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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 못찾는 이영표 공백

    지난 7일 서울월드컵경기장. 폴란드전 출전 명단을 받아 든 축구 기자들이 술렁거렸다. 전날 미리 공개했던 베스트 11과 큰 차이가 있었다. 특히 홍철(21·성남)-홍정호(22·제주)-곽태휘(30)-이재성(23·이상 울산)으로 구성된 수비 조합이 의외였다. 조광래 감독이 노란 조끼를 주며 주전을 암시했던 포백(4-back) 라인은 김영권(오미야)-홍정호-이정수(알사드)-최효진(상주)이었다. 사실 올 초 아시안컵 이후 대표팀은 ‘박지성·이영표 후계자 찾기’에 혈안이 됐다. ‘포스트 박지성’은 구자철(볼프스부르크), 지동원(선덜랜드), 손흥민(함부르크) 등 가능성 있는 ‘젊은 피’들이 떠오르며 한숨 돌렸다. 그러나 이영표의 공백은 마땅한 답이 없다. 그래서 조 감독이 생각해 낸 것이 변형 스리백(3-back). 포백 중 공격성 짙은 한쪽 풀백이 적극적으로 오버래핑에 가담하고 반대쪽 풀백은 센터백 듀오와 유기적으로 움직여 스리백처럼 운영하겠다는 게 골자다. 미드필드를 두껍게 하면서도 안정적으로 수비를 가져갈 수 있는 방법. 노련하고 발 빠른 차두리(셀틱)가 있을 때는 재미를 봤다. 그러나 차두리가 부상으로 빠진 수비라인은 ‘역시나’ 삐걱거렸다. 홍철은 덩치 큰 상대 미드필더에게 막혀 활발한 공격 가담의 장점을 보여주지 못했다. 오히려 역습 상황에서 수비 복귀 타이밍이 늦어 위기를 자초했다. 오른쪽 풀백 이재성은 더했다. 원래 센터백을 맡는 이재성은 새 옷을 입고 ‘투명인간’이 됐다. 오버래핑은 고사하고 익숙한 중앙 쪽으로만 공을 돌렸다. 맨투맨 마크도 서툴러 선제골의 빌미를 내줬다. 신문선 MBC플러스 해설위원은 “이재성이 전혀 공격이 없어 (오른쪽 날개) 지동원도 고립됐다. 원래 측면 수비수가 아니라서 혼란스러워 보인다. 공격으로 나오는 타이밍이 너무 늦다.”고 말했다. 한국이 답답한 공격으로 일관했던 것과 맥이 닿는 부분이다. 어쨌든 평가전은 ‘테스트’다. 실전을 앞두고 문제점을 발견했으니 고치고 가다듬으면 된다. 폴란드전에서는 좌우 날개의 적극적인 오버래핑으로 공격성을 극대화하는 포백 수비의 장점이 전혀 발휘되지 못했다. 변형 스리백도 제대로 구현되지 못했다. 대표팀은 11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월드컵 3차예선 3차전을 치른다. 이번엔 ‘진짜’다. 수비라인에 뾰족한 해법이 없다면 박주영(아스널)이 골 폭풍을 터뜨려도 답이 없다. 표류하는 포백 라인의 구세주는 누가 될까. 수월월드컵경기장으로 눈길이 쏠린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우리 사이에 끼어든 그, 사랑해도 될까

    우리 사이에 끼어든 그, 사랑해도 될까

    “사회가 ‘정상적’이라고 규정하는 관계의 규범은 시효를 다했다. 인간의 감정이 가진 스펙트럼은 하나의 관계로 국한하기엔 너무 다양하고 풍부하기 때문이다.”(톰 티크베어) 독일 베를린의 한나(소피 로이스)와 시몬(세바스티안 시퍼)은 결혼만 안 했을 뿐 첫 키스를 한 지 20년이 지난 커플이다. 한나는 유명 TV 앵커, 시몬은 조각품을 제작하는 엔지니어다. 아이가 생기지 않아 누군가 불임일 것으로 추정하지만, 딱히 아쉬움은 못 느낀다. 다만, 조금씩 권태가 찾아올 뿐. 어느 날, 한나는 세미나에서 만난 줄기세포 연구자 아담(데비드 스트리에소브)에게 묘하게 끌리는 것을 느낀다. 우연한 만남이 이어지면서 둘은 뜨거운 하룻밤을 보낸다. 그 무렵, 시몬도 인생의 고비에 부딪힌다. 어머니의 죽음과 고환암 진단은 그에게 무력함을 남긴다. 늦은 밤 수영장에서 한 사내를 본 순간, 심장이 무섭게 펌프질해 댄다. 평생 이성애자로 살았던 그가 자석처럼 사내를 품는다. 그런데 한나의 그와, 시몬의 그가 같은 사람이라면? 얼개만 듣고 나면 영락없는 치정극이다. 그런데 29일 개봉한 ‘쓰리’의 감독은 톰 티크베어다. ‘롤라 런’(1998), ‘향수’(2006), ‘인터내셔널’(2008)의 연출자. 요리에 빗대자면 한국·일본·이탈리아 요리까지, 궁극의 맛은 내지 못할지라도 맛깔스러울 정도는 만들어 내는 능력 있는 주방장이다. 티크베어가 할리우드 진출 이후 10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가 독일어권 배우와 독일어로 찍은 작품이 ‘쓰리’다. ‘한 남자를 사랑하는 두 남녀’란 주제를 전혀 뻔하지 않게 주무른다. 젊지도, 늙지도 않은 40대 후반 전문직 남녀들의 욕망과 갈등, 두려움 등 복잡한 심리를 유머러스하면서도, 통찰력 있는 시선으로 담아낸다. 티크베어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관계 맺기에 대해 얘기한다. 서로 다른 상황과 시간에 만났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던 관계인데, 하필 그 타이밍에 만나면서 불꽃이 튄다. 관계가 깊어질수록 자유분방한 주인공들 역시 가족, 부부에 대한 사회 규범 때문에 고민한다. 하지만 힘든 시간을 보낸 이들은 끝내 통념을 뛰어넘는 대승적(?) 결론에 도달한다. 프랑스·영국도 아닌 독일영화라고 해서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티크베어 특유의 경쾌한 이야기 전개와 감각적 편집, 위트 있는 대사, 귀에 쏙 들어오는 음악은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헤르만 헤세, 제프 쿤스, 데이비드 보위, 비토리오 데시카, 로버트 윌슨 등 영화 곳곳에 숨겨진 유럽 문화·예술의 코드들을 알아채는 재미도 쏠쏠하다. 단 “한 사람과의 관계에 모든 감정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생각은 폭력적”이라는 티크베어의 시각에 동의하지는 않더라도, 들을 준비는 돼 있어야 영화가 불편하지 않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프리미어리그] ‘첫 도움’ 지동원 주전 눈도장

    지동원(20·선덜랜드)이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에서 첫 도움을 신고했다. 지동원은 27일 영국 캐로 로드에서 열린 노리치시티와의 2011~12시즌 정규리그 6라운드에서 후반 교체로 들어가 도움을 기록하면서 제 역할을 확실히 했다. 0-2로 뒤진 후반 23분 세바스티안 라르손과 교체돼 들어간 지동원은 후반 41분 키어런 리처드슨의 만회골을 지원했다. 지동원은 아크 근처에서 자신에게 온 공을 원터치로 왼쪽 외곽에서 마크 없이 침투하던 리처드슨에게 연결했고, 리처드슨은 강한 왼발슈팅으로 노리치시티의 골망을 흔들었다. 프리미어리그 데뷔 뒤 올린 첫 도움으로 지동원은 지난 11일 첼시와의 경기에서 데뷔골을 터뜨린 지 2경기 만에 공격포인트를 올리는 데 성공했다. 지동원은 이날 경기를 포함해 올 시즌 정규리그 5경기에서 모두 후반 막판에 교체 투입됐다. 그는 지난달 13일 데뷔전과 이날 경기에서 마지막 20여분을 소화했을 뿐 다른 세 경기에서는 10분을 겨우 채웠다. 하지만 줄곧 선발로 출전한 주전 공격수들보다 오히려 기록이나 경기 내용면에서 훨씬 낫다는 평가다. 지동원은 선덜랜드 공격수 가운데 유일하게 골을 넣었다. 간판 골잡이 니클라스 벤트너는 올 시즌 아스널에서 선덜랜드로 건너온 뒤 세 경기에서 아직 골 맛을 보지 못했다. 또 붙박이 공격수 스테판 세세뇽은 올 시즌 여섯 경기에 모두 선발로 나서 거의 풀타임을 뛰었지만 공격포인트를 올리지 못했다. 애초에 지동원을 기대주로 보고 데려온 선덜랜드 스티브 브루스 감독도 생각을 바꿨다. 실제 이날 경기에서 브루스 감독은 지동원을 승패와 상관없이 후반 막판에 투입해 경험을 쌓을 기회를 주는 기존의 방식이 아니라 경기 흐름을 바꿔야 할 타이밍에 조커로 투입하는 교체전술을 단행했다. 그리고 지동원은 브루스 감독의 전술적 요구에 부응했다. 사실 리처드슨의 슈팅이 워낙 날카롭고 빨랐기에 지동원의 도움은 기록 이상의 의미는 없다. 하지만 지동원이 투입된 뒤 중원에서의 패스플레이가 살아났고, 역습의 템포도 눈에 띄게 빨라졌다. 최전방과 2선을 열심히 오가며 공간을 만들고, 창의적인 패스로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를 선발로 투입하지 않은 것이 안타깝게 여겨질 정도로 꼭 필요한 위치에서 생동감 넘치는 플레이를 펼쳤다. 선덜랜드는 1-2로 졌고, 1승2무3패로 14위로 내려앉았다. 하지만 한국인으로는 최연소로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한 지동원의 선발 출장 가능성은 점점 높아지는 분위기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일본통신]이승엽이 달라졌다…”동작 커지고 타이밍 좋아져”

    [일본통신]이승엽이 달라졌다…”동작 커지고 타이밍 좋아져”

