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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도의 숨겨진 얼굴 열여섯…산비탈 사이 골짜기 너머 소박한 행복

    인도의 숨겨진 얼굴 열여섯…산비탈 사이 골짜기 너머 소박한 행복

    인도 나갈랜드州 코히마·자카마 인도 동북부 끄트머리, 히말라야 자락에 자리한 마니푸르주의 임팔공항에 도착했을 때 여행자를 반긴 건 맑은 공기였다. 미세먼지 가득한 한국의 공기와 질이 달랐다. 목마른 사람이 생수를 벌컥벌컥 들이켜듯 게걸스럽게 심호흡을 했다. 상쾌한 나무향기가 나는 것도 같았다(하지만 불행하게도 맑은 공기는 여기까지였다. 곧 엄청난 먼지를 마시게 된다).임팔공항에서 만난 가이드 에이프릴은 나갈랜드주의 가장 큰 도시인 코히마까지는 차로 약 4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그런데 거리는 고작 150㎞였다. 이 말은 도로 상태가 그만큼 좋지 않다는 뜻. 실제로 나갈랜드주를 여행한 사흘 동안 포장도로는 10㎞도 달려 보지 못한 것 같다. 지금도 코히마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은 먼지와 급커브다. 해발 2000m의 산자락에 들어선 이 도시의 모든 도로는 공사 중이었고 언제나 수많은 차들로 정체 상태였다. 차들은 전부 뽀얀 먼지를 쓰고 있고 사람들은 마스크를 쓴 채 길을 걸었다. ●몽골로이드계 나가족… 16개 부족 공존 나갈랜드는 인도 동부에 자리한 주다. 미얀마 북서부에 접하고 있다. 주도는 코히마. 주 전체 인구는 220만명으로 우리나라 충청남도 인구와 비슷하다. 이 가운데 코히마에 90만명 정도가 살고 있다. 몽골로이드계 민족인 나가족이 많이 거주하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인도인과는 생김새가 많이 다르다. 우리와 비슷하게 생겼다. 한때 아삼주에 속했지만 나가족이 꾸준히 분리독립운동을 한 결과 1963년에 나갈랜드주가 만들어졌다. 늦은 밤 코히마에 도착해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욕실 문을 열었을 때 온수기가 달려 있는 것을 보고는 뭔가 예감이 이상했다. 아니나 다를까. 더운 물은 나오지 않았다. 프런트에 말하니 양동이에 더운 물을 담아 왔다. 방도 너무 추웠다. 후드 재킷을 입고 모자를 눌러쓰고 잤다. 자면서 내일 아침엔 씻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여긴 인도니까 하루쯤 안 씻어도 되지 않겠어. 코히마에서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시내에 자리한 나갈랜드 박물관. 오전 10시 반에 도착했는데 박물관은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안내판에는 9시 반에 문을 연다고 분명하게 씌어 있었다. 뭐, 여긴 인도니까. 박물관 앞 마당에는 교복을 입은 다섯 명의 소녀들이 모여 앉아 수다를 떨고 있었다. “학교 안 가고 뭐해요?” “오늘 저녁에 시험이에요.” “그럼 시험 공부 해야지.” 소녀들은 입을 가리고 까르르 웃었다. 가이드 에이프릴은 이들을 보자마자 전부 다른 부족이라고 했다. 인사말도 다 달랐다. “나갈랜드에는 모두 16개 부족이 있고 언어가 다 달라요.” 에이프릴은 이렇게 설명했다. 실제로 학생들이 말한 인사말도 다 달랐다. 공용어는 힌두어와 아삼어가 섞인 나가믹스어와 영어라고 했다. 실제로 코히마에서 점심을 먹기 위해 찾은 식당에서 물고기 요리 이름을 주인에게 물었더니 주인은 조금 난처한 표정으로 이렇게 대답했다. “부족마다 이 물고기를 부르는 이름이 달라요. 그러니까 모두 열여섯 개의 이름이 있는 셈이죠. 그냥 나가 스타일 피시라고 하시죠.” 박물관은 훌륭했다. 과거 원주민의 물건과 생활상을 재현해 놓은 미니어처들이 있었는데 볼만했다. ‘나가’(Naga)는 벌거벗은(Naked), 혹은 귀에 뚫은 큰 구멍을 뜻하는 ‘낭카’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이들은 아주 호전적인 민족으로 아이들은 태어날 때 바구니를 하나 받게 되는데 이 바구니는 전쟁에서 머리를 담기 위한 용도로 쓰인다. 코히마 시내 한가운데 시장이 있다. 식재료와 생활용품 등을 판다. 그런데 식재료 코너에서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애벌레였다. 에이프릴에게 먹는 거냐고 물어보니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맛있어. 나도 좋아해. 먹어 볼래?” “아니, 그러고 싶지 않아.” “근데 저기 벌집은 뭐지?” 꼬물거리는 노란색 애벌레 옆에 하얀 스티로폼 같은 벌집이 가득 놓여 있었다. “그것도 먹는 거야.” “꿀은?” “꿀도 먹고 벌집 속의 애벌레도 먹지.” 에이프릴은 하나를 빼서 권했다. 그래, 먹어 보자. 그래야 뭐라도 쓸 거리가 생기니까. 애벌레 하나를 집어 입 속에 넣었다. 혀 위에 놓인 애벌레가 꿈틀거렸다. 차마 씹지는 못하고 꿀꺽 삼켰다. 근데 목구멍 안쪽에 깊숙이 걸린 애벌레는 한 번에 넘어가지 않았다. 여전히 살아서 꿈틀대고 있었다(여러분 여행작가는 이런 직업입니다. 한 줄 문장을 쓰기 위해 애벌레도 먹어야 한답니다).●전통집 모룽 짓고 사는 평화로운 앙가미족 코히마에서 자동차로 3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자카마 마을이 있다. 1400명 남짓의 앙가미 족 사람들이 전통집 모룽을 짓고 살아간다. 에이프릴은 자기도 앙가미족 후손이라고 했다. 앙가미족은 16개 부족 중 가장 인구가 많다. 마을 이름 마지막에 ‘마’가 들어가면 앙가미족의 마을이다. 마을은 평화로웠고 한적했다. 마을 한가운데 자리한 공터에서 아이들이 축구를 하고 있었다. 길에서 배드민턴을 치던 소녀는 이방인이 나타나자 부끄러운 듯 라켓을 거두어 얼굴을 가렸다. 마을 한가운데는 공동 우물이 있었는데 마을 사람들은 그곳에서 머리를 감고 빨래도 했다. 노인들은 처마 그늘에서 오래된 책을 읽거나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앙가미족의 전통 가옥 구조는 간단하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커다란 쌀독이 있는 창고가 먼저 나타난다. 이 쌀독이 많을수록 부자다. 창고를 지나면 부엌. 화덕이 있고 컵과 냄비 등이 그 옆에 놓여 있다. 여자들은 작은 의자에 앉아 요리를 한다. 건너편은 침실이다. 침대 하나가 단출하게 놓여 있다. 쌀로 만든 이곳 전통주를 맛볼 수 있었는데 시큼하고 텁텁한 맛이 막걸리와 비슷했다.에코투어리즘 즐기는 마을 코노마 코노마는 코히마에서 두 시간 정도 떨어진 마을이다. 450여 가구, 2000여명이 모여 산다. 집과 집 사이로 난 작은 골목을 들여다보며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보는 데 한 시간이면 충분하다. 이 마을의 명물은 다랭이논. 산비탈을 일궈 만든 논이 마을 앞에 펼쳐져 있다. 여행자들은 이 다랭이논 사이로 트레킹을 즐기고 홈스테이를 하고 마을 문화도 체험한다. 작은 마을이지만 에코투어리즘 여행상품이 잘 갖춰져 있다.마을을 걷다 잔치 준비에 한창인 어느 가정을 방문했다. 노인들이 모여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낯선 이방인에게 따뜻한 차와 음식을 내주었다. “나갈랜드의 결혼식은 보통 사흘 동안 열려요. 하루는 남자의 집에서, 또 하루는 여자의 집에서 잔치를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날에는 교회에 마을 사람들이 모여 파티를 벌이죠.” 에이프릴이 설명했다. 마을 광장에 자리한 공동 창고에서는 남자들이 소와 돼지를 잡아 뼈와 고기를 해체하고 있었다. 보통 결혼식에 5~8마리를 잡는다고 한다. 갓 잡은 소와 돼지의 대가리가 문 앞에 찡그린 얼굴로 걸려 있었다. 창고 안은 날고기 냄새와 피 냄새로 가득했다. 해 질 무렵 에이프릴이 마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작은 공터로 안내했다. 거기에는 전통옷을 입은 앙가미족 사람들이 서 있었다. 그들은 나와 또 다른 한 여행자 단 두 명을 위해 전통 춤을 추었고 노래를 불러주었다. 여자들의 목소리는 높아서 골짜기 너머로 멀리 날아갔고 남자들은 낮은 목소리로 후렴을 넣었다. 여자들의 얼굴에는 낯선 사람들 앞에서의 공연이 아직은 어색한 듯 부끄러움이 묻어 있었다. 가사를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마음속에서 뭔가 일렁이는 것 같았다. 따뜻한 물에 손바닥을 대는 듯한 느낌이었다. 코히마로 돌아와 하룻밤을 묵었다. 방은 추웠다. 더운 물도 나오지 않았다. 씻을 엄두가 나지 않아 물티슈로 대충 닦고 후드티를 입고 청바지를 입은 채로 잤다. 지금까지 여행을 하며 한 번도 덮지 않았던 옷장 속의 담요를 꺼내 덮었다. 닭과 트럭 소리가 잠을 깨웠다. 방음이 하나도 되지 않았다. 마치 길바닥에 누워 있는 것 같았다. 호텔 현관 앞에서 햇빛을 쬐었다. 방보다 거리가 따뜻하다. 바다 이구아나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 체온이 조금씩 올라가고 있었다. 내 앞으로 학생들이 지나가고 트럭이 경적을 울리고 지나가고 자욱하게 먼지가 인다. 짓다 만 건물들이 어색하게 서 있다. 이렇게 서 있으면 내가 지금 도대체 뭘 하고 있는거지, 난 여기에 왜 있는거지 하는 생각이 든다. 모르겠다. 뾰족한 해답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여행을 왔기 때문에 여행하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서울에서도 우린 이렇게 살고 있지 않은가. 글 사진 최갑수 여행작가 ■ 여행수첩 한국에서 나갈랜드로 가는 직항은 없다. 델리나 콜카타를 경유해 임팔공항 혹은 디마푸르공항으로 가야 한다. 임팔공항이나 디마푸르공항에서 나갈랜드 코히마까지 최소 4시간이 걸린다. 코히마에서는 호텔 우라에 묵었다. 따뜻한 물이 안 나오는데, 직원에게 부탁하면 정해진 시간에 가져다준다. 코히마의 2차 세계대전 추모 묘지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벌어졌던 영국·인도 연합군과 일본군 간의 전투에서 희생당한 군인들을 묻은 곳이다.
  • 천재가 살던 도시, 도시가 만든 천재

