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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고양이 기생충, 사람의 행동도 조종한다/조현욱 과학과 소통 대표

    [열린세상] 고양이 기생충, 사람의 행동도 조종한다/조현욱 과학과 소통 대표

    고양이 기생충이 사람의 행동을 조종한다는 연구 결과가 계속 나오고 있다. 톡소포자충(이하 ‘톡소’)이라고 불리는 단세포 원생동물 얘기다. 새와 포유류를 중간숙주로 삼아 고양이 창자 속에서 번식한 뒤 대변을 통해 퍼져 나간다. 사람이 감염되는 것은 주로 덜 익힌 고기, 씻지 않은 채소나 과일을 섭취하기 때문이다. 건강한 사람에게는 초기에 미약한 독감 증세를 일으킨 뒤 주로 뇌에서 휴면 상태에 들어간다.이 기생충은 쥐로 하여금 고양이 냄새를 두려워하지 않을 뿐 아니라 심지어 좋아하게 만들기까지 한다. 감염된 뇌세포에서 도파민의 생산과 분비를 여러 배로 늘리는 탓이다. 도파민은 뇌에서 쾌락과 공포 반응을 조절하는 신경전달 물질이다. 이 같은 영향은 감염 3주 만에 나타나고 톡소가 제거된 후에도 계속 지속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2013년 9월 미국 UC버클리 연구팀이 공공과학도서관저널(PLoS ONE)에 발표한 연구 결과다. 이는 톡소가 생쥐의 유전자 스위치를 켜는 탓으로 해석된다. 쥐의 행태를 바꾸기 위해 계속 활동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이번 생쥐는 유전자를 조작해 생존력을 약화시킨 경우다. 톡소 치료약은 없다. 인간의 뇌는 쥐와 비슷한 점이 많다. 생쥐를 고양이 뱃속으로 인도하는 메커니즘이 인간에게도 비슷한 효과를 미치고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 25일 영국 왕립 협회지 B에 실린 연구 결과를 보자. 미국 콜로라도 볼더대학 경영학과의 연구팀은 창업과의 연관성을 조사했다. 가설은 이렇다. “창업은 시간과 돈이 많이 드는 위험한 행동이다. 많은 사람이 사업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지만 실행하지는 못한다. 실패가 두렵기 때문이다. 만일 톡소가 위험을 감수하는 경향을 증가시킨다면 창업 여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연구팀은 대학생 1500명과 창업 세미나를 듣는 일반인 200명의 타액을 채취해 항체 검사를 했다. 전체 감염률은 22%로 나타났다. 분석 결과 감염된 학생은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경영학을 전공할 가능성이 1.4배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전공자 중에서도 회계 같은 안전한 분야보다 ‘경영 및 창업’을 중시하는 경향이 1.7배 크게 나타났다. 창업 세미나 수강자의 경우 감염자는 실제 창업하는 비율이 그렇지 않은 사람의 1.8배였다. 이번 연구는 비교적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희귀 사례다. 대개는 부정적이다. 체코 카렐대학의 진화생물학자 야로슬라프 블레그르가 1994년 발표한 결과를 보자. 그에 따르면 감염된 남성은 그렇지 않은 남성에 비해 규칙을 무시하거나 과도하게 의심이 많거나 질투심이 큰 경향이 있었다. 그는 2002년 프라하에서 교통사고 원인을 제공한 운전자와 보행자(146명)를 일반 주민(446명)과 비교했다. 전자의 감염률은 후자의 2.6배가 넘었다. 사람의 경우도 도파민을 복용하면 충동적이고 위험한 행동을 할 위험이 커진다. 감염자는 조현병 발병 가능성이 크다. 38건의 기존 연구를 검토한 2012년 논문에 따르면 환자의 항체 보유율은 일반인의 3배였다. 미국 루이스빌대학의 진화생물학자 폴 이왈드는 조현병의 3분의1가량은 톡소 때문에 유발된 것이라고 믿고 있다. 또한 상황에 맞지 않게 공격성이 폭발하는 증상, 즉 간헐적 폭발성 장애와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환자는 일반인에 비해 양성반응이 2배 이상이었다. 자살을 시도할 위험이 7배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2012년 8월 ‘임상 정신의학 저널’에 발표된 논문의 내용이다. 자살을 시도해 스웨덴 룬트대학병원에 입원했던 환자 54명과 일반 주민 중에서 무작위로 선정한 30명을 비교한 결과다. 세계 인구의 30~50%, 우리 국민의 2~8%가 보균자로 추정된다. 치료를 하면 기생충이 해를 끼치지 않게 만들 수는 있으나 완전 제거는 불가능하다. 한국 길고양이의 보균율은 10%대로 알려져 있다. 다만 감염 1, 2주 후에는 면역이 생겨서 유충을 배출하지는 않는다.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 때문에 감염될 가능성은 정말 낮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집고양이를 집 안에만 두고 익힌 통조림 음식만 먹일 경우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문제가 되는 것은 사냥을 하거나 익히지 않은 고기를 먹는 고양이다.
  • SKT, AI 플랫폼 ‘누구’에 조명기기 입혔다

    SKT, AI 플랫폼 ‘누구’에 조명기기 입혔다

    ‘선라이즈 모닝콜’ 기능도 제공 출력 ‘누구 미니’ 보다 3배 향상 T맵 쓸 때 아리아 대신 버튼 호출 운전대 부착 ‘누구 버튼’ 18일 선봬SK텔레콤이 스피커 일색인 인공지능(AI) 제품을 무드등으로 차별화시킨 상품을 내놨다. SK텔레콤은 11일 서울 중구 삼화타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AI 플랫폼 ‘누구’를 탁상용 조명기기에 결합한 ‘누구 캔들’을 출시했다고 밝혔다. 누구 캔들은 흰색, 청색 등 13가지 일반색과 색채 치료에 쓰이는 4가지 색 빛을 낼 수 있다. 수유·취침·독서 등을 위한 테마등, 무지개·모닥불·사이키 등 애니메이션 효과, ‘선라이즈 모닝콜’ 기능을 제공한다. 선라이즈 모닝콜은 설정한 알람이 울리기 30분 전부터 조명 밝기가 서서히 밝아지다가 시간이 되면 ‘자율감각쾌락반응’(ASMR)을 느끼게 하는 소리를 들려준다. SK텔레콤은 기획 단계에서 기존 AI 스피커 ‘누구 미니’와 다른 무드등 제품을 써 본 사용자의 후기를 두루 섭렵한 뒤 제품에 반영했다. 누구 캔들의 출력이 누구 미니보다 약 3배 큰 10W(와트)가 된 것도 사용자들의 요구에 따라서다. 누구 캔들은 음악감상, 날씨 확인, 배달 주문 등 기존 AI 스피커에서 가능했던 30여개 기능도 제공한다. 이날 SK텔레콤은 모바일 내비게이션 ‘T맵x누구’를 쓸 때 “아리아”라고 부르는 대신 버튼을 눌러 호출할 수 있는 ‘누구 버튼’도 오는 18일 출시한다고 밝혔다. 제품은 운전대에 부착하는 형태로, 이날 간담회를 진행한 이상호 서비스플랫폼사업부장은 “마이크와 스피커가 나란히 붙어있는 스마트폰의 태생적 한계 때문에 큰 음악을 들을 때 호출어 인식이 어렵다는 점을 개선하기 위해 버튼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T맵’ 출시 16주년을 맞아 오는 17일~31일 ‘T맵 생일잔치’ 이벤츠 참가자 중 3만명을 추첨해 누구 버튼과 스마트폰 거치대를 무료로 준다. 이 부장은 “고객이 제품을 쓸 때 AI 탑재돼 있다는 것조차 모른채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누구’의 궁극적인 목표”라면서 “차 역시 AI의 핵심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며, 앞으로 다양한 사물의 AI화를 꾸준히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딥러닝을 기반으로 음성을 합성하는 모델도 개발 중”이라면서 “올해 말에는 스피커 본연의 기능에 초점을 맞춘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오늘의 경제 Talk 톡] ASMR(자율감각 쾌락반응)

