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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테리아 오염’ 뉴질랜드 분유 리콜… 인터넷서 해외 구매한 엄마들 불안

    ‘박테리아 오염’ 뉴질랜드 분유 리콜… 인터넷서 해외 구매한 엄마들 불안

    낙농 청정지역인 뉴질랜드의 유명 분유가 신경독소 박테리아에 오염돼 리콜 조치를 받은 가운데 세계 분유 업계 ‘큰손’인 중국이 관련 제품 수입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고 뉴질랜드 헤럴드가 4일 보도했다. 다국적기업 뉴트리시아는 이날 자사 웹사이트를 통해 뉴질랜드에서 시판 중인 카리케어 분유 ▲골드플러스 팔로우온 2단계(6~12개월) ▲인펀트 포뮬러 1단계(0~6개월) 등 2종을 리콜한다고 밝혔다. 이번 리콜 조치는 전날 분유 원재료 납품업체인 뉴질랜드의 폰테라가 지난해 5월 생산한 유청 단백질 농축물 42t이 마비성 질환을 일으키는 박테리아(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에 오염됐다고 발표한 지 하루 만에 나왔다. 뉴트리시아는 시판 분유 제품 중에 실제로 박테리아에 오염된 경우는 없었으며, 사전예방 차원에서 리콜을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뉴질랜드 1차 산업부는 문제의 농축물이 분유 외에도 단백질 음료, 스포츠음료 등에도 쓰였다고 설명했다. 해당 제품들은 뉴질랜드를 포함해 중국, 호주, 태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사우디아라비아 등 6개국에 수출됐다. 한국은 수출 대상에서 빠졌으나, 해당 분유는 모유 초유 성분과 비슷하다고 소문이 나면서 인터넷 구매대행 방식으로 국내에 유통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재헌 기자 goseoul@seoul.co.kr
  • [창조경제 소통의 창] (3) 벤처기업의 생태계 조성

    [창조경제 소통의 창] (3) 벤처기업의 생태계 조성

    서울신문이 지난 18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2013 중소기업 살리기 콘퍼런스’에서는 “벤처기업의 창업과 투자, 지속적 발전을 지원하기 위한 생태계 조성에는 창조경제를 바탕으로 한 혁신적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동의가 쏟아졌다. 중소기업청과 IBK기업은행 후원으로 마련된 이날 행사는 마침 서울신문이 창간 109주년을 맞으면서 의미를 더했다. 논의 주제는 ‘벤처 생태계 조성 그리고 창조경제를 논하다’로 정했다. 이철휘 서울신문사 사장은 개회사에서 “벤처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를 마련하는 게 창조경제 구현,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 창출의 시발점”이라면서 “이번 행사가 부디 중소기업 살리기의 등불이 되기를 바라고, 벤처기업의 발전이 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창조경제의 마스터플랜이 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콘퍼런스는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가 사회를 맡은 가운데 윤종록 미래창조과학부 제2차관의 기조 강연에 이어 이동주 IBK경제연구소장, 김동선 중소기업연구원장, 정기홍 서울신문 논설위원, 백운만 중소기업청 창업벤처국장의 토론으로 이어졌다. 사회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오늘 콘퍼런스는 건강한 벤처 생태계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자리다. 과거에도 혁신이 이뤄지면 종종 시장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1920년대 미국에서 포드자동차가 나온 뒤 철도업계가 반대하는 바람에 한동안 고속도로가 만들어지지 못한 사례가 있다. 이게 ‘시장의 실패’다. 시장의 실패는 정책의 실패로 이어지기 때문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동주 IBK경제연구소장 창조경제의 중심에는 벤처기업이 있다. 여기에는 금융 시스템의 원활한 작동이 중요한데 미흡한 측면이 있다. 그 원인은 벤처기업에는 높은 위험성이 있고, 투자 자금이 더욱 활용되기 위해 꼭 필요한 투자금 회수 채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정보의 비대칭 문제와 평가 시스템에도 문제가 있다. 벤처기업은 창업 초기에 많은 자금이 투입돼야 하는데, 벤처 캐피털이 창업 초기에 제대로 흘러들어 가지 못한다. 이를 위해 프리보드(비상장주식 거래) 시장이 우선 정리돼야 한다. 코넥스(KONEX) 시장이 활성화를 위해 프리보드 시장을 흡수해야 한다. 또 코넥스 시장에 양질의 투자보고서가 있어야 한다.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의 투자금 회수 비율은 1%에 불과하다. M&A가 활성화되지 못하는 이유는 기업가치 평가에서 신뢰의 문제, 인수 비용에 대한 논란 등이 있기 때문이다. 직접금융뿐만 아니라 대출 등 간접금융도 유기적으로 연계돼야 한다. 간접금융이 단기자금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김동선 중소기업연구원장 벤처 생태계 구축을 위한 좋은 지적이 많은데, 현실적으로 접목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중소기업청장 재임 시절 벤처가 발달한 이스라엘과 ‘조인트 펀드’를 만들었는데, 이때 산관학을 통한 교육 시스템의 확산에 대해 많이 느꼈다. 이스라엘이 우리 시스템에 대해 부러워하는 게 바로 삼성그룹, 현대자동차그룹 등 대기업 시스템이다. 대기업이 창의적 기술을 육성하고, 창업 기업을 평가한 뒤 M&A를 활발히 할 수 있다면 창조경제에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선도적 위치에 있는 전통 제조업에 대한 융복합 지원도 필요하다. 현 정부가 벤처 육성에 집중하고 있는데, 자칫 2000년대 초반처럼 ‘벤처 버블’에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투자 펀드를 많이 만드는 것도 좋지만 기존의 것에서 좋은 투자처를 찾고 이를 평가하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김 교수 창조경제를 위한 좋은 기획도 필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집행이 중요하다는 말씀으로 이해된다. 학계에서는 ‘기업가 정신’의 반대말이 ‘공무원 정신’이라고 농담을 하곤 한다. 미래창조과학부가 모든 국민의 염원을 실현하는 데 차질이 없기를 바란다. 백운만 중소기업청 창업벤처국장 국민은 창조경제를 창업으로 여긴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봤다. M&A의 큰손은 대기업이다. 그런데 대기업들이 M&A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가 문어발식 확장이라는 소리나 듣고, 정권 끝나면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나 받고 하니까 하지 않는 것이다. 기업들이 나서 줘야 시장에 돈이 돈다. 중기청은 대기업이 기술혁신형 벤처기업을 인수하면 3년 동안 계열사로 카운트하지 않는 방안을 마련했다. 중기청은 ‘무한상상 프로젝트’를 운영 중인데, 생활 속에서 불편한 점 등에 착안한 개선 아이디어를 사이트에 올리면 된다. 그러면 네티즌이 평가하고, 상위 랭커 10개에 대해 전문가들이 평가한다. 여기에서 채택되면 제품화·사업화를 지원하고, 수익이 발생하면 3분의1은 아이디어 제안자가, 3분의1은 평가자 그룹이, 나머지는 생산자가 나눠 갖는 방식이다. 현재 사이트 오픈 2주 만에 시제품 2~3개가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 김 교수 세상에서 가장 좋은 사람이 나에게 돈을 벌게 해 주는 사람인데, 좋은 제도를 소개해 주었다. 제대로 집행돼 좋은 성과를 냈으면 좋겠다. 국민소득 ‘2만 달러 변곡점’의 고민은 경제가 고비용 구조로 바뀌고, 산업이 무너지는 경우다. 아무쪼록 2만 달러의 변곡점을 잘 넘길 수 있는 정책 제안이 많이 나오기를 바란다. 정리 김경운 기자 kkwoon@seoul.co.kr
  • [新 대한민국 24시] (1)제주 신풍속도

