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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첼리스트 장한나 “음악은 우주적 언어… 청중과 하나 되고 싶어”

    첼리스트 장한나 “음악은 우주적 언어… 청중과 하나 되고 싶어”

    첼리스트 장한나(29)가 2년 만에 국내에서 “관객과 내밀한 대화”를 갖는다. 새달 3일과 8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독주회를 하는 것. 장한나는 오케스트라 협연과 독주회의 차이를 ‘내밀한 대화’의 존재 여부라고 설명한 바 있다. ●“독주회는 관객과의 내밀한 대화” 장한나는 28일 중구 소공로 플라자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음악은 우리의 감정과 호소력을 담은 표현을 할 때 쓰는 우주적인 언어”라면서 “인간의 DNA에서 빠질 수 없는 혜택이자 특권인 음악, 혹은 노래를 통해 청중과 하나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서 이번 리사이틀 프로그램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장한나는 2년 전 리사이틀에서 브람스에 ‘올인’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소화한다. 한국 팬이 유독 사랑하는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제’는 물론, 장한나가 “큰 우주가 압축되어 있다. 특유의 아픈 곳을 찌르는 듯한 화음들은 20세기 최고”라고 평가한 라흐마니노프의 ‘첼로소나타’, 스페인 작곡가 마누엘 데 파야가 쓴 ‘7개의 에스파냐 민요’, 아스트로 피아졸라의 ‘그랜드탱고’까지 펼쳐 보인다. 장한나는 최근 국내에서는 리사이틀보다는 ‘앱설루트 클래식’이란 이름으로 청소년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일에 좀 더 무게를 둔 게 사실. 장한나는 “지휘 공부를 하면서 음악 세계가 넓다는 걸 새삼 느낀다. 오케스트라 지휘 경험이 연주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면서 “2년밖에 안 됐지만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기 때문에 독주회가 더 설렌다.”고 털어놓았다. ●피아니스트 피닌 콜린스와 호흡 맞춰 공연 파트너로는 최근 수년간 단짝 호흡을 이룬 아일랜드 출신 피아니스트 피닌 콜린스가 나선다. 장한나는 “첼로와 피아노의 동등한 대화가 가능한 상대”라면서 “자꾸만 대화가 형성돼야 음악도 재미있다.”고 파트너를 치켜세웠다. 간담회에 동석한 콜린스는 “장한나처럼 열정적인 아티스트와 라흐마니노프를 연주할 수 있어 기쁘다.”라고 화답했다. 5만~15만원. 1577-5266.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바이올린 여제’ 정경화 ‘She is Back’

    ‘바이올린 여제’ 정경화 ‘She is Back’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63)가 ‘시 이즈 백’(She is Back)이란 제목을 내걸고 새달 26일 오후 8시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 선다. 지난 8월 대관령국제음악제에서 언니 정명화(첼로), 피아니스트 케빈 커너와 함께 연주를 했지만, 국내에서 독주회를 하는 것은 9년 만에 처음이다. ●곁을 떠난 사람들 추모곡으로 꾸며 그는 21일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간담회를 열고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던데 벌써 9년이 됐다.”면서 “협주곡은 화려하다는 특징이 있지만, 독주회를 열면 내 생각대로 연주 프로그램을 짤 수 있기 때문에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독주회”라고 말했다. 독주회는 지난 5년 동안 그의 곁을 떠난 사람들을 추모하는 곡으로 구성했다. 그는 언니 명소(2007년 작고)와 데뷔 음반 이후 그의 녹음 스튜디오를 지켰던 프로듀서 크리스토퍼 레이번(2007년 작고), 그리고 어머니 이원숙 여사(2011년 작고)를 차례로 잃었다. 독주회에서 모차르트 바이올린 소나타 21번,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1번,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 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들려줄 예정이다. 모차르트의 곡은 모차르트의 어머니가 숨진 직후 작곡한 곡이다. 브람스의 소나타는 이원숙 여사가 생전에 좋아하던 곡이다. ●“이번 연주회는 내 인생 3막 시작점” 정경화는 “손을 다쳐 연주를 못 했지만(그는 2005년 손가락 부상으로 5년간 무대를 떠났다), 어머니로부터 긍정적인 생각을 배웠기 때문에 마음이 아픈 것은 없었다. 오히려 ‘내 사명이 뭘까’라고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후배를 기르고 제자를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에 모교인 (미국) 줄리아드 음악원에서 제자 10명을 누구보다도 열심히 가르쳤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연주회를 인생 3막을 여는 시작점이라고 강조했다. “내 인생을 3등분 한다면 난 지금 3막의 시작점에 와 있다. 연주를 다시 시작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나를 용감하다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다시 무대에 설 수 있다는 사실에 너무나 설레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정경화는 독주회에 앞서 언니 명화, 동생 명훈(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과 함께 어머니 추모 음악회인 ‘우리들의 어머니를 위하여’를 새달 13일 서울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연다. 정 트리오의 연주회에는 고인의 지인 등이 초대되며 일반인은 선착순으로 입장 가능하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묵직한 듯, 은은하게… 말러에 물든 서울의 밤

    묵직한 듯, 은은하게… 말러에 물든 서울의 밤

    히스테리를 분출하듯 요란법석한 타악기에 의한 종결부. 3악장이 끝났을 때 이미 턱밑까지 숨이 차올랐다. 그리고 딱 호흡을 뱉어내더니 곧바로 4악장. 영원불멸의 시간을 향해 달려가던 오케스트라의 소리가 조금씩 잦아들수록, 오히려 심장이 터져버릴 듯 긴장감은 고조됐다. 최종적으로 완전한 무(無)의 세계. 콘서트홀에는 아슬아슬한 침묵이 흘렀다. 지휘자 사이먼 래틀 경(卿)과 베를린 필하모닉 단원들은 그대로 화석이 된듯 멈춰섰다.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9번은 여음이 사라진 뒤에도 한동안 박수를 치지 않는 것이 에티켓. 다행스럽게도 섣부른 ‘브라보’는 튀어나오지 않았다. 40여초쯤 흘렀을까. 마침내 래틀 경이 양 팔을 내리고 박수를 받을 준비가 돼 있음을 알렸다. 다섯 차례의 강렬한 커튼콜과 함께 베를린필이 3년만에 한국에서 공연한 첫날밤은 저물었다. 15일 밤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였다. 129년을 쌓아온 베를린 필의 내공은 명불허전(名不虛傳). 2002년부터 10년째 호흡을 맞춰왔고, 이미 2018년까지 계약을 연장한 래틀 경과의 호흡은 두말할 나위가 없었다. 또 “나의 DNA 속에는 말러가 들어 있다. 난 뼛속 깊은 말러리안(말러 애호가)”이라고 래틀 경이 자신 있게 말한 까닭을 알 만했다. 물론 베를린 필이 특별한 까닭은 그들의 연주력이나 명성 때문만은 아니다. 2002년 래틀 경이 제8대 지휘자로 취임하면서 재단법인화를 이뤄냄과 동시에 ‘음악으로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다가가기’란 구호를 내걸고 어린이·청소년 교육 프로그램과 디지털콘서트홀(공연실황 생중계 및 자료실 운영), 심야콘서트(밤 10시 30분 이후 이뤄지는 10유로짜리 저가 공연) 등 대중과의 소통을 넓혀가고 있기 때문이다. 래틀 경은 공연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어 “음악은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어야 하고, 모든 이들은 오케스트라 연주를 들을 동등한 기회가 있어야 한다.”면서 “좋은 음악을 들으면 그들의 삶이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음악은 공기나 물처럼 우리에게 너무나 필요한 부분이다. 난 운이 좋아서 어릴 때부터 음악을 접했지만 그러지 못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베를린 필 공연 리허설 때 다만 30분이라도 유치원생 등을 입장시켜 느끼도록 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음악 바이러스’에 전염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베를린 필은 이날 리허설 때도 마리아수녀회가 운영하는 부산 소년의집 알로이시오 심포니 단원 등 소외계층 청소년 200여명을 초대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보고 듣고 즐기세요]

