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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경수 실형 판사 사퇴” 靑청원 20만명 돌파

    “김경수 실형 판사 사퇴” 靑청원 20만명 돌파

    김경수 경남지사에게 실형을 선고한 판사 전원의 사퇴를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참여 인원이 31일 20만명을 넘었다. 여당도 재판장 비판을 이어갔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사법부 독립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정치권의 냉정한 대응을 촉구했다.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전날 ‘시민의 이름으로, 김경수 지사 재판에 관련된 법원 판사 전원의 사퇴를 명령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제기된 청원은 20만명의 동의를 얻었다. ‘한 달 내 20만 명 이상 동의’라는 청와대 공식 답변요건을 채운 것이다. 청원자는 청원 글에 “촛불혁명으로 세운 정부와 달리 사법부는 여전히 구습과 적폐적 습관을 버리지 못한 채 그동안 시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상식 밖의 황당한 사법적 판결을 남발해 왔다”고 주장했다. 또 “종국에는 신빙성 없이 오락가락하는 피의자 드루킹 김동원의 증언에만 의존한 ‘막가파식’ 유죄 판결을 김 지사에게 내리고야 말았다”고 했다. 그는 “이는 대한민국의 법치주의, 증거 우선주의의 기본을 무시하고 시민을 능멸하며, 사법부 스스로 존재가치를 부정한 매우 심각한 사법 쿠데타로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나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번 재판에 관련된 법원 판사 전원의 사퇴를 명령한다”며 “대한민국의 법 수호를 이런 쿠데타 세력에 맡겨둘 수 없다”고 말했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김 지사에게 실형을 선고한 성창호 부장판사를 겨냥해 “본인의 열등감이랄까 부족한 논리를 앞에서 강설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비판했다. 이 대변인은 이날 민주당 유튜브 홍보채널 ‘씀’에 출연해 “객관적 증거에 의해서 (유죄를) 인정했다는 말을 유독 앞부분에서 강조했다는 것 자체가 어이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변인은 “업무방해 혐의는 궁극적으로 네이버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것”이라며 “느닷없이 여론에 미치는 영향이 중대해서 높은 형을 내린다는 것은 굉장히 비 법적인 논리 전개”라고 평가했다. 그는 “저는 사법농단 세력의 반격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다”며 “과거 사법농단에 연루됐는데 앞으로는 공정하게 재판을 하겠다? 국민이 어떻게 납득을 하겠나”라고 반문했다. 여당과 여당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보복 프레임’이 제기되자 법조계에서는 법치주의에 정면으로 반하는 행태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대한변협은 이날 성명을 내 “어느 판결이든 불이익을 받은 당사자는 재판에 불만을 가질 수 있고 억울함을 토로할 수 있다”면서도 “그렇지만 법치주의 국가에서 헌법상 독립된 재판권을 가진 법관의 과거 근무 경력을 이유로 특정 법관을 비난하는 건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변협은 이어 “법원의 판결은 존중돼야 하며 판결에 대한 불복은 소송법에 따라 항소심에서 치열한 논리와 증거로 다퉈야 한다는 게 법치국가의 당연한 원칙”이라며 정치권에 냉정한 대응을 촉구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이건 책략이고, 반역이다”…구치소서 인터뷰한 곤 前회장

    “이건 책략이고, 반역이다”…구치소서 인터뷰한 곤 前회장

    르노-닛산 통합 반대 日경영진, 검찰 동원한 쿠데타 시각“의심할 여지 없이 이건 책략이고 반역이다.” 자신의 소득을 축소 신고한 혐의로 체포돼 수감 중인 카를로스 곤(64) 전 닛산 자동차 회장이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주장하며 자신의 결백을 강조했다고 이 매체가 31일 보도했다. 인터뷰는 전날 도쿄구치소에 이뤄졌다. 곤 전 회장은 검찰 수사가 자신이 추진하던 프랑스 르노-닛산의 통합에 반대하는 사내 일부 그룹이 관여했다고 보는지에 대해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강하게 긍정했다. 곤 전 회장의 이런 발언은 검찰 수사가 닛산차의 일본인 경영진들이 꾸민 쿠데타의 결과라는 ‘쿠데타설(說)’을 자신의 입으로 주장한 것이다. 곤 전 회장의 수사를 둘러싸고는 그가 프랑스 르노 그룹과 닛산차의 통합을 추진하자 이에 반대하는 닛산차의 일본인 경영진이 검찰을 움직인 것이라는 분석이 퍼져있다. 사이카와 히로토(西川廣人) 사장 등 닛산차의 내부 인사들은 작년 초부터 비밀팀을 꾸려 곤 전 회장의 비위를 조사했으며 ‘사법 거래’를 통해 검찰의 수사에 협조하고 있다.곤 전 회장은 작년 11월19일 일본 검찰에 체포된 뒤 70일 넘게 구치소에서 생활하고 있다. 두차례 보석 신청을 했으나 도주 우려와 해외 관계자들의 입을 맞출 가능성 때문에 법원은 보석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곤 전 회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증거는 닛산차가 모두 가지고 있다. 왜 증거인멸이 가능한가”라며 구금 장기화에 불만을 표했다. 곤 전 회장의 구금 장기화와 관련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장기 구금이 가혹하다. 최소한의 품위를 지킬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일본 검찰은 재체포와 구속 연장으로 곤 전 회장을 구치소에 잡아두고 있다. 그러는 사이 곤 전 회장은 닛산차 미쓰비시(三菱)자동차, 르노 그룹 회장직에서 잇따라 해임됐다. 곤 전 회장은 니혼게이자이와의 인터뷰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의 지인에게 12억 8000만엔(약 131억원)을 송금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필요한 간부가 결재 사인을 했다”며 위법성을 재차 부인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인수한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전날 “갑작스런 체포와 무기한 구류는 스탈린 시대의 소련을 연상케 한다”고 일본 검찰을 비난했다. 또 또 “변호사가 동석하지 않은 채 하루 8시간 매일 똑같은 것을 반복해 신문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을 ‘자유주의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라며 “지금이야말로 일본의 사법제도는 기본적 인권을 부정하고 국가의 오점이 되고 있다고 분명히 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터키 검찰, 에네스 칸터 인터폴 체포영장 발부 요청할 듯”

    “터키 검찰, 에네스 칸터 인터폴 체포영장 발부 요청할 듯”

    터키 검찰이 테러 조직의 멤버라며 미국프로농구(NBA) 뉴욕 닉스의 센터 에네스 칸터의 국제 체포영장을 청구하려 한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일간 사바흐는 이스탄불 검찰청이 2016년 군사 쿠데타 미수의 원흉으로 지목된 페툴라흐 굴렌과 칸터가 긴밀히 연계돼 있다며 국제형사기구(인터폴)에 적색 경보를 내려줄 것을 요청하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또 터키 사법 당국이 미국 정부에 칸터의 추방을 요청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칸터 역시 이런 보도가 있었다는 사실을 16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알렸다. 인터폴에 따르면 적색 경보는 추방시킬 수 있는 개인을 추적해 잠정적으로 체포하도록 하는 영장의 구실을 한다. 칸터가 추방되려면 미국 영토에서 기소될 만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혐의를 확신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난해 11월에도 터키는 굴렌과 연결돼 있다고 얘기되는 80여명을 대상으로 비슷한 추방 요청을 한 바 있다. 이달 초 칸터 자신은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NBA 정규시즌 경기에 따라 갔다간 레쳅 타입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암살당할지 모른다며 가지 않겠다고 밝힌 일이 있다. 그의 터키 여권은 2017년 말소됐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법정서 마주한 두 전직 대통령... 권력이 무상해

    법정서 마주한 두 전직 대통령... 권력이 무상해

    권력이 무상하다. ‘아랍의 봄’ 시위 당시 축출된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과 쿠데타로 실각한 무함마드 무르시 전 이집트 대통령이 각각 증인과 피고인으로 카이로의 법정에서 대면했다고 26일(현지시간) AP통신 등이 전했다. 무르시 전 대통령은 반(反)무바라크 시위 초기, 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2만여명의 탈옥을 지원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약 30년간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무바라크 전 대통령은 이날 지팡이를 든 채 두 아들의 도움을 받아 90세의 노구를 이끌었다. 그는 증인 신분이었다. AP는 “무바라크 전 대통령은 때로 말이 더뎠지만, 몸이 건강했고 정신도 맑아 보였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해 3월 시위대 유혈 진압 등 주요 혐의에 무죄 판결을 받아 구금 6년 만에 자유의 몸이 됐다. 무바라크는 2시간에 걸쳐 당시 정보기관장과 부통령으로부터 최소 800명의 무장세력이 무슬림형제단의 도움을 받아 가자지구 터널을 통해 시나이반도 북쪽으로 침투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AP에 따르면 무르시 전 대통령은 무바라크 전 대통령에게 아무 질문도 하지 않았다. 무르시 전 대통령은 2015년 탈옥과 스파이 혐의 등으로 사형과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이듬해 항소법원이 이 판결을 기각하고 재심을 명령했다. 무르시는 아랍의 봄 시위 후 이집트 사상 첫 자유 경선으로 치러진 2012년 대선에서 승리해 대통령이 됐다. 그러나 집권 1년 만인 2013년 7월 압델 파타 엘시시 현 대통령이 이끄는 군부의 쿠데타로 실각, 감금됐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태국 출신 첫 난민 인정 받은 차노크난 “미래를 받았다”

