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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사] 전자신문, 국민일보, SBS 미디어그룹, 세계일보

    ■ 전자신문 ◇ 전보 <편집국> △ 편집부 부국장직무대리 김태권 △ 전국부 부국장직무대리 정동수 △ 통신방송과학부 부장 김원배 △ ICT융합부 부장직무대리 김인순 △ 차장대우 안호천 △ 차장대우 김지선 △ 벤처/유통부 부장 김승규 △ 차장대우 김정희 △ 차장대우 성현희 △ 산업에너지부 부장 양종석 △ 차장대우 윤건일 △ 정치정책부 차장대우 이경민 △ 경제금융증권부 부장 김원석 △ 차장대우 배옥진 △ 전자자동차부 부장 홍기범 △ 차장대우 권건호 △ 차장대우 박태준 △ 사진부 부장직무대리 김동욱 <광고마케팅국> △ 마케팅1팀 부국장직무대리(팀장) 남병길 △ 부장대우 장대일 △ 부장대우 박석호 △ 부장대우 윤성혁 △ 마케팅2팀 부국장직무대리(팀장) 이성제 △ 부장대우 봉기녕 △ 부장대우 이재건 △ 부장대우 한기웅 ■ 국민일보 ◇ 편집국 △ 금융전문기자 이동훈 △ 화상팀 사진DB담당 최병희 △ 산업부 차장 강주화 △ 디지털뉴스센터 온라인뉴스부 차장 김준엽 △ 정치부 문동성 ◇ 종교국 △ 뉴콘텐츠부장 이지현 △ 뉴콘텐츠부 선임기자·논설위원 전정희 △ 미션편집부 선임기자 노희경 △ 미션영상부장 김지방 ◇ 광고마케팅국 △ 영업팀장 유효근 △ 총괄데스크 김성호 ◇ 공공정책국 △ 부국장 김영석 △ 공공정책팀 신민규 ◇ 경영전략실 △ 재무팀 박나현 ■ SBS 미디어그룹 ◇ 그룹 임원·경영위원 승진 △ SBS M&C 대표이사 정해선 △ SBS M&C 광고마케팅본부장 이석규 △ SBS미디어넷 방송사업본부장 이상수 △ 〃 기획실장 조영일 △ 〃 보도국장 김병길 ◇ SBS 부국장 승진 △ 콘텐츠전략본부 아나운서팀 신용철 △ 시사교양본부 박두선 △ 예능본부 글로벌콘텐츠비즈팀장 김용재 △ 보도본부 논설위원실장 고철종 △ 〃 일반뉴스부 노흥석 △ 〃 보도제작팀 주영진 △ 경영본부 라디오기술팀장 채수현 △ 〃 편집기술팀 김학정 △ 〃 라디오기술팀 전종익 △ 〃 인사팀부 파견 조재룡 △ 윤리경영팀장 김우형 △ 윤리경영팀 안형준 ◇ SBS 부장 승진 △ 전략기획실 미디어사업팀장 한광섭 △ 〃 CMS팀 CMS사업담당 김준환 △ 〃 정책팀 조삼모 △ 〃 미디어사업팀 이재영 △ 〃 남북교류협력단 김종일 △ 콘텐츠전략본부 콘텐츠프로모션팀장 안교진 △ 〃 브랜드디자인팀 강봉균 △ 〃 콘텐츠파트너십팀 이선경 △ 〃 문화사업팀 홍진 △ 〃 아나운서팀 박광범 △ 〃 콘텐츠프로모션팀 서창식 △ 〃 모비딕스튜디오 김재혁 △ 시사교양본부 교양4CP 정철원 △ 시사교양본부 신동화 △ 〃 마유석 △ 예능본부 예능4CP 곽승영 △ 〃 백승일 △ 〃 민의식 △ 드라마본부 드라마2EP 홍성창 △ 드라마본부드라마운영팀 마케팅담당 장기웅 △ 라디오센터 송경희 △ 〃 이정은 △ 〃 변정원 △ 보도본부 탐사보도부장(에디터) 최대식 △ 〃 경제부장(에디터) 박진호 △ 〃 선거방송기획팀장 한승희 △ 〃 일반뉴스부장 정호선 △ 〃 네트워크기상팀장 정규진 △ 〃 보도제작팀 김광현 △ 〃 국제팀 김정기 △ 〃 윤창현 △ 보도본부 스포츠취재부 서대원 △ 〃 주영민 △ 보도본부 보도운영팀 최주연 △ 경영본부 노사협력팀장 홍순준 △ 〃 경영관리팀장 김상구 △ 〃 총무팀 박성용 △ 〃 ERP팀 정일영 △ 〃 송출기술팀 송신운영담당 조영훈 △ 〃 기술기획팀 김준철 △ 〃 송출기술팀 허민행 △ 〃 문관식 △ 〃 최재준 △ 경영본부 편집기술팀 박찬호 △ 〃 라디오기술팀 유주열 ■ 세계일보 ◇ 승진 △ 부국장 황용호 추영준 △ 부장대우 전성용 서형석 △ 차장대우 정진수 조선미 △ 부장대우 강해식 △ 차장대우 양창희 송승제
  • [2020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 악몽을 거쳐야 태어나는 것들 -강성은의 시