    소리로 뇌를 자극해 심리적인 안정을 유도하는 것으로 새 소리나 물 흐르는 소리, 바스락거리는 소리 등을 활용해 청취자가 기분 좋은 자극을 얻도록 한다.
  • 성욕 채우려다 남의 반려견 죽게 한 40대 남성 철창행

    성욕 채우려다 남의 반려견 죽게 한 40대 남성 철창행

    타인의 반려견을 대상으로 성욕을 채우려다 반려견을 죽음에 이르게 한 40대 남성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동물보호법 위반 관련 사건에서 실형이 선고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재판부가 그만큼 동물 생명 존중 등에 대해 엄중하게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대구지법에 따르면 이 법원의 한 지원은 최근 동물보호법 위반, 재물손괴, 건조물 침입, 강제추행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0개월에 벌금 30만원을 판결하고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또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3월 말 자정 무렵 B씨가 운영하는 사무실에 무단으로 들어가 그곳 마당에 있던 암컷 진돗개를 성적으로 학대, 그 후유증으로 진돗개를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지난해 4월 늦은 밤 한 다방에 들어가 청소 중인 50대 여성을 강제추행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 소유의 반려견과 수간(獸姦)을 시도하다 개에게 상해를 가하고 결국 죽음에 이르게 했다”며 “자신의 성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개를 도구로 사용함으로써 정당한 사유 없이 개에게 신체적 고통을 주고 상해를 입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에게 재산 손실은 물론, 정신적 고통까지 안긴 피고인의 변태적인 범행은 생명을 존중하고자 하는 일반 국민들의 정서 및 감정에 악영향을 미치는 범죄”라고 일갈했다. 재판부는 또 “동물보호법은 우리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일반적으로 동물의 고통에 대해 공감하고 함께 아파하는 범위를 설정하고, 이 범위를 심히 침해하는 인간의 동물에 대한 학대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며 “그런데 피고인은 성적 쾌락의 수단으로 개에게 상해를 가함으로써 위 범위를 침해하고, 동물 보호를 통해 동물의 생명 존중 등 국민 정서를 함양하고자 하는 동물보호법의 목적과 입법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행위를 했고, 현재까지 피해자로부터 용서를 받지 못했다”고 부연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뉴스 전에 책이 있었다] 새들도 인간처럼 감정을 느낀다

    [뉴스 전에 책이 있었다] 새들도 인간처럼 감정을 느낀다

    철새보호법상 보호종인 물떼새 한 쌍이 캐나다 오타와 어떤 곳에 둥지를 틀었다. 그곳에는 다음달 5일 시작되는 캐나다 최대 음악 축제 ‘오타와 블루스페스트’의 주무대가 설치될 예정이었다. 물떼새 부부는 4개의 알을 그곳에 낳았는데, 지난 40여년간 개체수가 계속 줄어들면서 캐나다는 연방법으로 ‘정부 승인 없이’ 둥지를 건드리거나 훼손하는 것을 금했다. 축제 준비위는 일단 24시간 경비원을 배치해 사람들의 접근을 막았다. 행사 준비를 마냥 늦출 수만도 없어 정부에 둥지 이전을 요청했다. 캐나다 정부는 “자연환경에서 알이 부화할 수 있게 최대한 노력”하는 조건으로 둥지 이전을 승인했다. 철새 전문가가 지휘를 맡았고, 둥지 이동과 관련한 각계 전문가들이 동원됐다. 길바닥 둥지를 정밀 촬영해 똑같은 둥지를 만들고 알을 옮기는 등 철새 한 쌍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야생 조류는 사람 손을 타면 둥지는 물론 알까지 포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상황을 한국으로 옮겨 보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밀어내고 영국의 동물학자 팀 버케드의 ‘새의 감각’을 읽는다. 새 연구를 위해 북극에서 아마존 열대우림까지, 말 그대로 세계 곳곳을 누빈 저자는 새들도 시각, 청각, 촉각, 미각, 후각은 물론 자각(磁覺)과 정서를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동물은 본능적이고 인간만이 사고한다’는, 다시 말해 인간 중심 사고를 여지없이 깨뜨리는 책이 바로 ‘새의 감각’이다. 흔히 사건이나 사물의 본질을 단박에 파악하는 사람에게 ‘매의 눈’을 가졌다고 이야기하는데, 실제로 매는 사람보다 5배 많은 시세포를 가지고 있어서 넓은 시야와 정확한 타이밍 포착의 귀재다. 매의 눈이 특별히 좋은 것도 있지만 대개의 새는 특별한 시각 능력을 가졌다. 새는 자외선을 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기름쏙독새는 어둠 속에서도 빠르고 정확하게 장애물을 피해 간다. 박쥐는 음파를 발산한 뒤 되돌아오는 파장을 계산해 먹이가 있는 곳을 알아내기도 한다. 시력은 거의 제로에 가까워도 특별한 감각으로 시각을 대신하고 있는 셈이다. 새들은 저만의 감각으로 쾌락을 경험하기도 한다. 유럽억새풀새는 짝짓기 시간이 불과 10분의1초다. ‘겨우?’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유럽억새풀새는 하루에 100번도 넘게 암수 정답게 사랑을 나눈다. 세간의 떠도는 말로 이런 ‘사랑꾼’이 없다. 그런가 하면 마다가스카르의 큰바사앵무는 무려 최대 1시간 30분 동안 사랑을 나눈다. 저마다의 상황과 서식지의 풍토에 맞춰 짝짓기 시간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대개의 새는 ‘외도’를 모르고 평생 일부일처를 고집하며 산다. 소리도 마찬가지다. 새는 대개 포식자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사람의 청각 범위를 벗어나는 주파수로 교신한다. 구애할 때도 소리를 내는데 우리가 듣는 소리와 새가 듣는 소리는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영역 싸움을 할 때도, 포식자를 감시할 때도 새는 다양한 소리로 무리와 소통한다. ‘새의 감각’은 새에 관한 다양한 지식과 정보를 품고 있는 책이다. 동시에 ‘인간만이 생각하고 감각을 가진 월등한 존재’라는 얼토당토않은 착각을 깨는, 이를 테면 ‘더불어 살 것’을 은근히 권하는 책이기도 하다. 어디 새뿐일까. 우리가 몸 붙이고 사는 지구라는 장소 역시 숱한 감각을 지니고 있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면 소위 ‘자연의 역습’이라 불리는 일들이 이처럼 자주, 강도 높게 일어나지 않을 테니 말이다. 아무쪼록 캐나다 오타와의 물떼새 부부가 옮겨간 둥지에서 4마리의 어린 새들이 부화했다는 소식도 곧 전해지기를 기대한다. 장동석 출판평론가·뉴필로소퍼 편집장
  • [그 책속 이미지] 상페의 따뜻한 시선, 유쾌한 생각

