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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하! 우주] 美 “우주전쟁’ 작전센터 가동”

    [아하! 우주] 美 “우주전쟁’ 작전센터 가동”

    미군이 자국 인공위성 방어 작전을 총괄할 새로운 작전센터를 설립할 것을 선언했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등 외신들은 펜타곤이 6개월 이내에 ‘우주전쟁 센터’ 가동을 시작할 계획을 발표했다고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버트 워크 미 국방부 차관은 지난 23일 워싱턴에서 열린 2015 지리공간정보(GEOINT) 심포지엄에서 한 연설을 통해 이와 같은 내용을 밝혔다. 이 연설에서 로버트 국방부 차관은 “적 세력이 미군의 우주 전력을 무력화한다면 분쟁 지역에 대한 우리 군의 첩보능력이 치명적 수준으로 약화될 것”이라며 “이전에 ‘사실상의 안전지대’였던 우주공간도 이제 군사 경쟁이 벌어지는 작전 지역으로 변모했다”는 말을 통해 우주전 대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우주전쟁 센터는 총 50억 달러(약 5조 5000억 원)에 달하는 미 국방부 우주안보 예산을 통해 설립된다. 이 센터는 현재 운영 중인 모든 미국 인공위성들을 일괄적으로 관리·감독함으로써 인공위성 방어 역량을 크게 강화해줄 예정이다. 그러나 구체적 방어 수단이 무엇인지는 아직 밝혀진 바 없다. 이 센터는 인공위성 방어 뿐만 아니라 인공위성으로 수집한 데이터를 통합하는 기능도 수행함으로써 인공위성을 활용하는 각종 작전의 효율을 증대시켜줄 전망이다. 기존에 우주관련 작전을 담당하던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공군기지 합동우주작전국(Joint Space Operations Center) 또한 존속시켜 우주전쟁 센터와 공동으로 작전을 수행토록 할 예정이다. 해외 군사 전문가들은 이번 센터 설립의 강력한 동기로 최근 점차 증강되는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역량을 꼽고 있다. 특히 중국은 대(對)인공위성 공격능력을 과시했던 전력이 있다. 2007년에는 인공위성 공격용 탄도미사일을 발사, 저궤도(Low Earth Orbit)에 떠있던 자국 위성을 파괴하는 실험에 성공했으며 2010년에는 2007년 실험당시보다 높은 정지궤도(Geostationary orbit) 상의 위성을 파괴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지궤도는 대부분의 통신위성이 운행하는 고도다. 또 다른 요인은 크림반도를 합병하고 우크라이나를 약화시키며 점차 나토군을 위협하고 있는 러시아군에 대한 우려다. 한 전문가는 현지 국방 전문 매체 ‘브레이킹 디펜스’(Breaking Defense)와 한 인터뷰에서 “미국은 러시아의 최근 행보를 보며 잠재적 위협을 억제하는데 있어 국제법과 국제 규범이 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미 공군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우주전쟁’ 서막?...美 “인공위성 작전센터 가동”

    ‘우주전쟁’ 서막?...美 “인공위성 작전센터 가동”

    미군이 자국 인공위성 방어 작전을 총괄할 새로운 작전센터를 설립할 것을 선언했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등 외신들은 펜타곤이 6개월 이내에 ‘우주전쟁 센터’ 가동을 시작할 계획을 발표했다고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버트 워크 미 국방부 차관은 지난 23일 워싱턴에서 열린 2015 지리공간정보(GEOINT) 심포지엄에서 한 연설을 통해 이와 같은 내용을 밝혔다. 이 연설에서 로버트 국방부 차관은 “적 세력이 미군의 우주 전력을 무력화한다면 분쟁 지역에 대한 우리 군의 첩보능력이 치명적 수준으로 약화될 것”이라며 “이전에 ‘사실상의 안전지대’였던 우주공간도 이제 군사 경쟁이 벌어지는 작전 지역으로 변모했다”는 말을 통해 우주전 대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우주전쟁 센터는 총 50억 달러(약 5조 5000억 원)에 달하는 미 국방부 우주안보 예산을 통해 설립된다. 이 센터는 현재 운영 중인 모든 미국 인공위성들을 일괄적으로 관리·감독함으로써 인공위성 방어 역량을 크게 강화해줄 예정이다. 그러나 구체적 방어 수단이 무엇인지는 아직 밝혀진 바 없다. 이 센터는 인공위성 방어 뿐만 아니라 인공위성으로 수집한 데이터를 통합하는 기능도 수행함으로써 인공위성을 활용하는 각종 작전의 효율을 증대시켜줄 전망이다. 기존에 우주관련 작전을 담당하던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공군기지 합동우주작전국(Joint Space Operations Center) 또한 존속시켜 우주전쟁 센터와 공동으로 작전을 수행토록 할 예정이다. 해외 군사 전문가들은 이번 센터 설립의 강력한 동기로 최근 점차 증강되는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역량을 꼽고 있다. 특히 중국은 대(對)인공위성 공격능력을 과시했던 전력이 있다. 2007년에는 인공위성 공격용 탄도미사일을 발사, 저궤도(Low Earth Orbit)에 떠있던 자국 위성을 파괴하는 실험에 성공했으며 2010년에는 2007년 실험당시보다 높은 정지궤도(Geostationary orbit) 상의 위성을 파괴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지궤도는 대부분의 통신위성이 운행하는 고도다. 또 다른 요인은 크림반도를 합병하고 우크라이나를 약화시키며 점차 나토군을 위협하고 있는 러시아군에 대한 우려다. 한 전문가는 현지 국방 전문 매체 ‘브레이킹 디펜스’(Breaking Defense)와 한 인터뷰에서 “미국은 러시아의 최근 행보를 보며 잠재적 위협을 억제하는데 있어 국제법과 국제 규범이 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미 공군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아하! 우주] 美 “우주전쟁 대비 ‘작전센터’ 6개월내 가동”

    [아하! 우주] 美 “우주전쟁 대비 ‘작전센터’ 6개월내 가동”

    미군이 자국 인공위성 방어 작전을 총괄할 새로운 작전센터를 설립할 것을 선언했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등 외신들은 펜타곤이 6개월 이내에 ‘우주전쟁 센터’ 가동을 시작할 계획을 발표했다고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버트 워크 미 국방부 차관은 지난 23일 워싱턴에서 열린 2015 지리공간정보(GEOINT) 심포지엄에서 한 연설을 통해 이와 같은 내용을 밝혔다. 이 연설에서 로버트 국방부 차관은 “적 세력이 미군의 우주 전력을 무력화한다면 분쟁 지역에 대한 우리 군의 첩보능력이 치명적 수준으로 약화될 것”이라며 “이전에 ‘사실상의 안전지대’였던 우주공간도 이제 군사 경쟁이 벌어지는 작전 지역으로 변모했다”는 말을 통해 우주전 대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우주전쟁 센터는 총 50억 달러(약 5조 5000억 원)에 달하는 미 국방부 우주안보 예산을 통해 설립된다. 이 센터는 현재 운영 중인 모든 미국 인공위성들을 일괄적으로 관리·감독함으로써 인공위성 방어 역량을 크게 강화해줄 예정이다. 그러나 구체적 방어 수단이 무엇인지는 아직 밝혀진 바 없다. 이 센터는 인공위성 방어 뿐만 아니라 인공위성으로 수집한 데이터를 통합하는 기능도 수행함으로써 인공위성을 활용하는 각종 작전의 효율을 증대시켜줄 전망이다. 기존에 우주관련 작전을 담당하던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공군기지 합동우주작전국(Joint Space Operations Center) 또한 존속시켜 우주전쟁 센터와 공동으로 작전을 수행토록 할 예정이다. 해외 군사 전문가들은 이번 센터 설립의 강력한 동기로 최근 점차 증강되는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역량을 꼽고 있다. 특히 중국은 대(對)인공위성 공격능력을 과시했던 전력이 있다. 2007년에는 인공위성 공격용 탄도미사일을 발사, 저궤도(Low Earth Orbit)에 떠있던 자국 위성을 파괴하는 실험에 성공했으며 2010년에는 2007년 실험당시보다 높은 정지궤도(Geostationary orbit) 상의 위성을 파괴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지궤도는 대부분의 통신위성이 운행하는 고도다. 또 다른 요인은 크림반도를 합병하고 우크라이나를 약화시키며 점차 나토군을 위협하고 있는 러시아군에 대한 우려다. 한 전문가는 현지 국방 전문 매체 ‘브레이킹 디펜스’(Breaking Defense)와 한 인터뷰에서 “미국은 러시아의 최근 행보를 보며 잠재적 위협을 억제하는데 있어 국제법과 국제 규범이 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미 공군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푸틴 코앞… 美, 동유럽에 첫 중화기 검토

