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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 누구보다 절친한… 여덟 살 딸이 만난 엄마의 여덟 살

    세상 누구보다 절친한… 여덟 살 딸이 만난 엄마의 여덟 살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2019)으로 셀린 시아마는 전 세계 영화인이 주목하는 유명 감독 반열에 올랐다. 이후 그녀의 신작을 기다린 관객이 많았을 터다. 2021년 셀린 시아마가 돌아왔다. “어린 시절 자신의 부모를 만나는 상상은 누구든 할 수 있는 상상이다. 모두가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상상을, 나의 연출로 자유롭게 표현해 보고 싶었다.” 이런 기획의 말을 담은 ‘쁘띠 마망’(Petite Maman)을 들고서다. ‘쁘띠 마망’은 ‘꼬마 엄마’라는 뜻이다. 기획의 말과 제목에 영화의 비밀이 다 들어 있다. 이 작품은 외갓집에 온 딸 넬리(조세핀 산스 분)가 자신과 같은 여덟 살 나이의 엄마 마리옹(가브리엘 산스 분)과 만나는 신비한 이야기다. 이를 스포일러라고 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현재를 사는 딸과 과거를 사는 꼬마 엄마와의 교류는 영화의 설정이지 주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셀린 시아마 말대로 어린 시절 자신의 부모를 만나는 상상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이런 판타지의 구현으로 관객에게 무엇을 전하느냐다. 두드러지는 가치는 위로다. 두 가지를 언급할 수 있다. 하나는 과거의 꼬마 엄마를 현재의 딸이 위로한다는 것이다. 여덟 살 마리옹은 외로워 보인다. 또래 친구가 없어서다. 그래서 놀이 삼아 마리옹은 숲속에 나뭇가지로 얼기설기 쌓은 오두막을 혼자 짓고 있다. 그때 넬리가 나타난다. 같이 오두막을 완성해 가면서 두 사람은 비밀 장소를 공유한 친구로 거듭난다. 다리 수술까지 예정돼 있어 걱정 많던 마리옹에게 넬리는 존재 자체로 커다란 위로가 돼 준 셈이다. 다른 하나는 현재의 딸을 과거의 꼬마 엄마가 위로한다는 것이다. 넬리가 외갓집에 온 이유는 외할머니의 죽음에 있었다. 외할머니 유품을 정리하기 위해 부모님은 넬리와 함께 이곳을 찾았다. 그런데 마리옹은 사별의 아픔을 감당하기 힘들어 홀로 외갓집을 떠나 버린다. 아빠가 있긴 해도 넬리는 고독하게 애도의 시간을 견뎌야 했다. 외할머니를 깊이 사랑한 사람은 마리옹만이 아니었다. 의지처가 필요했던 상황에서 넬리는 꼬마 엄마 덕분에 위로받았다. 무엇보다 꼬마 엄마 곁에는 젊은 시절의 외할머니가 다정하게 있어 줬으니까.셀린 시아마도 ‘쁘띠 마망’으로 팬데믹으로 고난을 겪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싶었다고 밝힌다. 사실 그것은 위로라기보다 촉구다. 그녀는 넬리의 입을 빌려 “다음번은 없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제 떠나야 한다며, 친구(꼬마 엄마)의 초대를 다음번으로 미루라는 아빠에게 하는 말이다. 지금 만끽해야 하는 순간을 우리는 얼마나 많이 다음번으로 기약하며 살았나. 그렇게 해서 실현된 다음번은 없다. 설령 있다고 해도 당시의 순간과 같은 양과 질을 갖지 못한다. 그러니까 셀린 시아마는 관객에게 이렇게 전하는 듯하다. 미적대지 말라, 타인과 얽힌 당신의 그 일을. 허희 문학평론가·영화 칼럼니스트
  • K콘텐츠 통 큰 투자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대박으로 빛났다

    K콘텐츠 통 큰 투자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대박으로 빛났다

    넷플릭스가 국내 제작사들과 손잡고 내놓은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시청 중인 넷플릭스 TV쇼 콘텐츠에 오르며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한국 콘텐츠 경쟁력을 확신하고 올해만 5500억원을 쏟아붓기로 한 넷플릭스의 ‘통 큰 투자’가 본격적으로 빛을 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6일 글로벌 OTT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 인기 TV프로그램’에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전 세계 국가를 집계하다 보니 한국시간 기준으로는 하루 전날 순위가 공개되는데 25일 기준 해당 차트 1위에 올라 있다. 콘텐츠 공개 일주일 만인 지난 24일 정상에 오른 뒤 이틀 연속 자리를 지키고 있다.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가 해당 차트에서 1위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심지어 글로벌 대중문화의 중심지인 미국에서는 지난 21일부터 5일 연속 TV쇼 부문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오징어 게임의 흥행에는 넷플릭스의 과감한 투자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넷플릭스는 일찍이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류’를 불러일으킨 한국 콘텐츠의 저력을 눈여겨보고 2016년부터 5년간 총 7700억원을 쏟아부었다. 연간 1540억원 꼴이다. 한발 더 나아가 넷플릭스는 올 한 해 동안에만 한국의 오리지널 콘텐츠에 55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지난해 넷플릭스 한국 법인이 국내에서 올린 매출은 4155억원이었는데 그보다도 많은 액수를 과감히 투자하는 것이다. 지난 1월에는 경기 연천·파주에 위치한 스튜디오 두 곳을 장기 임대해 안정적 생산 기반을 갖추기도 했다.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인 ‘킹덤’(6부작)이나 ‘스위트홈’(10부작)에는 각각 300억~350억원, 오징어 게임(9부작)은 200억원의 제작비가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상파 드라마는 16부작 제작비가 130억~150억원만 투입돼도 대작으로 분류되는 것과 투자 규모에서 차이가 크다. 영화 ‘남한산성’, ‘수상한 그녀’, ‘도가니’ 등을 흥행시킨 황동혁 감독과 톱스타인 이정재가 오징어 게임에서 의기투합한 것도 대형 투자가 뒷받침된 덕이다. 업계 관계자는 “토종 OTT 업체인 티빙(CJ ENM)이나 웨이브(SK텔레콤)도 거액의 투자를 예고했지만 전 세계 190여개국에 2억 시청자를 보유한 넷플릭스와 시장 사이즈부터가 다르다”면서 “토종 OTT 업체들의 입지는 좁아지는 반면 국내 드라마·영화 등의 콘텐츠 제작사들은 막대한 투자를 받으며 활기를 띠고 있다”고 말했다.
  • K콘텐츠에 ‘통큰 투자’ 넷플릭스…‘오징어게임’ 대박으로 웃었다

    K콘텐츠에 ‘통큰 투자’ 넷플릭스…‘오징어게임’ 대박으로 웃었다

    넷플릭스가 국내 제작사들과 손잡고 내놓은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시청 중인 넷플릭스 TV쇼 콘텐츠에 오르며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한국 콘텐츠 경쟁력을 확신하고 올해만 5500억원을 쏟아붓기로 한 넷플릭스의 ‘통큰 투자’가 본격적으로 빛을 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넷플릭스와 비교해 국산 콘텐츠에서 강점을 지녔다고 자신해온 ‘토종’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체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26일 글로벌 OTT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오징어게임은 ‘넷플릭스 인기 TV프로그램’에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전세계 국가를 집계하다보니 한국시간 기준으로는 하루 전날 순위가 공개돼는데 25일 기준 해당 차트 1위에 올라 있다. 콘텐츠 공개 일주일 만인 지난 24일 정상에 오른 뒤 이틀 연속 자리를 지키고 있다.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가 해당 차트에서 1위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심지어 글로벌 대중문화의 중심지인 미국에서는 지난 21일부터 5일 연속 TV쇼 부문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오징어 게임의 흥행에는 넷플릭스의 과감한 투자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넷플릭스는 일찍이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류’를 불러일으킨 한국 콘텐츠의 저력을 눈여겨보고 2016년부터 5년간 총 7700억원을 쏟아부었다. 연간 1540억원 꼴이다. 한발 더 나아가 넷플릭스는 올 한 해 동안에만 한국의 오리지널 콘텐츠에 55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지난해 넷플릭스 한국 법인이 국내에서 올린 매출은 4155억원이었는데 그보다도 많은 액수를 과감히 투자하는 것이다. 지난 1월에는 경기 연천·파주에 위치한 스튜디오 두 곳을 장기 임대해 안정적 생산 기반을 갖추기도 했다.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인 ‘킹덤’(6부작)이나 ‘스위트홈’(10부작)에는 각각 300억~350억원, 오징어 게임(9부작)은 200억원의 제작비가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상파 드라마는 16부작 제작비가 130억~150억원만 투입돼도 대작으로 분류되는 것과 투자 규모에서 차이가 크다. 영화 ‘남한산성’, ‘수상한 그녀’, ‘도가니’ 등을 흥행시킨 황동혁 감독과 톱스타인 이정재가 오징어 게임에서 의기투합한 것도 대형 투자가 뒷받침된 덕이다.업계 관계자는 “토종 OTT 업체인 티빙(CJ ENM)이나 웨이브(SK텔레콤)도 거액의 투자를 예고했지만 전세계 190여개국에 2억 시청자를 보유한 넷플릭스와 시장 사이즈부터가 다르다”면서 “토종 OTT 업체들의 입지는 좁아지는 반면 국내 드라마·영화 등의 콘텐츠 제작사들은 막대한 투자를 받으며 활기를 띠고 있다”고 말했다.
  • 한 달 새 2000명 임신·22명 출산…아프간 난민 체류 미군기지, 현 상황

