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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광장 새달 성소수자 문화축제 딜레마

    다음달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퀴어(동성애)문화축제를 앞두고 서울시가 고민에 빠졌다. 17일 시 관계자에 따르면 다음달 9일 오후 6시부터 11시까지 5시간 동안 서울광장에서 제16회 퀴어문화축제가 열린다. 이번 행사에는 500여명의 성소수자가 참가할 예정이다. 퀴어축제 관계자는 “이제까지 매년 신촌에서 개최했다. 서울광장에서 행사를 하는 것은 처음”이라면서 “이전에도 서울광장에서 개최하려 했지만 일정이 겹치는 바람에 하지 못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기독교를 비롯한 반동성애 단체들은 “서울시가 행사 신고 접수를 취소해야 한다”며 반대하고 나섰다. 이들은 “서울광장은 서울의 상징적인 공간”이라면서 “이런 곳에서 퀴어축제가 열려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과거 신촌에서 열린 퀴어축제에서 일부 참가자들이 누드 퍼레이드를 벌이는 등 문제가 발생했던 점도 지적했다. 지난 11일에는 축제 반대 의견서를 경찰에 제출했고 축제 당일에는 서울광장 주변에서 기도회 등 자체 행사도 진행할 계획이다. 일단 시는 퀴어축제 신고 접수를 취소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박원순 시장이 당선된 2011년 말부터 서울광장을 신고제로 운영하고 있어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신고 접수를 거부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 관계자는 “서울광장에서 퀴어축제 참가자와 반동성애 단체가 충돌하게 되면 피해는 시민들이 볼 수 있다”면서 “현재 양측 관계자를 만나 중재를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는 중재에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 축제 주최 측에 안전 대책을 요구하는 한편 경찰과 협조해 양측의 물리적인 접촉을 차단하는 방법도 검토하고 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지창욱 “한 발 한 발 앞으로 끊임없이 변신할래요”

    지창욱 “한 발 한 발 앞으로 끊임없이 변신할래요”

    작품 하나로 스타덤에 오르는 벼락스타들이 심심찮게 등장하는 요즘 지창욱(28)의 행보는 단연 눈에 띈다. 일일연속극부터 주말극을 거쳐 ‘드라마의 꽃’인 미니시리즈 주연까지 한 단계씩 밟아가는 ‘모범생’ 행보로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다. 최근 종영한 KBS 수목 드라마 ‘힐러’에서도 ‘지창욱의 재발견’이라는 수식어를 이끌어내며 청춘스타로 거듭났다. “저라고 왜 벼락스타들이 안 부러웠겠어요. 그런데 저는 지름길로 편하게 가는 팔자는 아닌가 봐요(웃음). 배우는 잘되면 대중에게 사랑받다가 안되면 인기가 식기도 하는 과정의 연속이잖아요. 한 작품으로 대박을 친 적은 없지만,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데 감사해요.” 드라마 ‘힐러’는 송지나 작가가 ‘모래시계’의 자녀세대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였다. 그는 이 작품에서 완벽한 해결사 역할을 소화했다. 시청률은 10% 안팎에 머물렀지만 그가 비로소 ‘남자’로 보인다는 평가가 줄을 이었다. 그 점은 후반부 극의 주요 동력이 됐다. “대본에 지문이 유난히 많았고, 감정까지 세세하게 주문돼 있었어요. ‘우는 방법을 모르는 정후’라는 지문이 있었는데, 그런 건 정말 어려웠어요. ‘기황후’때는 감정을 분출하는 역할이었는데, 이번에는 정반대로 감정을 절제해야 했죠. 눈물을 못 참아서 NG가 난 적이 많았어요.” 송 작가는 그에게 “서정후라는 인물은 어른들 어려운 줄 모르고 자라는 요즘 젊은이의 표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의나 도덕을 의식하지 않고 자기가 좋아하는 일만 좇는 신세대 정후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려냈다. 어두운 과거를 가진 정후가 영신(박민영)에게 헌신하는 로맨스도 드라마의 중요한 축이었다. “멜로 연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유독 스킨십이 많았어요. 괜히 긴장돼서 향수를 뿌려보기도 했어요. (박)민영 누나가 덤덤하게 잘 받아줘 다행히 잘 넘어갔어요(웃음).” 대학에서 연기를 전공하며 차곡차곡 꿈을 쌓아온 그의 연기 스펙트럼은 생각보다 넓다. 독립영화 ‘슬리핑 뷰티’(2008)로 데뷔한 뒤 뮤지컬 배우로도 활동하다 일일 드라마 ‘웃어라 동해야’(2010)를 통해 대중에 이름을 알렸다. 이후 SBS ‘무사 백동수’, MBC ‘기황후’ 등 주로 호흡이 긴 사극에 출연하며 연기력을 다졌다. “늘 긴 작품만 하다 보니 짧은 미니시리즈인 ‘힐러’는 적응하기 어렵지 않을까 고민했어요. 하지만 지금까지의 작품경험이 도움이 많이 됐어요. 매주 6일간 촬영했던 ‘동해야’ 덕분에 카메라 울렁증을 극복했었구요. 시청률에는 이제 연연해하지 않아요. 작품에 대한 사명감, 책임감 이런 게 더 커졌지요.” 재벌 2세처럼 대놓고 멋있어야 하는 역할이 가장 어렵다는 그다. 지금 그 앞에 몰려드는 시나리오만큼 연기 욕심도 많다. “아직 못해본 역할이 너무 많잖아요. 재벌 연기는 물론이고 퀴어장르나 공포물에도 관심이 있어요. 아, 언젠가는 눈물 쏙 빼는 신파도 해보고 싶구요. 삐죽한 돌멩이가 물살에 서서히 깍여 동그랗게 되듯 저 역시 천천히 바뀌고 있는 걸 느껴요. 끊임없이 변하고 또 변하는 배우가 돼야죠.”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영상] 얼룩말을 뜀틀삼아 뛰어넘던 사자, 결국…

    [영상] 얼룩말을 뜀틀삼아 뛰어넘던 사자, 결국…

    얼룩말에게 뒷발 공격을 당한 ‘아찔한’ 기억이 있는 야생 사자가 특이한 방법으로 사냥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youtube.com)에 올라온 3분 정도 분량의 동영상을 보면 먹잇감을 찾는 사자들이 초원에서 얼룩말 무리를 지켜보고 있다. 슬그머니 얼룩말이 있는 쪽으로 향하던 사자는 얼룩말이 시야에 들어오자 몸을 급격히 낮춰 얼룩말을 향해 달렸다. 그러나 얼룩말의 날쌔고 강력한 뒷발 공격에 얼굴을 가격당하고 그날의 사냥은 실패로 끝나고 만다. 체면을 구긴 사자는 다음날 사냥을 위해 ‘자신이 공격 당하지 않는’ 색다른 방법을 이용한다. 이전과 같은 상황에서 얼룩말을 발견한 사자는 도망가는 얼룩말의 목덜미 쪽을 짚고 뜀틀을 넘는 듯 공격한다. 앞발로 얼룩말의 등을 짚고 목덜미를 강하게 문 사자는 앞으로 고꾸라 넘어지지만 얼룩말은 이내 쓰러지고 만다. 이 때를 기다렸던 다른 사자들이 나타나 몸통 여기저기를 핡퀴어 얼룩말의 숨통을 조인다. 얼룩말 사냥에 성공한 사자들은 새끼 사자들까지 동원해 맛있는 저녁식사를 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대학가 성소수자, 목소리 커진다

