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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조조정 Q&A] 골리앗 크레인 1달러에 매각 결단…부실 조선업 대신 지식산업 도시로

    이번 산업계 구조조정은 단순히 부실 기업 솎아내기가 아니다. 핵심은 주력 산업의 재편과 경쟁력 강화를 통해 저성장 늪에 빠진 우리 경제를 살려보자는 것이다. 국책은행의 자본을 확충하고, 실업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재정 투입을 고려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수술(구조조정)이 실패하면 우리 경제의 미래도 장담할 수 없다. 그래서 나온 게 스웨덴식 구조조정이다. 1990년대 초반 경제위기로 재정이 악화된 스웨덴은 강력한 구조조정으로 재정·복지·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조선업의 위기를 기회로 삼은 반전의 ‘매력’도 참고할 만하다. Q. 스웨덴식 구조조정의 핵심은. A. 199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3년 연속 역성장, 9%대 실업률 등 고부담·고복지 체계의 한계에 봉착한 스웨덴 정부는 균형재정 정책을 도입하고 연금 제도 등 복지 정책을 전면 손질했다. ‘퍼주기식 복지’로 국고가 고갈되자 기여한 만큼 지급하는 ‘선택적 복지’로 갈아탄 것이다. 4년 만에 재정은 흑자전환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84.4%(1996년)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 43.9%까지 떨어졌다. 기업 체질도 강화되면서 이후 10년간 노동생산성(2.5%)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2.0%)를 웃돌았다. Q. 조선업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나. A. 처음부터 조선업에 대한 미련을 버린 것은 아니었다. 스웨덴 남부의 항구도시 말뫼에 위치한 코쿰스 조선소를 살리기 위해 10년간 4조원이 넘는 자금을 지원했다. 하지만 가격·품질 경쟁력에서 밀린 조선소가 회생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통폐합에 나섰다. 현대중공업에 단돈 1달러에 세계 최고 높이(138m)의 크레인을 파는 결단도 내렸다. 대신 조선소 터에는 정보기술(IT), 바이오 업체를 입주시키고, 실직자를 위한 전직 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조선소 도시가 지식기반 산업도시로 탈바꿈하게 됐다. Q. 우리나라에 적용 가능한가. A. 경제위기를 과감한 혁신으로 돌파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한 점도 배울 점이다. OECD에 따르면 스웨덴의 지식기반 투자 비중은 GDP의 10%에 달한다. 유럽연합(EU) 28개국 중 두 번째로 혁신 지수가 높다. 자동차, 화학·제약, 항공우주 등 주력 산업의 높은 연구개발(R&D) 투자(매출 대비 8~9%)도 눈에 띈다. 다만 연구개발비가 성과로 연결되지 않는 경우도 있어 무조건적인 답습은 곤란하다는 주장(한국산업기술진흥원)도 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동대문, 재해예방… SNS ‘소통의 힘’

    “내일까지 강풍이 불 것으로 예고됐습니다. 타워크레인이나 가림막, 광고물 등으로 인한 피해가 없도록 철저하게 점검해주세요.” 강풍주의보가 발효된 지난 3일, 네이버 밴드에 개설된 동대문구 풍수해 안전밴드 ‘동풍방’에 연일 계속되는 강한 바람에 주의하라고 당부하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동대문구가 소셜네트워크의 하나인 네이버 밴드로 주민과 안전소통에 나선 것이다. 동대문구는 2016년 여름철 풍수해 방지 종합대책을 세우고 오는 10월까지 철저한 재난 대비에 나선다고 9일 밝혔다. 구 관계자는 “여름철 태풍과 집중호우, 강풍 등으로 발생하는 재난에 대한 단계별 절차를 수립하고 신속한 상황대처로 지역 주민의 생명과 재산보호를 위해 종합대책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번 종합대책에는 ▲재난안전대책본부 편성 ▲단계별 비상근무체계 수립 ▲임무 분야별 소규모 교육 실시 ▲주민과 함께하는 풍수해 예방활동 등이 포함됐다. 특히 저지대의 침수 취약가구와 구 직원을 일대일로 매칭해 침수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동주민센터에 수방자재와 장비를 집중배치했다. 더불어 구 풍수해 안전밴드 ‘동풍방’를 통해 기상정보 공유와 재난상황 전파 등 소통 창구도 마련했다. 한편, 구는 지역 맞춤형 방재시설 확충사업으로 2014년에는 장안동 하수관거 정비, 장안 2 및 장안 4 빗물펌프장 증설 공사를 마쳤고 지난해는 이문동 금호어울림 아파트 주변 침수예방사업 및 신이문 빗물펌프장 증설 공사를 완료했다. 유덕열 구청장은 “예방 앞에 재난 없다는 말이 있다”면서 “전 직원이 합심하고 지역주민이 함께 참여하는 풍수해 대책을 추진해 안전한 동대문구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단독] ‘어버이날 빗물 도시락’ 이어 ‘공원 훼손’ 논란

    [단독] ‘어버이날 빗물 도시락’ 이어 ‘공원 훼손’ 논란

    ‘빗물 도시락’으로 비난을 받았던 대한노인회 서울시연합회가 ‘공원 훼손’으로 또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행사 철거과정에서 트럭들이 비에 젖은 잔디공원을 휘젓고 다니면서 잔디밭 곳곳이 파이고 훼손됐기 때문이다. 8일 오후 제44회 어버이날 기념행사가 열렸던 용산가족공원의 제2광장은 연휴 마지막 날을 맞아 가족들과 돗자리를 들고 나온 나들이객들로 북적였다. 그러나 돗자리를 펼치려던 아빠들도, 잔디밭을 보고 뛰어가던 어린이들도 순간 멈칫했다. 광장은 대형 차량이 지나간 바퀴자국으로 곳곳이 파여 있었다. 바퀴자국이 있는 곳마다 잔디도 죽고 없었다. 이촌동에서 자녀들과 함께 온 정모(45)씨는 “마치 탱크가 지나간 것처럼 잔디광장이 흉하게 파여 있었다”면서 “시민들의 공간을 망가뜨린 행사 주체도, 관리감독을 제대로 못한 관리 주체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산책을 나왔던 용산구 주민 이모(65)씨는 “누구를 위한 기념행사였는지 모르겠다”면서 “사전 준비나 사후 처리 모두 완벽하지 못할 거라면 행사를 열지 않는 게 낫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쪽에서는 공원 관리자 한 명이 우선 급한 대로 심하게 파인 곳을 삽으로 다지고 있었다. 서울시 등에 따르면 지난 6일 어버이날 행사가 끝난 뒤 행사 대행업체에선 오후 10시까지 시설물 철거 작업을 진행했다. 트럭 6대와 지게차, 포크레인 등이 공원으로 들어와 잔디를 무참히 짓밟고 다녔다. 시민들이 이용하는 공간이었지만 별다른 주의사항은 전달되지 않았다. 업체에선 시설물 철거 후 생긴 홈 등을 흙으로 덮거나 복구하는 과정 없이 철수했다. 공원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다음날 와서 보니 광장 곳곳이 심하게 훼손돼 있어 현장 사진을 첨부해 서울시에 보고를 했고, 대한노인회 측에도 연락을 취했는데 당시엔 받지 않았다”면서 “수십 통의 항의 전화 등으로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어르신복지과에선 이날 오후 용산공원에 나와 현장을 살폈다. 어르신복지과 관계자는 “비가 와서 서둘러 철거하려다 차량들이 무리하게 잔디광장에 진입했던 것 같다. 대한노인회와 업체에 엄정히 경고하고 서둘러 복구하도록 조치하겠다”면서 “시민들의 공원이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앞으로 더욱 유의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6일 같은 자리에서 열린 어버이날 행사에선 어르신들이 천막 없는 테이블에서 비에 젖은 도시락을 먹어 사전 준비와 배려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단독] 서울시 어버이날 기념행사 ‘빗물 도시락’ 이어 ‘공원 훼손’ 논란

    [단독] 서울시 어버이날 기념행사 ‘빗물 도시락’ 이어 ‘공원 훼손’ 논란

    지난 6일 서울 용산가족공원에서 열린 제44회 어버이날 기념행사가 ‘빗물 도시락’ 논란에 이어 ‘공원 훼손’ 논란에 휩싸였다. 어버이날 행사가 열렸던 용산가족공원의 제2광장. 8일 오후 찾은 광장은 주말을 맞아 가족들과 돗자리를 들고 나온 나들이객들로 북적였다. 그러나 돗자리를 펼치려던 아빠들도, 잔디밭을 보고 뛰어가던 아이들도 순간 멈칫했다. 광장은 대형 차량이 지나간 바퀴자국으로 곳곳이 패여 있었다. 바퀴자국이 있는 곳마다 잔디도 물론 죽고 없었다. 용산구 이촌동에서 자녀들과 함께 온 정모(45)씨는 “주말에 애들을 데리고 종종 오는데 광장이 엉망이 돼 있어 놀랐다”면서 “보기도 흉하고 땅이 여기저기 패여 아이들이 뛰어놀다 넘어질까봐도 걱정된다”며 자리를 옮겼다. 공원 관리자 한 명이 우선 급한대로 심하게 패인 곳을 삽으로 다지고 있었다. 서울시 등에 따르면 지난 6일 어버이날 행사가 끝난 뒤 행사 대행업체에선 밤 10시까지 시설물 철거 작업을 진행했다. 트럭 6대와 지게차, 포크레인 등이 공원으로 들어와 잔디를 무참히 짓밟고 다녔다. 시민들이 이용하는 공간이었지만 별다른 유의사항은 전달되지 않았다. 업체에선 시설물 철거 후 생긴 홈 등을 흙으로 덮거나 복구하는 과정 없이 철수했다. 공원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다음날 와서 보니 광장 곳곳이 심하게 훼손돼 있어 현장 사진을 첨부해 보고를 올렸고, 대한노인회 측에도 연락을 취했는데 당시엔 받지 않았다”면서 “시민들의 불편 민원과 질의가 많아 계속 양해를 구하고 있는데 주최 측에서 하루 속히 복구해달라”고 읍소했다. 서울시 어르신복지과 관계자는 “아직 현장을 보지 못했는데 차량들이 무리하게 공원에 진입했던 것 같다”면서 “행사를 주최한 대한노인회와 논의해 빠른 시일 내 복구가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대한노인회와 대행업체 측은 9일 용산가족공원을 찾아 상황을 살펴보고 관계자들과 대책회의를 하기로 결정했다. 한편 지난 어버이날 행사에선 노인들이 천막 없는 테이블에서 비에 젖은 도시락을 먹어, 사전 준비와 배려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지붕 위 버펄로, 결국은…

