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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낭만적인 사랑의 원형 찾아가기

    동화 ‘잠자는 숲속의 공주’에서 용감한 왕자들은 공주의 입술에 키스를 하기 위해 불을 뿜어대는 무서운 용을 물리치려고 애쓴다. 이 동화를 잠자리에 들기 전에 거듭 읽은 어린 소녀들은 어떤 난관도 돌파하고 자신에게 돌진해올 낭만적인 ‘백마 탄 왕자님’을 기다리며 성장한다. 왕자의 열정에 자신마저도 활활 타오를 각오와 준비를 하는 그런 낭만적이고, 열정적인 사랑을 꿈꾸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랑은 서양에서도 17세기 후반에 창조돼 확산된 사회적 체계라는 점을 아시는지. ●봉건제 붕괴로 미모·순결 등 가치 강조 ‘열정으로서의 사랑’(정성훈 외 2인 옮김, 새물결 펴냄)은 21세기 현대인들이 품고 있는 남녀 간의 환상적인 사랑의 원형을 찾아 17~18세기로 여행을 떠난 니클라스 루만 독일 빌레펠트 대학 사회학과 교수의 대단히 난해하고 복잡한 사랑에 관한 탐구이다. 사회학자답게 루만 교수는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일종의 커뮤니케이션이자 소통도구, 사회적 체계라고 주장한다. 현대인이 사랑이라고 알고 있는 사랑의 의미와 형식은, 17세기부터 ‘사랑이란 이런 것’이라고 소설 등 문학을 통해 소개된 방식을 개개인들이 서로 익히고 비공식적으로 사회가 용인해 왔다는 것이다. 사랑이야말로 가장 개인적이고 사적이고 비밀스런 감정이라고 알아온 사람들로선 매우 어이없는 주장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그가 서술한 난해한 체계를 견디고 참으며 한장 한장 책을 정복해 나가다보면 ‘유레카’가 느껴질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봉건제가 붕괴되고 계층분화가 일어나는 등 사회가 복잡해지자, 혼인 체계도 바뀌어야 했다. 봉건제에서야 귀족 아버지가 딸과 아들의 결혼상대를 결정하고, 자신이 소속된 신분계층 사이에서만 결혼이 허락됐다. 중세의 결혼이란 사회적 연대이자 체제유지적 성격을 띤 것이다. 그러나 사회가 더이상 봉건주의적 결혼을 고집할 수 없게 됐다. 그리하여 문학은 사랑으로서 사랑을 찾고, 사랑받는 자의 미덕을 강조하며 사랑하는 법을 대중들에게 전파하기 시작한다. 사랑받는 자의 미덕이란 부와 젊음, 미모와 순결 등 희소한 가치다. 16세기 말에 나온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을 연상하면 되겠다. 사랑이 영원한 것이고, 치유되지 않는 열병과 같은 열정에 시달려야 하며, 난관을 극복해 어렵게 얻어야 가치 있다는 식의 프레임이 형성되고, 사람들에게 각인된다. 그러나 자원의 배분이라는 측면에서 부와 젊음, 미모와 순결, 권력을 가진 신사와 숙녀가 드물었다. 문학은 18세기에 다시 한번 사랑의 모습을 탈바꿈시킨다. 사랑받거나 사랑하기 위해 필요한 미덕을 사소한 것으로 전환하고, 가치중립적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1774년 발표된 괴테의 서간체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베르테르는 편지에서 로테는 ‘춤추지 않고 흑빵을 잘랐다.’고 썼다. 로테가 아름답거나 돈이 많고 젊다고 쓴 것이 아니라 흑빵을 잘랐는데 이것이 베르테르의 민감한 영혼을 충족시켰다고 쓴 것이다. 이런 경험은 적지 않을 것이다. 사랑했던 연인의 아주 사소한 행동이나 버릇을 눈여겨보면서 온 가슴이 찌르르하는 전율을 느꼈던 아주 특별한 경험들 말이다. 18세기 말에 접어들면 연애결혼과 부부 간의 사랑이 통일되는 원리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18세기 후반부터 프랑스 소설을 중심으로 섹슈얼리티와 사랑이 일체를 이루면서 사회적으로 혼전 관계를 허용하는 단초가 마련된다. ●18세기 후반부터 섹슈얼리티 부각 저자는 이런 사랑의 코드가 사회적으로 재생산돼 현대에 이르는데 이것은 17세기 이후 활성화된 서적 인쇄의 직접적인 결과라고 지적한다. 17~18세기에는 유혹의 기술에 속하는 상투어나 제스처에 관한 책들도 현대의 처세술책만큼이나 많이 출판되고 인쇄된 모양이다. 자유연애라고 말해야 할 사랑은 17세기 사회제도로서의 결혼과 맞서기 위해 탄생해, 21세기 청춘남녀들에게도 열정에 몸을 맡기라고 권해 왔다. 아니 사회가 복잡해져 점차 비인격적으로 진화해 감에 따라 더 친밀하고 인격적인 관계를 권하는 사회로 변해, 사랑타령이 늘어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1982년에 출간된 루만 교수의 책은 앤서니 기든슨의 ‘현대사회의 성·사랑·에로티시즘’과 크리스티안 슐트의 ‘낭만적이고 전략적인 사라의 코드’ 등 현대인의 사랑과 관련한 서적에 주요하게 인용되는 책이라고 한다. 이 책은 연예전략서가 아니므로, 쉽게 읽기 시작하면 큰코 다칠 수 있다. 3명이나 참여했는데도 번역은 매끄럽지 못한 것 같다. 2만 2000원.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데스크 시각] 용산참사 해결 해 넘기지 마라/최용규 사회부 차장