    한 달 새 2000명 임신·22명 출산…아프간 난민 체류 미군기지, 현 상황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를 준비하고 탈레반이 그 자리를 장악한 지 한 달 여가 지난 가운데, 아프간을 탈출한 난민을 수용한 독일 미군기지의 상황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CNN의 24일 보도에 따르면 1만 명의 아프간 난민을 수용하고 있는 독일 람슈타인 공군기지에서는 한 달 새 약 2000명의 여성이 임신하고, 22명의 새 생명이 탄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지에서 피난민을 돌보는 공군기지 관계자는 “아프간 어머니에게서 22명의 아기가 태어났고, 신생아의 숫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 이곳에 임시 체류 중인 여성 3000명 중 약 3분의 2가 임신 중”이라면서 “더 많은 의료진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람슈타인 공군기지에 머물고 있는 난민들은 부족한 의료물품뿐만 아니라 추위와도 싸워야 한다. 임시 체류 기간이 몇 주 더 연장된 상황에서 현지 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기 시작했고, 갓 태어난 신생아와 임신부, 어린이를 포함한 난민 대다수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람슈타인은 유럽에서 가장 큰 미군기지 중 하나지만, 1만 명에 달하는 난민이 동시에 머물기에는 장비와 시설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미군이 지난달 31일가지 아프간 카불공항을 통해 대피시킨 아프간 국민은 약 12만 4000명에 달한다. 이들 가운데 4만 5000여명이 람슈타인 공군기지를 거쳐 다른 곳으로 떠났고, 현재는 1만 여명이 남아있다. 기존에 없던 작은 도시가 생겼다는 의미에서, 미 국방부는 이곳을 ‘즉석 도시’(Instant City)라고 부르기도 했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아프간을 탈출한 난민들은 람슈타인 공군기지와 같은 해외 미군기지에 머물며 코로나19 검사와 특별이민비자 신청 자격 심사 등을 받는다. 독일 람슈타인 기지는 이탈리아 시고넬라, 스페인 로타에 각각 있는 미 해군기지와 더불어 난민들에게 일종의 ‘환승 센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달 중순에는 미국으로 입국한 아프간 난민 중 일부가 홍역 확진을 받으면서 난민들의 미국 입국이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람슈타인을 거쳐 미국으로 입국하는 난민의 속도가 주춤해졌고, 람슈타인 공군기지에 예상보다 오래 머물게 된 난민들은 부족한 물자 및 추위와 싸워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람슈타인 기지 관계자는 CNN과 한 인터뷰에서 “람슈타인의 야간 기온이 거의 영하로 떨어졌고, 계속해서 기온은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텐트 수백개에 발전기와 히터를 설치했다. 현재까지 텐트의 약 3분의 2에 난방시설 설치를 마쳤고, 나머지는 수일 내 해결될 것”이라면서 “난민들이 람슈타인을 떠날 때까지는 모두 내 가족과 다름 없다”고 말했다.
  • 대입 N수생 증가, 어떻게 볼 것인가? …경기도교육연구원 보고서

    대입 N수생 증가, 어떻게 볼 것인가? …경기도교육연구원 보고서

    경기도교육연구원은 대입 N수 경험자들 이야기를 분석한 ‘대입 N수생의 삶과 문화’ 연구보고서를 발간했다고 24일 밝혔다. 출산율 감소로 수능 응시자 수가 줄어들고 있는 반면, 대입 N수생 비율은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전체 수능 응시자에서 졸업생 (검정고시 등 포함)이 차지하는 비율 2019학년도에 22.8%, 2020학년도에 25.9%이었고, 2021학년도에는 27%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최근 N수를 선택하는 학생들의 지역과 경제적 배경이 서울 등 수도권에 집중되고, 서울에서도 특히 강남권에 몰리고 있다. 2021학년도 수능 응시원서를 접수한 전국의 N수생 비율은 27%로 집계되었으나 서울만 살펴보면 39%로 전국 평균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특히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의 경우에는 2021학년도 수능 원서를 접수한 N수생 비율이 53%로 고등학교 재학생보다 졸업생 응시자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N수 경험이 있는 19명의 연구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1~2회의 개별 인터뷰를 진행했다. 연구 참여자들이 N수를 결정한 이유는 무엇이고, N수를 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경험을 하며, N수생들의 삶과 문화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그들의 관점에서 분석했다. 연구 참여자들은 자신의 대입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N수를 선택했다고 보았으나, 그들의 선택은 온전히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것이 아니었다. 그들의 선택은 능력주의 사회의 광적인 교육열, 교육에 대한 가족의 기대와 신념, 사회·경제적 지위, 대학 입시 체제, 교육 제도, 산업 구조, 노동 시장, 자본주의 체제 등 여러 복합적인 요인들이 힘을 발휘하는 사회적 배치 안에서 발생한 것이었다. 연구 참여자들은 우리 사회가 ‘N수를 권하는 사회’임을 보여주었다. 연구 참여자들은 높은 순위의 대학, 그리고 안정적인 삶과 직결된다고 믿는 학과에 입학하기를 욕망했고, 그 욕망을 지향하며 자기 삶을 관리하고 통제했다. 그 과정에서 신체적·심리적 고통을 경험했으나 미래에 대한 기대를 품고 그것을 기꺼이 감내하고자 노력했다. 그들은 고통의 경험을 성장으로 이해했다. 연구 참여자들의 이야기는 N수생들이 능력주의 지배담론의 주체임과 동시에 행위자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런 이중적 움직임은 수험생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포착되었다. N수생들은 서로 입시 정보와 경험을 나누는 과정에서 능력주의 담론에 영향을 받기도, 그것을 적극적으로 생성하기도 했다. 그들은 서로 관계를 맺으며 학벌과 안정을 향한 욕망을 키우기도 했고, 타인의 욕망을 자극하기도 했다. 연구 결과는 대입 N수가 능력주의 사회의 ‘결과’이자 그것을 야기하는 ‘원인’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낸다. 대입 N수는 청년들이 능력주의 사회의 요청에 응답하기 위해 자기 자신을 ‘재단’하는 기간이다. 그러나 동시에 이 사회가 특정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는 지속적인 힘을 공급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연구진은 대입 N수 증가 현상의 ‘진짜’ 문제는 코드화되어 특정 방향으로 흐르는 우리, 즉 사회구성원들의 욕망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것은 문제의 원인과 해결의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려는 시도가 아니다. 다만, 연구진은 특정한 삶의 방식을 추구하려는 우리 욕망의 ‘방향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연구책임자인 엄수정 부연구위원은 대입 N수 증가라는 현상이 보여주는 사회 문제를 성찰하고 사회 변화를 촉진하기 위해 학교 교육과 관련하여 세 가지 제안을 하였다. 첫째, 특정한 방식의 삶을 지향하도록 우리 욕망의 방향성을 만드는 사회적 ‘장치’들을 면밀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특히, 학교에서 능력주의 담론을 토대로 이루어지는 일상적 실천에 대한 문제 제기가 필요하다. 둘째, 다양한 가치, 사유와 삶의 방식을 가시화하기 위해서 대안담론을 교육의 장(場) 안으로 적극적으로 유입시켜야 한다. 셋째, ‘소수자 되기’를 향한 적극적인 교육적 시도가 필요하다. 동일성을 요구하는 사회에서 발생하는 소외, 배제, 차별의 문제를 이해하고 사회 변혁적 실천 능력을 기르는 교육은 ‘나’와 ‘너’, ‘우리’와 ‘그들’의 삶을 탈규범적, 탈관습적, 탈위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힘을 제공할 수 있다.
  • [2030 세대] 마음에도 운동이 필요하다/박누리 스마트스터디 IR&기업전략 리더

    [2030 세대] 마음에도 운동이 필요하다/박누리 스마트스터디 IR&기업전략 리더

    닷새나 되는 긴 명절 연휴의 마지막 날, 문득 지난 몇 년 동안 가깝게 지낸 이들의 면면을 떠올렸다. 온라인, 오프라인을 막론하고 다양한 경로로 여러 사람과 알게 돼 교류하는 사이에 가까워진 사람도, 멀어진 사람도,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한결같이 신뢰할 수 있는 사람도 많았다. 첫 번째와 세 번째 부류에 대해서는 늘 고마움을 느끼고, 살면서 어떻게든 그들의 삶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그 고마움을 갚고 싶다는, 일관적이고도 간단한 결론에 매번 도달하는데. 오늘은 두 번째 부류, 즉 멀어진 이들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다. 여기서 ‘멀어진’이란 크게 싸우거나 어떤 갈등 상황이 있어서 연을 끊은 것이 아니라 영화 스크린에서 페이드아웃되듯이 서서히 희미하게 내 삶에서 사라져간 인연을 말한다. 결과적으로는 나와 무언가 결정적으로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 그렇게 됐을 텐데, 그게 무엇일까. 잠시 생각해 보니 한 가지 공통점이 떠올랐다. 다들 ‘한 예민 하는’ 사람이더라는 것. 사소한, 주로 타인의 언행에 쉽게 신경이 거슬리고 더 나아가 내면에 화를 쌓는 사람들. 여기서 잠깐, 그러면 이런 말하는 나는 매우 둥글둥글한 사람이냐 하면 전혀 아니다. 나도 싫어하는 것 많고 무엇 하나 조금만 마음에 안 들어도 마음 한구석에서 가시가 일어나는 사람이다. 다만 마흔을 코앞에 두고 지난 몇 년간 종종 이런 생각을 한다. 지난 39년 동안 참 평탄하게 살아왔구나라고. 늘 운이 좋았고, 지금도 그렇다고. 그래서 항상 감사하자고 다짐한다. 운이 좋은 삶을 살아온 사람의 의무는, 나만큼 운이 좋지 못한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나 예민한 사람이다”라는 기운을 거리낌없이 뿜어내는 사람들을 보면, 찬찬히 살펴본다. 그들의 그 ‘예민함’이 자신들만큼 운이 좋지 못한, 사회에서 더 차별받고 힘없는 이들을 대상으로 자행되는 크고 작은 폭력에 대한 예민함인지, 그렇지 않으면 단순히 자기 기분을 거스르는 것은 아주 조그만 것도 참을 수 없을 뿐인 자기중심적 이기심인지 말이다. 30대도 후반쯤 되면 어느 순간 몸이 예전 같지 않음을 덜컥 느끼고, 갑자기 안 하던 운동에 관심이 높아진다. 그런데 몸 건강만큼 중요한 것이 마음 건강이다. 그리고 마음 건강을 얻는 방법도 몸 건강을 얻는 방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 평소에 안 쓰던 근육을 의식적으로 많이 움직여서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고, 관절이 굳지 않고 항시 유연한 상태를 유지하도록 스트레칭 자주 하는 것. 나 이렇게 예민한 사람이야, 늘 칼날같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 신체로 따지면 거북목에 다리 꼬고 앉아서 온몸에 잔뜩 힘주고 있는 것과 똑같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누구나 다 알겠지만, 이렇게 마음 건강이 나빠지면 그 누구보다 본인이 제일 괴롭다. 벌써 9월도 며칠 안 남았지만 아직도 올해가 석 달이나 남아 있다. 규칙적인 몸 운동처럼 마음 운동으로 더 행복해지는 시간은 아직도 충분하다.
  • 학대·성폭력 등 트라우마가 키운 무기력… 2030, 쓰레기에 숨다