    [그 책속 이미지] 상페의 따뜻한 시선, 유쾌한 생각

    거창한 꿈/장자크 상페 지음/윤정임 옮김/열린책들/104쪽/1만4800원엄숙한 결혼식장. 신부는 미소를 띤 채 지그시 눈을 감고 있다. 갑자기 신랑이 고개를 돌려 뒤편의 남자들에게 불쑥 한마디 던진다. “저 여자 어때요?” 철없는 신랑의 행동에 피식 웃음이 터지면서도, 왠지 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유는 아마 푸근한 그림 덕분일 것이다. 코가 큰 사람들의 모습은 둥글둥글하고, 배경은 꼼꼼한 듯 무심하다. 힘을 뺀 가느다란 선이 포착한 일상의 한 장면이 마냥 정겹다.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 바로 프랑스를 대표하는 국보급 화가이자 작가인 장자크 상페의 그림이다. 독특한 그림체로 국내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상페의 그림과 글이 담긴 책들이 최근 재출간되고 있다. 지난달 ‘속 깊은 이성친구’, ‘사치와 평온과 쾌락’에 이어 이번 달에는 ‘어설픈 경쟁’, ‘거창한 꿈’이 새로 나왔다. 특히 ‘거창한 꿈’은 배경에 비해 작게만 보이는 등장인물을 따뜻하게 바라본 상페의 시선이 담겼다. 상페는 ‘꼬마 니콜라’ 이후 한국에도 잘 알려진 작가다. 오래된 책들을 구하기 어려웠던 터라 국내 팬들에게 재출간은 기쁜 소식이 될 듯하다. 책에는 올해 85세인 상페의 사진도 담겼다. 독자들을 바라보며 미소 짓는 그의 모습이 마치 꼬마 니콜라 같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숲속의 작은 집’ 종영, 소지섭-박신혜 10주간 행복실험 종료 ‘소확행 예능’

    ‘숲속의 작은 집’ 종영, 소지섭-박신혜 10주간 행복실험 종료 ‘소확행 예능’

    일상 속 작은 행복을 전한 ‘숲속의 작은 집’이 종영했다. 8일 방송된 tvN 예능 ‘숲속의 작은 집’ 감독판에서는 마지막 행복 시험을 진행하는 소지섭과 박신혜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들의 마지막 실험 주제는 바로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버킷 리스트. 이로써 소지섭과 박신혜는 10주간의 행복실험을 마쳤다. 이날 제작진은 박신혜에게 실험에 임하기 전 사전 인터뷰 영상을 보여주며 “지금 행복한가?”라고 물었다. 이에 박신혜는 “행복은 잘 모르겠고 감사함은 느낀다”라며 갑자기 눈물을 터뜨렸다. 이어 “언젠가부터 나의 힘듦을 상대에게 말하기 힘들어졌다. 그래서 혼자 삭이는 일이 많아지면서 행복에 대해 쉽게 대답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숲속집 생활을 끝낸 박신혜는 스스로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았다며 “세계여행도 좋고, 요리학원에 다니는 것도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 음식을 만들어 여러 사람과 나누는 행복도 알게 됐다”고 고백했다. 한편 ‘숲속의 작은 집’은 첫 방송부터 실험적인 모습으로 화제를 모았다. 오프 그리드, ASMR(자율감각 쾌락반응) 등 여타 예능 들이라면 시도할 수 없었을 실험적인 시도로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자극적인 예능에 지쳐있던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여유와 즐거움을 선사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숲속의 작은 집’은 10회 방송을 마지막으로 종영을 맞았다. 사진=tvN 연예팀 seoulen@seoul.co.kr
  • [김태의 뇌과학] 행복의 뇌과학

    [김태의 뇌과학] 행복의 뇌과학

    우리는 누구나 행복을 추구하며 산다. 하지만 ‘행복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선뜻 답하기 어렵다. 한마디로 정의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이기까지 한다. 행복 또한 뇌가 느낀다는 점에서 뇌과학은 어떤 공통의 특징을 밝혀내고 있지 않을까.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 이래로 행복은 두 가지 측면으로 나눠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는 ‘헤도니아’, 즉 개인적 쾌락이라는 측면이다. 또 한편으로는 ‘유다이모니아’, 의미 있는 삶이라는 측면이 있다. 쾌락은 주로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의 뇌회로와 깊은 연관성이 있다. 이런 작용을 일으키는 회로를 ‘보상회로’라고 부르며 보상이 일어나는 행동을 반복하도록 유도한다. 1950년대 신경과학자인 제임스 올즈 박사와 피터 밀너 박사는 중뇌 부위에 전극을 심은 쥐들이 전기 자극 스위치를 반복적으로 눌러 스스로를 자극한다는 사실을 우연히 발견했다. 이 쥐들은 한 시간에 5000번까지도 스위치를 눌렀고 먹지도 않고 자극에 탐닉했다. 스위치 앞에 전기 충격이 오는 구간을 둬도 이를 무릅쓰고 스위치를 눌렀다. 보상회로에 대한 의존성이 커지면 중독에 빠져들게 되니 이런 헤도니아의 행복감은 양날의 칼이라 할 수 있다. 리처드 데이비슨 미국 위스콘신대 교수는 유다이모니아적 행복과 관련한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그는 행복과 관련된 4가지 중요한 뇌과학적 구성 요소를 통해 행복감, 웰빙은 하나의 기술이라고 주장한다. 첫째 요소는 회복 탄력성이다. 어떤 사람은 스트레스에서 빨리 회복하고 어떤 사람은 느리게 회복한다. 신체 운동, 인지 요법, 명상 등에 의해 회복 탄력성과 관련한 뇌 부위에 변화가 나타나고 긍정적인 행동 결과로 이어진다. 둘째는 타인에 대해 긍정적 관점을 갖는 것이다. 데이비슨 교수팀은 1개 집단에서는 상대방에 공감하는 훈련을, 다른 집단에서는 자신의 감정을 돌보는 인지적 재평가 훈련을 실시했다. 자기공명영상촬영(MRI) 검사 결과 공감 훈련군에서는 사회적 인지, 감정조절과 관련된 뇌 부위가 활성화됐다. 타인에 대한 긍정적 관점도 훈련할 수 있고 이런 훈련은 뇌의 활성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의미한다. 셋째는 집중력이다. 2010년 미국 하버드대의 매슈 킬링스워스 박사와 댄 길버트 교수가 미국인 2250명을 분석한 결과 일상활동의 46.9%에서 집중하지 못하는 ‘마음 방황’ 상태였고 이런 상태일 때 행복감이 유의미하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집중력 훈련으로 행복감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네번째 요소는 관대함이다. 최근 관대하고 이타적인 행동을 많이 할수록 행복감을 높이는 뇌 회로 활성화가 자주 일어난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박소영 독일 뤼베크대 교수팀은 매주 25스위스프랑(약 2만 7000원)을 참가자들에게 나눠 준 뒤 한 집단은 타인을 위해, 다른 집단은 자신을 위해 돈을 쓰도록 한 뒤 뇌영상 검사를 했다. 타인을 위해 돈을 쓴 참가자들은 행복감이 늘어나는 뇌 부위가 활성화됐다. 우리 뇌는 알게 모르게 지속적으로 ‘성형’되고 있다. 대부분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이뤄진다. 하지만 우리 마음은 의도적인 연습이나 훈련을 통해서도 만들어 나갈 수 있다. 그 변화가 긍정적인 방향일지 부정적인 방향일지는 우리 선택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어쩌면 행복하게 살지, 불행하게 살지는 외부 요인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선택과 노력에 달려 있는지도 모른다고 뇌과학은 충고하고 있다.
  • 17세기 잡학박사, 현대인을 초대하다

