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니와 알렉산더·페드라/저무는 이 가을… 불멸의 명화와 함께
◎페트라67년 「죽어도 좋아」로 국내 개봉 큰 인기/하니와 알렉산더잉그마르 베르히만 감독의 대역작
이 가을이 다 가기 전에 영화팬들은 좀처럼 보기 힘들던 명화 두편을 만나는 행운을 맞는다.오는 16일 나란히 극장가에 오를 작품은 영화음악으로도 유명한 「페드라」와 잉그마르 베르히만감독의 대작 「화니와 알렉산더」.이 가운데 「페드라」는 지난 67년 「죽어도 좋아」란 제목으로 국내에 개봉돼 큰 인기를 얻은 영화로 한 세대를 건너 새로운 팬들을 다시 찾아왔다.
▷페드라◁
금기인 사랑,그러나 운명적으로 타올라 끝내 파멸로 마감하는 사랑을 그린 그리스영화.그리스신화의 비극을 현대에 재구성한 이 작품은 스스로 전설적인 고전이 되었다.
그리스 해운왕의 딸 페드라(멜리나 메르쿠리 분)는 해운업계 실력자 타노스(라프 발로네)와 재혼한다.타노스에게는 전처와의 사이에 낳은 아들 알렉시스(앤터니 퍼킨스)가 있다.『알렉시스를 그리스로 데려오라』는 남편의 말에 따라 페드라는 런던으로 가 그를 만난다.스물넷의 청년 알렉시스와 그의「새 어머니」인 서른네살의 페드라.두 사람은 만나자마자 서로의 관계를 잊은채 격렬한 사랑에 빠진다.둘은 일단 헤어지지만 곧 그리스에서 재회한다.더 이상의 사랑을 거부하는 알렉시스,게다가 그를 자신의 조카딸과 결혼시키려는 남편의 계획은 페드라를 질투에 눈멀게 한다.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와 알렉시스의 대사,자동차 질주의 소음들이 뒤섞인 영화음악 「굿바이 요한 세바스찬」은 지금껏 팬들에게 사랑받는 곡.이 음악이 깔린 장면,해변도로를 질주하다 바다로 뛰어드는 신을 스크린에서 볼 수 있다는 것도 큰 기쁨일듯.멜리나 메르쿠리와,히치콕작 「사이코」로 유명한 앤터니 퍼킨스의 연기는 마력을 뿜어낸다.1962년작 흑백필름이지만 지금 보아도 감각이 떨어지지 않는다.
▷화니와 알렉산더◁
위대한 영화예술가 잉그마르 베르히만 감독이 자신의 40년 영화인생을 정리해 만들었다고 공언한 작품.탄생과 죽음,사랑과 증오 등 삶의 갖가지 모습을 3시간이 넘는 화면 속에 펼쳐냈다.
그의 작품이 대부분 인간의 내면심리,신과 인간의 관계,꿈·무의식등 형이상학적인 주제를 난해한 기법에 담아 표현한데 비해 이 영화는 인물과 스토리 중심으로 엮어 「비교적 쉽다」는 평을 듣는다.
3대가 모여사는 엑달일가는 대대로 극장을 운영하는 부유한 집안이다.첫째 아들 오스카의 자녀인 알렉산더,화니 남매는 할머니를 비롯한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란다.그러나 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진 뒤 어머니는 자신을 위로해 준 목사와 재혼한다.어머니를 따라 목사 집으로 들어간 알렉산더남매에게는 여태껏 겪어보지 못한 차갑고 어두운 세계가 기다린다.
영화에서는 상반되는 두 세계,곧 따스하고 인간적인 엑달가정과 냉혹하고 위선적인 목사집안이 극명히 대비된다.그럼으로써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상대에 대한 이해와 사랑」이라는 주제가 더욱 또렷이 드러난다.1984년작.예술영화전용관 동숭시네마텍이 개관 1주년 기념으로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