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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속놀이’ 스타크래프트 박물관 유물 되겠네… ‘민속이란 삶이다’

    ‘민속놀이’ 스타크래프트 박물관 유물 되겠네… ‘민속이란 삶이다’

    e스포츠와 함께 학창시절을 보낸 30~40대에게 PC게임 ‘스타크래프트’는 일종의 ‘민속놀이’로 통한다. 조상들이 삼삼오오 모여 윷놀이를 한 것처럼, 이들은 PC방에 모여 스타크래프트를 했고 세월이 흘러서도 가끔씩 PC방을 찾는다. 100년쯤 시간이 흐른 후 역사책에는 21세기를 전후해 한국에 PC방이 대거 생겼고, 많은 사람이 PC방에서 스타크래프트를 하는 민속이 있었다고 나올지 모른다.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리는 특별전 ‘민속이란 삶이다’는 특정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이 향유한 문화와 일상을 접할 수 있는 전시다. 우리나라 최초 민속학회인 ‘조선민속학회’ 창립 90주년을 맞아 준비됐다. 관람객들은 ‘이런 것도 민속이야?’ 싶을 정도로 다양한 전시품을 통해 국립민속박물관이 무엇을 다루는 곳인지 파악할 수 있다.전시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일렬로 정렬된 486장의 흑백 사진이 눈길을 끈다. 민속학자 송석하(1904~1948)가 일제강점기에 정리한 ‘민속 현지조사 사진카드’다. 민속 사진자료 공개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김형주 학예연구사는 “당대 민간신앙과 연희, 민속 내용을 사진으로 기록한 것”이라면서 “사진은 빛 노출 등에 민감해서 이렇게 많은 양이 전시되는 건 이번뿐”이라고 귀띔했다. 흑백의 작은 사진을 보기 힘든 관람객들은 빅데이터 기반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해 컬러로 확대한 사진을 키오스크로 볼 수 있다.전시에는 특정 세대에 익숙한 물건들도 민속의 이름으로 등장해 시선을 끈다. 삼성전자가 1989년 출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겜보이’도 그 시기의 민속을 보여 주는 유물로 전시됐다. 지금은 보기 어려운 과거 주황색 공중전화나 두꺼운 전화번호부, 3.5인치 디스켓,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 286컴퓨터, 버스 토큰 등 특정 시기 일상에 녹아 있던 물건을 통해 시대상을 보여 준다. 온라인을 통해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민속 물품도 전시관 한쪽을 차지하고 있다.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에서 외국인들에게 한국을 모자의 나라로 각인시킨 갓, 미국의 전자상거래 사이트 아마존에서 대박 신화를 쓴 영주 호미,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등장해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은 달고나 등이 그것이다. 특히 영주 호미는 제작자 석노기씨의 작업 모습과 인터뷰도 화면을 통해 관람할 수 있어 세계 속의 우리 민속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1900년대 초반 시작된 한국 민속학은 비록 출발은 늦었지만 동시대 사람들의 일상을 관찰하고 연구한다는 점에서 그 어떤 분야보다 생생한 학문이다. 국립민속박물관 역시 “이번 특별전은 민속은 과거만 다루는 것이 아닌, 현재 진행형인 우리의 삶을 다루는 것임을 재차 확인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전시관 끝에서 만나는 가게 간판들은 ‘민속은 현재이자 우리의 삶이 담긴 그릇’임을 일깨워 준다. 7월 5일까지.
  • [신간] OTT 생존 전략을 분석한 ‘플랫폼 전쟁 OTT 스토리텔링 생존공식’

    [신간] OTT 생존 전략을 분석한 ‘플랫폼 전쟁 OTT 스토리텔링 생존공식’

    2016년 넷플릭스가 한국에 상륙한 이래 디즈니와 애플 등이 가세하면서 한국은 글로벌 OTT 각축장이 됐다. OTT 춘추전국시대를 맞아 콘텐츠 제작 실무와 이론에 익숙한 전문가들이 OTT 스토리텔링 생존 공식을 다룬 ‘플랫폼 전쟁 OTT 스토리텔링 생존공식’을 발간했다. 이 책은 대학에서 문화콘텐츠와 스토리텔링 등을 강의하는 윤복실, 김공숙, 박선민, 이승희, 이현민, 장은진 등 6명의 전문가가 참여해 OTT 전쟁에서 살아남는 스토리텔링의 공식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다. 이 책은 OTT 드라마 <킹덤> 서사 전략(윤복실), <별에서 온 그대>와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의 아주 특별한 해피엔딩(김공숙), 중국 OTT 드라마 <겨우, 서른>은 어떻게 한국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나?(이현민), OTT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과 일본 내 4차 한류 열풍(이승희), OTT 시대 AR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에 재현된 신화적 모티프(장은진), OTT 시대 오디션 프로그램의 재탄생, ‘스핀오프 예능’(박선민) 등으로 구성됐다. 윤복실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드라마 <킹덤>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OTT 매체의 특징에 적합한 스토리텔링 전략 구사에 있다”면서 “이야기 차원에서는 기존 TV드라마의 몰입성과 연속성을 재현하지만, 담화차원에서는 일상성을 벗어난 서사 전략이 성공에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김공숙은 넷플릭스에서 서비스 중인 <별에서 온 그대>와 <쓸쓸하고찬란하神도깨비>의 특별한 해피엔딩에주목했다. 그는 “이들 드라마는 초월적 남성 캐릭터를 등장시켜 로맨틱 코미디의 상투적인 해피엔딩을 참신하게 변형한다”면서 “이로써 로맨틱 코미디의 낭만적 사랑의 애틋함과 행복감을 동시에 전달해 국내와 해외 시청자 모두를 즐겁게 했다”고 소개했다. 이승희는 한동안 주춤했던 일본의 4차 한류를 재부팅한 <사랑의불시착>의 엄청난 인기 배경을 추적했다. 그는 “<사랑의불시착>은남녀간의 사랑, 질투, 가족, 의리, 배신 등 보편적 정서를 담은 익숙한 형식에 남북분단이라는 한국적 현실이라는 차별화된 배경으로 일본의 중년남성까지 넷플릭스를 끌어안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북코리아, 192쪽, 1만5000원.
  • 브루스 윌리스, 실어증으로 연기생활 중단…사실상 은퇴

    브루스 윌리스, 실어증으로 연기생활 중단…사실상 은퇴

    한국 관객에게도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온 할리우드 액션 스타 브루스 윌리스(67)가 실어증 진단을 받고 연기 은퇴를 선언했다. AP통신과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브루스 윌리스의 가족은 30일(현지시간) 각자의 인스타그램에 동시에 이러한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가족들은 “브루스가 건강상의 문제를 겪었고, 최근 실어증 진단을 받았다”면서 “이것이 그의 인지 능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은 우리 가족에게 정말 힘든 시기이고, 여러분의 지속적인 사랑과 동정, 지원에 감사드린다”며 “우리는 강력한 가족으로서 이 일을 헤쳐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여러분에게 브루스가 얼마나 큰 의미인지 알기 때문에 소식을 전한다”며 “브루스가 항상 ‘인생을 즐겨라’라고 말했듯이 우리는 그것을 함께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성명에는 브루스 윌리스의 아내 에마 헤밍 윌리스, 전 부인 데미 무어, 그리고 브루스 윌리스의 다섯 자녀가 서명했다. 가족들이 성명과 함께 올린 사진은 젊은 시절 목욕 가운과 선글라스를 착용한 브루스 윌리스가 머리엔 수건을 두르고 코믹한 표정으로 해맑게 웃고 있다.실어증은 뇌졸중, 두부 손상, 느리게 진행되는 뇌종양 또는 퇴행성 질환을 포함해 여러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데, 브루스 윌리스의 가족은 그의 실어증 원인을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다. 그는 지난해 코로나19가 미국에서 기승을 부리던 시기 로스앤젤레스(LA)의 한 약국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고 나타나 입장을 거부당해 여론의 질타를 받고 공식 사과하기도 했다. 브루스 윌리스는 1970년대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연기 생활을 시작했고, 1980년대 TV 드라마 ‘블루문 특급’(원제 ‘문라이팅’)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가장 첫 출세작은 존 맥티어넌 감독의 ‘다이하드’(1987)였다.브루스 윌리스는 초인적인 힘으로 적을 손쉽게 제압하던 당시의 여타 액션 캐릭터와 달리 온몸에 상처를 입는 등 ‘죽도록 고생한(die hard)’ 끝에 테러를 막아내는 형사 존 매클레인을 훌륭하게 연기해내며 열렬한 인기를 얻었다. 그는 액션 스타에 그치지 않고 ‘펄프 픽션’(1994), ‘식스 센스’(1999), ‘문라이즈 킹덤’(2012) 등에서 연기력과 작품성으로도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았다. 그는 스크린에서뿐만 아니라 TV에서도 크게 활약해 3번의 골든글로브 TV 부문과 2번의 에미상 후보에 올라 각각 트로피 1개씩을 거머쥐었다. 인기 시트콤 ‘프렌즈’ 특별출연으로 2000년 코미디 에미상에서 객원배우상을 수상했다. 최근에는 대형 제작사의 작품보다는 소규모 제작사의 액션 영화에 주로 출연했다. 브루스 윌리스가 비록 연기 생활에서 물러나지만 후반 작업 중인 미개봉 영화가 10편 가까이 남아 있어 당분간 그가 출연하는 작품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 케이팝 또… 스트레이 키즈, 빌보드 먹었다

    케이팝 또… 스트레이 키즈, 빌보드 먹었다

    ‘4세대 아이돌 그룹’ 스트레이 키즈가 미국 빌보드의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 정상에 오르며 케이팝의 역사를 빛냈다. 29일 빌보드에 따르면 스트레이 키즈의 미니음반(EP) ‘오디너리’는 4월 2일자 ‘빌보드 200’에서 1위를 차지했다. 케이팝 아티스트로는 방탄소년단(BTS), 슈퍼M에 이어 역대 세 번째다. 케이팝 앨범으로 따지면 BTS(5장), 슈퍼M(1장)에 이어 일곱 번째 기록이다. 또 비영어권 앨범으로는 역대 13번째 ‘빌보드 200’ 1위다. 지난 18일 발표한 ‘오디너리’엔 한국어로 녹음된 7곡이 수록됐고. 발매 직후 일주일 동안 84만 3000여장이 팔렸다.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는 “‘빌보드 200’ 1위 기록은 케이팝 단일 아티스트로는 두 번째”라면서 “‘차세대 케이팝 대표 주자’로서의 확고한 존재감과 입지를 다시금 증명했다”고 설명했다. 2018년 데뷔한 스트레이 키즈는 화려한 퍼포먼스와 뚜렷한 음악 색깔로 이름을 알렸다. 멤버들이 직접 작사, 작곡은 물론 프로듀싱에 참여하는 ‘자체 프로듀싱 그룹’으로 BTS의 뒤를 이을 선두주자로 꼽혀 왔다. ‘마라맛’이라 불릴 정도로 기존 케이팝 그룹보다 강렬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차별화를 강조했으며 직접 음악을 만드는 만큼 안무 소화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들은 지난해 엠넷의 경연 프로그램 ‘킹덤: 레전더리 워‘에서 우승하며 국내외에서 상승세를 탔다. 이후 발표한 정규 2집 ‘노이지’는 가온차트 집계 누적 출고량이 약 130만장에 달하며 데뷔 3년 만에 밀리언셀러 기록을 세웠다. 타이틀곡 ‘소리꾼’은 지상파 음악 방송에서 정상에 올랐다.  스트레이 키즈는 빌보드의 ‘2018년 주목할 케이팝 아티스트 톱 5’에 선정된 것을 시작으로 2020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꼽은 ‘올해 최고의 노래 10’에 정규 1집 리패키지 앨범 타이틀곡 ‘백 도어’를 올리는 등 해외에서 먼저 주목받았다. ‘신(神)메뉴’, ‘백 도어’, ‘미로’, ‘마이 페이스’, ‘소리꾼’까지 다섯 곡의 뮤직비디오가 유튜브에서 억대 조회 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가요계에서는 JYP엔터테인먼트가 지난달 북미 최대 음악 레이블인 유니버설뮤직 그룹 산하 리퍼블릭 레코드와 손잡고 전략적 협업을 개시한 것도 미국 내 앨범 판매량 증가에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 세계에 미친, 세계가 미친 윤여정·정호연 매력