    지난 5월 고려대 교양 강의 중 A교수는 “동성애는 미성년자에게 해로운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또 반복적으로 동성애자를 ‘호모’라고 지칭했다. 강의를 듣던 학생 한 명이 교내 성소수자 동아리인 ‘사람과사람’에 제보했다. 사람과사람은 해당 교수에게 공식 사과를 요청했고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아 냈다. 대학가의 성소수자 동아리들이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23일 고려대 사람과사람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9월부터 이른바 ‘퀴어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 메일과 페이스북 등을 통해 문제가 될 만한 교수와 강사 등의 발언을 제보받아 공식 사과와 시정을 요구하는 방식이다. 모니터링 담당 정모(23)씨는 “지난 5월 교양 강의 중 성소수자 차별 발언을 계기로 시작하게 됐다”며 “아직 제보가 쏟아지지는 않고 있지만 모니터링의 존재만으로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화여대의 성소수자 동아리인 ‘변태소녀 하늘을 날다’도 ‘다양성 하이(High)’라는 이름으로 이성애 중심 발언 등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서울대 ‘큐이즈’(QIS) 또한 2012년부터 ‘속마음셔틀 프로젝트’란 이름으로 강의 중 성소수자 차별·혐오 발언을 찾아내 적극적으로 사과나 시정을 요청한다. 몇 년 전과 달리 성소수자 동아리들이 이처럼 직접 나서는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사회적 감수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김조광수씨의 동성결혼이 화제로 떠오르는 등 사회적으로 성적 지향이 다른 이들에 대한 인정과 인권 감수성이 높아지면서 성소수자 동아리가 더 활발히 활동하는 토양이 됐다”고 말했다. 성소수자 모임의 대학사회 내 위상이 높아지는 추세와도 무관하지 않다. 지난 9월 한양대의 ‘한양 성적소수자 인권위원회’는 중앙동아리에서 총학생회 내 자치기구로 격상되면서 재정 및 공간 지원을 받게 됐다. 이화여대와 서강대에 이어 서울시내 대학 중 세 번째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영화 多樂房] ‘야간비행’

    [영화 多樂房] ‘야간비행’

    ‘야간비행’은 ‘후회하지 않아’(2006)로 한국 퀴어영화의 새로운 장을 열었던 이송희일 감독의 신작이다. 이번 영화에는 십대들의 외로움을 왕따, 학교폭력 같은 사회문제와 함께 담아냈다. 베를린영화제를 비롯한 유수의 영화제에서 초청받을 만큼 원숙한 연출에서는 독립영화의 고질적 결함들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무거운 주제의 중압감을 덜어내는 서정적 미장센과 호흡의 완급 조절, 사춘기 소년들의 심리 묘사가 탁월한 작품이다. 중학교 때 친구였던 용주(곽시양), 기웅(이재준), 기택(최준하)은 고등학생이 되면서 완전히 다른 길을 가게 된다. 용주는 기택과 우정을 유지하면서 기웅에 대한 사랑을 키워 가지만 기웅은 용주를 멀리하며 기택을 왕따시키는 불량 학생이 돼 있고, 학교폭력에 시달리는 기택은 기웅을 챙기는 용주가 못마땅하다. 사적 감정과 공적 관계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 보고자 했던 용주는 결국 자신의 본심을 드러내고 만다. 우정이 깨지고 배신이 꼬리를 무는 과정은 학원물과 곧잘 합성돼 왔던 누아르 장르의 공식을 따르고 있지만 옥타곤을 십대만의 리그로 제한한 점이 위기에 빠진 십대들의 심리와 행위에 좀 더 집중하게 만든다. 여느 대한민국 학원물과 마찬가지로 이 영화에서 ‘학교’는 모든 것이 서열화된 암울한 공간이다. 우열반, 반장과 왕따, 학부모의 치맛바람이 이 공간의 내연을 견고하게 뒷받침한다. 그 위계질서 안에서 ‘친구’라는 평행적 관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뿌연 연기에 휩싸인 듯 불투명한 교실의 공기가 숨통을 조여 오는 가운데 잔뜩 몸을 웅크린 아이들 중 일부는 방어 본능을 무차별적인 공격성으로 치환시킨다. 먼저 누군가를 따돌리지 않으면 자신이 혼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이들의 눈가에 짙게 드리워져 있는 것이다. 교사들까지도 이 나라 교육의 구조적 폐단을 묵인하고 행정부의 말단으로 기능하는 부정적인 스테레오타입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학교 내부를 일그러진 한국 사회의 축소판으로 형상화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나 이러한 이분법적 설정이 이야기를 다소 평면적으로 만들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학교와 화해하지 못한 아이들이 교감하게 되는 대상은 뜻밖에 그들의 부모다. 20대에 미혼모가 된 후 자유분방하게 살아 온 용주의 어머니, 노조위원장이었지만 교도소 출소 후 모두에게 버림받은 기웅의 아버지는 사회적 잣대로는 조금 모자랄지 몰라도 자식들에게는 존재만으로 힘이 되는 부모라 할 수 있다.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비록 이런 위로가 십대들의 방황을 잠재울 수는 없다 해도 말이다.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인 이 영화는 이미 청소년기를 한참 지나온 관객들에게, 그중에서도 교우 관계나 가족 문제 등으로 죽을 만큼 치열하게 고민해 보지 않고 십대를 보낸 불행한(!) 이들에게 큰 공감을 얻을 수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런 이들이라도 마음 한구석에 냉기를 품고 살아가는 뜨거운 육체의 십대들을 조금은 헤아리게 되지 않을까. 그 이해와 각성이 부디 더 나은 세상의 씨앗이 되길 바라 본다. 28일 개봉. 윤성은 영화평론가
  • 대구 도심 동성애 축제 보수·종교단체 저지 나서

    대구 도심에서 열리는 동성애 축제와 관련해 종교·보수단체들이 행사 개최 반대운동을 벌여 논란이 되고 있다. 대구 퀴어(동성애자, 양성애자, 성전환자 등 성 소수자)모임이 오는 28일 대구 중심지인 2·28기념공원에서 ‘대구퀴어문화축제’를 열기로 하고 대구시로부터 시설 사용 승인을 받았다. 지역 최대 규모 동성애 문화축제인 이 행사는 2009년부터 대구 도심 동성로에서 매년 1차례 개최됐다. 참가 인원이 늘어나면서 축제조직위원회가 올해 처음으로 2·28공원에서 행사를 열기로 했다. 동성애 관련 영화제와 사진전, 미술 전시, 토론회 등을 통해 성 소수자가 인정받는 세상을 구현한다는 게 축제의 취지다. 그러나 퀴어문화축제 개최 소식이 알려지자 동성애에 반대하는 종교단체를 중심으로 행사를 저지하려는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 행사 반대 측은 지난달 초 28개 단체로 동성애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행사 취소를 위한 서명운동을 비롯해 홍보 전단지 배포, 세미나 개최 등을 진행했다. 또 홍보 전단지에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와 행사 장소를 제공한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관리사무소의 연락처를 기재해 시민들에게 항의 전화를 하도록 촉구하고 있다. 시는 하지만 사용 허가를 내준 상태여서 퀴어축제 진행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세월호 추모분위기 속 ‘게이 퍼레이드’ 강행…시민과 경찰 대치