    17세기 잡학박사, 현대인을 초대하다

    쾌락의 정원/이어 지음/김의정 옮김/글항아리/792쪽/3만 8000원잡다한 사물에 대한 사용법과 인테리어 활용법, 좋은 식재료 구별법, 각종 취미 생활에 웰빙 비법까지. 삶을 윤택하게 하기 위한 온갖 철학이 책 한 권에 담겼다. 만물에 대한 세세한 정보를 조목조목 나열한 이 ‘잡학 백과 대사전’의 저자는 17세기 명말 청초 시대의 작가 겸 연극 연출가다. 그런데도 그 시절 정보들은 현대에도 꽤 참고할 만하다. 한 번 뿐인 인생 잘 먹고 잘 살았던 한 남자가 초대하는 쾌락의 정원은 어떤 모습일까.권력이 바뀐 혼돈의 시기, 명말 청초 이어(李漁·1611~1685)가 쓴 ‘한정우기’를 우리말로 처음 옮겼다. ‘한정’(閑情)은 공적 직무를 벗고 느끼는 여유를, ‘우기’(偶奇)는 즉흥적 감정을 붓 가는 대로 기록했다는 의미다. 그의 잡학적 관심은 문학, 연극, 출판인 등 ‘종합예술인’으로 산 그의 이력이 한몫한 듯싶다. 지금으로 치면 19금 호색소설 ‘육포단’(肉蒲團)도 그의 작품이다. 극단을 운영했던 이어는 수십명의 식솔을 건사하기 위해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자금을 융통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눈동냥 귀동냥했으니 넓고 얕은 지식이 풍부해진 건 당연지사. 일생의 경험을 총괄한 이 야심작도 그래서 탄생했다. 전체 8장으로 구성된 ‘한정우기’는 희곡 이론을 제외한 나머지 6장에 미용·패션(성용부), 주거 공간(거실부), 집안 소품(기완부), 음식(음찬부), 식물 재배(종식부), 웰빙(이양부) 등 현대에도 관심 가질 만한 주제들을 할애했다.주목할 만한 부분은 책 앞머리를 차지한 ‘성용부’다. 여성의 외모를 자태, 피부, 눈과 눈썹, 손과 발, 머리 모양, 화장법 등 여러 측면에서 분석했다. 저자가 남성인데도 여성의 미적 가치에 대한 식견이 여성의 입장에서 봐도 놀라울 만큼 세세하다. 이어는 머릿기름 때문에 화장이 안 받으니 머리를 감은 수건으로 얼굴을 닦지 말고, 여러 가지 옷을 받쳐 입을 수 있는 활용도 높은 검은색 재킷을 하나쯤 갖추라고 조언한다. 지금으로 치면 웬만한 ‘연예인 코디네이터’ 뺨칠 정도다. 신발을 신을 때 땅 색깔과 같은 색깔을 신으면 신발의 멋을 살릴 수 없다는 깨알 잔소리도 잊지 않는다. 하지만 여성을 그저 남성이 감상하는 미적 대상으로만 인식하는 시각은 고루하고 그 시대를 벗어나지 못한 느낌이다.그가 풀어놓는 행복한 삶에 대한 인식은 놀라울 만치 지금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닮아 있다. 이어는 삶이 풍요하려면 재물보다는 절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소유한 물건만 잘 활용해도 쾌적하게 살 수 있고, 행복하고 싶다면 스스로 만족하고 살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그가 평생의 낙으로 꼽은 건 제철 게를 먹고 수선화를 감상하는 것이었다. 바쁜 일상에 치여 건강관리에 소홀한 현대인들이 참고할 만한 내용도 눈에 띈다. 저자는 잠이 보약이라고 풀었다.그는 “잠은 한 가지 질병을 치료하는 약이 아니라, 백 가지 병을 치료하고 만민을 구제하는, 시험하여 효험이 없는 곳이 없는 신령한 약”이라고 잠의 가치를 기술했다. 잠자는 침상을 조강지처에 빗댈 만큼 중요한 물건으로 꼽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음식을 탐닉하면 질병에 노출되기 쉽다는 지적에서부터 육식보다는 채식을 하고 자연에 가까운 음식을 먹으라고 한 건 온갖 가공식품에 길들여진 현대인의 식습관을 나무라는 듯하다. 시대적 배경이 다른 탓에 책의 모든 내용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건축, 가구, 의복, 음식, 장신구, 성생활 등 전 영역에서 자신만의 ‘소확행’을 추구했던 예술가의 시선은 무척 흥미롭다. 번역서지만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책 말미에 한자 원문도 실려 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보고 또 보고, 듣고 또 들어도 질리지 않는 ‘도보다리 산책 ASMR’

    보고 또 보고, 듣고 또 들어도 질리지 않는 ‘도보다리 산책 ASMR’

    남북정상회담 버전 ASMR(자율감각 쾌락반응) 영상이 화제다. 지난달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다. 이날 두 정상은 기념식수를 끝내고 도보다리 산책에 나섰다. 배석자 없이 진행된 도보다리 산책에서 40분간 이야기를 나누는 두 정상의 모습이 고스란히 TV로 생중계되면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중계화면은 두 정상의 말소리가 배제된 채 새소리와 바람소리 등 현장음만 담겼다. 그러자 생중계를 지켜본 시청자들은 도보다리 장면의 백색소음이 좋다는 평을 쏟아냈다. 결국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정상회담 버전 ASMR 버전이 나왔고 누리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한편, 이 대화에 대해 청와대는 주로 북미정상회담과 관련된 내용이었다고 밝혔다. 김정은 위원장이 주로 묻고, 문재인 대통령이 답변을 해줬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사진 영상=ASMR trigger/유튜브 영상팀 seoultv@seoul.co.kr
  •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슬로 예능’ 뜬다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슬로 예능’ 뜬다

    바쁘고 복잡한 생활에 지친 도시인들의 쉬고 싶은 마음이 통한 것일까. 도시를 떠나 자연 속에서의 느린 생활을 보여 주는 ‘슬로라이프 예능’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특별한 캐릭터도, 애써 웃기려는 노력이나 장치도 없는 자연 그대로의 삶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파고들고 있다.●나영석 PD와 소지섭·박신혜의 자급자족 생활 ‘자발적 고립 다큐멘터리’를 표방한 새 예능 ‘숲속의 작은 집’(tvN)이 전파를 탔다. 남녀노소의 연예인 넷이 외국에 나가 한식당을 하며 맛있는 음식과 여유로운 일상을 보여 준 ‘윤식당’(tvN)으로 식당 예능 붐을 불러일으켰던 나영석 PD가 이번에는 자연을 배경으로 행복 실험에 나섰다. 배우 소지섭과 박신혜가 행복 실험의 피실험자가 돼 제주도 숲속의 작은 집에서 각각 1박 2일, 2박 3일간 수도, 전기 없이 모든 것을 자급자족하는 ‘오프 그리드’ 생활을 하는 것이다. 첫 번째 과제는 ‘미니멀리즘’. 챙겨 온 물건 중 꼭 필요하지 않은 것들을 반납하고 식사도 흰 쌀밥과 반찬 한 가지로 제한했다. 이 밖에 ‘(알람 대신) 햇빛으로 일어나기’, ‘계곡 소리 담기’, ‘꽃 이름 붙이기’ 등의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한 시간 30분 동안 내레이션과 인터뷰, 그리고 이들이 각자 동영상을 촬영하며 혼자 하는 말 외에는 어떤 대화도 이뤄지지 않았다. 대신 장작이 타들어가는 소리, 새와 물소리가 프로그램을 꽉 채웠다. 음식을 만들 때에는 무 자르는 장면, 밥 끓는 장면을 클로즈업한 것 역시 특징이다. 여러 가지 소리가 섞여 소음을 만들어 내는 도심과 달리 한 가지 소리와 한 가지 영상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안정감과 행복감을 느끼게 해 주는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자율감각 쾌락반응)을 의도한 것이다. “대화 대신 자연의 소리, 얼굴 대신 삶의 방식을 보여 주려고 했다. 금요일 밤 TV를 켠 채 푹 잠들기 좋을 것”이라고 소개한 나 PD는 이번에도 시청자들의 마음을 정확하게 읽은 것일까. “시청률을 내려놓았다”는 그의 말과는 달리 첫 시청률 4.7%(유료플랫폼 기준)를 기록하며 ‘소확행’을 이뤘다.●별전문가와 뮤지션들이 함께 떠난 여행 앞서 채널A에서는 여섯 명의 뮤지션이 도심을 벗어나 별을 관찰하는 예능 프로그램 ‘우주를 줄게’를 지난달 21일부터 방영하고 있다. 유세윤, 휘성, 슈퍼주니어 예성, 싱어송라이터 카더가든, 하이라이트 손동운, 멜로망스 김민석이 별 전문가와 함께 경북 안동과 충북 영동을 여행하며 자연을 관찰하고 서로의 인생담을 나눈다. 이 프로그램 역시 자막과 효과음을 최소화하고 자연의 모습을 화면 가득 채웠다. 이들이 감흥에 겨워 흥얼거리는 노래는 그대로 배경음악이 된다.●청년들의 소소한 삶 영화 ‘리틀 포레스트’ 흥행 자연에서의 삶을 보여 줌으로써 힐링을 주는 추세는 예능뿐만이 아니다. 지난 2월 말 개봉해 아직도 상영관을 지키는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장기 흥행도 같은 맥락이다. 서울에서 아르바이트하면서 자취를 하고,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혜원(김태리)의 모습은 많은 청년들의 현주소다. 그런 그가 임용고시에서 떨어진 뒤 고향인 시골로 내려와 직접 밭을 가꾸고 거기서 수확한 작물로 음식을 만들어 친구와 나눠 먹는 모습은 팍팍한 도시 생활과 경쟁에 지친 젊은이들이 한 번쯤 상상하는 모습이다. 자연 풍광뿐 아니라 음식을 만드는 과정과 식감을 섬세하게 표현함으로써 ASMR의 효과를 준다. 영화는 2시간 가까이 큰 서사 없이 흘러가지만 관객들은 적어도 영화를 보는 순간만큼은 함께 휴식을 취하게 되는 것이다.●시나리오 없이 ‘스웨터 만들기’ 등 해외서 인기 해외에서는 일찌감치 ‘슬로 TV’ 장르가 화제가 됐다. 노르웨이 공영방송 NRK에서 2009년부터 방영하고 있는 ‘Minutt For Minutt’는 별다른 시나리오 없이 7시간 동안 기차가 달리는 모습, 8시간 30분 동안 양털로 스웨터 만들기, 12시간 동안 벽난로 타는 모습, 6박 7일간의 노르웨이 전역을 도는 크루즈 여행 등을 내보냈다. 이 프로그램은 30~40%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지금, 이 영화] 레이디 버드

