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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케밥, 베를리너들의 솔푸드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케밥, 베를리너들의 솔푸드

    숨이 턱턱 막히는 교통체증과 하염없이 솟구치는 부동산 물가에도 불구하고 대도시에 살아 좋은 것 중 하나는 문화생활을 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점이다. 여기엔 식문화의 다양성도 포함된다. 과거에는 양식, 중식, 일식이라는 단순한 범주로 음식이 구분됐다면, 이제는 세계 각국 각 지역의 다양한 요리들을 도심에서 즐길 수 있다. 언제든 필리핀, 하와이, 아프리카, 중동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당신이 마음만 먹는다면. 대도시의 식문화는 대개 국경을 초월한다. 심지어 타국 음식이 그 도시의 아이콘이 되기도 한다. 런던 카레, 시카고 피자, 뉴욕 타코처럼. 오늘 이야기할 주인공은 독일 베를린 케밥이다. 케밥은 터키를 비롯한 이슬람 문화권에서 고기를 이용한 음식을 일컫는다. 밀가루로 반죽한 음식을 통칭하는 이탈리아의 파스타와 유사하다고 할까. 긴 면으로 된 스파게티, 옹심이 같은 뇨키, 만두 같은 라비올리를 파스타라고 하는 것처럼 케밥도 조리 방식이나 담아내는 형태에 따라 종류가 무궁무진하다. 꼬치에 끼워 구운 시시 케밥, 첩첩이 쌓아 구운 후 얇게 썰어 먹는 되네르 케밥 등이다. 베를린을 대표하는 케밥은 엄밀히 따지면 되네르 케밥의 일종이다. 되네르란 터키어로 회전한다는 뜻이다. 긴 꼬챙이에 각종 향신료를 넣고 재운 고기를 꿰어 층층이 쌓은 다음 천천히 돌려가며 굽는다. 겉을 바삭하게 익힌 고기를 최대한 얇게 썰어 양배추, 양파, 상추, 토마토 등 신선한 채소와 서너 가지 소스를 곁들여 빵에 끼워 내면 베를린 스타일 되네르 케밥이 완성된다. 터키와 다른 점이라면 채소가 샐러드에 가깝게 다양하고, 소스 종류가 많으며 얇고 평평한 빵 대신 독일식 빵을 쓴다는 정도.되네르 케밥은 어째서 베를리너들이 가장 사랑하는 음식이 됐을까. 독일과 터키 양국 간의 관계에 그 실마리가 있다. 독일은 터키를 제외하고 터키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는 나라다. 양국의 인연은 1000년이 넘지만 베를린식 케밥의 연원을 찾으려면 2차 대전 이후 분단 독일까지만 올라가도 된다. 1961년 서독 정부는 노동력 확보를 위해 터키 정부와 노동자 이주 협약을 맺었다. 기회를 찾아 터키인들은 독일로 대거 모여들었다. 이주자들이 타국에 와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자국 음식을 재현하는 것이다. 동포를 대상으로 한 식당을 열고, 현지에는 없는 고향의 식재료를 다루는 시장도 생긴다. 미국의 사회학자 클로드 피셔는 “음식을 섭취하는 것을 통해 주체성 관념을 구성할 뿐 아니라 그 개인을 한 사회집단 속으로 끌어들인다”고 했다. 이주민들에게 음식이란 단순히 향수를 잊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들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수단이면서 동시에 생계수단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많은 터키 음식 중 되네르 케밥이 성공한 이유는 무엇일까.독일 언론 디차이트 1996년 5월 10일자엔 흥미로운 기사가 하나 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다음날, 한 기자가 서독에서 막 돌아온 동독인에게 무엇을 하고 왔냐고 물었다. 그는 의기양양하게 답했다. “케밥을 먹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전까지 되네르 케밥은 서독에서 이미 이색 음식을 넘어 패스트푸드 비즈니스로 성장하고 있었다. 기사에 따르면 케밥 산업이 통일 6년 만에 동독, 특히 베를린에서 급격한 성장을 이루었고, 베를린에서 가장 인기 있는 패스트푸드로 카레 부어스트(카레 가루를 뿌린 소시지)를 제치고 케밥이 1위를 차지했다. 25년이 지난 지금도 케밥의 위상은 변함이 없다.되네르 케밥은 미국식 햄버거보다도 저렴하면서 동시에 푸짐한 음식으로 독일 사회에서 빠르게 자리잡았다. 이 때문에 항상 허기지고 돈 없는 학생을 비롯해 노동자, 외국인 유학생이나 관광객이 사랑하는 음식으로 손꼽힐 수 있었다. 독일의 전통적인 패스트푸드인 카레 부어스트는 잠시 허기를 달래는 간식에 불과하지만 케밥은 엄연히 한 끼 식사를 대체할 수 있다는 점도 유리했다. 1996년 당시 되네르 케밥 하나 가격은 5마르크, 지금으로 따지면 대략 2~3유로 정도다. 2020년 현재 되네르 케밥은 4유로 안팎이다. 이는 어디까지나 테이크 아웃 가격이다. 식당에서 앉아서 먹는다고 하면 음료수까지 더해 우리 돈으로 1만원 정도에 푸짐한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다. 무시무시한 독일의 외식 물가와 주린 배를 생각하면 케밥만큼 만족스러운 선택지가 없는 셈이다.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고도 그 시간에 열려 있는 식당이 케밥집밖에 없다는 것도 젊은이들의 선택을 받는 데 큰 몫을 했다. 터키의 케밥이 베를리너들의 솔푸드가 된 사연이다.
  • 역대 대통령이 선물받은 미술품 대통령기록관서 40점 무료 전시

    역대 대통령이 선물받은 미술품 대통령기록관서 40점 무료 전시

    역대 대통령이 해외 주요 인사로부터 선물로 받은 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린다.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은 세종시 대통령기록관에서 ‘대통령의 미술품: 세계의 회화와 공예’ 전시를 24일부터 내년 6월 30일까지 개최한다고 23일 밝혔다. 전시품은 세계의 자연풍경·일상풍속·도시건축·공예문화 등 4개 주제별로 10점씩 모두 40점이다. 33개국 대표 작가의 작품을 포함하고 있다. 요하네스 라우 전 독일 대통령이 2003년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선물한 독일 부부작가 크리스토 클로드와 잔 클로드의 ‘포장된 국회의사당’ 판화는 독일 통일과 민주주의 수호를 상징하는 작품이다. 요웨리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이 2013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선물한 버나드 카지무의 유채화 ‘어머니의 사랑’은 국가 재건과 평화의 희망을 담았다고 한다. 장첸 대만 총통부 고문이 1975년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선물한 란잉팅 작가의 ‘청풍죽영’, 차히아긴 엘베그도르지 전 몽골 대통령이 2011년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선물한 ‘몽골의 평원 풍경’, 타히르 하자르 알제리대 총장이 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준 ‘1830년의 알제리’ 등도 공개한다. 대통령기록관 상설전시관에서는 이와 별개로 세계의 범선과 도검, 장신구 등 그동안 소장해온 대통령 선물과 기념품 등 280여 점도 공개한다. 이소연 국가기록원장은 “역대 대통령이 선물 받은 미술품 전시를 통해 선물로 주고받은 예술품에 담긴 외교활동의 숨은 의미를 찾아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영국식 파이, 차별 없는 매력의 한 끼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영국식 파이, 차별 없는 매력의 한 끼