    세계에 미친, 세계가 미친 윤여정·정호연 매력

    영화 ‘미나리’와 드라마 ‘오징어 게임’으로 K콘텐츠 열풍을 이끈 배우 윤여정과 정호연 등이 세계 연예계에서 영향력 있는 여성에 선정됐다.2일(현지시간) 미국 연예전문 매체 버라이어티가 발표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영향력을 미친 여성’에 영화 ‘미나리’의 배우 윤여정과 ‘오징어 게임’ 배우 정호연·김주령, 제작사 싸이런픽쳐스의 김지연 대표가 이름을 올렸다. 방탄소년단 소속사 하이브의 신규 레이블 어도어 민희진 대표이사, 김민영 넷플릭스 아시아 태평양(인도 제외) 콘텐츠 총괄 VP 등도 명단에 포함됐다. 버라이어티는 윤여정에 대해 “40년 넘게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여 주고 있지만, 미국은 윤여정이 영화 ‘미나리’로 할리우드 데뷔를 한 2021년에서야 주목했다”면서 “그가 연기한 순자는 관객들이 거부할 수 없는 매력적인 인물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윤여정이 지난해 오스카, 미국 배우조합상(SAG), 영국 아카데미상 등을 수상했다면서 “‘미나리’는 윤여정에게 새로운 출발이 될 것이라는 것을 증명했다”고 설명했다. 윤여정은 넷플릭스 영화 ‘파워 오브 도그’ 감독 제인 캠피언, 영화 ‘패싱’의 주연을 맡은 영국 배우 루스 네가와 함께 관련 기사 사진을 장식하기도 했다. 또한 버라이어티는 정호연과 김주령, 김지연 대표를 ‘오징어 게임의 여자들’로 소개하며 “‘오징어 게임’과 그 배우들의 엄청난 성공은 아무리 과장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평가했다. 정호연에 대해서는 2300만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어를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 미국 배우조합상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모델 출신 배우라고 전했고, 김주령에 대해서는 “노련한 배우”라고 소개했다. 민희진 대표에 대해서는 “케이팝 브랜딩·디자인 혁신가”라고 평가하고 올해 새로운 걸그룹을 출범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공개된 명단은 오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한 것으로, 지난해에는 그룹 블랙핑크와 드라마 ‘킹덤’의 김은희 작가가 선정된 바 있다. 김민영 총괄 VP는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이름을 올렸다.
  • [속보] 윤여정·정호연·김주령, ‘세계 연예계 영향력 있는 여성’ 선정

    [속보] 윤여정·정호연·김주령, ‘세계 연예계 영향력 있는 여성’ 선정

    ‘미나리’ 윤여정에 “거부 못 할 매력적 인물”정호연에 “팔로워 2300만명 모델 출신 배우”‘오징어 게임’ 미녀 역 김주령에 “노련한 배우”김지연·민희진 대표, 김민영 VP도 이름 올려 영화 ‘미나리’와 드라마 ‘오징어 게임’으로 한류 콘텐츠 열풍을 일으킨 배우 윤여정과 정호연, 김주령 등이 세계 연예계에서 영향력 있는 여성으로 꼽혔다. 지난해 오스카와 영국 아카데미상 등 유력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휩쓴 윤여정에 대해서는 “거부할 수 없는 매력적인 인물”이라고 호평했다. 정호연은 최근 미국 배우조합상 여우주연상을 받은 모델 출신으로, 김주령에 대해서는 “노련한 배우”라며 ‘오징어 게임의 여자들’로 소개했다.  “윤여정, 40년 넘게 뛰어난 퍼포먼스‘미나리’가 새로운 출발 증명할 것” 2일(현지시간) 미국 연예전문 매체 버라이어티가 발표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영향력을 미친 여성’(Women That Have Made an Impact in Global Entertainment)에 영화 ‘미나리’의 배우 윤여정과 ‘오징어 게임’ 배우 정호연·김주령, 제작사 사이렌 픽처스의 김지연 대표가 이름을 올렸다.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하이브의 신규 레이블 어도어 민희진 대표이사, 김민영 넷플릭스 아시아 태평양 콘텐츠(인도 제외) 총괄 VP(Vice President) 등도 명단에 포함됐다. 윤여정은 넷플릭스 영화 ‘파워 오브 도그’ 감독 제인 캠피온, 영화 ‘패싱’의 주연을 맡은 영국 배우 루스 네가와 함께 관련 기사 사진을 장식하기도 했다.버라이어티는 윤여정에 대해 “40년 넘게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지만, 미국은 윤여정이 영화 ‘미나리’로 할리우드 데뷔를 한 2021년에서야 주목했다”면서 “그가 연기한 순자는 관객들이 거부할 수 없는 매력적인 인물이었다”고 평가했다. 윤여정이 지난해 오스카, 미국 배우조합상(SAG), 영국 아카데미상 등을 수상했다면서 “‘미나리’는 윤여정에게 새로운 출발이 될 것이라는 걸 증명했다”고 설명했다.정호연·김주령·김지연‘오징어 게임의 여자들’ “엄청난 성공” 버라이어티는 정호연과 김주령, 김지연 대표를 ‘오징어 게임의 여자들’로 소개하며 “‘오징어 게임’과 그 배우들의 엄청난 성공은 아무리 과장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평가했다. ‘새벽’ 역을 맡았던 정호연에 대해서는 2300만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 미국 배우조합상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모델 출신 배우라고 전했고, 오징어 게임에서 ‘미녀’ 역을 맡아 치열한 생존력을 보여주며 열연했던 김주령에 대해서는 “노련한 배우”라고 소개했다.민희진 대표를 두고는 “K팝 브랜딩·디자인 혁신가”라고 평가하고 올해 새로운 걸그룹을 출범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공개된 명단은 오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한 것으로, 지난해에는 그룹 블랙핑크와 드라마 ‘킹덤’의 김은희 작가가 선정됐었다. 김민영 총괄 VP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이름을 올렸다.
  • “OTT도 과도한 노동·불공정 계약… 제작비 표준 만들어 구조 바꿔야” [K드라마, 카메라 뒤 사람들<하>]

    “OTT도 과도한 노동·불공정 계약… 제작비 표준 만들어 구조 바꿔야” [K드라마, 카메라 뒤 사람들<하>]

    서울신문은 ‘K드라마, 카메라 뒤 사람들’ 시리즈를 통해 세계적으로 각광받으며 커져 가는 한국 드라마 산업에서 소외되고 있는 스태프들의 노동 현실을 고발했다. 주52시간근무제가 도입됐지만 많은 스태프가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고 있고, 불공정한 계약 관행 때문에 제대로 문제 제기를 할 수 없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카메라 뒤에 가려진 스태프의 노력이 있었기에 한국 드라마 산업이 발전할 수 있었던 만큼 이들의 근로 환경도 개선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지난달 21일 서울신문사 회의실에서 진행된 대담에는 진재연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사무국장,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 시장을 바꾸다’의 저자 유건식 KBS 공영미디어연구소 소장, SBS PD 출신인 이용해 yh&co 변호사가 참석했다.●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슈·표현에 인기 -한국 드라마가 세계적인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인가. 유건식 세계인이 공감할 만큼 감성 표현을 섬세하게 잘하는 것 같다. 다양한 장르를 소화할 수 있는 개방성 등도 인기 요인이라고 본다. 한국만큼 짧은 기간에 많은 드라마를 만들어 내는 곳이 없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숙련도가 높아져 잘 만들게 된 요인도 있다. 미국이 1년 걸려 12편을 만든다고 하면 한국은 3개월 정도면 끝난다. 그렇다고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용해 K드라마는 변칙적 장르에 굉장히 능숙하다. ‘킹덤’이나 ‘지금 우리 학교는’은 같은 좀비물이라도 사극 좀비물, 학교 좀비물로 조금씩 색다른 시도를 한 작품이다. 세계시장에서 볼 때 굉장한 가성비가 있다는 점도 주요하게 작용한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같은 플랫폼의 발전도 큰 몫을 했다고 본다. 진재연 불평등, 불공정 같은 우리 사회의 이슈나 현실 문제를 다룬 작품이 세계인의 공감을 이끌어 내고 있다. 하지만 K드라마의 흥행을 얘기할 때 그걸 현장에서 직접 구현해 낸 사람들, 즉 스태프에 대한 얘기는 쏙 빠지는 것 같아 아쉽다. 현장에서 조명, 그립(카메라에 사용되는 특수장비를 운영하는 팀), 음향, 편집, 미술, 소품 등 다양한 직종의 사람이 힘겨운 노동으로 드라마를 만드는 건데, 단순히 가성비라는 단어로 표현된다. ●노동환경 선진화까지 갈 길 멀어 -넷플릭스 등이 들어오면서 제작비가 늘었다는데, 정작 현장에선 근로 환경에 변화가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용해 아직 초기 단계라 그런 측면이 있을 수 있다. 외국에선 OTT가 제작사에 드라마를 맡길 때 스태프와 공정하게 제대로 계약이 맺어졌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있다. 플랫폼의 이미지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제대로 돼 있지 않으면 통제까진 아니어도 ‘이런 게 반영됐으면 좋겠다’고 조언하는 수준은 된다. 그리고 제작비를 어디에 썼는지 검수하는 과정도 까다롭다. 허투루 돈을 쓸 수 없다는 말이다. 한국에서도 오리지널 작품을 만들 땐 이런 부분을 확인했을 거다. 그게 모든 작품에 적용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는 있다. 향후 산업이 더 커지면 이런 긍정적 측면이 확산될 수 있을 거다. 그 과정에서 스태프들한테도 공정한 몫이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진재연 드라마 제작 편수가 늘어나 스태프로서는 제작 참여 기회가 많아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노동 환경이 전반적으로 선진화된 건 아니다. 현장 목소리를 들어 보면 기존의 제작 환경과 큰 차이가 없다는 의견이 많다. 해외 OTT 유입으로 현장이 달라졌다고 느끼는 분은 극소수다. 실제 넷플릭스 오리지널인 킹덤 시즌1과 시즌2 모두 스태프 사망 사고가 있었다. 뜻있는 사람들이 모여 구조나 제도를 만들어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 유건식 적정 근로시간을 체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몇 시에 와서 얼마나 일했고 언제 돌아가는지, 현장에서 그들의 노동력이 필요한 시간이 어느 정도인지 면밀하게 따져 운영해야 한다. 임금 측면에서 보면 지금처럼 배우나 작가, 연출이 큰 몫을 떼어 가고 남은 돈에서 스태프들 임금을 주는 구조에서는 불공정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제작비를 집행하는 데 있어 표준이 없기 때문인데 제작비 규모가 크지 않은 드라마라고 하더라도 이런 부분을 개선하지 않으면 드라마 산업의 선순환을 만들어 낼 수 없다. 중국의 경우 최근 배우 출연료가 전체 제작비의 40%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계획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도의적 책임 아닌 법적 책임 물어야 -드라마 제작 현장은 최종 책임자가 모호하다는 문제도 지적된다. 진재연 드라마 산업은 중층 하도급 구조로 이뤄져 있고 계약 관계가 굉장히 복잡하다.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정확히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방송사는 원청으로서 책임이 있다고 본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드라마 제작사를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지난해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고발하면서 KBS를 함께 고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조사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공영방송인 KBS가 자발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이미 고용노동부와 법원에서 드라마 스태프의 근로자성은 증명됐다. 1970년 전태일 열사처럼 방송 비정규직 노동자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이용해 그동안은 산업재해에 대해 방송사나 OTT가 도의적 책임을 졌지만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처법)이 시행되면서 법적인 책임도 지게 됐다. 중처법은 직접 고용하지 않더라도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한다면 기업에 안전보건 의무가 있다고 정했기 때문이다. 방송사나 OTT는 드라마 품질을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스태프를 직접 고용하지 않아도 드라마 제작 현장을 실질적으로 통제한다. 이제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원청이) 얼마나 안전 시스템에 투자했는지를 따지게 될 것이다. 따라서 중처법이 어느 정도 사고 예방에 긍정적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한다. 실제로 대형 제작사나 방송사들은 법률 자문을 하고 있다. ●지상파·글로벌 OTT 손잡을 수도 -향후 한국 드라마에 대해 전망한다면. 유건식 결국 미국처럼 방송사는 제작사가 잘 만든 드라마를 사서 편성만 하는 형태로 가지 않을까 싶다. 지상파 방송사는 넷플릭스처럼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할 수 없다. 당장은 방송사가 1년에 1~2편씩 블록버스터급 드라마를 만들어 채널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글로벌 OTT와 손을 잡을 것이다. 드라마의 해외 판권을 OTT에 팔더라도 광고가 따라붙지 않으면 방송사 입장에서는 사실상 적자다. 이용해 향후 10년간 OTT가 드라마 유통 플랫폼으로서 계속 성장할 거라고 본다. 지상파 방송사는 플랫폼으로서의 입장을 고수하지 않고, 콘텐츠 발굴에 주력하는 게 어떨까. 한편으론 K콘텐츠가 국내 OTT를 통해 전 세계로 뻗어 나가길 바란다. 국내 OTT는 재방송 채널이라고 인식돼 국내 투자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OTT 플랫폼이 나올 수 있다. 일례로 최근 티빙이 오리지널 콘텐츠로 가입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진재연 드라마 제작 현장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 영화 산업도 스태프 근로계약서 작성이나 주 52시간 근무가 불가능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영화는 오랜 시간 노사정 합의를 거쳐 표준근로계약이 정착됐고, 그걸 하면서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같은 수작이 나왔다. 최근 드라마는 사전 제작이 늘어 ‘생방 촬영’(드라마 방영 직전까지 촬영, 편집을 하게 될 정도로 쫓기는 상황)이 줄었다고 한다. 방송사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노동자와 함께 고민하면 좋겠다. 특별기획팀
  • [단독] “골절·만성통증 그냥 참아요” “촬영 없는 날 다치면 왜 일했냐 추궁”[K드라마, 카메라 뒤 사람들(중)]