    [지금, 이 영화] 레이디 버드

    크리스틴(세어셔 로넌)은 부모가 지어준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직접 본인을 명명한다. “레이디 버드”(LADY BIRD). 그녀는 이것이 자신의 진짜 이름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레이디버드(ladybird)라고 붙여 쓰면 ‘무당벌레’ 혹은 ‘연인’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나는 레이디 버드를 ‘아가씨 새’로 직역하고 싶다. 진부하게 들리겠으나, ‘데미안’의 저 유명한 구절 때문이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이렇게 보면 자칭 레이디 버드는, 기성 질서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삶을 살려는 그녀의 의지가 담긴 선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레이디 버드는 두 개의 세계에 맞선다. 하나는 그녀의 고향 새크라멘토다. 이곳은 캘리포니아주에 속해 있다. 그러나 같은 행정 구역인 로스앤젤레스나 샌프란시스코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인지도가 낮다. 영화 오프닝에 아예 이런 문장이 나올 정도다. “캘리포니아의 쾌락주의를 말하는 자는 새크라멘토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 봐야 한다.” 새크라멘토 출신 작가 존 디디온의 말이다. 한마디로 새크라멘토는 흥미 있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 심심하고 지루한 동네라는 이야기다. 고등학교 졸업반인 레이디 버드가 기어코 뉴욕 같은 대도시에 있는 대학에 들어가려고 애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그녀가 맞서는 다른 하나의 세계는 엄마 매리언(로라 멧캐프)이다. 매리언은 미국 명문대에 진학하겠다는 레이디 버드를 향해 차갑게 대꾸한다. “넌 그런 학교 못 가. 그냥 시립대학에나 가. 그런 정신 상태로는 시립대 아니면 감방밖에 못 가. 그런데 들락대다 보면 자립 방법은 배우겠지.” 아무리 평소 딸의 행실을 잘 알고 있어도 지나치다 싶은 언사이기는 하다. 그렇지만 평범함을 거부하는 레이디 버드의 성품이 어디서 왔겠는가. (이 대화는 매리언이 운전하는 차 안에서 이루어졌고, 레이디 버드가 달리는 차 문을 열고 뛰어내리면서 끝났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정말로 죽을 만큼 싸우는 것이다) 모전여전이다. 이 영화는 이처럼 두 개의 세계에 대항하는 레이디 버드의 분투기를 담아낸다. 한데 동시에 다음과 같은 질문거리도 던진다. 이를테면 ‘알은 새를 가두기만 하는, 그러니까 산산이 부숴버려야 할 세계인가?’ 하는 점이다. 적어도 그레타 거위그 감독은 그렇게 보지 않는 것 같다. 영화는 뒤로 가면서 새로운 명제를 제시한다. 새가 아니었던 어떤 생명체가 새로 태어날 수 있도록 따뜻하게 지켜준 세계가 바로 알이라는 사실이다. 새가 알을 깨야 하는 것은 맞다. 그래야 하늘로 날아오를 수 있으니까. 하나 그렇다고 새가 지금까지 자신을 보호해 왔던 알을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을 테다. 새크라멘토―엄마라는 알 없이는 레이디 버드도 없었다. 그녀는 천천히 그것을 체감한다. 허희 문학평론가·영화칼럼니스트
  • ‘가장 신비로운 화가’ 보스의 작품, 애크러배틱·애니메이션으로 부활

    ‘가장 신비로운 화가’ 보스의 작품, 애크러배틱·애니메이션으로 부활

    500년 전 그려진 초현실주의 그림들이 미디어아트와 서커스, 연극과 결합해 기묘한 공연 예술로 재탄생한다.특이한 색채와 기괴한 그림체로 20세기 초현실주의에 영향을 준 15세기 네덜란드 화가 히에로니무스 보스를 기린 작품 ‘보스 드림즈’가 한국 관객을 찾는다. 오리지널 아티스트들의 내한 공연은 서커스·연극·애니메이션이 결합된 독특한 융합 장르다. 캐나다 서커스단 ’세븐 핑거스’, 덴마크 극단 ‘리퍼블리크’, 프랑스 미디어 아티스트 앙주 포티에가 공조한 작품으로, 보스의 삶과 작품에 숨겨진 비밀스러운 에피소드를 펼친다. 미술사상 가장 신비로운 인물로 꼽히는 그의 진품 회화 중 ‘쾌락의 정원’, ‘건초수레’, ‘일곱 가지 큰 죄’, ‘바보들의 배’ 등 대표작들이 공연 소재로 쓰인다. 인간을 통째로 집어삼키는 새, 나무 다리에 엉덩이가 뚫린 괴생물체 등 보스가 묘사한 천국과 지옥의 상상 세계가 그림에서 애니메이션으로, 다시 무대 위 배우들의 저글링, 핸드 밸런싱, 트라피즈 등 화려한 서커스로 부활한다.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가 콧수염 중년 신사 캐릭터로 나오고, ‘더 도어스’의 보컬 짐 모리슨 캐릭터가 인상적인 퍼포먼스를 펼친다. 2016년 보스 타계 500주년을 맞아 창작된 공연은 덴마크 초연 후 유럽 전역에서 큰 화제가 됐고, 지난해 12월 파리의 ‘라 빌레트’ 야외무대 공연에 1만명이 넘는 관객이 찾았다. 연출을 맡은 세븐 핑거스의 예술감독 새뮤얼 테트로는 “애크러배틱 아티스트들을 통해 보스의 초현실적 회화가 실제로 생명을 얻는 효과를 연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오는 6~8일. 서울 LG아트센터, 4만~8만원. (02)2005-0114.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서동욱의 파피루스] 남녀 관계는 평생의 학습을 요구한다

