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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션 임파서블2’ 홍보차 내한 톰 크루즈

    할리우드 톱스타 톰 크루즈가 블록버스터 영화 ‘미션임파서블2’의 홍보차홍콩출신 스타감독 우위썬(吳宇森)과 함께 지난 3일 전용기편으로 서울을 방문했다. 한국에 도착한뒤 곧바로 신라호텔로 옮겨 기자회견을 가진 톰 크루즈는 ‘안녕하세요’‘감사합니다’등 간단한 우리말로 인사를 건넨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그는 ‘한국영화에 출연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작품만좋다면 못받아들일 이유가 없다”고 말하고 “인정많고 친절한 한국을 두번째 방문하게돼 기쁘다”며 친근감을 표시했다. 그는 ‘매그놀리아’와 ‘미션임파서블2’에서의 연기가 판이하다는 지적에“배역에 관계없이 로맨스,액션,코미디,드라마 등 모든 장르의 영화를 다 좋아하고,또 참여했다”고 말했다. 우위썬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톰이 벼랑에 매달리는 위험한 장면 등을 완벽하게 촬영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정신력때문”이라며 “무용수보다 더 아름답게 액션을 연기해낸 그를 존경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황수정기자 sjh@
  • 유혜숙씨, 프랑스 몽루즈 살롱전 회화상 수상

    [파리 연합] 파리에서 활동중인 화가 유혜숙(35)씨가 프랑스의 권위있는 몽루즈(Montrouge) 살롱전에서 회화상 수상자로 뽑혔다. 올해로 45회를 맞는 몽루즈 살롱전은 젊은 작가들의 등용문으로 몽루즈 살롱전 입상은 프랑스 미술계의 공식적인 등단을 의미한다. 64년 서울 출생으로 87년 이화여대 미술대학 졸업 후 프랑스로 건너온 유씨는 파리 8대학 및 파리 국립미술학교를 졸업했으며 젊은 작가들을 선보이는주요 무대인 몽루즈 살롱,바뇨 살롱,존 팽트르 살롱 등에 참가해왔다. 유씨는 붉은 콩,땅콩,귀,머리카락 등 일상적인 것에서 작품의 소재를 구해왔는데 이번 몽루즈 살롱전에서 입상한 작품은 195x130㎝ 크기의 작품 2개를연결한 딥티크(Diptyque,2장 접이그림)로,검은색 톤으로 머리카락을 그리고있다. 몽루즈 살롱전은 매년 500∼600명의 후보작 가운데 150 작품을 선정,한달정도 전시하고 마지막날에 대상,회화상,조각상,사진상 등을 수여한다. 한국 작가로는 조택호,박광성,이태경씨 등이 수상했다.시상식은 4일 거행된다.
  • 오존층 파괴 이대로 안된다

    *발생 경위·수도권 주의보 현황. 최근 낮 최고기온이 30도에 육박하면서 인체에 해로운 오존(O₃)이 많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오존은 자동차 배출가스 중의 질소산화물(NOx)과 탄화수소(HC),공장 등에서 배출되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등이 햇빛과 반응을 일으켜 생성된다.오존은 자동차가 많은 대도시,특히 수도권에서 많이 발생한다. 오존 오염도가 1시간에 0.12ppm이상일 때는 주의보,0.3ppm이상일 때는 경보,0.5ppm이상일 때는 중대경보가 각각 내려진다.오존주의보는 1∼2시간 안에해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길게는 5시간 동안 계속되는 수도 있다.또 하루에 2차례 이상 내려지는 경우도 있으며,구름이 낀 날도 햇빛의 양이 일정수준을 넘으면 오존이 활발하게 발생한다. 주의보는 특별시와 광역시,수원·안양·부천·안산·성남·과천·구리·의정부·광명 등 경기도 9개 시,충북 청주 등 9개 시·도 17개 도시에서 시행되고 있다.95년 서울에서 처음 실시된 이래 경보와 중대경보는 내려진 적이없다. 주의보는 대개 5∼8월에 발령된다.그러나 9월에 발령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심지어 가을철인 10월에 내려지는 경우도 있다.서울 방학동은 98년 9월13일에 주의보가 내려졌었다.99년에는 9월2일 인천시 석남·숭의·구월동과 부천시 내동에 주의보가 발령됐다. 오존주의보는 95년부터 97년까지는 6·7월에 처음 발령됐으나 98년과 99년에는 5월 하순에 내려졌다.98년에는 5월21일,99년에는 5월22일 발령됐다.올해는 5월25일 수원과 과천에 처음 발령됐다.날씨가 점차 더워짐에 따라 6월부터는 오존주의보가 내려지는 횟수가 늘 전망이다. 서울의 경우 95년부터 99년까지 35일 동안 모두 58차례 주의보가 발령됐다. 35일 중 32일의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넘고 바람이 초속 2m 이하인 상태에서 발령됐다.오존 농도는 기온이 높을수록 올라가지만 바람이 거의 불지 않아대기가 정체되면 더욱 높아진다.부산·인천에서도 대부분낮 최고기온이 30도 이상,바람이 초속 2m 이하인 상태에서 주의보가 발령됐다. 서울은 도봉구 방학동,성동구 성수동 등 동쪽 지역에서 주의보가 자주 발령된다.이들 지역은 반포·잠실등 강남에 비해 자동차 통행량이 상대적으로적기 때문에 이론상으로는 오존 농도가 낮을 것처럼 보인다.특히 방학동은주변에 산이 많아 공기가 더 맑다고 생각하기 쉽다.그러나 바람이 주로 서쪽에서 동쪽으로 불어 반포·잠실 등 강남지역의 대기 오염물질이 유입되기 때문에 여름철 오존 농도는 강남지역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오존 측정기를 바람이 잘 불지 않는 곳에 설치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전혀 사실과 다르다. 문호영기자 alibaba@. *오존 어떻게 줄일까. 여름철 오존으로부터 건강을 지키려면 자동차 운행을 자제하는 등 에너지사용을 줄여야 한다. 오존 저감을 위해 국민들이 해야 할 일을 소개한다. ■대중 교통수단 이용하기 자가용을 이용하면 버스를 탈 때보다 질소산화물(NOx)은 1.3배,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은 11배 더 많이 배출된다.또 지하철을탈 때보다 NOx는 3배,VOCs는 무려 650배나 더 많이 배출된다. ■정기적 자동차 정비하기 자동차를 정기적으로 정비하면 VOCs가 65% 감소한다.또 연비가 8∼12% 향상돼 연료비도절감된다. ■과적 및 연료공급장치 조작 안하기 화물을 최대적재량보다 30% 더 실으면VOCs는 7%,NOx는 4%,매연은 50% 더 발생한다.또 출력을 높이기 위해 연료공급장치를 조작해 공급량을 10% 높이면 출력은 5% 증가하지만 매연이 39%나더 배출된다. ■불필요한 공(空)회전 안하기 자동차 1대가 하루 5분씩 공회전을 하면 연간6,000t의 오염물질이 추가 배출된다.여름철 적정 공회전 시간은 15∼30초. ■타이어 적정 공기압 유지하기 타이어에 늘 적절한 공기가 들어 있으면 연비가 8∼10% 향상돼 오염물질 배출량이 감소한다. ■자동차 에어컨 사용 자제하기 여름철 3개월 동안 에어컨을 2단으로 켜 놓으면 배출가스 중의 오염물질이 7,000t 더 배출된다. ■기온이 낮은 아침·저녁에 주유하기 기온이 낮고 햇빛이 따갑지 않은 아침·저녁에 자동차에 기름을 넣으면 연료비가 2%(40ℓ 주유할 때 약 1,000원)절감되고 VOCs 배출도 최소화할 수 있다. ■유성 페인트 및 스프레이 사용 안하기 유성 대신 수성 페인트를 사용하고,페인트 칠을 할 때 스프레이 대신 붓이나롤러를 사용하면 VOCs 발생량을 줄일 수 있다. ■경제속도 유지하기 경제속도(시속 60∼80㎞)로 운전하면 연료비를 10% 줄이고,배출가스 중의 오염물질 양도 감소시킬 수 있다. 속도를 갑자기 높이거나 줄이면 연료 소비량이 20% 증가한다. *정부 대책은. 오존 오염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간단하다.여름철에 자동차 통행을 억제해배출가스 양을 줄이면 된다.그러나 자동차 통행을 억제하기란 매우 어렵다. 공장과 세탁소 등이 오존의 원인물질인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을 배출하지 못하도록 하기도 어렵다.대부분 영세 업소이기 때문에 업소마다 VOCs 억제시설을 설치하도록 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 환경부는 99년 자동차 351만여 대를 점검해 배출가스 허용기준을 초과한 8만여 대를 적발하는 등 매연 단속을 통해 오존 오염을 최소화하려 하고 있다.자동차 배출가스의 양을 줄임으로써 그 안에 포함된 질소산화물(NOx)과 탄화수소(HC) 배출을 감소시키자는 것이다. 아울러 자동차 주유 및 세탁은 가급적 햇빛 강도가 낮은 저녁에 하고,오존발생량이 많은6∼8월에는 건물·자동차를 칠하거나 도로를 포장하는 공사를 자제하도록 하고 있다.세탁 및 자동차 도장(塗裝) 등 VOCs를 배출하는 7개업종은 올 연말까지 억제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했다. 경유 시내버스 2만 대를 2007년까지 공해가 적은 천연가스(CNG) 버스로 교체할 예정이다.2002년부터 정유회사로 하여금 휘발유의 벤젠 함량을 4%에서1.5%,경유의 황 함량을 0.05%에서 0.043%로 낮추도록 했다.자동차 연료의 품질기준을 유럽연합(EU) 수준으로 강화하는 것이다. 올해 수도권 4곳을 비롯해 2005년까지 전국 주요 도시 38곳에 미국의 광화학평가측정망(PAMS)을 설치,오존의 생성 과정과 이동 경로를 정확하게 규명할 방침이다. 그러나 오존을 줄이기 위한 이같은 계획은 자동차 소유자를 포함한 국민들의 자발적인 협조 없이는 달성되기 어렵다.매연 단속을 엄격하게 실시하면오존 오염이 줄기는 하겠지만,국민 생활과 산업활동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쉽지 않다. 여름철에 페인트 칠과 도로 포장을 자제하도록 하는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문호영기자. *인체 미치는 영향은. 오존은 성층권 오존(지상 15∼50㎞)과 대류권 오존(지상 15㎞ 이내)으로 나누어진다.성층권 오존은 피부암과 백내장 등을 일으키는 자외선을 차단해 지구를 지키는 보호막 역할을 한다.그러나 대류권 오존은 눈을 자극해 시력을떨어뜨리고 두통·기침 등을 유발한다. 오존은 농도가 0.02∼0.05ppm 가량 되면 냄새를 맡을 수 있다.0.1ppm이 넘으면 갈증을 느끼며,0.5ppm 이상으로 농도가 높아지면 코·목·입을 자극한다. 오존에 노출되면 기도가 수축돼 숨쉬기가 힘들어지고 두통·기침 같은자각증세가 나타난다. 노약자와 어린이에게는 심각한 호흡기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오존주의보가내려지면 창문을 닫고 외출을 삼가야 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오존은 사람 뿐 아니라 식물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미국의 연구에 따르면0.35ppm의 오존 농도가 1주일 중 5일,그리고 매일 3시간씩 20주(週) 동안 지속되면 밀 수확량이 43∼57% 준다. 시금치도 오존 농도 0.13ppm의 상태가 매일 7시간씩 38일 동안 이어지면 수확량이 28∼56% 감소한다. 콩과 토마토는 0.4ppm의 오존에 2시간 이상,귤은 10일 동안 계속 노출되면생장에 심각한 장애가 나타난다. 오존에 의한 식물 피해는 기상 상황,식물 자체의 유전적 특성 및 나이,식물의 병 및 해충과의 상호작용에 따라 좌우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잎에 회색 또는 갈색 반점이 생기고,잎 자체가 누렇게변하는 황화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오존으로 인한 식물 피해는 40년대 중반 로스앤젤레스에서 처음 관찰됐으며,50년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농촌지역의 오존 오염도가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기때문에 여름철 오존으로 농작물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문호영기자
  • 유전자변형작물 탐지키트 벤처기업서 국내 첫 개발

