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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레이 리조트에서 주검으로 돌아온 영국 소녀 부검 “타살 흔적 없어”

    말레이 리조트에서 주검으로 돌아온 영국 소녀 부검 “타살 흔적 없어”

    말레이시아 열대우림 리조트에 가족 여행을 왔다가 실종 열흘 만에 주검으로 발견된 발달장애 영국 소녀의 죽음에는 아무런 범죄 혐의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현지 경찰이 밝혔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지난 3일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 65㎞ 정도 떨어진 느그리슴빌란주 세렘반의 열대우림 리조트에 2주 일정으로 가족여행을 왔다가 투숙 이튿날 실종돼 지난 13일 리조트에서 2.5㎞ 떨어진 개울에서 옷을 걸치지 않은 주검으로 발견된 노라 앤 퀴어린(15)의 부검을 실시한 결과 아무런 범죄 흔적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15일 밝혔다. 경찰은 굶주림과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에 노라가 자학 행위를 했고, 그 결과 위장 내 출혈이 생겨 숨진 것으로 잠정 결론내렸다. 또 실종 사나흘 안에 숨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노라의 신체 조직 샘플을 떼내 정밀한 검사를 더 진행할 예정이며 부모들은 딸의 유해를 영국으로 데려가도 좋다고 경찰은 밝혔다. 어머니 미브는 딸의 유해를 아일랜드 벨파스트로 송환해 장례를 치를 계획이라고 BBC는 전했다. 노라의 어머니는 벨파스트 출신, 아버지는 프랑스 출신이고, 노라는 어릴 적부터 영국에서 살았다. 노라는 발달장애와 학습장애가 있어 결코 부모의 곁을 떠나지 않는 습성이 있었기 때문에 가족들은 그녀가 제발로 리조트를 떠나지 않았을 것이며 납치됐을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경찰은 앞서 수색구조대 자원봉사자들이 한 시민의 제보를 받고 시신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주검은 곧바로 헬리콥터로 병원에 이송됐다.노라 가족은 12일 벨파스트에 본사를 둔 사업체가 기부했다며 5만 링깃(약 1500만원)을 현상금으로 내걸었다. 또 영국·아일랜드·프랑스 경찰이 현장에 파견됐으며, 심지어 무당들까지 수색에 참여했다. 또 친척들이 만든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에 모인 돈만 11만 6700 파운드(약 1억 7245만원)가 넘었다고 영국 BBC는 전했다. 이모가 만든 페이지에 10만 파운드 이상이 걷혔고, 삼촌이 유로로만 모금한 페이지에 1만 6700 파운드 정도가 모였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영국판 조은누리 사건…밀림서 5일째 실종된 발달장애 소녀

    영국판 조은누리 사건…밀림서 5일째 실종된 발달장애 소녀

    “노라, 사랑해 엄마 여기 있어” 빽빽한 나무들 사이로 실종된 딸을 찾는 어머니의 애타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가족과 함께 말레이시아에서 휴가를 보내던 영국 출신 소녀가 사라진 지도 벌써 5일째. 말레이시아 당국은 경찰과 구조대원, 군 병력, 원주민 등 수백 명을 동원해 열대우림을 샅샅이 뒤지고 있지만 소녀의 흔적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헬리콥터와 드론의 공중 수색 역시 지지부진한 상태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녹음한 어머니의 목소리를 확성기로 틀어대고 있는데 이마저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아일랜드계 어머니와 프랑스계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줄곧 자란 노라 앤 퀴어린(15)은 지난 3일 가족과 함께 말레이시아 세렘반 열대우림 안에 있는 리조트를 찾았다. 다음 날 아침, 소녀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노라의 어머니는 “우리 부부는 2층 침실에서, 노라와 남매 3명은 2층 다른 방에서 잠이 들었다. 그런데 다음 날 일어나 보니 노라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노라가 혼자 숲으로 나왔다 실종된 것으로 보고 수색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노라의 가족은 납치를 강하게 의심하고 있다.노라의 할아버지 실뱅 퀴어린은 “18시간의 비행 끝에 7시간의 시차가 나는 곳에 도착했는데 그런 상황에서 혼자 산책을 나갔을 리는 없지 않으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학습장애와 발달장애가 있는 노라가 평소 혼자 다니는 일이 극히 드물다는 점 역시 이 같은 의문에 무게를 싣고 있다. 게다가 수색에 투입된 탐지견이 리조트와 100m 밖에서부터는 노라의 냄새를 맡지 못했다는 현지 보도가 나와 의문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경찰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잠수부를 투입해 밀림 내 강과 계곡도 수색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이번 사건을 일단 단순 실종으로 보고 수색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가족의 강력한 주장에 따라 납치 등 강력범죄에 연루됐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노르 마르주키 베사르 지방경찰청장은 8일 기자회견에서 수사 방향을 납치로 전환하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지만, 사건의 새로운 단서가 될만한 지문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베라스 청장은 “노라가 실종된 리조트 창문에서 지문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지문의 주인은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경찰이 창문을 집중적으로 조사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노라가 사라진 곳은 쿠알라룸푸르에서 약 63km 떨어진 휴양지 세렘반에 있는 ‘두순’ 리조트. 실종 당일 노라는 2층 침실에서 남매 2명과 함께 잠을 자고 있었으며, 노라의 부모는 2층 다른 방을 쓰고 있었다. 노라가 사라진 뒤 살펴본 리조트의 모든 방문과 창문은 안에서 잠겨 있는 상황. 유일하게 1층 거실 창문만이 열려 있었고 가족들은 노라가 이 창문을 통해 납치되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와 관련해 현지 법의학팀은 노라가 자의로 나갔든 타의로 나갔든 이 창문을 통해 리조트를 빠져나갔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확인했다. 경찰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이 창문은 그리 크지는 않지만 사람이 비집고 드나들기에는 충분해 보인다. 경찰은 일단 창문에서 확보한 지문의 주인을 밝히는데 주력하는 한편, 인터폴에 협조를 요청해 수사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또 노라가 장애가 있는 만큼 낯선 수색대원들보다 가족의 목소리에 더 잘 반응하지 않겠느냔 추측에 따라 형제 등 다른 가족의 목소리도 녹음해 확성기로 재생할 예정이다.발달장애가 있는 10대 소녀가 수풀이 우거진 밀림에서 홀로 사라진 이번 사건은 얼마 전 실종됐다가 극적으로 구조된 조은누리 양을 떠올리게 한다. 지적장애 2급인 조양은 지난달 23일 충북 청주 가덕면 무심천 발원지에서 사라졌다가 열흘 만에 구조됐다. 경찰과 소방당국, 군부대는 연 인원 5천700여 명을 동원해 수색 작업을 벌인 끝에 실종 추정 장소에서 약 1.7km 떨어진 숲속에서 조양을 발견했다. 구조 후 병원 치료를 받던 조양은 건강 상태가 회복돼 9일 퇴원했다. 증발했다는 표현이 맞을 만큼 그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진 노라. 이런 노라에게도 조은누리양과 같은 기적이 일어날지. 가족과 말레이시아 당국은 물론 영국 시민들까지 한뜻으로 소녀의 생환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장정일이 돌아왔다 장정일식 詩語 들고