    [新 대한민국 24시] (1)제주 신풍속도

    대한민국의 하루는 바삐 돌아간다. 24시간이 모자란다. 누구라 할 것도 없다. 분야도 가리지 않는다. 매우 역동적이다. 새로운 풍경은 사회 트렌드와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바꾼다. 놓치지 않아야 할 것들이 많다. 이를 소개하는 기획 시리즈 ‘신 대한민국 24시’를 주 1회 게재한다. #풍경 하나 “이 더위에 왜 길을 나서느냐고요?” “당신도 한번 걸어 보세요 스스로 행복해진답니다.” 요지경이다. 더워서 숨이 턱턱 막힐 지경인데 4~5시간 걸어 보란다. 그러면 행복해진다니. 태양이 작렬하는 7월의 제주섬에는 올레꾼들이 넘쳐난다. 오직 걷기 위해서 돈 써 가며 비행기 타고 제주에 온 사람들이다. 이해불가다. 하지만 무작정 간세다리(게으름뱅이를 뜻하는 제주어)처럼 걸어 보란다. 그것도 혼자서. 그러면 왜 제주 올레길이 행복한 길인지를 스스로 알게 된다고…. 그렇게 사람들은 하나둘 올레길을 걷기 시작했고 다들 행복해했다. 불 같은 7월. 사람들은 연신 땀을 훔치며 기꺼이 올레길을 걷는다. 푸른 바다와 오름, 곶자왈 숲을 따라 살포시 펼쳐지는 제주의 속살에 모두들 열광한다. 걸음걸음을 뗄 때마다 내 안에 쌓이고 쌓였던 무언인가가 눈녹듯 사라져 간다. 사람들은 그것을 ‘치유’라고 불렀다. 내 안의 상처를 걷어내자 내면은 깊이를 더해 갔다. 어디 올레꾼들만 행복할까. 올레길 마을 제주섬 사람들도 덩달아 행복해졌다. 손님이 없어 문을 닫았던 올레길 주변 동네 구멍가게는 다시 문을 열었다. 소박한 시골집은 ‘할망민박’이란 이름을 달았고 할망들의 주머니도 두둑해졌다.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있을까? 절정으로 치닫는 여름. 올레길은 오늘도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올레길에서 만나 서귀포 작은 포구에 신혼집을 차린 그들은 여전히 행복한지…. 군 입대를 앞둔 아들의 손을 꼭 잡고 올레길을 찾았던 어머니의 허한 가슴은 아직도 여전할까. 실연의 아픔으로 올레길에서 눈물을 떨구었던 젊은 도시 여자는 다시 사랑하게 됐을까. 직장을 잃은 막막한 마음을 올레길에 쏟아냈던 50대 가장은 다시 일터로 돌아갔을까. 세상에 상처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서울에서, 부산에서, 광주에서 한 해 200만명이 자신들의 사연을 올레길에 쏟아낸다. 제주올레 안은주 사무국장은 “올레길은 세상사에 상처받아 치유받고 행복해지고 싶은 사람들의 친구 같은 존재”라며 “올레길에서는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요즘 제주는 올레가 대세다. 아직도 ‘치유의 길’ 제주 올레 한번 걸어 보질 않았나요? #풍경 둘 천하를 통일한 진시황은 신하 서복에게 동방의 나라에 있다는 불로초를 구해 오라고 명했다. 서복은 불로초를 찾아 한라산까지 왔다가 서귀포 정방폭포 암벽에 ‘서복이 이곳을 지나갔다’는 ‘서복과지’(徐福過之)라는 글귀를 남겼다. 진시황이 불로초가 있을 거라고 믿었던 제주섬. 제주는 요즘 유커(游客·중국인 관광객)의 세상이다. 베이징, 상하이, 칭다오, 항저우, 하얼빈, 광저우…. 중국 전역에서 쉴 새 없이 비행기들이 유커를 제주로 실어 나른다. 제주와 중국을 잇는 하늘길은 거미줄이 다 돼 간다. 저녁 무렵 제주시내는 우루루 길거리 쇼핑에 나선 유커들로 만원이다. 가게마다 빨간 중국어 간판과 메뉴판은 필수가 됐다. 지난해 1만 2000여명의 대규모 인센티브 여행단(기업의 포상휴가)을 제주로 보낸 것에 대한 화답으로 신제주에는 중국기업 바오젠의 이름을 붙힌 거리도 등장했다. 중국어가 거리를 지배하고 중국 화폐가 자연스럽게 통용되는 바오젠거리는 흡사 중국 어느 도시를 옮겨 놓은 듯하다. 혹시나 잃어버릴까 봐 여권과 지갑을 넣은 작은 전대를 허리춤에 꽉 조여 맨 유커들. 좌변기를 사용할 줄 몰라 당황하기도 하고 해수탕에서는 샤워도 하지 않은 채 풍덩 탕 속에 뛰어들어 눈총을 받기도 한다. 떼를 지어 우루루 도로를 가로지르기도 하고 호텔이고 식당이고 아무 곳에서나 독한 중국산 담배 연기를 뿜어댄다. 유명 관광지 화장실과 일부 식당가에는 친절한 좌변기 사용 안내문도 등장했다. 아마도 1989년 해외 여행 자유화 이후 우루루 동남아로, 중국으로, 일본으로 난생 처음 해외관광을 떠났던 우리의 모습도 그러했으리라. ‘닥치고 쇼핑.’ 저녁이 되면 제주시내 쇼핑거리는 유커들 차지다. 중국에선 명품 대접을 받는다는 중저가 국산 화장품은 단연 유커들의 최고 인기상품. 인삼과 꿀, 담배, 술을 닥치고 쇼핑한다.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여야만 지갑을 연다. 제주 오일장 할망들도 중국어 한마디는 할 줄 알아야 한다. 유명 면세점은 매일 즐거운 비명이다. 하루 내내 유커들을 태운 관광버스들이 줄을 잇고 매장 안은 밀려드는 유커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유명 면세점 한 곳의 한 달 매출액만 1610만 달러 수준이다. 유커들이 제주에서 자고 먹고 쇼핑하는 데 쓰는 돈은 1인당 157만원 정도(2013년 5월 제주관광공사 외국인 관광객 실태조사)다. 큰손들도 수두룩하다. 전세기를 타고 제주의 특급호텔 카지노에 머물며 수억원을 베팅하거나 면세점 명품 가방과 고급 시계를 싹쓸이하기도 한다. 싸구려 중국 여행 가서 중국 사람들이 해주는 발마사지 한 번 안 받아본 한국 사람 어디 있을까. 제주에서는 전세 역전이다. 밤이 되면 관광에 쇼핑에 지친 유커들의 발마사지는 이제 한국 사람의 몫이다. 영주권을 주는 5억원짜리 고급 콘도도 날개 돋친 듯 팔렸고 제주에는 중국 영사관도 들어섰다. 다들 이구동성이다. 중국의 해외여행 바람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1~3시간 비행의 뛰어난 접근성에다 멈추지 않을 것 같은 한류 바람, 세계자연유산 신비의 화산섬 제주로 유커들이 계속 몰려들 거라고. 중국인들이 뽑은 신혼여행지 1위 제주섬. 사랑하는 사람과 가장 설레는 여행을 제주에서 하고 싶단다. 과연 그럴까? 한때 엔화를 팍팍 뿌렸던 일본인들의 모습은 이제 제주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김의근 제주 국제대 교수(관광학)는 “중국 경제는 계속 성장할 것이고 아울러 중국인의 해외여행 바람은 앞으로 더 거세게 불 것”이라며 “동북아에서 접근성이 우수한 제주가 이들의 휴양 관광지로 계속 관심을 끌 것”이라고 말했다. #풍경 셋 여행만 가지 말고 아예 제주에서 눌러살아 볼까. 먹고살기 팍팍했던 배고픈 시절 섬 사람들은 하나둘 섬을 등졌다. 더 나은 삶을 위해 뭍으로 뭍으로 떠났다. 예전에 제주섬도 그랬다. 땅은 척박했고 거센 바다는 아버지를 삼켜버리곤 했다. 믿거나 말거나, 가난이 지긋지긋했던 시절, 제주섬 여성들의 일등 신랑감은 철도 기관사였다. 기차가 없는 제주섬으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터이니. 세상사 돌고 돈다 했던가. 제주섬은 요즘 뭍에서 이주민들이 몰려든다. 지난해 인구가 무려 6000여명이나 늘어났다. 모두 뭍에서 제주로 이주해 온 사람들이다. 아니 이민 온 사람들이다. 제주는 이주가 아니라 이민이라 불러야 한다. 외국어 수준의 제주 사투리와 낯선 풍습들. 어딜 가든 텃세가 없으리라만은 ‘육지것들이’ 하는 제주섬의 텃세는 등급이 다르다. 예전에는 정 붙이고 살지 못하고 다시 떠난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요즘 도시 사람들은 과감하게 제주 이민에 나선다. 수두룩하던 제주 변두리 시골 빈집은 이제 모두 그들이 차지했다. 5분이면 탁 트인 푸른 바다고 5분이면 한라산 울창한 숲이다.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 서울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제주영어교육도시에는 서울에서 역유학 온 도시 아이들로 가득하다. 옛말에 ‘사람은 서울로, 말은 제주로 보내라’ 했던가? 이젠 말도 사람도 모두 제주로 보내는 시대다. “어디 제주 한적한 시골 마을에 빈집을 구할 수 있나요?” 제주의 부동산 중개업소는 이민자를 위해 시골 빈집 구하기 바쁘다. 제주에서 ‘안단테 안단테’ 느린 삶을 즐겨 보겠다는 이민자들이다. 바야흐르 르네상스 제주다. 수년 전 대구에서 이주, 섬 속의 섬 우도에 카페를 차린 이상국(48)씨는 “생각하면 할수록 제주로 이주한 게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사계절 아름다운 자연과 시간에 쫓기지 않는 한 박자 느린 일상 등은 도시에서는 누리지 못한 큰 즐거움”이라고 자랑했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고가경품·명품으로 고객을 유혹하라!

    고가경품·명품으로 고객을 유혹하라!

    불황을 맞아 손님 끌어모으는 것마저 힘들어진 유통업계가 값비싼 경품과 호화 명품을 미끼로 고객의 시선을 사로잡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백화점은 한동안 뜸했던 해외여행 등을 경품으로 다시 내걸었고, 면세점과 온라인몰은 평소 구경하기 어려운 명품 시계와 가방을 한정판으로 판매해 소비자의 눈길을 끌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오는 28일까지 전국 모든 점포에서 해외여행 경품 행사를 진행한다고 15일 밝혔다. 물건을 사지 않고 방문하기만 해도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1등 1명에는 몰디브 콘래드리조트에서 4박을 묵을 수 있는 패키지 여행상품권을 준다. 2등 2명에는 호주 스레보 스키리조트 4박 이용권을, 3등 3명에는 스위스 융프라우 만년설 체험권을 준다. 해외여행 경품은 지난해 12월 이후 7개월 만에 나왔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주방세제, 샴푸 등 생필품을 사은선물로 주거나 자동차, 상품권처럼 환금성 경품을 내세웠다면, 올해는 고가 경품에 대한 기대심리와 고객 유인효과를 고려해 관련 행사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이 백화점은 지난 5월에는 ‘여왕의 하루’라는 주제로 호화 쇼핑, 스파, 호텔 등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경품으로 내걸기도 했다. 국내 최고급 스파에서 120만원짜리 마사지를 받고 백화점에서 2000만원 어치의 쇼핑을 즐긴 뒤 하룻밤에 1400만원이나 나가는 롯데호텔 로열 스위트룸에서 1박을 하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창립 30주년이었던 2009년에는 분양가 5억 8000만원짜리 48평형 아파트, 우주 여행권이 경품으로 내놔 화제가 되기도 했다. 워커힐면세점은 10억원이 넘는 명품 시계를 들여왔다. 고가의 시계와 보석에 관심이 많은 중국인 ‘큰손’ 고객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다. 워커힐면세점은 다음 달 말까지 스위스 시계브랜드 위블로의 한정판 시계 5점을 특별 전시한다. 이 가운데 ‘빅뱅 38㎜ 원밀리언’은 48캐럿, 총 880개 다이아몬드가 들어갔다. 전세계에 딱 1점뿐인 이 시계의 가격은 14억원에 달한다. 이 면세점 관계자는 “이 시계를 구경하기 위해 면세점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주로 저가제품을 취급하던 소셜커머스에서는 최근 고가의 명품백이 팔렸다. CJ오쇼핑의 오클락은 하루에 1%씩 가격이 낮아지는 ‘프라이스다운샵’에서 시중가 1750만원짜리 에르메스 버킨백이 37일 만에 1100여만원에 팔렸다고 밝혔다. 명품을 보러 들어오는 방문자가 전달보다 16% 증가해 ‘집객 효과’가 확인됐다고 오클락 측은 설명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이은주 기자의 컬처K] 안 뜰 것 같은 영화 ‘흥행 미스터리’… 말랑말랑한 10대들을 자극하라!