    [연극·뮤지컬]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2012년 1월 19일~2월 5일까지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6년 만에 한국을 찾는 오리지널 공연팀의 투어 공연. 영어로 공연된다. 6만~20만원. (02)399-1700. ●연극 ‘흑인 창녀를 위한 고백’ 23일~12월 11일까지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김정옥 연출가의 연출 50년 기념작품이자 100번째 작품. 과거에 얽매여 불행한 삶을 사는 백인 여성 템플과 그녀의 딸을 어쩔 수 없이 살해하는 하녀 낸시에 관한 추리극. 2만~5만원. (02)3668-0029. [클래식·재즈] ●서울시향의 말러 2011시리즈Ⅳ 11일 오후 8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006년 게오르그 솔티 지휘 콩쿠르 우승자이자 2009년부터 서울시향 부지휘자로 활동중인 성시연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말러의 교향곡 7번을 어떻게 해석할지 주목된다. 1만~5만원. 1588-1210. ●IBK챔버홀 개관 페스티벌 조성진 6일 오후 5시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올 차이콥스키 콩쿠르 피아노 부문 3위에 입상한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쇼팽 발라드 1~4번, 리스트 피아노소나타 b단조를 들려준다. 3만~5만원. (02)580-1300. [대중음악] ●브라이언 맥나잇 내한 공연 ‘어쿠스틱쇼 인 서울’ 26일 오후 8시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 세계적인 R&B 뮤지션 브라이언 맥나잇이 14번째 앨범 ‘저스트 미’ 발매를 기념해 펼치는 내한 공연. 7만 9000~11만 9000원. (02)407-2589.
  • [보고 듣고 즐기세요] 클래식·재즈

    ●에우로파 갈란테&이안 보스트리지 11월 4일 오후 8시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 6일 오후 5시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 바로크 바이올린 거장 파비오 비온디가 이끄는 앙상블 ‘에우로파 갈란테’와 역사학 박사 출신 테너 이안 보스트리지가 18세기 ‘스리 테너’로 군림했던 보로지니, 파브리, 비어드의 아리아를 재조명한다. 3만~9만원. (02)2005-0114, (031)783-8000. ●2011 레 프레르 내한공연 11월 11일 오후 8시 서울 대흥동 마포아트센터. 한 대의 피아노에서 두 명이 연주하는 ‘포 핸즈’(four hands) 스타일로 유명한 일본 재즈 피아노 듀오가 3년 만에 내한공연을 갖는다. 프랑스어로 ‘형제’란 뜻의 팀 이름처럼 사이토 모리야와 케이토 형제가 2002년 결성했다. 3만 3000~4만 4000원. (02)3274-8600.
  • [보고 듣고 즐기세요] 클래식

    ●프라하 필하모니아 내한공연 22~23일 오후 8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1994년 창단된 체코 프라하 필하모니아의 아시아 초연. 5만~25만원. (02)338-3513. ●IBK챔버홀 개관 페스티벌-신현수 25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2008년 프랑스 롱티보 국제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한 바이올리니스트 신현수 공연. 비탈리 샤콘 g단조, 시마노프스키 녹턴과 타란텔라 Op28 등. 3만~5만원. (02)580-1408.
  • 페라이어 “3년전 젊은 관객 인상적… 재회 기대”

    페라이어 “3년전 젊은 관객 인상적… 재회 기대”

    무심코 악보에 오른쪽 엄지손가락을 베었다. 상처가 덧났다.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해 항생제만 먹은 게 패착이었다. 염증으로 손가락뼈에 변형이 왔다. 피아니스트에겐 치명적인 부상. 1991년부터 수술과 재활의 반복. 고통의 나날을 보내던 그를 위로한 것은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음악이었다. 1990년대 후반 그는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녹음했다. 이 음반은 빌보드 클래식 차트 15주 연속 정상을 지켰다. 2004년 부상이 재발했지만, 2006년 대수술을 받은 그는 꺾이지 않는 열정으로 무대로 돌아왔다. ‘건반 위의 시인’ 머레이 페라이어(64)가 오는 29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갖는다. 아시아 투어 중인 페라이어를 공연기획사 크레디아를 통해 전화 및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1991년과 2006년 두 차례 대수술을 받은 엄지손가락이 우선 궁금했다. 페라이어는 “(완치가 된 것인지는) 확신할 수 없고, 미래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면서도 “다만, 내가 연주를 할 수 있고, 괜찮다고 느낀다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내 머릿속에 부상을 떠올리는 순간 끝이다. 그래서 부상당했던 기억 자체를 지워버렸다.”라고 덧붙였다. 어느새 환갑을 훌쩍 넘은 나이다. 다니엘 바렌보임(69),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74) 등 비슷한 연배의 피아니스트들은 오케스트라 지휘에 치중하고 있다. 반면 페라이어는 실내악단인 영국의 아카데미 오브 세인트 마틴 인 더 필즈(ASMF)의 상임 객원지휘자로 활동 중이다. 페라이어는 “오케스트라와 연주를 하면 큰 기계의 일부분이 된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면서 “실내악은 악기 주자들과 더 긴밀하게 소통할 수 있기 때문에 좋다. ASMF의 제안을 받아들인 건 모차르트 콘체르토와 실내악곡들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3년 전 한국 공연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젊은 관객이 너무 많아서 인상적이었다. 그들을 다시 만나게 될 걸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서 바흐의 프랑스모음곡과 베토벤 소나타 27번, 브람스의 ‘4개의 소곡’, 슈만의 ‘어린이 정경’, 쇼팽의 프렐류드 8번 Op 28·마주르카 4번 Op.30·스케르초 3번을 연주한다. 바흐와 베토벤, 슈만의 곡은 페라이어가 녹음한 적이 없는 작품이라 기대가 더 크다. 5만~15만원. 1577-5266.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보고 듣고 즐기세요] 클래식

    ●이사오 사사키 휴(休) 콘서트 16일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1996년 ‘미싱 유’ 앨범을 발매한 이후 10여장의 앨범과 꾸준한 공연으로 두터운 팬층을 확보한 피아니스트의 공연. 탤런트 이하늬의 언니인 가야금 연주자 이슬기가 초대손님으로 나선다. 4만~10만원. (02)2658-3546. ●MIK 앙상블 리사이틀 29일 부산 대연4동 부산문화회관, 30일 대구 수성동 수성아트피아, 새달 5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이상 오후 5시). MIK는 송영훈(첼로), 김정원(피아노), 김수빈(바이올린), 김상진(비올라)이 2003년 결성한 클래식 프로젝트 그룹이다. 3만 3000~7만 7000원. (02)2658-3546.
  • 사립대총장協 대학자율화 세미나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회장 박철 한국외대 총장)는 14일 오후 1시 30분 국민대 콘서트홀에서 ‘대학 자율화’라는 주제로 제7회 총회 및 세미나를 연다. 전국 100여개 사립대학 총장들이 참석해 감사원 대학감사 이후의 각종 현안과 쟁점들을 논의할 예정이다.
  • 강원도-스포츠외신 기자들과 동행한 2018 동계올림픽 미리보기 “Do You Know Pyeong Chang?”

    강원도-스포츠외신 기자들과 동행한 2018 동계올림픽 미리보기 “Do You Know Pyeong Chang?”