    장정일이 돌아왔다 장정일식 詩語 들고

    ‘냉무’(내용 없음)로 돌아왔다. 출판사는 ‘장정일이 돌아왔다’고 했고 누군가는 ‘시마(詩魔)가 돌아왔다’고 했다. 그러나 인터뷰 요청 메일을 보낸 기자에게 불과 몇 분 만에 돌아온 것은 ‘냉무’였다. 해설도, 추천사도 없는 시집을 덜렁 낸 시인. 32년 전, ‘무명’ 장정일의 시집에도 없던 그것들은 지금도 없고, 유명해지거나 말거나 장정일은 여전했다. 장정일(57)이 새 시집 ‘눈 속의 구조대’를 냈다. 그간 소설, 에세이, 희곡 등은 꾸준히 써 왔지만 시집은 꼬박 28년 만이다. 문학 교과서에도 나왔던 시 ‘햄버거에 대한 명상’을 쓴, ‘희대의 문제작’ 소설 ‘내게 거짓말을 해봐’를 쓴 그 장정일이다. ●28년 만에 내놓은 시집… 바뀐 것은 현실 인식 32년 전, 현대 자본주의 문명을 비판한 ‘햄버거에 대한 명상’을 쓴 시인은 여전히 문화적 기호에 민감하다. 예순을 바라보는 시인의 시에는 방탄소년단이 등장하고, ‘쇼미더머니’와 ‘고등래퍼’가 나온다. 성역이 없기도 마찬가지다. ‘국위선양의 총체’ 방탄소년단 보고 ‘꺼지라’ 한다. 신에게도 마찬가지다. 하느님은 돌연, 성소수자 담론의 한복판으로 뛰어든다. ‘하느님 아버지, 하느님 아버지 하는데/논리적으로/하느님 어머니는 어디에 계신가?//하느님 아버지에게 부인이 없다면/논리적으로/우주는 하느님 똥구멍으로 나왔을 테지?//만약 하느님 혼자서 부인과 남편을 겸했다면/논리적으로/하느님은 쉬메일(Shemale) 아니신가?’(‘성소수자인 하느님’) 이 문제적 시에 대해 박혜진 문학평론가는 “성소수자를 배제하는 언어들에 대해 바로 반격하는, 정언에는 정언으로 대치해 누구나 보편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장정일식 퀴어 언어”라고 말했다. 바뀐 것은 오로지 현실 인식 하나다. 이는 ‘햄버거에 대한 명상’의 바통을 이어 받은 시 ‘시일야방성대곡’을 보면 알 수 있다. ‘2018년 3월 30일/맥도날드 경희대학교점이 폐점했다’로 시작하는 시는 ‘온통 맥도날드인 세상에서/우리는 장소를 잃어버렸다’로 끝맺는다. 그 시절 신(新)문물 햄버거에 열광했던 우리는, 이제 사라진 맥도날드 앞에서 나라 잃은 백성처럼 목놓아 운다. 시 ‘눈 속의 구조대’에서 ‘현대빌라’를 찾는 구조대는 마을 사람들도 모르는 ‘신현대빌라’ 앞에서 난감해한다. 눈으로 덮여 길이 없으며,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무엇을 잃어버렸는지도 알 수 없는 기묘한 현대상이다. ‘눈 속의 구조대’는 ‘K2’, ‘불타는 집을 교대로 지킨다’ 같은 B안들 중에서 시인이 직접 고른 시집 제목이다. 그만큼 시인의 문제의식이 집약된 시라 할 것이다.●특유의 직설화법·노골적 표현… 장정일 “사회 비판 시집” ‘57년산 아웃사이더’ 시인에게서는 뜻밖에 얼핏 낙담이 보인다. 일련의 레시피를 읊던 ‘햄버거에 대한 명상’, 김춘수 ‘꽃’에 대한 패러디 ‘라디오같이 사랑을 끄고 켤 수 있다면’ 같은 발랄함이 더는 보이지 않는다. 허희 문학평론가는 “웃음으로 치환되지 않는 강고한 현실이나 이 세계의 발전 가능성에 대해 근본적으로 회의를 품고 있는 게 아닐까 한다”며 “예전에는 ‘아버지’라든가, ‘미국’ 같은 기표 등 뚜렷한 적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현대 그 자체가 시인의 적이 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시인은 ‘내가 없는 완벽한 세상/내가 없으면 더욱 아름다운 세계!’(‘내가 없는 세상’)라고 느낌표를 찍었다. 시인은 이번 시집을 80년대 스타일, 사회 비판 시집이라고 했다고 한다. ‘28년 만에 돌아온 한국 시단의 가장 날카로운 자리’라는 헤드카피를 붙인 편집자 서효인 시인은 “자기비판도 치열하고, 여전히 가장 날카로워서”라고 했다. 시 곳곳에 드러나는 시인 특유의 직설어법, 노골적 표현(가장 자주 등장하는 시어는 ‘항문’이다)은 누군가의 심기를 건드릴 수도 있다. 그러나 문학이 꼭 아름다워야 할 필요는 없고, 그래야 한다면 문학은 문학일 필요도 없다는 생각이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리얼 힙합’일지도.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임지연의 내가 갔다, 하와이] 성별 표기 X…性 정체성의 기준을 묻다

    [임지연의 내가 갔다, 하와이] 성별 표기 X…性 정체성의 기준을 묻다

    하와이 주는 미국에서 성소수자 거주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이다. 미국에서 손꼽히는 리뷰 전문플랫폼 ‘옐프'(Yelp)에서는 하와이에 소재한 성소수자 전용 레스토랑, 카페, 바(bar) 등에 대한 정보가 쉽게 공유될 정도다. 또, 와이키키 해변에 입점한 일부 호텔 가운데는 ‘성소수자’ 커플을 위한 전용 호텔도 성황리에 운영 중이다. 뿐만 아니라, 성소수자를 위한 전용 여행 패키지 상품도 현지 여행사를 통해 획기적인 여행상품으로 심심치 않게 등장해오고 있다. 그리고 이들 업체들에 대한 최신 소식은 현지 LGBT(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등의 성소수자) 전용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활발하게 업데이트, 공유되는 형편이다. 그 뿐만 아니라, 하와이 주 호놀룰루 국제공항에서는 입국 시 개인의 성(性)을 묻는 질문 영역에 여성, 남성 외에 LGBT를 선택할 수 있도록 문서 표기 상의 구분 편 의를 제공해오고 있다. 얼마 만큼이나 하와이 주에서의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자유로운지를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실제로 2016년 미국 입법부가 발간한 윌리엄스 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하와이 주가 미국 내에서 성소수자 거주 비율(총 인구 중 약 5.1%)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비교적 이들에 대해 관대한 사회적 인식을 가진 하와이에서도 오직 성소수자라는 성정체성 문제라는 벽에 부딪혀 진학, 취업, 결혼 및 자녀 출산, 양육 등 사회전반에서 심각한 차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지난 2013년 하와이 대학교가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성소수자에 대한 성차별적인 정부 정책과 사회 규범 등으로 인해 트렌스젠더 등 소수자들이 겪는 차별, 피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집계된 바 있다. 또, 지난해 미 보건부가 공개한 ‘성과 성소수자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트랜스 젠더 등 성소수자들의 지위는 사회적인 편견과 부정적인 인식 등으로 빚어진 불균형적 건강 상태와 사회, 경제, 정치 분야에서의 불평등 등의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하와이 주의회 여성위원회는 이번 법안 상정과 관련, 성소수자들의 하와이 내에서의 취업, 투표 등록, 보험 가입 및 보험료 신청, 법 집행 기관과의 상호작용, 은행 계좌 개설, 아파트 임대 및 임차 등의 사례에서 사회적인 차별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 국가에 의해 개인의 성과 공적인 신분증에 기재된 성별과의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인 차별 발생 사례가 빈번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때문에 하와이 주 정부는 지역 주민들과 현지 거주 성소수자들로부터 이들에 대한 사회적인 책무를 다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 받아왔다. 이에 대해 최근 하와이 주 정부는 이른바 ‘젠더 논바이너리’를 하나의 성으로 인정하는 법적 조치가 진행되는 등이 분야와 관련한 한 단계 빠른 움직임이 예측되고 있는 상황이다. ‘젠더 논바이너리’는 남성과 여성이라는 이분법적인 성 정체성에 포함되지 않는 제3의 성을 일컫는 것으로, ‘젠더 퀴어’라고도 불린다. 주 정부가 직접 주도해 추진 중인 ‘젠더 논바이너리’와 관련한 법적인 움직임의 주요 내용은 개인 ID카드, 운전면허증 등 공식적인 신분증 내에 여성(F), 남성(M) 외에 제3의 성‘X’를 표기할 수 있도록 한 것. 하와이 주의회는 신분증에 명시된 성별 표기가 곧 해당 개인의 신원 및 신분 차별을 가능케 하며, 부당한 사회, 경제, 정치적인 피해를 입게 하는 대표적인 이유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남성, 여성이라는 이분법적인 표기를 벗어나, LGBT 스스로 자신의 성별을 선택할 수 있도록 국가가 제공한 공식적인 개인 신분증에 기재하는 성별 선택 범위를 확대, 이들이 사회적인 편견에 대처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이번 법안 마련의 목적이라고 밝혔다.이에 따라 향후 법률 개정을 통해 기존의 개인 ID 카드, 운전면허증 등의 소지자는 일정 수수료 지불을 통해 자신이 기존에 사용했던 신분증 내의 성별을 변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변경될 신분증 상단에는 △시청에 등록된 법적 성명 △생년월일 △거주지 주소 △신분증 번호 외에 스스로 선택한 남성(M), 여성(F) 또는 ‘X’로 표기된 제3의 성을 선택해 명기할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이 같은 성별 변경 절차를 담당할 행정 기관에서는 ‘신청자에 의한 신청 및 문의가 선행되어야 하며, 이를 기준으로 각 개인의 신분증 성별 변경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는 단서 조항이 기재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담당자 임의에 의한 제3 새로운 신분증 발급 등을 금지, 개인의 선택권 및 개인 정보 보호를 우선해야 한다는 일각의 목소리를 존중한 정부 결정으로 보인다. 해당 법안은 현재 주 하원 법사위원회에서 양성 평등 및 소수자 인권 증진 요청으로 시작된 이래, 현재 하와이 주 상원에 계류, 전체 표결을 앞두고 있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오는 2020년 7월 1일을 기준으로 효력이 발취될 전망이다. 그런데 이 같은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적인 지위 인정의 움직임은 비단 하와이 뿐만이 아니다. 미국 연방정부는 이에 앞서 지난 2009년 제3의 성에 대한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에 대해 처음으로 논의를 시작, 약 10년 후인 2017년 워싱턴 D.C를 시작으로 캘리포니아, 콜로라도, 미네소타, 오리건, 아칸소 등지에서 개인 ID 카드, 운전면허증 외에 출생 증명서, 학교 입학 서류 등을 통해 ‘제3의 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해 온 바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 2월 기준, 뉴욕시와 뉴저지주 등 두 곳에서는 출생 후 부모의 선택에 따라 남성, 여성 외에 제3의 성(性)인 X 성별을 출생증명서에 표기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최초로 채택한 바 있다. 해당 지역에서 출생한 이들은 부모의 선택에 따라 x 성별로 최초 표기된 신분증을 발급받은 후, 18세 이후 자신의 선택에 따라 스스로 성별을 선택, 변경한 신분증을 재발급 받을 수 있게 된 것. 더욱이 이때 의사 진단서 없이 부모 스스로 제3의 성별 기재를 선택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부여, 부수적인 행정 과정 일체를 생략하는 등 당사자의 편의를 도모했다는 것이 화제가 된 바 있다. 또한 일각에서는 입학 신청서 등 교육 기관 활용 공식 문서 상 제3의 성 기입이 법적으로 보장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한 발 더 나아간 요구의 목소리가 제기되는 분위기다. 특히 이에 앞서 이미 워싱턴 D.C 교육 당국은 지난 2018년 11월부터 2019년 신입학 모집 학생에 대해 활용되는 공식 교육 문서 상 제3의 성 기입을 허가한 바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목소리에 대해 추가적인 공식 입장을 밝힐 지역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편, 이번 하와이 주 정부 내에서의 성소수자 인권 증진 위한 신분증 내 X 성별 표기 법안은 현재 주정부 의회 내 상정, 표결을 앞두고 있음. 표결될 경우 오는 2020년 7월부터 발효될 예정이다. 호놀룰루=임지연 통신원 808ddongcho@gmail.com    
  • [조영학의 번역과 반역] 여름, 잡초 이야기