    학대·성폭력 등 트라우마가 키운 무기력… 2030, 쓰레기에 숨다

    이른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6월 26일, 서울 성동구에 있는 30대 여성 이윤정(이하 가명)씨 집의 소형 냉장고 문을 열었다. 한때 귤이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까맣고 동그란 곰팡이 덩어리 11개가 눈에 띄었다. 고장 난 냉동실에선 초파리 수십 마리가 튀어나왔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흐물거리는 썩은 음식물을 들어내니 구정물이 흥건했다. 멀쩡한 음식 재료는 하나도 없었다. 갈색으로 변해 버린 연두부와 청록색 달걀은 냉장고에 자리잡은 지 족히 서너 달은 돼 보였다. 더 큰 문제는 택배 상자였다. 주방 겸 거실과 하나뿐인 방은 뜯지도 않은 상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쿠킹포일, 라텍스 장갑, 세제, 돌돌이 청소기, 수납함처럼 청소와 정리를 위해 사 놓은 듯한 새 물건들이 상자에 담긴 채 위태롭게 쌓여 있었다. 윤정씨는 “버릴 게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23.1㎡(약 7평) 크기인 윤정씨 집에서 20ℓ 봉투 20개 분량의 쓰레기가 나왔다. 오물 수거를 위해 대기하던 1t 트럭이 30분 만에 가득 찼다. 윤정씨가 한사코 말리는 바람에 버리지 못한 물건이 많아 그나마 이 정도였다.서울신문 기자들은 지난 6월 쓰레기집을 전문으로 치우는 특수청소 업체 클린어벤져스와 함께 청년 두 명의 집을 청소했다. 같은 달 22일 서울 강동구의 한 빌라촌, 20대 박재연씨의 16.5㎡(약 5평) 원룸은 ‘쓰레기 수영장’ 같았다. 일회용 배달 음식 용기와 쓰고 난 휴지와 종이, 비닐봉지 등이 무릎 높이에서 찰랑거렸다. 현관문에는 집주인이 붙여놓은 듯한 전기료와 수도료 고지서가 여러 장 붙어 있었다. 대학 전공서적과 동영상 편집 관련 참고서 등 방 안에서 나온 책들은 재연씨가 평범한 20대란 사실을 상기시켰다. 재연씨의 집에서는 50ℓ 봉투 10개, 20ℓ 봉투 2개, 재활용 봉투 10개 분량의 쓰레기가 수거됐다. 재연씨는 윤정씨와 다르게 “싹 다 버려 달라”고 했다. 집주인이 집 상태를 몰라야 한다며 신신당부했다. 쓰레기집에 청년들이 산다. 어린 나이에 얻은 신체적 질병, 가족의 사망이나 성폭력 피해처럼 갑자기 겪은 충격적인 경험, 누적된 가정폭력의 상흔 등으로 심리적으로 취약한 상황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사회적으로 소외된 가구의 청소를 돕는 클린어벤져스의 ‘헬프미 프로젝트’에 참여한 16명의 특징을 분석해 보니 20대와 30대가 62.5%(10명)를 차지했다. 쓰레기집에 사는 사람들의 사연을 받아 무료로 청소를 지원하는 이 프로젝트는 지난해 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진행됐다. 대상자 가운데 68.8%(11명)는 여성이었고, 81.3%(13명)는 홀로 사는 1인 가구였다. 4명은 어머니, 남편, 딸 등 가족의 사망 이후 삶이 피폐해졌다고 답했고 신체적 질병이 있는 사람은 3명이었다. 클린어벤져스는 최소 하루에 한 건 이상의 청소 의뢰가 접수됐다고 전했다. 프로젝트가 1년 조금 넘게 진행된 것을 고려하면 대략 400건 내외의 쓰레기집 사연이 몰린 셈이다. 어린 시절부터 가족에게 당한 학대, 부모님과의 갈등, 연인 등 인간관계로부터의 충격, 성범죄 피해와 주변 사람들의 2차 가해, 학교폭력 등 헬프미 프로젝트에 도움을 요청한 의뢰인들의 상처는 달랐다. 하지만 그런 상처로 인해 우울증, 공황장애, 대인기피 등 심리적으로 심각한 어려움을 겪는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청년들의 쓰레기집은 위기의 신호다. 하지만 ‘사지 멀쩡한’ 젊은이들은 사회적 소외계층으로 고려되지 않아 지방자치단체의 도움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송준호(38) 클린어벤져스 현장팀장은 “쓰레기집의 근본 원인은 스트레스, 우울증, 무기력증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방식이 보통의 사람과 다르다고 볼 수 있다”면서 “쓰레기집 청년들이 모두 가난한 것도 아니어서 일반 복지행정으로 접근하기엔 한계가 있는 만큼 정신건강 관리를 도와주는 서비스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위기 청년들은 대부분 혼자 살고 비대면 생활방식에 익숙하다. 그래서 집 안에 쓰레기성을 쌓고 틀어박히면 타인의 눈에 띄지 않는다. 온라인쇼핑과 배달앱으로 주문한 택배상자와 일회용 용기가 산더미처럼 나온 윤정씨와 재연씨의 사례가 전형적이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비대면 생활이 자리잡으면서 위기의 청년을 발견하기 더욱 어려워졌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을 내버려 두면 청년 고독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외부 조력이 없는 고립된 상태에서 심리적 어려움을 방치하다가 극단적 선택에 이르는 일도 있다. 지난해 5월 헬프미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30대 여성은 성범죄 피해 후유증과 2차 가해에 고통받다 지난 6월 세상을 떠났다. 전덕인 한림대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트라우마로 인한 우울과 무력감에 집을 방치하다가 자신을 폐기물로 느끼는 자기혐오에 이를 수 있다”며 “쓰레기집은 악순환이 반복되는 구조인 만큼 조기에 발견해 그 고리를 하나씩 끊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나우뉴스] 소총 들고 ‘오리배’ 타는 탈레반…저들만의 여유

    [나우뉴스] 소총 들고 ‘오리배’ 타는 탈레반…저들만의 여유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다시 장악한 지 한 달여가 흐른 가운데, 관광 명소에서 오리배를 타며 여유를 부리는 탈레반 대원들의 모습이 포착됐다. 시리아와 이라크, 우크라이나, 팔레스타인 등 전쟁 지역에서 활동하는 종군기자 제이크 한라한은 19일 자신의 트위터에 소총을 쥔 채 오리배를 타는 탈레반 대원들의 모습을 공유했다. 한라한 기자는 “바미안 지역에서 포착된 실제 탈레반 대원들”이라며 두 장의 사진을 내놓았다. 소총과 바주카포 등으로 무장한 탈레반 대원 20여 명은 형형색색 오리배를 타고 자연경관을 즐겼다. 수도 카불 장악 이후 놀이공원에서 범퍼카와 회전목마를 타며 승전의 기쁨을 만끽하던 모습과도 겹쳐진다. 탈레반 대원들이 포착된 곳은 바미안주 반디 아미르 국립공원이다. 공원이 품고 있는 깊고 푸른 6개 호수는 사람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아 맑고 투명한 물 색깔을 자랑한다. 2006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 선정 ‘가장 뛰어난 자연경관’ 명소로도 이름을 떨친 공원은 그러나 이제 탈레반 차지가 됐다. 이 같은 탈레반 대원들의 여유는 인권 탄압으로 고통받는 아프간 여성들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아프가니스탄 여성 인권은 탈레반 재집권 후 한달 간 후퇴를 거듭했다. 여성의 권리를 존중하겠다던 애초 약속과 달리 탈레반은 여성의 인권을 유린했다. 집권 1기 때와 마찬가지로 길거리에서 혼자 다니는 여성들을 발견하면 가차 없이 채찍을 휘둘렀으며, 중등학교 수업에서 여학생을 배제했다. 수도 카불의 여성 공무원 출근도 금지했다. 카불 신임 시장 함둘라 노마니는 “탈레반은 여성이 당분간 일을 멈출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여성 공무원 출근 금지령을 내렸다. 하지만 이미 변화를 체험한 아프간 여성들은 과거로 돌아가길 원하지 않는다. 수도 카불과 남서부 님로즈, 테라트는 여성 인권 존중을 외치며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나온 시위대로 빼곡하다. 시위대는 “여성이 활동하지 않는 사회는 죽은 사회”라면서 “왜 탈레반은 여성의 권리를 빼앗느냐. 오늘날의 아프간 여성은 26년 전의 여성이 아니”라고 저항을 계속하고 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저도 이 쓰레기와 마찬가지일까요?”…2030 청년들이 쓰레기집에 숨어 사는 이유

    “저도 이 쓰레기와 마찬가지일까요?”…2030 청년들이 쓰레기집에 숨어 사는 이유

    청년들도 예외 없는 ‘쓰레기집’마음의 상처·스트레스에서 출발“방치말고 악순환 고리 끊어야”이른 더위가 찾아왔던 지난 6월 26일, 서울 성동구에 있는 30대 여성 이윤정(이하 가명)씨 집의 소형 냉장고 문을 열었다. 한때 귤이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까맣고 동그란 곰팡이 덩어리 11개가 눈에 띄었다. 고장난 냉동실 문을 열자 초파리 수십 마리가 튀어나왔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흐물거리는 썩은 음식물을 들어내니 구정물이 흥건했다. 멀쩡한 식재료가 하나도 없었다. 갈색으로 변해버린 연두부와 청록색 달걀은 냉장고에 자리 잡은 지 서너 달은 족히 돼 보였다. 더 큰 문제는 택배 상자였다. 주방 겸 거실과 하나뿐인 방이 뜯지도 않은 상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쿠킹호일, 라텍스 장갑, 세제, 돌돌이 청소기, 수납함처럼 청소와 정리를 위해 사놓은 듯한 새 물건들이 상자에 담긴 채 위태롭게 쌓여 있었다. 윤정씨는 “버릴 게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23.1㎡(약 7평) 크기인 윤정씨 집에서 20ℓ 봉투 20개 분량의 쓰레기가 나왔다. 오물 수거를 위해 대기하던 1t 트럭이 30분 만에 가득 찼다. 윤정씨가 한사코 말리는 바람에 버리지 못한 물건이 많아 이 정도였다. 서울신문 기자들은 지난 6월 쓰레기집을 전문으로 치우는 특수청소 업체 클린어벤저스와 함께 청년 2명의 집을 청소했다. 6월 22일 찾은 서울 강동구에 있는 20대 박재연씨의 16.5㎡(약 5평) 크기 원룸은 ‘쓰레기 수영장’ 같았다. 일회용 배달 음식 용기와 쓰고 난 휴지와 종이, 비닐봉지 등이 무릎 높이에서 찰랑거렸다. 현관문에는 집주인이 붙여놓은 듯한 전기세와 수도세 고지서가 여러 장 붙어 있었다. 대학 전공서적과 동영상 편집 관련 참고서 등 방 안에서 나온 책들은 B씨가 평범한 20대란 사실을 상기시켰다. 재연씨의 집에서는 50ℓ 봉투 10개, 20ℓ 봉투 2개, 재활용 봉투 10개 분량의 쓰레기가 수거됐다. 재연씨는 윤정씨와 다르게 “싹 다 버려달라”고 했다. 집주인이 집 상태를 몰라야 한다며 신신당부했다.쓰레기집에 청년들이 산다. 어린 나이에 얻은 신체적 질병, 가족의 사망이나 성폭력 피해처럼 갑자기 겪은 충격적인 경험, 누적된 가정 폭력의 상흔 등으로 심리적으로 취약한 상황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사회적으로 소외된 가구의 청소를 돕는 클린어벤저스의 ‘헬프미 프로젝트’에 참여한 16명의 특징을 분석해보니 20대와 30대가 62.5%(10명)를 차지했다. 쓰레기집에 사는 사람들의 사연을 받아 무료로 청소를 지원하는 이 프로젝트는 지난해 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진행됐다. 대상자 가운데 68.8%(11명)는 여성이었고, 81.3%(13명)는 홀로 사는 1인 가구였다. 4명은 어머니, 남편, 딸 등 가족의 사망 이후 삶이 피폐해졌다고 답했고 신체적 질병이 있는 사람은 3명이었다. 클린어벤저스는 최소 하루에 한 건 이상의 청소 의뢰가 접수됐다고 전했다. 프로젝트가 1년 조금 넘게 진행된 것을 고려하면 대략 400건 내외의 쓰레기집 사연이 몰린 셈이다. 어린 시절부터 가족에게 당한 학대, 부모님과의 갈등, 연인 등 인간관계로부터의 충격, 성범죄 피해와 주변 사람들의 2차 가해, 학교폭력 등 헬프미 프로젝트에 도움을 요청한 의뢰인들의 상처는 달랐지만 이로 인해 우울증, 공황장애, 대인기피 등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는다는 공통점이 있었다.청년들의 쓰레기집은 위기의 신호다. 하지만 ‘사지 멀쩡한’ 젊은이들은 사회적 소외계층으로 고려되지 않아 지방자치단체의 도움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송준호(38) 클린어벤져스 현장팀장은 “쓰레기집의 근본 원인은 스트레스, 우울증, 무기력증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방식이 보통의 사람과 다르다고 볼 수 있다”라며 “쓰레기집 청년들이 모두 가난한 것도 아니어서 일반 복지행정으로 접근하기엔 한계가 있는 만큼 정신건강 관리를 도와주는 서비스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위기 청년들은 대부분 혼자 살고 비대면 생활방식에 익숙하다. 그래서 집 안을 쓰레기성을 쌓고 틀어박히면 타인의 눈에 띄지 않는다. 온라인쇼핑과 배달앱으로 주문한 택배상자와 일회용 용기가 산더미처럼 나온 윤정씨와 재연씨의 사례가 전형적이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비대면 생활이 자리잡으면서 위기의 청년을 발견하기 더욱 어려워졌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을 방치하면 청년 고독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외부 조력이 없는 고립된 상태에서 심리적 어려움을 방치하다가 극단적 선택에 이르는 일도 있다. 지난해 5월 헬프미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30대 여성은 성범죄 피해 후유증과 2차 가해에 고통받다 지난 6월 세상을 떠났다. 전덕인 한림대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트라우마로 인한 우울과 무력감에 집을 방치하다가 스스로를 폐기물로 느끼는 자기혐오에 이를 수 있다”며 “쓰레기집은 악순환이 반복되는 구조인 만큼 조기에 발견해 그 고리를 하나씩 끊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오늘마음읽기]투자에 약도, 독도 될 수 있는 그 마음 ‘질투’