    지난해 6월 영화 ‘연가시’의 시사회 직후 언론과 평단의 반응은 싸늘했다. 영화에 대한 혹평은 물론 “휴가철을 코앞에 두고 기생충을 소재로 한 영화는 무리수”라며 요령부득의 마케팅까지 지적됐다. 하지만 영화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을 가볍게 제압하고 전국 450만 관객을 동원했다. 1년 뒤에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달 개봉한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영화 전문가들에게 ‘연가시’보다 더 낮은 평점을 받았지만 670여만 관객을 불러 모았다. 이는 배급, 홍보 등 관계자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결과다. 이 ‘미스터리 흥행’의 배경은 과연 뭘까. 무서운 10대들이다. 이들이 영화 관객 구성에서 압도적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들이 흥행 주도 세력으로 분류되는 이유는 맹목적인 ‘충성도’와 입소문을 전파시키는 위력이 대단하기 때문이다. 특히 10대는 40~50대 부모 관객의 영화 관람 패턴까지 좌지우지한다. ‘연가시’는 어른들에게는 생소했지만 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서는 크게 유행했던 꼽등이, 연가시 괴담을 기초로 만들어져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은밀하게’는 원작 웹툰이 청소년들에게 큰 인기를 모으면서 일찌감치 이들 사이에서 필수 관람 영화가 돼 있었다. 주연배우 김수현, 이현우 등 미소년 스타들도 흥행에 불을 질렀다. 한 영화 관계자는 “김수현을 보러 왔던 10대 관객이 이현우의 팬이 되어 나왔고 10대들은 같은 영화를 두세 번 다시 볼 정도로 열정적”이라고 말했다. 감수성이 예민한 10대들은 좀비, 귀신, 로봇 등 특이한 소재에 열광한다. 지난봄 사랑에 빠진 로맨틱 좀비를 앞세운 ‘웜 바디스’가 150만명을 동원하며 깜짝 흥행을 한 것이나 좀비를 소재로 한 재난영화 ‘월드워Z’가 거뜬히 400만명 기록을 돌파한 데도 10대가 큰 몫을 했다. 공포영화 ‘무서운 이야기 2’도 손익분기점을 넘겼고 ‘더 웹툰:예고살인’도 순항하고 있다. 로봇 군단이 총출동하는 ‘아이언맨 3’가 900만명을 동원한 데는 12세 관람가로 연령대가 낮았던 것이 흥행의 중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쯤 되니 요즘 영화사들은 10대 관객 잡기 전략에 사활을 걸었다. 로봇과 괴물의 대결을 소재로 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퍼시픽 림’은 중·고교 시사회를 계획 중이고 최근 개봉한 윌 스미스 부자 주연의 ‘애프터 어스’는 홍보대사로 10대 아역배우 여진구와 김유정을 내세웠다. 10대 시청자가 높아 이광수를 ‘초통령’(초등학생들의 대통령)으로 만든 SBS 예능프로 ‘런닝맨’은 영화 홍보를 앞둔 배우들이 자주 찾는다. 요즘 20대보다 10대들의 연애 판타지를 더 자극한다는 MBC ‘우리 결혼했어요’에 출연 중인 2AM의 정진운도 애니메이션 ‘에픽:숲속의 전설’의 한국어 더빙을 맡았다. 10대 관객이 ‘큰손’으로 떠오른 것은 올해부터 전면 시행된 주 5일제 수업이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거기에 최근 12세, 15세 관람가 영화가 급증한 것도 한몫했다. 영화마케팅 담당자들은 “시간과 돈에 제약을 받는 10대들은 영화 정보 수집에 훨씬 더 적극적이고 입소문에 민감하며, 반응도 즉각적”이라고 말했다. 지금 한국영화의 흥행 지표는 말랑말랑한 10대들의 감수성을 자극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렸다는 얘기다. erin@seoul.co.kr
  • 檢 ‘CJ 탈세 연루’ 서미갤러리 대표 소환

    檢 ‘CJ 탈세 연루’ 서미갤러리 대표 소환

    CJ그룹의 비자금 조성 및 탈세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윤대진)는 20일 고가 미술품 거래를 통한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를 확인하기 위해 홍송원(60) 서미갤러리 대표를 소환 조사했다. 홍 대표는 오후 2시쯤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검찰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CJ그룹이 해외에서 고가의 미술품을 사들이는 과정에서 가격을 부풀리거나 거래 내역을 누락하는 수법 등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현 회장 일가는 서미갤러리를 통해 2001년부터 2008년 1월까지 해외 유명 화가들의 작품 138점을 1422억원에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CJ그룹이 매입한 미술품 중에는 한 점에 수십억원을 호가하는 앤디 워홀, 데미언 허스트, 제프 쿤스, 사이 톰블리 등 유명 현대 미술가들의 작품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이 보는 CJ와 서미갤러리의 거래 기간은 2005년 이후 현재까지로 규모 및 거래 금액 등에 대해서는 확인 중에 있다”면서 “결제는 물품 하나하나에 대금을 지급한 때도 있고, 모아서 한꺼번에 지급한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홍 대표를 상대로 CJ그룹 측이 사들인 미술품 내역을 조사하는 한편 그룹 임직원들을 상대로 미술품 구입에 쓰인 자금의 원천과 구체적인 거래 경위 등을 캐물었다. 홍 대표는 중앙지검 금조2부에서 미술품 거래 과정 중 탈세 혐의로도 수사를 받아 왔다. ‘미술계의 큰손’으로 불리는 홍 대표는 고가 미술품 거래와 관련해 여러 차례 구설수에 오른 인물이다. 2008년 삼성 특검 때 삼성 측의 자금을 세탁해 줬다는 의혹으로 수사를 받았고 2011년 오리온그룹 자금 세탁을 도운 혐의로 기소됐다. 또 한상률 전 국세청장 그림 로비 의혹 사건과 저축은행 비리 사건 때도 등장했다. 한편 검찰은 두 차례 소환에 불응해 지난 19일 법원에서 체포영장이 발부된 CJ 중국법인 부사장 김모씨를 지명수배하고 중국 공안당국에 범죄인 인도를 청구할 방침이다. 김씨는 이 회장의 고교 후배로 회장실장 등을 지내며 비자금 조성과 운용에 깊숙이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6070 어르신’ 백화점 큰손으로

    경기 불황으로 전반적인 소비가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6070세대가 백화점 매출을 이끄는 ‘큰손’으로 떠올랐다. 18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매출 상위 20% 고객 가운데 60대 이상 고객은 2008년 5만 6000여명에서 2012년 10만 2000여명으로 81% 증가했다. 고객 1인당 구매 금액인 객단가도 750만원으로, 2008년보다 20% 늘었다. 이 기간 상위 20% 전체 고객 수는 46%, 객단가는 6% 증가한 것에 비하면 60대 이상 노인 고객의 부상이 두드러진다. 롯데백화점은 은퇴 후 넉넉한 노후자금을 바탕으로 여유로운 소비생활을 즐기는 이들을 ‘6070빅핸즈’ 고객으로 명명했다. 이들의 가장 큰 특징은 본인의 건강과 품위 유지에 돈을 아끼지 않는 것이라고 백화점 측은 전했다. 이들이 선호하는 제품은 과일과 친환경 식품 등 질 좋은 농산 제품과 화장품과 골프용품, 손자·손녀를 위한 고급 아동복이 꼽혔다. 자기계발을 열심히 한다는 특징도 나타났다. 6070빅핸즈 고객 10명 가운데 1명이 문화센터 강좌를 수강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60대 이상 전체 고객 평균보다 7% 높은 수준이다. 1인당 평균 수강 강좌 수도 6.4개로, 60대 이상 고객 전체 평균보다 5배 높았다. 롯데백화점 마케팅부문장 정승인 전무는 “예전에는 가족, 자녀를 위한 소비를 하는 노년층 고객이 대부분이었다면 최근에는 젊음을 유지하고 자신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60대 이상 고객이 늘어나고 있다”며 “6070세대의 요구를 반영해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상숙 기자 alex@seoul.co.kr
  • [서울광장] ‘약한 자의 슬픔’ 되새김 않으려면/구본영 논설실장

    [서울광장] ‘약한 자의 슬픔’ 되새김 않으려면/구본영 논설실장

    최근 한 전통주 업체의 대리점주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데 이어 어느 프랜차이즈 편의점 가맹점주도 뒤를 이었다. 독일 시인 에리히 캐스트너가 “요람과 무덤/그 사이에는/고통이 있었다”고 했던가. 사회적 약자들의 극단적 선택이 여간 안타깝지 않다. 인생의 ‘판도라 상자’에 희망은 남아 있다는데 그 끈을 놓지 않으면 좋으련만…. 착하디착한 고아 처녀는 권문세가의 가정교사로 들어간 뒤 집주인에게 정조를 유린당한다. 이후 그녀는 재판에서 패소한 충격으로 요강에다 핏덩이를 낙태하고는 통한의 눈물을 흘린다. 김동인의 오래된 소설 ‘약한 자의 슬픔’의 줄거리다. 이렇듯 어느 시대에서든 힘없는 ‘을’의 삶은 고달프기 마련이다. 재력과 권력을 가진 ‘갑’에 비해 더 많은 설움을 겪어야 하지 않는가. 6월 국회에서 갑을 간 불공정 거래를 막거나, 상생을 이끄는 법안이 홍수를 이룰 참이다. 공정거래법 개정안, 대리점 거래 공정화 법안(일명 남양유업방지법) 등을 여야가 앞다퉈 내놓고 있다. 경제민주화 바람과 함께 왜곡된 ‘갑을 문화’가 필연적으로 개선되는 수순이라면 반길 일이다. 입법으로 강제하든, 가진 자의 온정에 힘입든 간에 말이다. 그러나 정글의 법칙이 통용되는 국제사회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그럴싸한 외교적 수사가 춤을 추지만 약육강식의 원리가 지배하는 본질은 그대로인 까닭이다. 유럽연합(EU)과 중국의 최근 무역분쟁은 극명한 사례다. EU의 중심국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중국 리커창 총리를 만나 “독일의 영향력을 이용해서라도 중국 제품에 대한 EU의 보복관세를 막겠다”고 꼬리를 내렸다. 대처 전 영국 총리와 함께 ‘철의 여인’으로 불리는 그녀조차 자동차 브랜드 BMW 등 독일 수출기업들에는 ‘큰손’인 중국의 압력에 굴복하고 만 꼴이다. 얼마 전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의 방미를 다룬 외신이 시선을 확 끌어당겼다. 사회주의체제의 군사독재로 국제제재를 받던 미얀마의 최고지도자를 미국이 47년 만에 공식 초청했기 때문만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세인 대통령이 대한항공 편으로, 양곤~인천~덜레스 노선을 이용했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미얀마가 은둔의 굴레를 벗고 개혁·개방 노선을 취하긴 했지만 아직은 국적기를 살 돈도, 미국행 직항로도 없는 남루한 형편임을 말해주는 삽화다. 하긴 1961년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이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방미 여정은 훨씬 참담했다. 당시 세계 최빈국의 지도자였던 그는 일본 도쿄~앵커리지~시애틀~시카고를 경유해 사흘 만에 워싱턴에 도착했다. 중간에 미군 수송기까지 얻어 타야 했다. ‘파김치 상태’로 존 F 케네디 대통령을 만난 그가 한국의 경제개발을 위한 차관을 요청했지만, 돌아온 것은 “원조를 받는 나라에 차관을 줄 수 없다”는 극히 사무적인 답변이었다. 며칠 전 주한 일본대사관 관계자와 과거사를 놓고 대화를 나눴다. 필자가 하시모토 오사카 시장 등 일본 정계 지도자들의 잇단 위안부 망언 등에 대해 지적하자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이나 일본 국민 다수의 인식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주일 미군에 성매매를 권장하는 등 좌충우돌하던 하시모토가 위안부 할머니들이 아닌, 강대국인 미국 정부에만 사과한 데 대해서는 납득할 만한 해명을 하지 못했다. 일찍이 도산 안창호는 일제 치하의 동포들에게 “힘을 기르자”고 호소했다. 시진핑 국가주석 등 중국 5세대 지도부의 중화굴기(中華堀起) 행보나 일본 지도자들의 국수주의 퍼레이드를 보면서 도산의 가르침이 새삼 와 닿는다. 우리가 미·중 혹은 중·일 사이의 샌드위치 신세가 되지 않으려면 국력을 더 키우고 국격을 높이는 것 말고 다른 무슨 대안이 있겠는가. 그러려면 우리 내부의 ‘갑을’이 소이(小異)를 버리고 대동(大同)을 추구하도록 이참에 상생의 갑을 관계를 확실히 정착시켜야 할 듯싶다. kby7@seoul.co.kr
  • [서울광장] 가스도입 경쟁체제는 국민 이익을 위한 것/손성진 수석논설위원

