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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화의 댐 18년만에 완공

    평화의 댐 18년만에 완공

    평화의 댐이 18년 만에 완공됐다. 건설교통부는 “1987년 시작된 평화의 댐 1단계 공사에 이어 2단계 사업을 완공했다.”고 18일 밝혔다. 강원도 화천군 화천읍 동촌리에 만들어진 평화의 댐은 콘크리트 표면차수벽형 석괴댐으로 높이 125m, 길이 601m, 저수 용량 26억 3000만t에 이르는 대형 댐이다.1단계(1987∼1989년)와 2단계(2002∼2005년)로 나눠 공사가 이뤄졌다.1단계 공사는 높이 80m, 저수 가능량 5억 9000만t으로 축조됐다. 이후 북측 임남댐의 갑작스러운 방류로 댐 일부가 훼손돼 2단계 공사를 시작, 높이를 45m 증축했다. 사업비는 1단계 1666억원,2단계 2329억원 등 3995억원이 투입됐다. 건교부는 “북측 임남댐에서 일어날 수 있는 만일의 사태와 북한강 상류지역의 집중 홍수에 따른 홍수피해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레미콘 판매량 만큼 이웃돕기 성금 적립”

    콘크리트 업계 1위인 유진그룹(회장 유경선)이 이색적인 불우이웃돕기 행사를 벌인다. 유진기업 콘크리트 사업부문 모든 임직원은 올해 말까지를 ‘불우이웃돕기 캠페인 기간’으로 선포하고 성금을 모으고 있다. 유진기업은 이 기간에 판매하는 콘크리트 레미콘 및 아스콘 물량에서 ㎥당 20원씩을 마일리지 형식으로 적립한다.12월 말까지 5000여만원을 모을 것으로 예상된다. 캠페인 기간에 유진그룹의 콘크리트부문 임직원 및 운송사업자 1600여명은 스마일 배지를 달고 일을 한다.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청계고가 철거물 기념품으로 부활

    서울시가 청계 고가도로 철거때 나온 콘크리트 파편을 활용한 크리스털 문진(文鎭)과 기념엽서 등 기념품 27종을 17일부터 일반에 판매한다. 문진은 청계고가 철거과정에서 나온 돌과 콘크리트 조각을 크리스털에 삽입한 것이며, 기념엽서는 청계고가 구조물 조각을 납작한 원통모양으로 만들어 붙인 것으로 자석을 덧대 책상이나 냉장고 등에 붙일 수 있다. 문진과 기념엽서는 청계천 준공기념일인 2005년 10월1일을 뜻해 2만 5101개씩만 제작하고 고유의 일련번호를 매겨 한정 판매된다. 판매장소는 청계천문화관, 하이 서울 북스토어, 인사동 서울관광상품 판매관 등이다.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씨줄날줄] 발코니/염주영 수석논설위원

    우리나라 도시거주자의 45%가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주거생활의 편의 면에서 단독주택은 아파트를 따라가지 못한다. 그래서 도시는 갈수록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의 숲으로 변해간다. 금방 질식할 것만 같은 아파트와 아파트 사이를 소통시켜주는 숨구멍이 필요하지 않을까. 단절된 내부와 외부 공간을 연결해주는 무언가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발코니가 그런 기능을 해왔다고 생각한다. 발코니는 ‘발판’이라는 뜻의 이탈리아어 balcone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원래는 교회나 대형극장의 2층 객석부를 지칭하는 말로 사용됐다. 이후 호텔 등에 도입되어 휴식과 조망 등을 위해 건축물의 외부에 달아내어 만든 것이 오늘날의 발코니다. 주위에 난간(欄干)을 둘러친 것으로 보통 2층 이상에 설치한다. 지붕이 없다는 것이 베란다와 다른 점이다. 건물의 외관상으로 볼 때는 장식적 요소가 되며, 옛날에는 권력자가 군중 앞에 모습을 나타내는 최적의 장소로 활용되기도 했다. 근래에 와서는 전용 정원이 없는 아파트에 바깥 공기와 접하는 유일한 장소가 되고 있다. 즉, 거실의 연장으로써의 리빙 발코니는 유아(幼兒)의 놀이터나 일광욕, 휴식, 조망, 분재 등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돼 생활에 윤기를 주고 있다. 부엌에 연결되는 서비스 발코니는 주방의 보조공간(장독대나 세탁)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지진이 잦은 일본에서는 피난의 기능을 중시해 발코니 개조를 금지하고 있다고 한다. 아파트의 발코니가 곧 사라질 것 같다. 정부가 발코니를 개조해 거실이나 침실 등으로 사용하는 것을 내년부터 허용키로 했기 때문이다. 아파트 주민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평당 2000만∼3000만원대를 오르내리는 고급 아파트의 경우 5∼10평의 실내공간을 덤으로 얻게 됐으니 말이다. 이미 발코니를 개조해 사용하고 있는 가구가 전국적으로 203만가구나 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규제를 지속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짐작된다. 발코니 개조 합법화를 반대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왠지 마음 한구석 허전함을 지울 수 없다.‘발코니 없는 아파트’가 즐비하게 늘어선 아파트촌의 생활은 더욱 삭막하지 않을까. 내가 사는 아파트의 발코니를 개조하는 일은 결코 하지 않을 것이다. 염주영 수석논설위원 yeomjs@seoul.co.kr
  • 빗물 활용 세계 각국서 박수·탄성

    빗물 활용 세계 각국서 박수·탄성

    서울 관악구(구청장 김희철)가 시행하고 있는 빗물활용방안이 국제 학회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지난 6∼7일 서울대학교 연구공원에서 열린 제5회 빗물모으기 국제워크숍에서 김희철 관악구청장과 유정희 관악구의원이 관악구 빗물활용방안을 발표해 호평을 받았다. 이날 학회는 대한상하수도학회·서울대·건강한 도림천을 만드는 주민모임 등이 함께 마련했다. 또 미국·독일·일본 등에서 초청된 관련 전문가들도 대거 참석해 빗물활용 방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김 구청장,“도림천을 ‘제2의 청계천’으로 김희철 구청장은 6일 ‘빗물을 이용한 도림천의 자연형 하천복원 방안’을 발표했다. 김 구청장은 이 자리에서 현재 건천화된 도림천을 빗물을 활용한 자연형 하천으로 복원할 계획을 밝혔다. 김 구청장은 “현재 도림천은 대부분의 구간이 복개된 데다 건천화로 생태계 단절이 발생한 상태”라면서 “청계천을 모델로 삼아 자연친화적 하천으로 복원하겠다.”고 말했다. 구는 현재 관악산 입구 주차장으로 활용되고 있는 서울대∼삼성고 사이 527m구간을 완전 철거해 도림천 상류와 하류를 연결할 계획이다. 관악산·삼성산 중턱과 관악산 입구 진입로 부분 등의 지하공간을 이용, 빗물을 모을 수 있는 소규모 저장조를 여러 곳에 설치한다. 특히 관악산에는 돌을 이용해 도림천 상류 곳곳에 댐을 만들어 빗물을 모은다. 서울대 대운동장에는 서울대 쪽에서 도림천으로 유출되는 빗물을 저장할 수 있는 대형 저류시설을 설치한다. ●통합 신청사 빗물활용 시스템 공공청사로는 전국 최초로 설치되고 있는 관악구 통합신청사 빗물활용 시스템도 소개됐다. 내리는 빗물을 지붕으로 모아 전용관으로 지하 1층 저류조에 저장한다. 여과과정을 거친 뒤 빗물은 화장실 용수와 조경용수로 활용하게 돼 연간 3500만원의 예산 절감효과를 볼 수 있게 된다. 김 구청장은 “녹지 공간 대신 들어선 콘크리트 구조물 때문에 스며들지 못하는 빗물을 모아 친환경적으로 활용하면 자연도 보호하고 수해도 방지하게 된다.”면서 “도림천 복원사업과 관련한 예산·기술적 문제를 시와 적극 협의해 추후 일정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유정희 의원 사례발표 건강한 도림천을 만드는 주민모임을 이끄는 구의회 유정희 의원은 일반가정에 설치한 빗물 활용 시설에 대한 사례 발표를 했다. 유정희 의원은 사례발표에서 “봉천동·신림동 일반 가정 두 곳에 빗물 활용시설을 설치해보니 상수도 사용을 절반 이상 줄일 수 있었다.”면서 “환경교육적인 측면에서도 이같은 시설이 더욱 많이 설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유 의원은 관악산과 도림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서울대측의 관심을 촉구했다. 유 의원은 “지금까지 미온적으로 대처했던 서울대가 더욱 지역의 자연생태 복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행사를 마친 참가자들은 도림천 일부 구간을 돌아보며 생태복원의 가능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 양재IC 인근 할인점 저렴은 기본