    [오늘마음읽기]투자에 약도, 독도 될 수 있는 그 마음 ‘질투’

    <10회>투자하는 마음 다스리기지인 투자 성공담에 불쑥 드는 질투이성 얼어붙게 해 투자에는 부정적타인 성취에 질투 느끼는 건 뇌의 작용‘투자≠타인과 대결’ 기업 분석에 집중질투, 나를 성장시키는 원동력 삼아야 #편집자 주 당신의 마음은 안녕하신가요? ‘오늘하루 마음읽기’에서는 날씨처럼 시시각각 변하는 우리 마음속 이야기를 젊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4명이 친절하게 읽어 드립니다. 열 번째 회에서는 주식 투자를 하며 느끼게 되는 ‘질투’라는 감정에 대해 최명제 건대하늘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과 함께 살펴봅니다.사람들은 보통 어떻게 주식 투자에 뛰어들까. 우선, 책이나 뉴스를 통해 주식의 세계를 알게 된 이후 자신만의 투자철학을 세워 천천히 시장에 발을 들여놓는 이들이다. 반면,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이 종목이 좋다더라’는 식의 투자 정보나 ‘여기에 투자했는데 돈을 벌었다’는 일화를 듣고 뛰어드는 사람도 많다. 월급만 꼬박꼬박 예·적금 통장에 모으다가는 ‘벼락거지’(부동산, 주식 가격 상승으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사람들)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끼는 직장인들에게 주식 등 투자로 큰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는 매혹적으로 들릴 수밖에 없다. 우리를 솔깃하게 만드는 투자 성공담의 주인공들은 멀리 있지 않다. 대학 동기나 옆자리에 앉아있는 직장 동료 등이 그들이다. 워런 버핏이 주식으로 많은 재산을 불렸다고 한들 질투하는 사람은 있겠냐만은, 자신과 비슷한 처지였거나 가까운 사람이 투자로 ‘대박’을 쳤다는 소식을 듣는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당장 부러움을 넘어 시기, 질투가 날 것이다.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든다. ‘난 뭘 하고 있는 거지?’ ●득이 되는 질투와 실만 되는 질투 질투는 투자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어떤 질투인가에 따라 다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질투를 두 가지로 나눠 설명했다. 우선, 남과 비교를 통해 부족함을 깨닫게 하는 질투는 자신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반면, 악의적 질투도 있다. 내 것이 아닌 타인의 소유물을 탐낼 때 드는 증오의 감정이다. 이 증오는 타인의 성취를 방해하거나 훼손시키려고 애쓰게 만든다. 투자에서 질투와 시기심이 부정적으로 작용한다면 결국 그 피해는 본인에게 간다. 질투심이 이성을 얼어붙게 만들기 때문이다. 타인이 투자수익을 냈다고 질투를 느낀다면 이는 나의 투자철학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단기 투자, 소문에 의한 투자, 급등주식 매수, 빚을 내서 하는 투자 등 위험한 방향으로 나아간다. 개인의 투자철학을 견고히 쌓기 위한 공부나 분석은 뒷전으로 밀려난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건 뇌가 시킨 일 사실 질투를 느끼는 건 뇌가 자연스럽게 반응한 결과다. 일본 교토대 의학대학원의 다카하시 히데히코 교수는 질투를 신경생물학으로 분석해보기로 했다. 이를 위해 젊은 남녀 연구대상자 19명에게 가상의 시나리오를 주고 자신을 주인공으로 생각하도록 했다. 주인공이 된 연구대상자들은 사회경제적으로 평범한 이들이었지만, 시나리오 안에 설정된 대학 동창생들은 사회진출 후 자신보다 훨씬 성공한 사람들이었다. 실험참가자가 시나리오의 상황을 받아들이는 동안 연구진은 뇌의 반응을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 장치로 촬영했고, 동시에 동창생들에게 느끼는 부러움을 점수로 매기도록 했다. 설문과 fMRI 분석 결과 질투를 강하게 느낄수록 배측전방대상피질의 반응이 높게 나타났다. 이 영역은 불안이나 고통을 느낄 때 활성화된다. ‘사촌이 땅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처럼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한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 강한 불안이나 고통을 느끼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다음으로 연구진은 성공한 친구가 시험 부정행위로 적발되거나 식중독에 걸리는 시나리오에 노출한 뒤 연구대상자를 상대로 설문조사와 fMRI를 시행했다. 대학 동창생의 불행을 읽어 내려가는 참가자들의 복측선조체가 강하게 활성화했다. 이는 기쁨, 중독과 관련 있는 뇌 안의 보상회로인데 강한 질투를 느끼는 상대의 실패나 불행을 보고 우리의 뇌는 즐거움을 느낀다는 뜻이다. 2017년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실린 연구 결과도 나쁜 질투가 우리의 판단을 왜곡시킨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 연구에서는 평소 질투 성향이 높은 사람의 뇌를 분석했다. 그 결과 감정조절, 집중력, 기억력, 합리적 사고 등 고차원적 인지 담당하는 부위의인 배외측 전전두엽 회백질이 두꺼울수록 질투 성향이 높았다. 연구진은 회백질이 두꺼울수록 뇌의 효율성이 떨어져 타인과 차이가 나는 이유를 합리적으로 인지하지 못하고, 감정조절이 되지 않아 높은 질투 성향을 보이게 된다고 분석했다. 상승장에서 매수 기회를 놓치고, 하락장에서는 매도를 못 했을 때 기분이 어떤가. 적지 않은 투자자들이 초조함을 느끼게 된다. 증시 흐름을 타지 못하고 소외될 때 느끼는 감정을 ‘포모(FoMO)증후군’(Fear of Missing Out·소외공포)이라고 부른다. 주변에 온통 투자에 성공했다는 이야기가 넘쳐나기에 투자하지 않으면 나만 손해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는 것이다. 비교와 질투는 소외감이나 두려움, 열등감으로 이어진다. 이런 감정은 이성적 판단을 방해해 애초 세웠던 신념을 흔들리게 한다. 이 상황에서 제대로 된 선택을 하기란 무척 어렵다. ●찰리 멍거 “질투는 가장 어리석은 죄” 주식 투자를 할 때 집중해야 할 건 타인의 투자 성과가 아닌 본인이 투자할 기업이다. 친구나 동료가 수익을 냈다고 내가 돈을 잃는 것은 아니며, 그 반대 또한 아니다. 질투심에 사로잡히는 대신 기업의 성장 가능성, 경쟁력 등을 꼼꼼하게 살피고 투자해야 한다. 분석과 경험을 통해 신념과 확신을 가진다면 외부요인에 의해 투자 원칙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워렌 버핏의 오른팔인 찰리 멍거는 질투를 두고 ‘가장 어리석은 죄’라고 말했다. 자신의 발전과 즐거움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비참한 감정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질투는 누구나 겪는 감정이다.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주식 투자에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적용할 수 있다. 타인의 것을 빼앗아 오기 위한 질투심이 아니라, 나를 잘 알고 성장시키는 원동력으로 삼아보는 것은 어떨까? 필자인 최명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건대하늘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을 맡고 있다. 의사들이 직접 글을 쓰는 정신의학신문의 운영진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경제적 의사결정에 우리의 심리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쉽게 풀어 설명해왔다.
  • [이광식의 천문학+] 태양계 행성들은 왜 같은 평면 위에서 공전할까?

    [이광식의 천문학+] 태양계 행성들은 왜 같은 평면 위에서 공전할까?