    1. 별일, 없습니까? 강성은을 줄곧 예의주시하던 독자라면, 그녀가 ‘별일 없습니다 이따금 눈이 내리고요’(현대문학, 2018)에서 보여 준 세계가 결코 낯설게 다가오지 않았을 것이다. 안개가 도시를 뒤덮어 이윽고 모든 것을 삼켜버리는 이야기(‘눈 속에 안개가 가득해서’). 여기에는 비록 논리적 인과가 생략되어 있지만, 그동안의 그녀의 작품 세계를 떠올려 보자면 이러한 결말은 거의 필연으로 다가온다. 그러니 일단 그 결말에 대한 이야기는 접어 두도록 하자. 타인의 죽음을 노래하던 세헤라자데의 이야기보다 무서운 것은, 그녀의 ‘별일 없습니다’라는 말에 있을 테니까 말이다. 그러나 강성은의 세계에 온전히 집중하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녀는 현실의 비틀림을 시적 언어로 치환하여 구조적 폭력과 그 속에 놓인 주체를 치밀하게 조망한다. 그 세계는 희생자의 관점에서 추상된 세계이기에, 폭력을 경험해 보지 못한 자의 눈에는 이해할 수 없는 타자의 영역으로 남는다. 세계는 악몽이며, 깰 수 없는 꿈이라는 인식 속에서 강성은은 극복이나 초월을 말하지 않으며 단지 악몽을 더듬어갈 뿐이다. 그간 강성은이라는 시인이 평단과 독자 양쪽 모두의 주목을 받았음에도 그녀의 세계 전체를 관통하는 해석이 부재했던 것은 타자의 세계와 응전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임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기에는 기묘한 매력이 있음을 동시에 암시해 준다. 이 낯선 세계와 마주하기 위해 이런 질문을 던져 보자. 별일 없다고 말하는 당신은 누구입니까? 우리에게는 보다 대담한 시도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가령 악몽을 이해하기 위해 또 다른 ‘악몽’을 나란히 세워 보는 것이다. 여기에서는 그 자리에 스즈키 고지 원작의 영화 ‘링’1)을 놓아보자. 악몽에 일상을 겹쳐 놓음으로써 ‘이것은 악몽이다’라고 선언하는 것이 아니라, 악몽에 또 다른 악몽을 겹쳐 놓음으로써 강성은 시의 깊이에 초점을 맞춰 보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그 세계가 가진 디테일과 그로부터 펼쳐지는 어떤 파국의 매혹에 대해, 그리고 그 파국이 가질 수 있는 어떤 심층적 의미에 대해 깊게 응시할 수 있을 것이다. 2. 죽음을 상연하는 세헤라자데의 서커스 - 구두를 신고 잠이 들었다 (창비, 2009) ‘구두를 신고 잠이 들었다’에서 시인은 ‘세헤라자데’의 입을 통해 이야기를 시작한다. ‘옛날 이야기 들려줄까 악몽처럼 가볍고 공기처럼 무겁고 움켜잡으면 모래처럼 빠져나가버리는 이야기’. 그러나 여기에서 이야기는 아직 비어 있다. 드러나는 것은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뿐이다. 마치 본 사람 중에 살아남은 이가 없어 아무도 그 내용을 모르는 ‘링’2)의 비디오처럼. 옛날 이야기 들려줄까 악몽처럼 가볍고 공기처럼 무겁고 움켜잡으면 모래처럼 빠져나가버리는 이야기 조용한 비명 같은 이야기 천년 동안 짠 레이스처럼 거미줄처럼 툭 끊어져 바람에 날아가 버릴 것 같은 이야기 지난밤에 본 영화 같고 어제 꿈에서 본 장면 같고 어제 낮에 걸었던 바람 부는 길 같은 흔해빠진 낯선 이야기 (…) 당신이 마지막으로 했던 이야기 매일 당신이 하는 이야기 내가 죽을 때까지 죽은 당신이 매일 하는 그 이야기 끝이 없는 이야기 흔들리는 구름처럼 불안하고 물고기의 피처럼 뜨겁고 애인의 수염처럼 아름답고 귀를 막아도 들리는 이야기 (…) 어젯밤에 내가 들려준 이야기인 줄도 모르고 내일 밤 내가 당신 귀에 속삭일 이야기인 줄도 모르고 - ‘세헤라자데’ 중에서 천일야화 속 등장인물인 그녀는 죽음을 피하기 위해 이야기를 이어 가는 인물이다. 예컨대 그녀는 왕이 계속해서 이야기를 듣도록 매혹해야 하는 숙명에 빠져 있다. 그러나 위의 시에서 소재가 되는 ‘이야기’는 일반적인 성격에서의 매혹과는 다른 결로 표현되어 있다. 그 이야기는 ‘무겁고’, ‘툭 끊어’질 것 같고, ‘비릿하고’ ‘개 같’다. 심지어 화자는 그것을 ‘흔해빠진 낯선 이야기’라고 말한다. 혼란에 빠진 듯 두서없이 말하는 시에서 내용이 아닌 목적에 맞춰 질문을 던져 보자. 그녀는 이런 설명으로 어떻게, 어떤 청자를 매혹하려는 걸까? 보편적 매혹과 구별되는 설명이 매혹으로 작용하는 경우에 대해 떠올려 보자. ‘링’의 첫 대목은 여고생의 통화 장면에서 시작한다. 그녀는 저주받은 비디오에 대해 상대에게 집요하게 묻는다. ‘보면 죽게 되는 비디오’라는 설명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이야기에 빠져든다. 이 기묘하고 혼란스러운 장면이 영화의 시작을 장식하는 것처럼, ‘세헤라자데’가 시집의 첫 작품으로 배치될 때 환기시키는 것은 위험하면서도 그로테스크한 매혹이다. 그렇다면 ‘세헤라자데’는 누구로부터 죽음을 연기하려는 것일까?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시집에서 ‘죽음’이 특정한 사건이 아닌, 세계에 만연해 있는 일상으로 묘사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나’는 남편에 의해 살해당하기도 하며(‘서커스 천막 안에서’), 자줏빛 스카프와 같은 사물에 의해 살해당하기도 하며(‘누가 그레텔 부인을 죽였나’), 때로는 바람이 몰아쳐 내장을 쏟아내며 죽기도(‘새벽 두시의 변기’) 한다. 그 외에도 무수하게 변주되는 죽음의 양상 속에서, 죽음은 특별한 인과가 아니라 세계의 이상성을 보여 주는 한 표지(標識)가 된다. 여기에 덧붙여 화자가 죽음을 ‘신의 집에서 벌어지는 서커스’(‘잠의 형제’)라고 말한다는 점에 주목해 보자. 죽음은 슬픔, 그리움, 안타까움과 같은 감정을 동반하는 사건이 아니라 신의 유희를 위해 상연되는 그 무엇이다. 이 시적 세계에서 인물은 신의 유희를 위한 희생양의 위치에 놓여 있는 셈이다. 이러한 희생양의 위치는 공포영화 속 인물의 위치와 같다. 공포영화에서 인물이 죽는 것은 살인마에 의해서인 것처럼 보이지만, 여기에는 관객의 긴장과 응시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다시 말해, 영화에서 인물의 삶과 죽음은 오직 내적 서사에만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관객을 염두에 둔 상태로 전개된다. 영화 ‘링’의 결말 부분에서 인물의 죽음은 직접적인 묘사를 통해 스크린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눈을 통해 우회적으로 전달된다. 눈은 1차적으로 내적 맥락인 사다코의 저주를 표상하지만 이는 동시에 외적 맥락인 관객의 응시 또한 형상화한다. 이어지는 엔딩에서 여주인공 아사가와는 다른 이에게 저주의 비디오를 전달하러 떠난다. 자신의 죽음을 연기(延期)하기 위해 다른 이를 희생양으로 만드는 것이다. ‘구두를 신고 잠이 들었다’에서 ‘세헤라자데’ 또한 마찬가지로 이해될 수 있다. 예컨대 자신의 죽음을 연기하기 위해 타인의 죽음을 계속해서 상연하는 서커스라고 말이다. 그러한 맥락에서 시집에서의 수많은 죽음은 화자의 죽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상연을 위해 화자가 뒤집어쓴 인물들의 죽음이다. 다시 말해 화자는 죽음을 연기(延期)하기 위해 신 앞에서 계속 죽음을 연기(演技)해야 하는 저주받은 자이고, 그것이 시집에서 표상되는 세헤라자데의 본질이다. 그렇기에 화자는 ‘구두 위에 구두를 또 신’고, 종국에는 ‘구두 속에서 나오지도 않’게 된다. ‘구두를 신고 잠이 들었다’는 세헤라자데의 저주받은 삶을 표상하는 문장인 셈이다. 동일한 맥락에서 신체 절단과 같은 그로테스크한 이미지와 서커스에 연관될 수 있는 이미지들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작품 외적으로는 시인의 개성적인 상상력이면서, 작품 내적으로는 신의 눈을 홀리는, 화자가 계속 존재하기 위한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시의 그로테스크함은 통각의 언어이면서, 화자의 세계를 지탱하고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정신분석학적 의미에서의 증상3)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시가 그로테스크한 발화를 다룰 때, 그것을 단순히 희생자의 광기 어린 토로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가끔 그녀의 감은 눈꺼풀 속 검고 깊은 구멍 속에서 하얀 꽃잎들이 흩어져내렸네’(‘나무가 되는 법’)라거나 ‘나는 나를 벗겨내기 시작했다 점들은, 살점들은, 몸에서 떨어져나가는 순간 선명하게 붉은 점이 되었다’(‘태양의 반대편’)라고 말할 때, 이는 화자의 광기를 증언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지탱하고 유지하려는 절박한 시도로 이해되어야 한다. 이때에 나타나는 난해성은 해석에 저항하는 관성적 구성물로서 증상의 필연적 산물이다. 결국 증상들로부터 예증되는 이 그로테스크한 절박함이야말로 ‘구두를 신고 잠이 들었다’를 통해 강성은이 펼쳐 보인 시적 세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3. 오라, 달콤한 죽음이여(Komm, s廓r Tod) - ‘단지 조금 이상한’ (문학과지성사, 2013) ‘구두를 신고 잠이 들었다’를 통해 강성은은 저주받은 세헤라자데의 몸을 빌려 독자적인 시적 세계와 그 속에서의 증상적인 발화를 보여 주었다. 그녀의 첫 시집은 이렇듯 죽음을 연기(延期)하기 위해 죽음을 연기(演技)하는 분투였다. 이는 두 번째 시집 ‘단지 조금 이상한’ 에도 이어지는 것으로서, 여기에도 강성은은 자신의 시가 본질적으로 하나의 연기(演技)이자 제스처라는 방식을 줄곧 유지한다. 가령 ‘외계로부터의 답신’에서 화자는, 어떤 날은 내가 읽은 페이지마다 독이 묻어 있고 내 머리털 사이로 예쁜 독버섯이 자라기도 한다 그런데 이상하지 나는 죽지 않고 어떤 날은 미치도록 사랑에 빠져든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여자가 되어 그런데 이상하지 나는 병들어가고 - ‘외계로부터의 답신’ 중에서 라고 말하며 삶과 연기의 간극을 드러낸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두 가지 효과가 발생하면서 이 시집이 전작의 연장선상에 있지 않음을 드러낸다. 첫째로 자신의 삶이 하나의 연기임을 완전히 선언했다는 점이다. 전작에서 화자는 ‘구두’라는 표현을 통해 자신의 삶이 수많은 배역의 연기임을 드러냈지만, 이 같은 대비를 전경화하지는 않았다(전작에서 화자는 ‘구두를 신고 잠이 들었다’는 점에 유의하자). 두 번째는 연기와 삶 사이의 틈을 무대화한다는 점이다. 그 틈은 ‘단지 조금 이상한’ 것으로, ‘아직 이름이 없고 증상도 없는/어떤 생각에 빠져 있을 땐 멈춰 있다가/정신을 차리고 보면 다시 생동’한다. ‘단지 조금 이상한 병/잠처럼’(‘단지 조금 이상한’) 좀처럼 알아차릴 수 없으며 드러나지 않지만, 해소될 수도 없는 틈. 화자는 그 틈을 어렴풋이 감지하며 그것의 윤곽을 그려 나간다. 이처럼 연기와 화자 사이의 틈이 무대화되는 지점에서 화자는 존재론적 물음에 직면한다. 예를 들어 ‘올란도’에서 화자는 과거를 돌아보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내가 아는 사람들 모두가 죽었다 몇 세기에 걸쳐 꿈을 꾸었다 수많은 계절들의 반복과 변주 수많은 사람들의 반복과 변주 어제와 내일의 경계가 사라져도 이 꿈은 사라지지 않아 죽기 위해 절벽에서 몸을 던지면 다음 생이 시작된다 너는 누구지? 너는 누구야? 밤이 저 오랜 질문을 던지고 슬그머니 얼굴을 바꾸면 다음 날이 시작된다 너는 누구지? 너는 누구야? 몇 세기에 걸쳐 떨어져 내리는 낙엽들 나의 노래들이 켜켜이 쌓여간다 나의 얼굴들이 켜켜이 쌓여간다 이 오랜 꿈이 끝나고 나 자신이 희고 빛나는 밤이 될 때 이것이 어떤 잠이었는지 알게 되리 - ‘올란도’ 전문 타자의 몸을 빌려 그로테스크한 죽음을 상연하던 것에 대해 이제 화자는 그것을 하나의 ‘꿈’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 꿈은 깨지 않는 꿈이고 사라지지 않는 꿈이다. 그 꿈속에서, 화자는 자신의 실체에 대한 존재론적 질문에 직면한다. ‘너는 누구지? 너는 누구야?’ 그러나 화자는 대답할 수 없다. 무수히 반복되는 삶 속에서 ‘나’란 ‘켜켜이 쌓여’가는 반복과 변주라는 사후적 형식으로만 파악될 뿐이다. 그렇기에 질문은 존재론적 해답을 향해 나아가지만 결국에는 빗나가며 실패한다. 화자는 그 빗나감과 실패를 통해 자신의 존재에 대한 희미한 윤곽선만을 그려본다. 그 대답을 ‘나 자신이 희고 빛나는 밤이 될 때/이것이 어떤 잠이었는지 알게 되리’라며 사후의 순간에 은유할 뿐이다. 이때 ‘죽음’이라는 기표는 이전과 다른 의미로 조직된다. 이전 시집에서 그것이 신의 유희를 위해 상연되는 것이었다면, 이제 죽음은 필연적으로 찾아오게 될 시간, 화자가 ‘밤’이 되는 순간으로 재전유된다. 그렇다면 이것은 어떤 변화를 의미할까? ‘링’의 마지막 장면에서 보이는 아사가와의 표정을 상기해 보자. 이 장면에서 아사가와는 우연히 저주받은 비디오를 봐 버린 아들을 구하기 위해 스스로 매개물이 되어 자신의 부모에게 저주를 전염시키러 떠나고 있다. 여기에서 아사가와는 슬픔에 찬 눈과는 대조적으로 약간의 웃음을 입가에 머금고 있다. 먼저 확실한 것은 그 표정이 저주에 사로잡혀 공포에 떨던 표정도, 저주에서 벗어나기 위해 초조해하던 표정도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이 표정은 한결 평온해 보인다. 이 지점에서 ‘링’을 구성하는 두 개의 쇼트 형식4)은 완전히 겹쳐지고 영화는 끝이 나는데, 이는 아사가와가 저주로 인한 삶의 비틀림을 자기 삶의 기반으로 받아들였음을 의미한다. ‘단지 조금 이상한’의 화자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여기서 그녀는 죽음을 피하기 위해 더이상 시달리지 않는다. 앞서 ‘올란도’를 통해 보았듯이 화자는 죽음을 필연적인 것으로 받아들인다. 이전 시집에 비해 연과 행의 나눔이 정갈해지는 변화 또한 이 같은 요소로부터 설명이 가능할 것이다. 예컨대 아사가와가 저주를 자신의 삶의 일부로 받아들임으로써 공포와 불안으로부터 벗어났듯이, ‘단지 조금 이상한’의 화자 또한 죽음을 언젠가 찾아올 필연적 사건으로 받아들임으로써 말하기 방식의 변화를 불러왔다고 말이다. 이 같은 태도는 ‘기일(忌日)’과 ‘불 꺼진 방’, 그리고 ‘구빈원’의 세 편의 구도를 통해 다른 형태로 구체화되는 것이기도 하다. 앞선 두 편의 시는 동일한 장면에 대한 서로 다른 위치에서의 관점이 대조를 이루고 있다. ‘기일(忌日)’에서는 화자가 집 밖의 쓰레기장을 바라보며 거기에 버려지는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반면 ‘불 꺼진 방’에서 화자는 내다 버려진 ‘죽음’의 입장에서 주변을 바라본다. 서로 다른 위치에서의 두 관점은 그 내용에서 두 입장의 차이를 드러내는데, 이러한 차이는 ‘구빈원’이라는 작품을 통해 변증법적 종합에 이른다. 그러나 이러한 종합은 통상적 정·반·합의 구도와는 다르다. 이 시에서 화자는 ‘실은 모두가 버려지고 있다/너무 먼 곳에 버려져 잊었을 뿐이다/이 행성이 우주의 거대한 쓰레기장이라는 걸/우리는 모른다/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하며 화자의 가장 비참한 형상(죽어 버려진 모습)을 자신의 인식론적 밑바탕으로 삼는 모습을 보여 준다. 마치 ‘링’의 아사가와가 저주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고자 발버둥치는 것이 아니라 저주를 자기 삶의 변화된 기반으로 인정하고 그로부터 나아가듯이 말이다. 4. 커져가는 소음 속에서 자라나는 것 - ‘Lo-fi’ (문학과지성사, 2018) 그러나 세계는 여전하고, 화자는 여전히 ‘살아 있는 듯 잠자는 듯했지만/엄마 오늘밤 우리의 악몽은/태어나지도 깨어나지도 않는 영원한 불길함입니다’(‘양수 속에서’, 시집 ‘구두를 신고 잠이 들었다’ 중)라고 표현했던 세계에 있다. 단지 자신의 죽음을 필연적인 것으로, 그것을 인식의 기반으로 삼음으로써 화자의 관점만이 변화했을 뿐이다. 