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공 새달30일 “독립선언”/유고/주민95%“연방이탈”지지
◎4개공,새 연방 결성 원칙 합의
【자그레브 로이터 연합 특약】 프란조 투드만 크로아티아공화국 대통령은 20일 유고슬라비아공화국들간의 새 연방결성을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으나 독립여부를 물은 19일의 국민투표 실시에도 불구,즉각 유고연방에서 이탈할 가능성은 배제했다.
약 87%의 투표율을 보인 19일의 국민투표 잠정집계 결과,94.35%가 크로아티아의 독립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드만 대통령은 『가능하다면 현 유고슬라비아의 틀내에서 주권국가의 동맹관계가 유지되기를 원하지만 이것이 불가능할 경우 우리는 완전한 독립과 완전한 주권을 추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크로아티아공화국 지도자들은 현 위기가 유고슬라비아내에서의 존속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투드만 대통령은 또 크로아티아와 슬로베니아,마케도니아 및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등 4개 공화국은 메시치가 대통령이 되지 않으면 이들 각 공화국이 주권국가가 되는 새 연방을 결성하기로 원칙적으로 합의해 놓고 있다고 말했다.
19일의 국민투표 실시로 크로아티아는 슬로베니아와 같은 길을 걷게 될 것으로 추측되고 있는데 슬로베니아공화국은 오는 6월26일 독립을 선언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편 크로아티아공화국은 크로아티아가 오는 6월30일 독립을 선언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지지율 높아 연방해체 운동 가열될듯/공산국간 분열 심화,군 동태가 변수로(해설)
유고슬라비아연방이 하루하루 분열의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는 가운데 19일 크로아티아공화국에서는 연방으로부터의 독립여부를 묻는 국민투표가 실시됐다.
이날 투표는 주민의 90% 이상이 독립에 찬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세르비아공화국의 패권에 반대해 그 동안 분열의 움직임을 주도해 온 크로아티아공화국의 입지를 강화시켜 줄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이번 크로아티아공화국의 국민투표로 유고는 한층 더 심한 분열의 홍역을 앓을 수밖에 없게 됐다.
유고의 정정에 대해 「내란 위기」 「연방 해체 불가피」 등등의 분석이 나온 것은 이미 오래지만 최근 20여 일 동안 유고는 분열을 향해 더욱 가파른 움직임을 보였다. 지난2일에는 세르비아계 주민과 크로아티아주민 사이의 충돌로 최악의 분규가 벌어졌고 7일에는 군부가 무력개입에 관한 최후통첩을 발표했다. 15일에는 순번에 따라 대통령에 선출될 예정이던 크로아티아 출신의 스티페 메시치연방간부회 부의장이 세르비아 등 3개 공화국·자치주 대표의 반대와 몬테네그로공화국의 기권으로 피선되지 못했다.
세르비아가 크로아티아 출신이 대통령에 선출되는 것을 극력 반대하는 것은 지난해 자유총선에서 크로아티아 등 4개 공화국에 분리독립을 원하는 비공산정부가 출범,세르비아의 헤게모니를 위협하는 데다 메시치는 공산통치하에서 분리운동으로 옥고를 치른 경력이 있기 때문이다. 유고의 대통령이 실제권한은 크지 않지만 위기시에는 군통수권이 있어 세르비아가 원하는 대로 분리 움직임을 강력하게 막는데 동의하지 않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을 선출하지 못함으로써 유고는 연방정부의 기능이 전면 마비되는 헌정위기를 겪고 있는데 메시치의 대통령 선출을 저지당한 비공산계열의 4개 공화국(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마케도니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은 16일 독자적인 연방국가를 수립하겠다고 경고했다. 헌정위기가 계속되자 유고 군부는 18일 다시 한번 만일의 경우에 대비한 행동계획이 수립됐다고 발표함으로써 유혈사태의 우려를 증폭시켰다.
이 사이에 연방을 유지하고 유혈사태를 막기 위한 노력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9일 연방간부회는 세르비아의 민병대와 크로아티아의 경찰예비대 해체를 골자로 하는 평화안을 결의했고 헌정위기를 가져온 크로아티아와 세르비아의 대립을 중재하기 위해 안테 마르코비치 연방정부 총리도 벨리코 카디예비치 국방장관 페타르 그라가닌 내무장관 등이 참여하는 정부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그러나 상황이 호전되리라고 믿을 만한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9일의 평화안도 크로아티아와 세르비아의 거부로 단 하루 만에 공염불이 돼 버렸다.
점점 국가단위로서의 존재가 불투명해지고 있는 유고에 대한 외부의 지원도 끊어지고 있다. EC 등 주변국가들은 유고에 대한 경제지원을 보류하고 투자 및 관광을 금지하고 있다. 미국도 지난 6일부터 국제금융기관으로부터의 자금지원 등 유고에 대한 모든 경제지원을 중단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크로아티아 등 비공산 4개 공화국이 내놓고 있는 「주권국가연합」이라는 구상은 민족분규를 겪고 있는 동유럽 국가에서 자주 등장하는 것이지만 강력한 단일 연방국가를 주장하는 세르비아의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 크로아티아의 국민투표도 분열을 향한 또 하나의 수순이 되면서 앞으로도 유고는 「내란위기」 「연방해체 불가피」 「군부개입」 「유혈사태」 등의 어두운 그림자가 걷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