    [데스크 시각] 용산참사 해결 해 넘기지 마라/최용규 사회부 차장

    올해도 두 달 남았다. 정말이지 충격적인 일들이 꼬리를 문 한 해였다. 새해 벽두(1월20일)에 터진 용산참사는 개인으로 봐서나 국가로 봐서 액운이었다. 순탄치 않은 1년을 예고라도 했던 것일까. 신영철 대법관의 서울중앙지법원장 시절 재판 개입 파문이 사법부를 요동치게 만들었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정·관계 로비 스캔들로 정치인들과 고관대작들이 줄줄이 서초동에 불려왔고, 검찰 수사를 받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어린 시절 자주 올랐던 고향마을 뒷산 부엉이바위에서 몸을 던졌다. 노 전 대통령의 영결식장에서 통곡하던 김대중 전 대통령도 몇달 뒤 이승을 떴다. 사람들을 분노케 했고, 슬프게 만든 사건의 연속이었다. 어느덧 가을냄새가 짙어졌고, 새해가 다가오고 있다. 새해는 ‘희망’의 동의어나 다름없다. 희망을 얘기하려면 뒤끝이 좋아야 한다. 발목이 잡혀서야 어찌 발걸음이 가볍겠는가. 그렇기에 불행의 씨앗이었고, 액운의 단초였던 용산참사를 털어내야 한다. 내년까지 끌고 간다면 정권에 액운이 드리울 수 있다. 엊그제 용산참사 피고인들에 대한 법원의 1심 판결이 내려졌다. 남일당 건물 망루에서 끝까지 농성을 벌였던 이들에게 모두 중형이 선고됐다. 법원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희생자 가족은 “이건 재판이 아니야.”라며 울부짖었다. 피고인과 변호인들은 강하게 반발하며 즉각 항소하겠다고 했다. 보는 입장이 다 같을 수는 없겠지만 체한 듯 가슴 답답함을 느낀 사람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법치’를 외치는 정부가 볼 때 분명 ‘이긴’ 재판이다. “봐라, 법대로 하니까 잘되지 않느냐. 용산을 법대로 풀었기 때문에 쌍용차도 제대로 됐고…”라고 쾌재를 부를지도 모른다. 이런 부류들이 최고 권력 가까이에 꽤 있다는 말이 들린다. 하지만 냉정하게 보자. ‘덕치’를 갈망하는 쪽에서 볼 때 과연 이긴 재판일까. 요즘 중국이 공자 배우기에 한창이라고 한다. 후진타오 국가 주석을 비롯해 중국 지도자들은 걸핏하면 공자 어록을 들먹인다는 보도가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봉건 구질서의 원흉으로 지목했던 공자를 왜 부활시키려는 것일까. 다름아닌 공자 사상의 핵심인 인(仁)을 통해 국가경영의 화두를 삼으려는 지도부의 판단 때문인 것으로 안다. 공자와 대척점에 있는 사람이 바로 한비다. 그의 철학 핵심은 군권(君權) 강화와 엄벌주의다. 한비자형 중국이 공자를 택한 이유가 무엇일까. ‘용산재판’은 끝(대법원)까지 갈 수도 있는 만큼 이번 판결은 시작일 뿐이다. 하지만 이것은 전적으로 사법부의 일이다. 정부는 1심 판결로만 볼 때 공권력 투입의 정당성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재판과는 별개로 오열하는 희생자 가족의 눈물을 닦아줄 책임 또한 정부에 있다. 재판 진행과 관계 없이 정부가 용산참사 수습에 나서야 할 이유다. 해를 넘길 문제가 결코 아니다. 법을 어기라는 얘기가 아니다. 덕치, 인치(仁治) 차원에서 해결점을 찾아내야 한다는 뜻이다. 이 일은 아무래도 정치권이나 특정 시민단체보다는 종교지도자들이 전면에 나서는 게 좋을 듯싶다. 용산참사 범국민대책위원회도 뒤로 물러나야 한다. 법과 투쟁이 아닌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해결책을 모색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운찬 총리가 취임 초 유가족들을 만났다. 양쪽 모두 기대가 있는 만큼 실행력을 보일 필요가 있다. 최근 불교 조계종 총무원장이 바뀌었다. 축하도 할 겸 대통령과 종교지도자들이 만나 용산문제를 테이블에 올리는 장면을 상상해본다. 정부와 국회도 용산참사의 원인이 된 재개발 정책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데 팔을 걷어야 한다. 곧 연말이다. 유가족들이 1년 가까이 입고 있는 상복을 벗고 태평로와 청계천의 연말연시 밤풍경을 시민들과 함께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최용규 사회부 차장 ykchoi@seoul.co.kr
  • CNN 넘보는 中신화통신

    │베이징 박홍환특파원│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다음달 7일부터 전 세계를 상대로 한 위성방송을 송출한다. 중국인터내셔널TV(CITV)로 명명된 신화통신의 위성방송은 중국어부터 시작한 뒤 내년부터는 영어방송도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사실상 미국의 CNN이나 아랍권의 알 자지라와 본격적인 경쟁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29일 중국 언론계 소식통들에 따르면 ‘중국판 CNN’으로 불리는 CITV는 신화통신 창립 78주년 기념일인 다음달 7일 첫 방송을 내보낸다. 중국과 아시아권을 시작으로 미주와 유럽 쪽으로 시청권을 넓혀나갈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시각으로 세계 뉴스를 전하면서 전 세계를 상대로 중국을 홍보하게 될 CITV의 등장은 올 초부터 예고돼 있었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은 지난 1월 신화통신과 중국중앙텔레비전(CCTV),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등에 “국가 위상에 걸맞게 글로벌 역량을 강화하라.”고 특별지시했다. 이를 위해 450억위안(약 7조 7000억원)의 예산을 책정, 3개사에 각각 150억위안씩 배정했다. 인민일보는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의 영문판인 ‘글로벌 타임스’를 창간했으며, CCTV는 영어·프랑스어·스페인어 외에 러시아어와 아랍어 채널을 신설했다. 신화통신은 지국 설치 국가를 100개에서 180여개국으로 늘리는 중이다. 영자지인 차이나데일리도 20억위안의 예산을 배정받아 글로벌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이 이처럼 미디어의 글로벌화를 추진하는 것은 언론시장을 주도하는 서방매체가 중국의 어두운 모습을 지속적으로 부각시키는 것을 더 이상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되고 있다. 중국 주요 매체 간부들과 최근 잇따라 접촉한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중국 주요 매체들의 자신감이 대단하다.”며 “세계 미디어 시장에 본격적인 도전장을 내겠다는 의지가 매우 강했다.”고 전했다. stinger@seoul.co.kr
  • 자진모리 장단 맞춰 적벽에 불길 ‘훨훨’

    자진모리 장단 맞춰 적벽에 불길 ‘훨훨’

    “아무리 미물인들 제 목숨 귀함을 알거늘, 내 오늘 패전에서 조 승상께 입은 은혜 어찌 가벼이 잊으리까.” / “고맙구려. 이 못믿을 세상. 간만에 의리에 닿는 말 들었소.” 조조과 관우가 차분한 대화를 주고 받는 중에도 연출의 손짓은 쉬질 않는다. 공명이 남병산에 올라 비나리를 하자 자진모리의 빠른 음악이 흐르며 애크러배틱과 무예가 뒤섞인 현란한 군무가 펼쳐진다. 적벽대전에 앞서 군사들이 신세 한탄을 하는 장면에서는 배우들이 배역에 제대로 몰입하며 흐느끼면서도 익살을 부려 웃음바다를 만든다. 지난 20일 서울 남산 국립극장의 국립창극단 연습실에서 미리 만난 ‘적벽’은 기존 창극과 다른 모습이었다. 소리에도 정가와 시조를 섞고 다양한 움직임을 넣어, 연습일 뿐인데도 역동성이 그대로 느껴진다. ●민중의 소리·해학도 담아내 이 작품은 ‘우리시대의 창극’ 시리즈의 네번째 작품으로, 판소리 다섯바탕 중 가장 호방하고 힘찬 ‘적벽가’를 기반으로 했다. 판소리 중 유일하게 민간설화가 아닌 ‘삼국지연의’의 적벽대전을 차용한 ‘적벽가’를 창극으로는 어떻게 표현했을까. 일단 작품의 핵심은 비장함이 묻어나는 공연 포스터에 나타난다. 칼을 들이댄 이와 그 칼 끝에 목이 닿은 이, 바로 관우와 조조이다. 여기서 조조는 흔히 알고 있는 ‘조조 같은 놈’의 간신이 아닌, 한때는 영웅이었고 결국은 인간일 수밖에 없는 사람이다. 이런 조조와 대결구도에 있는 관우는 넉넉하고 충성스러운 덕을 갖춘 장수로 비춰진다. ‘삼국지연의’에 나오는 인간관계 외에 민중의 소리와 해학도 담았다. 군사들이 신세 한탄을 하는 대목, 가족과 이별하는 장면 등에서 이름없는 군사의 노래를 통해 민중의 고단함을 드러낸다. 유영대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은 “다양한 전통예술과 조명, 무대, 무술 등을 조화시켜 장대한 규모의 호방한 드라마로 만들었다.”면서 “하이라이트는 역시 불타는 적벽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10m가 넘는 절벽에서 사람이 떨어지는 장면을 연출하고, 5척의 배가 무대를 누빈다. 불길을 표현하기 위해 붉은 조명으로 무대를 불타오르게 해 역동적이고 화려한 무대가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판소리 사설 훼손 하지않고 변화 꾀해 ‘적벽’의 연출은 한국의 대표적인 공연 연출가인 이윤택이 맡았다. 연습을 끝내고 만난 그는 ‘적벽’에 대해 “종합예술로서 다양한 조건을 갖춘 음악극으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적벽’은 판소리의 사설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변화를 꾀했다. 소곡들을 웅장하거나 우아하게 편곡하고, 강렬한 장단을 주며 현대적인 감각을 가미했다. “연출가로서 우리가 잃어버린 소리 체계를 그대로 갖고 있는 판소리를 대중적이고 보편적으로 확대시켜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작품은 그런 실험의 하나입니다. 어떤 장르가 될지는 공연을 해봐야 알 수 있지만 토종 뮤지컬, 한국형 오페라로 만들고 싶은 마음은 늘 같습니다.” 그는 또 “창극이나 판소리를 볼 때 대사를 알아들을 수 없다는 사람이 많은데 ‘적벽’은 대사의 90% 정도가 들리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출연하고, 공명과 방통 등 책사 역을 여성이 맡는다.”면서 “폭넓은 배우들이 창극에 출연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희망적”이라고 강조했다. ‘적벽’은 29일부터 새달 1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오른다. (02)2280-4115~6.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中 신민당 창당인사 10년형