    양재IC 인근 할인점 저렴은 기본

    강남지역 할인점은 다를까. 달랐다. 비싸지만 맛있는 육류, 생선, 와인이 많았다. 못생겼지만 몸에 좋은 유기농 채소가 가득했다. 스포츠·건강용품도 다양했다. 서울 서초구 양재IC 근처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코스트코홀세일, 신세계 이마트, 농협 하나로클럽을 비교·분석해 내린 결론이다. 각 매장의 특징을 짚어본다. 미국계 회원제 할인점인 코스트코홀세일 양재점은 모든 것이 ‘대형’이다. 상품은 물론 매장, 천장, 복도, 카트가 넓고 크다. 심지어 시식하라며 주는 과일, 빵, 과자 조각도 큼직했다. ●매장·카트·시식품 등 대형 일색 매장에 들어가려면 회원카드가 필요했다. 연회비는 3만 5000원.10월14일에 신청하면 내년 10월31일까지 회원으로 등록된다. 회원은 비회원 2명까지 데리고 쇼핑을 즐길 수 있다. 회원수는 50만명 남짓. 마케팅팀 김경환 팀장은 “회비로 직원 월급과 매장운영비를 충당한다.”며 싼 가격의 비밀을 털어놨다. 회원 탈퇴를 원하면 언제든지 연회비를 돌려준단다. ●탈퇴 회원엔 연회비 반납 코스트코의 가장 큰 장점은 저렴한 가격이다. 그러나 ‘싸구려’는 없다. 소비자가 많이 찾는 상품만을 모아 5∼20% 저렴하게 판매한다. 그래서 취급상품이 4000여가지에 불과하다. 매장에는 겨울옷과 크리스마스 용품이 가득했다. 인테리어·홍보·고객 서비스에 돈을 쓰지 않는다. 매장은 콘크리트 빛깔 그대로였다. 천장이 8.6m에 달하는 것도 따로 창고가 없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눈이 머무는 곳은 진열대로, 그 위는 창고로 활용한다. 광고가 없고, 물건을 골라주거나 주차를 돕는 직원을 만나기도 어렵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100% 환불 대신 구입상품의 교환·환불에 철저하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지 100% 환불해 준다. 주부 김경수(37)씨는 “교환이나 환불이 쉬워 옷을 자주 구입한다.”고 말했다. 직수입품 덕에 냉동과일·야채, 치즈, 보석류, 와인, 맥주가 다양하다.2000만원을 웃도는 시계도 진열하고 있다. 용량이 적은 상품은 묶어서 내놓는다.2ℓ짜리 오렌지주스 4묶음(7990원), 슬라이스 치즈 130개들이(1만 5990원),1.6ℓ짜리 맥주 6병(2만 990원) 등이 대표적이다. 지하 푸드코트에서 파는 카페라떼(1000원)와 피자(1만 2500원)가 일품이다. 현금이나 삼성카드만 받는다. ●와인·유기농·골프 전문코너도 마련 코스트코 맞은편 하이브랜드 지하에 자리잡은 이마트 양재점은 고급스럽다. 지하지만 흰색으로 도색하고 조도를 1600∼1700룩스로 올려 밝고 상쾌한 느낌이다. 직원도 백화점만큼이나 친절하다. 매장 곳곳에서 허리를 곧게 세우고 소비자를 기다리고 있다. 상품 수는 6만 5000여가지. 많이 찾는 신선식품을 맨 끝쪽에 배치했다. 길목에는 프리미엄급 전자·생활용품을 진열했다. 와인, 유기농, 골프 전문 코너도 따로 마련했다. 와인전문점에선 프랑스 페트뤼스 와인(113만 9000원)과 더불어 샤토 무통 로쉴드(132만원) 등 유명한 와인이 기다린다.10만원 이상만 40여가지, 단품수도 250가지를 웃돈다. 유기농 전문점인 올가홀에는 야채와 과일이 빼곡하다. 가격이 비씨자만, 매출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골프 전문점의 월매출은 1억∼1억 5000만원. 중식·일식·한식 도시락 등 즉석요리가 한쪽 벽면을 채우고 있다. 초밥도 개별 포장해 300∼700원에 판매한다. 과일에는 당도를 표시한 이름표를 달아놓았다. 표준은 13도. 맛이 없으면 교환해준다. 양재점의 하루 방문자는 5000∼9000명이고, 소비자 1인당 쇼핑단가는 6만 5000원. ●믿을 수 있는 우리 농산물 즐비 20∼30대가 이마트를 간다면 40∼50대는 하나로클럽을 찾는다. 믿을 수 있는 우리 농산물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로클럽이 지난 8월 리뉴얼을 통해 고급 할인점으로 변신했다. 넓고 환한 매장에 특색을 갖춘 전문매장이 쇼핑을 즐겁게 한다. ●수유실·어린이 놀이터 설치 푸트코트와 어린이 놀이터·수유실을 설치하고, 계산대도 50개로 늘렸다. 여전히 바나나, 오렌지 등 외국 농산물은 없다. 키위, 자몽, 멜론도 우리 농장에서 재배한 것들만 판다. 심순섭 지사장은 “하나로클럽마저 수입 농산물을 취급하면 우리 농민이 정말 설 곳이 없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하나로클럽의 최대 강점은 다양한 식품. 매출의 88%를 차지한다. 냉장온도를 유지한 야채·과일 매장에는 소포장한 채소 450종이 진열돼 있다. 산지에서 올라온 식품을 직원들이 옆방에서 나눠 포장한 것. 백화점만큼이나 깔끔하다. 주부 이은미(58)씨는 “식품의 원산지가 분명하고, 믿을 수 있어 매장을 자주 찾는다.”면서 “소포장이 많아 간편하다.”고 말했다. 친환경 매장은 100평 규모. 생산자 실명제를 통해 ‘믿을 수 있는 먹을거리’임을 강조한다. 나물과 야채 과일이 빠짐없이 들어와 있다고 마케팅팀 이유신씨가 전했다. 햇밤은 농협에서만 판매하는 유기농 식품이라고. 축산물은 DNA 검사를 통해 순수 국산 한우만 판매한다. 수입품은 없다.‘이력 추적시스템’을 도입, 소비자가 상품의 출생에서 사육·유통과정을 알 수 있도록 했다. 계란이나 닭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쌀 480가지 취급 하나로클럽은 쌀만 480가지나 다룬다. 웰빙 열풍에 힘입어 ‘즉석방앗간’이 인기를 얻고 있다. 벼 껍질을 완전히 벗겨 백미를 만들지 않고,5분,7분,9분만 쓿는다.2만원만 주면 홍삼도 달임방에서 48시간동안 달여준다. 특산물 매장에는 할인점, 백화점에서 보기 힘든 상품이 즐비하다. 쑥환, 산수유환, 누에가루, 호두기름 등이 보인다. 본매장 밖에 자리한 명품관(12평)에는 최고급 농특산물을 모았다.30년 이상된 야생상황버섯(1500만원), 손재리김(9만 6250원), 서면농협 도원한우(12만 6774원), 계란 10개(3980원) 등 80여가지. 명절선물로 인기가 높단다. 심 지사장은 “주차 공간을 더 확보하고, 인터넷 쇼핑몰을 활성화해 농산물 전문매장으로 입지를 굳혀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새로 그리는 청계천 풍경