    태국 출신 첫 난민 인정 받은 차노크난 “미래를 받았다”

    왕실 모독 혐의로 박해받은 사실 인정 “한국어 더 배워 인권 활동 이어나갈 것”태국에서 왕실을 모독했다는 혐의로 기소돼 고국을 등진 청년활동가 차노크난 루암삽(25)이 한국에서 정식 난민으로 인정받았다. 태국 출신으로 한국에서 난민 지위를 취득한 것은 처음이다. 차노크난은 19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안정적인 지위를 얻으면서 미래를 계획하고 삶을 전진시킬 수 있게 됐다”며 기뻐했다. 난민지원 단체와 차노크난 등에 따르면 지난 3월 난민 신청을 한 차노크난은 약 8개월 만인 지난 5일 난민 지위를 얻게 됐다. 차노크난은 “최소 1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했는데 지난달 마지막 인터뷰를 한 뒤 한 달 만에 난민으로 인정을 받았다”면서 “1차 심사에서 곧바로 난민 지위를 얻게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난민 관련 단체 관계자는 “차노크난은 박해받은 사실이 명백해 난민으로 인정할 만한 요소가 상당했다”면서 “관계 당국은 차노크난이 고국으로 돌아가게 되면 박해받을 위험이 크다고 본 것 같다”고 설명했다. 태국 명문 대학인 쭐라롱꼰왕립대 정치학과 11학번인 차노크난은 2014년 5월 군부가 쿠데타로 집권하자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단체를 설립해 이끌어왔다. 차노크난은 2016년 12월 태국 왕실을 비판한 영국의 BBC 기사를 페이스북에 공유했다는 이유로 올해 1월 왕실모독죄로 기소됐다. 태국 형법상 왕실모독죄를 저지르면 최대 15년의 징역형을 살게 된다. 이에 차노크난은 자신이 기소된 사실을 듣자마자 한국으로 도피했다. 차노크난은 자신을 도왔던 변호사들에게 공을 돌렸다. 그는 “나를 한국의 활동가들에게 연결해 준 태국의 활동가들과 필요할 때마다 이야기를 들어준 한국인 친구들은 참 고마운 존재”라면서 “특히 나의 변호사팀(공익변호사모임 ‘동행’)에 특별한 감사를 표하고 싶다”고 말했다. 차노크난은 “지난 9개월 동안 방안에서 홀로 보낸 시간이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라면서 “앞으로는 한국어를 더 배워 한국 사회를 더 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인권활동가로서 난민 문제 해결에도 앞장서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그는 “저를 포함해 어느 누구도 난민이 되기를 원하는 사람은 없다”면서 “고국으로 돌아가면 목숨을 잃게 되는 난민들은 인간으로서 대접받을 자격이 있다”고 강조했다. 차노크난은 태국 정부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태국 정부는 지금 당장 인권침해를 중단하고 선거를 시작해야 한다”며 “우리는 독재가 아닌 민주주의를 원한다”고 말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태국 출신 첫 난민 인정자 차노크난 루암삽

    태국 출신 첫 난민 인정자 차노크난 루암삽

    태국에서 왕실을 모독했다는 혐의로 기소돼 고국을 등진 청년활동가 차노크난 루암삽(25)<서울신문 6월 18일자 24면>이 한국에서 난민으로 인정받았다. 태국 출신으로 한국에서 난민 지위를 취득한 첫 사례인 차노크난은 19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안정적인 지위를 얻으면서 미래를 계획하고 삶을 전진시킬 수 있게 됐다”며 기뻐했다.난민지원단체와 차노크난 등에 따르면 지난 3월 난민 신청을 한 차노크난은 11월 5일 난민 지위를 취득했다. 차노크난은 “최소 1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출입국사무소에서 마지막 인터뷰를 하고 한 달쯤 후에 난민으로 인정을 받았다”며 “1차 심사에서부터 난민 지위를 취득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난민 관련단체 관계자는 “당국은 차노크난이 박해받은 사실이 명백한 것으로 보고 난민으로 인정을 했다”면서 “차노크난이 고국으로 돌아가게 되면 박해받을 위험이 있다고 본 것 같다”고 설명했다.태국 명문 쭐라롱꼰왕립대학 정치학과 11학번인 차노크난은 2014년 5월 군부가 쿠데타로 집권한 이래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단체를 설립하고 운동을 이끌어왔다. 차노크난은 2016년 12월 태국 왕실을 비판한 BBC 기사를 페이스북에 공유했고, 이를 이유로 지난 1월 왕실모독죄로 기소됐다. 태국 형법상 왕실모독죄를 저지르면 최대 15년의 징역형을 살게 된다. 이런 이유로 차노크난이 한국으로 도피했다. 앞으로 차노크난은 한국어와 한국법을 배워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인권활동가로서 난민 문제 등에 대한 활동도 이어나갈 예정이다. 그는 “저를 포함해 어느 누구도 난민이 되기를 원하는 사람은 없다”며 “고국으로 돌아가면 목숨을 잃게 되는 난민들은 인간으로서 대접받을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차노크난은 태국 정부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태국 정부는 지금 당장 인권침해를 중단하고 선거를 시작해야 한다”며 “우리는 독재가 아닌 민주주의를 원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음은 차노크난과의 일문일답. →난민으로 인정받기까지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나. -기다리는 일 말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이 나를 가장 힘들게 했다. 내 인생에서 가장 비생산적인 나날이었다. 또한 9개월이 넘는 대부분의 날들을 방안에서 혼자 보내면서 생기는 감정적인 문제를 다루는 것이 힘들었다. →난민으로 인정받았을 때 기분은. -놀라웠고, 행복했고, 안도했다. 생각했던 것만큼 난민 지위를 얻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서 놀랐다. 최소한 1년 정도는 걸릴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어왔지만, 출입국에서 마지막 인터뷰를 하고 한 달 후에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다. 매년 3~4% 정도의 사람들만 난민심사를 통과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기대하지 않았던 1차 심사에서부터 난민 지위를 부여받아 행복했다. 또한 안정적인 지위를 갖게 돼 미래를 계획하고 전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안도했다. →가정 먼저 무엇부터 하고 싶은가. -한국어를 배우고 싶다. 난민 지위를 얻었기 때문에 정부에서 난민과 이민자들을 위해 마련하는 한국어와 기초 한국법 수업에 참여할 수 있다. 내년부터 수업에 참여할 계획이다. →한국에서의 향후 계획은. -결과가 갑자기 나왔기 때문에 솔직히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기본적으로는 한국어와 한국사회를 가능한 한 많이 배울 것이다. 그리고 인권운동가로서 한국의 난민 및 기타 사회 문제에 대한 활동을 계속해나가고 싶다. 석사 공부를 하고 싶지만 (석사 학위 등을)신청할 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공부하기 전에 더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가족이나 친구들의 반응은 어떤가. -모두 기쁜 소식을 듣고 너무 행복해하고 있다. 한국에서 난민 지위를 얻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고 있기 때문에 그들은 오랫동안 걱정해왔다. 태국 언론도 마찬가지다. 왕실모독죄와 관련된 사건은 사람들이 관심을 많이 두는 주제이기 때문에 태국 언론도 오랜 시간 동안 지켜보면서 이 좋은 소식을 전하는데 도움을 줬다. →다른 난민들과 달리 많은 도움을 받은 편인데, 가장 고마운 사람은 누군가. -중요한 질문이다. 많은 사람의 도움이 없었다면 난민 지위를 얻을 수 없었을 테다. 특히 나의 변호사팀에게 특별한 감사를 표하고 싶다. 그들은 내가 아무것도 모른 채 한국에 왔을 때부터 난민지위를 얻을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해줬다. 태국 활동가들은 나를 한국 활동가들과 연결되도록 도와줬다. 한국 활동가들은 나를 돌봐줬다. 사람들에게 나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태국 상황에 대해 알려준 언론도 감사하다. 누군가가 필요할 때마다 나의 이야기를 들어준 한국인 친구들도 정말 고맙다. →한국 내 난민 문제가 갈등을 낳고 있다. 난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많은데, 한국 정부와 국민이 어떤 태도를 가지길 바라는가. -난민 문제가 한국인들 사이에서 갈등적인 이슈라고 알고 있다. 나는 난민으로서, 이 세계에 있는 어느 누구도 난민이 되기를 원하는 사람은 없다고 말하고 싶다. 우리는 가족이 있고 친구가 있는 집으로 돌아가길 원한다. 그러나 어떤 상황이 우리를 고국을 등지고 안전한 장소를 찾게 만들었다. 우리는 난민이 되기를 선택하지 않았다. 한국인들도 한국전쟁(1950~1953년) 시기에 한국을 떠나 미국에 갔다고 알고 있다. 지금 세계에서 일어나는 것은 그와 비슷한 일들이다. 사람들은 좀 더 열린 마음을 가지고 난민들을 같은 인간으로 봐야 한다. 당신도 인간이고 그들도 인간이다. 고국으로 돌아가면 죽게 되는 난민들은 인간으로서 대접받을 가치가 있다. 난민을 쉽게 판단하기 전에 난민들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배울 필요가 있다. →태국 정부에 하고 싶은 말은. -지금 당장 가능한 한 빨리 선거를 시작해야 한다. 우리는 독재가 아닌 민주주의를 원한다. 인권 침해를 중단하라. 정부와 왕실이 우리의 세금을 쓰는 한 시민들은 정부와 군주제를 비판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게엄문건’ 수사결과에 “국가전복·쿠데타 모의라더니 허위공문서 작성”