    푸틴 코앞… 美, 동유럽에 첫 중화기 검토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가입한 동유럽 국가에 중화기를 상시 배치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이 소련의 영향권이었던 동유럽 국가에 중화기를 배치하는 것은 냉전 종식 이후 처음으로, 러시아의 격한 반발이 예상된다. 미 국방부는 발트 3국과 동유럽 국가에 3000~5000명의 병력이 이용 가능한 전투용 탱크, 보병전투차량, 무장 곡사포 등 중화기 1200여대를 배치할 계획을 세웠다. 리투아니아·라트비아·에스토니아 등 발트 3국에는 150명 규모의 중대 병력, 폴란드·루마니아·불가리아·헝가리에는 750여명 규모의 대대 병력이 이용할 중화기가 각각 배치될 예정이다. 국방부는 이달 말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나토 국방장관회의 전에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계획을 승인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중화기 배치 계획은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과 우크라이나 내전 발발 이후 러시아의 공세가 높아짐에 따라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서방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친(親)러 반군을 지원하며 실질적으로 지휘하고 있다고 본다. 지난 2월 민스크협정이 체결되며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반군은 휴전에 들어갔지만 최근 국지적 교전이 잇따르고 있다. 소련에 합병됐다 1990년대 초 독립한 발트 3국은 러시아의 도발을 우려하며 나토에 서한을 보내 미군의 주둔을 요청하기도 했다. 미국은 그동안 러시아와의 관계를 고려해 발트 3국과 동유럽 국가에 병력과 군사장비의 배치를 피해 왔다. 지상군 주둔은 이번 계획에서 제외됐지만 중화기 배치만으로도 러시아의 도발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라이몬즈 베요니스 라트비아 국방장관은 “급변 사태가 발생하면 우리는 추가적인 무기가 필요하기 때문에 (미국의) 중화기가 사전 배치돼야 한다”고 말했다. NYT는 “미국의 중화기 배치는 1961년 베를린 장벽 위기 때 미국의 ‘베를린 여단’이 소련을 억제했던 것과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반발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지난 3월 미국이 발트 3국과 군사훈련을 진행하며 100여점의 군사장비를 들여오자 러시아는 “(훈련은) 유럽의 불안과 긴장 고조로 이어질 것”이라고 반발했다. 일부 나토 가입국은 미국이 중화기를 배치할 경우 러시아가 군비 증강으로 대응할 것을 우려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美·中 찍고 러시아로… 아베의 광폭 외교

    ‘아베의 다음 외교 목표는 러시아?’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5일 우크라이나를 방문한다. 오는 7일부터 독일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가는 길에 우크라이나를 들른다. 일본 총리로서는 첫 우크라이나 방문이지만 아베 총리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월 미·일 정상회담을 통한 관계 강화, 중·일 정상회담 재개를 통한 관계 정상화 등으로 외교적 입지를 굳힌 아베 총리가 전방위 외교에 시동을 걸었다. 아베 총리는 4일 베니그노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최근 남중국해에서 보인 중국 행보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중국 견제를 위한 안보 협력을 결의했다. 러·일 정상회담 개최에 대해 미국 측은 그동안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합병한 러시아에 대해 미국과 서방은 경제적 제재를 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베 총리는 우크라이나를 찾아 친서방적인 페트로 포로셴코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 주면서 러시아와의 정상회담을 위한 균형외교라는 명분을 축적하는 행보를 시작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 5월 러시아의 2차 세계대전 전승 70주년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일본과 러시아는 쿠릴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 문제가 얽혀 있다. 일본은 미국의 우크라이나 정책을 따르면서도 “러시아와의 관계는 지역 차원에서 별개로 이뤄지는 문제”라면서 대(對)러 공조 약화를 우려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미 행정부를 설득해 왔다. 요미우리신문은 아베 총리가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일본에는 이웃인 러시아, 중국과의 관계도 중요하다. 중·러 양국이 협력해서 미·일 등과 대립하는 자세가 불필요하게 강해지면 동아시아는 불안정해진다”며 “푸틴 대통령과의 대화는 반드시 할 것”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분석했다. NHK는 4일 “아베 총리가 정상회담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 병합 등에 대해서는 ‘무력을 사용한 현상 변경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천명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18억 달러 규모의 경제협력 및 인도적 지원 의지를 밝힐 것”이라고 보도했다. 아베 총리가 우크라이나를 적극 지원하는 자세를 보임으로써 푸틴 대통령의 올해 일본 방문에 대한 미국의 양해를 구하려 하고 있다고 NHK는 분석했다. 일본은 푸틴 대통령의 방일 초청에 앞서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의 러시아 방문을 추진하고 있다. 아베 총리와 푸틴 대통령은 개인적으로도 각별한 관계를 유지하며 연락을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아베 총리는 G7 정상회의에서 중국의 남중국해 암초 매립 문제를 제기할 방침이라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佛 7000억짜리 상륙함 ‘물고기집’ 되나?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佛 7000억짜리 상륙함 ‘물고기집’ 되나?

