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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년 만에… 신도림 오페라하우스 변신

    10년 만에… 신도림 오페라하우스 변신

    “주민들이 그냥 지나치던 신도림 오페라하우스를 명소로 만들겠습니다.”지난해 이성 서울 구로구청장은 신도림 오페라하우스를 탈바꿈시켜야겠다고 다짐했다. 오페라하우스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제대로 된 공연이 없었고, 주민들의 발길도 뜸했기 때문이다. 이 구청장은 현장을 직접 방문해 문제점을 파악했고, 올해 예산안에 공사 사업비를 반영했다. 구로구의 신도림 오페라하우스가 10년 만에 새롭게 탄생했다. 구로구 관계자는 “신도림 일대를 문화의 메카로 조성하기 위해 죽어 있던 공간인 신도림 오페라하우스를 전면 탈바꿈시키는 공사를 진행해 최근 완료했다”고 22일 밝혔다. 신도림 오페라하우스는 신도림역 남측광장에 있다. 인근에 있는 신도림 테크노마트가 신도림역 일대의 부흥을 기대하며 조성해 2008년 구에 기부채납한 공간이다. 당시에는 독특한 외관으로 관심을 끌었지만 지하 10m 정도로 깊게 파인 무대와 심한 경사도로 인해 이용가치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구로구는 리모델링 계획을 세우고 지난 5월 공사를 시작했다. 4억원의 예산이 들어갔다. 먼저 지하 10m 정도로 깊게 파여 있던 무대를 5m 위로 끌어올렸다. 이로 인해 무대의 넓이가 기존 92㎡에서 161㎡로 확대되고 경사도도 줄어들어 관객의 시야가 넓어졌다. 관객들이 앉기 불편했던 콘크리트 좌석에는 1인 의자 460개를 설치해 편안하게 공연을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높아진 무대로 인해 생긴 무대 아래 하부 공간도 버리지 않았다. 구로구는 이곳을 100석 규모의 소극장으로 꾸몄다. 상부는 야외무대, 하부는 실내 소극장이 돼 한 공간에 두 곳의 무대가 마련된 셈이다. 접근성을 위해 신도림역 3번 출구 인근에 위치한 예술공간 ‘고리’와 직접 연결되는 내부통로도 마련했다. 이 구청장은 “신도림 오페라하우스 재개장을 계기로 신도림역 일대가 ‘환승지옥의 대명사’에서 ‘문화 1번지’로 변모할 것이라 기대한다”면서 “오페라하우스 새 단장은 구로구가 펼쳐 온 문화 공간 확충 사업의 마침표다. 앞으로 수준 높은 공연과 프로그램들을 운영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홈구장 ‘황금색’ 도배한 뒤 승승장구하는 中 축구팀

    홈구장 ‘황금색’ 도배한 뒤 승승장구하는 中 축구팀

    최근 중국 프로축구팀 광저우 R&F(푸리)가 ‘행운’을 빌기 위해 홈 경기장 전체를 ‘황금색’으로 도배했다. 전통적으로 팀을 대표해왔던 ‘파란색’의 좌석 전체를 ‘황금색’으로 바꾼 것이다. 다소 황당한 아이디어라는 말이 많았지만, 실제 효과는 탁월했다. 시나스포츠를 비롯한 현지 언론은 광저우 R&F가 올 시즌 중국 슈퍼리그 홈경기에서 연이어 부진한 성적을 내자, 구단은 고심 끝에 홈 경기장 전체를 황금색으로 바꾸기로 했다고 전했다. 풍수지리학에 따르면, 광저우 R&F의 홈 경기장 유에시우산(越秀山)은 산을 깎아 지어져 기존의 파란색과는 상극을 이룬다는 것이다. 오행상생설에 따르면, 토생금(土生金·흙에서 금이 난다) 금생수(金生水·금에서 물이 난다)기 때문에 황금색이 행운을 가져온다는 풀이다. 광저우 R&F는 풍수지리에 따라 경기장 전 좌석은 물론 콘크리트와 외벽 등 부대시설까지 모두 황금색으로 바꿨다. 홈 경기장은 불과 지난해 전체 리노베이션을 하면서 전 좌석을 파란색으로 바꾸었다. 하지만 3월 이후 홈 경기장에서 단 한 차례 우승하는 저조한 실적을 기록하자, 과감히 색상을 변경한 것이다. 경기장을 황금색으로 변경하고 난 지난 7월 중순 이후 광저우 R&F팀은 뛰어난 실적을 연이어 기록했다. 7월19일부터 8월9일까지 경기마다 4골 이상을 기록하며 6승을 기록했고, 슈퍼리그의 3위 자리까지 올랐다. 한 가지 더 놀라운 점은 경기장이 황금색으로 바뀐 이후 광저우 R&F팀이 승승장구하는 동안 걸핏하면 구급 차량이 동원되었는데, 모두 상대방 축구 선수의 부상이 원인이었다. 4차례 동원된 구급 차량 중 3차례는 상대방 축구 선수의 부상이 원인이었고, 지난달 19일에는 경기장의 니스칠이 마르지 않아 보안요원이 미끄러지면서 뇌사 상태에 빠져 결국 사망했다. 황금색이 광저우 R&F팀에는 행운을 가져다주는 반면 상대 팀에는 불운을 가져온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광저우 R&F팀의 드라간 스토이코비치 감독은 애초에 황금색으로 바꿀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뛰어난 실적을 연이어 기록하자, 공식 사이트에 “홈 경기장의 색깔을 바꾼 이후 승리가 늘었고, 공격률도 매우 높아졌다. 황금색은 매우 훌륭하며, 더 이상 색상을 바꿀 필요는 없다”고 전했다. 이종실 상하이(중국)통신원 jongsil74@naver.com
  • [그 책속 이미지] 통나무집, 꿈으로 남은 귀향처

    [그 책속 이미지] 통나무집, 꿈으로 남은 귀향처

    캐빈 폰/자크 클라인, 스티븐 렉카르트, 노아 칼라나 지음/김선형 옮김/판미동/340쪽/2만 8000원빨간 머리 앤에게 초록 지붕을 머리에 인 그린게이블스는 언제나 ‘결국 돌아갈 곳’이다. 앤처럼 당신의 마음속에도 늘 초록 속 통나무집이 서 있을 테다. 시름을 거두어가는 바람과 숲의 내음, 믿음직한 흙의 기운이 서린 곳에 손수 지은 내 집을 갖고 싶다는 꿈. 현대인들이 품은 오랜 낭만이지만 우리의 현실은 무표정한 콘크리트 아파트 속이다. 오두막과 포르노란 두 단어를 합성한 책 ‘캐빈 폰’은 그 욕망을 한껏 부풀린다. 다정한 숲, 황막한 사막, 기댈 곳 없는 황야 등 자연과 맞춤한 집을 짓고 사는 개인, 가족, 공동체의 이야기는 당신의 꿈을 다시 손안에 쥐어보게 한다. 시냇물을 데운 숲속 노천탕, 가족을 환대하는 유르트 등 고요한 은신처들의 사진은 그 자체로 쉼이 된다. “내 집을 짓고 싶다고 꿈꾸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취직을 하고 가정을 꾸리며 살지요. 그러다 문득 꿈을 다 길가에 버리고 왔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나는 그런 일을 당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올해의 서울시 건축 대상…산과 나무 재현한 복합문화공간 ‘한내 지혜의 숲’

    올해의 서울시 건축 대상…산과 나무 재현한 복합문화공간 ‘한내 지혜의 숲’