    [서동욱의 파피루스] 남녀 관계는 평생의 학습을 요구한다

    모든 인간관계는 어렵고, 세심함을 요구한다. 남녀 관계 역시 당연히 그렇다. 친구가 되었건 애인이 되었건 배우자가 되었건, 또는 그 외의 어떤 관계 속에서 마주치게 되었건 도대체 타인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저 질문에 답안을 제출하기 위해서는 분명 평생 추구해야 하는 중대한 학습이 필요한데도 사람들은 공부할 겨를 없이 게으르다. 남녀 관계에 대한 가장 오래된 신화 중 하나가 플라톤의 대화편 ‘심포지엄’에 나온다. 이 신화는 왜 남녀 관계가 위험에 빠질 수 있는지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는 것 같다. 신화는 애초에 남녀는 한 몸이었다고 말한다. 암수 한 몸으로 얼굴은 두 개, 팔 다리는 각 네 개씩이었다. 이 인간들이 자신들을 대단한 존재로 생각해서 마침내 신들을 공격하려 하기에 이르자, 제우스는 이들을 둘로 갈라 버린다. 인간은 얼굴 하나에 팔 둘, 다리 둘만 가진 초라한 반쪽이 됐고, 이후 잘라진 반쪽은 다른 반쪽을 그리워하여 계속 만나려 들었다. 이 이야기는 잃어버린 ‘전체’를 회복하려는 욕망의 표현으로서 남녀 관계를 이해하는 사고방식을 대표한다. 이 신화는 ‘개별적인 인간’을 ‘전체의 일부’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인간에 대한 폭력은 언제 탄생하는가. 바로 전체라는 저 허구 속에 개별자인 인간을 억지로 집어넣으려 할 때 도래한다. 전체의 이익을 위해 조금만 참아라. 우리 모두를 위해 좋은 것인데, 너는 너만 생각하느냐. 너는 우리 전부가 추구하는 가치를 조금도 이해하지 못했구나…. 이런 식의 이야기들을 수없이 들어 왔다. 남녀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상대방을 불편하게 하고 괴롭히고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은 자기 머릿속에 있는 지극히 사적인 생각, 자기만의 신념 등이 자신과 상대방, 즉 남녀 전체를 위한 절대적 가치라고 착각하는 자이다. 자신은 전체를 대표하고 이끄는 주연이며, 상대방은 이 전체에 기여해야 하는 조연이다. 그래서 상대방은 자기를 이해해 주어야 하는 입장이고, 자신의 쾌락을 위해 기여해 주어야 하는 입장이다. 그래서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지극히 괴로운 일도, 결국 전체 모두에게(그러나 사실 그 자신에게만) 좋은 즐거움, 적어도 용인돼도 괜찮은 쾌락이라고 착각한다. 당연히 우리는 전체의 일부가 아닌 개별적인 인간들이다. 전적으로 서로 다른 자들이, 각자의 고유함 때문에 합쳐질 수 없이 계속해서 서로 다른 자들로 남아 있는 것이 남녀 관계다. 밀란 쿤데라는 소설 ‘불멸’에서 임종의 순간에 이르기까지 전적으로 서로 다른 이로 남아 있는 남녀 관계를 이렇게 그려 내고 있다. 남자 주인공 폴은 아내의 주검 앞에서 생각한다. “일생의 부부 생활을 통해서 한 번도 그녀가 진정으로 그의 것이었던 적이 없는 것 같았다. 한 번도 그녀를 가진 적이 없는 것 같았다. 그는 눈꺼풀이 감긴 그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그 이상한 미소는 폴에게 보내는 것이 아니었다. 그 미소는 폴이 모르는 어떤 이에게 보내는 것이었다.” 이 두 남녀의 관계는 실패한 것인가. 아니, 오히려 저 구절은 남녀 관계의 본질이 무엇인지 알려 주고 있다. 남녀 관계에서 인간은 결코 상대방 소유물이 되지 않는다. 줄곧 상대방을 위해 미소 짓지도 않는다. 각자는 상대방이 아닌 자신의 인생을 바라보며 미소 지을 것이다. 인간은 서로에게 영원히 들어맞지 않는 퍼즐 조각들이며, 전체 그림 같은 것은 결코 맞추어지지 않는다. 인간에게 남아 있는 길은 무엇뿐인가. 오로지 상대방의 고유성, 서로 다름, 하나의 전체로 합일하려 하지 않는 상대방의 본성적 고집을 존중하는 길밖에 없다. 철학자 들뢰즈는 자신의 모범으로 삼는 스피노자에 대해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스피노자는 사람들이 그냥 살아가도록 내버려 두었다.” 타인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어리석은 인간은 자기 앞의 한 사람을 순응시키려 하고, 자신의 식민지로 삼으려 한다. 그러나 ‘모두와 다른 고유함’이라는 타인의 본성이 이를 허용하지 않는 까닭에 그의 시도는 결국 좌초하고 만다. 타인은 그가 있는바 그대로 내버려 둘 수밖에 없다. 각자의 본성에 따라 살도록 놔두기. 이것이 자유인의 공동체가 제일로 삼는 교육이다.
  • ‘사각사각’ 비누 깎는 ASMR 영상 인기

    ‘사각사각’ 비누 깎는 ASMR 영상 인기

    비누를 깎는 영상만으로 큰 인기를 끄는 유튜브 채널이 있다. 며칠 후 개설 1주년을 맞는 ‘ASMR Soap Queen’이라는 채널이다. ASMR은 자율감각 쾌락반응(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의 약자로, 뇌를 자극해 심리적 안정을 유도하는 원리를 뜻한다. 이 채널의 비누 깎는 영상을 즐겨보는 누리꾼들은 부드러운 비누가 깎여나갈 때마다 왠지 모를 만족감과 함께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한다.채널에 올라오는 각각의 영상에는 대부분 형형색색의 다양한 비누들이 한겹 한겹 깎여나가는 장면들이 담겼다. 영상들은 공개될 때마다 적어도 5000회의 조회 수를 기록한다. 이 채널은 인스타그램에서도 활동 중인데 팔로워만 11만 2000명을 넘어섰다. 해당 채널을 운영하는 ‘Z.E’라는 예명의 여성은 “ASMR 영상을 오랫동안 시청해오다가 채널을 운영하게 됐다”며 “사람들이 이러한 영상을 즐기는 이유는 만족감을 주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영상팀 seoultv@seoul.co.kr
  • ‘베이컨 굽는 소리’ 최고의 자장가로 등장한 사연