    [단독] “골절·만성통증 그냥 참아요” “촬영 없는 날 다치면 왜 일했냐 추궁”[K드라마, 카메라 뒤 사람들(중)]

    미술을 전공한 사회초년생 김지나(이하 가명)씨는 지난해 대학 졸업과 동시에 한 드라마 제작 현장의 미술 스태프로 취업했다. 매일 오전 11시에 출근해 오후 11시까지 강행군이 이어졌다. 야간·연장 근로의 연속이었다. 촬영 일정에 맞춰 필요한 소품을 준비하고, 촬영장에서는 가벽 등의 설치를 담당했다.●무너진 가벽에 다리 깔려 분쇄골절 밤낮없는 ‘갈아넣기’식 노동이 계속되던 어느 날, 현수막을 걸던 중 가벽이 김씨를 덮쳤다. 미술감독은 사고 당시 현장에 없었다. 김씨가 일을 시작한 지 4개월째 되던 시점이다. 무너진 가벽에 다리가 깔린 그는 ‘대퇴골 분쇄 골절’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근로자가 아니라니 억장 무너져” 갓 졸업해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딸이 만신창이가 돼 돌아오자 김씨 어머니는 울며불며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보험 요양급여 신청서를 제출했다. 일을 하다 다쳤으니 당연히 승인을 받을 수 있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돌아온 건 ‘사용종속관계를 가진 근로자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긴 불승인 통보서였다. “제 딸은 용역계약이 뭔지도 모른 채 채용 공고만 보고 지원했어요. 미술감독이 내민 계약서에 서명한 뒤 급여를 받으며 누구보다 성실히 일했는데 근로자가 아니라니요. 억장이 무너집니다.” K드라마 제작 현장에는 언제나 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제대로 된 안전 설비 없이 높은 곳에 올라갔다가 맨몸으로 추락하거나, 천장 높이의 세트장이 무너져 깔리는 일도 발생한다. 수년째 반복되는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의 안전사고는 ‘내가 설마 다치겠어’ 하는 안전불감증에서 비롯된다. 더 근본적으로 따져 보면 드라마를 위해 모인 100여명의 현장 스태프가 안전하게 일하도록 교육하고 각종 조치를 해야 하는 제작사나 방송사의 책임이 크다.●미끄러짐·차량 충돌·추락순 경험 서울신문이 지난달 8일부터 일주일 동안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영화산업노조와 함께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205명 중 절반이 넘는 110명(53.7%)이 업무와 관련해 다치거나 질병을 겪었다고 답했다. 2명 중 1명꼴이다. 편집, 컴퓨터그래픽(CG) 등 후반 작업을 제외한 현장직 응답자만 보면 ‘부상·질병을 겪었다’는 응답은 65.1%(97명)로 뛰었다. 부상·질병을 경험한 110명 중 60.9%(67명)는 미끄러지거나 넘어진 적이 있었다. 39.1%(43명)는 신체 일부가 각종 기기나 차량에 부딪힌 경험이 있었다. 치명상을 입을 수 있는 낙하나 추락사고는 각각 14.5%와 12.7%로 뒤를 이었다. 이처럼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는데도 전체 응답자의 84.9%(174명)는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 산업안전에 관한 교육을 받은 적이 없었다. 산업안전 교육을 받은 비율이 가장 높은 직종인 그립팀(촬영 중 카메라의 모든 이동을 담당하는 팀)마저도 27.8%만이 가장 최근 참여한 드라마에서 산업안전 교육을 받았다. ●맨몸으로 추락한 직원에게 합의 종용 김씨처럼 골절상을 당해도 근로계약을 맺지 않는 드라마 업계의 관행 탓에 산재 승인을 받으려면 스스로 근로자성을 입증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기도 한다. 이 때문에 많은 사고가 은폐되고, 산재 통계에서 누락된다.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진상은 부산대 산업공학과 교수 등이 고용노동부 산업재해 통계자료를 분석한 결과 방송 제작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는 164건이었다. 이 중 드라마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는 14건에 그친다.인맥으로 일감을 구하는 업계 특성상 산재 신청은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스태프도 적지 않다. 일을 하다 생기는 목, 어깨, 허리 등의 만성적인 통증은 개인의 책임이라 보는 분위기도 한몫한다. 기술 스태프 최석훈씨는 “큰 부상이 아니고서는 치료비를 직접 부담하는 일이 많다”며 “프리랜서니까 아파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고가 터진 뒤에야 뒤늦게 근로계약을 체결해 산재 처리에 나서기도 한다. 영화·드라마 의상 스튜디오 소속이던 스태프 배지혜씨는 3년 전 한 세트장에서 배우의 옷매무새를 가다듬다 추락해 치아 대부분이 부러지는 큰 부상을 당했다. 당시 세트장의 높이가 워낙 높았고 어두웠던 탓에 발을 헛디딘 배씨의 얼굴 전면이 바닥을 향해 떨어졌다. 스튜디오는 배씨가 산재 신청을 할 수 있게 뒤늦게 근로계약을 맺었다. 더 큰 책임을 면하기 위한 조치였다. 배씨가 변호사를 선임하자 스튜디오는 “소송까지 가서 너한테 좋을 게 하나도 없다”며 제작사와의 합의를 종용했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법률위원장인 최은실 공인노무사는 “큰 인명 사고가 나면 사측에서는 뒤늦게 근로계약을 맺고 산재 처리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비용이 가장 적게 드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않아도 예술인으로 분류되는 이들에게 산재보험 가입의 길을 열어 준 ‘예술인 산재보험’에 가입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예술활동 증명을 해야 하는 등 가입 요건이 까다로워 경력이 짧으면 가입이 어렵다. 예술인복지재단과 더불어민주당 이수진(비례)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기준 연예·영화 분야 예술인 산재보험 누적 가입자는 978명에 그친다. 의무 가입인 예술인 고용보험의 올 1월 기준 가입자 수 4만 4421명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때로는 예술인 산재보험이 드라마 제작사가 책임을 회피하는 수단이 된다. 기술 스태프 강민규씨는 “제작사는 ‘예술인이면 보험이 되니 알아서 하라’고 얼버무리곤 한다”고 했다.●촬영장 밖 과로사도 구조적인 안전망이 허술한 상태에서 사고는 끊이지 않고 일어난다. 2019년 OCN드라마 ‘본 대로 말하라’ 촬영 현장에서는 차량 추격 장면을 찍다가 특수제작차량에 탑승한 스태프 8명이 맨몸으로 차에 치여 도로 위로 떨어지는 사고도 있었다. 이 중 1명은 척추가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다. 지난해 11월 KBS 드라마 ‘태종 이방원’에서 낙마 신을 찍은 말이 사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큰 공분이 일었는데, 해당 사건을 본 드라마 스태프들은 “말에 대한 방송사와 제작사의 태도는 ‘스태프’를 대하는 그것과 꼭 닮아 있다”고 입을 모았다. 2017년 tvN 드라마 ‘화유기’ 세트장에서 샹들리에를 설치하다가 추락하면서 하반신 마비로 더이상 현장에서 일을 할 수 없게 된 미술 스태프 이모씨는 그나마 산재 판정을 받았다. 촬영장 밖에서 ‘보이지 않는 근무’가 많은 연출·제작부나 미술·소품팀은 촬영이 없는 날 과로로 인한 교통사고나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숨져도 쉽게 산재로 인정받지 못한다. 연출 스태프 신지원씨는 “촬영이 없는 날 다치면 ‘언제 일하라고 했느냐. 일하다 다친 게 맞냐’며 추궁한다”며 “출입증 카드를 찍지 않다 보니 사무실에서 일한 시간은 증빙이 어려워 뇌출혈이 생겨도 촬영 때문이라고 증명하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앞서 2018년 초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 시즌1에서 현장 미술 스태프 고모씨가 뇌동맥류 파열로 사망했다. 2019년 킹덤 시즌2 제작 기간 중에도 미술 스태프 이모씨가 과로로 인한 졸음운전으로 숨져 이례적으로 산재 인정을 받았다. 두 사람 모두 드라마를 만든 제작사 에이스토리와 프리랜서 계약을 맺은 상태였다. 넷플릭스와 에이스토리가 각각 유족 측과 합의하면서 구체적인 사건 경위나 책임 소재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 특별기획팀
  • [단독]“골절·만성통증 그냥 참아요” “촬영 없는 날 다치면 왜 일했냐 추궁”[K드라마, 카메라 뒤 사람들(중)]