    │베이징 박홍환특파원│공산당 일당독재를 규정하고 있는 중국에서 새로운 정당을 창당한 민주인사가 또 다시 중형에 처해졌다.중국 장쑤(江蘇)성 쑤첸(宿遷)시 중급인민법원이 다당제 도입 등을 주장하며 중국신민당을 창당한 난징(南京)사범대 전 교수 궈취안(郭泉·41)에게 지난 16일 ‘국가권력 전복’ 혐의를 적용, 징역 10년형을 선고했다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인권단체 등을 인용, 18일 보도했다.궈취안은 2007년 초 후진타오(胡錦濤) 주석 등 중국 지도자들에게 다당경선제와 군대의 국가귀속 등 민주체제 도입을 요구하는 온라인 공개서한을 보냈으며 같은 해 12월17일에는 직접 중국신민당을 창당했다. 그는 당원이 실직자와 농지를 잃은 농민, 퇴직 군인 등을 포함해 모두 4000만명에 이른다고 주장해왔다. 민주화 요구 이후 대학에서 해고된 그는 여러차례 구금됐으며 지난해 11월 공안 당국에 정식으로 체포됐다. 그의 부인 리징(李晶)은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단지 글을 쓰고 주장했을 뿐”이라며 “모든 사람이 민주구호를 외치는 시대에 어떻게 이런 판결이 나올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중국에서는 최근들어 공산당 일당독재에 대한 불만세력이 크게 늘고 있으며 정치적 불안을 우려한 중국 정부의 강경대응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초에는 민주당을 결성하려던 반체제인사 셰창파(謝長發·58)에게 징역 13년형이 선고됐으며,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에서 활동하는 한 인권변호사가 최근 ‘일당 지배는 재앙’이라는 글이 적힌 티셔츠를 입고 등산하던 중 공안에 끌려가 고초를 겪기도 했다.stinger@seoul.co.kr
  • 양안 ‘전보 밀월’ 정상회담 이어지나

    │베이징 박홍환특파원│“중화 민족의 아름다운 미래를 함께 만들어갑시다.”(후진타오) “모든 중국인의 평안을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갑시다.”(마잉주)중국의 후진타오(胡錦濤) 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과 타이완의 마잉주(馬英九) 총통 겸 국민당 주석이 ‘간접대화’를 통해 양안(兩岸) 밀월의 현주소를 유감없이 보여줬다.두 ‘주석’의 간접대화는 지난 17일 타이베이(臺北) 신좡(新庄)에서 열린 국민당 제18차 당대표대회를 통해 이뤄졌다. 이날 국민당 주석에 취임한 마 총통과 국민당 중앙위원회에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가 축전을 보냈고, 국민당 중앙위는 곧바로 공산당 중앙위와 후 주석에게 감사 회신을 전했다. 주고받은 축전과 답신은 ‘공동발전’ ‘교류확대’ ‘신뢰증진’ 등의 단어로 채워졌다.마 총통의 주석 취임으로 분단 이후 첫 ‘양안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은 한결 높아졌다. 양안 간에는 2005년 이후 지금까지 세 차례 ‘국·공 주석회담’이 열렸지만 중국이 타이완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양안 정상회담은 열리지 않았다. 마 총통이 국민당 주석 자격으로 후 주석과 만나면 네 번째 국·공 주석회담이자 첫 번째 양안 정상회담이 된다.이와 관련, 싱가포르의 연합조보(聯合早報)는 중국 공산당이 신해혁명 100주년인 2011년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서 타이완 측과 공동으로 기념행사를 거행하고 그 자리에서 최고지도자 정상회담을 통해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18일 보도했다.stinger@seoul.co.kr
  • [글로벌 시대] 중국의 만성 두통/민귀식 한양대 중국문제연구소 연구교수

    [글로벌 시대] 중국의 만성 두통/민귀식 한양대 중국문제연구소 연구교수

    건국 60주년 축제를 대대적으로 벌인 중국에 제2의 도약을 향한 자신이 넘쳐 보인다. 국민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동시에 가려운 곳을 긁어줘 속 시원함을 느끼도록 하는 것은 어느 통치자나 즐겨 쓰는 정치기술이다. 중국지도부는 국민에게 보낸 생일선물로 부패관료 척결이라는 낡은 카드를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비용과 부작용이 적고 언제나 짧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약효 때문이다. 조직폭력배와 부패관료 색출을 대대적으로 전개하는 충칭(重慶)시 서기 보시라이(薄熙來)가 ‘현대판 포청천’으로 각광 받는 것은 대중들의 갈증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이런 반부패투쟁은 대증요법일 뿐 체질개선에는 이르지 못함을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건국 초기 반우파투쟁 때와 톈안먼사태 직후처럼 위기상황 타개를 위한 방편이 반부패 구호였다. 이번엔 제2의 도약을 위한 사회문제 해결 카드로 제시한 차이가 있는데 성공할 수 있을까? 10년 전 주룽지(朱?基) 총리가 필생 과제로 부패척결을 시도했지만 실패한 사안이다. 마오쩌둥은 건국 이전 부패가 국가 흥망주기를 결정한다는 ‘주기율(周期率)’을 제시한 바 있다. 개국 초기엔 기강이 있어 나라가 부흥하지만 점차 부패하면서 쇠락하는 주기를 보이는데, 그 주기속도를 결정하는 게 바로 부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부패가 사회제도의 문제여서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은 이 ‘주기율’ 공식에서 예외가 될 것으로 장담했다. 중국은 마오쩌둥이 예상하지 못한 수준까지 발전했지만 부패문제는 그가 제시했던 ‘주기율’을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작년 중국의 국가청렴도 순위는 72위로 부패문제가 사회안정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른 것이다. 부패는 사회불평등을 확대한다. 현재 중국의 소득불평등 정도는 남미 수준에 육박해 소득분배와 조화사회를 강조하는 후진타오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그 효과에 대한 기대와 무관하게 반부패 투쟁을 전면에 내세운 현실을 이해할 만하다. 곳간을 새로 짓지 못할 상황이면 드나드는 쥐라도 잡아야 할 처지이다. 중국이 부패로 인한 손실이 GDP의 3%에 이를 것이라는 중국학자의 추정은 과장이 아니다. 그런데 지금처럼 정치안정기에 전개하는 반부패 투쟁은 결과가 신통치 않을 것 같다. 중국의 부패가 제도화된 전통적 문화구조에 뿌리박고 있어, 지금 정치사회구조와 국민 인식에서는 일과성 행사로 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청백리라도 3년에 은 10만냥은 모은다(三年淸知府, 十萬雪花銀).’는 속담은 중국의 오랜 뇌물관행을 압축한다. 명태조 주원장은 부패한 관리의 얼굴 가죽을 벗겨 관청에 걸 정도로 강도 높은 반부패책을 실시했지만 명은 부패로 멸망했고, 청나라 태평성세였던 건륭 때는 황제의 총애를 받던 화신(和紳)이 10년치 국가수입에 해당하는 뇌물을 착복해 몰락을 재촉했다. 이런 부패문화는 개혁개방 이후에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기강이 강해서는 안 된다.”는 풍조로 대체되었고, 시장화 과정에서 관료와의 결탁은 곧 부자가 된다는 공식이 서면서 중국의 부패 만연은 문화로 정착되었다. 결국 뇌물관행과 부패는 체제보다는 문화 작용이 더 강해 보인다. 게다가 봉건주의와 사회주의에는 사회감독기제가 정립되지 못한 공통점이 있다. 문화적 속성은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에 시민사회의 감독능력을 우선 배양해야 한다. 시민이 민주적 권리를 행사할 때 비로소 부패문화는 개선될 수 있다. 정치행정 제도의 개선보다 시민사회의 성장이 더욱 시급하고 근본적인 처방이 될 것이다. 그런데 중국은 아직 시민의 적극성이나 당 지도부의 의지를 찾을 수 없다. 아쉽게도 중국이 환갑잔치에 국민에게 내놓은 선물이 마냥 좋다고 덕담만 할 수 없는 이유다. 민귀식 한양대 중국문제연구소 연구교수
  • [영화리뷰] ‘나는 비와 함께 간다’ 치밀한 짜임새·영상미