    서울시는 올해 제35회 ‘서울시 건축상’에 선정된 23개 작품을 선정해 18일 발표했다. 시는 해마다 건축의 공공적 가치를 구현해 시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한 건축물과 공간환경을 가려 시상한다.영예의 대상은 노원구 마들로 86번지에 약 109평(연면적 359.37㎡) 규모로 지어진 복합문화공간 ‘한내 지혜의 숲’이 차지했다. 도시 속 작은 산과 숲의 나무들이 겹쳐 있는 모습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외관이 눈에 띈다. 설계는 운생동 건축사사무소가 맡았다.최우수상은 강남구 봉은사로 226번지에 위치한 출판사 더북컴퍼니의 신축 사옥이 받았다. 주요 외장재로 유리섬유강화콘크리트를 사용해 바라보는 시각의 거리의 따라 다양하고 풍부한 질감을 표현한 작품이다.올해 모두 93작품이 출품됐으나 시는 지난달 14일 서류심사, 20일 현장심사를 거쳐 수상작품을 추렸다. 심사는 김영준 서울시 총괄건축가를 포함한 5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가 진행했다. 정유승 서울시 주택건축국장은 “앞으로도 건축상 시상을 통해 우수한 건축물·공간환경 발굴해나가겠다”며 “시민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건축 문화를 향유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4명 중 1명 호남·SKY 57%… 시민단체 출신도 14명 등용

    4명 중 1명 호남·SKY 57%… 시민단체 출신도 14명 등용

    ‘호남홀대론’ 벗고 국정운영 동력…장·차관급 인사 중 50대 70.8% 최연소는 40대 최종건 靑비서관…장하성·김상조 등 내각 요직 맡아문재인 정부 인사의 핵심 키워드는 ‘호남’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낙연 국무총리를 시작으로 청와대와 내각의 요직에 45명의 호남 출신을 임명했다. 서울신문이 16일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인사 63명과 장·차관급 78명, 4대 권력기관(국가정보원·국세청·검찰청·경찰청) 26명, 군 인사 8명 등 모두 175명의 출신 지역을 분석한 결과 전남 20명, 전북 19명, 광주 6명 등 호남 출신이 25.7%에 이르렀다. 문재인 정부 핵심 인사 4명 중 1명은 호남 출신이란 얘기다. 비서관급 이상 청와대 참모 중에선 임종석 비서실장, 장하성 정책실장,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이상철 안보실 1차장, 유송화 제2부속비서관, 조용우 국정기록비서관,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 한병도 정무비서관, 김금옥 시민사회비서관, 김우호 인사비서관, 황태규 균형발전비서관, 이호승 일자리기획비서관, 신정훈 농어업비서관, 은수미 여성가족비서관, 이덕행 통일정책비서관이 모두 호남 출신(23.8%)이다.장·차관급 인사 78명 가운데 호남 출신은 24명(30.7%)이다. 18개 부처 장·차관만 해도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박상기 법무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등 호남 인사가 13명이다. 후보 시절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던 ‘호남 홀대론’에서 벗어나게 되면서 문 대통령은 국정운영의 동력이 될 ‘콘크리트’ 지지층을 얻었다. 호남 인맥은 출신 고교를 중심으로 얽혀 있다. 전주고 출신이 가장 많은 7명, 광주제일고 출신이 6명이다. 특히 광주제일고는 이 총리와 김상곤 장관, 장 정책실장, 김영록 장관, 문무일 검찰총장 등을 배출했다. 출신 대학은 이른바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의 비중이 57.1%(100명)로 절반을 넘는다. 서울대 40.5%(71명), 고려대 9.7%(17명), 연세대 6.9%(12명) 순이다. 부산대·한양대·육군사관학교 출신도 각 6명으로 적지 않았다. 평균연령은 55.8세로, 50대가 문재인 정부의 주축이다. 청와대와 내각에 포진한 장·차관급 인사 가운데는 50대가 70.8%이며 60대 20.6%, 40대 6.9% 순이다. 60~70대가 국정의 주축이 됐던 박근혜 정부에 견줘 한층 젊어졌다. 최고령자는 정의용(71)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최연소 인사는 최종건(43) 평화군비통제비서관이다. 시민사회단체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박근혜 정부에는 시민사회단체 출신이 전무하다시피 했지만 문재인 정부에선 주요직에 14명이 진출했다. 청와대에선 장하성 정책실장, 하승창 사회혁신수석이 각각 참여연대와 ‘함께하는 시민행동’에서 활동했고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경제정의실천연합, 김은경 환경부 장관은 지속가능센터 ‘지우’,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한국여성단체연합,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참여연대에서 활동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日 해군기지였던 지심도가 자연생태의 보고인 까닭은?

    日 해군기지였던 지심도가 자연생태의 보고인 까닭은?

    일제강점기 일본군 해군기지로 사용됐던 아픔을 가진 한려해상공원 지심도(只心島)가 관광명소로 새롭게 거듭나고 있다.13일 환경부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지심도는 경남 거제시 일운면 지세포리에서 동쪽으로 1.5㎞ 해상에 위치한 면적 0.36㎢(약 11만 평)의 작은 섬으로 원시림을 그대로 간직한 거제8경 중 하나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섬의 모양이 ‘마음 심(心)’자를 닮아 지심도라는 이름이 붙여졌지만 섬 전체가 동백나무 숲으로 우거져 동백꽃섬으로도 불린다. 12월 초부터 이듬해 4월까지 피고 지는 동백꽃 특성으로 숲길을 걸을 때마다 붉은 꽃이 무성하며 3∼4월 동백꽃이 절정을 이룬다. 하지만 지심도 곳곳에는 일제강점기 아픈 역사의 흔적들이 배어있다. 지심도는 일본군 해군기지로 활용돼 당시 세워진 일본군 소장 사택, 탐조등 보관소, 방향지시석, 포진지, 탄약고 등이 남아있다. 현재 카페가 들어선 일본군 소장 사택은 1938년 1월 27일에 준공된 전형적인 일본 목조식 사옥이다. 지심도에는 또 4개의 포진지가 설치돼있는데 지금까지 원형이 남아있다. 포진지 바로 뒤편에는 탄약과 포탄을 저장하던 지하벙커식 콘크리트 탄약고가 있다. 지심도는 광복 이후 군사적 요충지로 국방부가 관리해 일반인 출입이 제한돼 한려해상국립공원 내 유인도 가운데 자연생태가 가장 잘 보존돼 있다. 특히 올해 3월 이후 국방부에서 거제시 소유로 전환됐다. 이후 아픈 과거를 딛고 관광명소로 탈바꿈하면서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탐방객 13만 명이 방문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자치광장] 여름을 시원하게 보내는 색다른 방법/김영종 서울 종로구청장

    [자치광장] 여름을 시원하게 보내는 색다른 방법/김영종 서울 종로구청장

    전국적으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고층빌딩으로 둘러싸인 도심은 콘크리트와 아스팔트 구조물 사이에서 뜨거운 햇볕에 의한 열섬현상으로 인해 열대야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올해 종로구의 최고기온은 섭씨 35.4도로 사상 최악의 폭염이 발생한 1994년 이후 23년 만에 가장 더웠다. 전국 폭염 일수도 계속 늘어나 해가 갈수록 여름이 뜨거워지고 있다. 폭염으로 인한 피해 정도는 소득수준이나 지역 여건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같은 무더위라 하더라도 쪽방 거주자나 독거가정과 같은 에너지 빈곤층은 온열질환에 따른 사망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폭염 기간 사망자 분석 자료를 보면 교육수준이 낮고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의 사람들보다 사망률이 18% 정도 높았다. 건강 취약계층에 속하는 고령 어르신들의 경우 폭염에 대한 정보나 대응력이 부족해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이제는 겨울철 난방대책과 같이 폭염대책도 복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종로구는 지난해 어르신들이 무더위 쉼터로 이용하고 있는 경로당을 대상으로 시원하게 여름을 보낼 수 있도록 ‘쿨루프’ 사업을 시범적으로 실시했다. 쿨루프란 건물 옥상 표면에 흰색 페인트를 칠해 건물 표면의 태양광을 반사시켜 건물 내부로 유입되는 열을 최소화하고 실내 온도의 상승을 방지하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녹색 우레탄과 콘크리트 지붕은 일반적으로 태양광을 15% 정도 반사하지만, 흰색 특수 페인트를 칠한 건물은 80%까지 반사한다. 쿨루프 사업을 통해 여름철 50~60도의 건물 표면 온도를 20도가량 낮출 수 있고, 실내 온도를 4도 정도 낮출 수 있다. 종로구는 쿨루프 사업을 관내 건물 등에 본격적으로 적용하는 구상을 하고 있다. 경로당과 어린이집, 복지관과 같은 사회복지시설과 공공시설에 먼저 설치하고, 쪽방 거주민, 홀몸 어르신 등 에너지 빈곤층을 대상으로 사업을 실시할 계획이다. 앞으로 신축되는 건물에도 쿨루프를 적극 권장해 건물 냉방비를 줄일 방침이다. 에너지 빈곤층에 대해서도 각별한 관심을 갖고 시설 등을 점검해 무더운 여름철 불의의 사고에 대비할 계획이다. 최근 연일 폭염특보와 주의보가 발효되고, 계속 확대되고 있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인 쿨루프 사업에 관공서뿐만 아니라 많은 시민들과 단체가 적극 동참해 도시 열섬현상과 스모그를 줄이고, 자원 절약도 실천해 시민 모두 건강하고 시원한 여름 나기를 기대해 본다.
  • [최만진의 도시탐구] 응답하라 광화문

