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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약과의 전쟁」급하다(사설)

    대마초·히로뽕·아편 등 마약류사범이 부쩍 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대검찰청이 발표한 「94마약류 범죄 백서」에 따르면 올 1,2월 적발된 마약사범이 6백5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0%나 급증했다고 한다. 검찰이 마약류에 대한 본격단속을 실시한 89년이후 해마다 마약사범은 감소돼 왔었다.그러다 93년에 1백20%의 폭증이 있은뒤 올 상반기에 심상치 않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대책이 시급한 형편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의료인 등 전문인과 고학력층·부유층을 중심으로 마약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지난해 마약사범으로 적발된 의료인이 2백18명이나 된다니 그 정도가 얼마나 심각한가를 말해준다.약에 대해 무지한 사람들이 마약류 상습자가 되는게 아니라 전문인들이 중독에 빠지는게 오늘의 마약류 남용실태다.전문직업인들이 순간의 쾌락에 손쉽게 빠져들고 있음을 뜻한다.마약은 개인의 파멸뿐 아니라 국가·사회에 엄청난 손실과 해독을 초래하기 때문에 우리는 심각하게 그 예방책을 논의해야만 한다. 최근 수년간 한국은 효과적인 마약퇴치운동으로 「유엔마약퇴치 모범국가」로 인정을 받았었다.90년부터 서울신문사가 추진해 온 「마약류 퇴치 범국민대행진」은 민간운동으로 큰 호응과 성과를 거두었다.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요즘에는 마약밀수루트의 다변화에 따라 공급이 수월해져 중독자를 양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한국은 이제 히로뽕의 「황금시장」으로 통하고 있을 정도다. 망국적 독소인 마약류의 퇴치에는 민·관의 부단하고 적극적인 대응책이 요청된다.당국은 단속을 강화하기 위해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수사체계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마약류 취급 병원의 관리도 철저히 해야한다.특히 대검·경찰·세관 등 수사기관의 수사비를 대폭 늘려 현실화해야 한다.세계곳곳에서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있지 않은가.우리도 범국가적인 대책을 서둘러야 할 때다.
  • 한국기업 세계화 수준 아직 낮다/대우·서울대 경영연 53개국 비교

    ◎조직 민주화정도 60점으로 27위/합리적 경영 41위… 근검 후한 점수 우리나라 사람과 기업의 세계화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대우그룹과 서울대 경영연구소가 1일 세계 53개국 국민의 교양·상식 수준 등 58개 항목을 비교 분석한 「개인과 기업의 세계화 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경영 스타일과 조직의 민주성,개인의 직업관 등에서는 후진성을 면치 못했으나 근검절약 등에서는 후한 점수를 받았다. 먼저 점수가 낮을수록 조직의 민주화 정도를 뜻하는 「계층간 힘의 균형」에서는 우리나라가 60점으로 세계 27위이다.상위 층에 권력이 집중됐고 하위 층은 수동적으로 일하는 수준이다.말레이시아가 민주화 정도가 가장 낮았고 오스트리아는 가장 높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일에 대한 생각은 집단주의 성향이 높아 개인주의 지수가 18점으로 43위를 기록했다.점수가 낮으면 직장을 감정적·정서적으로 생각한다는 뜻이다.미국이 91점으로 1위,개인주의 성향이 높고 과테말라가 6점으로 가장 집단적이다. 객관적 사실에 근거해 의사 결정을 내리는 합리적경영 스타일은 우리가 39점으로 세계 41위이다.경영자의 주장만 수용하는 후진 경영인 셈이다.일본이 95점으로 세계화가 앞섰다. 미래의 결실을 중요시,오늘의 쾌락을 포기하는 정도는 우리가 75점으로 세계 5위이다.중국 1백점,홍콩 96점,대만 87점,일본 80점 순이며 파키스탄이 0점으로 가장 낮았다.
  • “가요 황제” 김건모/음반시장 달군다

    ◎3집앨범 「잘못된 만남」/두달만에 230만장 팔려 김건모가 가요계를 달구고 있다.지난해 방송3사의 가요대상을 모두 휩쓸며 순식간에 황제의 자리에 올라섰던 김건모의 인기바람이 올들어 사그라지기는 커녕 새앨범 발매와 함께 더욱 거세지고 있다. 지난 1월말 나온 3집 「잘못된 만남」은 지난 10일 2백만장을 넘어서 지금까지 2백30만장 정도 팔려 나갔다.이대로라면 2백50만장 고지도 눈앞에 있다는게 관계자들의 분석.음반시장의 전반적인 침체를 감안할때 2백만장,그것도 한달 반만의 2백만장판매는 거의 A급태풍 수준이다. TV 역시 김건모태풍의 영향권에 들어있다.새앨범의 머리곡 「잘못된 만남」은 각 방송 가요순위프로 차트에 진입한지 3∼4주만에 정상을 휩쓸고 있다.토크쇼와 쇼프로그램에서 김건모는 가장 매력적인 초대손님의 하나가 된지 오래다.거리의 레코드 가게나 테이프를 파는 리어카에서는 종일토록 「잘못된 만남」이 흘러나온다.가히 폭발적이라 할 인기다. 이런 현상의 비결로 많은 사람들이 우선 꼽는것이 김건모의 가창력과 감각.김건모가 뛰어난 보컬리스트이고 특히 댄스음악을 소화하는 탁월한 리듬감을 갖췄다는 데는 평론가들 사이에서도 거의 이론이 없다. 여기에 김건모의 음악외적 면모도 한몫 거들고 있다는 분석이다.재치있는 말솜씨에 신세대풍의 총천연색 옷차림 등으로 무장한 그는 요즘 팬들이 요구하는 토털 엔터테이너로서의 면모를 두루 갖추고 있다는 것. 이밖에 댄스음악이 주류를 이룬 최근 가요계 풍토에서 친구와 바람이 나버린 엣애인을 직선적으로 노래한 가사,금방 따라 부를수 있는 멜로디 등이 신세대 팬들에게 금세 어필했으리라는 점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그러나 이런 벼락인기현상에 대해 우려의 시각이 만만치 않은 것도 사실.새앨범이 2집에 비해 새로운 시도가 보이지 않는데다 완성도도 떨어져 음악적으로는 후퇴했다는 평론가들의 지적이 앨범발매 직후부터 꼬리표처럼 따라붙었었다.이것은 물론 김건모의 탓만은 아니다.노래를 부르되 만들지는 않는 김건모는 작곡자한테 자신의 음악적 세계며 이미지를 철저히 의존할 수밖에 없다.지금의 김건모가 감각적인 쾌락을 바라는 대중정서에 편승해서 1등을 하고 있다고 해도 그것은 그의 의도와는 사실 별개의 것이라는 얘기다.그렇더라도 자기 음악세계를 스스로 만들어갈 역량이 없다면 김건모의 가능성은 「태생의 한계」를 넘어설 수 없다는 지적은 남는다. 이와 관련,한 평론가는 『대중의 고민과 고통을 짚어내 대신 말해주는 감각까지 갖추지 않고서는 진정한 우상이 될수 없다』면서 『김건모가 한 세대의 상징이 되기 위해서는 대중정서를 복제해 읊어대는 앵무새를 넘어 창조적인 힘을 갖춰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 미 팝아트거장 작품전 러시/기존 고급예술에 반기…대중적 색채 짙어

    ◎「표화랑」「현대아트」월말까지… 천안 「아라리오」는 오늘부터/로젠퀴스트/광고·잡지서 따온 이미지 대형화/리히텐슈타인/「실내공간」·「나체」 연작 판화 선봬 50년대 이후 미국 현대미술을 주도했던 팝아트 거장들의 작품전이 잇따라 열리고 있다.서울 신사동 표화랑은 30일까지 초현실주의 팝아트의 대가 제임스 로젠퀴스트 근작전을,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트갤러리는 31일까지 3차원 입체판화라는 새로운 형식을 창안해낸 중견작가 제임스 리치 작품전을 각각 마련한다. 또 천안 아라리오화랑에서는 21일부터 오는 4월 5일까지 미국 팝아트를 주도해온 로이 리히텐슈타인 판화전이 열린다. 팝아트는 고급문화로 표현되는 기존 예술에 대항해 생겨난 극히 대중적인 색채의 미술장르.영화 광고 공상과학소설 팝음악 등 근대 산업사회의 산물인 대량생산된 도시문화를 소재로 삼고 있으며,이미 만들어진 제품이나 예술품을 다시 예술화하는 작업이다. 지나치게 소비지향적이고 쾌락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고도의 산업사회로 접어든 60년대 이후영미문화를 주도했고 90년대의 중요한 문화사조인 포스트 모더니즘의 배경이 됐다. 로젠퀴스트는 광고나 과학잡지 등 대중매체에서 따온 일상적인 이미지를 이용해 특유의 대형화면을 만들어내는 작가.다른 팝 아티스트들과 마찬가지로 소비사회의 리얼리즘을 반영한 작품들이지만 혼란하고 관념적인 이미지는 순수팝아트라기보다 초현실주의에 가깝다.이번 서울전은 지난해 뉴욕 카스텔리화랑 전시 30주년 기념전에 출품작을 포함한 유화 5점,판화 5점으로 꾸며졌다. 제임스 리치는 풍부한 색채와 풍자적인 안목으로 현대의 도시생활에 몰두하고 있는 브루클린 태생의 작가로 판화,조각,회화를 결합한 3차원적 구성으로 잘 알려져 있다.이번에 전시된 3차원 판화도 전통적인 판화기법을 사용한 이미지를 붙이거나 포개면서 이중의 이미지를 만들어낸 작품들이다. 74년 브루클린박물과 판화전시회 시리즈로 데뷔한 그는 전시회외에도 록그룹의 앨범표지,무대세트,만화비디오 등을 디자인하기도 했다.이번 전시회에는 오리지널 유화와 실크스크린 작품과 함께 리치의작품을 이용해 만든 라이터 우산 손목시계 넥타이 등이 선보인다. 리히텐슈타인은 61년 만화를 소재로 한 그림을 발표하면서 확고한 위치를 구축한 미국의 대중예술가.대중문화의 산물인 뽀빠이,도널드 덕,미키마우스 등 만화의 잔영을 재현하거나 가재도구,부엌용품 등 생활필수품을 확대하거나 축소하면서 예술의 대상으로 부각시켜 왔다.그의 작품의 특징은 과감히 축소되거나 절제된 각 이미지를 굵은선으로 둘러치고 일회용 밴드의 구멍같은 일정한 간격의 점들을 화면에 깔며,노랑 초록 남보라 빨강 흑 백 등 몇몇의 기본색만을 쓰는 것. 이번 전시회에는 판화제작자로도 미술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그의 판화작품 「실내공간」시리즈와 「나체」시리즈가 선보인다.
  • 음주운전 벌칙(외언내언)