    콩,옥수수 등 유전자변형생물체(GMO)를 탐지해 내는 검사시스템이 국내 최초로 개발됐다. 생명공학 벤처기업인 ㈜넥스젠(대표 李宣敎박사)은 23일 수입 옥수수와 콩의 유전자 조작 여부를 정확히 탐지해낼 수 있는 ‘GMO 탐지 키트’ 2종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발했다고 밝혔다. GMO 탐지 키트는 수입 콩과 옥수수의 유전자를 증폭시켜 유전자 조작시 공통적으로 삽입되는 ‘유전자조절인자’(Promoter)를 검출해내는 방법으로 GMO 여부를 정확하게 판별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GMO들은 품종개량을 위한 목적으로 삽입시킨 유전자를 발현시키기위해 ‘카울릭 플라워 모자이크 바이러스(CaMV) 35S’라는 유전자조절인자를 삽입하는데,이 키트는 탐침을 이용해 35S 유전자조절인자의 특정 위치에있는 DNA 서열의 유전자를 증폭시킴으로써 이 조절인자의 유무를 판단,GMO여부를 정확하게 판별해낸다. 김미경기자
  • [격동의 남북관계 반세기](6)95년 쌀회담

    95년 6월3일.전금철(全今哲) 조선 아·태평화위 부위원장은 직속 상관 김용순(金容淳)위원장으로부터 온 긴급전화를 받고 팽팽한 긴장감을 느꼈다.“당장 베이징으로 가 남측의 쌀지원 가능성을 타진하라.한시가 급하니 당신이실권을 쥐고 협상을 성공시키라”는 게 김 위원장의 지시 요지였다. “설마,설마했는데.‘우리식 사회주의’가 남측의 지원을 받을 정도가 됐다니…”라며 전 부위원장은 상념에 빠졌다.그러나 시간이 없었다.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그길로 간단한 옷가지만 챙긴채 평양 순안공항으로 달려가베이징행 고려항공에 몸을 실었다. 대홍수로 식량난에 시달리다 못한 북한이 대북(對北)곡물지원 의사를 밝힌한국의 진의 여부를 타진하기 위해 ‘밀사’를 파견하는 과정을 전 부위원장이 사석에서 밝힌 바에 따라 재구성한 것이다. [막후접촉] 베이징에 도착한 전 부원장은 북한 대사관에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다양한 채널을 통해 한국과의 물밑 접촉을 시도했다.한국기업들에게 ‘쌀을 보내달라’고 바람을 잡는 한편,대외경제추진위 소속의삼천리 총회사는대한무역진흥공사(KOTRA) 베이징무역관에 같은 신호를 보냈다.KOTRA 홍지선실장은 황급히 날아가 쌀회담을 위한 막후 접촉에 들어갔다. [회담성사] 홍 실장은 정부관계자 6명과 북한측이 내세운 협상 파트너인 삼천리총회사 김봉익 총사장 등과 협상을 시작했다.다급해진 북한측이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옴에 따라 상황이 급진전돼 쌀 지원을 위한 남북 당국간 회담이 성사됐다. [1차회담] 6월17∼21일 베이징에서 당시 이석채(李錫采) 재경원차관과 전 부위원장간의 비공개 1차회담이 열렸다.한국측은 지원 규모부터 먼저 정하자는북한측 주장에 1차로 쌀 5만t을 제공하고 추가지원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었던 반면,북한측은 1단계로 10월말까지 20만t을 제공해줄 것 등을 요구해왔다.팽팽한 줄다리기 끝에 남북은 ▲쌀 15만t을 무상지원하고 ▲7월 2차회담을 개최하며 ▲쌀 부대에 국적 표시를 하지 않고 ▲수송선에 어느쪽 국기도 게양하지 않는다는 등의 합의서를 채택했다. [2차회담] 쌀 수송선 ‘씨아펙스호’에 북한측의 인공기 강제게양 사건 등으로 남북관계에 냉기류가 흐르고 있는 상황에서 7월15∼19일 2차회담이 열렸다.한국측은 인공기 강제게양 사건과 관련,북한측에 적절한 조치를 요구하고납치·억류중인 우성호 선원을 조속히 송환할 것을 촉구했다. 2차회담은 결국 무산됐다. [3차회담] 8월2일 ‘삼선 비너스호’ 1등 항해사 사진촬영 사건으로 무기연기됐던 3차회담은 북한측의 조속 귀환을 받아들임에 따라 9월26일∼10월1일개최됐다.남북관계의 긴장국면이 풀리지 않은 탓인지 한국측은 우성호 송환등 당면 현안 해결을 강력히 촉구했고,북한측은 여타 현안은 다른 회담에서논의해야 한다고 완강히 주장했다.3차회담도 결렬됐다. [평가] 쌀회담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쌀지원을 통해 김정일 정권과 대화의 물꼬를 트고 북녘 동포들의 식량난을 덜어줬다는 긍정론이있는 반면, 정부가 지방자치제 선거를 의식해 추진한 작품으로 사실상 실패했다고 혹평하는 부정론도 있다. 김규환기자 khkim@. *북한의 식량사정. “감자는 흰쌀과 같다”.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지난 98년 10월 극심한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 감자증산을 지시하면서 한 말이다.북한의 감자증산정책은 절대진리처럼 받아들여지던 김일성 주석의 ‘주체농법’에 대한 문제점을 자인하고 개선책을 모색한 결과라는 점에서 평가할만하다. 주체농법은 주식(主食)의 범위를 쌀과 옥수수로 한정하고 밀식(密植)재배와다락밭 개간 등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자는 게 목적이다. 하지만 지력(地力)이 나날이 떨어지고 병해충 창궐,홍수 피해 등 자연재해마저 겹쳐 북한의 식량난을 부채질했다. 이 때문에 북한은 지난해들어 대대적인 감자증산과 함께 이모작 확대,토지정리,품종개량 등 농업구조 개선에 총력을 기울였다.또 양어장을 건설하고토끼·젖염소를 사육하는 등 식량난 해결을 위한 다각적인 식량증산 방법도시도,성과를 거둠으로써 식량난이 크게 완화됐다. 정부가 추정하는 북한의지난해 식량 생산량은 전년보다 33만t이 늘어난 422만t이다.품목별로는 ▲쌀170만t ▲옥수수 154만t ▲맥류 20만t ▲콩 11만t 등이다. 따라서 북한의 올해 식량 부족분은 100만t 정도로 추산된다.지난 95년 이후 가장 적은 양으로,식량사정이 최악이던 97년 부족분(195만t)의 거의 절반 수준이다.이는 북한의 식량 수요량이 정상적으로 배급할 경우 606만t이지만,현재 22% 정도 감량배급(518만t)하고 있는 점을 감안,추정한 것이다. 북한의 식량사정이 호전된 것은 지난해 비교적 양호했던 기상조건과 한국등 국제사회의 농자재 지원,농업에 대한 북한 당국의 정책 우선순위 부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덕분이다. 반면 세계식량농업기구(FAO) 및 세계식량계획(WFP) 등 국제기구들은 북한의99년 식량생산량이 전년보다 오히려 8,000여t이 줄어든 347만2,000t으로 추정하면서 올해의 식량부족분이 지난해와 비슷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규
  • [오늘의 눈] 양치기 소년과 교육부