    새로 그리는 청계천 풍경

    조선시대 청계천은 지금의 한강과 도시사회학적 기능이 유사했습니다. 현재 한강 남쪽이 조선시대에는 청계천 북쪽에 해당했지요. 청계천 북쪽은 강북, 청계천 남쪽은 강남인 셈이지요. 그런데 강북인 북쪽엔 잘 나가던 양반님들이, 강남인 남쪽엔 중인이나 몰락한 양반님들이 살았습니다. 한강의 경계선과는 다르죠. 이덕무나 홍대용 등 조선 후기 실학자들이 남산 근처 집에서 교류했다는 기록이 심심찮게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일제 때는 청계천을 사이로 남쪽은 일본인, 북쪽은 조선인들이 장악한 것도 우연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많아지면 끼리끼리 모이고, 넓어지면 구분되기 마련입니다. 망국적인 지역색이라지만 모두 나쁜 것은 아닙니다. 지역색의 가장 큰 특징인 사투리는 우리 말 연구의 소중한 자산입니다. 문제는 좁디 좁은 서울에서 지역색이 ‘빈부의 차’ ‘한의 크기’로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강남·북 균형발전, 더불어 사는 이웃만들기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강북 도심을 가로지르며 흐르는 청계천이 지역 화합의 장이 되고, 서울의 균형발전과 화합에 초석이 되길 바랍니다. 과거의 청계천과 지금의 한강이 갈등을 잉태했던 경계선이었다면, 새로 복원된 청계천은 한데 어우르는 물줄기가 돼야 합니다. 이미 화합의 전조가 나타나고 있는 것은 다행한 일입니다. 청계천에서는 지역도, 계층도 없습니다. 강북의 주부도, 강남의 직장인도, 그리고 지방에서 올라온 농부도 청계천은 넉넉히 감싸안고 있습니다. 청계천의 물줄기와 천변 풍경은 청계천을 찾는 사람들의 모습에 따라 시시각각 옷을 갈아입습니다. 출근길 천변풍경은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글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환경의 변화는 사람들의 생활이나 사고 방식도 바꿔 놓는다.1970년 경부고속도로 개통은 전국을 1일생활권으로 묶으면서 마이카 시대를 열었다. 최근의 ‘웰빙 열풍’은 일산 호수공원과 월드컵공원, 그리고 올해 개장한 서울숲 등 도심공원의 증가를 요구한다. 푸른 물결이 서울 도심에 모습을 드러낸 지 14일째 청계천을 찾은 시민과 외국인들이 300만명을 훌쩍 넘었다. 청계천은 서울 시민들의 삶에 변화를 주고 있다. 시민들은 압축성장의 희생양으로 사라졌던 청계천을 이제 다양한 모습으로 즐기고 있다. 청계천과 천계천을 찾는 사람들이 시시각각 옷을 갈아입는 ‘천변풍경’을 24시간 동안 들여다봤다. ■ 시시각각 이색풍경 ‘만인만색’ #출근길 12일 오전 7시. 청계천과 중랑천이 만나는 고산자교 인근은 ‘마을 공원’이다. 쌀쌀하게 느껴지는 가을 바람을 가르며 천변을 달리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 보인다. 조간 신문이나 책을 펼쳐들고 벤치에 앉아 모닝 커피를 마시는 ‘낭만파’도 눈길을 끈다. 청계천변 주민인 정강자(47·여)씨는 “아침 식사 뒤 운동을 하러 청계천에 나오는 게 일상이 됐다.”면서 “물길을 따라 걷다가 돌다리를 건너 돌아오는 상쾌한 기분은 걸어본 사람만 느낄 수 있다.”고 흐뭇해했다. 오전 8시.‘넥타이 부대’가 하나둘 출현하기 시작했다. 지하철 1호선 동대문역 등 근처까지 대중 교통으로 왔다가 천변 산책로를 따라 도심으로 출근하는 직장인들이다. 경기도 분당에서 광화문으로 출·퇴근하는 나종웅(61)씨는 “청계천이 개통된 뒤에는 버스로 종로까지 왔다가 매일 20분 가까이 걸어서 출근한다.”면서 “시골 개천을 건너 학교까지 등교하던 어린 시절이 떠오르면서 감회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자연학습장 오전 9시가 지나자 청계천은 학생들의 ‘자연 학습장’으로 옷을 갈아 입는다. 전국 곳곳에서 견학 온 학생들의 웃음 소리와 앳된 미소가 푸른 물결과 함께 포개진다. 분수와 다리위에서 친구들과 함께 휴대전화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데 여념이 없다. 다리 밑에서 김밥을 몰래 까먹는 모습도 정겹기만 하다. 경기도 남양주시 도농중에 다니는 서세민(13)군은 “하천 바닥이 콘크리트로 돼 있어 인공적인 것 같지만 물고기를 볼 수 있을 정도로 물이 깨끗해서 놀랐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눈에 띄었다. 일본인 배낭족 다나카 마사코(23·여)씨는 “TV에서 청계천 개통식을 보고 꼭 오고 싶었다.”면서 “도쿄나 오사카 등에는 없는 자연 하천이 서울에 생겨 부럽기만 하다.”고 말했다. #넥타이부대 정오. 점심 시간을 조금 넘기자 천변에는 다시 직장인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점심 식사를 일찍 마치고 청계천 나들이에 나선 것이다. 청계천 시점부인 청계광장부터 동대문까지 정장 차림의 신사 숙녀들이 청계천을 메웠다. 아이스크림이나 테이크아웃 커피 등을 든 젊은 직장인들도 눈에 띄었다. 종로2가 삼일빌딩의 한 금융회사에 근무하는 데이비드 알프레도(42)는 “6년 전 서울에 처음 왔을 때 삭막한 도시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지만 청계천이 복원되면서 아름다운 도시로 거듭났다.”면서 “하늘과 물, 자연이 함께 어우러진 청계천을 걷는 것은 서울에서의 가장 큰 기쁨”이라고 밝게 웃었다. 아직 가을 햇살이 따가운 오후 3시. 직장인들의 빈 자리는 중·장년층이 대신했다. 삼삼오오 짝을 지은 여성들의 탄성과 웃음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손을 잡고 돌다리를 건너가는 노부부들의 모습도 미소를 짓게 했다. 유모차를 끌고 나온 젊은 부부들은 한가로운 가을 오후를 즐기고 있다. 시점부 광장에는 ‘청계천 사진사’가 등장, 시골에서 올라온 관광객과 노인들을 상대로 상행위를 하고 있었다. 경기도 안산시 와동에서 농사를 짓는 장일순(69)씨는 “서울시청까지 지하철을 타고 와 물어물어 찾아왔다.”면서 “어릴 적 봤던 청계천보다 훨씬 깨끗하고 아름답게 복원된 것 같다.”고 떠올렸다. #연인들의 사랑 늦은 오후. 청계천의 평균 연령은 대폭 낮아졌다. 수업을 마친 대학생 등 젊은이들이 광화문에서 동대문까지 가득 찼다. 동대문시장에서 쇼핑을 한 뒤 검은 봉지를 들고 청계천 나들이를 나온 시민들도 많았다. 오간수교 아래에는 자리를 깔고 사주팔자를 보는 여인도 눈에 띄었다. 해가 지고 가로등이 밝혀지자 청계천은 더욱 아름답게 빛났다. 푸른색 네온으로 치장한 다리는 밤하늘 별들과 함께 장관을 연출했다. 연인들이 이곳을 그냥 지나칠리 만무하다. 저녁 때 도심 천변은 절반 가까이가 ‘쌍쌍’이다. 커플들은 손을 마주잡은 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천변을 걸었다. 다리 밑 벤치나 돌 위에 앉아 밀어를 속삭이는 모습도 익숙한 풍경이다. 구석진 자리에서 몰래 입맞춤을 나누는 연인들도 흐뭇하기만 하다. 동대문을 지나자 운동족들이 천변을 차지했다. 특히 고산자교 인근에서는 밤 9시가 지나도 걷거나 뛰는 사람들로 붐빈다. 정장에 운동화를 신은 채 ‘퇴근 운동’을 하는 직장인들도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도심이 어둠에 잠긴 13일 새벽 2시. 하루 종일 인파에 시달린 청계천이 유일하게 쉬는 시간이다. 음침한 청계로와는 달리 천변은 적당한 조명으로 오히려 아늑하다. 낮에는 들리지 않았던 물소리와 귀뚜라미 울음 소리가 온 몸을 휘감는다. 삼일교 아래서는 20대 젊은이들 8명이 조용히 맥주를 기울이고 있다. 광통교 아래에서는 한 젊은이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노상방뇨를 시도한다. 취기 오른 한 커플은 광교 아래 천변에서 발을 담근 채 물장구를 치고 있다. 새벽 운동을 나선 아주머니들의 발걸음도 활기차다. 가난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천변풍경’은 이렇게 다시 쓰여지고 있었다. 이두걸 서재희기자 douzirl@seoul.co.kr ■ 관리자들이 말하는 청계천 꼴불견 ‘청계천에서 이러지 마세요!’ 청계천 관리 담당자들은 어떤 사람들을 ‘청계천 꼴불견’으로 꼽을까. 멀쩡한 시설물을 가만히 놔두지 않는 개구쟁이들이 첫째로 지목됐다. 청계천 시점부 광장에 조성된 ‘청계 미니어처’의 물이 올라오는 부분에 장식용으로 놓은 구슬은 장난꾸러기들이 자꾸 빼버려 아예 없애 버렸다. 지난 4일에는 짓궂은 학생들이 물길을 발로 막아 광장을 온통 물바다로 만들어 놓기도 했다. 민병찬 청계천관리센터 시설관리팀장은 “오간수문의 ‘오버플로(수위가 높아졌을 때 물이 흐르도록 뚫어놓은 관)’ 뚜껑 위에 놓았던 두꺼비상은 등에 발자국이 새겨질 정도로 사람들이 밟아 관이 막혀 물이 넘치곤 했다.”면서 “지금은 두꺼비상을 밟지 못하도록 자리를 옮겨 물 속 깊이 넣어뒀다.”며 혀를 내둘렀다. 자연을 그대로 두지 않는 사람들도 문제다. 금붕어 미꾸라지 다슬기 등 각종 어류를 청계천에 몰래 풀어놓는가 하면 청둥오리와 비슷하게 생긴 집오리 세 마리를 데려다 놓은 시민도 있다. 강수학 청계천관리센터 생태관리팀장은 “호기심에 풀어놓는 생물들이 청계천의 생태계를 어지럽힐 수 있다.”면서 “청계천에서는 물고기를 잡아서도 안 되지만 동물을 풀어놓는 ‘방생’ 행위도 금지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청계천의 유명세를 이용해 잇속을 챙기려는 ‘얌체족’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사람들의 눈에 잘 띄는 다리에 ‘대리운전’ 등 홍보 플래카드를 은근슬쩍 붙여놓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허가 없이 공연을 벌여 관리팀을 당혹케 하기도 한다. 지난 5일 세운교 밑에서 색소폰을 멋들어지게 연주한 외국인 예술가는 ‘모금통’역할을 하는 모자를 돌리다 관리팀에 적발됐다. 관리팀은 ‘상행위뿐만 아니라 예술 공연도 허가 없이 할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제지했지만 “볼거리를 제공하는데 왜 막느냐.”는 일부 시민들의 항의를 감수해야 했다. 이밖에 청계천에서 술에 취해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는 사람, 급한 김에 다리 밑에서 ‘실례(노상방뇨)’를 하는 사람 등이 청계천 꼴불견으로 꼽혔다. 청계천관리센터 박호영 경영관리팀장은 “대부분의 청계천 방문객들이 질서를 매우 잘 지키고 있다.”면서 “아름다운 청계천을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시민들 스스로 규칙을 잘 지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잔해 파는 곳마다 시신 “죽은자 셀 일만…” 절규

    “정지, 정지. 사람이 살아 있다.” 12일 아침 9시(현지시간) 강진의 참화에 빠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시내 F10구역. 붕괴된 마르갈라 타워 아파트의 잔해를 헤치며 생존자를 찾던 중장비들이 일제히 멈춰섰다. 콘크리트 더미 속에서 사람의 호흡을 찾아 움직이던 이산화탄소 감지기가 경보음을 울렸기 때문이다.●오지 포함 20만 사망設도 구조대는 사력을 다해 콘크리트와 철근을 걷어냈다. 그러나 바닥에는 20대 남자가 차가운 시신이 돼 누워 있었다. 이산화탄소 감지기가 찾아냈던 것은 밀폐된 공간에서 죽은 사람이 내쉬던 단말마의 마지막 호흡이었던 모양. 시신을 부여잡은 가족의 절규를 뒤로 하고 중장비는 다시 굉음을 내기 시작했다. 파키스탄-인도 접경에서 강진이 일어난 지 5일째. 중산층 시민들의 최신식 주거지였던 이곳에서 살아있는 사람을 더 찾아내려는 희망은 점점 사그라들고 있었다. 시 관계자는 “처음에는 콘크리트 더미 밑에서 살려달라는 외침과 신음소리가 들려도 구할 길이 없어 발만 동동 굴렀지만 지금은 반대로 구조대가 있는데도 생존의 기미를 느낄 수가 없다.”며 침통해 했다. 그나마 이슬라마바드는 진앙지인 잠무 카슈미르에서 95㎞나 떨어져 있어 도시 전체가 공동묘지로 변한 무자파라바드(카슈미르의 행정수도), 아보타바드, 발라코트 등지에 비해 피해가 덜한 편이다. 현재 40여명 사망에 40여명이 실종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러나 여진에 대한 불안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이번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총 6만명에 이르고 250만명이 집을 잃은 것으로 추산된다고 보도했다. 아직 구조작업이 시작되지 않은 산간 오지까지 합하면 최종 사망자가 20만명이 넘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돈다. 영국 민간구조팀 클레어랭셔(32·여)는 “더 이상의 여진이 없기를 그들과 내가 믿는 신에게 기도할 뿐”이라고 말했다. 파키스탄 당국의 구조 책임자는 “구조보다 복구와 전염병 예방 등 사고수습에 더 주력해야 할 때”라면서 “안타깝지만 죽은 사람보다는 살아있는 사람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각국 구조팀 통제안돼 제각각 이런 가운데 각국의 구조팀들은 하나둘씩 이슬라마바드 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하지만 통제는 거의 되지 않는다. 공항에서 만난 유엔 사무관은 “비자 문제로 이제야 각국의 구조대들이 도착하고 있지만 무작정 현지로 출발하는 곳이 절반 정도라 실태 파악이 안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도 등 30개국에서 온 구호물품들도 헬리콥터와 통행이 재개된 육로를 통해 피해지역에 전달됐다. 유엔은 파키스탄의 병원 1000여곳이 “완전히 파괴됐다.”며 부상자 수천명을 돌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유엔은 또 ‘인명구조와 초기 복구 활동을 위해’ 2억 7200만달러가 필요하다며 국제사회에 지원을 호소했다. 한편 민간 응급구호단 굿네이버스는 아보타바드에서 앞으로 몇달 동안 구호활동을 펼 계획이다.whoami@seoul.co.kr
  • [국감 초점] 李시장-與의원 ‘청계천 문화재 파괴’ 입씨름