    1989년 미국 워싱턴근교 몽고메리카운티지방법원 에드윈 설리반판사는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치어죽인 피고에게 특이한 판결을 내렸다. 징역 10년형,단 이중 3년은 실형으로 복역하고 나머지 7년은 매주 토요일 희생자 무덤에 가서 참회의 글을 쓴뒤 이를 법원에 제출하라는 것이었다.「술몇잔이 준 한순간의 쾌락과 실수가 얼마나 많은 사람을 불행하게 하고 귀한 생명을 잃게 하는가에 대한 뼈아픈 교훈을 알도록 하겠다」는 것이 이 판결의 뜻이었다. 언뜻 보면 너무 과한 처벌처럼 보인다.그러나 많은 나라에서 음주운전사고의 벌칙은 예상보다 가혹하다.프랑스만 해도 음주운전 대가는 상식을 뛰어 넘고 있다.최고 2년징역에 벌금이 최고 30만프랑(약4천5백만원)이다.프랑스의 벌칙강화는 포도주제조업자들의 강력한 로비와도 싸워야 했다.그래도 번번이 벌칙강화가 이겼고,이제는 공익을 위해 법관은 피고의 재산정도에 따라 벌금을 가중시킬 수 있는 권리와 의무까지 부여 해 놓았다. 미국에서는 최근 「점화잠금감시장치」라는 음주운전예방장치가 인기를 끌고 있다.이 장치는 운전자가 차량에 장착된 음주측정기를 입으로 불어 혈중알코올농도를 체크,「합격판정」을 받아야 차의 시동이 걸리도록 고안된 것.설치비 70달러,사용료 월 55달러인데 이 돈이 벌금보다 싸게 먹힌다는 생각 때문에 널리 보급이 되고 있다.텍사스주는 아예 이를 주에서 공인하고,술을 마시지 않은 사람이 대신 시동을 걸어주면 벌금이 아니라 실형을 받도록 하는 특별규정까지 만들었다. 경찰청 「94년교통사고분석」에 음주윤화가 27%나 급증했다는 집계가 나왔다.차가 급증하니까 음주운전도 느는구나 정도로 볼일이 아니다.우리는 사실상 음주운전벌칙적용에 너무 관대하다는 문제를 갖고 있다.이제 자가용 승용차가 5백만대를 넘어섰으니 음주운전규제도 세계화해야 할 것이다.
  • 현역장교의 은행강도(사설)

    육사를 졸업한 현역장교가 은행강도 짓을 저지른 것은 전대미문의 충격적인 사건이다.당당한 국군장교였다가 순식간에 범인으로 돌변해 버린 하기용중위는 『경마도박으로 진 빚을 갚기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털어놓으면서 빨간 고급승용차와 예쁜 여자친구를 갖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다.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라를 내손으로 지킨다는 투철한 사명감과 자긍심을 지녀야할 국군장교가 어떻게 이런 허망한 동기로 범죄를 저지른단 말인가.지난해 소대장 두명이 무장탈영했을때 이들의 행위보다는 「장교 길들이기」라는 사병들의 하극상을 질타하는 여론도 적지 않았었다.그러나 이번 사건은 어떤 변명으로도 용납될 수 없는 파렴치한 범죄행위이다. 우리는 이사건의 원인이 여러가지 있을수 있다고 본다.사회적인 환경과 시대분위기도 범행의 동기를 유발했을수 있다.그러나 범행을 저지른 장본인이 현역장교라는 점에서 기본적으로는 군의 기강문란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기강은 군의 생명이나 다름없다.아무리 고도의 첨단병기를 갖추었다고 해도 이를 다루는 장병들의 정신자세가 비뚤어져 있다면 병기는 쓸모없는 장식물에 불과하다. 장교는 군의 기둥이자 중추이다.따라서 장교는 투철한 사명감과 긍지를 지녀야 하며 병사들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그들은 국방과 안보의 중추세력이기도 하다.이런 막중한 책무를 모를리 없는 장교가 씻을 수 없는 불명예를 저지른 것은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우리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군인력관리에 대한 보다 진지한 성찰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지금 군은 신세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사병들은 물론 사관학교학생들과 초급장교들도 그점에선 다를바 없다.요즘 젊은세대는 사고·행동·가치관 등에서 기성세대와는 크게 다름에도 군의 인력관리는 이런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또 쾌락·인명경시·이기주의등 사회적 병폐도 군에 유입되고 있다.군은 이런 달라진 인적자원과 환경을 적절히 관리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이런 유형의 사건재발을 막고 군의 훈련과 교육에 진정한 참고자료를 만들기 위해서도 의학·심리·사회학자등각계 전문가가 참여하는 케이스 스터디를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이제 군은 대우가 좋지 않아 우수한 장교를 확보할 수 없고 사기도 떨어지고 있다는 식의 변명에서 벗어나야 한다.새로운 교육과정과 합리적인 인력관리를 통해 사명감이 투철하고 통솔력이 뛰어난 초급지휘관을 양성해야 하며 이것이 바로 군의 기강을 바로 세우는 일이다.이번사건은 철없는 한 장교가 저지른 우발적인 사건일수도 있다.그러나 사건의 원인과 동기를 다각적으로 분석,이런 일이 다시는 재발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주기 바란다.
  • “순간의 쾌락이 에이즈 불렀죠”

    ◎20대감염자,희생자 막으려 강연 나서/“동성연애 끝에 감염… 다섯번 자살 기도” 『차라리 꿈이라면 좋겠습니다.순간의 쾌락속에서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종말의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었습니다』 「세계 에이즈의 날」을 맞아 1일 서울대 보건대학원 강당에서 열린 「에이즈예방세미나」에 감염자로서 용기를 내어 참석,자신의 감염경로와 현재 심경을 털어놓은 김모씨(23·노원구 월계동). 깡마른 체구에 초조한 눈빛으로 연단에 나온 김씨는 자신과 같은 불행한 사람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고자하는 생각에서 대중앞에 설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동성연애자였던 김씨가 에이즈감염 사실을 알게 된것은 92년5월. 헌혈차에서 헌혈을 한뒤 보름쯤 지나자 구청으로부터 「에이즈가 의심되니 정밀검사를 받아야한다」는 통보가 날아왔다. 인테리어기사와 컴퓨터기사 자격증까지 따놓고 결혼을 준비중이던 김씨에게 내려진 에이즈보균자 판정은 차라리 사형선고였다. 『차라리 죽는게 나을 것 같았어요.수면제 20알을 한입에 털어넣기도 하고….5번정도 자살을 시도했지만 사는 것만큼 목숨을 끊는 것도 어렵더군요』 김씨는 고3 겨울 우연히 시내 극장에 갔다가 낯선 동성연애자에게 강제로 「겁탈」당한뒤 자신도 모르게 동성연애에 빠져들고 말았다. 『동성애라는 것이 일반인이 생각하듯 쉽게 떨쳐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마약보다도 더 끊기 어려운 것이지요』 감염의 충격에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친구들과의 연락도 일부러 끊은채 실의속에서 나날을 보내던 김씨가 다시 삶의 의욕을 찾은 것은 92년말 알게된 약혼녀의 임신소식. 약혼녀의 용서는 고마웠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현재 낮에는 한국에이즈연맹에서 일을 하면서 자신과 같은 불행한 사람을 줄여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밤에는 생계를 위해 어쩔수 없이 동성연애는 하지 않으면서도 게이바에 나가야 한다는 것이 김씨의 고민이다. 상대편에게 혹시 감염이라도 될까봐 손으로 입을 막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김씨의 목소리에는 후회가 짙게 배어있었다.
  • “제적학생 위탁교육기관 신설을”/이 총리·청소년단체협 간담

    ◎“청소년 지도 공동프로그램 만들자/지도자들 긍지높일 방안 마련 시급” 이영덕 국무총리는 16일 서울 보라매공원안에 있는 청소년단체협의회(회장 김집)를 방문,소속단체 대표 35명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총리는 이 자리에서 『청소년단체들이 청소년들을 건강하게 육성할 수 있는 창의적이고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해 활발한 운동을 전개해 나가면 정부도 이를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간담회에서 나온 발언 요지를 간추려 본다. ▲이총리=청소년의 문제 가운데 가장 어려운 것이 「정체의 위기감」 「자아상실」이라고 할 수 있다.「실패하면 어떻게 하나」라는 정신적 불안감이 심해져 학교성적 때문에 자살하는 청소년들까지 생기고 있다.또 자아불안에서 도피하기 위한 강박관념에서 쾌락을 추구하거나 물질지향 위주로 흐르는 경향이 있다.이런 청소년들을 어떻게 건강하게 육성하느냐 하는 것이 오늘날 교육의 중요한 목표라 하겠다. ▲김갑현 YWCA회장=민간단체는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것이 바람직스럽지만 청소년단체는 아직 취약하므로어느 단계까지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어야만 자율운영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박승남 한국청소년지도자협회장=지방의 마을에 주민회관처럼 청소년회관을 마련해 주었으면 좋겠다.청소년운동 활성화 차원에서 현재 서울시가 갖고 있는 청소년단체협의회 건물을 협의회의 소유가 될 수 있도록 해주기 바란다.청소년운동가와 지도자들이 긍지를 갖고 일할 수 있도록 훈장수여등 포상을 확대해주기 바란다. ▲구천서 형제·자매맺기운동(BBS)중앙연맹총재=영국에서는 청소년 관련 예산은 절대 삭감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도 내각 차원에서 청소년 관련 예산이 전액 반영되도록 관심을 가져주기 바란다. ▲배영진 대한불교청년회장=청소년들이 바르게 할 때는 보상받고 나쁜 행위를 할 때는 처벌받는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도록 법집행에 있어 공정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변주선 한국걸스카우트연맹총재=현재 청소년지도자의 부족문제가 심각한데 사회적으로 자원봉사활동을 할 때 이에 대한 여러가지 혜택을 주는 제도적 방안등이 마련돼야 한다. ▲박부일 한국청소년 선도회장=통계에 따르면 매년 가출학생이 12만명에 이르고 이 가운데 10%가 학교에서 제적당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또 제적학생들이 유흥가로 빠지거나 청소년범죄를 일으키는 사례가 많다.제적대상 학생들을 마지막으로 선도할 수 있는 위탁교육기관을 만들어 운영한다면 청소년범죄가 50%는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총리=환경정화 행사등 청소년단체협의회에 소속된 청소년 2백만명이 모두 모여 함께 할 수 있는 공동프로그램을 개발했으면 좋겠다.청소년단체협의회와 문화체육부·교육부 관계자등이 공동으로 「우리 청소년들이 어떻게 자라나야 하는가」에 대한 토론회를 갖는 것이 좋겠다.
  • 박한상 사형선고