    2011 시즌 막판 물오른 홈런포를 터뜨리고 있는 이승엽(35. 오릭스)에 대한 평가가 달라졌다.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그의 장기인 홈런이 터지지 않아 답답했지만 최근 경기에선 알토란 같은 대포를 쏘아 올리며 오릭스 상승세의 주역으로 활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승엽의 타율은 .212(335타수 71안타)다. 올해 일본야구의 극심한 투고타저 현상을 감안하더라도 내세울수 있는 타율이 아니다. 하지만 여전히 걸리면 넘어가는 한방능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올해 이승엽이 쏘아 올린 홈런을 보면 펜스를 간신히 넘어가는 타구가 거의 없었다. 오사카 쿄세라돔 2층 이상에 떨어지는 대형포는 이승엽의 장타력을 직접적으로 증명해주는 바로미터였고 한편으론 시원스럽기까지 했다. 또한 그동안 터지지 않았던 좌측 홈런이 나오면서 이젠 이승엽 특유의 타격성향이 나오는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이승엽의 활약을 지켜본 김성근 전 SK 감독은 ‘스윙시 뒤가 커졌다’며 최근 그의 홈런이 일시적인게 아니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과거 지바 롯데 시절 이승엽 전담 코치를 맡았던 김성근의 말이라 신빙성이 크다. 누구보다 이승엽의 타격스타일과 장단점을 꿰뚫고 있기 때문이다. 덧붙여 ‘시동을 거는 타이밍이 좋아졌다. 손목도 올라왔다. 예전의 좋았을때의 모습으로 되돌아 왔다’며 제자의 최근 활약을 평가했다. 그렇다면 이승엽 타격에서 뒤가 커졌다. 는 어떠한 의미를 담고 있을까. 이승엽 타격의 ‘뒤’는 체중을 장전하는 동작을 의미한다. 이걸 로드포지션(Load Position)이라고 하는데 일반적인 의미에서 보면 이승엽은 여타의 타자들과는 성향이 다르다. 일반적으로 타격은 ‘처음은 작게 이후에는 크게’하는 정상이다. 그 처음 동작이 배트를 뒤로 빼는 동작, 즉 로드포지션이다. 이 동작이 크게 되면 스윙의 도움닫기가 커져 파워를 내기엔 좋지만 배트스피드 저하나 스윙시 시동을 거는 타이밍이 늦어지게 된다. 하지만 이승엽은 이렇게 하는게 가장 좋다. 이유가 있다. 그동안 이승엽은 특정코스에 대한 부담감으로 인해 갖다 맞추는데 급급한 타격을 했었다. 올 시즌을 보면 공에 몸이 쫓아가며 스윙을 하는 버릇이 자주 보였던 것도 이때문이다. 한마디로 자신의 폼을 잃을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최근 이승엽은 자신의 스윙을 하고 있다. 여기서 하나를 더 언급하자면 앞발 내딛기와 로드(Stride&Load)동작이 부드러워 안정적인 중심이동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타격시 타이밍을 잡는 앞발은 앞으로 내딛지만 그 과정에서 배트를 뒤로 빼 체중을 장전하는 동작은 뒤로 가 있는게 정상인데 이 과정에서 일치감이 생기지 않으면 이후 부드러운 체중이동이 힘들다. 맞추는데 급급한 타격을 할시엔 중심이동이 원활하지 못하는 이유다. 하지만 최근 이승엽은 배트를 뒤로 빼는 동작이 커졌다. 이와 더불어 스윙 시동을 거는 타이밍이 좋아지면서 전체적으로 손목이 올라와 있다. 김성근이 말한 손목이 올라왔다는 것은 배트를 쥐고 있는 이승엽의 그립위치를 일컫는다. 전성기 시절 이승엽의 타격모습을 보면 리프팅 탑(Lifting Top=앞발 이격시 그 높이가 최고점) 이후 앞발을 내딛는 과정에서 배트를 쥐고 있는 그립위치가 왼쪽 귀 위까지 올라와 있다. 이렇게 되면 뒤가 커지면서 스윙의 파워를 내는데 있어 원천적인 파워를 모두 담을수가 있게 된다. 전체적으로 보면 시즌 초반과 같이 뭔가에 쫓기는듯한 느낌이 아닌, 이제는 본연의 스윙을 하고 있다고도 볼수 있다. 타석에서 한결 여유가 생겼다는 뜻이다. 또하나 고무적인 현상은 타격시 이승엽의 상체다. 타석에서 여유가 없으면 가장 먼저 눈에 띠는게 상체가 앞으로 쏠리면서 공을 마중나가서 스윙을 하게 된다. 물론 이승엽은 아직도 일본투수들의 떨어지는 변화구에 이러한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이승엽 특유의 홈런포가 터져 나올때를 보면 이러한 모습을 찾기가 힘들다. 배트와 공이 만나는 접접지점(Contact)에서 이승엽의 상체 위치를 보면 전체적으로 몸이 뒤로 뉘여져 있다. 이러한 상체위치를 지닌 타자를 ‘스테이 백 히터(Stay Back Hitter)’라고 하는데 이 기준으로만 놓고 보면 최근 이승엽의 상체가 뒤에 머물고 있다는 걸 발견할수 있을 것이다. 이제 올 시즌도 마지막을 향해 달려간다. 당찬 포부를 안고 올 시즌을 맞이한 이승엽이지만 기대만큼의 성적이 나오지 않아 팬들을 답답하게 했다. 하지만 최근 타격하는 모습을 보면 ‘역시 이승엽’이란 말이 저절로 나올법도 하다. 물론 아직 홈런에 비해 타율이 부족하긴 하지만 이승엽의 장타력이 회복됐다는 점에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 오릭스에서 아롬 발디리스, T-오카다를 제외하면 한방을 쳐줄수 있는 타자가 부족하다는 점에서 이승엽의 타격상승세가 지속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일본야구통신원 윤석구 http://hitting.kr/
  • 2012년형 알페온2.4 판매

    2012년형 알페온2.4 판매

    한국지엠은 21일 성능과 연비를 개선하고 첨단 안전·편의 사양을 장착한 ‘2012년형 알페온 2.4’ 판매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2012년형 알페온은 습도 변화에 따른 점화 타이밍 최적화와 에어컨 컴프레서 업그레이드를 통해 엔진의 부담을 줄였다. 이를 통해 기존 10.6㎞/ℓ(2.4모델 기준)이던 연비가 11.3㎞/ℓ로 개선됐으며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감소됐다. 또 8인치 스마트 컬러 오디오와 하이패스 자동 요금 징수 시스템(ETCS), 차선 이탈 경고 시스템(LDWS) 등 다양한 편의 및 첨단 안전 사양이 추가됐다. 수동 겸용 6단 자동 변속기가 기본 장착된 2012년형 알페온 2.4 모델의 판매 가격은 CL240 디럭스는 3054만원, 프리미엄은 3254만원. EL240 디럭스는 3343만원, 프리미엄은 3553만원이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해남-끄트머리土末에서의 시작 기억이 사는 곳, 해남