    [영화리뷰] ‘나는 비와 함께 간다’ 치밀한 짜임새·영상미

    전직 형사 클라인(조시 하트넷)은 거대 기업의 중국인 회장에게서 실종된 아들 시타오(기무라 다쿠야)를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고 홍콩으로 떠난다. 클라인은 2년 전 연쇄살인마 해스포드(엘리어스 코티스)를 근무 도중 죽이게 된 뒤, 심한 트라우마에 짓눌린다. 홍콩의 암흑가를 누비며 행적을 추적하던 클라인은 시타오가 마피아조직 보스 수동포(이병헌)의 연인 릴리(트란 누 엔 케)와 함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15일 개봉한 범죄 스릴러 영화 ‘나는 비와 함께 간다’는 베트남 출신 감독 트란 안 훙의 작품이다. ‘그린 파파야 향기’(1993년)로 칸영화제 황금카메라상과 신인감독상을, ‘씨클로’(1995년)로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거머쥔 감독답게 치밀한 짜임새와 유려한 영상미가 돋보인다. 필리핀·홍콩· 로스앤젤레스를 오가며 촬영한 화면들은 이국의 매력을 고루 접하게 한다. 영화는 고통과 구원의 실체에 관해 물음을 던진다. 현대판 예수의 생애를 보여주는 스토리는 조금 난해하며 종교적, 철학적이다. 한·미·일 톱스타 배우들의 연기대결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조시 하트넷의 격렬한 내면 연기, 이병헌의 압도적인 눈빛, 기무라 다쿠야의 파격 연기변신을 볼 수 있다. 릴리 역으로 출연한 트란 누 엔 케는 감독의 실제 부인이다. 18세 이상 관람가.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서부대개발 10년 충칭을 가다]24시간 시멘트공장 가동 시 전체가 거대한 공사장

    [서부대개발 10년 충칭을 가다]24시간 시멘트공장 가동 시 전체가 거대한 공사장

    │충칭 박홍환특파원│“시멘트 공장마다 24시간 풀가동하고 있습니다. 놀고 있는 건설 중장비는 찾아볼 수도 없고요.” 중국 정부 최대의 핵심정책인 ‘서부대개발’을 견인하는 충칭(重慶)직할시. 우리나라 면적보다 조금 작은 충칭시 전체가 지금 하나의 거대한 공사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곳곳에서 대형 토목, 건축공사가 한창이다. 지난 13일 오후 충칭은 ‘안개의 도시’라는 별칭에 걸맞게 간간이 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충칭을 관통하는 창장(長江)을 따라 동북쪽으로 방향을 잡고 30여분 올라가자 춘탄(寸灘) 컨테이너 터미널이 모습을 드러냈다. 2006년 말 개장한 내륙 최대의 컨테이너 항만이다. 탁한 창장 강물을 헤치고 올라온 수천t급 선박에 컨테이너를 싣는 모습이 펼쳐졌다. 지금 이곳은 연간 28만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 처리능력을 2015년까지 126만TEU로 확대하는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내륙지역 최대 컨테이너 터미널 갖춰 지난해 12월 중국 국무원이 춘탄항 주변 지역을 내륙 최초의 보세구역으로 지정함에 따라 관련 시설도 속속 들어서고 있다. 충칭은 물론 쓰촨(四川), 구이저우(貴州), 윈난(雲南) 등 내륙지역의 수출 물량이 이곳에 모여 원스톱 통관을 거쳐 창장과 충칭 장베이(江北)공항을 통해 세계로 빠져나가고 있다. 충칭한인회장인 권오철 충칭웨스트엘리베이터 사장은 “물류비가 상대적으로 많이 든다는 점이 약점이지만 인건비가 연안지역의 3분의2, 전력·가스 등 에너지 비용은 연안의 절반인 데다 각종 세제혜택까지 주어지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충칭으로 몰려들고 있다.”고 전했다. 1999년 말 국무원의 정식 비준을 거쳐 2000년부터 본격 시작된 서부대개발은 덩샤오핑(鄧小平)의 ‘선부론(先富論·능력 있는 사람은 먼저 부자가 돼라)’을 통해 연안지역을 집중개발하면서 축적된 자본을 중서부 농촌지역에 재투자함으로써 모든 지역이 골고루 잘살게 하자는 중국 경제정책의 핵심 중 핵심이다. 특히 2020년까지 국민 모두가 잘먹고 잘사는 ‘샤오캉(小康)사회’ 건설을 약속한 후진타오(胡錦濤) 정권으로서는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정책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서부대개발 투자는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올라 있다. 국무원 발전개혁위원회는 최근 서부대개발 확충을 위해 올해 새로 18개 중점 사업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총 4689억위안(약 80조원)이 추가 투입되는 새 사업에는 충칭과 구이저우성 성도인 구이양(貴陽)을 연결하는 새 철도 건설 등이 포함돼 있다. 충칭은 특히 2007년말 부임한 상무부장 출신 보시라이(薄熙來) 당서기의 강력한 추진력에 힘입어 서부대개발 및 ‘서삼각경제권’을 이끌고 있다. 서삼각경제권은 충칭과 쓰촨성 성도인 청두(成都), 산시(陝西)성 성도인 시안(西安)을 연결하는 경제클러스터로 총면적 38만㎢에 1억 3000만명의 소비인구를 갖추고 있다. 기본적인 내수 조건이 충족돼 있어 투자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세계 최대의 PC업체인 휼렛패커드(HP)가 연간 2000만대 생산 규모의 노트북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한국전용공단 만들어줄수도” 보시라이 당서기는 16일까지 충칭에서 한·중 우호주간 행사를 주최하고 있는 신정승 주중 한국대사를 만난 자리에서 “HP가 먼저 왔는데 한국이 미국을 따라잡아야 하지 않느냐.”며 한국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를 부탁했다. 그는 또 “한국 기업이 투자한다면 한국전용공단도 만들어 줄 의향이 있다.”며 “곧 한국을 방문할 계획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신 대사는 “우리 기업들이 서부대개발의 핵심 지역이자 내수의 전초기지로 급부상하고 있는 충칭 및 청두에 진출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외교적 지원을 적극적으로 펼치겠다.”고 말했다. stinger@seoul.co.kr
  • 베이징 외교街 “바쁘다 바빠”