    세월호 추모분위기 속 ‘게이 퍼레이드’ 강행…시민과 경찰 대치

    ’제15회 퀴어문화축제’가 7일 신촌 연세로 차 없는 거리에서 열렸다. 하지만 이날 참가자들이 오후 5시 30분 경 신촌 연세로 차 없는 거리를 행진하는 과정에 기독교단체 등이 ‘동성애는 용납할 수 없다’며 이들의 행진을 가로막았다. 매년 홍대입구에서 진행되던 퀴어문화축제는 홍대 인근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올해는 신촌로(路)에서 진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 사실이 알려진 뒤 신촌지역 주민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서대문구청 역시 세월호 참사로 인한 국가적 추모분위기를 고려하고 이른바 ‘빤스퍼레이드’로 알려진 퀴어문화축제가 미풍양속에 맞지 않은 이유로 행사 허가를 취소했었다. 주최측은 그러나 서대문경찰서의 허가를 근거로 신촌로에서 행사를 강행했다. 이에 따라 신촌로에는 집회신고가 되어 있는 또 다른 행사인 ‘세월호추모행사’와 ‘신촌 동성애(同性愛)축제 반대 일만명 시민대회’가 뒤섞여 진행됐다. *퀴어문화축제는 지난 2000년부터 매년 6월 경 한국에서 동성애자,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등의 성소수자를 위한 축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동성애 사회에서 HIV감염자 더 소외…그게 가장 힘들어”

    “동성애 사회에서 HIV감염자 더 소외…그게 가장 힘들어”

    “이 정도면 잘 견뎌 온 거니까… 스스로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싶었습니다.” 박동민(43·회사원·가명)씨는 지난 3일 서울 종로의 한 술집에서 파티를 열었다.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 판정을 받은 지 20년 되는 해를 ‘자축’하는 자리이자 ‘2014 퀴어(성소수자)문화축제’의 사전 이벤트였다. 병에 걸린 걸 축하한다는 게 선뜻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김씨는 담담하게 말했다. “20년 전만 해도 ‘걸리면 죽는 병’이라고 했는데 지금껏 잘 살아왔잖아요. 저와 비슷한 처지인 사람들에게 ‘우리도 건강하고 즐겁게 살 수 있다’는 걸 얘기하고 싶었어요.” 박씨가 겪은 지난 20년은 또래보다 고단했다. 21세 되던 1992년 그는 동성을 만날 때 가슴이 떨린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1994년 교통사고로 입원한 뒤 HIV에 걸렸다는 사실을 들었다. 당시만 해도 죽는 병으로 알았기 때문에 겁이 났다. 회사를 그만뒀고 긴 방황이 시작됐다. 1998년, 그는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HIV 감염 사실과 성 정체성을 ‘커밍아웃’(동성애자임을 주변에 공개적으로 알리는 것)했다. 다행히 박씨의 사연을 들은 동성애 인권단체 등에서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동성애와 HIV. 하나의 무게도 견디기 어려웠지만 우리 사회의 거대한 두 편견과 싸워야 했다. 박씨는 “가장 힘든 건 동성애자 사회에서조차 HIV 감염인이라는 이유로 냉대하는 현실이었다”고 회고했다. 몇 해 전 게이들이 가는 술집 주인이 박씨가 마신 컵을 모두 가져다 버리고 그가 앉았던 자리를 표백제로 청소했다는 얘기를 듣고 큰 상처를 받았다고 했다. 20여년간 동성애에 대한 편견이 많이 줄어든 듯하지만,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게 박씨의 생각이다. 그는 “성소수자에 대해 머리로는 이해하면서도 ‘내 주변에는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박씨는 이어 “20대에는 살아가기보다 살아남기 급했고 30대에는 상처받기 싫어 도망치기 바빴다”면서 “하지만 이제 아무렇지 않은 척 먼저 다가가 말을 걸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어느 순간부터 기록을 남기고 싶지 않아 사진 찍는 걸 주저했는데 이제는 사진도 많이 찍고 연애도 당당히 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씨를 비롯해 사회적 편견과 싸우는 동성애자들이 주인공인 퀴어문화축제는 ‘사랑은 혐오보다 강하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7일 서울 신촌 연세로에서 퍼레이드로 막을 연다. 올해로 벌써 15년째다. 서대문구청이 축제를 2주일 앞두고 세월호 참사 추모 분위기를 이유로 들며 퍼레이드 등 축제 승인을 취소했지만 주최 측은 집회 신고를 하고 강행할 예정이다. 동성애 단체 관계자는 “보수 기독교단 등 동성애 혐오 집단이 구청 등에 민원을 내 취소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첫해에는 고작 50여명이 참가했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참가자가 늘어 올해엔 2만명가량 모일 것으로 주최 측은 내다봤다. 강명진 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장은 “국내 성소수자는 350만~400만명에 이르는데 이들 중 상당수가 벽장 속에 숨어 있다. 1년에 한 번 억압에서 해방돼 자신을 드러내고 걸어 볼 수 있는 때가 퀴어문화축제 기간”이라고 설명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김희리 기자 heeree916@seoul.co.kr
  • [새 영화] ‘하이힐’

    여자가 되고 싶은 남자 형사. 지난 4일 개봉한 장진 감독의 새 영화 ‘하이힐’은 ‘트랜스젠더’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점이 큰 화제다. 독립영화도 아닌 상업영화가 성소수자 캐릭터를 꺼내 든 것은 모험이거나 자신감이었을 테니 말이다. 그러나 뚜껑을 연 영화는 사실 파격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대중이 모르는 트랜스젠더의 세계를 치밀하게 파고들었다기보다는 상업영화의 틀 안에서 적절히 ‘소화’했기 때문이다. 영화의 주인공은 형사 지욱(차승원)이다. 내면의 여성성을 죽이기 위해 해병대를 다녀오고 몸의 근육을 키워 조직폭력배들도 무서워하는 형사가 됐다. 그러나 여성이 되고자 하는 꿈을 위해 그간 쌓아 온 모든 것을 포기하려 한다. 마지막 ‘기회’ 앞에서 그에게 위기가 다가오고 자신의 꿈과 지켜야 할 것 사이에서 피할 수 없는 선택을 해야만 한다. 영화가 그리는 트랜스젠더는 그간 수많은 매체에서 그려져 왔던, 대중이 흔히 아는 이미지의 한계를 비켜 가지 않는다. 눈썹에 마스카라를 하고 입술에 빨간 립스틱을 칠하는 몸짓, 노란 가발과 빨간 입술, 큰 가슴 같은 우스꽝스러운 여장 등…. 지욱의 내면적 고민을 간간이 대사로 드러내기도 하지만 그리 많지 않다. 한 편의 독특한 퀴어영화를 기대했다면 이 영화가 트랜스젠더의 전형적인 이미지를 쉽게 ‘소비’했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상업영화 차원에서 보면 영리한 선택이다. 영화는 전설적인 형사와 내면의 여성성이라는 지욱의 양면성을 ‘누아르’와 ‘감성’으로 조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수위 높은 액션 신이나 비장미 등 누아르영화로서의 미덕은 충분하다. 특히 영화 초반 주점의 테이블 위에서 벌이는 전투나 비 오는 날 한 손은 우산을 든 채 두 발과 한 손으로 상대들을 제압하는 장면은 ‘스타일리시’하다. 그러면서도 형형색색의 색감을 강조한 이미지는 감성을 건드린다. ‘박수 칠 때 떠나라’ ‘아들’ 이후 세 번째 손을 잡은 장진 감독과 차승원의 호흡도 빛을 발한다. 그동안 장진식 블랙코미디를 맞춤옷처럼 소화해 낸 차승원은 장진이 처음 시도하는 누아르에서도 제 몫을 다한다. 양손에 칼을 들고 조직폭력배 두목의 목을 겨냥하면서도 눈에는 눈물이 뚝 떨어질 듯 슬픈 감정을 가득 담아냈다. 비장한 상황에서 터지는 장진식 유머도 여전하다. 청소년 관람불가.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여성의 영화