이러한 변화는 화자의 시각장을 재조직한다.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것이 그의 눈에 포착되면서, 시는 새로운 국면으로 흘러간다. 이 지점에서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는 요소가 생활감 있는 유령들의 출몰일 것이다. k는 죽은 후에도 가끔 산책을 한다 p는 죽은 후에도 가끔 시를 쓰고 담배를 핀다 r은 술을 마시고 꿈도 꾼다 어제는 오래전 죽은 친구를 만나 강에서 수영을 했는데 죽었다는 사실을 잊었다 b는 살아 있는 사람인 척 온종일 카페에 앉아 있었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옆 테이블에서 떠드는 사람들도 살아 있는 척하느라 그런 것 같았다 도시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누가 죽은 사람인지 산 사람인지 구별하기 어려웠다 - ‘계면’ 중에서 인용된 작품 전반부에서 죽은 이들은 생전과 다를 바 없이 살아가고 있다. 그들은 종종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잊어버릴 정도로 자신의 삶을 충실하게 이어 간다. 이 가운데 화자는 도시에 사람들이 너무 많아 ‘누가 죽은 사람인지 산 사람인지 구별하기 어려웠다’고 말한다. 이러한 독백 이후로 화자는 산 사람들의 삶을 나열한다. 그들(z, w, n)은 늘 죽음을 염두에 두고 죽음에 사로잡힌 채 살아가고 있다. 물론 강성은의 시에서 죽은 이의 출몰은 늘 있어 왔다. 그러나 이전 시집에서 죽은 자들은 악령이었거나 자신이 죽은 줄 모르는 모습이었던 반면 여기서 포착되는 죽은 자들은 보다 생활감 있는 이미지로 나타난다는 점에서, 그리고 스스로가 죽었음을 알면서도 존재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아래는 시의 후반부다. 삶과 죽음이 다르지 않다면 죽음이 무슨 소용인가요 가수는 노래하고 입을 다물지 못하고 죽고 죽고 죽어도 다시 살아나 노래하고 s는 어제 쓴 일기를 반복해 써 내려가고 c는 읽을 수 없는 글자들을 매일 베껴 적는다 불행한 일들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니고 불운한 날들이 빛처럼 쏟아져 내려도 도시가 잠기도록 비가 내려도 - ‘계면’ 중에서 죽음을 ‘두려워하지도 도망가지도 않’는다면, 죽음과 살아 있음의 차이는 경미해진다. 시에서 죽은 인물들과 산 인물들의 이미지가 대비가 아닌 나열의 방식으로 나타나듯이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삶과 죽음이 다르지 않다면/죽음이 무슨 소용인가요’라고 화자가 독백할 때, 여기의 행간에는 앞선 산 자와 죽은 자의 비교로 인해 ‘삶이 죽음보다 더 죽은 것 같다면’이라는 문구가 새겨지고, 죽음과 삶의 의미는 변화하게 된다. 그러나 그것은 산 자는 알 수 없는, 죽음을 온전히 받아들인 자만이 가질 수 있는 문구이다. 물론 이것은 불온한 인식이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이 세계는 죽음에 대한 공포를 축으로 구조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Lo-fi’는 이런 불온한 인식이 거듭 쌓여가는 모양을 취하고 있다. ‘그 여자는/살아 있을 땐 죽은 여자 같더니/죽고 나선 산 여자처럼’(‘Ghost’), ‘공동묘지와 아파트가 구분되지 않고/살아 있다는 것과 죽어 있다는 것이 구분되지 않는’(‘0℃’)과 같은 독백들, 혹은 ‘오늘 죽는 자는 영원히 죽지 않고/오늘 산 자는 영원히 살지 않고//결코 다시 죽지 않으리’(‘안티고네’)와 같은 발화에서, 그 불온한 인식은 임계점을 향해 가는 힘처럼 시집에 거듭 축적되어 간다. 여기에 더불어 ‘이상하게도 그가 삶을 포기하고 나면/죽음을 기다리고 있으면/모든 것이 달라지는 것이다’(‘카프카의 잠’)라는 독백은 그러한 힘이 어떤 예기치 못한 결과를 발생시킬 것을 암시하는 것처럼 다가온다. 여기서 잠시 ‘링’으로 돌아가 보자. ‘링0’5)에서는 기괴한 일들이 벌어질 때마다 저음질의 소음이 영화를 메운다. 이는 공포영화 특유의 클리셰적인 것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주인공인 사다코의 스트레스와 사건의 상관관계를 알려주는 표지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저음질의 소음은 일종의 시그널로, 현재의 장면 속 어딘가에서 포착할 수 없는 일이 준비되고 있으며 그것이 곧 현실로 분출될 것임을 암시한다. 이 소리는 영화의 시작 부분에서는 가장 작은 크기로 들리다가, 사다코가 비극적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 영화의 절정 부분에서 최대치에 이르게 되며, 이는 저주를 통한 살해의 시발점이 된다. 어쩌면 ‘Lo-fi’ 또한 이러한 공포물의 구조와 유사한 방식으로 이해될 수 있지 않을까. 예컨대, 시집이 계속될수록 쌓여가는 불온한 힘이 저음질(Lo-fi)의 소음과 같은 형태로 점차 커져가고 있다고 말이다. 그렇다면 시집에서 이처럼 커져가는 소음은 무엇을 암시하는 것일까? 현실의 밑에 차곡차곡 쌓인 어떤 것이 이윽고 분출되리라는, 절정이 곧 다가오리라는 암시인 것일까? 그것은 화자의 파멸인가, 아니면 세계의 파열인가? 이러한 맥락에서 화자가 ‘섣달 그믐’에서 말하고 있는 한 점에 유의해볼 필요가 있다. ‘밖에선 종말처럼 어두운 눈이 내리고 있고/나는 이제 잠에서 깨버릴 것 같’다고. 이때의 ‘잠’은 이전 시집의 ‘올란도’에서와 유사한 의미로 들린다. 그때에 화자가 ‘나 자신이 희고 빛나는 밤이 될 때/이것이 어떤 잠이었는지 알게 되리’라고 했던 점을 상기하자면, 이는 곧 화자가 ‘밤’이 될 시간이 도래하고 있음을 예감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때까지의 시집들을 경유하여 살펴보자면 그 ‘밤’이 이성의 빛이 도래하기 이전의 암흑의 시간으로서의 ‘밤’이 아닌 것은 분명할 것이다. 오히려 그것은 헤겔적 의미에서의 ‘세계의 밤’에 가깝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를 탈구시키는 근원적 혼돈이자 세계를 가능하게 하는 잉여인 동시에 그것의 결핍을 드러내는 틈으로서의 ‘밤’. 그것은 주체의 출현을 암시하는 강력한 은유이다. 그러므로 ‘섣달 그믐’의 시점에서 ‘올란도’를 돌이켜본다면, 이는 다음과 같이 재의미화된다. 그녀가 온다. 모든 것을 멈추게 하는 그녀가. 그때 이 모든 잠의 의미를 우리는 알게 되리라. 5. 악몽을 거쳐야 태어나는 것 다시 처음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안개가 도시를 뒤덮어 이윽고 모든 것을 삼켜버리는 이야기(‘눈 속에 안개가 가득해서’)로. 처음에는 국소 범위였던 안개가 점차 도시를 가득 메워가고, 그 속에서 사람들은 사라지기 시작한다. B시에서 일어나는 공포스러운 상황을 TV를 통해 지켜보던 M시의 사람들은 이윽고 그것을 촬영하던 리포터가 사라지는 것을 목격하며 공포에 휩싸인다. 이제 안개는 B시를 넘어 확산되기 시작한다. 이러한 확산의 이미지는 ‘별일 없습니다 이따금 눈이 내리고요’ 에서 다양한 이미지를 통해 반복된다. ‘꿈에서 배를 가르자/흰 솜뭉치가 끝없이 나왔다’(‘소설(小雪)’), ‘불행의 구렁텅이에 차오르는 빛 하나로/서로의 손과 발을 묶고’(‘첫아이’), ‘그가 가방을 열고 모래를 꺼낸다 가방에서 모래가 끝도 없이 나온다’(‘손님’), ‘그의 주위로 쇄기풀이 무성하게 돋아나고 있었다 풀은 무섭게 자라 기관실을 뒤덮고 곧 모든 객차를 넘실거리며 물결칠 것’(‘객차’) 등등. 이 같은 이미지들 가운데 ‘객차’의 ‘풀’에 좀 더 주의를 기울여보자. 기차 안에서 벌어지는 공황을 소재로 하고 있는 이 작품에서, 풀은 모든 것을 잠식하는 공포의 이미지로 나타난다. 그럼에도 기차는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채 계속해서 달린다. 이러한 상황에 이어 재난상황은 확산과 그로 인해 퍼져가는 공포감을 보다 직접적인 형태로 제시한다. 재난이 벌어졌다고 끔찍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런 재난은 처음이라고 우리들의 육체와 영혼에 심각한 손상을 가져다줄 것이며 이후로는 결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고 방송을 하던 남자가 갑자기 울먹이기 시작했다 (중략)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니며 재앙을 계속될 것이라고 1분 후 다음 재난 방송이 시작된다고 말했다 이제껏 본 적 없는 더욱 경악할 만한 재난이라고 덧붙였다 나는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나 커피를 끓였다 일요일 오후였다 - ‘재난 방송’ 중에서 화자는 재난 방송을 본다. 냉정한 태도를 유지해야 하는 리포터마저도 그것을 잊게 만들 정도로 사태는 심각해져간다. ‘이후로는 결코 예전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는 표현은 재난 규모가 미증유의 것임을 짐작게 한다. 그러나 여기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그것을 바라보는 화자의 태도이다. 화자는 방송을 바라보다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나 커피를’ 끓이며 일요일 오후의 일상을 준비한다. 마치 자신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인 것처럼. 왜 화자는 재난 앞에서 평온한 것일까?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자면, 왜 화자는 ‘별일 없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일까? 여기서 잠시 ‘링’의 마지막 장면을 떠올려보자. 사다코의 원한을 해결했으니 이제 저주를 피할 수 있다고 확신한 류지는 자신의 방에서 밀린 일을 하고 있다. 그런데 그의 방에 놓여 있던 TV가 갑작스레 켜지며, 예의 저주받은 비디오가 재생된다. 경악한 표정으로 그것을 바라보던 류지를 향해 사다코는 우물에서 기어 나와 점차 다가오기 시작한다. 마침내 사다코가 TV에서 빠져나와 현실에 나타났을 때, 류지는 경악에 찬 표정으로 죽음을 맞이한다. 통상적 해석을 따르자면, 그것은 피할 수 없는 죽음이 현실화되는 재앙의 순간이다. 그러나 관점을 달리해서 보자면, 이것은 류지에게는 재난이지만 사다코에게는 출생의 순간이 아닐까.6) 마찬가지의 구도를 이 시집에 적용해보자. 세계에 몰아친 재난은 화자가 출생하기 위한 조건인 것은 아닐까? 계속해서 축적되어온 불온한 힘이 마침내 이야기의 틀을 넘어 현실로 넘쳐흐르기 시작하는 것이라고. 이와 더불어 ‘링’에서 거듭해서 나타나는 자라나는 머리칼의 이미지를 생각해보자. 점차 자라나며 외부를 향해 확산되는 머리카락은 섬뜩한 무엇이면서, 사다코가 점차 비디오를 넘어 현실로 틈입해 들어오고 있음을 예시하는 이미지이다. 마찬가지로 강성은이 이 시집을 통해 반복해서 제시하고 있는 확산의 이미지들 역시 서서히 증식되는 불길함의 이미지이면서 주체의 출현을 알리는 내러티브인 것은 아닐까? 그것은 세계의 입장에서는 악몽이지만 화자에게는 출생의 사건이다. 그리고 그 출생은 모든 의미가 혼란에 빠지는 시간이며 주체가 세계를 잠식하는 사건이다. 이 시집에서 안개의 확산을 거대한 재앙으로 표현한 것은 이 미증유의 사태에 대한 서사화이며, 지젝의 표현을 빌리자면 구체적 보편성으로서의 주체가 추상적 보편성으로서의 세계를 잠식하는 과정이다. 강성은의 시세계는 이 지점을 통해 재의미화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악몽이었으되, 주체가 출현하기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악몽이었다고 말이다. 오직 그 악몽으로부터, 그것을 자기 삶의 기반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주체가 출현하기 위한 조건이다. 서서히 고조되는 불온한 분위기에서 스스로의 출생을 예감하고 마침내 세계를 잠식한다는 점에서, 강성은의 시적 주체의 탄생은 세계를 정지시키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로부터 다음의 질문을 던져볼 수 있을 것이다. 모두 네 권의 시집을 거쳐 비로소 태어난 이 시적 주체는 과연 누구이며 무엇인가? 조심스럽게 추측해보자면, 여기에는 그간 강성은이 여성 화자를 강조해왔다는 사실이 덧붙여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구체적인 여성과 거리가 멀다. 강성은의 여성 주체는 구조적 폭력의 희생자에서, 궁극적으로는 세계 전체에 대한 부정항으로 출현한다. 억압된 것의 귀환 혹은 여성 주체의 직립. 그녀는 더 이상 악몽에 시달리는 희생자가 아니다. 그녀는 이제 자신을 위협하던 세계를 위협하는 공포다. 아사가와에서 사다코로의 기묘한 이행, 이것이 강성은의 궤적이며, 악몽을 거쳐야 태어나는 어떤 것이다. 1) 여기에서는 ‘링’의 시리즈 가운데 ‘링’(나카타 히데호, 1998)과 ‘링0-버스데이’(쓰루타 노리오, 2000)를 주요 텍스트로 삼고 있다. 이하 글에서는 ‘링’과 ‘링0’로 표기하도록 하겠다. 2) ‘링’의 주된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방송국 기자 아사가와 레이코는 보면 일주일 후 죽게 된다는 어떤 비디오에 대한 학생들 사이의 소문을 취재하던 중 조카 도모코의 사망 소식을 듣는다. 도모코와 같은 날 죽은 세 명의 학생들이 같은 비디오를 봤다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은 아사가와는 그 비디오를 찾아나선다. 결국 아사가와도 그 비디오를 보게 되는데 그는 죽음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고자 노력한다. 그 방법은 다른 사람에게 비디오를 보여주는 것이다. 3) 지젝은 라캉이 말하는 증상을 이렇게 정의한다. “그것은 특수하고 병리적인 기표적 형성물로 해석과 소통에 저항하는 관성적인 오점이면서 사회적 유대의 네트워크 속에 포함될 수 없는 얼룩이다. 하지만 그것은 동시에 그러한 네트워크를 가능하게 만드는 실정적 조건이라는 점에서 이중적인 의미를 가진다.” 슬라보예 지젝, 이수련 역, ‘이데올로기의 숭고한 대상’, 새물결, 2013, 132쪽 참조. 4) 영화 ‘링’은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전개된다. 둘은 숏의 형식을 통해 구별된다. 현재는 시간과 날짜가 표기되며, 컬러 화면으로 구성된다. 반면 과거는 인물의 회상적 발언이 표지의 역할을 하며 흑백 화면으로 구성된다. 이 둘이 뒤섞이는 것은 영화에서 딱 두 번 나타난다. 하나는 저주의 장본인인 사다코가 TV화면으로부터 빠져나오는 장면이고, 두 번째는 위에 예시된 아사가와의 장면이다. 사다코의 경우 흑백의 화면에서 컬러의 세계로 빠져나와 클로즈업되는 반면, 아사가와는 컬러의 세계로부터 흑백의 화면으로 넘어가며 롱숏으로 처리된다는 점에서 대조적이다. 5) ‘링0-버스데이’는 저주의 비디오가 태어나게 된 계기인 사다코의 삶과 죽음을 다루고 있다. 사다코는 어머니의 자살 이후 극단에 소속되어 연기자로 살아간다. 그러나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영적인 능력이 의지와 상관없이 발현되면서 극단은 공포에 휩싸인다. 계속되는 불길한 현상과 단원들의 죽음에 패닉에 빠진 단원들은 사다코에게 집단 린치를 가해 살해하지만, 그것은 오히려 사다코가 귀신이 되어 저주가 구체적인 형태로, 그리고 지울 수 없는 얼룩으로 세상에 남게 되는 계기가 된다. 6) 이 장면에서 사다코가 좁디좁은 TV 브라운관으로부터 고통스레 기어 나와 천천히 두 다리로 선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머리부터 빠져나와 두 팔을 뻗는 사다코의 모습은 자궁으로부터 빠져나오는 태아의 모습과 유사성을 지니고 있으며, 고통스레 두 다리로 직립을 시도하는 모습은 인간의 성장 과정을 그로테스크한 상상력으로 빚어낸 것처럼 느껴진다.
  • 흑사병 옮기던 ‘해롭쥐’… 이젠 인류 생명 구하는 ‘이롭쥐’

