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콜로라도州 메사 베르데(세계 문화유산 순례:67)
◎1,500년전 절벽위에 세운 ‘인디언 도시’/4,000개 공동주택·종교시설 23곳… 관개설비까지/전성기때 7,000명 거주… 암굴주거지 600곳 압권
【메사 베르데(美 콜로라도주)〓金在暎 특파원】 사막같은 황야에선 뭐니뭐니 해도 녹색이 가장 그리운 색이다.‘녹색의 대지(臺地)’란 뜻의 지명 ‘메사베르데’에는 불모의 땅에 지친 백인 개척자들이 불현듯 눈앞에 나타난 녹색 고원에 대고 지른 반가운 환호성이 담겨 있다.
그러나 이 백인들은 시적(詩的)인 땅이름만 남기고 금방 자리를 떠버렸다.반면 이곳의 원주민 인디언들은 이름 대신 800년의 손때가 절인 삶과 문명의 유산을 남겼다.백인들은 메사 베르데의 녹색을 눈에서 사막의 잔상을 씻어내는 청량제 쯤으로 여긴 셈이나 인디언들은 이 녹색 대지에다 사막의 살아있는 저쪽 피안(彼岸)을 세웠던 것이다.
미 콜로라도주 남서부 밑바닥에 소재한 메사 베르데 인디언 유적은 콜로라도,뉴멕시코,아리조나,유타 등 4개주 접경지역에 펼쳐졌던 아나사지(Anasazi)문명에 속한다.미국의 인디언 문화는 크게 태평양 연안,대분지,대초원,남서부 사막,동부 수목지 등 5개로 대별하며 남서부 문화 가운데 아나사지 문명은 부족의 명맥이 끊겼음에도 특히 강한 인상을 주고 있다.
○1888년 카우보이가 발견
반 불모지의 사막성 땅에 불쑥 솟아오른 암석대지인 ‘메사’는 몸체가 암석 절벽이고 위 봉우리는 평평한 고원으로 산 아닌 산이다.뉴멕시코,아리조나주에서 콜로라도주로 북상하는 도중에 많이 만나며 그중 뉴멕시코 북서쪽 끝 산 후안 분지에 많다.인디언 영화에 흔히 나오는 이 메사들은 특징은 막철분을 으깨 바른 것 같이 생생한 주황색 빛의 절벽인데 주변의 사막성 황무지와 어울려 위협적으로 보인다.
메사 베르데는 콜로라도주를 움켜쥔 록키산맥의 끝자락으로 조금만 더 북상하면 4천m 고봉들이 곳곳에 솟아있다.메사 베르데란 이름은 1600년대 중·남아메리카에서 북상해온 스페인 정복자들이 선사했다.메사의 치렁치렁한 녹색 뒷머리를 보고 영탄조를 발한 이들도 막상 북쪽의 전면을 보고는 이 고원에 오르는 것을 단념했다.해발 2천m의 고지대지에서 그대로800m 단층애를 이룬 메사 전면이 너무 가파라서 그 안엔 탐험하더라도 어떤 유적이나 고대사회가 있을 성 싶지 않았던 것이다.
소나무,전나무 등의 녹색 잎이 물결치고 있는 메사 베르데는 거대한 산악지형이다.북에서 남으로 기울어진 이 지형은 십여개의 가파른 협곡 사이 몇곳에 평평한 메사가 놓여 있다.면적은 서울 2배가 넘는다.1888년 12월,잃어버린 소를 찾아 메사를 헤매던 2명의 카우보이들에 의해 1300년 이후 600년동안 잠자고 있던 아나사지 인디언 유적이 발견됐다.
그러나 드넓은 메사에서 인디언의 삶터는 아주 조그만 부분에 불과했다.입구에서 10㎞는 족히 들어간 다음에 첫 흔적이 있고 35㎞는 더 가야 샤핀 메사의 주 근거지가 나온다.푸에블로 인디안의 메사 베르데 유적은 서기 500년부터 800년 동안 줄기차게 이어진 것으로 석기,역사기록 전무의 선사적 특징은 변동이 없으되 주거지 유형의 변화가 일목요연하게 잡혀진다.물을 담을 만큼 촘촘한 바구니를 유카 실로 엮었던 초기에는 지하에 방을 내고 나무잎과 흙으로 지붕을 인 움집에서살았다.
토기를 굽기 시작한 800년 무렵부터의 중기는 지상 가옥으로 변하면서 마을이 이뤄지고 집을 잇대어 짓는 단체구조로 발전했다.메사 베르데의 토기는 흰 바탕에 검은 무늬의 특이한 배합으로 눈길을 끈다.1100년부터는 진흙으로 겉마감한 ‘아파트형’ 아도비 흙집에 단체로 거주하는데 크게는 50개의 방이 갖춰져 있다.
○사다리 타고 창문 통해 출입
메사 대지의 대대적인 개간과 관개시설,공동주택,종교적 공동시설 등은 메사 베르데 문화의 절정기를 말해준다.전성기 때는 인구가 7천명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그러나 유적 측면에서는 단연 말기에 지어진 암굴(岩窟) 공동주택이 압권이다.메사 안에는 4천개소의 유적이 파악되고 있는데 그중 고원 밑 노천굴에 세워진 주거지만 600개에 달한다.굴의 벽을 천정,바닥 등으로 활용하는 암굴주거 시설은 대부분 방 수가 5개 이하지만 제일 큰 ‘클리프 팰리스(절벽궁전)’는 217개의 방에 종교적 의식이 거행되던 원형의 반지하실인 ‘키바’(Kiva)가 23개나 있다.바닥을 몇개의 테라스로 층을 나눴으며방도 다층구조를 가졌다.인디언 풍습대로 방은 1평 남짓 작은 것으로 창문과 나무 사다리로 출입했다.
롱 하우스는 방이 150개,스푸르스 하우스는 114개에 달하며 가파른 소다 협곡을 마주하고 있는 35개 방의 발코니 하우스는 10미터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야 한다.
메사 베르데의 전체면적은 211㎢로 1906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됐으며 이 유적은 80년대 들어서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적인 문화유적으로 보존되고 있다.
◎여행 가이드/콜로라도 산맥 끝자락 4개주 교차점에 위치
메사 베르데는 콜로라도,뉴멕시코,아리조나,유타주 등 콜로라도산맥 하단부 4개주가 직각으로 만나는 교차점의 동북부에 위치하고 있다. 아리조나주 북부 그랜드캐년에서 연방국도 160번을 타고 350㎞ 북동쪽에 있으며 뉴멕시코 앨버커키에서는 300㎞,콜로라도 덴버에서는 550㎞ 떨어져 있다. 인근에 콜로라도주 남동부의 상당히 큰 도시인 코르테즈와 두랑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