    10일 서울시에 대한 국회 건설교통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는 이명박 시장과 여당 의원들 사이에 물고 물리는 입씨름이 내내 오고 갔다. 열린우리당 윤호중(경기 구리시) 의원은 사진을 보여주며 “청계천 호안석축이 그라인더로 깎이는 등 원형을 알 수 없는 형태로 변형, 복원됐는데 알고 계시냐.”면서 “청계천 복원이 이렇게 졸속으로, 문화재를 파괴하면서 이뤄진 이유가 무엇이냐.”고 따졌다. 이 시장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계신 것 같은데 계속 해보세요.”라고 말하자 윤 의원은 “이것 보세요.”라고 말했고 이 시장은 격앙된 목소리로 “누구 보고 이것 보세요 하는 거예요.”라고 캐물었다. 윤 의원은 이어 “청계천을 복개, 콘크리트로 덮어버린 게 박정희 전 대통령이라면, 이 시장은 역사의 유물을 또 다른 돌멩이로 다시 덮어버렸다.”면서 “개발시대의 낡은 모습을 또 한 면에서 발견하는 것 같다.”고 깎아내렸다. 이에 이 시장이 “개발시대다 뭐다, 정치적으로 발언하시는 듯하다.”고 하자 윤 의원은 “정치적으로 해석하시는 데 능숙하시군요.”라고 맞받아쳤다. 잠시 뒤 열린우리당 장경수(경기 안산 상록구갑) 의원은 “피감 기관장이 조금 전 ‘이것 보세요라니’ 라는 말을 했는데 지금까지 국감장에서 이런 광경은 처음 본다.”고 거들었다. 그는 “국회가 왜 서울시 앞에만 서면 작아지느냐.”면서 “위원장께서 증인이 고압적으로 위원들에게 말한 데 대해 한 말씀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때 열린우리당 김한길(서울 구로을) 위원장 대신 의사봉을 잡은 한나라당 김병호(부산 부산진갑) 의원은 “아무리 국감장이지만 서로 예의를 지켜가며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뜻으로 보면 되겠다.”면서 “수도권에서는 ‘이것 보세요.’라는 말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경상도에서는 말을 놓은 것으로 여긴다.”고 이 시장 편을 들었다. 입씨름은 김 위원장이 자리로 돌아와 “이 시장께서 큰 일을 할 뜻을 품은 만큼 국회를 존중하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라며 중재(?)를 한 뒤에야 가라앉았다. 송한수 고금석기자 onekor@seoul.co.kr
  • 어린 학생들 건물 더미속 “살려달라”

    올해 발생한 최악의 자연재해인 파키스탄 지진은 50여년 동안 인도-파키스탄간 국경분쟁을 벌이고 있는 카슈미르 지역을 초토화시켰다. ●영토 분쟁지역… 군인들 피해 속출 파키스탄 군 대변인은 9일 사망자 1만 9136명 가운데 1만 7155명은 파키스탄령 카슈미르에서 숨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지진은 파키스탄 역사상 최악의 재앙”이라면서 “히말라야 지역의 몇개 마을들은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졌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영토분쟁 때문에 배치돼 있던 군인 215명도 희생됐다. 샤우카트 아지즈 총리는 진앙지와 가까운 파키스탄령 카슈미르의 중심도시인 무자파라바드는 전체 가옥의 절반이 파괴됐다고 말했다. 파키스탄 북서프런티어 주의 도시 만세라에는 학교 2개가 붕괴돼 400여명의 학생들이 목숨을 잃었다. 수업시간중에 지진이 발생해 건물안에 있던 학생들의 희생이 컸다. 지역마다 초등학생에서 중·고등학생 수백여명이 그대로 땅에 묻혔다. 로이터통신은 “살려주세요. 엄마, 아빠를 불러주세요.”란 어린학생들의 아우성이 붕괴현장서 들려왔으나 여진으로 건물더미속의 학생들의 목소리가 사라지는 것을 안타깝게 들을 수밖에 없었다고 전해왔다. 한편 아내를 잃은 하지 파잘 일라히는 “가옥과 바위들이 산에서 굴러떨어지는 것을 봤다.”면서 “심판의 날이 온 것 같았다. 종말이 온 듯했다.”고 술회했다.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는 10층짜리 아파트가 붕괴돼 이집트인 1명과 일본인 2명을 포함, 적어도 14명이 숨지고 126명이 다쳤다. 또 인도령 카슈미르에서도 군인 39명을 포함,360여명이 숨지고 900여명이 다쳤다고 인도 관리들이 밝혔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잘랄라바드에서 집의 벽이 무너지면서 소녀 1명이 희생됐다. ●늦어지는 복구, 국제사회 지원 이어져 파키스탄은 군과 행정기관을 총동원했지만 밤새 비까지 내리면서 산사태와 도로 유실로 피해지역 접근이 어려운 상황이다. 장비 지원이 늦어지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막대기와 맨손으로 콘크리트 더미를 파헤치고 있다. 악조건 속에서도 수십명의 생존자가 구출됐다는 소식이 나오고 있지만 대부분 건물에 깔려 부상이 심각한 상태다. AFP통신은 카슈미르 주민이 대부분 빈곤층인데다 분쟁 속에서 정부의 손길이 미치지 못해 피해가 더욱 커졌다고 지적했다. 흙으로 만든 4,5층짜리 건물이 대부분인데 지진에 아주 취약하다는 것이다. 세계 각국은 구호의 손길을 보내고 있다. 유럽연합은 우선 300만유로(약 38억원)를 파키스탄에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 영국은 60명의 구조 전문가들과 구호용품, 일본은 50명으로 구성된 구호팀을 보냈다. 프랑스, 터키, 그리스, 스위스 등도 인력을 파견했다. 미국은 10만달러의 자금과 인력 지원을 약속했다. 유엔은 재난조정관 8명을 9일 이슬라마바드에 파견, 세계 각국의 구호를 총괄하도록 했다. 사망자 수가 3만명이 넘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파키스탄 정부는 이날부터 3일 동안을 국가적 애도 기간으로 공포했다. 최초 지진 발생 이후 지금까지 45차례의 여진이 계속된 가운데 이날 오후 진도 6의 강력한 여진이 다시 일어났다고 파키스탄 기상청장은 밝혔다. 이에 따라 주민들이 옥외로 다시 대피하는 등 혼란이 가중되고 있으며,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고 파키스탄 관리들이 전했다. 장택동기자 외신종합 taecks@seoul.co.kr
  • 신축 물류센터 붕괴 8명 사망

    물류센터 신축공사현장에서 바닥 콘크리트 구조물이 붕괴돼 일하던 인부 8명이 숨지고 5명이 크게 다쳤다. 6일 오전 11시20분쯤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장암리 3층짜리 K물류센터 신축공사현장 2층에서 콘크리트 타설작업중 2층 바닥(가로 15m, 세로 30m) 콘크리트 구조물(PC)이 무너졌다. 이 사고로 2층에서 작업중이던 서만식(35·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 김용수(39·평택시 비전동) 유우식(40)씨 등 인부 7명이 1층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PC에 깔려 목숨을 잃었고, 양경덕(59)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김택윤(36)씨 등 5명은 함께 매몰됐다가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사고가 나자 119구조대와 경찰 등 110여명이 동원돼 전기드릴 등으로 구조작업을 벌였으나 PC(1개당 길이 15m, 폭 1m)가 무거워 제거에 어려움을 겪고있다. 공사 현장의 한 인부는 “당시 크레인을 이용해 3층 천장에 PC를 설치중이었는데 이 PC가 떨어지면서 3층 바닥을 치고 내려가는 바람에 2층바닥까지 연쇄적으로 무너진 것 같다.”고 말했다. 사고가 난 K물류센터 건물은 지하 1층, 지상 3층에 연면적 2만 2080㎡ 규모이며 조립식인 PC공법으로 짓고 있다.성남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 [統獨 15주년, 빛과 그림자] (하) 베를린-냉전 상징서 유럽 심장부로