    [서울광장] 가스도입 경쟁체제는 국민 이익을 위한 것/손성진 수석논설위원

    우리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은 한국가스공사가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국내 경쟁자 없이 전 세계 자원시장에서 가스를 대량 도입하는 가스공사는 막강한 구매력을 가진 큰손으로 통한다. 가스공사의 가스 도입 금액은 어마어마한 규모다. 2010년 10월부터 1년 반 동안 계약한 금액이 자그마치 250조원이다. 국민 1인당 500만원, 한 가구당 2000만원이나 부담해야 하는 엄청난 돈이다. 도입권뿐만 아니라 공급권도 틀어쥔 가스공사의 매출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2007년에 14조 2608억원이던 매출이 지난해엔 35조원을 넘어섰다. 순이익은 1조 2000억원대에 이른다. 올해 1분기에는 매출 12조 2224억원, 순이익은 849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7.5%, 18.3%나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7월과 올해 2월, 2회에 걸쳐 도시가스 요금을 올린 덕이다. 많은 소비자는 가스요금 폭탄을 맞았다며 분통을 터뜨린다. 한 달에 40만원이 넘는 가스비를 내는 집이 허다하고 방 한 칸짜리 오피스텔에 25만원이 부과되어도 하소연할 데도 없다. 반면 가스공사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8000만원이 넘고 지난해 말에는 성과급을 1561만원이나 지급했다. 소비자들이 땀 흘려 벌어서 낸 가스요금으로 독점기업이 잔치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가스요금을 낮추려면 우선 가스를 조금이라도 싸게 들여와야 한다. 그러나 독점체제여서 비싸게 사 와도 선택의 여지가 없다. 최근 1년 반 동안의 계약 체결분 250조원에서 1%만 깎아도 2조 5000억원이라는 돈을 절약할 수 있는데 말이다. 이 돈은 인천대교 전체 건설 공사비보다 많은 금액이다. 1990년 이후 한국의 가스 도입 가격은 늘 일본보다 높았다. 일본이 우리보다 높은 가격에 산 때는 원전 사고 이후뿐이다. 가스 도입을 경쟁체제로 바꿀 필요가 있다. 다양한 공급원으로부터 조금이라도 싼 가격에 들여올 길을 열어줘야 한다. 정부에서는 일단 민간의 직수입 규제를 완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듯하다. 국회에서도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도시가스사업법 개정안을 김한표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해 놓고 있다. 그러나 이와 정반대로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도 동시에 발의되어 대결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규제 강화를 추진하는 쪽에서는 가스 직수입 확대가 구매력을 약화시켜 도입가격을 상승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현재 직수입 업체들의 도입 단가는 가스공사보다 절대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스 도입을 독점하고 있는 국가는 우리뿐이다. 일본은 종합상사 등 많은 회사가 경쟁체제로 가스를 수입하고 있다. 경쟁체제인 일본의 가스 도입 가격은 도리어 우리보다 낮다. 규제 강화 쪽에서는 또 직수입에는 일부 대기업들이 참여해서 이익을 챙길 것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빚더미에 올라앉아 있으면서도 막대한 이익을 독차지하고 해마다 고액의 성과급까지 받는 가스공사의 독점체제가 나은지, 아니면 다수 기업들이 그 이익을 나눠 갖는 것이 나은지는 생각해 보면 자명하다. 더욱이 셰일가스(암석에 갇힌 천연가스)의 등장은 천연가스 가격 하락 요인이다. 일부 발전사들은 셰일가스 등 상대적으로 값싼 가스를 들여와 전력생산 비용을 낮추려 한다. 이와 함께 정부가 추진 중인 LNG 발전소에 저렴한 가스를 공급하기 위해서도 도입 채널을 다양화하는 규제 완화가 따라야 한다. 그런데 우리보다 싸게 가스를 도입하고 있는 일본에서도 최근 유럽이나 미국보다 최대 3배나 비싸게 수입해 연간 2조~3조엔(약 23조~35조원)을 허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본 학자들은 일본의 LNG 도입가를 15% 낮추면 3년간 국내총생산(GDP)이 1조 7000억엔(약 20조원) 늘어날 것이며 5만명을 추가 고용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분석한다. 이런 점들을 종합해 볼 때 과연 가스 도입의 규제를 강화하는 게 옳은지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 sonsj@seoul.co.kr
  • 전쟁 흔적 오롯한 양구 두타연·북한이 더 가까운 백령도…

    전쟁 흔적 오롯한 양구 두타연·북한이 더 가까운 백령도…

    6월은 호국의 달이다. 한국관광공사는 ‘내나라 호국·안보여행’이라는 테마로 ‘6월에 가볼 만한 곳’을 선정했다. ‘전쟁의 상처 위에 피어난 청정한 자연, 양구 펀치볼과 두타연’(강원 양구) ‘분단의 현장에서 희망을 이야기하다, 연천 안보 관광’(경기 연천) ‘평화와 전쟁, 사랑과 아픔이 공존하는 서해의 보석 백령도’(인천 옹진군) ‘덕이 있는 산에서 만나는 의병의 외침, 무주 덕유산 의병길’(전북 무주) ‘항일운동의 큰 별이 태어난 역사의 땅, 홍성’(충남 홍성) ‘한국전쟁이 남긴 3년의 기록, 거제포로수용소유적공원’(경남 거제) 등 6개 지역이다. ▲양구 펀치볼과 두타연 양구는 6·25전쟁 당시 9개 전투가 벌어졌을 만큼 치열한 전장이었다. 어느 곳보다도 ‘통일’이라는 단어를 먼저 곱씹어 보게 하는 곳이다. 양구 제1경은 두타연이다. 2004년 개방되기까지 민간인 통제구역이었던 덕에 싱싱한 자연이 오롯이 남아 있다. 양구군 경제관광과(480-2251, 이하 지역번호 033). 광치막국수(481-4095)는 막국수와 돼지고기 편육을 잘한다. 읍내 동문식당(481-1057)은 값싸고 영양가 높은 콩탕으로 이름났다. ‘특산’ 강된장을 얹어 먹는데, 참 별미다. ▲연천 안보 관광지 연천의 승전OP(Observation Post, 초소)와 1·21무장공비 침투로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이라는 우리의 아픈 현실을 웅변하는 곳이다. 1·21무장공비 침투로에는 1968년 1월 21일 청와대를 폭파하기 위해 휴전선을 넘어온 무장 공비 31명이 경계 철책을 뚫고 침투하는 모형물이 전시돼 있다. 연천군 문화관광체육과 관광팀(839-2061, 이하 지역번호 031). 한탄강 오두막골(832-4177)은 가물치 구이로 유명한 집. 얼큰한 민물 새우탕이 곁들여진다. 불탄소가든(834-2770)의 잡고기 매운탕도 맛있다. 재인폭포 아래 있다. ▲서해의 보석 백령도 백령도는 우리 땅의 서쪽 끝이자 북쪽 끝이다. 중국 산둥반도와 190여㎞, 북한의 황해도 장연군과는 10㎞ 떨어져 있다. 백령도와 인천을 오가는 뱃길이 200㎞ 남짓. 서울보다 북한이나 중국과 더 가까운 셈이다. 백령면 민원실(836-3000, 이하 지역번호 032). 백령도 사곶냉면(836-0559)은 3대를 이어온 맛집. 메밀로 뽑은 면발에 평양식의 밍밍한 육수가 일품이다. 돼지고기 편육도 좋고, 짠지떡도 별미다. 짠지떡은 메밀반죽에 볶은 김치를 넣고 만두처럼 빚어낸 떡이다. ▲무주 덕유산 의병길 칠연의총과 칠연폭포를 거쳐 동엽령까지 이어지는 덕유산 의병길은 순국 의병들의 의기를 느끼며 걷는 길이다. 백련사 탐방로는 누구나 쉽게 트레킹을 즐길 수 있는 코스. 무주군 관광육성계(320-2547, 이하 지역번호 063). 무주의 자랑은 물 맑은 금강에서 잡은 물고기로 끓여낸 어죽이다. 읍내 군청 앞의 금강식당(322-0979)과 앞섬다리 부근의 앞섬마을(322-2799), 뒷섬마을의 큰손식당(322-3605) 등이 이름났다. ▲역사의 땅 홍성 충남 홍성에서 태어난 백야 김좌진 장군과 만해 한용운 선생은 역사에 길이 남을 항일운동가다. 홍성에는 김좌진 장군과 한용운 선생의 생가와 사당이 마련돼 있다. 두 명소는 6.5㎞ 떨어져 차로 달리면 10분 거리다. 궁리포구와 새조개 축제로 유명한 남당항 등 천수만 인근 포구도 멀지 않다. 홍성군 문화관광과(041-630-1808). 둘레가 40㎞에 이르는 예당호 주변에 민물고기를 갈아 만든 어죽과 시래기를 넣어 끓인 붕어찜 전문 음식점들이 많다. ▲한국전쟁이 남긴 3년의 기록, 거제포로수용소유적공원 한국전쟁 당시 최대 17만 3000명에 달하는 전쟁포로를 수용했던 거제포로수용소의 역사가 담긴 공간이다. 포로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디오라마관과 포로수용소 유적박물관, 잔존 유적지 등이 조성돼 있다. 거제 조선테마파크와 도장포 바람의 언덕, 이순신 장군의 옥포대첩기념공원 등도 함께 돌아보는 게 좋겠다. 거제관광안내소(639-4178, 이하 지역번호 055). 백만석(637-6660)은 도다리쑥국과 멍게비빔밥 등으로 입소문이 났다.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 ‘조용필’ 카트에 담고, 자녀와 콘서트 보고… 문화소비 ‘큰손’으로