    세계 여성영화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제16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29일 개막했다. 새달 5일까지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로 메가박스 신촌에서 열리는 이번 영화제에는 30개국에서 출품된 99편의 영화가 초청됐다. 개막작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에서 저질러진 만행이 남긴 상처를 다룬 야스니바 주바니치 감독의 신작 ‘그녀들을 위하여’(2013)다. 주바니치 감독은 ‘그르바비차’(2005)로 제56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을 받은 바 있다. 유명 여성 감독들의 신작들을 통해 최신 여성영화의 흐름을 보여주는 새로운 물결 섹션에서는 ‘믹의 지름길’(2010), ‘웬디와 루시’(2008)로 주목받은 미국 독립영화 감독 켈리 레이차트의 신작 ‘어둠 속에서’(2013), 카트린 브레야 감독과 이자벨 위페르가 만난 ‘어뷰즈 오브 위크니스’(2013), 배우에서 감독으로 지평을 넓히고 있는 추상미의 ‘영향 아래의 여자’(2013) 등이 상영된다. 오즈 야스지로·구로사와 아키라·미조구치 겐지·나루세 미키오 등 일본 거장 감독들과 많이 작업한 여배우 가가와 교코를 조명한 회고전도 눈길을 끈다. ‘동경 이야기’(1953)부터 ‘마다다요’(1993)까지 8편을 준비했다. 새달 1일 배우 문소리와 함께 관객과의 대화(GV)도 개최할 예정이다. 변영주 감독이 연출한 다큐멘터리 ‘낮은 목소리’ 1~3편(1995~1999)도 특별 상영된다. 아시아 독립여성 감독의 다큐멘터리 작품 3편을 조명하는 ‘아시아 스펙트럼: 카메라는 나의 심장’ 부문, 6편의 영화를 통해 사랑과 돈의 문제를 조명한 ‘쟁점:사랑과 전쟁’ 부문, 11편의 퀴어 영화를 상영하는 ‘퀴어 레인보:열망과 매혹, 포비아를 넘어’ 부문 등에서 다양한 영화가 관객들과 만난다. 또한 ‘경쟁부문:아시아 단편 경선’에서는 역대 최대인 406편 중 예심을 통과한 27편도 상영된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소녀의 생채기 그 이후를 말하고 싶었다

    소녀의 생채기 그 이후를 말하고 싶었다

    오는 17일 개봉하는 영화 ‘한공주’에는 성폭력 피해자와 가해자가 등장한다. 피해자는 여전히 어둡고 긴 터널을 헤매고 세상은 그를 감싸주지 못해 궁지로 몰아넣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영화를 본 뒤의 감정은 끓어오르는 분노와는 거리가 멀다. 대신 아무렇지 않은 듯 살아가려 애쓰는, 하지만 여기저기서 할퀴어대는 손에 생채기를 입는 피해자의 모습이 묵직하게 각인된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이수진(37) 감독은 ‘한공주’를 두고 “한 소녀의 이야기이자 나와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고 정의했다. “그동안 수많은 성폭력 사건들을 보면서 저도 남들처럼 분노했죠. 하루는 스스로에게 질문했어요. ‘피해자가 내 주변에 오면 나는 무엇을 해 줄 수 있을까’ 하고요. 분노했던 것만큼 쉽게 답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 감독이 세운 가장 중요한 작품의 원칙은 ‘실제 사건을 재현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영화의 초점은 어디까지나 주인공이 생존해 나가는 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감독은 실제 성폭력 사건에 대한 취재나 자료 조사, 인터뷰 등을 하지 않았다. 대신 인간관계와 사회에 대한 고민에 천착했다. “제가 고민한 건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같은 좀 더 근본적인 것이었습니다. 피해자와 가해자를 나누고 잠깐 공분했다 잊어버리는, 그동안 우리가 가졌던 선입견과 가치관에서 벗어나 바라보면 이 영화의 고민이 다른 지점에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겁니다.” 실제 촬영은 대형 드라마 1회분 제작비도 안되는 저예산으로 해결해야 했다. 두달 반, 27회차 만에 촬영을 끝냈다. 한정된 시간 안에 촬영할 수 있도록 촬영 전부터 배우들과 1주일에 서너 번 만남을 가졌다. 시나리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장면을 찍어 보기도 했다. 배우들이 극에 오롯이 녹아들어 갈 수 있도록 그들의 말투나 외모까지 세세하게 관찰해 시나리오에 반영했다. 이 같은 치밀한 사전 작업 덕에 영화에 묘사된 섬세한 심리는 ‘초저예산’과 ‘속성 촬영’의 한계를 가뿐히 뛰어넘을 수 있었다. 이 감독을 영화의 길로 이끈 건 다름 아닌 사진이었다.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한 그가 졸업을 앞두고 친구들과 찍은 10분짜리 단편영화가 2002년 한 인디영화제에 출품된 것이다. 찰나의 순간을 프레임에 담아 왔던 그는 이야기를 담은 영상에 흥미를 느꼈고 곧 단편영화에 도전했다. ‘아빠’(2004)로 서울독립영화제 한국영상자료원장상, ‘적의 사과’(2007)로 미쟝센 단편영화제 비정성시 부문 최우수작품상 등을 수상하며 주목받았다. 그에게 이번 영화는 장편 입봉작이다. 스스로도 놀라운 사실은 영화가 국제영화제들에서 줄줄이 상을 거머쥐는 성적을 내고 있다는 것이다. 제13회 마라케시 국제영화제 금별상, 제43회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타이거상, 제16회 도빌아시아영화제 심사위원상, 제28회 프리부르 국제영화제 대상 등을 수상했다. 주목할 만한 신인 감독의 부재, 다양성 영화의 위기가 거론되는 국내 영화계에 그가 단비 같은 존재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그런 그이지만 지금은 예정된 차기작도, 써 놓은 시나리오도 없단다. ‘다음’에 대한 질문에 “‘한공주’ 이후에나 생각할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아직은 ‘한공주’의 여운 속에 몸과 마음을 그저 담가 놓고 싶은 듯했다. “쉽지 않은 소재의 영화인데다 감정도 꾹꾹 눌러 담다 보니 배우들과 스태프들 모두 정신적으로 힘들었을 겁니다. 저예산 영화의 고생을 견뎌준 모두에게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글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사진 이언탁 기자 utl@seoul.co.kr
  • 김조광수·김승환, 국내 첫 동성 결혼식…신접살림은 어디서?