    서울형사지법 서울형사지법 합의23부(재판장 김황식 부장판사)는 4일 한약업자 부모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한상(23)피고인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존속살인죄등을 적용,법정최고형인 사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물질적 쾌락을 위해 부모를 계획적으로 살해해 화목한 가정을 파멸로 몰아넣고 온 국민을 정신적 피해자로 만들었다』면서 『극단적 방법이기는 하나 피고인을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시키기 위해 사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 불 배우 드자르트는 고집불통

    ◎햄릿 등 고전극 최고스타… 연극무대 고집/혼신의 연기… 연출가도 함부로 지시못해 제라르 드자르트.50세.프랑스 연극계에서 고집불통으로 알려진 배우다. 연출자들은 그의 옹고집을 겁낸다.연출자에 고분고분하지 않고도 그가 무대에 살아 남아 있는 이유는 배우로서의 탁월한 재능 때문이다. 그는 좋고 싫음이 분명하다.미적지근한 것을 싫어한다.그래서 어느 역을 맡으면 철저히 그 인물에 파고 든다.마치 식인종처럼 그 인물을 먹어치우고 완전히 소화하려고 한다.어설프게 연출자가 이견을 내세우다가는 한방 먹기 쉽다. 드자르트는 최고의 고전극 배우로 평가되고 있다.그는 햄릿,동 주앙등 굵직한 역을 맡는다.그가 연극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는 영화계에서 제라르 드파르디외가 차지하고 있는 위치와 같다. 드자르트와 드파르디외는 친구 사이다.그 둘이 병아리 연극배우였던 시절에는 같은 역을 두고 배역 지명을 받기 위해 함께 대기실에서 마음졸이기도 했다. 오늘날 드파르디외는 세계적 인물이 되어 그의 얼굴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지경이지만 드자르트가 파리의 거리에 나서면 아무도 알아보지 못한다.드파르디외가 영화로 진출했고 드자르트는 연극무대를 고집했기 때문이다. 드자르트에게도 영화계 진출 권유는 있었다.그러나 영화는 돈많은 사람들이 쥐고 있는 사업이라 연기 보다 매스미디어를 통한 선전을 더 내세우기 때문에 싫다고 말한다.영화를 하자면 타협해야 하는데 자신을 굽히기가 내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드자르트는 텔레비전 드라마에도 물론 나오지 않지만 인터뷰나 대담 같은 것도 피한다.『내가 내 자신을 표현하고 자신에 대해 말한다면 그건 바로 다른 사람의 직업을 가로 채는 것이 된다』는 생각이다. 사실 드자르트의 직업이란 무대에서 남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그는 오랫동안 햄릿의 긴머리 가발을 쓰고 살았다.요즘은 피란델로의 「명예의 쾌락」에 나오는 주인공 발로비노역을 맡아 동그란 안경을 쓴 대머리 꼴을 하고 프랑스 도시들을 누빈다. 무대에서 남의 얼굴로만 주로 살다보니 그의 무대밖 맨얼굴을 아는 이는 적다. 그래서 그는 거리를 유유하게 걸으며 큰소리로 대사 연습을 할 수 있는 자유를 누린다. 명성과 재능에도 불구하고 드자르트는 국립극장인 코미디 프랑세즈 무대에 올라본 일이 없다.비위에 맞지 않는 것은 하지 않는 괴팍한 배우가 갈만한 곳이 아닐지도 모른다.우리식으로 굳이 말하자면 그는 「재야」에 속하는 예술가다.
  • 또 다른 부실공사/강한섭(굄돌)

    라디오에서 성수대교 붕괴사건의 일보를 전하던 그 시각.필자도 출근길이었다.그러나 솔직히 말하면 필자는 무덤덤했다.대형사고에 익숙해져 있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런 「의연함」은 뻔뻔한 이기심의 발로였다.성수대교는 필자의 출퇴근 코스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 내가 저지르고 있는 「날림」 「졸속」 「적당주의」 그리고 「무관심」을 생각해 본다.도대체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필자는 능력이 허용하지 않는 엄청난 일을 하고 있다.너무 많이 강의하고 잘 모르는 것도 전문가인양 쓰고 있고 「뭔가 보여 줄 것」도 변변치 않으면서 방송에 나가 주접을 떨고 있다.게다가 나이에 걸맞지 않게 무슨 심사위원과 자문위원이라는 허명을 몇개씩이나 달고 다닌다. 그러다 보니 강의날이 휴일과 겹치면 학생들 보다도 더 좋아하는가 하면 강의시간도 다 채우지 않고 앞과 뒤로 적당히 잘라먹고도 끄떡없게 되었다.어디 그뿐이랴. 학교에 전임자리를 얻고부터는 본업인 영화평론은 부업이 되어버렸다.그래서 제대로 된 평론은 쓸 생각도 못하면서도 평론가라는 직함을 고수하고 있다.평론은 점점 잡문이 되고 있고 논문은 교육부가 정한 의무편수만 간신히 채우고 있다.한마디로 말해 「한심한」인간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웬 불만과 욕심은 그리도 많은지 입에서 나오는 말과 쓰는 글의 논조는 항상 지고한 문명비평가를 방불케 한다.자신이 한국 영화교육과 영화문화의 걸림돌과 짐이 되고 있으면서 다른 사람과 기관을 헐뜯는 일에 열중하고 있다.그러면서 삶의 의미를 느끼고 묘한 쾌락까지도 즐기고 있다. 성수대교는 이제 수리되고 있지만 과부하와 허영으로 허물어져 가고 있는 필자 자신의 보수 작업은 아직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이런 반성문이 전기가 된다면 다행이겠지만 내일 또다시 「양이 질을 결정한다」는 자기 위안의 구호를 은밀히 내걸지나 않을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 폭력상품과 전쟁/이중한(시론)

    「지존파」는 몇개의 TV프로를 중지시키게 했다.영화와 비디오 심의도 강화될 것이다.그렇다해도 이 의지가 앞으로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는 전망하기 어렵다.그동안 이런저런 사건이 날때마다 똑같은 얘기를 해온터이고 결코 한달이 넘기전 다 잊고 지냈기 때문이다.이번에는 좀 오래 갈것 같기는 하다.공연윤리위원회가 새 심의기준을 내놓는 것이 11월이니까 최소한 그때까지는 갈것이다. 영상폭력물 심의를 강화하자면 또한편에서 예술옹호론과 문화의 자율성,영세성,지원등의 문제가 줄을 서게 될것이다.영화계도 살아야하고 비디오업계도 먹어야하며 폭력영상물에도 그나름대로 영상미학적 가치가 있지 않느냐는 이야기는 사실상 판에 박힌듯이 정리돼 있다.강화의 크기에 따라 이 목소리 크기도 정비례할 것이다. 우리의 문제는 바로 이 관점들의 혼란에 있다.어쩌면 이것은 함정일수도 있다.첫째 함정은 영화라는 이름이 붙으면 모든 영화가 다 예술인 것이냐하는 것이다.우리는 지금 그렇게 보고 있다.하지만 미학적 영화와 대중적 상품으로서의 영화는 구분해 따지고 보자는것이 이 문화산업시대의 견해이다. 문학에서 이점은 납득하기가 좀 쉽다.순수문학과 대중문학은 자주 서로의 지위에 대해 논쟁을 하지만 아직은 대중문학이 문학예술의 중앙에서 동등한 자리까지 주장하고 있진 않다.대중문학은 일반독자들에 있어서도 읽고 버리는 소설 이상의 것은 아니다.대중문학자신도 세계명작이 되려는 의도같은것을 갖지 않는다.그러니 예술의 지위나 명예와는 무관해지고 행동도 편해진다. 영화도 실은 마찬가지다.예술미학적영화와 오직 상품으로 만들어진 영화는 같은것이 아니다.특히 폭력을 상품으로 만든 영화는 더욱 단순한 영상상품일뿐이다.우리는 그러나 이 모두를 동등하게 영화예술적 심의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함정에 빠져 있는것이다. 둘째 함정은 영상폭력상품의 실체가 얼마나 거대하며 조직적이며 악의적인가를 간과하고 있다는데 있다.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조지 거브너교수팀의 최근 연구에 이런게 있다. 「우리는 10개국에 수출된 2백50편의 미국작품과 같은해 미국내에서 방영된 1백11개의 프로그램을비교해 보았다.국내방영물의 40%,수출작품의 49%가 폭력을 주테마로 하고 있었다.범죄폭력물만 따로 보면 이는 미국방영작 17%,수출작 46%였다」 이 뜻은 명료하다.폭력은 지금 상품으로서의 주된 소재이고 미국내에서의 장사가 아니라 수출용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논증하는 것이다.수출품에는 동일작품에서도 더 강력한 폭력을 담아 팔고 있다는것까지 공개된 사실이다. 오락산업으로서 폭력은 이시대의 새로운 특성이다.영화주인공들은 그저 잠깐 폭력을 쓰는것이 아니라 목적과 관계없이 폭력사용 자체를 미화하고 있다.카메라도 살인자의 시각에서 촬영한다.주인공의 시각도 대부분 정신질환적이다.미국에 정신장애자가 많아서 그런지는 모르겠다.그러나 굳이 그 질환의 눈으로 세상을 보아야할 당위는 없다. 단지 쾌락으로 팔기위한 폭력,더더욱 폭력의 자극성,폭력의 장쾌함을 추구하며 급기야 행복한 결말에 이르기도 하는 폭력은 현재 냉정하고 기민하며 무자비하고 장엄한 모습으로 보편성까지 획득해가고 있다. 이번주 「뉴스위크」지는 미국 폭력영화를 뒤쫓아가려는 프랑스판 폭력영화 「레옹」에 대해 이런 논평을 했다.『미국영화를 지배하는 폭력지향적 오락물의 몹쓸 본보기다.유럽문화를 물들이고 유럽영화계를 급속히 도산시키는 일종의 쓰레기다』.이 작품감독이 뤼크 베송이라는 이유로 아마도 우리는 존경을 하면서 보게 될것이다.하지만 우리도 누군가 쓰레기라고 말할수 있어야 옳은 것이다. 폭력영화를 보고 곧 폭력화되는 일은 물론 드물다.그러나 수십년에 걸친 장기연구에 「8살때 다양한 폭력물을 보면 30세때 범법범죄자가 될 확률이 높다」는 결론이 나오고 있다.폭력화되지 않더라도 폭력에 무감각해진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우리는 지금 미국폭력상품의 견본시장이며 하치장처럼 되어가고 있다.이것은 하나의 전쟁이라 할 수 있다.이 전쟁을 몇장면 자르거나 등급조정으로 한다는것은 대응방법자체가 잘못된 것이다.예술영화는 보고 폭력상품은 보지않겠다는 근본적 결의가 있어야 싸울 수 있다.
  • “모택동 주변인물은 모두 아첨꾼”/21년간 주치의 치수이박사회고록