    러시아가 프랑스에 주문했던 2척의 최신형 강습상륙함이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인도가 보류된 가운데 이 상륙함 2척이 조선소에서 만들어지자마자 물고기집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이 배는 지난 2011년 프랑스와 러시아의 우호 관계가 최고조에 달했던 당시 양국의 안보협력 강화를 명분으로 계약했던 3만톤급 대형 강습상륙함으로 프랑스 해군이 운용 중인 미스트랄(Mistral)급 상륙함을 확대 개량한 버전이다. 척당 건조비 약 7,000억 원으로 2척이 건조된 이 배는 2척 모두 진수되어 바다에 띄워진 상태이고, 러시아 해군 인수요원들까지 파견되어 시험운항까지 마친 상황이었다. 그런데 어떤 문제 때문에 이 값비싼 상륙함이 수장 위기에 처한 것일까? -항공모함처럼 쓰려했던 상륙함 러시아는 잘 알려진 것처럼 한때 미국과 나란히 세계를 양분한 초강대국이었고, 군사과학기술 분야에 있어서만큼은 세계 최정상급의 수준에 있는 나라다. 간단한 소총부터 첨단 전투기와 미사일, 원자력 잠수함까지 못 만드는 것이 없었던 러시아가 프랑스에 군함을 주문했던 것은 프랑스와의 관계 강화를 위한 일종의 외교적 선물이었다. 사실 러시아가 주문한 2척의 상륙함은 러시아 해군이 원하던 배가 아니었다. 계약을 위한 협상이 진행중일 당시 드미트리 메드베네프(Dmitry Medvedev) 러시아 대통령은 프랑스로부터 4척의 상륙함을 구매할 것을 지시했으나, 러시아 해군이 “우리의 상륙작전 교리와 맞지 않는다”면서 도입 반대 의사를 밝혔던 것이다. 격론 끝에 2척만 도입하는 것으로 정리되었으나, 러시아 해군은 이 배를 상륙함으로 쓸 생각이 없었다. 러시아가 ‘블라디보스톡(Vladivostok)'과 ’세바스토폴(Sevastopol)'이라는 이름으로 도입할 계획이었던 이 상륙함은 프랑스 해군이 운용 중인 미스트랄(Mistral)급 강습상륙함의 개량형이다. 일반적으로 상륙함이라 하면 배의 앞부분이나 뒷부분에 소형 선박이 드나들 수 있는 출입구가 있고, 해안 근처까지 접근해 작은 상륙정 여러 척을 출격시키는 배를 떠올리지만, 이 배는 헬기를 이용해 상륙작전을 펼치는 일종의 ‘헬기 항모’에 가까운 개념의 배에 가까웠다. 러시아 해군 역시 이 배를 헬기 항모에 가까운 배로 사용할 계획을 세웠다. 러시아는 항공모함을 보유하고 있기는 하지만 보유 수량이 단 1척에 불과해 항모가 아쉬운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러시아는 프랑스와 상륙함 도입 계약 직후 여기에 탑재할 항공기 개량 사업에 착수했다. 이 개량사업을 통해 탄생한 것이 Ka-52K 공격헬기였다. 지난해 첫 선을 보인 Ka-52K 공격헬기는 MIG-35 전투기에 탑재되는 최신형 'Zhuk-A' 위상배열레이더의 개량형을 탑재하고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 운용 능력은 물론 초음속 공대지 미사일인 Kh-31은 물론 공대함 미사일인 Kh-35까지 운용 가능하다. 러시아 해군은 새로 도입할 상륙함에 Ka-52K 공격헬기 8대와 Ka-29/31 다목적 헬기 8대 등 16대의 헬기를 탑재할 예정이라고 밝혔는데, Ka-29/31 헬기가 대잠수함 작전을 수행하는 버전과 공중조기경보 임무를 수행하는 버전이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러시아가 이 신형 상륙함을 상륙함이 아닌 경항공모함처럼 운용하려 했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佛, 명분과 실리 사이의 갈등 프랑스와 러시아는 계약 체결 이후 3년 간 분주하게 움직였다. 프랑스는 프랑스대로 2014년으로 계획되어 있던 인도 일정을 맞추기 위해 배를 만드느라 바빴고, 러시아는 러시아대로 처음 가져보는 항공모함 형태의 상륙함을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 교리를 다듬느라 분주했다. 양측 모두 2014년 연말에 이 배가 러시아 해군에 인도될 것이라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았으나, 문제는 전혀 엉뚱하게도 크림반도에서 터졌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병합하고, 우크라이나 동부 친러시아 반군을 지원해 사실상 우크라이나 전역을 지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프랑스가 러시아에 무기를 팔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과 유럽연합이 중심이 되어 러시아에 대한 각종 제재 수위를 높여가던 2014년 6월까지만 하더라도 프랑스는 무려 12억 유로에 달하는 이 계약을 포기하려 하지 않았다. 프랑수와 올랑드(Francois Hollande) 대통령이 직접 나서 “계약대로 러시아에 상륙함을 인도할 것”임을 천명했지만, 미국과 영국, 독일 정상이 프랑스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꼬이기 시작했다. 미국과 영국 정상은 올랑드 대통령에게 다양한 채널을 통해 상륙함 인도 반대 의사를 전달했고, 프랑스 국내에서도 “침략자인 러시아에 무기를 파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여론이 급속도로 확대되기 시작했다. 미국과 국내 여론의 압박이 거세지자 올랑드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러시아에 대한 상륙함 인도를 잠정 보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입장 표명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진정되면 시기를 보아 상륙함을 러시아에 인도하겠다는 의미였는데, 올랑드 대통령의 이러한 입장 표명에 이번에는 러시아가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세르게이 쇼이구(Sergey Shoygu) 러시아 국방장관이 직접 나서 “상륙함을 인도하지 않을 경우 계약 미이행에 대한 30억 유로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고,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러시아 대통령도 “상륙함을 인도하지 못하겠다면 손해배상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미 지급한 선금이라도 환불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프랑스는 척당 7,000억 원에 달하는 이 배의 처리를 놓고 고심에 빠졌다. 러시아에 상륙함을 인도할 경우 영국과 독일 등 다른 유럽연합 국가들은 물론 미국과의 관계가 극도로 악화될 것은 물론 침략자에게 무기를 판 부도덕한 국가라는 비난이 빗발칠 것이고, 상륙함 인도를 거부할 경우 환불은 물론 계약 파기에 의한 손해배상금까지 물어줘야 하는 상황이었다. 러시아에 인도를 거부하고 이 배를 제3국에 판매해 그 판매 수익으로 환불 금액을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되었다. 이 방안은 미국이 처음 제안했는데, 대상 국가로는 캐나다와 인도, 일본, 우리나라 등이 거론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판매 대상 국가로 거론된 나라들은 이 상륙함을 구입할 뜻이 전혀 없었고, 배의 상태 역시 이들 국가에 판매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는 것이었다. 이 상륙함의 원형인 미스트랄급 상륙함은 배의 폭에 비해 높이가 높아 전반적인 무게 중심이 높다는 평가를 받아 왔는데, 블라디보스톡급 상륙함은 러시아 해군이 사용하는 동축반전식 헬기 운용을 위해 격납고 높이를 더 높이는 설계 변경을 가하면서 배의 무게 중심이 더 높아져 버렸던 것이다. 배의 무게 중심이 높다는 것은 파도가 심할 경우 복원력이 약해 옆으로 쉽게 넘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가을 실시된 시험 항해에서 러시아 해군은 “배의 피칭(앞뒤 흔들림)이 너무 심하다“라는 평가를 내렸지만, 러시아 해군 입장에서는 워낙 높이가 높은 헬기를 탑재해 사용해야 했고, 이미 2척 모두 건조가 완료된 상태였기 때문에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었다. 오로지 러시아 해군의 특성에 맞게 건조된 배였기 때문에 동축반전식 헬기를 사용하지 않는 나라 입장에서는 구태여 안정성이 떨어지는 이 배를 구입할 필요가 전혀 없었고, 이러한 이유 때문에 해외 매각을 통해 러시아에 줄 환불 대금을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을 걸었던 프랑스도 곧 희망을 접어야만 했다. 그렇다고 프랑스 해군이 이 배를 인수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프랑스는 이미 같은 배를 3척이나 갖고 있었고, 극심한 예산 부족 때문에 신형 항공모함과 구축함 사업 예산까지 난도질을 당하며 현역에 있는 군함까지 해외 매각하는 마당에 필요없는 상륙함을 떠안을 여력이 없었다. 프랑스 정부가 받는 압박은 점차 심해졌다. 거대한 덩치의 상륙함 2척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부두에 정박해 있어도 부두 사용료와 시설 관리에 필요한 돈이 계속 들어갔고, 결국 프랑스 정부는 이 배를 바다로 끌고 나가 자침(自沈)시키는 방안까지 꺼내 들었다. 이 같은 사실은 현지 유력 일간지 르 피가로(Le Figaro)의 지난 6일자(현지시간) 신문에 게재되었고, 보도 직후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의회에서는 산체스 엔세라(Sanches Encerra) 의원이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러시아에 상륙함을 인도하지 않으려 하는 정부의 태도가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질타했고, 야권에서도 “미국과 EU 주도의 러시아 제재에서 왜 프랑스가 손해를 봐야 하는가”라는 반발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명분과 실리 사이에서 올랑드 대통령의 고민이 점점 깊어지면서 프랑스는 중국과 브라질, 인도, 호주 등에 상륙함 판매를 위한 물밑 접촉에 필사적으로 매달리고 있지만, 앞서 언급했던 상륙함 자체의 구조적 문제 때문에 해외 매각도 쉽지 않을 전망이어서 최악의 경우 척당 7천억 원짜리 군함이 취역하기도 전에 물고기집이 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일우 군사 통신원(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 [시론] 얄타, 몰타, 그리고 크림반도/제성훈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러시아·유라시아팀장

    [시론] 얄타, 몰타, 그리고 크림반도/제성훈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러시아·유라시아팀장

    2차 세계대전 종전을 앞둔 1945년 2월 흑해 연안 크림반도의 휴양지 얄타에서 전후 세계질서를 논의하기 위한 연합국 수뇌회담, 즉 ‘얄타회담’이 열렸다. 얄타에서 그려진 밑그림에 따라 유럽은 미국과 소련의 영향권으로 분할됐고, 이렇게 탄생한 ‘얄타체제’는 냉전의 기초가 됐다. 그로부터 44년 후인 1989년 12월 지중해의 몰타에서 미·소 정상은 ‘냉전의 종언’, 다시 말해 ‘얄타체제의 해체’를 선언했다. 이른바 탈냉전기가 시작된 것이다. 몰타회담 이후 소련은 독일의 통일을 인정했으며, 나토에 맞선 공산권 군사동맹인 바르샤바조약기구도 해체했다. ‘냉전의 종언’을 이끌어 낸 주체로서 이제 미국과의 건설적 협력을 통해 새로운 세계질서를 주도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미국의 생각은 달랐다. 소련의 패배로 냉전이 끝났다고 보는 미국이 탈냉전기 세계질서의 주도권을 소련과 공유할 이유는 없었다. 따라서 나토는 해체가 아닌 확대의 길을 선택했고, 뒤를 이어 유럽연합도 동쪽으로 확대를 시작했다. 과거 소련의 영향력하에 있던 동유럽 국가들이 차례로 나토와 유럽연합의 회원국이 되면서 러시아의 불안감은 점점 커져 갔다. 결국 러시아는 자신이 미국과 동등한 지위에서 탈냉전기 세계질서를 주도할 수 없고, 유럽의 안보·경제 통합 과정에도 참여할 수 없다는 사실이 명백해지면서 탈소비에트 지역 통합을 가속화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과거 소련의 국경선까지 확대된 나토와 유럽연합, 그리고 러시아 사이에 마지막 남은 완충지대가 바로 우크라이나였다. 러시아는 유럽연합과 사실상 자유무역협정에 해당하는 제휴협정 체결을 추진하고 있던 우크라이나에 압박과 설득을 가했고, 그 결과 2013년 11월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협정 체결 잠정 중단을 선언했다. 하지만 이는 대중적 저항을 불러일으켰고,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축출과 친서방적인 과도정부 수립으로 이어졌다. 사태가 이렇게 되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내 친러 지역이던 크림반도를 분리하기로 결심했다. 2014년 3월 16일 크림반도 전역에서 주민 투표가 실시됐고, 이틀 후인 3월 18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전격적으로 크림반도 병합조약에 서명했다. 국제사회의 비난을 무릅쓴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은 러시아·그루지야 전쟁처럼 자신의 사활적 이익 침해에 대한 군사적 대응을 넘어 어떠한 희생이 따르더라도 미국이 ‘강요하는’ 세계질서에 더이상 순응하지 않겠다는 견결한 의지의 표명으로 해석된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우크라이나 사태가 계속되는 가운데 크림반도는 러시아의 국가 체계로 완전히 통합됐다. 그렇다면 크림반도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일단 가장 강도 높은 대러 제재를 하고 있는 미국은 합병을 절대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얄타회담에서 소련에 너무 많은 양보를 하면서 냉전이 시작됐다고 보는 ‘얄타 트라우마’가 정계 보수파들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양보의 가능성은 더더욱 낮다. 반면 러시아는 크림반도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푸틴 대통령은 의회교서를 통해 향후 크림반도의 지위 변경에 대한 어떠한 협상도 거부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크렘린의 정책 결정자들에게는 몰타회담 이후 진행된 탈냉전의 결과가 결코 공정하지 못했다고 보는 ‘몰타 트라우마’가 있다. 따라서 크림반도는 향후 우크라이나 사태의 전개와 별개로 오랜 기간 공식적 불인정 영토로 남게 될 공산이 크다. 세계질서는 불변이 아니다. 냉전을 잉태한 얄타회담, 탈냉전을 선언한 몰타회담처럼 새로운 계기를 통해 언제든 변할 수 있고, 또 변해 왔다. 이러한 변화에서 우리 역시 자유롭지 않다. 냉전은 우리에게 분단이라는 지정학적 한계를 주었고, 탈냉전은 대외 관계를 비약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어쩌면 우크라이나 사태와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이 또 다른 세계질서를 예고하는 서막인지도 모른다. 1980년대 말 탈냉전의 흐름을 재빠르게 읽고 북방정책을 추진했듯이 지금 우리에게도 보다 거시적이고 유연한 새로운 대외 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 푸틴 “크림반도 병합 때 핵무기까지 준비했다”