    해남-끄트머리土末에서의 시작 기억이 사는 곳, 해남

    1 두륜산 케이블카에서 내려 전망대까지 이르는 산책로는 소사나무 군락지다. 10월에는 그 열매를 볼 수 있다 2 땅끝 전망대를 향하는 길에는 어김없이 연인들의 맹세가 굳게 잠겨 있었다 3 수군들이 성을 세우고 지켜야 할 만큼 중요한 길목에 자리잡은 이진마을. 지금은 평화롭기만 하다 끄트머리土末에서의 시작 기억이 사는 곳, 해남 해남은 첫사랑 같은 곳이다. 아주 오래전, ‘휴가’라는 것이 처음 생겼을 때, 해남을 선택했었다. 처음 만나는 남도. 그후 해남은 시간과 함께 멀어지기만 했었던 것 같다. 다시 찾은 해남에서 나는 적지 않은 기억을 되찾았고, 또 수정해야 했다. 익룡이 살던 중생대 백악기, 이순신 장군이 호령하던 조선시대까지 다녀왔고, 시작을 위한 끝이라는 땅끝 전망대에서 ‘유구함’의 의미를 다시 생각했다. 아득하게 오래되었으나, 여전히 살아있는 것들, 첫사랑처럼 또렷한 기억의 각인들을, 말이다. 글·사진 천소현 기자 취재협조 전남대 생태관광연구센터 www.ecotourlab.org 되찾은 기억은 이런 것이다. 첫 해남 여행은 아주 추운 12월의 마지막 날이었다. 한 해의 마지막 날에, 국토의 끝이라니. 돌아보면 청승 무모한 청춘의 자작극이다. 게다가 보길도에서 돌아 나오는 배가 풍랑으로 뜨질 못해 여행은 하루가 더 길어져 버렸다. ‘섬에 갇히는 로망’은 그때 그렇게 허무하게 이뤄져 버렸다. 아무튼 당시의 내게 해남은 고산 윤선도의 땅, ‘대한민국’이라는 조국의 끝이었고, 김지하 선생이 그러했듯(그는 땅끝에서 자살을 생각했던 적이 있단다) 청춘의 고뇌를 끝장내 버리고 싶었던 곳이었다. 수정된 기억은 이렇다. 땅끝의 사자봉 위에는 높다란 전망대와 미니레일이 있었고, 두륜산 정상에는 케이블카가 설치되었다. 인기 예능프로그램인 <1박2일>팀이 다녀갔던 여운이 곳곳에 진하게 남아 있었다. 불사는 대흥사, 미황사의 모습을 많이 바꾸었고, 그때는 템플스테이라는 것도 없었다. 우항리에 세워진 공룡박물관과 화석지는 ‘메가급’ 변화에 속했다. 10년 세월의 힘이었다. 그러나 이번 여행에서 내가 고이 품어 온 기억은 따로 있다. 문학과 풍류에 선행하는 생존 자체의 문제, 그래서 목숨을 걸고 이 땅을 지켜냈던 민초들의 어제와 오늘이 보였다. 쉽게 말해 ‘명량대첩’ 같은 전쟁의 기억이다. 주인공은 불멸의 이순신 장군이지만, 승리의 기쁨은 모두를 초대하는 축제가 됐다. ‘강강술래’를 추며 지역 주민들이 주도하는 축제의 마당에는 나름대로의 ‘격한’ 드라마가 있었다. 또한 달량진성처럼 아직도 ‘역사의 잔해’로만 남아있는 쓸쓸한 풍경들도 껴안았다. 고장의 발전을 위해 고민하는 사람들과 동동주 기울이며 그 마음도 전해 받았다. 더 나아갈 길 없는 막다른 곳, 땅끝에서 모든 것은 다시 시작되고 있었다. 땅끝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해남 앞바다.바삐 오가는 노란 모노레일은 바다 속을 드나드는 것만 같다 ‘해남이쿠누스 우항리엔시스’를 만나다 한양에서 1,000리라 했나. 땅끝土末을 품고 있는 해남으로 내려왔으니 가장 먼 과거로, 무려 8,300만년 전 중생대 백악기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도 가뿐했다. 우항리 공룡박물관이다. 내게 공룡의 기억이 없으니, 공룡을 ‘노래’했던 기억을 좀 빌려 써야겠다. “아주 옛날에는 사람이 안 살았다는데 그럼 무엇이 생겼었을까. 공룡이 헤엄치고 익룡이 날아다니고 아주 심심한 것 같은데 <아주 옛날에는 사람이 안 살았다는데>.” 80년대에 ‘꾸러기들’이라는 팀이 부른 이 엉뚱한 노래를 꽤 좋아하여 즐겨 불렀었다. 그 익룡들을 우항리에서 만났다. 세계에서 가장 큰 익룡발자국(35cm)은 이곳의 지명을 따 ‘해남이쿠누스 우항리엔시스’로 명명되었다. 세계에서 7번째, 아시아에서 발견된 것은 처음이다. 공룡 화석의 보고인 우항리의 백악기 퇴적층이 드러난 것은 금호 방조제 공사 이후 이 지역이 담수호를 낀 육지로 변했기 때문이다. 90년대 중후반에 국내외 과학자들이 조사한 이후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7년에는 공룡박물관까지 설립할 수 있었다. 우항리 화석지(33만 평방미터)는 이런저런 공룡의 발자국 화석으로 도배가 되어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발자국 크기가 작게는 52cm, 크게는 95cm나 되는 초식공룡의 몸집은 얼마나 컸던 걸까(몸통길이만 7m가 넘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 발자국 105개가 밀집되어 있는 곳에 보호각(대형 공룡관)이 세워졌다. 익룡 발자국 443점과 물갈퀴새의 발자국(전세계에서 발견된 물갈퀴새 발자국 중 가장 오래됐다) 1,000여 점을 보호한 익룡 조류관, 조각류 공룡관까지, 보호각은 총 3개가 있다. 화석으로만 남아있는 공룡들에 대한 체계적인 지식은 공룡박물관에서 얻을 수 있고 연꽃이 가득한 연못에 공룡 모형을 설치한 야외공원은 기념사진을 찍기 좋은 곳이다. 우항리 공룡박물관 | 주소 전남 해남군 황산면 공룡박물관길 184 개관시간 오전 9시~오후 6시(매주 월요일 휴관) 입장료 어른 3,000원, 청소년 2,000원 문의 http://uhangridinopia.haenam.go.kr 1, 2 우항리 일대는 공룡 발자국 화석으로 도배되어 있다시피 하다. 공룡뼈와 화석 모형을 전시하고 있는 공룡박물관의 규모도 공룡사이즈라 꼼꼼히 보려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 3 단청을 벗어버린 대흥사 대웅전은 한결 부드러운 인상이다 4 소가 멈춘 자리에 지었다는 미황사는 달마산 기슭에 자리를 잡고 있다. 전설은 알수록 재미있고, 절은 볼수록 아름답다 5 두륜산 케이블카가 설치되어 누구나 쉽게 올라갈 수 있는 고계봉(638m). 맑은날에는 제주도까지 보인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땅끝으로 달려가는 공룡의 등뼈 최고最古의 다음은 최장最長이다. 두륜산에는 국내 최장거리의 케이블카(1.6km, 왕복 성인 8,000원)가 연결됐다. 다행히도 직행으로 고계봉(638m)에 내려주는 것은 아니고 내려서 286개의 나무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뿌연 안개가 사방에 넘실거리고 있었다. 맑은 날에는 제주도까지 보인다고 했지만, 전망대 위에 섰을 때에는 한반도 지도 모양의 마을도, 월출산도, 주작산도, 완도, 진도 등의 섬들도 모두 안개에 숨어들었다. 골짜기에 들어앉은 대흥사도 고계봉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힘차게 달려온 소백산맥이 두륜산(703m)을 통과해 남쪽의 달마산(489m)을 지나고 급기야 땅끝의 사자봉(155m)에 이르러서야 수그러드는 모습을 어렴풋이 목격할 수 있다. 당장이라도 암봉으로 이어진 능선을 타고 바다까지 흐르고 싶지만 산행은 금지되어 있어서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와야 한다. 대흥사 입구까지는 차로 이동했다. 구림구곡九林九曲의 10리 숲길을 배신하는 마음이 아팠지만 해가 저물고 있었다. 삼재불입지처三災不入地處로 불렸던 안전한 절집은 전쟁을 피해 곱게 늙었다. 1,000개의 불상이 모셔진 천불전뿐 아니라, 추사 김정희가 쓴 무량수각 현판, 원교 이광사가 쓴 대웅보전 현판, 정조대왕이 쓴 표충사 현판도 남아 있어 살아있는 ‘서예 박물관’으로 불린다. 도를 닦는 것은 차를 마시는 것과 같다 했는데禪茶一如, 초의선사가 머물면서 차를 즐겼다는 일지암에 가지 못한 것도, 차 한잔을 마시지 못한 것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차창 밖으로 달마산이 나타날 때마다 내 시선은 고정되었다. 유홍준 교수는 암릉으로 솟아오른 산의 모양새를 ‘공룡의 등뼈’ 같다고 했었다. 그럴싸한 표현이다. 누군가는 달마대사가 살고 있다고도 했다. 달마Dharma·法산, 진리의 산이라니, 과감하고 멋진 이름이다. 설화 속의 어떤 이는 같은 산정을 두고 1만개의 불상을 보기도 했다. 그게 바로 미황사 창건설화에 등장하는 금인金人이다. 신라 경덕왕 8년(749년)에 우전국(인도)에서 온 금인이 검은 소를 따라가다 주저앉는 자리에 불경을 모시라는 말에 따라 미황사가 설립되었다는 것이다. ‘美’는 소의 아름다운 울음소리를, ‘黃’은 금인의 황금빛을 뜻한다. 1754년 이후 단청을 덧칠하지 않아 색이 바래 버린, 아니 화장을 벗은 대웅보전은 해질 무렵마다 아름다운 황금빛이 된다. 기둥 아래 주춧돌에 게와 거북이가 새겨진 이유는 ‘대웅보전’이 창건설화에 등장하는 배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알수록 흥미로운 절이다. 솟아오른 등뼈의 릴레이가 멈추는 곳이 땅끝土末(북위 34도17분21초)이다. 노란 모노레일(395m, 왕복 4,000원)을 타고 사자봉 정상의 전망대(38m)로 올라가는 대신 시비가 도열해 있는 산책로를 선택했다. 연인들의 간절한 마음과 언약은 이곳에서도 녹슨 자물쇠로 잠겨 있었다. 앞날을 어찌 알겠나. 꼭 그만큼 불투명한 전망이 눈앞에 펼쳐졌다. 희미해서 더 아름다운 풍경. 여기가 끝이 아니라 저 너머 무엇이 있으리라는 희망 없이는 사랑도, 여행도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바다의 눈물이 거둔 승리 해남 사람들에게는 자랑스러운 승리의 기억이 있다. 이순신 장군이 왜군을 대패시켰던 명량대첩(1597년 9월16일)에 대한 기억이다. 제갈량이 바람의 방향을 읽어 적벽에서의 승리를 이끌어 냈듯, 울돌목 거센 물살의 방향을 예측하여 이순신 장군이 승리를 거둬낸 명량대첩은 ‘기적의 해전’이라는 수식까지 달고 있다. 고작 13척의 전력으로 133척의 왜군은 대파한 것. 명량대첩은 매년 가을 축제를 통해 다시 재현되는데 올해는 9월30일부터다.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들러 보게 될 ‘우수영 국민관광지’에는 충무사, 어록비, 전시관 등 이순신 장군과 명량해전을 기념하는 여러 시설과 조각상, 기념비들이 세워져 있다. 또 우수영과 진도 사이, 울돌목 물길에는 여름 내내 거북배가 바삐 움직였다. 뱃시간을 놓쳐 버렸지만 울돌목의 물결을 바라보는 것은 그 자체로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빠른 물길이 암초에 부딪치는 소리와 사방으로 소용돌이치는 물의 아우성. 예부터 바다가 운다鳴梁고 한 이유를 알겠다. 명량해전의 승리는 그 눈물에 빚을 지고 있는 것일 터. 때마침 주말이라 펼쳐진 명량역사체험마당은 흥겨운 시간이었다. 등에 ‘수水’를 새기고 행렬하는 수군들의 교대식은 사뭇 진지한 분위기에서 진행됐고 뒤이어 남도 소리의 진수를 보여주는 판소리 한판과 절제된 듯 화려한 군무, 강강수월래 무대가 이어졌다. 목숨을 바쳐 땅을 수호한 선조들을 기억하는 따스한 몸짓, 갸륵한 아우성이었다. 1 명량해전을 펼쳐졌던 울돌목에는 아직도 ‘긴 칼 옆에 찬’ 이순신 장군이 지키고 있으니 듬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시큰하다 2, 3 우수영관광지에서는 여름 동안 주말마다 명량역사체험마당을 펼친다. 각각 수문장 교대식과 강강수월래 공연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9월의 해남 여행, ‘초요기를 올려라!’ 알고 보니 9월의 해남은 여러 축제와 행사가 오버랩되는 절묘한 타이밍이다. 여름 내내 토요일마다 깃발을 나부꼈던 명량역사체험마당이 9월24일까지 개최되고, 곧 이어 명랑대첩축제가 9월30일부터 10월2일까지 개최된다. 땅끝작은음악회도 그 마지막 무대를 9월17일에 대흥사에서 펼쳐 놓는다.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 생태관광연구센터의 기획으로 진행되는 해남여행상품 ‘초요기를 올려라’는 명랑대첩축제와 명량역사체험마당 등의 이벤트와 함께 땅끝마을, 두륜산, 대흥사 등의 해남 명소를 방문할 수 있도록 일정을 구성했다. 여행상품 초요기를 올려라 출발 2011년 6~11월 매주 토, 일요일 및 공휴일 출발. 명량대첩축제기간(9월30일~ 10월2일)에는 매일 밤 출발. 서울 교대역 9번 출구, 오전 7시 출발. 요금 1박2일 11만9,000원(왕복 교통비, 1박 3식, 가이드, 입장료, 보험 포함) 문의 여행스케치 www.toursketch.co.kr 당신이 아직 모르는 해남이야기 우리가 ‘유명하다’고 해서 찾아가는 모든 여행지는 ‘유명하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고, 그것을 유명하게 만들기 위해 애쓴 사람들이 있었다. 지금 찾아가 보면 초라하고 허망할 수 있는 해남 북평면의 무명소無名所들. 그 이름들을 기억해 두시라. 해남군의 예산 지원이 확정된 북평면 일대가 완도의 길목이었던 시절의 활력을 되찾을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허망한 남창장’에 언능 와보소” 박상일 지역활력연구소 소장 이름부터 에너지가 넘치는 지역활력연구소의 박상일 소장. <해남신문>의 편집국장을 역임하고 해남포럼, 해남습지 보전모임, 남도문화관광센터를 만들었던 그는 남도의 음식과 풍습에 대해 막힘이 없다. 요즘 그가 ‘꽂힌’ 대상은 ‘남창장’이다. 혹시 ‘허망한 남창장’이라는 말을 아시는가. 다른 장에 비해 일찍 서고 일찍 파장이 되어 버리기에 낭패를 본 사람들에게서 나온 푸념이 허무한 상황을 표현하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해남에서 완도로 넘어가는 다리가 생기기 전에 남창장은 인근 섬에서 해산물을 가득 실은 채 모여들고, 제주도에서도 밀감을 싣고 올 정도로 흥한 장이었다. 현재는 규모도 손님도 줄었지만, 혹시 2일, 7일에 해남에 오게 되거든 장차 ‘풍물 어시장’으로 달라질 남창장을 기대해 달라는 것이 박상일 소장의 당부다. 강아지도 만원짜리를 물고 다녔다는 옛 시절의 영광은 멀어졌지만 사람과 물자가 모이고 흩어지는 장터의 기능만은 유효하다. “달량진성, 이진진성, 그대로랑께요” 노명석 북평면 청년회장 40대의 청년회장이라고 소개를 받은 것이 쑥스러운 듯 웃기만 하던 그가 북평면 남창리에 도착하자 성큼 앞장서며 말했다. “여기 보세요. 돌담이 그대로 남아있죠. 이렇게 잘 보존된 성벽은 별로 없다네요. 저기, 저 집들은 안에 들어가 보면 뒷담이 모두 옛 성벽으로 되어 있어요.” 조선시대 이 자리에 수군의 진지였던 달량진達梁津이 설치됐고, 그 안에 남쪽의 조운창(조세를 거둔 현물을 모아두던 창고), 즉 남창을 두었기에 그 이름이 남창리다. 1498년(연산군 5년)의 일이니 500년이나 서 있었던 돌담은 정말로 보존 상태가 좋았다. 지난해 달량진성이 향토유적으로 지정됐고, 이제 본격적으로 손님맞이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 주민들에게 떨어진 즐거운 숙제다. 아직은 쇠락한 상태인 시골 마을의 풍경을 등에 지고 뭔가 고민에 빠진 듯한 그의 얼굴에 듬직한 ‘청년’이 있었다. 그가 두 번째로 안내한 곳은 멀지 않은 이진진梨津鎭성터였다. 약 2.5km의 석벽 중 940m 정도가 남아있으니 역시 양호한 상태다. 서문터에 남아있는 옹성에는 우물터까지 보존되어 있다. 마을에서 까만 현무암이 발견되는 것은 제주에서 이곳까지 배에 조랑말을 싣고 왔던 흔적이라고 했다. 역사의 파편들이 골목마다 박혀 있었다. “우리집의 포석정 볼라요?” 함박골큰기와집 김순란 여사 새로 지은 한옥집. 그러나 모양만 한옥집인 숙소가 아니라 한옥의 가치와 정신을 살리되 현대인 편의를 더한 한옥집. 그게 바로 ‘함박골큰기와집’이다. 고향인 해남 북평면 오산리에 돌아와 민박을 꾸린 김순란 여사는 직접 황토를 발라서 건강한 한옥집을 완성했다. 그 집에 머무는 자체가 일종의 치유였다. 직접 담그는 동동주는 가장 먹기 좋을 때 내놓는 것이라 실패가 없고, 숙취도 없다. 두 동의 사랑방은 각각 넓은 마당을 끼고 있으니 바비큐 파티가 벌어지기 일쑤. 자리끼 물병에 민트 잎을 따 넣어 주고, 동동주에도 꽃잎을 따 넣을 줄 아는 그녀는 풍류의 고수이기도 하다. 마당 한쪽에 직접 고안하고 복원한 미니 포석정에 물을 채우고 동동주잔을 올리니 정말 술잔이 한 바퀴 돌아 내 앞으로 돌아왔다. 선비처럼 시를 읊어야 할 것 같은 밤이었다.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그녀가 내게 준 선물은 뜻밖의 것이었다. 급하게 손끝으로 대충 짓이겨 새끼손가락에 얹어 주었던 봉숭아꽃이 지금 고운 살구빛으로 내 몸에 스며들어 있다. 각인된 추억이다. 주소 전남 해남군 북평면 오산리 1016-2(차경리) 요금 4인실은 5~8만원, 8인실은 15~20만원 문의 011-9606-7557 www.hanbakgol.co.kr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형우야, 대포 경쟁 아직 안 끝났데이~”

    “형우야, 대포 경쟁 아직 안 끝났데이~”