    지붕 위 버펄로, 결국은…

    인도에서 포착된 지붕 위 버펄로 영상이 SNS상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7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은 최근 인도 북서부 우다이푸르의 한 주택 지붕 위에 올라간 버펄로가 크레인에 의해 구조된 영상을 기사와 함께 소개했다. 영상에는 크레인을 이용해 지붕 위에 있는 버펄로를 들어 올려 땅으로 내려 구조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버펄로 소유주 암바 랄은 “버펄로가 지붕 위로 연결된 계단을 통해 올라갔다”면서 “버펄로를 땅으로 끌어 내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말을 듣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우다이푸르 행정 당국은 지붕 위 겁을 잔뜩 먹은 버펄로를 크레인을 동원해 구조하는데 성공했으며 해당 버펄로는 부상이나 정신적 외상을 치료하기 위해 동물관리센터로 이송됐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버펄로는 3시간 만에 지붕 위에서 구조됐으며 건강체크 확인 후 주인에게 되돌려졌다. 사진·영상= Caters TV / Etonline youtube 영상팀 seoultv@seoul.co.kr
  • [공무원이 말하는 정책이야기] 232만개 영세업체 산재 막게 안전담당자 배치

    [공무원이 말하는 정책이야기] 232만개 영세업체 산재 막게 안전담당자 배치

    정부가 산업재해 예방에 적극 나서면서 재해 발생 건수는 해마다 감소하는 추세다. 산업재해율은 2011년 0.65%에서 2013년 0.59%, 지난해 0.50%로 해마다 줄었다. 근로자 1만명당 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를 의미하는 사고사망만인율은 2011년 0.79명에서 2013년 0.71명으로 줄었고 지난해에는 0.53명으로 큰 폭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소규모 영세 사업장의 사고 사망자 비율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전체 사고 사망자 중에서 50인 미만 사업장의 사고 사망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4년 72.3%에서 지난해 73.5%로 높아졌다. 정부는 2019년까지 추진하는 ‘제4차 산재 예방 5개년 계획’을 통해 소규모 사업장의 산업재해를 줄이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일 시민석 고용노동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을 만나 올해 집중적으로 추진하는 산재 예방 대책에 대해 들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국내 237만개 사업장, 1800만 근로자가 대상이 됩니다. 전체 국민의 절반 정도가 해당되기 때문에 업무 영역이 방대한 편입니다. 고용부는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업주에 대해 최고 징역 7년, 7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등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산업안전 규정을 잘 모르거나 재해 예방 교육이 미흡할 경우 안전보건공단이나 민간산업안전기관을 통해 기술 지원을 하도록 돕고 있습니다. 50인 미만 영세 사업장은 대형 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습니다. 하지만 50인 미만 사업장이 232만개로 전체의 98%를 차지합니다. 또 대기업은 마음만 먹으면 자금을 투입해 재해 예방 시스템을 갖출 수 있지만 영세 사업장은 여력이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올해 1월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해 안전·보건 관리자 선임 의무가 없는 50인 미만 영세 사업장에 안전보건관리담당자 선임제도를 신설했습니다. 20인 이상 30인 미만 사업장은 2019년부터, 30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은 2018년부터 시행합니다. 담당자는 안전보건교육과 건강진단 등의 업무를 담당합니다. 규모를 감안해 다른 업무와 겸직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대기업의 책임은 강화하는 추세입니다. 원청업체의 안전보건관리 책임을 강화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습니다. 도급인이 하청근로자 보호를 위해 산재 예방 조치를 취해야 하는 위험장소를 20곳에서 모든 작업장으로 확대하고, 원청업체의 벌칙 규정을 하청업체와 동일하게 징역 5년 이하 5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원·하청 상생전략도 필요합니다. 그래서 최근 인천에서 발생한 메틸알코올 중독 사고 이후 원·하청 공생협력 프로그램에 유해화학물질 사업장을 포함시켰습니다. 이 밖에 조만간 조직·반복적인 산재 공상 처리 등 고의적인 산재 은폐 행위를 근절하는 형사처벌 조항 신설과 사업장에 안전보건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재해예방기관 역량 강화를 위한 평가제도 도입을 담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할 예정입니다. 법 위반 사항 적발 위주의 감독방식을 개편해 20인 미만 사업장은 자율적으로 안전보건컨설팅을 받아 유해·위험요인을 개선하도록 유도하고 크레인 재해 예방, 건설 현장 추락재해 예방 등 기획감독을 강화해 선제적 재해 예방이 가능하도록 도울 계획입니다. 사실 사업주의 투자나 정부의 관리 강화도 중요하지만 근로자의 재해 예방 의식이 뒤따르지 않으면 재해 예방 효과를 내기 어렵습니다. 안전모 실험을 해 보면 뾰족한 바늘로 아무리 찔러도 뚫리지 않을 정도로 단단하게 만듭니다. 그런 안전모와 안전화, 안전띠만 잘 착용해도 상당한 재해 예방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안전 절차를 준수하고 ‘내 몸은 내가 지킨다’는 마음가짐으로 근무하길 바랍니다. 세종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청계천 같은 사업하라고요? 이달 1000번째 어린이집…시민 삶 개선, 그게 내 행정”

    “청계천 같은 사업하라고요? 이달 1000번째 어린이집…시민 삶 개선, 그게 내 행정”