    먹는 것이 곧 그 사람의 정체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당신이 무엇을 먹는지 내게 알려주면 당신이 누구인지 이야기해주겠다.’ 음식으로 신분이나 취향, 정치적 성향을 유추할 수 있다고 한 19세기 미식가 브리야사바랭의 말은 음식 이야기에 끊임없이 소환된다. 사회과학자 클로드 피슬러는 ‘먹는 행위는 우리 외부와 내부의 경계를 넘나들기에 음식은 자아정체감의 중심에 있다’고 이야기한다. 두 프랑스인이 100여년의 시차를 두고 이야기한 음식을 통한 정체성은 개인의 개성이 될 수도, 민족이나 국가를 구별하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 채식주의자는 동물을 사랑하고 환경을 생각한다는 의미도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주도적으로 삶을 살겠다는 의지의 표명이기도 하다. 주어진 것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이는 것보다 선택하겠다는 것이다. 영국인은 한때 프랑스인을 두고 ‘개구리를 먹는 사람’으로 부르고, 독일인을 ‘크라우트’(발효된 양배추 피클)라 불렀다. 식문화가 다른 민족이나 국민을 음식으로 지칭하는 건 저급한 발언이겠지만 어찌 됐건 그렇게 함으로써 ‘구별 짓기’를 하고자 하는 욕구를 상징하는 예로 거론된다. 거창하게 이야기를 시작한 건 영국의 음식, 그중에서도 파이를 다루기 위해서다. 초라하기로 유명한 영국의 식단에서 다른 나라와 구분되는 식문화 중 하나가 바로 파이다. 파이 하면 애플파이 같은 달달한 디저트를 먼저 연상하겠지만, 여기서 이야기하는 건 단 파이가 아니라 고기가 들어간 짠 파이다. 파이는 영국의 푸드코트나 영국식 식당에 가면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이웃인 프랑스나 스페인, 독일에서는 거의 없거나 잘 보이지 않기에 영국인을 파이 먹는 사람들로 규정해도 그렇게 어색하지는 않다. 적어도 영국인에게 있어 파이란 간단히 때울 수 있는 한 끼 식사나 주식으로 먹는 여러 음식 중 하나를 의미한다. 파이는 영국 전통음식으로 분류하지만, 기원을 따져 보면 과거 영국을 침략한 로마인에 의해 전해졌다고 알려져 있다. 파이의 조리법이나 활용성을 생각해 보면 탄생 배경을 유추해 볼 수 있다. 바삭하거나 혹은 딱딱한 영국식 파이는 소고기나 돼지고기가 짙은 갈색의 소스를 머금고 있다. 밀가루 반죽으로 감싸 익혔으니 수분이 증발하거나 태우지 않을 수 있다. 고기를 야채와 푹 고아 만든 스튜를 먹기 위해선 그릇이 있어야 하지만, 파이는 그 자체가 그릇이 될 수 있다. 그렇게 간편하게 들고 다니고 통째로 먹을 수 있는 도시락이 탄생한다. 작게 만든다면 1인분, 크게 만든다면 여러 사람이 먹을 수 있어 14세기 영국 왕실에서 연회를 준비하기 위해 대형 파이를 준비했다는 기록도 있다.파이의 또 다른 장점은 보존력이 강해진다는 것이다. 중세 파이는 노점에서도 만들어 팔았는데 이는 대부분 정육업자와 제빵사, 그리고 요리사의 협업으로 이뤄졌다. 냉장시설이 없던 시절 정육업자는 고기를 어떻게든 가공해야 했는데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았다. 염장을 하거나 요리해 익히는 것이다. 고기를 요리해 파이 속으로 사용한 후 구워내면 일종의 열처리한 통조림처럼 보존과 보관이 간편했다. 물론 완전히 밀봉 처리되지는 않아 오늘날 통조림처럼 보존 기한이 극도로 늘어날 수는 없었지만 고기가 상해 낭비되는 일은 적었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 계급 구별 짓기에 능한 영국 사회에서도 파이는 온갖 재료와 장식으로 꾸며져 상류층 연회에 호화롭게, 때로는 서민들이 간단하게 한 끼 때울 수 있도록 소박하게, 두루 소비됐다. 20세기 들어서는 중산층 가정주부들을 대상으로 수많은 요리책이 쏟아졌는데 가정에서도 쉽고 간편하게 만들 수 있는 파이 레시피는 필수였다. 파이가 페이스트리에 내용물을 감싸 만든다는 일종의 조리 형식에 대한 명칭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파이 이름을 보면 재료를 가늠할 수 있다. 덩어리 진 소고기가 들어가면 주로 ‘스테이크+곁들인 재료’의 공식으로 이름 붙는다. 소고기를 에일 맥주에 졸이면 ‘스테이크 앤드 에일 파이’, 신장과 함께 조리되면 ‘스테이크 앤드 키드니 파이’, 간 소고기가 들어가면 ‘민스비프 파이’, 돼지고기가 들어가면 ‘포크 파이’. 이런 식으로 속 재료에 따라 무궁무진한 응용이 가능하다.파이와 유사한 음식은 전 세계에 있다. 스페인의 엠파나다, 이탈리아의 칼조네, 인도의 사모사 등은 사실 속 재료만 다를 뿐 사실상 파이의 일종이다. 그렇지만 영국이 자랑하는 소고기가 듬뿍 들어 있는 영국식 파이는 영국에만 있기에 맛볼 가치는 충분하다. 맛이 뛰어나다는 것과는 별개로 말이다.
  • [리뷰]맨손의 ‘차르’와 러시아 최고 악단이 펼친 판타지 롤러코스터 여정