    ‘베이컨 굽는 소리’ 최고의 자장가로 등장한 사연

    베이컨 굽는 소리가 잠을 청하는 사람에게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제발 잠 좀 잘 수 있게 해줘”라고 늘상 외치는 사람들에겐 희소식이다. 이 사연을 지난 31일(현지시각) 외신 데일리 메일이 소개했다. 영상은 45분 동안 베이컨 굽는 모습을 보여준다. 베이컨을 구울 때 나는 탁탁 튀는 소리, 지글지글 타는 소리가 사람들을 바로 잠들게 할 수 있다고 한다. 수면 전문가 크리스 브랜트너(Chris Brantner)는 “베이컨이 자글자글 익어가는 ‘일관된 소리’가 어떤 사람들에겐 사랑스런 자장가가 될 수 있다”며 “이 소리들이 외부 소음을 흡수하며 스트레스 레벨을 낮추는 데 도움을 준다”고 덧붙였다. 베이컨 굽는 영상은 쉽고 편안한 수면을 위해 다양한 방법들을 시도하고 있는 테크하이데프(TechHighDef)에 의해 처음 유튜브에 알려졌고 빠른 입소문을 타고 있다. 소금에 잘 저린 베이컨 냄새는 아침에 눈을 번쩍 뜨게 하지만 그것을 굽는 소리 또한 사람들이 편안히 잘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자장가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많은 연구자료를 바탕으로 “비, 천둥소리처럼 자연에서 발생하는 소리들은 잠을 청하려는 사람의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다”며 “베이컨 굽는 소리 또한 비슷한 효과를 가질 수 있다”고 전했다.어떤 사람들에게는 상상만해도 맛있는 베이컨 익어가는 소리가 자율감각 쾌락반응(ASMR)으로 알려진 얼얼한 느낌이나 편안한 기분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한다. 자율감각 쾌락반응과 관련된 다수의 영상엔 키보드 타이핑하는 사람, 상추 먹기, 부드럽게 속삭이는 소리가 담겨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이런 배경 소리들이 톡톡 쏘고, 얼얼하게 하는 걸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2015년 피어제이(PeerJ)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조사 대상 475명 중 대다수가 잠을 쉽게 자고 스트레스를 조절하기 위해서 ASMR 영상을 유튜브에서 찾는다고 한다. 하지만 잠을 청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베이컨의 잠재력’은 여전히 논쟁거리다. 많은 연구가 뒷받침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잠을 자는 건 ‘사람마다 다르다’는 큰 명제도 한몫했다. 자기 위해 시끄러운 소리를 듣는 것은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 전에 거친 강물 소리, 바위에 부딪치는 파도 소리를 즐긴다. 강물 흘러가는 소리와 파도가 바위에 부딪치는 ‘일관된 소리’는 잠에 방해가 되는, 즉 잠을 청하는 사람이 원치 않은 다양한 소리들을 차단해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해주는 내용이 2016년 과학잡지 뉴런(Neuron)에 실렸다. 주변 소리나 배경 소음이 사람들의 숙면을 연장시킨다는 것이다. 아무튼 불면증으로 고생하시는 분들에게 ‘베이컨 굽는 소리’를 듣고 잠을 청해 보는 것이 크게 나빠 보이지 않는다. 단, 배우자 혹은 친구, 가족들 중 누군가는 베이컨을 신나게 구워야 하고 냄새도 잘 빠져나갈 수 있도록 좋은 공기청정기 구비해야 하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다. 사진·영상=TexasHighDef/유튜브 박홍규 기자 gophk@seoul.co.kr
  • [김태의 뇌과학] 촉감의 뇌과학

    [김태의 뇌과학] 촉감의 뇌과학

    우리 뇌는 캄캄한 두개골 안에 갇혀 있지만 시시각각 외부환경을 파악하고 그에 적절한 반응과 전략을 명령하며 생명을 유지하는 사령탑 역할을 하고 있다. 이것은 오감(五感)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우리 몸의 감각기관인 눈, 귀, 코, 혀, 피부는 뇌가 외부 세상과 소통하는 창문과 같다. 이 가운데 피부는 어떻게 촉감을 감지하는 것일까. 피부에는 촉각 정보를 인지하는 네 가지 수용기가 있다. ‘메르켈 원반’은 가벼운 터치 등에 반응하며 적응이 느리다. ‘마이스너소체’는 느린 진동이나 미세한 감촉에 반응하는데 주로 털이 없는 손가락 말단이나 눈꺼풀에 존재한다. ‘루피니 말단’은 피부가 당겨지는 것을 감지하고, ‘파치니 소체’는 꾹 누르는 압력과 빠른 진동을 감지한다. 이런 다양한 촉감은 고속도로와 같은 척수를 통해 전달되고 감각 신호의 관문인 시상을 통과한 뒤 대뇌피질로 간다. 최근 표피 속 메르켈 세포가 외부 자극에 반응해 감각 뉴런에 신호를 전달한다는 사실이 밝혀져 촉감 발생 기전의 전통적인 개념이 변화하고 있다. 더 나아가 전체 표피 세포의 3~6%인 메르켈 세포 외에 표피의 94~97%를 이루고 있는 ‘각질형성세포’가 촉감 전달에 어떤 역할을 하지 않을까 의문을 갖는 연구자들이 생겨났다. 이와 관련해 체릴 스터키 위스콘신대 밀워키 캠퍼스 교수팀은 지난달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전신을 덮고 있는 피부세포 자체도 어떤 역할을 할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정교한 실험을 계획했다. 먼저 광유전학을 이용해 각질형성세포의 활성을 억제하자 놀랍게도 실험동물의 촉각 반응이 감소했다. 연구팀은 각질형성세포가 분비하는 ‘ATP’라는 물질이 감각 반응을 유발한다고 밝혔다. ATP가 신경세포 외벽에 있는 ‘P2X4’라는 단백질 수용체에 달라붙어 신경신호를 유발한다는 사실까지 규명했다. 단순히 외부 환경으로부터 방어하는 장벽 역할만 하는 줄 알았던 각질형성세포가 촉감 생성의 주역임이 밝혀진 것이다. 통증이나 가려움증 같은 증상을 국소적인 치료로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열어준 것이다. 촉각이 뇌와 상호작용하는 범위는 상당히 넓다. 데이비드 린든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그의 저서 ‘터치: 손, 마음, 정신의 과학’에서 촉각과 관련한 유전자, 세포, 신경회로가 인간 고유의 경험을 창조해낸다고 했다. 그는 다음과 같은 촉각의 특징과 의미를 설명했다. 촉각을 처리하는 경로는 첫째 접촉 정보를 전달하는 감각 경로다. 진동, 압력, 위치, 섬세한 결 등을 전달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사회적, 감정적 정보를 처리하는 경로다. 이를 통해 감정적 의미를 해석해 사회적 유대감, 쾌락, 통증과 연관된 부위를 활성화시킨다. 촉각의 독특한 측면은 감정적 맥락이 촉각 경험 자체를 바꾸기도 한다는 점이다. 누군가 어깨에 손을 올리면 상대가 친한 친구인지, 연인인지, 싫어하는 사람인지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우리는 어떤 사실이나 경험을 현실감 있게 느꼈을 때 ‘피부에 와닿는다’는 표현을 쓴다. 보고 듣는 것보다 우리 피부에 와닿을 때 비로소 진짜로 느끼게 된다. 촉각은 우리 신체와 외부 세상이 만나는 방법 중 가장 큰 인터페이스다. 오감 중에 중요하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지만 우리 뇌가 가장 현장감 있는 판단을 할 때 촉각이 빠져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깜깜한 두개골 속 뇌가 현장에서 송신하는 촉각을 민감하게 느낄 때 개인도 사회도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 [지금, 이 영화] 형제애 표방한 영화 ‘굿타임’

    [지금, 이 영화] 형제애 표방한 영화 ‘굿타임’