    “Do You Know Pyeong Chang?” 동행이 누구냐에 따라서 여행이 전혀 달라지는 또 한번의 경험이었다. 온갖 스포츠의 룰을 꾀고 있는 6명의 스포츠 외신 기자들. 그들 중에는 88 서울 올림픽에 선수로 참가했던 이도 있었고, 자신의 형이 한국전에 참전했었다는 노익장도 있었으며, 한국 스키점프 선수를 대번에 알아보는 여기자도 있었다.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취재차 한국을 찾았던 그들을 평창까지 움직이게 한 것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한 기대와 호기심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가져간 것은 월정사 녹차의 아릿한 뒷맛, 강릉 선교장이 보여주는 우아한 한옥의 품위, 알펜시아 리조트의 포근한 베개 같은 따뜻한 체험들이었다. 6년 반 후 다시 돌아올 그들을 맞이할 풍경은 강원도의 투명한 설경이겠지만 오늘의 작고 훈훈한 느낌들은 달라질 리 없다. 그 온정은 우리의 핏속에 흐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글 천소현 기자 사진 Travie photographer 신성식 취재협조 강원도청, 한국관광공사 강원권 협력단 88올림픽에 참가했던 Mr. 유비쿼터스 스포츠 칼럼니스트 게리 모건Gary Morgan | 미국 미시건 “88년 서울에 대한 기억은 별로 남아있지 않지만 많이 변한 것만은 확실하네요. 그때 DMZ 투어도 하고, 서울 전망이 보이는 곳에서 파티도 했던 것 같아요. Jesus! 그때나 지금이나 당신들은 정말 친절하더군요. 이번 여행에서는 대구 팔공산에 올라갈 때 ‘히치하이킹’을 시도했는데, 손가락을 들자마자 차가 섰어요. 돌아올 때도 마찬가지로 버스 터미널까지 곧장 차를 얻어 탈 수 있었죠. 평창 사람들도 마찬가지겠죠? 예전부터 온돌방에서 꼭 한번 자보고 싶었는데 멋진 한옥강릉 선교장을 보고 나니 더 욕심이 났어요.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플로어에서 잘 수 있는 곳서울 북촌의 한옥 게스트하우스였다을 예약했죠. 참! 강릉이 동계올림픽 아이스 종목이 개최되는 곳이죠? 인구가 얼마나 되나요? 22만명이면 꽤 큰 도시네요. 오케이, 느낌이 좋습니다!” 탄탄한 몸매를 지닌 게리씨는 시간만 충분했다면 오대산 정상까지 뛰어올라가는 것도 마다하지 않을 듯 에너지가 넘쳤다. 1984년부터 2004년까지 무려 6번의 올림픽 대회에 출전(20km, 50km 경보)했던 육상 선수다웠다. 88년 서울 올림픽 때 28살이었던 그는 미국 국가대표 선수로 20km 경보 종목에 출전했었다. 그리고 23년 만에 다시 찾은 한국. 그동안 그는 미스터 유비쿼터스Mr. Ubiquitous라는 닉네임으로 불릴 만큼 세계 곳곳을 찾아다니는 스포츠 칼럼니스트로 변신했다. 지금까지 무려 39개국을 여행했고 미국 50개 주에 있는 모든 국립공원을 탐험했다. 마라톤 대회에도 60회 이상 참가했고, 미국 올림픽 위원회 선수자문단의 멤버이기도 하다. 술술 쏟아지는 경이적인 기록들은 ‘스포츠와 어드벤처’로 이뤄진 그의 삶을 마치 숫자로 치환해서 보여주는 듯했다. 그의 칼럼은 미시건 러너(www.michiganrunner.net)와 러닝 네트워크(www.runningnetwork.com)에서 볼 수 있다. 1 정강원(한국전통음식문화체험관)은 한국의 맛을 미각뿐 아니라 시각으로도 보여주는 곳이다 2 항상 유쾌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게리씨도 월정사 해욱 스님이 다도를 알려주시는 동안에는 마치 경기에 임하듯 정신을 집중했다 3 한국의 불교 사찰이 처음이었던 마야는 월정사의 국보, 팔각구층석탑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눈이라고요? 그건 축제를 의미하죠 스포츠 넷 기자 마야 길야노비치Maja Giljanovic | 크로아티아 스플리트 “나 저 선수최흥철 선수 아는 것 같아요! 미스터 초이 아닌가요? 지난 대회에서 봤던 기억이 나요. 사실 나는 태어나서 한번도 스키를 타 본 적이 없어요. 내가 사는 스플리트Split, 크로아티아 제2의 도시에는 눈이 거의 오지 않고 쌓이는 경우는 아주 드물어요. 그래서 몇년에 한번씩 눈이 쌓이면 도시가 마비되고 학교는 문을 닫고, 사람들이 미끄러지고 부러지고 그래요. 하지만 동시에 축제 분위기가 되기도 하죠. 이번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건 새콤한 차송화밀수였어요. 매실의 상큼달콤한 맛이 최고인데다가 그 작은 쿠키들다식도 정말 예쁘고 맛있었어요. 크로아티아에서는 차 문화가 그리 발달하지 않았거든요. 그리고 알펜시아의 호텔도 최고더군요. 사실 전 특급 호텔은 처음이었는데, 아기처럼 잘 잤답니다.” 5년차 기자인 그녀는 깡마른 몸매와 다르게 강단이 있었다. 크로아티아의 대형 스포츠뉴스 사이트(www.hrsport.net)의 기자로 활동하면서 그동안 베를린, 로마, 바르셀로나 등 유럽 지역의 챔피언십 대회를 주로 취재해 왔다. 크로아티아가 아직 유고슬라비아연방이었던 시절, 그녀의 아버지는 5명의 국가대표 선수들과 함께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적이 있었다. 혼자 아마추어였던 아버지는 프로 선수들을 제치고 3명의 완주자에 들 만큼 실력이 뛰어났다. ‘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은 것 같다는 마야도 취미로 마라톤을 하고 있는데, 완주의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시간은 천천히 흐르는 것 같았다. 가장 좋아하는 여행 방법도 ‘기차 여행’일 정도다. 서울역에서 대전까지 KTX를 외면하고 굳이 가장 느린(거의 4시간) 무궁화호를 선택한 그녀가 ‘너무 시간이 짧다’고 아쉬워했다면, 이해가 될까? 한국전에 참전했던 형에게 보여줄 사진들이야 스포츠 컨설턴트 로버트 러시Robert Rush | 미국 캘리포니아 “형이 셋인데, 여섯 살 많은 큰형이 한국전에 참전했었지. 내가 고등학생이었으니 51년, 52년 그때였던 것 같아. 집에 돌아온 형이 한국 이야기를 종종했었는데, 이제야 와보게 됐네. 한국은 처음이라서 낯설지만 비빔밥은 정말 마음에 들어. 아까 그 식당정강원에서 먹은 게 사람들이 남은 음식들을 모두 넣어서 손쉽게 비벼 먹었다는, 비빔밥이 맞는가? 나는 식성이 별로 까다로운 편이 아니야. 내가 젊었을 때는 까다로운 사람Picky은 직업을 구할 수 없었으니까. 산에서 며칠을 살면서 벌목을 할 때 어떤 음식이든 가리지 않고 먹어야 살 수 있었어. 아까 버스에서 보니 다른 나무로 지탱해 놓은 굽은 소나무들이 종종 보이던데. 금강송이라고? 정말 아름다운 나무더군. 항상 산불을 조심해야 해. 내가 사는 캘리포니아는 정말 산불이 많이 난다네. 젊었을 때 소방수로도 10년 넘게 일했는데, 가끔 산림관리를 위해 불을 놓아야 할 때도 있었어. 그런데 말야, 아까 차 마시던 곳선교장의 활래정에서 나무 테이블을 보았나? 나무의 본래 모양을 그대로 사용해서, 정말 어메이징하더군.” 일생을 체육 교육에 헌신한 이 77세 노익장의 젊은 날도 만만치 않게 파란만장하다. 15살 때부터 농장에서 배를 따며 돈을 벌어야 했던 그는 육상 코치가 되기 전까지 여름이면 소방수로 일했고, 벌목공, 장례식장의 염꾼 등 무수한 직업을 거쳤다. 6살 많은 형이 미 해군에 입대해 한국전에 참전했던 것에 비하면 학생 신분이라 한국전, 베트남전 등을 피할 수 있었던 자신은 운이 좋았다고 회상했다. 고령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장거리 해외여행을 거뜬히 소화할 만큼 건강한 그는 이번 여행 동안 누구보다 많은 사진을 찍었다. 83세의 형에게 전쟁 후 한국이 얼마나 많이 변했는지를 보여주고 싶어서다. 사진촬영 강사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카메라와 친숙했던 그는 현재 스포츠 컨설턴트(www.norcalstat.com)로 일하며 선수 지도를 위해 사진과 비디오 자료를 중요하게 활용하고 있다. 1 선교장의 열화당은 원래 남자 주인의 숙소였으나 지금은 작은 도서관으로 개방되고 있다. 로버스씨가 책을 읽고 있는 테라스는 구한말 러시아 공사관에서 선물로 지어 준 것이다 2 스키점프타워 아래에서 내려다본 알펜시아 전경. 스키장 앞쪽으로 호텔과 리조트촌이 보인다 3 아찔한 높이의 스키 점프대 위에서 과감하게 포즈를 취한 여행작가 키라티아나 4 평창 동계올림픽의 상징물이 되어 버린 스키점프타워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선수들도, 관광객들도 모노레일을 타야 한다 나만의 비빔밥을 요리해 볼래요 여행작가 키라티아나 프리롱Kiratiana Freelon | 미국 시카고 “제가 버스에서 너무 잠만 잤나요? 올림픽이나 챔피언십 같은 큰 대회를 취재하다 보면 예기치 못했던 일들이 밤낮으로 생겨요. 한국에서의 열흘 동안 잠이 많이 부족했나 봐요. 그래도 한국은 어디를 가든지 무선 인터넷이 잘 잡혀서 일하기도 쉽고, 여행에서도 도움을 많이 얻었어요. 아시아에 온 김에 여러 나라를 한 달 동안 여행할 계획이에요. 서울에 가볼 만한 클럽과 식당을 추천해 줄래요? 대구에서도 팔공산에 있는 여러 절들을 갔었는데, 아까 오대산 월정사 스님과 차를 마신 건 정말 특별한 체험이었어요. 스님과 찍은 기념사진을 꼭 블로그에 올리겠어요. 정강원의 비빔밥은 영감을 주는 음식이더군요. 집에 돌아가면 코리안 비빔밥을 응용한 저만의 비빔밥을 시도해 보게 될 것 같아요. 예를 들어 고추장 대신 테리야키 소스를 쓴다거나 하는 식으로요. 맛있을 것 같죠?” 키라티아나씨는 미국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 뿌리내리고 있는 흑인문화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는 여행작가다. 그녀가 대구육상경기 취재차 한국에 온 것도 육상 종목에서 아프리카 출신 선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점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올해 초에 파리의 아프리카 문화를 테마로 한 가이드북 <블랙 파리Travel Guide to Black Paris>를 출간하기도 한 그녀는 섬세한 시각으로 생생하고 흥미진진한 여행기를 쓰고 있다. 그녀의 블로그(http://kiratianatravels.com)와 미국 속 아프리카 문화를 소개하는 커뮤니티 웹사이트(http://loop21.com)에서 그녀의 글을 만날 수 있는데, 무려 한 달간의 여정으로 계획한 아시아 여행의 이야기가 이미 펼쳐지고 있었다. 이번 평창 여행은 그녀의 눈에 어떻게 비추어졌을지, 어머니와 함께할 예정이라는 서울 여행 스토리와 그 이후의 일본 여행까지, 잔뜩 기대가 된다. 스포츠 외신 기자와 함께한 평창의 1박2일 평창의 역사는 동계올림픽이 개최되는 2018년 전과, 후로 나뉘게 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전의 분기점을 꼽으라면 세 번째 도전 끝에 유치에 성공한 7월6일이 될 것 같다. 그전에 찾아간 평창과 그후에 찾아간 평창은 공기부터가 다른 것 같았으니 말이다. 희망과 기대로 부풀어 오른 평창의 가을 공기를 마음껏 들이마시며 6명의 스포츠 외신 기자들도 각자의 상상력을 발동시키고 있었다. 그 상상의 토대는 한국의 전통 문화와 맛, 그리고 알펜시아였다. 강릉 선교장의 백미는 연못 위에 세워진 활래정인데, 올해부터 다실로 개방하고 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즉석에서 호기심과 즐거움을 비비다 정강원 정강원靜江園은 귀한 손님들, 특히 외국 손님들에게 정갈한 한국 음식을 소개하고 싶을 때 안성맞춤인 곳이다. 