    ◎강청·주은래 마치 하인처럼 복종/모는 호색한… 부하애인 뺏기도 모택동이 실제로는 호색광이자 이기주의적인 폭군이었으며 주은래,강청등 주변 인물들은 모두 아첨꾼이었다고 모를 가까이서 지켜봤던 주치의가 폭로했다. 지난 76년 모택동이 숨질때까지 21년간 주치의였던 리 치수이 박사(74)가 쓰고 미 랜덤하우스 출판사가 곧 발행할 「모주석의 사생활」이라는 회고록의 일부 내용이 2일 뉴욕 타임스에 소개됐다. 리 박사는 그의 책에서 『모는 친구가 없었으며 모든 사람들을 자신에게 복종하는 노예와 같은 대상으로 생각했다』고 주장했다.모와 동등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가차없이 숙청됐다는 것이다. 모의 세번째 부인이었던 강청은 말할 것도 없고 세련된 책략가라는 평판을 받고있는 주은래도 모앞에서는 마치 하인처럼 절대 복종했다고 리 박사는 주장했다. 이 책에 따르면 모는 세가지 이유에서 색을 탐했다는것.첫째는 물론 쾌락때문.모는 자신의 거처인 중남해와 시찰명목의 방문지에서마다 댄스파티를 열었다.파티에는 예술공연단이나 공산당서기국에서 뽑힌 미인들이 참가했으며 모는 이들중 마음에 드는 상대를 한명 또는 여러명씩 침실로 불러들였다. 둘째는 정치적 이유.모의 애인중 한명의 남편은 정치 라이벌인 임표의 부하였다.모는 애인의 입을 통해 임표가 자신을 제거하려는 계획을 세워놓고있다는 얘기를 전해들었다는 것이다. 그가 색을 탐한것은 이밖에도 섹스가 장수의 비결이라는 도교 믿음에 따른것이라고 주치의는 밝혔다. 모는 또한 성병에 걸려있었으나 자신과 관계한 여성에게 병이 옮겨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주치의가 항생제를 먹을것을 권유하자 자신만 괜찮으면 된다면서 거부했다는 것이다.
  • 잇단 흉악범죄 원인과 처방/긴급 좌담

    ◎“남만 탓하는 사회풍조 고쳐야”/효와 선비정신 일깨우는 인성교육 절실/쾌락 추구·수단 안가리는 치부가 문제/비리불감증·소비문화 병폐 치유 시급 지존파일당들의 연쇄납치 살인행각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온보현이란살인마의 부녀자 납치 살해사건이 발생해 온 국민들을 전율케하고 있다.국민들은 어떻게 이런 상상조차하기 싫은 흉악범죄가 잇따라 일어날 수 있느냐고 분노하면서 다시는 이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서울신문사는 이필상교려대교수 송수식서울적십자병원장 진민자청년여성교육원장 등 각계 전문가 3명을 초청,이번 사건들의 원인과 대책을 살펴보는 전문가 긴급좌담을 마련했다. ▲송수식원장=저는 정신과 진료를 하면서 환자들에게 삶의 목표가 뭐냐고 물어봅니다.그런데 벌써 20∼30년전부터 여기에 대한 대답을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요.이것은 경제문제만을 중시해 삶의 목표에 대한 교육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사회지도자들의 잘못이지요.부모들은 약게 사는법만 가르치고 학교에서도 인간답게 사는 법을 가르치지 않았지요.삶의 목표를 잃으면 주체(Self Identity)가 형성되지않고 혼란이 옵니다. 또 하나는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 사상이 없다는 것입니다.이스라엘을 예로 들면 종교의 계율이나 탈무드 같은 지배사상이 있습니다.우리도 선비사상과 효사상이 뼈대를 이루는 유교사상이 있었으나 이제는 무너지고 없습니다.사회적인 가치와 기준이 붕괴되고 없는 소위 아노미현상에 빠져 있어요.나와 사회가 소원해지는 현상이지요. ▲진민자원장=지난 몇십년동안 사회는 점점 나빠지고 있고 그때마다 사회 병리현상이다 산업화의 후유증이다하고 지적만해왔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이 없었어요.문제가 생기면 지식인들은 똑같은 소리만 해왔을 뿐입니다.누구의 잘못을 얘기하는 것을 떠나 우선 급한 것은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런 견지에서 문제를 뿌리까지 해결하기위해 행동언어화를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우리에게는 그것이 없습니다.그에 대한 방안의 하나로 가정교육의 모델을 만들어야합니다.예전에는 그런 것들이 있었습니다.옛날 사람들은 여자는 일곱살 남자는 여덟살부터 자기생각이 싹튼다고 여겼습니다.남녀칠세 부동석이란 말도 있지않습니까.그러다가 여자 14세 남자 16세가 되면 어른 연습을 시켰습니다.그런 것들이 구체화된 것이 관례였습니다.댕기머리는 아이이고 머리올리면 어른이라는 것등입니다.여자 21세 남자 24세가 되면 결혼을 시켜야한다고 생각했고요.육체적 성숙과 함께 연습기간을 두어 훈련을 시켰던 것이지요. 그런데도 요즘 지식인들의 분위기는 유교사상만 얘기하면 입을 다뭅니다.쓸만한 것은 문화적 전통기반을 통해 현대화시켜 나가야하는데도 뭉개버리고 문화적 퇴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문화적 전통과 의식이 잘못된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과거는 단절하고 현상만 논의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효를 구체화시켜야 합니다.부모가 성실하면 아이가 비뚤어지지 않습니다.기독교에서도 도에 대해서 많이 말하고 있습니다.도는 동양적 개념인데도 말입니다. ▲이필상교수=우선이번과 같은 흉악범죄들이 일어나는 원인을 몇가지 짚어보고자 합니다.첫째로 경제발전이 잘못되면 자연파괴현상이 나타나듯이 이번 사건들을 이른바 천민자본주의의 증후군으로 봅니다.향락과 쾌락을 추구하는 타락적 이기주의가 사회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다음으로는 돈을 벌기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가치관입니다.또 일부계층에 위선이 팽배해 비리를 저지르면서도 잘못이 없다고 자신들을 옹호하는 분위기가 심각한 상태라고 생각합니다.마지막으로 교육의 비인간화를 지적하고 싶습니다.한번 잘못을 저지르면 영원히 사회에서 버림받아 낙오될 수 밖에 없는 현실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송원장=살인등 맹목적인 범죄를 분석해 보면 공통점은 자라온 가정이 불행하다는 점입니다.아버지로부터 매를 심하게 맞는다든지 인간적인 대우를 못받아 자신을 못난이로 비하하고 아버지에 대한 증오감이 생기면서 범죄로 이어진다는 얘기죠.문제는 그러다 보니 자신의 범죄에 대한 잘못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한 통계를 보면 청소년들이 저지르는 범죄가운데 정상가정 청소년의 범죄는 전체의 3%인 반면 결손가정 청소년의 범죄는 전체의 17%나 차지하고 있어요. 따라서 가정의 재정립을 위해서는 부모의 역할분담이 뚜렷해야 합니다.아버지는 양심과 힘의 상징으로 모든 도덕행위의 기준이 되고 어머니는 지혜와 심성을 가르치며 정서적인 함양에 힘써야 해요. 특히 가정교육과 관련해서 언어의 중요성을 말하고 싶습니다.인성교육이 중요시되는 사춘기의 청소년들에게 방송드라마의 저속한 언어남발과 이상야릇한 청소년들의 옷차림은 청소년들의 가치관에 역기능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방송언어의 순화도 이루어져야 합니다. 또 입시위주의 틀에 얽매여 있는 청소년들을 위해 체육대회·음악발표·웅변대회등을 열어 청소년들의 인성교육을 도와야 한다고 봅니다. ▲진원장=전적으로 동감입니다.「세살적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세살부터 부모말을 알고 들으니까 이때부터 부모들이 기준을 잡아 어린이를 올바르게 교육시켜야 한다는 뜻이죠.어릴때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요즘 언론에서 환경운동을 많이 하는데 더 중요한 것은 인간환경운동입니다.유형적인 것만 중요하다고 생각하나 더 중요한 것은 무형적운동입니다.국가적 생존경쟁때문에 유형적이고 감각적인데만 치우쳐 있어요.단계적으로 전략을 세워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강구해야합니다.우리 지식인들중에는 행동하는 지식인이 없습니다.세미나다 회의다 해서 문제제기만하지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습니다. ▲이교수=이번 지존파등 흉악범의 범죄는 사회를 파괴하는데 목표를 둔 악의범죄였다는 점에서 심각한 사회병리현상으로 지적하고 싶습니다.그러나 이를 좀더 큰 시각에서 보면 사회를 이끌고 있는 사회지도층에도 다소 책임이 있다는 점입니다.지도층이 각종 비리를 저지르는등 모범을 보이지 못하고 있지 않습니까.또 그동안 우리사회에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는 소득분배의 격차,도·농간의 격차,지역격차,힘의격차등도 사회갈등 유발의 한 요인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진원장=맞습니다.그러나 저는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의 하나는자신의 잘못을 인식하지 못하는데 근본원인이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문제가 생기면 자신과는 관계없이 무조건 남의 탓으로 돌리거든요.사회현상을 분석하면서도 철저히 자기도 그 부분에 어느정도 책임이 있는가를 따지는 자기성찰은 없고 남의 문제인양 말한다는 것입니다.한마디로 문제해결에 자신과 사회를 함께 분석하는 안팎의 시각이 없다는 거죠. 그리고 남녀평등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가야 할게 있습니다.남녀평등만 주장해 왔지 남녀평등에 대한 후유증을 반성하는 기회는 실제로 없었던게 사실입니다.말하자면 남녀평등의 긍정적인 요소와 부정적인 요소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는 예깁니다. 예를 들자면 「YOU 문화」를 들수 있습니다.서구에서 부부사이는 물론 상하관계없이 부르는 호칭인데 우리 부부사이에서도 「야·자」를 쓰고 있습니다.그래서 우리 고유의 전통적인 문화의식과 가정교육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부모부터 원칙을 세워 자녀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합니다. ▲이교수=사회정책방향을 설정해 어떻게 사회를 이끌어 나갈 것인가 하는 것이절실한 과제입니다.가장 중요한 것은 부정부패의 척결입니다.대표적인 것이 인천 북구청비리입니다.어떻게 국민의 혈세를 몇십억씩이나 착복할 수 있습니까.이런 일들이 국민들이 방향감각을 잃고 파행적 행동을 하도록하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다른 하나는 경제제도의 개혁입니다.금융실명제가 실시되고 있지만 강한 의지를 갖고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도록 경제제도를 보완해야합니다.지하경제를 척결해 세금을 철저히 징수해야하고 중앙은행을 중립화해 돈을 대기업과 권력이 아닌 국민에게 흐르도록 해야합니다. 또 과소비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일부 계층의 소비문화는 돈쓰는 소비에 너무 집중돼 있어요.돈 가진 사람들의 소비행태를 보면 정상적인 사람들이 아니라고 생각돼요.외제 좋아하고 사치스럽고 비싼 물건들만 사서 자랑하는 사람들이 그 자식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겠습니까. 돈에도 도덕성이 있다고 봐요.맹목적인 과소비가 없어져야하고 사회운동차원에서 소비문화를 개혁해야합니다. ▲진원장=좋은 말씀입니다.이런 것들이 사회운동화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교수=돈 가진 사람들이 가치있게 돈을 쓰게끔 만드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돈을 쓰면 사회적인 보상을 받도록 하자는 것입니다.돈이 있어 준다는 식의 비아냥보다는 박수갈채를 받을수 있는 풍토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그전에는 돈을 쓰면 돈있는 사람이므로 당연한 것쯤으로 생각하고 말았거든요. ▲진원장=말없이 어려운 곳에 돈을 희사하는 독지가를 언론이 발굴해 사회적으로 인정받게 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그러나 누군가가 나서서 밑에서부터 위까지 사회봉사활동을 활성화시키지 않으면 안됩니다. 물론 그렇게 한다고 당장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빨리 시작하는게 상책이라는 생각입니다. ▲이교수=결론적으로 이번 사건들을 단순사고로 마무리해버리지 말고 사회위기로 인식해 정부 사회단체 지식인 등 사회구성원 모두가 책임을 지고 나서서 새로운 변화를 시도해야 합니다.제2의 사회를 건설한다는 생각으로 올바른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전국민운동을 전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반사회적 범죄와 경제정의(최택만 경제평론)