    ‘게엄문건’ 수사결과에 “국가전복·쿠데타 모의라더니 허위공문서 작성”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8일 ‘계엄문건’ 관련 중간수사결과와 관련해 “국가전복, 내란음모 쿠데타 모의사건이라더니 수사결과는 허위공문서 작성”이라고 비판했다. 김 원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전날 기무사령부의 ‘계엄문건’ 관련 합동수사단의 중간수사결과 발표에 대해 “어제 수사결과는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로 관련자 3명을 불구속 기소한 게 전부”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한민국 검찰과 합수단이 대대적으로 동원돼 밝혀낸 결과가 고작 허위공문서 작성”이라며 “국방부 하극상만 부추기고 애꿎은 군만 벌집 쑤시듯 한 결과가 허위작성이라니, 군 인권센터와 청와대, 민주당 3각 커넥션이 만든 허위내란 음모야말로 심각한 국기문란 중 국기문란”이라고 비난했다. 또 “한국당은 이미 지난 7월 군인권센터라는 시민단체를 문건 유출과 군 기밀문건 무분별 공개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을 검찰에 고발했다”며 “기무사 문건에 대한 중간수사 결과 발표된만큼 군인권센터의 군사기밀 유출 사건 수사결과도 신속하게 발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계엄 검토 문건 작성과 정치 개입 등으로 ‘적폐’로 몰렸던 기무사는 지난 9월 ‘국군안보지원사령부’로 이름이 바뀌었다. 부대 구성원들에 대한 대대적인 교체도 있었다. 계엄령 검토 문건 수사는 지난 7월 인도를 국빈 방문 중이던 문재인 대통령이 독립수사단 구성을 지시하면서 본격화됐다. 104일동안의 수사에서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이 미국에서 돌아오지 않으면서 수사가 더이상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합수단은 결국 지난달 1일 그의 여권 무효화와 인터폴 수배 요청을 했다. 군 관계자는 노컷뉴스를 통해 “검열단이 각 부대의 문서수발대장과 전산망 등을 샅샅히 뒤졌지만 실제 계엄실행 의도를 확인할 만한 문건이나 보고서, 메시시 등을 확인한 것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조 전 사령관의 행방이 묘연한 가운데 특수단이 17일 해체되면 수사는 사실상 멈추게 된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군인권센터, “성 정체성 혼란자가 군 개혁 어불성설” 발언 김성태 고소

    군인권센터, “성 정체성 혼란자가 군 개혁 어불성설” 발언 김성태 고소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성 정체성에 대해 혼란을 겪는 자가 군 개혁을 주도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발언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모욕 및 명예훼손죄로 고소했다.군인권센터는 24일 서울 마포구 이한열 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임 소장이 김 원내대표를 모욕·명예훼손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소한다고 밝혔다. 센터는 “지난 7월 6일 센터가 국군기무사령부 계엄령 문건을 공개하자, 자유한국당은 문건이 군사 기밀 누설이라고 억지를 부리고 있다”면서 “군이 계엄령 선포 후 당시 여당과 협조해 국회를 무력화시키는 등 쿠데타 음모가 문건에서 밝혀졌는데도 생떼를 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 7월 김 원내대표가 임 소장에 대해 ‘성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자’라고 묘사한 데 대해 “임 소장이 성 소수자라는 이유로 군인 인권과 기무사 개혁에 대해 언급할 자격이 없다고 단정하며 공개 석상에서 인신공격하고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김 원내대표는 기무사 문건이 공개된 뒤인 지난 7월 31일 원내비상대책회의 모두발언에서 “임태훈 소장은 양심적 병역 거부를 선언해 구속된 전력이 있고 성 정체성에 대해 혼란을 겪고 있는데 군 개혁을 주도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면서 “(임 소장이) 화면에 화장을 많이 한 모습으로 비친 채 기무사와 군 개혁을 이야기하는 상황이 의아스럽다”고 말했다. 이후 발언이 논란이 됐지만 김 원내대표는 “반동성애 입장이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며 임 소장에 대한 사과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이에 대해 센터는 “임 소장은 1996년 성 소수자 인권 운동을 시작으로 22년간 인권운동에 힘쓰고 있고, 2009년에는 군 인권센터를 설립해 인권의 사각지대였던 군내 인권 침해 사안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애초 김 원내대표의 발언을 기무사 문건에 연루된 이들을 두둔하면서 나온 망언으로 치부해 법적 문제까지 제기하지 않았지만, 자유한국당이 시급한 국정 현안은 등한시하면서 소수자에 대한 혐오 발언하는 모습에 대해 경고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센터는 형사 고소와 별개로 김 원내대표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제기했다. 청구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생모 몰래 신생아 빼돌려 입양시킨 스페인 의사 결국 처벌 면해

    생모 몰래 신생아 빼돌려 입양시킨 스페인 의사 결국 처벌 면해

    49년 전 생모 몰래 신생아를 빼돌려 불임부부에게 제공한 스페인 의사가 공소시효 만료로 유죄 판결을 면했다. 스페인 마드리드 지방법원은 8일(현지시간) 유괴와 사기, 서류 위조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전 산부인과 의사 에두아르도 벨라(85)에 대해 범죄를 저지른 사실은 인정되지만 공소시효 만료로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고 영국 BBC방송 등이 전했다. 벨라는 프란치스코 프랑코 총통 독재체제였던 1969년 갓 태어난 여자아기였던 이네스 마드리갈(49)을 생모에게서 몰래 빼앗아 서류를 조작한 다음 다른 여성에게 준 혐의로 기소됐다. 생모에게는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사망했다고 말하고 병원이 알아서 시신을 매장했다고 거짓말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마드리갈은 그를 입양한 부모가 죽기 전인 2010년 자신들이 불임부부이며 의사로부터 아드리갈을 선물로 받았다는 고백을 들었고, DNA 조사 결과 이것이 사실인 것을 알게 됐다. 이에 마드리갈은 지난 2012년 4월 벨라를 고소했고, 스페인 검찰은 그를 기소한 뒤 11년형을 구형했다. 스페인에서는 인민전선정부를 쿠데타로 뒤엎고 정권을 잡은 독재자 프랑코 총통 집권 시기(1939~1975년) 배후를 알 수 없는 신생아 납치나 강제 입양 사건이 많았다. 처음에는 독재정권 편에 선 세력이나 그 하수인들이 공화주의 좌파 세력을 말살시키고자 좌파 정치인이나 운동가들의 아이를 몰래 병원에서 빼돌려 암매장하거나 다른 가정에 돈을 받고 팔아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1950년대 시작된 이런 잔악한 범죄는 좌파진영을 넘어 빈곤층 또는 동거커플 등 혼외관계에서 태어난 아기들로까지 확대됐다. 또 아이들이 경제적으로 풍족하고 종교적으로 신실한 가톨릭 가정에서 자라는 것이 훨씬 낫다는 그릇된 믿음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스페인에서는 유사한 의혹이 수천 건 제기됐지만 모두 증거불충분이나 공소시효 만료로 실제 처벌을 받은 사례는 없었다. 마드리갈 역시 결국 벨라를 법정에 서게 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처벌하는 데는 실패했다. 스페인 현행법상 마드리갈은 성인이 된 1987년 이후 10년 안에 불법 구금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야 하는데, 이미 시한이 지났다는 것이다. 마드리갈은 벨라의 죄를 묻기 위해 대법원 상고까지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트럼프, 마두로 정권 전복 모의했다