    교육부가 계속 헛발질을 하고 있다.정부의 다른 부처 관계자들도 “요즘 교육부를 들여다보면 너무 아슬아슬다”고 평할 정도다.지난달 말 헌법재판소가 과외금지 위헌결정을 내린 이후 더 그런 것 같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교육부는 과외금지 위헌결정 이후 공교육을 살리기 위한 취지라며 잇따라 여러 정책을 발표했다. 지난주엔 교사들의 봉급을 매년 4만∼5만원씩 20만원까지 올리겠다고 밝혔다.하지만 엄청난 예산이 뒷받침돼야 할 교사들의 봉급인상 주무부처인 기획예산처나 중앙인사위원회는 불쾌한 빛을 감추지 않았다.“한마디 협의도 없이 어떻게 그런 발표가 나올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내저었다.이에앞서 교육부는 저소득층에 대한 과외비 지원을 발표했다.물론 이것도 없었던 일로 돼 가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3월에는 지방대 출신을 공무원으로 특별채용하겠다고 발표했다.이 역시 행정자치부와는 한마디의 협의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 공염불로 끝나는 분위기다.기대에 부풀었던 지방대학 출신들만 선의의 피해를 보게 됐다.행자부가 최근 이와 관련,“공무원 채용은 공개경쟁을 통해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는 공문을 내려 보낸 것으로 알려지자 “교육부가 이렇게 경솔할 수 있느냐”는 항의가 언론사 등에 빗발쳤다. 이같은 잇따른 공약(空約)으로 교육부는 신뢰에 치명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일부 학부모과 교사,관계자들은 “이런 상황이라면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한들 교육부의 발표를 믿겠느냐”고 반문했다.교육부의 신뢰저하에 그치지 않고 정부정책의 불신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교육부총리제도입이 심각하게 논의되고 있는 상황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일부에선 양치기 소년이 연상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여러 차례의 거짓말에 익숙한 양치기 소년이 뒤늦게 늑대가 나타났다고 강조한들 누가 믿겠느냐고 안타까워했다.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심초사하는 교육부의 충정은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관련 정부부처간 협의를 통해 실행 가능성을 타진해본 뒤 발표하는게 순리가 아닐까.한건주의를 앞세우는 듯한 발표는 자칫 공명심에 사로잡힌 부처이기주의로 비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되새기기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곽태헌 행정뉴스팀 차장]tiger@
  • 어린이날 동화/ 까르르 깔깔 까르르디오

    씨씨불 할머니는요,세상에서 가장 재밌는 씨앗들을 만드는 할머니예요. 채송화꽃이랑 사마귀랑 합쳐서 채사라귀 씨앗을 만든다든지,아니면 맨드라미 씨앗이랑 콩 씨앗,잠자리를 모두 합쳐서 맨콩자리 씨앗을 만든다든지 하는 거말이에요.땅속에 있는 씨씨불 공장에서 말이죠. 특히,어린이날이 되면 씨씨불 할머니는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세상을 대표해서 가장 잘 웃는 개구쟁이 어린이들에게 재밌는 씨앗을 나눠준답니다. 어린이날 전날,씨씨불 할머니는 재밌는 씨앗을 나눠줄 어린이들 이름을 적으러 나왔습니다.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세상을 대표해서 웃으면서 까불고뛰어노는 개구쟁이 어린이들이 별로 없는 거예요.모두들 어디 갔나 찾아보니까,아휴∼ 컴퓨터 오락게임을 하거나 텔레비전을 보면서 집에만 있잖아요. 씨씨불 공장으로 돌아온 씨씨불 할머니는 재밌는 씨앗 만드는 마법의 책을뒤져보았습니다.새 천년의 첫 어린이날이니까, 특별히 아이들과 즐겁게 뛰어놀 수 있는 씨앗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바로 이거얏! 까르르디오!”씨씨불 할머니는 탱탱 자루를 메고 땅 위로 올라왔어요. 그리곤 뛰어놀고 싶어하는 아이들의 발바닥 때를 탱탱 자루에 모았죠.씨씨불할머니는 탱탱 자루에 아이들의 발바닥 때뿐만 아니라 그 아이들의 까르르깔깔∼ 웃는 웃음소리도 함께 담았어요.아참,이담에 이담에 커서 되고 싶어하는 아이들의 꿈도 빼먹지 않았지요. 씨씨불 할머니는 씨씨불 기계에 탱탱 자루에 있는 것들을 모두 넣었습니다. 아이들의 발바닥 때랑,까부는 웃음소리랑,부푼 꿈들이 씨씨불 기계 안에서막 섞였어요. “씨불씨불 씨씨불,씨불씨불 씨씨불∼ 얍!”주문을 외운 후,킁킁 코 바람도 두 번 불어넣었어요. 짜잔! 드디어 다 됐습니다.야구공만하게 생긴 까르르디오 씨앗이요.씨씨불할머니는 탱탱 자루에 까르르디오 씨앗을 모두 담았습니다. 다음날,어린이날이 되자 씨씨불 할머니는 세상을 대표하는 개구쟁이 아이들을 찾아다녔어요.진짜 개구쟁이 아이가 사는 집 문 앞에 까르르디오 씨앗을선물해 주려고요. 까르르디오 씨앗은 봄 햇살이 꼭 안아 주자 불쑥불쑥 커졌어요.처음엔 속속두 귀가나오더니 귀는 동그란 얼굴을 끌고 나오고 얼굴은 다시 몸을 끌고나왔죠. 까르르디오는 태어나자 뭐가 그렇게 좋은지 까르르 깔깔∼ 막 웃어댔어요.그리곤 이리저리 뛰어다녔습니다.그래요.까르르디오는 맑게 웃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희망과 놀고 싶어하는 마음속에서 태어났으니까 그럴 수밖에 없잖아요.씨씨불 할머니는 지금까지 만든 재밌는 씨앗 중에 까르르디오가 가장마음에 들었습니다. 까르르디오는 까르르 깔깔∼ 웃는 주인의 웃음소리를 먹고 자랍니다.만약 주인이 잘 웃지 많으면 굶어 죽을 수도 있어요.그리고 까르르디오가 태어나자마자 바라본 아이가 여자면 여자가 되는 거구요,남자면 까르르디오는 남자가되는 거예요. 바람 불면 귀가 바람개비처럼 뱅뱅 돌기도 하고,기분 좋으면 꼬리를 스프링처럼 말아서 스카이 콩콩을 타기도 해요.잠잘 땐 더 웃겨요.글쎄,귀가 아주커져서는 몸을 꼭 안고 자는 거 있죠.한밤중에 봤다간 하마터면 공인 줄 알고 뻥 찰 뻔할 거예요. 까르르디오 특기는 흙 속에 발 담그고 오줌싸기고,취미는 나비 날개 간질이기예요.아침마다 깨끗한 물 한 컵 머리에 부어주고,낮에는 얼음 두 개를 줘야 해요.몸무게는 7.5㎏,키는 발끝에서 귀 끝까지 93㎝예요. 자,어서 문을 한번 열어보세요.혹시,씨씨불 할머니가 주고 간 까르르디오 씨앗이 있나요? 에이∼ 없다고요.그렇담,내년엔 세상을 대표해서 가장 잘 웃는 개구쟁이 어린이가 되어 씨씨불 할머니의 선물을 꼭 받아보세요. ■이미옥 동화작가. ■약력=31세 한양여대 문예창작과·서울예대 광고창작과 졸업.98년 신춘문예 동시로 등단.99년 창작과비평사 주최 제 3회 좋은 어린이책 대상.장편동화‘가만있어도 웃는 눈’,동시집 ‘아빠 자전거에 우리 동네를 태우고’등.
  • 아시아 사막화·물부족 심각

    [뉴델리 AP 연합] 인구 증가와 수자원 이용 부족으로 아시아의 광범위한 지역이 사막으로 변하면서 결과적으로 심한 가뭄을 겪고 있으나 빗물의 저장으로 이러한 역경을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2일 밝혔다. 국제 건조·열대지역 곡물연구소(ICRISAT)의 윌리엄 다르 소장은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강우량 희소지역(반건조지역)에 약 8억 인구가 살고 있으나 이들의 약 절반은 충분한 식량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르 소장은 뉴델리에서의 기자회견을 통해 아시아의 사막화 현상은 특히 중국과 인도에서 두드러지고 있다고 밝히고 이로 인한 피해가 인도 서북부의 라자스탄주(州)와 구자라트주에서 지금 발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 두 지방에 닥친 가뭄으로 약 5,000만 주민이 고생을 겪고 있는 가운데 수천마리의 가축들이 죽었다.다행히 아직 인명피해는 보고되지 않았으나 수만명의 주민들이 집을 버리고 정부가 급수차량으로 물을 분배하고 있는 이웃도시들로 이주했다. 인도정부는 지난주 다른 9개 주의 주민 3,000만명도 물 공급부족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다르 소장은 ICRISAT가 인도 정부와 토질이 퇴화되어 사막으로 변하고 있는 지역을 탐사하고 저수지를 만들 장소를 찾아내기 위해 위성기술을 이용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그의 연구소는 수수류,기장,병아리콩,땅콩류 등 질병과 가뭄에 강한 작물들을 경작하는 사업에 각급 지방정부의 재정지원을 받고 있다. 다르 소장은 인도 주민들은 빗물을 저장하는 수세기에 걸친 관례에 따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 내년3월 시행 유전자변형 농산물 표시제

    유전자변형농산물(GMO) 표시제가 내년 3월부터 시행된다. 이를 어긴 업자는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거나 3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게 된다. 농림부는 21일 ‘유전자변형농산물 표시요령’을 확정하고 콩·옥수수·콩나물에 대해 내년 3월부터,감자는 2002년 3월부터 표시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표시기준은 GM 옥수수는 ‘유전자변형 옥수수’로,GM 콩이 포함된 식품은 ‘유전자변형 콩 포함’,GM 감자가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유전자변형 감자 포함 가능성 있음’으로 했다. 이번 표시기준은 지난 1월 국제연합(UN)에서 채택된 ‘생명공학 안전성의정서’의 GMO의 국가간 교역시 GMO의 ‘포함가능성’을 표시토록 한 규정에 따른 것이다. 특히 GMO의 비의도적 혼합허용치(자연상태에서도 GMO가 섞여있을 가능성이있기 때문에 표시의무를 면제해 주도록 한 최소한의 GMO 혼합 허용기준)는우선 3%로 정하되 점차 1% 수준으로 낮춰가기로 했다. 이 표시를 아예 하지 않았을 때에는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박선화기자 psh@
  • 전남도, 강원도에 종자 지원