    흑사병 옮기던 ‘해롭쥐’… 이젠 인류 생명 구하는 ‘이롭쥐’

    인류 정착 후 질병·농작물 피해 등 ‘골치’ 19세기부터 의학·생물학 연구 활용 시작 사람과 유전자 90% 같고 번식 잘돼 선호 “동물권 지적에도 장점 많아 대체 어려워”2020년은 60 갑자의 서른일곱 번째, 십이지 동물 중 첫 번째인 쥐의 해 ‘경자년’(庚子年)이다. 경자년을 ‘하얀 쥐의 해’라고 부르고 있는데 이는 십간(十干)의 ‘경’(庚)이 쇠의 기운을 상징하고 방향으로는 서쪽, 오방색 중 흰색(白)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쥐는 재물, 다산, 풍요를 기원하는 상징으로 여겨져 쥐해는 풍요롭고 희망이 가득하며 기회가 많은 때이고 이 해에 태어난 사람은 먹을 복이 많아 평생 먹고살 걱정을 않는 좋은 운명을 타고난다고 믿어졌다. 그러나 불과 200년 전까지만 해도 현실 속 쥐는 사람에게 결코 이로운 동물이 아니었다. 쥐는 약 3600만년 전 신생대 2기에 해당하는 ‘에오세’에 지구상에 나타나 포유류 쥐목(설치류)에 속하는 동물이다. 남극을 제외한 전 세계 모든 지역에서 약 1800종이 살고 있으며 한반도에는 이 중 12종의 쥐가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명력이 왕성해 포유류의 3분의1을 차지하고 있다. 인류가 농사와 정착생활을 시작한 이후 쥐는 사람들의 골칫거리였다. 농작물 피해, 저장곡물 손실, 목조건물 손상 등 각종 피해의 원흉으로 지목받아왔다. 쥐가 공포와 혐오의 대상으로 인류 역사 전면에 등장한 것은 중세에 들어서면서이다. 부스럼으로 시작돼 온몸의 피부가 검게 변하며 죽게 되는 ‘흑사병’의 매개체가 다름 아닌 쥐였다. 1347년부터 4년 동안 유럽을 휩쓸었던 페스트는 당시 유럽인구 7500만명 중 3분의1을 사라지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20세기 들어 거의 사라진 페스트가 지난해 말 중국에서 환자가 발생하면서 의학계를 긴장시키기도 했다. 인간에게 해로운 동물이기만 했던 쥐가 인류의 생명을 구하는 존재로서 역할을 하게 된 것은 19세기 후반부터이다. 의학과 생물학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사람을 대상으로 실험할 수 없었던 과학자들이 주목한 것이 바로 ‘쥐’였다. 국내에서 관련 법률에 따라 실험 가능한 동물은 마우스, 래트, 기니피그, 햄스터, 저빌(모래쥐), 토끼, 개, 돼지, 원숭이, 기타 동물(어류, 조류 등)로 한정돼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최근 발표한 ‘2019 식품의약품 통계연보’에 따르면 2018년 국내에서 사용된 실험동물 220만 1748마리 중 설치류가 215만 5105마리(약 98%)를 차지한다. 쥐 없이는 의학, 생물학 연구가 어렵다고 봐야 할 수준이다. 실험용으로 사용되는 쥐의 대부분은 생쥐라고 불리는 마우스와 쥐라고 통칭하는 래트이다. 마우스는 크기가 약 25g 정도의 작은 쥐이고 래트는 평균 250g, 큰 것은 1㎏까지 나가는 큰 쥐이다. 일반인이 보기에는 똑같은 쥐일 수 있지만, 실험분야는 엄격히 구분되어 있다.이처럼 쥐가 다른 동물들에 비해 연구자들이 선호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쥐는 번식력이 좋고 임신기간이 짧다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쥐를 비롯한 대부분 설치류 임신기간이 3주 내외로 짧은 데다가 새끼를 한 번에 적게는 5마리에서 많게는 13마리까지 낳는다. 또 쥐는 사람과 유전적으로 약 90%가 일치하기 때문에 인간의 질병과 노화를 연구하는 데 자주 사용될 수밖에 없다. 쥐들은 몸집이 작아서 사육공간이 클 필요가 없으며 다른 실험동물들보다 연구자들이 한손으로 들어 조작하는 등 실험통제가 가능하다. 관리비용도 적게 들어 일반 실험용 쥐 가격은 1만원 안팎이다. 하지만 특정 질환을 실험하기 위해 유전자 편집된 일부 실험쥐는 수천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학이나 병원 등에서 노화나 암 등 질환연구에 많이 사용하는 특수관리 된 생쥐의 가격 역시 보통 40만~50만원대로 알려져 있다. 다른 실험동물보다 키우기 쉽고 유지비용이 적게 든다고는 하지만 관리는 까다롭다. 온도는 21~23도, 습도는 40~70%를 유지해야 하고 소음관리는 물론 12시간 간격으로 조명을 켜고 꺼주면서 생체리듬 조절까지 해줘야 한다. 김형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실험동물자원센터장은 “최근 동물권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실험에 동물 사용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있기는 하지만 실험동물로서 생쥐의 장점이 워낙 많아서 다른 동물이나 인간 장기 유사체인 오가노이드로 기술 등으로 대체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다탄두 신형 ICBM 공개?… SLBM 전력화 가능성도

    다탄두 신형 ICBM 공개?… SLBM 전력화 가능성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일 ‘새로운 전략무기’를 예고하면서 북한이 공개할 전략무기의 정체에 관심이 쏠린다. 다탄두를 탑재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언급하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한 가운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전력화 가능성도 거론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전날 끝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와 관련해 “김 위원장이 이제 세상은 곧 멀지 않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보유하게 될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확언하시였다”고 했다. ‘전략무기’란 통상 ICBM이나 전략폭격기, 핵잠수함에 핵무기를 탑재해 적의 핵심군사시설을 공격하는 대륙 간 사정거리를 지닌 무기를 의미한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새로운 전략무기’란 북한이 지난달 두 차례 엔진시험을 통해 탄두 중량을 늘린 다탄두 탑재 ICBM을 개발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던 것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새로운 전략무기는 북한이 액체추진제 ‘백두산 엔진’을 개량해 다탄두 핵폭탄 장착이 가능한 ICBM일 것”이라고 했다. 류성엽 21세기 군사연구소 전문위원은 “기존 ICBM은 요격당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다탄두화로 가는 수순일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SLBM을 ‘수중전략탄도탄’으로 표현해 온 점에 비춰 지난해 10월 발사한 신형 SLBM ‘북극성 3형’을 추가 시험발사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지난번보다 고도를 높여 발사하면서 미국에 자신들이 개발한 SLBM 사거리가 본토를 타격할 수 있다는 것을 과시하는 시험이 진행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이광식의 천문학+] 놓치면 억울할 2020년 10가지 ‘우주 쇼’

    [이광식의 천문학+] 놓치면 억울할 2020년 10가지 ‘우주 쇼’