    [리뷰]맨손의 ‘차르’와 러시아 최고 악단이 펼친 판타지 롤러코스터 여정

    풍성하고 흰 곱슬머리가 인상적인 큰 체구의 악장이 80여명의 단원을 이끌고 무대에 올랐다. 오보에 연주자가 라(A)음을 내자 다른 연주자들도 그 음에 맞춰 악기를 조율했다. 이어 악장이 다시 한번 바이올린으로 현악기를 조율하고 모두 자리에 앉았다. 앞으로 2시간가량 음악 여정을 위한 준비는 모두 끝났다. 객석을 가득 메운 청중들도 이미 박수 칠 준비를 하며 마에스트로가 등장할 무대 왼쪽 출입문을 응시했다. 그러나 문은 열리 않았고, 악장과 단원들은 익숙한 듯 표정의 동요조차 없었다. 그렇게 침묵의 시간이 2분쯤 흐르자 문이 열리고, 흰 수염이 덥수룩한 지휘자가 성큼성큼 걸어나왔다. 포디움(지휘대)도, 지휘봉도 없이 맨손으로 단원들 가운데 선 그는 말없이 허공에 두 주먹을 모으더니 서서히 오른손을 펼쳤다. 그의 손끝에서 은은한 플루트 소리가 시작됐고, 그리스 신화 속 호숫가의 나른한 오후 풍경이 펼쳐졌다.지난 10일 오후 8시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연주회는 클래식 악기로 떠나는 판타지 시간 여행이었다. 열차를 이끄는 기관장은 러시아 클래식의 ‘차르’(황제) 발레리 게르기예프(66), 그의 눈빛만 봐도 마음을 읽는 기관원들은 러시아 최고의 악단 마린스키 오케스트라다. 1783년 창단 이래 베를리오즈, 폰 뵐로, 차이콥스키, 말러, 라흐마니노프 등의 지휘를 거치며 가장 러시아다운 소리를 내는 전통을 세웠다. 게르기예프는 1988년 마린스키 음악감독을, 1996년 총예술감독을 맡아 30년 넘게 오케스트라를 조율해왔다. 게르기예프와 마린스키 오케스트라는 클로드 드뷔시 대표작 ‘목신의 오후 전주곡’으로 여정의 시작을 알렸다. 게르기예프의 악사들은 드뷔시가 신화 속 목축을 관장하는 ‘목신’의 욕망과 꿈을 그린 이 곡을 몽환적으로 그려내며 청중을 고대 그리스로 인도했다. 반복되는 플루트 연주와 우아한 음색의 하프 연주는 팍팍한 일상을 잊고 환상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최면 주술처럼 다가왔다. 협연자로 나선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32)은 등장만으로 좌중을 압도했다. 금빛 스팽글 장식 롱드레스를 입은 클라라는 콘서트홀 조명 아래 금빛으로 반짝였다.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35번으로 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춘 그는 객석에서 쏟아내는 박수에 바흐 바이올린 소나타 2번 중 안단테 연주로 화답했다.20분간 인터미션(쉬는시간)이 지나고 2부 조명이 켜지면서 게르기예프와 마린스키의 본격적인 마법이 시작됐다. 이들이 들고 온 작품은 무소르그스키의 천재성이 압축된 ‘전람회의 그림’이었다. 무소르그스키가 절친 빅토르 하르트만의 죽음을 애도하며, 그의 유작 전시회에서 받은 인상을 악보에 펼친 모음곡이다. 10개의 소품곡에 10개의 그림과 이야기를 담았고, 변주되며 반복 삽입되는 연주 ‘프롬나드’(promenade·산책)가 이야기 전환 기능을 한다. 지휘봉 대신 섬세한 맨손 지휘를 즐기는 게르기예프의 두 손은 벌새의 날갯짓부터 호수의 잔물결까지 오가며 음표의 미세한 떨림과 잔향까지 계산해냈다. 그의 손짓은 숙련된 악사들의 일사불란한 연주를 통해 지하 세계의 난쟁이와 육중한 말들이 끄는 마차를 무대 위로 소환하는가 하면, 관객을 롤러코스터에 태워 프랑스 파리 튈르리 궁전부터 고대 로마 시대 지하무덤 ‘카타콤’까지 내달렸다. 연주의 절정인 제10곡 ‘키예프의 대문’에 이르러서는 러시아 악단만이 낼 수 있는 장엄한 행진곡으로 여정의 성공적인 마무리를 자축했다.게르기예프와 오케스트라는 산타클로스의 선물처럼 마린스키 극장에서 수도 없이 연주했을 스트라빈스키 ‘불새 모음곡’ 중 자장가와 피날레, 베르디 오페라 ‘운명의 힘’ 서곡을 덤으로 들려줬다. ‘전람회의 그림’에서 목관악기와 금관악기, 타악기의 매력을 마음껏 뽐내더니 앙코르 연주에서는 바이올린과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 등 현악기의 무한한 매력을 뿜어냈다. 모든 연주가 끝나고 롯데콘서트홀 측에 게르기예프의 입장이 늦은 이유를 물었다. 그는 다른 연주회에서는 30~40분씩 늦기도 해 클래식 팬들은 이번에도 그의 지각을 의심했다. “지휘자는 이미 준비가 다 끝났는데 늦게 도착한 관객이 많아 관객이 조금이라도 더 자리에 앉을 수 있기를 기다렸다가 나오신 거예요.” 공연장 측의 대답이다. 1시간 20분으로 예정됐던 이날 연주회는 밤 10시를 훌쩍 넘어 끝났다. 준비한 연주에 이어 앙코르 연주를 2곡이나 선보이고 사인회까지 참석한 거장의 눈가 주름에는 행복이라는 감정이 담겨 있는 듯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카드뉴스] 시대를 이끌었던 예술 거장들의 숨결을 만나다

    [카드뉴스] 시대를 이끌었던 예술 거장들의 숨결을 만나다

    날씨가 쌀쌀한 요즘. 주말에는 온 가족이 함께 전시회 나들이를 하는 것은 어떨까요. 내년 3월까지 어른들에게는 교양을, 학생들에게는 꿈을 심어주는 위대한 거장들의 다양한 전시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인상파 양식의 창시자 클로드 모네의 작품들을 디지털로 변환하여 대형 스크린으로 즐길 수 있는 ‘모네 빛을 그리다’ 전시회는 오는 21일부터 내년 2월 29일까지 서울 광진구 본다빈치뮤지엄 능동에서 열립니다. 아르느보의 거장 ‘알폰스 무하전’은 지난 10월24일 시작해 내년 3월1일까지 서울 강남구 마이아트뮤지엄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알폰스 무하의 작품들을 통해 19세기말~20세기초 세계를 강타한 아르누보의 진수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알베르토 자코메티 특별전’은 서울 강남구 에스파스 루이 비통 서울에서 지난 10월31일 시작해 내년 1월19일까지 열립니다. 루이비통 재단이 소장한 스위스의 거장 조각가 자코메티의 컬렉션 미공개 작품을 직접 만나볼 수 있습니다. KT&G 상상마당 홍대 갤러리에는 20세기 거장 ‘앨런 플레처’ 회고전이 개최되고 있습니다. 지난달 23일 시작한 전시회는 내년 2월16일까지 열립니다. 영국 디자인계의 신화이자 세계적인 디자인 회사 펜타그램의 창립자, 앨런 플레처의 디자인 인생을 총망라한 500여 점의 작품들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전시가 열리는 상상마당 홍대 4층에는 앨런 플레처 관련 뮤지엄샵 굿즈도 구매할 수 있습니다.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그의 명작이 살아 움직인다… 그의 죽음에 질문을 던진다

    그의 명작이 살아 움직인다… 그의 죽음에 질문을 던진다

    내일부터 ‘빈센트 반 고흐’ 상연 무대 배경 채우는 영상기술 백미 26일 ‘고흐, 영원의 문에서’ 개봉 권총자살 아닌 타살설 다뤄 주목지긋지긋한 생활고와 외로움 속에 오직 예술혼만 불태웠던 비운의 천재 화가 빈센트 반 고흐가 뮤지컬과 영화로 되살아난다. 고흐는 생전 단 한 작품밖에 팔지 못한 채 생계형 화가의 삶을 살다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했지만, 지금은 세계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 중 한 명으로 꼽히며 그의 삶을 재조명한 창작물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는 고흐가 생전 동생 테오 반 고흐와 주고받은 700여통의 편지와 고흐가 남긴 수많은 명작에 담긴 이야기를 통해 고흐의 삶을 따라간다. 고흐 형제의 가족과 예술을 향한 따듯한 감정에 선우정아의 감성이 돋보이는 매력적인 넘버가 더해지며 지난 5년간 관객의 꾸준한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영상기술을 통해 무대 배경으로 살아 움직이는 고흐의 명작은 이 작품의 백미로 꼽힌다. 빈센트 역에는 지난 시즌 공연에서 돋보이는 연기와 노래를 선보인 조형균과 이준혁이 다시 캐스팅됐고 김대현과 배두훈이 새롭게 합류했다. 테오 역은 초연부터 출연한 박유덕이 다시 맡았고 박정원·송유택·황민수가 저마다 다른 느낌의 테오를 연기한다. 7일부터 2020년 3월 1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YES24 스테이지 1관에서 관객을 맞는다.26일 국내 개봉이 확정된 영화 ‘고흐, 영원의 문에서’는 다소 도발적인 내용을 담았다. 칸국제영화제 감독상 수상자인 줄리언 슈나벨 감독의 신작으로, 고흐의 생애를 담으며 그의 죽음을 학계의 ‘정설’로 널리 퍼진 ‘권총 자살’이 아닌 타살설을 다뤘다. 영화는 1890년 고흐가 프랑스 파리 외곽 오베르쉬르우아즈에 머무를 당시 지역 청년과 다툼 끝에 흉기에 찔려 숨진 것으로 묘사했다. 실제 미술계에서는 고흐의 사망 원인이 명확히 확인되지 않은 탓에 자살설과 타살설이 대립하고 있다. 앞서 슈나벨 감독은 외신 인터뷰에서 “고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면서 “이 영화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보는 것은 멋진 일”이라고 했다. 그는 또 “오베르쉬르우아즈에 80일가량 머물면서 그림을 75점이나 그린 고흐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도 주장했다. 영화에서 ‘빈센트 반 고흐’를 연기한 윌럼 더포가 지난해 베니스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으며 영화를 향한 기대감과 논란 또한 더욱 커졌다. 각본은 2015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공로상을 받은 장클로드 카리에가 맡았고 영화 ‘덩케르크’와 ‘헝거게임’ 시리즈 제작진이 인생 후반기 고흐의 삶을 스크린에 담았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투키디데스의 함정’ 도시 첫 방문한 시진핑의 통 큰 선물