    전남도(지사 許京萬)가 최근 북한에 비료 50t을 전달한 데 이어 산불 재해지역인 강원도에 성금과 농산물 종자를 지원했다.17일 전남도에 따르면 지난해 도민들이 불우이웃돕기로 낸 성금 가운데 1,000만원을 지난 15일 강원도에 전달했고,도 농업기술원이 보관중이던 종자용 콩 2.7t을 보내 농민들에게 용기를 줬다.
  • 남성도 40代이후 갱년기 온다

    40대 이후 ‘몸이 확실히 다르다’라고 말하는 남성들을 흔히 볼 수 있다.‘항상 피곤하다’‘무기력하다’‘아내와의 잠자리가 두렵다’ 등 증상도 다양하다.여성에게 많은 골다공증을 앓기도 한다. 이런 경우 남성 갱년기 증상을 의심해볼 수 있다.폐경기와 혼동해 갱년기도여성의 전유물인 것처럼 인식하기 쉽지만 남성도 40대 이후 각종 갱년기 증상을 겪는다. ●왜 나타나나/ 가장 큰 원인은 나이가 듦에 따라 뇌·고환이 노화하면서 각종 남성호르몬 분비가 줄어들기 때문.분당차병원 남성갱년기클리닉 이영진교수는 “보통 40∼55세에 남성호르몬 분비가 크게 줄면서 각종 갱년기 증상이 나타난다”고 말한다. 실제로 이교수가 지난 1년간 30대 이상의 남성 275명에게 대표적인 남성호르몬인 총 테스토스테론을 측정한 결과,30대의 경우 5.29ng/㎖이었으나,40대엔 5.08ng/㎖로 뚝 떨어졌으며,50대 5.01ng/㎖,60대 5.00ng/㎖였다. 노화 말고도 지나친 음주,흡연,스트레스,영양상태,비만,계절적 요소 등 환경요인도 남성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미친다.또 고혈압 같은 심혈관계 질환,당뇨 고지혈증 간질환 등 만성질환도 남성호르몬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다. ●주요증상 / 남성호르몬이 부족해지면 병이 생겼을 때 회복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활동력이 떨어지고 체중이 증가하거나,혹은 살이 찌는 느낌,식욕저하,불면증이 흔히 나타난다.근력이 떨어지고 골다공증이 나타나기도 하며,체모가 줄고 유방이 불룩해지는 등 여성화 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정신적으로도 예민해지고,과감한 결단을 내리지 못하며 막연한 불안감을 호소한다.이밖에 성욕구 감소,성행위에 대한 두려움,발기문제 등도 나타난다. ●진단 / 각종 증상 등을 참조한 갱년기 점수 측정,혈액검사 및 방사선검사,골밀도 측정,남성호르몬 측정 등의 방법이 있다.전문의는 이러한 각종 검사 수치와 임상증상을 종합해 갱년기 진단을 내린다. ●호르몬요법 / 남성 갱년기 치료에 쓰이는 가장 대표적인 치료법이다.부족한남성호르몬을 보충해 줌으로써 인체기능을 되살리고,노화방지,성기능 회복,골밀도 증가 등의 효과를 낸다.테스토스테론,DHEA,성장호르몬이 흔하게 쓰이는 호르몬이다. 호르몬은 경구용이나 주사제,패치제 등 다양한 형태로 나와 있어 간편하게이용할 수 있다.그러나 각종 부작용도 주의해야 한다.특히 테스토스테론은전립선비대증이나 심폐기능 이상을 가져올 수 있으며,성장호르몬도 장기와골격을 제멋대로 자라게 해 기형을 초래하거나 당뇨를 가져올 수 있다. 호르몬 투여는 따라서 엄밀한 검사를 거쳐야 하며,반드시 전문의 처방에 따라 용법과 용량,사용법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갱년기 극복은 이렇게/ 규칙적이고 건강한 생활습관이 가장 중요하다. 우선 흡연과 지나친 음주,과식과 편식을 피해야 한다.콩 두부 우유 등 골밀도를 높여주는 음식과 신선한 야채 과일을 충분히 섭취하는게 좋다. 운동도 반드시 필요하다.조깅이나 자전거타기 등 유산소운동이 좋으며,약간숨이 찰 정도로 한번에 20∼40분씩 주 5회 정도 꾸준히 해야 한다. 어려운 주문이지만 ‘마음을 비우는’ 생활자세도 중요하다.남성갱년기는도시인들에게 훨씬 심하게 나타나는데,이는 지나친 경쟁과 야심찬 생활이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전문가들은 “아무리 바쁘더라도 운동과 적당한 취미생활을 통해 마음의 여유를 찾는게 진정 젊게 사는 비결”이라고 입을 모은다. 임창용기자 sdragon@
  • 특별기고/ 여자여, 권리는 찾는자에게 주어진다

    과거에 비해 보면,우리 사회 안에서도 여성문제에 대한 논의는 이제 꽤 진전을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전 같았으면 상상할 수도 없었을 ‘여성할당제’ 문제가 자연스럽게 거론되고 있는 것만 보아도,여성문제는 이제 더이상 허공에 대고 힘없이 떠들어대어야 하는 무력한 주제는 아닌 것 같다.물론 이것은 전체적인 총론의 분위기이고,각론으로 들어가면,아직도 시대가 어느 때인지 모르는 시대착오적 남성 권력자들이 여전히 여성을 제2의 열등한인간 취급을 하고 있지만 말이다. 여성할당제란,사회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여성들의 사회참여를 막고 있는 구조를 물리적인 방식으로라도 개편하기 위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사실,인간평등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다면 ‘여성할당제’는 존재해야 할 이유가 없다.그러나 수천 년 동안 남성들을 중심으로 세팅되어 온 사회구조가 사회구성원들의 자발적인 변화에 의하여 바뀌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망한 바람이다.기득권을 포기한다는 것은 본질적인 자기 해체를 이룩한 극소수의 인간만이 내릴 수 있는 결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그동안 철저하게 사회활동으로부터 소외되었던 각 분야에 여성할당제를 실시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특히 우리 사회처럼 여성문제에대한 인식이 낮은 나라에서 이 제도는 강제적인 방식으로라도 적용될 필요가 있다.총선을 앞두고 각 당에서는 여성 유권자들의 표를 의식해서인지,그럴듯한 여성관계 공약을 잔뜩 내놓았다. 그중에서도 전국구 후보 여성할당제 30%는 반드시 지키겠다고 약속해 왔다. 사실 진정한 평등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당연히 50%가 되어야 마땅하겠지만,비율은 천천히 높여가기로 하고 일단 양보하기로 하자.원칙적으로 따지자면,전국구 뿐 아니라 지역구까지도 여성할당제를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한국의 현실을 생각해 볼 때 그것은 사실 무리한 요구라고 할 수밖에 없다. 당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고 공천하라는 주문과 같기 때문이다.따라서,순차적으로 개혁을 시도해 가면서,일단 현실성있는 약속을 지키라고 요청하는수 밖에는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전국구 국회의원 후보라면 여성할당제 30%를 지키라는 것은 전혀 무리한 요구가 아니다.각 정당이 발표한 전국구 후보 명단을 살펴보면 이 약속은 성실하게 이행되지 않았다.민주당이 그나마 30%에 육박하는 비율을 지켰을 뿐,한나라당과 자민련은 각각 17% 정도에 머물고 있을 뿐이다.그나마,당선 가능성을 염두에 둔다면,이 비율은 또다시 현저하게 떨어진다.따라서,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각 당은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여성할당제를 도입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16대 국회에서도 여전히 여성 정치인은 가물에 콩나듯이 구색맞추기로 등원하게 될 모양이다. 한국은 여성정치인의 숫자가 가장 적은 나라들 중의 하나로 꼽힌다.그 자체가 우리 사회의 정신적 후진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한 가지 예이다.그러나여성들 자신도 이러한 문제를 바꾸기 위한 적극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여성을 열악한 상태에 묶어두고 있는 또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권리는 요청하는 자에게 주어진다.제 밥은 자기가 찾아 먹는 것이다.가만히 앉아서 누가 가져다 줄 때까지 기다리기만 한다면,한국 여성은 여전히 남성들이 차려놓은 밥상에다가 젓가락이나 올려놓는 부수적인 역할밖에는 할 수 없을 것이다. 한국 여성의 자질은 한번도 제대로 발휘되었던 적이 없다.한국 여성들이 억압당해온 역사는 일종의 여성잔혹사의 양상을 띠고 있다.어쩌면 그 때문에한국 여성들은 고통을 아는 자만이 알고 있는 삶의 깊이를 구현할 수 있는내적 자질을 이미 확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그 미지의 힘을 이제 밖으로 꺼내어 활용하자.썩은 남성 정치인들 대신에 신선한 여성 정치인을 대거 투입한다면,어쩌면 세계의 놀림거리가 되고 있는 한국 정치도 눈부시게 변모할수 있을지도 모른다. ◆김 정 란 상지대교수·시인
  • [21세기 과학 대탐험](10)인공종자시대