    트럼프, 마두로 정권 전복 모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군부 쿠데타를 사주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축출을 저울질했던 사실이 밝혀졌다. 미국은 그러나 실제 행동에 나서지는 않았다.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전·현직 미 정부 관리 11명이 지난해 가을부터 반군 지도부와 3차례 만나 쿠데타 가능성을 타진했다. 익명의 전 베네수엘라군 사령관은 “베네수엘라군 내부에 마두로 대통령에 대항하는 파벌이 최소 3개”라고 CNN에 말했다. NYT에 따르면 미 정부는 반체제 파벌 지도자들의 정치적 정당성, 도덕적 자질 등에 확신을 갖지 못해 ‘마두로 전복 프로젝트’를 중단한 것으로 보인다. 미 정부와 접촉한 반체제 파벌 수뇌부에는 부패 혐의로 미 정부의 제재 명단에 올랐거나, 민간인 학살, 정적 탄압, 마약 밀매 등 부적격자 다수가 포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미국 관리를 인용해 “베네수엘라 반체제 인사들은 어떤 구체적 계획도 없이 미국이 방향을 제시해주기만 바랐다”고 전했다. 백악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미국은 베네수엘라가 평화적인 방식으로 민주주의로 복귀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호르헤 아레아사 베네수엘라 외무장관은 “미국 정부가 베네수엘라를 겨냥한 군사 음모에 개입하고, 계획 수립 및 지원에 관여한 것을 전 세계에 고발한다”고 맹비난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베네수엘라에 대한 많은 선택지를 갖고 있다”며 “군사적 선택도 배제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NYT는 “미국은 라틴아메리카 내정에 개입하는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면서도 “베네수엘라 쿠데타 논의는 미국에게 큰 도박”이라고 평가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글로벌 인사이트] 태국판 ‘하나회’ 민정이양 속셈은… 군부·왕권 공생 작전

    [글로벌 인사이트] 태국판 ‘하나회’ 민정이양 속셈은… 군부·왕권 공생 작전

    “내년 2월 총선을 실시해야 한다는 신념이 있다. (일정상) 불가능하다면 나중에 그 문제를 논의할 것이지만 총선은 2월 24일 치러져야 한다.” 2014년 군부 쿠데타를 통해 4년 이상 집권 중인 쁘라윳 짠오차(64) 태국 총리가 지난 21일 구체적 날짜를 명시하며 민정 이양을 위한 총선을 실시하겠다고 밝혔지만 내년부터 태국의 민주주의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는 요원하다. 집권 후 4차례나 총선 시기를 늦춰 비판을 받아 온 쁘라윳 총리가 이제 더이상 총선을 늦추지 않아도 군부가 장기 집권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표출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태국 차기 총선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군부가 정권을 유지할 것임은 확실하다”면서 “군부가 태국 정치의 핵심으로 남는 제도적 틀을 만드는 작업을 거의 마무리했다”고 평가했다. 이는 입헌군주제 국가를 표방하는 태국이 지난 4년간 전제군주와 군부가 공생하며 권력을 분점하는 체제로 변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그동안 ‘탕아’로만 알려졌던 새 국왕의 권력 의지와 그 후원을 받고 자란 태국 군부 내 파벌의 결탁이 근본 원인으로 꼽힌다.●일상화된 쿠데타… 군주와의 ‘권력 나누기’ 태국은 입헌군주국으로 전환된 1932년부터 2014년까지 모두 19차례의 군부 쿠데타가 발생할 정도로 쿠데타가 일상화된 국가다. 국민의 존경을 받았던 푸미폰 아둔야뎃(라마 9세) 국왕 시절에는 쿠데타가 발생하면 국왕이 이를 사후 승인해 군부가 집권한 뒤 민정으로 전환되는 패턴이 반복됐다. 국왕이 쿠데타를 승인하지 않아 쿠데타가 실패로 끝나는 사례도 있었다. 2014년 5월 당시 육군참모총장이던 쁘라윳이 이끄는 군부는 극심한 정치 갈등과 혼란을 잠재운 뒤 정권을 민간에 이양하겠다며 계엄령을 선포한 후 잉락 친나왓(51·여) 당시 총리를 축출했다. 쁘라윳 총리는 쿠데타 직후 2015년 10월쯤 총선을 치르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를 2016년으로, 다시 2017년으로 연기했다. 쁘라윳 총리는 지난해 말에는 2018년 11월 총선을 치를 것이라고 밝혔다가 올해 초 다시 내년으로 연기했다. ●퇴폐적이고 방탕한 후계자의 이중생활 민정 이양이 늦춰지는 와중인 2016년 10월 70년간 재위하며 태국 정치의 구심점이 돼 온 푸미폰 국왕이 서거했다. 그의 장남인 마하 와치랄롱꼰(66) 왕세자가 라마 10세로 즉위했지만 왕위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론이 팽배했다. 공식적으로 세 차례 결혼과 이혼을 반복한 왕세자는 퇴폐적이며 방탕하며 기행을 일삼는 인물로 알려졌다. 특히 2009년 공개된 동영상은 전 국민을 경악하게 했다. 세 번째 부인인 스리라스미 왕세자비(2014년 이혼)가 속옷 하의만 입고 왕세자의 생일을 축하하는 외설적 장면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푸미폰 국왕 생전에 차기 왕위는 왕세자가 아니라 국민의 신망이 두터운 그의 여동생 마하 짜끄리 시린톤(63) 공주에게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쿠데타 주역들은 와치랄롱꼰 신임 국왕을 왕세자 시절부터 지지해 왔다. 쁘라윳 총리를 비롯한 쿠데타 주역들은 와치랄롱꼰 국왕을 지지한 국왕의 어머니 씨리낏(86) 태후가 후원한 군부 내 유력 사조직인 ‘동부 호랑이’ 파벌 출신들이다. 2006년부터 태국 군부를 장악해 태국판 ‘하나회’로 알려진 이 파벌은 ‘왕비의 근위대’인 태국 육군 2사단 21연대에서 장교 생활을 했던 군인들이 주축이 된 집단이다. 씨리낏 태후는 푸미폰 국왕의 왕비 시절 이 부대의 명예 연대장을 맡아 쁘라윳 총리 등 장교들을 각별히 챙겨 와치랄롱꼰 왕세자의 후원 세력으로 키웠고, 평판이 좋지 않은 왕세자가 차기 국왕이 되도록 적극적으로 나섰다. 쁘라윳 총리 이외에 쁘라윗 웡수완 부총리, 아누퐁 파오찐다 내무부 장관 등 주요 요직에 앉은 인사들이 동부 호랑이 파벌의 실세들이다. 쁘라윳 정권은 집권한 직후 푸미폰 국왕이 서거할 때를 대비해 젊고 효심 깊은 이미지의 왕세자를 홍보하는 데 적극 나서 후계 구도를 공고히 했다. 우여곡절 끝에 2016년 12월 부왕의 뒤를 이어 즉위한 와치랄롱꼰은 ‘탕아’라는 이미지가 무색하게 강력한 정국 장악력을 발휘했다. 지난해 1월에는 새 헌법의 일부 조항에 대해 수정을 요구해 국왕의 일시적 부재 시 섭정을 지명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을 삽입했다. 원래 조항에서는 왕실 자문기구 추밀원이 국왕 부재 시 섭정을 지명하고 의회 승인 절차를 밟도록 규정했었다. 아울러 태국 국민들의 구심이자 불교 지도자인 승왕을 직접 임명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기존에는 승려들의 원로회의에서 승왕을 임명해 국왕에게 추천하도록 했는데 이를 직접 임명함으로써 불교계에 대한 국왕의 통제를 강화한 셈이다. 새 국왕의 전제왕권이 막강해진 것은 지난해 8월 군부 정권이 왕실자산관리국(CPB)을 국왕이 직접 통제할 수 있도록 하도록 권한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300억 달러가 넘는 왕실 재산을 관리하는 왕실자산관리국은 원래 재무부 장관을 비롯한 4인 이상 위원으로 구성됐으나 국왕이 직접 위원장과 위원들을 임명하도록 규정을 바꿨다. 태국 왕실의 자산은 산유국인 브루나이 왕실(200억 달러)이나 사우디아라비아 왕실(180억 달러)을 넘어선 것으로 평가되고 정부의 감사도 면제된다. ●개헌·창당까지… 쁘라윳의 정치 야망 활활 동부 호랑이 파벌이 주축이 된 군부는 왕권 강화의 대가로 정치 개입의 제도화를 이뤘다. 쁘라윳 정권은 태국의 새 헌법 초안을 마련하고 2016년 8월 국민 투표를 통해 개헌을 성사시켰다. 새 헌법에는 총선 후 5년간의 민정 이양기에 250명의 상원의원을 최고 군정 기구인 국가평화질서회의(NCPO)가 임명하고, 이들이 선출직 의원 500명으로 구성된 하원의 총리 선출 과정에 참여하는 방안이 담겼다. 군부 지도자들도 상원의원에 자동적으로 포함된다. 또 선출직 의원에게만 주어지던 총리 출마 자격도 비선출직 명망가에게 줄 수 있도록 해 군 출신인 쁘라윳 총리에게 굳이 선출직 의원을 하지 않아도 다시 총리가 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했다. 군사 정권의 막강한 정치 권력과 비교해 정치적 반대 세력은 왜소하다. 쿠데타로 물러난 잉락 친나왓 전 총리는 지난해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영국으로 도피한 상태이며, 궐석재판에서 5년형을 선고받았다. 잉락은 재임 중이던 2011~2014년 부정부패와 재정 손실 혐의를 받고 있다. 2006년 쿠데타로 축출됐던 잉락의 친오빠 탁신 전 총리도 2008년 해외로 도피했다. 쁘라윳 총리는 차기 총선에서 정당 추천 후보로 출마해 총리로 당선되기 위한 유리한 정치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군부는 직접 새 정당인 ‘팔랑 쁘라차랏’ 창당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기존 양대 정당인 프어타이당과 민주당의 일부 의원들을 회유해 포섭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탁신 전 총리 계열인 프어타이당에 대한 지지율이 31%로 팔랑 쁘라차랏당(22%)보다 높지만 과반수 의석을 확보할 정당은 없다. 차기 총리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는 쁘라윳 총리가 31%로 1위를 차지했다. 차기 총선 결과 팔랑 쁘라차랏당과 쁘라윳을 지지하는 일부 군소 정당 간 연립정부가 될 가능성이 높다. ●경제지표 호전도 군부 자신감 뒷받침 쁘라윳 정권은 값싼 노동력과 천연자원, 관광업 등에 의존했던 태국 경제의 체질을 노동집약적 첨단 기술 위주로 탈바꿈하기 위한 국가경제발전계획 ‘태국 4.0’을 제시해 민심을 다스리고 있다. 실제로 2014년 0.9%였던 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올해 4% 수준으로 격상됐고, 올해 1분기 수출 증가율은 최근 7년래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사상 최대인 3500만명을 기록했다. 이 같은 경제지표의 호전은 군부의 자신감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쁘라윳 총리는 시사주간 타임 인터뷰에서 “지금이 태국의 안정을 되찾고 미래로 전진하기 위해 중요한 시기”라고 주장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5·18 희생자 명예훼손’ 전두환, 내일 재판 출석 여전히 ‘불투명’