    [조영학의 번역과 반역] 여름, 잡초 이야기

    지인이 텃밭을 포기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여름철 잡초에 두 손 두 발 들고 말았단다. 장마철 즈음의 텃밭은 작물이 크는 모습이 보일 정도다. 소나기 한 줌, 한나절 뙤약볕이면 어느새 오이가 하나, 호박이 둘 뚝딱 매달린다. 그 작물보다 쑥쑥 더 잘 자라는 게 잡초다. 일주일에 겨우 한 번 찾기는 하지만, 지난번에 풀을 벤 자리에 벌써 달맞이꽃, 개망초가 무릎 높이까지 올라왔다. 2015년 농촌진흥청 발표에 따르면 당시 우리나라 농경지의 악성 잡초는 모두 619종이다. 불과 50평 남짓의 내 텃밭에도 40~50종은 되는 듯하다. 개망초, 민들레, 애기똥풀, 환삼덩굴, 뱀딸기, 쇠비름, 바랭이, 질경이, 방동사니, 명아주, 닭의장풀, 비름나물 등 한여름 잡초와의 싸움은 힘겨울 수밖에 없다. 제초제를 쓰면 문제는 간단할지 몰라도, 나로서는 농촌진흥청처럼 어느 잡초가 악성인지 구분할 자신이 없다. 더욱이 제초제는 어딘가 나치 정권의 인종청소 같은 느낌이다. 내가 심은 작물 아니면 다 나와! 이 풀, 저 풀에 유대인처럼 ‘잡초’라는 주홍글씨를 달아준 뒤 모조리 제초제 가스실로 보내야 하는 걸까? 꽃 보기가 궁한 이른 봄 텃밭 가득 자리잡은 오랑캐꽃도? 어디선가 날아와 노란 꽃을 무더기로 피워 내는 한여름 큰금계국도? 분홍색 꽃이 아름다운 메꽃은 또 어떤가? “아빠는 동성애를 어떻게 생각해?” 언젠가 TV 뉴스에서 퀴어문화축제를 보며 딸이 물었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이렇게 대답했다. “탕수육을 만들면 아빠, 엄마는 소스를 부어서 먹지만 너희는 찍어 먹잖아? 자기와 성향이 다르다고 비난할 수는 없지 않겠어?” 딸이 보기에도 성소수자를 향한 날 선 비난이 거북했던 것이다. 성소수자가 악성 잡초인 걸까? 그래서 종교인들이 저토록 기를 쓰고 제거하려는 걸까? 내 편이 아니라는 이유로, 우리는 자기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너무 쉽게 ‘잡초’ 낙인을 찍는다. 목숨을 걸고 고국을 탈출한 난민들을 테러범 취급하며 다시 사지로 내몰고, 장애인 특수학교를 혐오시설이라며 반대하고, 심지어 가난한 이웃의 출입을 막겠다며 통로에 장벽을 치는 아파트도 있다. 사실 그 정도면 어느 쪽이 ‘악성’ 잡초인지조차 헷갈린다. 북풍과 해님이 사람 옷 벗기는 내기를 한다는 이솝우화를 좋아한다. 북풍은 차가운 강풍으로 옷을 날리려 하지만 사람들은 도리어 단단히 옷깃을 여민다. 그리고 햇볕이 따뜻한 열기를 보내자 그제야 옷을 벗는다. 텃밭을 하다 보면 깨닫게 된다. 잡초는 제거 대상이 아니다. 제거 자체가 불가능하다. 제초제를 뿌려 발본색원한다고? 처음에는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어느새 내성이 생겨 다시 일어나고 만다. 잡초란 원래 그런 것이 아닌가. 밟으면 밟을수록 고개를 들어 올리는 존재. 테러가 무섭다지만 그 명분을 제공한 것은 애초에 무분별한 박해와 진압이었다. 약자들을 향한 막연한 두려움과 근거 없는 증오는 옷깃을 여미게 하고 저항을 낳는다. 북한을 이만큼 평화의 광장으로 끌어낸 것도 햇볕정책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알고 보면 잡초가 꼭 나쁜 것도 아니다. 토양 입자 사이를 넓혀 물 빠짐을 좋게 하고 유기질을 만들어 미생물의 활동을 도와주며 병충해를 유인해 작물을 보호한다. 큰비가 내릴 경우 토양이 유실되는 것도 막아 준다. 냉이ㆍ쑥ㆍ달래ㆍ민들레 나물은 슈퍼에서도 비싸게 팔리고, 왕고들빼기ㆍ쇠비름은 몸에 좋기로 유명하다. 오래전 잡초와의 싸움을 포기했다. 예쁜 꽃들은 텃밭 한 귀퉁이에 따로 자리를 만들어 옮기고 작물에 직접 피해가 가지 않는다면 이따금 예초기로 키만 조절한다. 이렇게 하면 풀이 쌓여 거름이 되고 오히려 잡초가 나오는 것도 막아 준다. 애초에 잡초라는 이름을 달고 태어나는 풀은 없다. 베려 하면 모두가 잡초이고 품으려 하면 꽃 아닌 것이 없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아무리 하찮은 풀이라도 배제가 아니라 공존의 전략이 필요하다. 그래야 내 몸도 마음도 편해진다.
  • 퀴어소설, 그 이전에 지독한 연애소설

    퀴어소설, 그 이전에 지독한 연애소설

    소설은 철저히 대도시의 사랑 얘기 도시에서 퀴어만 사랑하는 건 아냐 “서울·방콕 등 대도시들의 도시성과 소수자 삶, 밀접하게 이어진 것 같아”출판사는 ‘젊은 소설의 첨단’이라 썼다. 누군가는 ‘현재 한국 문단에서 가장 힙한 작가’라 말한다. 퀴어 소설을 쓰며, 연작소설 ‘대도시의 사랑법’을 최근 펴낸 박상영(31) 작가 얘기다. 전작이자 첫 책인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문학동네)가 나온 지 불과 11개월이 지났다. 그사이 작가는 준편집자가 다 됐다. 대형서점 일반판과 동네서점 특별판 표지를 직접 제안했고, 한 편씩 계간지에 발표할 때부터 한 권의 연작소설을 구상했다. 책 제목도 직접 지었다. ‘박상영 책 예쁘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는 그는 이렇게 책을 탄생시켰다. 지난 3일 책 제목처럼 대도시성이 핍진한 서울 중구 다동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13년 세월을 거슬러 정이현 작가의 ‘달콤한 나의 도시’가 떠오른다고 말했다. “정 작가의 소설집 ‘오늘의 거짓말’ 속 ‘삼풍백화점’이라는 단편을 좋아해요.(웃음) 그 작품을 의도하고 쓴 건 절대 아니었고요. 서울과 방콕, 상하이 등 대도시의 도시성과 소수자의 삶의 방식이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생각했어요.” 소설은 철저히 대도시에서 사랑하는 얘기다. 그의 소설답게 퀴어들의 사랑 얘기가 꼭꼭 나오긴 하지만, 도시에서 퀴어만 사랑하는 것은 아니다. 대학 사회에서 혐오의 대상인, 욕망에 충실한 자유로운 여성 ‘재희’와 게이 남성 ‘나’의 우정을 다룬 ‘재희’, 게이라는 이유로 ‘나’를 정신병원에 가뒀던 엄마의 암 투병을 간병하며 띠동갑 형인 ‘꼰대 디나이얼 게이’를 만나는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대상 수상작 ‘우럭 한점 우주의 맛’ 등이다.책을 읽다 보면 퀴어 소설이기 전에 지독한 연애 소설임을 알 수 있다. ‘재희’ 속 재희와 나는 우정이라는 말로 한정 짓기에는 복잡한 감정들이 오묘하게 섞여 있다. ‘우럭 한점 우주의 맛’ 속 모자(母子)는 엄마의 병을 기화로 무작정 화해 무드로 나가지 않는다.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감염된 ‘나’와 연인 ‘규호’ 얘기를 그린 표제작 ‘대도시의 사랑법’과 연이어 나오는 ‘늦은 우기의 바캉스’는 어떠한가. 이것 아니면 저것으로 형용될 수 없는 복잡다단한 연애의 양태들이다. “읽고 나서 ‘규호랑 연애한 느낌이다’, ‘실제 영이라는 사람이 살고 있는 것 같다’ 그렇게 느껴주시기를 바랐거든요. 퀴어인 인물이 나와 같이 사랑을 하고 살고 있으며, 그 사람들의 일화를 어제 겪었던 일인 것처럼 느껴주신다면 문학상을 받는 것보다 훨씬 소중하다고 생각해요.” 박상영의 연관 검색어에는 ‘게이’가 뜬다. 게이 작가 ‘영’을 1인칭 시점으로 소설 네 편에 나란히 등장시킨 탓에 ‘본인 얘기냐’는 질문을 숱하게 받는다. 그러나 소설은 허구이며, 작가는 커밍아웃을 한 적이 없다. ‘커밍아웃 1호 소설가’ 김봉곤 작가와 함께 퀴어 소설의 아이콘으로 호명되면서부터는 일종의 책임감이 생겼다. “퀴어 소설을 쓰고 싶어 하는 습작생들이 많아요. 자기가 원하면 커밍아웃을 할 수 있지만, 본인이 퀴어라고 얘길 해야만 주목받고 소설을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걱정이 돼요. 그건 ‘선택’의 영역이 돼야 하거든요.” 정작 본인 글이 퀴어 소설로 한정되는 것에 대한 부담이나 불편은 없을까. “당사자들의 피드백을 받고 어떤 이들에겐 영향을 주는 직업을 가지고 있으니까, 더욱 용감해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다만 최대한 제대로 쓰고 싶다는 욕구가 있어요. 퀴어나 여성이나 암환자 등을 그리면서도 최대한 입체적이고 살아 있는 인물을 그리고 싶어요.”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성 소수자 해방의 날” 뉴욕에 400만 무지개