    [단독]“골절·만성통증 그냥 참아요” “촬영 없는 날 다치면 왜 일했냐 추궁”[K드라마, 카메라 뒤 사람들(중)]

    미술을 전공한 사회초년생 김지나(이하 가명)씨는 지난해 대학 졸업과 동시에 한 드라마 제작 현장의 미술 스태프로 취업했다. 매일 오전 11시에 출근해 오후 11시까지 강행군이 이어졌다. 야간·연장 근로의 연속이었다. 촬영 일정에 맞춰 필요한 소품을 준비하고, 촬영장에서는 가벽 등의 설치를 담당했다. ●무너진 가벽에 다리 깔려 분쇄골절 밤낮없는 ‘갈아넣기’식 노동이 계속되던 어느 날, 현수막을 걸던 중 가벽이 김씨를 덮쳤다. 미술감독은 사고 당시 현장에 없었다. 김씨가 일을 시작한 지 4개월째 되던 시점이다. 무너진 가벽에 다리가 깔린 그는 ‘대퇴골 분쇄 골절’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근로자가 아니라니 억장 무너져” 갓 졸업해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딸이 만신창이가 돼 돌아오자 김씨 어머니는 울며불며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보험 요양급여 신청서를 제출했다. 일을 하다 다쳤으니 당연히 승인을 받을 수 있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돌아온 건 ‘사용종속관계를 가진 근로자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긴 불승인 통보서였다. “제 딸은 용역계약이 뭔지도 모른 채 채용 공고만 보고 지원했어요. 미술감독이 내민 계약서에 서명한 뒤 급여를 받으며 누구보다 성실히 일했는데 근로자가 아니라니요. 억장이 무너집니다.”  K드라마 제작 현장에는 언제나 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제대로 된 안전 설비 없이 높은 곳에 올라갔다가 맨몸으로 추락하거나, 천장 높이의 세트장이 무너져 깔리는 일도 발생한다. 수년째 반복되는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의 안전사고는 ‘내가 설마 다치겠어’ 하는 안전불감증에서 비롯된다. 더 근본적으로 따져 보면 드라마를 위해 모인 100여명의 현장 스태프가 안전하게 일하도록 교육하고 각종 조치를 해야 하는 제작사나 방송사의 책임이 크다.●미끄러짐·차량 충돌·추락순 경험 서울신문이 지난달 8일부터 일주일 동안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영화산업노조와 함께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205명 중 절반이 넘는 110명(53.7%)이 업무와 관련해 다치거나 질병을 겪었다고 답했다. 2명 중 1명꼴이다. 편집, 컴퓨터그래픽(CG) 등 후반 작업을 제외한 현장직 응답자만 보면 ‘부상·질병을 겪었다’는 응답은 65.1%(97명)로 뛰었다. 부상·질병을 경험한 110명 중 60.9%(67명)는 미끄러지거나 넘어진 적이 있었다. 39.1%(43명)는 신체 일부가 각종 기기나 차량에 부딪힌 경험이 있었다. 치명상을 입을 수 있는 낙하나 추락사고는 각각 14.5%와 12.7%로 뒤를 이었다. 이처럼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는데도 전체 응답자의 84.9%(174명)는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 산업안전에 관한 교육을 받은 적이 없었다. 산업안전 교육을 받은 비율이 가장 높은 직종인 그립팀(촬영 중 카메라의 모든 이동을 담당하는 팀)마저도 27.8%만이 가장 최근 참여한 드라마에서 산업안전 교육을 받았다. ●맨몸으로 추락한 직원에게 합의 종용 김씨처럼 골절상을 당해도 근로계약을 맺지 않는 드라마 업계의 관행 탓에 산재 승인을 받으려면 스스로 근로자성을 입증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기도 한다. 이 때문에 많은 사고가 은폐되고, 산재 통계에서 누락된다.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진상은 부산대 산업공학과 교수 등이 고용노동부 산업재해 통계자료를 분석한 결과 방송 제작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는 164건이었다. 이 중 드라마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는 14건에 그친다. 인맥으로 일감을 구하는 업계 특성상 산재 신청은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스태프도 적지 않다. 일을 하다 생기는 목, 어깨, 허리 등의 만성적인 통증은 개인의 책임이라 보는 분위기도 한몫한다. 기술 스태프 최석훈씨는 “큰 부상이 아니고서는 치료비를 직접 부담하는 일이 많다”며 “프리랜서니까 아파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사고가 터진 뒤에야 뒤늦게 근로계약을 체결해 산재 처리에 나서기도 한다. 영화·드라마 의상 스튜디오 소속이던 스태프 배지혜씨는 3년 전 한 세트장에서 배우의 옷매무새를 가다듬다 추락해 치아 대부분이 부러지는 큰 부상을 당했다. 당시 세트장의 높이가 워낙 높았고 어두웠던 탓에 발을 헛디딘 배씨의 얼굴 전면이 바닥을 향해 떨어졌다. 스튜디오는 배씨가 산재 신청을 할 수 있게 뒤늦게 근로계약을 맺었다. 더 큰 책임을 면하기 위한 조치였다. 배씨가 변호사를 선임하자 스튜디오는 “소송까지 가서 너한테 좋을 게 하나도 없다”며 제작사와의 합의를 종용했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법률위원장인 최은실 공인노무사는 “큰 인명 사고가 나면 사측에서는 뒤늦게 근로계약을 맺고 산재 처리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비용이 가장 적게 드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물론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않아도 예술인으로 분류되는 이들에게 산재보험 가입의 길을 열어 준 ‘예술인 산재보험’에 가입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예술활동 증명을 해야 하는 등 가입 요건이 까다로워 경력이 짧으면 가입이 어렵다. 예술인복지재단과 더불어민주당 이수진(비례)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기준 연예·영화 분야 예술인 산재보험 누적 가입자는 978명에 그친다. 의무 가입인 예술인 고용보험의 올 1월 기준 가입자 수 4만 4421명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때로는 예술인 산재보험이 드라마 제작사가 책임을 회피하는 수단이 된다. 기술 스태프 강민규씨는 “제작사는 ‘예술인이면 보험이 되니 알아서 하라’고 얼버무리곤 한다”고 했다. ●촬영장 밖 과로사도 구조적인 안전망이 허술한 상태에서 사고는 끊이지 않고 일어난다. 2019년 OCN드라마 ‘본 대로 말하라’ 촬영 현장에서는 차량 추격 장면을 찍다가 특수제작차량에 탑승한 스태프 8명이 맨몸으로 차에 치여 도로 위로 떨어지는 사고도 있었다. 이 중 1명은 척추가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다. 지난해 11월 KBS 드라마 ‘태종 이방원’에서 낙마 신을 찍은 말이 사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큰 공분이 일었는데, 해당 사건을 본 드라마 스태프들은 “말에 대한 방송사와 제작사의 태도는 ‘스태프’를 대하는 그것과 꼭 닮아 있다”고 입을 모았다. 2017년 tvN 드라마 ‘화유기’ 세트장에서 샹들리에를 설치하다가 추락하면서 하반신 마비로 더이상 현장에서 일을 할 수 없게 된 미술 스태프 이모씨는 그나마 산재 판정을 받았다. 촬영장 밖에서 ‘보이지 않는 근무’가 많은 연출·제작부나 미술·소품팀은 촬영이 없는 날 과로로 인한 교통사고나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숨져도 쉽게 산재로 인정받지 못한다. 연출 스태프 신지원씨는 “촬영이 없는 날 다치면 ‘언제 일하라고 했느냐. 일하다 다친 게 맞냐’며 추궁한다”며 “출입증 카드를 찍지 않다 보니 사무실에서 일한 시간은 증빙이 어려워 뇌출혈이 생겨도 촬영 때문이라고 증명하지 못한다”고 토로했다.앞서 2018년 초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 시즌1에서 현장 미술 스태프 고모씨가 뇌동맥류 파열로 사망했다. 2019년 킹덤 시즌2 제작 기간 중에도 미술 스태프 이모씨가 과로로 인한 졸음운전으로 숨져 이례적으로 산재 인정을 받았다. 두 사람 모두 드라마를 만든 제작사 에이스토리와 프리랜서 계약을 맺은 상태였다. 넷플릭스와 에이스토리가 각각 유족 측과 합의하면서 구체적인 사건 경위나 책임 소재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 특별기획팀
  • [단독] “세트 무너져 다쳐도 산재인정 꿈도 못꿔”[K드라마, 카메라 뒤 사람들(중)]

    [단독] “세트 무너져 다쳐도 산재인정 꿈도 못꿔”[K드라마, 카메라 뒤 사람들(중)]