    [統獨 15주년, 빛과 그림자] (하) 베를린-냉전 상징서 유럽 심장부로

    45년 동안 동서로 갈라졌던 냉전의 상징 베를린은 분명 상처받은 도시였다. 그러나 1961년 8월13일 이후 베를린 시를 동서로 갈랐던 43.1㎞의 콘크리트 장벽이 무너지고 통일된 지 15년이 지난 지금 그 흔적은 찾아보기 힘들다. 통독 이후 독일의 수도로 다시 태어난 베를린은 1조유로(약 1254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자본을 투입, 미래 도시에 걸맞은 인프라를 구축하며 주요 행정기관과 다국적 기업을 유치했다. 분단 도시의 흔적을 지우고 유럽의 중심으로 도약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베를린 장벽의 잔재는 박물관이나 기념물 외에는 거의 찾아 보기 힘들다. 대신 곳곳에 들어선 다양한 디자인의 초현대식 고층건물들이 위용을 자랑하는 미래 지향적 도시로 변모하고 있다. |베를린 함혜리특파원| 많은 사람들은 베를린을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도시’‘끝없이 건설 중인 도시’라고 표현한다.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도시 100번 시내버스를 타고 출발역부터 종착역까지 한두번만 가보면 이 표현의 적절함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 버스는 초(동물원)역에서 출발해 티어가르텐, 전승기념탑, 벨뷔 궁전, 세계문화관, 연방의회 의사당과 브란덴부르크 문, 운터 덴 린덴, 박물관 섬, 알렉산더광장 등 시내의 주요 명소를 지나가기 때문에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있다. 1871년 독일이 제국으로 통일된 것을 기념해 지어진 의사당은 통독 이후 연방의회 의사당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곳 옥상에 통독 이후 투명돔이 지어지면서 통독의 상징이 됐다. 미국의 건축가 노먼 포스터가 설계한 투명돔은 내부에 거울기둥들이 다양한 각도로 설치돼 있고, 여기서 반사된 햇빛이 본회의장 구석구석을 비추고 있다.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박물관 섬(Museuminsel)’에서는 과거를 볼 수 있다. 슈프레강 한복판에 있는 이 지역은 이름 그대로 1830년부터 100년 동안 차례로 지어진 4개의 박물관과 1개의 국립미술관이 있으며 고대 이집트, 그리스, 로마부터 후기 비잔틴을 거쳐 1900년대에 이르는 건축과 미술의 역사를 담고 있다. 베를린시는 밀레니엄을 맞아 냉전의 어두운 그림자를 지우고 문화·예술의 중심지로 자리잡기 위해 10년 안에 8억2900만유로(약 1조원)를 들여 미술관과 박물관을 재정비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공사가 끝나면 박물관 섬에 있는 5개의 건물은 지하 통로로 연결되고 행정동과 기술센터도서관, 교육시설들이 갖춰지게 된다. 브란덴부르크 문을 중심으로 쌓여졌던 두텁고 높은 콘크리트 장벽이 허물어진 자리에는 현대식 디자인의 초고층 건물들이 들어섰다. 이 지역의 핵심은 포츠다머 광장이다. 1920∼30년대 유럽 최대의 번화가였으나 전쟁과 베를린 장벽으로 인해 폐허로 남아 있었다. 베를린시가 도시의 상징적인 광장을 만들기 위해 1991년 주최한 국제도시계획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건축가 힐머와 자틀러가 제안한 복원계획이 당선됐고, 파리의 퐁피두센터를 설계한 렌조 피아노가 설계와 건설을 맡았다. 베를린의 미래를 보여주는 포츠다머 광장에는 다임러 크라이슬러가 40억마르크(약 2조 4000억원), 일본 소니가 13억마르크(약 7800억원)를 각각 투자했다. 광장에는 복합 빌딩을 비롯해 고급 쇼핑몰, 영화관, 카지노, 아파트와 사무실 등 17개의 현대식 대형건물들이 들어서 있다. 간판건물로 꼽히는 소니센터는 뉘른베르크 태생의 건축가 헬무트 얀이 설계한 미래형 복합 빌딩으로 유리와 강철로 만든 돔형의 지붕과 7개의 빌딩으로 이뤄져 있다. ●문화 중심지로의 화려한 복귀 분단의 상징에서 통일의 상징이 된 브란덴부르크 문을 지나 동쪽으로 뻗어있는 운터 덴 린덴(‘보리수 나무 아래’라는 뜻)은 베를린 최초의 계획된 산책로로 2차 대전 이전까지 베를린의 문화적 중심 역할을 했던 곳이다. 냉전시절 동베를린에 속하면서 낭만을 잃었다가 지금은 고급 부티크와 카페, 박물관과 미술관 등이 즐비한 베를린의 대표적인 번화가로 바뀌었다. 1920년대 유럽 문화의 중심지에서 전쟁과 분단을 거치면서 삭막해졌던 베를린 시내는 이제 젊은이들과 예술가들, 무궁무진한 문화적 인프라를 향유하기 위해 찾아오는 관광객들로 언제나 활기가 넘친다. 베를린에는 3개의 오페라하우스,100개가 넘는 연극 공연장,170개의 박물관과 미술관이 들어서 있다. 젊은이들과 관광객들이 넘치면서 근사한 레스토랑과 바, 카페 등이 하루가 다르게 생겨난다. 통독 15주년 국경일인 지난 3일 국립미술관 앞은 고야 특별전을 보려고 몰려든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뤘다.4∼5시간을 서서 기다려야 들어갈 수 있지만 사람들은 책을 보거나 차를 마시며 지루한 줄 모르고 기다리고 있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그리 멀지 않은 하터시에서 왔다는 프랑크 엡슈타인은 “베를린에는 친구들도 많고 오페라와 연극 등 볼거리도 많아 자주 방문한다.”며 “베를린이 하나로 합쳐진 뒤 문화적 풍요로움이 더해져 즐겁다.”고 말했다. ●유럽 중심도시로 발돋움 독일 통일로 베를린은 유럽에서 손꼽히는 거대 도시가 됐다. 그러나 유럽의 중심도시로 발돋움하려는 베를린의 변신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베를린시는 전체 170㏊에 달하는 지역에 총 1000여개의 새 건축물을 세운다는 계획이다. 도시 계획은 전반적인 도시의 밑그림(STEP)을 기준으로 지역계획(FNP), 구역계획(BEP) 등 단계별 프로그램에 따라 진행된다. 내년 완공예정인 베를린 중앙역사를 비롯해 건축아카데미 복원계획, 스프리 강변의 미트지역에 세워질 업무 및 주거 복합빌딩 지르쿠스, 현대적 시설을 갖춘 오스트반호프 실내 체육관, 티어가르텐 서쪽의 특급 호텔 및 위락시설 지역 KPM쿼터, 스프리강변의 미디어센터 등이 대표적인 프로젝트다. 건축의 경연장이나 다름없다. 주독 한국대사관의 신동민 전문연구원은 “정치와 문화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한 베를린은 미래의 유럽 중심지로 부상하기 위해 정보·첨단 IT·교육 등 지식산업시대를 겨냥한 도시계획을 진행하고 있다.”며 “경제적 문제 때문에 독일 통일의 부정적 측면이 부각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같은 도시의 발전은 수치로 따질 수 없는 가치를 지닌다.”고 말했다. lotus@seoul.co.kr ■ “철거” “보존” 논란 |베를린 함혜리특파원| 베를린 서쪽에서 브란덴부르크 문을 지나 동쪽으로 뻗은 운터 덴 린덴 거리를 따라 10분정도 걸어가면 왼쪽으로 작지만 아름다운 공원을 마주한 베를린 대성당이 나오고 그 뒤로 박물관 섬이 보인다. 고색창연한 모습과 대조적으로 맞은 편에 주차장으로 쓰이는 공터를 끼고 있는 5층짜리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철거를 앞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옛 동독 공산당사(Republik)다. 군데군데 깨어진 황동색 유리와 강철로 외관이 장식돼 있고 규모는 매우 큰 편이지만 어딘지 황량했다. 심지어 흉물스러워 보인다. 통일 이후 15년간 방치된 탓이다. 이곳에서는 지난 달 17일부터 ‘프락탈 Ⅳ’라는 현대미술그룹전이 열리고 있다. 젊은 예술가 25명이 ‘죽음’을 주제로 설치, 비디오 아트, 회화, 조각 등을 전시하고 있다. 동베를린 지역에 거의 유일하게 남아있는 분단시대의 흔적이라는 점이 호기심을 자극해 전시장을 찾았다. 겉에서 보기에는 그런 대로 건물의 모양새를 갖춘듯 했지만 안으로 들어가니 철골 구조만 남아 을씨년스러웠다. 전시장이 아닌 곳은 바리케이드를 쳐놓고 출입을 금지했다. 이런 분위기는 죽음을 주제로 한 작품들과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전시장 안내를 맡고 있는 힐미라는 청년은 “오는 22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전시를 끝으로 공산당사는 문을 닫고 내년부터 철거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라며 전시 주제가 ‘죽음’인 것도 그런 이유에서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자리에는 프로이센 왕궁이 들어설 예정이지만 시민들의 반발이 거세 실현될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유지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주변 경관과 어울리지 않아 철거하기로 결정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산당사는 과거 프로이센의 왕궁이었던 건물을 헐고 옛 동독 공산당이 새로 지은 건물이다. 독일 정부는 통일 후 과거의 어두운 흔적을 지우기 위해 이 건물을 헐고 왕궁을 복원하려 시도했다. 그러나 옛 동독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일단 보류했다. 공간의 독특한 분위기 덕분에 종종 현대 미술 전시회장으로 사용되면서 이 건물의 철거에 반대하는 서독 지역 사람들마저 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이 전시회를 보기 위해 일부러 왔다는 질케 블룸은 “프로이센 왕국은 이미 지나간 과거인데 많은 돈을 들여 복원하려는 의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불만을 표한다. 건축이 전공이라는 클라우디아 힐가트는 “공산당사가 분단의 아픈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건 사실이지만 그것도 역사의 일부”라며 “이대로 보존하면 오히려 역사의 교훈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otus@seoul.co.kr
  • [인간시대] 장석효 청계천 복원추진본부장

    [인간시대] 장석효 청계천 복원추진본부장

    “안녕하세요. 오늘도 벌써 두 번째 도시네요. 힘들지 않으세요?” “뭘요.‘생때 같은 청계천’인데 볼 때마다 대견하기만 하죠.” 청계천이 복원된 지 나흘째인 4일 오후. 작업복 차림의 한 젊은이가 인파의 발길에 고장난 청계광장 팔도석을 살피던 장석효(58) 청계천복원추진본부장에게 반갑게 인사했다.“1공구의 인부입니다. 같이 일하다 보니 한 식구가 됐지요.” 평일에도 끊임없이 밀려드는 인파에 장 본부장의 ‘청계천 전쟁’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하지만 청계천 복원의 1등 공신으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우직했던 31년 공직 생활의 꽃이 활짝 피어난 셈이다. ●평생 못 잊을 ‘150일 작전´ 장 본부장은 2004년 7월 청계천본부의 수장이 됐다. 그러나 건설안전관리본부장 시절인 2002년 말부터 청계천에 뛰어들었다. 벌써 4년째 청계천의 처음과 끝을 함께했다. 5.8㎞에 이르는 청계천 구간치고 그의 땀과 정성이 담기지 않은 곳이 없다. 매일 2∼3번씩 하루도 빠지지 않고 오갔다. 콘크리트 밑에서 온갖 오폐수와 가스로 오염돼 있던 청계천을 제집처럼 드나들다 보니 피부병이 생길 정도였다. 피서 한번 못 간 얼굴은 겨울에도 까맣게 그을렸다. 운동화와 점퍼는 그의 유니폼이 됐다. 장 본부장은 특히 시점부 쪽인 1공구 복원에 더욱 힘을 쏟았다. 돌 하나도 허투로 하지 않았다. 청계천의 역사적 의미가 담긴 곳이기 때문이다. “모전교 상체와 그 주변 돌들에는 작은 홈들을 촘촘히 새겼습니다. 전국의 석공들이 모여 4개월 가까이 직접 손으로 깎은 것입니다.30여개의 맨홀도 바닥 무늬에 맞췄지요.2공구는 문화,3공구는 환경 등 나머지도 각각의 주제에 맞게 바꾸고 또 바꿨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때는 2003년 12월에서 이듬해 4월 사이. 막 청계천본부에 왔을 때다. 하천 정비공사를 시작할 참이었다. 공기를 맞추기 위해서는 5월까지인 건기(乾期) 안에 공사를 마쳐야 했다. 그러나 “2년은 걸린다.”는 보고가 현장소장으로부터 돌아왔다. 비가 올 때 공사하다간 전 구간이 매몰될 판이었다. “미쳐야 했습니다. 저도 시행사 부사장도 공사 현장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하루 3200명의 인부가 2교대로 24시간 매달렸지요. 현장 소장 등 작업진들이 과로로 쓰러져 나가는 우여곡절 끝에 ‘150일 작전’을 완수했습니다. 기적이었지요.” 결국 머릿속에 그렸던 조감도보다 훨씬 아름다운 모습으로 청계천이 실현됐다. 자연의 경이로움 때문이다. 그래서 아쉬움도 없다. ●행정 제2부시장 내정 장 본부장은 이르면 다음주부터 청계천본부 대신 시청 본관으로 출근한다. 청계천 주변 재개발 비리 혐의로 구속된 양윤재(56) 행정 제2부시장의 후임자로 내정됐다. 청계천뿐 아니라 도시계획·주택·교통 등 서울시의 기술 업무를 총괄하게 된 것이다. 그가 서울시에 몸담은 것은 75년부터다. 서울대 농공학과를 졸업하고 수자원공사에 다니다가 기술고시에 합격한 직후였다. 이후 대부분을 건설 현장에서 보냈다. 목동신도시, 내부순환도로 등은 대표적인 그의 ‘작품’이다. 오늘의 서울시를 거의 직접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 우여곡절도 많았다. 이수교차로, 천호~토평교 구간 등 유독 그가 새로 맡은 일들은 설계 변경이 잦았다. 자연스레 ‘설계비를 부풀린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장 본부장은 “선임자가 새운 기존 틀을 바꾸는 한이 있더라고 대충 만들 수 없었다.”면서 “긍정적이면서도 현실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신조 때문에 밀고 나갈 수 있었다.”고 떠올렸다. 그럼에도 가장 뜻깊은 공사는 뭐니뭐니 해도 청계천이다.‘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는 좌우명처럼 서울 건설에만 매진하던 그에게 하늘이 준 기회였다. 장 본부장은 “이렇게 보람 있는 사업은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면서 “청계천을 제 몸처럼 아름답게 가꾸는 것은 시민들의 몫”이라고 밝게 웃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사설] 고양이에게 대못 박는 엽기적 세태