    ‘스톤월 항쟁’ 50주년을 맞은 30일(현지시간) 성 소수자를 상징하는 형형색색의 무지갯빛이 뉴욕을 비롯한 미국 주요 도시의 길거리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게이바 ‘스톤월’ 급습, 해방운동 시초로 AP통신 등 외신은 LGBTQ(레즈비언·게이·바이섹슈얼·트랜스젠더·퀴어 등 성 소수자) 인권 운동인 ‘게이 프라이드 행진’이 지난달 전 세계 여러 도시에서 진행된 가운데 마지막 날인 30일 뉴욕의 맨해튼에서 ‘월드 프라이드’라는 이름으로 개최됐다고 전했다. 갖가지 상징물을 든 700개의 대표단 소속 15만명이 맨해튼 미드타운부터 로어 맨해튼까지 행진했다. 주최 측은 참석자와 관람객까지 합해 400만명이 운집한 것으로 보고 역사상 최대 규모의 게이 프라이드 행진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했다. 35년째 행진에 참가하고 있는 프랜시스 골딘(95)은 매년 “나는 내 레즈비언 딸을 사랑해요. 그들(성 소수자)을 안전하게 해줘요”라는 내용의 손팻말을 들고 나섰다. 골딘은 이날 딸 르니와 딸의 아내 마지와 함께했다. 이번 행사는 전 세계 성 소수자들에게도 의미가 깊다. 1969년 6월 28일 뉴욕 맨해튼 그리치니빌리지의 게이바인 ‘스톤월 인’에 뉴욕 경찰이 급습해 동성애자들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스톤월 항쟁’이 올해로 50주년을 맞아서다. 성 정체성을 이유로 체포되곤 했던 성 소수자들은 더는 견딜 수 없다며 경찰에 맞서 싸웠고 이는 성 소수자 해방운동의 시초가 됐다. 스톤월 인은 2016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미 국가기념물로 지정됐으며 뉴욕 경찰은 지난달 6일 처음으로 스톤월 급습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시카고 등 주요 도시서도 최대 인원 참가 미국의 다른 여러 도시에서도 스톤월 항쟁 50주년을 기념한 프라이드 행진이 열렸다. 시카고에서는 미국 최초의 흑인이자 동성애자 여성 시장인 로리 라이트풋이 아내와 함께 퍼레이드에 참석해 “어린 성 소수자들을 보호하려면 어떤 노력이든 기울여야 한다”고 발언했다. J 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는 이날 트랜스젠더 학생들의 권리를 연구하는 태스크포스 창설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성 소수자 인권 보호에 동참했다. 한편 여러 기업의 후원으로 화려함을 뽐내는 프라이드 행진이 스톤월 항쟁의 정신을 드러내지 못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뉴욕 시내에서 별도의 ‘퀴어 해방 행진’을 진행했다. 프라이드 행진에 수많은 경찰이 배치된 데 반해 이들 대안 행진에는 자원봉사자들이 보안을 담당했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이정수의 B-Side] LGBT 꺼리는 케이팝… BTS 유엔 연설 한국에선 언제쯤

    [이정수의 B-Side] LGBT 꺼리는 케이팝… BTS 유엔 연설 한국에선 언제쯤

    지난 29일(현지시간) 열린 중화권 최고 권위의 음악시상식 대만금곡장은 대만의 톱가수 차이이린을 위한 자리가 됐다. 차이이린이 지난해 말 발표한 앨범 ‘어글리 뷰티’와 수록곡 ‘장미소년’(Womxnly)은 대상 격인 ‘올해의 앨범’과 ‘올해의 노래’를 모두 휩쓸었다. ‘장미소년’은 여성스러운 행동 때문에 오랫동안 괴롭힘을 당하다 학교에서 사망한 15세 소년을 추모하는 노래다. 지난 5월 17일 아시아 최초로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대만 분위기와 맞물려 ‘올해의 노래’ 수상작으로 일찌감치 점쳐졌다. 서구권에서는 6월을 ‘프라이드 먼스’(LGBT 인권의 달)로 기념한다. 미국 대중음악산업의 상징 중 하나인 빌보드는 6월 들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공식 계정 로고를 LGBT 인권을 의미하는 무지개색으로 바꿨다. 미국의 ‘국민 여동생’으로 불렸던 테일러 스위프트는 신곡 ‘유 니드 투 캄 다운’에서 호모포비아들의 LGBT 혐오를 조롱했다. 인기 토크쇼 진행자 엘런 디제너러스, 팝 가수 애덤 램버트 등 커밍아웃한 유명인들이 뮤직비디오에 대거 출연해 화제가 됐다. 세계 곳곳에서 대중가요가 성소수자를 포괄하는 LGBT 인권 향상에 앞장선다. 하지만 케이팝 산업은 스스로 세계화를 자처하면서도 LGBT 등 젠더 이슈와는 최대한 거리를 두려는 모습이 역력하다.지난달 5일 가수 선미의 폴란드 공연 사진이 화제가 됐다. 선미는 공연 도중 한 팬이 건넨 커다란 무지개 깃발을 들고 춤을 췄다. 이 사진이 ‘커밍아웃’ 오해를 받자 선미는 SNS 메시지로 이를 부인하면서도 “LGBT를 지지한다”며 소신을 밝혔다. 소속사 메이크어스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이 행동이 ‘지지’로 비쳐지는 것을 경계하면서 “다양성 존중 차원으로 이해해달라”고 당부했다. 최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콘서트를 연 트와이스는 유닛 무대 중 하나로 레이디 가가의 ‘본 디스 웨이’를 선보였다. 2011년 발매된 ‘본 디스 웨이’는 전 세계 퀴어 퍼레이드에서 주제가처럼 불린다. 이 곡을 직접 선곡한 채영은 나연, 정연, 미나와 함께 LGBT 관련 가사까지도 개사 없이 원곡대로 불렀다. 이와 관련, JYP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색다른 무대 연출’을 강조하면서 “LGBT 지지는 아니었을 것”이라며 조심스럽게 선을 그었다. 젊은층의 LGBT에 대한 우호적 인식 변화는 아이돌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방탄소년단 RM이 유엔 연설에서 “여러분이 어느 나라 출신이든, 피부색이 어떻든, 성 정체성이 어떻든, 여러분 자신에 대해 말하면서 여러분의 이름과 목소리를 찾으세요”라고 말한 것이 대표적 예다.밖에서는 자신의 목소리를 낼 줄 아는 아이돌들이 소속사의 엄격한 관리 아래 사회적 이슈에 대해 말 한마디 못하는 상황이 언제까지 계속될까. 최근 만난 홍석천에게 대만 동성결혼 합법화 얘기를 하면서 한국에서는 언제쯤일지 묻자 “가능하겠나”라고 반문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커밍아웃을 한 지 20년 가까이 흘렀지만 유명인의 LGBT 지지 발언조차 찾아보기 쉽지 않다. 여러 선진국에서 LGBT 인권이 부상한 데에는 대중문화를 통한 인식 개선이 큰 역할을 했다. 방탄소년단이 유엔 총회장에서 그랬던 것처럼 국내에서도 LGBT 인권을 직접 말할 수 있을 때쯤에야 조금 더 열린 세상에 대한 희망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tintin@seoul.co.kr
  • [이정수의 B-Side] LGBT 꺼리는 케이팝… BTS 유엔 연설 한국에선 언제쯤