    ‘5·18 희생자 명예훼손’ 전두환, 내일 재판 출석 여전히 ‘불투명’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씨의 첫 재판이 내일인 27일 열린다. 12·12 군사 쿠데타를 비롯해 5·18 당시 민간인 학살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돼 1995년 법정에 섰던 전씨가 23년 만에 다시 법정이 설지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전씨의 출석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광주지법 형사8단독 김호석 판사 심리로 오는 27일 전씨의 명예훼손 혐의 사건 첫 공판기일이 열린다. 그동안 전씨는 공판기일을 계속 미뤄왔다. 전씨 변호인은 지난 5월 28일로 예정된 첫 재판을 앞두고 재판 날짜를 바꿔달라고 신청했다. 이 신청을 받아들여 재판부는 지난달 16일 첫 공판기일을 열기로 했다. 그런데 전씨 변호인이 또 기일을 변경해달라고 신청해 첫 재판이 오는 27일로 연기됐다. 전씨는 지난해 4월 출간한 회고록에서 5·18 당시 계엄군 헬기사격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의 증언을 거짓이라고 주장해 조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지난 5월 3일 불구속 기소됐다. 전씨는 회고록에서 조비오 신부를 ‘가면 쓴 사탄’이라고 지칭했다. 앞서 광주지법은 전씨의 회고록 중 상당 부분에 ‘허위 주장이 있고 민주화운동 희생자 명예를 훼손한다’는 등의 이유로 회고록 출판 및 배포 금지를 결정한 바 있다. 전씨의 재판을 앞두고 전씨 변호인은 광주일보와의 통화에서 전씨가 “재판에 출석하기로 결정하고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또 다른 전씨 측 관계자는 “출석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정상적인 진술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중앙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전씨가 “약 5년 전부터 건강상 문제가 심각해 치료를 받아왔고, 5년치 진료기록을 모두 법원에 제출해 건강상의 문제가 있다고 알렸다“고 덧붙였다. 전씨의 출석이 불투명한 가운데 광주지법 관계자는 “(전씨가) 실제 출석할지는 재판 당일 오전쯤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예정대로 재판이 진행되는 만큼 출석을 전제로 재판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형사재판에서 피고인 출석은 의무 사항이다. 전씨가 특별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으면 재판부는 구인장을 발부해 강제 구인할 수 있다. 앞서 전씨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도 ‘고령이고 진술할 내용이 없다’는 이유로 출석하지 않고 서면진술서만 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터키에서 ‘아이폰 부수기’가 유행하고 있는 이유는?

    터키에서 ‘아이폰 부수기’가 유행하고 있는 이유는?

    미국과 터키가 무역 전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터키에서 ‘아이폰 부수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17일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등 외신은 최근 터키인들이 소셜미디어에 미국산 제품을 파괴하는 영상을 게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사와 함께 소개된 영상에는 한 남성이 터키 국기를 배경으로 커다란 망치를 들고 서 있다. 이어 남성은 아이폰 여러 개를 땅에 내려놓더니 망치로 하나하나 부수기 시작한다. 터키인들의 이 같은 행위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을 지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 정부는 미국인 앤드루 브런슨 목사를 구금한 터키에 대해 지난 10일부터 터키산 알루미늄·철강 관세를 두 배로 인상했고, 그 결과 리라화는 곤두박질쳤다. 이에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14일 방송 연설에서 애플의 아이폰 등 미국산 전자제품에 대한 보이콧(불매운동)을 선언한 바 있다. 그는 “미국에 아이폰이 있다면 다른 나라에는 삼성이 있으며 우리의 토종 브랜드 비너스와 베스텔도 있다”면서 “그들은 경제를 무기로 삼는 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미국 제품을 보이콧하라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연설 이후 터키인들은 그를 지지하는 영상들을 제작하고 있다. 그들은 아이폰을 부수거나 미국 지폐를 불태우고, 또 코카콜라를 변기에 떨어뜨리는 등의 영상을 제작하면서 미국 제품 불매 운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터키항공도 트위터를 통해 해시태그 #ABDyeReklamVerme (미국 광고 금지)를 게재하며 미국 광고 불매운동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앤드루 브런슨 목사는 1993년 터키에 입국해 2010년부터 현지에서 목회를 시작했다. 쿠데타를 일으킨 테러조직을 지원하고 간첩 행위를 한 혐의로 2016년 10월 구속됐다. 유죄 판결이 내려지면 최장 35년형에 처해질 수 있다. 사진·유튜브=Johnny Manziels/유튜브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씨줄날줄] 터키 특수/박현갑 논설위원