    국내 첫 동성커플의 결혼식이 7일 열렸다. 이날 오후 서울 청계천 광통교 앞에서 영화감독 김조광수(48) 감독과 김승환(29) 레인보우팩토리 대표의 결혼식이 열렸다. ’김조광수·김승환의 당연한 결혼식’이라는 제목으로 열린 결혼식에는 사회를 맡은 변영주, 김태용, 이해영 감독을 비롯해 진선미 민주당 의원,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신동호 시인 등 사회 유력인사들도 참석했다. 두 사람은 이번 결혼식 축의금으로 ‘신나는 센터’를 건립해 한국 성소주자 인권운동 전환점을 마련할 방침이다. 김조광수 감독은 지난 2006년 영화 ‘후회하지 않아(이송희일 감독)’의 언론시사회에서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혔다. 이후 지난 10월 동성 애인 김승환 대표와 함께 영화사 레인보우 팩토리를 설립해 퀴어 영화를 전문적으로 제작, 수입하고 있다. 두 사람은 서울 서대문구에 신접살림을 차릴 계획이다. 한편 이날 결혼식을 앞두고 일부 기독교 신자들이 동성 결혼에 반대해 무대 설치를 방해하는 등 행사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오라! 저예산 영화축제

    명절을 맞아 대형 상영관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저예산 영화들을 만날 수 있는 행사가 열린다. 예술영화 전용관 아트나인은 추석 연휴인 18일과 19일 우수한 한국 영화를 내외국인에게 소개하는 ‘제1회 추석 필름 페스티벌’을 연다. 서울 동작구 사당동 아트나인에서 열리는 이번 영화제는 외국인들도 볼 수 있도록 모든 작품에 영어 자막을 삽입한 점이 특징이다. 장편 13편과 단편 5편 등 모두 18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69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서 성 소수자 문제를 다룬 영화에 수여하는 퀴어 라이언상을 수상한 전규환 감독의 ‘무게’를 비롯해 63회 베를린 국제 영화제 초청작인 홍상수 감독의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 11년의 제작 기간이 걸린 안재훈·한혜진 감독의 애니메이션 ‘소중한 날의 꿈’ 등이 선보인다. 장르별로는 극영화 10편, 다큐멘터리 2편, 애니메이션 1편, 단편 5편이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심장에 대한 연민… 삶에 대한 찬가

    심장에 대한 연민… 삶에 대한 찬가

    “시가 써지지 않는 기간은 삭막하고 목마른 시간이지요. 어느 때인가 그림자처럼 시가 잡히면 몇 달간 몇 편을 쓰게 되는데 젊을 땐 그게 반갑고 같은 키에서 손을 덥석 잡는 심정이었는데…. 이젠 노쇠에서 오는 고달픔에 시가 나의 초상화처럼 뼈마디 마디마다 아파와요.” 수화기 너머 시인의 입말은 그대로 시어(詩語)였다. 1953년 첫 시집 ‘목숨’을 낸 지 60주년. 첫 시집의 환력(還曆)을 맞은 김남조(86) 시인에게 왜 아직도 시 앞에 낮게 엎드리냐고 묻자 돌아온 답이었다. ‘하여 이번에도/나는 용서할 입장 그 아니고/용서받을 처지라고/기죽어 머리 끄득이느니/시여 한평생 나를/이기기만 하는 시여’(나의 시에게5) 최근 17번째 시집 ‘심장이 아프다’를 펴낸 시인은 6일 전화통화에서 “시에 대한 사념도 상처를 곁들이며 잡히는 것”이라며 “근래 나의 시는 진단서와 처방전을 붙여오는 듯하다”고 했다. 시가 나보다 더 상처 입고 아픈 것이라 깨달으니 시 앞에 겸허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신간의 제목과 표제시는 모두 ‘심장이 아프다’다. 시인은 모든 동물과 식물이 지닌, 생명의 시초에서부터 마지막 그 순간까지 간단없이 뛰어야 하는 심장에 대한 연민을 토로했다. 그러나 그것은 바꾸어 말하면 유한한 인생에 대한 찬가다. ‘심장이 이런 말도 한다/그리움과 회한과 궁핍 고통 등이/사람의 일상이며/이것이 바수어져 물 되고/증류수 되기까지/아프고 아프면서 삶의 예물로/바쳐진다고/그리고 삶은 진실로/이만한 가치라고’(심장이 아프다) “살아서 느끼는 궁핍, 목마름, 고통이 있더라도 사람들과 연분을 맺고 아름다운 과일의 껍질을 벗기고 안 가본 새로운 땅에 발을 딛는 한, 삶이라는 선물은 고통의 총합을 감하고도 남는 가치이지요. 나 역시 남은 날이 많지 않다는 오늘에 이르니 모든 게 절실하고 아까워요.” “종교적 경건함과 신성 탐구, 그것을 지상의 사랑으로 연결하고 결속하는 상상력”(유성호 문학평론가)은 그의 시 속에 녹아 있는 ‘인장’ 같은 테마다. 시인은 이번엔 오히려 신에게 기도를 해 달라고 간절히 의탁한다. 노 시인의 시선은 참으로 멀리까지 갔다.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휩쓸리고 할퀴어진 생명을 향한 구원과 치유의 메시지다. ‘이제는/신께서 기도해주십시오/기도를 받아오신 분의 영험한 첫 기도를/사람의 기도가 저물어가는 여기에/깃발 내리듯 드리워주십시오/(…중략) 어질어질, 가물가물한 저희에게/최소한 이 한 말씀의/천둥 울려주십시오/“내가 알고 있다 내가 참으로 알고 있다”고/오오 하느님’(신의 기도)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하리수’ 오픈카 탑승…홍대서 성소수자 대규모 퍼레이드

    ‘하리수’ 오픈카 탑승…홍대서 성소수자 대규모 퍼레이드

    성소수자의 인권 향상과 대중 인식 개선에 앞장선 김조광수 감독이 결혼을 발표한 가운데 다음달 1일 성소수자들이 대규모 퍼레이드를 벌일 예정이어서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14일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일대에서 ‘더 퀴어(THE QUEER), 우리가 있다’를 슬로건으로 내건 ‘퀴어 퍼레이드’가 열린다. 위원회는 “가족, 친구, 직장동료, 이웃주민으로 늘 함께 살아가고 있는 성소수자들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퍼레이드 트렌스젠더 연예인 하리수가 함께 한다. 최근 성소수자의 삶을 다룬 뮤지컬 ‘드랙퀸’으로 관객들의 큰 공감을 얻고 있는 그는 퍼레이드 오픈카에 탑승해 주말 홍대를 찾는 시민들의 호응을 이끌어낼 계획이다. 퍼레이드는 홍대 ‘걷고 싶은 거리’를 출발해 산울림소극장과 홍대 정문을 지나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을 거쳐 되돌아오는 일정이다. 성소수자 뿐만 아니라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지난해 6월 서울 청계천 일대에서 열린 퍼레이드에는 2000여명의 시민이 참여해 이슈가 됐다. 퀴어문화축제는 2000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14회째를 맞는다. 퍼레이드를 시작으로 16일간 서울 홍대, 이태원, 종로 일대에서 파티, 영화제, 이벤트 등 다양한 문화행사가 열린다. 퀴어문화축제에 대한 세부사항은 추후 공지할 예정이다. 온라인뉴스팀 iseoul@seoul.co.kr
  • 또 제한상영가 논란… ‘홀리 모터스’ 볼 수 있을까