    ‘투키디데스의 함정’ 도시 첫 방문한 시진핑의 통 큰 선물

    시진핑, 그리스 항만 피레우스 유럽 최대 항만 투자피레우스, ‘필레폰네소스 전쟁’시 아테네 해군 관문EU “집단 안보 위해 ‘뒷마당 일’ 아는 건 정치 책무”중국은 그리스 최대 항구인 피레우스를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물류 허브로서 유럽 최대 항만으로 개조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21일(현지시간) 나왔다. 그리스가 외환위기 빠졌던 2016년 중국 해운사가 지중해 3대 항구 도시인 피레우스 항만 운영회사의 지분을 획득했다. 중국 국영 해운회사인 코스코(COSCO)가 지분 100%를 확보한 피레우스는 그리스 최대이자 유럽에서 7번째 규모의 항만이다. 유럽과 아시아의 전략적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 고대 항구 도시인 피레우스는 스파르타와의 필레폰네소스 전쟁을 치른 아테네 해군이 출병하는 관문이었다. 이 전쟁에 빗대어 기존 강대국 미국과 신흥 강국 중국 간의 현재 피할 수 없은 갈등을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라고도 불린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그리스를 처음 방문했다. 시 주석과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는 지난 18일 코스코가 피레우스 항만 개발에 6억 6000만 달러(77880억원 상당)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외환위기를 겪는 그리스에 시 주석이 던져준 통 큰 선물이다. 코스타스 프라고기안니스 그리스 외무부 부장관은 “피레우스를 유럽과 아시아 최대의 환적 허브로 거듭나게 할 목적이다. 결국에는 유럽 최대 항만이 될 것”이라고 20일(현지시간) CNBC에 말했다. 유럽과 중국의 하루 무역거래액이 10억달러가 넘는다.네덜란드의 로테르댐 항만이 유럽 최대이다. 지난해 560억개의 컨텐이너를 처리했고 이는 전년보다 증가한 것이다. 프라고기안니스 부장관은 “중국과 극동에서 유럽연합과 발칸반도, 흑해 지역에 흐르는 화물이 증가함에 따라 그리스 항만의 지정학적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번째 구제금융을 수혈받은 그리스의 금융위기 이후 중국과의 연계가 심화되어 왔다. 중국은 그리스에 에너지와 부동산 등 다른 분야에도 투자를 해왔다. 컨설팅회사 더커프런티어의 유럽 선임 애너리스티인 아타나시아 코크키노게니는 “중국은 에너지, 통신, 부동산 분야에서 투자를 급격히 늘려가고 있다”며 “서방 기업들은 2020년에 대다수 산업에서 중국과의 경쟁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현재 중국은 스페인, 벨기에 등에서 13개의 항만의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투자했다. 그리스는 지난해 8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아시아와 아프리카, 유럽을 잇는 야심찬 투자계획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에 참여한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한 바 있다. 시 주석이 이번 주초 아테네를 방문하는 동안 “우리는 피레우스 항만의 환적 역할을 강화하고자 한다”며 “중국의 유럽과의 해상-육로 연결 능력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의 이번 방문으로 일대일로의 한 부분으로서 그리스에 대한 전략적 기반시설 투자 의지를 재확인한 셈이다.중국의 해상 일대일로는 상선 뿐만 아니라 해군력 확장을 통해 전세계에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하고 있다. 중국이 이미 확보한 유럽 항만에 대해 스리랑카, 지부티나 파키스탄의 항만과는 달리 해군을 배치할 계획은 공식적으로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중국 전투함이 그리스 피레우스 항을 친선 방문하기도 했다. 네덜란드 국제관계연구원의 중국 전문가인 프랑 폴 반데르 부텡은 “유럽이 중국의 영향력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이 주요 이슈”라며 중국의 항만투자는 유럽의 리더십을 벌써 흔들고 있다. 유럽집행위원회 장클로드 융커 위원장은 앞서 2017년 9월 외국 국영기업이 유럽의 항만과 에너지 기반시설, 국방기술 기업을 사들이는 것과 관련해 새로운 투자 감시를 제안하면서 “우리의 집단 안보를 위해 우리 뒷마땅에서 어떤 일이 진행되는지 아는 것은 우리의 정치적 책무”이라고 말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EU 정상회의 직전…英 존슨·EU 융커 새 브렉시트 극적 합의

    EU 정상회의 직전…英 존슨·EU 융커 새 브렉시트 극적 합의

    유럽연합(EU) 행정부 수반 격인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이 17일(현지시간) 영국과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에 합의했다고 밝혔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이를 확인해 줬다. 융커 위원장은 “의지가 있는 곳에 합의가 있다”면서 “우리는 합의를 이뤄 냈다. 그것은 EU와 영국을 위해 공정하고 균형 잡힌 것이다. 그것은 해법을 찾기 위한 노력의 증거”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오후 시작되는 EU 정상회의를 언급하면서 “나는 EU 정상회의가 이 합의를 지지하기를 권고한다”고 밝혔다. EU 정상회의는 18일 열린다. 존슨 영국 총리 역시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우리는 통제권을 되찾는 훌륭한 새 (브렉시트) 합의를 체결했다”면서 “이제 의회는 토요일 브렉시트를 완수해야 한다. 이후 우리는 생활비, 국민보건서비스(NHS), 폭력 범죄, 환경 등 다른 우선순위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EU 정상들이 브렉시트 합의안을 승인하면, 영국 의회에서 비준 절차에 들어간다. EU와 영국은 이날 오후 벨기에 브뤼셀에서 시작되는 EU 정상회의를 앞두고 막판 협상을 벌여 왔다. 양측이 합의안을 도출함에 따라 이날부터 이틀간 열리는 정상회의에서 EU 각국 정상들은 이에 대해 비준 및 추인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양측 협상에서는 진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핵심 쟁점인 브렉시트 후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영국령 북아일랜드의 국경 운영 문제를 두고 막판 진통을 겪었다. 영국 집권 보수당의 연립정부 파트너인 북아일랜드 민주연합당(DUP)이 존슨 총리의 브렉시트 해법을 지지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공식화하면서 재협상 타결 전망이 어두워진 바 있으나 막판에 극적으로 타결됐다. 한편 3년간 진행된 브렉시트 논의에도 영국민의 여론은 여전히 나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오는 31일 브렉시트가 단행되더라도 적지 않은 후유증과 논란이 예상된다. 여론조사기관 BMG가 7월 2일부터 10월 4일까지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4%가 ‘노딜 브렉시트’를, 22%는 EU 잔류를, 18%는 제2 국민투표를 각각 지지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브렉시트 초안 합의…英·EU ‘노딜’ 피할 듯