    지난해 3월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사태가 1주년을 맞았다. 서방은 경제제재 카드를 꺼내 들었으나 러시아는 요지부동이다. 한발 더 나아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병합 1주기를 맞아 TV 다큐멘터리에 출연, 당시 무용담을 자랑스레 공개했다. 러시아 국영방송 로시야1의 다큐멘터리 ‘크림:모국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푸틴 대통령이 병합 사태 당시 핵무기 배치 등을 준비했었다는 내용 등을 언급했다고 1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가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크림은 역사적으로 러시아의 영토이고 러시아인들이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내버려 둘 수가 없었다”며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들과 미국의 꼭두각시들에게 맞서 어떤 군사적 수단도 다 쓸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신들(미국과 서방국가들)은 수천㎞ 떨어진 곳에 있지만, 우리는 지금 여기에 국경을 접하고 있기에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다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그 시나리오에 핵무기도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단호하게 “우리는 그렇게 할 준비가 돼 있었다”고 답했다. 이어 지난해 3월 16일 러시아 귀속 주민투표 이전인 2월 27일 크림 의회를 장악한 이들이 러시아군이었음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푸틴 대통령은 “독립 결정을 위해 소집된 의회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으며 우크라이나 법률하에서 완전히 합법적인 행동”이라면서 “우리는 단지 크림 인민이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명할 수 있도록 도와줬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96%의 압도적 찬성률로 주민투표가 가결된 이후 군 병력을 추가로 투입했으나 “국제법상 우크라이나 주둔 러시아부대에 투입할 수 있는 병력 상한선은 2만명인데 2만명에 채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국제법 위반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발트 3국 노리는 푸틴… 美, 합동훈련으로 견제

    미국 정부는 다음주부터 3개월간의 일정으로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발트3국 주변 해역에서 군병력과 군수물자를 투입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군, 발트3국의 병력과 함께 미군 주도의 다국적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한다고 9일(현지시간) 밝혔다. 미 국방부는 작전명 ‘애틀랜틱 리졸브 훈련’으로 명명된 이번 훈련을 위해 라트비아 수도 리가 등에 3000여명의 최정예 병력을 파견하는 한편 100여점의 군사물자 인도에 들어갔다. 군수물자 인도를 감독한 존 오크너 미군 소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에 우리의 결의를 보여 주는 것이 이번 훈련의 목적”이라며 “군수물자들은 러시아의 침공을 저지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한 계속 그대로 둘 것”이라고 말했다. 1940년 옛소련에 합병됐다가 1991년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의 페레스트로이카(개혁)정책 덕분에 독립한 발트3국(라트비아와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은 2004년 나토와 유럽연합(EU) 회원국으로 가입했지만 군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하며 우크라이나 사태를 촉발시킨 이후 발트3국은 언제든 침략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깊어졌다. 러시아는 지난해 전년보다 3배 이상 발트3국 영공을 침입했으며, 특히 12월에는 리투아니아 국경지역에서 55척의 함정과 9000여명의 병력을 동원해 군사훈련을 실시하는 등 끊임없이 발트3국을 위협하고 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글로벌 인사이트] 친유럽과 친러의 공생… 핏빛 우크라, 분열은 숙명인가

    [글로벌 인사이트] 친유럽과 친러의 공생… 핏빛 우크라, 분열은 숙명인가

    #1 지난달 5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들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러시아 방문을 긴급 뉴스로 전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위한 획기적인 행보로 평가받은 덕분이다. 같은 시각 CNN은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과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동부 도네츠크에서 또다시 충돌했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목격자들의 말을 인용, 반군이 점령한 도네츠크 키로프 거리의 병원에 정부군이 쏜 우르간 미사일이 수차례 떨어져 환자 5명 이상이 숨지고 20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지난 1월 반군이 항구도시 마리우폴을 향해 로켓 공격을 퍼부어 민간인 30명이 숨진 데 따른 보복이란 비난이 쏟아졌다. #2 지난 7일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반군은 분쟁을 종식하기 위해 동부지역에 배치된 중화기들을 50~100㎞ 후방으로 철수했다고 선언했다. 지난달 15일 자정을 기해 발효된 휴전 합의에 따른 조치였다. 독일, 프랑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정상이 17시간에 걸친 마라톤 협상 끝에 마련한 휴전안은 우크라이나 정부와 교전 당사자인 자칭 ‘도네츠크 인민공화국’, ‘루간스크 인민공화국’의 지도자들이 벨라루스 민스크에 도착해 추인하면서 효력을 얻었다. 오는 16일은 우크라이나 동부의 크림반도가 주민투표로 러시아에 합병된 지 1년째 되는 날이다. 친러파인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축출되자 이에 반발한 크림반도의 러시아계 주민들은 97%란 찬성표를 던졌다. 한 달 뒤 정부군과 반군은 ‘지옥 같은’ 교전을 개시했다. 피비린내 나는 1년 내전의 서막은 이렇게 열렸다. 최근 휴전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의 앞날은 여전히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9월 민스크 평화협정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데다, 서방의 대러시아 경제 제재가 풀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타산지석의 교훈을 준다고 말한다. 국가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면 지역색을 등에 업은 다양성이 분열을 초래한다는 교훈이 첫손가락에 꼽힌다. 세계 5대 군사대국이던 우크라이나는 1994년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를 통해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신 주권과 영토를 보장받았다. 이런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를 러시아에 빼앗겼다는 건 두 번째 교훈이다. 북한의 핵무기 협상에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긴 셈이다. 우크라이나는 동슬라브어로 ‘변경’(邊境)이란 뜻이다. 유럽과 아시아가 만나는 지정학적 요지에 남한의 6배 면적을 지닌 자원 대국이다. 13세기 몽골, 14세기 리투아니아, 17세기 이후에는 러시아의 침략을 받으며 제대로 된 민족 국가를 형성하지 못했다. 중서부 지역은 수백년간 폴란드·리투아니아에 가까웠고 동남부는 친러시아 정서가 강했다. 러시아정교와 가톨릭, 러시아어와 우크라이나어가 공존해온 것도 이런 배경 탓이다. 1917년 제정러시아가 붕괴하면서 우크라이나는 소비에트연방(옛 소련)에 편입됐으나 수탈과 기근이 겹쳐 100만명 넘는 주민이 목숨을 잃었다. 석탄, 철광석 등 지하자원이 풍부한 동부 지역에 러시아인들이 대거 이주하자 정서적 괴리감은 더욱 커졌다. 1991년 12월 옛 소련이 해체되면서 독립했으나 고난의 행보를 알리는 신호탄에 불과했다. 수많은 민족이 이동과 교역, 충돌과 통합을 반복하던 이곳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사태의 발단은 2013년 11월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유럽연합(EU)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던 야누코비치가 러시아의 압력에 굴복해 협상을 중단하자 “러시아 치하로 돌아갈 수 없다”며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의회의 탄핵을 받은 야누코비치는 이듬해 2월 러시아로 망명한다. 이른바 ‘우크라이나 혁명’이다. 기업가 출신의 친서방파 포로셴코가 집권했지만 이미 경제는 붕괴 직전에 내몰렸다. 동부지역의 친러계 주민들이 들고 일어나면서 우크라이나는 동서로 분열됐다. 야누코비치의 축출은 친유럽 진영에선 시민혁명으로, 친러 진영에선 쿠데타로 각기 다른 평가를 내놓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애초부터 국가 정체성을 친유럽, 친러시아 등 어느 한쪽으로 단정 지을 수 없었음에도 독립 이후 정부가 바뀔 때마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는 행태를 보여왔다. 1991년 독립 이후 크라우축, 쿠치마, 유셴코, 야누코비치, 현재의 포로셴코까지 정권은 예외 없이 친유럽과 친러시아를 오갔다. 뉴욕타임스는 우크라이나의 분열을 숙명이라 표현했다. 민족 구성은 우크라이나계가 75%, 러시아계가 25%다. ‘유럽의 화약고’는 잠시 총성이 멎었을 뿐이다. 로이터통신은 향후 변수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이라고 단정 지었다. 미국 입장에선 우크라이나가 스스로 결정할 문제라고 이야기하지만 러시아는 서방 세력의 동진을 더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글로벌 인사이트] “美 CIA, 우크라 사태에 개입했다” “친서방 뿌리는 극우와 파시스트”