    -대담 문소영 사회2부장 “행정은 균형과 정의와 공공성 등에 기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시대엔 빈부 격차라든지 큰 불평등이 야기돼 있잖아요. 가난하고 힘들고 억울한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게 균형이고 정의죠. 제가 대학서 법철학 배울 때 “각자의 것은 각자에게”라는 선문답 같은 이론에 감동받았는데 힘이 모자라는 사람에게 힘을 더 보태주는 것, 이것이 정의이자 행정입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1일 서울시장실에서 서울신문과 단독 인터뷰를 한 자리에서 ‘행정’을 이렇게 정의했다. 그 스스로 정치를 시작하게 된 직접적 계기가 불의에 대한 분노였다. 시민단체를 운영하던 그에게 이명박 정부의 민간인 사찰이 있었다. 기업들이 무서워서 협찬을 안 하고, 강연하면 정보과에서 찾아왔다는 사실이 피드백이 됐다. 그는 “정치는 정의롭고 원칙적이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 뒤 “민주주의 대명천지에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이지만 ‘3선 서울시장’도 열어두었다고 했다. 그는 “대권, 3선을 고려하기 전에 위임받은 시민의 권력으로 서울시장을 잘해야 한다”고 말한다. 서울광장에서 집회가 끝난 뒤의 종이 쓰레기를 보고 “폐지 수거 노인 일자리 5개를 만들라”고 지시했다는 그의 꼼꼼함은 거대 담론 위주의 사회에서 단점이자 장점이다. →6년째 서울시장을 하고 있는데 서울시의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 -시민의 삶 속으로 스며든 변화라고 할까. “서울시장이 생각보다 일은 잘하네”라고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물량과 물질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추상과 거대 담론에서 꼼꼼한 정책으로 원칙을 세워 일한다. →‘박원순 업적’으로 특별히 기억나는 게 없을 수도 있다. -그렇지 않다. 시민 복지에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일어났다. ‘모든 국민이 알 수 있는 청계천 같은 사업을 하나 하라’는 요구를 끊임없이 받았다. 하지만 시장은 시민의 꿈을 실현하는 자리라고 취임할 때부터 선언했다. 모두가 다 기억하는 건 없을지 몰라도 시민들은 자기 영역의 변화를 알 것이다. 청년은 은평의 혁신 파크나 청년수당과 같은 청년정책을 기억하리라 믿는다. 해외 도시도 서울시 ‘정책바라기’를 하고 있다. →원래 서울시 정책은 전국에서 따라 한다. 서울 구들도 청계천을 따라 했다. -청계천 따라 하다 충북 영동천, 순천 동천, 광주 광주천은 토목공사를 해 아름다운 하천을 다 버려놓았다. 서울 홍제천 상류의 경관을 해치는 콘크리트도 다 들어낼 예정이다. 지난해 서울시의 채무 7조 8000억원을 갚는 대신 4조원을 복지에 투자했다. 강바닥에 갖다 버리지 않으니 시민 복지를 느끼지 않겠나. 복지단체들이 서울시 복지예산을 26%에서 30%로 올려달라 했는데, 내가 34%로 끌어올렸다. 이달에 서울에 1000번째 국공립 어린이집이 문을 연다. 서울시민 삶의 질이 엄청나게 개선된 거다. →광화문광장의 세월호 추모시설을 철거하지 않는다고 보수 쪽의 불만이 많다. -행정은 균형과 정의와 공공성 등에 기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난하고 힘들고 억울한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게 균형이고 정의다. “각자의 것은 각자에게”라는 법철학 이론에 감동받았다. 힘이 모자라는 사람에게 힘을 더 보태주는 것, 이것이 정의이자 행정이다.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세월호 미수습자 9명을 가슴에 새겨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다수결의 원칙이지만 소수자에 대한 배려도 굉장히 중요하다. 우리 현대사는 세월호가 있기 전과 후로 시대가 구분될 것이다. 세월호 추모시설은 서울시 공무원이 시민의 안전을 다짐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국가의 근본 목표는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고, 서울시정의 최우선 순위도 안전이다. →20대 국회에서 세월호 관련 사항들이 어떻게 되어야 할 것 같나. -야당이 다수당이 됐으니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 권한도 연장될 것이다. 예산도 배치해야 한다. 미국 하와이의 진주만 기념관은 일본의 끔찍한 진주만 공습을 기억하고자 침몰한 군함 애리조나호를 인양하지 않고 바로 그 자리에 기념관을 세웠다. 배를 타고 바다에 가면 잠겨 있는 군함을 볼 수 있다. 제가 책임자라면 세월호를 인양해 3분의2 정도는 바다에 잠긴 상태에서 수상기념관을 만들고 싶다. →4·13 총선을 ‘사이다 선거’라고 평가했다. -민심은 참 위대하다. 박근혜 정부에 대해서는 분명한 심판을 했다. 국정 교과서 문제, 세월호 참사, 일본군 위안부 졸속 협상,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늑장 대응 등. 하나만 해도 어마어마한 일이다. 지지도가 꺼지지 않는다고 했지만 잘못된 여론조사가 문제라는 것이 이번에 드러났다. 야당에도 분명히 옐로카드를 보냈다. 더불어민주당이 제대로 했다면 3분의2가 넘는 의석을 차지했을 것이다. 서울은 야당이 3분의2가 넘었지 않나. 공(功) 다툼을 하면 안 된다. →호남의 더민주당에 대한 불신을 회복할 방법이 있을까. -광주·호남은 최근 현대사의 선거 과정에서 보면 가장 나침반 같은 역할을 늘 해왔다. 5·18 광주항쟁 이후 민주화를 주도해 왔고, 두 번의 민주정부를 만들어냈다. 민주당이 민주정부 수립 이후 광주·호남의 전폭적 지지에도 수권정당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거나 ‘광주정신’의 지향을 제대로 실천했던가, 어버이연합 같은 사태가 비일비재한 일상이 왜 벌어지나, 이런 본질적인 질문에 야당이 답을 못 하면 회초리 드는 것이 당연하다. →호남 민심을 얻기 위해 방문하고, 민심을 다독여야 할까. -광주 시민은 ‘나한테 와서 엎드리면 봐준다’는 말초적인 반응이 아니다. 광주시민이 바라는 역사적 요구를 과연 수용하고 있는가라는 관점이 중요하다. 국민의당이 잘해서 선택한 것도 아니다. 더민주에 대한 불신·불만의 대안이었다. 선거가 본격화되기 전 호남은 ‘현역 교체론’이 압도적이었다. 지금 국민의당은 당시 현역들이다. 광주·호남의 본질적 선택이 아니라는 거다. →지난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를 누르고 대통령 후보 지지도 1위에 올랐다. 박 시장은 5위다. -지지도는 뜬구름, 신기루 같다. 1년 전엔 나도 1등 했다. 지지도나 여론조사가 민심과 얼마나 다른지 이번 선거하면서 보지 않았나. 요즘 싱가포르의 명품행정에 관한 책 ‘역동적 거버넌스’를 읽고 있는데 참 감동이다. 미리보기, 돌아보기, 둘러보기 딱 세 가지로 설명한다. 6년 전 ‘말뫼의 눈물’로 유명한 스웨덴 항구도시 말뫼를 다녀왔다. 조선산업의 상징인 대형 크레인이 단 1유로에 2002년 현대중공업으로 팔렸다. 말뫼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면서 도시재생과 대학과의 협업으로 완전히 새로운 창조산업을 일으켰다. 유럽에서 일본으로, 한국에서 중국으로, 조선 산업의 흐름을 보면 구조조정도 미리 예측했을 수도 있다. 성찰을 위해 외국 사례를 연구해야 한다. 싱가포르의 ‘마리나 베이 프로젝트’를 보고 와서 더 낫게 영동권 국제교류 복합지구를 만들고 있다. →서울시 공무원을 못 믿고 시민단체 출신의 ‘어공’(어쩌다 공무원)만 신뢰한다는 비판이 있다. -시장이 되면 1만 7000명의 서울시 공무원과 개혁을 함께하는 것이 신념이었다. 공무원을 적으로 돌려 무엇을 성공할 것인가. 다만 공무원이 순환보직제라 전문성이 떨어지니 외부의 전문성과 혁신성을 들여온 것이다. 과장·국장에 개방형 공무원을 모두 채웠다. →최근 ‘어버이연합 사건’ 덕분에 2013년 ‘박원순 제압 문건’에 할 말이 있을 것 같다. -‘박원순 제압 문건’은 아무래도 국정원에서 만든 것 같다. 국정원 아니면 누가 그런 걸 만든단 말인가. 서울시장 출마의 직접적 계기가 이명박 정부의 민간인 사찰이었다. 기업들이 무서워서 협찬을 안 하고 강연하면 정보과에서 왔다 갔다고 피드백이 왔다. 정치를 왜 이렇게 하냐고 분노했다. 정치는 정당하고 정의롭고 원칙적으로 해야 한다. 국정원 개혁은 정치개혁의 1순위다. →대통령에게 필요한 자질은 무엇인가. -세계를 둘러보는 통찰력과 글로벌한 리더십, 국민과 소통하는 능력, 거버넌스를 구성할 수 있는 협치 능력 등이다. 정리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World 특파원 블로그] 14세 소년공의 죽음… 구호만 나부낀 中노동절

    #1.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들떠 있던 1988년 7월.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의 온도계 공장에서 일하던 문송면군이 사망했다. 충남 서산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공장에 취직한 문군의 나이는 15세, 사망 원인은 수은 중독이었다. 문송면의 이름이 떠오른 것은 지난달 24일 중국 광둥성 포산 공업단지에서 숨진 14세 소년공 때문이다. 후난성 농촌 출신인 이 소년은 올 초 속옷 공장의 보조원으로 취직해 매일 12시간이 넘는 노동에 시달리다가 이날 새벽 기절했고, 끝내 사망했다. 가난한 부모는 아들의 목숨 값으로 15만 위안(약 2635만원)을 받고 죽음의 원인을 밝히지 않는 데 합의했다. #2. 경북 구미 스타케미칼의 해고 노동자 차광호씨는 408일 동안 공장 안 45m 굴뚝에서 고공농성을 벌이다가 지난해 7월 14일 드디어 땅을 밟았다. 세계 최장 기간 고공농성으로 해고됐던 동료들이 복직했고 노조도 다시 활동할 수 있게 됐다. 중국 허난성 정저우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60대 농민공 2명도 최근 20m가 넘는 타워크레인에 올라 밀린 월급을 달라며 고공농성을 벌였다. 하지만 이들은 공안(경찰)에 금방 끌려 내려왔다. 오히려 정저우시 인민대표대회(지방의회 격)는 노동자들의 고공농성을 금지하는 조례를 만들어 공표했다. #3.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일 세계 노동절을 기념해 ‘새 시대의 노동운동가를 힘차게 부르자’라는 사설을 내보냈다. “노동이 가장 위대하고 영광스럽다. 당과 국가는 노동자 계급의 이익을 위해 복무해야 한다”는 격문이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도 지식분자·노동자들과 좌담회를 갖고 “행복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게 아니라 신성한 노동을 통해 구현된다”고 강조했다. 노동자·농민이 세운 국가에서 노동자 계급의 권리는 이처럼 기관지와 지도자의 구호로 남았을 뿐이다. 단위 노조를 총괄하는 전국총공회의 주석은 장관급이 맡는다. 홍콩에서 중국의 민주노조 운동을 지원하는 ‘중국노조 통신’은 성명을 내고 “공회가 정부를 대신해 노동자를 감시하고 있다”면서 “중국의 노동자들은 고도성장의 희생양”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공산당 중앙 기율위원회는 “해외 적대세력의 노동자 계급 침투가 갈수록 위험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에선 지금 180만명에 이르는 철강·석탄 노동자들이 차례로 해고되고 있다. 세계 각국의 정부와 기업은 ‘중국 특색의 해고’를 부러운 듯 바라보고 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해병대 자주포 도로 옆 5m 아래로 전복 2명 사망

    25일 오전 10시 15분쯤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 길등재에서 야외 전술훈련을 위해 훈련장으로 이동 중이던 경북 포항의 해병대 1사단 소속 K55 자주포 1대가 도로 옆 5m 아래로 떨어져 전복했다. 이 사고로 자주포에 타고 있던 문모(21) 하사와 김모(22) 상병 등 2명이 숨졌다. 자주포에는 대원 7명이 타고 있었고 나머지 5명은 가벼운 상처를 입었다. 사고는 훈련을 위해 자주포 18대가 이동하던 중 길등재 내리막길 끝 지점에서 1대가 도로에 넘어져 일어났다. 부대 측은 내리막길이 거의 끝나가는 지점 비포장도로를 달리던 자주포가 커브 길을 돌다 중심을 잃으면서 도로 옆으로 추락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부대 측은 현장을 통제하고 크레인으로 자주포를 끌어올렸다. 전복된 K55는 중량이 26t으로 K9 이전까지 우리 군의 주력 자주포였으며 최고 시속 40㎞로 달릴 수 있다. 포항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서동철 기자의 문화유산 이야기] 세조가 세운 ‘깨달음의 사찰’… 연산군 땐 기생 관리 장소로