    2011시즌 프로야구 홈런왕 레이스. 사실 싱거워 보였다. 7월까진 롯데 이대호와 삼성 최형우가 치열했다. 막상막하.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8월 들어 이대호의 홈런 생산이 멈췄다. 이달 한 달 동안 홈런 단 1개만을 기록했다. 그러는 사이 최형우는 언제나처럼 꾸준했다. 9월이 되자 격차가 벌어졌다. 이대호는 장타보다 맞히는 타격에 주력했다. 부상 여파가 컸다. 최형우는 변함없이 큰 타구를 노렸다. 숫자보다는 ‘추세’가 최형우 쪽으로 흘렀다. 홈런 4개 차까지 앞서나갔다. 여기까지가 지난 16일 경기 전까지 얘기다. 이제 상황이 급변했다. 이날 이대호가 홈런 3개를 몰아쳤다. 최형우는 17일과 18일 각각 홈런 하나씩을 추가했다. 장군멍군. 이제 홈런왕 레이스는 안갯속이다. ●이대호 3연타석 홈런쇼 부상 부위는 여전히 좋지 않다. 오른 발목 통증이 남아 있고 왼쪽 오금도 호전 기미가 안 보인다. 하체 밸런스 잡기가 힘든 상태다. 이대호는 “지금 상태로는 홈런 만들기가 힘들다.”고 했다. 그래서 한동안 맞히는 타격에 주력했다. 굳이 홈런이 아니어도 타점을 생산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라는 게 이대호의 생각이었다. 실제 스윙 궤적을 크게 돌리지 않는다. 짧고 간결하게 방망이가 돌아 나간다. 그런데 그것만으로도 홈런 생산이 가능하다. 롯데 김무관 타격코치는 “그동안 타이밍 맞추는 데 주력하면서 오히려 타격감이 더 좋아졌다. 팔로스로만 충분히 빼주면 홈런은 언제든 나올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좋은 흐름이 이대호에게 왔다. 이대호는 한번 온 흐름을 잘 놓치지 않는 타자”라고도 했다. 몰아치기 시작하는 이대호는 무섭다. 한번 몰아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다. 김용희 SBS ESPN 해설위원은 “아직 10경기 이상 남았다. 이대호가 한번 불이 붙으면 2~3개 차이는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최형우 결점이 사라지다 올 시즌 타격 자세가 바뀌었다. 타구를 멀리 보내기 위해 스윙 궤적을 어퍼스윙으로 바꿨다. 시즌 초반엔 적응이 잘 안 됐다. 떨어지는 변화구에 좀체 대응을 하지 못했고 높고 빠른 직구에도 약점을 보였다. 지금은 상황 대응력이 좋아졌다. 구종에 따라 팔꿈치를 자유자재로 조절한다. 그러면서도 스윙의 동선엔 일관성이 있다. 간결하게 나오면서 임팩트는 강하다. 큰 기복 없이 질 좋은 타구를 생산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가졌다. 흔들리지 않는 멘털도 좋다. 순탄치 않은 야구인생을 거치면서 단련된 결과물로 보인다. 2002년 삼성에 입단한 뒤 2005년 방출됐었다. 2008년 1군 무대에 다시 복귀했고 여기까지 왔다. 더 떨어질 곳이 없다는 자세로 타석에 들어선다. 시즌 막판, 홈런왕 레이스가 가열돼도 크게 부담 느낄 스타일이 아니다. 꾸준한 타자만큼 상대하기 껄끄러운 상대는 없다. 팀이 1위를 달리면서 상대적으로 개인 타이틀 도전에 용이하다는 점, 대구구장이 사직구장보다 홈런 생산에 다소 유리하다는 점도 긍정요소다. 어쩌면 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이들의 레이스는 계속될지도 모른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일본통신] 이승엽 11호 홈런…팀내 최다포 칠까?

    [일본통신] 이승엽 11호 홈런…팀내 최다포 칠까?

    이승엽(35. 오릭스)이 시즌 11호 홈런을 터뜨렸다. 이승엽은 15일 고베 홋토모토 구장에서 펼쳐진 라쿠텐 골든이글스와의 경기에서 6회말 무사 1루 상황에서 우측 담장을 넘기는 투런포를 쏘아올리며 팀을 수렁에서 구해냈다. 오릭스가 2-4로 뒤진 상황에서 동점 홈런이 된 이 홈런은 결국 연장 접전 끝에 아카다 쇼고의 끝내기 안타로 팀이 승리함으로써 귀중한 한방이 됐다. 이로써 이승엽은 개인 통산 500홈런에 21개를 남겨둔, 그리고 오릭스 입장에선 이번 라쿠텐과의 3연전에서 위닝 시리즈를 만들어 내며 4위 라쿠텐에 1경기 차 앞선 3위를 유지했다. 이날 이승엽은 상대 투수 시오미 타카히로의 초구 포심 패스트볼(135km)을 공략해 홈런을 만들었다. 맞는 순간 누구나 넘어갔다는 생각이 들만큼 라이너성으로 제대로 넘어갔다. 이승엽의 파워를 실감할 수 있는 홈런이다. 이번 홈런으로 인해 이승엽은 팀내 주포 아롬 발디리스(14홈런)와 지난해 홈런왕이자 4번타자인 T-오카다(13홈런)에 이어 팀내 홈런수 3위를 굳건히 했다. 몰아치기에 능한 이승엽의 타격성향으로 봤을때 남은 경기에서 충분히 팀내 최다홈런을 기록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승엽이 비록 홈런대비(투고타저) 타율은 매우 떨어지지만(.209) 한방능력은 여전하다. 대다수 전문가들이 말하듯 이승엽의 홈런 타구에는 뭔가 특별한게 숨겨져 있다. 바로 ‘맞는 순간 넘어갔구나’라고 바로 느낄수 있기 때문이다. 타구에 힘을 싣는 능력이 뛰어나기도 하지만 공을 띄우는 기술 역시 여타 선수들에 비해 특출난 이승엽이다. 일반적으로 이상적으로 홈런이 나오기 위한 타구 각도를 45도라고 한다. 그 이하의 타구는 라이너성이라고 하는데 이승엽은 특히 접점지점(컨택트 지점)에서 이후 팔로우 스루까지 가는 과정이 상당히 매끄럽다. 몸이 회전하는 과정에서 이승엽 특유의 이러한 피니쉬는 여타 타자들의 홈런장면에선 쉽게 볼수 없으며 결코 아무나 흉내낼수 있는게 아니다. 최근 이승엽의 홈런에 관한 우스개 소리들이 들리고 있다. 과거 요미우리 시절 이승엽의 홈런을 보고 당시 중계를 맡았던 백인천 해설위원의 멘트가 아직도 인구에 회자되고 있기 때문이다. 백인천 해설위원은 이승엽이 홈런을 칠때마다 ‘요시 그란도 시즌이야’ 나 ‘아주 라지에타가 터졌어’라는 멘트로 야구팬들의 귀를 사로 잡았다. 그런데 요시 그란도 시즌이야가 정확히 무슨 뜻일까? 당시 이승엽에 대한 타격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백인천 위원은 타격에서 가장 중요한 타이밍에 관한 설명을 하고 있었다. 바로 그 타석에서 이승엽의 홈런이 터졌는데 ‘요시! 역시 그란도 시즌이야’는 “역시 하나둘셋이야”다. 백인천 위원이 흥분해서 말을 빨리 하긴 했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역시 하나둘셋이야가 맞다. 이것은 이승엽 타석 때 타격에서 가장 중요한 타이밍을 재는 방법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홈런이었기에 백인천 위원의 요시 그란도 시즌은 하나둘셋이야가 틀림없다. 그리고 또다른 백인천 위원의 명언인 ‘아주 라지에타가 터졌어’는 그동안 움츠렸던게 터졌다는 뜻을 담고 있다. 라지에타는 방열기인 ‘라디에이터’의 일본식 발음이다. 이 말뜻을 해석하자면 그동안 터지지 않았던 이승엽의 한방이 라지에타(라디에이터)처럼 터졌다는 의미다. 일본에서 현역생활을 했던 백인천 위원이 다소 방송에서 쓰기엔 부적절한 일본용어를 사용한 것도 화제지만 아직까지 야구팬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것도 생소한 일이다. 그만큼 이승엽에 대한 기대를 거두지 못한 팬들이 많다는 뜻으로도 해석할수 있다. 이제 오릭스의 남은 경기수는 25경기(15일 기준, 119경기를 소화)다. 2위 니혼햄과는 10경기 차이로 벌어져 사실상 2위 싸움은 끝이 났지만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한 티켓 한장(3위)을 놓고 치열한 순위싸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한경기 차이로 오릭스의 뒤를 바짝 뒤쫓고 있는 라쿠텐, 그리고 세이부와 지바 롯데 역시 아직은 마음을 놓을 단계는 아니다. 최근 이승엽의 타격상승세가 뒷심을 발휘해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있어 큰 보탬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일본야구통신원 윤석구 http://hitting.kr
  • [사설] 소득·법인세 추가 감세 철회 잘한 일이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어제 소득·법인세 최고구간에 대한 추가 감세를 철회하기로 했다.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에 대해선 당초 계획대로 감세를 진행한다. 감세 기조를 유지하겠다던 정부가 정치권의 논리에 굴복했다는 얘기를 듣긴 하겠지만, 경기 상황이 썩 좋지 않고 유럽 등과 같은 재정위기를 맞지 않으려면 재정 건전성 확보가 관건이란 점에서 잘한 일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도 추가 감세 철회 합의에 따른 세수증가분(2013년 2조 8000억원)은 재정 건전성 회복과 서민 복지재원 확충에 활용하겠다고 밝히지 않았는가. 사실 미국과 유럽 등에서 부자 증세 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우리만 소득·법인세를 감면하는 것도 타이밍이 적절하지는 않은 터였다. 이를 반영하듯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2011 세제개편’도 고용과 공생발전의 큰 틀이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이 2009년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친서민정책을 표방한 이후 2010년 공정사회, 올해 공생발전이라는 키워드를 주창해온 것과 궤를 같이한다. 저소득 근로자를 대상으로 근로장려세제(EITC) 확대, 고용증대 중소기업에 대한 사회보험료 세액공제, 중소기업 취업 청년에 대한 소득세 면제 등이 그런 것들이다. 재벌 오너들의 변칙적인 상속·증여세 회피를 막기 위해 대기업들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에 따른 이익에 대해 증여세를 부과하기로 한 것은 획기적이다. 실효성 여부가 관건이다. 다만 물가안정을 위해 설탕·밀가루 등 독과점 고착화 품목에 대한 기본관세율을 무리하게 내려 국내 산업이 붕괴될 수 있다는 지적은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재정 건전성 제고와 기업경영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세수 확보와 법인세율 인하가 불가피하다. 이번에 법인세율 인하 대상에서 대기업만 제외한 것은 국민 정서와 무관치 않다. 법인세율을 낮추면 결국 재벌 오너들의 주머니만 두둑해지는 것 아니냐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다. 부자와 재벌 오너들이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기회를 세제상으로 뒷받침함으로써, 장기적으로 법인세율을 낮출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재정 건전성 제고도 저출산·고령화가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복지 관련 씀씀이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세원을 넓히는 노력을 좀 더 적극적으로 기울여야 한다.
  • 김중수 총재 “한은법 개정 타이밍 놓치면 안돼”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한은법의 즉각적인 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8월 임시국회’를 하루 남긴 30일 예정에도 없는 기자간담회를 자청한 김 총재는 “한은법 개정안이 8월 임시국회에서 꼭 처리되길 바라며 타이밍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초 여야는 8월 임시국회에서 한은법 개정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을 세웠으나 일부 국회 정무위원들의 반발로 처리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평소 현안에 대해 말을 아껴온 김 총재지만 이날은 작심한 듯 한은법 개정 반대 주장에 조목조목 반박하며 법 개정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특히 김 총재는 현재 국회에 상정된 한은법 개정안이 한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 ‘이해당사자’들이 서로 양보해 합의한 것임을 강조하면서 조속한 처리를 강조했다. 한은법 개정안에 포함된 금융채 지급준비금 부과도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위해 필수불가결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2개 회원국 가운데 금융채에 지급준비금을 부과하지 않는 나라는 6개국에 불과하며 이를 폐지했던 영국도 수년 전 되살려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개별 금융기관이 제아무리 건전해도 시스템 리스크가 있을 수 있으며, 그것을 보는 역할을 중앙은행이 맡아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총재는 “한은법 개정은 국제적으로도 관심이 크고 국제 신용평가사들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한은법이 개정되면 우리의 거시건전성 감독능력에 대한 해외의 평가도 상당히 높아질 수 있다.”고 당위성을 역설했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일본통신] 이승엽 타격페이스 ‘들쑥날쑥’ 왜?

    [일본통신] 이승엽 타격페이스 ‘들쑥날쑥’ 왜?