    1997년 폴란드, 헝가리, 체코를 시작으로 동유럽 국가들이 잇따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하면서 우크라이나는 서방과 러시아가 맞부딪히는 최전선이 됐다. 우크라이나 사태의 본질이 서방과 러시아의 패권(覇權) 다툼이 빚어낸 비극이라는 해석도 그래서 나온다. 러시아는 친러 시위대에 무기를 제공하고 정체불명의 군인을 파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이에 맞서 우크라이나에 경제적인 지원을, 러시아에는 경제 제재를 시작했다. 미국의 진보적 영화감독인 올리버 스톤은 지난해 12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우크라이나 사태는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못잖게 미국의 우크라이나 개입이 문제라는 요지의 글을 올렸다.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모스크바에 망명 중인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을 인터뷰한 스톤 감독은 지난해 2월 벌어진 ‘마이단 학살’ 사건의 배경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조기 총선을 통해 권력 이양을 약속한 야누코비치가 굳이 시위대를 정체불명의 저격수들을 동원해 피습할 이유가 있었느냐는 것이다. 이 사건 직후 권력은 친서방 정치인들에게 넘어갔다. 스톤은 미 정보기관의 은밀한 개입 가능성을 거론했다. 이런 관측이 지나치게 음모론적이라는 비판에 스톤은 “큰 그림을 보라”고 주문했다. 2차 대전 당시부터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극우 세력과 긴밀한 협력관계에 있었고, 종전 이후 나치 부역의 책임을 면제한 채 대소련 선전 및 침투 공작에 이들을 활용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미 중앙정보부(CIA)의 비호를 받기도 했다. 이런 사실은 1991년 러스 벨란트가 펴낸 ‘옛 나치, 새로운 우파, 공화당’이란 책에도 소개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친러 야누코비치 정권에 대한 반정부 시위가 한창이던 지난해 1월 “(친서방) 시위대의 중심에는 극우민족주의자와 파시스트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2차 대전 당시 나치 친위대가 우크라이나 서부 지역에서 우크라이나인으로 구성된 ‘갈리시아 사단’을 운영했고 이들이 반공과 반유대주의를 표방했다는 역사를 더듬은 것이다. 이곳에선 1920년대에 극우주의자들을 중심으로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 기구’가 결성되기도 했다. 그 흐름은 현재 극우정당인 ‘스보보다’가 잇고 있다. 10% 안팎의 지지를 얻는 스보보다는 지난해 2월 친서방 임시정부 구성 뒤 부총리와 교육·농업·환경부 장관직을 차지할 만큼 영향력을 확대했다. 반면 러시아는 지정학적 요소 때문에 우크라이나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는 러시아의 유일한 부동항이요, 잇닿은 흑해는 유럽으로 향하는 뱃길이다. 1954년 흐루쇼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행정구역을 재편하며 흑해 함대의 사령부가 자리한 크림반도를 연방 내 우크라이나로 편입시킨 것이 실수였다. 세계 최대 천연가스 생산국인 러시아가 수출용 가스의 80%를 우크라이나에 매설된 가스관을 통해 수출한다는 사실도 침략의 야욕을 드러내는 이유다. 우크라이나는 이런 천혜의 지정학적 조건을 정치적으로 활용하지 못했다. 오히려 친유럽과 친러 진영으로 갈려 협상력을 스스로 떨어뜨렸다는 지적이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입맞춘 美·獨, 우크라에 살상무기 검토

    입맞춘 美·獨, 우크라에 살상무기 검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9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 친(親)러시아 분리주의 반군을 지원하는 러시아를 강도 높게 비판하며 도발 중단을 촉구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방어용 무기 지원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미국과 유럽의 군사 개입 임박을 시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와 분리주의 반군들은 민스크협정의 모든 약속을 위반했다.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철수하기는커녕 러시아 병력이 계속 그곳에서 작전을 하고 반군들을 훈련시키고 있다”며 “메르켈 총리와 21세기에 유럽의 국경이 총으로 다시 그어지도록 용납해서는 안 된다는 점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특히 “우크라이나에 방어용 살상무기를 지원하는 방안도 현재 검토 중인 여러 옵션 가운데 하나”라며 “그러나 아직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다. 메르켈 총리뿐 아니라 다른 동맹 정상들과도 이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방어용 살상무기 지원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음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메르켈 총리는 “러시아는 (강제병합한) 크림반도와 (반군 거점인) 도네츠크·루한스크 지역에서 우크라이나의 영토 주권을 침범했다”며 “나는 군사적 해법을 모색하지 않는다고 항상 말해 왔다”고 기존 입장을 강조했다. 메르켈 총리는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이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미국과 유럽의 동맹은 변함없이 계속 이어지고 굳건할 것”이라며 미국 측의 입장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외교가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러시아와의 협상이 무산될 경우 독일 등 유럽이 미국의 무기 지원을 용인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과 함께 러시아에 협상안 수용을 압박하기 위한 고도의 전술이라는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메르켈 총리가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프랑스·독일 양국 정상이 제시한 우크라이나 평화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제공하는 것을 저지하지 않겠다는 최후통첩성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올랑드 “러 경제제재 중단하자”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러시아 경제 제재를 중단하자고 주장하고 나섰다. 제재가 우크라이나 내전 종식이라는 애초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채 러시아 경제만 파국으로 몰아 유럽까지 위태로워졌다는 회의론이 유럽에서 확산되는 와중에 나온 발언이다. 올랑드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라디오 방송인 프랑스 앵테르와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제재로 러시아를 위협하는 것을 반대하며, 당장 제재를 멈춰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를 합병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신한다”면서 “사태를 악화시키는 수단(경제 제재)으로는 어떤 목표도 달성할 수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에 제재를 가하는 유럽연합(EU) 국가 가운데 영향력이 가장 큰 독일에서도 완화론이 나오고 있다. 시그마 가브리엘 독일 부총리는 현지 언론 빌드암손타그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를 정치적·경제적 혼돈으로 몰아넣는 게 목표는 아니다”라며 완화 의지를 밝혔다. 이 발언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의 교감에서 나온 것이라고 현지 언론은 예상했다. 제재 회의론이 나오는 것은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한 이후 계속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유럽의 피로도가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했다. 러시아발 경제 위기, 유가 하락,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위협 등 삼중고를 겪고 있는 유럽이 돌파구를 뚫을 때가 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오는 15일 열리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독일, 프랑스 등 4개국 정상회담에서 제재 완화와 우크라이나 사태 종결을 위한 의미 있는 합의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이창구 기자 window2@seoul.co.kr
  • [국제유가 급락] 러 ·EU 불안감 지속… ‘나홀로 성장 美’ 금리인상 최대변수