    미술을 전공한 사회초년생 김지나(이하 가명)씨는 지난해 대학 졸업과 동시에 한 드라마 제작 현장의 미술 스태프로 취업했다. 매일 오전 11시에 출근해 오후 11시까지 강행군이 이어졌다. 야간·연장 근로의 연속이었다. 촬영 일정에 맞춰 필요한 소품을 준비하고, 촬영장에서는 가벽 등의 설치를 담당했다.●무너진 가벽에 다리 깔려 분쇄골절 밤낮없는 ‘갈아넣기’식 노동이 계속되던 어느 날, 현수막을 걸던 중 가벽이 김씨를 덮쳤다. 미술감독은 사고 당시 현장에 없었다. 김씨가 일을 시작한 지 4개월째 되던 시점이다. 무너진 가벽에 다리가 깔린 그는 ‘대퇴골 분쇄 골절’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근로자가 아니라니 억장 무너져” 갓 졸업해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딸이 만신창이가 돼 돌아오자 김씨 어머니는 울며불며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보험 요양급여 신청서를 제출했다. 일을 하다 다쳤으니 당연히 승인을 받을 수 있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돌아온 건 ‘사용종속관계를 가진 근로자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긴 불승인 통보서였다. “제 딸은 용역계약이 뭔지도 모른 채 채용 공고만 보고 지원했어요. 미술감독이 내민 계약서에 서명한 뒤 급여를 받으며 누구보다 성실히 일했는데 근로자가 아니라니요. 억장이 무너집니다.” K드라마 제작 현장에는 언제나 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제대로 된 안전 설비 없이 높은 곳에 올라갔다가 맨몸으로 추락하거나, 천장 높이의 세트장이 무너져 깔리는 일도 발생한다. 수년째 반복되는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의 안전사고는 ‘내가 설마 다치겠어’ 하는 안전불감증에서 비롯된다. 더 근본적으로 따져 보면 드라마를 위해 모인 100여명의 현장 스태프가 안전하게 일하도록 교육하고 각종 조치를 해야 하는 제작사나 방송사의 책임이 크다.●미끄러짐·차량 충돌·추락순 경험 서울신문이 지난달 8일부터 일주일 동안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영화산업노조와 함께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205명 중 절반이 넘는 110명(53.7%)이 업무와 관련해 다치거나 질병을 겪었다고 답했다. 2명 중 1명꼴이다. 편집, 컴퓨터그래픽(CG) 등 후반 작업을 제외한 현장직 응답자만 보면 ‘부상·질병을 겪었다’는 응답은 65.1%(97명)로 뛰었다. 부상·질병을 경험한 110명 중 60.9%(67명)는 미끄러지거나 넘어진 적이 있었다. 39.1%(43명)는 신체 일부가 각종 기기나 차량에 부딪힌 경험이 있었다. 치명상을 입을 수 있는 낙하나 추락사고는 각각 14.5%와 12.7%로 뒤를 이었다. 이처럼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는데도 전체 응답자의 84.9%(174명)는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 산업안전에 관한 교육을 받은 적이 없었다. 산업안전 교육을 받은 비율이 가장 높은 직종인 그립팀(촬영 중 카메라의 모든 이동을 담당하는 팀)마저도 27.8%만이 가장 최근 참여한 드라마에서 산업안전 교육을 받았다. ●맨몸으로 추락한 직원에게 합의 종용 김씨처럼 골절상을 당해도 근로계약을 맺지 않는 드라마 업계의 관행 탓에 산재 승인을 받으려면 스스로 근로자성을 입증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기도 한다. 이 때문에 많은 사고가 은폐되고, 산재 통계에서 누락된다.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진상은 부산대 산업공학과 교수 등이 고용노동부 산업재해 통계자료를 분석한 결과 방송 제작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는 164건이었다. 이 중 드라마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는 14건에 그친다.인맥으로 일감을 구하는 업계 특성상 산재 신청은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스태프도 적지 않다. 일을 하다 생기는 목, 어깨, 허리 등의 만성적인 통증은 개인의 책임이라 보는 분위기도 한몫한다. 기술 스태프 최석훈씨는 “큰 부상이 아니고서는 치료비를 직접 부담하는 일이 많다”며 “프리랜서니까 아파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고가 터진 뒤에야 뒤늦게 근로계약을 체결해 산재 처리에 나서기도 한다. 영화·드라마 의상 스튜디오 소속이던 스태프 배지혜씨는 3년 전 한 세트장에서 배우의 옷매무새를 가다듬다 추락해 치아 대부분이 부러지는 큰 부상을 당했다. 당시 세트장의 높이가 워낙 높았고 어두웠던 탓에 발을 헛디딘 배씨의 얼굴 전면이 바닥을 향해 떨어졌다. 스튜디오는 배씨가 산재 신청을 할 수 있게 뒤늦게 근로계약을 맺었다. 더 큰 책임을 면하기 위한 조치였다. 배씨가 변호사를 선임하자 스튜디오는 “소송까지 가서 너한테 좋을 게 하나도 없다”며 제작사와의 합의를 종용했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법률위원장인 최은실 공인노무사는 “큰 인명 사고가 나면 사측에서는 뒤늦게 근로계약을 맺고 산재 처리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비용이 가장 적게 드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않아도 예술인으로 분류되는 이들에게 산재보험 가입의 길을 열어 준 ‘예술인 산재보험’에 가입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예술활동 증명을 해야 하는 등 가입 요건이 까다로워 경력이 짧으면 가입이 어렵다. 예술인복지재단과 더불어민주당 이수진(비례)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기준 연예·영화 분야 예술인 산재보험 누적 가입자는 978명에 그친다. 의무 가입인 예술인 고용보험의 올 1월 기준 가입자 수 4만 4421명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때로는 예술인 산재보험이 드라마 제작사가 책임을 회피하는 수단이 된다. 기술 스태프 강민규씨는 “제작사는 ‘예술인이면 보험이 되니 알아서 하라’고 얼버무리곤 한다”고 했다.●촬영장 밖 과로사도 구조적인 안전망이 허술한 상태에서 사고는 끊이지 않고 일어난다. 2019년 OCN드라마 ‘본 대로 말하라’ 촬영 현장에서는 차량 추격 장면을 찍다가 특수제작차량에 탑승한 스태프 8명이 맨몸으로 차에 치여 도로 위로 떨어지는 사고도 있었다. 이 중 1명은 척추가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다. 지난해 11월 KBS 드라마 ‘태종 이방원’에서 낙마 신을 찍은 말이 사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큰 공분이 일었는데, 해당 사건을 본 드라마 스태프들은 “말에 대한 방송사와 제작사의 태도는 ‘스태프’를 대하는 그것과 꼭 닮아 있다”고 입을 모았다. 2017년 tvN 드라마 ‘화유기’ 세트장에서 샹들리에를 설치하다가 추락하면서 하반신 마비로 더이상 현장에서 일을 할 수 없게 된 미술 스태프 이모씨는 그나마 산재 판정을 받았다. 촬영장 밖에서 ‘보이지 않는 근무’가 많은 연출·제작부나 미술·소품팀은 촬영이 없는 날 과로로 인한 교통사고나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숨져도 쉽게 산재로 인정받지 못한다. 연출 스태프 신지원씨는 “촬영이 없는 날 다치면 ‘언제 일하라고 했느냐. 일하다 다친 게 맞냐’며 추궁한다”며 “출입증 카드를 찍지 않다 보니 사무실에서 일한 시간은 증빙이 어려워 뇌출혈이 생겨도 촬영 때문이라고 증명하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앞서 2018년 초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 시즌1에서 현장 미술 스태프 고모씨가 뇌동맥류 파열로 사망했다. 2019년 킹덤 시즌2 제작 기간 중에도 미술 스태프 이모씨가 과로로 인한 졸음운전으로 숨져 이례적으로 산재 인정을 받았다. 두 사람 모두 드라마를 만든 제작사 에이스토리와 프리랜서 계약을 맺은 상태였다. 넷플릭스와 에이스토리가 각각 유족 측과 합의하면서 구체적인 사건 경위나 책임 소재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 특별기획팀
  • 세트장 무너져도 “산재 아냐”…카메라 뒤 스태프의 눈물

    세트장 무너져도 “산재 아냐”…카메라 뒤 스태프의 눈물

    미술을 전공한 사회초년생 김지나(이하 가명)씨는 지난해 대학 졸업과 동시에 한 드라마 제작 현장의 미술 스태프로 취업했다. 매일 오전 11시에 출근해 오후 11시까지 강행군이 이어졌다. 야간·연장 근로의 연속이었다. 촬영 일정에 맞춰 필요한 소품을 준비하고, 촬영장에서는 가벽 등 설치를 담당했다. 밤낮없는 ‘갈아넣기’식 노동이 계속되던 어느날, 현수막을 걸던 중 가벽이 김씨를 덮쳤다. 미술감독은 사고 당시 현장에 없었다. 지나씨가 일을 시작한 지 4개월째 되던 시점이다. 무너진 가벽에 다리가 깔린 그는 ‘대퇴골 분쇄 골절’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갓 졸업해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딸이 만신창이가 되어 돌아오자, 김씨 어머니는 울며불며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보험 요양급여 신청서를 제출했다. 일을 하다 다쳤으니 당연히 승인을 받을 수 있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돌아온 건 ‘사용종속관계를 가진 근로자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긴 불승인 통보서였다. “제 딸은 용역계약이 뭔지도 모른채 채용 공고만 보고 지원했어요. 미술감독이 내민 계약서에 서명한 뒤 급여를 받으며 누구보다 성실히 일했는데 근로자가 아니라니요. 억장이 무너집니다.” 스태프 2명 중 1명꼴 부상·질병 경험 K드라마 제작 현장에는 언제나 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제대로 된 안전 설비 없이 높은 곳에 올라갔다가 맨몸으로 추락하거나, 천장 높이의 세트장이 무너져 깔리는 일도 발생한다. 수년째 반복되는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의 안전사고는 ‘내가 설마 다치겠어’ 하는 안전불감증에서 비롯된다. 더 근본적으로 따져보면 드라마를 위해 모인 100여명의 현장 스태프가 안전하게 일하도록 교육하고 각종 조치를 해야하는 제작사나 방송사의 책임이 크다. 서울신문이 지난달 8일부터 일주일동안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영화산업노조와 함께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205명 중 절반을 넘는 110명(53.7%)이 업무와 관련해 다치거나 질병을 겪었다고 답했다. 2명 중 1명 꼴이다. 편집, 컴퓨터그래픽(CG) 등 후반 작업을 제외한 현장직 응답자만 보면 ‘부상·질병을 겪었다’는 응답은 65.1%(97명)로 뛰었다. 부상·질병을 경험한 응답자 110명 중 60.9%(67명)는 미끄러지거나 넘어진 적이 있었다. 39.1%(43명)는 신체 일부가 각종 기기나 차량에 부딪힌 경험이 있었다. 치명상을 입을 수 있는 낙하나 추락사고는 각각 14.5%와 12.7%로 뒤를 이었다. 이처럼 안전 사고가 끊이지 않는데도 전체 응답자의 84.9%(174명)는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 산업안전에 관한 교육을 받은 적이 없었다. 산업안전 교육을 받은 비율이 가장 높은 직종인 그립팀(촬영 중 카메라의 모든 이동을 담당하는 팀)마저도 27.8%만이 가장 최근 참여한 드라마에서 산업안전 교육을 받았다. 맨몸으로 추락한 직원에 “소송해봐야 좋을 것 없다” 합의 종용도지나씨처럼 골절상을 당해도 근로계약을 맺지 않는 드라마 업계의 관행 탓에 산재 승인을 받으려면 스스로 근로자성을 입증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기도 한다. 이 때문에 많은 사고가 은폐되고, 산재 통계에 누락된다.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진상은 부산대 산업공학과 교수 등이 고용노동부 산업재해 통계자료를 분석한 결과 방송 제작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는 164건이었다. 이 중 드라마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는 14건에 그친다. 인맥으로 일감을 구하는 업계 특성상 산재 신청을 엄두조차 못내는 스태프도 적지 않다. 일을 하다 생기는 목, 어깨, 허리 등의 만성적인 통증은 개인의 책임이라 보는 분위기도 한 몫 한다. 기술 스태프 최석훈씨는 “큰 부상이 아니고서는 치료비를 직접 부담하는 일이 많다”며 “프리랜서니까 아파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고가 터진 뒤에야 뒤늦게 근로계약을 체결해 산재 처리에 나서기도 한다. 영화·드라마 의상 스튜디오 소속이던 스태프 배지혜씨는 3년 전 한 세트장에서 배우의 옷 매무새를 가다듬다 추락해 치아 대부분이 부러지는 큰 부상을 당했다. 당시 세트장의 높이가 워낙 높았고 어두웠던 탓에 발을 헛딛은 배씨의 얼굴 전면이 바닥을 향해 떨어졌다. 스튜디오는 배씨가 산재 신청을 할 수 있게 뒤늦게 근로계약을 맺었다. 더 큰 책임을 면하기 위한 조치였다. 배씨가 변호사를 선임하자 스튜디오는 “소송까지 가서 너한테 좋을 게 하나도 없다”며 제작사와의 합의를 종용했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법률위원장인 최은실 공인노무사는 “큰 인명 사고가 나면 사측에서는 뒤늦게 근로계약을 맺고 산재 처리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비용이 가장 적게 드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않아도 예술인으로 분류되는 이들에게 산재보험 가입의 길을 열어준 ‘예술인 산재보험’에 가입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예술활동 증명을 해야 하는 등 가입 요건이 까다로워 경력이 짧으면 가입이 어렵다. 예술인복지재단과 더불어민주당 이수진(비례)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기준 연예·영화 분야 예술인 산재보험 누적 가입자는 978명에 그친다. 의무 가입인 예술인 고용보험의 올 1월 기준 가입자 수 4만 4421명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때로는 예술인 산재보험이 드라마 제작사가 책임을 회피하는 수단이 된다. 기술 스태프 강민규씨는 “제작사는 ‘예술인이면 보험이 되니 알아서 하라’고 얼버무리곤 한다”고 했다. 촬영장 밖 과로사도…K드라마 잔혹사구조적인 안전망이 허술한 상태에서 사고는 끊이지 않고 일어난다. 2019년 OCN드라마 ‘본대로 말하라’ 촬영 현장에서는 차량 추격 장면을 찍다가 특수제작차량에 탑승한 스태프 8명이 맨몸으로 차에 치여 도로 위로 떨어지는 사고도 있었다. 이중 1명은 척추가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다. 지난해 11월 KBS 드라마 ‘태종 이방원’에서 낙마 씬을 찍은 말이 사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큰 공분이 일었는데, 해당 사건을 본 드라마 스태프들은“말에 대한 방송사와 제작사의 태도는 ‘스태프’를 대하는 그것과 꼭 닮아 있다”고 입을 모았다. 2017년 tvN 드라마 ‘화유기’ 세트장에서 샹들리에를 설치하다가 추락하면서 하반신 마비로 더이상 현장에서 일을 할 수 없게 된 미술 스태프 이모씨는 그나마 산재 판정을 받았다. 촬영장 밖에서 ‘보이지 않는 근무’가 많은 연출·제작부나 미술·소품팀은 촬영이 없는 날 과로로 인한 교통 사고나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숨져도 쉽게 산재 인정을 받지 못한다. 연출 스태프 신지원씨는 “촬영이 없는 날 다치면 ‘언제 일하라고 했느냐. 일하다 다친 게 맞냐’며 추궁한다”며 “출입증 카드를 찍지 않다보니 사무실에서 일한 시간은 증빙이 어려워 뇌출혈이 생겨도 촬영 때문이라고 증명하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앞서 2018년 초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 시즌1에서 현장 미술 스태프 고모씨가 뇌동맥류 파열로 사망했다. 2019년 킹덤 시즌2 제작 기간 중에도 미술 스태프 이모씨가 과로로 인한 졸음운전으로 숨져 이례적으로 산재 인정을 받았다. 두 사람 모두 드라마를 만든 제작사 에이스토리와 프리랜서 계약을 맺은 상태였다. 넷플릭스와 에이스토리가 각각 유족 측과 합의하면서 구체적인 사건 경위나 책임 소재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 특별기획팀
  • ‘한국 속 세계’ 된 K드라마...카메라에 가려진 사람들