    서울에서 발견됐다는 머리, 목, 허리 등에 못이 박힌 고양이의 모습은 그야말로 충격적이다. 야생 고양이뿐 아니라 집에서 기르는 애완 고양이까지 표적이 된 듯하다고 한다. 동물을 대상으로 한 단순한 장난으로 봐 주기에는 수법이 너무나 위험하고 잔인하다. 명백한 동물학대 범죄행위에 해당한다. 비록 하찮은 도둑고양이일 수도 있지만 어쩌다 이토록 엽기적인 생명파괴 행위를 서슴지 않는 세태가 되었는지 어이없기까지 하다. 지난 7월 처음 못 박힌 고양이 사례가 보도된 이래 지금껏 확인된 피해 고양이는 3마리라지만 더 있을 것이라고 주민들은 주장하고 있다. 우리는 피해 고양이의 숫자가 많고 적음을 따지기에 앞서 범행 수법의 잔인성에 크게 우려한다.10㎝ 길이의 못이 고양이 머리 중앙에 4㎝나 박혔는가 하면 척추에도 박혔다. 끔찍하기 그지없는 광경이다. 못은 뾰족하게 특수가공 처리된 탓에 사람에게도 치명적일 정도로 위협적이란다. 또 콘크리트에 못을 박는 ‘타정총’이 범행에 이용됐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도둑 고양이로 인한 시민들의 피해가 만만찮은 것도 사실이다. 음식물 쓰레기를 파헤쳐 놓아 지저분해지고 냄새도 풍긴다. 범인이 무슨 의도로 엽기적인 행각을 벌이는지는 알 수 없다. 도둑고양이를 없애려는 목적, 정신이상자의 소행일 수 있다는 추측도 있다. 어느쪽이라도 되풀이 발생해서는 안 될 사건이다. 어린이들이 볼까 무섭다. 경찰이 적극 수사에 나서야 하는 이유이다. 살인·강도 등 인명손상 사건도 많은 상황에서 한낱 고양이의 피해를 가지고 호들갑이냐며 안이하게 판단하지 않기를 경찰에게 바란다.
  • [새물길 청계천] 제자리 못찾은 수표교

    [새물길 청계천] 제자리 못찾은 수표교

    서울시는 2일 청계천 복원을 기념하기 위해 ‘10월 서울시 문화재’로 수표교(水標橋·서울시 유형문화재 제18호)를 선정했다. 청계천 22개 다리 가운데 수표교만큼 청계천을 대표할 만한 역사유물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수표교는 청계천이 아닌 장충단공원에 있다. 서울시는 수표교를 청계천 원래의 자리에 복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결정을 못하고 있다. ●수표교 복원여부 ‘결정보류’ 서울시는 지난달 28일 시 문화재위원회를 열고 수표교 이전·복원여부에 대한 의견을 물었으나 위원회는 보류결정을 내렸다. 앞서 2004년 4월 문화재청 사적분과위원회는 시에 수표교의 이전·복원을 원칙으로 하되 구체적인 복원 계획은 이후에 제출하도록 했다. 시는 이를 위해 2004년 6월부터 지난 7월까지 장충단공원 수표교에 대한 정밀실측조사, 정밀안전진단, 수리검토 및 모형 실험, 복원기본설계에 대한 용역을 실시했다. 용역 결과 수표교는 장충단공원으로 옮겨지면서 교각석·멍에석·귀틀석 등 주요 부재가 없어지거나 망가졌으며, 하부 교각은 콘크리트에 묻혀서 해체시 추가 훼손이 예상됐다. 하부 교각의 49%, 멍에석의 29%, 귀틀석의 5%, 상판석의 16%는 새 돌로 바꿔야 할 것으로 분석됐다. 또 수표교 길이(27m)가 청계천 너비(23m)보다 긴 데다 장마철 수표교 교각으로 인한 병목현상으로 물이 범람할 것에 대비해 하천 양측 240여m 구간을 너비 10m 안팎으로 확보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위해 시는 주변 토지 803㎡와 건물 13개동을 사들여야한다. ●이전·복원-찬반 논란 시는 원칙적으로 중립적인 입장이지만 만만치 않은 이전비용과 추가 훼손 문제를 들어 이전·복원에 다소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복원 비용은 청계천 주변 토지·건물 수용에 137억(부분수용시)∼507억원(전체수용시) 등 총 433억 1000만∼803억 7200만원이 투입될 것으로 추정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역사적인 맥락에서는 청계천 이전·복원이 바람직하지만, 그 과정에서 원형의 추가 훼손이 예상되므로 문화재보존 측면에서는 장충단공원에 보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반면 문화연대 등 시민단체는 청계천을 역사와 문화가 살아 있는 하천으로 만들기 위해서 수표교 이전·복원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누가 고양이한테 못을 쐈나

    누가 고양이한테 못을 쐈나

    서울 가락동의 아파트 일대에서 머리나 등에 못이 박힌 고양이가 잇따라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2일 가락동 시영아파트에 사는 정모(51)씨가 기르던 고양이 허리에 못이 꽂혔다고 8월 말 신고해옴에 따라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와 비슷한 사건이 처음 알려진 것은 지난 7월21일에 방송된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에서다. 이날 머리 앞쪽 한가운데에 길이 약 10㎝가량의 못이 꽂힌 채 돌아다니는 고양이를 구조하는 장면이 방영됐다. 지난달 29일에는 같은 프로그램에서 배에 못이 박힌 고양이가 소개되면서 확인된 피해 고양이가 3마리로 늘었다. 3마리 모두 같은 아파트 단지에서 발견됨에 따라 경찰은 동일인의 범행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 방송에 따르면 피해 고양이는 3마리외에 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누군가 공사장에서 못을 박는 데 사용되는 타정총을 개조한 뒤 콘크리트 못을 총알 삼아 쏜 것으로 보인다.”면서 “동물 혐오자나 정신이상자의 소행으로 보고 수사중이지만 결정적인 단서가 없어 제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범인이 잡힐 경우 애완 고양이는 ‘재물손괴’, 야생 고양이는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형사처벌하거나 행정처분을 내릴 계획이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제자리 못찾은 수표교

    제자리 못찾은 수표교

    서울시는 2일 청계천 복원을 기념하기 위해 ‘10월 서울시 문화재’로 수표교(水標橋·서울시 유형문화재 제18호)를 선정했다. 청계천 22개 다리 가운데 수표교만큼 청계천을 대표할 만한 역사유물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수표교는 청계천이 아닌 장충단공원에 있다. 서울시는 수표교를 청계천 원래의 자리에 복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결정을 못하고 있다. ●수표교 복원여부 ‘결정보류’ 서울시는 지난달 28일 시 문화재위원회를 열고 수표교 이전·복원여부에 대한 의견을 물었으나 위원회는 보류결정을 내렸다. 앞서 2004년 4월 문화재청 사적분과위원회는 시에 수표교의 이전·복원을 원칙으로 하되 구체적인 복원 계획은 이후에 제출하도록 했다. 시는 이를 위해 2004년 6월부터 지난 7월까지 장충단공원 수표교에 대한 정밀실측조사, 정밀안전진단, 수리검토 및 모형 실험, 복원기본설계에 대한 용역을 실시했다. 용역 결과 수표교는 장충단공원으로 옮겨지면서 교각석·멍에석·귀틀석 등 주요 부재가 없어지거나 망가졌으며, 하부 교각은 콘크리트에 묻혀서 해체시 추가 훼손이 예상됐다. 하부 교각의 49%, 멍에석의 29%, 귀틀석의 5%, 상판석의 16%는 새 돌로 바꿔야 할 것으로 분석됐다. 또 수표교 길이(27m)가 청계천 너비(23m)보다 긴 데다 장마철 수표교 교각으로 인한 병목현상으로 물이 범람할 것에 대비해 하천 양측 240여m 구간을 너비 10m 안팎으로 확보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위해 시는 주변 토지 803㎡와 건물 13개동을 사들여야한다. ●이전·복원-찬반 논란 시는 원칙적으로 중립적인 입장이지만 만만치 않은 이전비용과 추가 훼손 문제를 들어 이전·복원에 다소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복원 비용은 청계천 주변 토지·건물 수용에 137억(부분수용시)∼507억원(전체수용시) 등 총 433억 1000만∼803억 7200만원이 투입될 것으로 추정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역사적인 맥락에서는 청계천 이전·복원이 바람직하지만, 그 과정에서 원형의 추가 훼손이 예상되므로 문화재보존 측면에서는 장충단공원에 보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반면 문화연대 등 시민단체는 청계천을 역사와 문화가 살아 있는 하천으로 만들기 위해서 수표교 이전·복원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표교 세종 2년(1420년) 현재의 청계천 2가 자리에 세워진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석재 다리로, 당시 청계천 양쪽의 북촌과 남촌을 연결해 주었다. 처음 만들어졌을 때는 말 시장인 마전(馬廛)앞에 있다고 해 마전교라고 불렸으나, 세종 23년(1441년) 다리 서쪽에 나무로 수표(水標)를 세워 청계천 수위를 측정하기 시작하면서 수표교라고 불렸다. 장안의 명물이었던 수표교는 1959년 청계천 복개공사 때 원래의 자리를 떠나 중구 장충단공원으로 이전됐다. 김유영 서재희기자 carilips@seoul.co.kr
  • [청계천 새물길 열렸다] 복원 산파역 노수홍 연세대교수