    2020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특히 화려하고 장엄한 '우주 쇼'가 잇달아 펼쳐질 전망이다. 우주 전문 사이트 스페이스닷컴에 소개된 '2020년 가장 볼 하늘 이벤트 10가지'를 정리해본다. ​ 특기할 하늘 이벤트로는 두 개의 놀라운 유성우, 밝은 행성들의 짝짓기, '불의 고리'를 볼 수 있는 금환일식과 개기일식 등이 새해에 펼쳐질 천상의 하이라이트이다.​​1. 1월 4일 : 사분의자리 유성우 1월 4일 밤과 다음날 새벽까지 사분의 유성우가 쏟아진다. 정확한 극대시간은 4일 오후 5시 20분경이지만, 우리나라에선 일몰 전이라 보기 힘들고, 밤 7시 이후부터 본격적인 관측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약 20개 남짓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분의자리 유성우는 극대시간의 폭이 좁아 이날 밤을 놓치면 보기 힘들다. 3대 유성우에 속하는 이 유성우의 복사점은 목자자리 안에 있다. 이 유성우는 극대기에는 시간당 120개까지 떨어지지만, 최대 6시간 전후에 1/4 이하로 뚝 떨어진다. 2. 1월 21일 : 달 뒤에서 까꿍하는 화성 이날 심야에 초승달이 떠오르면 특별한 하늘의 이벤트를 보기 위해 쌍안경과 망원경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달은 북미, 중앙아메리카, 쿠바, 하이티 그리고 남미 저 아랫녘의 관측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붉은 별처럼 보이는 화성 앞에서 활공한다. 이 이벤트는 북미 서쪽 절반에서 일출 전에 발생한다. 붉은 행성이 보이지 않을 때, 대륙의 동쪽 절반에서는 낮에 화성이 보이지 않을 동안 달이 그 앞을 가로지른다. 한국에서는 이날 새벽 4시 13분 두 천체는 2도 거리까지 접근한다.​​3. 4월 3~4일 : 금성을 위한 '영광의 밤' 4월 초 금성은 개밥바라기로서는 플레이아데스성단과 가까운 거리에서 가장 높은 고도에서 빛난다. 이런 현상은 2012년 4월에 있은 후 8년 만에 나타나는 것이며, 마찬가지로 8년 후인 2028년 4월 초에 다시 나타날 것이다. 4월 3일과 4일 저녁에, 우리는 서쪽 하늘에서 플레이아데스 부근에서 -4.5의 밝기로 전조등처럼 눈부신 금성을 볼 수 있을 것이며, 맨눈으로 보이는 플레이아데스 성단을 거의 압도할 것이다. 웬만한 배율의 망원경으로도 플레이아데스 성단의 희푸른 별들 옆으로 떠가는 흰빛을 띤 황금빛 금성이 초승달처럼 빛나는 아름다운 광경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성이 지는 시각은 위도에 따라 각기 다르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밤늦게까지 하늘에 남아 있을 것이다. 4월 말에 금성은 지구 저녁 하늘에서 최대 밝기에 도달한다. 아마 UFO가 나타났다는 신고 전화가 예전처럼 빗발칠지도 모른다. 4. 4월 8일 : 올해 가장 큰 달 ​ 4월 8일 오전 11시 달은 2020년에 지구와 가장 가까운 지점에 도달한다. 이 거리는 지구-달 간 평균 거리인 384,400km에 비해 약 7% 가까운 357,029km다. 8시간 35분 후 달은 공식적으로 완전한 만월이 된다. 또한, 이 보름달과 우연한 달의 근지점 일치는 가장 밀물이 높은 한사리를 초래할 것이다. 이것이 '2020의 가장 큰 보름달', 이른바 슈퍼 문이 될 것이지만, 달과의 거리 변화는 관찰자들이 쉽게 알아채기 힘들다.5. 6월 21일 : 해가 반지처럼 보이는 금환일식 일어난다 2020년 두 차례의 일식 중 첫 번째는 아프리카, 아라비아, 파키스탄, 인도 북부, 중국 남부, 대만, 필리핀 해 및 태평양에서 볼 수 있다. 북미의 일부 지역에서는 볼 수가 없다. 초승달은 태양 바로 앞을 가로질러 지나가지만, 달이 지구에서 평균 거리보다 멀어 달의 겉보기 크기가 태양보다 0.6 % 작아지기 때문에 해를 완전히 가리지는 못한다. 그 결과 태양의 얇은 가장자리가 달 밖으로 비어져 나와 고리처럼 보이게 되는데, 마치 반지 같다고 하여 이를 금환일식이라 한다. 이 금환일식을 볼 수 있는 지역은 매우 한정되어 있는데, 인도 북부에서 금환일식의 경로 너비는 21km에 불과하며, 햇빛 고리는 38초 동안 지속된다. 부분일식은 거의 모든 아시아, 아프리카 및 호주 북부에서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부분일식을 볼 수 있다. 최대 식분은 0.554다.​일식을 쉽게 관측하는 방법은 A4용지 크기인 태양 필름을 사서 종이컵에 오려 붙인 다음 쌍안경에 끼워서 보면 된다. 어린이들이 필터 없이 천체망원경이나 쌍안경으로 태양을 보지 않도록 조심시켜야 한다. 눈을 다칠 수 있다. ​ 6. 8월 12일 : 페르세우스 유성우가 쏟아진다 페르세우스 유성우의 믿을 만한 유성우다. 8월 12일 밤에 예상되는 극대기에 하현달이 유성우 관측에 약간 방해를 하겠지만, 관측에 나서면 적어도 1분에 한 개꼴로는 유성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성우가 피크에 이르렀을 때 볼 수 있는 개수는 대략 시간당 60~70개로 예측되지만, 운이 좋으면 2016년의 경우처럼 최극성을 맞아서 시간당 150~200개의 유성을 볼 수도 있다. 최고의 유성우 쇼를 기대하는 사람이라면 8월 12일에서 14일 새벽을 노리면 된다.​페르세우스 유성우는 태양을 133년에 한 바퀴씩 도는 스위프트-터틀 혜성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부스러기들이 지구 공전궤도와 겹칠 때 지구 중력에 의해 초속 60㎞ 정도의 빠른 속도로 대기권에 빨려들어 불타면서 별똥별이 되는 현상이다. 유성우가 떨어지는 중심점, 곧 복사점이 페르세우스 자리에 있어 이런 이름이 붙었다. 7. 10월은 화성의 달 2018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2020년 역시 화성에게 멋진 한 해가 될 것이다. 이 붉은 행성은 10월 14일 태양의 정반대 자리인 충(衝)에 이르러 황도 별자리인 물고기자리에서 황혼에서 새벽까지 볼 수 있다. 밝기는 시리우스보다 3배나 밝은 -2.6을 기록하는 만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9월 30일과 10월 29일 사이 목성보다 더 밝아 지구 하늘에서 두 번째로 밝은 행성이 되는 화성은 달과 금성 옆에서 세 번째로 밝은 천체가 될 것이다. 화성은 2018년에 비해 하늘에서 30도 더 높아 북반구에서 훨씬 더 쉽게 관측될 것이다. 10월 6일 오후 11:18(14:30 GMT) 시점에서 지구와의 거리는 6천 2백만 km다. 2035년 9월이 되어서야 다시 가까워질 것이다.8. ​12월 14~15일 : 현란한 쌍둥이자리 유성우가 쏟아진다 부지런한 유성 추적자들은 12월의 쌍둥이자리 유성우가 8월 페르세우스 유성우를 능가하는 연간 최고의 유성우 샤워라고 생각한다. 쌍둥이 유성우는 이상적인 어두운 하늘 조건에서 시간당 60~120개의 느리고 우아한 유성우로 하늘을 수놓는다. 12월 14일 밤에서 다음날 새벽에 유성 활동 극대기에 도달할 예정이다. 달은 초승달이라 유성우 관측에 별다른 장애가 되지 않을 것이다. (2019년의 쌍둥이 유성우의 밤은 거의 보름달에 가까운 밝은 달이 밤하늘을 지배하는 바람에 가장 밝은 유성을 제외하고는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유성우 관측자는 현지 시각으로 오후 10시 이후에 관측을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이후에는 상당한 수의 유성이 보일 수 있지만, 관측하기 가장 좋은 시간은 현지 시각으로 오전 2시경이다. 유성 극대 시간에 앞서 작고 희미한 유성들이 밤하늘을 수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극대기의 전후로는 크고 밝은 유성과 화구(火球)들이 출현할 것이다.​9. 12월 15일 : 개기일식​ 2020년의 마지막 일식은 남미의 3분의 2 이하 지역과 남서 아프리카의 좁은 지역에서만 볼 수 있다. 북미에서는 보지 못할 것이다. 개기일식의 좁은 경로는 남대서양에서 시작하여 남동쪽으로 칠레와 아르헨티나의 파타고니아를 지나기까지 25분 동안 지속되며, 그다음 남대서양을 지나 계속 진행되어 나미비아 해안 남서쪽으로 370km에 이르러 끝난다. 개기일식이 가로지르는 칠레와 아르헨티나 지역은 인구 밀도가 낮은 곳이다. 이번 일식의 최고 포인트 지점은 아르헨티나의 리오네그로 주에 있는 도시 시에라 콜로라도에서 북서쪽으로 29km 떨어진 곳이다. 여기서 경로 너비는 90km로, 개기일식은 2분 9.6초 동안 지속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일식을 볼 수 없다. 10. 12 월 22일 : 목성과 토성의 '대접근' 목성과 토성은 평균 20년에 한 번 서로 접근한다. 가장 가까이 접근할 때는 대개 약 1~2도 거리 정도 떨어질 뿐이다. 그러나 12월 22일 목성과 토성은 0.1도까지 대접근하여 고배율 망원경으로 보면 한 시야 안에 다 들어오는 희귀한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실제로 이것은 1623년 이래 두 행성이 가장 가까이 접근하는 천문학적 사건이다. 그들의 접근 거리는 보름달 크기의 5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 “부당해고 끝낼 때까지 땅 안 밟는다”

    “부당해고 끝낼 때까지 땅 안 밟는다”

    강남역 철탑 205일째 맞은 김용희씨 영남대 옥상 184일째 간호사 박문진씨 톨게이트 캐노피서 97일 보낸 수납원들세밑 한파가 몰아친 2019년 마지막 날 해고 노동자들은 집에 돌아가지 못한 채 높은 곳에서 극한투쟁을 이어 나갔다. 서울 강남역 사거리 교통 폐쇄회로(CC)TV 철탑에서는 김용희(60)씨가 205일째 고공농성을 하고 있다. 창원공단 삼성항공(테크윈) 공장에서 일하던 김씨는 경남 지역 삼성 노동조합 설립위원장으로 활동했다는 이유로 1995년 부당해고를 당했다. 김씨는 지난 7월 10일 복직을 요구하며 철탑에 올랐다. 영남대의료원에서 해고된 간호사 박문진씨는 대구 영남대 옥상에서 184일째 복직을 요구하고 있다. 2007년 2월 노조 활동을 이유로 해고된 박씨는 동료 송영숙씨와 함께 옥상 투쟁에 나섰지만 송씨의 건강이 나빠져 홀로 외로운 싸움을 이어 가고 있다. 톨게이트 수납원이 주축이 된 한국도로공사 정규직 전환 민주노총 투쟁본부 노조원 41명은 지난 6월 30일부터 97일간 고공농성을 벌였다. 이들은 10m 높이의 경부고속도로 서울톨게이트 캐노피 위에서 수납원을 모두 직접 고용해 달라고 도로공사 측에 촉구했다. 극심한 경기 침체로 일자리가 줄어든 건설업계의 노동자들은 타워크레인 농성을 벌였다. 한국노총 건설노조원 3명은 지난 3일 경남 양산의 아파트 공사 현장에 놓인 타워크레인에 올라 4일간 농성을 했다. 지난 10월 광주 북구 건설 현장에서는 한국노총 건설노조원이 타워크레인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비정규직 노동자나 약자는 힘이 없다 보니 극한의 행동으로 고공농성을 한다”며 “당사자 간 입장 차가 크기 때문에 고용노동부 노사 관계 전담부서, 정치계 등 중재자와 조정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서울대, 조국 기소에 직위해제 검토…“학생 수업권 보호 차원”

    서울대, 조국 기소에 직위해제 검토…“학생 수업권 보호 차원”

    검찰 공문 접수되면 직위 해제 여부 검토“교수 징계나 불이익 주는 차원 아니다” 서울대학교가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 직위 해제를 검토한다. 서울대는 법무부 장관에서 사퇴한 뒤 지난 10월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복직한 조국 전 장관에 대해 검찰 공문을 접수하는 대로 직위 해제 여부를 검토한다고 31일 밝혔다. 서울대 관계자는 “사립학교법에 따라 소속 교수가 형사 사건으로 기소되면 직위 해제가 가능하다”면서 “다만 이는 징계와는 다른 절차로, 교수에게 불이익을 준다는 의미보다는 학생들 수업권을 위한 절차”라고 설명했다. 소속 교수가 재판 준비 등으로 수업을 정상적으로 진행할 수 없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학생들을 위해서라도 수업이나 연구를 맡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직위해제 상태에서는 첫 3개월간 월급의 50%가 지급되고, 이후에는 월급의 30%가 지급된다.만일 조국 전 장관의 직위 해제가 결정되면 이후 파면이나 해임·정직 등을 논의하는 징계 절차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조국 전 장관이 공소 내용과 관련해 재판에서 오랫동안 법리 다툼을 벌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징계 여부와 수준은 재판 결과가 대법원에서 확정된 이후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관계자는 “징계위원회를 소집해 당사자 소명을 듣는 등 과정이 필요하고, 재판 진행 상황에 따라 징계 논의가 일시 중단되는 경우도 많다”라고 설명했다. 조국 전 장관은 2017년 5월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발탁되면서 서울대 교수직을 휴직했다가 민정수석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올해 8월 1일 자로 복직했다. 이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9월 9일 자로 휴직했다가 장관직 사퇴로 10월 15일 다시 복직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달콤한 사이언스] 개나 사람이나…숫자 인식할 때 같은 뇌부위 활성화된다