    천재가 살던 도시, 도시가 만든 천재

    천재의 발상지를 찾아서/에릭 와이너 지음/노승영 옮김/문학동네/512쪽/1만 8500원지금이야 깨끗하지만 18세기 오스트리아의 빈은 그렇지 않았다. 특히 모차르트가 살았던 빈의 돔가세 5번지는 부산스럽기 짝이 없었다. 아이들이 발밑으로 마구 돌아다니는 것은 예사였다. 개가 짖고 애완용 새가 꽥꽥거리고 손님들은 서성거렸다. 내기 당구에 큰돈을 건 이들은 고함을 질러댔다. 나른한 잘츠부르크를 떠나 빈으로 온 모차르트는 이런 상황을 오히려 즐겼다. 빈을 가리켜 “작곡하기 최적의 장소”라고 했다. 비슷한 시기 빈에 살았던 베토벤은 어떤가. 모차르트가 방에 당구대를 설치한 것쯤은 애교다. 그의 아파트에는 여자들이 수시로 드나들었다. 방 곳곳에 의뢰받은 초고가 항상 널브러져 있었다. 그의 목욕법은 또 어떻고. 베토벤은 한창 작곡하다 방해가 될까 봐 거실에서 물을 그냥 끼얹었다. 술친구로서는 제격일지 몰라도, 집주인에게는 악마 같은 존재였을 터다. 수없이 이사를 다닌 베토벤이지만, 그는 빈에 정착한 뒤 무려 36년을 살았다. 모차르트와 베토벤뿐만 아니다. 하이든, 슈베르트까지 18세기 빈은 그야말로 ‘천재들의 도시’였다. 왜, 도대체 왜 빈인가. 거기에 대체 무엇이 있었기에.천재는 태어나는 것일까, 아니면 가정환경이나 교육 등으로 만들어지는 것일까. 과학계의 고민에도 쉽게 풀리지 않는 문제다. 전미 라디오 방송국(NPR)의 외국특파원이었던 저자는 초점을 조금 달리했다. 천재들이 몰렸던 도시를 눈여겨봤다. 저자는 민주주의와 철학의 모태인 고대 아테네에서부터 10~13세기 과학기술을 선도한 중국 송나라 수도 항저우, 르네상스 중심지 이탈리아 피렌체, 계몽주의 시대 근대학문의 기틀을 다진 스코틀랜드 수도 에든버러, 문학과 예술을 꽃피운 인도 콜카타, 고전음악과 정신분석학의 도시 빈, 그리고 정보기술(IT) 혁명의 산실인 실리콘밸리까지 시대를 풍미한 창조적 천재가 출몰한 7곳을 직접 발로 찾았다. 저자는 역사에 능통한 가이드를 대동하고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거나 때론 시시껄렁한 농담을 주고받으며 지리적, 문화적, 역사적 관점을 두루 아우른다. 천재에 관한 역사적 평가와 적절한 인용, 심지어 과학적 근거까지 내세웠다. 예컨대 18세기 당시의 빈이 단지 시끄러운 곳이어서 천재들이 나온 것은 아닐 것이다. 저자는 16세기쯤 이탈리아에서 오페라가 들어왔을 때 빈 주민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고, 이후 교향악단이 우후죽순 생겨나 최고의 자리를 놓고 경쟁했다는 사실을 눈여겨봤다. 또 당시 새 황제에 오른 요제프 2세가 런던이나 파리에 뒤지고 싶지 않아 음악에 아낌없이 지원한 점도 챙겼다. 여기에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가족관계와 인간관계는 물론 당시 산책 코스까지 꼼꼼히 살폈다. 모차르트나 베토벤이 어수선한 상황에서 작곡에 몰두할 수 있었던 비결에 관해서는 콜린 마틴데일의 ‘반 억제 가설’까지 등장한다. 뇌파 검사를 해 보니 고도로 집중하면 뇌의 가운데 부분인 소뇌가 활성화하는데, 작곡이나 소설 집필은 어느 정도 주의가 분산돼야 영감이 나온다는 내용이다. 이렇듯 다양한 방식으로 천재들의 도시를 답사한 저자는 천재에 관한 통념이 바뀌어야 한다고 결론짓는다. 천재는 유전이나 노력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독창성을 북돋우는 도시 문화의 산물이라는 점을 보라는 것이다. 저자는 창조적 장소의 조건으로 ‘무질서’, ‘다양성’, ‘감식안’을 꼽는다. 거꾸로 말하자면, 사람과 도시라는 교차로에서 생겨나는 창의성을 잘 살피면 천재를 배출할 수 있는 새로운 장소로 만들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집요한 추적과 과학적 근거, 그리고 사색까지 두루 갖춘 그야말로 ‘종합 선물세트’ 같다. 특히 적당한 타이밍에 툭툭 터지는 유머가 즐겁다. 항저우에서 만난 중국 최고의 갑부 마윈으로부터 “중국은 문화를 잃고 종교를 잃었다”는 말을 듣고 커피를 뿜을 뻔하거나, 빈에서 만난 고전음악 프로그램 진행자로부터 “알프스 산맥이 빈에서 시작한다. 빈은 마력을 지닌 뱀의 머리 같은 곳이어서 천재가 많이 나오는 것”이라는 뜬금없는 설명을 듣고 ‘무슨 뉴에이지 음악 같은 소리냐’며 뒷목을 잡기도 한다. 천재들의 빛나는 성과로 밥벌이가 벌어지는 씁쓸한 풍경들 역시 유머러스하게 그려냈다. 천재에 관한 분명하고 명확한 과학적인 결론을 책에서 찾기는 어렵겠지만, 저자의 여행은 재밌고 유익하며, 읽을 가치 역시 충분하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김응교 교수-작가의 탄생] 한 명의 독자 위한 성찰의 편지… 고흐의 ‘뿌리 깊은 고뇌’ 담겼네