    조금은 운이 없다. 하지만 이것도 실력이다. 현재 이승엽(35. 오릭스)은 시즌 타율 .201(249타수 50안타)에 불과하다. 올 시즌 일본프로야구가 아무리 ‘투고타저’ 현상을 보이고 있을지라도 부활이란 명제를 안고 출발한 이승엽의 기대치 성적치곤 초라하기 그지없다. 이승엽을 바라보는 시선은 극명하게 대립된다. ‘국민타자’ 라는 칭호에 걸맞는 활약을 보여준 시즌도 있었지만 이젠 한물 간 퇴물취급을 하는 곳도 많다. 타격의 상승세를 꾸준히 보여달란 말도 우습지만 슬럼프(내리막길) 기간이 너무나 길어져 이젠 홈런이 아닌 안타 하나하나에도 흥분을 해야 할 팬들의 처지를 감안하면 분명 이질감이 큰 타자가 됐다. 최근 이승엽은 5경기 연속 무안타, 그리고 25일 경기에서 21타석 만에 겨우 안타를 신고했다. 한때 2할 5푼대까지 내다볼수 있었던 타율이 그 기간동안 급전직하 하며 2할로 떨어졌다. 올해 일본야구 그중에서도 이승엽이 속한 퍼시픽리그에선 3할 타자 품귀현상이 돋보인다. 현재까지(25일 기준) 3할 타자는 .335의 이토이 요시오(니혼햄)를 비롯, 총 5명에 불과하다. 3할 타자가 단 한명(쵸노 히사요시 .309)뿐인 센트럴리그 보다 낫다라고 표현해야 하는지, 아니면 이러한 현상을 부채질한 일본야구기구를 원망해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승엽 개인으로 봤을때는 분명 아쉬운 성적임은 분명하다. 이승엽에 대한 변명을 하자면 부활이 기대됐던 올 시즌의 투고타저 현상을 원망해야 하지만 이러한 것들을 제외하더라도 분명 아쉬움이 큰 성적이다. 그렇다면 이승엽은 왜 그렇게 타격페이스가 들쑥날쑥 하며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을까. 여기에는 언제부터인가 잃어버린 이승엽의 타격성향과 오카다 아키노부 감독의 ‘플래툰 시스템’도 한몫을 차지하고 있다. 올해 이승엽에게서 사라진 타격성향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게 밀어치기다. 한때 이승엽은 바깥쪽 공을 결대로 밀어쳐 장타를 생산해 내는 대표적인 타자중 한명이었다. 그래서 일본 투수들 사이에서 나온 말이 ‘카운트를 잡으러 들어가는 바깥쪽을 쉽게 생각해 던지지 마라’였다. 제구력이 동반된 바깥쪽 공일지라도 자칫 실투(공 한두개가 가운데 몰리는)가 나올시엔 어김없이 홈런으로 연결했던 이승엽의 타격성향을 우려한 표현이었다. 하지만 올해 이승엽은 이것마저 실종된 상태다. 올해 이승엽이 쳐낸 홈런의 대부분은 센터를 중심으로 우측에 치우쳤다. 자신의 타이밍, 그리고 투수의 몸쪽 실투를 놓치지 않고 마음껏 잡아당긴 스윙은 예상대로 홈런으로 연결됐지만 한때 장점이었던 바깥쪽 공에 대한 대응 부족은 홈런만큼이나 타율을 갉아먹는 주요 원인중 하나다. 이러한 이승엽의 타격성향은 올 시즌에만 국한된게 아니다. 요미우리 시절 이승엽을 상대한 투수들의 투구패턴을 보면 몸쪽을 선택한 비율이 33%를 차지했다. 반면 바깥쪽은 55%다. 나머지 12%는 가운데로 몰린 공이었는데 알고 있다 시피 요미우리 시절 이승엽은 철저한 실패를 맛보며 오릭스로 이적한 상태다. 이 차이는 끌어서 잡아당겨 치는 이승엽의 문제가 어디에 있는가를 증명해준 지표중 하나다. 그렇다고 해서 올해 이승엽이 달라졌느냐 라고 물어보면 딱히 그렇다 라고 할수 없을만큼 그대로인게 더 큰 문제다. 요미우리 시절과 비교해 출장경기는 더 늘어났지만 타격성향에는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아직 올 시즌 일본야구 통계가 다 나오진 않았지만 피부로 느끼는 올해 이승엽의 타격성향은 밀어쳐서 안타를 생산하는 비율이 현저하게 떨어져(요미우리 시절보다 더한) 있는게 지금 그가 고전하고 있는 이유중 하나라고 보면 된다. 올 시즌을 앞두고 타격폼 수정에 매달렸던 이승엽이 진정으로 돌이켜 봐야 했던 건 폼에 대한 성찰보다는 코스별 타격성향, 즉 바깥쪽 공에 대한 대처부족이 더 옳은 평가가 아닌가 싶을 정도다. 이승엽 부진에 있어 또 한가지는 오릭스 팀이 안고 있는 선수층도 한몫을 했다. 일본프로야구 12개팀 중 오릭스처럼 선수층이 얇은 팀이 없다. 특히 야수는 극심할 정도인데, 이러한 선수층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오카다 감독은 기존 멤버에서 타순만 이동하는 소심함을 보이며 팀 성적 추락을 부채질했다. 감독이 팀 타순을 자주 바꾼다는 것은 감독 자신이 타순에 대한 믿음이 불안해서다. 한때 연전연승 가도를 달리던 시기에 오릭스는 특정 타순으로 연속해서 경기를 치뤄본적이 없었을 정도로 지나친 타순변경을 했던 팀이다. 지금 2군으로 내려가 있는 팀의 주포인 T-오카다는 물론 현재 4번타자자리를 맡고 있는 주장 고토 미츠타카 역시 4번타자 자리와는 거리가 먼 선수다. 오카다 감독은 최근 인터뷰에서 4번타자에 대한 신임을 거둔바 있는데 몇경기 잘 맞으면 기용했다, 안타를 치지 못한 경기에선 팀 타순을 변경하는 등 고정 멤버 없이 경기를 치르는 무리수를 뒀다. 타격이 감각에 따라 좌우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편차가 유독 돋보였던 감독이 오카다다. 최근 오릭스는 7연패를 이어가며 부진에 빠졌다가 겨우 연패를 끊었다. 연패 덕분에 한때 리그 3위를 내달리던 성적이 5위까지 곧두박질 치며 팀 분위기 역시 엉망진창이 돼 버렸다. 이것은 비단 이승엽의 부진도 한몫을 차지하고 있긴 하지만 오릭스 전력 자체가 ‘A 클래스(포스트 시즌 진출)’에 진출함에 있어 부족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전체적으로 매우 좋은 선발진을 보유하고는 있지만 공격력 부족이 팀의 발목을 잡고 있는데 쥐어 짜는듯한 선수 기용은 한번쯤 되돌아 봐야 할 오카다 감독이다. 이승엽에 대한 평가는 올 시즌이 끝나봐야 정확한 진단이 가능할듯 싶다. 하지만 가뭄에 콩나듯 터지는 안타(홈런이 아니다)로는 그에 대한 인내심이 한계에 다가선것 만큼은 틀림없다. 외국인 선수는 팀 성적이 돋보여야 자신의 가치가 더욱 빛나는 법이다. 이 기준으로만 놓고 보면 지금 이승엽은 개인성적 뿐만 아니라 팀에 있어서도 보탬이 되지 못하고 있는 선수임에는 틀림이 없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일본야구통신원 윤석구 http://hitting.kr
  • [CEO 칼럼] 창조적 디벨로퍼의 활약을 기대하며/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

    [CEO 칼럼] 창조적 디벨로퍼의 활약을 기대하며/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

    얼마전 우리나라를 방문한 노벨상 수상자들의 인터뷰 기사를 접했다. 이스라엘에서 온 노벨상 수상자 에런 치에하노베르 교수가 한국의 과학도에게 준 “책을 읽지 마라.”는 조언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책에 쓰여 있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항상 ‘왜?’라는 질문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책을 읽지 말라는 것은 아마 상상력을 제한하는 어떤 장애물도 없애라는 말을 극단적으로 표현한 것일 게다. 그만큼 상상력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리라. 창조적 상상력의 중요성은 과학 못지않게 예술의 영역에서도 중요하다. 한국이 낳은 예술가 백남준은 비디오 예술의 창시자로 예술 장르를 넓혔다. 백남준의 활동은 기존의 틀을 깨는 창의력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피아노를 부수고 존 케이지의 넥타이를 자르는 충격적인 퍼포먼스와 파격적 상상력이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요즘엔 스포츠에도 창의성이 부각되고 있다. 유럽 축구 마니아들이 선수를 평가하는 우선적인 항목은 상상력에 기반한 창조적 플레이를 하는지 여부라고 한다. 이청용 선수는 창조적 플레이로 유럽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수비수, 골키퍼가 생각하지 못하는 타이밍과 공간에서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플레이에 축구팬들이 열광하는 것이다. 상상력의 중요성은 과학, 예술, 스포츠를 넘어 모든 산업에서 강조된다. 바야흐로 틀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상상력이 기업과 국가의 핵심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특히 사회의 변화, 소득의 증가로 소비자들의 공간 수요가 다양해지면서 공간 상품을 만드는 디벨로퍼(부동산 개발 사업자)의 창조적 상상력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주거 공간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는 아주 다이내믹하게 변화하고 있다. 필자의 회사는 매년 주거공간 트렌드를 발표하고 있다. 전문 조사기관의 설문조사와 전문가들의 논의를 거쳐 주거공간 트렌드를 도출하는데, 그 변화무쌍함에 늘 놀라곤 한다. 올해에도 ▲강소주택-66㎡(20평)를 165㎡(50평)처럼 ▲수요자의 생각을 중시한 역지사지-골드소비자(골드 미스앤드미스터, 골드 시니어, 골드 키즈, 골드 포리너) 중심 ▲직(職)과 주(住)의 융합을 반영한 생산요람-주거·소비에서 생산기지로 ▲호연지기-아파트 저층의 재발견 ▲영역본능-살던 곳에서 늙고 싶다(유니버설 디자인 적용) ▲생활한옥-도심에서 한옥의 멋을 ▲공동구매-집도 공동구매로 산다 등 주거공간 7대 트렌드가 도출됐다. 사는 곳에 대한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디벨로퍼들에게도 창조적인 상상력은 필수가 된 셈이다. 발상의 전환으로 ‘남성전용 파우더룸, 남성전용 코지공간’이 생겨나고, 집 안팎에서 무선으로 조명과 가스 등 집 안의 모든 스위치를 조절할 수 있게 됐다. 방 3개를 2개로, 다시 3개로 필요에 따라 바꿀 수 있는 가변형 벽체를 사용한 ‘카멜레온식 아파트’는 이제 일반화되고 있다. 앞으로 집 구조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트랜스포머형 주택’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캠핑카에 이어 이동식 주택도 나올 기세다. 조만간 홈쇼핑을 통해 바로 주문하고 설치할 수 있는 초간단 조립식 주택도 보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주택 관련 금융·분양·건설 등 주택산업이 획기적으로 변화할 것이다. 이처럼 집의 진화는 디벨로퍼들이 조금 더 살기 편하고, 살고 싶은 곳을 만들기 위해 항상 ‘왜?’라는 고민을 한 결과이다. 이제 ‘집’에 대한 개념은 완전히 달라졌다. 단순히 먹고 자는 곳에서 라이프스타일을 창조하는 공간으로 발전했으며, 앞으로 예측이 어려울 정도로 계속 발전해 나갈 것이다. 주거공간을 새로운 차원으로 개발하고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예술가 이상의 창조적 상상력이 필요하다. 사고의 유연성과 기발함으로 공간가치를 극대화시키는 디벨로퍼, 공간 예술가들의 활약과 노력이 침체된 건설 시장에 큰 활력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 영상·설치·조각 버무려진 난민 같은 인생