    영국과 유럽연합(EU)이 17일(현지시간) 영국이 EU에서 탈퇴하는 브렉시트 합의안 초안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영국이 오는 31일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노딜 브렉시트’는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양측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시작되는 EU 정상회의 개최 몇 시간 전에 합의에 도달했다고 발표했다. EU 행정부 수반 격인 장클로드 융커 집행위원장은 이날 “의지가 있는 곳에 합의가 있다”면서 “우리는 합의를 이뤄냈다. 그것은 EU와 영국을 위해 공정하고 균형 잡힌 것”이라며 합의 사실을 발표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우리는 통제권을 되찾는 훌륭한 새 (브렉시트) 합의를 체결했다”면서 “이제 의회는 토요일 브렉시트를 완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합의안은 향후 EU 각국이 승인하고 유럽 의회와 영국 의회가 이를 비준하는 절차를 거쳐야 효력이 발생한다. 양측 비준을 모두 거칠 경우 영국은 예정대로 31일 23시(그리니치 표준시) EU를 떠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영국은 2016년 6월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를 결정한 지 3년 4개월 만에 EU 탈퇴를 마무리 짓게 된다. 영국이 EU에 가입한 지 45년 만이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노벨문학상 한번에 둘 발표, 지난해 토카르추크-올해 한트케

    노벨문학상 한번에 둘 발표, 지난해 토카르추크-올해 한트케

    올해 노벨 문학상은 오스트리아 작가 페터 한트케(76)에, 지난해 노벨 문학상은 폴란드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57)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한림원은 지난해 미투 파문에 연루된 심사위원들이 잇따라 사퇴하면서 수상자를 결정하지 못했는데 올해 두 해의 수상자를 한꺼번에 10일 발표했다. 한림원은 한트케가 “인간 체험의 뻗어나간 갈래와 개별성을 독창적 언어로 탐구한 영향력 있는 작품을 썼다”고 평가했다. 그의 대표작은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관객모독’을 비롯해 ‘반복’, ‘여전히 폭풍’ 등이며 영화감독 빔 벤더스와 함께 집필한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 각본이 유명하다. 지난 2014년 국제입센상을 수상했다.  토카르추크는 “경계를 가로지르는 삶의 형태를 구현하는 상상력을 담은 작품을 백과사전 같은 열정으로 표현했다”고 한림원은 평가했다. 그녀는 올해 발표된 노벨상 수상자 가운데 첫 여성이며, 역대 노벨문학상 수상자 116명 가운데 열다섯 번째 여성이다. 지난해 부커맨 수상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영예로운 문학상 둘을 석권하는 영예를 누렸다.  ‘플라이츠’, ‘태고의 시간들’, ‘야곱의 책들’, ‘죽은 이들의 뼈 위로 쟁기를 끌어라’ 등이 대표작으로 꼽힌다. 국내에는 ‘눈을 뜨시오, 당신은 이미 죽었습니다’라는 단편집 등으로 그의 작품이 소개됐다.  수상자는 총상금 900만크로나(약 10억 9000만원)와 함께 노벨상 메달과 증서를 받는데 시상식은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에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다.  지난해 한림원 위원인 카타리나 프로스텐손의 남편인 장클로드 아르노가 미투 파문에 연루돼 성폭행 혐의로 징역 2년형을 선고받자 프로스텐손이 사임했고 그 뒤를 이어 이해 충돌과 수상자 이름들이 유출되는 파문이 잇따랐다.  노벨 문학상은 다른 부문과 달리 스웨덴 한림원이 수상자를 선정하는데 그 심사 과정은 50년 가까이 철저히 비밀에 가려져 있다고 영국 BBC는 전했다.  노벨위원회는 지난 7일부터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8일 물리학상, 9일 화학상 등 과학 분야 수상자를 잇따라 발표했는데 이날 문학상이 발표된 데 이어 11일에는 평화상이 발표되고 14일엔 경제학상 수상자가 공개된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EU에 퇴짜 맞은 존슨의 브렉시트 수정 합의안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를 위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보낸 합의안 수정에 관한 공식 입장과 7쪽짜리 설명 문서가 EU 측의 강한 비판을 받았다. 존슨 총리의 제안이 기존 합의에 들어간 ‘안전장치’(백스톱)의 목적을 온전히 달성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2일(현지시간) 가디언, 텔레그래프 등이 보도한 존슨 총리의 수정 합의안은 백스톱 제거에 초점을 두고 있다. 백스톱은 브렉시트 뒤 엄격한 통행·통관 절차가 생기면서 생길 혼란을 막기 위해 합의 전까진 영국 전체를 EU 관세동맹에 잔류시키고 영국령 북아일랜드를 EU 규제하에 두는 방안이다. 하지만 존슨 총리 측은 백스톱에 강하게 반대해 왔고, EU는 대안을 요구해 왔다. 수정 합의안은 영국 전체의 EU 관세동맹 탈퇴, 북아일랜드 동의하에 EU 상품 규제 적용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영국 전체가 관세동맹에서 탈퇴하면 통행·통관 절차가 필요하다. 이는 EU 측이 반대하고 있는 부분이다. 물리적 통관 시설을 국경에서 떨어진 지역에 최소화해 배치하고 전자신고를 통해 통관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방안이지만 현실성이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북아일랜드에 EU의 상품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존슨 총리 측이 기존 입장에서 일부 후퇴한 셈이지만, 2020년 12월 북아일랜드 자치정부의 동의를 구하고 4년마다 연장 여부를 투표에 부치도록 했다. 이에 대해 EU 측은 난색을 표했다. 미셸 바르니에 EU 브렉시트 협상 대표는 “북아일랜드 의회가 2020년 말이나 그 뒤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EU는 백스톱 없는 함정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도 존슨 총리와의 통화에서 “영국의 제안에 일부 긍정적인 진전이 있으나 아직 문제점이 있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부패한 적도기니 대통령 아들의 람보르기니 99억원에 팔렸는데