지난 5월에 한국, 중국, 일본 세 관광장관들이 한자리에 모였을 때도 정강원을 찾아와 대형 그릇에 100인분이 넘는 비빔밥을 섞는 퍼포먼스를 했었다. 외신 기자 일행을 위해서도 비빔밥의 유래와 준비 과정을 설명하는 프리젠테이션이 있었다. 로버트씨가 ‘김치’를 처음 먹어 본다며 조심스럽게 젓가락질을 하는 동안 마야는 미역국을 두 그릇째 비우고 전 한 접시를 더 추가시켰다. 키라티아나는 전에 곁들여 나온 간장을 보더니 반색을 하며 비빔밥에 톡 털어 넣기도 했다. 마야도 전을 간장에 찍어 먹으니 정말 완벽한 맛이 난다고 한마디를 보탰다. 정강원이 자랑하는 우리 장들의 깊은 맛은 마당 가운데를 넓게 차지하고 있는 장독대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맛의 내공이 느껴지는 풍경. 그 풍경이 혹시 익숙하다면 드라마 <식객>에서 정강원을 미리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정강원의 정식 이름은 ‘한국전통음식문화체험관’이다. 전통음식점뿐 아니라 한옥의 스타일을 잘 살린 숙소, 작은 동물원, 전통 연못, 박물관, 잔디정원 등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계절에 맞추어 전통주 담그기, 메밀묵 만들기, 올챙이국수 만들기, 김치 담그기 등의 체험행사도 신청할 수 있다. 바로 옆에 흐르는 금당계곡의 경치도 즐길 겸 시간을 넉넉히 잡고 방문하면 좋은 곳이다. 주소 강원도 평창군 용평면 백옥포리 21 문의 033-333-1011~3 www.ktfce.com 요금 비빔밥 체험 1인 1만5,000원, 한정식 3만~10만원, 한옥 숙박 1인 10만원(저녁 한정식, 조식 포함) 스님과 함께 나눈 따뜻한 녹차 한잔 월정사 월정사 수행원 원감인 해욱 스님이 직접 우려 주시는 녹차가 깊은 맛을 찾아가는 동안 손님들의 가부좌는 흐트러졌고 다리를 어디에 둘지 몰라 몸을 배배 꼬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선만큼은 스님을 향해 고정한 채 한국 녹차와 불교에 대한 호기심을 욕심껏 채우고 있었다. 스님들이 머리카락을 미는 이유가 번뇌를 벗기 위해서라는 설명을 듣자 20대부터 민머리 스타일이었다는 게리씨는 “그래서 나는 근심이 없나 보다”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오대산 월정사는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진 적멸보궁이자 팔각구층석탑을 포함한 5점의 국보를 보유한 사찰이라 항상 사람들로 붐빈다. 바쁜 와중에도 특별히 시간을 내어 주신 스님께 외국인들도 어설프지만 정성 어린 합장을 올렸다. 난생 처음 절에 와보는 사람도 있으니 자장율사에 대한 이야기나 신라시대 석탑의 아름다움은 자세히 알 수 없었겠지만 월정사 입구에 이르는 전나무 숲길의 아름다움이야 누가 일러주지 않아도 저절로 알 수 있는 만국공통의 감동이었다. 오대산의 아름다움은 산행을 해봐야만 알 수 있는데, 정상인 비로봉에서 평창쪽으로 내려오는 오대산 지구는 부드러운 흙길에 불교문화유적이 많고, 소금강 지구는 바위가 많아 금강산에 견줄 만한 경치를 자랑한다. 주소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동산리 63 문의 033-339-6800 www.woljeongsa.org 요금 입장료 | 3,000원, 템플스테이 | 성인 1인 1박 4만~5만원(상시 운영) 아흔 아홉 번 놀라게 되는 집 선교장 연못 위에 떠 있는 활래정活來亭은 너무 예뻤다. 연꽃이 모두 고개를 숙인 늦은 오후였지만 푸른 연잎들은 곧 선녀가 되어 하늘로 날아오를 듯 몸이 가벼워 보였다. 그 순간, 얼핏 활래정의 열린 문 사이로 지나가는 선녀들, 아니 선녀처럼 단아한 여인들이 있었다. 그동안 일반에게 잘 공개되지 않았던 활래정이 올해부터 다실 ‘연잎에 앉아’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 단아하게 한복을 차려입은 여인들이 귀한 송화가루로 만든 다식과 차를 내놨다. 사방에서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이 활래정을 포함하는 아흔 아홉 칸 고택이 바로 ‘가장 아름다운 한옥’으로 꼽히는 선교장船橋莊이다. 효령대군(세종대왕의 형)의 11대 손이 건축한 한옥은 부유한 사대문가문의 주거양식을 보여준다. 3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잘 보전된 나라의 가장 중요한 민속자료 중 하나이기도 하다. 후손들의 노력이 가장 컸고 지금은 나라의 지원도 받고 있다. 그래서 구중궁궐 못지않게 겹겹의 문(12개의 대문이 있다)으로 이루어진 저택은 이제 그 문을 활짝 열고 드라마와 영화 촬영, 한옥민박, 문화 공연장, 도서관(열화당悅話堂)으로 변신해 사람들을 맞아들이고 있다. 가문의 후손에 의해 설립된 동명의 출판사로도 알려진 열화당은 예부터 많은 서화와 문집이 보관되어 있던 사랑채였다가 2009년부터 작은 도서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곳에서 <이조실록> 사본들을 발견한 로버트씨는 마치 한국어를 이해하는 듯 책을 보며 희미한 미소를 떠올렸다. 주소 강원도 강릉시 운정동 431 문의 033-646-3270 www.knsgj.net 요금 관람료 | 성인 3,000원, 한옥체험 | 15만~25만원 동계올림픽을 위해 도약하는 알펜시아 알펜시아로 들어서는 순간 기자들의 눈이 빨라지고 있었다. 이미 해가 저물고 있어서 내일로 미루어진 시설 견학을 기다릴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냥 하룻밤 머무는 숙소였다면 나올 수 있는 반응이 아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알펜시아 리조트는 그야말로 ‘동계올림픽의 꿈’을 먹고 자란 곳이다. 두 번의 낙방 끝에 그 꿈을 이뤘으니 그간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91% 정도의 완공률을 보이며 마지막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알펜시아 리조트는 크게 3구획으로 구성되어 있다. 인터컨티넨탈 알펜시아 평창 리조트와 홀리데이 인 리조트 알펜시아 평창(호텔, 콘도미니엄) 등의 특급 호텔이 세워진 알펜시아 타운은 숙박과 엔터테인먼트, 쇼핑을 위한 공간이자 스키장, 콘서트장, 워터파크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알펜시아 트룬 컨트리클럽은 골프 코스를 끼고 있는 268세대의 프라이비트 별장촌으로 지금 한창 분양이 이뤄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알펜시아 스포츠파크는 동계올림픽 경기가 열릴 국제 규격의 스키점핑타워, 바이애슬론, 크로스컨트리 코스가 있으며 봅슬레이, 루지 등의 경기장이 공사 중이다. 주소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용산리 223-9 문의 033-339-0000 www.alpensiaresort.co.kr 요금 알펜시아 올림픽 특별 패키지 이용시 17만원~41만원.(홀리데이 인 리조트 or 콘도미니엄에서의 1박, 몽블랑 레스토랑에서의 석식 혹은 중식, 워터파크 ‘오션 700‘ 이용권 포함) 1 정강원의 최고 인기 메뉴는 비빔밥인데, 그 유래와 재료를 자세히 설명해 준다 2 다도를 시연해 주시는 월정사 해욱 스님 3 알펜시아의 특1급 호텔인 인터콘티넨탈 알펜시아 리조트 전경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한 몇 가지 질문들 Q 알펜시아 리조트가 선수촌이 되는 건가요? A 빙상 종목들은 아이스링크가 있는 강릉에서 개최되고, 설상 종목은 새로 활강장이 만들어질 정선의 중봉스키장과 용평리조트에서 개최될 예정입니다. 그리고 알펜시아에는 스키 점프와 트라이애슬론, 바이애슬론 등의 일부 종목만 진행됩니다. 따라서 선수들의 숙소도 강릉, 태백 등지로 나뉠 예정입니다. 대신 알펜시아 컨벤션 센터가 올림픽 미디어센터로 활용될 예정입니다. Q 손님들을 모두 수용할 만큼의 숙소가 갖추어졌나요? A 올림픽위원회의 기준이 1만6,000실이라서 평창뿐 아니라 강릉, 진부 등 인근의 숙박 시설들을 최대한 활용할 예정입니다. 모두 1시간 이내에 이동할 수 있는 거리라서 불편하지는 않을 겁니다. 현재 알펜시아 리조트에는 홀리데인 인 스위트(콘도미니엄)의 419실, 홀리데이 인 리조트(호텔)의 214실, 인터콘티넨털 호텔의 238실을 포함해 약 940실 정도가 확보되어 있습니다. Q 경기장은 모두 완성되어 있나요? A 현재 용평스키장은 높이 800m 이상, 슬로프 길이 3.4km 이상이어야 하는 국제규격을 만족시키지 못해서 새로운 알파인 스키 활강장이 있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그 기준을 만족할 수 있는 정선에 중봉스키장을 새로 만들려는 것입니다. 알펜시아의 스키점프 대회장 역시 현재 가능한 수용 인원이 1만5,500석인데, 국제 기준은 6만석이라서 확대공사가 이뤄져야 합니다. 봅슬레이와 루지 경기장 등은 2013년에 완공될 예정입니다. Q 지금 알펜시아 리조트에 가면 즐길 거리가 있나요? A 알펜시아 스키장이 2년 전부터 가동하고 있고, 올해 여름에는 오션 700이라는 워터파크가 개장했습니다. 겨울에도 마음껏 이용할 수 있는 실내 워터파크로 2,500명을 수용하는 규모입니다. 또 모노레일을 타고 스키점핑타워에 올라가면 알펜시아 리조트뿐 아니라 주변 경관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습니다. 콘서트홀은 대관령음악축제의 주공연장으로 사용되고 있고, 이 밖에도 승마 체험, 행글라이딩 체험 등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습니다. 1 동계올림픽 개최를 위해 알펜시아에 세워진 한국 유일의 스키점프타워 2 여름철에는 점프대에 물을 흘려 보내서 실전 연습을 할 수 있다 surprise encounter 영화 <국가대표> 꼬마 선수의 실제 모델 최흥철 선수와의 짧은 만남 알펜시아의 스키점프대 앞에서 우연히 마주친 최흥철 선수를 먼저 알아본 것은 부끄럽게도 스포츠 외신 기자들이었다. 갑자기 외국 기자들에게 둘러싸인 최흥철 선수는 당황한 기색을 금세 거두고 쏟아지는 질문에 대답하기 시작했다. 그가 처음 스키점프를 시작한 것은 9살 때인 91년이었다. 그때부터 무주리조트 소속 선수가 되어 지금까지 20년 가까이 프로 스키 점프 선수로 살아온 것이다. 이 대목에서 외신 기자들도 감탄을 감추지 못했다. 당시 동계올림픽 유치의 꿈을 키우고 있던 무주는 스키점프, 루지, 프리스타일 중에서 에어리얼 등 비인기 동계올림픽 종목을 육성하기 위해 많은 투자를 했었다. 올림픽 개최의 꿈은 평창에서 이뤄졌지만 무주의 투자가 씨앗이 되어 준 것만은 분명해 보였다. 기초체력 다지기와 밸런스 훈련, 이미지 훈련 등을 반복하는 것이 이들의 일상인데 눈이 없는 여름에는 ‘스키점프대에 물만 흘려 보내면 점프를 할 수 있다’고 했다. 많은 시간을 빼앗을 수 없어서 그와의 담소는 이쯤에서 그쳤다. 그리고 최흥철 선수가 영화 <국가대표>에 등장하는 꼬마 선수의 실제 모델이었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더 재미있는 것은 그가 지난 4월에는 SBS의 리얼리티 커플매치 프로그램인 <짝>에도 출연했었다는 것이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부천시 2015년까지 문화예술회관 건립