    [달콤한 사이언스] 개나 사람이나…숫자 인식할 때 같은 뇌부위 활성화된다

    고대 로마 철학자 키케로는 “개는 네 발을 가진 인간의 친구이면서 인간의 즐거움과 번영을 위해 자연이 준 선물이다”라고 말했다. 인류 역사에 있어서 인간 스스로를 제외하고 가장 먼저 길들여진 동물은 다름 아닌 개이다. 이제는 애완견이라고 하지 않고 반려견이라고 부를 만큼 인간의 삶에 더 가깝게 다가와 있다. 이 때문에 많은 과학자들은 개와 인간 사이의 친밀감 형성 같은 공진화 과정에 대해 연구를 해왔다. 미국 에모리대 심리학과, 애틀란타 통합애완동물병원 및 훈련소 공동연구팀은 여기에 더해 개들이 기본적인 수나 양이라는 개념을 처리하는데 사용하는 뇌 부위가 사람이 수학문제를 풀거나 숫자를 볼 때 반응하는 뇌 부위와 거의 일치한다고 31일 밝혔다. 이 같은 연구결과를 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바이올로지 레터스’에 실렸다. 연구팀은 2살부터 13살까지 다양한 연령대, 다양한 품종의 암수 개 11마리를 대상으로 화면에 점의 숫자를 변화시키면서 뇌의 어느 부위가 활성화되는지를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로 촬영했다. 실험에 참여한 개들은 이전에 숫자와 관련한 훈련을 받은 경험이 없는 것들로 선택했다. 또 일반적으로 동물들의 뇌를 촬영할 때는 움직이지 못하도록 밴드로 묶거나 고정시키는데 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결과에 오류가 날 수 있다고 보고 연구팀은 개 조련사들의 도움을 받아 개들이 fMRI 기기에 자발적으로 들어가 실험에 참여하도록 했다. 연구팀은 개들에게 점을 보여줄 때 점의 크기나 바탕화면의 크기를 변화시키지 않고 단지 점의 숫자만 변화시켰다. 특정 자극의 크기가 아니라 점의 숫자 변화에 따라 뇌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11마리 중 8마리의 개가 점의 숫자가 변할 때 두정엽 피질 부위가 활성화되는 것이 관찰됐다. 사람에게서도 두정엽은 수개념과 같은 수학적 기능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들이 이런 수개념을 처리하는 뇌부위를 갖고 있는 이유는 접근하는 포식자 수나 먹잇감의 숫자를 본능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라고 연구팀은 추정했다. 이 때문에 연구팀은 수치정보에 대한 기본적 민감성은 모든 동물들이 본능적으로 갖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레고리 번스 에모리대 교수(신경생물학)는 “이번 연구결과는 전체 포유류 진화에 있어서 뇌신경 메커니즘이 공통성을 갖고 진화했다는 또 하나의 증거”라고 설명했다. 번스 교수는 또 “사람과 다른 종간 유사한 신경메커니즘을 이해함으로써 인간 뇌 진화 과정과 어떻게 기능하고 있는지에 대한 통찰력을 얻음으로써 뇌기능 이상을 치료하고 인공지능 시스템을 개선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사람이 유아기 때 기본적 숫자개념에서 어떻게 미적분이나 기하학, 고등수학을 배우고 익힐 수 있게 뇌를 발전시키는지 이해함으로써 수학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죽은 사슴 앞에서 미소짓는 美 8살 소녀...’트로피 사냥’ 또 논란

    죽은 사슴 앞에서 미소짓는 美 8살 소녀...’트로피 사냥’ 또 논란

    이른바 ‘트로피 사냥’에 나선 어린 소녀에게 축하와 우려가 동시에 쏟아지고 있다. 트로피 사냥은 야생동물을 재미 삼아 선택적으로 사냥하고 기념 삼아 박제하는 방식이다. 폭스뉴스는 30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 선필드타운십에서 아버지와 함께 거대 사슴을 사냥한 8살 소녀를 놓고 공방이 오가고 있다고 전했다. 소녀의 아버지 군나르 밀러는 14일(현지시간) 딸 브래리 밀러(8)가 대형 사슴인 엘크를 사냥했다고 자랑했다. 그는 “합법적인 사냥 시간대를 기다렸다가 방아쇠를 당겼다”라면서 “이 모든 경험은 경이로운 것이었다. 딸은 확실히 일생일대의 여행을 했다. 수많은 사람이 딸을 도왔다. 감사하다”라고 밝혔다.소녀는 308구경 성인용 라이플을 이용해 180m 거리에서 200㎏에 육박하는 대형 사슴 사냥에 성공했다. 소녀의 아버지는 “총의 크기와 용적 등에 대해 상당히 회의적인 사람들이 있다. 딸은 어려워하긴 했지만, 챔피언처럼 총을 다루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시간에서 청소년 사냥 스포츠가 사장되어 가고 있다”면서 “아이들이 어린 나이부터 사냥하도록 해야 한다. 실제로 동물을 수확하는 과정은 우리가 어렸을 때는 갖지 못한 엄청난 기회”라고 강조했다. 딸의 딸 역시 사냥을 하게 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그는 딸이 막 잡은 사슴 옆에 서거나 기대 찍은 기념사진도 함께 공개했다. 소녀는 피가 흥건한 사체를 트로피처럼 걸어놓고 그 앞에서 아버지와 함께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그러나 채 10살도 되지 않은 어린 소녀가 사냥에 나섰다는 소식에 일부는 반감을 드러냈다. 어린 소녀의 손에 총을 들려 무고한 생명을 앗아갔다는 비난도 나왔다. 제인 무어라는 이름의 남성은 “당신에게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는 무고한 생명을 앗아갔다”고 비판했다. 캐시 맥코믹이라는 여성은 사슴의 사체 옆에서 해맑게 웃고 있는 소녀의 사진에 “8살짜리가 죽은 사슴을 안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니 구역질이 난다. 축구나 소프트볼이라면 또 모를까”라는 의견을 내놨다. 이에 대해 사냥애호가들과 소녀의 아버지는 도축과 사냥이 다를 게 무엇이냐는 반응을 보였다.어린이의 ‘트로피 사냥’을 두고 논란이 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년 전에도 미국 위스콘신주에서 소총으로 수사슴을 사냥한 6살 소녀를 두고 갑론을박이 있었다. 딸이 3살이던 2014년경부터 사냥에 딸을 데리고 다니던 아버지는 2017년 12세로 제한됐던 사냥 나이 제한이 없어지자 딸의 손에 소총을 쥐여주었다. 당시에도 너무 어린 나이에 하는 사냥이 살생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도록 한다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전주 ‘얼굴 없는 천사’ 성금 훔친 범인 2명 검거

    전주 ‘얼굴 없는 천사’ 성금 훔친 범인 2명 검거

    “성금을 훔쳐간 범인은 소외된 이웃의 희망까지 도둑질한 것입니다. 그러나 수사 과정에 얼굴없는 천사의 신분이 드러날까 더 걱정됩니다” 해마다 세밑 추위를 녹여주던 전북 전주시 노송동 ‘얼굴없는 천사’의 성금을 훔쳐간 황당한 사건은 경찰의 발빠른 수사로 사건 발생 5시만간에 막을 내렸다. 올해로 20년째 선행을 베풀고 있는 전주 얼굴없는 천사는 해마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를 전후해 성금을 전달해왔는데 이같은 사건이 발생한 것은 처음이어서 전주시민들이 충격과 허탈감에 빠졌다.경찰은 노송동 주민센터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에서 성금을 훔쳐간 것으로 보이는 범인을 특정하고 용의자를 추적해 이날 오후 3시쯤 충남 논산에 범인 30대 남성 2명을 검거했다. 경찰은 이들이 가지고 있던 성금 6000만원을 회수했다. 범인은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앞두고 얼굴없는 천사가 거액의 현금을 전달한다는 사실을 알고 현장에서 미리 기다렸다가 범행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범인은 지난주 목요일과 금요일, 그리고 사건 당일 주민센터 인근에 번호판을 가린 흰색 SUV차량을 세워놓고 잠복했던 사실이 경찰 수사 과정에 드러났다. 앞서 전주시는 30일 오전 10시 3분 노송동주민센터 뒤 천사공원에 전달된 얼굴없는 천사의 성금이 도난당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얼굴없는 천사는 올해도 어김없이 소리없는 선행을 하고자 이날 노송동 주민센터에 몰래 성금을 전달했다. 50대 남성으로 추정되는 얼굴없는 천사는 이날도 여느때와 같이 “주민센터 뒤 천사공원 ‘희망을 주는 나무’ 밑에 성금을 두고 간다”고 짧게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해마다 찾아오는 얼굴없는 천사임을 직감한 주민센터 직원 3명은 곧바로 천사공원으로 달려갔다. 주민센터 바로 뒤에 조성된 천사공원은 어른 걸음으로 1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다. 그러나 직원들은 천사공원에서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당황한 직원들이 공원 구석구석을 찾아보았으나 얼굴없는 천사가 두고 갔다는 성금은 찾을수 없었다. 더구나 얼굴없는 천사는 매년 흰색 A4용지 상자에 현금을 넣어 전달했기 때문에 눈에 띄기 쉬운 크기였지만 한시간여를 찾았어도 발견되지 않았다.이때 노송동주민센터에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성금을 전한 뒤 멀리서 지켜보던 얼굴없는 천사가 주민센터 직원들이 성금을 찾지 못하고 헤매는 것을 알아채고 ‘잘 찾아보라’는 말을 남겼다. 그는 이후에도 두차례 더 전화를 걸어 성금 발견여부를 확인했지만 없어진 성금은 돌아오지 않았다. 고심하던 전주시는 천사의 성금이 도난당한 것으로 보고 10시 40분쯤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한편, 얼굴없는 천사는 2000년부터 남몰래 선행을 하고 있어 전주시민들이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존재다. 특히, 지난해까지 19년 동안 20차례에 걸쳐 전달한 성금이 무려 6억 834만 560원에 이르지만 끝내 자신을 드러내지 않아 신비로운 존재로 알려졌다. 한때 일부 언론에서 얼굴없는 천사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장기간 잠복취재 경쟁을 벌이기도 했으나 아직까지 그의 신분은 확인되지 않았다. 무속인, 자영업자, 사업가 등 설이 분분할 뿐이다. 전주시는 그의 선행을 기리기 위해 2009년 노송동 주민센터 앞에 천사비를 세우고 천사공원을 조성했다. 얼굴없는 천사의 성금은 전북도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노송동 지역 홀몸노인과 소년소녀가장, 조손가정 등 어려운 계층을 위해 쓰여졌다. 시민 A씨는 “남에게 선행을 베풀지는 못할 망정 애써 모아 전달한 얼굴없는 천사의 성금을 훔쳐간 범인은 선행의 의미를 퇴색시킨 악마”라며 “전주시민들의 자존심에 현금 보다 수천배 많은 상처를 주었다. 혹 수사과정에서 얼굴없는 천사의 신분이 드러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두 손 이식 일년 뒤 “캔의 차가움 느끼는 게 얼마나 벅찬 일인지”

    두 손 이식 일년 뒤 “캔의 차가움 느끼는 게 얼마나 벅찬 일인지”

    “아들의 머리칼을 쓰다듬고, 진짜로 껴안아보고, 손을 맞잡는 일이 얼마나 감격스러운지 여러분은 모를 겁니다.“ 영국 렌프류셔주 로크위녹에 사는 코린 허튼(48)은 지난 1월 두 손을 이식하는 수술대에 올랐다. 2013년 폐렴과 패혈증을 앓아 두 손과 두 발 모두 잘라냈다. 그래픽디자이너로 일하던 그녀에게 두 손을 잃는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남편과도 헤어졌다. 그런데 이식 수술을 받겠다고 결심한 뒤에도 맞춤한 기증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맞춤한 사람이 나타났다고 달려가 보면 혈액형이 맞지 않거나 피부 조직이 완전히 다르거나 손 크기가 다르거나 해서 헛물을 켠 것이 십수 번이었다. 그렇게 5년을 기다린 끝에 리즈종합병원에서 사이먼 카이 박사 집도로 12시간 수술을 받았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두 손을 동시에 이식한 것은 스코틀랜드에서는 그녀가 처음이었다.그런데 손끝까지 감각이 돌아오는 데 또 일년이 걸린 것이다. 이제는 아들 로리(11)의 손을 맞잡거나 컵을 쥐었을 때 차가운 느낌을 체감하고 있다. 여느 어머니라면 아무런 고민도 하지 않을 일을 일년의 노력 끝에 해냈다. 자선재단 ‘당신의 발 찾기(Finding Your Feet)’를 만든 코린에게는 세상을 얻은 것이나 진배 없는 일이었다. 그녀는 “아들을 위해 도시락을 싸거나 목욕 시키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라며 “아들의 손을 맞잡고 머리칼을 쓰다듬는 것처럼 어쩌면 그들 자신을 떠들썩하게 흥분시키지 않는 자그마한 일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은 여전히 내게 많은 의미가 있다. 사람들은 진정 뭔가를 잃어버리기 전까지는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제대로 감사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코린은 면역 체계가 작동하지 않아 처음 6개월은 꼼짝없이 병원 침상에 누워 지냈다. 하지만 지난 5월 무렵부터 “거의 새것 같은” 두 손이 의수보다 낫다고 느껴지기 시작했다. 여전히 아주 기초적인 일조차 남의 손을 빌어야 했지만 갈수록 나아졌다. 지금도 주로 의수를 쓰지만 이따금은 새 손으로 직접 운전해보기도 한다. 또 최근 반년 동안 심리치료도 받고 있다. 오른손은 거의 쭉 펼 수 있을 정도가 됐지만 왼손은 조금 더 사용해 구부린 것을 펼 필요가 있다고 했다.더욱 좋은 신호는 손으로 차갑고 뜨거운 것을 분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정말 엄청난 순간이었다. 갑자기 주스 캔을 만지니 차가운 느낌이 전해졌다. 가슴이 벅차올랐다. 처음에는 손끝으로 느꼈는데 이제는 온손으로 느낀다.” 올해는 재활에 더욱 집중했던 만큼 새해부터는 절단 장애인과 가족을 돕기 위해 만든 재단 ‘당신의 발 찾기’ 일 등 다른 이를 돕는 데 더 열중하겠다고 다짐했다고 BBC가 전했다. 내년 3월에 하프마라톤 대회를 열 계획이다. 몸을 바쁘게 움직이는 일이 긍정적인 삶을 지키는 데 비결이 된다는 것을 알았다. 너무 많은 것을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생각은 날 주저앉게 만들고 궁극적으로 내 다리를 되찾는 데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내 스스로를 많이 생각하지 않을수록 스스로 더 낫게 여기게 되더라.” 코린은 또 “기증자 가족이 ‘이제 당신이 손들의 주인이네요. 할 수 있으면 최선을 다해 살아주세요’라고 말하더라”면서 “하지만 난 (두 손을 기증한) 그녀를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전주 ‘얼굴없는 천사’ 성금 도난 “시민들 자긍심에 상처”