    │베이징 박홍환특파원│중국 베이징 외교가가 한국, 미국, 일본, 러시아 정상들의 잇따른 방문으로 전례없는 열기속에 10월과 11월을 보내고 있다. 특히 올해로 건국 60주년을 맞은 중국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른바 ‘G2’(미국, 중국)로 부상한 데다 북핵 문제 중재자로서의 역할까지 재확인되면서 베이징이 국제 외교무대의 중심지로 떠오르는 양상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는 12일 2박3일 일정으로 방중, 14일까지 머물며 중국 측과 55억달러(약 6조 4000억원) 규모에 이르는 34개 분야의 협정을 체결할 예정이다. 푸틴 총리는 특히 방중 기간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우방궈(吳邦國)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 원자바오(溫家寶) 국무원총리 등 중국 서열 1~3위 지도자를 모두 만나기로 해 주목된다. 중국과 러시아는 올해 수교 60주년을 맞았다. 베이징 외교가의 ‘뜨거운 가을’은 앞서 10일 열린 한·중·일 3국 정상회담부터 시작됐다. 하루 동안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한·일 정상은 후 주석과도 회담을 진행하는 등 강행군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다음달 12일 시작하는 아시아 순방 일정 기간 중에 베이징을 찾는다. 한국과 일본은 1박2일씩 머물지만 중국에서는 다음달 15일부터 18일까지 4일간 체류한다. 후 주석과 회담하고, 상하이도 방문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대통령의 중국 중시 전략이 읽히는 대목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방중까지 마무리되면 한달여 사이에 6자회담 당사국 가운데 북한을 제외한 5개국 정상들이 양자 또는 다자회담을 베이징에서 진행하는 셈이다. 베이징의 외교소식통은 “원 총리 방북을 계기로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의 조정자로서의 역할이 다시 한번 확인되면서 베이징이 급속하게 국제 외교무대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과 러시아 주도로 2001년 출범한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담이 14일 베이징에서 열린다. stinger@seoul.co.kr
  •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서 연기변신 정보석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서 연기변신 정보석

    숫자에 한없이 약하다. 장인이 중요한 계산을 맡겼는데 계산기를 써도 자꾸 조금씩 틀린다. 가정부로 들어온 세경이가 끼어든다. 암산인데도 정확하게 계산을 해낸다. 질투가 불타오르고, 공포가 스멀스멀 밀려온다. 이러다가 부사장 자리를 빼앗기는 거 아냐? ‘꽃중년’에서 ‘백치남’으로 변신한 정보석(48)을 지난 8일 경기 일산 MBC 드림센터에서 만났다.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 촬영이 한창이었다. 이 시트콤이 시작된 지 약 한 달. 조만간 시청률 20%를 넘어설 것 같다는 말을 꺼내자 정보석은 “반가운 소식”이라며 활짝 웃는다. 시트콤의 미다스 손 김병욱 PD가 ‘기대주’라고 예고했던 정보석의 ‘깨는’ 연기가 인기에 한몫하고 있다. 준수한 외모에서 느껴지는 이미지를 여지 없이 깨뜨리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여간한 게 아니다. ●준수한 이미지 확~ 깼어요 그동안 사극과 정극을 오가며 맡았던 캐릭터 대부분이 왕이나 장군, 검사, 변호사, 사업가 등 지적이고, 무게감 있는 역할. 하지만 ‘지붕 뚫고’에서는 확연히 다르다. 장인이 운영하는 식품회사에서 부사장을 맡고 있어 그럴듯해 보이지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처가살이의 연속이다. 가족에게 무엇인가를 보여주려 하지만 실수 연발. 어린 딸에게는 철저하게 무시당하고, 태권도 선수 출신 아내에게 두들겨 맞기도 한다.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몸부림치는 것을 보면 영락없는 어린 아이다. 정보석은 잘생겨서 더 연민이 느껴지지만, 한편으로는 그래서 웃기는 캐릭터를 만들어가고 있다. “제 성격이 원래 철저하지 못하고 헐렁한 편이에요. 제대로 갖춰진 캐릭터를 맡았을 때 오히려 어려움을 느끼죠. 이제야 제 수준에 딱 맞는 캐릭터를 만나 재미있게 놀고 있죠.” 시트콤이 처음은 아니다. 2001년 SBS ‘여고 시절’에 나온 적이 있다. 하지만 그때와 다르다는 설명. “당시는 한 가정을 책임지는 선생님 역할이었죠. 나름대로 사회 중심 세력으로 기본적인 조건을 갖춘 캐릭터라 슬랩스틱이 많았어요. 이번에는 상황 속에서 웃음을 이끌어내는 부분이 많아요. 오버하지 않고 캐릭터를 상황에 집어 넣으면 웃을 수 있는, 말 그대로 시추에이션 드라마죠.” ●대학강단 선지 벌써 10년째… “연기보다 인성이 먼저” 이번 작품을 시작할 때 겪었던 어려움도 털어놓는다. 자신이 분석했던 캐릭터와 김 PD가 설정했던 캐릭터가 차이가 있었던 것. “처음에는 극중 캐릭터가 실제 저처럼 운동선수 출신이라 적극적이고 의지도 강하고 활동적일 것으로 예상했어요. 하지만 김 PD는 소심하고 소극적인 캐릭터를 원했죠. 그래서 처음 가졌던 이미지들을 없애고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야 했는데, 그 과정이 힘들었죠. 아직도 캐릭터를 완성해 나가는 중이지만 잘못했다는 이야기보다 잘했다는 말을 많이 들으니 다행입니다. 용기도 나고 자신감도 생겨요.” 연기를 시작한 지 23년이나 됐지만 자신이 나온 작품을 아이들이 열심히 보는 것은 처음이라며 싱글벙글한다. “큰아이는 대학생, 작은아이는 고등학생인데 친구들이 재미있다고 하니 덩달아 신이 나서 방송 시간을 놓치면 인터넷 다시보기로 빼놓지 않고 볼 정도예요. 이런 점은 좋고, 저런 점은 나쁘다고 이야기까지 해주니 핵심 시청층이자 아주 중요한 모니터링 요원이죠.” 웃음과 함께 세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부분이 많아 ‘지붕 뚫고’가 호응을 얻고 있다는 설명을 보탠다. 애지중지 자란 극중 딸 해리와 식모살이 하는 신애의 대립 구도를 예로 들었다. “요즘 해리처럼 이기적으로 자식을 키우는 부모들이 많아요. 반성해야 할 부분이죠. 내 아이가 중요하다면 남의 아이도 중요하고, 아이들이 앞으로 어울려서 살아갈 사회도 중요해요. 이기적으로 자란 아이들이 만나게 되는 사회는 어떻게 되겠어요? 우리 시트콤이 잘하고 있는 게 그런 것 같아요. 웃음 뒤에 가슴에 무엇인가를 남긴다는 것. 단순하게 웃음만 주는 퍼포먼스로 끝나면 굳이 배우들이 나설 필요가 없죠. 우리 시트콤은 막연한 웃음이 아니라 우리 삶의 한 부분이 어우러져 공감을 주는 요소가 많은 것 같아요.” 대학 강단에 선 지 벌써 10년째. 예의를 갖추지 못한 후배들이 종종 있다며 혀를 차는 정보석은 학교에서도 항상 사람됨을 강조한다고 했다. “예의라는 것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인정한다는 의미예요. 예의 없는 연기자는 순간적으로 스타가 될 수 있어도 생명이 길지 못하죠. 연기를 가르친다는 생각보다는 많은 생각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을 키운다는 자세로 제자들과 만납니다.” 이번 작품을 시작할 때 전편 격인 ‘거침없이 하이킥’의 인기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부담감보다 이 역할을 잘할 수 있을까, 시청자와 호흡하고 인정받을 수 있을까를 걱정했다는 그에게 기대와 두려움이 교차하는 순간이 조만간 다시 다가온다. 다음 달 12일부터 사흘 동안 국립극장 무대에 올리는 연극 ‘시집가는 날’이 바로 그것. 그동안 가르쳤던 제자들과 함께 꾸미는 작품이다. “제자들이 졸업할 때마다 언젠가 같이 무대에 서자고 약속했는데 드디어 실천하게 돼 많이 기대됩니다. 제자들과 연습할 때면 멋쩍기도 하고 저만 연기가 늘지 않은 것 같아 민망하기도 해요. 제자들보다 못한다는 소리가 나오면 어떡하지요? 하하하.” ●“이순재 선배님처럼 되고 싶어” 대선배 이순재에 대해 연기 10단이라고 하더니 자신에게는 아무리 후하게 점수를 줘도 5단 정도라는 정보석. 시간이 더 필요할지 모르겠지만 열심히 배우고 익혀서 60세쯤에는 9단 경지에 들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한다. “이순재 선배님은 어떤 작품을 하더라도 강렬한 이미지를 유지하고, 그러면서도 작품에는 어긋나지 않아요. 훌륭한 연기죠. 저도 정보석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구축하고 싶은 욕망이 있어요. 그 안에서 다양한 연기를 펼쳐보이는 게 배우로서 목표입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뉴스&분석] 北대화의지 확인… 6자 門 열릴까