    [씨줄날줄] 터키 특수/박현갑 논설위원

    한국전 참전국 중 미국, 영국, 캐나다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병력을 보낸 나라. 국토의 97%가 아시아 대륙과 마주하지만, 북대서양조약기구인 나토(NATO)에 가입한 나라. 미국의 무역 제재로 화폐 가치가 폭락하면서 국내 미디어에 부쩍 많이 거론되는 나라. 인구 8500만명에 국토 면적은 한반도의 3.5배인 터키다.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터키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의 관세를 2배로 인상하면서 터키 화폐인 리라화 가치가 올 초 대비 40% 이상 하락했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우리나라에 ‘터키 특수’라 할 만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온라인 쇼핑으로 리라화로 표시된 영국 의류 브랜드인 버버리 등 명품을 거의 반값에 구매할 수 있고, 이스탄불의 5성급 호텔 숙박도 한국 돈으로 5만원이면 가능하다는 소식에 터키 쇼핑과 여행에 쏠린 높은 관심이다.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 될 수 있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한국전 파병으로 ‘형제의 나라’로 불리는 터키이지만, 파병 당시에는 공식적 외교관계가 없었다. 터키와 우리나라가 국교를 맺은 시점은 한국전 정전 4년 뒤인 1957년 3월 8일이다. 터키는 한국전 참전국 가운데 군인수 대비 가장 많은 사상자를 냈다. 1만 4936명을 파병해 전사자 742명, 부상 2147명, 실종 175명, 포로 346명이 발생했다. 터키의 한국전 파병은 자유진영 가입을 통해 국가 안보를 유지하려던 터키와 당시 소련과 대치하던 미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가능했다. 터키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미·소 양극체제에서 과거의 중립정책을 포기하고 소련에 맞서기 위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유진영이 만든 안보기구인 나토에 가담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아시아 국가라는 이유로 번번이 가입을 거절당하다 자국에서 8000㎞나 떨어지고, 외교관계도 없던 한국에 군대를 보내 수천 명의 사상자가 나면서 미국의 지원 끝에 한국전쟁 중이던 52년 2월 나토에 가입했다. 최근 미국과의 갈등도 안보 문제가 원인이다. 미국은 자국민인 앤드루 브런슨 목사를 억류한 터키에 브런슨 목사의 석방을 요구하나 터키는 거부하고 있다. 브런슨 목사는 2016년 터키 군부의 쿠데타 시도 세력인 재미 이슬람 학자 펫훌라흐 귈렌을 도왔다는 혐의로 그해 10월 구속됐다가 현재 가택연금 상태다. 대신 터키는 당시 쿠데타 미수 사건의 배후로 지목한 귈렌의 송환을 요구 중이나 미국 역시 거부하고 있다. 두 사람의 송환과 석방으로 위기를 타개할지, 미국이 최대 출자국인 국제통화기금 요구에 따라 경제개혁과 긴축정책에 나설지 아닐지, 아니면 러시아와 손잡고 또 다른 갈등을 증폭시킬지 터키의 선택이 주목된다. 박현갑 논설위원 eagleduo@seoul.co.kr
  • [어떻게 사법이 그래요] 판사 마음대로 ‘깜깜이·복사기 판결문’… 알고보면 법대로라네요

    [어떻게 사법이 그래요] 판사 마음대로 ‘깜깜이·복사기 판결문’… 알고보면 법대로라네요

    내부 감사·법관평가 대상서 판결문 제외 민사소송법, 5·16 쿠데타 직후 개정 필수기재 항목서 쟁점·판단근거 빠져 형사 판결문선 유죄 간결, 무죄는 장황 피고인보다 검사가 항소심 시작부터 유리 사건의 쟁점, 피고인이 부인하는 혐의를 유죄로 판단한 이유를 쏙 뺀 ‘깜깜이 판결문’이나 항소심 선고 때 1심 판결문을 그대로 베껴 ‘복사기 판결문’을 쓴 판사에게는 징계 등 불이익이 가해질까. 그럴 일은 없다.우선 판결문은 내부 감사는커녕 감시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서울변호사협회 등에서 매년 ‘법관평가’를 실시하지만, 재판 진행이 친절했는지 등을 평가할 뿐 판결문 평가 항목은 없다. 설사 판결문 감시가 이뤄진다고 해도 ‘깜깜이 판결문’은 민·형사소송법을 위반하지 않은, 합법적 판결문이다. 사건 당사자들이야 답답하든 말든, 법대로 작성된 판결문이다. 결국 기소·재판 ‘공급자’인 법조인 편의에 맞춰 설계된 소송법이 ‘깜깜이 판결문’의 근본 원인으로 꼽힌다. 민사소송법의 경우 1960년까지만 해도 판결문에 ‘사실과 쟁점’이란 항목으로 재판의 쟁점과 법원의 판단근거를 반드시 쓰도록 했다. 그런데 5·16쿠데타 직후인 1961년 9월부터 이 ‘사실과 쟁점’ 항목이 판결문(법령 용어로는 판결서) 필수기재 항목에서 빠지면서, 법원은 판단근거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채 원고와 피고 중 한쪽 손을 들어 주는 ‘주문’ 위주로 판결문을 작성할 수 있게 됐다. 재판에 필요한 증거에 대한 평가를 법관의 자유로운 판단에 맡기는 ‘자유심증주의’에 따라 재판이 진행되는데, 법관이 자유롭게 판단한 근거를 판결문에 쓰지 않아도 되게 소송법이 허용한 덕에 판결문을 쓸 때 법관의 자유가 극대화된 셈이다. 형사소송법에선 1954년 제정 이후 줄곧 판결문 유·무죄 기재 요건이 바뀌지 않았다. 이 법 40조 판결문(재판서) 기재 요건으로 명시한 항목은 재판을 받는 자의 성명, 연령, 직업, 주거, 기소·공판 검사와 변호사의 성명 등 호구조사용 정보들이다. 같은 법에선 유·무죄 판결에 명시될 이유를 따로 규정했는데, 조항만 보면 유죄판결에 명시해야 할 이유가 더 많다. 형소법 323조에 따르면 판결 이유에 범죄 될 사실, 증거 요지, 법령 적용, 형의 가중·감면 이유 판단 등이 들어가야 된다. 반면 같은 법 325조에 따르면 무죄 판결은 그냥 무죄라고 선고만 해도 된다. 하지만 실제 형사 판결문에선 무죄 이유가 장황하게 설명되는 반면 유죄 판단은 ‘범죄 될 사실’ 항목에 공소장 내용을 붙여 한 줄 정도 지나가는 식으로 언급돼 있다.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가 된 이른바 ‘범털’이 아니라면 피고인이 무죄를 주장하더라도, 재판부가 피고인의 주장과 다르게 유죄로 본 근거를 쓰지 않는 게 보통이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는 “요즘에는 유·무죄를 다투는 사건에 판단 이유를 적으라고 권고하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하지만 재판부 성향 등에 따라 쓰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유죄 이유는 간단히, 무죄 이유는 장황하게 쓰는 판결문은 피고인이나 민사 패소 측을 난감하게 만드는 대신 검찰의 업무를 줄여 준다. 피고인은 1심 법원의 유죄 판단 근거를 재반박해 항소해야 하는데 판결문에 그 이유가 없으니 항소이유서를 쓰는 일이 어려워진다. 반면 검사는 판결문의 무죄 판단 근거를 읽은 뒤 1심 법원이 채택하지 않은 증거를 추려 항소심 재공격에 나선다. 삶을 걸고 재판을 받는 피고인이 직업으로 공소유지를 하는 검사보다 불리해지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항소심 시작 단계에서부터 조성되는 셈이다. 서울 소재 법학전문대학원의 한 형사법 전공 교수는 “피고인이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는 경우에도 형사재판의 한 축에 불과한 검사의 기소내용을 따서 붙인 뒤 유죄라고 간략하게 선고하는 판결문 관행도 사법부의 적폐 중 하나”라면서 “무죄추정의 원칙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오히려 판결문에 무죄 이유는 간단히 쓰고, 무죄가 아닌 유죄 이유를 자세히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한국당, ‘군사기밀 누설’ 송영무 장관 등 검찰 고발

    한국당, ‘군사기밀 누설’ 송영무 장관 등 검찰 고발

    자유한국당이 국군기무사령부 ‘계엄령 검토 문건’을 토대로 정부와 여당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에 나섰다. 한국당은 계엄령 문건을 ‘군사기밀 누설’로 규정하고, 송영무 국방부 장관 등 4명을 3일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석구 기무사령관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송 장관과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등 문건 유출과 관련된 이들을 공무상비밀누설, 군시기밀 누설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검찰 고발 이유에 대해 “군사비밀의 무분별한 유출, 군기 문란은 물론 국기를 문란케 하고 사회적 혼란의 위험성을 크게 대두시킬 수 있어 결코 쉽게 간과할 수 없다”며 “기무사 문건이 쿠데타 문건으로 부풀려지고 내란음모 프레임이 덧씌워지는 과정에서 한국당을 내란공범으로 몰고 가는 등 시민단체를 동원한 정권의 정치적 기획과 정치적 공작 의혹이 짙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국당은 기무사 문건 유출 과정에 대한 국정조사도 흔들림없이 추진할 것임을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는 “한국당은 기무사 문건의 작성과 유출 경위에 대해 국정조사를 추진할 것을 분명히 한다”며 “더불어민주당도 뒤에서 볼멘소리만 할 게 아니라 국조 통해 국민 앞에 한 점의 의혹 없이 진실을 밝히는 데 적극 협조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은 한국당의 공세에 대해 ‘물타기’라며 맞서고 있어 실제 국정조사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추미애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한국당은 기무사 정권 계엄령의 조력자이자 책임자로서 자유로울 수 없는 당사자”라며 “이제라도 기무사 계엄령 문건의 실체적 진실을 인정하고 배후와 지시자 규명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한국당은 이날 혁신비상대책위원회 좌표·가치 재정립소위원회에 홍성걸 국민대 교수가 참여한다고 밝혔다. 한국당은 홍 교수 등 대내·외 인사들의 참여로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강조하고 있는 보수 가치 재정립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한국당 비대위는 당 재건을 위한 소위와 특위를 다음 주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하며 당 혁신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장관 2명 제재” “즉각 보복”… 충돌 치닫는 美-터키