    부천시는 2015년 말까지 원미구 중동 시청사 앞 중앙공원에 2500석 규모의 문화예술회관을 건립하기로 했다. 26일 시에 따르면 지난 4월 발주한 문예회관 건립 타당성 및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 결과에 따라 2013년 하반기 1400억원을 들여 중앙공원 8400㎡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4층, 연면적 3만 5000㎡ 규모의 회관 신축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회관에는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등 전문 예술단의 공연이 가능한 전용 콘서트홀(2000석), 다목적홀(500석), 전시실, 레스토랑, 사무실 등이 들어서게 된다. 이를 위해 다음달 중 행정안전부의 지방재정 투융자 심사를 마치고 경기도로부터 공사입찰 방법을 심의받을 예정이다. 이어 2013년 상반기까지 공원 용지 용도변경, 기본·실시설계, 건축허가 등의 절차를 끝낼 방침이다. 사업비 1400억원은 시청사 옆 시유지인 주상복합용지(2만 9700㎡)를 매각해 마련하고, 회관 운영은 부천문화예술재단을 설립해 맡길 방침이다. 부천시 관계자는 “문화예술회관 건립을 계기로 품격 높은 문화도시를 지향하는 부천의 문화 인프라가 업그레이드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보고 듣고 즐기세요] 클래식