    [김응교 교수-작가의 탄생] 한 명의 독자 위한 성찰의 편지… 고흐의 ‘뿌리 깊은 고뇌’ 담겼네

    알다 이전에 ‘본다’가 있다. 쓰다 이전에 ‘본다’가 있다. 세상을 바로 보는 시선은 너무도 중요하다. 김수영은 “이제 나는 바로 보마”(공자의 생활난)라며 ‘보다’라는 행동을 강조했다. 작가란 대상의 본질을 보는 사람이다. 보는 시선에 따라 표현하는 방식도 달라진다. ‘본다’라는 동사를 글과 그림으로 표현해 낸 작가를 떠올리면 단연 화가 빈센트 반 고흐를 떠올릴 수 있다.인물화나 풍경화에서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은, 감상적이거나 우울한 것이 아니라 뿌리 깊은 고뇌야. 사람들이 내 그림에 대해, 화가가 깊이 날카롭게 느끼고 있다고 말할 정도의 경지에 이르고 싶어. (1882년 7월 21일 / 반 고흐, 신성림 옮김, ‘반 고흐, 영혼의 편지’, 예담, 2005) 고흐는 자신이 본 풍경을 ‘뿌리 깊은 고뇌’로 새롭게 표현하고 싶어 했다. 그의 고뇌는 동생 테오에게 보내는 편지에 써 있다. 그의 편지에는 자연과 종교를 대하는 태도, 안부를 묻는 내용이 가득하다. 에밀 졸라, 도스토옙스키 등 소설가에 대한 평과 렘브란트, 밀레 등 화가에 대한 간단한 인상주의 비평문도 들어 있다. 그는 화가이지만 ‘편지문학 작가’로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일기는 자기만 읽는 글이지만, 편지는 한 명의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독특한 문학 장르다. 한 명을 독자로 삼는 편지는 일기 못지않게 속내를 드러내는 솔직한 글이다. “그래, 내 그림들, 그것을 위해 난 내 생명을 걸었다. 그로 인해 내 이성은 반쯤 망가져버렸지. 그런 건 좋다.”(1890년 7월) 당찬 다짐이 들어 있는 편지글은 그림 속에 숨어 있는 열정을 느끼게 한다. 그림에 “생명을 걸었다”는 속내는 일기처럼 편지글에서도 드러난다. 정리되지 않은 감정을 맘대로 써도 되는 일기와 달리, 편지는 한 명의 독자를 위해 성찰하며 이야기를 정리해 보내야 한다.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1774)이나 도스토옙스키의 장편소설 ‘가난한 사람들’(1946) 등은 편지문학의 대표작이랄 수 있겠다. 편지작가인 고흐가 전하고 싶었던 것은 ‘뿌리 깊은 고뇌’였다. 영어로는 6권, 일본어로는 3권짜리 고흐 서간문 전집이 있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말로 고흐 편지 전체가 번역된 적은 없다.●고흐가 본 시엔 한 통계를 보면 미술관에 걸린 누드화의 85%가 여성 누드라고 한다. 누드를 주문하는 자도 남자요, 그림을 그리고 만든 이도 남자였다. 천사처럼 성스러운 존재만을 누드로 그렸던 미술사를 에두아르 마네가 ‘풀밭 위의 점심식사’(1863)를 그려 흔들어 놓았다. 벌거벗은 여성 곁에서 넥타이에 정장을 갖춘 두 사내가 편안히 정담을 나누는 상황은 황당하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누드의 여성은 그림 밖의 관람자를 태연하게 응시한다. 마네의 ‘올랭피아’(1865)는 더 도발적이다. 흑인 여성을 배경으로 하는 백인 여성의 흰 살은 조금은 외설적이다. 슬리퍼, 보석, 머리의 꽃 장식을 보자. 흑인 하녀가 든 향기로운 꽃다발은 누가 선물로 보냈을까. 고흐도 누드를 그렸다. 다만 고민 없이 혹은 그림을 팔려는 의도에서 그린 누드와 다르다. 고흐는 여성의 성적인 육체보다는 여성이 견딘 ‘뿌리 깊은 고뇌’를 그리려 했다. 고흐의 편지를 읽으면, 여성을 대하는 그를 화가로서뿐만 아니라 작가로서도 충분히 평가할 수밖에 없다. “지난겨울, 임신한 여인을 알게 되었어. 남자에게 버림받은 데다 그 남자의 아이를 배고 있었지. 겨울에 길을 헤매는 임신한 여자가 빵을 얻으려면 어떻게 했을지 너는 알겠지. 나는 그녀를 모델로 삼아 겨울 내내 그녀와 함께 일했어. 나는 그녀에게 모델료를 충분히 주지 못했지만 그래도 방세는 내 주었어. 그리고 다행히도 빵을 그녀에게 나누어 주어 그녀와 아기를 굶주림과 추위로부터 지켜주었어. … 그녀와 결혼하는 것보다 좋은 일이 있을까? 결혼은 그녀를 구제하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야. 그렇지 않으면 그녀는 다시 가난해지고, 과거의 구렁텅이로 내몰리는 생활로 돌아가야 해.”(1882년 5월 3~12일)매독에 걸린 채 임신해 있고, 딸까지 데리고 있는 세 살 연상 매춘부 시엔과 고흐는 1년 넘게 함께 살았다. 그녀 때문에 목사인 아버지는 고흐에게 다시는 오지 말라고 야단쳤다. 친척이자 존경하던 스승이었던 안톤 모베도 인연을 끊었다. 시엔을 모델로 그린 ‘슬픔’(1882)에서 고흐의 ‘뿌리 깊은 고뇌’를 만날 수 있다. 우키요에(일본 에도시대 화풍)의 영향을 받았으나 외설적이거나 에로틱한 면이 없다. 오히려 힘없이 헝클어진 머리카락, 볼품없이 나온 뱃살이 지저분하고 추한 느낌마저 든다. 앞서 본 마네의 여인들은 팽팽한 곡선, 탐스러운 머리칼, 풍요한 젖가슴을 갖고 있지만, ‘슬픔’에 앉아 있는 시엔은 전혀 반대다. 모든 것을 잃었다는 박탈감을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다. 고흐는 37년을 살면서 많은 그림을 그렸지만 ‘슬픔’은 고흐 개인사를 넘어 여성의 누드를 ‘슬픔’으로 보는 전복적인 작품이었다. “내가 지금까지 그린 것 중 최고”라고 고흐는 동생 테오에게 말했다. “나 같은 사람은 정말이지 아파서는 안 된다. …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그림을 그리고 싶으니까. ‘슬픔’은 그 작은 시작이다.”(1882년 7월 21일) 그가 편지에서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그림을 그리고 싶”은 바람을 뚜렷하게 나타낸다. 시엔은 60여점의 데생과 수채화를 위한 모델에 지나지 않았을지 모르나, 시엔을 그린 ‘슬픔’은 여성을 보는 전혀 다른 세계를 제시했다.●감자 먹는 사람들… 빈자의 성찬식 솔직히 이 작품을 처음 봤을 때 어두컴컴하고 지저분한 느낌 외에 달리 감흥은 없었다. 이상하게도 보면 볼수록 그 분위기에 점점 빠져들어 갔다. 집안은 온통 어둡고 감자가 놓인 테이블에만 빛이 모여 있다. 초라한 식탁에 등만 보이는 소녀 앞에 찐 감자의 김이 금빛으로 오르고 있다. 당시 유럽에서 감자는 가난한 사람들의 주식이었다. 왼편에 그려진 광대뼈가 나온 사내는 거칠게 살아온 황소를 닮았다. 고흐는 왼쪽 사내의 손을 가장 공들여 그렸다고 편지에 썼다. “나는 램프 불빛 아래에서 감자를 먹고 있는 사람들이 접시로 내밀고 있는 손, 자신을 닮은 바로 그 손으로 땅을 팠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 주려고 했다. 그 손은, 손으로 하는 노동과 정직하게 노력해서 얻은 식사를 암시하고 있다. … 언젠가는 ‘감자 먹는 사람들’이 진정한 농촌 그림이라는 평가를 받을 것이다.”(1885년 4월 30일 편지) 이 작품을 위해 고흐는 고향 누에넨에서 겨울을 보내며 농부들의 초상화 40여점을 그렸다. 고흐는 이 작품을 오랜 친구인 반 라파르트에게도 석판화로 보냈다. 걸작을 제작했다는 확신 때문에 고흐는 라파르트의 부정적인 반응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라파르트는 ‘감자 먹는 사람들’이 예술의 규범을 모두 훼손했다고 생각했다. 굴하지 않고 고흐는 이 작품을 자신이 그린 그림 중에 가장 독창적이고 뛰어난 작품이라고 테오에게 편지를 보냈다. “나는 ‘감자 먹는 사람들’이 아주 좋은 작품이 되리라 믿는다. … 너도 이 그림이 독창적이라는 걸 확실하게 알게 될 것이다.”(1885년 4월 30일) 인도 콜카타에서 태어난 가야트리 스피박 교수는 돈도 없고 배운 것이 없어 자신들의 아픔을 표현할 줄 모르는 이들을 하위주체, 즉 서벌턴(Subaltern)이라고 명명했다. 이들은 왜 말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을까. 스피박 교수는 구조적 문제에 주목하라고 요구한다. 고흐의 그림은 스피박의 서벌턴 이론에 호응한다. 고흐의 ‘슬픔’에 나오는 창녀 시엔이나 ‘감자 먹는 사람들’에 나오는 가난한 가족은 누구에게도 주목받지 못하는 서벌턴들이다. 탄광 지역 보리나주에서 썼던 그의 편지를 읽으면 빈자에 대한 심려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예수 그리스도는 괴로운 생활을 보내는 노동자에게 힘을 주고 위로하며 계몽할 수 있는 주님이기 때문이라고. 왜냐하면 그 자신이야말로 우리의 병을 안 위대한 슬픔의 사람이고, 그가 신의 아들이기는 하지만 목수의 아들로 불린 존재이며, 병든 영혼을 치료하는 주님이기 때문이라고.”(1878년 12월 26일) 고흐의 편지를 읽는 독자나 그림을 보는 관객은 잠시라도 그가 제시한 슬픔과 가난을 만드는 메커니즘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의 편지와 그림이 따스한 이유는 낮고 천하고 볼품없고 쓸데없는 것들을 ‘보는’ 그의 시선이 우리를 따뜻하게 하기 때문일 것이다. 쓸쓸하고 낮은 것과 같이하려는 시선에서 ‘편지작가’ 고흐는 탄생했다. 시인·숙명여대 교수
  • 호주 퍼스~런던 히드로 17시간 논스톱 취항 “71년 전에는 나흘 걸렸는데”

    호주 퍼스~런던 히드로 17시간 논스톱 취항 “71년 전에는 나흘 걸렸는데”

