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라운지] 헐크 이만수의 고객감동 서비스
“내 한 몸 망가져 한국야구가 살아난다면….”
프로야구 SK의 수석코치인 ‘헐크’ 이만수(49)는 현역 시절 못지않게 몸을 던지는 투혼(?)과 쇼맨십으로 화제를 뿌린다. 요즘은 ‘팬티 소동’을 일으켰다. 지난달 29일 문학에서 훈련 중 선수들 앞에서 “10경기 안에 문학구장이 만원이 되면 팬티만 입고 그라운드를 돌겠다.”고 선언했다.“팀이 1위인데도 수천명의 팬만 찾는 것은 너희들이 야구를 잘못했기 때문”이라며 호통치다 나온 농담성 발언이었다. 그러나 언론에 소개되면서 큰 반향을 얻었다. 팬티 선물을 건네는 팬들이 있는가 하면 구단 홈페이지에 ‘이만수 속옷 보러가기’운동이 벌어지는 등 문학을 찾는 팬들이 늘고 있다.
●문학구장 만원이면 야한 속옷 입고 뛰겠다
데드라인인 26일 KIA전에는 3만명 정원이 찰 것으로 예상된다.24일 현재 1만 7000장의 표가 예매됐다.
그는 “이왕 이렇게 된 것, 팬이 직접 만들어 보내준 야한 팬티를 입고 뛸 생각”이라고 털어놨다. 꾸준히 코치생활하면서 관리해온 몸매(?)에 자신있다고. 지난달 29일 LG전에 앞서 펼쳐진 공연에서는 긴 가발을 쓰고 춤을 추며 흥까지 돋웠다.
이런 소동에 가족들은 충격을 받았다. 그는 “내가 그런다고 이만수가 똥만수가 되느냐.”라며 간신히 설득했다고 한다. 반신반의하던 가족들은 10년 만에 찾은 22일 대구구장에서 아버지의 행동을 이해했다. 이 코치가 오페라 프리마돈나처럼 팬들에게 장미 세례를 받은 것. 큰아들 하종(24)씨는 눈물까지 흘렸다. 프로에서 팬의 중요성을 깨달은 순간이다.
그는 “야구가 미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로 자리잡은 것은 선수와 팬, 구단, 언론 네 박자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메이저리거들은 팬들에게 웃으며 다가가 함께 사진찍고 사인을 해주는 팬서비스에 최선을 다한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한국 야구의 가장 큰 차이점이 ‘프로의식 부족’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팬들에게 손 흔들고 다정하게 굴면 혼나는 시절이 있었으니까….”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이만수 코치의 기행과 SK가 내놓은 ‘스포테인먼트(스포츠+엔터테인먼트)’ 전략이 맞아떨어지며 문학은 이날 현재 지난해보다 25% 늘어난 17만 3046명이 찾았다. 팀이 1위를 달리는 점도 있지만 ‘이만수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내 꿈은 우리팀 우승과 한국야구 중흥
이만수는 야구가 낳은 최고의 스타 가운데 하나. 프로가 시작된 1982년부터 97년까지 삼성에서만 뛰며 통산 1449경기에 나와 타율 .296,252홈런,861타점을 기록했다.1984년에는 최초의 타격 3관왕을 이뤘고, 공격형 포수의 대명사였다.
그러나 삼성과 마찰을 빚으면서 은퇴식도 제대로 치르지 못하고 98년 미국으로 연수를 떠났다. 말도 안 통하고, 음식도 안 맞는데다 ‘이만수가 누구냐.’는 냉대 속에 눈물 젖은 빵을 씹으면서 ‘인간 이만수’로 다시 태어났다. 그는 “한국에선 최고였기 때문에 경기가 안 풀리면 가족에게 짜증내고 막 대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화합하는 데 3년이 걸렸다.”고 회상했다. 낮은 곳에 있으면서 내 자신을 다시 돌아봤다. 나이 40줄에 새로 생긴 취미가 ‘가족여행’이다.
‘인간 이만수’는 2000년 한국인 최초로 미프로야구 불펜코치를 맡아 2005년 월드시리즈 우승에 큰 역할을 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한국에 돌아오기 전까지 코치를 맡았다.
한국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지 6개월. 이만수는 ‘헐크’처럼 변신했다. 현역 15년 동안 삼성의 푸른 유니폼만 입어 “내 몸에 푸른 피가 흐른다.”고 했지만 지금은 SK의 상징색인 붉은 피로 바꿨다. 그는 “김성근 감독과 함께 한 번도 한국시리즈 정상에 서지 못한 팀을 우승시키는 게 가장 큰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준비된 차세대 지도자다. 생김새와는 달리 대구상고 1학년 때부터 경기 기록을 꼬박꼬박 써오며 문제점을 분석했다. 올시즌 경기 기록도 벌써 A4용지 260쪽이 넘는다. 팬들은 스타 코치 이만수의 행보에 또다른 즐거움을 맛보고 있다.
글 사진 대구 김영중기자 jeunesse@seoul.co.kr
■ 프로필
▲출생 1958년 9월9일 대구생
▲학력 대구중-대구상고-한양대
▲취미 가족여행, 일기쓰기
▲가족 아내 이신화(49)씨와 두 아들
▲경력 국가대표(1978∼81년) 프로야구 삼성(82∼97년) 미프로야구 클리블랜드(마이너리그 싱글A팀) 코치연수(98년) 시카고 화이트삭스 첫 한국인 불펜코치(2000∼06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