    또 제한상영가 논란… ‘홀리 모터스’ 볼 수 있을까

    해묵은 영화등급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지난 12일 영상물등급위원회가 레오 카락스 감독의 ‘홀리 모터스’에 대해 제한상영가 판정을 내린 데서 비롯됐다. ‘홀리 모터스’의 탁월한 작품성 때문에 문제가 더 커졌다. ‘퐁네프의 연인들’ ‘소년, 소녀를 만나다’ ‘나쁜 피’ 등으로 유명한 카락스 감독이 13년 만에 내놓은 ‘홀리 모터스’는 지난해 프랑스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으며 프랑스 영화 전문지 ‘카이에 뒤 시네마’에 의해 ‘올해(2012)의 영화’ 1위로 뽑혔다.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으면 제한상영관으로 등록된 극장에서만 상영과 홍보가 가능하지만, 국내엔 제한상영관이 없다. 영화를 틀지 말라는 얘기다. 수입사 오드(AUD)의 김시내 대표는 “영등위에서 문제 삼은 장면은 뿌옇게 블러 처리를 해 재심의를 요청한 상태”라면서 “새달 4일 극장 개봉을 한다는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 프랑스 제작사 측과 사안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등위는 제한상영가 논란에 대해 곤혹스러운 눈치다. ‘영화 ‘홀리 모터스’ 제한상영가 결정 보도 관련 영상물등급위원회 정정보도 요청’이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우리나라의 등급분류 제도는 영화의 예술성이나 작품성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표현에서 주제 및 내용의 이해도, 폭력성, 공포 등의 수위가 높고 특히 선정적 장면 묘사의 수위가 매우 높다. 신체 노출과 관련, ‘성기 등을 구체적·지속적으로 노출하거나 실제 성행위 장면이 있을 경우’ 제한상영가로 결정한다는 등급분류 기준에 따른 것”이라고 반박했다. 영등위는 또한 “문제가 된 장면은 남성의 성기가 발기된 채 지속적으로 노출된 장면으로, 일부 언론에서 이 영화의 성기 노출을 4초, 30초 등으로 보도하고 있으나 실제는 1분 55초로 매우 길게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등위는 지난해 11월에도 베니스영화제 퀴어라이온상 수상작인 전규환 감독의 ‘무게’에 제한상영가 판정을 내렸다. 선정성이 과도하다는 이유에서였다. 2011년 베니스영화제 오리종티 부문에 초청된 김경묵 감독의 ‘줄탁동시’ 역시 지난해 성기 노출 장면이 문제가 돼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았다. 모자이크 처리한 뒤에야 개봉할 수 있었다. 폭력성을 이유로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은 영화도 있다. 김선 감독의 ‘자가당착: 시대정신과 현실참여’는 특정 정치인을 떠올리게 하는 마네킹의 목을 자르는 장면이 문제가 돼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았다. 이 영화는 현실 정치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정치적 탄압 논란마저 일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데스크 시각] 상금이 뭐길래/최병규 체육부 차장

    [데스크 시각] 상금이 뭐길래/최병규 체육부 차장

    이틀째 강풍이 몰아친 지난 11일 제주 레이크힐스 골프장. 바람 많은 탐라에서도 가장 심하다는 중산간 지역에 자리잡은 죄(?)로 이 골프장은 밤새 비바람에 시달렸다. 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KLPGT) 시즌 마지막에서 두 번째 대회. 강풍 탓에 전날 라운드가 취소돼 대회는 이날 3라운드가 정상 진행돼야 성립될 수 있었다. 그런데 미친 듯 골프장을 할퀴어대는 강풍은 도무지 진정되지 않았다. 그린에 꽂아놓은 깃대가 거의 ‘ㄱ’자 모양으로 휠 정도로 바람이 거세졌다. 대회를 주관하는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는 마지막날 경기를 취소하기로 잠정 결정한 뒤 이를 선수 대표들에게 통보했다. 그러나 91명을 대표한 ‘선수회’의 의견은 달랐다. 끝까지 해보겠다는 것이었다. 내년 시드권(전 경기 출전권) 확보를 위해 상금을 더 쌓으려는 대다수 선수들의 뜻이 투영된 결과였다. 경기는 낮 12시쯤 시작됐지만 그린 위의 공이 강풍 때문에 데구루루 굴러가는 바람에 결국 취소됐다. 대회 자체도 없던 일이 됐다. 총 상금의 일부가 1라운드 성적대로 선수들에게 분배됐다. 급기야 첫날 선두를 달렸던 A가 그만 눈물을 쏟고야 말았다. A는 투어에 뛰어든 지 3년째다. 우승은커녕, ‘톱 10’에 든 것도 벌써 오래 전 일이다. 성적이 나오질 않으니 대회 때마다 받은 상금도 쥐꼬리만 했다. 빠듯이 투어 비용을 충당할 정도였다. 그는 1라운드를 선두로 마치고 나서 작심한 듯했다. “이번에야말로 우승을 해서 꼭 내년 시드권을 따겠노라.”고. KLPGT 대회에 나가기 위해선 일정 요건에 따른 출전권이 필요한데, 아무나 받는 게 아니다. 전년도 상금 랭킹 50위까지 뚝 잘라 시드권을 부여한다. 나머지는 연말 시드전을 통해서 따야 하는데, 여기엔 무려 250명 가까이 몰려 경쟁이 극심하다. 예선과 본선을 합쳐 모두 6라운드를 뛰어야 하는, 그야말로 ‘고난의 행군’이다. A는 상금 랭킹 90위권에 그쳤다. 물론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지만 대회를 우승했더라면, A는 그 상금으로 단박에 50위 이내까지 뛰어올라 걱정 없이 다음 시즌을 맞게 될 터였다. 프로 스포츠에서 ‘투어’는 돈(상금)을 좇아 오늘은 여기, 내일은 저기로 ‘돌아다니는’ 행위다. 골프를 비롯해 테니스와 사이클, 포뮬러원(F1), 탁구, 볼링, 비치발리볼 등 제법 여러 종목에 걸쳐 있다. 심지어 서양에선 ‘다트’까지 프로로 만들어 투어를 돈다. 프로는 돈으로 말한다. 또 그 돈의 밑바탕은 대회 상금이다. 프로 선수가 제 아무리 운동을 잘한들 상금이 없으면 무슨 소용이랴. 때문에 미여자프로골프(LPGA)에는 ‘상금왕’이란 시상 항목이 따로 없지만, 홈페이지에 가장 크게 게시하는 항목이 상금 순위다. A가 상금 때문에 주저앉았다면, 이튿날 미프로골프(PGA) 투어 시즌 마지막 대회에서 호흡 곤란으로 사선까지 갔다가 우승한 찰리 벨잔(미국)은 받은 상금으로 앞으로 2년의 팔자를 고친 경우다. 11개월 동안 고작 52만 달러에 불과하던 시즌 상금이 이번 대회 우승 상금을 보태 136만 달러까지 급증했다. 상금 순위도 139위에서 63위로 치솟았다. 시드권 커트라인이 125위까지인 PGA 투어에서 잃을 뻔했던 시드권을 다시, 그것도 2년 동안이나 지켜내게 됐다. 프로골프 투어 대회란 게, 대회마다 컷 탈락만 하지 않으면 단 한푼이라도 상금을 받게 되니, 벨잔의 경우 상금이 또 다른 상금을 낳게 된 경우다. 프로야구 한화 지휘봉을 잡은 김응룡 감독은 “프로는 누구에게 보여주기보다 돈으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얼마 전 만난 최경주도 “늘 타이거 우즈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산다. 세계 프로골프 대회와 상금을 수십 배 키워 놓은 그가 없었다면 나 자신 지금과 같은 부(富)를 얻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올 한해 상금에 울고 웃은 프로 선수들, 내년엔 너나없이 모두 함께 웃었으면 한다. cbk91065@seoul.co.kr
  • 김기덕 ‘황금사자’ 머리에 얹다