    [서동철 기자의 문화유산 이야기] 세조가 세운 ‘깨달음의 사찰’… 연산군 땐 기생 관리 장소로

    한양은 유교를 국시로 내세운 조선의 계획도시였으므로 고려시대 절이 남아 있었다고 해도 훼철됐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1000년이 넘은 불교국가의 전통이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 없었고, 불덕(佛德)에 의지하는 분위기는 왕실이 더욱 짙었다. 태조는 도성 안 세 곳에 사찰을 세웠다. 곧 흥천사, 흥덕사, 흥복사다. 태조가 신덕왕후 강씨의 무덤인 정릉을 덕수궁 터에 만들고, 명복을 비는 원찰로 세운 것이 흥천사다. 그런데 태종이 배다른 어머니의 무덤을 도성 밖 오늘날의 돈암동 고개 너머로 옮겼으니 흥천사도 돈암동에 다시 터를 잡아야 했다. 흥덕사는 ‘태상왕이 새 전각을 희사하여 사찰로 만들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태조가 왕위에서 물러난 이후에 지은 절이다. ●‘불교대호왕’ 세조, 원각사를 조선 불교 거점으로 흥복사는 탑골공원 자리에 있었다. 세조는 흥복사를 넓혀 원각사를 건립하고 불경을 간행하는 등 불교의 거점으로 삼았다. 원각사의 흔적은 지금도 국보 제2호 십층석탑과 대원각사비(大圓覺寺碑)로 남아 있다. 최초의 근대식 공원이라는 탑골공원은 3·1운동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세조는 불교대호왕(佛敎大護王)으로 불릴 만큼 조선왕조에서는 전무후무한 불교 후원자였다. 그가 불교중흥에 힘쓴 것은 흔히 조카를 죽이고 왕위를 찬탈한 업보(業報)를 씻기 위해서라고 한다. 하지만 어린 단종이 즉위함에 따라 왕권을 제약할 만큼 성장한 신흥사대부를 견제하겠다는 목적이었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실제로 도성 한복판에, 그것도 주변 어디서나 바라보이는 12m 불탑이 세조 13년(1467년) 완성됐을 때 유신(儒臣)들의 굴욕감은 적지 않았을 것이다. 어느 시기, 석탑의 8층 이상이 땅바닥에 끌어내려진 것도 그 불쾌감의 일단을 보여 준다. 십층석탑은 1946년 미군공병대의 크레인을 동원하고서야 제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이런 분위기였던 만큼 세조는 원각사를 창건하고자 주도면밀한 계획을 세웠다. 실록에는 일종의 창건설화마저 등장한다. 효령대군이 회암사에서 원각법회를 베풀자, 여래가 나타나고 신(神)의 음료라고 할 감로(甘露)가 내렸다. 황색 가사를 입은 신승(神僧) 3인이 나타나니 밝은 빛이 일어나고, 채색 안개가 공중에 가득 찼으며, 부처님의 사리가 저절로 늘어나는 분신(分身)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세조는 ‘이처럼 기이하도록 상서로운 일은 좀처럼 만나기 어려우므로 홍복사를 다시 세워 원각사를 삼고자 한다’고 했다. 원각(圓覺)이란 깨달음의 다른 말이다. 회암사에서 원각법회가 계획됐을 때부터 세조는 도성에 새로 지을 거대 사찰의 성격과 구체적인 이름까지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흥복사는 세종시대까지도 왕실의 불사가 있었다는 기록이 보인다. 세조는 원각사 조성의 명을 내린 이튿날 흥복사에 거둥했는데 왕세자와 효령대군, 임영대군, 영응대군, 영순군 같은 왕실의 핵심 인사들이 앞장선 가운데 영의정 신숙주와 좌의정 구치관, 병조판서 윤자운을 비롯한 관리들을 대동한다. 못마땅한 신하도 없지 않았겠지만, 불만을 공개적으로 토로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었을 것이다. 세조는 앞서 회암사의 법회에서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고 했을 때부터 대사면령을 내리며 민심을 자기편으로 이끌었다. 이후에도 13차례에 걸쳐 상서로운 조화가 있었다며 사면령을 내리거나 관계자를 포상했다. 원각사를 인간의 뜻이 아니라, 신의 뜻에 따라 새로 짓는 것으로 뇌리에 각인시키겠다는 뜻이었을 것이다. ●사림정치 기반 공고해지면서 사찰 명맥 끊겨 하지만 세조가 승하하고 예종마저 재위 14개월 만에 세상을 떠난 데 이어 13세에 불과한 성종이 즉위하자 사정은 달라졌다. 사림정치의 기반이 공고해지면서 성종 5년(1474) 원각사의 백옥불상은 회암사로 옮겨지고 승려들도 퇴출된다. 연산군은 즉위 10년(1504) ‘흥덕사를 원각사로 옮기게 하라’고 전교한다. 이듬해 장악원(掌樂院)을 원각사로 옮기도록 했다. 사찰로서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던 흥덕사와 원각사의 기능도 이때 완전히 중단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예악(禮樂)을 관장하던 장악원의 기능도 기생과 악사를 관리하는 기관으로 전락했다. 조광조를 비롯한 신진사대부가 조선을 성리학적 이상국가로 만들겠다며 도학정치를 부르짖던 중종시대 원각사터는 집터로 팔려나갔다. 반정으로 중종이 집권한 직후 원각사 건물은 한동안 한성부 관아로 쓰이기도 했다. 이후 명종시대 잇따라 큰불이 나고, 임진왜란을 거치면서 원각사터는 빈터로 남게 된다. 원각사의 역사를 살펴봤을 때 오늘날까지 십층석탑과 탑비가 남아 있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 인적 끊긴 ‘유령 도시’ 프리피야트… 끊지 못한 ‘원전 중독’

    인적 끊긴 ‘유령 도시’ 프리피야트… 끊지 못한 ‘원전 중독’

    오는 26일(현지시간)이면 ‘20세기 최악의 원전 참사’로 기록된 구소련 체르노빌 사고가 발생한 지 30년이 된다. 전 세계에 원자력의 위험성을 직접 보여준 우크라이나 체르노빌의 소도시 프리피야트는 더이상 사람이 살 수 없는 ‘유령도시’이자 종말 혹은 죽음의 이미지를 원하는 사진 기자와 작가들이 즐겨찾는 관광지가 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사고 원전이 위치한 체르노빌 프리피야트는 발전소 종사자와 연구자, 가족 등 5만명을 위해 만든 첨단 신도시였다. 소련 전역에 ‘안전한 원자력’을 홍보하기 위해 당시 가장 앞선 도시공학을 적용한 이 도시는 사고가 없었다면 우크라이나의 주요 경제 허브로 성장했을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사고 발생 30년이 지난 지금 이곳은 원전 폐쇄 작업을 진행하는 인부들을 빼면 사람의 흔적을 거의 찾을 수 없는 유령 도시로 변했다. 이곳의 상징이던 초대형 놀이기구가 30년째 멈춰 서 있어 황량함을 더한다. 최근 70대 이상 고령자들 일부가 “고향에서 여생을 보내겠다”며 지자체 반대에도 다시 들어와 살고 있긴 하지만 이곳에서 사람이 정상적으로 살 수 있을 만큼 방사성 원소 수치가 낮아지려면 최소 900년 이상이 걸린다고 AFP는 전했다. 현재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 도시를 원자력의 위험성을 알리고 싶어 하는 언론인이나 사진작가들에게 취재 명목으로 개방해 관광상품으로 활용하고 있다. 사고 당시 원전에서 유출된 낙진의 80% 정도가 떨어져 가장 큰 피해를 입었던 이웃국가 벨라루스에선 지금까지도 전 국토(약 20만㎢)의 4분의1가량이 출입금지 구역으로 묶여 있다. ●생태계 복원능력은 예상보다 빨라 다만 과학자들은 프리피야트를 비롯한 체르노빌 일대가 사람의 발길이 끊기면서 ‘야생동물 터전’이 되었다는 점에 안도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연구 결과를 인용해 “엄청난 방사능 수치에도 생태계가 예상보다 빠르게 복원돼 동식물 개체수가 1986년 사고 이전보다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지구·환경 전문가 짐 스미스는 “최악의 원전 사고에도 사람이 떠나자 자연이 살아났다”면서 “동물들에게 있어 방사능보다 더 위험한 것은 사람인 것 같다”고 전하기도 했다. 체르노빌 사고 당시 유출된 낙진은 원전과 가장 가까웠던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 러시아에 집중돼 큰 피해를 줬다. 하지만 사고 발생 30년이 지난 지금 이들 세 나라는 아이러니하게도 원전 증설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원자력의 위험을 알지만 이를 대체할 다른 에너지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환경 단체들은 이들의 ‘원전 중독’ 배후에는 자본의 이해관계가 개입돼 있다며 “그렇게 큰 사고를 당하고도 교훈을 얻지 못했다”고 비난하기도 한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15기의 원자력 발전소를 가동하고 있으며, 두 기를 새로 짓고 있다. 원래는 러시아의 투자를 받아 짓던 것이지만 최근 두 나라 관계가 나빠지면서 계약을 파기한 뒤 새 파트너를 찾고 있다. 벨라루스 역시 원전 정책은 우크라이나와 다르지 않다. 이웃나라인 리투아니아 국경 부근에 러시아의 투자로 원자력 발전소 2기를 건설 중이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피해를 입은 일본도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원전 재가동에 나서며 원전 해외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 또한 후쿠시마 사고를 계기로 정부와 원전 건설사, 전력회사 간 공고한 유착을 일컫는 ‘원자력 카르텔’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100만명 숨진 20세기 최악 원전 참사 체르노빌 사고는 1986년 4월 26일 새벽 우크라이나 북서부 체르노빌 지역의 레닌 원자력 발전소에서 새로 지은 4호 원전의 전기 출력을 높이는 실험을 진행하다 핵분열 속도를 줄여주는 재료인 감속재를 너무 많이 제거해 1시 24분쯤 원자로가 녹아내리며 발생했다. 당황한 연구자들이 다시 감속재를 밀어 넣었지만 원자로의 폭발을 막진 못했다. 특히 파괴된 원자로 뚜껑 위로 크레인까지 떨어지면서 노심(핵 물질이 들어 있는 원자로 중심)이 파괴돼 방사성 물질이 열흘이나 무방비로 흘러나왔다. 소련 정부는 이를 숨겨오다 대기 중 방사능 수치 급증을 안 스웨덴의 문제제기로 사흘이 지나서야 뒤늦게 털어놨다. 소련 정부의 정보 공개 거부로 정확한 통계는 알 수 없지만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체르노빌로 인한 직간접 피해로 100만명 정도가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방사능 유출에 따른 유전자 변형으로 40만명 넘게 암과 기형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 원전 주변 30㎞ 이내에 살던 주민 9만 2000명도 강제 이주돼 고향을 잃었다. 사고 수습에 너무 많은 비용이 소요되다 보니 1991년 소련 해체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세월호 ‘인양 에어백’ 설치 이달내 끝낸다