    1947년에 이 도시에서 저 도시로 가려면 나흘 동안 여섯 번이나 비행기를 갈아 타야 했다. 싱가포르와 인도 콜카타, 파키스탄 카라치와 리비아 트리폴리를 경유했다면 어느 도시들인지 짐작할 수 있겠는가? 그렇다. 호주 시드니와 영국 런던 얘기다. 시드니에서 싱가포르로 가려면 먼저 자국의 퍼스에 한 번 기착해야 했다. 콴타스항공의 QF9 편이 24일 오후 6시 49분(이하 현지시간) 퍼스를 이륙한 지 17시간 만에 1만 4498㎞를 날아 런던 히드로공항에 착륙해 역사적인 논스톱 취항에 성공했다고 BBC가 전했다. 보잉 747의 연료 효율을 두 배 향상시킨 787-9 드림라이너에 200명 이상의 승객과 16명의 승무원을 태우고 무사히 비행을 마쳤다. 앨런 조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취항에 앞서 열린 행사 도중 “판도를 바꾸게 될 것”이라면서 71년 전에 “캥거루 루트”로 불리며 두 대륙을 처음 연결했을 때는 나흘 걸렸던 시간을 현저히 단축했다고 자랑했다. 서호주 주정부는 이번 취항으로 유럽의 더 많은 여행객이 퍼스를 찾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17시간 이어지는 비행 도중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내 공급되는 공기의 질을 개선하고 객실의 소음도 최소화했다. 일부 탑승객들은 수면 습관이나 생리 패턴들을 시드니 대학 연구진과 함께 조사한 뒤 관련 데이터를 항공사에 제출했다. 또 정신상태나 식습관, 탈수 정도를 파악할 수 있도록 센서나 모니터링 장비 등을 몸에 달았다. 그렇다고 이번 노선이 세계에서 가장 긴 논스톱 취항 노선은 아니다. 국제항공수송협회(IATA)에 따르면 이번 취항은 카타르 항공이 운행하는 미국 오클랜드와 도하까지의 1만 4529㎞에 이어 두 번째로 긴 노선이다. 하지만 AFP통신은 세 번째 긴 노선이라고 다른 주장을 전했다. 아울러 에미레이트 항공과 미국의 유나이티드 항공도 1만 4000㎞가 넘는 논스톱 노선들이 있다고 방송은 전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포토] 아름다운 무용수들의 화려한 퍼포먼스

    [포토] 아름다운 무용수들의 화려한 퍼포먼스

    12일(현지시간) 인도 동부의 콜카타에서 열린 중국 춘절 기념행사를 앞두고 중국 무용수들이 ‘봄 축제’라는 춤을 추고 있다. 사진 EPA 연합뉴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마이클 에시앙의 동상 자랑질, 볼썽 사나운 동상 WORST 8

    마이클 에시앙의 동상 자랑질, 볼썽 사나운 동상 WORST 8

    생존하는 인물의 동상을 세우는 일은 아니다 싶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런데도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 멀쩡히 살아 숨쉬는 축구 선수 등의 동상이 세워지고 있다. 가나 출신으로 잉글랜드 프로축구 첼시에서 뛰었던 마이클 에시앙의 동상을 보라. 새해 벽두 그가 태어난 쿠마시에 세워졌는데 그는 무척이나 자랑스러운지 사진을 리트윗하느라 바쁘다고 영국 BBC가 4일(현지시간) 전했다.물론 의례적으로 축하한다는 인사를 건네는 이들도 있지만 대놓고 비웃는 이도 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 동상을 보고 미쳤다고 욕을 퍼부었는데 에시앙은 거의 눈뜬 장님이라고 비아냥대는 트윗도 있다. 이 동상이 사람들의 눈에 거슬러 보이는 건 상체가 지나치게 부각돼 오히려 축구 선수에게 중요한 하체가 우스꽝스러워 보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왜 하필 이런 동작을 묘사했는지도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하고 얼굴도 지나치게 각지게 만들었다.지난달 인도 콜카타에 들어선 디에고 마라도나의 동상은 또 어떤가? 1986년 월드컵 우승으로 아르헨티나를 이끌었던 젊은 디에고를 형상화한다며 엄청 풍성한 머리숱을 꾸몄다. 어떤 이는 디에고가 아니라 로이 호지슨 크리스털팰리스 감독을 더 닮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미국프로농구(NBA) 보스턴의 레전드 래리 버드와 비슷하다는 이도 있다.호날두 동상은 지난해 3월 포르투갈 마데이라 섬의 고향 마을 푼찰에 세웠는데 호날두를 전혀 닮지 않고 아일랜드 출신으로 선덜랜드 구단을 한때 소유했던 니알 퀸을 더 닮았다는 지청구를 들었다. 하지만 제작자 에마뉘엘 산토스는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리스인과 트로이인을 모두 만족시키긴 어렵다. 예수님이라 해도 모든 이를 만족시킬 수 없다. 내 작업이 만들어낼 임팩트가 중요할 뿐”이라고 대꾸했다.다음으로는 사우샘프턴의 홈 구장인 세인트 매리 스타디움 앞에 세워진 테드 베이츠 동상이다. 50년 동안 선수와 코치, 감독으로 헌신하다 2003년 세상을 떠난 베이츠를 기리기 위한 것이었는데 10만 2000파운드를 들였는데도 전혀 닮지 않고 신체 비율도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다고 팬들이 분노하는 바람에 일주일도 안돼 폐기됐다. 1년 뒤 다시 제대로 만들어 세워졌다.테니스 스타 앤디 머리도 2011년 상하이 마스터스에 출전했다가 앞에 세워진 찰흙 동상 앞에서 포즈까지 취했다. 그는 우승했지만 나중에 그 동상을 어떻게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콜롬비아 산타 마르타의 에두아르도 산토스 스타디움 앞에 2002년 세워진 카를로스 발데라마의 동상도 빼놓을 수 없다. 엄청난 크기의 청동상은 위압감마저 안겨 볼썽사나답다는 입길에 올랐다.핀란드 육상 장거리 주자인 파보 누르미는 1923년 1마일과 5000m, 1만m 세계기록을 동시에 경신했던 최전성기 모습을 담고 있다. 헬싱키 올림픽 스타디움 앞에 세워졌는데 거의 나체로 보여 입방아에 올랐다.팝 황제 마이클 잭슨의 동상이 왜 잉글랜드 프로축구 풀럼의 홈 구장인 런던 크레이븐 코티지 앞에 세워졌는지는 의아스럽기만 하다. 전 구단주 모하메드 알파예드가 2011년 230㎝ 크기로 제작했다. 그는 잭슨이 풀럼의 팬이었다며 철거하라는 압력에 굴하지 않았다. 그 뒤 샤히드 칸이 구단을 인수하자마자 2013년 철거했다. 알파예드는 이듬해 풀럼이 프리미어리그에서 강등되자 동상을 철거한 탓으로 돌렸다. 알파예드는 “처음에 칸이 동상을 없애자고 했을 때 미쳤냐고 쏘아줬다. 그런데 나중에 강등되고 나니 다시 세울 수 있느냐고 내게 물어와 어림 없다고 다시 한 번 쏘아줬다”고 털어놓았다. 현재 국립축구박물관에 소장 중이며 그래서일까, 풀럼은 여전히 챔피언십을 전전하고 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40대 전 조기 탈모·흰머리, 심장병 위험 커”(연구)

    “40대 전 조기 탈모·흰머리, 심장병 위험 커”(연구)

    40대 전에 조기 탈모나 흰머리가 생긴 남성은 심장병 위험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인도 구자랏의대 심장전문병원 연구진이 40세 이하 남성 206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통해 위와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고 30일 인도 콜카타에서 열린 제69회 인도심장학회(CSI) 연례학술회의에서 발표했다. 연구진은 관상동맥질환을 앓고 있는 남성 환자 790명과 같은 연령대의 건강한 남성 1270명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40대 전에 조기 탈모나 흰머리가 생긴 남성들은 건강한 이들보다 심장 문제를 앓을 가능성이 5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비만일 경우 조기에 심장 질환에 걸릴 위험은 4배 높았다. 즉 탈모나 흰머리가 비만보다 심장 문제의 더 큰 위험 요인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이번 결과는 조기 탈모와 흰머리가 신체의 노화 속도가 빠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적신호일 수 있다”면서 “어떤 사람들은 생물학적인 나이가 실제 나이보다 많다”고 말했다. 조기 노화는 DNA가 약해지면서 신체의 세포들이 손상돼 발생한다. 이런 과정에서 심장에 무리가 갈 뿐만 아니라 모낭에 영향을 줘 탈모나 흰머리가 생길 수 있다. 연구를 이끈 사친 파틸 박사는 “젊은 남성들에게서 관상동맥질환 위험이 커지고 있지만, 기존 위험 요인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면서 “조기 탈모나 흰머리는 실제 나이와 무관하게 혈관 나이와 상관관계가 있어 관상동맥질환의 위험 요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의 알런 휴스 교수는 “흰머리와 심장질환 위험 사이의 연관성은 이전에도 관찰됐지만, 아직 인과관계가 입증되지는 않았다”면서 “그런데도 흰머리는 멜라닌 세포 줄기세포의 재생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므로 사람들은 노화와 관련한 DNA 손상의 지표가 될 수 있다고 추측한다”고 말했다. 또한 “모낭은 테스토스테론 등 남성 호르몬의 표적이므로 조기 남성형 탈모는 심장질환 위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남성 호르몬 반응의 차이를 반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 Petrik / Fotolia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마흔 전에 머리 세거나 탈모 심해지면 심장병?

    마흔 전에 머리 세거나 탈모 심해지면 심장병?