    [최만진의 도시탐구] 응답하라 광화문

    세계 제1차 대전이 일어났던 1914년에 이탈리아 건축가 안토니오 산텔리아는 전쟁 파괴에 반하는 현대적 도시 개념을 주창하게 된다. 이는 그가 발표한 일련의 스케치에서 잘 관찰할 수 있는데, 도시를 한마디로 거대한 기계로 묘사했다. 이에 발전소, 비행장, 격납고, 정거장 그리고 입체화된 대로변에 솟아 있는 초고층 건물들을 도시의 핵심 요소로 꼽았다. 이들은 산업화시대의 전형적인 상징으로 묘사됐으며, 도시는 기계적 이동 수단인 비행기 및 자동차 그리고 산업시설들이 차지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특이한 것은 도로 같은 도시 공간에 사람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사람이 수직적으로는 엘리베이터를, 수평적으로는 건물과 건물 또는 도시 시설물 사이를 잇는 연결 다리를 통해 이동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이 같은 구상은 이전의 도시와는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다. 이는 도로를 중심으로 건물을 나열하고, 중요 위치에 랜드마크 구조물을 만들었으며, 공원이나 광장 등의 공지를 두어 도시를 구성하던 평면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있다. 산텔리아의 도시는 여러 층으로 형성된 입체성과 복합성을 특징으로 하는 4차원의 구조를 가진다. 이 사이에서 쉴 새 없이 움직이는 비행기, 자동차,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등은 과거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속도감과 역동성을 느끼게 한다. 이 때문에 그는 새로운 도시가 마치 거대한 배를 생산하는 시끌벅적한 조선소와 같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도시 풍광은 오늘날에는 일반화돼 있지만 당시에는 매우 충격적인 것이어서 이를 ‘미래주의 건축’이라 명명했다. 한편 인류가 이루어 놓은 위대한 산업화를 극적으로 표현하는 이 생각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사람이 주체에서 배제돼 있다는 것이다. 또한 도시가 콘크리트, 철제, 아스팔트 구조로 구성돼 있어 자연을 찾아볼 길이 없다. 이러한 기계 중심의 도시 건설 아이디어는 근대건축에 전달돼 오늘날의 도시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도시가 인류에게 장밋빛 이익만이 아니라 해를 끼치는 면이 오히려 많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기계와 이동 수단이 판을 치는 곳에서는 사람이 소외되는 것이 당연했다. 사람들은 도시 공간에서 축출돼 건물 속으로 숨어들었고 이웃과 단절돼 공동체 형성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 또한 지역의 전통과 특징은 없어지고 똑같은 도시 경관이 전 세계에 만연하게 돼 정체성 회복이라는 과제가 새롭게 부상했다. 교통수단, 공장, 건축물이 만들어 내는 소음, 공기오염, 온난화 등의 문제는 현대인을 심각하게 괴롭히기 시작했다. 이에 대한 반성으로 최근 도시계획의 핵심적인 경향은 지역 전통과 특징을 반영한 사람 중심의 개발로 방향을 바꾸었다. 최근 광화문광장의 전용보행공간화 구상은 이러한 시대 흐름에 편승한 적절한 조치로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서울의 가장 핵심적 공간을 시민에게 돌려주는 것은 의미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또 하나의 좋은 점은 전통의 복원과 계승이다. 조선시대에 중앙 부처가 있어 육전거리로 불렸던 이곳은 일반인의 통행이 자유로운 개방 공간이었으며 신문고로 억울함을 호소하고 상소하던 소통의 공간이었다. 신도시 미래파인 산텔리아는 파시스트의 편에 서서 전쟁에 가담했다가 28세의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하지만 우리의 광화문에서는 일제가 만든 산업 식민의 잔재를 털어 내고 시민이 화합하는 대통합의 진정한 미래주의가 싹트고 있다.
  • [문화마당] 안녕할 수 있을 때 안녕하십시다요들/김민정 시인

    [문화마당] 안녕할 수 있을 때 안녕하십시다요들/김민정 시인

    우리네 사는 일에 있어 밤새 안녕하기가 쉽지 않음을 밤새 안녕하지 못한 이들을 만난 자리에서 새삼 깨닫고는 한다. 아침이 오는 소리에 문득 잠에서 깨어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침이 오는 소리에 아무리 흔들어도 잠에서 못 깨어나는 사람이 있는 게 우리 사람의 타고남이라 할 테니까. 살거나 혹은 죽거나 해봤자 입 아픈 소리겠지만 우리 중 그 누구도 이 갈림길에서 비켜 선 이는 있을 수 없다. 그런데 그럼에도, 우리 중 누군가는 타고난 제 팔자가 불사조인 양 호통 속에 막무가내 속에 뻔뻔함 속에 아니 할 말로 모두가 온갖 증거를 들이대며 죄인이라고 손가락질하는데도 발뺌하고 거짓말하고 적반하장 역으로 자신이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라며 고소를 운운해 대니 어이가 없는 것은 둘째치고서라도 문득 입 밖으로 흘러나오는 물방귀 같은 이 말을 나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곧 죽을 텐데 문밖 저승사자가 안 무서울까. 평생 먹은 거라곤 저주뿐이니 그 숨통 절대로 쉽게는 안 끊어질 것이야. 영화 ‘택시운전사’를 보는 내내 나는 사람이란 두 글자의 머리 위에 검은 방점을 땅땅 찍고는 그 사람이란 존재의 무시무시한 어려움에 자주 엄숙해지곤 했다. 대체 우리라는 ‘사람’을 어떻게 정의해야 그에 가장 가까운 이력이 될까. 없다 있는 것도 사람이요, 있다 없는 것도 사람인지라 그 사람 참 잘 잊고 사는 것 또한 우리렷다. 잊지 않으면 살 수가 없다는 것이 변명일 수는 있겠지만 그럼에도 안 잊고 어찌 살겠어라는 말은 슬프기 그지없다. 우리에게는 늘 바쁘다는 핑계가 깔려 있는 까닭이다. 전에 언젠가 가야금 하시는 황병기 선생님이 그런 말씀을 한 적이 있다. “난 누구 만나서 바쁘단 소리 들으면 기분 나빠요. 어린애들은 그런 소리 안 하잖아요.” 순간 무릎이 꺾이면서 가슴을 치고 만 데는 그 말을 산소호흡기처럼 달고 살던 내 일상의 퓨즈가 퍽 하고 나간 듯해서였다. 왜 나는 일이 아닌 정으로 친분 있는 누군가 디디려는 내 일상의 틈새마다 끓인 콘크리트 붓느라 내내 바빴던 걸까.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중환자실에 누워 버린 대학 동기의 면회 시간을 기다리며 나는 22년을 거슬러 그 친구와의 첫 만남부터 최근까지 이어진 인연의 되새김으로 초조함을 달래고 있었다. 형네 집에서 제 집 가는 5분 거리에서 일어난 피치 못할 사고. 그래 예상치 못하니까 사고라고 하는 거겠지. 전광판에 그 친구 이름의 마지막 글자가 별 모양으로 가려져 깜빡대는데 그걸 지켜보는 일 말고는 달리 노는 손을 어쩌지 못해 서로 주고받은 메시지나 반복해 꺼내 볼 뿐인데 ‘응?완전 바빠 가지고 정신이 하나 없다 야?내가 곧 연락할게?곧 보자?맛난 거 먹자?파이팅!’ 그러고 싹 잊은 나, 그저 그 순간의 반가움을 어떻게든 모면하고 만남의 시간을 미뤄 두는 데 급급했던 게 빤한 나, 그러나저러나 파이팅이라니, 대체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한 파이팅이었단 말인가. 귀에 대고 얼른 일어나라고 너무 늦게 와서 미안하다고 내 마음 편할 말만 무책임하게 무한 반복해대는 동안에도 동기 녀석은 곤한 잠에서 깨어날 줄 몰랐다. ‘안녕?’하고 물을 때 ‘안녕!’하고 답해줄 걸 하는 뒤늦은 후회가 내 나름의 공부로 남아 마음을 더 무겁게 했다. 그러니까 사람이라면 자고로 서로의 안녕에 궤는 맞춰줘야 하지 않겠는가. 친필 사인을 해보낸 이들의 책들이 책상 한 귀퉁이에 쌓여 있다. ‘책 잘 받았습니다’하는 인사를 하고자 엽서를 사러 문방구 가는 지금이다.
  • 런던 사망 80명·두바이 0명…강철 방화벽이 주민 살렸다