    영상·설치·조각 버무려진 난민 같은 인생

    “사회가, 국가가 개인을 위해 해주는 것이 뭐가 있죠? 개인들은 별 도리 없잖아요. 유랑하는 수밖에. 어쩌면 우리가 등산에 그토록 열광하는 것도 그래서이지 않을까요. 우리의 삶이 난민 같아서는 아닌지. 그걸 한번 말해보고 싶었습니다.” 말주변이 없어 글보다 미술 쪽을 택했다는 김상돈(38) 작가는 단문형 문장으로 말을 이었다. 그가 내놓은 작품은 ‘솔베이지의 노래’. 노르웨이 극작가 헨리크 입센의 연극 ‘페르 귄트’에다 에드바르드 그리그가 곡을 붙인 노래 가운데 한 곡이다. 온 세상을 모험한 페르 귄트가 마침내 늙어 고향으로 되돌아와 자신을 묵묵히 기다렸던 연인 솔베이지의 무릎에서 숨을 거둔다는 얘기다. 영화 ‘반지의 제왕’ 주인공이었던 호빗족을 떠올려도 되고, 소설 ‘연금술사’의 양치기 소년 산티아고를 기억해내도 좋다. 그의 작품은 영상, 설치, 사진, 조각 등이 하나의 세트다. 제일 와닿는 것은 영상이다. 보는 내내 웃음이 난다. 영상 작품에는 두 가지 이야기가 교차편집되어 있다. 하나는 어느 동네에든 집으로 들어가는 어귀에 하나쯤 있을 것만 같은 허름하고 좁은 철물점. 주인 할아버지는 단정히 옷매무새를 가다듬기도 하고 혹여 누가 올지 내다보기도 하면서 뭔가를 꺼내든다. 그것은 톱. 톱 연주로 그리그의 ‘솔베이지의 노래’를 연주한다. 처연하게 낮은 음악을, 톱 연주 특유의 다리 떨림으로 조절하는 모양새가 특이하다. “부산 철물점 아저씨인데요, 재밌는 건 부산에서는 철물점 연합 소속 아저씨들은 누구나 톱 연주를 배운다고 해요. 그 가운데 한 분에게 연주를 부탁드렸지요.” 이야기의 한 축이 연출이라면, 다른 한 축은 북한산을 다니는 사람들을 찍은 다큐다. 집이 서울 은평구 불광동이어서 비교적 운 좋게, 쉽게 작업할 수 있었단다. 이 영상에는 오른쪽? 왼쪽? 끊임없이 방향을 확인해 가며 걷는 사람들, 돗자리 펴 놓고 막걸리 마시며 수다 떠는 사람들처럼 흔한 등산로 풍경이 담겨 있다. 눈길을 끄는 건 그 와중에 길다란 막대기 하나 짚고 유유히 돌아다니는 웬 괴총각. 영상만 보고서는 작가 본인인 줄 알았다. “전혀 아니에요. 우연히 찍힌 사람인데 너무 잘 맞아떨어져서 썼습니다.” 말 그대로 너무 절묘한 타이밍에 딱 맞아떨어지는 행동을 한다. “저도 저 분이 제 작품을 도와주기 위해 나타난 요정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하하하.” 낡고 오래된 것을 보듬을 줄 모른 채, 그저 새롭고 좋은 것만 찾아 떠돌아다니는 난민. 부산의 한 철물점에서 울려 퍼지는 솔베이지의 노래는, 그래서 이제 정착할 곳을 찾으라, 마음 둘 곳을 찾으라는 작가의 노래로 새롭게 태어난다. ‘솔베이지의 노래’는 2011 에르메스재단 미술상 후보작으로 출품된 작품이다. 전시는 10월 4일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 메종에르메스 3층 아틀리에에르메스에서 열린다. 미술상 최종 수상자는 9월 22일 결정된다. (02)544-7722.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날개 꺾인 조광래호 살 길은?

    날개 꺾인 조광래호 살 길은?

    ‘조광래호’는 지난 1년 동안 나름대로 잘나갔다. 세대교체와 함께 진행된 패싱게임 정착이라는 한국 축구의 발전 방향은 틀리지 않았다. 결과도 나쁘지 않았다. 홈에서 열린 수차례의 평가전에서 중동의 강호 이란에 딱 한 번 졌다. 원정에서도 그럭저럭 잘했다. ●중원 압박실종… 불안요소 곱씹어야 그런데 ‘삿포로 참사’ 한 방으로 지금까지 쌓아 올린 공든탑이 와르르 무너지는 분위기다. 하지만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이 한 달도 남지 않았다. 한·일전 완패의 분한 감정에 매여 있을 시간이 없다. 그렇다고 이 치욕적인 패배를 잊어서는 안 된다. 단물, 쓴물이 다 빠질 때까지 곱씹어야 한다. 이번 한·일전은 한국의 불안요소가 모두 드러난 경기였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경기가 끝난 뒤 선수들이 자인한 대로 압박의 실종이었다. 미드필드 플레이가 세밀한 일본을 풀어둔 것이다. 밀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올 초 아시안컵 때는 이 정도는 아니었다. 차이는 좌우 날개에서 비롯됐다. 국가대표에서 물러난 박지성과 부상으로 한·일전에 나서지 못한 이청용이 좌우에 포진하고 있을 때는 패싱게임으로 맞붙어 볼 만했다. 이들은 공격뿐만 아니라 수비가담과 중원싸움에도 능했다. 밀리는 상황에서는 후방까지 내려와서 상대의 공을 탈취했고, 중원에서도 상대가 부담을 느낄 만한 움직임을 보여줬다. 이근호, 구자철이 대신한 좌우날개는 경기 흐름과 무관하게 소모적으로 움직였다. 박주영과 이들이 활발하게 자리를 바꾸는 모습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러다 보니 중원싸움에서 졌다. 공격할 때도 볼터치와 키핑, 패스 등 모든 게 엉망이었다. ●‘강한 일본’ 의식하긴 했나 그러나 이것은 선수들의 잘못이 아니다. 조광래 감독이 선발 라인업을 잘못 짰다. 타성에 젖은 선택을 했다. 박주영과 구자철은 몸이 올라오지 않은 상태였다. 조 감독은 입만 열면 “일본은 강하다.”고 했다. 하지만 실제 그렇게 생각했는지 의문이다. 이미 아시안컵 4강전 맞대결 때 기민한 움직임으로 일본 공격의 활로를 뚫는 가가와 신지에게 당한 경험이 있다. 응당 이번에는 철저히 대비했어야 했다. 그런데 그러지 않았다. 또다시 가가와에게 엉망으로 당한 뒤에야 “대인마크를 맡기려고 했던 홍정호가 없었다.”고 했다. 평소 스마트한 모습만 보였던 조 감독답지 못한 변명이었다. 교체전술 및 타이밍, 경기 중 작전지시도 평소답지 않았다. 전반에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던 선수들을 그냥 놔뒀다. 또 후반 초반 추격을 위해 조급하게 나가다 역습으로 내리 두 골을 먹었다. 자승자박이었다. 원래 한국의 팀컬러는 끈끈함이다. 수비 중심의 약팀에 힘들게 이기기도 했지만, 강팀에도 호락호락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왔다. 그리고 조 감독 취임 뒤 한국은 약팀을 쉽게 이기고, 강팀과 대등한 경기를 펼쳐왔다. 좋은 변화였다. 그러나 홈경기가 많았고, 세계 최정상 팀과의 경기는 없었다. 한·일전 0-3 대패는 이런 조광래호를 난타했다. 구질구질한 변명보다는 철저한 반성과 준비가 필요하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그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녀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발언의 폭이 넓고 깊어졌다. 이명박 정부나 당 지도부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차원에서 되도록 말을 아꼈던 박 전 대표가 당직 인선, 공천문제 등 민감한 사안까지 직접 ‘정리’에 나섰다. 박 전 대표는 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지명직 최고위원 인선에 대해 “한나라당은 전국정당을 지향하는 공당이기 때문에 그 정신에 맞게 지명직 최고위원을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호남권 인사를 배제한 홍준표 대표를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그는 “충남과 호남을 각각 한 명씩 배분해야 한다는 말이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그런 뜻이죠.”라고 분명히 했다.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못했던 인선 문제를 박 전 대표가 직접 관여하면서 홍 대표의 입장은 애매하게 됐다. 홍 대표 측에서는 최고위원들을 비롯한 당 안팎의 반발 기류를 감안해 호남 인사의 지명을 고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박 전 대표에 의해 논란이 정리되는 모양새가 됐다. 홍 대표가 타이밍을 놓친 셈이다. 홍 대표가 임명한 신임 당직자들이 잇따라 언급했던 ‘물갈이론’에 대해서도 박 전 대표는 “그런 논의들이 많이 있는 것 같은데 국민이 납득할 만한 공천 기준과 시스템을 잘 만드는 게 우선돼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특히 일부 인사들이 주장한 ‘중진의원 자진 용퇴론’에 대해서도 “공천이라는 것이 개인적인 차원에서 하는 게 아니다.”라며 공천 시스템이 먼저 구축돼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한편 박 전 대표는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논란과 관련, “독도는 지리적으로나 국제법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엄연히 대한민국의 영토이고 현재도 영유권을 완벽하게 행사하고 있다.”면서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우리 정부는 ‘독도는 대한민국의 영토다’라는 것을 만천하에 분명하게 천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조용한 외교’로는 부족하다는 얘기다. 박 전 대표는 당 대표시절인 2006년 일본기자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독도 문제 해결방안에 대해 “일본이 독도가 대한민국 영토라는 것을 깨끗이 인정하면 된다.”고 답한 바 있다고 직접 전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독도 영유권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해나가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이처럼 국내외 현안에 대해 두루 입장을 밝힌 박 전 대표는 “그동안 구상한 정책들이나 발표할 기회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본격적인 활동 시점이 임박했음을 암시했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일본 축구, 요즘 좀 한다던데…

    일본 축구, 요즘 좀 한다던데…

    ‘정치와 스포츠는 별개’라고 한다. 하지만 예외가 있다. 바로 한·일전이다. 총만 안 들었지 전쟁이다. 그래서 태극전사들은 일본과 맞붙으면 ‘무조건 이긴다.’는 각오로 싸웠다. 기술과 전술보다 투지와 정신력이 우선이었다. 피치를 밟는 선수뿐만 아니라 관중, TV 시청자들까지 모두 전사가 됐다. 지금까지는 그렇게 해 왔다. 그렇게 해도 우위에 설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사뭇 다르다. 투지와 정신력만으로 일본을 제압할 수 있는 시절은 갔다.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개인기와 팀 전술이 앞서지 못하면 승리를 쟁취하기 어려운 시대가 왔다. 조광래 감독 취임 뒤 두 번의 한·일전이 그랬다. 독일 분데스리가를 중심으로 유럽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던 일본의 신세대들은 투지의 태극전사들을 허탈하게 만들 수 있을 만큼 노련해졌다. 거친 압박에 흐트러지곤 했던 예전의 모습이 아니었다. 적절한 타이밍에 빈틈을 파고들 줄 알았고, 결정력도 예전과 달라졌다. 무시하고 싶고, 부정하고 싶지만 일본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16위다. 28위의 한국보다 12계단이나 앞서 있다. 그렇다고 한국도 가만히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남아공월드컵 이후 실험과 변화를 거듭해 왔다. 체력과 투지만 앞세우던 과거의 모습에서 탈피, ‘패싱게임’과 빠른 템포의 축구를 추구하며 세계적 흐름을 따라가기 위해 발버둥쳤다. 박지성과 이영표는 떠났지만 손흥민과 남태희, 윤빛가람과 지동원, 김영권과 조영철 등 젊고 재능 있는 신세대들이 선배들의 빈자리를 메우기 시작했다. 이들은 개인기와 경기 감각에서 선배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 줬다. 몇 번의 시행착오에도 불구하고, 한국 축구와 ‘조광래호’의 미래에 대한 기대를 품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 같은 변화와 함께 지난해 남아공에서 한국과 일본이 나란히 월드컵 16강 진출에 성공하면서 그제야 제대로 된 경쟁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세계무대에서는 기도 못 펴는 ‘도토리’들끼리 서로 자기가 ‘아시아의 맹주’랍시고 티격태격하던 시절은 갔다는 뜻이다. 이제 일본은 이기기만 하면 그만인 상대가 아니라, 세계축구 무대에서 한 발 더 앞서가기 위해 꼭 이겨야 하는 상대다. 그래서 10일 일본 홋카이도에서 벌어질 역대 75번째 한·일전은 지금까지와의 대결과는 다른 관점에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 태극전사들의 투지 넘치는 눈빛, 통쾌한 골 장면과 함께 공격 점유율과 패스 성공률, 최후방과 최전방까지 1-2-3선의 유기적인 움직임, 공간 창출 능력 등을 유심히 관찰해야 할 이유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16) 피살 20대女, 전날 쓴 데스노트에 범인이름이…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16) 피살 20대女, 전날 쓴 데스노트에 범인이름이…