    ‘한국 속 세계’ 된 K드라마...카메라에 가려진 사람들

    4년차 드라마 의상 스태프 노도연(가명)씨의 하루는 길다. 촬영이 시작되기 전 이른 새벽 출근해 배우들에게 수십 수백벌의 옷을 입힌다. 촬영 중에도 모니터링을 하다 중간중간에 옷매무새를 가다듬는 것도 노씨의 몫이다. 카메라가 꺼진 뒤 뒷정리를 하다보면 1시간이 훌쩍 지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하루에 18시간 일하는 건 예사다. 수개월 전 일을 하다 다친 무릎은 시도 때도 없이 아프다. 드라마 제작사는 부상 당일 병원비만 내주고는 ‘모르쇠’다. 회사의 요구에 프리랜서 계약을 맺은 노씨에게 산재 신청은 딴 세상 얘기다. 통증 때문에 거동이 불편한 노씨가 2주간 재택 근무를 하자, 회사 대표는 “2주나 쉬게 해줬으니 쌩쌩하겠다”며 생색을 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인 ‘킹덤’ ‘오징어게임’ 등의 잇단 흥행으로 K드라마의 위상은 ‘한국 속 세계’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높아졌다. 업계에서는 올 한해 드라마 제작 편수가 역대 최대치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카메라 너머 현장은 여전히 척박한 일터다. 서울신문이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전국영화산업노조와 함께 지난 8일부터 일주일간 드라마 제작 스태프 205명을 상대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84.9%(174명)가 ‘장시간 노동’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들 중 드라마 제작사와 근로계약서를 체결한 비율은 30.2%에 불과했다. 편집 등 후반작업자를 제외한 현장 인력만 따져보면 근로계약서 체결 비율이 19.5%로 더 낮았다. 방송사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으로부터 외주를 받아 실제 드라마를 만드는 제작사는 현장 감독의 지시를 따라 일하는 스태프들에게 “근로자가 아니지 않느냐”고 말한다. 주 52시간제 근무와 4대 보험 가입은 이들에게 다른 세상 얘기다. 일을 하다 크게 다쳐도 산재 처리는 커녕 드라마 흥행에 누가 될까 ‘쉬쉬’ 하며 넘어가는 일이 다반사다. “우린 다칠 바에 죽는 게 낫다”는 자조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국내 제작사에게 외주를 맡기는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 등 OTT 오리지널 드라마의 제작 현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김기영 희망연대노조 지부장은 “해외 OTT에서 많은 제작비를 투자한다곤 하지만 그게 곧 스태프의 처우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신문은 3회에 걸쳐 화려함에 가려진 K드라마 제작 환경의 노동 실태를 조명하고, 대안을 모색한다. 특별기획팀
  • 바이러스의 시대, 저럴 수도 있겠네… 낯익은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바이러스의 시대, 저럴 수도 있겠네… 낯익은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양극화 비극 다룬 ‘오징어게임’ 사이비종교에 휘둘린 사회 ‘지옥’ 왕따·성폭력에 방치된 ‘지우학’ 암울한 세계관에 시청자 공감 로맨스·코미디보다 장벽 낮아 ‘스위트홈2’ ‘돼지왕’ 등 줄이어 지나치게 극단적 설정엔 피로감 사회문제에 무기력해질 우려도“전형적인 좀비 발생 서사이나 배경이 신선함을 준다.” 지난달 28일 190여개 국가에 동시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지우학)을 본 외신과 해외 관객들은 이 드라마의 무대가 고등학교인 것을 차별점으로 꼽는다. “도서관 책장, 복도와 강당 등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장면들이 특별함을 만든다”(영국 가디언)는 호평과 “왕따, 대학 입시, 사회 불평등, 10대 임신 등 아찔한 문제를 다루지만 일부는 피상적”(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이라는 비판 등 상반된 의견이 공존하지만 코로나19 같은 좀비 바이러스가 초래한 혼란과 한국적 요소를 결합한 데 공통적으로 주목한다. 최근 세계적으로 흥행한 ‘K콘텐츠’들은 ‘지우학’처럼 암울한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이 특징이다. 바이러스 같은 전방위적 위기나 빈부 격차 등 구조적 병폐 속에 인간성 말살을 드러내는 것이다. 영미권 작품 중에도 SF시리즈 ‘블랙미러’(2011~19),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이어즈 앤 이어즈’(2019) 등 비판적 메시지를 담은 인기작이 있지만 한국의 시공간과 휴먼 드라마 요소는 차별화 지점으로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작품이 좀비를 소재로 한 영화와 드라마다. 2019~21년 발표된 ‘킹덤’ 시리즈는 조선 후기 절대 빈곤층의 좀비화를 통해 정치의 무능을 비판했고, ‘지우학’도 학교폭력 문제를 잔인하게 묘사한 동시에 국가 시스템의 책임을 지적한다. 영화 ‘#살아있다’는 아파트에 갇힌 이들의 생존과 탈출을 통해 고립된 개인들을 그린다. 다른 작품도 비관적 분위기는 팽배하다. 지난해 글로벌 신드롬을 일으킨 ‘오징어 게임’은 양극화와 경쟁 사회에 대한 비유를, 미스터리물 ‘지옥’은 죽음을 앞둔 인간의 나약함과 이를 악용하는 사이비 종교 등 여러 집단을 등장시켰다. 영화 ‘사냥의 시간’도 근미래 한국에서 범죄를 계획하는 네 청년을 그린 스릴러다. 이 작품들이 국경을 넘어 인기를 얻은 바탕에는 좀비, 데스게임, 미스터리, 스릴러 등 팬층이 두터운 장르라는 점이 깔려 있다. 여기에 사회 비판과 나약한 인간 모습에 대한 섬세한 묘사를 더했다. 팬데믹으로 일상화된 공포를 살고 있는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은 이유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코로나19 상황 등과 맞물려 해외에서도 코드가 잘 맞았다”며 “해외 오락물은 글자 그대로 오락과 재미 위주로 만드는데 한국은 오락물이면서 사회적 묘사가 풍부해 신선하게 느끼고 작품성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잔인하고 암울한 세계 속에 휴먼 드라마 요소를 녹인 점도 한국 콘텐츠의 다른 ‘한 끗’이다. 가족, 친구 등 인간 관계가 중시되고 이 과정에서 가족애와 희생, 사랑이 빠지지 않는다. 흉측한 괴물이든 굶주린 좀비든 서사와 사연을 불어넣어 감정 이입 가능한 캐릭터가 탄생한다. ‘지우학’을 연출한 이재규 감독은 “한국 장르물의 강점은 감정이 더 깊다는 것”이라며 “시청자도 창작자도 깊은 정서를 가지고 내용과 인물을 만들다 보니 공감과 파급력도 크다”고 했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등장도 디스토피아 전성기에 영향을 미쳤다. 광범위한 구독자 유치를 위해 보편성과 지역색을 적절히 결합하는 전략을 활용하면서 고예산 장르물 제작으로 이어졌다. 장민지 경남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해외 플랫폼의 콘텐츠는 보편적이고 익숙한 포맷에 다양한 나라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옷을 입어야 한다”며 “따라서 관객에게 빠르게 소구할 수 있는 게임적 요소가 강한 장르, 긴장감과 흥분·카타르시스를 주는 작품이 많다”고 분석했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크리처나 좀비가 등장하는 작품은 로맨스 같은 밝은 장르보다 문화적 장벽이 낮아 세계 순위 최상위권에 포진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말했다. 제작을 노리는 시나리오 역시 기존 흥행작과 유사한 종류가 늘어나는 추세다. 국내 제작사 및 OTT 관계자들은 범죄물이나 누아르, 10대의 성이나 범죄 등 논쟁적 소재를 다룬 시나리오가 최근 1~2년 사이 더 많아졌다고 입을 모은다. 올해와 내년 공개되는 콘텐츠에도 ‘연상호 유니버스’의 작품 ‘괴이’와 ‘돼지의 왕’(이상 티빙)을 비롯해 ‘정이’, ‘스위트홈2’(이상 넷플릭스), ‘경성크리처’(미정)가 포함됐다. 오는 16일 디즈니+가 공개하는 ‘그리드’는 태양풍에서 인류를 구원한 뒤 사라진 미지의 존재가 살인마의 공범으로 나타난다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일각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흥행하는 한국식 디스토피아물의 그림자를 경계해야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일말의 희망도 없는 극단적 상황을 설정하고 서로 배신하거나 목숨을 빼앗는 전개가 반복되며 피로감을 호소하는 시청자도 적지 않다. 돈을 위해 성(性)을 무기로 이용하거나(‘오징어 게임’), 사적 복수와 테러를 저지르는 내용(‘지옥’)이 문제로 지적된 이유다. ‘지우학’도 학교폭력을 액션 영화처럼 묘사하고 여학생에 대한 성폭력 장면을 상세히 그려 논란이 됐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학교폭력, 이주민, 불평등 같은 문제를 드라마가 다루는 건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심각한 이슈라는 뜻이지만 주제 의식과 관계없이 선정적·자극적인 묘사가 이어지면 수용자는 금방 무감각해질 수 있다”며 “오락적 요소는 당장 인기는 끌 수 있지만 부메랑이 돼 진짜 사회문제에 무기력해지는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고 밝혔다.
  • ‘K디스토피아’ 희망 없는 세계를 까발렸다