    황금빛 들녘에는 옥수수만큼 키가 큰 벼가 누렇게 익어가고 있다.최근 개발된 이 신품종 벼는 쌀이 옥수수 알처럼 가지런히 모여 있기 때문에 특별히도정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다. 수확량은 기존의 벼보다 10배쯤 늘어났고 맛의 변형이 자유로워 인삼맛,더덕맛,사과맛 등으로 다양한 것이 특징이다. 멀리 야산에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만들 유채가 화려함을 자랑하며 만개해있고 그 아래 밭에서는 여인네들이 청바지를 짜는데 사용할 파란색 목화솜을따고 있다. 집앞 텃밭에는 당뇨병 치료용 감자가 수확을 기다린다.비닐하우스에서는 설탕보다 단 토마토가 탐스럽게 열려 있다. 2020년경의 농촌 풍경이다.지구상에 기아에 허덕이는 나라는 이제 존재하지않고 화학농약으로 인한 환경문제도 사라진지 오래다. 생명체의 설계도에 해당하는 유전체 연구는 인간의 것 뿐 아니라 식물의 것에 대해서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생명의 기본설계도를 완성하고,그 설계도면에 따라 각 생명을 구성하고 있는 수천,수만 혹은 십수만개의 유전자의 기능을 밝히게 되면 인간은이제까지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종류의 유용한 신품종을 개발할 수 있게 된다.생명공학의 발달과 함께 인류가 이룰 21세기의녹색혁명이다. 얼마 전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은 20세기 최대 생물학적인 연구성과 중의 하나인 ‘인간게놈 프로젝트’(30억쌍에 달하는 인간 유전체의 전 염기서열 규명작업)를 올해 6월에 완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인간질병의 원인을밝히고 그 치료제를 개발하는 기본 설계도면이 될 이러한 성과는 앞으로 인간의 평균수명을 100세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견인차의 역할을 할 것이 분명하다. 식물의 유전체에 대한 연구도 인간유전체 연구 못지않게 선진국에서 활발히진행되고 있다.그 결과 앞으로 10년쯤 지나면 벼가 옥수수 키만큼 크고 쌀이 옥수수 알처럼 가지런히 모여서 여무는 신품종 개발이 가능하게 된다.반대로 잔디처럼 지표면에 맞닿아서 크는 신품종 옥수수도 선보일 것이다.벼,옥수수,잔디는 모두 화본과에 속하는 인척간의 식물이다.이들 식물의 외형을지배하는 유전자가 발견되면 이를 상호 교환함으로써 옥수수같은 벼,잔디같은 옥수수를 창출해 낼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요즘 유전자 조작식품으로 배격받고 있는 제초제 내성 혹은 내충성 콩이나 옥수수는 실상 실험실에서는 10년 전에 개발된 ‘낡은’ 품종이다. 선진국에서는 올해 말까지 애기장대라고 하는 잡초의 유전체 전 염기서열을밝히게 되며,벼에 대한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도 1∼3년 내에 완성될 것으로전망된다.애기장대와 벼는 각각 지구상의 모든 쌍떡잎과 외떡잎 식물의 모델이 된다. 향후 우리는 성인병과 암을 예방하는 성분을 만드는 유전자가 도입된 콩과옥수수를 먹게 될 것이다.또한 인체에 해로울 수 있는 유기용매로 가공하지않더라도 유전자 조작으로 카페인을 만드는 유전자가 작동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자연적으로 카페인이 제거된 커피를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다.당도가사과만큼이나 높은 토마토와 감자를 개발하는 것이 이 분야 연구자들에게는이미 어렵게 느껴지지 않게 됐다. 자연적으로 청색을 띠는 면화가 개발되어 이 청색면화에서 뽑은 실로 짠 바지는 염색을 하지 않아도 자연스러운 푸른빛을 띤 블루진이 될 것이다.노랗거나 빨간 면화를 만들 수도 있다. 우리 생활에서 플라스틱은 필수 불가결한 소재이며,현대는 석기와 철기시대를 잇는 플라스틱 시대라고 말할 수도 있다.그러나 난분해성의 석유화학계열의 플라스틱은 이제 전세계적으로 공해의 주범이 되고 있다.그 실질적 대체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인데 현재는 값이 비싸서 의료용 등 한정된 범위에서만사용되고 있다.그러나 조만간 유채나 콩에 미생물의 유전자를 도입함으로써생분해성 플라스틱을 값싸게 생산하여 우리 주변의 난분해성 플라스틱을 대체하게 될 것이다. 일본에서는 철성분이 과도하게 함유되어 있어서 농사짓기가 어려운 토지에 철을 효과적으로 흡착하는 콩 단백질의 유전자를 도입한벼를 재배하였더니 일반 작물과는 달리 생장에 어려움이 없었으며 생산된 쌀에는 빈혈이 있는 사람들에게 이로운 철성분을 보통 쌀보다 훨씬 포함하게됐다는 보고도 있다. 그 뿐이 아니다.금을 흡착하는 단백질의 유전자를 도입한 작물을 광산지역에서 재배하여 수확한 후 이를 태우면열을 활용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그 재로부터 금을 얻는 아주 경제적인 제련법에 대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미생물로부터 도입된 유전자로 인해 고분자 공해물질을 흡수하여 분해하는 식물이 오염된 토양을 복구하며,일반 작물들도 보리처럼 혹한에 견딜 있도록개량할 수 있을 것이며,선인장같이 건조한 토지에서 자랄 수 있으며,갯벌을마다하지 않는 신품종 작물이 선보일 것이다.바야흐로 인공종자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인공종자는 생명공학(Biotechnology)의 최종 산출물이다.생명공학은 어떤설계도면보다도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디자인된 유전자의 배열에 따라 최소한의 자재를 사용,어떤 기계와도 비교할 수 없는 정교한 세포라는 공장을 만들 수 있다. 이 세포공장은 매우 적은 에너지를 써서 효율적으로 생산품을 만들며 일반공장에서 쏟아 내는 공해와는 비교할 수 없는 적고 안전한 부산물을 배출한다.생명공학은 유전자를 이용,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 기존의기술들과 다를 바 없지만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개발을 가능케한다는 점에서 인류 최후의 산업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생명공학의 발전은 얼마나 많은 유용 유전자를 확보할 수 있는가에따라 결정된다.선진 각국이 생물자원 확보와 유전체 연구에 국가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은 바로 21세기를 지배할 생명공학 산업에서 주도권을확보하기 위해서다. ●생명공학시대 대책. 인류는 산업혁명과 유전학 및 유기화학의 발달에 힘입어 20세기의 녹색혁명을 달성했지만 자연파괴와 환경오염이라는 엄청난 대가를 치뤄야 했다.따라서 21세기의 녹색혁명은 환경을 지키면서도 농산물의 수확량을 획기적으로늘릴 수 있는 과학기술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그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분야가 생명공학이다. 생명공학이 이처럼 21세기를 주도할 핵심기술로 떠오르면서 유용 유전자원의 확보가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생명공학 기술의 기본 자원인 유전자원의 확보와 직결되는 것이 생물다양성(Biodiversity)의 보존이다.생물다양성은 생태계에 있어서 종 구성의 다양성을 의미하며 생물종에 따라 식물다양성,동물다양성,미생물 다양성 등으로 나뉜다.이 가운데 식물은 산소,식량,위약품 및 산업소재를 생산공급하는 지구상의 가장 뛰어난 공장이다.식물 다양성을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이용기술을개발하는 것은 환경보존 뿐 아니라 국가경쟁력 확보와 생물자원의 무기화 대응을 위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식물 유전자원의 중요성을 일찍부터 인식하고 전세계를 대상으로 체계적인 수집 및 활용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올해부터 ‘21세기 프론티어연구개발사업’의 일환으로 국내 자생생물다양성을 산업적으로 이용하는 작업에 들어갔다.야생도라지,가시오갈피,주목나무 등 국내에 자생하는 다양한 야생 및 특용식물자원 등을 수집·보존·활용해 경쟁력 있는 고부가가치 식물육종과 유용물질의 생산에 필요한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야생도라지의 색소유전자를 도입한 푸른장미,토착희귀식물인 가시오갈피나무와 울릉도와 제주지역의 주목나무 및 자생 은행나무를 활용한 의약품 등이이 연구의 최종산물이다. 2010년 생명공학산업의 세계시장규모가 약 1,000억달러로 예상되며 이 가운데 식물관련이 30∼40%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생물다양성의 생명공학적 활용은 인류가 당면한 식량,환경,및 보건문제 해결의 대안으로 연구결과의 파급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함혜리기자 lotus@] 劉長烈 ▲48세 ▲서울대 문리대 식물학과 ▲미 미시간주립대 농학박사 ▲플로리다대 연구원 ▲생명공학연구소 책임연구원 ▲주요연구 성과=수박,인삼 등의 형질전환 시스템 개발,고구마 세포 배양에 의한 효소(POD)생산(jrliu@mail.kri)
  • [총선 엿보기] 수뇌부 기동전