    남성들이 중년이 되면 20~30대 때와는 달리 아침마다 뭉텅 뭉텅 빠지는 머리카락을 보며 대머리가 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 커진다.그런데 마흔 전에 머리가 하얗게 세거나 대머리가 나타나면 심장병의 전조증상일 수 있다는 충격적인 연구결과가 나왔다. 인도 심장병 연구센터 카말 샤르마 박사팀은 관상동맥 질환이 있는 40세 이하 남성 790명과 같은 연령대 건강한 남성 127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1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지난달 인도 콜카타에서 열린 ‘제69차 인도 심장병학회 연례회의’에서 발표됐다. 연구진은 탈모나 새치의 정도와 함께 관상동맥 조영술, 심장 초음파, 심전도, 혈액검사를 통한 심장 건강평가를 한 뒤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그 결과 남성형 탈모는 관상동맥 질환 위험을 5.6배, 센 머리는 5.3배 높이는 것으로 분석됐고, 비만은 관상동맥 질환 위험을 4배 높인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특히 관상동맥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 절반에 가까운 49%가 대머리였던데 반해 정상인들은 27%만 대머리였다. 또 관상동맥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절반인 50%가 머리가 하얗게 센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마흔 이전에 센 머리와 남성형 탈모가 나타나는 것은 실제 연령과는 무관한 혈관의 생물학적 나이와 연관돼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설명했다. 혈관이 노화되기 때문에 관상동맥 질환을 쉽게 유발시킨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 대해 다수의 연구자들은 “이번 연구결과가 실제로 일반적인 현상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여러 인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가 필요하다”며 “그 전까지는 연관성이 있다는 정도이지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김선자의 신화로 문화읽기] 쓸모없는 나무는 없다-벵골보리수 이야기

    [김선자의 신화로 문화읽기] 쓸모없는 나무는 없다-벵골보리수 이야기

    캄보디아 앙코르와트를 더욱 멋진 곳으로 만들어 주는 나무가 있다. 기이하게 생긴 벵골보리수라는 그 나무는 오래된 유적지에 고색창연한 빛깔을 더해 준다. ‘반얀트리’라고도 불리는 그 나무는 인도를 비롯해 동남아시아, 중국 남부 지역과 대만에 이르기까지 따뜻하고 비가 많이 내리는 곳에 무성하게 자란다. 인도 콜카타에는 ‘그레이트 반얀트리’가 자라는데, 멀리서 보면 거대한 숲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가서 보면 그것이 한 그루의 나무인 것을 발견하게 된다. 중국에서는 그 나무를 ‘룽수’(榕樹)라고 부른다. 인도의 반얀트리에 비하면 좀 작지만 한 그루가 숲을 이루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래서 현지에서는 그런 룽수를 ‘독목성림’(獨木成林) 혹은 ‘독수성림’(獨樹成林)이라 한다. “나무 한 그루가 숲을 이룬다”라는 뜻이다. 중국 남부 푸젠(福建)성의 중심 도시인 푸저우(福州)도 ‘룽수의 도시(榕城)’로 불릴 정도이며, 광시좡족자치구를 비롯해 구이저우성 동남부에 이르기까지 물이 흐르는 시골 마을 어디에나 커다란 룽수가 자란다. 요즘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가는 대만 거리에서도 긴 수염을 땅바닥에 늘어뜨린 룽수가 곳곳에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아열대 지역 사람들에게 룽수는 고향의 따뜻한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나무다. 룽수는 어느 정도 자라면 가지에서 수염처럼 가느다란 뿌리가 생겨나 땅바닥을 향해 내려간다. 이를 가리켜 ‘기근’(氣根)이라 하는데, 우리말로 옮기면 ‘공기를 품고 있는 뿌리’ 정도가 되겠다. 수십 개에서 수백 개의 뿌리가 내려와 바람에 휘날리는 모습이 마치 폭포수가 쏟아져 내리는 듯해 ‘나무폭포’라고도 불린다. 그렇게 땅바닥을 향해 내려온 수염들이 땅에 굳건하게 뿌리를 내리면서 큰 나무를 든든하게 받쳐 주는 작은 줄기들이 된다. 그렇게 수백 년 자라다 보면 한 그루의 나무가 거대한 숲이 되는 것이다. 더운 지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일을 하다 힘이 들면 그 나무 아래 큰 그늘로 들어가 바람을 쐬며 땀을 식힌다. 노인들은 아이들에게 조상이 어떤 과정을 거쳐 이곳까지 와서 살게 됐는지를 이야기해 준다. 어른들의 무릎을 베고 누운 아이들은 세상과 인간의 시작에 관한 신화, 민족 이주의 역사를 들으며 가물가물 잠이 든다. 그들의 신화 속에서는 달 속에 계수나무가 아닌 룽수가 서 있다. 그런 따뜻한 기억들이 아이들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이고, 그것은 성장해서 도시로 떠난 아이들이 고향을 잊지 않게 해 주는 힘이 된다. 아무리 경제개발이 중요하다고 해도 고향 마을 물가에 서 있는 오래된 룽수만은 베어내지 못하게 하는 ‘집단지성’의 힘이 되기도 한다. 룽수는 뽕나무과에 속해 나무의 질이 무르다. 단단하지 못해 건축 자재로 쓰이지 못한다. 경제적 가치로만 따지면 룽수는 사람에게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주는 나무가 아니다. 하지만 나무 한 그루가 만들어 낸 무성한 잎과 가지 사이로 수많은 새들과 벌들이 날아온다. 새와 벌들이 깃들여 사는 그 나무는 그들의 집이 되고, 룽수 열매를 먹으며 그곳에 깃들인 새와 벌들은 인간을 위해 수많은 날갯짓을 하며 꽃가루를 옮겨 준다. 베어내어 목재로 팔 수 있는 단단한 나무들만이 쓸모 있는 나무는 아니다. 한 몸에서 수천 개의 뿌리가 나오고 다시 그것을 줄기로 삼아 거대하게 자라난 나무가 만들어 내는 큰 숲은 어머니 품처럼 사람들을 보듬어 준다. 그런 큰 나무 그늘 아래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저절로 넉넉한 마음을 갖게 된다. 사람은 물론이고 새와 벌까지 모두 품어 주는 그 나무는 그래서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소중한 가치를 지닌 나무가 된다. 세상 모든 것이 돈으로만 가치를 매길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중국 남부 지역 시골 마을 물가의 커다란 룽수들이 보여 주고 있다. 우리의 도시에도 그런 ‘쓸모없듯 쓸모 있는’ 나무들이 많아진다면, 단언컨대 우리의 어두운 얼굴은 초록색 반얀트리처럼 빛나리라.
  • 트럼프家 또 이해 충돌

    아들은 인도서 주택 사업 확장 미국 정부가 다음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기간 중 인도를 내세운 새로운 아시아 정책 구상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가 인도에서 대규모 부동산 프로젝트 2개를 시작해 비판을 받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지난 28일 “미국의 새로운 아시아 정책은 인도를 첨단 전투기 등으로 무장, 중국을 군사적으로 견제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미 중앙정보국(CIA) 중국분석관과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을 지낸 데니스 와일더 조지워싱턴대 교수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와일더 교수는 “이를 위해 미 정부가 인도에 첨단 전투기 등을 제공하고 새로운 동반자 관계를 맺는 방안을 제의할 것”이라면서 “미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기간에 새로운 아시아 정책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 정부는 남아시아 지역 국가인 인도를 동아시아와 태평양 지역으로 끌어들이기를 원하고 있다”면서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개념이 미국의 아시아 정책 캐치프레이즈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정부의 친(親)인도 정책이 급물살을 타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 회사인 ‘트럼프 오거니제이션’이 수주 내에 인도 콜카타에서 트럼프타워 건설과 수도 뉴델리의 아파트 건설 등 2개의 대규모 부동산 프로젝트를 시작할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 등이 이날 전했다. 트럼프 오거니제이션은 인도의 고급 주택가 시장이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는데도 현재 5개의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WP는 이번 사업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에 결정된 것이지만, 대통령 아들이 진행한다는 점에서 ‘이익 충돌’ 우려가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잠재적 이해충돌 문제가 계속 지적되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일가는 자신들만의 제국 부흥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박호근 서울시의원 인도 콜카타서 의료봉사활동 펼쳐

    박호근 서울시의원 인도 콜카타서 의료봉사활동 펼쳐

    서울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 박호근 의원(더불어민주당, 강동4)은 지난 7월 29일부터 8월 5일까지 8일간의 일정으로 인도 콜카타 지역 일대에서 의료봉사활동을 펼쳤다.박호근 의원은 평소 활동해오던 오륜교회의 의사, 간호사, 그 외 일반인 등을 포함한 총 44명과 함께 인도로 의료봉사활동을 다녀왔다고 밝혔다. 의료봉사단에는 내과, 치과, 안과, 정형외과, 이비인후과 등 전문 의료진이 대거 참여했고, 의료장비와 약품을 공수하는 일이 어려웠지만 의료봉사단은 한 명의 환자라도 더 보살피기 위해 8일간의 짧은 일정동안 열심히 진료에 매진했으며, 약 1,300명의 환자를 진료했다. 박호근 의원은 “어릴 적 외국인 간호사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던 감사한 기억이 있다”며, “이번 봉사활동은 늦었지만 그 빚을 조금이라도 갚고자 동행하게 되었다”고 의료봉사활동에 참여하게 된 동기를 언급했다. 그 밖에 의료봉사단은 현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위생 교육을 실시함과 동시에 다양한 문화활동을 진행했으며, 이에 현지 주민들은 봉사단에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끝으로 박호근 의원은 “인도에서의 의료봉사활동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었던 감동적인 순간이었다”고 말하며, “앞으로 국내에서도 이러한 봉사의 기회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인도에서의 의료봉사활동 소회를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안양시 5개 기업체, 2017 라스베이거스 보안기기 전시회 참여