    세월호 ‘인양 에어백’ 설치 이달내 끝낸다

    이제는 세월호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정부가 오는 7월 인양을 목표로 다음달 고난도 공정에 돌입한다. 세계의 인양 역사상 처음으로 145m 선체를 자르지 않고 그대로 플로팅 도크(바지선 형태의 대형 구조물)에 담는 방식이다. 연영진 해양수산부 세월호인양추진단장은 14일 “7월 인양을 목표로 선수(뱃머리) 들기와 리프팅 프레임 설치 등 고난도 공정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인양업체인 중국 상하이샐비지는 이달 말까지 선체 내부 탱크 10개에 공기를 넣고 외부에 에어백, 폰툰(물탱크 형태의 대형 에어백) 등 추가 부력재 36개를 설치해 부력을 확보할 예정이다. 부력재를 이용하면 8300t이던 선체 중량은 3300t 정도로 줄어든다. 현재 인양팀은 미수습자가 유실되는 일을 막기 위해 가로 200m, 세로 160m, 높이 3m의 사각 철제펜스 36개를 설치했다. 다음달 한 달간은 뱃머리를 5도 들어 올리는 작업을 한다. 6월에는 들린 뱃머리 아래로 리프팅빔(인양빔) 19개를 한꺼번에 집어넣고 뱃머리를 내린 다음 선미 아래에도 리프팅빔 8개를 넣는다. 이어 6~7월에는 1만 2000t급 해상 크레인으로 세월호 받침대 역할을 하는 리프팅빔을 끌어올려 플로팅 도크에 올리고 2~3일에 걸쳐 플로팅 도크을 서서히 부상시킨다. 이때 세월호가 침몰 후 처음으로 물밖에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해수부는 이때와 뱃머리를 들 때를 가장 주의할 시점으로 보고 있다. 세월호가 실린 플로팅 도크는 항구에 도착하면 대형 운송장비인 모듈 트랜스포터에 의해 육상으로 옮겨진다. 인양이 마무리되는 시점이다. 항구는 이달 중 목포신항과 광양항 중에서 결정된다. 이번 인양의 최대 난관은 역시 태풍 등 날씨와 해상 환경이다. 왕웨이핑 상하이샐비지 현장총괄감독관은 “잠수사가 물속에서 작업하려면 1노트가량이 유지돼야 하는데 현재 유속은 4노트여서 작업시간이 상당히 제약된다”며 “하늘과 싸워야 하고 바다와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한 번에 한 명의 잠수사만 들어갈 수 있고 수심도 45m로 깊어 작업시간이 45분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그 아픈 바다를 지키며… 인양 지켜보는 아빠들

    그 아픈 바다를 지키며… 인양 지켜보는 아빠들

    코를 찌르는 포르말린 냄새로 숨이 막히고, 자원봉사하겠다고 전국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북적거리던 팽목항은 2년 전과 달리 고즈넉했다. 진도 동거차도에는 중국 다리호의 세월호 인양 작업을 지켜보는 유가족들이 있었다. 2014년 4월 16일 인천에서 출발해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던 안산 단원고 학생 등 304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세월호 참사’는 오는 16일 2주년이다. 실종자 9명이 아직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진실 규명의 열쇠가 있다고 유가족들이 믿는 세월호 선체 인양도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 선체 인양 현장을 지켜보는 유가족들은 불신과 희망 사이에서 하루하루 고통을 이겨 내고 있었다. 세월호 참사 720일째인 지난 6~7일 진도 팽목항과 동거차도에서 ‘기억해야 할 세월호’를 찾아보았다. 세월호 관련 가족들이 머물렀던 진도체육관에서 팽목항으로 가는 30㎞ 구간은 만개한 벚꽃들로 화려했다. 2년 전 설렘으로 수학여행을 떠났던 어여쁜 고등학생들의 활기찬 모습처럼. 세월호 참사로 70일간 머물며 취재하던 팽목항의 모습은 낯설었다. 사건이 발생하자 하루 2400여명 모두 8만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찾아 북적거리고, 100여개의 컨테이너가 긴급히 설치됐던 그 팽목항은 더이상 아니었다. 이제 10여개의 임시 숙소만 휑하니 남아 있다. 유가족들이 두려워하듯이 이대로 잊혀 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착잡함이 생겼다. 세월호 참사 이후 두 번의 봄이 찾아왔지만, 유가족들의 마음은 ‘겨울공화국’이다. 지난 6일 우선 팽목항에서 8개 섬을 거쳐 3시간 만에 동거차도에 도착했다. 차가운 비바람이 쏟아졌다. 이 섬에는 유가족들이 머무는 마을 뒷산 ‘보퉁굴잔등산’이 있다. 방파제에서 30여분 거리, 해발 138m이지만 경사가 심하고 꾸불꾸불해 오르기가 쉽지는 않다. 100여개의 노란 리본이 나뭇가지에 나부끼는 길목에는 붉은 동백꽃들이 뚝뚝 떨어져 있었다. 이 동거차도 뒷산에서 병풍도 근처에서 벌어지는 세월호 인양 작업을 가장 가까이 관찰할 수 있다. 중국 상하이 샐비지 소속 센첸호와 덕의호 등 4척과 현대 보령호 등은 태풍이 오기 전인 오는 7월까지 인양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세월호 선체 하단에 24개의 철제 빔을 설치해 1만t급 크레인으로 2㎞ 밖 안전지대로 끌어올린 뒤 부양장비 플로팅 도크에 장착, 목포 신항으로 이동해 인양을 종료한다. ●동거차도 뒷산 움막에 지게 2개로 식량 운반 안산 단원고 2학년 학부모들은 지난 9월부터 3~4명 단위로 11개 팀을 구성해 동거차도 뒷산에서 일주일씩 교대로 지켜본다. 사건 당시 한 방송국이 촬영 장소로 만든 철근 골조에 유가족들이 천막을 치고 생활하고 있다. 2주일 전에 서울 하우징 회사와 교회 목사의 도움으로 2개를 더 만들었다. 지게 2개로 식량을 져 나른다. 3평 남짓의 움막에는 캐논 800㎜ 줌 카메라가 정착돼 있다. 정부 측이 작업 중인 중국인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하고 안전 문제가 있다며 유가족들의 참관을 외면하자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서다. A4 용지 크기로 매일 작업 현황 일지를 기록하고 있다. 현장 상황과 특이 사항 등을 시간대별로 상세하게 기록한다. 이날은 아들을 잃은 2학년 4반 학부모 3명이 비바람 속에서 작업 현장을 응시하고 있었다. 직선거리로 2.8㎞ 떨어져 있다. 성호군 아버지 최경덕(46)씨는 “작업 진행 상황 공개를 거부하고 있어 선상에서 이뤄지는 일들과 비교하고자 일지를 작성하고 있다”며 “정부가 유족들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이해해 주면 이런 헛일을 하지 않을 텐데 투명하지 않은 일 처리로 불신만 심어 주고 있다”며 아쉬워했다. 순천 매산고를 다니다 회사 일 때문에 아들이 단원고로 전학했다가 참변을 당했다는 최씨. 그는 “사건 당시 10시 7분 엄마에게 ‘꼭 살아서 돌아올게요’ 하고 문자를 보낸 외아들이었는데…. 집이 적막해 들어갈 수 없고 정신도 오락가락하고 감정 기복도 심해 하루하루 버티기도 힘들다”면서 “선체 인양도 수색의 방법이라 해서 믿고 따랐는데 범정부대책본부도 철수하고 대통령의 약속도 지켜지지 않는 등 2년 동안 아무것도 진전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등학생이라고 하기에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그림 실력을 보인 하용군의 아버지 빈우종(46)씨는 “우리나라가 고작 이 정도인가 하는 생각뿐”이라며 “좋은 사람들이 이번 4·13 총선을 통해 국회에 들어가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현명한 투표를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하용군의 작품 21점은 지난달 31일부터 다음달 31일까지 2개월간 전북도교육청 갤러리에서 전시된다. 강병길(49)씨는 “아들 친구는 아빠가 무조건 나오라고 해서 목숨을 건졌는데, 아무것도 모른 채 허망하게 보낸 아들을 다음에 만날 때 최선을 다한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며 울먹였다. 동거차도에는 35가구 100여명이 거주한다. 사건 당시 수색 작업으로 수개월간 밤마다 조명탄이 터지자 마을 주민들은 불면증과 화약 냄새 등으로 고통을 겪었다. 그래도 모두 유가족들을 살갑게 대한다. 미역 양식장 그물에 걸린 학생을 발견한 후 트라우마에 시달린 이옥영(49)씨는 유가족들이 항상 마음껏 이용할 수 있도록 집을 개방했다. 유가족들이 ‘동네 형님’으로 부른다. 동거차도 어민들도 아직 보상을 받지 못했다. 턱없이 적은 보상금 때문에 변호사를 선임해 법적 소송도 벌이고 있다. 이장 임모(53)씨는 “보상금 문제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에 미움을 받을 것 같아 말은 못 하지만, 우리 마을 사람들 모두 유가족들을 응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종자 가족 부부 720일간 빠짐없이 현장 찾아 7일 도착한 진도 팽목항의 분향소에는 권오복(62)씨와 조남성(54)·이금희(47)씨 부부가 힘없이 앉아 있었다. 2014년 4월 16일 이후로 720일 동안 단 하루도 현장을 떠난 적이 없다. 권씨는 동생과 조카를, 조씨 부부는 단원고 학생이던 딸 은화양의 시신을 찾지 못했다. 이들의 꿈은 시신을 어서 찾아 ‘실종자 가족’이 아니라 ‘유가족’ 신분이 되는 것이다. 인양이 완료되면 실종자를 찾을 것이라는 희망과 간절한 바람이 있다. 조씨는 “중국이 우리보다 30년 앞서 있다는 인양 기술에 대한 명성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성공리에 마무리할 것”이라며 “국민의 성원이 절실히 필요한 만큼 힘을 모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2주년이 가까워지자 4월 첫째 주말에는 팽목항을 200여명이 찾았다. 이만선(54·전주시)씨는 이날 “보고 싶다고 부모들이 쓴 글을 보고 울컥해지며 눈물이 났다”며 “슬프고 말도 안 되는 이런 일이 2년 동안 답보하고 있어 국가가 도대체 어떻게 돼 가는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오는 16일 팽목항에서는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세월호 사건 2주년 추모 행사가 열린다. 지난해 1주년 때는 남미 순방을 앞둔 박근혜 대통령이 팽목항을 방문해 “정부는 실종자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다하고 세월호 선체를 인양하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발표했다. 진도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해양오염 대응 민관협력체계 강화