    [청계천 새물길 열렸다] 복원 산파역 노수홍 연세대교수

    한 때 아낙들의 빨래터였고, 아이들의 놀이터였던 곳. 이런 청계천이 어두컴컴한 콘크리트 더미에서 벗어난 것은 어린 시절 청계천에 대한 기억을 간직한 한 학자의 소박한 꿈에서 비롯됐다. 사람들의 삶에 녹아드는 하천을 만들 수는 없을까하는 소망에서다. 주인공은 연세대 원주캠퍼스 환경공학과 노수홍 교수다. 1991년 동료인 이희덕 교수(사학과)가 서울·원주를 오가는 통근버스에서 “청계천에 물이 흐르게 할 수 있을까.”라고 물었다. 노 교수는 “현재 물처리 기술로 깨끗한 물 공급에는 문제가 없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당시로서는 그렇게 대화를 나눈 게 전부였다. 노 교수는 청계천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기는 했지만 거의 전무했다. 복개된 청계천 위로는 청계고가가 있어 이미 청계천은 ‘하천’이 아니라 ‘도로’로 여겨지고 있을 때였다. 그러다가 1996년부터 1997년까지 캐나다 오타와대에 교환교수로 가게 되면서 청계천 복원에 대한 가능성을 다시 떠올렸다. “오타와는 도심 중앙부에 ‘리도 운하’가 뻗어 있어 점심시간이면 샌드위치 하나를 들고 흐르는 물을 바라보면서 청계천을 떠올렸죠. 폭도 10m 안팎으로 청계천과 비슷했죠.” 노 교수는 청계천이 복원된다면 서울에서도 이처럼 여유롭고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후 한국에 돌아와서도 만나는 사람들마다 청계천복원에 대한 얘기를 끄집어냈다. 그러나 이들이 걱정하는 부분은 대부분 비슷했다. 우선 ▲교통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상인·노점상 대책은 어떻게 세울 것인가 ▲물은 깨끗할까 ▲재원은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 등이었다. 청계천 복원 공사는 여러 분야의 복합적인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어 본격적으로 각종 분야의 전문가를 찾아다니기로 했다. 처음 만난 사람은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의 황기연 교통연구부장. 삼일빌딩∼동대문 구간 등 몇몇 교통을 통제한 사례를 들면서 교통에 문제가 없다는 대답을 얻어냈다. 이후 서울·원주를 오가며 공학·법률·환경·상업 등의 전문가들을 만나며 청계천 복원에 대한 궁금증들을 풀었다. “마침 1998년 봄 학교 옆 토지문화관의 박경리 선생과 같은 차를 타고 지방에 갈 일이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습니다. 생태·환경주의자인 박경리 선생에게 청계천 복원은 기술적으로는 문제가 없으니 사람들의 마음을 바꿔달라는 부탁을 했고, 박경리 선생도 흔쾌히 응했습니다.” 그래서 2000년 토지문화관에서 드디어 ‘제1회 청계천 되살리기 심포지엄’이 열렸다. 참석자들은 ‘청계천 살리기 연구회’를 조직해 해마다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로 했다. “이후 심포지엄 자료집이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면서 2001년에는 서울시장 선거 캠프에서도 연락이 오곤 했습니다. 청계천 복원에 관심이 컸던 이명박 시장이 당선된 게 기폭제가 됐다고 할 수 있겠죠.” 이명박 시장이 당선된 뒤 노 교수는 청계천복원시민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했다. 노 교수는 이번에 완공된 청계천에 대해 ‘60점’을 줬다. “50점은 이미 공사가 마쳤기 때문이고,10점은 청계천 하류 부분이 환경친화적으로 조성됐기 때문입니다. 나머지 40점은 앞으로 청계천을 어떻게 만들어 가는가에 달려 있겠죠.”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청계천 새물길 열렸다] 47년만에 다시 시민의 품으로