    전주 ‘얼굴없는 천사’ 성금 도난 “시민들 자긍심에 상처”

    “천사의 아름다운 마음과 전주시민들의 자긍심을 훔쳐간 범인을 엄벌해야 합니다. 시민들에게 훔쳐간 성금 보다 수천배, 수만배 많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해마다 세밑 추위를 녹여주던 전북 전주시 노소동의 ‘얼굴없는 천사’가 두고간 성금이 감쪽같이 사라지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올해로 20년째 선행을 베풀고 있는 전주 얼굴없는 천사는 해마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를 전후해 성금을 전달해왔는데 이같은 사건이 발생한 것은 처음이어서 충격을 주고 있다. 전주시는 30일 오전 노송동주민센터 뒤 천사공원에 전달된 얼굴없는 천사의 성금이 도난당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주민센터에 설치된 폐쇄회로TV(CCTV)에서 성금을 훔쳐간 것으로 보이는 범인을 특정하고 용의자를 추적중이다. 범인은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앞두고 얼굴없는 천사가 거액의 현금을 전달한다는 사실을 알고 현장에서 미리 기다렸다가 범행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얼굴없는 천사는 올해도 어김없이 소리없는 선행을 하고자 노송동 주민센터에 몰래 성금을 전달했다. 50대 남성으로 추정되는 얼굴없는 천사는 이날도 여느때와 같이 “주민센터 뒤 천사공원 ‘희망을 주는 나무’ 밑에 성금을 두고 간다”고 짧게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해마다 찾아오는 얼굴없는 천사임을 직감한 주민센터 직원 3명은 곧바로 천사공원으로 달려갔다. 주민센터 바로 뒤에 조성된 천사공원은 어른 걸음으로 1분 이내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에 있다. 그러나 직원들은 천사공원에서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당황한 직원들이 공원 구석구석을 찾아보았으나 얼굴없는 천사가 두고 갔다는 성금은 찾을수 없었다. 더구나 얼굴없는 천사는 매년 A4용지 상자에 현금을 넣어 전달했기 때문에 눈에 띄기 쉬운 크기였지만 한시간여를 찾았어도 발견되지 않았다. 이때 노송동주민센터에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성금을 전한 뒤 멀리서 지켜보던 얼굴없는 천사가 주민센터 직원들이 성금을 찾지 못하고 헤매는 것을 알아채고 ‘잘 찾아보라’는 말을 남겼다. 그는 이후에도 두세차례 전화를 걸어 성금 발견여부를 확인했지만 없어진 성금은 돌아오지 않았다. 1시간 넘게 고심하던 전주시는 천사의 성금이 도난당한 것으로 보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얼굴없는 천사는 2000년부터 남몰래 선행을 하고 있어 전주시민들이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존재다. 특히, 지난해까지 19년 동안 20차례에 걸쳐 전달한 성금이 무려 6억 834만 560원에 이르지만 끝내 자신을 드러내지 않아 신비로운 존재로 알려졌다. 한때 일부 언론에서 얼굴없는 천사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장기간 잠복취재 경쟁을 벌이기도 했으나 아직까지 그의 신분은 확인되지 않았다. 무속인, 자영업자, 사업가 등 설설이 분분할 뿐이다. 전주시는 그의 선행을 기려 2009년 노송동 주민센터 앞에 천사비를 세우고 천사공원을 조성했다. 시민 A씨는 “남에게 선행을 베풀지는 못할 망정 애써 모아 전달한 얼굴없는 천사의 성금을 훔쳐간 범인은 전주시민들의 자존심에 현금 보다 수천배 많은 상처를 주었다”며 “혹 이번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 얼굴없는 천사의 신분이 세상에 알려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공기 중 미세플라스틱의 공습…4개 도시 측정해보니 (연구)

    공기 중 미세플라스틱의 공습…4개 도시 측정해보니 (연구)

    공기 중 떠다니는 유해물질 중 ‘최강’이 초미세먼지라고만 알고 있다면 이는 착각이다. 최근 영국 연구진이 공기 중 미세플라스틱의 공습이 시작됐음을 증명하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일반적으로 미세플라스틱은 길이(또는 지름)가 0.02~0.5㎜의 작은 플라스틱을 의미하며, 대체로 드넓은 해양이나 일상생활에 사용하는 생활용품에 함유돼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연구진의 연구결과, 런던을 포함해 프랑스 파리, 독일 함부르크, 중국 광둥성 둥관 등지의 대기 중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연구진이 위 4곳 중 런던의 대기에서 채취한 표본 8개를 분석한 결과, 런던 대기에서만 총 15종의 미세플라스틱 조각이 검출됐다. 구체적으로 하루 평균 1㎡당 575~1008조각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런던은 중국 둥관에 비해 대기 중 미세플라스틱의 양이 20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프랑스 파리에 비해 7배, 독일 함부르크에 비해 3배 많은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를 이끈 킹스칼리지런던의 스테파니 라이트 박사는 일간지 가디언과 한 인터뷰에서 “대기 중에 미세플라스틱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이는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었다”면서 “가장 큰 우려는 우리가 이러한 사실에 대해 더욱 자세히 알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대기 중 미세플라스틱이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그렇지 않은 지에 대해 찾아야 한다”면서 “아마 다른 도시들도 이번에 조사한 4개 도시와 비슷한 상황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연구진은 현존하는 기술과 분석방식, 수집 방법에 제한이 있으며, 이러한 이유로 더욱 명확하게 대기 중 미세플라스틱의 농도를 측정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한편 대기 중 미세플라스틱을 입증한 연구 보고서가 발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8월 독일 알프레드 베게너 연구소는 “북극 지방의 눈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됐으며, 눈과 부빙에서 발견된 상당한 양의 미세플라스틱은 의심할 여지 없이 대기 중의 공기와 바람을 타고 이동한 것”이라고 밝혔다. 유엔(UN)은 입자의 크기가 150㎛ 이상인 플라스틱 조각은 인체 밖으로 배출돼 건강에 해를 기치지 않을 수 있지만, 이보다 작은 입자는 장기에 흡수될 위험이 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미세플라스틱이 질병을 유발하는 박테리아를 옮기거나, 박테리아가 항생제에 내성을 가지도록 도울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자세한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국제 환경’(Environment International) 최신호에 실렸다. 사진=123rf.com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서양보다 200년 빠른 세계 가장 오래된 측우기-측우대 국보 지정된다

    서양보다 200년 빠른 세계 가장 오래된 측우기-측우대 국보 지정된다

    조선 세종 23년(1441년)에 측우기를 처음 만들어 이듬해 5월부터 전국적으로 측우제도를 실시했다. 이는 유럽에서 처음으로 측우기를 사용해 강우량을 관측했다는 1639년보다 200여년이 빠른 것이다. 세종 당시 만들어진 측우기는 남아있지 않지만 전 세계적으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측우기와 측우대가 국보로 승격된다. 기상청은 문화재청으로부터 기상청이 소장하고 있는 금영측우기(보물 제561호), 대구 선화당 측우대(보물 제842호), 국립고궁박물관에 소장된 창덕궁 측우대(보물 제844호)에 대해 국보 지정을 예고받았다고 30일 밝혔다.금영측우기는 현존하는 유일한 측우기로 조선 헌종 3년인 1837년에 제작돼 충남 공주에 설치됐지만 일제강점기에 일본에 무단반출됐다가 1971년 환수돼 기상청에 소장되고 있다. 금영측우기는 청동으로 상, 중, 하단 3단을 만들어 끼워 맞출 수 있도록 돼 있는데 세종실록에 기록된 크기, 무게와 같아 세종시대에 사용됐던 측우기와 같은 모델이며 당시 측우제도가 조선 후기까지 이어졌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유물로 평가받고 있다.대구 선화당 측우대는 영조 46년(1770년)에 만들어져 대구 선화당에 설치됐던 것으로 현존하는 것 중 가장 오래된 측우대이다. 측우대는 측우기를 올려놓는 일종의 돌받침대로 선화당 측우대는 화강암으로 만들어졌으며 앞뒷면에 제작시기가 새겨져 있다.창덕궁 측우대는 정조 6년(1782년)에 만들어져 설치된 것으로 측우기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긴 문장이 대리석 4면에 남아있는 측우대로 기상학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김종석 기상청장은 “이번에 국보로 승격 통보받은 측우기와 측우대는 세계 최초로 표준화된 기상관측체계가 전국적으로 구축되고 유지됐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유물”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中 “내년 화성 간다”… 美 우주패권에 도전장

    中 “내년 화성 간다”… 美 우주패권에 도전장

    중국의 전설에 나오는 여신 항아는 빼어난 미모로 유명했다. 남편 예가 세상을 구하고자 활로 태양을 쏜 것이 화근이 돼 부부는 인간 세상으로 쫓겨났다. 예는 천신만고 끝에 곤륜산 선녀 서왕모에게서 “반만 먹으면 지상에서 불로장생하고 모두 먹으면 승천한다”는 불사약을 얻었다. 항아는 혼자서라도 천상계로 돌아가려고 남편 몰래 그 약을 모두 마셨다. 그러자 몸이 하늘로 떠올라 달나라로 향했다. 그는 탐욕의 대가로 두꺼비로 변해 깊은 적막과 고독 속에 묻혔다. 중국인들이 우주 개발의 꿈을 말할 때 흔히 인용하는 ‘항아분월’(항아가 달나라로 달아남)의 이야기다. 중국이 전설 속 항아를 찾아낼 수 있을까. 달·화성 탐사 프로젝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로켓 운반체 발사에 성공하며 미국과의 ‘우주굴기’ 경쟁에 도전장을 던졌기 때문이다. 29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항공우주 정책을 총괄하는 국가항천국(CNSA)은 지난 27일 오후 8시 45분쯤 남부 하이난섬 원창우주발사센터에서 화성 탐사 로켓 ‘창정 5호’를 발사하는 데 성공했다. 창정 5호는 중국 운반로켓 가운데 최대 크기로 높이가 57m에 달한다. ‘창정’은 중국 공산당의 대장정(1934~1935)에서 따온 이름이다. 중국은 2017년 7월 엔진 이상으로 창정 5호 발사에 실패했지만 2년여간 와신상담해 올해가 가기 전 화성 탐사 준비를 마칠 수 있게 됐다. 중국은 화성과 지구의 거리가 가까워지는 내년 7월 이 로켓에 첫 화성 탐사선 ‘훠싱 1호’를 실어 발사할 계획이다. 항아에서 이름을 딴 달 탐사선 ‘창어 5호’도 탑재할 예정이다. 지금껏 수많은 나라가 화성 착륙에 도전했지만 미국을 제외한 모두가 실패했다. 현재 미국은 화성 표면에서 ‘큐리오시티 로버’와 ‘인사이트’ 탐사선 등을 운용한다. 중국이 화성에 탐사선을 보내면 두 번째로 화성 착륙에 성공한 나라가 된다. 단박에 우주 개발 분야에서도 양대 강국(G2)의 지위를 얻는다. 중국의 로켓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우주 패권을 둘러싼 미중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1999년 첫 우주선 ‘선저우 1호’를 띄우며 우주전쟁에 뛰어들었다. 2003년에는 중국 최초 우주인 양리웨이가 탄생했다. 올해 1월에는 세계 최초로 달 뒷면 착륙에도 성공했다. 중국은 2022년까지 자체 유인 우주정거장 ‘톈궁’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미국도 이에 질세라 내년 7월 역대 최대 탐사선인 ‘마스 2020’을 화성에 보낸다. 유럽연합(EU)과 러시아 연구팀도 화성 탐사를 위해 ‘엑소마스 2020’ 계획을 추진 중이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中 “내년 화성 간다”… 美 우주패권에 도전

