위기 덕에 국제 유가는 폭락했고, 따라서 전기차에는 불리한 환경이, 내연기관에는 유리한 환경이 몇 년 더 연장될 것 같다. 이처럼 단기적으로든, 중장기적으로든 자동차가 사회에 강요하는 비용은 증식해 나갈 것이다. 나는 한국과 세계의 교통 시스템이 하나의 기로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 자동차화를 그대로 받아들여 승용차가 지배하는 교통과 도시를 더욱 확대하고 사람들의 심성 속에서 승용차의 위상을 더욱더 크게 키우는 한편 이미 억제가 어려운 기후 위기를 더욱 심화시키는 비용을 치를 것인가, 아니면 승용차가 유발하는 비용을 승용차 사용자들에게 더 크게 부과해 두 번째 자동차화의 규모와 속도와 방향을 조절하고, 교통과 도시를 지배하는 왕좌에서 승용차를 내려오게 만들 것인가? ●코로나 사태로 내연기관에 유리한 환경 연장 물론 전기자동차가 오늘의 기후 위기를 극복하는 데서, 그리고 다음 세대의 교통 시스템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수단임은 틀림없다. 전기승용차는 2018년 현재 한국의 승용차에 비해 발전으로 인한 손실을 감안하더라도 1차 에너지 효율이 대략 두 배 높고, 탄소배출량도 그만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자동차의 전기화는, 지난 30년간 정부가 집행해 온 교통 투자의 재원이 대부분 유류라는 점을 감안하면 또 다른 위기를 부를 것이다. 현존하는 시설을 유지하고 보수할 비용은 물론 대중교통 운용에 대한 지원, 광역 철도에 대한 투자, 북한의 개혁과 개방에 따라 한국 영내에서 이뤄져야 할 투자 등 모두 재정을 필요로 한다. 유류세를 대체할 새 세원이 없다면 전기자동차로의 이행은 교통 투자의 공백을 부를 것이고, 변화를 관리할 귀중한 자원인 재정의 고갈과 함께 찾아온 두 번째 자동차화는 방금 예상했던 것보다 더 큰 위기로 귀결될 수 있다. 경부고속도로 50주년을 맞이한 한국에, 그리고 이 고속도로로 인한 개발과 발전 경험을 세계인들과 나누고자 하는 ‘선진국’ 한국에 지금 필요한 것은 바로 이 기로 속에 담긴 여러 근본적 변화를 헤쳐 나갈 수 있는 새로운 사회계약의 설계다. 나는 ‘거대도시 서울 철도’(워크룸프레스 펴냄)라는 책에서 하나의 제안을 내놓았다. 교통은 그것을 규제하는 제도와 사람과 물자를 실제로 움직일 수 있게 만드는 물리적 구조물의 결합체이므로, 이 제안은 이들 두 층위 모두에 걸쳐 이뤄져야 한다. 제도의 측면에서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교통 관련 세금의 전환 전략이다. 먼저 단기~중기적으로는 교통 관련 세금제도는 현재의 내연기관 차량이 전기자동차로 가능한 한 많이, 빠르게 전환될 수 있도록 전기차량에 세제 혜택을 부여해야 한다. 더불어 장기적으로는 승용차 통행량의 절대 수치 자체를 줄여 재생에너지의 보급으로 인한 갈등과 여전히 남아 있을 화석연료 발전소의 발전량을 줄일 수 있도록 자동차 주행 자체의 세금 부담을 지속적으로 증대시켜야 한다. 내가 국제에너지기구(IEA)의 기후위기 대응 시나리오(Energy Technology Perspectives, 2017)를 참조해 제안하길, 전기차에 대한 세제 혜택은 2030년대 중반까지 효력이 있어야 하지만, 그 이후에는 차량 전체의 주행거리를 줄이는 방향의 효과가 더 크도록 미래 시나리오를 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탄소세나 전력 소비량에 대한 교통세 부과를 넘어 주행세도 필요하다. 물리적 구조의 측면에서 필요한 조치의 핵심에는 바로 철도를 확대하는 것이다. 현재 철도의 에너지 효율은 실적값(2018년 철도통계연보)을 기준으로 할 때 동일한 수의 승객을 동일한 거리로 수송할 때 승용차에 비해 약 10배, 탄소 효율은(석탄화력 발전소 덕에) 약 5배 높다. 철도의 에너지 효율과 탄소 효율은 3배 높다는 뜻이다. 인간의 활동을 좀더 철도 주변에 집약시킬 수 있도록 도시의 (재)개발이 이뤄질 경우 철도 승객의 밀도가 늘어 이 비율은 더 크게 증가할 것이다. 교통 부분 탄소배출량을 줄이면서도, 동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동의 자유를 양적으로 충분히 보장하는 대책에는 자동차 교통량을 철도로 이전하는 작업이 포함돼야 한다. ●도로 중심의 교통망 더이상 지속 어려워 IEA의 기후변화 대응 시나리오는 미국의 승용차 통행량을 30%, 유럽의 통행량을 40%, OECD 전체로서도 3분의1 정도 줄이고 철도와 대중교통으로 거의 그만큼의 통행량을 이전하는 대책을 포함하고 있다. 