    태양계 모델을 본 적이 있다면 태양, 행성, 위성, 소행성들이 거의 같은 평면 위에 있다는 것을 눈치챘을 것이다. 모든 행성과 소행성들은 태양과의 거리는 각기 다르지만 같은 공전면 위에서 태양을 공전한다. 왜 그럴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우리는 약 46억 년 전 태양계의 탄생 현장으로 시간여행을 해야 한다. 그 무렵에는 태양계란 존재하지 않았고, 앞으로 태양계를 이룰 거대한 ‘태양 성운’이 있었을 뿐이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라이브 사이언스’와 인터뷰한 하와이 대학 천문학자 네이더 해그하이푸어의 설명에 따르면, 당시 태양 성운는 먼지와 가스로 이루어진 거대한 회전 구름이었다. 성운의 크기는 무려 1만2000AU(천문단위)를 달했다. 1AU는 지구-태양 사이의 평균 거리로 약 1억5000만㎞니까 성운의 크기는 1조8000억㎞다. 이 어마무시한 크기의 구름 덩어리는 우주 먼지와 가스 분자로 가득 찬 존재였는데, 이것이 자체 질량으로 중력붕괴하면서 수축하기 시작했다고 해그하이푸어는 말했다. 먼지와 가스 구름이 붕괴하면서 회전속도를 높여가자 두리뭉실했던 구름 덩어리가 점차 편평해져갔다. 파이 반죽을 빠르게 회전시키면 납작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 같은 현상이 바로 초기 태양계에 일어났던 것이다. 이렇게 성운 원반이 빠르게 회전하면, 그 중심에서 가스 분자들은 엄청난 압력으로 뭉쳐져 가승 공을 만들고 계속 온도가 치솟게 된다고 해그하이푸어는 설명한다. 이윽고 온도가 1000만 도를 돌파하면 중심부에서 하나의 사건이 일어나는데, 바로 수소가 융합하여 헬륨을 만들어내는 핵융합반응이 시작되는 것이다. 수소 원자 4개가 만나서 헬륨핵 하나를 만드는 과정에서 약간의 질량이 에너지로 바뀌는데, 아인슈타인의 그 유명한 공식 E=mc^2에 따라 여기서 엄청난 핵 에너지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때 가스 공은 중력수축을 멈춘다. 가스 공의 외곽층 질량과 중심부 고온-고압이 평형을 이루어 별 전체가 안정된 상태에 놓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금방 빛을 발하는 별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핵융합으로 생기는 에너지가 광자로 바뀌어 주위 물질에 흡수, 방출되는 과정을 거듭하면서 줄기차게 표면으로 올라오는데, 태양 같은 항성의 경우 중심핵에서 출발한 광자가 표면층까지 도달하는 데 얼추 100만 년 정도 걸린다. 표면층에 도달한 최초의 광자가 드넓은 우주공간으로 날아갈 때 비로소 별은 반짝이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스타 탄생이다. 지금 하늘에서 우리를 비추고 있는 태양도 이러한 과정을 거쳐 탄생한 것이다. 아기 별 태양은 생후 5000만 년 동안 계속해서 성장하여 주변의 가스와 먼지를 모으고 강렬한 열과 복사를 뿜어냈다. 그리고 주위 물질을 집어삼키면서 점점 덩치를 키워나간다. 태양이 커짐에 따라 분자구름은 계속해서 붕괴되어 “별 주위에 원반이 형성되어 태양을 중심으로 하여 점점 더 팽창하면서 편평해진다”라고 해그하이푸어는 덧붙였다. 이 같은 과정이 진행되면서 이윽고 태양 성운은 젊은 별을 공전하는 원시행성 원반이라는 편평한 구조가 되었는데, 이 원반은 무려 수백 천문단위(AU)에 이르는 어마무시한 크기였지만, 두께는 그 너비의 10분의 1에 불과했다. 그후 수천만 년 동안 원시행성 원반의 먼지 입자는 부드럽게 소용돌이치며 때때로 서로 부딪쳐 합쳐지면서 밀리미터 크기의 알갱이가 되고, 그 알갱이들은 다시 센티미터 크기의 자갈이 되고, 자갈들은 계속 충돌, 합병하여 우주 암석을 만들어갔다. 결국 원시행성 원반에 있는 대부분의 물질은 서로 달라붙어 거대한 물체를 형성하기에 이르렀는데, 그 중 일부는 덩치를 충분히 키운 나머지 중력이 지배적인 힘으로 작용한 자신의 몸을 공처럼 둥글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것이 바로 행성, 위성, 큰 소행성 들이다. 덩치를 키우는 데 실패한 우주암석들은 울퉁불퉁한 위성이나 소행성, 혜성과 같이 불규칙한 모양이 되었다. 이러한 천체들은 크기는 다르지만 그들이 태어난 동일한 원반 평면에 머물게 되었으며, 이런 이유로 오늘날에도 태양계의 8개 행성을 비롯한 태양계 식구들은 거의 같은 공전면 위에서 태양 둘레를 돌게 된 것이다.
  • [문화마당] 나에 대한 신뢰를 갖기 위해/김이설 소설가

    [문화마당] 나에 대한 신뢰를 갖기 위해/김이설 소설가

    올가을 나는 장편소설을 쓰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쓰던 소설을 마저 이어 쓰고 있다. 2018년에 300장 정도 쓰다가 멈춘 소설이다. 장편소설은 대체로 원고지 1000장 이상의 소설을 말한다. 격월간지에 6회 연재를 한 후 단행본으로 출간하기로 계획했던 소설이었는데, 3회까지 연재를 하다 중단하고 말았다. 장편소설을 왜 쓰다 말았나. 심각한 번아웃(피로감)에 빠졌기 때문이었다. 언어를 잃고 글을 못 쓰던 시절의 일이다. 소설가가 연재를 일방적으로 중단하는 일, 글 쓰는 사람이 원고를 펑크 내는 일만큼 최악의 상황이 있을까. 그런데 그런 짓을 해 버리고 말았다. 지금에야 심하게 앓았기 때문이라는 걸 알지만 그 당시에는 그런 줄조차 모른 채 써지지 않는 소설을 붙잡고 매일 밤 울기만 했다. 그렇게 중도에 멈춘 소설을 다시 이어 쓰기로 한 데에 별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다. 결자해지(結者解之). 일을 저지른 사람이 그 일을 해결해야 하니까. 장편소설을 단행본으로 내기로 한 출판사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이제까지 기다려 준 출판사에 도리를 다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소설 구성 노트마저 잃어버려 구성 단계부터 새로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앞의 300장을 골자로 한 소설을 새로 구성해 써야 하는 이중의 숙제를 품고 쓰는 중이다. 소설가가 하면 안 되는 일을 저지른 벌을 받는 중이랄까. 시작이 반이라고 하지만 작심삼일이라는 말도 있다. 새해의 계획, 이달의 계획 중 절반 이상은 중도 포기했을 가능성이 많다. 운동, 저축, 식단 조절, 독서, 스케치 한 장, 영어 한 문장 외우기 같은 계획들. 시작을 했으니 반은 성공인데, 삼일을 넘기지 못해 실패가 돼 버린 일들 중에서 이어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그렇다면 당장 오늘부터 다시 하자. 9월 23일 오늘을 기준으로 2021년은 정확히 100일 남았다. 오늘부터 매일 해낸다면 백일 실천이 된다. 운동이나 영어 문장 외우기 같은 건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어그러진 가족 관계라든지, 타인에 대해 무너져 버린 마음이나 중도 포기해 버린 수능 공부 같은 일들은 섣불리 다시 시작하기가 힘들다. 어떻게 할지 방법을 모를 수도 있고, 무조건 해결이 안 되는 일이거나 굳이 하고 싶지 않은 일일 수도 있다. 영영 해결할 수 없는 일이라면 결국 가슴속에 무거운 돌덩이 같은 숙제가 남게 되는 것이다. 내게는 쓰다 만 장편소설 외에 문학 공부가 그런 숙제로 남아 있다. 직업 소설가인데 왜 문학 공부가 필요한지 반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문학의 본령이 아니라 소설 쓰는 기술만 배웠다는, 소설만 안다는, 사실은 소설에 대해서조차 아직도 모르겠다는 자격지심이 있기 때문이다. 그 자격지심을 버리고 싶다. 그래서 다시 공부를 하고 싶다. 제대로, 깊이, 순수한 앎에 대한 열망을 풀고 싶다.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대학 입학이나 편입을 할 수도 있다. 독학도 가능하다. 문제는 시작이다. 비용이나 시간, 계획, 공부를 하겠다는 다짐과 오랜 게으름과의 싸움 같은 것들을 철저히 준비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나는 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믿음이 수반돼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로 장편소설부터 제대로 완성해야겠다. 이제 약 400장 정도의 분량이 남았다. 400장 정도면 단편소설 네 편 정도의 분량. 겨울이 오기 전에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올해 안에는 끝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처음으로 장편소설을 완성하게 되는 셈이다. 무엇보다도 나는 맺은 일을 직접 풀 수 있는 사람, 시작한 일은 끝을 내고, 포기한 일도 해결하는 사람이라는 자신감을 갖게 될 것이다. 한 편의 장편소설이라는 결과물보다 나에 대한 신뢰가 더 소중한 가치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 “따릉이 선로에 버리고 가면 이렇게 위험합니다”[이슈픽]

    “따릉이 선로에 버리고 가면 이렇게 위험합니다”[이슈픽]

    무개념 시민 때문에 뉴욕 지하철 사고 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뉴욕 공공 자전거 ‘시티바이크’를 열차가 그대로 들이받고 가는 장면이 포착됐다. 열차는 화염에 휩싸였다. 22일 미국 매체 뉴욕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전 0시25분쯤 뉴욕 퀸스 스타인웨이 스트리트 지하철역 선로 위에 자전거 한 대가 버려져 있었다. 이 자전거는 뉴욕의 공공 자전거 ‘시티바이크’로, 누군가 지하철역에 타고 왔다가 선로에 떨어뜨린 것으로 추측된다. 이를 발견한 한 시민은 휴대전화로 떨어진 자전거를 촬영했다. 이후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하려던 그때 열차가 들어오기 시작했다.시민은 영상을 찍으면서 “안 되는데…안 돼”라고 절규했다. 하지만 결국 열차는 자전거를 그대로 들이받았다. 얼마 뒤 스파크가 튀면서 열차는 화염에 휩싸였다. 영상은 검은 연기 사이로 열차가 멈추면서 끝이 난다. 지하철을 기다리던 사람들은 연기에 급히 대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 대중교통 운영기관 MTA는 “총 두 대의 열차가 해당 자전거와 충돌했다. 가해자는 지하철 탑승자와 근로자의 안전을 무시한 혐의로 기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욕 경찰은 신원 미상의 남성이 자전거를 놓쳐 선로에 떨어뜨리면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상당한 위험을 초래했다”면서 남성을 수배 중이라고 밝혔다.국내 ‘따릉이’ 사고도 증가...공공 자전거 사고 ‘유의’ 우리나라도 공공 자전거 ‘따릉이’ 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 2018년 314건이었던 따릉이 사고 보험처리 건수는 지난해 말 기준 774건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148건의 따릉이 사고 보험처리가 이뤄졌다. 올해 7월 기준 오후 7시~자정까지 발생한 따릉이 보험처리 건수도 전체(3377건) 중 약 1/3에 해당하는 1095건(32.4%)에 달했다.서울시에 따르면 2015년 9월 정식 서비스를 선보인 따릉이의 올해 6월 기준 누적 회원 수는 310만9000명이다. 올해 상반기에만 37만7000명이 늘었다. 올해 1~7월까지 하루평균 이용 건수는 8만481건, 2015년 9월부터 올해 7월까지 누적 이용건수는 7666만건에 달한다. 코로나19로 사람들이 밀집하는 지하철, 버스 대신 가까운 거리는 따릉이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용자가 늘어난 만큼 따릉이 사고에 유의해야하고, 이용 후 반드시 따릉이 대여소에 반납해야한다.
  • [Q&A] 스토킹처벌법의 모든 것…합의하면 처벌 못 하나요?