    [청계천 새물길 열렸다] 47년만에 다시 시민의 품으로

    청계천에 다시 물이 흐르는 것은 자연의 섭리다. 인간이 자연과 떨어져 살 수 없다는, 우리 사회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 증거다. 개발 위주, 편리함을 추구하던 우리사회가 삶의 질 향상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1958년부터 시작된 청계천 복개, 그리고 그 위에 놓인 청계고가도로는 개발주의 시대의 상징물이었다. 그 앞에서 600년 역사의 흐름은 무기력하기만 했다. 이제 원래 모습을 되찾은 청계천은 사람과 자연의 행복한 만남의 상징물이다. 차량과 고층 빌딩이라는 도심의 ‘점령군’이 철수한 자리에 원래 주인이었던 사람과 자연이 함께 어우러지게 된 것이다. 급격한 도시화에 따라 ‘서울의 하수구’로 전락했던 청계천에 원래의 푸른 물결을 되돌려주자 벌써부터 버들치와 잉어가 돌아오고, 왜가리 등 새들이 날아와 도시민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고 있다. 조선왕도의 개국에서부터 일제 침탈까지의 굴곡의 역사를 지켜본 청계천이 잠시 호흡을 멈췄다가 다시 미래로 흐르고 있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화합의 표상이며, 미래를 여는 창인 셈이다. 서울이 정체성을 회복하는 전기를 마련했다는 의의도 크다. 지금 서울에서 600년 고도(古都)의 흔적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일제 강점과 한국전쟁, 그리고 압축성장을 겪은 서울은 ‘정체성’을 상실한 채 끊임없이 확장돼 왔다. 청계천 복원은 서울이 국적 불명의 상태에서 벗어나 한민족과 함께 어우러지는 ‘인간다운 도시’로 탈바꿈하는 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청계천 복원 과정에서 역사성을 되살리는 데 소홀했다는 비판이 뒤따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시민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은 미완의 숙제로 남는다. 공기를 맞추다 보니 호안석축 등 문화재 복원 등에는 다소 미흡했다. 결국 청계천 100인위원회 등 시민단체들이 참여를 중단하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됐다. 결국 청계천의 온전한 복원을 위해서는 장충단공원에 있는 수표교를 옮기는 등 잃어버린 역사를 되찾는 작업이 계속돼야 한다.‘복원을 빙자한 개발사업’이라는 오명을 털어내기 위해서라도 간과돼서는 안된다. 환경, 그 자체로 소중한 청계천을 가꾸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청계천 주변을 고층 빌딩숲으로 만드는 것에만 급급하지 말고 남산, 종묘, 한강 등 도심의 자연·역사 환경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성숙한 시민의식도 요구된다. 청계천은 이제 서울시의 전유물이 아닌, 서울시민과 국민 모두에게 주어진 ‘선물’이기 때문이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역대 서울시장 ‘한마디’ 회색빛 청계천 고가도로와 함께한 역대 서울시장은 청계천 복원사업을 어떤 눈으로 바라볼까. 서울신문은 10월1일 역사적인 청계천 복원에 맞춰 1970년 이후 15대 양택식 시장에서부터 이명박시장 전임인 31대 고건 시장에 이르기까지 13대 12명의 역대 시장에게 청계천 복원에 대한 촌평을 부탁했다. 역대시장들은 대부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자신의 발언이 정치적으로 해석될 것을 염려하는 시장도 있었고, 접촉이 안되는 경우도 있었다. ●고건(67):제22대(1988.12.5∼1990.12.26),31대(1998.7.1∼2002.6.30) 두 차례나 서울시장을 역임한 고 전 시장은 “훌륭하고 잘 한 일”이라며 “충분히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만한 일이다.”라고 호평했다. 그의 재임 중에도 청계천 복원문제가 거론됐었지만 ‘후임 시장들의 몫’이라며 미뤄뒀었다. 그는 유력한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탓인지 말을 아꼈다. ●조순(77):30대(1995.7.1∼1997.9.9) “아주 잘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일은 시작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운영 과정의 문제점은 그때그때 보완해 나가면 된다.”조 전시장은 취임 직전 삼풍백화점이 붕괴돼 사건 현장에서 지휘봉을 잡았다. 재임 중 성수대교와 당산철교를 새로 놓았으며, 여의도 광장 등을 공원화해 시민의 시정을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주춧돌을 놓았다. ●최병렬(67):29대(1994.11∼1995.6) “서울을 바꿔 놓은 역작이다.” 최 전 시장은 “교통난이 우려되는 가운데 대담하게 고가도로를 철거했는데 교통에 영향을 적게 미치면서 서울의 옛 모습을 복원시켜 시민을 즐겁게 했다.”면서 “경제적인 효과까지 거뒀으니 일거삼득이다.”고 극찬했다. 최 전 시장은 이어 “성수대교 붕괴로 시장을 맡은 이후 다리 고치고, 지하철 고치다가 임기를 보냈다.”며 자신의 재임시절을 회고했다. ●김상철(56):26대(1993.2.26∼1993.3.4) 7일 동안 서울시정을 맡았던 김 전 시장은 “청계고가를 해체하고 청계천을 복원한 것은 창조적인 발상의 소산”이라며 “도심에 물길이 흐르면서 도심의 생명력도 살아났다.”고 높이 평가했다. 그는 “주변 상인들을 설득할 수 있었던 이명박 시장과 시청 직원들의 지혜와 추진력이 큰 역할을 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상배(66):25대(1992.6.26∼1993.2.25) “92년에는 교통 혼잡을 극복하는 문제가 가장 큰 이슈여서 복원 사업을 할 여건이 못됐다.” “그때 복원을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 전 시장은 “이제 정릉천 등 지하에 묻힌 다른 개천들이 복원될 차례”라면서 “삼청공원에서 시작되는 청계천 수원도 원래 모습을 되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세직(72):23대(1990 12.27∼1991.2) 한 달 반정도 서울 시정을 맡은 박세직 전 시장은 “86아시안게임·88서울올림픽 당시 외국손님이 많이 왔을 때 도심에 산책코스가 마땅히 없어 아쉬웠었다.”면서 “이번 청계천 복원으로 도심에 산책코스가 생긴 것은 관광자원을 개발하는 데에 있어 상당히 잘 된 일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공사 초반 교통문제 등의 우려와 달리 성공적으로 끝나 국내·외적으로 호평을 받는 것은 건축·토목 분야 경험이 많은 이명박 시장의 공”이라고 말했다. ●김용래(71):21대(1987.12.30∼1988.12.4) 김 전 시장은 “과거 서울은 교통정책·도시재개발정책 등 개발정책이 가장 중요하게 여겨졌으나, 지금은 문화와 환경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면서 “이런 의미에서 청계천 복원은 시대의 흐름을 잘 짚어낸 역작”이라고 말했다. 김 전 시장은 이어 “재임 당시 88서울 올림픽을 기점으로 문화와 환경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 “좀더 인간적인 서울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바로 이 때부터 태동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또 “당시 청계고가도로의 안전문제가 이슈가 된 적이 있었다.”고 소개한 뒤 “고가도로 자체의 설계가 정밀하게 되지 못해 일부 구간은 통행을 중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김성곤 이두걸 김유영 김기용기자 sunggone@seoul.co.kr ■ 숫자로 본 청계천 ‘연인원 69만 4405명이 동원되고, 돌 6만 9194t이 투입됐다.’ ‘콘크리트 20만 5280㎥, 철근 3만 5000t을 캐냈다.’ 청계천 복원사업을 대표하는 숫자들이다. 2003년 7월1일 청계고가도로 철거와 함께 첫 발을 뗀 복원공사는 823일 만인 2005년 9월30일 매듭이 지어졌다. 공사구간 3곳에 동원된 공사관계자들은 여름철 강우 때 물이 흘러들 것에 대비, 한겨울에도 모닥불을 쬐가며 하안 벽체를 조성하는 등 공기(工期)를 맞추려고 쉼없이 일했다. 청계천에 얽힌 숫자는 흥미진진하다. 청계천 복원구간 길이는 정확하게 말하면 5847m. 시오리(里)에 조금 못미치는 거리다. 2년 3개월동안 10t,15t짜리 덤프트럭 13만 5182대가 투입됐으며, 하루 평균 165대가 북적댔다고 보면 된다. 공사에 들어간 인원은 하루 평균 850명이다. 청계천을 유지·관리하는 데 들어가는 전기사용 용량은 2200㎾로,30W 전구 7만 3000개를 동시에 켜는 것과 맞먹는다. 전기요금만 연 8억 8000만원이나 된다. 가구당 연간 40여만원을 전기료로 낸다고 치면 2000여가구의 아파트단지가 쓸 전력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또 공공 산업용 전기료는 ㎾당 기본요금 4500원, 사용료 당 50원으로 싸게 매겨지기 때문에 민간차원으로 환산하면 어림잡아 21억 4000여만원을 내야 하는 셈이다. 주택과 비교할 때 최고수준인 ㎾당 기본요금 1만 1000원과 비교하면 2.44분의1 정도다. 따라서 실제 요금으로 따지면 서민가정 5000가구가 사용하는 전기량과 비슷하다. 공사 때 쏟아부은 콘크리트는 레미콘 트럭으로 3만 4300대 분량. 바닥면적 300평 건물을 513층 높이로 지을때 들어가는 물량이다. 징검다리와 수경시설 등 구간 곳곳에 설치돼 청계천의 밤을 밝히는 조명등은 자그마치 8973개다. 가로등 464개, 산책로 조명등 818개, 수목 조명등 974개, 수로 조명등 1878개, 시점부 청계광장 등 기타 2529개 등이다. 말 그대로 푸른 청계천이 되도록 주변에 심어놓은 식물은 150만 4109본이다. 나무 19종 8만 9415그루, 초화류 17종 59만 4584포기, 물 위에 살도록 그물 모양의 매트로 엮어 띄워놓은 수상식물 12종 82만 110포기로 엄청난 숫자다. 복개된 구간을 파헤치면서 쓴 석재만 15t트럭 4600대분이다. 경사면 벽체를 맏드는 데 1만 5132t, 호안 조경석에 5만 4062t이 들어갔다. 독도를 알리는 돌을 포함해 제주도 등 우리나라 8도를 상징하는 시점부 폭포 아래의 ‘8도석’도 포함됐다. 청계천에는 하루 12만t의 물을 흘러보내는데, 보통 고지대나 재난지역에 물을 공급하는 5t짜리 ‘물차’ 2만 4000대를 동원한 꼴이다. 고가도로 및 복개 구조물을 뜯어내면서 생긴 콘크리트와 아스콘, 철재 폐기물은 90만 7000여t이다.15t 트럭으로 6만 500대 분량을 실어날랐다. 이 가운데 콘크리트·아스콘 87만 2000t의 96%인 83만 7100여t은 도로 기층재나 성토용으로 복원구간에 고스란히 재활용됐다. 청계천을 가둬놓았던 폐기물은 돈까지 벌어줬다. 철근 3만 5000여t을 폐기물 재활용 업체에 팔아넘겨 t당 평균 8만 8000원을 받았다. 총액 30억 800여만원을 벌었다. 색다른 수치도 있다. 청계복원추진본부 남원준 총괄담당관은 “착공을 전후해 청계천 주변 상인들과의 원만한 논의를 위해 직원들이 일일이 이들과 면담한 건수만 4220회”라고 밝혔다. 이같은 내용을 담은 ‘청계천 백서’는 내년 1∼2월쯤 나온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청계천 철거서 개통까지 청계천이 47년 동안의 어둠을 털고 1일 시민품에 안긴다.2년 3개월 동안의 공사를 마치고 시오리 청계천 물길이 힘찬 약동을 시작한다. 숨이 막혀 청계천을 떠났던 사람들은 다시 찾아온 버들치와 백로처럼 청계천으로 돌아왔다. 청계천은 600년 역사를 물길로 담아왔지만 언제부턴가 천(川)아닌 길로 바뀌었다. 하지만 잊혀졌던 청계천은 물고기가 뛰노는 생태하천으로, 세계적인 명소로 거듭났다. ●청계천 새물맞이 서울시는 1일 오후 6시 청계천 복원의 주역인 이명박 서울시장 등 주요 인사와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통을 기념하는 ‘청계천 새물맞이’행사를 개최한다. 이날 청계천의 시작 지점인 청계천광장에는 전국 8도의 강과 못(池) 10곳에서 길어 온 물을 청계천에 흘려 보내는 8도의 물의 합수(合水) 의식이 진행된다. 이어 불꽃놀이와 조수미, 보아, 김건모 등 성악가, 가수의 축하공연이 이어진다. 청계천 산책로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개방된다. 새물맞이 행사가 열리는 청계광장∼삼일교 구간은 행사 뒤인 오후 9시부터 개방되지만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청계광장에서 삼일교 방향으로만 진행할 수 있다. 새물맞이 행사를 하루 앞두고 30일 전야제 행사로 열 예정이던 정명훈씨가 지휘하는 기념음악회와 8도의 물 안치식은 비로 하루 연기돼 1일 오후 8시30분에 열린다. 2002년 민선 3기 서울시장선거에서 청계천 복원을 공약으로 내 걸었던 이 시장은 취임 1년 만인 2003년 7월 청계고가도로 철거 작업과 함께 청계천 복원의 대역사(大役事)에 착수했다. 그러나 많은 어려움을 극복해야 했다. 도심부 교통체증은 교통체계의 개편과 시민 협조가 필요했고, 주변 상인들의 반발은 수많은 만남으로 해결했다. 복원과정에서 발굴된 문화재로 인해 공사가 지연되기도 했고, 장애인에 대한 배려 부족과 악취, 화장실 문제 등으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난관을 극복하고 청계광장∼고산자교에 이르는 5.84㎞의 청계천 물길이 열리게 됐다. 청계천의 복원으로 생태계는 물론 상권도 살아나고 있다. 청계천이 가져온 또 다른 혜택인 셈이다. ●미래로 흐르는 물길 청계천을 찾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부쩍 늘었다. 점심 무렵에는 주변 샐러리맨들의 휴식처가 된다. 가로등이 켜지는 저녁에는 연인·가족·친구들이 삼삼오오 청계천을 찾아 청계천의 변신에 놀라워한다. 지난 29일 퇴근 후 도심에서 가족과 만나 청계천 구경을 나왔다는 한경준(42·광진구 자양동)씨는 “청계천을 보니 우리도 이제 명소를 하나 가졌다는 자부심이 생긴다.”면서 “앞으로 이를 잘 지키는 데 힘써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동료들과 청계천을 찾은 황인규(32·양천구 목동)씨는 “청계천처럼 우리도 과거의 어두운 기억을 털고 밝은 미래를 지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청계천 우표 1만장 발행 청계천의 어제와 오늘을 담은 ‘우표첩(바람부는 청계천)’이 청계천 복원을 기념해 4일 발행된다. 판매량은 1만장이다. 서울·경기지역 우체국과 우리은행 창구에 주문하면 된다. 우표책자 제작업체와 서울시가 ‘나만의 우표’ 형식을 빌려 서울중앙우체국에 접수했다.‘나만의 우표’는 개인 또는 기관·단체가 신청하면 우정사업본부가 만들어 준다. 전지 1장(낱장 20장 묶음)당 판매가는 8000원이고, 선물용인 우표첩은 4만 9000원이다. 전지에는 1장당 220원짜리 우표와 청계천의 과거와 현재(공사 중인 사진 포함)의 사진 14장이 실려있다. 우표첩에는 1권당 우표 36장이 첨부돼 있고, 그림엽서가 1장씩 포함됐다. 서울중앙우체국(100.epost.go.kr), 서울시(www.seoul.go.kr) 홈페이지에서 신청 가능하다. 전화는 (02)2278-0038,1544-3869. 정기홍기자 hong@seoul.co.kr
  • 2005년에 보는 ‘40년전 청계천’

    2005년에 보는 ‘40년전 청계천’

    ‘40년전 그때, 청계천을 아시나요. 그때는 탁계천을 넘어 오염천이었답니다. 광교에서 청계 6가까지 전쟁 이후의 피란민들과 서민들로 가득찼답니다. 청계고가를 놓기 위한 콘크리트 교각,3층짜리 판잣집, 오염에 찌든 하천, 그 속에서 뛰노는 아이들, 배고픈 도시…이 모든 게 한때 우리들의 시리디 아픈 삶이었답니다.’ 이런 아픔의 단초를 제공한 일본의 한 사진작가가 1965년 전후의 청계천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주인공은 구와바라 시세이(70)로 청계천 복원에 맞춰 당시 앵글을 10월1일부터 23일까지 갤러리카페 포스(02-2268-1114)에서 전시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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