    2007년 12월 충남 태안군 만리포 북서쪽 10㎞에서 홍콩 유조선이 해상 크레인을 들이받아 최악의 기름 유출 사고를 일으켰다. 그런데 방제는커녕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조차 아직 끝나지 않았다. 책임을 둘러싼 논란 탓이다. 해양오염 사고 대부분을 기름 유출이 차지한다. 2005~2014년 물질별 해양오염 사고 2873건 가운데 2644건이나 된다. 선박에서 생기는 쓰레기, 분뇨, 잔류화물 및 육상에서 흘러드는 폐수 등을 아우르는 폐기물이 201건, 선박으로 운송되거나 해양시설에 저장하는 강산, 알칼리, 석유계 화학물질 등을 포함한 유해물질이 28건이다. 국민안전처 해양경비안전본부는 ‘오염 원인자 책임’ 원칙을 확립하고 기름 유출 사고를 조기에 효과적으로 수습할 수 있도록 대형 기름저장시설 협업 및 해경 장비 공동 활용을 추진한다고 11일 밝혔다. 해경은 먼저 원유, 벙커C유 등 중질유를 1만㎘ 이상 저장한 해양시설과 간담회를 갖고 공동 대응 시스템을 점검했다. 송한수 기자 onekor@seoul.co.kr
  • ‘고공 사진작가’ 비탈리 라스칼로프, 롯데월드타워 잠입 영상 공개

    ‘고공 사진작가’ 비탈리 라스칼로프, 롯데월드타워 잠입 영상 공개

    지난달 27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롯데월드타워에 올라가 인증샷을 찍은 우크라이나 고공 사진작가 비탈리 라스칼로프가 이번엔 영상을 공개했다. 비탈리 라스칼로프는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온 더 루프스’(on the roofs)에 7분짜리 ‘롯데월드타워’란 제목의 동영상을 게재했다. 영상에는 라스칼로프가 그의 동료 바딤 막호로프와 함께 롯데월드타워에 오르기 위해 전날 사전답사하는 과정과 함께 밤새 타워 크레인 꼭대기에 오르는 모습이 담겨 있다. 라스칼로프는 영상 공개와 함께 남긴 글을 통해 “여러 고층빌딩을 모니터링 하던 도중 롯데월드타워가 555m 높이까지 공사를 마쳤고 설치되어 있던 크레인이 아직 치워지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우린 곧바로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 티켓을 구입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자 경비원을 뚫고 어떻게 올랐는지에 대한 문의가 많았다”며 “다음에 나올 또 다른 영상을 기대해달라”고 덧붙였다. 라스칼로프와 막호로프는 이집트 피라미드, 거대 예수상, 중국 상하이 타워 등 세계 곳곳의 고공을 오르며 아슬아슬한 사진과 영상을 남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편 지난달 27일 라스칼로프의 인스타그램에 게재한 롯데월드타워 꼭대기에 오른 사진은 현재 1만 4400건의 좋아요를 기록 중이며 지난 10일 유튜브에 올린 롯데월드타워 영상은 현재 41만 9300여 건의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사진·영상= on the roofs youtube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세월호 2차 청문회]유가족 눈물 “뭐가 두려워서 우리를 아무것도 못하게 하나요”

    [세월호 2차 청문회]유가족 눈물 “뭐가 두려워서 우리를 아무것도 못하게 하나요”

    29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열린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제2차 청문회가 이틀째 열린 가운데 인양 작업을 지켜보기 위해 진도 동거차도에 머물고 있던 유가족이 세월호 인양 작업에 대해 발언하기 위해 참고인으로 참석했다. 이 유가족은 노란색 점퍼를 입고 참고인석에 앉았고 “제가 이런 자리가 어려워서…”라면서 머뭇거리면서 발언을 시작했다. 세월호 참사를 언급하는 부분에서는 눈물을 흘리느라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기도 했다. 이날 신현호 특조위원이 “유가족들이 동거차도에 왜 갔느냐?”고 묻자 유가족은 “아이들이 그 자리에서 돌아오지 못한 곳이었고, 엄마, 아빠의 가까운 곳에서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싶은 마음에 동거차도에 들어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인양 작업을 어떻게 하고 있는 파악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는 “바지선 뒷 모습만 보고 있고 낮에는 일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면서 “밤이면 크레인 같은 게 움직이는 것을 보면서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양 작업을 하는지 증거 훼손을 하는지 정확한 것은 모르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신 특조위원이 인양 과정을 지켜보면서 느끼는 문제점을 묻자 유가족은 “너무 우리 엄마 아빠가 힘이 없다는 게 서글프다”면서 “뭐가 무섭고 두려워서 저렇게 거짓말을 하고 저희를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만드는지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로부터 인양 과정 참여 요청을) 매번 거절당하고 뒷통수만 맞았다”고 주장했다. 유가족은 “우리가 알고 싶은 건 단 한 가지”라면서 “안개가 자욱했는데 왜 배를 출항시켰고 아이들을 전원 구조했다면서 왜 한 명도 구조하지 않았는지 정말 알고 싶다. 그런데 왜 자꾸 숨기기만 하려는지 도대체 모르겠다”며 가슴을 쳤다. 다음은 신 특조위원과 유가족 참고인의 일문일답 내용. -신현호: 유가족들은 동거차도에 왜 갔습니까?→인양이 어떻게 될지 안 될지도 모르고 지금까지 버티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그 자리에서 돌아오지 못한 곳이었고 엄마, 아빠의 가까운 곳에서 그곳이 어느 곳인지 얼마나 가까운 곳인지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싶은 마음에 동거차도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동거차도에서 가족들이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저희들이 할 수 있는 건 없습니다. 인양 작업을 잘 하고 있는지 카메라로만 지켜보고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의 모습을 생각하면서 정말 고통스러운 마음으로 그 바다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동거차도에서 인양 과정을 지켜보시면서, 멀리 떨어져 있지만 어떤 작업을 하는지 파악할 수 있습니까? →알 수는 없지만, 셀피지 바지선 뒷 모습만 보고 있고 낮에는 일을 전혀 하지 않고 있습니다. 밤이면 크레인 움직이는 것을 보면서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인양 작업을 하는지 증거 훼손을 하는지 정확한 것은 모르고 있습니다.그저 엄마 아빠가 배가 땅으로 올라오고, 아이들이 가족 품으로 돌아올 때까지 지켜보고 있을 뿐입니다. -인양과정 지켜보면서 느끼는 문제점은?→씁쓸합니다. 그리고 너무 우리 엄마 아빠가 힘이 없다는 게 서글픕니다. 정말 엄마로서 자식을 바라보면서 자식 잘 키우기 위해서 살았습니다. 그런데 하루 아침에 (눈물) 수학여행을 갔어요. 그런데 그 다음날 아침에..(눈물) 소식을 들었습니다. 정말 말할 수 없이 앞이 캄캄하고 너무 답답한데요. 저희는 동거차도를 지켜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엄마로서, 자식과 잘 살기 위해서 열심히 살았습니다. 소중한 자식이 먼 여행을 가고 나서야 이 나라가 정말 치졸하고 유치하기 짝이 없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이런 나라인줄 정말 몰랐습니다. 뭐가 무서워서, 뭐가 두려워서 저렇게 거짓말을 하고 저희를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드는지 도대체 이해할 수 없습니다.정말 어떨 때는 한심스럽습니다. 애기만 못한 어른들이 너무 밉고 싫습니다. 이런 이상한 나라가 정말 싫습니다. -마음이 상당히 아프실 텐데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여쭙겠습니다. 지금까지 유가족들은 인양 과정 참여를 정부에 요청했는데 거절당했죠?→매번 거절당하고 뒷통수만 맞았습니다. -유가족들을 배제하는 이유 뭐라고 생각합니까? →(한숨) 정말 답답한데요. 저희도 모르겠어요. 저희가 무슨 죄를 지었는지 우리가 알고 싶은 건 단 한 가지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아까도 (청문회에서 이야기)했듯이, 안개가 자욱했는데 왜 배를 출항시켰고 아이들을 전원 구조했다면서 왜 한 명도 구조 안 했는지 알고 싶고요. 정말 알고 싶습니다. 알고 싶은데 왜 자꾸 숨기기만 하려고 하고 감추려고만 하고 그러는지 도대체 저희는 모르겠습니다. 엄마가 무슨 힘이 있어요. 이런 자리도 엄마가 어디 가서 말할 수 있는 자리도 없었다. 그저 자식만 잘 키우는 게 저의 보람이었고 부모로서 할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싸우고 싶어서 싸웁니까? 소리 지르고 싶어서 소리 지릅니까? 그저 우리 자식을 볼 수 없다는데, 알고 싶다는데 왜 알려주지 않는지 도대체 이 나라 대통령님, 국회의원님, 이 나라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이 도대체 무슨 사람들인지 정말 알 수가 없습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셰익스피어 서거 400년… 대문호의 숨결 영화로