    [Q&A] 스토킹처벌법의 모든 것…합의하면 처벌 못 하나요?

    상대방의 거부에도 괴롭히고 쫓아다녀 공포감을 주는 행위를 벌하는 스토킹처벌법이 한 달 후인 다음 달 21일 시행된다. 이 법은 1999년 15대 국회에서 최초로 발의됐지만 22년 만인 지난 3월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스토킹을 범죄로 처음 규정하고 형사처벌할 길이 열렸다는 의미는 있으나 피해자와 가족을 제대로 보호하기엔 미흡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법이 시행되면 어떤 행위들이 처벌되는지, 피해자 보호 수단은 충분한지 문답식으로 풀어봤다. 스토킹 범죄 수사와 피해자 보호 조치를 담당할 경찰청 여성안전기획과와 여성청소년범죄수사과 등의 자문을 받았다. Q. 스토킹범 처벌이 세지나. A. 그렇다. 지금까지 스토킹 행위는 경범죄처벌법으로 처벌했다. 명시적인 거부 의사에도 지속적으로 피해자에게 접근하고 만나자고 요구하거나 지켜보고 따라다니는 행위 또는 잠복해 기다리는 행위를 반복한 사람을 신고해봤자 10만원 이하의 벌금과 구류(30일 미만 교도소 또는 유치장에 가둠)를 받게 하는 데 그쳤다. 한 달 후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할 수 있다. 만약 가해자가 흉기를 휴대한 채 스토킹을 했다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Q. 어떤 행위가 스토킹에 해당하나. A. 피해자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가족, 동거인에게 불안감과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다. 접근해 따라다니거나 길을 가로막고, 주거지, 직장, 학교 등에서 피해자를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도 스토킹에 해당한다. 우편, 전화, 팩스, 온라인(메신저, 이메일 등)을 이용해 물건, 문자, 음성, 영상, 사진 등을 보내는 행위 역시 스토킹으로 간주한다. 물건이나 메시지 등을 직접 주는 것 외에도 제3자를 통해 전달하는 것도 스토킹이다. 피해자 주거지 등에 물건을 두는 행위, 피해자의 주변 물건을 훼손해 피해자를 불안하게 하는 행위도 스토킹으로 분류된다. 단, 이런 행위들이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일어날 때 범죄로 처벌할 수 있다. Q. 스토킹이 단 한 번이라면 처벌을 못 하는 건가? A. 스토킹처벌법은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행위를 스토킹 범죄 성립 조건으로 명시했다. 따라서 한 번의 스토킹 행위는 처벌 대상이 아니다. 다만 스토킹 행위의 지속성과 반복성에 대한 판단은 수사를 통해 가릴 수 있다. 폭행, 협박, 주거침입처럼 스토킹 행위와 결합한 다른 범죄가 발생했는지도 수사로 살필 수 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여성시민단체들은 단 한 번의 스토킹에도 피해자들은 공포심과 불안을 느끼며, 한 번의 스토킹이 돌이킬 수 없는 범죄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지속·반복이라는 조건을 삭제하고 스토킹의 범주를 넓혀야 한다고 지적한다.Q. 온라인 스토킹도 처벌할 수 있나. 가령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해킹하거나 피해자의 사진을 수집해 타인에게 보내는 식으로 괴롭히는 행위도 스토킹인가. A.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직접 메시지를 보냈을 경우만 처벌할 수 있다. 타인의 SNS 계정을 해킹하는 행위는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처벌해야 한다. 단순히 피해자의 사진을 수집해 저장한 후 제3자에게 보내는 행위는 현행법으로는 처벌하기 어렵다. Q. 스토킹 피해를 신고하면 어떻게 되나. A. 경찰관이 즉시 현장에 나가서 가해자의 스토킹 행위를 못하도록 제지한다. 경찰관은 가해자에게 스토킹을 중단하라고 통보하고 지속·반복적으로 스토킹하면 처벌된다고 경고한다. 이후 경찰은 스토킹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한 후 수사를 시작해야 한다. 피해자는 ‘긴급응급조치’와 ‘잠정조치’ 요청 절차를 안내받게 된다. 피해자가 동의하면 스토킹 피해 상담소나 보호시설로 인계된다.Q. 긴급응급조치와 잠정조치는 무엇인가. 무슨 차이가 있나. A. 둘 다 스토킹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는 조치다. 긴급응급조치는 스토킹 ‘행위’, 그러니까 스토킹이 한 차례 발생했을 때 경찰이 스토킹이 지속·반복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면 취할 수 있다. 잠정조치는 스토킹 ‘범죄’가 재발할 우려가 클 때 실시하는 더 강력한 조치다. 긴급응급조치에는 100m 이내 접근 금지, 전기통신(온라인) 이용 접근 금지가 있다. 경찰이 직권으로 먼저 실시하고 48시간 내에 검찰에 사후 승인을 신청해 지방법원 판사에게 청구하도록 해야 한다. 만약 판사가 사후 승인을 허락하지 않으면 조치는 취소된다. 긴급응급조치는 1개월을 초과할 수 없다. 잠정조치는 스토킹 신고 후 수사가 진행될 동안 가해자가 앙심을 품고 피해자에게 추가 범행을 하지 못하도록 막는 장치라고 볼 수 있다. 100m 이내 접근 금지와 전기통신 이용 접근 금지 외에 유치장 또는 구치소에 가해자를 가두는 조치가 가능하다. 접근 금지와 전기통신 접근 금지는 2개월을 초과할 수 없고 유치장 구류는 1개월을 초과할 수 없다. 다만 접근 금지만 2번 연장해 최대 6개월까지 가능하다.Q. 신고 후 수사 종료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 심각한 사안인 경우 가해자가 유치장에 있는 기간(최대 1개월) 수사를 완료할 수 있나. A. 스토킹 범죄의 명백한 입증과 추가 범죄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기 때문에 수사기간을 단정하긴 어렵다. 만약 심각한 사안의 스토킹 범죄가 발생했다면 잠정조치에 그치지 않고 구속 수사를 통해 추가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Q. 스토킹처벌법은 소급 적용이 가능한가. 법이 시행되기 전 스토킹 피해를 한 차례 당했고 시행된 이후 한 번 더 추가 피해가 있었다면 가해자를 수사할 수 있나. A. 스토킹처벌법은 소급 적용 조항이 없다. 법률이 시행되기 이전의 스토킹 행위는 처벌할 수 없다. 10월 21일 이후에 발생한 2회 이상의 지속·반복적 스토킹 행위만 수사할 수 있다. Q. 가해자가 피해자와 합의하면 처벌할 수 없나. A. 그렇다. 스토킹처벌법은 반의사불벌죄다. 피해자가 가해자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하면 수사를 하더라도 재판에 넘길 수 없다. 다만 경찰은 합의는 소추(사법기관이 형사재판을 요구하는 것) 요건이므로 필요한 경우 수사를 진행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아 수사가 진행되지 않더라도 긴급응급조치는 가능하다. 최대 한 달간 가해자의 접근을 막을 수 있다는 뜻이다. 스토킹처벌법의 반의사불벌죄 조항은 우려와 논란을 낳았다.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합의를 종용하는 등 2차 가해를 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성폭력처벌법도 처음엔 반의사불벌죄였지만 2013년 개정을 통해 피해자 의사에 상관없이 성폭력 범죄자를 수사해 처벌하는 걸로 바뀌었다.
  • 동급생 죽인 美 학교 총격범, 징역 1282년 선고…가석방은 없다

    동급생 죽인 美 학교 총격범, 징역 1282년 선고…가석방은 없다

    9명의 사상자를 낸 총격범에게 미국 법원이 징역 1282년을 선고했다. 18일 CNN은 2019년 콜로라도주의 한 학교에서 총기를 난사한 혐의로 기소된 남성에게 법원이 이 같은 판결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미국 법원은 2019년 콜로라도주 덴버 하이드 랜치 소재 ‘스템 스쿨’ 총격 사건을 일으킨 데본 에릭슨(20)에게 가석방 없는 징역 1282년의 종신형을 선고했다. 1급 살인, 1급 살인 공모, 30건의 1급 살인 미수, 무기 소지 등 46가지 혐의로 기소된 에릭슨은 지난 6월 유죄 평결을 받은 바 있다.17일 선고 공판에는 스템 스쿨 학생과 교사, 피해 학생 부모 등 20명이 참석해 증언을 이어갔다. 한 피해 학생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앓고 있다고 증언했으며, 한 학부모는 총을 몸에 지니고 살아가야 할 아이들의 공포에 대해 강조했다. 한 교사는 사건 후 2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시끄러운 소리가 나면 공황 상태에 빠진다고 하소연했다. 특히 해당 사건으로 사망한 켄드릭 레이 카스티요의 부모는 “참을 수 없는 슬픔과 매일 사투를 벌이고 있다. 그 일로 우리 가족은 파괴됐다”고 눈시울을 붉히며 정의를 구현해달라고 호소했다. 유일한 사망자인 카스티요(당시 18세)는 수업 중 교실로 들어온 총격범에게 달려들어 더 큰 참사를 막은 것으로 알려졌다.그러나 에릭슨은 무표정한 얼굴로 앉아 있다 평결 낭독 전 발언 기회도 거절하는 등 덤덤한 모습을 보였다. 재판부는 “본인 가족 진술에만 감정을 드러내는 등 타인을 교묘하게 조작하는 교활함을 가졌다. 피의자의 행동으로 인해 총격 희생자들은 정신적 충격으로 영원히 고통받을 것”이라면서 에릭슨에게 징역 1282년을 선고했다. 사건 당시 에릭슨은 18세 성인이었던 터라 공범보다 더 무거운 형을 피하지 못했다. 당시 16세였던 공범 알렉 맥키니에게는 지난해 7월 38년 복역 후 가석방 자격이 주어지는 종신형이 선고됐다.스템 스쿨 재학생이었던 에릭슨과 맥키니는 지난 2019년 5월 7일 에릭슨 부모의 총기 금고에서 권총 3정과 22구경 소총을 훔쳐 무장하고 범행 직전 코카인을 복용한 뒤 학교를 습격했다. 총격 사건으로 1명이 사망하고 8명이 다쳤다. 법원 문서에 따르면 공범 맥키니는 여성으로 태어나 남성으로의 성전환 수술 전 단계에 있었으며,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자신을 괴롭혔던 급우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총격을 계획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우리나라와 법 체계가 다른 미국은 형량 상한선이 없다. 한 범죄자가 여러 죄를 지었을 때, 각 죄에 해당하는 형량을 따진 뒤 이를 모두 더해 형량을 선고하기 때문에 사람 수명보다 긴 천문학적 징역형이 가능하다. 지난 2016년 친딸을 4년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남성에게는 징역 1503년이라는 초장기 징역형이 선고된 바 있다.
  • ‘파산설’ 헝다 위기에 홍콩 증시 급락...부도 도미노 우려