    런던 사망 80명·두바이 0명…강철 방화벽이 주민 살렸다

    가연성 마감재 썼지만 화염 내부 안 번져…9·11이후 세계 초고층 빌딩 설치 추세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84층짜리 고급 아파트 ‘토치타워’에서 4일(현지시간)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지난 6월 최소 80명이 목숨을 잃은 영국 런던 그렌펠타워 화재와 닮은꼴이었지만 사상자는 없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시쯤 9층에서 시작된 불은 건물 한쪽 면을 타고 급속히 번졌다. 목격자들은 화재로 40개층 이상이 불길에 휩싸였고 건물 파편이 튀면서 주변에 주차된 차량 2대도 불에 탔다고 전했다. 두바이 당국은 4개 소방대와 경찰을 투입해 화재 발생 약 2시간 30분 만인 3시 30분쯤 진화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또 화재 당시 거주민들을 모두 대피시켜 인명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자신을 조지라고 밝힌 이 아파트 주민은 “우리가 자고 있을 때 화재 경보가 울렸고 사람들은 비명을 질렀다”며 “우리는 곧바로 계단을 이용해 50층에서 내려왔는데 1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전했다.두바이 마리나 요트선착장 근처에 있는 ‘토치타워’는 높이가 337m에 달해 세계에서 5번째로 높은 주거용 건물이다. 2011년 문을 열 당시만 해도 세계 최고층 아파트였다. 현재 676가구가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2월에도 화재가 발생해 불길이 40층 높이까지 번졌지만 당시에도 사상자는 없었다. 아직 정확한 화재 원인은 파악되지 않았지만 두바이 당국은 건물 외벽에 있는 가연성 외장재를 의심하고 있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토치타워가 지난 6월 런던 그렌펠타워에서 사용된 외장재와 같은 것을 쓴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올해 초 두바이 당국은 UAE에서 적어도 3만개의 건물이 불에 타기 쉬운 외장재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인정했다. 이에 따라 기존 건물의 외장재를 좀더 내화성 있는 외장재로 교체하도록 하는 새 화재안전기준을 통과시킨 바 있다. 두바이는 건조한 날씨 때문에 몇몇 고층 빌딩이 화마에 휩싸인 경우가 많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6년 새해를 하루 앞두고 두바이 도심의 63층짜리 럭셔리 호텔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다. 이 사고로 16명의 경상자가 발생했지만 사망자는 없었다. 똑같은 외장재를 사용했는데도 토치타워는 왜 그렌펠타워와는 달리 인명 피해가 없었을까. 영국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1974년 완공된 그렌펠타워는 스프링클러조차 없는 노후된 빌딩이었다. 반면 토치타워는 방화벽으로 각 층과 가구를 나누는 화재 차단망을 내재하고 있었다. 강철과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방화벽이 불길이 번지는 것을 막은 것이다. 이런 방화망은 2001년 9·11테러 이후 세계 초고층 빌딩들 사이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추세라고 인디펜던트는 전했다. 김민희 기자 haru@seoul.co.kr
  • [함혜리 선임기자의 예술산책] 경계를 허문 예술, 도시의 일상이 되다