    셰익스피어 서거 400년… 대문호의 숨결 영화로

    리어왕·헨리 5세·리차드 3세 등… 현대적 감성·욕망 표현 작품 선정 다음달 23일은 영국의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세상을 뜬 지 400년이 되는 날이다. 영국은 전 세계 곳곳에서 연극, 무용, 영화, 강연회, 전시, 온라인 강좌를 망라하여 셰익스피어를 재조명하는 프로젝트 ‘셰익스피어 리브스’를 펼치고 있다. 국내에서도 스크린으로 옮겨진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특별 상영전이 마련된다. 전주국제영화제가 주한영국문화원, CGV아트하우스와 함께 ‘셰익스피어 인 시네마’를 연다. 원작에 대한 충실함과 재해석을 기준으로 모두 여덟 편을 상영작으로 선정했다. 셰익스피어 작품 연기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대배우들을 만나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세계 연극계의 거장 피터 브룩이 연출한 ‘리어왕’(1971)이 우선 눈에 띈다. 20대에 영국 왕립 셰익스피어 컴퍼니 연출가로 활동하며 연극사에 길이 남을 파격적인 작품을 쏟아낸 인물이다. 위대한 셰익스피어 배우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폴 스코필드가 나온다. 이들은 1962년 연극 무대에서도 호흡을 맞춰 리어왕을 가부장적이면서도 가련한 백발노인으로 재해석하기도 했다. 자타가 공인하는 셰익스피어 전문가로, 또 연기자로는 처음으로 영국 여왕에게 귀족 작위를 받았던 로렌스 올리비에가 연출하고 주연까지 맡은 ‘헨리 5세’(1944)도 대문호의 숨결을 느끼기엔 충분한 작품이다. 연극 무대에서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모두 섭렵했던 로런스 올리비에의 첫 셰익스피어 영화다. 수많은 ‘햄릿’ 영화 중에는 로런스 올리비에 이후 셰익스피어를 가장 잘 해석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케네스 브래나의 연출·주연작(1996)이 선택됐다. 원작을 그대로 재현한 네 시간짜리 대작이다. 리처드 론크레인이 연출한 ‘리차드3세’(1995)는 원작 배경을 1930년대 영국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우리에겐 ‘반지의 제왕’의 대마법사 간달프로 익숙한 이언 매켈런이 출연한다. 영화계의 이단아인 로만 폴란스키와 데릭 저먼이 각각 연출한 ‘멕베스’(1971)와 ‘템페스트’(1979)도 상영 목록에 올랐다. 더글러스 히콕스가 연출한 ‘피의 극장’(1973)이 가장 신선하게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셰익스피어의 여러 작품을 코미디와 호러로 다양하게 비튼 B급 영화다. 20세기 중반 공포 영화의 대명사였던 빈센트 프라이스가 나온다. 마이클 잭슨의 걸작 노래 ‘스릴러’에서 사악하게 들리는 웃음소리가 바로 그의 것이다. 1899년에서 1911년 사이에 만들어진 단편 영화 모음인 ‘무성시대의 셰익스피어’도 관객들의 흥미를 돋울 것으로 보인다. 이상용 프로그래머는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너무 많이 알려진 영화는 제외하고 현대적 감성과 원작의 특징인 강렬한 욕망을 보여 주는 작품을 중심으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특별 상영전은 4월 28일부터 열흘간 개최되는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만날 수 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경찰 마지막 수색서 안양 시신 못 찾아…“28일쯤 포크레인 동원”

    경찰이 친모의 가혹행위로 숨진 안모(사망 당시 4세)양 사건에 대해 검찰 송치를 앞두고 27일 마지막 수색을 벌였지만 시신 발굴에 실패했다. ‘시신 없는 시신 유기 사건’으로 남게 돼 법정에서 공방이 예상된다. 경찰은 이와 관련 곧 추가 발굴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안양 암매장 사건을 수사하는 청주 청원경찰서는 27일 오전 10시 30분부터 1시간정도 계부 안모(38)씨가 숨진 자신의 딸을 암매장했다고 주장하는 진천군 백곡면 갈월리 야산에서 방범순찰대원과 형사 등 60여명을 동원해 수색에 나섰다. 경찰은 1.2m 길이 탐침봉으로 수색을 했지만 안양의 시신을 찾지 못했다. 경찰은 야산 정상부에서 아래쪽을 향해 열을 맞춰 내려가며 기다란 쇠침으로 땅속을 찔러 살피는 방식으로 기존 작업 지역보다 좌우로 약 30미터 정도를 더 확대해 수색했다. 지금껏 4차례 수색 과정서 놓쳤을지 모를 야산 주변 지역을 꼼꼼하게 다시 확인한 것이다. 하지만 1시간여 만에 작업을 종료하고 인력을 철수시켰다. 다만 경찰은 안씨를 검찰에 송치하는 것과 관계 없이 추가 발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오는 28∼29일쯤 포크레인을 동원해 의심이가는 곳을 다시 파볼 예정이다. 경찰은 오는 28일 안씨를 사체유기와 아동복지법상 폭행 혐의, 자살한 아내 한씨를 폭행한 폭력행위처벌법 위반 혐의를 적용, 검찰에 송치해 사건을 매듭지을 방침이다. 다만 친모 한씨에 대해서는 한씨가 자살하면서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하기로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알쏭달쏭+] 지구가 블랙홀에 빠지면 어떻게 될까?

    [알쏭달쏭+] 지구가 블랙홀에 빠지면 어떻게 될까?

    전문가가 내놓은 끔찍한 시나리오- '스파게티화' ​우주 속의 다양한 천체들 중에서 블랙홀만큼 흥미로운 존재도 없을 것이다. 얼마 전 블랙홀의 충돌로 빚어진 중력파를 역사상 최초로 검출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블랙홀은 다시 한번 지구 행성 사람들에게 주목받는 존재가 되었다. ​블랙홀에 관해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가장 궁금하게 여기는 것은 만약 내가 블랙홀 안으로 떨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하는 점이다. 일견 무시무시한 상상이긴 하지만, 이 문제는 변함없이 사람들의 가장 큰 관심사다. ​가장 널리 알려진 이론이 바로 '스파게티화'이다. 블랙홀 가까이 접근하자마자 모든 사물은 스파게티 국수가락처럼 길게 늘어져버린다는 얘기다. 그 이유는 이렇다. 블랙홀의 가공스런 중력이 당신 몸의 각 부분에 작용하면서 그 힘의 차이로 인해 몸이 길게 잡아늘여지기 때문이다. 먼저 당신의 발이 블랙홀로 접근한다고 상상해보자. 그러면 블랙홀의 엄청난 조석력이 머리보다는 발 쪽에 더 강하게 작용할 것이다. 발끝과 머리에 가해지는 중력의 차이는 이윽고 지구의 총중력과 동일하게 된다. 이 상황에서는 마치 두 대의 크레인이 당신의 머리와 발을 잡고 힘껏 끌어당기는 형국이나 비슷하다. ​그보다 더 나쁜 상황은 팔 쪽에서 일어난다. 팔은 신체의 중심이 아니기 때문에 머리가 받는 조석력의 방향과는 약간 다른 바깥 방향으로 잡아늘어진다. 그리하여 결과적으로 몸은 국수가락처럼 길게 늘어날 뿐만 아니라 가운데 부분은 더 심하게 가늘어진다. 인체는 정상적인 힘을 받을 때 부러지지 않는 한 그렇게 많이 늘어나지 않는다. 인간이 생존할 수 있는 최고 가속 기록은 지구 중력의 약 179배이다. 그것도 아주 잠시, 충돌 때의 수치일 뿐이다. 따라서 블랙홀의 조석력은 인간에게 치명적인 것이다. 블랙홀 안으로 떨어진 모든 물체는 블랙홀 중심에 이르기 전에 국수가락처럼 한정없이 늘어지다가 마침내는 낱낱의 원자 단위로 분해되고 말 것이다. 이것이 바로 과학자들이 말하는 블랙홀의 '스파게티화(spaghettification)'라고 불리는 현상이다. 그렇다면, 만약 블랙홀이 지구 턱 밑에 불쑥 나타나 지구가 고스란히 블랙홀에 붙잡혀서 그 안으로 곤두박질친다면 그 다음에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당연한 일이지만, 우리 몸이나 지구가 블랙홀 안으로 떨어진 때는 별로 차별대우를 받지 않는다. 즉각적으로 블랙홀의 강력한 조석력이 덤벼들어 동등한 스파게티화 대접을 받게 된다. 블랙홀 쪽에 가까운 지구 부분은 상대적으로 더욱 강한 조석력을 받아 흙과 암석 스파게티가 될 것이고, 지구 행성 전체는 종말을 맞을 것이다. 물론 사람들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초질량 블랙홀이 그 사건 지평선 안으로 우리를 끌어들여 삼키기 직전 잠깐 동안 나타날 그 광경을 우리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일단 사건 지평선 안으로 들어가면 빛알갱이 하나도 바깥으로는 탈출할 수 없으니까, 어떤 존재도 지구나 인간의 운명을 지켜볼 수조차 없다. 외롭겠지만, 아무도 지켜보는 이 없는 가운데 인간과 지구는 스파게티가 되어 한정없이 블랙홀의 중심, 특이점으로 떨어져내릴 것이다. 그것을 멈출 수 있는 존재는 우주 안 어디에도 없다. 하지만 지구와 인간이 블랙홀 안에서 낱낱이 분해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겨우 10분의 1초밖에 안된다는 사실이 조금은 위안이 될 수 있을까? 한 가지 희소식이 더 있다. 블랙홀이 반드시 검기만 한 것이 아니란 사실이다. 블랙홀이 주변 물질을 집어삼킬 때 나오는 에너지에 의해 형성되는 거대 발광체로서 퀘이사라는 것이 있는데, 우리말로는 '준성(準星)'이라고도 하며 지구에서 관측할 수 있는 가장 먼 거리에 있는 천체이다. 퀘이사의 중심에는 태양 질량의 수십억 배나 되는 매우 무거운 블랙홀이 자리잡고 있으며, 그 주위에는 원반이 둘러싸고 있다. 원반의 물질은 회전하면서 블랙홀로 떨어질 때 물질의 중력 에너지가 빛 에너지로 바뀌면서 엄청난 빛이 나온다. 따라서 퀘이사는 아직 블랙홀의 사건 지평선 안으로 떨어지지 않은 것이다. 일단 사건 지평선 안으로 들어간 물질이라면, 심지어 빛조차도 바깥으로 탈출할 수가 없다. 블랙홀은 이렇게 주변의 물질을 닥치는 대로 집어삼켜 몸집을 불려나간다. 지구와 당신이 만약 블랙홀 안으로 떨어진다면 역시 블랙홀의 비만에 일조하는 셈이다. 하지만 블랙홀이라고 무한정 몸집을 불릴 수만은 없다는 사실이 얼마 전에 밝혀졌다. 말하자면 한계체중이 있다는 뜻이다. 천문학자들의 계산서를 보면, 태양 질량의 500억 배까지 질량이 불어난 블랙홀은 더이상 외부 물질들을 끌어들이지 않고 성장을 멈추는 것으로 나와 있다.우리 은하의 총질량은 태양 질량의 ​약 3000억 배로 추산되고 있다. 따라서 블랙홀의 한계 질량은 우리은하 총질량의 6분의 1쯤 되는 셈이다. 최대 블랙홀 6개를 만들면 우리은하의 모든 질량은 허무하게도 몽땅 없어진다는 말이다.​블랙홀이 은하 중심에서 하는 역할은 은하 전체를 회전시키는 일이다. 블랙홀이 없으면 은하가 형성될 수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우리 존재와 블랙홀과의 관계도 참으로 밀접하다고 하겠다. ​블랙홀, 생각보다 그리 먼 존재가 아니다.이광식 통신원 joand999@naver.com
  • [이광식의 천문학+] 지구가 블랙홀 안으로 떨어진다면?