    ‘조용필’ 카트에 담고, 자녀와 콘서트 보고… 문화소비 ‘큰손’으로

    ‘헬로(Hello)세대’가 문화시장을 흔들고 있다. 최근 가요계를 강타한 조용필의 19집 ‘헬로’ 신드롬에 기름을 부은 주역은 50~60대. 이들이 지금 가요계를 넘어 영화, 방송 등 대중문화 전반의 새로운 소비층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최근 이들의 문화소비 태도가 몰라보게 달라지고 있다. 무기력하게 ‘실버세대’에 편입하는 대신 최신 문화 트렌드를 당당히 능동적으로 향유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20만장 돌파 초읽기에 들어간 조용필의 새 앨범은 지금 시내 대형마트에서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가고 있다. 오프라인 음반 매장이 사라진 데다 인터넷 구매에 상대적으로 익숙지 않은 5060들이 소비처로 마트를 선택한 셈이다. 앨범 유통 및 배급을 맡은 유니버설 뮤직은 “대형마트의 계산대 옆에 광고판과 앨범 판매대를 설치했는데 판매율이 기대치를 휠씬 뛰어넘어 우리도 놀라고 있다”고 말했다. 음반시장이 극도로 위축된 현실에서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라는 것이다. 새 앨범의 경우 대형마트에서는 점포당 기껏 5장 정도만 비치했으나, 초기 반응이 좋아 별도의 대형 매대를 설치하는 등 공격적 마케팅을 구사했는데 전략이 먹혔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조용필 앨범 특수가 이어지면서 마트 음반 매장의 구매자 가운데 50대 이상의 비중은 37.1%로 껑충 뛰었다. 이처럼 5060이 맹렬히 가세한 ‘헬로세대’가 조용필의 앨범에 반색하는 배경은 뭘까. 문화가에서는 “막연한 향수도 있겠지만 그가 이번 앨범에서 로커로서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팝과 발라드는 물론 로큰롤과 일렉트로닉 등 장르를 아우르는 혁신적인 음악으로 승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다시 말해 젊은 세대에 합류하고 싶었지만 아이돌 가수를 받아들일 준비는 돼 있지 않았던 장년층들의 욕구를 만족시켰다는 것이다. “‘헬로’가 뽕짝은 따라 부르기 싫은데 그렇다고 소녀시대를 흉내낼 수도 없었던 세대의 소구점에 정확히 맞아떨어졌다”는 게 중론이다. 헬로세대의 부상은 발 빠른 마케팅 덕에 가속을 붙였다. ‘헬로’ 제작사는 프로모션도 아이돌 가수 방식을 택했다. 음원 온라인 선(先) 공개, 뮤직비디오 티저 공개, 쇼케이스 개최 등 아이돌 가수들에게 적용한 마케팅 장치를 그대로 활용했다. 결국 다양한 세대가 한꺼번에 음악적인 소통을 하는 기대 이상의 상승 효과를 거뒀다. 이런 과정에서 새롭게 힘을 얻은 ‘헬로세대’는 앞으로도 세력을 꾸준히 얻어 갈 전망이다. 조용필 소속사인 YPC프로덕션의 조재성 실장은 “요즘 사무실에 조용필의 새 앨범 덕분에 사는 느낌이 새롭다는 5060들의 격려 전화가 빗발친다”고 말했다. 음반 출시 전 사전 모니터링 단계에서도 헬로세대의 욕구는 뚜렷이 잡혔다. “우리도 록음악이 좋고 공연장에도 가고 싶다”는 5060들의 대답이 쏟아졌다는 것이다. 공연시장 쪽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소녀시대, 샤이니 등이 소속된 SM엔터테인먼트는 공연 때마다 ‘해피 패밀리존’을 만들어 5060세대와 자녀들이 함께 보는 객석을 만들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아이돌 가수들을 좋아하는 5060을 겨냥해 자녀, 손자들과 함께 와서 즐기는 좌석을 130~800석 만드는데 매회 전량 매진된다”고 말했다. 다음 달 1일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5만명 규모의 대형 콘서트를 여는 가수 이문세도 5060세대의 단체 관람을 정조준해 10+1 ‘덤티켓’을 기획했다. 자녀 세대와 함께 온 부모에게는 특별 할인도 해 준다. 젊은 관객 이상의 소비력을 갖췄다는 것도 공연시장이 이들을 주목하는 대목. CJ E&M 음악 마케팅팀 이재향 과장은 “대중미디어가 일방적으로 골라 주는 음악을 받아들이는 어린 세대와 달리 5060세대는 다양한 음악 장르의 경험자들이라는 점도 마케팅 포인트”라면서 “시간과 지갑에 여유가 있는 이들은 올드 팝스타에서부터 최신 공연형 가수 콘서트까지 두루 소화할 수 있는 잠재적 ‘멀티’ 소비자들”이라고 말했다. 방송계에서도 5060은 리모컨의 주도권을 쥔 주요 시청층으로 대접받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 쪽에서도 이들을 겨냥한 소재로 승부를 건다. SBS의 힐링 토크쇼 ‘땡큐’는 최근 사진작가 김중만, 만화가 이현세, 가수 이문세, 축구감독 허정무 등 50대 출연자들을 대거 동원했다. SBS ‘자기야’ ‘화신-마음을 지배하는 자’, MBC ‘세바퀴’ 등 토크 프로그램들도 40대 후반부터 5060 등 중년 출연진을 간판으로 내세운다. 방송 관계자는 “최근 예능 프로그램들은 특정 연령층만 공략하기보다 모든 세대가 함께 볼 수 있는 방향으로 기획된다”면서 “중년 출연자들이 부부관계, 고부갈등, 자녀양육 등 일상 이야기를 털어놓아 동년배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드라마 시장에서 5060의 영향력은 이미 입증됐다. 주말드라마 시청률 1위를 차지한 MBC ‘백년의 유산’도 젊은 남녀 주인공보다 박원숙, 정보석, 전인화, 박영규 등 장년층 배우들의 인기가 압도적이다. 인구학적인 측면에서도 문화시장에서 헬로시장의 저력은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금의 50~60대는 자신들을 노년이라고 자각하지 않는 데다 자녀 세대보다도 인구층이 더 두꺼워 전례 없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며 “이들이 대중문화의 주요 소비층으로 부상한 것은 이 같은 자의식과 자존감이 바탕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불황에도 ‘큰손’ 덕 봤네…조선3사, 메이저 수주 ‘쑥’

    불황에도 ‘큰손’ 덕 봤네…조선3사, 메이저 수주 ‘쑥’

    국내 조선사들이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메이저급’ 주문 덕분에 한숨을 돌리고 있다. 글로벌 오일메이저(IOC)나 대형 선사들이 해양플랜트,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을 발주하면서 한국 기업만 찾고 있기 때문이다. 그 바탕에는 한국 조선사들의 기술력과 신뢰성, 발주 선사들의 수익성 등이 있다. 1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조만간 발주되는 25억 달러(약 2조 7747억원) 규모의 나이지리아 ‘에지나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 프로젝트’의 유력한 낙찰자로 거론된다. 애초 이 프로젝트는 현대중공업이 수주할 것이란 예상이 많았는데, 이는 발주사인 프랑스 에너지 기업 토탈과 현대중공업의 끈끈한 인연 덕분이다. 하지만 현지 원청사인 국영석유공사(NNPC)가 삼성중공업의 손을 들어주면서 상황이 변했다는 후문이다. 토탈이나 NNPC 모두가 국내 조선사들에는 ‘왕손님’인데, 각자가 신뢰하는 곳이 따로였던 셈이다. 앞서 지난 6일 현대중공업은 세계 최대 크기인 1만 8400TEU(20피트 컨테이너 1개 단위)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5척을 한꺼번에 수주한 바 있다. 국내 조선 3사가 1996년부터 IOC와 국영석유기업(NOC)으로부터 수주한 주요 대형 해양설비는 총 76기. 회사별로는 현대중공업 37기, 대우조선해양 22기, 삼성중공업 17기 등이다. 현대중공업은 전체 물량 중 세계 최대 에너지업체인 엑손모빌(27%)과 토탈(19%)로부터의 수주 비중이 높았다. 대우조선해양의 해양플랜트 파트너는 미국 2위 정유업체인 셰브런이다. 전체 수주 물량 22기 중 그 비중이 58%에 이른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1990년대 중반부터 앙골라 개발에 나선 셰브런과 우호적인 거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은 미국의 글로벌 오일메이저인 쉘과 스타토일의 비중이 각각 23%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자본과 고도의 기술력을 요하는 해양플랜트의 특성상 글로벌 IOC와 NOP는 과거 자사가 발주했던 프로젝트의 성공 경험을 중시한다”며 “한국 조선사들은 고르게 높은 기술력을 지녔기 때문에 발주사를 보면 수주 결과를 대략적으로 짐작할 수 있을 정도다”고 말했다. 국내 조선사들은 초대형 컨테이너선 시장에서도 독주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다음 달 덴마크 선사인 머스크에 인도할 예정인 컨테이너선도 1만 8330TEU급으로 20척에 이른다. 8년 전인 2005년 1만 TEU급 선박에 ‘울트라급’이라는 별칭을 붙였던 게 무색한 정도로 초대형급이 쏟아지고 있다. 올 들어 선사들이 초대형급 발주를 늘리는 이유는 배가 클수록 수익성이 최대 30% 높아지기 때문이다. 김경운 기자 kkwoon@seoul.co.kr
  • EU, 탈세와의 전쟁… 전 회원국 금융정보 공유 추진