    “장관 2명 제재” “즉각 보복”… 충돌 치닫는 美-터키

    미국과 터키가 미국인 목사의 터키 내 억류 사건을 둘러싸고 실력 행사에 나서며 부딪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죄도 없는 미국인 목사를 억류하고 있다”며 대(對)터키 제재에 착수했다. 터키도 물러서지 않고 즉각 보복을 시사하며 강경한 자세다.AP통신 등은 1일(현지시간) 미국이 압둘하미트 귈 터키 법무장관과 쉴레이만 소일루 터키 내무장관에 대한 제재를 발동했다고 전했다. 이는 터키가 가택 연금 중인 미국인 목사 앤드루 브런슨을 풀어 달라는 미국의 요구를 무시한 것에 대한 응징 성격을 띤다. 귈 법무장관과 소일루 내무장관의 미국 내 재산은 동결된다. 미국인과의 거래도 금지된다. 터키의 러시아제 미사일 수입, 미국의 F35 전폭기 터키 판매 거부 등으로 삐거덕거리던 두 나라 관계는 이번 사건으로 더 나빠지게 됐다. 미국은 제재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는 입장이고, 터키 역시 당하지만은 않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미국의 제재 조치는 터키 법원이 지난달 31일 브런슨 목사의 가택 연금 및 출국금지 명령 해제 요청을 기각한 뒤 나왔다. 앞서 지난달 2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브런슨 목사를 즉각 석방하지 않으면 대규모 제재를 하겠다고 경고했었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열고 “(제재를 받은 두 장관은) 브런슨 목사의 체포 및 투옥에 책임이 있다”면서 “브런슨 목사가 잘못을 저질렀다는 어떤 증거도 보지 못했다. 그는 터키 정부의 부당하고 불공평한 처사의 피해자”라고 밝혔다. 터키 정부는 미국의 이번 제재가 사법 침해이며 양국 관계를 해칠 것이라고 반발하고 “지체 없이 보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에 대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맞섰다. 두 나라 지도자의 자존심 대결 같은 양상도 띠고 있다. 브런슨 목사는 1993년 터키에 입국해 2010년부터 현지에서 목회를 시작했다. 쿠데타를 일으킨 테러조직을 지원하고 간첩 행위를 한 혐의로 2016년 10월 구속됐다. 유죄 판결이 내려지면 최장 35년형에 처해질 수 있다. 두 나라의 갈등은 2017년 11월 터키가 러시아제 미사일 체계 S400을 도입하기로 결정하면서 불거졌다. 미국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인 터키의 러시아제 무기 수입에 반대했지만, 터키는 내년 7월 S400을 실전 배치한다는 계획을 밀어붙이고 있다. 미국의 최신예 스텔스 전폭기 F35의 터키 판매 유예 결정 등에 터키는 “미국의 대이란 제재에 동참하지 않겠다”며 대항해 왔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트럼프 위협에도 터키 “마이 웨이”

    트럼프 위협에도 터키 “마이 웨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규모 제재 위협에도 불구하고 터키가 미국인 목사 석방을 거부했다.브랜슨 목사는 자신이 터키 정부가 쿠데타 배후로 지목한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을 추종한다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그는 앞서 법원에서 “기독교인인 나에게 이슬람 성직자를 추종했다는 혐의는 모욕”이라고 진술했었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미 정부는 터키에 브런슨 목사 석방을 수차례 요구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브런슨 목사의 장기간 억류에 대해 터키에 대규모 제재를 부과할 것”이라고 위협하기도 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에 “물러서지 않겠다”고 맞섰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인권, 무기공급, 대테러 공조 등 미국과 갈등을 빚고 있다. 특히 에르도안 대통령이 러시아제 무기를 구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미국은 터키가 러시아제 S400 방공미사일을 도입하면 F35 전투기의 터키 공급 제한 입법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같은 갈등 국면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이 브런슨 목사를 정치적 인질로 삼아 미국과의 협상 카드로 활용하려고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곽병찬의 역사 앞에서 묻다] 1945년 ‘소련 신탁통치 주장’ 가짜뉴스에 통일정부 수립 물거품