    ‘K디스토피아’ 희망 없는 세계를 까발렸다

    집단 괴롭힘과 성범죄가 만연한 고등학교, 언제 지옥으로 떨어질지 모르는 운명, 빚에 허덕이는 벼랑 끝 인생. ‘지금 우리 학교는’, ‘지옥’, ‘오징어 게임’ 등 최근 한국 콘텐츠들이 그린 희망 없는 세계다. 폭력과 범죄가 난무하고 비관적인 서사로 가득하지만 세계인의 사랑은 뜨겁다. 이 같은 작품들의 인기에 ‘K디스토피아’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K디스토피아’는 드라마와 영화, 문학 등 다양한 장르에서 꾸준히 나오고 있다. 2019년 ‘킹덤’ 시리즈를 시작으로 2020년 ‘스위트홈’, 영화 ‘#살아있다’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자본주의 비판을 녹인 ‘오징어 게임’은 지난해 넷플릭스 역대 최다 시청시간을 갈아치웠고, ‘지옥’은 공개 하루 만에 온라인 콘텐츠 순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서 넷플릭스 TV시리즈 세계 1위에 올랐다. 열기는 지난달 말 공개 뒤 10일까지 12일 연속 세계 1위를 지킨 ‘지금 우리 학교는’으로 계속되고 있다. 디스토피아 작품들은 그동안 기술 문명의 부작용과 비극을 통해 현실을 비판해 왔다. 최근 한국산 디스토피아 콘텐츠는 불특정 다수의 공포와 사회 부조리를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이 점이 코로나19 시대를 통과하는 세계인의 공감을 얻었다. 장민지 경남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오징어 게임’ 등 최근 인기 콘텐츠들은 기존에 미국 등에서 만들어진 장르물에 한국적 요소를 더하고 있다”며 “좀비물은 팬데믹 상황을 반영하고, 인종차별·젠더·이주민 등 세계 어디든 존재하는 주제를 녹여 공감을 얻었다”고 분석했다. 문학계에서도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은 단연 화두다. 그 중심에 김초엽, 정세랑, 천선란 등과 같은 SF작가들이 있다. 우리 문단은 과거 SF 등과 같은 장르문학과 순수문학의 경계를 분명히 하는 기조가 있었지만, 2010년대 이후 그런 경계가 완전히 무너진 상태다. 최근에는 SF 소설을 쓰는 작가들이 점점 늘어나고 디스토피아를 주요 배경으로 삼는다. 혐오의 시대, 이들의 소설은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통해 지구 환경의 위기에 젠더, 소수자 이슈를 결합하고 폭로한다.
  • ‘K디스토피아’ 희망 없는 세계를 까발렸다

    ‘K디스토피아’ 희망 없는 세계를 까발렸다

    ‘지우학’ ‘지옥’ 넷플릭스 휩쓸어폭력범죄 비관적 서사로 인기팬데믹·부조리 녹여 공감 얻어문학계도 ‘디스토피아’가 화두집단 괴롭힘과 성범죄가 만연한 고등학교, 언제 지옥으로 떨어질지 모르는 운명, 빚에 허덕이는 벼랑 끝 인생. ‘지금 우리 학교는’, ‘지옥’, ‘오징어 게임’ 등 최근 한국 콘텐츠들이 그린 희망 없는 세계다. 폭력과 범죄가 난무하고 비관적인 서사로 가득하지만 세계인의 사랑은 뜨겁다. 이 같은 작품들의 인기에 ‘K디스토피아’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K디스토피아’는 드라마와 영화, 문학 등 다양한 장르에서 꾸준히 나오고 있다. 2019년 ‘킹덤’ 시리즈를 시작으로 2020년 ‘스위트홈’(사진), 영화 ‘#살아있다’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자본주의 비판을 녹인 ‘오징어 게임’은 지난해 넷플릭스 역대 최다 시청시간을 갈아치웠고, ‘지옥’은 공개 하루 만에 온라인 콘텐츠 순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서 넷플릭스 TV시리즈 세계 1위에 올랐다. 열기는 지난달 말 공개 뒤 10일까지 12일 연속 세계 1위를 지킨 ‘지금 우리 학교는’으로 계속되고 있다.디스토피아 작품들은 그동안 기술 문명의 부작용과 비극을 통해 현실을 비판해 왔다. 최근 한국산 디스토피아 콘텐츠는 불특정 다수의 공포와 사회 부조리를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이 점이 코로나19 시대를 통과하는 세계인의 공감을 얻었다. 장민지 경남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오징어 게임’ 등 최근 인기 콘텐츠들은 기존에 미국 등에서 만들어진 장르물에 한국적 요소를 더하고 있다”며 “좀비물은 팬데믹 상황을 반영하고, 인종차별·젠더·이주민 등 세계 어디든 존재하는 주제를 녹여 공감을 얻었다”고 분석했다. 문학계에서도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은 단연 화두다. 그 중심에 김초엽, 정세랑, 천선란 등과 같은 SF작가들이 있다. 우리 문단은 과거 SF 등과 같은 장르문학과 순수문학의 경계를 분명히 하는 기조가 있었지만, 2010년대 이후 그런 경계가 완전히 무너진 상태다. 최근에는 SF 소설을 쓰는 작가들이 점점 늘어나고 디스토피아를 주요 배경으로 삼는다. 혐오의 시대, 이들의 소설은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통해 지구 환경의 위기에 젠더, 소수자 이슈를 결합하고 폭로한다.
  • [하지현의 사피엔스와 마음] 뻣뻣해서 다행이야/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하지현의 사피엔스와 마음] 뻣뻣해서 다행이야/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피트니스에 등록하고 맛보기로 해 주는 피티를 받았다. 스트레칭 동작을 했는데, 나름 열심히 했지만 트레이너의 “회원님 이게 다예요?”라는 안타까운 목소리가 들렸다. 부끄러웠지만 어쩌나 현실인데. 내 관절은 무척 뻣뻣하고 이건 20대부터 차이가 없었다. 남들은 허리를 앞으로 굽히면 손목이 발등을 쑥 내려가지만 난 발등을 한 번 찍어 보는 게 소원이었다. 유연한 사람들이 언제나 부러웠다. 필라테스나 요가 선생은 신의 경지로 보인다. 언제나 부러움은 삐딱한 시선을 잉태한다. 내가 잘하는 리서치를 해 보았다. 인구의 20%는 관절의 유연성이 높은 과신전 유형으로 양팔을 뒤로 돌려 맞닿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1988년 스페인 연구진이 관절이 많이 유연한 사람들의 불안장애 비율이 높다는 걸 발견했다. 다른 연구에서도 공황장애가 10배 이상 많았다. 그 이유는 유연성에 있었다. 관절은 유연하게 원하는 동작을 하도록 돕지만 동시에 어느 선에서 멈춰서 구조를 유지하게 한다. 아주 유연하면 기대보다 더 꺾여 일반적 기대보다 더 넘어가고 물리적 멈춤 신호를 느끼지 못한다. 일관되지 않은 한계들은 내부 신호의 민감성을 높이고 외부의 스트레스에도 예민해져서 불안증상이 쉽게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한편 정상의 범위는 타인의 움직임을 보면서도 익힌다. ‘부산행’, ‘킹덤’, ‘지금 우리 학교는’ 모두 K좀비물이다. 좀비를 아무도 본 적 없지만 딱 보면 좀비인 걸 안다. 좀비의 시그니처는 관절의 괴상한 동작이다. 저렇게 꺾이면 아파서 데굴데굴 구르거나 죽어야 하는데 좀비는 살아 있는 듯 사람을 쫓는다. 언캐니한 순간이라 섬뜩해지는 것이다. 이렇게 어느 이상으로 관절이 예상 밖 범위로 움직이는 것은 보는 사람도 불안하게 만든다. 그런데 유연성은 몸의 움직임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유연함이란 상황에 따라 내 판단을 적절히 바꾸어 대응하는 것과 표현의 가변성에도 쓰인다. 일반적으로는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당연히 좋다. 그게 잘 안 되는 사람에 대해선 융통성이 떨어지고 고지식하다고 탓한다. 하지만 몸이 그렇듯 생각이나 표현의 유연성도 지나치면 문제가 된다. 요새 대선후보들의 공약이나 발언을 보면 무척 헷갈린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여기서 하는 말과 저기 가서 하는 말에 원칙이 없다. 저 진영에서 할 말이 아닌 것 같은 것도 쉽게 한다. 관절로 치면 여기서 멈춰야 할 것 같은데 그 한계를 넘어가 버린 셈이다. 좋게 보면 유연한 정치적 스탠스지만 보는 사람은 곤혹스럽고 불안을 느낀다. 당선을 위해선 뭐든 말하고 보는 포퓰리즘이란 말이 나온다. 정치란 유연함을 필요로 하지만 리더에겐 일관성과 원칙이 더 중요할 수 있다. 그래야 기대하고 예측하며 신뢰할 수 있다. 어느 후보건 지지를 하는 마음 뒤에 불안이 담겨 있는 이유는 여기서 온 것 같다. 오랫동안 뻣뻣하다는 평을 받던 후보의 지지가 반등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여기까지 생각이 오고 나니 한심하던 내 뻣뻣한 관절이 꽤 괜찮게 느껴졌다. 자기합리화의 끝판왕이다.
  • 익숙한 곳을 물었다, 인간애 놓지 않았다… 또, K좀비 세계 ‘덥석’

    익숙한 곳을 물었다, 인간애 놓지 않았다… 또, K좀비 세계 ‘덥석’

    속도감·액션 결합시킨 학원물 사회문제에도 날카로운 시각 절망 속에서도 인간적 믿음 강조 강한 폭력·선정적 장면 논란도 넷플릭스 오리지널 ‘지금 우리 학교는’(사진·이하 지우학)이 전 세계 54개국 정상에 오르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2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공개된 ‘지우학’은 하루 만에 넷플릭스 TV쇼 부문 전 세계 1위에 올라 나흘 연속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오징어 게임’(53일간 1위)과 ‘지옥’(11일간 1위)에 이어 넷플릭스 정상에 오른 세 번째 한국 드라마다. ‘지우학’은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한 고등학교에 고립된 학생들이 극한의 상황을 겪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전 세계에서 주목받은 ‘K좀비물’의 계보를 잇는다. K좀비물은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2016)을 시작으로 넷플릭스 ‘킹덤’ 시리즈(2019~2020), 영화 ‘#살아있다’와 ‘반도’(이상 2020) 등을 거치며 진화해 왔다. K좀비물은 일상적인 공간에서 벌어진 비극 속에서 생존하기 위한 인간의 사투를 극적으로 보여 준다. ‘부산행’의 KTX 객실이나 ‘#살아있다’의 아파트, ‘킹덤’의 조선시대 궁궐, ‘지우학’의 교내 여러 공간 등 제한적이고 익숙한 공간에서 펼쳐지는 좀비 이야기는 공포심을 배가시킨다. 팬데믹이라는 전 지구적 재난 상황은 좀비 바이러스 감염 공포와 그 속에서 피어난 휴머니즘에 대한 공감대를 끌어올렸다. 빠른 속도감과 화려한 액션은 K좀비물의 또 다른 특징이다.‘지우학’은 이 같은 인기 공식 위에 학원물을 결합해 신선함을 줬다. ‘한국형 좀비 그래픽 노블’이라고 극찬받은 주동근 작가의 원작 웹툰을 바탕으로 드라마 ‘다모’의 이재규 감독, 영화 ‘7급 공무원’과 드라마 ‘추노’의 천성일 작가 등 베테랑들이 뭉쳐 스릴감 넘치는 K좀비물을 완성했다. 영국 가디언은 “한국이 좀비 이야기를 전하는 데 세계 최고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우학’은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다루면서도 우정과 인간에 대한 믿음 등을 강조한다. 극한 상황에서 서로 의심하고 반목하는 학생들을 담임 교사는 “누군가를 죽음으로 내몰면 사는 게 아무것도 아닌 게 돼”, “우리 서로 믿는 방법을 배운다고 생각하자”며 다독인다. 학교 폭력과 성 범죄, 계층 문제, 기성세대의 무관심 등 사회문제에 대한 날카로운 시각도 놓치지 않는다. 이 감독은 “어떤 희망을 갖고 살아가야 하는지, ‘인간답다’, ‘어른답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가슴 먹먹하게 생각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반면 학원물임에도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을 만큼 수위가 높은 폭력적인 장면과 극 초반의 선정적인 장면은 도마에 올랐다. 반복되는 이야기 구조가 지루하다는 평도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지우학’은 생생한 좀비 연기와 공간적 배경을 활용한 액션으로 역동성과 몰입도를 높이는 K좀비의 계보를 잇는 작품”이라며 “해외에서는 교내 총기 난사 사건을 떠올리는 등 좀비 장르에 당면한 사회문제를 잘 녹인 게 인기 비결”이라고 평가했다.
  • ‘지금 우리 학교는’ 흥행 돌풍…‘K-좀비물’ 전세계 사로잡은 비결은?