    [함혜리 선임기자의 예술산책] 경계를 허문 예술, 도시의 일상이 되다

    뮌스터 조각프로젝트는 10년을 주기로 독일 뮌스터에서 열리는 세계 최고 권위의 공공미술 행사다. 1977년 첫 회가 시작된 지 반세기가 흐른 2017년, 다섯 번째 행사가 지금 뮌스터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지난 6월 10일 막을 올려 10월 1일까지 계속되는 행사를 보기 위해 현대미술 순례길에 오른 전 세계의 미술관광객들로 도시 전체가 축제 분위기다. 베니스 비엔날레, 카셀 도쿠멘타와 함께 유럽 3대 미술행사로 꼽히는 뮌스터 조각프로젝트는 다른 미술행사와는 달리 실내가 아닌 거리, 광장, 공원, 대학 캠퍼스 등 야외 공공장소에서 진행된다. 초대된 작가들은 도시의 역사와 문화, 공간의 맥락 속에서 장소특정적 작업을 진행한다. 2017년 뮌스터 조각프로젝트(이하 SP17)에서는 ‘몸을 벗어나, 시간을 벗어나, 장소를 벗어나’라는 큰 주제 아래 19개국 35명(팀)의 작품이 발표됐다.뮌스터 조각프로젝트는 그 시대의 가장 중요한 이슈를 예술이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보여 준다. SP17은 디지털 기술과 인간의 관계, 지구와 환경의 문제에 초점을 맞춘 설치 작품들이 주류를 이뤘다. 디지털 공공 영역에서의 익명성, 디지털화되어 가는 세상에서 예술가의 위치에 대해 탐구해 온 아람 바르톨은 인터넷 공유기와 전자장치 및 케이블을 이용해 그릴을 만들고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아티스트 그룹 ‘캠프’는 2차 세계 대전 때 부서진 옛 뮌스터 극장과 새로 지어진 유리 건물을 검은색 전선으로 연결해 시간과 공간을 이어 주는 ‘매트릭스’를 발표했다. 안드레아스 분테의 ‘실험실 생활’은 뮌스터 시립 엘베엘(LWL)미술관 맞은편 건물의 벽면에 포스터와 QR코드를 부착해 놓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영상작품을 볼 수 있도록 했다.변화하는 환경에서 미래의 삶의 방식에 대한 다양한 실험도 많았다. 디지털로 연결된 세계에서 각자 고립된 생활을 하던 타인들이 공동생활을 하는 실험을 하고 그 결과물을 영상에 담아 보여 주는 코키 다나카의 ‘워크숍’, 포스트모던한 건축양식에 대한 비판을 담은 펠레스 엠파이어 그룹의 조각작품, 콘크리트 덩어리와 건축 폐기물을 뒤섞은 마이클 딘의 작품, 토머스 쉬테의 ‘뉴클리어 템플’ 등이 눈길을 끌었다. 그레고르 슈나이더는 LWL 미술관 4층에 묘한 공간체험을 위한 아파트를 만들었다. 똑같이 생긴 두 쌍의 공간을 만들고 뱅글뱅글 돌다가 원점으로 돌아왔나 싶으면 출구에 도달하는 이 작품은 포스트모던 사회에서 인간의 실존을 묻는다. 피에르 위그는 지난해 폐장한 뮌스터시 서북쪽의 아이스링크 건물을 해체하고 흙바닥을 드러낸 후 원초적인 상태의 지구생태환경으로 되돌리는 작업을 발표했다. 마치 거대한 고고학 탐사 사이트를 연상하게 하는 이 작품의 제목은 ‘앞선 삶 그 이후에’다. 인간에 의한 개발 이전의 지구로 돌아가 인간과 비인간, 생물과 무생물이 함께 살아가는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아이세 에르크만은 남동쪽에 흐르는 도심천에 철제 구조물을 가라앉혀 물 위를 걷는 체험을 하게 하는 ‘온 워터’로 인기를 모았다. 설치물뿐 아니라 건물에 그려진 만화와 간판, 심지어 문신까지도 예술적인 작업으로 선보였다.도시 곳곳에 퍼져 설치된 작품들을 일일이 찾아가 보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LWL미술관의 뮤지엄숍에서 지도(3유로)를 사고, 자전거(하루 12유로)를 빌려 다니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하지만 낯선 도시에서 자전거 타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고 튼튼한 두 발과 방향 감각에 의지해 여유 있게 산책하듯이 다니는 것이 뮌스터 조각프로젝트를 제대로 감상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다니다 보면 SP17뿐 아니라 이전에 발표됐다가 영구 설치된 작품들을 도시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는 행사 때마다 반응이 좋은 작품을 뮌스터시와 LWL미술관, 뮌스터대학, 기업이나 재단 등에서 사들여 영구 설치해 놓고 있다. 1977년부터 2007년까지 4차례의 행사를 거치는 동안 36점이 도시 곳곳에 설치돼 도시의 풍경을 이루고 있다.뮌스터 시민들에게 휴식처를 제공하는 호수로 연결되는 공원에 공룡알처럼 생긴 흰 구(球)들이 설치돼 있다. 클래스 올덴버그의 작품 ‘거대한 풀 볼’(1977) 옆에서 자전거를 끌고 나온 청소년들, 잔디 위에서 담소를 나누는 학생들의 모습이 보기 좋다. 호수를 따라 내려가면 언덕 위에 안테나처럼 생긴 일리아 카바코프의 설치작품 ‘위를 보고, 단어를 읽어보세요’(1997)가 묘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조깅을 하는 시민들이 간간이 보이는 호숫가를 걸어가다 보면 물 위로 길게 데크를 깔아 만든 호르헤 파르도의 ‘부두’(1997)가 보인다. 다리 아래에서 시간마다 아리아가 나오는 것은 수전 필리프스 작 ‘잃어버린 반영’(2007)이다. 나무 덤불을 각지게 잘라 놓은 것은 로즈마리 트로켈의 작품 ‘다른 것보다 덜 야성적인’(2007)이다. 수평선과 언덕의 경사를 살려 두 개의 둥근 원을 설치한 작품은 미니멀리즘 대가 도널드 저드의 ‘무제’(1977)다. 구도심의 주택가 골목에는 다니엘 뷔랭의 ‘4번째 문’(1987)이, 공원 광장에는 붉은색 체리를 얹은 쉬테의 ‘체리 기둥’(1987)이 보인다. 버스 정류장도 데니스 아담스의 1987년 작품이며, 어린이놀이터의 의자도 시야 아르마야니가 같은 해 만든 것이다. 도시 곳곳에서 보일 듯 말 듯한 존재감으로 시민들의 삶 속에 스며들어 예술작품인 동시에 시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해 주는 공공미술 본연의 모습을 보여 준다. 뮌스터 조각프로젝트는 뮌스터를 가장 이상적인 ‘공공미술의 성지’로 만들었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행사는 시민들의 공공미술에 대한 반감에서 비롯됐다. 1974년 뮌스터시는 고풍스러운 도시에 현대조각을 설치해 도시환경을 새롭게 꾸밀 계획을 세우고 베스트팔렌 시립미술관 큐레이터였던 클라우스 부스만에게 작품 선정을 의뢰했다. 부스만은 미국조각가 조지 리키의 ‘세 개의 회전하는 정사각형’을 선정했다. 긴 막대에 걸린 정사각형 판이 바람개비처럼 돌아가는 작품 구입에 13만 마르크의 예산이 소요된다는 내용이 지역신문에 보도되자 뮌스터 시민들은 세금으로 그런 ‘난해한 물건’을 구입하는 데 분개했다. 그때까지 현대미술 작품이 뮌스터 시내의 공공장소에 설치된 것을 본 적이 없었던 시민들로서는 당연한 반응이었다. 정치권에서도 한목소리를 냈다.결국 리키의 조각은 서독연방은행이 구입해 시에 기증하는 것으로 일단락됐지만, 이 소동을 겪으면서 뮌스터시는 시민들의 불만을 해소하고 공공미술과 현대 예술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할 필요성을 절감했다. 1977년 클라우스 부스만 관장과 당시 독일에서 가장 촉망받는 큐레이터였던 카스퍼 쾨니히를 공동 기획자로 현대미술의 실험정신과 뮌스터라는 도시가 어떻게 교감할 수 있는지를 연구하는 ‘조각 프로젝트’(Skulptur Projekte)가 개최됐다. 현대미술에 대한 교육적 목적이 다분했던 첫 행사에는 칼 앙드레, 요셉 보이스, 도널드 저드, 리처드 롱, 브루스 나우먼, 클래스 올덴버그, 리처드 세라 등 당대 최고의 미니멀리즘 추상조각 및 개념미술 작가 9명이 초대됐다. 이들에게 도시의 환경과 역사 등을 살핀 후 각자가 원하는 장소를 정해 그에 맞는 작품을 제작하도록 했다. 고개를 갸우뚱하던 시민들은 점차 예술의 마술에 걸려들었다. 어색하던 현대미술을 일상적으로 접하면서 공공미술이 시민들의 삶 속에 자리잡게 된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하는 세월이다. 10년 주기로 열리는 행사가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뮌스터시와 베스트팔렌시립미술관인 LW미술관이 구심점 역할을 하고, 초대 기획자인 쾨니히가 지금까지 감독이자 공동 큐레이터로 이 행사를 이끌어 온 덕분이다. 이 같은 정책적 지속성이 뮌스터라는 도시의 장소성과 역사성 속에 공공미술이 녹아들고 시민들의 일상 속에서 예술을 누릴 수 있게 만들었다. 하루아침에 뚝딱 기획했다가, 결국 맥락도 없는 골칫덩이를 만들어내면서 공공미술이라 치부하는 우리의 현실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글 사진 lotus@seoul.co.kr
  • [기고] 소하천 정비의 허상/한무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기고] 소하천 정비의 허상/한무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어릴 때 집 근처 실개천에서 가재 잡고, 물장구치면서 우정을 나누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함께 누리던 추억이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 아이들은 그런 추억을 가질 수가 없다. 대신 마른 하천 바닥의 물고기 시체만 기억할 것이다. 소하천 정비라는 이름으로 하천의 기능과 경관이 점점 파괴되기 때문이다. 하천 옆면에 자라던 식물들이 다 없어졌다. 바닥에서 수만년 자리를 지켰던 돌과 자갈, 우렁차게 흐르던 물소리도 사라졌다. 자연 파괴가 일어난 것이다. 국민안전처에서 수조원의 예산을 들여 시행해 온 결과이고, 앞으로도 수십조원의 예산이 집행될 계획에 있다. 소하천 정비법의 목적은 재해 방지다. 비를 빨리 내다 버리기 위해 하천과 균형을 이루었던 식물과 돌멩이는 제거 대상이 된다. 하천 단면을 반듯하게 직사각형이나 역사다리꼴로 만들어 유럽 어느 도시에 간 듯한 착각을 일으키고 배를 띄우고자 하는 욕망을 만든다. 사람의 눈에는 반듯하게 보일지 모르나, 생태계에는 지옥이 따로 없다. 여름에만 오는 빗물을 다 버렸으니 겨울에는 물이 없다. 돌과 수생식물 사이에 살던 물고기의 놀이터나 산란처가 모두 없어진다. 빠른 물에 사는 어류, 느린 물에 사는 어류 어느 것도 살지 못하게 돼 생물다양성이 낮아진다. 강변의 콘크리트 인공구조물은 수륙 간의 생태계를 단절시킨다. 개구리나 들짐승 등이 벽에 막혀 오가지 못한다. 오염물질을 정화할 풀, 습지 등의 생태계가 없어진다. 하천의 자정 능력이 지천부터 없어지니 본류에서는 부영양화와 녹조가 더욱 심각해진다. 여름에 달궈진 아스팔트나 콘크리트를 거쳐 들어오는 뜨거운 물은 생태계를 파괴하는 또 다른 주범이 된다. 소하천을 정비하면 4대강의 녹조가 해결될 것이라는 희망은 허구임이 증명되는 셈이다. 빗물을 버려 마른 땅은 열섬과 미세먼지를 부추긴다. 오랫동안 하천과 그 주위를 지켜 왔던 기묘한 형상의 돌멩이나 바윗덩어리는 잘게 부서지거나 반출될 것이다. 그중에는 수천 년을 내려온 문화재가 있을지도 모른다. 소하천 정비 사업을 부추기는 은밀한 유혹들이 있다. 하천을 바르게 만들면 소위 폐천 부지라는 새로운 토지가 탄생한다. 또한 소하천 정비는 풍부한 일감을 만든다. 정비를 통해 빗물이 빠르게 흘러나가게 되면 그 하류 지천의 용량이 부족해져 추가로 줄줄이 정비를 해야 한다. 본류 제방도 위험해지니 그것도 보강해야 한다. 일부 사람은 자연을 파괴한 대가로 재미를 볼 것이다. 홍수 방지만을 위한 소하천 정비법을 당장 폐기해야 한다. 우리 세금으로 우리 자연을 파괴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특성상 홍수와 가뭄을 동시에 고려하는 관리가 필요하다. 선으로 이루어진 하천을 최소한으로 고치고, 면으로 이루어진 유역 전체에 걸쳐 빗물을 모아 침투·저류시켜 천천히 하천으로 흘러가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만 지금의 마른 하천에 물이 흘러 생태계가 회복되고, 녹조나 열섬현상이나 미세먼지도 줄일 수 있다. 우리 땅에 맞는 물관리를 하기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물기본법이 시급하다. 우리 손자들에게도 물장구치고 가재 잡던 그러한 아름다운 추억을 남겨 주기 위해서다.
  • [씨줄날줄] 불안한 꽃놀이패 쥔 아베/황성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불안한 꽃놀이패 쥔 아베/황성기 논설위원