    [이정수의 B-Side] LGBT 꺼리는 케이팝… BTS 유엔 연설 한국에선 언제쯤

    지난 29일(현지시간) 열린 중화권 최고 권위의 음악시상식 대만금곡장은 대만의 톱가수 차이이린을 위한 자리가 됐다. 차이이린이 지난해 말 발표한 앨범 ‘어글리 뷰티’와 수록곡 ‘장미소년’(Womxnly)은 대상 격인 ‘올해의 앨범’과 ‘올해의 노래’를 모두 휩쓸었다. ‘장미소년’은 여성스러운 행동 때문에 오랫동안 괴롭힘을 당하다 학교에서 사망한 15세 소년을 추모하는 노래다. 지난 5월 17일 아시아 최초로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대만 분위기와 맞물려 ‘올해의 노래’ 수상작으로 일찌감치 점쳐졌다. 서구권에서는 6월을 ‘프라이드 먼스’(LGBT 인권의 달)로 기념한다. 미국 대중음악산업의 상징 중 하나인 빌보드는 6월 들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공식 계정 로고를 LGBT 인권을 의미하는 무지개색으로 바꿨다. 미국의 ‘국민 여동생’으로 불렸던 테일러 스위프트는 신곡 ‘유 니드 투 캄 다운’에서 호모포비아들의 LGBT 혐오를 조롱했다. 인기 토크쇼 진행자 엘런 디제너러스, 팝 가수 애덤 램버트 등 커밍아웃한 유명인들이 뮤직비디오에 대거 출연해 화제가 됐다. 세계 곳곳에서 대중가요가 성소수자를 포괄하는 LGBT 인권 향상에 앞장선다. 하지만 케이팝 산업은 스스로 세계화를 자처하면서도 LGBT 등 젠더 이슈와는 최대한 거리를 두려는 모습이 역력하다.지난달 5일 가수 선미의 폴란드 공연 사진이 화제가 됐다. 선미는 공연 도중 한 팬이 건넨 커다란 무지개 깃발을 들고 춤을 췄다. 이 사진이 ‘커밍아웃’ 오해를 받자 선미는 SNS 메시지로 이를 부인하면서도 “LGBT를 지지한다”며 소신을 밝혔다. 소속사 메이크어스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이 행동이 ‘지지’로 비쳐지는 것을 경계하면서 “다양성 존중 차원으로 이해해달라”고 당부했다. 최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콘서트를 연 트와이스는 유닛 무대 중 하나로 레이디 가가의 ‘본 디스 웨이’를 선보였다. 2011년 발매된 ‘본 디스 웨이’는 전 세계 퀴어 퍼레이드에서 주제가처럼 불린다. 이 곡을 직접 선곡한 채영은 나연, 정연, 미나와 함께 LGBT 관련 가사까지도 개사 없이 원곡대로 불렀다. 이와 관련, JYP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색다른 무대 연출’을 강조하면서 “LGBT 지지는 아니었을 것”이라며 조심스럽게 선을 그었다.젊은층의 LGBT에 대한 우호적 인식 변화는 아이돌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방탄소년단 RM이 유엔 연설에서 “여러분이 어느 나라 출신이든, 피부색이 어떻든, 성 정체성이 어떻든, 여러분 자신에 대해 말하면서 여러분의 이름과 목소리를 찾으세요”라고 말한 것이 대표적 예다. 밖에서는 자신의 목소리를 낼 줄 아는 아이돌들이 소속사의 엄격한 관리 아래 사회적 이슈에 대해 말 한마디 못하는 상황이 언제까지 계속될까. 최근 만난 홍석천에게 대만 동성결혼 합법화 얘기를 하면서 한국에서는 언제쯤일지 묻자 “가능하겠나”라고 반문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커밍아웃을 한 지 20년 가까이 흘렀지만 유명인의 LGBT 지지 발언조차 찾아보기 쉽지 않다. 여러 선진국에서 LGBT 인권이 부상한 데에는 대중문화를 통한 인식 개선이 큰 역할을 했다. 방탄소년단이 유엔 총회장에서 그랬던 것처럼 국내에서도 LGBT 인권을 직접 말할 수 있을 때쯤에야 조금 더 열린 세상에 대한 희망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아기 숨지게 한 무책임한 부부, 살인죄 적용 안된 이유

    아기 숨지게 한 무책임한 부부, 살인죄 적용 안된 이유

    부부싸움 후 가출…게임·술“배우자가 돌볼 줄 알았다” 핑계미필적 고의 살인 적용 어려워아기 사인은 미상…“굶어 죽은 건 아냐”7개월된 딸을 5일동안 홀로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부부가 학대치사죄로 검찰에 넘겨졌다. 경찰은 애초 이들에게 살인죄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두 사람 모두 딸의 사망 가능성을 사전에 예상하지 못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인천지방경찰청은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구속한 A(1·사망)양의 부모 B(21)씨와 C(18)양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14일 밝혔다. B씨 부부는 지난달 26일부터 같은 달 31일까지 5일간 인천시 부평구 한 아파트에 생후 7개월인 딸 A양을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 부부에게 살인죄를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했으나 “상대방이 아이를 돌볼 줄 알았다”는 부부 진술을 토대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하기 어려운 것으로 판단했다.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은 피의자가 피해자의 사망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했고 사망해도 어쩔 수 없다는 인식이 있을 경우 인정된다. 경찰 관계자는 “만약 부부 중 한 명이 아이를 방치해 숨지게 했다면 ‘방치 후 사망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해 살인죄 적용을 할 수도 있겠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부부가 서로 돌볼 거라고 생각해 사망까지 예견한 것으로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달 23일 심하게 다툰 이 부부가 당일 오후 늦게 차례로 집을 나간 뒤 아내 혼자 귀가해 다시 외출하기 직전인 같은 달 26일 오후 6시부터 A양이 방치된 것으로 추정했다. B씨는 집을 나간 뒤 친구와 게임을 하고 지냈으며 C양도 지인들과 새벽까지 술을 마셨다. B씨는 아이가 방치된 지 닷새만인 지난달 31일 오후 4시에 자택에 들어가 안방 아기 침대 위에서 딸이 숨져 있는 것을 확인하고도 그대로 두고 15분 만에 다시 집을 나온 것으로 조사됐다. C양도 같은 날 오후 10시쯤 지인인 아는 오빠와 함께 집에 들어갔다가 숨진 딸을 그냥 두고 10분 만에 재차 외출했다. C양은 경찰에서 “집에 옷을 찾으러 가려고 남편에게 전화했는데 다짜고짜 ’집에 들어가지 말라‘고 해 뭔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며 “무서워서 아는 오빠에게 부탁해 함께 집에 갔다가 숨진 딸을 발견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지난 5일 오후 9시 50분쯤 부평구 한 길거리에서 B씨 부부를 긴급체포하고 다음 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C양은 긴급체포된 이후 경찰 추가 조사에서 “평소 아이 양육문제뿐 아니라 남편의 외도와 잦은 외박 문제로 다툼이 많았다”며 “서로가 돌볼 거라고 생각하고 각자 집을 나갔다”고 자백했다. 앞서 B씨 부부는 최초 참고인 조사에서 “지난달 30일 아이를 재우고서 마트에 다녀왔는데 딸 양손과 양발에 반려견이 할퀸 자국이 있었고 다음 날 숨졌다”고 주장했으나 경찰 수사 결과 거짓말로 확인됐다. 이들은 경찰서에 참고인 조사를 받으러 가던 중 C양의 지인 차량에서 거짓 진술을 하기로 말을 맞춘 것으로 드러났다. A양은 지난 2일 오후 7시 45분 숨진 상태로 외할아버지에 의해 처음 발견될 당시 아파트 거실에 놓인 종이 상자에 담겨 있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A양 시신을 부검한 뒤 “위·소장·대장에 음식물이 없고 상당 기간 음식 섭취의 공백이 있었다”면서도 “사인이 아사(餓死)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는 1차 구두 소견을 경찰에 전달했다. 경찰 관계자는 “B씨 부부는 이번 사건 이전에도 종종 아이를 두고 외출한 적이 있다”며 “현재까지 A양 사인은 미상이며 한두 달 뒤 국과수의 최종 부검결과를 받아보고 사인을 다시 판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WP “美대사관들 무지개 깃발 게양은 본국 지침에 저항”

    미국 국무부가 ‘성소수자 인권의 달’인 6월에 동성애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을 내걸어도 되느냐는 각국 미대사관의 요청을 거부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지난 8일(현지시간) 전했다. 하지만 주한 미대사관은 지난달 18일부터 3주간 무지개 깃발을 건물 외벽에 내걸어 본국의 지침에 ‘저항’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WP는 이날 국무부 소식통을 인용해 이달 초 이스라엘과 독일, 브라질, 라트비아 등에 있는 미대사관에서 무지개 깃발을 걸어도 되느냐고 본부에 문의가 왔지만 모두 불허됐다고 전했다. 원래 무지개 깃발 게양은 대사관 차원에서 알아서 결정해도 되는 사안이었지만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취임한 지난해부터 본부 승인을 받으라는 공문이 각 대사관에 배포됐다. WP는 이에 대해 폼페이오 장관이 ‘결혼은 남성과 여성의 결합’이라고 믿는 복음주의 기독교인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WP는 한국, 인도, 오스트리아 등 일부 해외 공관에서는 무지개 깃발을 내걸고 있다면서 “저항의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NBC는 외교관들을 인용해 각 대사관이 허가를 받아야 하는 대상은 깃대에 거는 깃발일 뿐 건물 벽 등에 무지개 깃발을 거는 것은 허용된다고 전했다. 서울 종로구의 주한 미대사관은 지난 1일 개막한 제20회 서울퀴어문화축제를 축하하기 위해 지난달 18일부터 깃대가 아닌 건물 전면에 가로 8m, 세로 4m 크기의 6색 무지개 깃발을 내걸었다가 지난 9일 철거했다. 주한 미대사관 측은 10일 “성 소수자와 인권을 지지한다는 의미로 내걸었으며 지난 9일 서울퀴어문화축제가 끝나 이를 제거했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영상] 버스에서 손 잡은 동성 커플에 키스 강요, 거부하자 얼굴에 주먹질