    요즘 지존파사건과 부녀자 연쇄납치살해사건을 놓고 여러가지 진단이 나오고 있다.이들의 범행을 반사회적 성격장애자의 행동으로 보는 정신의학적 분석이 있는가 하면 분배의 왜곡에서 찾는 경제적 분석도 있다.사회심리학에서는 결손가정에서 자라면서 축적된 「개인적 분노」를 「사회적 분노」와 동일시한 이른바 「증오의 범죄」로 보고 있다. 반사회적 성격장애자들은 자신들의 파괴욕구(Destrodo)를 억압할 「사회적 힘」이 약해졌다고 판단할 때 잠재돼 오던 모습을 드러낸다고 한다.이른바 「증오의 범죄」는 「사회적 균열」이 생길 때 그 틈새를 비집고 나온다는 분석도 있다.하여튼 잇따라 일어나고 있는 끔찍한 범죄는 성격장애자들의 반인륜적이고 반사회적인 범죄행위임에 틀림이 없다. 이들 사건에서 주목되는 것은 정신장애자들의 살인행위가 아니라 그 원인의 하나로 분석되고 있는 「사회적 힘」의 약화와 「사회적 균열」이다.그러나 과연 무엇이 「사회적 힘」이고 「사회적 균열」은 어떤 현상을 말하는 지에 대해서는 각계의 의견이 다르다.교육자들은 인간적 가치의 붕괴 또는 도덕의 파괴를 「사회적 힘」의 약화로 보고 있고 경제학자들은 경제정의의 붕괴를 「사회적 균열」로 보고 있다. 그런데 경제정의란 분배정의와 같은 말로 쓰인다.분배정의는 소득과 부의 분배가 공정하게 이루어 졌을 때 비로소 실현된다.분배정의를 판단하는 기준,즉 분배의 공정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는 공헌도 원칙과 필요도 원칙이 있다.공헌도 원칙은 생산에 공헌한 정도에 따라 소득을 분배하는 것이 공정하다고 보는 기준이다.필요도 원칙은 생활의 필요에 따라 소득이 분배되는 것이 공정하다고 보는 이론이다.이 원칙은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받는 공산주의의 원리에서 그 전형을 찾을 수 있다. 지존파 사건이후 우리사회의 분배구조가 잘못되어 반사회적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는 일부 비판은 분배의 공정성을 필요도 원칙에 입각해서 보고 있는 것 같다.그러나 결과의 평등을 잣대로 해서 분배구조를 평가하는 필요도 원칙은 지금은 공산주의 국가에서도 팽개친 낡은 교리이다.더구나 자본주의 체제인 우리사회에서 지존파사건을 그런 각도(필요도 원칙)에서 보는 것은 잘못이다. 분배의 정의는 어디까지나 일한 만큼 대가가 주어지느냐,아니냐의 관점에서 파악되어야 한다.또 한나라의 전체소득가운데 생산활동에 참여해서 얻은 생산소득이 비생산적인 소득보다 많으냐,적으냐의 시각에서 분석되어야 한다.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분배구조문제는 비생산적인 소득이 크게 늘고 있지 않느냐는 의문에서 출발하고 있다. 열심히 일하거나 사업을 해서 번돈은 생산적인 소득이다.반면에 상속과 증여 등 이전소득과 도박·투기·뇌물 등 불로소득은 비생산적인 소득에 속한다.급속한 공업화과정에서 개발투기가 주기적으로 발생하면서 우리사회에 비생산적인 불로소득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이러한 비생산적인 소득이 늘면 사회심리학에서 말하는 「사회적 힘」이 약화되고 「사회적 균열」이 생긴다.계층간에 갈등구조가 형성되고 일부에서는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 「사회적 균열」또는 갈등구조가 생기면 반사회적 범죄를 제어할 수 있는 「사회적 힘」인 공동체의식이약화되기 때문에 범죄가 늘어날 소지가 생긴다.비생산적인 소득증가는 반사회적 범죄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지만 범죄를 제어할 수 있는 「사회적 힘」을 훼손시킨다.바꿔말해 분배정의를 비롯한 경제정의는 건전한 사회를 지탱하는 힘인 것이다.경제정의가 구현되어야 하는 연유가 거기에 있다. 경제정의를 구현하려면 탈법적인 상속과 증여를 막고 부동산투기를 근절시켜 탈법적인 소득의 원천을 봉쇄해야 한다.노동이나 생산을 수반하지 않는 불로소득이나 탈법적인 소득의 원천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는 정부뿐이 아니고 모든 국민이 감시자가 되지 않으면 안된다. 경제정의 실현은 비생산적인 소득 내지는 탈법적인 소득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가 않다.번돈을 어떻게 쓰느냐는 것도 분배정의 못지 않게 중요하다.분배와 지출은 동전의 양면과 같기 때문이다.자본주의사회에서 돈쓰는 것을 규제하기란 참으로 힘들다는 것은 누구나 잘알고 있다.그러나 모 백화점의 고객명단에서 드러난 것처럼 소비형태가 통상적 관념을 벗어나는 경우 「사회적 반감」을 유발시키고 특히 저소득층의 경우 박탈감을 느끼게 한다. 부유층이나 불로소득계층의 비생산적인 소득은 앞서 본대로 「사회적 힘」을 약화시키고 그들의 과소비는 또다시 「사회적 반감」을 낳는 등 이중의 사회적 위해를 초래한다.더구나 이들의 쾌락적이고 퇴폐적인 낭비는 「사회적 분노」의 원인이 된다.지존파와 같은 살인집단이 그들의 「개인적 분노」를 「사회적 분노」로 착각하게 만든 모티브를 제공할 우려가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시회지도층이나 부유층의 경우 비록 생산활동을 통해서 얻은 정상적인 소득이라 할지라도 지출이 과소비형태를 띠면 「사회적 반감」을 일으킨다는 점에 유의하여 소비를 극력 자제하기 바란다.분배정의의 구현과 건전한 소비문화의 창출이야말로 경제정의를 실현하는 길이고 반사회적 범죄를 예방하는 「사회적 힘」(공동체의식)을 배양하는 최상의 방법이다.
  • 영혼문제 다룬 불 과학추리소설/「타나토노트」 국내 출간