    유럽연합(EU)이 ‘큰손’들의 탈세를 막기 위한 개혁안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6일(현지시간) EU가 전체 27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탈세 방지를 위해 핵심 은행정보를 교환하는 개혁안을 추진한다고 보도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의 알기르다스 세메타 조세담당 집행위원은 “수개월 내에 각 회원국 조세 당국이 자본이익과 배당금 내역 등을 포함한 은행 정보를 자동으로 교환하도록 하는 개혁안을 발의하겠다”고 FT에 밝혔다. 독일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주요 5개국이 최근 은행 영업의 투명성을 높이고 비밀계좌를 이용한 탈세를 원천봉쇄하기 위해 은행정보 상호교환에 합의한 내용을 전체 27개 회원국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EU 집행위는 이전에도 비슷한 내용의 개혁안을 추진했으나 일부 회원국의 반대로 흐지부지됐다. 하지만 최근 조세피난처에 재산을 숨긴 전 세계 유명인사들의 명단이 공개된 이후 조세 회피와 각종 역외 탈세를 봉쇄하려는 국제 사회의 공조 노력이 강화되면서 EU의 시도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실제 대표적인 조세피난처인 룩셈부르크는 최근 은행정보 공유에 반대하던 기존 입장을 버리고 은행계좌 정보 교환에 동참할 의사를 밝혔다.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 신세계백화점의 ‘중국인 큰손 잡기’

    신세계백화점의 ‘중국인 큰손 잡기’

    신세계백화점이 ‘큰손’인 중국 부유층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1일부터 중국인 전용 VIP 제도를 신설하는 등 대대적인 중국인 고객 모시기에 나섰다. 신세계백화점은 30일 중국인 전용 VIP 제도를 신설하고 현지 고객관리 전문회사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부유층 500여명에게 VIP 카드를 선지급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연내에 상하이, 베이징, 칭다오 등에 거주하는 고위 공무원이나 사업가 등 500명을 중요 고객으로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한국을 방문한 고객만을 대상으로 진행해 왔던 프로모션을 한국에 온 적이 없는 잠재 고객에게까지 확대하기로 한 것은 중국인의 구매력이 매출에 큰 영향을 준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VIP 카드를 받은 중국인 고객에게는 본점과 강남점, 센텀시티점 등 중국인 고객 매출이 큰 3개 점포에서 3~5% 상시 할인 혜택과 함께 국내 VIP 고객에 버금가는 할인 혜택을 준다. 또 중국인이 건강검진이나 피부관리 등 한국의 선진의료 서비스를 선호하는 경향을 반영해 당일 구매액에 따라 스파 이용권, 호텔 숙박권, 피부 관리권 등을 사은품으로 주기로 했다.본점과 강남점, 센텀시티점 등 3개 점포의 중국인 매출 신장률은 지난해 138%, 올해는 지난 3월까지 69%에 달했다. 고객 수 역시 지난해에는 156%, 올해는 54% 늘었다. 홍정표 신세계백화점 팀장은 “불황에도 원정 쇼핑에 나선 중국인 고객들이 꾸준하게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 본격적으로 구매심리를 붙잡아 두기 위해 VIP 제도를 도입했다”고 말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믿던 동네형님이…” 노량진 뒤흔든 곗돈 46억 사기사건

    “믿던 동네형님이…” 노량진 뒤흔든 곗돈 46억 사기사건

    “계 타면 이제 우리 애들 결혼 좀 시키겠구나 했어요.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뻔히 아는 계주가 어떻게 그 돈을 들고 사라져….” 계주 이모(63·여)씨가 잡혔다는 소식을 들은 박모(55·여)씨는 눈물부터 쏟았다. ‘그날’ 이후 박씨는 죄책감에 고개 한번을 제대로 들지 못했다. 스트레스로 거북이 등껍질처럼 쩍 갈라진 박씨의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박씨는 1990년대 중반 지인의 소개로 이씨 집에서 가사 도우미로 일했다. 이씨는 동네에서 유명한 계주였다. 지인은 박씨에게 “이씨가 계 모임의 큰손이다. 은행보다 낫더라”며 계에 들 것을 권유했다. 새마을금고 이사장인 남편과 공부도 잘한다는 자식을 둔 이씨를 평소 동경해왔던 박씨는 약 20년 가까이 모은 돈을 모조리 계에 쏟아부었다. 남편 없이 자식 셋을 홀로 기르며 가사도우미, 피부 마사지, 식당 설거지 등을 하며 모은 전 재산이었다. 직장에 들어간 자식들도 월급을 보태, 계에 쏟았다. 그렇게 이씨에게 맡긴 돈이 1억 7000만원. 그러나 박씨가 믿고 따랐던 이씨는 지난해 여름 박씨의 돈을 들고 홀연히 행방을 감췄다. 박씨를 포함한 계원 43명의 46억 2000만원도 순식간에 사라졌다. “2009년부터 곗돈 주기를 계속 미뤘어요. 탈 때가 지나서 불안한 마음에 전화를 하면 ‘왜 집으로 전화를 하느냐. 나를 못 믿는 거냐’고 소리를 질렀죠. 그전까진 누구보다 곗돈 관리에 엄격한 분이시라 불안해도 크게 의심하지 않았어요.” 이씨는 1970년대부터 노량진 일대에서 ‘번호계’ 방식으로 계를 운영했다. 계원들이 3년간 매달 일정 금액을 넣고 순번대로 곗돈을 타가는 식이다. 이씨는 잠적 전까지 매월 86만∼143만원을 내고, 순서대로 3000만∼5000만원을 태우는(곗돈을 탄다는 의미) 이른바 ‘새마을계’ 9개를 운영했다. 5000만원짜리 계는 월 143만원씩, 3000만원짜리 계는 월 86만원씩 넣을 수 있게 했다. 36순위까지 있는 순번표에 1~2번은 이씨가, 그 이후에는 순서대로 계를 타게 했다. 이씨는 야박한 계주로 악명이 높았다. 박씨를 비롯해 이씨에게 돈을 뜯긴 피해자들은 하나같이 이씨가 보통내기가 아니었다고 했다. 계원들과 가까이 지내다가도 돈을 내기로 한 약속시간을 어기면 인정사정 봐주지 않았다. 독촉전화는 물론 계원 집에 드러눕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한 계원은 곗돈을 못내 이씨에게 집 문서를 가압류당하기도 했다. 계원 관리도 철저했다. 계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재정보증서를 제출하고 연대 보증인을 세워야 했다. 인감도 제출하게 했다. 곗돈을 못 내는 계원이 생기면 추천인이 대신 곗돈을 내주는 규칙도 엄격히 적용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친목모임을 통해 계원 확장도 독려했다. 피해자들은 누구보다 독하게 계를 관리했던 이씨를 보며 안심하고 돈을 맡길 수 있었다고 했다. 이씨의 배경도 한몫했다. 노량진의 한 새마을금고 간부인 남편, 회계사가 된 아들, 명문가에 시집간 딸 등 이씨는 동네 주부들에게 본받아야 할 큰언니이자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이씨는 동네 주부들에게 형님이란 의미의 ‘오야’로 불렸다. 이씨의 계는 35년여간 아무 문제가 없었다. 때문에 자녀, 조카 등 기본 3대가 참여하는 집이 많아졌다. 곗돈 규모도 계속해서 커졌다. 하지만 2008년 말부터 이씨의 행동이 미묘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이씨는 새마을금고 이사장이었던 남편과 유명 회계법인에서 일하는 회계사 아들을 앞세우며 기존 계원들에게 “계 하나만 더 하자. 나 좀 믿고 도와달라”고 했다. 1억원짜리 계였다. 약속했던 곗돈도 자꾸 미뤘다. 곗돈을 못 받은 계원이 곗돈 이야기를 꺼내면 소리를 지르거나 신경질적으로 대꾸했다. 계원들은 불안했지만 믿고 기다렸다고 했다. 그러나 하루 이틀 연락이 닿지 않던 이씨는 지난해 7월 아예 집을 빼고 야반도주했다. 계원들은 그달 말 서울 동작경찰서에 이씨를 고소했다. 이씨의 잠적은 대부분 가정주부였던 피해자들의 삶을 산산조각 냈다. 박씨는 사건 발생 후 대상포진과 손가락 마비에 시달리고 있다. 이씨에게 6억원을 뜯긴 김모(69·여)씨도 이씨가 잠적한 10개월간 하루도 빠짐없이 신경안정제를 복용해야 하는 지경이 됐다. 2억 2000만원가량 곗돈을 떼인 이모(46·여)씨는 “노량진 토박이인 엄마가 결혼자금을 모으라며 이씨를 소개시켜 줬다”면서 “조카도 내 말만 믿고 300만원가량을 부었는데 내가 모두 물어 주게 생겼다”고 한탄했다. 10개월 내내 경찰서로 매일 출근도장을 찍었다는 이씨는 “3년전 빚을 청산하려고 살고 있던 아파트를 처분하고 다섯 명의 식구들이 10평대 공무원아파트에서 살았다”면서 “빚을 갚고 남은 1억원도 곗돈으로 썼는데 아파트도 이제 비워 줘야 돼 길거리에 나앉게 생겼다”고 했다. 이씨를 30년간 알고 지냈다는 김모(58·여)씨는 3000만원짜리 계 3개와 5000만원짜리 계 4개에 들었다가 총 4억 400만원을 날리게 됐다. 김씨는 “남편과 딸 3명이 벌어온 월급 3년치가 몽땅 계를 붓는 데 들어갔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자는 고향인 전라도 순천에 사는 일가친척들 돈으로 계를 부었다가 피해를 보기도 했다. 계주 이씨는 남편과 함께 고향인 경남 진주시의 한 연립주택에 월세로 숨어 지내다 지난 25일 경찰에게 붙잡혔다. 살림살이는 밥솥 하나와 이불 두 개가 전부였다. 이들은 경찰의 눈을 피하려고 3개월마다 거주지를 옮겼다. 계약 문서도 남기지 않았다. 경찰은 10개월 뒤에서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전립선암 치료를 받고 귀가하던 남편 양씨를 미행, 집에 숨어 있던 이씨를 배임·사기 혐의로 검거했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곗돈 중 10억원을 사업 투자용으로 지인에게 빌려줬는데 이를 돌려받지 못하면서 계원들에게 곗돈을 주지 못하게 돼 도망갔다”고 진술했다. 이씨는 잡혔지만 피해자들이 곗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씨는 대부분의 돈을 빚을 갚고 병원비를 내는 등 생활비로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가 붙잡혔다는 소식에 피해자들은 한달음에 경찰서를 찾았다. “평생을 고무 슬리퍼만 신고 다닌 사람들한테 어떻게 이런 사기를 칠 수 있나요? 피 같은 내 돈은 돌려받을 수 있는 건가요? 정말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글 사진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투데이 인사이드] 60대 계주에 46억원 떼인 사람들