    中 “내년 화성 간다”… 美 우주패권에 도전

    중국이 내년도 화성 탐사 프로젝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로켓 운반체 발사에 성공하며 미국과의 ‘우주굴기’ 경쟁에 도전장을 던졌다. 29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항공우주 정책을 총괄하는 국가항천국(CNSA)은 지난 27일 오후 8시 45분쯤 남부 하이난섬 원창우주발사센터에서 화성 탐사 로켓 ‘창정 5호’를 발사하는 데 성공했다. 창정 5호는 중국 운반로켓 가운데 최대 크기로 높이가 57m에 달한다. ‘창정’은 중국 공산당의 대장정에서 따온 이름이다. 중국은 2017년 7월 엔진 이상으로 창정 5호 발사에 실패했지만 2년여간 와신상담해 올해가 가기 전 화성 탐사 준비를 마칠 수 있게 됐다. 중국은 화성과 지구의 거리가 가까워지는 내년 7월 이 로켓에 첫 화성 탐사선 ‘훠싱 1호’를 실어 발사할 계획이다. 지금껏 수많은 나라가 화성 착륙에 도전했지만 미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가 실패했다. 현재 미국은 화성 표면에서 ‘큐리오시티 로버’와 ‘인사이트’ 탐사선 등을 운용한다. 중국이 내년 화성에 탐사선을 보내면 미국 다음으로 화성 착륙에 성공한 나라가 된다. 단박에 우주 개발 분야에서도 양대 강국(G2)의 지위를 얻게 된다. 중국의 로켓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우주 패권을 둘러싼 미중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1999년 첫 우주선 ‘선저우 1호’를 띄우며 본격 우주전쟁에 뛰어들었다. 2003년에는 중국 최초 우주인 양리웨이가 탄생했다. 올해 1월에는 세계 최초로 달 뒷면 착륙에 성공했다. 중국은 이를 바탕으로 2022년까지 자체 유인 우주정거장 ‘톈궁’을 만들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미국도 이에 질세라 역대 최대 탐사선인 ‘마스 2020’을 화성에 보낸다. 드론을 탑재한 ‘마스 2020’은 2021년 2월쯤 화성에 착륙해 암석 표본을 수집한다. 유럽연합(EU)과 러시아 연구팀도 화성 탐사를 위해 ‘엑소마스 2020’ 계획을 추진 중이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北 목선 뱃머리에 참혹한 시신, 올해 日해안에 156척 떠밀려와

    北 목선 뱃머리에 참혹한 시신, 올해 日해안에 156척 떠밀려와

    올해 들어 북한 배로 추정되는 난파 목선이 일본 서부 섬이나 해안에 156척이나 떠밀려왔다고 일간 요미우리 신문이 29일 전했다. 2015년 45건을 기록했고, 이듬해 66건, 2017년 104건으로 급증한 데 이어 지난해 225건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한 뒤 그나마 올해는 조금 줄어든 것이다. 지난 27일에도 니가타(新潟)현 서쪽 사도(佐渡) 섬 해안에 북한 목선의 일부로 추정되는 뱃머리가 떠밀려왔다. 다음날 길이 7.6m, 높이 2.25m, 폭 4.3m의 뱃머리를 살펴보니 백골화가 일부 진행된 시신 일곱 구가 있었는데 세 구만 제대로였고, 두 구는 몸통 없이 머리만, 다른 두 구는 머리 없이 몸통만 있었다고 AP통신이 29일 전했다. 몸통이 있는 다섯 구는 모두 남성이었다. 몸통과 머리가 따로인 시신들이 동일인의 것인지 아직 밝혀내지 못해 우선 일곱 구라고 발표했다고 일본 해상보안청은 설명했다. 사도해상보안서(署)는 뱃머리의 흰색 바탕 부분에 붉은 페인트로 한글 ‘서’(또는 ‘세’)와 아라비아 숫자가 적혀 있는 점을 근거로 북한 선박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요미우리가 소개한 어부 출신 탈북자 증언 등에 따르면 핵·미사일 개발로 유엔 안보리 주도의 경제 제재를 받는 북한에선 중국에 수출해 외화를 벌 수 있는 해산물을 잡도록 할당량을 정했는데 자금난 탓에 대형 선박을 만들지 못하면서 소형 목선에 의존해 목숨을 건 원양어업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어업이 본업이 아닌 기업이나 군(軍)도 고기잡이에 나선다는 정보도 있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지난 10월 일본 수산청 단속선과 충돌해 침몰한 북한 어선도 배의 크기 등으로 미뤄볼 때 군 당국이 운영한 선박이라는 분석이 있다. 당시 침몰한 배에 타고 있던 60여명은 일본에 의해 전원 구조돼 곧바로 주변의 다른 북한 선박에 인도됐다. 일본에 표착하는 북한 어선들은 황금어장으로 불리는 ‘대화퇴’(大和堆·일본 이름 야마토타이)에서 조업하다가 난파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동해 중앙부에 자리한 대화퇴는 수심이 최저 236m 정도로 얕은 편이고 난류와 한류가 교차해 오징어, 꽁치, 연어 등의 어족 자원이 풍부하다. 대화퇴의 대부분은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속하지만, 한일 공동관리 어장이어서 한국 어선도 조업할 수 있다. 일본은 북한 어선에 대해서는 불법 조업으로 간주해 단속선을 투입해 쫓아내고 있다. 그러나 북한 어선은 안보리 제재가 강화된 2017년 이후 외화벌이용 수산물을 확보하기 위해 대화퇴로 진출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고, 목숨을 걸고 조업하다 난파한 목선이 계절풍을 타고 일본 서해안에 떠밀려 온다는 것이다. 통일부 차관 출신인 김형석 대진대 통일대학원 객원교수는 요미우리 인터뷰를 통해 “ 경제난을 겪는 북한에서 어업은 비료 등이 필요한 농업만큼 비용이 들지 않는다. (그런 이유로)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원양어업을 장려하고 있다”며 “물고기를 잡을 수 있다고 보는 한 앞으로도 (북한 주민들의) 무리한 어업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전세계 단 3명”…양쪽 눈 없어 앞 못보는 러 아기 극적 입양

    “전세계 단 3명”…양쪽 눈 없어 앞 못보는 러 아기 극적 입양

    양쪽 눈이 모두 없는 상태로 태어나 가족과 생이별한 아기가 마침내 입양됐다. 25일(현지시간) 러시아 시베리아타임스는 10월부터 입양을 기다리던 여아가 새로운 가족의 품에서 연말을 보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샤’라는 애칭으로 더 잘 알려진 알렉산더 K는 올 4월 러시아 톰스크 지방에서 태어났다. 어린 미혼모였던 어머니는 임신 31주 차에 태아의 희귀병 사실을 알고 키울 여력이 되지 않는다며 입양을 결정했다. 러시아 연방 교육부 아동 권리 보호 정책부 측은 사샤의 입양 페이지를 개설하고, 관심을 호소했다. 사샤의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자 각지에서 입양 문의가 쇄도했다. 그러나 의안(義眼) 교체 등 치료비 부담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현재의 의학기술로는 샤샤가 앞을 볼 가능성이 아예 없는 상태다. 다행스럽게도 러시아의 한 가정이 입양을 결정한 덕분에 사샤는 새 가족의 품으로 가게 됐다. 러시아 연방 교육부 관계자는 아기가 이미 지난달부터 입양가정에서 지내고 있으며, 마지막 서류 절차만을 남겨두고 있다고 밝혔다. 서류 처리가 끝나면 입양이 공식적으로 완료된다. 입양가정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다. 사샤가 앓고 있는 ‘SOX2 안구 결여 증후군’(SOX2 anophthalmia syndrome)은 선천적으로 안구 및 안구조직이 없다. 돌연변이 유전자가 안구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백질 생성을 방해해 나타난다. 안구의 한쪽 혹은 양쪽 모두 없는 무안구증(anophthalmia), 안구 크기가 비정상적으로 작은 소안구증(microphthalmia) 등과 달리 안구조직을 포함한 안구 전체가 없다는 특징이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은 이 질환이 25만분의 1 확률로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시베리아타임스는 ‘SOX2 안구 결여 증후군’ 환자로 공식 집계된 아기는 사샤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총 3명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때에 따라서는 뇌 이상이나 운동능력 발달 지연, 학습 장애가 동반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샤는 다행히 건강한 편이다.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면 환한 미소로 반기기도 한다. 러시아 의사 타티아나 루드니코비치는 사샤가 또래 다른 아기들과 마찬가지고 정기검진을 받고 있으며, 안구 결여 증상만 빼면 매우 건강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사샤는 무안구증으로 인한 얼굴 변형 등을 막기 위해 6개월에 한 번 인공 안구 교체를 받아야 한다. 눈 없이 태어나 부모에게 버려진 아기가 새로운 가족과 만나게 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현지언론은 한 해의 끝자락에 마법 같은 일이 벌어졌다며 일제히 환영의 뜻을 전했다.
  • 경기 광주 가구창고에 불…인명피해 없어

    경기 광주 가구창고에 불…인명피해 없어

    28일 오전 10시 30분쯤 경기 광주시 목동의 한 수입가구 보관 창고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나 50여분 만에 진화됐다. 이 불로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191여㎡ 크기 1층 창고가 전소하고,인근 과일 보관 창고 외벽이 타고 인근 야산으로 번졌다. 또 불이 야산으로 번져 임야 3300여㎡가 타는 등 소방서 추산 1억 8000만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화재 신고를 접수하느후 소방관 등 115명, 소방차 등 31대가 출동하여 50여 분만에 진화했다. 소방당국은 화재 경위를 조사 중이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GS칼텍스, 여수 어린이들 역사체험 담은 타일벽화 설치

    GS칼텍스, 여수 어린이들 역사체험 담은 타일벽화 설치

    GS칼텍스가 27일 전남 여수시 충무동 벽화 조성 지역에서 여수 어린이들의 역사체험을 담아 제작한 타일벽화 제막식을 가졌다. 공개된 타일벽화는 ‘2019년 GS칼텍스 희망에너지교실 큰바위 얼굴 역사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한 여수지역 10개 아동센터 어린이들이 만든 작품이다. 여수지역 역사 유적지 답사 경험을 그려낸 타일 200점을 이어 붙인 가로 6m, 세로 3m 크기다. GS칼텍스 큰바위 얼굴 역사체험 프로그램은 2017년부터 이어오고 있다. 올해 200명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지역 역사교육 30회, 선사시대 유적지, 임진왜란 유적, 흥국사 등 여수지역 대표 역사 유적지 탐방 12회로 구성됐다. 그 결과물로 3년째 타일벽화를 설치해 오고 있다.허정란 여수지역아동센터연합회장은 “다소 삭막해 보일 수 있는 구도심 거리를 지역의 역사와 어린이들의 미래 지향적인 에너지가 함께 담긴 벽화 작품으로 채워나가고 있어 그 의미가 남다르다”고 소회를 밝혔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지역 어린이들이 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양질의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GS칼텍스 희망에너지교실은 미래의 주역인 어린이들이 건전한 꿈과 비전을 함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체험 교육을 제공하는 GS칼텍스의 지역사회 공헌활동이다. 2010년부터 올해까지 10년째 지속되고 있다. 올 초에는 여수지역사회연구소와 함께 제작한 역사 교육 책자와 3200만원 상당의 태블릿 PC를 후원한 바 있다. 여수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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