    부패한 적도기니 대통령 아들의 람보르기니 99억원에 팔렸는데

    아프리카 서부의 적도기니는 인구 140만명의 작은 나라로 아프리카 최대 원유 생산국으로 꼽힌다. 세계에서 가장 부패한 국가 중 한 곳이란 평판도 따른다. 테오도로 은게마 오비앙 음바소고 적도기니 대통령은 지난 1979년 쿠데타로 집권한 뒤 40년째 독재를 이어가고 있다. 오죽 심하면 아들 테오도린 은게마 오비앙 망게(51)를 대통령 고문과 농업장관으로 일하게 한 뒤 2012년 부통령에 임명해 유력 후계자로 떠받들게 하고 있다. 사치스러운 생활로 악명을 떨친 오비앙 부통령의 슈퍼카 25대가 스위스 검찰에 압류돼 29일(이하 현지시간) 제네바에서 35㎞ 떨어진 체세레(Cheserex)의 한 골프클럽에서 경매에 부쳐쳤다고 영국 BBC가 보도했다. 경매에 부쳐진 슈퍼카는 페라리 7대, 람보르기니 3대, 벤틀리 5대, 마세라티와 맥라렌 각각 한 대 등으로 모두 2700만 달러(약 324억원)에 팔렸다. 시중에서 약 480만~570만 유로(약 62억~74억원)에 거래되는 2014년식 ‘람보르기니 베네노 로드스터’가 익명의 투자자에게 830만 달러(약 99억 6000만원)에 팔렸는데 영국 경매회사 보냄스는 람보르기니 경매 사상 최고가라고 주장했다. 이 슈퍼카는 람보르기니 창설 50주년을 기념해 제작했으며 시속 354㎞까지 달릴 수 있는데 경매 예상가를 50% 이상 웃돌아 팔렸다.2011년식 애스턴 마틴의 원(One)-77 쿠페도 완벽한 로켓 엔진을 달았다고 경매회사가 광고했는데 150만 달러(약 18억원)에 팔려 경매에 나온 자동차 가운데 가장 낮은 낙찰가를 기록했다. 이 차량들 모두 2016년 오비앙 부통령의 금융범죄 사건에 대한 수사가 시작된 뒤 스위스 사법당국에 압류됐다. 스위스 검찰은 피고인이 배상하고 상황을 회복시키기로 하면 기소를 취하할 수 있다는 법률에 따라 오비앙 부통령의 슈퍼카를 몰수하고 지난 2월 기소를 철회했다. 검찰과의 거래를 통해 낙찰금 2300만달러는 적도기니의 사회 프로젝트에 들어간다고 방송은 소개했다.앞서 오비앙 부통령은 부패와 횡령, 돈세탁 혐의 등으로 여러 차례 구설에 올랐다. 2004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그가 랩음악 기업인을 자처하며 식도락가(bon vivant)이자 람보르기니 애호가이며 할리우드와 리우데자네이루까지 장거리 여행을 즐긴다고 폭로했다. 프랑스 법원은 지난 2017년 파리 소재 호화 단독주택과 슈퍼카, 예술품 등을 구매하기 위해 공금을 빼돌렸다는 혐의로 오비앙 부통령에게 징역 3년형의 집행유예와 함께 벌금 3000만 유로(약 393억원)를 선고했다. 이듬해 9월에는 1600만 달러(약 180억원)에 해당하는 현금과 보석, 고급시계 등 귀중품을 숨겨 브라질에 입국하려다 연방경찰과 세관에 적발되기도 했다. 한 스위스 경매 관계자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수집상 대리인이 여러 대의 슈퍼카를 매입했다고 전했다. 이날 경매에는 50대의 다른 슈퍼카도 나와 팔렸는데 몬트레이 재즈 페스티벌을 창설한 고 클로드 놉스가 소유했던 1956년식 애스턴 마틴 라곤다도 포함돼 있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프랑스 ‘정치 거목’ 시라크 前대통령 별세

    프랑스 ‘정치 거목’ 시라크 前대통령 별세

    이라크전 때 대미 분노 …“佛의 자존심”프랑스 현대사의 ‘정치 거목’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별세했다. 86세. 중도 우파였던 고인은 1995년부터 2007년까지 12년간 두 번 임기의 프랑스 대통령을 지냈다. 대통령 임기를 7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는 헌법 개정을 했다. 2002년 임기 5년의 대통령 선거에 당선되면서 전후 전임자인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로 길게 재임했다. 국제무대에서 고인은 2003년 이라크와 전쟁을 벌인 미국에 대해 공개적으로 분노를 표시하면서 프랑스의 자존심을 지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1932년 파리의 사업가 가문에서 태어난 고인은 프랑스의 대표적인 엘리트 양성 기관인 국립행정학교(ENA)를 마치고 1962년 조르주 퐁피두 전 대통령의 참모로 정계에 입문, 파리시장과 총리를 두 번 지냈다. 1986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좌파 대통령 미테랑과의 ‘좌우 동거 내각’을 구성하기도 했다. 강한 프랑스 즉 드골주의를 정치적 기치로 내걸었던 고인은 우파 정치의 거두로 꼽힌다. 그러나 대통령 면책 특권이 끝난 2011년 파리시장 시절의 공금 황령 사건과 관련해 기소되는 불명예를 겪기도 했다. 고인은 지병을 앓으면서 최근 수년 동안 대중에게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AFP가 전했다. 유족들은 고인의 질병은 밝히지 않았다. 고인에 대해 프랑스 하원은 이날 개원 도중 1분간 묵념을 하기도 했다.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이날 “유럽은 훌륭한 정치인이자 대통령, 친구를 잃었다”고 애도했다. 후임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나의 일부가 사라졌다”고 애도했다. 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뛰어난 파트너이자 친구”라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성명에서 “현명하고 선견지명이 있는 정치인”이라고 기렸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활주로 가로지르는 새끼 고슴도치 발견…이륙 직전 여객기 제동

    활주로 가로지르는 새끼 고슴도치 발견…이륙 직전 여객기 제동

    스코틀랜드의 한 공항에서 활주로를 가로지르는 새끼 고슴도치 때문에 여객기의 이륙이 지연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BBC는 22일(현지시간) 오후 5시 20분쯤 스코틀랜드 스토노웨이공항에서 승객 30명을 태우고 하일랜드 인버네스로 가려던 로건에어 사브340 기종 여객기가 지상주행 도중 급정거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여객기 조종사는 이륙을 위해 활주로를 주행하던 중, 여객기 앞을 지나는 새끼 고슴도치를 목격하고 제동을 걸었다. 이 때문에 이륙이 약 2분간 지연된 것으로 알려졌다. 로건에어 비행운영책임자 닐 휴즈는 “조종사가 새끼 고슴도치를 발견하고 이륙을 중지시켰다”면서 “고슴도치가 활주로를 벗어날 때까지 약 2분간 이륙이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해당 여객기에 탑승했던 로디 매클로드는 “이륙 직전 갑자기 여객기가 멈춰서더니 새끼 고슴도치가 활주로를 지나고 있어 잠시 정차하겠다는 기장의 안내방송이 나왔다”고 밝혔다. 매클로드는 “잠시 후 창밖을 내다보니 비행기 왼편 풀밭으로 고슴도치 한 마리가 기어가고 있었다”고 말했다.로건에어 측은 “활주로에서 야생 동물을 볼 기회가 꽤 많다”면서 “가능한 한 동물에게 해가 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4월 몰디브 마파루국제공항에서도 활주로에 알을 낳은 바다거북이 발견돼 한때 비상이 걸린 적이 있다. 2018년 8월 새로 개장한 공항 일대는 과거 모래사장이었는데, 전문가들은 이곳이 바다거북이 태어났던 곳일 확률이 높다고 지적했다. 태어난 곳으로 돌아와 알을 낳는 습성이 있는 바다거북이 그저 본능에 따라 모래사장이었던 활주로에 알을 낳았을 뿐이라는 설명이다.활주로를 활보하는 것은 비단 야생동물뿐만이 아니다. 2017년 뉴질랜드 오클랜드 공항에서는 공항 탐지견이 활주로를 활보하다 사살되는 사고가 있었다. 공항 측은 2시간여의 수색 끝에 발견한 탐지견이 또다시 활주로로 도망가자, 매뉴얼에 따라 사살했다. 당시 뉴질랜드 동물보호단체들은 마취제를 사용하지 않고 곧바로 사살한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16년 활주로를 질주하던 반려견이 사살된 사례가 있었다. 2016년 12월 19일 인천국제공항에서 태국 방콕으로 향하는 여객기 화물칸에서 반려견 한 마리가 철장을 탈출해 활주로로 향했다. 비상이 걸린 인천공항 측은 비행 안전을 우려해 반려견을 사살했고, 이 사태로 해당 여객기의 이륙은 30분가량 지연됐다. 이에 대해 인천공항 측은 “반려견 생포를 위해 노력했으나, 잡히지 않아 안전 매뉴얼에 따라 사살했다”고 밝혔다. 해당 사고는 항공사 직원이 실수로 철장을 제대로 잠그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이달까지” EU 최후통첩에 英 브렉시트 재협상안 제출