    [국제유가 급락] 러 ·EU 불안감 지속… ‘나홀로 성장 美’ 금리인상 최대변수

    50달러 붕괴를 눈앞에 둔 국제 유가와 달러 강세 현상이 올해 글로벌 경제의 핵심 변수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으로는 지난해보다 다소 나은 완만한 상승곡선을 그릴 전망이다. 미국이 전년에 이어 올해에도 역동적인 상승세를 지속하겠지만, 신흥국들의 성장 동력이 떨어져 글로벌 경제는 저성장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게 주요 국제기관들의 일반적인 예측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전년보다 0.5% 포인트 높은 3.8%를 제시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세계은행(IBRD)도 각각 3.7%, 4.0%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경제 흐름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곳은 미국이다. 미국 경제의 성장 정도에 따라 제로(0) 수준인 연방기금 금리의 인상 시기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금리인상 시기는 올해 중반 전후로 예상되지만, 경제성장 속도에 따라 앞당겨질 수 있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인상 시기 등에 따라 세계 금융시장, 특히 신흥국 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달라지는 만큼 미국의 경제전망과 통화정책은 주요 현안으로 등장했다. 미국 경제는 올해 3%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GDP의 68%를 차지하는 개인 소비지출의 증가세 지속이 가장 큰 추동력이다. 기업투자 부문도 거들고 있다. 미국 GDP 중 기업투자 부문의 비중은 13.7%로, 개인 소비지출 다음으로 높다. 하지만 미국 경제의 회복이 글로벌 금융 위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전 2003~2007년 연평균 성장률은 3.2%였다. 에단 해리스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A) 글로벌 경제 리서치 헤드는 “미국 경제는 지난 5년간의 부진한 성장 이후 마침내 회복실에서 나왔다”며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느리고 완만하게 금융시장을 조이는 정책 변화에 착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연합(EU) 경제는 여전히 어둡다. 오랜 경기침체에 따른 피로감과 총유동성(M3) 증가율 하락 등의 악재들이 쌓이는 통에 회복세가 주춤하는 양상이다. 저유가와 유로화 약세, 확장적 재정정책 등이 회복의 모멘텀으로 작용하겠지만 치솟는 실업률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지난해 두 차례나 금리를 인하했지만 디플레이션(경기 침체속 물가 하락) 우려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물가상승률은 줄곧 1%대를 밑돌았고, 경제성장률도 3분기 연속 하락세다. 이 때문에 ECB는 유로존 성장률을 1.6%에서 1%로, 물가상승률을 1.1%에서 0.7%로 내려 잡았다. 경제대국 독일마저 경기지표 둔화가 확연해졌고 프랑스·이탈리아가 정치적으로 재정 확대를 요구하며 유럽 경제에 대한 혼란이 확산됐다. IMF는 올해 독일의 성장률이 1.5%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했다. 프랑스 경제는 재정운용, 거시경제, 기업 경쟁력 측면에서 구조적 제약이 있어 1%에 미치지 못할 공산이 커졌다. 피에르 모스코비치 EU 집행위 경제부문 담당관은 “유럽 경제가 직면한 도전에 유일하고 간단한 해결책은 없다”면서 “EU는 성장률을 높이고 고용을 늘리기 위해 모든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 경제의 화두는 경제개혁의 이행 여부다. IMF·IBRD 등 국제기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7.1%이다. 인민은행과 중국 정부의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도 성장률이 7.1%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6.8%의 비관적 전망을 내놓은 일본 노무라증권은 중국 경제가 경착륙 국면에 빠질 가능성이 30%가 넘는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런 잿빛 전망은 저조한 수출 증가율, 정부의 투자의지 약화, 부동산 경기 악화, 그림자 금융 등 악재들이 겹겹이 쌓인 탓이다. 중국 경제성장의 핵심은 ‘개혁을 통한 성장동력의 발굴’이다. 중국 정부는 통신 서비스 분야를 민간 기업에 개방하는 한편 민간은행의 설립도 허용했다. 선전첸하이웨이중(深?前海微衆)·톈진진청(天津城)·원저우민상(溫州民商)·저장왕상(浙江網商)·상하이화루이(上海華瑞) 등 5개 민영 은행이 정부의 허가를 받아 준비 중이다.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에도 민간 자본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행정 규제를 간소화하고 국가 권력을 과감히 민간에 넘긴다’는 정책 지침이 마련됐고 국유 기업의 독점 타파 작업에 나서기로 했다. 여기에다 시진핑(習近平) 체제가 ‘신창타이’(新常態)를 외치며 경제 구조 개혁에 박차를 가하는 것도 일조하고 있다. 현재 고용 창출 효과가 큰 서비스 산업을 키우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2014년 3차 산업의 비중은 GDP에서 46.1%를 차지했다. 개혁·개방 이후 처음으로 2차(제조업) 산업(43.9%)을 넘어섰다. 차오허핑(曹和平) 베이징대 경제학원 발전경제학과 주임은 “2분기와 3분기 성장률이 좋지 않을 것”이라며 “4분기쯤 경제는 안정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 경제 전망은 엇갈린다. OECD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1%에서 0.8%로 내려 잡은 반면 노무라증권은 전망치를 2.1%에서 2.2%로 올려 잡았다. 엔저에 따른 수출 경쟁력 강화가 성장의 발판이 될 것으로 본다. 엔화 가치는 2012년 2차 아베 신조 내각 출범 이후 3분의1 넘게 곤두박질쳤다. 미국 경기 회복으로 달러가 강세를 유지하고 있는 데다 ‘아베노믹스’를 통해 과감한 돈풀기에 나선 덕분이다. 일각에서는 3차 아베 내각이 닻을 올림에 따라 아베노믹스의 추진력과 엔저 흐름이 더 강력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실질소득 정체·하락 ▲중국 시장 둔화 추세 ▲원유 가격 급등 반전 ▲세계적인 주가 하락 ▲미국의 출구전략 등이 올해 일본 경제의 악재로 거론된다. 야노 가즈히코 일본 미즈호종합연구소 조사본부 경제조사부장은 “올해 소비세 인상에 따른 물가 상승이 진정되고 임금상승률이 전년도 이상으로 높아져 개인 소비가 회복하고 수출·설비 투자도 완만하게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경제 전망은 ‘흐림’이다. 러시아 경제개발부는 올해 1% 성장을 예측했지만 국제기관들의 경제성장 전망은 더 나쁘다. IMF는 0.5%, IBRD는 0.3%,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은 0.2%, JP모건은 0.8%로 내다봤다. 러시아는 지난해 크림반도 병합 후 서방의 경제 제재, 국제 유가 하락으로 루블화 가치가 폭락했다. 이에 따라 소비자 물가가 10% 이상 상승하고, 은행과 기업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리더십마저 흔들릴 정도로 암울한 소식만 들리고 있다. 브라질도 투자와 소비 활력 저하로 올해에도 부진한 흐름이 계속되면서 1%대 성장에 그칠 전망이다. 신흥국 가운데 인도와 인도네시아의 경제 활력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 개혁에 대한 기대감 덕이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4898조원 시장’ EEU 출범… 푸틴, EU에 맞설까

    옛 소련에 속했던 나라들의 경제공동체인 ‘유라시아경제연합’(EEU)이 1일 공식 출범했다고 이타르타스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숙원인 EEU 출범을 통해 러시아가 옛 소련권 국가들의 맹주로 거듭나길 기대했으나, 서방의 경제 제재와 국제 유가 하락 등으로 동력을 잃은 상태다. 이타르타스통신에 따르면 EEU는 이날 러시아와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등 3개국으로 출범했다. 인구 1억 7000만명, 총생산 4조 5000억 달러(약 4898조 2500억원)에 이르는 거대 단일 시장이 새롭게 등장한 것이다. 아르메니아는 하루 뒤인 2일, 키르기스스탄은 오는 5월 1일 각각 동참한다. EEU는 1995년 출범한 유라시아관세동맹, 지난해 마련된 유라시아경제공동체(EAEC)보다 진일보한 개념이다. 내년까지 의약품 시장을, 2019년에는 전력 시장을 통합한다. 이어 2025년까지는 석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 시장이 합쳐진다. 거시적으로 통화, 경제 정책 등을 공동 시행하고 회원국 간 거래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달러와 유로화를 퇴출해 회원국 통화나 공동 통화로 대체한다는 복안을 담고 있다. EEU의 출범은 내우외환의 위기에 봉착한 푸틴에게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푸틴이 1994년 유럽연합(EU)에 대응하는 옛 소련 경제공동체 구상을 처음 제안했기 때문이다. 이후 EEU 창설은 늘 푸틴의 대외정책 1순위로 꼽혔다. 하지만 EEU를 바라보는 서방의 시선은 곱지 않다. 워싱턴포스트는 “EEU는 옛 소련권에 대해 정치·경제적 영향력을 구축하려는 푸틴의 최고 업적”이라면서도 “루블화 폭락과 저유가 충격으로 고조된 러시아 경제 위기가 주변국으로 확산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크림반도 사태를 겪은 우크라이나는 EU 가입을 추진 중이며 우즈베키스탄은 중국의 실크로드 경제권 동참 의사를 밝힌 상태다. 타지키스탄과 투르크메니스탄은 여전히 참여를 저울질 중이다. 러시아 외무부 관계자는 이를 의식한 듯 “EEU와 EU의 협력이 요구되며 EU가 EEU를 무시하는 근시안적 행태를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타르타스통신에 말했다. 한편 푸틴은 이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러시아와 미국의 동반자 관계는 성공적으로 발전돼 왔다”는 내용의 신년 서한을 보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뉴욕타임스와 BBC 등 서방 언론은 일제히 푸틴과 관련된 특집기사를 실어 푸틴의 ‘이너서클’과 러시아의 기형적 국가자본주의 체제가 올해에도 변함없이 그에게 힘을 부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중국인들 “日보다 러 중요”

    중국인들이 중국·일본 관계보다 중국·러시아 관계를 더 우선시하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는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광저우(廣州) 등 주요 7개 도시에 거주하는 중국인 151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중국에 가장 영향력이 큰 양자 관계로 ‘미국·중국 관계’(72.3%)에 이어 중국·러시아 관계(30.4%)가 두 번째로 꼽혔다고 30일 보도했다. 지난해 38.6%로 2위를 기록했던 중·일 관계는 올해 3위(27.1%)로 내려갔다. 환구시보가 2006년부터 이 같은 내용의 설문조사를 시작한 이래 중·러 관계가 중·일 관계보다 앞선 것은 처음이다. 이번 조사 결과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합병한 뒤 서방의 제재를 받아 국제사회의 주목을 끈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가 ‘신밀월기’를 구가하며 협력을 강화한 반면, 중·일 관계는 과거사 및 영토 문제 등으로 갈등을 겪고 있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세월호·말레이機 참사 ‘침통’… 땅콩 회항·아베 폭주 ‘분통’

    세월호·말레이機 참사 ‘침통’… 땅콩 회항·아베 폭주 ‘분통’