    ‘굿타임’은 뉴욕의 하룻밤을 그린 영화다. 그 야화(夜話)의 주인공은 청년 코니(로버트 패틴슨). 사실 그에 관해서는 별다른 정보가 없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코니가 지적장애를 가진 남동생 닉(베니 사프디)을 끔찍이 아낀다는 것이다. “우리 둘뿐인 거야. 내가 네 친구야.” 형은 동생에게 이렇게 말한다. 동생도 그런 형을 절대적으로 신뢰한다. “할머니는 아니지만 형은 날 사랑해요.” 이처럼 끈끈한 형제애는 이 작품의 전면에 부각된다. 그런데 이들의 형제애가 발현되는 방식이 독특하다. 이런 논리다. ‘세상에서 서로 믿을 수 있는 사람은 형제밖에 없다. 우리는 우리를 갈라 놓으려는 방해꾼이 많은 이곳을 떠나고 싶다. 그러려면 돈이 필요하다.’형제는 은행 강도가 되기로 한다. 의외로 그들의 은행털이는 쉽게 이뤄진다. 그렇지만 돈을 들고 도망치던 도중 닉이 경찰에 붙잡히고 만다. 코니의 머릿속은 체포된 동생을 어떻게든 구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꽉 차 있다. 그가 한바탕 동분서주하는 긴긴밤이 이제 막 시작된 것이다. 굿타임은 직역하면 ‘좋은 시간’이라는 의미다. 한데 이 제목은 형제 입장에서 보면 반어적인 타이틀임에 틀림없다. 동생은 구치소에 갇혀 있고, 형은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한밤이 이들에게 좋은 시간일 리 없을 테니까. 그러나 다른 의미에서 굿타임은 적절한 제목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굿타임에는 ‘쾌락’이라는 뜻도 있기 때문이다.이때 쾌락은 두 가지 대상을 향한다. 하나는 관객이다. 형제의 고생담은 그것이 박진감 넘칠수록 관객에게 즐거움을 준다. 역설적이지만 타인의 고통을 체감하는 일이 자신에게는 기쁨으로 승화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예술 작품을 감상할 때 그렇다. 이와 같은 기묘한 마음의 정화 작용을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에서 ‘카타르시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쾌락이 향하는 나머지 대상은 누굴까. 바로 코니다. 이 말은 당신한테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는 자기가 맞닥뜨린 곤혹스러운 상황을 괴로워하는 동시에, 이를 기꺼이 향유하는 것처럼 보인다. 임기응변으로 난관을 넘을 때마다, 그러니까 거짓말을 할 때마다, 코니는 스스로 꾸며낸 그 인물이 돼 버린다.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자아도취에 빠진 그는 변신의 쾌락을 거부하지 못하는 도착증자 같다. 정신분석학에서는 도착증자를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도착증자에게는 존재에 대한 지속적인 질문이 없다. 그는 자신의 존재가 어디에서 오는지에 대해 더이상 질문하지 않는다.”(브루스 핑크·맹정현 옮김, ‘라캉과 정신의학’, 민음사, 2002, 304쪽) 정리하자. ‘굿타임’은 형제애를 표방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형제애가 중심인 영화가 아니다. 자신에 대한 한 치의 의심 없이, 세상을 치받는 존재자의 응축된 에너지를 한꺼번에 쏟아내는 영화다. 그야말로 충만한 쾌락이다. 4일 개봉. 15세 관람가. 허희 문학평론가·영화칼럼니스트
  • [문화마당] 다가오는 것/강의모 방송작가

    [문화마당] 다가오는 것/강의모 방송작가

    길을 걷고 있는데 맞은편에서 어떤 이가 활짝 웃으며 다가온다. 순간 갈등한다. ‘누굴까. 모르는 얼굴인데….’ 몇 걸음 가까워지는 아주 짧은 순간이 매우 혼란스럽다. 잠시 미적거리는 사이, 그는 나 따위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휙 지나가 버린다. 황망하여 돌아보니 내 뒤의 누군가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 당혹한 감정을 헛웃음으로 눙치며 다시 길을 걷는다. 이런 경험이 내게만 있는 것은 아니리라. 나를 향해 다가오는 줄 알았는데 순식간에 스쳐 지나가버린 그 또는 그것. 집에 돌아오자마자 IPTV로 영화 ‘다가오는 것들’(Things to Come·2016)을 찾아냈다. 처음 봤을 땐 이자벨 위페르의 강퍅한 표정에 마음이 쏠려 영화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다. 되잖게 나의 삶을 투영시키다 보니 좀 아프기도 했다. 그리고 일 년이 지나 비오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이 영화가 문득 생각났다. 다시 결제를 하고 텅 빈 마음으로 화면을 지켜보았다. 처음엔 보지 못했던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영화 속엔 이자벨 위페르가 혼자 빠르고 조급하게 걷는 장면이 유독 많이 나온다. 늙음에 저항하며 딸의 삶을 훼방하는 홀어머니, 25년을 함께 살다 갑자기 다른 여인에게로 떠나버리는 남편, 철학교사로서 올곧게 지켜온 자신의 가치를 훼손하려는 출판사 등등. 잔인하게 다가오는 그 모든 것들을 빠르게 지나치고자 그녀는 그리도 걸음을 재촉했을까? 빠르게 다가온 건 금세 지나간다. 그리고 머지않아 잊힌다. 천천히 다가온 건 서서히 스미며 오래 남아 생을 지탱한다. 그녀를 절망시켰던 것들은 다가온 속도대로 사라졌다. 그녀를 지킨 건 오랫동안 마주하며 착실하게 쌓아 온 이성과 가치였다. 그녀는 수업을 하며 이런 글을 읽는다. ‘원한다면 우리는 행복 없이 지낼 수 있다. 우리는 행복을 기대한다. 만일 행복이 안 온다면 희망은 지속되며 환영의 매력은 그것을 준 열정만큼 지속된다. 이 상태는 자체로서 충족되며 그 근심에서 나온 일종의 쾌락은 현실을 보완하고 더 낫게 만들기도 한다.’ 영화평론가 이동진은 이 영화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바람 불어 오는 삶의 한 지점에서 온전히 자유와 품위를 찾아낸 한 인간의 여정을 다룬 탁월한 여성 영화이면서 감동적인 휴먼 드라마다.’ 자유와 품위, 내 생각에 이 둘을 갖추는 건 모든 걸 갖는 것이다. 또한 이것은 젊은 날엔 감히 욕심낼 수 없는 경지다. 늙음을 감추지 않는 위페르의 얼굴과 몸은 얼마나 당당한가. 쓸쓸하고 허탈해지기 쉬운 연말에 이 영화로 마음을 다독인 건 참 좋은 선택이었다. 박재삼의 시 ‘千年의 바람’이 생각났다. 천 년 전에 하던 장난을/바람은 아직도 하고 있다.//소나무 가지에 쉴 새 없이 와서는/간지러움을 주고 있는 걸 보아라//아, 보아라 보아라/아직도 천 년 전의 되풀이다.//그러므로 지치지 말 일이다.//사람아 사람아/이상한 것에까지 눈을 돌리고/탐을 내는 사람아. 이 시에 매료되었던 게 20대 초반인데, 여전히 좋다. 이미 그때부터 천 년의 바람 속에 내 삶을 아주 작은 점으로 보고자 노력했던 모양이다. 어쩌면 그 여전함이 그동안 내게 다가온 것들 속에서 나를 버티게 하는 힘이었을지도 모른다. 다가오는 것은 지나가는 것이다. 이제 세 걸음 남은 2018년도 성급하게 마주하면 그만큼 빨리 스쳐갈 것이기에, 되도록 느긋한 맘으로 천천히 맞을 참이다. 자연에 반항하지 않는 속도로.
  • 송민호, 인스타그램에 ‘강식당’ 채운 그림들 공개 “행복한 사람이에요”

    송민호, 인스타그램에 ‘강식당’ 채운 그림들 공개 “행복한 사람이에요”

    위너 송민호의 인스타그램이 화제다. ‘강식당’에 걸린 그림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19일 방송된 tvN ‘신서유기 외전-강식당’에는 캔버스에 열심히 그림을 그리는 송민호의 모습이 전파를 탔다. 이날 멤버들이 식탁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송민호는 캔버스에 그림을 그렸다. 강식당 홀의 벽면에 걸 그림을 그리고 있던 것. 송민호는 식당에서 퇴근할 때 캔버스를 집으로 챙겨가 틈틈이 그림을 그렸다. 나영석 PD가 미술학원에 다녔냐고 묻자 “초등학교 때?”라며 “재작년까진 이렇게 못 그렸다. 한창 공백기 있을 때 그림 공부를 했다”고 밝혔다. 멤버들이 송민호가 캔버스에 그린 얼굴을 보며 “누구냐. 강 사장님 얼굴 아니잖아”라고 묻자 송민호는 “행복한 사람이에요”라고 답했다. 송민호가 그린 작품의 제목은 ‘행복’이었다. 벽에 걸린 그림에 손님들은 “그림 맞나? 저걸 어떻게 그리냐”, “엄청 잘 그렸다”며 관심을 보였다. 강식당의 메뉴판과 로고도 송민호의 손에서 탄생했다. 제작진은 송민호의 후속작은 그의 SNS로 확인 가능하다고 자막을 통해 알렸다. 이에 20일 송민호의 인스타그램이 화제로 떠올랐다. 그의 인스타그램에는 ‘행복’을 비롯해 ‘허영’ ‘쾌락’ 등 다양한 작품들이 담겨 있어 눈길을 끌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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