    ●서울시향의 명협주곡 시리즈Ⅳ 23일 오후 8시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지휘자 마티아스 바메르트와 노르웨이의 신예 여성 바이올리니스트 빌데 프랑이 시향과 호흡을 맞춘다. 로시니 세미라미데 서곡,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 베토벤 교향곡 7번. 1만~5만원. 1588-1210. ●리스닝 브람스 24일 오후 5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M시어터. 2008년부터 3년간 베토벤 교향곡 전곡 시리즈를 끝낸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가 올해부터 브람스 전곡 연주에 도전한다. 지휘 박태영, 피아노 나우철. 브람스 교향곡 2번·하이든 주제에 의한 변주곡,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20번. 1만~2만원. (02)399-1114. ●피아니스트 김대진 리사이틀 25일 오후 5시 경기 성남 야탑동 성남아트센터. 7년 만에 피아니스트로 새 앨범을 발표한 김대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성남을 시작으로 부산, 대구, 서울에서 콘서트를 한다. 슈베르트 피아노소나타, 쇼팽 발라드 등. 3만~5만원. (02)2658-3546.
  • 238명 동시에 입을 수 있는 ‘마법 드레스’ 공개

    핀란드에서 활동하는 한국 디자이너가 만든 독특한 드레스가 세계인들의 눈길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의 보도에 따르면 디자이너 아무 송(Aamu Song·송희원)이 제작한 이 드레스는 238명이 동시에 입을 수 있는 특별한 디자인을 자랑한다. 강렬한 붉은색 디테일이 살아있는 이 드레스는 덴마크 섬유업체 코바드랏(Kvadrat)의 울 페브릭 소재로 만들어졌으며, 둥글게 퍼진 밑단에는 ‘입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드레스 제작에 들어간 천은 무려 550m. 붉은색 천에서 이름을 따 ‘레드 드레스’(REDDRESS)로 불리고 있다. 2008년 아무 송 디자이너가 ‘레드드레스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제작하기 시작했으며, 현지에서 공개되자마자 큰 눈길을 끌었던 작품이다. 드레스 시연에 나서는 사람들은 4단 레이어 된 밑단 하나하나에 몸을 넣고 독특한 드레스 착용을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디자이너는 규모가 매우 큰 음악 공연이 열리는 콘서트홀에서 수 백 명의 사람이 동시에 입을 수 있는 드레스의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다. 디자이너는 “레드드레스는 무대에 서는 사람과 무대 위 사람을 바라보는 청중의 경계에 의문을 던지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소개한 해외 언론들은 이 드레스가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할 만큼 매우 독특하고 아름답다고 평가했다. ‘레드드레스’는 22일부터 런던에서 펼쳐지는 런던디자인페스티벌에서 전시됐으며, 23일 밤 238명이 동시에 이 드레스를 입는 모습이 공개될 예정이다. 사진=멀티비츠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후배들이 꿈 이루도록 활력 불어넣고 싶어”

    “후배들이 꿈 이루도록 활력 불어넣고 싶어”

    ‘음악이 사회를 변화시킨다’라는 메시지를 내세운 지휘자 장한나(29)의 ‘앱솔루트 클래식’ 프로젝트가 세 번째 시즌을 맞이했다. 100여명의 젊은 연주자들을 오디션으로 선발한 뒤 장한나가 직접 훈련을 시켜 오케스트라 무대에 세우는 ‘앱솔루트 클래식’은 어느새 한여름의 대표 클래식 페스티벌로 발돋움했다. ●단원들과 합숙하며 하루 7시간씩 강행군 장한나는 11일 경기 이천 마임비전빌리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합숙을 하면서 아침 9시부터 하루 7시간씩 단원들과 강행군(연습)을 하고 있다. 단원들은 그러고도 자정까지 개인연습을 한다.”며 다가온 공연에 대한 기대감과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어 “베네수엘라의 엘시스테마 프로그램(빈민층 유소년 대상 클래식 교육)이 사회를 치유하는 의사 같은 역할을 한다면, 우리나라는 그들과 상황이 다른 만큼 음악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데 프로젝트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장한나와 성남아트센터는 2009년 이 프로젝트를 3년간 진행하기로 구두 합의를 한 상황. 장한나는 “성남이 (클래식 페스티벌로 유명한 오스트리아의 도시) 잘츠부르크처럼 될 만한 인프라를 갖췄다고 봤기 때문에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이라면서 “다른 지방자치단체 여러 곳에서 비슷한 프로젝트를 제안받았지만, 내년에도 성남과 인연이 닿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지휘자는 사람의 마음을 연주해야” 1994년 로스토포비치 국제 콩쿠르에서 11세의 나이로 우승하면서 세계 정상급 첼리스트로 올라선 장한나는 2007년 제1회 국제 관현악축제 마지막 무대를 통해 지휘자로 데뷔했다. 첼리스트로 아쉬울 게 없는 그가 지휘를 시작한 건 음악의 사회공헌적 가치를 실천하기 위해서다. 장한나는 “내가 적절한 시기에 최고의 스승들을 만나 영향을 받은 것 만큼 우리 단원들에게 음악을 대하는 태도와 왜 음악가가 되고 싶은지, 연주자로 사회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등 본질적인 부분들을 깨닫도록 도와주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장한나는 첼리스트의 연주 일정 못지않게 지휘 스케줄도 늘려가고 있다. 장한나는 “첼리스트는 다른 음악가들과 깊이 교류할 기회가 적다. 모든 솔리스트들은 외롭다.”면서 “반면 지휘자는 악기가 아닌 사람의 마음을 연주해야 하기 때문에 단원들과 일종의 음악적 가족이 된다.”며 매력을 설명했다. ●“가장 좋아하는 지휘자는 클라이버” ‘여성 지휘자로서 롤모델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장한나는 “꼭 여자를 롤모델로 들어야 하나.”라고 말해 회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어 “포디움(지휘대)에 올라가면 남자, 여자는 보이지 않아야 한다.”면서 “독일 출신 지휘자 카를로스 클라이버를 가장 좋아한다. 마술이라도 부린 것처럼 오케스트라 전체의 소리 하나하나를 마치 한 사람이 내는 것처럼 정교하고 섬세하게 연출한다.”고 덧붙였다. 공연은 13일 성남 중앙공원 야외무대에서 시작된다. 기타리스트 장대건의 협연으로 로드리고의 ‘아랑후에즈 협주곡’ 등 귀에 익은 명곡들을 선보인다. 20일에는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올해 차이콥스키 콩쿠르 입상자(피아노 부문 2위)인 조성진과의 협연으로 프로코피예프 교향곡 5번 등을 선사한다. 28일 피날레는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으로 장식한다. 1만~5만원. 야외 공연은 무료. (031)783-8043.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우쿨렐레는 평화의 악기… 느껴보세요”