    [영상] 버스에서 손 잡은 동성 커플에 키스 강요, 거부하자 얼굴에 주먹질

    영국의 동성애자 여성들이 런던 시내 버스 안에서 10대 남자 청소년들에게 무참한 폭행을 당했다. 15~18세 네 명이 지난달 30일(이하 현지시간) 새벽 2시 30분 캠든 타운 근처를 달리던 심야버스 2층 좌석에 두 여성이 나란히 앉아 있는 것을 발견하고 놀리기 시작하며 둘이 키스할 것을 강요했고 여성들이 거부하자 마구 주먹을 휘둘렀다. 네 명 모두 강도와 신체 상해 혐의 등으로 체포됐다. 멜라니아 게이모낫(28)과 파트너 크리스(29)가 횡액을 당해 병원 치료를 받고 지금은 퇴원했다. 게이모낫은 다음날 출근을 하지 못했다고 BBC 라디오4의 월드 앳 원에 출연해 털어놓았다. 그녀는 이전에도 언어 희롱은 수도 없이 당했지만 주먹질을 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게이모낫은 상황을 모면하려고 우스갯소리를 하려 했으나 크리스는 영어를 하지 못해 이런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굴었다. 크리스는 몸이 아픈 척까지 했는데 그 사내애들이 동전을 던지기 시작했다. 크리스를 먼저 때리기 시작했고 게이모낫이 말리려 하자 이번에는 게이모낫에게 주먹을 휘둘러 코뼈를 부러뜨렸다. 달아나기 전에는 휴대전화와 가방을 빼앗았다. 크리스는 이런 일 때문에 공개적인 장소에서 둘이 손 잡는 일, 다시 말해 퀴어 취향임을 드러내는 일을 앞으로 그만 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 역시 무척 화나고 끔찍한 순간이었다고 돌아봤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영상을 통해 용의자들을 쉽게 파악했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와 제러미 코빈 노동당 당수, 사디크 칸 런던 시장 등이 이런 동성애 혐오 범죄는 다시 없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철저한 수사와 함께 피해 여성들을 위로했다. 지난해 런던에서 동성애 혐오 범죄는 2308건이 발생해 2014년 1488건의 곱절에 가까워졌다고 BBC가 경찰 통계를 인용해 7일 전했다. 사진·영상= BBC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7개월 딸 죽음 반려견 탓하더니 SNS에 술자리 사진도 올려

    7개월 딸 죽음 반려견 탓하더니 SNS에 술자리 사진도 올려

    거짓말 부부, CCTV에 학대치사 덜미딸 방치 뒤 술자리 사진 SNS 올린 엄마아빠는 게임에 빠져…네티즌 공분 반려견이 할퀴어서 숨졌다는 부부의 진술과 달리 인천의 한 아파트에서 숨진 생후 7개월 여자아기는 일주일 가까이 부모 없이 혼자 방치됐다가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이는 부검 결과 장내 음식물이 남겨져 있지 않는 등 상당 기간 음식을 먹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이의 엄마는 아이를 방치한 뒤 나흘간 술자리를 가진 사실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초기 경찰 조사에서 반려견 탓을 하며 딸의 죽음에 대해 거짓말을 했던 어린 부부는 집을 드나든 시각이 고스란히 폐쇄회로(CC)TV에 찍히면서 덜미를 잡혔다. 8일 인천지방경찰청 여청수사계에 따르면 아파트 주변 CCTV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확인 결과, 부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A(1·사망)양의 부모 B(21)씨와 C(18)양을 구속했다. B씨 부부는 지난달 25일부터 같은 달 31일까지 6일간 인천시 부평구의 한 아파트에 생후 7개월 딸A양을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A양의 위·소장·대장에 음식물이 없고 상당 기간 음식 섭취의 공백이 있었다’는 국과수의 1차 구두 소견을 토대로 정확한 사인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이 평소에도 부부싸움을 자주 했다”면서 “상대방이 아이를 돌볼 거라고 생각하고는 각자 외출했고 방치된 아이는 사망했다”고 말했다.생후 7개월 A양이 숨진 채 발견된 시점은 지난 2일 오후 7시 45분이다. A양 외할아버지는 딸 부부와 연락이 닿지 않자 사위 집에 찾아갔다가 거실에 놓인 종이 상자 안에서 숨져 있는 손녀를 발견했다. 종이 상자 위에는 이불이 덮여 있었다. 깜짝 놀란 외할아버지는 곧바로 112에 신고했고 경찰은 A양 부모인 B씨와 C양을 유가족 신분으로 참고인 조사했다. B씨 부부는 최초 경찰 조사에서 “지난달 30일 오후 딸을 재우고서 마트에 다녀왔다”면서 “귀가해보니 딸 양손과 양발에 반려견이 할퀸 자국이 있어 연고를 발라줬다”고 진술했다. 이어 “분유를 먹이고 딸 아이를 다시 재웠는데 다음날(5월 31일) 오전 11시쯤 일어나 보니 숨져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실제로 태어난 지 8개월 된 시베리안 허스키와 5년 된 몰티즈를 집에서 키운 것으로 파악됐다. 숨진 아이를 보고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아버지인 B씨는 “무섭고 돈도 없어 아내를 친구 집에 보내고 나도 다른 친구 집에 가 있었다”고 진술했다.그는 또 “시베리안 허스키의 발톱이 길어 평소 나도 다친 적이 있다”면서 “그냥 아이를 두고 가면 반려견이 또 할퀼 것 같아 종이 상자에 담아 이불을 덮어뒀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이 이 어린 부부가 살던 아파트의 주변 CCTV를 확인한 결과 이러한 진술은 모두 거짓말로 확인됐다. B씨 부부는 지난달 23일 저녁 심하게 다퉜다. 그날 오후 7시 15분쯤 C양이 남편과 딸을 두고 먼저 집을 나갔고, 남편도 40여분 뒤 딸을 혼자 두고 집에서 나갔다. 하루 넘게 A양을 반려견과 함께 방치한 이들 부부는 다음날인 24일 밤에야 따로따로 집에 들어간 뒤 A양에게 분유를 먹였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남편은 귀가했다가 24일 밤에 다시 집을 나가고, 아내는 25일 아침에 집을 나가면서 A양은 다시 홀로 집에 방치됐다. 현재까지 경찰 수사 결과를 종합하면 아내가 집을 나가고 A양이 다시 방치된 시점은 25일 오전 7시로 추정된다. A양의 정확한 사망 시점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B씨 부부가 모두 집을 떠난 뒤인 25일 아침부터 B씨가 A양의 사망 사실을 확인한 31일 오후 4시 15분까지 약 1주일간 A양은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 방치된 것이다. B씨는 31일 먼저 집에 들어갔다가 아기가 숨진 사실을 확인하고는 15분 만에 나온 뒤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집에 들어가지 말라”고 말했다. C양이 “왜 그러냐”고 하자 “그냥 말 들어라”며 이유를 말하지 않았다.이를 이상하게 여긴 C양도 같은 날 오후 10시쯤 집을 찾았다가 딸이 숨져 있는 것을 보고는 10분 만에 그냥 나왔다. B씨 부부는 이달 1일 저녁 함께 집에 들어갔다가 1시간가량 머문 뒤 다시 나와 이후부터는 모텔에서 같이 지내며 이번 사건이 알려질까 노심초사했다. 결국 아파트 CCTV에 집을 드나든 시간대와 B씨 부부의 진술이 전혀 맞지 않았고, 경찰의 추궁 끝에 부부는 범행 사실을 모두 자백했다. C양은 경찰 추가 조사에서 “평소 아이 양육문제뿐 아니라 남편의 외도와 잦은 외박 문제로 다툼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종환 인천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7일 B씨 부부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도주할 우려가 있다”면서 10대인 어머니 C양에 대해서도 “(형법상) 소년이지만 구속해야 할 부득이한 이유가 있다”고 구속 사유를 밝혔다. 한편, C양은 딸을 집에 혼자 방치하기 시작한 지난달 25일 이후 지인들과 술자리를 하며 찍은 사진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잇따라 올린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누리꾼의 공분을 일으켰다. C양은 집을 나온지 엿새 만인 지난달 31일 밤 늦게 귀가했다가 딸이 사망한 사실을 알고 한 시간 가량 뒤 SNS에 ‘3일 연속으로 X같은 일들만 일어난다’며 욕설을 남겼다. 다음날 C양은 딸이 보고 싶다는 글을 남겼고 이틀 뒤에는 지인에게 빌려준 돈을 받지 못했다며 반성과는 거리가 먼 화난 듯한 글을 쓰기도 했다. 특히 딸이 방치된 나흘 내내 새벽 늦게까지 술을 마셨던 사실도 SNS에서 확인됐다. C양은 지난 25일 아침에 집을 나간 뒤 28일까지 나흘간 지인들과 술자리를 하며 사진과 글을 잇달아 올렸다. 이 기간 아이 아빠인 B씨는 친구들과 게임을 하며 지냈다고 진술했다. 31일 오후 아빠가 집에 들어와 딸이 숨진 걸 확인할 때까지 6일간 이들 부부는 서로 연락을 주고받으면서도 아이에 대한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누리꾼들은 C양의 SNS에 ‘제대로 키우지도 못할 자식을 왜 낳았느냐’며 수천개의 비난 댓글을 달았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성소수자 혐오 콘테츠 삭제한다던 유튜브 배신에 들끓는 여론