    ◎「개미」작가 베르나르의 두번째 소설/죽음에 관한 민족신화·종교별 해석 정리 「개미」의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두번째 소설 「타나토노트」(전2권)가 최근 국내에 소개됐다(열린책들 간). 「타나토노트」(thanatonaute)는 죽음을 뜻하는 그리스어 타나토스(thanatos)와 항해자를 의미하는 나우테스(nautes)를 합쳐 만든 말로 우리말로는 죽음의 세계를 탐험하는 「영계(영계)탐사단」쯤 된다. 소설의 줄거리는 「21세기에 들어 인간은 영혼의 문제를 밝히고자 죽음의 세계에 대한 과학적 탐사에 나선다.죄수 지원자로 구성된 탐사단이 실패를 거듭하자 마취전문의와 동물학자등 학자들이 새 팀을 결성,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사후세계에 도달한다」는 내용. 이 과정에서 작가는 『천국에 이르려면 고통­쾌락­인내등 6단계의 「장벽」을 거쳐야 하며 모든 종교는 결국 하나』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작품 자체는 『추리적 기법을 써 시종 긴박하게 전개되면서도 재치와 익살이 넘치는 독특한 과학추리소설의 영역을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또 줄거리 중간중간에 죽음을 얘기한 각 민족의 신화,종교별 해석등을 정리한 「죽음에 관한 연구」를 끼워넣어 「개미」에서 시도한「백과사전식 지식전달」을 또 한번 보여준다. 원작지인 프랑스에서는 지난 2월 출간된 뒤 20여만부가 팔렸다. 베르베르의 첫 작품인 「개미」는 지난해 7월 국내에서 발행돼 『지식과 사고의 지평을 넓혀주는 문명론적 소설』이자 재미있는 작품으로 좋은 평을 얻었고 요즘도 대형서점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라 있을 정도로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 로마/광장과 분수들(아랍서 지중해까지:17)

    ◎빼어난 조각 트레비분주 “압권”/저마다 소원빌며 샘에다 동전 던지는 모습은 진지하기만… 로마의 아침을 보려고 5시쯤에다 시간을 맞춘다. 바로크풍의 둔중한 건물들이 늘어선 거리에는 간밤의 불빛들이 아직 명멸하고 있어도 사방을 에워싸고 다가들던 그 거창한 명소나 유물들은 채 잠이 깨지 않았는지 희뿌연 모습들인 채 산책을 방해하는 것같지가 않다. 숙소근처를 두어블록 걷자 골목에서 새벽장이 서고 있다.인근 농장에서 직접 왔는지 캡을 쓰고 멜빵바지차림으로 웃고 있는 주인들 곁의 열어젖뜨려진 소형트럭과 좌판위에 늘어놓인 갖가지 야채와 이름모를 과일들이 싱싱하다.여기 오렌지는 쪼개면 핏빛으로 넘치는 즙과 함께 톡 쏘는 단맛이 유난스럽다.정말로 감동을 일으키는 것은 언제나 이런 사소하고 일상적인 현실의 풍경이어서 지리멸렬한 여독이 어느새 가시고 있다. ○하찮은 것도 소중히 이탈리아 사람들은 아무리 보잘 것 없고 하찮은 것이라도 그럴듯한 이름을 거기 붙이기를 좋아하고 또 그렇게 만들어버리는 재주가 있는 것같다.구멍가게나 문방구에서 파는 작은 기념품,펜대 하나의 모양새가 그렇고 별의별 이름을 다 붙여놓은 거리들이 그렇다.별 두개짜리 속소인 「셀렉트」호텔만 해도 우리식으로는 장급여관수준밖에는 안돼 보였으나 주위공간을 하도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아 좁다는 불평을 할 수가 없다.정갈한 욕조,앙증맞은 비누곽,출입문과 바로 이어지는 통로를 간결한 탁자와 꽃들로 장식해 아늑한 공동정원으로 꾸며놓고 있다.거기 앉아 커피를 마시며 올려다보노라니 서울 필동의 어느 후진 곳을 연상시키는 그 뒤쪽의 낡은 건물이 오히려 고소를 자아낸다. 좁아터졌으나 역시 아늑하기 짝이 없는 지하식당에서 빵으로 아침을 때우고 시내나 한바퀴 둘러보자고 나선 길에 운좋게도 산 피에트로광장에서 교황을 만난다.운좋게라고는 하지만 카톨릭신자가 아니므로 그저 먼빛으로 구경이나 한 셈이 되어버린 이 수요일 오전의 알현은 필자에게는 사실 뜻밖이었다. 바티칸시국은 64번 버스종점으로 테르미니역과는 반대편끝이다.산 피에트로사원은 카톨릭미술의 보고인 바티칸박물관,라파엘로관,기타 미술관들과 미켈란젤로의 저 유명한 「천지창조」가 천장화로 장식된 시스티나예배당으로 바로 이어진다.높이 25m가 넘는 장대한 오벨리스크와 분수와 1백40인의 성인상이 주위의 열주지붕위에 버티고 선 더 넓은 광장에는 세계 도처에서 모여든 듯한 수천명의 신자들이 웅성거리고,사원정면 계단 아래쪽에 차양을 치고 마련된 대좌 위의 요한 바오로2세는 시종 웃음을 띠고 있는 것 같았다.각 나라말로 한마디씩 은총을 내리는 모양으로 그때마다 해당되는 나라의 신자들이 환호하며 몸들을 일으켰다. 뭐라는지는 잘 들리지 않았으나 물론 우리말의 은총도 환호도 있었다.조말의 병인사옥이라든가 서강쪽의 절두산 같은 것이 제풀에 생각나 감개가 없을 수 없다. ○광장서 교황 만나 테베레강을 건너 베네치아광장으로 빠지는 길목에서 버스를 버리고 걷는다.로마는 웬만한 길들이 그대로 모두 쇼핑타운이 되어 있어 은근한 디자인과 태깔의 그런 길가 가게들 모습은 유별나다.무드를 연출하고 집중적인 포인트로 상품을 진열해놓는 품새부터가 그렇고,묘하게 접혀서 제자리에 걸려 있는 그저 그런 옷가지 하나가 무슨 첨단디자인의 최고제품 같은 착각을 일으키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필자의 눈에까지 그 지경이라면 입성에다 목을 매다는 여성들의 눈에는 오죽하겠는가.사심없는 눈요기야말로 하나의 풍경의 중심에 도달하는 첩경이고 일종의 쾌락에 가까운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하고 있는데,그래서 그런지 가게로 들어간 일행 두사람이 좀처럼 나올 염을 않고 있다. 천사가 모는 사두마차의 지붕 좌우끝머리 조각과 중앙의 기마상이 인상적으로 금방 눈에 들어오는 에마누엘레2세기념관의 베네치아광장은 사통팔달로 연결되는 주위의 한다 하는 로마명소나 유명한 분수들의 그 중앙통쯤 되는 지점이 된다.트레비분수는 그 바로 다음인 콜로나광장에 있다.로마근교의 미남 홀아비 로사노 브리지가 관광온 미국처녀를 죽어라 쫓아다니는 얘기인 왕년의 영화 「애천」이 생각나서도 그렇지만,이 분수는 그 웅장한 규모로나,바로크양식의 걸출한 조각으로나,사철 거기 몰려 와글대는 사람들로나 역시 이곳 볼거리의한 압권이랄 수밖에 없다. 샘 주위는 그대로 온갖 피부색 인종들의 전시장을 방불케 하고,그런 격의없는 꿈의 무슨 도피처로도 보인다.사뭇 진지하게 소원을 빌면서 저마다 한번씩 샘에다 등뒤로 동전을 던져보고 있대서가 아니라 그 소박하고 치기어린 제스처가 또 너무 당연하고 자연스러워 보이는 것이다. 빨리 통일이라도 되었으면 하는 지고한 소망보다는 한푼이라도 돈을 더 벌게 해줍시사 하는 현실적인 소원이,그래서 여기서는 더 비현실적인 뉘앙스를 띠면서 제대로 먹혀들 것도 같다.권태와 욕구불만에 고주망태가 된 글래머 스타 애니타 에그버그가 심야에 이 분수에 뛰어들어 난동을 부리는 장면이 있는 예의 페데리코 펠리니의 「달콤한 생활」이 떠오른다. 기적이라고까지 불린 이탈리아의 눈부신 경제성장이 시작되던 60년대를 배경으로 소위 로마 상류층의 무위와 타락한 일상을 신랄하게 비꼬면서 고발하고 있는 이 필름은 스페인광장 저쪽의 베네토거리가 로케이션의 주무대였던 걸로 알고 있으나 트래비분수를 슬쩍 삽입한 예의 장면의 효과는일탈한 것이었다. 펠리니는 이 관광명소의 또다른 상징적 의미를 거기서 끌어내고 싶었을지 모른다.배는 불러도 삶의 공허를 어쩔 도리가 없어 카페에서 남녀가 말타기놀음까지 벌이는 유한계급의 그런 지리멸렬한 속성이나 같은 이유로 그들의 스캔들이나 고작 뒤쫓고 팔아먹으면서 파행을 자초하는 어떤 잡지사 기자의 행각이 이 작품에서는 스토리가 되고 있다. 펠리니도,「길」에서 젤소미나역을 절묘하게 해내던 그 부인 줄리에타 마시나도,단발머리로 이이스크림을 빨면서 계단을 깡충거리고 내려오던 왕녀 오드리 헵번도 얼마전에 모두 타계했다.윌리엄 와일러의 「로마의 휴일」로 더 유명해지고 지금도 여일하게 그대로인 그 스페인광장의 계단은 그래서 새삼 감회를 자아내는 것인지도 모른다. 한낱 스크린속의 선남선녀들이 벌이던 그런 운명의 무상감 때문이 아니라 화면에서는 그렇게도 정답고 낯이 익던 공간이 실제로는 도무지 현실감으로 오지 않는 그 생뚱함 때문일 것이다. 이 스페인광장의 끝에서부터는 구치니,발렌티노니,페라가모니 하는 소위 유명상표의 가게들과 부티크타운의 콘도티거리가 바로 이어지지만 별볼일이 없는 것같아 그냥 지나친다.동행과도 헤어져 어디를 어떻게 해맸는지 알 수가 없다. ○요상한 청년들 배회 가장 완벽하게 보존된 고대로마의 건축물인 만신전 「판테온」앞을 어설렁거리다 나보나광장으로 다시 빠져나와서야 맥이 쭉 빠졌다.뭘 보려고 헤맨다는 것이 사실은 한 뼘의 쉴 장소를 찾으려고 여태 긴장해온 것을 비로소 깨달은 것이다.마실 것을 갖다놓은 야외카페 탁자위로 겁도 없이 비둘기 서너마리가 날아 앉는다. 차가 들어올 수 없는 이 광장에는 「사대강」 「무어인」 「넵튠」의 이름이 붙은 유명한 세개의 분수가 있다.도리없이 또 필자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것은 그것이 아니라,그런 축조물 주위에 앉거나 아무렇게 드러누워버린 요상한 차림의 젊은이들이다.로마건 어디에서건 가장 흔하게 보아오던 비슷비슷한 무리들인데,어디서 왔는지 짐작조차 가지 않는 베낭족들도 있고 어설픈 인디언 목걸이니 열쇠고리니 하는 것을 팔면서 움직이는 젊은이들도 있다.60년대의 히피즘이 다시 도래하는 것이나 아닌가 하고 눈여겨봤으나 행색만 비슷할뿐 그것도 아닌 것같다.기타를 끼고 있는 녀석도,헝겊으로 이마를 묵은 녀석도,민대머리도 있다. 왜 이들에게 희망을 걸 수밖에 없는가고 새삼 생각한다.우선 그들은 이념적인 색채가 전혀 없어 보인다.항문이 찢어질 정도로 가난해는 보이지만 돈의 위력쯤 똥으로도 안 여기는 눈치들 같기도 하다.집도 절도 냉장고도 지니고 있지 않아 거칠어는 보여도 그만큼 어딘가가 탁 틔어 있다. 21세기는 아마 그들의 몫일 것이다.
  • 「지존파」의 경우(신세대범죄 왜 흉악해지나:상)