    ‘파산설’ 헝다 위기에 홍콩 증시 급락...부도 도미노 우려

    20일 홍콩 증시가 두 달만에 일일 최대 하락 폭으로 폭락했다. 중국 부동산 업체 헝다(에버그란데)의 파산설 때문이다. 이날 홍콩 항셍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30% 내린 2만 4,099.14로 마감했다. 중국 정부의 빅테크 압박 공포가 최고치에 달했던 7월 말 이후 두 달여 만에 하루 손실 폭이 가장 컸다. 이날 급락은 헝다그룹의 유동성 위기 우려가 커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헝다는 지난 18일 웨이신(위챗) 계정을 통해 “만기가 지난 금융상품 투자자들에 현금 대신 부동산으로 투자금을 상환하겠다”고 공지했다. 투자자들은 아파트나 상가, 오피스텔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투자금을 돌려받는다. 헝다가 빚 갚을 돈이 없어 실물자산으로 상환하겠다는 소식에 홍콩 증시는 급락세로 개장했다. 헝다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0.24% 떨어진 2.28 홍콩달러로 밀려났다. 헝다그룹은 전 세계에서 부채 규모가 가장 큰 부동산 개발업체다. 지난해 말 기준 1조 9500억 위안(약 355조원)의 부채에 짓눌려 파산 위기에 처했다. 이달 들어 들어 헝다는 분양 중인 아파트 가격을 25% 깎아주는 등 현금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중국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강화하면서 헝다의 파산 리스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주 중국 도시농촌건설부는 주요 은행들에 “헝다가 당분간 은행 대출 이자를 지급하지 못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은행과 보험주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동산발 충격이 전이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날 중국 보험 대표주인 핑안보험은 5% 넘게 떨어졌다. 얼라이언스 번스타인의 제니 장 이코노미스트는 “헝다그룹 붕괴는 중국의 부동산 부문에 부정적인 ‘도미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헝다에 대마불사(덩치 큰 회사는 망하지 않는다)의 요행을 바라지 말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환구시보의 후시진 편집인은 지난 17일 자신의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계정에 “기업은 반드시 시장 방식의 자구 능력을 갖춰야 한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이날 중국 본토 증시는 중추절로 휴장했다.
  • [이광식의 천문학+] 기상천외…천재 과학자들의 기행과 우행

    [이광식의 천문학+] 기상천외…천재 과학자들의 기행과 우행

    달걀 대신 시계를 삶아버린 뉴턴 평생을 홀아비로 살며 개와 고양이를 기른 뉴턴이 어느날 벽에다가 개와 고양이가 다닐 구멍을 하나 뚫어주었다. 그런데 구멍이 작아 개는 다닐 수 없겠다 싶어 그 옆에 큰 구멍을 또 하나 더 뚫었다. 친구가 보고 말했다. 벽에 왜 구멍을 둘씩이나 뚫었냐고. "개 하나, 고양이 하나가 필요하잖아." "그럼 큰 구멍 하나만 뚫어 같이 다니면 되지." "아, 참 그렇군." 이뿐만이 아니다. 연구에 열중하던 뉴턴이 달걀을 삶으려 물을 끓인 냄비에 달걀 대신 회중시계를 넣어버렸다는 일화도 있다. 다음 일화는 더욱 기가 막히다. 어느 날 난로 곁에 앉아 연구에 몰두하던 뉴턴이 다급히 하인을 불렀다. 난로가 뜨겁게 달아올라 견딜 수가 없을 지경이니 난로 속에 있는 불을 끌어내라고 했다. 그러자 하인은 답답하다는 듯 뉴턴에게 말했다. "아니, 난로가 너무 뜨거우면 불을 끌어낼 게 아니라 교수님이 앉은 의자를 뒤로 좀 물리면 되지 않습니까?” 그제야 멍때리는 표정으로 뉴턴이 대꾸했다. "아하! 그런 간단하고 좋은 방법이 있다는 걸 내가 왜 미처 생각 못했지?" 20년 산 자기 집을 못 찾았던 아인슈타인 이런 뉴턴에 꿀리지 않는 클래스가 바로 아인슈타인이다. 프린스턴 고등연구소에 있을 때 집이 가까워 점심은 늘 집에 와서 먹었다. 걸어서 다니면서도 늘 머리속으로는 '연구'를 하던 그는 길에서 동료를 만나 연구 얘기를 하다가 헤어질 때 동료에게 물었다. "여보게, 내가 집 쪽에서 오던가 연구소 쪽에서 오던가?" "집 쪽에서 오셨죠." "아, 그럼 점심은 먹은 거로군." 아인슈타인은 또 20년이나 산 자기 집의 주소를 끝내 외지 못했다. 그래서 미국 뉴저지주 머서카운티 프린스턴시 머서가 112의 집주인은 매번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집을 찾을 수 있었다. 때로는 자신의 연구실로 전화를 걸어 주소를 알았다고 한다. 20세기 제일의 과학천재로 꼽히는 사람이 머리가 나빠서 그러지는 않았을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이러한 천재들의 증상을 '고기능성 자폐증'이라고 풀이한다. 한 분야에 너무나 집중한 나머지 다른 정보는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증상이다. 지하철에서 미적분 문제를 풀어준 물리학자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미국 물리학자 리언 레더먼이 다른 물리학자(리정다오)가 지하철에서 겪은 일을 <신의 입자>에서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몇 년 전, 맨해튼 지하철에서 한 노인이 기초 미적분학 문제를 풀던 중 어려운 부분에 막혀서 쩔쩔매다가 옆 좌석에 앉아 있는 생면부지의 승객에게 도움을 청했다. “저, 실례지만 혹시 미적분 할 줄 아십니까?” “아, 네. 조금 할 줄 압니다.” 그 승객은 노인의 문제를 풀어주고 다음 정류장에서 내렸다. 노인이 지하철에서 미적분학 공부를 하는 것도 드문 일이지만, 그 노인의 옆자리에 앉아서 문제를 풀어준 사람은 무려 노벨상 수상자인 중국 출신의 이론물리학자 리정다오였다. ​정신병원 환자 취급당한 노벨상 물리학자 ​그러면서 레더먼은 자신도 지하철에서 겪은 일을 다음과 같이 너스레를 떨어가면서 풀어놓았다. 그도 지하철에서 뜻하지 않은 경험을 한 적이 있는데 결말은 사뭇 달랐다. 어느 날 시카고에서 통근열차를 탔는데, 정신병원에서 파견된 한 간호사가 환자 여러 명을 인솔하고 나와 같은 기차를 타게 되었다. 그런데 하필 환자들이 그가 있는 곳으로 모여드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그들 중 한 사람이 되었다. 여기까지는 오케이. 그런데 잠시 후 간호사가 다가와 환자의 수를 세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그 다음에 레더먼과 눈이 마주쳤고, 간호사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댁은 누구세요?” “아, 네. 저는 리언 레더먼이라고 합니다. 페르미 연구소의 소장이고 노벨상도 받았지요.” 그녀는 레더먼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계속 세어나갔다. “물론 그러시겠죠. 넷, 다섯, 여섯…”운전기사에게 강의시킨 노벨상 수상자 양자론의 문을 연 플랑크의 복사법칙을 발견하여 1918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막스 플랑크는 일찍이 두각을 나타내 27세의 젊은 나이에 교수가 되었다. 워낙 동안인 플랑크는 40대에도 청년의 얼굴 그대로였는데, 하루는 플랑크가 어느 강의실에서 강의를 해야 할지를 몰라 과사무실 직원에게 물었다. "실례지만 플랑크 교수가 강의하는 교실이 어딘가요?" 직원이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젊은이, 거긴 가지 말게. 자넨 너무 어려서 플랑크 교수의 강의를 이해하지 못할 거야." ​플랑크에게 다음과 같은 일화도 전한다. 양자이론을 제안하고 발전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1918년, 나이 60세 때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플랑크는 이후 독일 전역에서 강연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아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했는데, 피곤한 사람은 플랑크뿐 아니라, 그를 싣고 독일 곳곳을 다녀야 했던 운전기사도 마찬가지였다. 그에 대해 약간 불만이 있었던지 한번은 강의하러 가는 도중에 운전기사가 뒷자리의 플랑크에게 한마디 툭 던졌다. "교수님 강의는 하도 많이 들어 저도 할 수 있겠습니다." 기사의 어깃장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는 모르지만 플랑크가 대뜸 이렇게 대꾸했다. "그럼 이번엔 자네가 한번 해보게나." ​이렇게 하여 뜻하지 않게 운전기사가 강단에 서서 열이론인 복사이론을 열나게 열강했다. 거기까지는 좋았는데, 강의 후 질문이 대뜸 날아들었다. 그러자 기사는 놀라운 임기응변을 보였다. "흠, 그런 질문은 제 조수가 답변해드리겠습니다." 플랑크가 얼른 강의를 바톤터치해서 무사히 끝냈다고 한다. ​이런 인간미 넘치는 막스 플랑크였지만 그만큼 비극적인 인생을 산 과학자도 드물다. 아내는 폐결핵으로 일찌감치 세상을 떠났고, 큰아들은 1차대전 때 전사했으며, 두 딸은 모두 아기를 낳다가 죽었다. 게다가 마지막 남은 둘째아들은 2차대전 중 히틀러 암살사건에 연루되어 사형선고를 받았다. 늙은 플랑크는 히틀러에게 달려가 탄원했지만, 1945년 끝내 사형이 집행되었다. 1947년 세상을 떠났다. 향년 89세.​최강의 독설가였던 천재 물리학자 역대 물리학자 중 최강의 독설가로 볼프강 파울리를 추대하는 데 반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1900년 4월 25일 오스트리아 빈의 유명한 유태인 과학자 집안에서 태어난 볼프강 파울리는 조숙한 천재로 어려서부터 총명함을 드러냈다. ​1918년 뮌헨 대학 물리학과에 입학한 파울리는 19세 때 당시 대부분의 과학자들조차 난해한 수학과 생경한 개념으로 인해 완전히 이해하기 어려웠던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 이론에 대해 237쪽짜리 해설서를 썼다. 아인슈타인조차 이 해설서에 감탄했고, 아직까지도 특수 상대성 이론의 최고 교과서로 인정받는다. 파울리는 이어 21살 때 이온화 수소 이론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1925년에는 파울리 배타 원리를 발견했으며, 27살로 취리히 대학 교수로 임명되었다. 1945년에는 파울리 배타원리 발견 업적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닐스 보어, 하이젠베르크, 보른, 디락과 함께 초기 양자역학을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한 코펜하겐 해석자 맴버들 중 한 명이기도 한 파울리는 그의 천재성만큼이나 날카로운 논평, 곧 강력한 독설로 유명했는데, "새로 쓴 논문의 성공 여부를 미리 알고 싶으면 학술지에 발표하기 전에 먼저 파울리에게 검증을 받아보라"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그는 상대가 누구인지 가리지 않고 조금이라도 이상한 부분이 눈에 띄면 가차없는 독설을 날렸다. 한번은 파울리의 지도를 받던 제자가 연구논문을 발표했을 때, 말없이 듣고 있던 파울리가 마지막에 한 마디 내뱉었다. "자네는 나이도 젊은데 벌써 무명 물리학자가 되는 데 성공했구만." ​파울리로부터 이런 말을 듣고 주눅 들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니었다. 몇 달 후 그 제자가 다시 완성한 논문을 들고 찾아왔을 때는 과학사에 길이 남을 명언을 발사했다. "이건 틀린 정도가 아니야! 틀렸다고 말할 수조차 없는 지경이라고!(Not even wrong!)" 제자의 이름은 빅터 바이스코프인데, 스승의 혹독한 조련 덕분이었는지 다행히 훗날 훌륭한 이론물리학자가 되었다고 한다. ​이런 파울리의 독설은 자신이 아쉬운 부탁을 할 때도 여전했다. 한번은 자기 제자를 당시 과학계의 지존 아인슈타인에게 추천하는 편지를 쓴 적이 있는데, 그 내용이 가관이었다. "아인슈타인 선생님, 이 학생은 제법 똑똑하기는 하지만, 수학과 물리학의 차이를 잘 구별하지 못합니다. 선생님도 그렇게 되신 지 꽤 오래인 만큼 잘 보듬어주시리라 믿습니다."
  • 소총 들고 ‘오리배’ 타는 탈레반…저들만의 여유