    10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한·중·일 정상이 만났다. 정상회의가 6자회담과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관계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이날 오전 공동기자회견에서 최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난 결과를 설명했다. 그는 “북한은 6자회담에 유연성을 보였고 ‘6자회담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며 “북한은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조건을 마련하자고 했다.”고 소개했다. 원 총리는 “북한 측은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희망했을 뿐 아니라 일본, 한국과도 관계개선을 하려고 한다.”고 밝히고, “(중국은) 북·미 사이에 진지하고 건설적인 대화를 하는 것을 지지하고 북·일, 북·남 사이의 접촉 강화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은 회견에서 “기회가 닿으면 언제든지 북한에 대해서도 그랜드 바겐(Grand Bargain·일괄 타결) 구상을 설명하고 협력을 구하고자 한다.”며 화답했다. 이 대통령은 또 이날 기자회견 직후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원 총리가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전해 달라는 김정일 위원장의 뜻을 전하자 “북한이 진정으로 핵을 포기한다면 우리는 얼마든지 열린 자세로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남북 정상이 원 총리를 매개로 관계개선의 의지를 주고받음에 따라 남북이 서로 대화의 장으로 나오기 위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한·중·일 정상은 이 대통령이 북핵 일괄타결 방안으로 제안한 그랜드 바겐 구상에도 원칙적인 공감대를 형성했다. 원 총리는 “한국의 한반도 비핵화와 6자회담 추진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며 “이 대통령의 일괄타결 방안에도 개방적 태도로 적극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고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3국 정상들은 이날 정상회의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6자회담이 유용하다는 데 합의하고 6자회담이 조속히 재개될 수 있도록 공동 노력하기로 했다. 3국 정상들은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의 조속한 체결이 필요하다는 데도 의견을 같이했다. 이 대통령은 “3국 FTA는 민간 차원의 공동연구에서 이제 정부 차원의 협의가 개시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3국 정상들은 이날 회의에서 1999년 첫 한·중·일 정상회의를 개최한 이후 10년간의 성과를 정리한 ‘한·중·일 3국협력 10주년 기념 공동성명’과 ‘지속가능 개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열린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주최 3국 정상 면담과 만찬에 참석한 뒤 밤늦게 귀국했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NOW포토] 뉴커런츠 심사위원 기자회견

    [NOW포토] 뉴커런츠 심사위원 기자회견

    9일 오전 부산 신세계 센텀시티에서 진행된 ‘제14회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심사위원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동호 집행위원장(왼쪽부터)과 태국의 엔엑 라타나루앙 감독, 터키의 예심 우스타오글루 감독, 심사위원장 장자크 베넥스 감독, 대만배우 테리 콴, 한국의 김형구 촬영감독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올해로 14회를 맞이한 부산국제영화제는 개막작 ‘굿모닝 프레지던트’ 상영을 시작으로 오는 16일까지 열흘간 해운대 일대와 남포동 특설무대, 센텀시티등에서 영화팬들과 만난다. 서울신문NTN(부산) 한윤종 기자 han0709@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사설] 조건 다는 北, 퍼주려는 中 걱정된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평양회담은 여러 의미를 함축한 회의였다. 특히 ‘미국과의 협상 진행에 따라 6자회담을 포함한 다자회담에 참여할 용의가 있다.’는 김 위원장의 선언은 그동안 북핵을 둘러싼 힘의 대결에서 대화 국면으로 무게를 이동시키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평양회담을 좀 더 들여다보면 국제사회가 북한의 변화 몸짓에 일단 안도하면서도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는 대목도 적지 않다. 북한의 조건인 선(先) 북·미 양자회담은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일종의 대미압박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자칫 북·미 회담이 결렬될 경우 국제적 면죄부만 주는 꼴이 되고 북핵 저지의 국제 공조가 와해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게 된다. 원자바오 총리의 방북을 통해 체결된 각종 경제지원은 양국의 특수한 전략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중국은 ‘경제원조에 관한 교환문서’ 등 다양한 협정과 합의문, 의정서, 양해문 등을 조인했다. 명칭은 다양하지만 경제지원이 핵심이다. 이미 지난해 6월 시진핑 부주석 등의 방북을 통해 막대한 경제지원이 이뤄졌다. 중국의 석유와 식량 무상 지원이 북한 정권을 지탱하는 원동력이라는 것은 국제사회의 일치된 견해다. 지난 6월 시작된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가 북한을 전방위로 압박하는 시점이다. 가장 강력하다고 알려진 이번 제재가 그나마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은 중국이 합류한 공조의 힘이었다.이런 상황에서 이번 대북 경제지원은 자칫 북핵 저지라는 국제공조의 틀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변할 수도 있다. 북한이 2005년 후진타오 주석 방북 당시 20억달러 상당의 원조를 받았지만 1년 후인 2006년 10월 1차 핵실험을 강행한 악몽이 남아 있다. 중국은 국제사회의 이러한 의구심을 보다 명쾌하게 해명할 책임이 있다. 북핵 저지를 위해선 더욱 튼튼한 국제 공조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 [김정일-원자바오 회담] 中 열렬한 환영받았지만… 모호한 北에 실망

    │베이징 박홍환특파원│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의 가장 큰 방북 목적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으로부터 “6자회담에 복귀하겠다.”는 답변을 끌어내는 것이었다. 보름 전 김 위원장은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의 특사 자격으로 방북한 다이빙궈(戴秉國) 외교담당 국무위원에게 “양자 및 다자회담에 복귀할 의향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원 총리로서는 의향보다는 다짐을 받아내는 게 시급했다. 원 총리의 방북계획이 알려진 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원 총리가 복귀 답변을 약속 받고 방북을 결정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그런 점에서 보면 “미국과의 양자회담 상황을 지켜본 뒤 6자회담을 포함한 다자회담을 진행하겠다.”는 김 위원장의 ‘조건부 복귀’ 답변은 중국측 입장에서는 다소 실망스러운 결과로 보인다. 베이징 외교가에서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물론 김 위원장의 입을 통해 6자회담이 언급됐다는 것만으로도 큰 성공이라는 분석도 없지 않다. 원 총리를 수행한 친강(秦剛) 외교부 대변인은 “북한은 6자회담을 포함한 다자회담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며 이를 적극적인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관영 신화통신을 비롯한 중국 언론들도 김 위원장이 6자회담 복귀 의사를 밝힌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하지만 김 위원장의 답변은 다소 모호하다. 무엇보다도 “6자회담만이 북핵문제 해결의 유일한 틀”이라는 중국측 입장과는 달리 6자회담을 북한이 선택할 수 있는 다자회담 카드 가운데 하나로 평가절하했다. 원 총리의 방북을 6자회담 의장인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부부장이 수행했지만 그의 북측 카운터파트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TV화면에서 아예 보이지도 않았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모호성을 극대화하는 북한의 전략이 이번에도 그대로 드러났다.”고 평가했다.4일 오전 원 총리가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뒤부터 이튿날 저녁 김 위원장과의 회담 직전까지만 해도 전망은 밝았다. 전례 없이 김 위원장이 직접 영접을 나왔고, 숙소로 이동하는 연도에 수십만명의 평양시민들이 운집해 열렬한 환영을 하는 등 분위기는 순조롭게 풀리는 듯했다. 원 총리도 수천만달러로 추정되는 무상원조 프로그램으로 화답했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의 ‘중대발표’ 얘기도 흘러나왔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정작 원 총리와의 회담장에서는 굳은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한 소식통은 “원 총리의 방북은 ‘북·중 수교 60년, 우호의 해 폐막식’이라는 정해진 일정 때문에 ‘키’를 북한이 쥐고 있었다.”며 “예견된 결과”라고 말했다. 외교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시점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비록 6자회담 복귀라는 목적은 달성하지 못했지만 북·중 우호관계 복원, 북핵 문제에서의 영향력 유지 등의 측면에서는 원 총리의 방북이 일정 부분 성과를 거뒀다는 게 베이징 외교가의 평가다.stinger@seoul.co.kr
  • 김정일 ‘조건부 6자 복귀’ 표명