    영국이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를 위한 재협상안을 EU 측에 전달했다고 BBC 등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라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와 영국 정부 간 브렉시트 협상이 벨기에 브뤼셀에서 재개된다. 미나 안드리바 EU집행위 대변인은 이날 서면으로 담긴 재협상안이 EU 집행위에 접수됐으며 이를 바탕으로 한 협상이 18~19일 진행된다고 밝혔다. 양측 협상에는 미셸 바니에르 EU 수석 브렉시트 협상 대표와 스티븐 바클레이 브렉시트 담당장관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드리바 대변인은 또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전화통화를 가졌다고도 했다. 앞서 EU 순회 의장국 핀란드의 안티 린네 총리는 프랑스 파리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회담한 후 영국 정부를 향해 “9월 말까지 브렉시트 합의안의 대안을 제출하지 않으면 (재협상은) 모두 끝나는 것”이라고 압박한 바 있다. 영국 정부는 이번 재협상안 제출이 린네 총리의 발언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존슨 총리는 ‘안전장치’(백스톱) 조항을 삭제한 재협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다음달 31일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노딜’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재차 밝혀 왔다. 안전장치란 영국 소속의 북아일랜드와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의 하드보더(엄격한 통행·통관 절차)를 생략하는 조치다. 영국 정부가 EU 측에 전달한 재협상안에는 안전장치에 대한 내용 등이 담겨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英존슨 “난 헐크”… EU엔 협상안 제시 못해

    英존슨 “난 헐크”… EU엔 협상안 제시 못해

    융커 EU위원장과 회동선 대안 못 내놔 벨기에 前총리 “트럼프가 봐도 유아적”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다음달 유럽연합(EU)과 결별하는 브렉시트를 강행하려는 자신을 만화 캐릭터 ‘헐크’에 비유했다. 하지만 당장 EU 집행위원장과의 회동에서는 아무런 협상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존슨 총리는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과의 회동 전날인 1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메일 일요판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10월 31일에 나갈 것이다. 그렇게 이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미국 출판사 마블의 슈퍼히어로 만화 주인공 헐크를 들먹이며 브렉시트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배너 박사(헐크의 변신 전 캐릭터)는 족쇄에 묶여 있을지 모르지만 자극을 받으면 그것을 부숴 버린다”면서 “헐크는 화가 날수록 더 강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헐크는 단단하게 묶여 있는 것처럼 보여도 항상 벗어난다”며 “우리나라 상황도 마찬가지다. 어떤 상황도 브렉시트를 미루게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자신은 만화 주인공 배너 박사이자 헐크이고,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의원들과 이들의 주도로 제정된 ‘노딜 방지법’(10월 중순까지 협상에 이르지 못하면 EU 탈퇴 시한을 연기하도록 한 법안)은 족쇄로 본 것이다. 이런 비유는 곧바로 조롱으로 되돌아왔다. 유럽의회를 대표해 브렉시트 협상에 참여했던 기 베르호프스타트(현 유럽의회 의원) 전 벨기에 총리는 트위터에 “트럼프적인 기준에서 보더라도 헐크 비유는 유아적”이라며 “EU가 그런 것에 겁을 먹을 것이라고 보나? 영국인들은 감동했을까?”라고 올렸다. 영화에서 헐크 역을 맡았던 미국 배우 마크 러펄로 역시 트위터에서 “존슨 총리는 헐크가 모두를 위해서만 싸운다는 것을 잊어버렸다”고 비판했다. 특히 융커 집행위원장은 16일 존슨 총리와의 회동 뒤 “영국이 여전히 EU 탈퇴 시 (영국령)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사이 안전장치(백스톱)를 대체할 실행 가능한 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법적으로 운영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영국의 책임”이라면서 “아직 그런 제안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핵잼 사이언스] 식물에도 ‘기생식물’ 있다…숙주의 유전자를 훔쳐쓰다

    [핵잼 사이언스] 식물에도 ‘기생식물’ 있다…숙주의 유전자를 훔쳐쓰다

    기생(parasitism)은 한 생물이 다른 생물의 영양분을 빼앗으면서 함께 살아가는 관계를 의미한다. 기생이라고 하면 우리가 떠올리는 일반적인 이미지는 회충, 조충, 편충 등 사람 몸 속에 사는 징그러운 벌레다. 그래서 우리는 이들을 기생충이라고 부르며 반드시 박멸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하지만 기생 자체는 박멸의 대상도 아니고 벌레 같은 생물에만 국한된 방식도 아니다. 예를 들어 기생은 식물계에서도 흔한 생존 방식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기생 식물만 4000여 종에 달한다. 새삼(dodder)은 대표적인 덩굴성 기생식물로 아예 발아할 때부터 떡잎이나 뿌리를 만들지 않고 줄기를 길게 내서 숙주 식물을 찾는다. 일단 숙주를 찾으면 이 식물에 기생근을 뿌리 내려 여기서 양분을 빨아먹으며 살아간다. 꽃도 피우는 엄연한 식물이지만, 광합성 대신 숙주에 의존해 살아가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광합성을 하던 평범한 식물에서 어떻게 이런 독특한 식물이 진화했는지 연구해왔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과 버지니아 공대 연구팀은 새삼 속의 식물에서 100여 개의 숙주 유전자를 찾아내 이를 저널 '네이처 식물'(Nature Plants)에 발표했다. 연구팀에 의하면 새삼의 성공 비결은 숙주의 유전자를 빼앗는 능력에 있다. 사실 식물이라고 해서 얌전히 포식자나 기생 식물에 먹히는 것은 아니다. 비록 식물이 움직이거나 물리적으로 반격하지는 못하지만, 대신 다양한 방법으로 식물을 먹는 동물과 다른 식물을 공격할 수 있다. 새삼은 숙주에서 빼앗은 유전자를 바탕으로 숙주 식물의 방어를 무력화할 방법을 개발한 것은 물론 여러 가지 다양한 용도로 이 유전자를 활용하고 있다. 과학자들에 의하면 새삼의 유전자 훔치기는 매우 놀라운 능력이다. 연구를 이끈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의 클로드 드팜필리스 교수는 박테리아처럼 단순한 생물의 경우 다른 박테리아의 유전자를 받아들이는 수평적 유전자 이동(Horizontal gene transfer)이 흔하지만, 새삼처럼 복잡한 식물에서는 드문 일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새삼은 몇 개가 아니라 적어도 108개의 유전자를 숙주 식물에서 가져왔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중 18개는 모든 새삼종에서 발견된다. 따라서 새삼 속의 공통 조상이 훔친 18개의 유전자가 이 기생 식물의 성공에 중요한 비결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실 기생 생물 전체에서 새삼의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연구팀은 더 다양한 기생 식물이 사례를 연구해 이들이 어떻게 숙주의 유전자를 활용해서 효과적인 기생 식물이 되었는지 밝히기 위해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기생이 인간 사회에서 좋은 의미로 사용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 역시 생명의 경이로운 진화 가운데 하나이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EU 가장 높은 유리천장 깬 7남매 엄마… 첫 과제는 ‘브렉시트’