    김기덕 ‘황금사자’ 머리에 얹다

    김기덕(52) 감독의 영화 ‘피에타’가 세계 3대 영화제 가운데 하나인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을 수상하며 한국영화사에 새로운 획을 그었다. 김 감독의 18번째 영화 ‘피에타’(‘자비를 베푸소서’란 의미의 이탈리아어)는 9일 오전(한국시간)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열린 제69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시상식에서 그랑프리인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한국영화가 베니스·칸(프랑스)·베를린(독일) 등 세계 3대 영화제의 최고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1961년 강대진 감독의 ‘마부’가 베를린영화제 특별은곰상을 받은 뒤 51년 만이다. 채무자들의 돈을 뜯어내며 살아가는 악마 같은 남자(이정진), 30여년 만에 그 앞에 나타나 엄마라고 주장하는 여자(조민수)를 통해 용서와 복수, 속죄란 가능한 것인가를 되묻는 김기덕의 강렬한 이야기가 베니스를 홀렸다. 김 감독은 앞서 베니스영화제(‘빈집’)와 베를린영화제(‘사마리아’) 감독상, 칸 영화제의 주목할 만한 시선상을 받았다. 해외의 호평과는 달리 국내에서는 비주류 아웃사이더로 평가받던 김 감독이었기에 국내 영화계에 던지는 메시지가 적지 않다. 김 감독은 이날 시상식에서 “모든 배우와 스태프에게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피에타’를 선택해 준 모든 이에게 이 영광을 돌리고 싶다.”고 짤막하게 말한 뒤 민요 ‘아리랑’으로 수상 소감을 대신했다. 김 감독은 아리랑을 부른 이유에 대해 “가장 한국적인 것을 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폐막식에 앞서 이탈리아 18~19세 관객이 뽑은 ‘젊은 비평가상’, 이탈리아 온라인 영화매체 기자들이 뽑은 ‘골든 마우스상’, 이탈리아 유명작가를 기리는 ‘나자레노 타데이상’도 받았다. ‘피에타’와 경합을 벌인 ‘더 마스터’의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이 은사자상(감독상)을, 호아킨 피닉스와 필립 세이모어 호프먼이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심사위원 특별상은 ‘파라다이스:믿음’의 울리히 사이들, 각본상은 ‘섬싱 인 디 에어’의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에게 각각 돌아갔다. 한편 새로운 경향을 소개하는 오리종티 부문에서 유민영 감독의 ‘초대’가 최우수 단편영화에 주는 오리종티 유튜브상을 받았다. 비경쟁부문에 초청된 전규환 감독의 ‘무게’도 ‘퀴어 라이온’ 상을 받았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사랑스러운 살인마… 핏빛 끝장액션…상상 그 이상

    사랑스러운 살인마… 핏빛 끝장액션…상상 그 이상

    전 세계 장르영화의 축제인 제1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PiFan)가 오는 19일 개막한다. ‘사랑, 환상, 모험’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영화제는 47개국에서 총 231편의 다양한 영화가 관객들과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매해 여름 오감을 자극하는 도발적이면서도 잔혹한 스타일의 영화를 선보여 온 PiFan이 올해는 어떤 영화들을 선사해 줄까. 박진형·유지선·홍보미 등 이번 영화제 프로그래머 3인과 함께 올해 PiFan의 경향과 프로그램 섹션별로 꼭 봐야 할 추천작 12편을 꼽아 봤다. 금기에 도전하다 올해는 PiFan의 정체성을 다시 확립시켜 주는 금기에 도전하는 강력한 영화들이 부쩍 늘었다. 무제한으로 성적인 표현을 사용하거나 정신과 신체를 넘나드는 극단의 폭력, 영화 내내 유혈이 낭자한 고어 영화 등 어느 분야든 끝을 보고야 마는 치밀하고 치열한 영화들이 영화제를 장식한다. ▲인브레드<금지구역 섹션> 소년원에 수감된 청소년들이 근친상간으로 태어난 변종 인간들의 고문을 피해 사투를 벌인다. 한 편의 핏빛 오페라를 보는 듯 한 웰메이드 액션 고문 퍼포먼스.(박진형) ▲클립<금지구역> 질풍노도의 성장기를 겪는 야스나는 좋아하는 소년을 위해서라면 말 그대로 뭐든지 할 수 있는 당돌한 소녀다. 소녀의 성장기와 세르비아 사회의 역동성이 하드코어에 가까운 대담한 영상에 펼쳐진다.(박진형) ▲인간지네2<월드 판타스틱 시네마 섹션> ‘인간지네’ 영화에 푹 빠져 인간지네를 만들고 싶어 하던 마틴은 사람들을 납치해 검은 욕망을 시도하기 시작한다. 14회 PiFan ‘인간지네’의 속편으로 이번에는 10명이 지네로 둔갑한다.(박진형) ▲어느 프랑스 가족의 섹스 연대기<금지구역> 프랑스 소도시에서 3대가 오손도손 살아온 가족에게 찾아온 위기란 바로 섹스. 이제 할아버지에서 손자에 이르기까지 섹스에 대한 세대별 비밀일기가 펼쳐진다. 프랑스 판 19금 전원일기?(박진형) 장르와 장르의 결합 PiFan이 장르영화제이지만 화제작들을 살펴보면 한 가지 장르로 규정하기가 어렵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장르 교범에 충실하던 영화를 넘어 호러와 코믹을 섞거나 스릴러의 소재들을 잘 결합해 독특한 긴장감을 자아내는 작품들이 선보인다. 코미디, 호러, 퀴어, 판타지, 로맨스, 가족드라마, 사회물 등 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섞였지만 오히려 장르적인 쾌감은 더욱 커졌다. ▲그래버<월드 판타스틱 시네마> 아일랜드의 외딴 섬마을을 습격한 치명적인 괴물, 그래버. 괴물의 약점이 알코올인 것을 알아낸 섬 주민들은 그래버를 죽이기 위해 뱃속과 물총을 독한 술로 잔뜩 채우고 출격한다. 할리우드 괴수물에 비해 아일랜드 특유의 정서가 가미된 색다른 재미가 있다.(홍보미) ▲잠자는 에디를 조심하세요<월드 판타스틱 시네마> 잘나가던 예술가 라스가 얼떨결에 맡게 된 덩치 큰 자폐아 에디에게는 위험한 비밀이 있다. 바로 잠들면 사람 먹는 살인마가 되는 몽유병에 걸린 것. 유혈이 낭자한 장면에도 불구하고 밝고 경쾌한 코미디 톤으로 사랑스러운 식인마를 보여 준다.(홍보미) ▲레드 주식회사<월드 판타스틱 시네마> 영문을 모른 채 지하 회의실에 갇힌 여섯 사람, 그리고 그들을 고문하는 인사 담당. 업무수칙을 따르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상상을 초월하는 신체절단의 문책이 뒤따른다. ‘쏘우’와 ‘큐브’를 잇는 완성도 높은 밀실 호러.(박진형) ▲좀바딩 제1탄:레밍턴의 저주<월드 판타스틱 시네마> 시골청년 레밍턴은 어느 날 갑자기 게이로 변하고 마을에서는 황당하고 어이없는 사건들이 연달아 벌어지는데. 퀴어, 판타지, 로맨스 등 다양한 장르를 비벼 놓은 이 작품은 필리핀에서 비평과 흥행 모두 성공한 수작.(유지선) 원작의 무한변신 이제 소설이나 만화, 영화, 게임은 서로 경계가 사라진 지 오래다. 유명 만화는 영화로, 소설은 영화 혹은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하여 원작의 재해석은 물론 시각적인 즐거움을 제공한다. 원작보다 더욱 더 짜릿하게 찾아온 영화들의 변신을 지켜보는 것도 이번 영화제의 재미. 또한 아시아 판타스틱영화 제작네트워크(NAFF)에서는 올해 ‘원 소스 멀티유즈’ 포럼을 통해 웹툰 등 다양한 원작이 영화화되는 최근의 경향에 대해 고찰한다. ▲아이와 마코토<폐막작> 아이는 마코토를 위해 무엇이든 다 하려 하지만, 어린 시절의 상처로 인한 마코토의 방황은 그치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가 위험에 처하게 되고 그녀를 위한 마코토의 싸움이 시작된다. 동명의 만화를 영화로 옮긴 미이케 다케시의 사랑과 진실에 관한 지극한 헌사.(유지선) ▲제25제국<월드 판타스틱 시네마> 고전 SF 소설 ‘내일은 5만년 후’가 원작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5만년 전 과거로 향하는 세계 2차대전 연합군 특공대의 모험을 그렸다. 나치, 타임머신, 괴물, 로봇, 동성애 등 장르영화의 애장품이 모두 나오는 B급 장르영화 종합선물세트.(홍보미) ▲프로디지 3D<애니판타> 남들과 다른 능력으로 불우한 어린 시절의 기억을 가진 짐보는 자신과 같은 영재들을 모으지만, 사회의 편견에 분노한 아이들은 세상을 뒤엎을 음모를 꾸민다. 1981년 동명의 베스트셀러 만화를 원작으로 한 3D 애니메이션.(박진형) ▲자살가게 3D<스트레인지 오마주> 삶에 대한 의욕도 희망도 없는 우울한 도시에서 자살에 필요한 용품을 파는 가게 주인이 아기를 갖게 되면서 삶의 기쁨을 느끼게 된다. 파트리스 르콩트가 선사하는 환상의 애니메이션.(홍보미)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극장 온 동성애자들도 행복 판타지 꿈꿨으면”