    2003년 12월 6일 오후 9시 30분 서울 용산구 이태원2동. 갑작스러운 한 통의 전화가 겨울밤 파출소의 한적함을 깨운다. “사…사람이 죽었어요. 도와주세요.” 신고인은 외국인이었다. 한국인 여자 친구 A(당시 24세)씨의 주검과 마주친 그는 떨고 있었다. A씨는 엎드린 채 숨져 있었다. 칼에 찔린 복부에서 난 피가 바닥에 흥건했다. 자상의 크기는 1.7㎝로 작은 편이었지만 대동맥을 관통할 정도로 깊게 찔린 것이 치명적이었다. 첫 번째 칼부림은 바로 옆 탁자 아래에서 시작된 듯했다. 탁자 아래엔 비산(飛散·튀어 흩어짐) 혈흔과 적하(滴下·방울져 떨어짐) 혈흔이 섞여 있었다. A씨의 목에는 손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칼로 배를 공격한 후 범인은 확인사살을 하듯 A씨의 목을 다시 누른 것이다. 방어흔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만큼 범행은 순식간에 이뤄졌고 피해자는 반항 한번 못한 채 숨을 거뒀다. ●찢어진 장부… 과학이 뒷장을 드러내다 사건이 발생한 곳은 일반 주택 2층을 개조해 만든 옷 도매가게였다. 주로 아프리카 쪽 바이어를 상대하는 매장은 흔한 입간판 하나 없어 일반인은 전혀 상점이라고 상상할 수 없었다. 탁자엔 바로 전까지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눈 듯 음료수 캔과 비스킷, 거래장부가 놓여 있었다. 선풍기형 난로도 탁자를 향해 있었다. 피해자의 가방과 지갑은 모두 열려 있었고 책상서랍 안에 있던 260만원은 감쪽같이 사라졌다. 문이나 창에 외부 침입 흔적이 전혀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해 경찰은 손님을 가장한 강도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범인이 외국인이라면 수사 과정에서 곤란한 점이 적지 않다. 우선 한국 경찰의 가장 강력한 무기로 꼽히는 지문 자동검색 시스템(AFIS)을 이용할 수 없다. 불법 체류자라면 소재 파악도 쉽지 않다. 그렇게 고민만 깊어갈 즈음 지문 감식을 위해 거래 장부를 조사하던 수사관이 의문을 제기했다. “반장님, 장부 한 장이 비는데요. 5일 자가 없어요.” 더욱 의심스러운 것은 앞장의 글자와 뒷장에 남아 있는 자국이 좀 달라 보인다는 점이었다. 누군가 자신의 흔적이 남은 장부를 찢어버린 것이라는 판단에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필흔(筆痕) 재생을 의뢰했다. 필흔 재생이란 볼펜이나 연필 등 필기구를 사용할 때 원본 뒤 종이의 눌린 자국을 통해 앞장의 글자를 복원하는 작업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글씨를 쓰면 필기구의 압력이 종이 뒷장에 고스란히 전달된다. 글씨를 쓴 사람이 펜을 얼마나 힘껏 눌렀는지, 필기구가 무엇인지에 따라 다음, 그다음 장까지도 필흔이 남을 수 있다. 통상 볼펜이나 연필은 원본 뒤 셋째 장까지 자국이 남는다. 하지만 사인펜으로 쓴 글씨는 다음 장에서도 흔적을 찾기가 만만치 않다. 사실 자국이라고 말하지만 육안이나 현미경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정도여서 이를 확인하는 데는 고가(3000만원가량)의 특수장비가 필요하다. 국내에서는 주로 영국제 ‘ESDA2’가 쓰인다. 사용 방법은 간단하다. 증거물(눌린 종이)을 기계에 넣은 후 그 위에 랩과 같은 특수필름을 평평하게 깐다. 진공상태에서 기계가 정전기를 발생시키면 필름에는 자연스럽게 글자 모양에 따라 요철이 생긴다. 필름을 15~20도 정도 기울인 상태에서 특수 처리된 흑연가루를 뿌려주면 필름 위에 앞장에 썼던 글자들이 고스란히 나타난다. 다시 사건으로 돌아가 보자. 국과수가 복원한 페이지는 ‘제이’(Jay)라는 손님의 거래 내역서였다. 티셔츠와 바지, 점퍼 등 도합 640만원어치의 물품을 제이가 주문한 것으로 나와 있었다. 수사팀 입장에서 뜻밖의 횡재는 제이의 전화번호였다. 01×-8××-××××. 경찰은 유력한 용의자인 제이를 찾아 나섰다. ●장부 속 고객 ‘제이’를 잡아라 휴대전화 개통자는 나이지리아인 저스틴(당시 31세)이었다. 이태원 나이지리아인 밀집 지역을 탐문 조사한 결과 장부 속 제이는 저스틴과 동일 인물이었다. 제이란 이름은 위조 여권 속 가명이었다. 범인은 불안한 듯했다. 사건 뒤 저스틴의 휴대전화 신호는 이태원 녹사평역에 나타났다가 다시 한남동과 경기 동두천시로 옮겨갔다. 마지막 위치는 나이지리아인 밀집 지역인 안산시의 주택가로 확인됐다. 영장도 없는 상태에서 드넓은 주택가를 모두 뒤질 수는 없는 노릇. 특히 나이지리아인 지역 사회에 잘못 들이닥치면 오히려 경찰이 떴다는 것을 저스틴에게 알려주는 꼴이 될 게 뻔했다. 경찰은 비용 때문에 휴대전화보다는 공중전화를 자주 이용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전화 이용 유형에 착안했다. 인근 공중전화 10군데를 골라 잠복에 나섰다. 그렇게 한 지 3일. 저스틴은 전화를 걸고 나오다 공중전화 앞에서 검거됐다. 저스틴은 묵비권을 행사하며 입을 굳게 닫았다. 하지만 범행을 부인하기에는 증거나 정황이 너무나 분명했다. 우선 현장에 남은 음료수 캔의 지문이 그의 것과 일치했다. 특히 자취방에서 찾아낸 비닐봉지에서 숨진 A씨의 혈흔이 발견되자 그는 죄를 벗기 위한 노력을 완전히 포기했다.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저스틴은 범행을 저지르기 14개월 전 코리안 드림을 품고 한국에 들어왔다. 하지만 비자 유효 기간이 만료돼 불법 체류자가 되면서 일자리 찾기가 극도로 어려워졌다. 먹고사는 것 자체가 막막해지자 그는 범행을 결심했다. 맨 먼저 머리에 떠오른 곳은 전에 친구와 들렀던 A씨의 가게였다. 인적이 뜸한 데다 여자들만 있어 강도를 하기도 쉬울 것이라고 판단했다. 저스틴은 자신을 나이지리아에서 온 바이어라고 속이고 범행 전날인 12월 5일 옷가게에 들렀다. 모처럼 온 큰 손님에 반가워하며 A씨가 장부를 적어 나가는 동안 그는 내부구조와 현금의 위치, 도주 경로 등을 살폈다. 돌아오는 길에 마트에서 범행에 쓸 과도도 구입했다. 범행 당일인 6일, A씨가 3시간에 걸쳐 옷에 대해 설명하는 동안 저스틴은 칼을 쓸 타이밍을 노렸다. 그리고 무참하게 범행을 실행에 옮겼다. 가게를 나오는 순간 저스틴의 머리에 불안이 엄습했다. 자기의 전화번호와 이름이 적힌 장부가 떠올랐다. 그는 장부의 마지막 장을 깔끔히 찢어내는 용의주도함으로 범행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그 마지막 장은 끝내 그를 스스로 옭아매는 증거가 됐다. 불안은 그렇게 범인의 영혼을 잠식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檢, 부산저축 ‘캄보디아 의혹’ 돌파구 찾나

    부산저축은행그룹 비리를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김홍일 검사장)는 부산저축은행 캄보디아사업 시행사인 랜드마크월드와이드(LMW)의 이상호(54) 대표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한 것으로 5일 알려졌다. 부산저축은행그룹의 거물 로비스트 박태규(72)씨가 수사가 시작되자 캐나다로 출국하는 바람에 수사에 애로를 겪고 있는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 타이밍을 놓치지 않으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이 대표에 대해 검찰이 필요한 조치는 모두 다 취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부산저축은행의 사업을 맡아 캄보디아에서 10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을 받고 있다. 캄보디아 사업과 관련, 대출금 3000억원의 행방도 의혹에 싸였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떠도는 소문을 그대로 믿지 말라.”며 이 같은 의혹을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화저축은행 비리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200억원가량을 부당 대출 받거나 대출 알선 대가를 챙긴 이 은행의 성모 전 부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와 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이로써 전국 일선 검찰이 저축은행 수사에서 91명을 기소했다. 이 가운데 부산저축은행그룹과 관련, 지난 3월 3일 수사에 들어간 이후 5개월 동안 46명을 기소하고, 은진수(51) 전 감사위원과 박연호(61) 회장 등 34명을 구속했다. 부산저축은행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는 순차적이었다. 먼저 경영진과 대주주를 거쳐 임직원→공무원(감사원, 금융감독원 등)→특수목적법인(SPC)을 거쳐 현재 회계법인에 대해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저축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비율 상향 조작을 덮어주는 등 부실 감사 의혹을 받는 회계법인에 대해 수사를 집중하고 있다. 검찰은 곧 캄보디아사업을 통해 전·현 정권 실세들을 정조준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저축은행 수사가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에 대해 반발했다. 5개월 동안 수사에 매달려온 검찰은 일하지 않는다고 비난하는 것은 지나친 처사라고 주장했다. 검찰 관계자는 “외국의 경우 금융비리 수사에 몇 년씩 걸린다.”며 “수사를 성급하게 하기보다는 비리의 구조와 원인을 시간이 걸리더라도 철저하게 규명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상대 검찰총장 후보자는 전날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저축은행) 수사결과가 미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많은 것을 인식한다. 의혹 없이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밝혀 새로운 검찰 진용이 갖춰지면 수사가 다시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안석·최재헌기자 ccto@seoul.co.kr
  • [일본통신]올 시즌 日 세이브왕 경쟁구도는?

    [일본통신]올 시즌 日 세이브왕 경쟁구도는?

    니혼햄 파이터스에는 두명의 타케다(武田)가 있다. 선발투수인 타케다 마사루와 팀의 전문 마무리 투수인 타케다 히사시가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선발 타케다는 1.29의 환상적인 평균자책점(리그 2위), 그리고 8승으로 다르빗슈(13승)에 이어 팀내 2선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타케다는 실질적인 니혼햄의 ‘좌완 에이스’라고 불릴만한 투수다. 2009년 퍼시픽리그 세이브왕에 빛나는 마무리 투수 타케다는 지난해의 부진을 뒤로 하고 올 시즌 ‘언터처블’에 가까운 투구내용을 뽐내고 있다. 26세이브(평균자책점 1.08)로 이 부문 리그 1위를 달리고 있고 블론세이브는 단 1개 뿐이다. 170cm에 불과한 신장이지만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 지능적인 볼배합과 제구력만큼은 일본 최고수준이란 평가를 듣고 있다. 비록 마무리 투수이긴 하지만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0점대 평균자책점도 충분히 노려볼만 하다. 21세브로 이 부문 2위를 달리고 있는 지바 롯데의 야부타 야스히코는 타케다의 상승세를 감안할때 1위 탈환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센트럴리그는 2년연속 세이브왕을 차지한 이와세 히토키(주니치)의 부진이 두드러진다. 팀 성적 부진과 맞물리며 세이브 기회가 예전만 못하기 때문이다. 이와세는 16세이브(평균자책점 2.31)를 기록중인데 이미 일본 프로야구 최다 세이브 기록(다카쓰 신고의 286세이브)을 넘어 개인 통산 292세이브를 올리고 있다. 이와세와 더불어 일본 프로야구 한 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46세이브)을 보유중인 후지카와 큐지(한신)는 리그 2위(21세이브)로 제몫을 다하고 있다. 평균자책점 0.98이 말해주듯 압도적인 피칭을 보여주고 있는 것. 하지만 후지카와는 다른 마무리 투수들과는 달리 이제 겨우 27.2이닝(31경기)를 던졌을 뿐이다. 26세이브(평균자책점 1.48)로 리그 세이브 1위를 질주중인 데니스 사파테(히로시마)는 정말로 무섭다. 워낙 약체팀에 소속된 관계로 시즌 초 반짝에 그칠줄 알았던 사파테의 세이브 획득은 이젠 먼나라 이야기가 됐다. 최근 히로시마의 상승세가 무섭기 때문이다. 히로시마는 최근 10경기에서 8승 2패를 기록했다. 이 기간동안 사파테는 무려 5세이브를 챙겼다. 한때 1위 쟁탈전에 있어 치열한 경쟁자였던 임창용과 후지카와를 멀찌감치 따돌리게 된 것도 이때문이다. 히로시마는 사파테의 활약 덕분에 어느새 기존의 강자들인 주니치와 한신을 발 아래 두며 리그 2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히로시마 역시 올 시즌 A클래스(포스트시즌 진출)에 진출 가능성이 있는 후보팀 중에 하나다. 요코하마의 좌완 마무리 투수인 야마구치 순(19세이브, 평균자책점 1.89))은 매우 좋은 투수임에는 분명하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 시즌도 꼴찌를 달리고 있는 팀 성적 때문에 세이브 기회가 적다. 그렇다면 올 시즌 임창용은 다른 마무리 투수들과 비교할때 어느 정도일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기대에 못미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임창용은 21세이브로 이 부문 3위에 올라와 있다. 하지만 전문 마무리 투수가 없는 요미우리를 제외한 5개팀의 소방수들의 기록을 살펴봤을때 가장 높은 평균자책점(2.33), 그리고 벌써 4개의 블론세이브를 기록할만큼 확실히 예전만 못하다. 지난해 임창용은 블론세이브 없이 1.46의 빼어난 평균자책점(35세이브)을 기록했다. 또 하나 체감적으로 임창용이 부진해 보이는 것은 올해 일본 프로야구가 그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극심한 ‘투고타저’라는 점에 있다. 현재까지 센트럴리그에서 3할의 타율을 기록중인 타자는 단 3명뿐이다. 반면 1점대 평균자책점의 선발 투수는 무려 4명이나 된다. 지난해 양 리그 통틀어 1점대 평균자책점을 찍었던 선수는 다르빗슈 유(1.78)가 유일했다. 올해부터 사용하는 통일구, 즉 저 반발력 공이 낳은 현상인데 이러한 것을 감안하면 그리고 지난해 임창용의 모습을 상기하면 올 시즌엔 0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시즌이다. 현재 2.33의 평균자책점은 다른 시즌이라면 준수하지만 올해만큼은 이 숫자가 갖는 의미가 다르다는 뜻이다. 현재 세이브 1위를 달리고 있는 타케다 히사시와 데니스 사파테는 소속팀이 모두 2위를 달리고 있다. 마무리 투수에게 있어 팀 성적이 좋은 것은 그만큼 출격기회가 늘어난 다는 점에선 긍정적이다. 선수들의 구위와 팀 여건 등을 감안하면 어쩌면 올 시즌 양 리그 세이브왕 경쟁체제는 지금과 같은 페이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볼수 있다. 사진= 데니스 사파테 서울신문 나우뉴스 일본야구통신원 윤석구 http://hitting.kr/
  • 죽은 여성이 범인에게 남긴 데스노트가 살인자를 지목하다