    일본의 JX 통신사가 6월 중순 신문 독자별 아베 정권 지지율을 조사한 적이 있다. 당연한 일이지만 친아베 성향의 신문일수록 독자의 지지율이 높았다. 산케이(86%), 요미우리(43%), 니혼케이자이(41%)의 순. 반아베 성향은 정반대였다. 지지율이 낮은 순으로 도쿄(5%), 마이니치(14%), 아사히(14%)였다. 아베 총리가 가장 싫어하는 게 ATM이라는 농담이 있다. ATM은 현금자동지급기가 아닌 아베 정권에 비판적인 아사히, 도쿄, 마이니치의 영문 이니셜을 조합한 것이다.JX의 조사는 표본 수가 적기 때문에 유의미한 결과는 아니었지만, 많은 일본인이 웃으면서도 공감했다. 당시 페이스북을 비롯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JX의 결과는 순식간에 확산됐다. 이때만 해도 아베 정권의 지지율이 ATM의 독자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던 일본인은 거의 없었다. 지난해 한국의 탄핵 정국을 바라보는 열도의 관심은 일본에선 상상할 수 없는 촛불의 위력에도 있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이 허망하게 무너진 것에도 쏠렸다. 내각제의 일본은 지지율에 민감하다. 30% 이하로 떨어지면 재상승이 불가능하고, 20% 이하면 총리 자리에서 끌어내리려는 사람이 늘어나는 게 일본 정치다. 지지통신(29.9%)에 이어 마이니치신문(26%)의 조사 결과는 아베 정권엔 적신호다. 모리 요시로 전 총리는 미군 잠수함과 일본 실습선의 충돌 사고를 보고받고도 계속 골프를 쳐 2001년 2월의 지지율(교도통신 조사)이 6.5%로 급락하자 다음달 사퇴했다. 50% 안팎을 유지해 오던 아베 총리의 인기에 편승해 자민당이 ‘2차례 6년’이던 총재 임기 규정을 ‘3차례 9년’으로 고친 게 불과 지난 3월의 일이다. 새 규정에 따라 아베 총리는 내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3선에 성공하면 집권당 총재가 총리를 하게 돼 있는 일본 정치 제도에 따라 2021년까지 총리가 보장돼 있다. 그러던 게 지금은 20%대 지지율이다. 최순실 게이트와 유사한 권력형 의혹들이 연거푸 터져 지지율을 끌어내렸지만, 장기 집권(4년 7개월) 피로와 대통령을 방불케 하는 권력으로 ‘오만해진 아베’에게 일본 국민이 등을 돌리고 있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아베 총리 스스로 물러나는 일은 상상하기 어렵다. 자민당 총재 임기(내년 9월)가 남아 있고, 여전히 지지율이 20~30%인 점, 당내 총리 후보가 약해 ‘꽃놀이패’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8월 3일 개각이 예고돼 있다. 지지율 반등이냐 추락이냐의 길목이다. 이웃 나라의 정치 상황이 점점 재밌어졌다. 황성기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 주찬식 서울시의회 도시안전건설위원장, “분산형 물순환 정책으로의 전환 필요”

    주찬식 서울시의회 도시안전건설위원장, “분산형 물순환 정책으로의 전환 필요”

    주찬식 서울시의회 도시안전건설위원회 위원장(자유한국당, 송파1)은 27일 “2017 서울 물순환 시민 문화제(7월 27일~29일)” 및 “2017 국제물순환 학술토론회”에 참석하여, 콘크리트 회색도시를 빗물 침투형 그린(green)도시로 바꿔나가도록 의회가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주 위원장은 7월 27일(목)오전 ‘2017 서울 물순환 시민 문화제’가 열리고 있는 서울광장에서 박원순 시장, 물환경학회 이창희 교수 등과 함께 행사 현장을 둘러보고 물순환 박람회에 전시된 제품을 살펴보며 참가업체들을 격려하고 이제 2회째를 맞는 물순환 시민 문화제가 시민 속으로 완전히 뿌리 내렸다고 평가했다. 이어 오후 일정으로 쾌적하고 건강한 도시를 위한 물순환 관리방안을 주제로 서울시청 본관 8층에서 열린 ‘2017 국제 물순환 학술토론회’에 참석하여 “기존의 제방을 높게 쌓는 하천정비, 하수도 용량증설을 통한 중앙집중적인 물관리 방식에서 과감히 벗어나 이제는 시민이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도시 곳곳의 녹지와 침투공간 등을 이용한 분산적 물관리 정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힘주어 말하고, “오늘 이 자리가 최근의 물순환 기법들을 알리고 시민이 직접적으로 바라는 물순환의 모습에 대해 소통하는 자리로 마련되었기 때문에 굉장히 의미 있는 시간이 되리라 기대한다”면서, 시민이 안전하고 행복한 물환경 도시 서울을 만들기 위하여 시의회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2017 서울 물순환 시민문화제’는 급격한 도시화와 기후 변화로 인해 도시형 홍수와 지하수 고갈 및 열섬현상이 증가하는 등 물순환이 왜곡된 상황에서 건강한 물순환 도시 조성의 중요성을 시민들과 공유하기 위하여 서울시청, 서울광장 및 덕수궁길에서 27일부터 29일까지 3일간 개최된다. 지난해에 이어 2회째 개최되는 ‘물순환 시민문화제’는 시민이 물순환과 빗물을 주제로 학술과 기술은 물론 신나는 축제까지 다양한 행사로 구성되었는데, 빗물축제(Rain Festival), 물순환 박람회, 국제 물순환 학술토론회, BI+슬로건 공모전 시상식 등이다. 뉴스팀 seoulen@seoul.co.kr
  • 한빛4호기 콘크리트 구멍·철판 부식