    안양시 5개 기업체, 2017 라스베이거스 보안기기 전시회 참여

    경기도의 각 지자체가 중국시장을 탈피 수출시장 다변화를 꾀하고 있는 가운데 경기 안양시 기업체가 인도에 이어 미국시장 진출 발판을 마련했다. 시는 글로벌 시장 확대와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2017 라스베이거스 보안기기 전시회(ISC WEST)에 안양관을 마련 5개 기업의 참여를 지원했다고 12일 밝혔다 지난 5일부터 3일간 열린 전시회에 5개 기업은 폐쇄회로(CC)TV, 센서기반 보안장치, 보안 LCD 등의 보안기기를 전시했다. 폐쇄회로TV 전문기업 아이앤아이는 이탈리아 보안전문 업체 CIAS와 경제교류와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해외 판로 개척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지구 위치측정 체계(GPS) 기반 차량관제 솔루션을 전시한 ㈜루프는 이탈리아 기업 CM 인터내셔날에 샘플판매를 했다.  또 보안 LCD를 전시한 오디하이텍은 현장 샘플판매를 통해 5만불 상당의 제품 구매제의를 받았다. 이외에도 ㈜이오씨와 그린텔(주) 또한 폐쇄회로(CC)TV 및 보안영상 개선기 등의 제품시연을 통해 미국 현지 바이어들의 좋은 반응을 이끌어 냈다.  앞서 이필운 시장, 기업인 등 26명으로 구성된 인도시장개척단은 지난달 인도 뉴델리와 콜카타를 방문를 5600만달러의 수출계약과 조인트 벤처 계약을 체결했다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 안양시 인도시장개척단 현지서 5600만달러 수출계약 등 성과

    안양시 인도시장개척단 현지서 5600만달러 수출계약 등 성과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사드) 한반도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 보복으로 각 지자체가 수출시장의 다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이 가운데 경기 안양시는 인도시장개척단이 현지를 방문해 5600만달러의 수출계약과 조인트 벤처 계약을 체결했다고 30일 밝혔다. 이필운 시장과 관계자, 기업인 등 26명으로 구성된 인도시장개척단은 지난 26일 6박 8일 일정으로 뉴델리와 콜카타를 방문하기 위해 출국했다.  인도시장개척단은 지난 28일 테크놀로지델리대학에서 50여개 인도 기업체들과 비즈니스 상담회를 개최해 스마트키를 생산하는 안양시의 A사는 인도 산디하르 그룹과 3600만달러의 조인트 벤처 계약을 체결했다. 항균비누 등을 생산하는 ㈜미즈코리아는 인도 뉴델리 샤이닝스타 그룹과 2000만달러의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또 영상·음향기기 제조회사 ㈜아바비젼은 인도 레비아 테크놀로지그룹과 제품공급 및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1만달러의 샘플 제품을 판매했다. 앞서 지난 27일에는 인도의 산다하르 그룹을 방문해 회장을 면담하고, 기업시설의 탐방과 상호간 경제교류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또 코트라 뉴델리 무역관을 방문 우리나라 기업체의 인도진출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를 했다. 안양시 인도시장개척단은 인도 콜카타 한인회를 방문하고 상공회의소간 양해각서 체결을 통해 경제협력 및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등 남은 일정을 소화할 계획이다.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 현지 방문중인 안양시 인도시장개척단 5600만달러 수출계약 등 성과

    현지 방문중인 안양시 인도시장개척단 5600만달러 수출계약 등 성과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사드) 한반도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 보복으로 각 지자체가 수출시장의 다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이 가운데 경기 안양시는 인도시장개척단이 현지를 방문해 5600만달러의 수출계약과 조인트 벤처 계약을 체결했다고 30일 밝혔다. 이필운 시장과 관계자, 기업인 등 26명으로 구성된 인도시장개척단은 지난 26일 6박 8일 일정으로 뉴델리와 콜카타를 방문하기 위해 출국했다.   인도시장개척단은 지난 28일 테크놀로지델리대학에서 50여개 인도 기업체들과 비즈니스 상담회를 개최해 스마트키를 생산하는 안양시의 A사는 인도 산디하르 그룹과 3600만달러의 조인트 벤처 계약을 체결했다. 항균비누 등을 생산하는 ㈜미즈코리아도 인도 뉴델리 샤이닝스타 그룹과 2000만달러의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또 영상·음향기기 제조회사 ㈜아바비젼은 인도 레비아 테크놀로지그룹과 제품공급 및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1만달러의 샘플 제품을 판매했다.  앞서 시장개척단은 지난 27일 인도의 산다하르 그룹을 방문해 회장을 면담하고, 기업시설의 탐방과 상호간 경제교류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또 코트라 뉴델리 무역관을 방문 우리나라 기업체의 인도진출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 했다. 안양시 인도시장개척단은 인도 콜카타 한인회를 방문하고 상공회의소간 양해각서 체결을 통해 경제협력 및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등 남은 일정을 소화할 계획이다.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 ‘진짜로’ 목숨 걸고 출퇴근하는 방글라데시 사람들

    ‘진짜로’ 목숨 걸고 출퇴근하는 방글라데시 사람들

    세계 어느 나라의 직장인들이건 출퇴근 시간의 혼잡은 심각함 그 자체다. 하지만 방글라데시의 출퇴근길 사진들을 보면 잠시 불평을 접어둘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1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더썬은 사람들로 초만원을 이룬 열차에서 빈 공간을 찾기 위해 열차 위로 기어 오르다시피 하는 방글라데시 통근자들의 일상을 공개했다. 열차 내부에는 더 이상 수용 가능한 좌석이 없어서 약 2000명의 사람들이 열차 꼭대기로 기어 오른다. 특히나 바쁜 시간에는 열차 양 옆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리기도 한다.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의 열차들은 산처럼 쌓인 사람들로 인해 거의 움직일 수 없는 상태에 다다라서 27마일(43.5km)의 속도로 천천히 나아갈 정도다. 항구도시 콜카타를 연결하는 기차에선 요금을 낼 수 없는 빈곤층들이 일을 하러 가기 위해 기차 위에 위험천만하게 몸을 싣는데 이때 목숨을 잃는 사람이 많다. 이들은 정말 목숨을 걸고 출근하는 셈이다.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자 유수프 터셔는 "놀라운 광경"이라며 "열차안에서 자리를 차지하는데 실패한 사람들은 결국 열차 맨 위로 올라가거나 열차 앞, 측면에 매달린다. 그래야 그들이 직장이나 집으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사진=더썬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金 암살 연루자 최소 10명… 리정철 ‘독극물 제조역’ 관측”

    “金 암살 연루자 최소 10명… 리정철 ‘독극물 제조역’ 관측”

    “검거된 여성 2명은 행동책 일부…도주한 北국적자 3명은 지원책…범행 시킨 주동자는 따로 있다” 독극물 종류·살해 동기 결론 못 내 김정남 암살 사건은 최소 10명이 가담한 암살단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누르 라시드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경찰청 부청장은 19일 개최한 중간 수사 결과 발표에서 “이미 검거된 두 여성은 ‘암살단’의 일부에 불과하고 범행을 시킨 주동자는 따로 있었다”면서 “지금까지 파악된 사건 연루자는 10명이고 여성 두 명을 제외하면 모두 북한인임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북한의 연계를 강력하게 시사했다.경찰은 암살의 주도적인 그룹은 공항에 있던 리정철(47)을 포함한 5명 중 리정철을 제외한 4명의 남성 용의자이고 이미 검거된 2명의 여성 용의자는 행동책, 달아난 리지우(30) 등 북한 국적자 3명은 지원책으로 파악하고 있다. 따라서 최소 10명이 역할을 분담하며 조직적으로 이번 암살을 실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쿠알라룸푸르 2청사 범행 현장 가까이에서 여성들의 범행을 지켜보고 있었던 남성 4명은 모두 북한 국적자다. 경찰 당국은 이번 암살의 배후이며 사건의 결정적인 ‘키’를 쥐고 있는 이들을 리지현(33)·홍송학(34)·오종길(55)·리재남(57) 등으로 확인했다. 암살을 주도한 것으로 보이는 이들은 사건 직후 공항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비행기로 말레이시아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브라힘 부청장은 “수사가 진행 중이라 이들이 어디로 갔는지는 밝힐 수 없지만 떠난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또 북한에서 약학과 과학을 전공하고 2011년 인도 콜카타에 있는 연구소에서 일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리정철은 ‘독극물 제조역’이 아니었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리지우와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사진만 공개된 북한인 2명도 사건과 연루된 지원책으로 보고 추적 중이라고 했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사건의 배후로 북한을 명확히 지목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브라힘 부청장은 사건의 배후가 북한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남성) 용의자들이 모두 북한 국적”이라고 말해 북한의 배후설을 사실상 인정했다. 또 말레이시아 경찰이 김정남 시신 인도의 ‘유가족 우선권’ 방침을 밝히면서 북한과 김정남 유가족 간의 신경전은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됐다. 이브라힘 부청장은 “가까운 유가족에게 시신 인도의 우선권이 있다”는 원칙을 밝혔다. 다만 시신을 받으려면 유가족이 직접 말레이시아를 찾아야 한다는 단서를 달며 2주간의 시한을 제시했다. 다음은 이날 중간 수사 결과 기자회견에서 이뤄진 이브라힘 부청장과의 일문일답. →이번 암살을 북한의 소행으로 볼 수 있나. -(달아난) 용의자 4명이 모두 북한에서 왔다. 북한 국적을 가지고 있다. →도주 용의자들이 어디로 갔는지 파악됐나. -그들은 범행 직후 모두 말레이시아를 떠났다. 어디로 갔는지는 밝힐 수 없다. →살해 동기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우리의 관심은 왜 이들이 말레이시아에서 범행을 저질렀는가이다. 우리 일은 증거를 모으고 범인들을 재판에 넘기는 것이다. →달아난 용의자들을 추적할 방법은. -인터폴 등에 국제공조를 요청할 것이다. 특정 국가에 협조를 요청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나머지 용의자를 찾기 위해 모든 자원과 수단을 동원할 것이다. →사망자의 신원이 김정남으로 확인됐나. -소지하고 있던 여권에 김철이라고 적혀 있었다. 물리적이고 과학적인 신원 확인 과정이 필요하다. 오늘까지도 DNA를 확인할 수 있는 가족이 나타나지 않았다. →사인은 나왔나. -아직 부검 보고서가 완료되지 않아 받지 못했다. 사인 규명을 위한 독성검사가 끝나면 사인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시신은 누구에게 인도하나. -아내나 딸, 아들 등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 인도된다. 시신을 인도받는 가족의 신원이 확인돼야 한다. 과학적 증거가 필요하고 법적으로도 가족임이 증명돼야 한다. →북측은 이번 사건이 말레이시아와의 양국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들이 뭐라 말하든 말레이시아 법은 의심스러운 모든 사망 사건을 반드시 수사한다. 그들이 어떤 언급을 하더라도 우리는 우리 절차에 따라 진행할 것이다. 쿠알라룸푸르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서울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김정남 암살 용의자 5명 북한 국적