게다가 개인의 지불 능력에 의존해 운용해야 하는 승용차와는 달리 철도는 대중교통으로서 정부 재정 운용을 통해 사회적 약자에게 이동력을 형평성 있게 공급할 수단이다. 효율과 형평, 그리고 지속가능성에서 철도는 승용차보다 우월하다. 도로를 중심으로 하는 교통망의 물리적 구조는 기후위기를 완화하고 그 속에서 적응하려면 더이상 지속하기 어렵다. 교통 재정 제도의 전면적이고 체계적인 개편, 그리고 철도의 확대를 중심으로 하는 물리적 투자가 바로 지금부터 준비돼야 하는 이유다. ■전현우 서강대와 동 대학원에서 과학 철학을 전공했다. 최근 ‘거대도시 서울 철도: 기후위기 시대의 미래환승법’(워크룸프레스, 2020)을 출간했으며, 번역서도 몇 권 있다. 서울시립대 자연과학연구소 연구원으로 철학과 물리학의 눈으로 교통을 바라보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 전력 보강 K리그 새 얼굴…“우리가 게임 체인저”

    전력 보강 K리그 새 얼굴…“우리가 게임 체인저”

    ‘최소 실점’ 울산, 국대 수비수 홍철로 후방 강화전북은 바로우·구스타보 품고 ‘닥공’ 부활 노려친정 복귀 기성용·플레잉 코치 조원희도 관심해외파 구성윤·서영재는 ‘K리그 새내기’ 신고‘헤쳐 모여 끝’ 2020프로축구 K리그가 여름 이적시장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후반기 경쟁으로 향한다. 23일 한국프로축구연맹에 따르면 전날 4주간의 K리그 추가 등록을 마감한 결과 모두 59명(K리그1 22명·K리그2 37명)의 선수가 새 팀을 찾아 등록을 완료했다. 2017년 74명, 2018년 70명, 지난해 76명에 견주면 크게 줄었다. 코로나19 여파로 각 구단 재정 형편이 여의치 않고, 또 리그가 단축되며 선수 수급 필요성이 감소된 점 등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올시즌 K리그1 우승을 다투고 있는 울산 현대와 전북 현대의 전력 보강이 가장 관심을 끌었다. 팀 최다 득점(27득점)에 최소 실점(8실점)을 기록 중인 울산은 국가대표 수비수 홍철을 영입하며 후방을 보다 강화했다. 이적 시장 문이 열리자 마자 수원 삼성에서 울산으로 팀을 옮겼던 홍철은 벌써 3경기를 소화하며 새 팀에 힘을 보태고 있다. 팀 득점 4위(18골)로 팀 컬러 ‘닥공’(닥치고 공격)에 2% 부족한 화력을 보여주던 전북은 대대적으로 공격을 강화했다. 빈틈으로 지적받던 측면 공격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출신 윙어 바로우(스웨덴)를 채워넣었다. 또 브라질 명문 코린치앙스에서 뛴 공격수 구스타보도 영입했다. 앞서 중국 진출을 꾀했던 수비형 미드필더 신형민과 6개월 단기 계약을 맺는 등 울산보다 손을 많이 봤다. 앞서 9라운드 맞대결에서 전북이 2-0으로 이겼으나 이후 3경기에서 전북은 2무1패, 울산은 3연승으로 희비가 엇갈리며 울산이 1위를 달리고 있는 상황이라 벌써부터 9월 말 재대결에 관심이 쏠린다.이번 이적 시장에서는 해외파 영입도 두드러졌다. 역시 코로나19 여파로 해외 축구 시장이 불안정해진 결과로 보인다. 11년 만에 K리그로 복귀한 기성용(FC서울)의 경우 최악의 부진에 빠져 있는 FC서울 부활을 위한 ‘마스터 키’가 될지 주목된다. 국가대표 공격수 나상호도 일본에서 1년 반 만에 돌아와 성남FC 유니폼을 입었다. K리그를 거쳐 각각 태국과 말레이시아로 진출했던 정재용과 강승조는 수원FC와 경남FC(이상 K리그2)로 복귀했다. 해외 무대로 직행했다가 K리그 새내기 신고를 한 경우도 적지 않다. 일본 삿포로와 독일 홀슈타인 킬(2부)에서 활약하다 각각 대구FC와 대전하나시티즌(K리그2) 유니폼을 입은 구성윤과 서영재가 그렇다. 포르투갈 아카데미카 드 코임브라에서 뛰었던 황문기, 독일 뤼베크(4부) 출신 김동수도 FC안양(K리그2)에 합류하며 K리그에서 첫 선을 보인다. 이밖에 국가대표 출신 수비수 조원희의 경우 은퇴 1년 반 만에 수원FC 플레잉 코치로 현역 복귀해 눈길을 끌고 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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