    [투데이 인사이드] 60대 계주에 46억원 떼인 사람들

    “계 타면 이제 우리 애들 결혼 좀 시키겠구나 했어요.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뻔히 아는 계주가 어떻게 그 돈을 들고 사라져….” 계주 이모(63·여)씨가 잡혔다는 소식을 들은 박모(55·여)씨는 눈물부터 쏟았다. ‘그날’ 이후 박씨는 죄책감에 고개 한번을 제대로 들지 못했다. 스트레스로 거북이 등껍질처럼 쩍 갈라진 박씨의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박씨는 1990년대 중반 지인의 소개로 이씨 집에서 가사 도우미로 일했다. 이씨는 동네에서 유명한 계주였다. 지인은 박씨에게 “이씨가 계 모임의 큰손이다. 은행보다 낫더라”며 계에 들 것을 권유했다. 새마을금고 이사장인 남편과 공부도 잘한다는 자식을 둔 이씨를 평소 동경해왔던 박씨는 약 20년 가까이 모은 돈을 모조리 계에 쏟아부었다. 남편 없이 자식 셋을 홀로 기르며 가사도우미, 피부 마사지, 식당 설거지 등을 하며 모은 전 재산이었다. 직장에 들어간 자식들도 월급을 보태, 계에 쏟았다. 그렇게 이씨에게 맡긴 돈이 1억 7000만원. 그러나 박씨가 믿고 따랐던 이씨는 지난해 여름 박씨의 돈을 들고 홀연히 행방을 감췄다. 박씨를 포함한 계원 43명의 46억 2000만원도 순식간에 사라졌다. “2009년부터 곗돈 주기를 계속 미뤘어요. 탈 때가 지나서 불안한 마음에 전화를 하면 ‘왜 집으로 전화를 하느냐. 나를 못 믿는 거냐’고 소리를 질렀죠. 그전까진 누구보다 곗돈 관리에 엄격한 분이시라 불안해도 크게 의심하지 않았어요.” 이씨는 1970년대부터 노량진 일대에서 ‘번호계’ 방식으로 계를 운영했다. 계원들이 3년간 매달 일정 금액을 넣고 순번대로 곗돈을 타가는 식이다. 이씨는 잠적 전까지 매월 86만∼143만원을 내고, 순서대로 3000만∼5000만원을 태우는(곗돈을 탄다는 의미) 이른바 ‘새마을계’ 9개를 운영했다. 5000만원짜리 계는 월 143만원씩, 3000만원짜리 계는 월 86만원씩 넣을 수 있게 했다. 36순위까지 있는 순번표에 1~2번은 이씨가, 그 이후에는 순서대로 계를 타게 했다. 이씨는 야박한 계주로 악명이 높았다. 박씨를 비롯해 이씨에게 돈을 뜯긴 피해자들은 하나같이 이씨가 보통내기가 아니었다고 했다. 계원들과 가까이 지내다가도 돈을 내기로 한 약속시간을 어기면 인정사정 봐주지 않았다. 독촉전화는 물론 계원 집에 드러눕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한 계원은 곗돈을 못내 이씨에게 집 문서를 가압류당하기도 했다. 계원 관리도 철저했다. 계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재정보증서를 제출하고 연대 보증인을 세워야 했다. 인감도 제출하게 했다. 곗돈을 못 내는 계원이 생기면 추천인이 대신 곗돈을 내주는 규칙도 엄격히 적용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친목모임을 통해 계원 확장도 독려했다. 피해자들은 누구보다 독하게 계를 관리했던 이씨를 보며 안심하고 돈을 맡길 수 있었다고 했다. 이씨의 배경도 한몫했다. 노량진의 한 새마을금고 간부인 남편, 회계사가 된 아들, 명문가에 시집간 딸 등 이씨는 동네 주부들에게 본받아야 할 큰언니이자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이씨는 동네 주부들에게 형님이란 의미의 ‘오야’로 불렸다. 이씨의 계는 35년여간 아무 문제가 없었다. 때문에 자녀, 조카 등 기본 3대가 참여하는 집이 많아졌다. 곗돈 규모도 계속해서 커졌다. 하지만 2008년 말부터 이씨의 행동이 미묘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이씨는 새마을금고 이사장이었던 남편과 유명 회계법인에서 일하는 회계사 아들을 앞세우며 기존 계원들에게 “계 하나만 더 하자. 나 좀 믿고 도와달라”고 했다. 1억원짜리 계였다. 약속했던 곗돈도 자꾸 미뤘다. 곗돈을 못 받은 계원이 곗돈 이야기를 꺼내면 소리를 지르거나 신경질적으로 대꾸했다. 계원들은 불안했지만 믿고 기다렸다고 했다. 그러나 하루 이틀 연락이 닿지 않던 이씨는 지난해 7월 아예 집을 빼고 야반도주했다. 계원들은 그달 말 서울 동작경찰서에 이씨를 고소했다. 이씨의 잠적은 대부분 가정주부였던 피해자들의 삶을 산산조각 냈다. 박씨는 사건 발생 후 대상포진과 손가락 마비에 시달리고 있다. 이씨에게 6억원을 뜯긴 김모(69·여)씨도 이씨가 잠적한 10개월간 하루도 빠짐없이 신경안정제를 복용해야 하는 지경이 됐다. 2억 2000만원가량 곗돈을 떼인 이모(46·여)씨는 “노량진 토박이인 엄마가 결혼자금을 모으라며 이씨를 소개시켜 줬다”면서 “조카도 내 말만 믿고 300만원가량을 부었는데 내가 모두 물어 주게 생겼다”고 한탄했다. 10개월 내내 경찰서로 매일 출근도장을 찍었다는 이씨는 “3년전 빚을 청산하려고 살고 있던 아파트를 처분하고 다섯 명의 식구들이 10평대 공무원아파트에서 살았다”면서 “빚을 갚고 남은 1억원도 곗돈으로 썼는데 아파트도 이제 비워 줘야 돼 길거리에 나앉게 생겼다”고 했다. 이씨를 30년간 알고 지냈다는 김모(58·여)씨는 3000만원짜리 계 3개와 5000만원짜리 계 4개에 들었다가 총 4억 400만원을 날리게 됐다. 김씨는 “남편과 딸 3명이 벌어온 월급 3년치가 몽땅 계를 붓는 데 들어갔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자는 고향인 전라도 순천에 사는 일가친척들 돈으로 계를 부었다가 피해를 보기도 했다. 계주 이씨는 남편과 함께 고향인 경남 진주시의 한 연립주택에 월세로 숨어 지내다 지난 25일 경찰에게 붙잡혔다. 살림살이는 밥솥 하나와 이불 두 개가 전부였다. 이들은 경찰의 눈을 피하려고 3개월마다 거주지를 옮겼다. 계약 문서도 남기지 않았다. 경찰은 10개월 뒤에서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전립선암 치료를 받고 귀가하던 남편 양씨를 미행, 집에 숨어 있던 이씨를 배임·사기 혐의로 검거했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곗돈 중 10억원을 사업 투자용으로 지인에게 빌려줬는데 이를 돌려받지 못하면서 계원들에게 곗돈을 주지 못하게 돼 도망갔다”고 진술했다. 이씨는 잡혔지만 피해자들이 곗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씨는 대부분의 돈을 빚을 갚고 병원비를 내는 등 생활비로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가 붙잡혔다는 소식에 피해자들은 한달음에 경찰서를 찾았다. “평생을 고무 슬리퍼만 신고 다닌 사람들한테 어떻게 이런 사기를 칠 수 있나요? 피 같은 내 돈은 돌려받을 수 있는 건가요? 정말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글 사진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해외 IT거물 초청 열풍

    해외 IT거물 초청 열풍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 래리 페이지 구글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 등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의 세계적 거물들의 방한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 부처 및 산하기관, 각 기업이 후속 주자 발굴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특히 청와대가 ICT와 소프트웨어를 창조경제의 핵심동력으로 삼겠다는 기조를 내세우면서, 한정된 인사들을 상대로 한 구애가 과열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28일 산업계와 정부 산하기관 등에 따르면 상당수 기관들이 ‘초청 리스트’를 작성하고 ICT 거물의 방한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 최우선 접촉 대상으로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제리 양 야후 창업자, 제프 베조스 아마존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 구글 공동창업자, 러시아 벤처투자가 유리 밀너,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 등 방한 경험이 없거나 한국을 오랫동안 찾지 않았던 사람들이 꼽힌다. 이들은 맨손으로 창업해 세계적인 기업을 일궜다는 공통점을 가졌다. 저커버그는 그중에서도 1순위로 분류된다. 한 출연기관 관계자는 “게이츠나 페이지처럼 아이디어로 성공한 ICT 거물들이 새 정부의 기조에 맞는 만큼 정권 초기에 기관의 위상을 보여주기에 제격인 사람들”이라면서 “저커버그만 데려오면 정부와 국민의 관심을 한몸에 받을 수 있다는 말이 과언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저커버그의 부인인 프리실라 챈, 브린의 부인이자 유전자 검사업체 ‘23앤드미’의 공동 창업자인 앤 워지키까지 초청 대상리스트에 있다”고 덧붙였다. 페이스북, 트위터, 그루폰, 징가 등의 대주주로 실리콘밸리의 ‘큰손’인 밀너도 벤처 창업을 활성화한다는 정부 방침에 딱 들어맞는 인사로 꼽힌다. 게이츠의 방한에 관여해 대통령 면담 자리에도 배석한 장순흥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의 사례처럼 거물들의 국내외 인맥을 찾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는 “초청 열풍의 배경에는 원자력에 대해 언급했던 게이츠처럼 각 부처나 산하기관 등이 창조경제 시대에 펼치려는 정책을 거물급 인사의 입을 통해 청와대에 전달하거나 언론에 발표하면 힘을 받을 수 있다는 노림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거물들의 초청은 말처럼 쉽지 않다. 초청 리스트에 오르는 거물의 상당수가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데다 2박 3일 정도의 일정을 빼내는 것조차 불가능할 만큼 바쁘다. 특히 돈이나 명성에서 아쉬울 것이 없는 사람들이어서 돈으로 유혹하기도 어렵다. 실제로 대부분의 거물은 방한이 성사돼도 초청료를 받지 않고, 항공이나 숙박도 자기 돈으로 해결한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한국 ‘치고 빠지기’식으론 중동서 살아남지 못한다”