    죽은 여성이 범인에게 남긴 데스노트가 살인자를 지목하다

      2003년 12월 6일 오후 9시 30분 서울 용산구 이태원2동. 갑작스런 한통의 전화가 겨울밤 파출소의 한적함을 깨운다.  “사, 사람이 죽었어요. 도와주세요.”  신고인은 외국인이었다. 한국인 여자친구 A(당시 24세)의 주검과 마주친 그는 떨고 있었다.  A씨는 엎드린 채 숨져 있었다. 칼에 찔린 복부에서 난 피가 바닥에 흥건했다. 자상의 크기는 1.7㎝로 작은 편이었지만 대동맥을 관통할 정도로 깊게 찔린 것이 치명적이었다. 첫번째 칼부림은 바로 옆 탁자에 아래에서 시작된 듯했다. 탁자 아래엔 비산(飛散·튀어 흩어짐) 혈흔과 적하(滴下·방울져 떨어짐) 혈흔이 섞여 있었다. A씨의 목에는 손자국이 선명히 남아 있었다. 칼로 배를 공격한 후 범인은 확인사살을 하듯 A씨의 목을 다시 누른 것이다. 방어흔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만큼 범행은 순식간이었고 피해자는 반항 한번 못한 채 숨을 거뒀다.   찢어진 장부, 과학이 뒷장을 드러내다  사건이 발생한 곳은 일반주택 2층을 개조해 만든 옷 도매가게. 주로 아프리카쪽 바이어를 상대하는 매장은 흔한 입간판 하나 없어 일반인은 전혀 상점이라고 상상할 수 없었다. 탁자엔 바로 전까지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눈 듯 음료수 캔과 비스킷, 거래장부가 놓여 있었다. 선풍기형 난로도 탁자를 향해 있었다. 피해자의 가방과 지갑은 모두 열렸고 책상서랍 안에 있던 260만원은 감쪽같이 사라져 있었다 문이나 창에 외부 침입의 흔적이 전혀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해 경찰은 손님을 가장한 강도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범인이 외국인이라면 수사과정에 곤란한 점이 적지않다. 우선 한국경찰의 가장 강력한 무기로 꼽히는 지문자동검색시스템(AFIS)를 이용할 수 없다. 불법체류자라면 소재 파악도 쉽지 않다. 그렇게 고민만 깊어갈 즈음 지문 감식을 위해 거래장부를 조사하던 수사관이 의문을 제기했다.  “반장님, 장부 페이지가 한장이 비는데요. 5일자가 없어요.”  더욱 의심스러운 것은 앞장의 글자와 뒷장에 남아 있는 자국이 좀 달라 보인다는 점이었다. 누군가 자신의 흔적이 남은 장부를 찢어버린 것이라는 판단에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필흔(筆痕) 재생을 의뢰했다.  필흔 재생이란 볼펜이나 연필 등 필기구를 사용할 때 원본 뒤 종이의 눌린 자국을 통해 앞장의 글자를 복원하는 작업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글씨를 쓰면 필기구의 압력이 종이 뒷장에 고스란히 전달된다. 글씨를 쓴 사람이 펜을 얼마나 힘껏 눌렀느냐, 필기구가 무엇이냐에 따라 2번째와 3번째 페이지까지도 필흔이 남을 수있다. 통상 볼펜이나 연필은 원본 뒤 3번째 장까지 자국이 남는다. 하지만 사인펜으로 쓴 글씨는 다음 장에서도 흔적을 찾기가 만만치 않다.  사실 자국이라고 말하지만, 육안이나 현미경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정도여서 이를 확인하는 데는 고가(3000만원가량)의 특수장비가 필요하다. 국내에서는 주로 영국제 ‘ESDA2’가 쓰인다. 사용방법은 간단하다. 증거물(눌린 종이)을 기계에 넣은 후 그 위에 랩과 같은 특수필름을 평평하게 깐다. 진공상태에서 기계가 정전기를 발생시키면 필름은 자연스럽게 글자모양에 따라 요철이 생긴다. 필름을 15~20도 정도 기울인 상태에서 특수처리된 흑연가루를 뿌려주면 필름 위에 앞장에 썼던 글자들이 고스란히 나타난다.  다시 사건으로 돌아가 보자. 국과원이 복원한 페이지는 ‘제이’(Jay)라는 손님의 거래내역서였다. 티셔츠와 바지, 점퍼 등 도합 640만원어치의 물품을 제이가 주문한 것으로 나와 있었다. 수사팀 입장에서 뜻밖의 횡재는 제이의 전화번호였다. 01×-8××-××××. 경찰은 유력한 용의자인 제이를 찾아 나섰다. 장부 속 고객 ‘제이’를 잡아라  휴대전화 개통자는 나이지리안인 저스틴(당시 31세)이었다. 이태원 나이지리아인 밀집지역을 탐문조사한 결과 장부 속 제이는 저스틴과 동일인물이었다. 제이란 이름은 위조여권 속 가명이였다.  범인은 불안한듯 했다. 사건 뒤 저스틴의 휴대전화 신호는 이태원 녹사평역에 나타났다가 다시 한남동과 경기 동두천시로 옮겨갔다. 마지막 위치는 나이지리아인 밀집지역인 안산시의 주택가로 확인됐다.  영장도 없는 상태에서 드넓은 주택가를 모두 뒤질 수는 없는 노릇. 특히 나이지리아인 지역사회에 잘못 들이닥치면 오히려 경찰이 떴다는 것을 저스틴에게 알려주는 꼴이 될 게 뻔했다. 경찰은 비용 때문에 휴대전화보다는 공중전화를 자주 이용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전화이용 패턴에 착안했다. 인근 공중전화 10군데를 골라 잠복에 나섰다. 그렇게 한지 3일. 저스틴은 전화를 걸러 슬리퍼를 끌고 나오다 공중전화 앞에서 검거됐다.  저스틴은 묵비권을 행사하며 입을 굳게 닫았다. 하지만 범행을 부인하기에는 증거나 정황이 너무나 분명했다. 우선 현장에 남은 음료수 캔의 지문이 그의 것과 일치했다. 특히 자취방에서 찾아낸 비닐봉지에서 숨진 A씨의 혈흔이 발견되자 그는 죄를 벗기 위한 노력을 완전히 포기했다.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저스틴은 범행을 저지르기 14개월 전 코리안 드림을 품고 한국에 들어왔다. 하지만 비자 유효기간이 만료돼 불법 체류자가 되면서 일자리 찾기가 극도로 어려워졌다. 먹고사는 것 자체가 막막해지자 그는 범행을 결심했다. 맨 먼저 머리에 떠오른 곳은 전에 친구와 들렀던 A씨의 가게였다. 인적이 뜸한 데다 여자들만 있어 강도를 하기도 쉬우리라 판단했다.  저스틴은 자기를 나이지리아에서 온 바이어라고 속이고 범행 전날인 12월 5일 옷가게에 들렀다. 모처럼 큰 손님에 반가워 A씨가 장부를 적어 나가는 동안 그는 내부구조와 현금의 위치, 도주경로 등을 살폈다. 돌아오는 길에 마트에서 범행에 쓸 과도도 구입했다.  범행 당일인 6일, A씨가 3시간에 걸쳐 옷에 대해 설명하는 동안 저스틴은 칼을 쓸 타이밍을 노렸다. 그리고 무참하게 범행을 실행에 옮겼다. 가게를 나오는 순간 저스틴의 머리에 불안이 엄습했다. 자기의 전화번호와 이름이 적힌 장부가 떠올랐다. 그는 장부의 마지막 장을 깔끔히 찢어내는 용의주도함으로 범행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그 마지막 장은 끝내 그를 스스로 옭아매는 증거가 됐다. 불안은 그렇게 범인의 영혼을 잠식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서울신문의 주간연재 기획물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에 보내주시는 독자 여러분의 성원과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지난 4월 16일 시작된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시리즈는 굵직한 사건현장을 누빈 베테랑 현장기자의 생생한 경험과 법의학 전문가들의 자문을 바탕으로 구성하는 서울신문의 특화기사입니다. 그동안 연재돼 온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의 목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스크랩해 두시면 한편의 현장 과학수사의 사례집으로 활용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1) 데이트 강간을 위한 ‘악마의 술잔’ 한모금에 블랙아웃…24시간내 검사 못하면 미제사건 2) 죽음의 性도착증 ‘자기 색정사’ 혼절직전의 성적 쾌감 탐닉…‘질식에 중독되다’ 3) 부인을 죽인 건 오열했던 남편 사고로 위장한 최악의 선택…죽거나 혹은 더 나빠지거나 4) 목졸려 죽은 시신의 ‘마지막 증언’ 운전석 아내 목졸라 살해하고 차는 낭떠러지로… 5) 강간 후 살해된 여성, 그리고 부검의 반전 죽을 때까지 여성이고 싶었던 남성의 사연 6) 긴장한 범인이 현장에 남긴 대변이 결정적 증거를… 초미니 흔적 ‘미세증거물’ 7) 여성 유린 위해 정관수술까지 한 연쇄 성폭행범 ‘씨없는 발바리’ 과학수사 얕봤다가… 8) 핏자국 속 엽기 살인범의 족보 혈흔 속 性염색체로 ‘악마의 姓’ 찾아내다 9) “왜 그날 조폭은 남진의 허벅지를 찔렀나?”… 칼잡이는 당신의 ‘치명적 급소’를 노린다 10) 급성 수분중독으로인한 사망사건 사람의 능력 이상으로 물 많이 마시면 생명 잃는다 11) “너무나 깨끗한 자살현장이 타살을 증명했다” 생활반응은 진실을 알고 있다 12) 불탄 시신의 마지막 호흡…그녀가 아들을 지목하다 화재사망 속 숨어있는 타살흔적 찾기 13) 車 운전석에서 질식해 숨진 그녀의 주먹쥔 양팔 14) “그녀가 성형수술만 안했더라도…” 광대뼈 축소술, 동거男에 목졸린 백골의 한 풀다 15) 연쇄살인범에 당한 20대女…6년만의 대반전 연쇄살인 택시기사, 274만개의 눈 CCTV가… 16) 죽은 여성이 남긴 데스노트…살인자를 지목하다 찢어진 장부가 범인을 증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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