    ◎죄의식없이 살인·성폭행 자행/불만스런 현실,책임을 사회에 전가/수단·방법 안가리는 흉포함에 경악 지금 우리나라의 20대는 어디에 서 있는가.그들은 왜 「살인조직」까지 결성,무고한 사람들을 연쇄적으로 납치하여 끔찍한 살인행각까지 벌이게 되었는가.얼마전 돈때문에 친부모를 살인방화한 어느 20대 아들의 패륜을 보며 몸서리쳤던 시민들은 또한번 경악하고 있다.일부 청소년들이 범죄와 비행의 구렁텅이로 전락하고 전도된 가치관을 갖게된 근본 원인과 처방책을 긴급 시리즈(3회)를 통해 알아본다. 청소년문제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우리 사회 20대들의 전반적인 모습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라고 전제하면서도 이들이 공통적으로 지닌 나약함과 의지력 상실,확립되지 않은 가치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명화 YMCA청소년 상담실장은 『강력 범죄마저 서슴지 않는 20대의 행각은 학력과 출세위주의 사회에서 소외된 젊은이들이 현실을 부정,외면하고 순간적인 쾌락과 충동에만 매달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부 청년들사이에서는 이상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땀흘리며 노력하는 것보다는 눈앞의 물질적인 이익만을 추구하며 쉽게 살아가려는 성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일선 수사관들은 갈수록 늘어나는 20대의 강력범죄는 같은 세대사이의 상대적인 박탈감이나 사회와 가정에 대한 소외감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한다. 서울 성북경찰서 강력2반장 정홍균경위(46)는 『최근들어 20대 청년들의 범죄가 더욱 흉포화하는 반면 죄의식은 갈수록 없어진다』면서 『오렌지족과 같은 일부 젊은이들의 파행적인 행태가 유행하면서 이들과 비슷한 또래들의 범죄를 부추기는 측면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또 동대문경찰서의 한 간부는 『최근 가정이나 사회에서 소외된 비슷한 처지의 청년들이 강령이나 행동방침을 정해 놓고 합숙을 하며 범죄행각을 벌이는 경우가 부쩍 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들은 자신들의 불만스런 처지를 사회의 책임이라고 잘못 인식하고 그에 대한 전도된 보상심리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죄의식이나 양심의 가책은 찾아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상상할 수 없이 잔인하고 포악한 범죄도 서슴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력을 상실한 채 강도·강간·살인 등을 예사로 저지르고 자기들의 행위에 대해서는 전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게 특징이다. 이들의 범행수법이나 행동강령,합숙생활 등은 살인과 폭력을 정당화하고 그 속에서 영웅을 탄생시키는 3류 폭력·범죄 영화와 흡사하며 실제로 폭력 비디오물·영화·소설·만화를 보고 그 수법을 그대로 모방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 고려병원원장 이시형박사(60·신경정신과)는 『소외된 청년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그동안 우리 사회가 방치해온 가치관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성균관장 최근덕교수(61·성균관대 유학과)도 『청소년의 일탈행동은 올바른 가정교육이 실종되고 학력과 출세만을 지향하는 사회 풍토에서 비롯된 것』이라면서 『현실에서 소외된 일부 청소년들을 포용해 그들의 고민과 문제점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우리영화 제작 활기/신예­원로감독 “연출 대결”

    ◎「남자는 괴로워」「마누라죽이기」 등 촬영 돌입/유현목감독/「말미잘」로 40년 영화인생 결집/김의석감독/통일후 「남남북녀」의 사랑 그려 가을철을 맞아 우리 영화계를 이끌어 갈 차세대 감독들과 중견 또는 원로 감독들이 잇따라 메가폰을 잡아 풍성한 수확을 기대케 하고 있다. 「투캅스」로 주가를 높인 강우석감독의 「마누라 죽이기」,「첫사랑」등으로 독특한 영상기법을 보여준 이명세감독의 「남자는 괴로워」,「결혼이야기」 「그여자 그남자」를 연출했던 김의석감독의 「남남북녀」,「김의 전쟁」 「비상구는 없다」 이후 활동이 뜸했던 김영빈감독의 「테러리스트」,시나리오 작가 출신인 김성홍감독의 「손톱」과 배창호감독의 「젊은 남자」,유현목감독의 「말미잘」,김수용감독의 「사랑의 묵시록」등이 그것이다.이처럼 신·구세대의 지명도 있는 감독들이 한꺼번에 영화 촬영에 들어가는 것은 근래에 보기 드문 일이다. 강우석감독이 최근 촬영에 들어간 「마누라죽이기」는 강짜 마누라에게 기죽어 살면서 자나깨나 마누라가 죽기를 바라던남편이 드디어 직접 마누라를 죽이겠다고 나서지만 실수만 연발한다는 코미디 영화.「나의 사랑 나의 신부」 이후 처음으로 박중훈과 최진실이 콤비를 이뤘다. 8월 중순 촬영을 시작한 이명세감독의 「남자는 괴로워」는 샐러리맨의 애환을 담는다.안성기를 만년 과장으로,박상민을 마마보이 신입사원으로 등장시켜 일상적인 소재속에 삶의 의미를 돼새기게 한다는 계획. 최근 독립사무실을 낸 김의석감독의 「남남북녀」는 삼성 나이세스와 공동으로 제작된다.남북이 통일된 뒤 남한출신 남자와 북한 출신 여자가 만나 각종 해프닝 끝에 사랑의 결실을 맺는다는 줄거리.10월초 크랭크 인 예정. 이달 안으로 촬영에 들어갈 김영빈감독의 「테러리스트」는 경찰인 형과 테러리스트인 동생의 대조적인 삶을 통해 현대인들에게 정의에 대한 불감증을 일깨우는 작품.최민수 이경영이 캐스팅됐다. 김성홍감독의 데뷔작 「손톱」은 갖출 것을 다 갖춘 여자에게 그렇지 못한 친구가 갖는 질투를 소재로 한 드릴러물.상대방의 열등의식을 자극한 말 몇 마디가 치명적인 상처가 되고 그로 인해 인간의 본성이 흥미진지하게 펼쳐진다. 지난달 촬영에 들어간 배창호감독의 「젊은 남자」는 물질과 쾌락의 도시 서울에서 허황된 야심을 쫓는 젊은이의 비극적 인생을 그리는 신세대 청춘영화.TV 탤런트 이정재와 신은경이 캐스팅됐다. 9월초 촬영을 시작한 유현목감독의 「말미잘」은 섬소년의 눈에 비친 세상을 서정적 영상으로 그린다는 계획.80년 「사람의 아들」 이후 14년만에 메가폰을 잡은 유감독이 영화 인생 40년을 결산할 작품을 만들기 위해 전력투구 하고 있다. 8년만에 메카폰을 잡는 김수용감독의 「사랑의 묵시록」은 목포 고아의 어머니로 불렸던 일본 여인 다우치 지즈코의 일대기를 다룬 작품.10월초 촬영에 들어간다. 영화계에서는 이와관련,『외화를 수입하지 않고 한국영화만을 제작하는 영화사가 늘고 있는데다 대기업의 제작비 지원으로 영화계가 활기를 띠고 있다』고 진단하고 『기대를 모으는 감독들이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만드는 만큼 흥행 전망도 밝다』고 반기고 있다.
  • 로마/테르미니역(아랍서 지중해까지:16)