    “극장 온 동성애자들도 행복 판타지 꿈꿨으면”

    게이와 레즈비언의 위장 결혼을 밝게 그린 로맨틱 코미디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21일 개봉). 이 영화의 연출은 지난해 흥행작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과 ‘의뢰인’의 제작자인 김조광수(47) 청년필름 대표의 장편 데뷔작이다. 하지만 그는 공개적으로 커밍아웃을 한 동성애자로 사회적으로 더 큰 관심을 받고 있기도 하다. 김조광수 감독을 지난 13일 서울신문사에서 만났다. →제작자로 활동하다가 장편 영화 감독으로 데뷔한 계기는. -처음 단편 영화를 연출할 때 장편까지 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하다 보니 욕심이 생겼다. 장편을 연출한다고 하니 회사에서는 탄력이 붙었을 때 제작이나 열심히 하라면서 말렸다. 외부에서 검증을 받아오면 검토해 보겠다고 해서 한 영화제에 이번 작품의 기획서를 제출해 상을 받아 제작하게 됐다. →영화는 결혼적령기의 게이 민수(김동윤)와 레즈비언 효진(류현경)이 위장 결혼을 하면서 겪는 해프닝을 그리고 있다. 어떻게 풀어가려고 했나. -위장 결혼을 다루되 소동극의 형태로 장르적 외피를 로맨틱 코미디에서 가져 왔다. 가장 좋아하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인 ‘네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의 오마주로 큰 틀을 비슷하게 하고 그 속에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넣었다. 처음 기획할 때부터 밝고 명랑한 퀴어 영화를 해보고 싶었다. ‘얼마나 힘드냐.’는 질문을 많이 받지만, 실제로는 행복지수가 높은 편이다. 동성애자들이 이성애자들처럼 극장에서 행복 판타지를 꿈꿨으면 하는 생각이 컸다. 극장에서까지 현실을 목도하고 우울함을 겪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 →극중 민수는 부모님의 간섭에서 벗어나기 위해, 효진은 법적 싱글에겐 힘든 아이 입양을 위해서 서로 다른 목적으로 위장 결혼을 한다. 소재는 어디에서 얻었나. -주변에 위장 결혼을 하거나 할 대상을 찾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위장 결혼을 하려다가 시집살이에 며느리 노릇을 강요해 현실을 깨닫고 포기하는 등 결혼에 골인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 실제로 위장 결혼을 한 뒤에 왜 아이가 없느냐면서 한약을 계속 대거나 산부인과에 끌려다니는 통에 괴로워하는 커플을 본 적도 있다. 효진의 캐릭터는 레즈비언의 85% 이상이 입양을 하거나 아이를 낳고 싶어 한다는 설문조사에서 착안했다. →캐스팅이 수월하지만은 않았을 것 같은데. -톱스타들에게 대본을 돌렸지만 거절당했다. 그래서 대중에게 호감은 있었지만 기회를 놓친 배우들을 찾기 시작했다. 드라마 ‘동이’에서 뜰 뻔하다가 함께 나오던 최철호씨가 폭행 사건에 휘말리면서 비중이 확 떨어진 김동윤이 대표적이다. 류현경도 영화 ‘쩨쩨한 로맨스’에서 비중 있는 조연을 했기 때문에 주연으로 끌고 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배우들에게 동성애자들의 러브신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야 한다고 이야기했고 여기에 다들 동의했다. →영화는 주인공 민수가 동성애자임이 밝혀지는 과정에서 절정에 달한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가볍지만 메시지는 강렬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영화는 커밍아웃을 하지 못해 위장 결혼으로 자기를 숨긴 민수의 성장 영화에 가깝다. 이성애자 관객들이 영화를 보면서 자기 정체성을 숨기고 사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공감하고 사회적인 인식을 바꿔줬으면 했다. 꼭 성 정체성에 대한 커밍아웃이 아니더라도 내면의 비밀이나 문제를 고백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공감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의뢰인’ 등 지난해 영화 두 편이 성공했는데, 제작자로서 생각하는 흥행의 비결은. -15년 동안 상업영화, 독립 영화 가리지 않고 꾸준히 제작한 것이 비결인 것 같다. 일단 저희 회사는 개성 있고 완성도 높은 영화를 추구한다. 다른 회사에서 안 만들 것 같은 영화라도 새로운 느낌이면 완성도를 높이는 식이다. 현재 ‘조선명탐정’ 시리즈 2편을 준비하고 있고, 아버지의 빚을 떠안게 된 삼류 배우가 왕회장의 아들로 들어가면서 겪는 해프닝을 그린 휴먼 코미디 영화 ‘배우 수업’의 촬영에 곧 들어갈 예정이다. →지난해 19세 연하의 동성 애인과 결혼한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는데. -저희 어머니는 결혼식에 참석하겠다고 하셨고, 상대 쪽 부모님이 아직 허락을 하시지 않아 설득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현재 한국에서 동성과의 결혼은 허가가 나지 않지만, 결혼식을 마친 뒤 구청에서 혼인신고가 반려된다면 헌법소원을 내고 싸울 예정이다. 헌법의 행복추구권과 평등권에 위반되기 때문이다. →그렇게까지 싸우는 이유는 무엇인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다. 나는 동성애자가 뭔지도 모른 채 사춘기를 우울하게 보냈고, 커밍아웃을 할 때도 남들이 알면 외면할 것 같고 일에 지장이 생기지 않을까 정말 고민이 많았다. 다행히 영화판이 덜 보수적이라서 편하게 드러낼 수가 있었다. 가장 힘들었던 점이 바로 부모님이었다. 어머니는 3년 동안 빨래를 하시다가도, 설거지를 하시다가도 우실 정도로 힘들어하셨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이 아들의 잘못이 아니라 사회의 잘못 때문이라는 것을 이해하신 뒤 편해지셨다. →앞으로 작품 계획은. -다음 연출작으로 40대 동성애자를 주인공으로 한 미스터리 법정 영화를 기획 중이다. 나이가 있기 때문에 다작을 하려고 한다. 제작자로서는 ‘조선명탐정’ 2편이 잘되어서 시리즈로 정착해 회사를 든든히 받쳐주는 버팀목이 됐으면 좋겠다(웃음).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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