    “우쿨렐레는 평화의 악기… 느껴보세요”

    그의 나이 불과 서른다섯. 천진난만한 동안(童顔)의 그에겐 ‘우쿨렐레 비르투오조(거장)’ ‘우쿨렐레 마술사’란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 출신의 일본계 미국인 제이크 시마부쿠로가 주인공이다. 국내에도 그의 추종자 혹은 비공식(?) 제자들이 수두룩하다. 5년 전 그가 유튜브에 올린 비틀스의 ‘와일 마이 기타 젠틀리 윕스’(While My Guitar gently Weeps) 동영상은 860만 클릭을 기록했다. 지난해 미국 롱비치에서 열린 지식축제 테드(TED)에서는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를 연주해 기립박수를 받았다. 그가 13일 연세대 100주년기념관 콘서트홀에서 첫 내한공연을 한다. 클래식과 재즈, 록, 하와이 전통음악, 포크를 넘나드는 다양한 레퍼토리는 물론, 4줄짜리 현악기와 2옥타브 음역이란 한계를 무색게 하는 현란한 연주를 만날 수 있다. “우쿨렐레는 평화의 악기입니다. 모든 사람이 우쿨렐레를 연주한다면 세상은 더 나은 곳이 될 것입니다.”라는 그의 메시지를 가슴으로 느껴볼 기회다. 5만~10만원. 1544-1555.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연주 기술자 아닌 사회와 소통하는 음악인 키워”

    “연주 기술자 아닌 사회와 소통하는 음악인 키워”

    7살 때 처음 바이올린을 잡았다. 전공인 비올라로 전향한 것은 15살 때. 이쯤 되면 늦깎이다. 그런데도 로스트로포비치(내셔널심포니), 오자와 세이지(보스턴심포니), 네빌 마리너(미네소타오케스트라) 같은 거장들이 그를 단원(혹은 수석)으로 선택했다. 미국 커티스음악원 총장까지 맡고 있다. 미국 주요 오케스트라 단원의 25%는 커티스 출신이란 말이 나올 만큼 철옹성을 구축한 엘리트 음악의 요람에 역대 최연소 총장으로 부임했다. 로베르토 디아즈(51) 총장이 주인공이다. 제8회 대관령국제음악제 공연을 위해 한국을 찾은 그를 지난달 30일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콘서트홀에서 만났다. ●이경숙 연세대 명예교수가 장모 대기실의 비올라 케이스는 온통 아내와 아홉 살짜리 딸 소피아의 사진으로 도배돼 있었다. 사진 속 얼굴이 묘하게 동양적이다. 아내 엘리사 리 콜조넨은 한국과 핀란드의 피가 반씩 섞였단다. 국내 1세대 피아니스트로 꼽히는 이경숙 연세대 명예교수가 그의 장모다. 주목받는 피아니스트 김규연이 처제다. 한국과는 각별한 인연인 셈이다. 그는 “불고기나 김치를 너무 좋아한다. 한식을 좋아하지 않으면 집에서 아내와 큰 갈등을 겪을 수도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보통 2년 전에 연주 스케줄이 결정되는 그가 빡빡한 여름 일정을 조정하면서까지 대관령을 처음 방문한 것도 한국에 대한 애정이 밴 결정이다. 디아즈 총장은 이번 축제에서 3번의 공연과 더불어 음악학교 교수진으로도 참여한다. 그는 “연주와 가르치는 일 모두 사랑스럽고 흥미로운데 대관령에선 두 가지 일을 모두 할 수 있어 아주 좋다.”면서 “물론 내가 가장 사랑하는 대상은 언제나 연주”라고 말했다. 1924년 세워진 커티스음악원은 교수진이 95명, 학생은 160명 안팎이다. 교수 한 명에 학생이 두 명 꼴도 채 안 된다. 모든 학생에게 장학금을 주고 작곡과 피아노, 지휘전공 학생에게는 재학 중 명품 피아노 스타인웨이를 공짜로 빌려준다. 음악 영재들이 커티스를 선망하는 이유다. ●“음악은 동시대 환경의 산물” 물론 커티스 출신들이 잘나가는 이유는 따로 있다. 연주만 잘하는 기술자를 키우는 게 아니라 악보에 담기지 않은 시대적 공기까지 꿰뚫어 보도록 교육하고 있기 때문이다. 디아즈 총장은 “단지 유명해지려고 하거나 세계적 수준의 연주 실력을 갖추기만 해서는 의미가 없다.”면서 “음악은 동시대 환경의 산물이다. 베토벤이 살았던 시대를, 말러가 숨 쉬던 당대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곡을 제대로 해석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자신들이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한 책임감을 느껴야 하고 미술과 시, 문학, 정치, 사회, 건축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두도록 유도한다.”고 말했다. ●“한국 학생 가르칠 수 있는 건 행운” 커티스음악원 재학생 가운데 아시아 학생 비중은 10%를 웃돈다. 특히 미국과 캐나다를 뺀 외국 출신 중 가장 많은 게 한국 학생이다. 디아즈 총장은 “(한국 학생이) 12~15명쯤 된다.”고 설명했다. 총정원이 12명인 비올라 부문에는 내년에 4명의 한국인 학생이 입학할 예정이다. 그는 “한국 학생들은 믿을 수 없는 재능들을 갖고 있다.”면서 “그들을 가르칠 수 있는 내가 운이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음악 영재들이 피아노와 바이올린, 첼로로 몰리는 ‘쏠림 현상’이 심각한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국내 오케스트라들이 관악기 파트가 부실한 것도 같은 이유일 터. 디아즈 총장은 “피아노나 바이올린, 첼로 연주자들이 노출되는 일이 많으니 어린 학생들이 선망하는 건 당연하다.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다. 점점 작곡이나 지휘, 타악기 같은 분야에서도 훌륭한 인재들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관령축제 예술감독(정명화, 정경화)이나 남동생(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도 첼로, 바이올린, 피아노 연주자가 아니냐.”면서 “슈퍼스타들이 아이들에게 끼치는 영향을 부정적으로 볼 건 없다.”고 덧붙였다. 평창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세계유산 ‘공릉’ 일부 붕괴

    집중호우로 문화계도 타격을 받았다. 27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경기도 파주시 조리읍 삼릉 가운데 공릉(恭陵·예종의 원비 장순왕후 한씨의 묘)의 일부가 붕괴됐다. 또 서울 종로구 와룡동 창경궁도 집춘문에서 초식사 가는 길의 외곽담장 하단 석축 일부가 붕괴됐다. 비닐피복, 우장막 등으로 급히 추가 붕괴를 막았다. 또 대표적 삼국시대 고분군으로 꼽히는 서울 송파구 방이동 고분군에서도 관람로 6m 정도가 유실됐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사저 이화장도 본관 뒤편 화단이 무너지면서 건물 일부가 손실됐다. 폭우가 이어지면서 발굴조사현장에도 비상이 걸렸다. 유물 손실은 물론, 발굴현장 붕괴로 인한 인명피해 방지를 위해 기관별로 즉각 응급조치에 나섰다. 산사태가 난 우면산 일대 예술의전당과 국립국악원 공연도 줄줄이 취소됐다. 예술의전당은 모든 전시관의 문을 닫았고, 자유소극장에서 공연 예정이던 연극도 취소됐다. 아카데미, 식당 등 휴게시설 모두 임시휴관에 들어갔다. 다만, 콘서트홀과 리사이틀홀의 공연, 토월극장에서 열리는 서울국제무용콩쿠르는 진행된다. 국립국악원도 지하 전기실 침수로 인해 우면당에서 예정됐던 퓨전국악 보컬그룹 아나야의 공연을 취소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보고 듣고 즐기세요]