    [국내] 정부 무능·정쟁에 더 아팠던 ‘세월호 참사’ 4월 16일 인천에서 제주도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 해상에서 침몰돼 탑승객 476명 가운데 295명이 사망했고, 9명은 아직 실종 상태다. 특히 이 사고로 수학여행을 가던 경기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 대거 희생돼 국민들에게 큰 충격과 슬픔을 안겼다. 게다가 사고 수습 과정에서 드러난 정부의 무능과 실책, 특별법 제정을 둘러싼 여야의 정쟁은 국민들의 분노로 이어졌다. ‘숨은 실세 국정 개입 논란’ 연말 정국 강타 박근혜 정부의 ‘숨은 실세’로 거론돼 온 정윤회씨가 청와대의 ‘실세 3인방’ 등과 정기적으로 접촉하며 국정에 개입했다는 ‘靑 비서실장 교체설 등 관련 VIP측근(정윤회) 동향’이라는 제목의 문건이 연말 정국을 뒤흔들었다. 문건의 작성자인 박관천 경정과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박근혜 대통령의 친동생 박지만 EG 회장 등 관련자 간 진실 공방으로 사건은 일파만파 확대됐다. 헌재 “통합진보당 北체제 추종” 첫 정당해산 비례대표 부정경선,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 등으로 논란에 휩싸였던 통합진보당이 창당 3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8대1의 압도적인 인용으로 12월 19일 통합진보당 해산을 결정했다. 헌재 결정에 의한 정당해산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헌재는 통합진보당 소속 의원 5명의 의원직 박탈도 결정했다. 조현아 ‘땅콩회항’ 항공법 위반 등 일파만파 조현아(40)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JFK공항 활주로에서 이륙 준비 중이던 인천행 KE086 항공기를 탑승구로 회항해 여론의 지탄을 받았다. 검찰은 조 전 부사장에 대해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로 24일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고, 국토교통부 조사에서 대한항공과 공모를 통해 증거인멸을 시도한 조사관을 체포했다. 일 년 내내 가혹행위·총기사고 해명한 軍 지난 4월 경기 연천의 28사단에서 윤모 일병이 선임병 4명으로부터 엽기적인 가혹행위에 시달린 끝에 숨진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는 등 올 한 해는 군대 내 폭력과 총기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했다. 6월 동부전선 22사단 GOP 부대에서도 임모 병장이 총기를 난사해 동료 장병 5명이 숨졌다. 그 다음 달에도 2명의 A급 관심병사가 자살하는 사고가 발생해 군의 장병 관리가 도마에 올랐다. 공무원연금 ‘더 내고 덜 받는’ 개혁안 시끌 대규모 적자의 누적으로 재정 부담을 키우는 공무원연금을 개혁해야 한다는 논의는 지난 9월 당·정협의회에서 본격화됐다. ‘더 내고 덜 받는’ 방식이 제시됐지만 공무원노조는 ‘공적연금 후퇴’와 ‘밀실논의’라며 반발했다. 여야는 최근 개혁안을 마련할 대타협기구를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정년 연장 등 공무원의 사기진작책도 거론되지만 최종 결정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변별력 없고 또 출제 오류·… 최악의 수능 2015학년도 수능은 사상 최악으로 기록됐다. 변별력 조절 실패에다 출제 오류까지 겹쳤다. 생명과학Ⅱ와 영어에서 복수 정답이 인정됐다. 복수 문항, 복수 정답은 수능 도입 21년 만에 처음이다. 전년도 세계지리 8번 문항도 법원 판결로 전원 정답 처리됐다. 여론이 들끓자 교육 당국은 결국 수능 개선위원회를 출범시켰다. 프란치스코 교황, 한국에서도 ‘낮은 곳’으로 제266대 교황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8월 4박 5일 일정으로 방한했다. 한국 역사상 세 번째이며, 1989년 요한 바오로 2세 방한 이후 25년 만이었다.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미사(서울 광화문광장) 등을 집전했고 세월호 유족, 위안부 피해자, 쌍용차 해고노동자 등을 만나며 ‘낮은 곳’을 챙기는 모습에 큰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연초 나라 뒤흔든 카드 3사 고객정보 유출 올 1월 새해 벽두부터 1억여건의 카드 고객 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신용평가회사인 코리아크레딧뷰로(KCB) 직원이 KB국민·롯데·NH농협 등 카드 3사에서 200여만명의 고객 정보를 빼돌리면서 나라 전체가 혼란에 빠졌다. 사회지도층 인사와 연예인은 말할 것도 없고 거의 모든 국민의 정보가 털렸다. 관련자들이 구속됐지만 집단소송이 이어지면서 법정 공방은 ‘진행형’이다. 총리 후보자 잇단 낙마… 청와대 ‘답답’ 인사 세월호 참사 이후 지명된 총리 후보자가 잇따라 낙마하면서 청와대 인사시스템이 도마에 올랐다. 지난 4월 사의를 표명한 정홍원 총리 후임으로 안대희 전 대법관이 지명됐지만 과다 수임료와 전관예우 논란 등으로 낙마했다. 이어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이 지명됐지만 역사의식 논란으로 역시 물러났다. 결국 정 총리가 사의 표명 60일 만에 다시 총리직을 맡게 됐다. [국제] 크림반도, 러시아 귀속… ‘신냉전’ 암운 지난 2월 우크라이나가 친러시아 성향인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을 축출하고 서방으로 등을 돌리면서 크림반도는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달았다. 친러시아계 주민들이 주민투표를 통해 러시아 귀속을 결정했고, 러시아는 신속하게 조약 체결과 의회 비준 절차를 마쳤다. 우크라이나 주변으로 군사력이 증강 배치되고, 서방이 러시아에 대한 전방위 경제 제재에 착수하면서 신냉전이 도래했다. 말레이시아機 3월엔 실종·7월엔 피격 올 한 해 말레이시아항공은 가시밭길을 걸었다. 지난 3월 쿠알라룸푸르에서 출발해 중국 베이징으로 가던 여객기가 실종됐다. 여객기에는 승객과 승무원 239명이 타고 있었으나 단 한 명의 시신도 발견되지 않은 채 전원이 사망한 것으로 결론 났다. 7월에는 승객 298명을 태우고 네덜란드를 출발해 쿠알라룸푸르로 향하던 말레이시아 여객기가 내전 중인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미사일에 격추됐다. 전 세계 에볼라 공포… 7500여명 사망 지난 3월 이후 기니와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 등 서아프리카 3개국을 중심으로 에볼라 바이러스가 번져 750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역대 최대 규모인 이번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은 지난해 12월 기니에서 첫 사망자가 보고된 뒤 해를 넘기며 인접국은 물론 미국, 스페인 등 다른 국가로 퍼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8월 에볼라와 관련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슬람 급진 세력 IS, 잇단 외국인 참수 알카에다의 이라크지부(AQI)였던 이슬람국가(IS)가 수니파 이슬람교도를 규합해 순식간에 세계를 위협하는 급진 세력으로 부상했다. 이 조직은 지난 6월 신정일치 국가인 IS 설립을 선언한 뒤 이라크 제2도시 모술을 점령했다. 이들은 서방을 침략자로 규정하고 미국 언론인 제임스 폴리를 시작으로 5명의 외국인 참수 동영상을 공개했다. 아베 ‘집단자위권’ 강행·장기집권 체제 일본 아베 신조 내각은 지난 7월 동맹국 등에 대한 공격을 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반격하는 권리인 ‘집단자위권’을 각의(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이로써 1945년 패전 이후 견지해 온 ‘전수 방위’ 원칙을 저버리고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로 전환했다. 이어 중의원 해산 뒤 총선 승리라는 정치적 도박에 성공한 아베 총리는 지난 24일 제3차 내각을 출범시켜 장기집권 체제를 구축했다. 백인경찰 흑인 사살… 美 인종갈등 몸살 지난 8월 미주리주 퍼거슨시에서 비무장한 10대 흑인을 총으로 쏴 죽인 백인 경관과 7월 미국 뉴욕의 길거리에서 담배를 팔던 흑인을 목졸라 숨지게 한 백인 경관이 잇따라 대배심에서 불기소 판결을 받으며 미국 내 인종 갈등이 폭발했다. 항의 시위와 소요, 약탈이 전국으로 확산됐다. 지난 20일에는 20대 흑인 남성이 뉴욕 브루클린에서 경찰 2명을 살해하는 등 사회 전체가 요동치고 있다. 홍콩, 주권 반환 후 최대 反中 ‘우산혁명’ 중국의 전국인민대표대회가 지난 8월 말 의결한 ‘2017년 행정장관 선거안’이 불씨가 됐다. 홍콩 행정장관 선거 입후보자의 자격을 제한하자 홍콩 시민들은 지난 9월 28일부터 선거안 철회를 요구하며 도심 점거 시위에 돌입했다. 우산으로 경찰에 맞서 ‘우산혁명’으로 불린 시위는 1997년 주권 반환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75일간 지속되면서 200여명이 체포되고 500여명이 부상했다. 세계 시선 끈 스코틀랜드 독립 투표 부결 307년 만의 스코틀랜드 독립과 영국 연방 해체라는 격변 가능성으로 세계인의 시선을 집중시켰으나 지난 9월 반대 55.4%, 찬성 44.7%로 부결됐다. 스코틀랜드 주민들은 미래가 불투명한 독립보다는 영국 연방의 일원으로 계속 남는 길을 택했다. 스코틀랜드는 조세권과 예산권 등 자치권 확대라는 전리품을 챙겼고, 스페인 카탈루냐주 등 다른 지역의 분리독립 운동을 자극하는 불씨가 됐다. 유가 급락과 더불어 디플레이션 공포 미국의 셰일 개발 붐에 따른 산유량 급증과 중국의 성장둔화로 인한 수요 감소가 맞물려 국제유가가 급락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지난 11월 산유량을 동결하며 하락세는 탄력을 받았다. OPEC과 미국의 대결 양상 속에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반년 만에 절반 가까이 하락했다. 주요 90개국 가운데 4분의1 이상이 1% 미만의 물가상승률을 보이며 디플레이션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美·쿠바 국교 정상화 ‘53년 냉전’ 청산 미국과 쿠바가 53년간 이어온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국교 정상화를 추진한다고 지난 17일 선언했다. 1959년 피델 카스트로 당시 국가평의회 의장이 쿠바 공산화를 선언한 뒤 미국 기업의 재산을 몰수해 2년 후인 1961년 양국의 국교가 중단됐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의 역사적 선언으로 미국은 쿠바에 대한 봉쇄정책을 크게 완화할 방침이다.
  • 사면초가 러시아