    [곽병찬의 역사 앞에서 묻다] 1945년 ‘소련 신탁통치 주장’ 가짜뉴스에 통일정부 수립 물거품

    “나는 지금 우리나라의 파쇼 정체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인데 성명 석 자가 반파쇼의 위원장이 되고, 나는 총동원 조직을 마음에 합당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인데 성명 석 자가 위원회의 상무가 되어 있다. 이만 정도는 참을 수 있지만….”대하소설 ‘임꺽정’의 저자 벽초 홍명희는 1946년 1월 5일자 서울신문에 개인 명의의 성명을 발표했다. 모스크바 3상회의가 결의한 신탁통치 문제를 놓고 극우와 극좌 진영이 벌인 헤게모니 싸움에서 양쪽이 그의 이름을 멋대로 도용하고 있는 것에 대한 하소연이었다. 홍명희는 당시 서울신문 고문이었다. 당시 한민당과 이승만이 주도하던 극우 진영은 김구의 임시정부를 앞세워 ‘반탁’ 대중운동에 총력전을 펴고 있었다. 임시정부는 1945년 12월 28일 신탁통치반대국민총동원위원회(이하 총동원)를 결성해 대중운동으로 미군정 권력을 이양받으려 했다. 공산당, 인민당 등 좌익도 30일 반파쇼공동투쟁위원회(이하 반파쇼)를 결성해 ‘반탁’의 주도권 다툼에 뛰어들었다. 양쪽에 일제 병탄기 항일 민족통일전선을 추구한 신간회를 주도했던 홍명희는 명분 확보와 외연 확장에 꼭 필요한 인물이었다. 해가 바뀌면서 반파쇼 측은 돌연 반탁의 기치를 ‘모스크바 3국 외상회의 결정 지지’(찬탁)로 바꿨다. 반파쇼는 1월 3일 개최한 ‘민족통일자주독립촉성시민대회’를 애초 공지한 것과 달리 외상회의 결정 지지 행사로 진행했다. 본의 아니게 ‘반탁’과 ‘찬탁’에 양다리를 걸치게 된 홍명희로서는 묵과할 수 없었다. 그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신탁통치는 빵을 달라고 하는데 돌을 던지는 것과 같다”고 밝힌 바 있었다. 좌익의 시민대회 이후 국론은 돌이킬 수 없는 분열의 길로 들어섰다. 정국 주도권은 극좌와 극우의 손으로 넘어갔다. 해방 후 가장 강력했던 여운형, 김규식 등 중도 혹은 좌우합작 추진 세력은 민주통일전선 기치를 꺼내기조차 힘들었다. 이들은 우선 통일된 임시정부를 세운 뒤 신탁통치를 거부해도 늦지 않다고 설득했지만, 흥분한 대중들에게 먹혀들 리 만무였다. 한민당의 공식 입장과 달리 ‘반탁 운동’에 회의적이었던 수석총무 송진우가 12월 30일 암살당한 것은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국론 분열에 이어 분단, 나아가 골육상잔의 길로 내몬 찬탁·반탁의 충돌은 어이없게도 한 토막 ‘가짜뉴스’에서 비롯됐다. 1945년 12월 27일 석간신문들은 합동통신을 받아 미국 번스 국무장관이 정부로부터 받았다는 훈령 한 토막을 보도했다. “번스가 (3국 외상회담) 출발 당시 소련의 신탁통치안에 반대하여 즉시 독립을 주장하도록 훈령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동아일보는 이것을 “소련은 신탁통치 주장, 미국은 즉시 독립 주장, 소련의 구실은 38선 분할점령”이라는 제목의 1면 머리기사로 실었다. 소련이 한반도 38도선 이북을 집어삼키기 위해 신탁통치를 주장한다는 것이었다. 조선일보는 “조선의 자주독립은 어디로, 독립·신탁론 대립” “미국은 즉시 독립을 주장”, 서울신문은 “아(조선) 독립 문제 표면화” “미, 즉시 실현 주장”이라는 제목 아래 훈령 내용이라고 전해진 것만 간단히 보도했다. 출처도 애매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 따르면 이 기사는 미군 태평양사령부가 발행하는 태평양판 성조지에 보도된 것을 합동통신이 전재한 것으로 취재원도 없었다. 훈령 내용 역시 그동안 미 국무부가 밝힌 입장과 전혀 달랐다. 소련이 신탁통치를 주장한다는 내용도 알려진 것과 정반대였다. 그러나 아무도 확인하지 않았다. 동아일보는 28일자에서 1면 전부를 ‘탁치’에 대한 반대 여론으로 채웠다. 29일 미 군정청에서 외상회의 결정문을 발표했다. ‘한국에 민주주의 임시정부를 수립하며, 최장 5년간 신탁통치를 하되 미국과 소련 대표로 구성되는 공동회의가 임시정부와의 협의를 거쳐 확정한다’는 것이었다. 동아일보는 신탁통치만 앞세워 간단히 처리했고, 나머지 지면은 ‘반탁 운동’으로 채웠다. “한국은 신탁통치를 받게 되겠지만 임시정부가 수립되고 그 기간은 최장 5년”이라고 보도한 서울신문과 대조를 이뤘다. 신탁통치를 한사코 밀어붙인 것은 미국이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1942년 전후 식민지 신탁통치 구상을 처음 밝힌 이래 1943년 영국의 앤서니 이든 총리와의 워싱턴 회담에 이어 11월 스탈린과의 테헤란 회담에서 한국에 대한 신탁통치안을 공식화했다. 1945년 2월 얄타회담에선 ‘신탁통치 20년’ 안을 제시했다. 루스벨트에 이은 트루먼 행정부도 마찬가지였다. 10월 20일 존 카트 빈센트 미 국무부 극동국장은 외교정책협의회에서 이렇게 밝혔다. “조선은 자치를 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 미국은 따라서 우선 신탁관리제를 실시할 것을 제안한다.” 조선에서 반탁 운동이 걷잡을 수 없이 퍼지자 빈센트는 1월 16일 “조선 임시정부가 통일적인 통치와 치안의 능력을 보여 줄 때에는 탁치를 실현하지 않겠다는 것이 미국뿐만 아니라 연합 3국의 공통된 의견”이라며 제동을 걸었다. 그날 동아일보는 소련이 조선을 속국으로 만들려고 한다고 보도했다. 소련이 한국에서 ‘신탁통치의 원흉’으로 악마화되자 스탈린은 1월 23일 윌리엄 해리먼 주소련 미국대사를 불러 ‘회담 과정을 공개하겠다’고 통보했다. 24일 관영 타스통신은 회담 과정을 소상히 보도했다. 그러자 동아일보는 다짜고짜 “근거 없는 타스통신 보도”라고 비난했다(1월 26일자). 27일 미 국무부는 “타스통신 보도가 맞다”고 확인했다. 가짜뉴스임이 드러났지만, 이미 화살은 시위를 떠난 뒤였다. 한민당을 중심으로 한 친일파들은 즉각 독립을 추구하는 민족세력의 일원이 됐고,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친일 매판의 과거를 세탁하고 ‘민족지’로 분식했다. 통일정부 수립이라는 민족적 염원은 분단 정부 건설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고, 이승만과 한민당의 꿈은 성큼 현실로 다가오고 있었다. 이런 대성공은 이후 가짜뉴스의 거대한 뿌리가 됐다. 그 대상이 소련과 좌익에서 북한과 민주세력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북한 관련 뉴스는 브루스 커밍스 시카고대학 교수의 말마따나 “백지수표”처럼 이용됐다. 아무렇게나 쓰고 말해도 되는 대상이었다.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 때 조선일보 25일자 사설엔 이런 대목이 있다. “(남파 간첩들이) 민심을 흉흉케 함으로써 사태를 격화시켰으리라는 것도 십분 짐작이 가기도 한다….” 남파간첩 배후설이다. 1986년 11월 16일자엔 ‘세계적 특종’이라며 1면 톱으로 김일성 주석 암살 의혹을 보도했다. 김 주석은 다음날 조선중앙TV에 나타났다. 이후 성혜림 망명설, 김정일 국방위원장 정신병설, 평양 계엄령 선포설, 조명록 전 군총정치국장 쿠데타설 등 ‘아니면 말고’ 식의 가짜 기사가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2010년 천안함 사건 때는 북한의 인간어뢰설을 제기해 세계적인 비웃음을 사더니, 2012년엔 김정남이 일본 도쿄신문 고미 요지 편집위원과 주고받은 이메일을 통해 “천안함 사건은 북한의 필요로 이루어졌다”고 밝혔다는 기사를 창작했다. 2018년 1월 북한 공연단을 이끌고 남쪽을 방문한 현송월은 이 신문 보도에 따르면 2013년 ‘음란물 제작 취급 혐의로 공개 총살’당한 인물이었다.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할 때 방문 취재기자들에게 1인당 1만 달러를 요구했다는 가짜뉴스에 청와대 대변인이 발끈했지만, 이런 전례를 생각하면 특별한 ‘가짜’도 아니었다. ‘해방일기’의 저자 김기협 교수의 1945년 12월 27일 ‘일기’ 중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동아일보가 아직 살아 있는 신문이라면 해마다 12월 27일에는 1945년 12월 27일 내보낸 이 기사에 대한 사과문과 반성문을 실어야 한다. 언론이 사회에 해악을 끼친 사례로 이 기사는 한국 언론사에서 가장 극악한 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가짜뉴스의 거대한 뿌리는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한다. 가짜뉴스를 잘 활용해 최고의 영향력을 구가하는 매체가 달라졌을 뿐이다. 혹자는 법적 처벌을 주장하기도 하지만, 북한 관련 오보는 처벌이 불가능하다. 오로지 눈 밝은 시민들의 양심과 판단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게 현실이다. 논설고문
  • 계엄령 윗선 따로 있나 수방·특전사도 알았나 왜 육참이 사령관 맡나

    촛불집회 당시 국군기무사령부가 위수령·계엄령을 검토한 문건(계엄령 검토 문건)을 작성한 데 대해 독립 특별수사단이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해당 문건이 실행을 목표로 한 것인지 아니면 단순 검토 문건이었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①한민구, 김관진·황교안 등 윗선 보고 가능성 만일 실행을 염두에 둔 계획이었다면 예비내란·음모 혐의까지 둘 수 있다. 따라서 윗선 규명, 특전사·수도방위사령부 등의 해당 문건 공유 여부, 계엄사령관으로 합참의장이 아닌 육군참모총장으로 명시한 이유 등이 핵심 수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계엄령 검토 문건의 의도를 수사하는 가장 단순한 방법은 지시를 내린 윗선을 조사하는 것이다. 해당 문건은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이 지난해 3월 초 한민구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했으며 한 전 장관은 오해의 소지가 있으니 더 논의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당시 한 전 장관이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등에게 보고했을 수 있다. 특히 특별수사단은 세월호 유족 사찰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곧 소강원 기무사 참모장을 조사할 방침이다. ②부대와 공유했다면 실행 염두에 뒀다 판단 또 국방부와 기무사 이외에 수도방위사령부, 특전사 등 부대에서 ‘계엄령 검토 문건’과 관련한 흔적이 발견되면 실제 실행 계획을 문건에 담았다는 근거가 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계엄령 검토 문건에 대한 부대 간 문서를 모두 제출하라고 지시한 것도 같은 이유다. 실제 계엄령 문건의 마지막 장에는 ‘향후 조치’를 다루며 위수령 발령 또는 계엄 선포 여건 평가, 위수령 또는 계엄 시행 준비 착수 등을 언급하고 “철저한 보안대책 아래에 임무수행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명시돼 있다. 또 해당 문건에는 위수령 발동 시 증원 가능한 부대로 기계화 5개 사단(8·20·26·30사단·수도기계화사령부) 및 특전 3개 여단(1·3·9여단), 707 특임대대를 명시했다. 따라서 이들 부대가 실제 위수령을 대비해 증원 부대 계획을 마련했는지 병력·장비 이동계획서를 작성했는지 등에 대한 조사가 예상된다. 실제 계엄령 검토 문건을 공유한 흔적이 나온다면 지난 3월 국방부의 ‘위수령 검토 및 군 병력 투입 감찰’이 미흡했다는 증거도 된다. 당시 군인권센터는 촛불집회 당시 수방사가 무력진압 계획을 세웠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국방부 감사관실은 지난 3월 8일부터 19일까지 컴퓨터 포렌식 전문요원까지 투입해 국방부, 합참, 수방사, 특전사 등을 조사했고 “군병력 투입이나 무력진압 관련 논의 내용을 뒷받침할 만한 자료나 진술은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③쿠데타 막아야 할 기무사가 지휘 체계 무시 청와대는 해당 문건에서 본래 군대를 움직일 권한을 가진 합참의장이 아니라 육참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임명하려 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사실상 군의 지휘 체계를 무시한 것이다. 군 관계자는 “기무사는 본래 군 이동을 계획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쿠데타를 막기 위해 군 이동을 보고해 막는 역할을 한다”며 “적어도 해당 문건을 작성한 건 월권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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