    소총 들고 ‘오리배’ 타는 탈레반…저들만의 여유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다시 장악한 지 한 달여가 흐른 가운데, 관광 명소에서 오리배를 타며 여유를 부리는 탈레반 대원들의 모습이 포착됐다. 시리아와 이라크, 우크라이나, 팔레스타인 등 전쟁 지역에서 활동하는 종군기자 제이크 한라한은 19일 자신의 트위터에 소총을 쥔 채 오리배를 타는 탈레반 대원들의 모습을 공유했다. 한라한 기자는 “바미안 지역에서 포착된 실제 탈레반 대원들”이라며 두 장의 사진을 내놓았다.소총과 바주카포 등으로 무장한 탈레반 대원 20여 명은 형형색색 오리배를 타고 자연경관을 즐겼다. 수도 카불 장악 이후 놀이공원에서 범퍼카와 회전목마를 타며 승전의 기쁨을 만끽하던 모습과도 겹쳐진다. 탈레반 대원들이 포착된 곳은 바미안주 반디 아미르 국립공원이다. 공원이 품고 있는 깊고 푸른 6개 호수는 사람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아 맑고 투명한 물 색깔을 자랑한다. 2006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 선정 ‘가장 뛰어난 자연경관’ 명소로도 이름을 떨친 공원은 그러나 이제 탈레반 차지가 됐다.이 같은 탈레반 대원들의 여유는 인권 탄압으로 고통받는 아프간 여성들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아프가니스탄 여성 인권은 탈레반 재집권 후 한달 간 후퇴를 거듭했다. 여성의 권리를 존중하겠다던 애초 약속과 달리 탈레반은 여성의 인권을 유린했다. 집권 1기 때와 마찬가지로 길거리에서 혼자 다니는 여성들을 발견하면 가차 없이 채찍을 휘둘렀으며, 중등학교 수업에서 여학생을 배제했다.수도 카불의 여성 공무원 출근도 금지했다. 카불 신임 시장 함둘라 노마니는 “탈레반은 여성이 당분간 일을 멈출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여성 공무원 출근 금지령을 내렸다. 하지만 이미 변화를 체험한 아프간 여성들은 과거로 돌아가길 원하지 않는다. 수도 카불과 남서부 님로즈, 테라트는 여성 인권 존중을 외치며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나온 시위대로 빼곡하다. 시위대는 “여성이 활동하지 않는 사회는 죽은 사회”라면서 “왜 탈레반은 여성의 권리를 빼앗느냐. 오늘날의 아프간 여성은 26년 전의 여성이 아니”라고 저항을 계속하고 있다.
  • [아하! 우주] 2037년 등장할 초신성의 네 번째 빛을 기다리는 과학자들

    [아하! 우주] 2037년 등장할 초신성의 네 번째 빛을 기다리는 과학자들

    초신성 폭발은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폭발이다. 거대한 별이 마지막 순간 폭발하면서 방출하는 에너지는 은하 전체의 빛과 맞먹을 정도로 밝다. 하지만 이렇게 밝은 초신성 폭발도 100억 광년 이상 떨어진 거리에서는 너무 희미해 관측하기가 쉽지 않다. 물론 초신성뿐이 아니라 은하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자연은 먼 우주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에게 한 가지 선물을 준비했다. 100여 년 전 아인슈타인은 상대성 이론에 근거해 멀리 떨어진 천체에서 온 빛이 은하처럼 무거운 천체를 지나면서 렌즈처럼 굴절되어 확대되거나 여러 개의 상이 맺히는 중력 렌즈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언했다. 아인슈타인의 생각은 실제 관측으로 입증됐다. 그리고 이제 중력 렌즈는 멀리 떨어진 천체를 관측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도구다. 희미한 은하나 초신성의 빛을 수십 배로 증폭해서 보여주기 때문이다. 최근 허블 우주 망원경에 관측된 중력 렌즈 효과를 분석하는 레퀴엠 (REQUIEM, REsolved QUIEscent Magnified Galaxies) 연구를 수행 중인 국제 과학자팀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사우스 캘리포니아 대학의 스티브 로드니 (Steve Rodney)가 이끄는 연구팀은 지구에서 40억 광년 떨어진 은하단인 MACS J0138.0-2155에 의해 확대된 은하를 분석하던 중 2016년 보였던 작은 은하가 2019년 이미지에는 보이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사진에서 작은 원 안의 점) 은하는 몇 년 만에 사라질 수 없다. 따라서 이미지에 포착된 것은 은하가 아니었다. 해당 천체는 100억 광년 떨어진 것으로 이 거리에서 은하만큼 밝으면서 짧은 시간 동안 사라질 수 있는 천체는 초신성뿐이다. 물론 중력 렌즈에 포착된 초신성 자체는 드문 일이 아니지만, 이미지를 분석한 연구팀은 이 초신성의 상이 3개가 아니라 4개여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렇다면 4번째 빛은 어디로 갔을까? 연구팀은 이 빛이 좀 더 먼 경로를 돌아오고 있어 2037년에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렌즈라고 표현하지만, 사실 중력 렌즈는 매끈한 렌즈가 아니라 다소 불규칙한 형태를 지닌 은하단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초점이 맞지 않는 것은 물론 상이 왜곡되거나 혹은 관측자에 빛이 도달하는 시점이 다 다른 경우도 있다. 물론 이는 매우 미세한 차이지만, 100억 광년 떨어진 장소에서 오는 빛이라면 수십 년 정도 차이를 만들 수 있다. 다만 이런 미세한 차이를 계산해 정확한 관측 시점을 예측하기는 어려웠다. 연구팀은 네 번째 빛이 2037년에서 수년 전후로 지구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를 관측하면 중력 렌즈 효과를 더 정교하게 예측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암흑 물질, 우주의 팽창 속도 연구 등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 상처받고 방황하는… 완벽하고 싶었던 그들, 그래도 괜찮다는 위로

    상처받고 방황하는… 완벽하고 싶었던 그들, 그래도 괜찮다는 위로

    완벽한 생애/조해진 지음/창비/176쪽 1만 4000원 인생을 살다 보면 신념을 지키려 해도 흔들리고, 진심 어린 사랑을 해도 허무하게 끝날 때가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만족할 만큼 성취를 이루지 못하고 좌절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기도 한다. 사회적 약자들의 이야기에 꾸준히 귀를 기울여 온 조해진 작가의 소설 ‘완벽한 생애’는 이처럼 상처받고 흔들리는 인물을 통해 우리 인생은 완벽할 수 있을까, 또는 완벽할 필요가 있는 것인가에 대해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소설은 각자 삶의 터전에서 도망치듯 떠난 세 인물의 이야기를 다뤘다. 모욕감 때문에 직장을 그만둔 윤주는 제주에서 사회운동가로 활동하는 친구 미정의 초청을 받고 제주로 갔다. 다시는 서울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영등포에 있는 자신의 방을 주거공유 사이트에 등록한다. 윤주의 방을 빌린 인물은 홍콩에서 온 시징이다. 시징은 2014년 홍콩 민주화 시위에서 만났던 은철을 다시 만날 바람으로 영등포를 찾았다. 윤주와 시징은 친밀한 말을 담은 편지를 주고받고 각자 ‘타인의 방’에 머물며 숨겨 왔던 진심을 털어놓는다.흥미로운 점은 작가가 삶의 원동력을 잃은 인물들의 무너지는 순간을 포착하고 서로를 연동시켰다는 것이다. 시징은 은철과 헤어지면서 삶의 목표를 상실하지만, 윤주가 벗어나고 싶었던 영등포는 시징에게 유일한 희망의 장소다. 미정은 사회를 위해 옳은 일을 해 보겠다는 신념을 지녔었지만, 예전 인권법 재단에서 일할 때 도와줬던 성소수자가 거짓말을 했다는 의혹이 일자 그 신념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법조인이 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하던 미정은 제주에 머물며 마음의 짐을 내려놓게 된다. 자신의 인생이 타인의 비웃음거리가 되자 무너진 윤주는 제주의 미정에게 가고, 시징과 편지를 주고받으며 자신과 화해한다. 시징은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고 홍콩의 자립을 위해 용기를 낸다. 삶이 힘들 때 도망친 곳은 낯선 곳이며, 무엇 하나 익숙하지 않다. 하지만 낯모르는 타인에게서 나를 도망치게 했던 과거의 그 사람을 발견할 수도 있고, 익숙한 일상에서는 기만이나 거짓으로 모른 척했던 진심을 낯선 공간에서는 제대로 마주할 기회가 있다. 윤주가 시징에게 보낸 편지 구절 “우리는 모두 여행자라고, 이 행성에 잠시 머물다 가는 손님일 뿐이라고요”(151쪽)는 결국 인생이라는 긴 여정에서 모두가 주인이 될 수 없으며 생애가 완벽할 필요도 없다는 것을 시사한다. 사회적 고통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도 엿보인다. 각각의 인물들은 비정규직의 소외감(윤주), 제주 신공항 건설을 비롯한 난개발 문제(미정), 중국의 내정 간섭에 반발하는 홍콩의 암울한 현실(시징) 등 시대의 흐름 속 불가피한 아픔을 겪는다. 소설은 이렇게 각자가 지난 상처들을 담담히 그려 내면서도 삶을 마주할 용기를 이야기한다. 작가는 “신념을 따르고 사랑에 진심일수록 상처받고 방황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며 “생애는 완벽할 수도 없고 완벽할 필요도 없으며, 완벽해지려고 고투하는 과정 속에서 완성돼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또한 자신의 생애 속 장면을 때론 아름답게 기억하기도 하고, 망각하기도 한다. 가끔 주저앉아 숨을 돌릴 때나, 완벽하게 살 수 없음을 깨닫고 좌절할 때 이 책은 ‘괜찮다’고 따뜻한 위로를 전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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