    ◎로마 관문… 영화 「종착역」의 주무대/광장 주변의 소나무에선 로마인처럼 올곧은 기상이… 명화「길」,「카비리아의 밤」,「달콤한 생활」등으로 우리에게도 익히 알려진 이탈리아 영화의 세계적 거장 페데리코 펠리니의 수필영상풍의 작품 「펠리니의 로마」에는 실제 로마 명소들의 모습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기껏 허름한 술집이라든가 싸구려 야외 카페,짐작이 가지도 않는 광장과 건물 모퉁이,비가 퍼붓는 어느 거리 복판에서 일어난 교통사고로 죽어넘어진 동물들과 그것을 찍어대는 촬영팀의 차량 정도나 보여주다 끝날 뿐이다.관객들이 장난치고 와글대는 3류무대 위에서 브루투스가 시저를 암살하는 엉터리 장면을 잠깐 카메라가 잡으며 로마의 역사를 대변하고,매춘숙의 여인들이 로비에 앉은 손님들과 희희낙락 흥정을 하며 몸매를 자랑하는 익살스런 장면들이 후반부에는 또 꽤 중요한 비중으로 끼어들어 있다.이 작품은 틴에이저로 보이는 수십명의 오토바이족 커플들이 옛 원형경기장인 콜로세움을 질주해 빠져나가면서 어둠속에 묻히는 것으로 끝이 난다.불빛이 휘황한 콜로세움도,여기 나오는 다른 장면들도 거의 모두가 금방 알아볼 수 있는 세트다. ○요상한 화면에 당혹 이 토박이 대가가 자신의 근거지를 말하려 하면서 왜 이런 어설픈 세트처리를 고집했을까 하는 의문은,로마에 여장을 풀고 맨 먼저 무심코 TV를 켰을 때 맞닥뜨린 요상한 채널의 화면 보다는 덜 당혹스럽다.토플리스 여인의 라이브 쇼를 한동안 보여주면서 플레이 보이 사회자와의 인터뷰가 잠깐 나오고 「저를 불러주세요」어쩌고 하는 식의 캡션과 함께 여인의 얼굴과 전화번호의 클로즈업이 되풀이 되는 프로인데 필자의 어눌한 소견으로도 영락없이 공공연한 매춘채널이다.유료도 아닌 이 채널은 두어 시간을 그러다 딴 채널로 옮겨가 심야까지 계속된다.하긴 콜걸이 떳떳하게 국회의원 출마도 하고있는 나라니까 그런 것을 당혹스럽게 여기는 쪽이 오히려 어색하고 이상할지도 모른다.모르긴 해도 언뜻 납득키 어려운 로마의 이런 표면적인 진풍경의 바닥에는 카톨릭 종주국으로서의 종교적인 고뇌와 세속윤리와의 마찰 같은 혹종의갈등들이 얽혀 있을 것이다.세칭 네오리얼리즘에서 출발했던 펠리니의 상기 필름만 해도 후기작품에 속하는 것이어서,그러니까 그의 로마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실경산수의 의미가 아니라 보다 개인적이고 내면적인 꿈과 원망이 모티브가 되고 있어 그같은 기법은 당연한 일이었을지 모른다.인간의 죄의식을 옭아매고 억누르는 신적인 윤리와 그것을 풀어 흩뜨리려는 세속적인 쾌락 사이의 고통을 은근히 내비치면서 이 작품에서도 그는 삶의 공허감을 아닌듯이 말하고 있다.이와 관련이 되는지 어떤지는 모르지만 지금 세상을 뒤덮고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하는 의문을 필자도 이번 여행 중에 문득 떠올린 적이 있다.그동안 거쳐온 나라들을 근거로 하면 그것은 이념도 철학도 무슨 정신적인 고뇌같은 것도 아니고 한마디로 청바지와 전자제품과 할리우드 영화였다.팝송과 비디오테이프와 음담패설이라고 해도 마찬가지고 인스턴트 식품과 광고와 싸구려 베스트셀러와 차량의 매연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다.그러므로 이 세계는 희망이 없다든가 혹은있다고 해봤자 그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일제 자동차로 뒤덮여 있던 이라크와 요르단의 우스꽝스런 풍경은 차치하고라도,할리우드 영화만 해도 떠날 무렵의 서울프로와 한달 남짓 사이를 둔 종착지까지의 모든 나라들의 그것이 약속이나 한듯이 똑같았던 것이다.「쉰들러 리스트」,「필라델피아」그리고 여분으로 「쥬라기공원」.세계가 획일화되어 똑같은 하나의 깡통속에 들고만것 같아 기묘한 기분이 되었다 하더라도 물론 이것은 그 나라의 중앙통쯤 되는 거리에서 금방 눈에 들어온 표피적인 광경에 지나지 않는다. 도시전체가 그대로 박물관인 로마에서 어딜 새삼 찾아보고 말고할 필요가 어디 있겠느냐는 생각까지 든 것도,비슷한 맥락의 심사 때문이었을지 모른다.너무 볼거리가 많아 지레 나가 떨어진다는 격이랄까. 10여년 전 처음으로 이곳을 밟았던 기억까지 겹쳐 로마에 대한 필자의 선입견 역시 할리우드 영화의 그것처럼 그닥 밟은 것이 못된다.이 도시의 뿌리가 된 옛 로마제국이 아테네와는 달리 철저하게 무력의 힘으로 건국되고 변천해왔다는선입견이나,허다한 영화들에서 보아온 그 무렵 타락상의 고정관념들이 그렇다.난교도중 화산재에 매몰된 듯한 인간의 처참한 미라를 폼페이 박물관에서 보았던 기억같은 것도 함께 가세를 했을 것이다. ○볼것 너무많아 질려 이 도시의 관문이 되는 테르미니 역 근처에 짐을 풀자 그 앞의 친쿠에첸토 광장이나 우선 어슬렁거리기 시작한 것도 좀처럼 트일 기미를 보이지 않는 그 답답함 때문이었을지 모른다.「5백인 광장」으로도 불리는 이곳은 에티오피아 정복전쟁때 목숨을 바친 5백명의 병사를 기념해서 만들어졌다는 유래를 갖고 있다.로마에 살고있던 친구를 만나 맥주잔을 기울이며 이 광장 한쪽 가설무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연주와 노래들을 들었던 옛 기억을 필자는 더듬었다.오래전 일이어서 그런지 부근의 풍경들이 너무 아슴하다.유적과 역사와 명소들로만 빼곡 들어찬 이 도시,조각과 걸작건축물들과 절묘하게 설계된 분수들과 미칼란젤로,레오나르도,라파엘로의 명화들이 너무 많아 오히려 발기불능의 무력감부터 먼저 일으키는 이 도시,인근과 시내 한복판으로 빠지고 들어가는 지하철과 수많은 버스의 노선들,벤치에 앉은 히피차림의 나그네들,일자리를 얻으러 온 듯한 동남아 여인들,그 저쪽으로 산타 마리아 마조레 교회를 바라보며 부근의 액세서리,옷가게들을 필자는 하릴없이 기웃거리고 있었다.밤이 늦어도 광장의 잡답은 좀처럼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테르미니 역은 「자전거 도둑」으로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의 대표주자의 하나가 된 거장 비토리오 데시카가 「종착역」을 만들면서 주 배경으로 잡았던 곳이다.흑백필름인 이 작품은 그 때문이 아니라 내용 탓인지 대부분의 장면들이 암울했던 것같은데,지금 그 대합실은 휘황한 불빛으로 대낮처럼 밝다.쓰리꾼과 집시들이 득실대는 것같아 도저히 발을 들여놓을 수없노라고 일행 하나가 뒷걸음을 친 것도 무리가 아니다.예의 집시들이 문제라면 연전에 개봉돼 우리에게도 익히 알려진 유고의 현역감독 에밀 쿠스트리차의 저 유명한 필름 「집시의 시간」에도 그 행태가 적나라하게 묘사되어 있다. ○대합실 불빛 휘창 찢어지게 가난한 현실에 떠밀려 이탈리아 뿐아니라 프랑스와 유럽 각지로 흩어져 들치고 훔치는 것이 본업이 돼버린 그들의 습성이란 것도 영화에 나오는 아이들의 그런 이미지는 너무 애잔해서 도저히 미워할 수가 없고 그 때문에 되레 구원을 받는 계기와 상징으로 설정이 돼있다.감독은 무너진 동구 공산체제의 그 끔찍함 못지않게 악랄한 돈의 논리와 거기 끌려다니는 인간이라는 부르주아사회의 치부를 꿰뚫어보고 있는 것이다.환전소 좌우에 도열한 수많은 가게와,역을 들고나며 와글대는 승객들과,연쇄식당가에서 풍겨오는 스파게티 냄새로 시장통을 방불시키는 대합실 한복판에서 필자는 「종착역」속의 그 로맨스를 억지로 더듬어보았다.유부녀가 된 옛 애인을 찻간에서 만난 남자가 기차가 떠나는 순간까지 수기한 곡절과 감정의 격렬한 기복을 내보이면서 애절한 이별을 하는 과정이 그 내용이었던 것같은데,시종일관 플랫폼이 거의 배경이 되고 있었다는 것 외에는 스토리가 확실치 않다. 공화국 광장 뒤쪽 부근이었던가,처음 이 도시로 들어서면서 택시가 신호에 걸렸을 때 우연히눈에 띈 소나무 한 그루가 그제야 문득 저절로 생각나고 있었다.옛 건물의 현관 옆쪽으로 짙푸르고 올곧은 자세를 하고 정원에 처연히 서 있던 그 나무의 모습이 어째서 그처럼 강렬한 인상을 주었던 것일까.로마에 있는 건물 틈틈이에서 가장 흔하게 눈에 띄는 이 나무들은 외래객이 설사 아무리 뒤틀린 선입견을 갖고 들어오더라도 이 도시는 절대로 풀죽을 수 없다고 우정 무언가를 호소하고 있는 것같았다.이곳 출신인 레스피기의 교향시 「로마의 소나무」나 비슷한 제목의 몇개 노래들을 필자는 도리없이 떠올렸다.슬픔을 말하든,환희를 말하든 그런 작품들은 어쨌든 로마라는 도시의 축이 되는 정신이나 그 체취같은 것과도 무관치 않은 내용이었을 것이다.어디선지 갑자기 들려온 사이렌 소리와 함께 광장 저쪽으로는 떠들썩하고 활기에 넘치는 예의 낙천적인 이탈리아인 특유의 그 잡담이 여일하게 이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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