    │베이징 박홍환특파원·서울 김정은기자│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평양을 방문한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와 회담을 갖고 6자회담에 조건부로 복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 신화통신은 6일 “김 위원장이 5일 저녁 (백화원 영빈관에서) 원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미국과의 양자회담 진전에 따라 6자회담을 포함한 다자회담을 진행할 용의가 있다는 말을 했다.”고 보도했다. 신화통신은 김 위원장이 “조(북한)·미 양자회담을 통해 적대관계가 반드시 평화관계로 바뀌어야 한다.”면서 “양자회담의 상황을 지켜본 뒤 6자회담을 포함한 다자회담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보도했다. 북·미 양자회담의 결과가 만족스러울 경우 6자회담을 포함한 다자회담에 참여하는 것을 결정하겠다는 얘기다. 조건을 달기는 했지만 김 위원장이 지난달 18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한 다이빙궈(戴秉國) 외교담당 국무위원에게 “양자와 다자대화를 하겠다.”고 말한 것보다는 다소 진전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다이 국무위원에게는 ‘6자회담’이라는 표현을 쓰지는 않았다. stinger@seoul.co.kr
  • [김정일-원자바오 회담] ‘조건부 복귀’ 김정일 노림수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와의 회동을 통해 조건부이기는 하지만 6자회담에 복귀할 용의가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김 위원장은 5일 원 총리에게 “미국과의 협상 진행에 따라 6자회담을 포함한 다자회담에 참여할 용의가 있다.”고 밝혀 주목된다. 북한은 지난 4월5일 장거리로켓을 발사한 이후 6자회담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왔다. 6개월여 만에 6자회담과 관련한 입장을 바꾼 셈이다. 김 위원장이 6자회담 복귀는 북·미 협상 결과에 달려 있다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종전보다는 다소 진전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 위원장이 이같은 입장을 내비친 배경은 복합적이다. 미국을 압박하고 최대우방국인 중국의 체면을 세워주는 측면이 있다. 또 그동안 북한 주민들에게는 6자회담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해 왔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6자회담에 복귀했을 경우의 혼란을 정리하는 측면도 없지 않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6일 “김 위원장의 조건부 6자회담 복귀 발언은 표면적으로는 북·미 대화를 앞두고 미국을 향한 압박용의 측면이 있다.”면서 “중국 체면 세워주기와 내부 수습용의 성격도 있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실질적으로는 김 위원장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의 유용성을 인정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곧 북·미 양자회담을 갖고 4자회담, 6자회담 수순으로 복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 8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 때에도 ‘6자회담 복귀’ 가능성을 언급하지 않았던 김 위원장이 원 총리에게 조건부 복귀 의사를 처음으로 내비친 것은 중국의 체면을 세워 북·중 관계 복원과 함께 경제적 지원에 대한 답례 성격이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18일에는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자격으로 방북한 다이빙궈(戴秉國) 외교담당 국무위원에게 “양자대화와 다자대화를 하겠다.”면서 중국의 체면을 세워준 적이 있다. 김 위원장이 6자회담 복귀 전제조건으로 북·미대화 결과를 내세운 것은 북한이 대내외적으로 6자회담 종식을 여러차례 강조해 왔다는 점에서 입장 번복에 따른 내부적 혼란을 잠재우는 명분도 찾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이 조건부로 다자회담에 참가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은 북한, 중국, 미국의 입장이 조합된 절충안으로 보인다.”면서 “미국이 북한의 6자회담 참가를 유도하기 위해 북·미간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을 이미 밝혔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의 조건부 다자회담 참가 의사 표명은 미국에 적극적으로 한번 해보자는 메시지를 보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원 총리의 방북기간 공개활동을 통해 자신의 건강과 통치력을 내외에 과시하는 ‘소득’을 올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북한 언론들이 원 총리의 방북과 관련, “조(북한)·중 친선은 세대가 교체된다고 하여 달라질 게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보도한 것도 주목된다. 김 위원장의 후계체제에 대한 중국의 지지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김정일-원자바오 회담]김 “비핵화는 유훈” 원 “多者의지 찬사”

    │베이징 박홍환특파원│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5일 열린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중국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회담에서 오간 발언 내용을 6일 소개했다. 김 위원장은 북·미 양자회담 상황을 지켜보며 6자회담을 포함한 다자회담을 진행하길 원한다는 의사를 밝혔고, 원 총리는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실현하고 동북아시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 발전을 위해 적극적인 공헌을 할 것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김정일 위원장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에게 따뜻한 안부 인사를 전합니다. 원 총리께서 조(북)·중 수교 60주년과 양국 우호의 해를 맞아 조선(북한)을 공식 친선 방문한 것은 중국이 양국 관계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증명합니다. 조선은 조·중 우호협력 관계가 앞으로도 강화하기를 희망합니다. 한반도 비핵화 실현은 김일성 주석의 유훈입니다. 한반도 비핵화 실현 목표를 위한 노력에는 변화가 없습니다. 조·미 양자회담을 통해 양국간 적대관계가 반드시 평화관계로 바뀌어야 합니다. 조선은 조·미 회담 상황을 지켜보며 6자회담 등 다자회담이 진행되기를 원합니다. ●원자바오 총리 중국과 조선의 우의·협력 관계는 여러 세대가 함께 노력한 결과입니다. 양국 선배 세대의 심혈이 응축된 관계이며 양국 인민의 열망에도 부합합니다. 더불어 중·조 우호관계를 대대손손 계승해야 합니다. 이는 역사와 선배에 대한 존중이며 미래와 후손에 대한 책임이기도 합니다. 중국과 북한은 고위급 교류를 지속하고 주요 문제에 대한 소통과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를 원합니다. 조선이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견지하고 6자회담을 포함한 다자회담을 통해 이를 실현하겠다고 밝힌 것에 찬사를 보냅니다. 중국은 조선을 비롯해 관련 당사국과 함께 한반도 비핵화 실현과 동북아 평화 안정을 위해 적극적으로 공헌하겠습니다. stinger@seoul.co.kr
  • [김정일-원자바오 회동] 北 中우호 2차 핵실험前으로 복원