    “한국 ‘치고 빠지기’식으론 중동서 살아남지 못한다”

    “한국 기업의 기술력은 우수하지만 ‘치고 빠지는’(hit and run) 방식으로는 중동에서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수출입은행이 국내 최대 플랜트 시장인 중동 및 북아프리카(MENA) 지역 발주처와 금융기관을 초청하는 ‘수은-MENA 콘퍼런스 2013’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사우디담수공사의 압둘라만 알이브라힘 총재는 한국 기업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중동지역은 지난해 기준 한국 해외건설 수주의 59%, 플랜트 수주의 32%를 차지할 정도로 큰 시장이다. 수출입은행은 올해 두 번째로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2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콘래드호텔에서 만난 알이브라힘 총재는 ‘한국 기업이 보완할 점’을 묻는 말에 난처해하면서도 조목조목 꼬집었다. 그는 “현재처럼 공사가 있을 때만 들어왔다가 공사가 끝나면 한국으로 돌아가기보다는 중동 지역에 상주하면서 (현지 기관과) 물리적 접촉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치고 빠지는’ 방식으로는 중동과 안정적 관계를 맺기 어렵다”면서 “(현지 기관과) 합작 투자를 많이 하고 중동에서 사업 허가를 받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 기업의 자신감을 높이 평가했지만, 준비 부족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한국 기업은 경험 없는 분야에 덥석 뛰어드는 경우가 있다”면서 “치밀한 사전준비와 검토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사우디담수공사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물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설립된 국영기업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담수설비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30개 담수설비를 운영하고 있으며, 내년에 4563t 용량의 담수설비를 발주할 예정이다. 하루에 약 1만 1000명이 사용 가능한 세계 최대 규모다. 사우디담수공사는 1982년 한국중공업과 계약을 맺는 것을 시작으로 두산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등과 계약을 맺는 등 한국과 인연이 깊다. 우리나라의 주요 기업은 내년 공사를 수주하기 위해 벌써부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알이브라힘 총재는 한국 기업의 품질력을 높이 평가했다. 한국이 공사할 경우, 시설이 오래가고 고장 위험이 없다는 것이다. 북핵 리스크에도 한국을 찾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는 “한국 기업에 감사함을 표시하고, 더 많은 건설에 참여해 달라고 부탁하고 싶어 한국에 왔다”고 MENA 콘퍼런스에 참석한 이유를 설명했다. 한국 기업에 기술 지원을 하겠다는 약속도 잊지 않았다. 담수화 시장은 과거 증발법에서 역삼투압 방식으로 기술이 변하고 있는데, 한국 기업의 경우 역삼투압 방식에서 다소 뒤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알이브라힘 총재는 “사우디의 물 수요는 향후 20년 동안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고, 이것은 한국 기업에 큰 기회가 될 것이다”면서 “사우디와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투자를 늘려달라. (우리도) 역량 기술을 전수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주먹구구 가스 도입 무엇이 문제인가] 경쟁없는 독점체제… 가스公, 저가 수입 ‘태만’

    [주먹구구 가스 도입 무엇이 문제인가] 경쟁없는 독점체제… 가스公, 저가 수입 ‘태만’

    우리나라와 일본은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규모에서 각각 세계 2위와 1위다. 우리는 한국가스공사만이 LNG를 독점 수입하지만 일본은 40여개 민간 기업이 경쟁하면서 수입을 한다. 따라서 가스업계의 세계 최대 큰손인 한국가스공사가 일본 업체보다 싸게 수입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일본 대지진으로 원전이 멈추면서 일본의 가스 수요가 비정상적으로 급증하기 시작한 2010년 이전에는 LNG를 연평균 최대 30% 이상 비싼 가격에 국내 도입했다. 또 가장 가격이 낮은 장기계약 물량 등으로 안정적인 공급에 나서고 있다는 가스공사는 2011년부터 가장 가격이 비싼 LNG 스폿(초단기 물량) 물량을 대거 수입하고 있는 일본보다 10%밖에 싸게 수입하지 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가격 협상력의 부재’다. 23일 가스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가스공사가 호주의 한 업체와 맺은 25년간 매년 364만t의 LNG를 도입하기로 한 계약의 단가는 t당 673달러로 알려졌다. 비슷한 시기 일본 가스업체가 호주의 같은 판매자와 계약한 t당 660달러보다 13달러 높다. 따라서 가스공사는 일본보다 매년 약 520억원을 더 주고 LNG를 사오는 셈이다. 25년간 장기 도입계약이므로 총 1조 3000여억원을 LNG 수입 비용으로 더 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가스공사는 국가 에너지 안보를 방패로 수조원의 계약을 너무 쉽게 하고 있다”면서 “일본 업체들은 최소 가격에 LNG를 도입하기 위해 연구하고 시황을 분석하는 등 정확한 자료를 내세우며 판매자를 구워 삼는다”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의 과거 LNG 도입 가격을 분석한 결과 2007년 1월에는 t당 최대 126.76달러를 비싸게 주고 수입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 2006년 우리의 연평균 LNG 도입 가격은 t당 478.91달러로 일본 367.54달러보다 111.37달러, 무려 30% 이상 더 비싸다. 2006년 국내 LNG 수입물량 2525만t을 곱하면 3조 900억원(달러당 1100원 기준) 손해를 본 셈이다. 이처럼 2006~2009년까지 일본과 비교했을 때 가스공사는 9조 3000억원을 더 주고 LNG를 수입했다. 한 에너지 공기업 관계자는 “세계 가스업계의 최대 울트라 슈퍼 갑이 바로 가스공사라고 불린다”면서 “가스공사 직원이 해외에 뜨면 모든 가스판매업자들이 서로 접대를 하지 못해서 안달이란 소문도 있다”고 말했다. 가스공사의 이 같은 행태는 싼 가격에 LNG를 수입하려고 노력할 필요성을 못 느끼기 때문이다. 비싸게 들여오면 비싸게 팔면 그만이다. 국내에서 누구 하나 제대로 된 감시를 하지 못하고 있다. 조금 비싸더라도 ‘에너지 안보’를 위해서 계약했다고 ‘핑계’를 대면 누구도 탓할 수 없다. 산업부 관계자는 “가스공사 독과점의 폐해는 이미 알고 있다”면서 “조금씩 민간 발전사나 기업 등의 자가소비 물량을 늘리고 점진적인 경쟁 체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주먹구구 가스 도입 무엇이 문제인가] 가스公, LNG 독점 수입·파이프라인까지 소유

    우리나라의 가스산업은 전 세계에서 비슷한 예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독점적 구조를 지녔다. 공기업인 한국가스공사가 액화천연가스(LNG)를 독점 수입한다. 각 도시가스 회사와 발전사들에 배급하는 망(파이프 라인)까지 소유하고 있다. 즉 국내 가스 시장 전체를 하나의 사업자가 틀어쥐고 있는 셈이다. 국내 전체 LNG 수입량은 3649만t(2011년 기준)으로 전 세계 2위다. 이 중 가스공사가 수입한 물량은 3357만t으로 전체의 92%에 이른다. 이 때문에 한국의 가스공사는 세계 가스시장에서 가장 큰손으로 통한다. 매년 3300여만t(25조여원·t당 700달러 기준)을 수입하는 유일한 회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스공사가 해외 시장에서 물건을 사려고 나가면 ‘레드카펫’이 깔린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한국가스공사 직원의 펜대 하나에 수천억원이 왔다 갔다 하기 때문이다. 또 가스공사는 LNG 저장시설에서 각 산업체와 소매 가스업자에 이르는 망을 독점하고 있다. 자가소비(발전회사나 공장만 쓰는 용도) 물량을 수입하고 있는 SK와 GS, 포스코 등이 가스공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가스공사가 이런저런 핑계로 이 망을 빌려주지 않으면 아무리 가스를 싸게 많이 수입했어도 공장으로 가지고 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일본도 우리나라처럼 LNG를 90% 이상 수입에 의존하는 등 공급·수요 조건은 비슷하다. 하지만 소유지배구조와 산업구조 등이 상당히 다르다. 일본은 초기부터 민간기업 체제로 출발했기 때문에 공기업 체제로 시작한 우리나라와는 출발점 자체가 다르다. 미쓰비시와 미쓰이, 스미토모 등 30여개 종합상사, 도쿄가스와 오사카가스 등 10여개 발전회사와 도시가스회사들이 LNG를 수입한다. 즉 가스공사 같은 수입업체가 최소 40여개 있는 셈이다. 당연히 이들은 수입 가격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몇개의 회사들이 컨소시엄을 만들어 ‘바잉파워’(buying power·거래상 우월한 지위에 있는 기업의 구매력)를 발휘하기도 한다. 일본은 1995년부터 2007년까지 소비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가스시장에 경쟁을 도입해 지금은 모든 소비자가 가스공급자의 가격을 보고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스페인은 유럽 최대의 LNG 수입국이며 세계적으로도 일본과 우리나라 다음으로 큰 수입국이다. 우리나라처럼 천연가스를 99% 수입하고 있는 스페인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가스 산업구조를 가진 적이 있다. 1998년까지 민간 독점 회사인 ‘가스 내처럴’이 90% 이상을 수입해 소비자에게 공급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98년 탄화수소법이 시행되면서 시장 경쟁체제가 도입됐으며 2003년에는 모든 소비자가 공급자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17개 공급사업자(2008년 기준)들이 치열한 가격경쟁을 하고 있다. 영국도 1986년 이전에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구조였다. 국영기업인 브리티시 가스가 영국 가스 시장의 공급과 도매를 독점했다. 하지만 1986년 가스법을 제정하고 브리티시 가스를 민간에 분할매각하면서 경쟁체제를 도입했다. 1998년 가스시장을 완전히 개방했으며 35개 천연가스 생산회사와 28개 공급사(2008년 기준)가 영업을 하고 있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어떠한 산업이든지 독과점은 폐해가 크기 마련”이라면서 “가스공사의 독점 수입·공급에 따른 이득도 있겠지만 폐해가 더 크기 때문에 우리도 세계 추세에 맞춰 가스시장에 경쟁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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