    김정남 암살 용의자 5명 북한 국적

    “男 4명 출국… 다른 3명 추적 중 사인 독극물·시신 인도 가족 우선” 교도 “4명 모두 17일 평양 도착”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암살 사건을 수사 중인 말레이시아 경찰은 리정철(47) 등 최소 5명의 북한 국적 용의자가 김정남 암살과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누르 라시드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경찰청 부청장은 19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고 “리씨를 제외한 4명은 모두 범행 직후인 13일 말레이시아를 떠났다”며 “이 밖에도 리지우(30·일명 제임스) 등 북한인 3명 역시 이번 사건의 단순 연루자로 파악돼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이 파악한 북한 국적 용의자는 체포된 리정철 외에 홍송학(34), 리지현(33), 오종길(55), 리재남(57) 등 4명이다. 그는 이들이 출국한 국가를 밝히지 않은 채 “인터폴은 물론 각국과 협력해 신병을 확보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경찰은 지난 17일 쿠알라룸푸르 인근 아파트에 숨어 있던 리정철을 체포했다. 리정철은 2010년쯤부터 1년여간 인도 동부 콜카타의 연구소에서 일한 적이 있으며 이후 북한으로 돌아갔다가 말레이시아에 있는 제약회사에 취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남 암살 사건 이후 북한 국적자가 경찰에 체포된 것은 처음으로 이들이 북한의 정찰총국 소속 공작원인지, 고용된 청부업자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브라힘 부청장은 이들 4명이 북한 정부 소속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현지 언론은 리정철이 정찰총국 소속 요원이며 그가 머물던 가옥은 2011년부터 북한 정보요원의 안전가옥으로 사용된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경찰은 범행 이후 달아나지 않고 주거지로 돌아간 리정철보다 해외로 도주한 4명이 실질적 주범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브라힘 부청장은 북한이 연계됐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남성)용의자가 모두 북한 국적”이라고 말해 어느 정도 북한의 역할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다만 용의자와 연루자 중에서 외교관 여권을 소지한 사람은 없었다고 이브라힘 부청장은 덧붙였다. 김정남의 사인과 관련해 그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며 독성 검사가 진행 중”이라면서 “사인 규명을 위한 독성 검사가 마무리되면 사인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신 인도에 대해서도 그는 “유가족에게 우선권이 있으며 유족의 DNA 표본을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이들이 시신을 인도받으려면 2주 안에 말레이시아에 와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다른 옵션을 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교도통신은 김정남 암살의 결정적인 ‘키’를 쥐고 있는 4명의 남성 용의자가 이미 17일 북한 평양에 도착했다고 싱가포르 TV 방송을 인용해 보도했다. 쿠알라룸푸르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서울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 북한 리정철 약학 전공·연구소 근무 “김정남 살해에 새 화학물질 사용”

    북한 리정철 약학 전공·연구소 근무 “김정남 살해에 새 화학물질 사용”

    말레이시아 경찰청은 19일 기자회견에서 김정남 살해에 가담한 남성은 모두 북한인이라고 밝혔다. 말레이시아 노르 라싯 비라힘 경찰청 차장은 김정남의 사인은 독극물로 확인됐으며, 김정남의 시신 인도는 유가족에 우선권이 있다고 말했다.독살 가능성이 제기된 김정남 암살 사건의 첫 북한 국적 용의자로 체포된 리정철(46)이 화학무기와 독극물 전문가라는 말레이시아 현지 언론 보도가 나왔다. 지난 7일 간 말레이시아 경찰은 김정남 암살 용의자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국적의 여성 2명 및 북한 정찰 총국 공작원으로 보이는 리정철(46) 등 3명을 검거했다. 경찰은 리정철을 포함한 남성 4명이 이번 암살을 주도했고, 여성 2명이 실행에 옮기는 살해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고 있다. 남성 용의자 3명 중 2명은 말레이시아를 떠났고 1명은 아직 은신 중일 가능성인 높은 것으로 알려진다. 말레이 신문인 ‘더 스타’와 중국보(中國報),성주일보(星洲日報)는 리정철이 북한의 대학에서 과학·약학 분야를 전공하고 졸업했으며 2010년부터 1년여간 인도 동부 콜카타의 연구소에서 일했다고 19일 보도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북한 대학에서 과학·약학 분야를 전공한 리정철은 2000년 졸업한 뒤 인도 대학으로 유학을 갔으며 유학 당시 의대생은 아니었으며 화학과를 다닌 것으로 파악됐다. 리정철은 제약 전문가이면서 독극물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리정철이 독극물을 범인들에게 제공했으며 범인들이 여성 용의자들에게 이 독극물을 전달,범행을 자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리정철은 가족과 함께 1년 넘게 현지에 체류할 수 있는 외국인 노동자 신분증 i-KAD를 소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i-KAD는 외국인 노동자가 말레이시아 이민국에서 1년 기한의 노동허가를 갱신할 때 발급된다. 말레이시아 독극물 권위자는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범인들은 통상적인 화학물질을 쓰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새로운 종류의 화학물질일 가능성이 의심된다”고 말했다. 아직 말레이시아 경찰은 독극물의 정확한 성분을 확인하지 못했다. 얼굴 분사 30여 분 만에 사망에 이르게 하고, 잔여 독성 성분 특정이 힘들다는 점에서 신종 독극물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말레이시아 경찰에 체포된 인물과 동일인으로 보이는 리정철은 ‘Ri Jong Chol’이라는 영문 이름으로 페이스북 계정을 운영하고 있었다. 리정철은 페이스북 자기 소개란을 통해 자신이 미국 매사추세츠 주 미들식스 카운티 팅스버러에 있는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차터 스쿨(Innovation Academy Charter School, IACS)’과 김일성종합대학을 졸업(2000년)했다고 밝히고 있다. 자신의 출신국와 거주지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평양직할시라고 적어 놓았다. 리정철은 페이스북의 프로필 사진으로 실험실에서 화학약품 실험을 하는 모습을 올려 놓았다. 김정남 살해에 독극물이 사용된 정황과 맞물리는 대목이다. 리정철의 페이스북에는 또한 인도와 동남아 국가들의 모습을 담은 게시물이 몇장 올라아와 있다. 김정남 살해 용의자들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 말레이시아 등의 국적을 보유한 사람들이라는 점과 맞아 떨어지는 부분이다. 한편 말레이시아 경찰은 김정남 암살 사건의 배후에 북한 비밀공작원들이 있다는 강한 증거가 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리정철이 북 정찰총국(RGB) 소속 요원으로 보이며 그와 이번 사건의 연계성을 입증할 강한 증거를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김정남 암살 남성 용의자 5명 전원 북한 국적”

    “김정남 암살 남성 용의자 5명 전원 북한 국적”