    “촌음(寸陰)을 아껴라”여야 수뇌부들은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숱한 총선지원 일정을 위해 이동시간을 줄여야 한다.이동수단은 집무실과 휴식공간을 겸해야 한다.그래서 온갖 아이디어로 ‘한계돌파’를 시도중이다. 민주당 이인제(李仁濟)선거대책위원장은 27일 강원지역 8개 선거구를 순회했다.전체 9곳 중 철원·화천을 빼고는 모두 찾았다.‘번갯불에 콩 구워먹을 정도로’ 기동력을 발휘했다. 이위원장의 주요 이동 수단은 당에서 내준 에쿠스 승용차.5주만에 1만1,000여km를 넘어섰다.하루 평균 300km를 달렸다.주행량이 많아 기사 2명이 번갈아 운전한다.때로는 과속도 불가피하다.전날은 부산에서 거제도로 가면서 헬기를 처음 탔다.2시간 거리를 20분만에 해결했다. 서영훈(徐英勳)대표 역시 에쿠스 승용차를 타고 다닌다.나이를 생각해 이위원장만큼 과속은 자제하는 편이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가까운 곳은 대부분 자신의 승용차로 이동한다.부산과 대구 등 영남권에 갈 때는 항공기가 주요 이동수단이다.전세낸관광버스나 지난대선 때 사용하던 유세용 특별버스를 애용하기도 한다. 이총재는 비용 때문에 헬기 등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까닭에 심한 독감에 걸려 지난주 유세는 취소됐다.홍사덕(洪思德)선대위원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자신의 승용차가 아니면 비행기가 이동 수단이다. 자민련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는 충청권 등 육로(陸路)에는 미국제 시보레 밴을 이용하고 있다.딸 예리씨 소유로 지난 15대 총선 당시 구입했다.평소휴일에 골프치러 다닐 때 애용하는 차량이다.영남권 등 민간 항공편이 있는곳은 항공기를 탄다. 이한동(李漢東)총재 역시 미국제 시보레 밴을 최근 며칠동안 이용했다.한측근 인사가 선거기간 동안 빌려온 것이다.그러나 고장이 잦은 데다가 외제차량이라는 모양새를 감안,자신의 다이너스티 승용차를 다시 타기로 했다.밴에 함께 타고 다니던 측근들은 카니발 미니밴을 이용해 따라 다니기로 했다. 박대출 최광숙 주현진기자 dcpark@
  • [시베리아 대탐방](14)북한서 파견된 외화벌이꾼 실상

    ●노보시비르스크(러시아) 김규환 특파원. “간부 ××들은 밤 늦도록 러시아 여자들을 끼고 술을 마시며 ‘재미’를 보지만 우리 건설 노무자들은 돈이 없어 담배 한대도 제대로 사 피우기 어려운 실정입니다”톰스크에서 만난 북한 평성 출신이라고 밝힌 외화벌이꾼 윤종식(尹鐘植·가명·43)씨가 불만을 터뜨리며 털어놓는 말이다. 노보시비르스크·옴스크·톰스크 등 서부 시베리아지역의 주요 도시에 가면북한 사람들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심각한 경제난에 시달리는 북한이 부족한 외화를 벌어들이기 위해 공식적으로 파견한 외화벌이꾼들이다. 현재 러시아 전역에 파견된 외화벌이꾼은 모두 1만여명에 가까운 것으로 러시아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이들은 벌목공(7,000여명)과 해삼·미역을 채취하는 어부(1,500여명)가 대부분이다.미장·목수일을 하는 건설 노무자(400여명),농대 출신의 농업기술자(300여명),이들을 몰래 감시하는 보위부 파견 요원 (300여명),북한 고서화(古書畵) 판매일꾼(30여명) 들도 있다. 특히 벌목공들은 97년 후반 러시아 집단망명설이 나돌면서 2만3,000여명가운데 거개가 소환되고 30% 수준만 남아 있다. 서부 시베리아지역에 파견된 북한 외화벌이꾼들은 대략 400∼500명.시베리아의 중심지 노보시비르스크시에만도 건설 노무자 200여명이 시내 중심가 건물을 전세내 합숙생활을 하고 있는 등 외화벌이꾼 300명 정도가 활동하고 있다.러시아 상점에 위탁해 북한 고서화를 내다파는 고서화 판매일꾼도 10여명있다. 옴스크에서 만난 벌목공 출신의 탈북자 한태민(韓泰民·가명·47)씨는 “북한 벌목공을 관리하는 사무실은 하바로프스크 시내 동쪽 화력발전소 옆 적색벽돌 3층건물”이라며 “처음에는 임업대표부라는 간판이 붙어있었으나 최근들어 떼어버렸다”고 말한다. 이들 벌목공은 주로 하바로프스크 구역의 체크도민과 연해주 스베트라야 2곳에 나뉘어져 벌목일을 하고 있다.벌목하는 시기는 초겨울인 11월부터 이듬해 4월말까지이다.비수기인 5월부터 10월까지는 3명이 1개조(1명은 감시요원)로 팀을 이뤄 인근 도시로 나가 건설 및 농업 일꾼 등으로 일하며 돈을 번다. 한씨는“95년 중반까지만 해도 벌목공들이 벌목할 수 없는 때를 이용해 러시아 당국의 허락을 받아 옥수수·감자·콩 등을 재배해 북한에 가져 갔다”며 “그러나 지금은 대부분 농업생산 현장에서 일당을 받고 품팔이에 나서고있다”고 덧붙인다. “1개조가 10시간동안 고되게 일하고 받은 돈중 하루에 250루블(약 10달러)을 국가에 바치고 나면 남는 게 없어요.물론 남는 돈도 없지만 설사 돈이 있더라도 쓸 수가 없습니다.돈이 있는 것을 간부들이 눈치채면 ‘너 그 돈이어디서 났느냐’며 심하게 추궁당하기 때문입니다”노보시비르스크에서 만난 청진 출신의 건설 노무자 김영철(金榮徹·가명·36)씨는 그러나 “러시아에서는 배불리 먹을 수 있는 덕분에 돈이 없어도 속이 편하다”며 “밤에 눈을 감으면 가족들의 얼굴이 떠올라 하루라도 빨리북한으로 가고 싶지만,돈을 벌지 못한 탓에 빈손으로 돌아갈 수 없어 귀국일자가 자꾸 미뤄진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탈북하는 외화벌이꾼들도 늘어나고 있다.카레이스키(고려인) 3세인 진(陳)모씨(47)는 “최근 러시아경찰로부터 외화벌이꾼 10여명이 동시다발적으로 탈북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러시아 당국은 이들중 2명을 붙잡아 북한에 연락,송환하려 했으나 북한 당국이 이들의 체류비용을 물지 못해지금도 러시아 감옥에서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고 전한다. 북한 외화벌이꾼들은 자본주의 체제에 물들지 않도록 주말을 이용,정치학습을 하고 있다고 한다.한국에서 파견된 정영길(丁永吉·가명) 목사는 “외화벌이꾼들은 주말이나 작업하기 곤란한 비오는 날 등에 외출을 못하게 하고정치학습을 시키며 잠시도 놀 틈을 주지 않는다”며 “이들을 만나면 정치학습보다 차라리 일하는 게 더 편하다고 불평을 털어놓는다”고 귀띔한다. 북한 외화벌이꾼들은 집단적으로 행동하다보니 여러가지 크고작은 문제를일으켜 러시아 당국으로부터 경고를 받고 있다.힘이 센 보위부 요원들은 가짜달러를 유통시키거나 사향·웅담·녹용 등을 밀거래하는 반면 힘없는 외화벌이꾼들은 개를 잡아먹거나 물건을 훔치는 일도 종종 있기 때문이다. 노보시비르스크에서 만난 고려인 홍(洪)모씨(32)는 “북한 건설 노무자들이묵고 있는 합숙소 부근에서 러시아 개들이 자꾸 없어지는 바람에 지금 그곳에서는 개를 찾아 볼 수 없다”며 “북한 노무자들이 잡아 먹은 것으로 알려져 러시아인들로부터 심한 항의를 받는 등 한때 문제가 되기도 했다”고 일러준다. 반면 외화벌이꾼들이 애써 번 돈을 수금해가는 요원들은 오히려 러시아 범죄조직들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이들은 한번에 수만∼수백만달러나 되는 많은 돈을 받아가는 것으로 알려져 시베리아 횡단열차 등에서 숨어 있던 마피아 조직들이 이 돈을 강탈해간 적이 여러번 있다는 것이다. khkim@ 노보시비르스크 김규환 특파원. ●이곳의 탈북자들. 정처없이 떠도는 유랑생활….북한에서 탈출한 정용국(鄭容國·가명·55)씨와 이연수(李秊洙·가명·31)씨는 북한 탈북자 납치조에 붙잡히지 않을까 두려움에 떨며 서부 시베리아 지역을 전전하고 있다.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들이 보고 싶은 생각은 간절하지만 이곳에서는 끼니를 때울 수 있는 데다 돈을 조금 벌 수 있어 북한에 돌아가고싶은 마음이별로 없습니다” 벌목공 출신의 정씨는 주택 내부공사를 맡아 6개월 동안 그곳에서 먹고 자며 미장일에서부터 도배일까지 모든 일을 혼자 해낸다.그는 “북한에 아내와아들 둘을 두고 있다”며 “5년째 이 일을 하면서 일 잘한다는 입소문이 나돈을 조금 모을 정도로 벌고 있다”고 털어놓는다. 1993년 극동 시베리아지역 벌목공으로 온 그는 94년 여름 벌목 일이 적을때 블라디보스토크로 돈벌러 나갔다가 벌어온 돈이 적자 간부들이 ‘돈을 떼먹었다’는 죄를 뒤집어 씌워 북한에 송환됐다.송환 도중 북한에 가면 죽을것같아 족쇄를 찬 채 열차 화장실을 통해 탈출,그곳에서 3,000∼4,000㎞ 이상 떨어진 서부 시베리아로 잠입했다. “최근 친구로부터 아내는 제대로 먹지 못해 영양실조로 죽었으며,두 아들은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한국에 가고 싶지만 한국에서 받아주지 않아 갈 수 없습니다”통일이 되면 아들을 만날 수 있다는 일념으로 버티고 있다는 정씨는 어느새눈가에 눈물이 고여 있었다. 탈북자 이씨도 벌목공 출신.북한 건설대학을 졸업한 그는 나무 베는 일이싫은 데다 번 돈마저 북한에 들어가지 않고 간부들이 횡령하는데 불만을 품고 탈출했다.“형이 먼저 북한에서 도망와 현재 러시아 어디에서 마피아 조직에 가담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아직 만나지는 못했습니다”탈출 당시 교회의 도움을 받아 교회의 일을 거들어온 이씨는 1년동안 기거하면서 일해서 번 돈을 헌금하라고 강요하는 바람에 다투고 나왔다.교회를나온 후 그는 “러시아 경찰의 눈을 피하기 위해 한동안 카자흐스탄 여자와연인 행세를 하기도 했다”며 “한국 친척으로부터 받은 800달러(약 96만원)로 길거리에 옷좌판을 벌여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고 전한다. “서부 시베리아지역에는 50여명의 탈북자들이 붙잡힐 것을 걱정하며 생활하고 있습니다.이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이곳에 파견된 탈북 납치조들을만나는 것입니다” 죽는 것도 두렵지 않다는 이씨는 러시아에서 생존하는 법을 터득한 덕분에생활하는 데 별 어려움이 없다고 말한다. “굳이 한국에 들어가고 싶지는 않습니다.다만 북한 김정일 정권을 타도하는데 일조(一助)하고 돈을 벌어 고향의 땅을 사서 개발하는 게 조그마한 소원입니다”
  • 김지학씨의 몸에 좋은 ‘약된장’ 담그기