    성소수자 혐오 콘테츠 삭제한다던 유튜브 배신에 들끓는 여론

    세계 최대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가 성소수자를 겨냥한 혐오 발언이 담긴 콘텐츠를 방치하고 있다는 비난에 휩싸였다. 유튜브는 5일 극단주의·혐오 발언이 포함된 동영상과 채널 수천 개를 삭제한다고 밝혔으나 그 기준이 여전히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 온라인매체 복스는 6일(현지시간) ‘유튜브가 혐오 발언을 허용할 지 모른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자사에 소속된 비디오 저널리스트인 카를로스 마자의 사례를 소개했다. 성소수자인 마자는 지난달 30일 트위터 계정에 유튜버 스티븐 크라우더가 게재한 영상 편집본을 올리며 그가 지난 2년간 자신의 인종·성정체성을 가지고 혐오 발언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마자는 복스의 유튜브 채널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시대 뉴스 미디어의 역할을 분석하는 시리즈물을 제작해 올리고 있다. 마자는 크라우더가 자신이 게이이고 라틴계라는 사실을 언급하며 조롱해왔으며, 크라우더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팔로워들이 그를 따라 마자에게 혐오 발언을 하며 사생활을 침해해온 사실을 처음 공개했다. 마자가 올린 영상 편집본에는 크라우더가 마자를 ‘게이 복스 작가‘라 지칭하며 동성애 혐오적 관점에서 그의 말과 행동을 과장되게 흉내내는 장면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캐나다계 미국인인 크라우더는 우익 성향 정치평론가를 자처하는 배우 겸 코미디언으로 400만명의 유튜브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뉴스, 대중문화, 정치 등을 다루는 자신만의 사이트를 운영 중이며, 이를 기반으로 블레이즈TV를 통해 방영되는 쇼 프로그램인 ‘라우더 위드 크라우더’를 진행한다. 유튜브 측은 지난 4일 크라우더의 언행은 정치적 논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발언이라는 마자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놨다. 성소수자 권리를 옹호하는 커뮤니티 사이에서는 이같은 유튜브의 대응에 격분하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복스는 이번 사건이 전 세계적으로 퀴어(성소수자) 축제가 열리는 시기와 맞물려 알려지면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 퀴어 축제는 1970년 6월 28일 미 뉴욕에서 ‘스톤월 항쟁’을 기념하는 ‘게이 프라이드’ 행사로 시작해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해마다 열린다. 현대 성소수자 인권운동의 불씨가 된 ‘스톤월 항쟁’은 1969년 미 경찰이 뉴욕 그리니치 빌리지에 있는 게이바 ‘스톤월 인’에 들이닥쳐 성소수자를 마구잡이로 체포하면서 일어난 시위를 말한다. 제임스 오닐 뉴욕 경찰국장은 이날 경찰의 ‘스톤월 인’ 급습에 대해 50년 만에 처음 사과하기도 했다. 퀴어 축제에는 성소수자들뿐 아니라 그들의 권리를 옹호하는 사람들이 함께 동참한다. 스톤월 항쟁 50주년을 맞는 올해 뉴욕 게이 프라이드 행사엔 전 세계에서 400만 명이 참석할 것이라고 주최 측은 내다봤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반려견이 할퀴어 아이 죽었다는 부모…국과수 “사인 아냐”

    반려견이 할퀴어 아이 죽었다는 부모…국과수 “사인 아냐”

    국과수 1차 부검 “사인 미상”최종 부검 결과 후 사인 판단경찰, 부모 휴대전화 분석 착수사체유기죄 적용 여부 법리 검토인천의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된 생후 7개월 여자아이의 사인이 아이 부모가 주장했던 반려견에 의해 할퀴어진 상처 때문이 아니라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의견이 나왔다. 발견 당시 종이 상자에 담겨 있던 아이에 대해 아이 부모는 “사망한 아이를 보고 무서워서 집을 비웠다”고 말했다. 경찰은 아이 부모의 휴대전화를 받아 분석 작업에 들어갔다. 인천지방경찰청은 4일 최근 인천의 한 아파트에서 반려견 2마리와 함께 혼자 방치됐다가 숨진 A(1)양의 시신 부검을 국과수에 의뢰한 결과, 사인을 알 수 없다는 의미인 “사인 미상”이라는 1차 구두소견을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국과수는 또 “숨진 아이의 발육 상태는 정상이고 신체 외부에 긁힌 상처가 사망의 원인은 아니다”라면서 “사망에 이를 정도의 외력에 의한 골절이나 함몰 등도 없었다”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관련 수사가 계속 진행 중이어서 더 자세한 부검 결과는 밝힐 수 없다”면서 “정확한 A양의 사인은 국과수의 최종 부검 결과를 받아보고 판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A양은 지난 2일 오후 7시 45분쯤 인천시 부평구 한 아파트에서 숨진 상태로 외할아버지에 의해 발견됐다. 그는 당시 종이 상자에 담긴 채 거실에 있었으며 양손과 양발뿐 아니라 머리에서도 긁힌 상처가 발견됐다.곧바로 112에 신고한 A양 외할아버지는 “딸 부부와 연락이 되지 않아 집에 찾아갔더니 손녀 혼자 있었고 숨진 상태였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A양 부모인 B(21)씨와 C(18)양은 “지난달 30일 오후 딸을 재우고서 마트에 다녀왔다”면서 “귀가해보니 딸 양손과 양발에 반려견이 할퀸 자국이 있어 연고를 발라줬다”고 진술했다. B씨 부부는 태어난 지 8개월 된 시베리안 허스키와 5년 된 몰티즈를 집에서 키운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이후 분유를 먹이고 딸 아이를 다시 재웠는데 다음날(5월 31일) 오전 11시쯤 일어나 보니 숨져 있었다”고 주장했다. 아버지인 B씨는 “사망한 아이를 보고 무섭고 돈도 없어서 아내를 친구 집에 보내고 나도 다른 친구 집에 가 있었다”면서 “시베리안 허스키의 발톱이 길어 평소 나도 다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B씨 부부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휴대전화 등 디지털 증거를 분석할 계획이다. 또 정확한 사건 경위를 파악한 뒤 B씨 부부에게 사체유기죄를 적용할 수 있는지 등 법리를 검토하기로 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반려견 할퀴어 사망” 라면박스에 7개월 영아 두고 간 부부

    “반려견 할퀴어 사망” 라면박스에 7개월 영아 두고 간 부부

    인천의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된 생후 7개월 된 여자아이의 부모가 경찰 조사에서 평소 키우던 반려견이 할퀸 다음 날 아이가 사망했다고 진술했다. 이 아이는 집 거실에서 라면박스에 담긴 상태로 외할아버지에 의해 발견됐다. 인천지방경찰청은 인천의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된 A(1)양의 부모 B(21)씨와 C(18)양이 3일 오전 1시쯤 자진 출석함에 따라 참고인 신분으로 사고 경위를 조사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경찰에서 “지난달 30일 오후에 딸을 재우고서 마트에 다녀왔다”며 “귀가해보니 딸 몸에 반려견이 할퀸 자국이 있어 연고를 발라줬다”고 진술했다. A양 부모는 “이후 분유를 먹이고 딸 아이를 다시 재웠는데 다음날(31일) 오전 11시쯤 일어나 보니 숨져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들이 숨진 딸을 방치하고 집을 비운 점 등 일부 진술과 행동에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고 보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또 부모 진술의 신빙성을 확인하기 위해 휴대전화 등을 분석할 계획이다. B씨는 “사망한 아이를 보고 무섭고 돈도 없어서 아내를 친구 집에 보내고 나도 다른 친구 집에 가 있었다”고 경찰에 말했다. A양은 전날 오후 7시 45분쯤 인천시 부평구 한 아파트에서 숨진 상태로 외할아버지에 의해 발견됐다. 곧바로 112에 신고한 A양 외할아버지는 “딸 부부와 연락이 되지 않아 집에 찾아갔더니 손녀 혼자 있었고 숨진 상태였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트랜스젠더 딸 둔 엄마 넘어… 모성, 편견에 맞서다