    전남 영광에 위치한 원자력발전소 한빛 4호기에서 콘크리트 내부 구멍(공극)과 철판 부식이 발견됐다. 부산 기장군 고리 3·4호기의 일부 부위 철판은 두께 미달로 확인됐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시설 건전성 조사에서 이러한 사실이 추가로 발견됐다고 27일 밝혔다. 원안위는 이날 제71회 회의를 열고 ‘격납건물 라이너플레이트(CLP) 배면부식 관련 중간 점검 결과 및 향후 계획’을 보고 안건으로 논의했다. CLP는 원전 격납건물 내벽에 설치된 철판으로, 콘크리트 타설 거푸집 역할과 함께 방사선 누출방지를 위한 기밀유지 기능을 한다. 원안위는 지난해 문제가 발견된 CLP를 사용한 원전 19기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인 결과, 한빛 4호기 벽체 CLP 최상단 구간에서 120곳이 두께 기준에 못 미쳤다고 밝혔다. 또 CLP 뒷면의 일부 구간에 콘크리트 내부 공극도 발견됐다고 전했다. CLP 철판은 6㎜ 두께의 탄소강이어야 하며, 만약 두께가 5.4㎜ 미만이면 교체·보강해야 한다. 원안위 측은 “콘크리트 타설 과정에서 시공 부실로 콘크리트가 제대로 채워지지 않아 구멍이 생겼고, 여기에 수분이 들어가 CLP 부식이 진전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원안위는 한빛 4호기의 콘크리트 공극과 CLP 부식 부위를 보수한 뒤, 원전의 안전성을 종합 확인하고 재가동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우물에 빠진 새끼 코끼리 3시간만에 구조

    우물에 빠진 새끼 코끼리 3시간만에 구조

    갈증 난 새끼 코끼리가 우물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20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은 최근 인도 동부 벵갈 알리푸르두어의 한 차밭 시멘트 우물에 빠져 발버둥 치는 새끼 코끼리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보도했다. 갈증 난 새끼 코끼리는 목을 축이기 위해 물을 마시려다가 관개용 우물 속에 빠졌다. 코끼리는 다리와 긴 코를 사용해 진흙색의 깊은 우물물에서 벗어나려고 애써보았지만 높은 콘크리트 벽을 넘지 못했다. 결국 새끼 코끼리는 3시간여의 시간이 지난 뒤, 산림관리원과 마을 주민들에 의해 우물에서 구조됐다. 구조에 참여한 라이(Rai)씨는 “깊은 우물은 아니었지만 우물 벽이 높아 새끼 코끼리가 혼자 힘으로 빠져나올 수 없었다”고 전했다. 한편 우물에서 나온 새끼 코끼리는 구조 직후 가까운 숲으로 되돌아 간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영상= Viral YouTube youtube 영상팀 seoultv@seoul.co.kr
  • 거대한 감옥 먹먹한 울림 부족한 색깔

    거대한 감옥 먹먹한 울림 부족한 색깔

    영화 ‘군함도’에 안개가 걷혔다. 순제작비만 225억원에 마케팅 등 부대 비용까지 합쳐 260억원 안팎이 투입된 역대급 대작이다. 극장 매출의 손익분기점만 누적관객 700만명에 달한다. 본전치기만 할래도 천만을 바라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널리 알려지지 않은 우리의 아픈 과거사를 바탕으로 해 올여름 블록버스터 중 흥행 1순위로 꼽혀 온 작품이다.군함도(일본명 하시마)는 태평양전쟁 막바지에 원자폭탄이 투하됐던 일본 나가사키에서 남서쪽으로 18㎞ 떨어진 해상에 위치한 인공의 탄광 섬이다. 조선인 수백명이 강제 징용되어 해저 1000m 깊이의 막장에서 노동력을 착취당했다. 비좁은 탄광에서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몸집이 작은 아이들도 상당수 징용됐다. 우리 정부의 조사에 따르면 이곳에서 강제 노동한 조선인은 최대 800여명으로 추정되며 공식 집계된 사망자만 134명이다. 그런데, 일본 최초로 철근 콘크리트식 고층 아파트가 세워졌던 이곳은 일본 근대화의 상징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에 등재됐다. 전쟁 범죄에 가까운 추악한 역사는 뒤덮인 채 관광지로만 홍보되고 있어 한국의 반발을 사 왔다. 영화는 소년들이 거친 파도를 넘어 군함도를 탈출하려다 비극적인 죽음을 맞는 모습을 보여 주며 출발한다. 이어 저마다의 사연으로 군함도로 향하는 배에 몸을 실은 여러 조선인을 등장시킨다. 실과 바늘 노릇을 하며 이야기 전체를 연결시키는 경성 반도호텔 악단장 이강옥(황정민)과 그의 딸 소희(김수안), 종로 일대를 주름잡던 주먹 최칠성(소지섭)과 위안부로 중국 대륙에 끌려갔다가 구사일생했던 오말년(이정현) 등이다. 이들이 군함도에 도착해 겪었던 수모와 참담함, 그리고 해저 탄광에서의 지옥과도 같은 상황들이 이어진다. 축구장 두 개 크기에 다양한 기능을 갖춘 미니 도시였던 군함도가 실제 3분의2 크기의 세트로 재현되어 생생함을 더한다. 역사적 사실을 조명하는 것까지는 이 지점까지다. 군함도에 연금된 유력 인사를 구출하려는 광복군 특수요원 박무영(송중기)이 등장하면서 영화는 달리기 시작한다. 또 참혹한 군함도를 부각시키기보다는 극한 상황에 놓인 인간 군상, 조선인들의 모습을 보여 주는 데 무게를 둔다. 일본 앞잡이가 되어 동족 위에 군림하고 등골을 빼먹는 가증스러운 조선인들을 등장시키는 등 내부 갈등과 음모, 반전에 집중한다. 류승완 감독은 “거대한 감옥 같은 군함도 이미지를 접한 뒤 그곳에서 벌어질 법한 이야기들과 탈출 스토리가 떠올랐다”면서 “역사적인 진실을 알려야 한다는 책임감과 의무감을 느낀 것은 영화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생겼다. 역사에 누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상업 오락 영화 기준으로 보면 군함도는 ‘잘 뽑아져 나온 면발’ 같은 작품이다. 류 감독은 군함도 안에 과거사 청산 문제와 부성애, 로맨스, 첩보 스릴러, 격렬한 격투 액션과 전투, 대규모 탈주를 비롯한 군중 장면(몹신)까지 온갖 흥행 요소는 다 모아 놨다. 그러나 결정적인 한 방과 아우라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아쉽다. 황정민이 보여 주는 부성애와 김수안의 천진난만함은 이탈리아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로베르토 베니니 등이 보여 준 것과 겹치고, 소지섭과 이정현의 러브라인은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에서 최대치와 여옥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클라이맥스로 치달을 때 울리는 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의 ‘엑스터시 오브 골드’도 작품의 독창성을 갉아먹는 요소다. 일본인 캐릭터 또한 하나같이 스테레오타입의 ‘나쁜 놈’으로 일관한다. 축구로 따지면 화려하고 능수능란하지만, 창의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플레이와 마찬가지. 물론 관객들의 가슴을 울리는 장면들도 많다. 조선인 강제 징용자들이 직접 민주주의 분위기의 비밀 회합을 여는 대목과 아비규환의 탈주 장면에선 울림이 크다. 특히 무명의 강제 징용 조선인으로 나오는 보조 연기자들의 표정 하나하나가 생생해 그 어느 장면보다 묵직한 느낌을 준다. 특히 군중신은 마치 각각의 작은 얼굴 사진 수백장을 모아서 새로운 얼굴 전체를 보여 주는 포토 모자이크에 다름 아니다. 26일 개봉. 15세 관람가.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이라크·시리아 민간인 사상자 트럼프 취임 후 4배 이상 늘어