    음력 1∼3월은 장담그는 철이다.이중 1월이 가장 좋지만 늦어도 3월까지 담근다면 장맛은 제대로 유지할 수 있다.일반적으로 장담글 때 날짜를 중시하는데 이는 날에 따라 간맞추는 데 필요한 소금량이 달라지기 때문. 충남 부여군 가화리에서 ‘약된장’을 만들고 있는 김지학씨(53)로부터 맛있는 된장만들기 비법을 들어봤다. 김씨는 몇년전부터 스님으로부터 약된장만들기 비법을 전수받아 만들기 시작했다.올해부터 일반인을 대상으로 판매를 시작,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만드는 ‘샘밭골 약된장’(0463-833-5860)은 대나무 삶은 물과아홉번 구운 죽염으로 간한 물에 메주를 띄우고 여기에 한약재를 첨가한 것으로 다른 곳에서 찾아보기는 어렵다. 약된장에 들어가는 한약재는 양강,보천궁,백작약,갈근,원방풍 등 24절기에맞춘 24가지로 이것을 빻아 삼베주머니에 넣어 메주와 함께 항아리에 띄운다.한달 보름정도 지나면 그 약성이 우러나와 간장 맛이 담백해진다. 된장을 담글 때도 메주를 부숴 항아리에 눌러담은 다음 약재를 넣고 여기에천지음양초인 천마와 하수오를 섞는다.망사로 항아리를 봉하고 햇볕을 쬐면6개월 정도 지나면 맛있는 된장이 된다. 김씨는 집에서는 약된장을 만들기 힘들므로 너무 욕심내지 말고 먼저 대나물 삶은 물과 천일염 대신 죽염을 사용할 것을 권한다. “대나무 삶은 물에는 유황성분이 들어있어 장담글 때 이용하면 몸에도 좋고 장도 잘썩지 않아 오랫동안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대나무외에 그가 죽염을 강조하는 것은 바닷물 오염으로 소금에 포함된 불순물이 장에 녹아나 장맛을 해치기 때문.김씨가 전하는 장만들기 비법. ①메주는 가능하면 우리 콩으로 만든 것을 구해 소금물 수건으로 깨끗이 닦는다.절대로 물에 담궈 씻지 말것.②대나무를 구수한 냄새가 나도록 끓이고물이 식으면 죽염을 섞어 염도를 맞춘다.수면에 뜨는 물질을 걷어내고 깨끗이 걸러 단지에 옮겨 담고 다시 염도를 맞춘다.③②에 메주를 넣고 마른 고추와 숯덩어리를 홀수로 넣는다.망사로 단지를 봉하고 뚜껑을 덮어둔다.낮에는 뚜껑을 열어 햇빛을 보게 한다.④40∼50일 후에 메주를 건져 된장을 담그는데 숯과 마른 고추는 그대로 두고 메주만 건져 잘게 부셔 손으로 치댄다. ⑤간장을 적당하게 혼합하여 된장을 조금 묽게 담근다.그 위에 콩잎을 한겹덮고 죽염을 듬뿍 뿌리고 방충망을 씌운다.⑥항아리 뚜껑을 열어 햇볕을 쬐어주며 약 4∼6개월 후에 먹을 수 있다.간장은 끓여서 보관하는 데 방법은양의 반이 되도록 끓인 후 고추나 숯은 건져버리고 보관한다. 강선임기자
  • 봄철 건강‘피부관리 이렇게

    - 비타민 섭취 늘리고 가벼운 운동을. 봄이 오고 있다.잔뜩 웅크렸던 몸도 이제 따뜻한 봄기운을 받으며 서서히 기지개를 켠다.하지만 봄이면 어김없이 찾아와 우리를 괴롭히는 것이 있다.춘곤증과 꽃가루 알레르기가 대표적.만물이 생동하는 봄이지만 피부에는 별로좋은 계절이 아니다. ●춘곤증 앉기만 하면 졸립다.입맛이 없고 소화도 잘 안된다.가끔 어지럽기도 하다.춘곤증의 대표적인 증상들이다.가장 큰 이유는 계절이 바뀌면서 생체리듬이 변하기 때문.이 과정에서 우리 몸이 환경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못해 생기는 것이 춘곤증이다. 이런 증상에서 빨리 벗어나려면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먼저 식생활.한림대의대 강남성심병원 가정의학과 노용균교수는 “봄철엔 신진대사가 왕성해지면서 비타민 소모량이 3∼5배 증가하므로 비타민 섭취를 충분히 늘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쌀밥보다는 현미나 보리 콩 등을 섞은 잡곡밥으로 비타민B를 보충해야 한다. 또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많이 섭취해야 비타민C를 보충할 수 있다.제철음식인 냉이 달래 쑥갓 미나리 씀바귀 등은 입맛을 돋우고 비타민을 보충하는 데제격이다.아침에 굶고 점심때 과식하면 춘곤증이 심해지므로 아침식사는 꼭챙겨야 한다. 밤이 짧아지면서 수면시간도 줄기 쉽다.밤잠이 부족하면 낮잠을 20분 정도자는 게 도움이 되며 과로나 과음은 피해야 한다.휴일에 잠을 몰아서 자면오히려 다음날 더 심한 피로를 느낄 수 있다. 가벼운 운동도 중요하다.아침엔 가벼운 조깅이나 맨손체조가 좋고 직장에서도 수시로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긴장된 근육을 풀어준다.점심식사 후에 가벼운 산책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피부관리 봄이 되면 기온이 높아지면서 피부가 건조해지고 피부분비물도많아진다.또 꽃가루 접촉이 잦아지면서 피부염 등 피부트러블의 원인이 된다.햇빛의 자외선도 강해져 피부를 위협한다.따라서 충분히 대비해야만 건강한피부를 유지할 수 있다.먼저 피부건조를 막기 위해서 잦은 목욕은 금물이다.목욕도 탕욕보다는 간단한 샤워 정도가 좋고 물은 몸 온도보다 약간 낮은미지근한 정도라야 한다.수시로 수분을 함유한 보습제 등을 발라 피부,특히각질층의 수분증발을 막는 것이 피부보호에 효과적이다. 피부분비물이나 먼지에 의한 피부트러블을 막으려면 피부청결에도 항상 신경을 써야 한다.하지만 비누 등 알칼리성 피부 청결제는 표피 투과성이 높아피부에 자극을 주기 쉬우므로 피부에 남지 않도록 깨끗이 닦아내는 습관이중요하다. 자외선이 기미 주근깨 피부주름 등 피부노화의 주범이란 것은 널리 알려진사실.외출할 때는 가급적 모자나 양산을 사용하고,자외선차단제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게 안전하다. ●꽃가루알레르기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켜 알레르기성 비염이나 기관지 천식등의 원인이 되는 꽃가루 하면 흔히 벚나무 개나리 진달래 백합 등 아름답고 향기 있는 꽃을 연상하기 쉽다.서울대병원 알레르기클리닉 민경업교수는그러나 “이런 꽃은 충매화이므로 공기 중에 잘 날리지도 않고 알레르기도일으키지 않는다”고 말한다.원인이 되는 것은 오리나무 소나무 버드나무 참나무 삼나무 등에서 나오는 꽃가루. 꽃가루 알레르기를 피하려면 먼저 원인이 되는 꽃가루를 정확히 확인한 뒤그 꽃을 피하는 게 상책이다.그 꽃이 피는 시기에는 가능한한 외출을 피하고부득이한 경우 특수필터를 장착한 꽃가루용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또 실내에 꽃가루가 들어오지 않도록 창문은 잘 닫아놓아야 한다.그러나 회피만하기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요즘엔 효과가 좋고 부작용이 적은 약물을 대증요법으로 많이 쓴다. 임창용기자 sdragon@
  • 유전자변형 농산물 규제 강화

    정부는 유전자변형(GM) 농산물과 식품에 대한 ‘최소 허용 혼입치’를 당초방침보다 낮은 3%로 설정해 규제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12일 농림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청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GM 농산물과 식품의 최소 허용 혼입치를 당초 5%에서 3%로 낮추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인 것으로알려졌다. 농림부는 내년 3월부터 콩과 콩나물·옥수수 등 3개 작물에 대한 GM 표시를 의무화하기로 했다.감자는 2002년부터,유채·면화 등은 단계적으로 표시 대상에 넣기로 했다. 농림부 관계자는 “소비자단체 등의 반발과 혼입 허용치의 검증기술 개발등을 감안,허용 혼입치의 비율을 최종적으로 1%까지 낮춘다는 방침 아래 일본의 5%보다 낮은 3%로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식약청은 농림부의 이같은 방침에 따라 GM식품 표시제가 시행되는 내년 7월부터 콩가루와 옥수수가루,두부 등 9개 품목을 표시의무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그러나 고도의 정제·발효과정을 거치면서 GM성분의 포함 여부를 과학적으로 가려내기 어려운 콩기름과 재래된장 등은 표시의무 대상에서 제외할 방침이다. 김인철기자 ickim@
  • [김삼웅 칼럼] 불복종운동과 헨리소로