    러시아의 수난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국제 원유가 및 루블화 가치 폭락으로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를 맞은 러시아에 대해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추가 경제제재를 잇달아 내놓으며 숨통을 죄고 있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발표한 행정명령을 통해 미국인이 크림 지역과의 무역뿐 아니라 이 지역에 대한 투자와 금융지원 금지를 선언했다고 로이터통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그는 또 재무부에 크림 지역에서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에 대해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러시아의 크림 지역 병합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미국 정부의 입장을 명확히 하려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캐나다도 석유 채굴 및 탐사 부문 장비 등 러시아 원유·천연가스 개발과 관련한 제품의 판매·수출을 금지하고 일부 러시아 정치인과 우크라이나 동부 분리주의자의 캐나다 입국을 제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는 “이번 제재는 러시아의 실물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하루빨리 군대를 철수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앞서 18일 유럽연합(EU)은 20일부터 EU 회원국 기업의 크림 지역 내 투자나 관광 상품 판매를 금지하는 추가 제재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는 ‘크림 지역의 독립을 지키기 위해 비싼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일 크렘린에서 열린 ‘정보요원의 날’ 기념행사에서 “누구도 우리를 겁줄 수 없고 러시아를 억누르거나 고립시킬 수 없다”고 말했다고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 등이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서방 국가들의 추가 제재 조치를 겨냥해 “수많은 위협과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국내 상황을 불안하게 만들고 한 나라를 장악하려는 시도가 이뤄지는 데다 국제 규범은 무시되고 협박, 도발, 경제 압박 등 온갖 수단이 동원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러시아 외무부도 성명을 통해 크림 지역에 대한 서방의 신규 제재가 일종의 ‘연좌제’라며 민주주의 국가라고 자처하는 나라들이 21세기에 이런 방식을 이용한다는 사실이 슬프기 짝이 없다고 비판했다. 알렉산드르 루카셰비치 외무부 대변인은 “미국과 캐나다 정부는 제재가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생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푸틴 “러 경제 위기 2년내 극복”

    푸틴 “러 경제 위기 2년내 극복”

    “우리의 경제 위기는 러시아가 국가로서, 문명으로서, 민족으로서 자신을 지키는 데 따른 대가입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8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연말 정례 기자회견에서 이처럼 강조하며 “아무리 비우호적인 국제 환경을 가정한다 해도 지금의 경제 위기는 2년 내에 극복되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서방 경제 제재, 저유가, 루블화 폭락으로 러시아가 파산할지도 모른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진행돼 많은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푸틴은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경제 제재의 원인이 됐던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서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팽창은 새로운 베를린 장벽 건설이다”, “서구가 제국처럼 군림하면서 러시아를 신하 취급한다”고 말했다. 대러시아 포위 전략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기존 인식을 반복한 것이다. 크림반도 합병에 대해서도 “우크라이나가 단일국가로 되돌아가는 걸 지지하지만 이는 정치적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면서 “우크라이나 정부가 동부에서 징벌적 군사행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책임을 우크라이나 정부에 떠넘긴 것이다. 최근 루블화 폭락에 대해서는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는 충분하며 그 많은 돈을 그냥 불태우진 않을 것 같다”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루블화가 연초 대비 60% 가까이 폭락해 달러당 60루블대까지 추락하자 러시아는 이번달에만 100억 달러 정도의 외환보유고를 풀었다. 일단 폭락세는 멈췄다는 평가다. 러시아의 외환보유고는 4190억 달러 규모다. 서방의 경제 제재도 “경제위기에 끼친 영향은 25~30% 정도”라고 깎아내렸다. 다만 “석유와 가스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며 러시아 경제를 다변화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푸틴은 최근 경제 위기를 진짜 위기로 인정하지 않은 셈이다. 이런 태도는 예상됐다. 러시아 국영방송은 기자회견이 예정된 이날 40초 분량의 예고 방송을 거듭 내보냈는데 그 내용은 모조리 ‘푸틴 찬가’였다. CNN은 이 영상을 두고 “곰(러시아)은 허락 따윈 구하지 않는다고 으르릉대는 것 같다”고 비꼬았다. 실제로 이날 회견에서도 푸틴은 러시아를 곰에 비유하면서 “숲 속에서 평화롭게 꿀을 먹고 사는 곰을 굳이 끌어내 쇠줄을 감아 발톱과 이빨을 뽑으려 든다”며 서방을 비난했다. AP통신은 그러나 “이런 격렬한 반서구적 수사법”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어떤 방식으로든 서방과의 관계 개선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푸틴 본인이 인정한 경제 다변화를 위해서라도 외부의 투자와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AP통신은 “발언이 강하지만 그 중간에 반드시 정치적 해결과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을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파이낸셜타임스도 “최근 들어 러시아 정부나 국영방송에서 서방이나 우크라이나를 비방하는 말들의 수위가 크게 낮아졌다”고 전했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데스크 시각] 거꾸로 흐르는 역사의 시계/이순녀 국제부장

    [데스크 시각] 거꾸로 흐르는 역사의 시계/이순녀 국제부장

    국내 개봉 한 달 만에 900만 관객을 넘기고 순항 중인 영화 ‘인터스텔라’에는 우주 속 통로 웜홀을 통과해 과거로 가는 시간여행이 핵심 모티브로 등장한다. 아직은 영화 속 상상으로만 존재하는 가상의 이론이지만 언젠가 현실로 다가올지 모른다는 기대감은 관객을 들뜨게 하기에 충분하다. ‘인터스텔라’ 이전에도 과거로 혹은 미래로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시간여행을 다룬 영화들은 많았다. ‘재깍’ 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순간의 1초가 쌓여 1분이 되고 1분이 모여 1시간, 하루, 일년이 되는 그 정직한 전진의 법칙을 거스르고 싶은 인간의 본능적 호기심을 반영한 결과였을 것이다. 그런데 종종 역사의 시계는 시간을 뒤로 돌리는 마술을 부리곤 한다. 물론 긍정적인 측면에서가 아니다. 숱한 희생을 딛고 힘들게 쟁취한 역사적 진전이 한순간에 도루묵이 되는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올 한 해 나라 안팎에서 유독 두드러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의 칼럼니스트 필립 스티븐스는 최근 칼럼에서 올해를 “정치적 독재자의 해”로 규정하며, 19세기 제국주의 열강체제로 회귀하려는 일부 지도자들의 면면을 지적했다. 가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올 초 크림반도를 강제 합병하고 우크라이나 동부를 공격하는 등 강력한 민족주의를 내세워 이웃 나라를 힘으로 제압하려는 욕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마오쩌둥(毛澤東) 이래 가장 막강한 1인 지배 체제를 형성하면서 군사대국화 등을 통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행보를 가속화하며 주변국을 위협하고 있다. 일본 아베 신조 총리는 또 어떤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역사 왜곡 망언도 모자라 “일본의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는 터무니없는 헛소리까지 일삼고 있다. 오죽했으면 뉴욕타임스가 며칠 전 사설에서 “아베 정부는 전쟁 역사를 세탁하려는 요구에 영합하며 불장난을 하고 있다”고 강력히 비난했을까. 그런데도 오는 14일 중의원 총선거에서 집권당 자민당이 반수를 넘어 단독으로 3분의2 의석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는 보도가 나오는 걸 보면 일본 국민들의 진짜 속내가 뭔지 무척 궁금해진다. 시야를 중동으로 돌리면 ‘아랍의 봄’을 통해 가까스로 독재자들을 축출한 나라들의 시간도 역주행하고 있다. 민주화 시위를 유혈 진압한 혐의로 기소된 이집트의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은 무죄를 선고받았고, 예멘의 알리 압둘라 살레 전 대통령도 혼란한 국내 정세를 틈타 막후 정치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미국에선 인종 갈등의 시계가 거꾸로 돌고 있다. 8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첫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집권하고 나서 인종 갈등이 오히려 악화됐다는 응답자가 53%에 달했다. 미주리주 퍼거슨시와 뉴욕에서 각각 발생한 백인 경관의 흑인 총격 사살 사건에 대한 대배심의 경찰 불기소 결정에 항의하는 시민들의 시위는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남 눈의 티만 볼 게 아니다. 진위를 떠나 십상시(十常侍)라는, 중국 고대 역사서의 환관 무리가 이웃집 강아지 이름처럼 장삼이사의 입길에 오르내리는 요즘 대한민국 청와대의 시계는 어디를 가리키고 있을까. 역사의 진전은 시간의 흐름만으로 결코 저절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새삼 곱씹게 되는 수상한 시절이다. cor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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