    말레이시아 경찰청은 19일 기자회견에서 김정남 살해에 가담한 남성 5명 모두 북한 국적이라고 밝혔다. 지난 17일 검거된 리정철(46) 외에 리지현·홍송학·오종길·리재남이 사건에 연루된 북한 국적의 용의자들이다. 경찰은 이외에 리지우 등 또다른 북한인 3명을 사건 연루자로 추적 중이라면서도 북한 외교여권 소지자는 없다고 밝혔다.말레이시아 노르 라시드 이브라힘 경찰청 부청장은 김정남의 시신 인도는 유가족에 우선권이 있다고 말했다. 말레이 경찰은 시신 신원은 현재로선 김철(kim chol)로 봐야 한다면서도 범행 당일인 지난 15일 출국한 용의자들을 국제공조를 통해 반드시 잡겠다고 강조했다. 독살 가능성이 제기된 김정남 암살 사건의 첫 북한 국적 용의자로 체포된 리정철(46)이 화학무기와 독극물 전문가라는 말레이시아 현지 언론 보도가 나왔다. 지난 7일 간 말레이시아 경찰은 김정남 암살 용의자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국적의 여성 2명 및 북한 정찰 총국 공작원으로 보이는 리정철(46) 등 3명을 검거했다. 경찰은 리정철을 포함한 남성 4명이 이번 암살을 주도했고, 여성 2명이 실행에 옮기는 살해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고 있다. 남성 용의자 3명 중 2명은 말레이시아를 떠났고 1명은 아직 은신 중일 가능성인 높은 것으로 알려진다. 말레이 신문인 ‘더 스타’와 중국보(中國報),성주일보(星洲日報)는 리정철이 북한의 대학에서 과학·약학 분야를 전공하고 졸업했으며 2010년부터 1년여간 인도 동부 콜카타의 연구소에서 일했다고 19일 보도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북한 대학에서 과학·약학 분야를 전공한 리정철은 2000년 졸업한 뒤 인도 대학으로 유학을 갔으며 유학 당시 의대생은 아니었으며 화학과를 다닌 것으로 파악됐다. 리정철은 제약 전문가이면서 독극물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리정철이 독극물을 범인들에게 제공했으며 범인들이 여성 용의자들에게 이 독극물을 전달,범행을 자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리정철은 가족과 함께 1년 넘게 현지에 체류할 수 있는 외국인 노동자 신분증 i-KAD를 소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i-KAD는 외국인 노동자가 말레이시아 이민국에서 1년 기한의 노동허가를 갱신할 때 발급된다. 말레이시아 독극물 권위자는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범인들은 통상적인 화학물질을 쓰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새로운 종류의 화학물질일 가능성이 의심된다”고 말했다. 아직 말레이시아 경찰은 독극물의 정확한 성분을 확인하지 못했다. 얼굴 분사 30여 분 만에 사망에 이르게 하고, 잔여 독성 성분 특정이 힘들다는 점에서 신종 독극물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말레이시아 경찰에 체포된 인물과 동일인으로 보이는 리정철은 ‘Ri Jong Chol’이라는 영문 이름으로 페이스북 계정을 운영하고 있었다. 리정철은 페이스북 자기 소개란을 통해 자신이 미국 매사추세츠 주 미들식스 카운티 팅스버러에 있는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차터 스쿨(Innovation Academy Charter School, IACS)’과 김일성종합대학을 졸업(2000년)했다고 밝히고 있다. 자신의 출신국와 거주지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평양직할시라고 적어 놓았다. 리정철은 페이스북의 프로필 사진으로 실험실에서 화학약품 실험을 하는 모습을 올려 놓았다. 김정남 살해에 독극물이 사용된 정황과 맞물리는 대목이다.리정철의 페이스북에는 또한 인도와 동남아 국가들의 모습을 담은 게시물이 몇장 올라아와 있다. 김정남 살해 용의자들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 말레이시아 등의 국적을 보유한 사람들이라는 점과 맞아 떨어지는 부분이다. 한편 말레이시아 경찰은 김정남 암살 사건의 배후에 북한 비밀공작원들이 있다는 강한 증거가 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리정철이 북 정찰총국(RGB) 소속 요원으로 보이며 남성 용의자 4명 전원 북한 국적이라고 밝혔다. 도주 용의자 북한 국적 리희연(32)과 호종길(55) 이제람(57)은 암살 사건 당일 출국했다고 밝혔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최영미와 함께 읽는 세계의 명시] 바닷가에서

    [최영미와 함께 읽는 세계의 명시] 바닷가에서

    ‘기탄잘리’는 인도의 시성(詩聖)으로 불리는 타고르(1861~1941)가 1909년에 157편의 시들을 묶어 벵골어로 발표한 시집이다. 위 시집에 실린 시 53편과 그의 다른 시집에서 추린 50편의 시들을 시인 자신이 영어로 번역한 ‘Gitanjali’란 제목의 시선집이 1912년 런던에서 출판되었다. ‘기탄잘리’는 벵골어로 “바치는 노래들”을 뜻하는데, 우리말로는 ‘신에게 바치는 노래’가 적당한 번역이리라. 영어판 기탄잘리 시집의 초판본에 서문을 쓴 사람은 시인 예이츠이다. 무슨 서문이 이리 긴가. 지금 내 눈엔 다소 장황스러워 보이는 예이츠의 서문을 읽노라면, 어느 낯선 인도인의 언어가 유럽인의 가슴에 일으킨 파문을 짐작할 수 있다. “타고르의 번역시들이 내 피를 휘젓고 있다. 요 몇년간 그 어떤 것에도 지금처럼 동요한 적이 없었다.” 예이츠가 인도 출신의 여행자에게 타고르를 묻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시뿐만 아니라 음악에도 뛰어나, 그의 노래들은 인도의 서쪽지방에서부터 버마까지, 벵골어를 사용하는 곳이면 어디에서든지 불리고 있다. 그는 첫 소설을 쓴 열아홉 살 때부터 이미 유명했다. 그가 쓴 연극들이 지금도 콜카타에서 무대에 오른다.… 그는 하루 종일 명상에 잠겨 정원에 앉아 있곤 한다. 스물다섯 살 무렵부터 서른다섯 살까지 깊은 슬픔을 경험하고 우리 언어로 된 가장 아름다운 연애시를 썼다.” 예이츠에 의하면 “인도 문명 그 자체와도 같은 타고르는 영혼을 발견하고 자신을 그 영혼의 자발성에 맡기는 데 만족해 왔다.”예이츠의 긴 서문은 기탄잘리 60을 인용하는 것으로 끝난다. 어쩜, 내가 제일 좋아하는 타고르의 시도 기탄잘리 60인데, 한국에서는 ‘바닷가에서’라는 제목으로 알려진 산문시를 한글로 옮겨 적는다. 기탄잘리 60 -타고르 끝없는 세계의 바닷가에 아이들이 모입니다. 한없는 하늘이 머리 위에 멈춰 있고 쉼 없는 물결은 사납지요. 끝없는 세계의 바닷가에 아이들이 소리치고 춤추며 모입니다. 그들은 모래로 집을 짓고 빈 조개껍질로 놀이를 합니다. 시든 가랑잎으로 배를 만들고 웃으며 이 배들을 넓고 깊은 바다로 띄워 보내지요. 아이들은 세계의 바닷가에서 놀이를 합니다. 그들은 헤엄치는 법을 알지 못하고, 그물을 던지는 방법도 알지 못합니다. 진주잡이 어부들은 진주를 찾아 물에 뛰어들고, 장사꾼은 배를 타고 항해하지만, 아이들은 조약돌을 모으고 다시 흩뜨립니다. 그들은 숨은 보물을 찾으려 하지 않고, 그물을 던지는 방법도 알지 못합니다. 바다는 웃음소리를 내며 끓어오르고 해변의 미소는 희미하게 빛납니다. 죽음을 흥정하는 물결은 아이들에게 뜻 없는 노래를 불러 주지요, 아가의 요람을 흔드는 어머니처럼. 바다는 아이들과 놀고, 해변의 미소는 희미하게 빛납니다. 끝없는 세계의 바닷가에 아이들이 모입니다. 폭풍은 길 없는 하늘을 떠돌고, 배들은 흔적 없는 물 위에서 난파하고, 죽음이 도처에 널려 있는데 아이들은 놀고 있습니다. 끝없는 세계의 바닷가에 아이들의 위대한 모임이 있습니다. On the seashore of endless worlds children meet. The infinite sky is motionless overhead and the restless water is boisterous. On the seashore of endless worlds the children meet with shouts and dances. They build their houses with sand and they play with empty shells. With withered leaves they weave their boats and smilingly float them on the vast deep. Children have their play on the seashore of worlds. They know not how to swim, they know not how to cast nets. Pearl fishers dive for pearls, merchants sail in their ships, while children gather pebbles and scatter them again. they seek not for hidden treasures, they know not how to cast nets. The sea surges up with laughter and pale gleams the smile of the sea beach. Death-dealing waves sing meaningless ballads to the children, even like a mother while rocking her baby’s cradle. The sea plays with children, and pale gleams the smile of the sea beach. On the seashore of endless worlds children meet. Tempest roams in the pathless sky, ships get wrecked in the trackless water, death is abroad and children play. On the seashore of endless worlds is the great meeting of children. * 애써 모은 조약돌을 다시 흩뜨리는 아이들. 아이들은 소유하지 않는다. (어른들처럼 재화를) 축적하지도 않는다. 욕심 없는 아이들과 욕심 많은 어른들, 순수한 동심과 이익을 추구하는 세상을 아름답게 대비시켰다. 굽이치며 밀려오는 파도 소리를 웃음에 비유했다. 희미하게 빛나는 ‘해변의 미소’는 해변에 닿아 부서지는 하얀 물거품을 떠올리면 되리라. 끝없는 세계의 바닷가에 아이들의 위대한 모임을 들여다보다, 2월의 어느 날 고등학교 졸업식에 다녀왔다. 고2 때 터진 메르스 사태 때문에 수학여행도 못 가봤다는 조카가 딱했다. 어려서부터 공부 공부…. 이 나라의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입시학원들이 번창한다. 입시와 취업에 짓눌린 한국의 아이들. 바닷가에서 친구와 놀아보지도 못하고 학창 시절을 마감해야 하는 청춘이 불쌍하다. 학원 간판이 한 개도 보이지 않는 서울을 보고 싶다. 모래로 집을 짓고 가랑잎으로 배를 만드는 아이들이 춤추고 떠드는 바닷가. 끝없는 하늘이 머리 위에 멈춰 있는 해변을 아이와 걷고 싶다. 언제 우리는 죽음의 교육을 끝내고, 바다와 아이를 되찾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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