    │베이징 박홍환특파원│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의 방북을 계기로 중국과 북한의 우호관계가 북한의 제2차 핵실험 이전 수준으로 완전히 회복된 양상이다. ●지난 5월 핵실험후 관계 악화 중국은 지난 5월 북한이 제2차 핵실험을 실시하자 강력한 비난과 함께 고위급 교류를 중단,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으며 북한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결의안에 찬성한 중국을 비난하는 등 북·중 관계는 전례없이 악화됐었다. 우호관계의 복원은 원 총리에 대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극진한 환대가 방증한다. 김 위원장은 4일 오전 평양 순안공항으로 직접 영접을 나간 데 이어 오후에는 함께 자신이 직접 각색을 지시한 북한판 ‘홍루몽’을 관람했다. 원 총리에게 활짝 웃으며 먼저 자리에 앉으라고 권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5일 오후에도 함께 집체극 아리랑을 관람한 뒤 단독으로 만나 북핵문제 등을 논의했으며 만찬도 함께했다. 이틀간 모두 다섯 차례나 한자리에 있었던 셈이다. 중국 측도 적극적으로 북한을 끌어안는 모습이다. 중국은 5일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우방궈(吳邦國)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 원 총리 등 서열 1~3위 지도자 공동명의로 북한의 김 위원장 및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영일 내각총리와 북·중수교 60주년 축하 서한을 주고받았다. ●김·원총리 5차례나 ‘한자리에’ 후 주석 등은 서한에서 “양국의 앞 세대 지도자들이 손을 맞잡고 만들어 키워낸 선린우호협력 관계를 중단없이 전진시키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대 규모의 방북단을 이끌고 있는 원 총리도 큼지막한 선물 보따리를 내놓았다. 북한 측과 ‘경제원조에 관한 교환문서’, ‘경제기술협력협정’, ‘교육기관간 교류협조 합의서’, ‘중국 관광단체의 조선관광 실현에 관한 양해문’ 등을 체결했다. 단둥의 랑터우항과 남신의주를 연결하는 새로운 압록강대교 건설 합의가 특히 눈에 띈다. 중국으로부터 매년 수십억달러 규모의 석유와 식량 등을 무상원조받고 있는 북한 입장에서는 원조 규모 및 교역량 확대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당초 신압록강대교 건설은 동북지방 개발에 나선 중국 측이 몇년전부터 적극적으로 추진했으나 북한이 뚜렷한 답을 내놓지 않았었다. ●北도 中 지렛대 삼아 원조 기대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이 같은 양국 간 해빙무드와 관련, “중국 지도부가 몇달 동안 북한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했지만 결국 끌어안는 쪽으로 방향을 정한 것 같다.”며 “북한과 미국의 직접대화 움직임 등 정세변화도 중요한 요인이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북한 입장에서도 중국을 지렛대 삼아 미국을 움직이면서 중국의 원조를 챙기는 두가지 효과를 노렸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 총리는 방북 이틀째인 이날 오전 평남 회창군의 중국 인민지원군 열사묘를 찾아 헌화함으로써 북측에 오랜 혈맹관계임을 상기시켰다. 평양 동쪽 90㎞ 거리에 있는 중국 인민지원군 열사묘에는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전사한 마오쩌둥(毛澤東)의 장남 마오안잉(毛岸英) 등 134명의 중국군 유해가 묻혀 있다. stinger@seoul.co.kr
  • [건국 60돌 中國이 다시 뛴다] (7)ㆍ끝 케네스 리버탈 부르킹스硏 중국센터 소장 인터뷰

    [건국 60돌 中國이 다시 뛴다] (7)ㆍ끝 케네스 리버탈 부르킹스硏 중국센터 소장 인터뷰

    │워싱턴 김균미특파원│건국 60주년을 맞은 중국의 비상이 예사롭지 않다.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에 이어 개혁·개방정책 30주년을 맞아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위상을 한 단계 높이고 영향력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중국의 급부상을 경계하는 분위기 속에 경제력에 걸맞은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서 역할 증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 중국 전문가로 워싱턴의 진보 성향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 내 존 손턴 중국센터 케네스 리버탈 소장과 지난달 29일 전화인터뷰를 갖고 21세기 미·중관계에 대해 들어봤다. →현재의 미·중관계를 평가한다면. -미·중 관계는 상대적으로 여러 분야에 걸쳐 광범위하며 건설적이고 솔직(candid)하다고 본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월 열린 제1차 미·중 전략경제대화 때 밝혔듯이 양국 관계는 매우 중요한 양자관계이다. 긍정적이고 포괄적이며 협력적인 파트너 관계라는 데 동의한다. →미국과 중국의 관계를 놓고 G2라고 부르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개인적으로 미·중관계를 G2로 보는 시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G2라는 개념은 잘못된, 적절치 못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어떤 중요한 국제적 이슈도 미·중의 참여 없이는 해결하기 어렵다는 생각에는 물론 동의한다. 하지만 동시에 어떤 주요 글로벌 이슈도 미·중의 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G2로 양국관계가 부각된다면 국제적 현안들을 푸는 데 오히려 어려움을 초래할 것이다. 이는 자칫 다른 주요국들과의 갈등과 불협화음을 증가시킬 수 있다. 따라서 미·중관계를 G2로 규정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 →21세기 미·중관계가 냉전시대 미·소관계와는 어떻게 다른가. 급부상한 중국이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인 미국의 견제 세력으로 양대 초강대국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은. -먼저 21세기 미·중 관계와 냉전시대 미·소 관계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짚고 넘어가고 싶다. 미국과 옛 소련은 핵전쟁 위기까지 치달았던 대립관계로 경제적인 교류가 거의, 아니 전무했다. 미·소 양국은 서로 위성국가를 내세워 싸웠고, 소련은 동유럽에 블록을 형성했다. 하지만 21세기 미·중관계는 상호간에, 특히 경제적으로 의존하고 있으며 위성국가들을 앞세워 대결하는 식의 나쁜 의도를 갖고 있지 않다. 또한 동북아 등 아시아에서 중국이 주도적인 세력으로 부상했지만 옛 소련처럼 블록을 형성하지는 않고 있다. 사과와 오렌지를 비교한다는 영어 표현이 있다. 확연히 서로 다른데도 비교하는 경우를 두고 말하는데 미·중, 미·소관계의 단순 비교가 여기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아시아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데 대해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상대적으로 미국의 역할이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중국은 경제·외교·군사적으로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중국은 30년간 GDP가 600% 성장하는 등 경제적 성장과 같이 어느 누구도 저지할 수 없는 측면도 있지만 모든 것이 그런 것은 아니다. 아시아, 특히 동북아에서 중국의 역할이 커진다는 것이 아시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이나 역할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한국 및 일본과의 동맹관계는 중국과의 관계와는 비교할 수 없다. 일본의 경제력은 결코 과소평가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며, 군사력도 질적 측면에서는 중국보다 앞서 있다. 한국은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중국을 따르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경제력에 걸맞게 중국의 국제적 위상이 많이 높아졌다. 이번 국제금융위기 해결과정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다시 한번 확인됐다. 미·중 간에 전략적경제대화가 격상돼 진행되면서 외교·경제 현안에서 협력관계를 다져가고 있다. 특히 클린 에너지와 기후변화에서 양국의 공조가 절실한데.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선 뒤로 미·중 간 클린 에너지와 기후변화분야에서 협력은 양국관계를 발전시키는 데 있어 주요 현안으로 자리매김했다. 오는 11월 베이징에서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에서 이 두 가지 문제는 최대 현안이 될 것이다.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기후변화, 클린 에너지와 관련해 합의문에 서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오는 12월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기후변화 정상회의에 새로운 모멘텀(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주석은 얼마 전 유엔총회에서 의욕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계획을 밝혔다. 문제는 과연 중국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느냐이며, 중국 국내 상황을 목표로 한 이같은 계획이 과연 국제적인 의무 이행으로 연결될지가 관건이다. 미국과 중국 모두 기후변화와 클린 에너지 문제 해결을 위한 강한 의지를 갖고 있고, 서로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이같은 공통인식은 문제 해결의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 →최근 미국이 중국산 저가 타이어에 대한 보복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하면서 이 문제는 양국간 무역분쟁으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미국이나 중국 모두 통상문제가 양국간 분쟁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더욱 노력해야 한다. 보호무역조치는 모든 당사국들에 피해만 줄 뿐이라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모든 국가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보호무역조치들을 취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투자를 포함해 통상 채널을 개방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 kmkim@seoul.co.kr ■ 리버탈 소장은 누구 케네스 리버탈(66) 브루킹스연구소 존 손턴 중국센터소장은 미국의 대표적인 중국 학자. 중국 정치와 미·중관계, 에너지 안보, 기후변화 등이 전문 분야다. 1983년부터 미시간대학에서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해오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총괄 국장으로 자리를 옮긴 제프리 베이더의 후임으로 중국센터 소장을 맡고 있다. 리버탈 소장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당시 국가안보 특별 보좌관에 이어 1998년부터 2000년까지 백악관 NSC 아시아 총괄 국장을 지냈다. 다트머스대학을 졸업한 뒤 컬럼비아대학에서 아시아 정치와 비교정치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어와 러시아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 ‘중국의 에너지안보와 미국정책에 미치는 영향’(2006) 등 15권의 저서를 냈다. 특히 ‘중국의 정치:혁명에서 개혁까지’는 대학에서 중국 관련 교과서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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