    ‘지금 우리 학교는’ 흥행 돌풍…‘K-좀비물’ 전세계 사로잡은 비결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지금 우리 학교는’(이하 ‘지우학’)이 전 세계 54개국 정상에 오르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2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공개된 ‘지우학’은 하루 만에 넷플릭스 TV쇼 부문 전 세계 1위에 올라 나흘 연속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오징어 게임’(53일간 1위)과 ‘지옥’(11일간 1위)에 이어 넷플릭스 정상에 오른 세 번째 한국 드라마다. ‘지우학’은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한 고등학교에 고립된 학생들이 극한의 상황을 겪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전 세계에서 주목받은 ‘K좀비물’의 계보를 잇는다. K좀비물은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2016)을 시작으로 넷플릭스 ‘킹덤’ 시리즈(2019~2020), 영화 ‘#살아있다’와 ‘반도’(이상 2020) 등을 거치며 진화해 왔다. K좀비물은 일상적인 공간에서 벌어진 비극 속에서 생존하기 위한 인간의 사투를 극적으로 보여 준다. ‘부산행’의 KTX 객실이나 ‘#살아있다’의 아파트, ‘킹덤’의 조선시대 궁궐, ‘지우학’의 교내 여러 공간 등 제한적이고 익숙한 공간에서 펼쳐지는 좀비 이야기는 공포심을 배가시킨다. 팬데믹이라는 전 지구적 재난 상황은 좀비 바이러스 감염 공포와 그 속에서 피어난 휴머니즘에 대한 공감대를 끌어올렸다. 빠른 속도감과 화려한 액션은 K좀비물의 또 다른 특징이다. ‘지우학’은 이 같은 인기 공식 위에 학원물을 결합해 신선함을 줬다. ‘한국형 좀비 그래픽 노블’이라고 극찬받은 주동근 작가의 원작 웹툰을 바탕으로 드라마 ‘다모’의 이재규 감독, 영화 ‘7급 공무원’과 드라마 ‘추노’의 천성일 작가 등 베테랑들이 뭉쳐 스릴감 넘치는 K좀비물을 완성했다. 영국 가디언은 “한국이 좀비 이야기를 전하는 데 세계 최고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우학’은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다루면서도 우정과 인간에 대한 믿음 등을 강조한다. 극한 상황에서 서로 의심하고 반목하는 학생들을 담임 교사는 “누군가를 죽음으로 내몰면 사는 게 아무것도 아닌 게 돼”, “우리 서로 믿는 방법을 배운다고 생각하자”며 다독인다. 학교 폭력과 성 범죄, 계층 문제, 기성 세대의 무관심 등 사회문제에 대한 날카로운 시각도 놓치지 않는다. 이 감독은 “어떤 희망을 갖고 살아가야 하는지, ‘인간답다’, ‘어른답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가슴 먹먹하게 생각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반면 학원물임에도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을 만큼 수위가 높은 폭력적인 장면과 극 초반의 선정적인 장면은 도마에 올랐다. 반복되는 이야기 구조가 지루하다는 평도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지우학’은 생생한 좀비 연기와 공간적 배경을 활용한 액션으로 역동성과 몰입도를 높이는 K좀비의 계보를 잇는 작품”이라며 “해외에서는 교내 총기 난사 사건을 떠올리는 등 좀비 장르에 당면한 사회문제를 잘 녹인 게 인기 비결”이라고 평가했다.
  • 교복입은 K좀비 ‘지금 우리 학교는’, 장기 흥행 가능할까

    교복입은 K좀비 ‘지금 우리 학교는’, 장기 흥행 가능할까

     해외선 “호러·좀비 애호가 볼만” 호평 액션 박진감…학교 공간 활용 돋보여“지루하다”“사회문제 너무 많다” 혹평도넷플릭스의 올해 첫 한국 오리지널 ‘지금 우리 학교는’이 지난 28일 베일을 벗었다. 설 연휴 공개된 야심작인데다 고정팬을 가진 좀비물이라는 점에 힘입어 글로벌 1위로 출발했지만, 국내외 평가는 다소 엇갈린다. 30일 ‘지금 우리 학교는’은 공개 하루 만에 온라인 콘텐츠 순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이 집계한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순위 세계 1위에 올랐다. 미국 비평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도 ‘신선도 지수’ 100%를 기록하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12부작 드라마다. 효산시라는 한 도시의 고등학교에 갑작스럽게 좀비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살아남기 위해 분투하는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좀비 바이러스가 창궐한 뒤 학생들은 필사적으로 출구를 찾지만 학교는 좀비 소굴로 변했고, 외부의 구조는 닿지 않는다. 좀비로 변해버린 친구들과 사투를 벌이면서 결국 학생들은 스스로 위기를 탈출한다. 기본적으로 좀비물이지만 드라마는 집단 괴롭힘, 학교 폭력, 디지털 성폭력, 빈부 문제 등 여러 사회 이슈를 건드리며 각자 살아남아야 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녹인다. ‘킹덤’에서도 보여준 바 있는 한국 좀비 특유의 빠른 움직임과 변화가 공포감을 더한다. 도서관, 음악실, 체육관 등 학교의 다양한 공간을 활용한 점도 눈에 띈다. 미국 비평사이트 로튼토마토 등에서 “넷플릭스는 좀비 장르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호러와 좀비 애호가들이 몰아볼 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또 다른 미국 비평사이트 IMDb에서는 공개 48시간 만에 2000명 이상 평가에 참여했으며 평균 평점은 7.7점을 기록했다. 이는 ‘오징어 게임’(8점)보다는 낮지만 ‘지옥’(6.7점)과 ‘고요의 바다’(6.9점)보다 높은 수치다. 혹평도 있다. IMDb 관객평에는 “다른 좀비 영화와 같은 줄거리와 평범한 캐릭터”, “초반 2∼3회 이후 반복되는 이야기에 지루해진다”는 반응도 있다. 국내 네티즌들은 “학교폭력, 10대 성 문제 등 너무 많은 사회 문제가 등장한다”거나 “러브라인이 이질적”이라는 평을 내놓기도 했다. 폭력 장면도 수위가 높아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으로 분류됐다.
  • [시론] 포스트 ‘오겜’ 시대, K드라마가 갈 길은/유건식 KBS공영미디어연구소장

    [시론] 포스트 ‘오겜’ 시대, K드라마가 갈 길은/유건식 KBS공영미디어연구소장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에서 지난해 11월 공개한 ‘오징어 게임’은 단기간에 전무후무할 정도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넷플릭스 플랫폼 94개국 1위, 첫 출시 이후 28일간 넷플릭스 총가입자의 66%인 1억 4200만명 시청, 52일간 넷플릭스 TV 부문 세계 1위, 위키피디아 일일 페이지뷰 1위, 그리고 최근 골든글로브 TV 부문 남우조연상까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오징어 게임’의 성공을 보면 자연스럽게 ‘겨울연가’와 ‘대장금’이 떠오른다. 둘 모두 제작 당시에는 그렇게까지 성공할 것이라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2002년 KBS에서 방송한 ‘겨울연가’는 일본에서의 폭발적 인기를 시작으로 동남아시아에서 한류를 일으켰고, 이듬해 MBC에서 방송한 ‘대장금’은 중동까지 한류의 지평을 넓혔다. 2013년 SBS ‘별에서 온 그대’나 2016년 KBS ‘태양의 후예’도 전 세계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이렇듯 ‘오징어 게임’의 성공은 어느 날 갑자기 떨어진 것이 아니라 언덕 위에서 굴린 눈덩이처럼 K콘텐츠의 누적된 인기와 성과를 기반으로 가능했다. 영화로는 ‘올드보이’(2003)에서부터 ‘기생충’(2019)이 있었다. 음악으로는 싸이의 ‘강남스타일’(2012)과 방탄소년단(BTS)이 전 세계를 흔들었다. MBC에서 7년 가까이 방송 중인 예능 ‘복면가왕’은 전 세계 30여 개국에 포맷이 팔렸고, 2013년 KBS에서 방송한 드라마 ‘굿닥터’는 미국에서 리메이크돼 시즌 5가 방송 중이다. 물론 행동과학자인 리처드 세일러 시카고대 교수가 주장한 ‘넛지’처럼 넷플릭스가 K드라마 산업에 많은 영향을 끼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넛지는 사람들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부드럽게 유도하되 선택의 자유는 여전히 개인에게 열려 있는 상태를 말한다. 여기에서 ‘사람들’을 ‘한국 드라마 제작자’로 치환하면 넷플릭스는 K드라마에 ‘센 넛지’가 된다. 막대한 자본을 투자해 ‘미스터 션샤인’, ‘킹덤’, ‘스위트홈’ 같은 블록버스터가 제작될 수 있도록 했다. 또 ‘오징어 게임’처럼 기존 방송사에서는 다루기 힘든 콘텐츠도 세상에 나오게 하는 등 다양성도 넓혔다. 지난해 말 디즈니+와 애플TV+가 국내 진출한 데 이어 올해 HBO 맥스가 상륙을 준비하고 있다. 따라서 임인년 흑호해에 K드라마는 기호지세라 할 수 있다. 호랑이 등에 올라탔으니 잘하면 더욱 성장할 수 있고, 잘못하면 떨어져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K드라마가 앞으로 더욱 성장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첫째, 일본과 중국 시장에서의 성공에 이어 넷플릭스 등 OTT의 붐업으로 과도하게 상승한 제작비가 관리돼야 한다. 현재 국내 방송사에서 방송하고 있는 대부분의 드라마는 방송사가 제작비를 지급하고 있으나 광고나 국내외 판매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고 적자를 보고 있다. 이러한 상태로는 드라마 제작의 선순환이 이루어지길 기대하기 힘들다. 물론 글로벌 OTT와의 적정한 협력은 필요하다. 기존의 콘텐츠 유통 시스템으로는 현재 제작비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둘째, K드라마가 글로벌에서 인정받는 만큼 제작 시스템도 보완해야 한다. 여기에는 투명한 제작 관리, 고화질과 고음질의 영상 제작, 더빙과 자막 확대, 감독의 저작권 확보 등이 해당된다. 셋째, 글로벌 OTT가 국내 창작자가 개발한 지적재산(IP)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것에 저항해야 한다. IP 없이는 콘텐츠의 확장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넷째, 한국 고유의 정서를 담아내는 콘텐츠에 집중해야 한다. 해외에서는 폭력성 때문에 어린이에게 ‘오징어 게임’을 보지 못하게 안내하고 있다고 한다. K콘텐츠만의 특성을 담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의 성공에 취해서는 안 된다. K드라마의 미래를 위해 정부와 드라마 관련 업계가 모여 이러한 내용을 논의하고 대책을 수립하는 일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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