    EU 가장 높은 유리천장 깬 7남매 엄마… 첫 과제는 ‘브렉시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60) 독일 국방장관이 ‘유리천장’을 깨고 유럽연합(EU) 역사상 첫 여성 집행위원장으로 공식 선출됐다. 독일에서 EU 집행위원장이 배출된 것도 처음이다. 다비드 사솔리 유럽의회 의장은 16일(현지시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폰데어라이엔 후보에 대한 인준 투표를 한 결과 재적의원(747명)의 절반 이상인 383명이 찬성표를 던져 폰데어라이엔 후보가 차기 EU 집행위원장으로 선출됐다고 전했다. 폰데어라이엔 차기 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자신에게 신뢰와 지지를 보내준 것에 감사의 뜻을 전하며 “단합되고 강한 EU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폰데어라이엔 차기 위원장은 오는 11월 1일 취임해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에 내정된 샤를 미셸 벨기에 총리와 함께 향후 5년간 ‘EU 정상’의 자격으로 활동한다. 이제 각 회원국 정상과 협의해 회원국별로 1명씩 집행위원 후보를 추천받아 집행위원단을 구성하는 일이 남았다. 폰데어라이엔 차기 위원장은 당장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 문제와 미국과의 관계 개선, 무역갈등 해소 등 산적한 현안을 떠안게 됐다. 가장 큰 문제는 취임 하루 전인 10월 31일로 예정된 브렉시트가 EU와의 합의 없는 ‘노 딜’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다음주 선출될 영국 총리에 출마한 두 명의 후보 모두 기존 브렉시트 합의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서다. 폰데어라이엔 차기 위원장은 앞선 정견 발표에서 “타당한 이유가 있다면 브렉시트 추가 연기를 지지할 수 있다”고 밝히며 브렉시트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할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그가 갑작스런 선출로 취약한 지지 기반을 갖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장클로드 융커 현 집행위원장은 2014년 찬성 422표를 얻어 당선됐지만, 폰데어라이엔이 얻은 표는 가결정족수(374표)보다 겨우 9표 많았다. 7남매의 엄마로도 널리 알려진 그는 산부인과 의사 겸 의대 교수로 일하다 정치인으로 변신해 가족여성청년부 장관과 노동부 장관, 국방부 장관을 거쳤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동영상] 바스티유 230주년 샹젤리제, 플라이보드 날고 최루 가스 날고

    [동영상] 바스티유 230주년 샹젤리제, 플라이보드 날고 최루 가스 날고

    14일(현지시간)은 프랑스 대혁명의 도화선이 된 바스티유 감옥 습격 230주년 기념일이었다. 1차 세계대전 이후 매년 기념일에 화려한 열병식이 열리는데 이날 파리 중심가 샹젤리제 거리에서 유럽의 자체적인 합동방어 의지를 과시하는 대대적인 군사 퍼레이드가 진행돼 4300명의 병력, 200여대의 차량·전차, 100여기의 항공기가 동원됐고, 유럽 지도자들이 대거 초청됐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등과 귀빈들 앞에서는 드론(무인항공기)과 미니 드론, 폭발물 탐지로봇, 드론 저격용 개인화기, 유인 소형비행체(플라이보드) 등 프랑스산 미래형 무기들의 향연이 펼쳐졌다. 특히 플라이보드는 전 제트스키 세계 챔피언인 프랭키 자파타가 직접 타고 시연해 가장 많은 눈길을 끌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샤를 미셸 차기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현 벨기에 총리), 마르크 뤼테 네덜란드 총리,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 마르셀로 레벨로 데 수자 포르투갈 대통령 등이 참석했다. 당초 참석하기로 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데이비드 리딩턴 국무조정실장을 대신 보냈다. 영국과 독일, 스페인이 공군 항공기들을 대거 파견해 프랑스와의 굳건한 군사동맹을 과시했으며, 특히 올해로 부대 창설 30주년을 맞은 독불여단(BFA) 병력 5000명이 사열에 참여했다. 1989년 출범한 이 부대는 여러 차례 전쟁을 벌인 두 나라가 2차대전 이후 군사동맹으로 결속됨을 상징했다. 올해 열병식의 화두는 프랑스가 영국·독일·스페인·벨기에 등 유럽 9개국과 함께 추진하는 ‘유럽 개입 이니셔티브’(European Intervention Initiative·약칭 E2I)였다. 유럽연합(EU) 최대 군사강국인 프랑스가 주도하는 E2I는 미국이 이끄는 유럽안보의 근간인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 관계없이 유럽의 군사력을 하나로 묶어 안보 위기에 대처한다는 ‘유럽 신속대응군’ 구상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혁명기념일 기념 메시지에서 “2차대전 종전 후 유럽이 지금만큼 중요했던 적은 없다”면서 E2I의 목적은 “유럽의 공동대응능력을 강화하는 것으로, 우리의 안보와 국방은 유럽을 통해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열병식을 전후로 ‘노란 조끼’ 시위가 연이어 150명이 넘게 경찰에 연행됐고, 최루가스가 난무했다. 오전에 마크롱 대통령이 프랑수아 르쿠앵트르 합참의장과 함께 샹젤리제 대로에서 군부대를 사열하기 시작할 때 “마크롱 퇴진” 등의 구호와 야유가 터져 나왔다. 경찰은 ‘노란 조끼’ 연쇄 시위의 리더인 제롬 로드리그와 막심 니콜을 불법집회 조직 혐의로 체포했다가 조사 후 석방했고, 또다른 지도자 에릭 드루에도 연행했다. 열병식이 끝나고 오후에 샹젤리제 거리에서 시위대가 반(反) 마크롱 시위를 벌이자 경찰은 대치 끝에 최루탄을 쏘며 강제해산에 나섰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새 EU 집행위원장 후보 “브렉시트 연기할 수 있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후보는 10일(현지시간)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다시 연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AFP통신 등은 폰데어라이엔 후보가 이날 유럽 의회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만약 영국이 시간이 더 필요하다면 나는 그것이 가야 할 올바른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영국 측 의원 질의에 “나는 여러분이 남아 있기를 여전히 원하지만, 여러분이 문제들을 정리하는 것이 우리에게 낫다”고 답했다. 이날 발언은 폰데어라이엔 후보가 차기 EU 행정부 수장으로 지목된 후 브렉시트에 대해 처음 언급한 것이었다. 영국은 지난 3월 29일 브렉시트를 단행할 예정이었지만 관련 합의안의 의회 통과가 지연되면서 10월 31일로 미뤄진 상태다. 현재 차기 총리로 유력한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은 10월 마지막날에 반드시 브렉시트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폰데어라이엔 후보는 “브렉시트는 어떤 것의 끝이 아니라 미래 관계의 시작이며 우리가 잘 협력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면서 “어떤 어조와 자세로 브렉시트를 하는지가 중요하다”고도 했다. 이같은 발언은 EU 탈퇴 이후 영국이 무역협상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폰데어라이엔 후보는 유럽의회 인준 투표를 통과하면 11월 1일부터 장 클로드 융커 현 EU 집행위원장의 뒤를 이어 취임한다. 취임시 첫 여성 EU 집행위원장이 된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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