    트랜스젠더 딸 둔 엄마 넘어… 모성, 편견에 맞서다

    말 못할 고민 가진 부모 모임서 시작 ‘프리허그’로 성소수자 위로하고 지지 극단적 생각했던 아이, 이제 미래 꿈꿔 “성소수자, 그저 있는 그대로 봐줬으면”“우리는 트랜스젠더 딸을 둔 엄마입니다.” 지난 1일 열린 서울퀴어문화축제를 앞두고 만난 ‘성소수자 부모모임’ 회원 물(활동명·48)씨와 지월(66)씨는 미소 띤 얼굴로 자신을 소개했다. 이들은 mtf(male to female·남자에서 여자로 성전환) 트랜스젠더 딸을 둔 엄마들이다. 성소수자 아이를 둔 부모로 산다는 건 때로는 마음 아픈 일이지만, 함께 성장하는 일이기도 했다. 이제 이들은 자기 아이를 넘어 사회의 성소수자를 보듬고 편견에 맞선다. 성소수자 부모모임은 2013년 인터넷 카페로 시작됐다. 말 못할 고민을 나눌 사람이 필요한 부모들이 알음알음 모였다. 이제는 달라졌다. “성소수자에 대해 제대로 알리고 싶다”는 지월씨의 말처럼 세상에 목소리를 낸다. 가족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성소수자들을 안아주는 것도 이들이다. 이번 축제에서도 해마다 그랬듯 ‘프리허그’로 성소수자들을 위로하고 지지했다. 지월씨는 “‘내 편이다’라는 느낌에 목마른 성소수자들을 위로하려고 프리허그 이벤트를 계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많은 성소수자들은 부모에게 커밍아웃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물씨는 2년 6개월 전 아이의 정체성을 알게 됐다. 아이의 계속되는 무기력에 “대체 뭐가 문제냐”고 채근한 게 계기가 됐다. 아이는 “내가 왜 그런지 한 번 맞혀 봐”라며 반항적인 눈빛을 보냈다. “성적인 문제냐”는 물씨의 질문에 “엄마, 나 트랜스젠더야”라는 답이 돌아왔다. 당시 21살이던 아이는 ‘가족에게 평생 커밍아웃을 못할 테니 25살까지만 살고 유서로 말해야겠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다. 물씨는 “그 눈빛은 ‘난 살고 싶은데 왜 엄마는 몰라줘’란 의미였다”며 눈물지었다. 미국에 사는 지월씨의 딸은 2014년 35살에 커밍아웃을 했다. 지월씨는 “4~5살부터 성정체성을 인지한다는데, 30년간 말 못하며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물씨의 딸은 호르몬 치료를 받으며 내년 트랜지션(성전환 수술)을 준비하고 있고, 지월씨의 딸은 미국에서 사회적·법적으로 여성이 됐다.지금은 덤덤하게 말해도 아이의 ‘커밍아웃’은 큰 충격이었다. 일부 부모들은 그 충격을 “지옥에 사는 것 같다”고 비유하기도 한다. 지월씨는 “모임에 처음 나온 한 아버지는 ‘여기에서 부모들이 다 웃고 있는데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궁금하다’고 말할 정도였다”고 했다. 물씨도 “‘앞으로 이 애는 어떤 삶을 살 것인가’부터 시작해 수많은 질문이 한꺼번에 밀려왔다”고 회상했다. 물씨는 최근 딸과 쇼핑을 갔다가 “자연스럽게 봐, 티 내지 말고”라는 수군거림을 들었다.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부모의 마음은 무너진다. 물씨는 “나도 이렇게 속상한데, 딸에겐 얼마나 큰 상처가 될지 안타까울 때가 많다”고 했다. 공중화장실 이용이나 건강검진처럼 당연한 것들도 트랜스젠더에겐 피하고 싶은 일이다. 지월씨는 “딸이 화장실 가는 걸 피하려고 외출할 때는 아예 물을 마시지 않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혼란을 겪을 부모들에게 두 가지를 당부했다. 아이의 정체성은 선택한 것이 아니며, 절대로 바꿀 수 없다는 것이다. 지월씨는 “커밍아웃한 아이들에게 ‘튀려고 그러는 거다. 노력하면 바뀔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 건, 이해의 출발이 잘못된 것”이라며 “있는 그대로 아이들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씨는 “자살을 생각했던 딸이 이젠 살고 싶어 하고 미래도 설계한다”면서 “한꺼번에 이해하지 않아도 된다. 하나씩 나누며 소통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한편, 지난 1일 서울광장 일대에서 열린 20회 서울퀴어문화축제에는 7만여명(주최 측 추산)이 모여 무지갯빛 퍼레이드를 벌였다. 반대 집회도 열렸지만,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글 사진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무지갯빛으로 물든 서울 광장···’, 제20회 서울퀴어문화축제 개최

    ‘무지갯빛으로 물든 서울 광장···’, 제20회 서울퀴어문화축제 개최

    1일 오후 국내 최대 성소수자 문화축제인 서울퀴어문화축제가 20회째를 맞이해 서울광장에서 성대히 열렸다. 퀴어축제의 하이라이트인 퀴어퍼레이드는 오후 4시부터 서울광장을 출발해 을지로 입구, 종각, 광화문 광장을 돌며 행진했다. 서울퀴어문화축제는 행사 초기엔 성 소수자들의 문화축제로 한정된 ‘그들만의 리그‘였다. 하지만 해가 지날 수록 성소수자들에 대한 국민 인식이 많이 개선돼, 보다 조직적이고 활발한 축제의 맥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날도 성소수자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연령대의 일반 시민들도 축제를 응원하기 위해 시민광장을 찾았다. 퀴어축제의 상징인 무지개색을 이용한 화장과 옷차림을 한 시민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광장 곳곳에는 성소수자 인식개선을 촉구하는 여러 기관과 단체 부스 74개가 설치됐다. 국내 인권단체와 대학 성소수자 동아리, 캐나다 등 주요국 대사관이 참여했다. 또한 구글코리아를 포함해 여러 기업들과 정의당, 녹색당 등 정당들도 부스를 꾸렸다. 강문민서 국가인권위원회 혐오차별대응기획단장 “각자가 가진 성적지향과 성정체성이 다르지만 그 다름이 무지개를 이루는 것처럼 각자의 빛깔을 지닌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캠페인의 일환으로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퀴어축제 참가자들은 부스 체험도 하고 사진도 찍으며 비록 제한된 공간이지만 축제를 마음껏 즐기는 모습이었다. 이날 축제에 참여한 시민 민서영씨는 “모두가 평등한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성소수자들을 포함한 모든 소수자가 자신의 목소리를 힘껏 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기독교를 제외한 불교계, 천주교 관계자들도 참여해 성소수자들의 성평등권을 지지했다. 조계종 시경 스님은 “이곳에 스님이 있어 이상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거 같다“며 ”우리 사회는 소외받고 불이익 받는 사람들이 많은 데 성소수자들도 마찬가지다. 그들도 차별을 받아서는 안된다는 뜻을 전하고 싶었다”고 참여 의미를 밝혔다. 하지만 도로 하나를 두고 반대편에서는 퀴어축제를 반대하는 맞불집회도 어김없이 열렸다. 대한문 광장과 서울시의회 앞에서는 퀴어축제를 반대하는 ’동성애 퀴어축제 반대 국민대회‘가 진행됐다. 퀴어문화축제를 반대하기 위해 이곳을 찾은 이수연씨는 “동성애는 분명 다수의 문화는 아니다. 그 속엔 어두운 부분들이 엄연히 존재하는 데 그런 것들은 얘기하지 않고 너무 아름답게 미화하고 포장만 하고 있다”며 “학부모의 입장에서 이건 정말 아니다 싶어 나오게 됐다”고 했다. 집회 참석자들은 ‘성평등 NO, 양성평등 YES’ 등이 적힌 팻말과 플래카드를 들고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등 구호를 외쳤다. 이날 오후 3시부터 대한문과 세종로사거리, 주한미국대사관, 세종문화회관, 숭례문 등을 거치는 퀴어퍼레이드에 맞서 러플퍼레이드를 진행하기도 했다. 경찰 또한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대규모 경력을 투입했고 이날 큰 불상사도 발생하지 않았다. 글 박홍규, 김민지 기자 gophk@seoul.co.kr 영상 손진호, 박홍규, 문성호, 김민지 기자 nasturu@seoul.co.kr
  • [포토] 서울퀴어 퍼레이드 막아서는 시민

    [포토] 서울퀴어 퍼레이드 막아서는 시민

    1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로 일대에서 열린 ‘서울퀴어 퍼레이드’ 도중 동성애를 반대하는 한 시민이 행진을 막아서자 경찰들이 이를 제지하고 있다. 연합뉴스
  • 동성애자 치료하면 이성애자로 바뀐다?…미국서 금지법안 잇따라

    동성애자 치료하면 이성애자로 바뀐다?…미국서 금지법안 잇따라

    1일 서울퀴어문화축제 20주년을 맞아 동성애 찬반집회가 동시에 열리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서는 ‘동성애 전환치료’(gay conversion therapy)를 금지하는 법안이 잇따라 제정되고 있다. 31일(현지시간) 미국 콜로라도주는 18세 미만 청소년의 동성애 전환치료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AP통신은 동성애자로는 처음으로 미국 주지사에 당선된 제리드 폴리스 콜로라도 주지사가 청소년 동성애 전환치료 금지법안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폴리스 콜로라도 주지사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콜로라도가 동성애 전환치료 금지 대열에 합류했다”며 “오랫동안 묵인돼온 고달픈 관행에 종지부를 찍었다”고 밝혔다.동성애 전환치료는 동성애자를 이성애자로 전환하는 치료로, 동성애를 반대하는 일부 기독교 근본주의자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이 치료는 ‘동성애는 병’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 동성애 전환치료 옹호자들은 동성애는 치료해야 하는 질병이며, 심리 상담 등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의학계는 동성애 전환치료가 성소수자를 죽음으로 내몰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대학교(UCLA) 연구에 따르면 미국의 성소수자 69만8000명이 전환치료를 경험했다. CNN은 그러나 동성애 전환치료를 받은 많은 성소수자가 우울증과 자살 충동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10대 청소년의 약물 중독 위험이 높다고 전했다. 미국 의학협회는 “동성애를 치료할 수 있다, 성 정체성을 바꿀 수 있다는 주장은 의학적으로도 과학적으로도 근거가 없다”고 못 박았다. 동성애 전환치료에 앞장섰던 로버트 스피처 박사는 2012년 자신의 주장이 틀렸음을 인정하고 사과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 27일과 29일 미네소타주와 메인주가 같은 법안을 통과시킨 데 이어 콜로라도주도 이 법안에 서명하면서, 미국 51개주 가운데 18개주에서 청소년의 동성애 전환치료가 불가능해졌다. 미국에서 가장 먼저 청소년의 동성애 전환치료를 금지하고 불법으로 규정한 곳은 캘리포니아주이며 나머지 21개주도 이 법안 도입을 검토 중이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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