    이라크·시리아 민간인 사상자 트럼프 취임 후 4배 이상 늘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미군 주도의 연합군 공습으로 사망한 민간인의 숫자가 급증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17일(현지시간) 이라크·시리아의 민간인 사상자를 집계하는 영국 독립매체 에어워즈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월 트럼프 정권이 들어선 뒤 최소 2200명 이상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월평균으로 환산하면 매월 360명 이상으로, 전임 버락 오바마 정권(매월 80명)과 비교해 사망률이 4배 이상 뛰어올랐다. 오바마 정권하에서는 모두 2300명이 사망했는데, 트럼프 정권에서는 취임 6개월 만에 이 수치에 육박한 것이다. 이렇게 민간인 사망이 급격히 늘어나는 이유에 대해 에어워즈는 “트럼프 정권하에서 전장의 민간인 보호가 줄어들었음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대표적 케이스가 지난 3월 이라크 모술에서 일어난 폭탄 투하 사건이다. 미 국방부는 당시 미군이 공습 한 번으로 100명 이상의 민간인을 사망시켰다고 인정한 바 있다. IS가 건물 내부에 비밀리에 심은 장치들이 2차 폭발을 일으켰고 이 과정에서 콘크리트 건물이 붕괴해 다수의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한 것이다. 이 사건은 미군이 IS를 격퇴하기 위해 2014년 8월 공습을 시작한 이래 단일 규모로는 최대 민간인 피해로 기록됐다. 세계적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벨키스 윌 이라크 담당 선임연구원은 “내가 만난 난민들이 가장 고통스러워한 것은 IS 치하에서 보낸 끔찍한 세월도, 음식과 마실 물이 없는 난민 생활도 아닌 바로 미국의 공습이었다”면서 “그 모든 고통에서 살아남아 가족들과 가까스로 탈출했는데 공습으로 인해 사랑하는 이들을 잃어야 했기 때문”이라고 에어워즈를 통해 말했다. 반면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난해 7월 국제연합군의 폭격으로 죽고 다치는 민간인 수를 줄이기 위해 관계기관 점검기구를 구성하고 연간 보고서를 작성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리는 노력을 기울였다. 에어워즈는 “트럼프 정부는 이 관계기관 검토기구를 한 번도 가동하지 않았다”면서 “트럼프 정부가 ‘IS 말살’로 전략의 중심을 옮기면서 민간인 보호는 등한시했다”고 지적했다. 김민희 기자 haru@seoul.co.kr
  • [한필원의 골목길 통신] 외로운 농촌에서

    [한필원의 골목길 통신] 외로운 농촌에서

    며칠 전 전북 무주군 부남면의 한 마을을 다녀왔다. 내가 가르치는 건축학과 학생 스물여섯 명이 ‘농촌집 고쳐 주기’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평범한 농촌 마을이다. 낮에는 삽질도 하고 미장일도 거들다가 저녁 때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30여 호의 집들로 이루어진 마을은 농번기임에도 적막하기 그지없었다. 곳곳에서 마당의 무성한 잡초가 빈집임을 알렸고 콘크리트블록 담장이 여기저기 무너져 있었다. 뜬금없이 마을 길에 깔려 있는 아스팔트는 어수선한 분위기를 더했다.지역별 빈집에 대한 통계청의 최근 통계는 2010년 것인데, 읍·면 지역에서 1년 이상 비어 있는 집은 15만 4103호로, 해당 지역 일반 단독주택 수(192만 4270호)의 8%나 된다. 행정자치부의 1996년 통계에 따르면 전체 농촌주택 284만 6000채 가운데 2%인 6만 2000여채가 1년 이상 비어 있었다. 20여년 만에 빈집의 비율이 네 배가 된 것이다. 빈집과 직접 관련되는 것이 인구 구조인데 근래 읍·면 인구는 동 지역과 달리 매년 줄어 2015년에는 전국 인구의 18%였다. 읍·면 인구의 21%, 면 지역 인구의 28%가 만 65세 이상 노인이니 농촌은 이미 노인 인구가 20% 이상인 초고령사회다. 면 지역에서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약 3분의1이고 그 절반가량이 노인 1인 가구다. 그러니 앞으로 농촌 마을에서 빈집이 더 늘 가능성은 매우 크다. 그 마을에서 우리를 졸졸 따라다니는 어린이가 있었다. 마을의 유일한 초등학생이다. 축구공을 담벼락에 차면서 늘 혼자 놀던 그에게 난생처음 여러 명의 언니가 나타났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으리라. 오후가 되니 학생 둘이 택시에서 내린다. 마을의 유일한 중학생과 고등학생으로 읍내의 학교를 택시로 통학한다. 그 마을에 학생은 이 세 명이 전부다. 그들은 도시 학생들이 모를 한 가지 고민에 시달리고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래가 없는 외로움 말이다. 마을 인구 대부분을 차지하는 노인들은 어떨까. 여러 노인이 같이 살고 있으니 행복할까? 그렇지 않을 것 같다. 노인 심리에 대한 연구들에 따르면 노인의 고독은 노인들 속에서 해소하기 힘들다. 노인이 고독에서 벗어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어린이나 젊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다. 나는 그날 마을 입구의 정자에 앉아 계신 남녀 노인을 관찰해 보았는데 서너 시간 동안 “할아버지, 여기 좀 쓸게 비켜 보슈”라는 딱 한 문장을 들을 수 있었다. 마을에 젊은이가 몇 안 되니 노인들도 외롭기는 마찬가지이리라. 사람이 줄고 빈집이 늘어 가는 농촌 마을은 사라지거나 적어도 크게 축소될 위기에 직면했다. 그러면 우리는 이런 농촌 해체의 추세를 받아들이고 농촌 마을을 하나씩 포기해 나가야 할까? 식량 안보라는 말이 있지만, 그래서는 안 되는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고 본다. 그것은 농촌이 우리 문화의 원류라는 사실이다. 오늘날과 달리 전근대기에 우리 문화의 산실은 읍치, 곧 도시가 아니라 농촌이었다. 전통 사회에서 문화는 도시와 거리를 두고 있는 향촌에서 문중을 중심으로 형성됐으며, 주로 관속(官屬)들이 거주했던 읍치는 문화를 생산하고 주도할 조건을 갖추지 못했다. 읍치에서 떨어진 지역에 마을을 이루고 거주하던 양반층이 지식을 독점하고 이른바 고급문화를 주도했던 것이다. 이는 지배 엘리트 계층이 다른 계층들과 같이 도시 안에 거주함으로써 중세기에 이미 도시가 고급문화의 주 생산지가 됐던 유럽의 상황과 대조된다. 그러니 오래된 마을 한 곳을 없애는 것은 우리 문화라는 거대한 나무의 뿌리 한 가닥을 잘라 버리는 것과 같다. 이미 많이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우리는 농촌의 의미와 가치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그것은 농촌 마을을 문화적 장소로 인식함으로써 가능해진다. 그리고 국가는 문화적 장소의 격에 맞는 정책을 수립하고 사업을 펼쳐야 한다. 1970년대 새마을운동 이래로 주택이나 마을공간 등 물리적 환경을 개선하는 데만 초점을 맞추었던 정책과 사업에서 벗어나 역사적으로 형성된 집과 마을 공간의 의미를 이해하고 그에 적합한 일을 해야 한다. 그래야 마을길을 넓히고 직선으로 만들고 아스팔트로 포장하는 것처럼 국가 예산을 들여 오히려 마을 환경을 훼손하고 마을 사람들을 더욱 외롭게 만드는 일을 멈출 수 있다.
  • 또 졸음운전?…터널 보수작업 근로자 2명 차에 치여 1명 사망

    또 졸음운전?…터널 보수작업 근로자 2명 차에 치여 1명 사망

    승용차가 터널 안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2명을 들이받아 1명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경찰에 따르면 13일 오후 4시 14분쯤 전북 익산∼장수 간 고속도로 장수방향 장수터널에서 김모(57)씨가 몰던 승용차가 작업 중이던 근로자 2명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근로자 임모(54)씨가 숨지고 최모(62)씨가 크게 다쳐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당시 임씨와 최씨는 도로 콘크리트 보수 공사를 하고 있었다. 경찰은 김씨가 졸음운전을 하다 사고를 낸 것으로 보고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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