    [이광식의 천문학+] 지구가 블랙홀 안으로 떨어진다면?

    전문가가 내놓은 끔찍한 시나리오- '스파게티화' ​우주 속의 다양한 천체들 중에서 블랙홀만큼 흥미로운 존재도 없을 것이다. 얼마 전 블랙홀의 충돌로 빚어진 중력파를 역사상 최초로 검출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블랙홀은 다시 한번 지구 행성 사람들에게 주목받는 존재가 되었다. ​블랙홀에 관해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가장 궁금하게 여기는 것은 만약 내가 블랙홀 안으로 떨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하는 점이다. 일견 무시무시한 상상이긴 하지만, 이 문제는 변함없이 사람들의 가장 큰 관심사다. ​가장 널리 알려진 이론이 바로 '스파게티화'이다. 블랙홀 가까이 접근하자마자 모든 사물은 스파게티 국수가락처럼 길게 늘어져버린다는 얘기다. 그 이유는 이렇다. 블랙홀의 가공스런 중력이 당신 몸의 각 부분에 작용하면서 그 힘의 차이로 인해 몸이 길게 잡아늘여지기 때문이다. 먼저 당신의 발이 블랙홀로 접근한다고 상상해보자. 그러면 블랙홀의 엄청난 조석력이 머리보다는 발 쪽에 더 강하게 작용할 것이다. 발끝과 머리에 가해지는 중력의 차이는 이윽고 지구의 총중력과 동일하게 된다. 이 상황에서는 마치 두 대의 크레인이 당신의 머리와 발을 잡고 힘껏 끌어당기는 형국이나 비슷하다. ​그보다 더 나쁜 상황은 팔 쪽에서 일어난다. 팔은 신체의 중심이 아니기 때문에 머리가 받는 조석력의 방향과는 약간 다른 바깥 방향으로 잡아늘어진다. 그리하여 결과적으로 몸은 국수가락처럼 길게 늘어날 뿐만 아니라 가운데 부분은 더 심하게 가늘어진다. 인체는 정상적인 힘을 받을 때 부러지지 않는 한 그렇게 많이 늘어나지 않는다. 인간이 생존할 수 있는 최고 가속 기록은 지구 중력의 약 179배이다. 그것도 아주 잠시, 충돌 때의 수치일 뿐이다. 따라서 블랙홀의 조석력은 인간에게 치명적인 것이다. 블랙홀 안으로 떨어진 모든 물체는 블랙홀 중심에 이르기 전에 국수가락처럼 한정없이 늘어지다가 마침내는 낱낱의 원자 단위로 분해되고 말 것이다. 이것이 바로 과학자들이 말하는 블랙홀의 '스파게티화(spaghettification)'라고 불리는 현상이다. 그렇다면, 만약 블랙홀이 지구 턱 밑에 불쑥 나타나 지구가 고스란히 블랙홀에 붙잡혀서 그 안으로 곤두박질친다면 그 다음에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당연한 일이지만, 우리 몸이나 지구가 블랙홀 안으로 떨어진 때는 별로 차별대우를 받지 않는다. 즉각적으로 블랙홀의 강력한 조석력이 덤벼들어 동등한 스파게티화 대접을 받게 된다. 블랙홀 쪽에 가까운 지구 부분은 상대적으로 더욱 강한 조석력을 받아 흙과 암석 스파게티가 될 것이고, 지구 행성 전체는 종말을 맞을 것이다. 물론 사람들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초질량 블랙홀이 그 사건 지평선 안으로 우리를 끌어들여 삼키기 직전 잠깐 동안 나타날 그 광경을 우리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일단 사건 지평선 안으로 들어가면 빛알갱이 하나도 바깥으로는 탈출할 수 없으니까, 어떤 존재도 지구나 인간의 운명을 지켜볼 수조차 없다. 외롭겠지만, 아무도 지켜보는 이 없는 가운데 인간과 지구는 스파게티가 되어 한정없이 블랙홀의 중심, 특이점으로 떨어져내릴 것이다. 그것을 멈출 수 있는 존재는 우주 안 어디에도 없다. 하지만 지구와 인간이 블랙홀 안에서 낱낱이 분해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겨우 10분의 1초밖에 안된다는 사실이 조금은 위안이 될 수 있을까? 한 가지 희소식이 더 있다. 블랙홀이 반드시 검기만 한 것이 아니란 사실이다. 블랙홀이 주변 물질을 집어삼킬 때 나오는 에너지에 의해 형성되는 거대 발광체로서 퀘이사라는 것이 있는데, 우리말로는 '준성(準星)'이라고도 하며 지구에서 관측할 수 있는 가장 먼 거리에 있는 천체이다. 퀘이사의 중심에는 태양 질량의 수십억 배나 되는 매우 무거운 블랙홀이 자리잡고 있으며, 그 주위에는 원반이 둘러싸고 있다. 원반의 물질은 회전하면서 블랙홀로 떨어질 때 물질의 중력 에너지가 빛 에너지로 바뀌면서 엄청난 빛이 나온다. 따라서 퀘이사는 아직 블랙홀의 사건 지평선 안으로 떨어지지 않은 것이다. 일단 사건 지평선 안으로 들어간 물질이라면, 심지어 빛조차도 바깥으로 탈출할 수가 없다. 블랙홀은 이렇게 주변의 물질을 닥치는 대로 집어삼켜 몸집을 불려나간다. 지구와 당신이 만약 블랙홀 안으로 떨어진다면 역시 블랙홀의 비만에 일조하는 셈이다. 하지만 블랙홀이라고 무한정 몸집을 불릴 수만은 없다는 사실이 얼마 전에 밝혀졌다. 말하자면 한계체중이 있다는 뜻이다. 천문학자들의 계산서를 보면, 태양 질량의 500억 배까지 질량이 불어난 블랙홀은 더이상 외부 물질들을 끌어들이지 않고 성장을 멈추는 것으로 나와 있다.우리 은하의 총질량은 태양 질량의 ​약 3000억 배로 추산되고 있다. 따라서 블랙홀의 한계 질량은 우리은하 총질량의 6분의 1쯤 되는 셈이다. 최대 블랙홀 6개를 만들면 우리은하의 모든 질량은 허무하게도 몽땅 없어진다는 말이다.​블랙홀이 은하 중심에서 하는 역할은 은하 전체를 회전시키는 일이다. 블랙홀이 없으면 은하가 형성될 수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우리 존재와 블랙홀과의 관계도 참으로 밀접하다고 하겠다. ​블랙홀, 생각보다 그리 먼 존재가 아니다.이광식 통신원 joand9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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