    여러 해 전 미국 보스턴에 머물때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통나무집을 짓고살았던 월든 호반을 찾았다. 보스턴에서 서북쪽으로 30마일쯤 달리면 콩코드마을이 있고 여기서 몇 마일 더 가면 경관 좋은 월든 호반이 천고의 옛 모습을 자랑하듯 고요히 자리잡고 있다. 소로가 인적이 없는 이곳에 오두막집을 지은 것은 28세 되던 1845년의 일이다. 미국독립 100주년인 7월 4일을 기해 집을 짓기 시작했다. 이 집은 폭이10피트, 길이 15피트, 8피트 기둥들로 지어졌다. 총 비용이 29달러(당시) 들었고 나머지는 모두 직접 노동으로 이루어졌다. 소로는 이 집에서 2년여 동안 자연생활을 하며 살았다. 개간한 땅에서 심은콩을 주식으로 하였으며, 월든 호수에서 고기를 잡아 부식으로 먹었다. 이런식생활로 1년 식비가 9달러를 넘지 않았다. 이곳 생활에서 그는 사색을 깊이 했고 본연의 자신으로 돌아가 순수한 말과행위의 시인이 되었다. 내가 찾았을 때는 원형대로 복원한 통나무집은 풍상에 바래고 안내원이나관리인도 없었다. 그렇지만 소로가 살았던 흔적은 곳곳에배어 있었다. 하버드대학 출신으로 세속적 성공에 회의를 느낀 소로는 2년여의 짧은 ‘숲속의 생활’이지만, 그리고 하루동안의 감옥생활에 불과했지만 그는 적어도21세기 인류가 지향하는 두가지 사상적 조류를 남겼다. 20세기에도 ‘뜻있는’사람들에게 그의 영향력은 지대했다. 소로의 자유주의와 비폭력 불복종사상은 19세기 후반 영국 노동당의 이념적지표가 되고, 톨스토이가 비폭력주의를 내세우며 평화운동을 전개하게 되고, 간디의 인도독립운동의 지침이 되고, 마틴 루터 킹의 비폭력 흑인해방운동으로 전개되고, 일본 우치무라 간조(內村鑑三)의 절대반전운동·무교회주의의 원천이 되었다. 한국의 함석헌·김교신 등은 우치무라의 영향을 받았다. 소로의 사상은 21세기 인류가 지향하는 양대 사상적 조류로 이어진다. 자연주의와 시민운동이 그것이다. 그는 무척 자연을 사랑했다. “내가 숲속으로 들어간 것은 인생을 의도적으로 살아보기 위해서였다. 다시 말해서 인생의 본질적인 사실들만을 직면해 보려는 것이었으며, 인생이 가르치는 바를내가 배울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했던 것이며, 그리하여 내가 마침내 죽음을맞이했을 때 내가 헛된 삶을 살았구나 하고 깨닫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였다”(월든) 우리가 요즘에야 자연보호운동에 나서고 자연의 소중함을 깨닫는 것에 비하면 150여년 전 소로의 실천적 자연주의사상이 얼마나 앞선 것인가를 알게된다. 소로는 개인의 자유가 국가권력보다 더 높다고 생각하는 자유주의자다. 이같은 신념에서 미국의 멕시코 침략 전쟁과 노예제도에 반대하고 인두세의 납부를 거부했다. 이 때문에 콩코드감옥에 갇히고 짧은 감옥살이지만 값진 경험으로 ‘시민의 불복종’을 쓴 계기가 되었다. “지배하는 것이 가장 적은정부가 최상의 정부”란 명구로부터 이 책의 서두는 시작된다. 에머슨이 감옥에 있는 소로에게 “너는 왜 그곳에 있는가?”하고 물었을 때 “당신은 왜 이곳에 있지 않습니까?”하고 되물었다는 이야기에는 묵시적인뜻이 함축된다. “누구라도 부당하게 감옥에 투옥하는 정부밑에서는 의인을위한 참된 장소는 감옥이다”란 경구에서 우리는 소로의 실천적 자유인의 모습을 찾게 된다. 최근 낙천·공천철회 운동과 이를 봉쇄한 선거법에 대해 총선연대가 불복종으로 맞선것은 실정법과 시민권(천부인권)의 숙명적 대립이라 할 수 있다. 시민불복종운동을 옹호하는 데 있어서 소로는 몇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부당한 법이 있다고 하자. 그때 우리는 이를 지키는데 만족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그것을 수정하려고 노력해야 하는가? 수정할때까지 지켜야 하는가? 아니면 즉시 그것을 어겨야 하는가?” 라는 질문을 던지고 “나는 정의에 준할만큼 법에 대한 존경을 길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내가 옳다고 믿는유일한 의무는 언제든지 내가 옳다고 믿는 것을 행하는 것이다”라고 답한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은 다수가 아니라 개인의 양심이다. 즉 우리는먼저 인간이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 연후에 국민이어야 한다”는 것이 소로의 명쾌한 해답이다.
  • [김삼웅 칼럼] 콩도르세와 진보와 理性

    분명한 것은 2000년의 태양이 떠오른 지 한참인 데도 이땅 곳곳에는 중세의커튼이 드리워져 있다는 사실이다. 국회와 지방의회가 있는데 100년 전에 활동했던 만민공동회가 다시 열리고,국회는 특정인 보호를 위한‘방탄’역할이나 하고,북한 김정일에 대한 대통령의 외교적 수사를‘주적 고무찬양’‘좌익광란’으로 몰아친다.증권회사애널리스트의‘외국인투자동향 설명’이 선거법상‘후보자 비방’혐의로 고발되고 여야 정당은 시민단체의 공천 부적격자들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재공천한다.후진 정치의 미개한 현상이 난무한다. 프랑스혁명기의 진보지식인 콩도르세는 대혁명이 과격파의 손에 장악되고‘피로써 피를 씻는’유혈사태가 계속될 때 쫓기는 몸이었다.저명한 계몽사상가·수학자·사학도인 그는 1795년 2월 콩코로드광장에서 가까운 파리의 한구석진 방에 은신하여 매일 가까운 동지들이 처형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자신도 언제 그런 꼴을 당하게 될지 모르는 처지에 놓여 있었다. 콩도르세는 그런 위험 속에서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도 또 오늘까지 과학과 문명이 이룩해온 진보를 관찰해봐도,또 인간정신의 희망에 대하여 하등의제한을 두지 않았다고 믿을 만한 가장 유력한 동기를 찾아낼 수 있다”는 낙관적 신념으로‘인간정신진보사’를 썼다. 역사학자 크로체가‘18세기의 유언’이라고까지 평가한 바 있는 이 책에서그는 “하느님이 이 세상을 창조했는지는 모른다.그러나 그 다음에 인간사회를 만든 것은 사람이다.따라서 좋든 나쁘든 그 책임은 인간에게 있다.그러나사람이 제 손으로 만든 이상 그것을 좋게 개량하지 못할 까닭이 없다. 또 인간에게는 이성의 힘으로 한층 훌륭한 사회를 만들고 스스로 행복해질 권리와의무가 있다. 그만큼 이성의 힘이 인간에게 주어져 있다”고 썼다. 인간의 이성을 높이 평가한 콩도르세는 미래의 세계를 지극히 낙관하면서‘인류 미래의 희망을 세 가지로 압축’하여 “각 국가 사이의 불평등 파괴,통일국가 내에서의 평등의 진보,인간의 진정한 향상”을 꼽았다. 그는 인간으로서 겪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절망하거나 증오하지 않고 인간의이성과 역사의 진보를 믿으며 인류의 장래를 낙관하는 신념에서‘ 인간정신진보사’를 썼다.사후에 출판된 이 책에는 “이성말고는 어떠한 주인도 인정하지 않는,자유인의 세계에만 태양이 빛나는 시대가 올 것이다.그때가 되면폭군과 노예,성직자들과 그들의 우둔하고 위선적인 도구에 지나지 않는 종교의 신자들은 역사 속이나 무대 위에서밖에 찾아볼 수 없게 될 것이다”란 명구가 담겨 있다. 인간의 이성을 역사의 주인으로 인정하는 콩도르세의 진보사관은 그‘주인’까지 포함하여 수많은 이성적 인간과 반이성적 사람들을 희생시키면서 두세기를 넘기고 21세기를 맞았지만 여전히 반이성의 낡은 커튼을 걷어내지 못한 상태이다. 그것은 지나친 감정과 장소에 따라 잣대를 달리하는 이기주의에서 발원한다.칸트가‘이성의 공적행사’에서 쓴 대로 인간의 인간다움은 이성의 소유에있고 이성은 공적행사일 때만이 가치가 있는데 이성의 존재인 인간이 반이성의 행동을 서슴지 않음으로써 나타나는 현상인 것이다. 역사의 진보를 위해 프랑스혁명에 참가했다가 희생당한 콩도르세의 최후는비참했다.여섯살난 딸과 피신해 있던 친절한 여관 주인에게 화가 미칠 것을우려하여 새 피난처를 찾아나섰다가 체포되어 재판 절차도 없이 다음날 하수구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다.호주머니에는 로마의 시인 호라티우스의 시집 한권이 들어 있었다. 죽을 때까지 인간 이성의 진보를 믿으며 인류의 장래를 낙관했던 이 진보적 계몽사상가의 신념은 200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우리에게는 여전히 미래의과제로 남는다. 우리는 언제까지 달팽이처럼 갑골(甲骨)에 갇혀서 탈색한 이념 타령과 지역주의와 반이성의 증오심에서‘달팽이 뿔 위의 쟁투(蝸角之爭)’를 계속할 것인가. 모든 동물을 만든 제우스신이 동물들에게 선물을 주었다.새에게는 날개,짐승들에게는 뿔과 이빨,또는 깃과 털을 주었다.선물을 못받은 인간이 항의했다.제우스신은 “세상 어느 짐승의 힘보다 세고 조류보다 빠른 이성을 주었다.만물의 영장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김삼웅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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