    대중음악 ●김광민, 이병우, 윤상 PLAY WITH US 콘서트 8월 5일 오후 8시, 6일 오후 6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피아니스트 김광민, 기타리스트 겸 영화 음악 감독 이병우, 싱어송라이터 윤상이 함께 꾸미는 콘서트. 가수 하림과 아이유가 게스트로 참여한다. 6만~12만원. (02)3485-8700. ●2011 RAIN TOUR ‘더 베스트 쇼’ 8월 13일 오후 7시, 14일 오후 5시 부산 벡스코. 군입대를 앞두고 있는 가수 겸 배우 비가 10년간의 공연 노하우를 집대성해 펼치는 콘서트. 전국 6개 도시를 돌며 공연을 펼친다. 9만 9000~16만 5000원. 1566-5490. 국악·클래식 ●아시아필하모닉오케스트라 30일 오후 7시 인천 종합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31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새달 2일 일본 도쿄 산토리홀, 4일 중국 베이징 국가대극원으로 이어지는 아시아필하모닉의 공연. 세계 31개 오케스트라의 최고 연주자로 구성된 프로젝트 오케스트라를 정명훈이 지휘한다. 3만~10만원. (02)745-0310. ●제2회 대한민국 오페라페스티벌-메밀꽃 필 무렵 22~23일 오후 7시 30분, 24일 오후 5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이효석의 동명 원작소설이 구미오페라단(탁계석 대본, 우종억 작곡)에 의해 오페라로 재탄생. 2만~25만원. (02)580-1300. 연극·뮤지컬 ●연극 ‘우동 한 그릇’ 8월 28일까지 서울 대흥동 마포아트센터 플레이맥. 돈이 없어 메밀 국수 한 그릇만 주문한 가난한 가족에게 반 덩이를 얹어준 국숫집 주인의 따뜻한 마음으로 많은 이들을 감동시킨 작품이다. 1만 2000원~2만원. (02)3274-8600. ●뮤지컬 ‘폴링 포 이브’ 7월 26일부터 9월 11일까지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뮤지컬 ‘아이러브유’, ‘올슉업’의 작가 조 디피에트로와 디즈니, 유니버설 스튜디오 등에서 감독을 맡았던 연출자 브렛 사이먼이 손을 잡았다. 3만~7만원. (02)399-1111. 미술·전시 ●유지연 기획전 ‘光’ 27일부터 8월 2일까지 서울 관훈동 미술공간현. 빨강, 초록, 파랑 빛의 삼원색을 섞어 만든 색으로 점을 찍는 작업을 통해 빛의 흐름을 드러냈다. (02)732-5556. ●대한민국 작은그림미술제 8월 2일까지 관훈동 갤러리이즈. 한국화 77명, 서양화 89명, 조각·민화 14명 등 모두 180명의 작가가 비교적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소품들을 선보이는 전시. 100만원대 작품이 50%를 넘게 차지한다. (02)2003-8392.
  • [사고] 2011 서울신문 청소년 음악회

    서울신문사는 오는 8월 18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2011 서울신문 청소년 음악회’를 개최합니다. 이번 공연의 전반부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연으로 구성하였습니다. 후반부에서는 교과서에 나오는 다양한 장르의 성악곡이 이어집니다. 그리고 지휘자 여자경이 시대별 음악이 탄생한 사회적 배경과 음악가의 삶에 대해 해설을 합니다. 또 프라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음악회의 품격을 더욱 높여줄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일 시 2011년 8월 18일(목) 오후 8:00 ●장 소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입장권 VIP석 5만원, R석 3만원, S석 2만원, A석 1만원 ●예매처 예술의전당(02-580-1300), 인터파크(1544-1555), 맥스티켓(1544-0113), 티켓링크(1588-7890) ●문 의 문화사업부 (02) 2000-9751~5 ●협 찬 KB금융그룹
  • 피아니스트 손열음 “나보다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은 없다”

    피아니스트 손열음 “나보다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은 없다”

     지난달 30일 밤(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차이콥스키 콘서트홀. 세계 3대 콩쿠르 가운데 하나인 차이콥스키콩쿠르에서 벌써 4차례나 ‘카레야’가 호명됐다. 잠시 뒤 ‘욜루음 쏭’이란 알 듯 모를 듯한 이름이 불렸다. 1974년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이 이 콩쿠르의 ‘꽃’이라는 피아노 부문에서 2위를 한 데 이어 한국인으로는 37년 만에 2위를 차지한 손열음(25·독일 하노버국립음대)이 주인공이다. 25년 전 ‘열매를 맺음’이란 뜻의 이름을 지어준 어머니의 의도가 결실을 본 셈이다.  6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금호아트홀에서 손열음을 만났다. 1998년 금호문화재단의 음악 영재 프로그램 1기로 뽑혀 첫 리사이틀을 금호아트갤러리에서 가졌던 그에게는 “집처럼 편안한 곳”이다. 지난 4일 금의환향(1974년 정 감독은 김포공항에서 서울시청까지 카퍼레이드를 했다)한 이후 고향 원주에서 휴식을 취한 덕인지 피로한 기색은 없었다.  다만, 첫 인상이 예상을 비켜 갔다. 깔끔한 회색 원피스에 굽 높은 힐을 신은 것까지는 ‘예상 범주’였는데 “고속버스에서 내리자마자 택시 타고 헐레벌떡 왔다.”며 가쁜 숨을 몰아쉬는 대목에서는 적잖이 의외였다. 깨지기 쉬운 유리잔처럼 섬세한 음악인을 떠올렸던 게 착오였다. →인터넷으로 시상식을 봤는데 침착해 보이더라. -신경안정제를 먹었다. 처방받아 놓은 지는 오래됐는데 혹시 중독될까 봐 한 번도 안 먹다가 그날 먹었다. 그런데 약효가 확실했다(웃음). 자신이 있어서 콩쿠르 내내 떨리지는 않았다. 콩쿠르를 한 번 할 때마다 1년씩 수명이 주는데 이번엔 정말 재밌었다. 내 연주에 만족한 건 아닌데 할 만큼은 했다. →성격이 긍정적인 편인가. -콩쿠르에 나갈 땐 당연히 제일 잘해야겠다 생각하지만, 어느 순간 1등이 아니어도 상관없다는 생각을 한다. 원래 낙천적이다. →1등을 놓친 게 못내 아쉬운가. -지금은 괜찮다. 처음부터 러시아 피아니스트가 된다는 소문도 많았고. 하지만 자신감을 얻었으니까 상관없다. 이제 더는 콩쿠르에 안 나갈 거다. 나이 제한이 보통 28~32세니까 그만 나갈 때도 됐다(웃음). →연주할 때 보면 쉴 틈 없이 입을 움직이는데. -(음)계이름을 하나씩 불러 가면서 친다. 오랜 습관이다. →8명이 겨루는 준결선부터 드레스를 검정색에서 붉은색으로 바꿨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처음에는 사람들이 옷에 신경 쓰지 않고 음악에만 집중하도록 검정색을 입었다. 준결선부터는 오케스트라와 협연하기 때문에 너무 묻히지 않으려고 붉은색을 입었다(웃음). →언젠가 쓴 칼럼에서 콩쿠르에 대해 ‘음악을 두고 경쟁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했는데.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이만한 기회가 없으니까 나가는 것이다. →콩쿠르를 통해 얻는 것-차이콥스키 콩쿠르 입상자에게는 3년간 수많은 연주 기회가 부여된다-도 많지만 잃는 것도 있을 텐데. -어떤 친구들은 두 달에 한 번씩 나가기도 하더라. 그러면 콩쿠르만을 위한 음악과 연습만 하게 되니까 본인에게도 손해다. 나는 1~2년에 한 번 정도라 그렇지는 않다. →피아노는 어떻게 시작했나. -한국 나이로 다섯 살 때 동네 교습소에서 맨 처음 배웠다. 내가 졸랐는지 엄마가 권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머니가 치던 피아노가 집에 있었는데 곧잘 갖고 놀았다. 아무래도 시골이니까 더 돋보인 모양이다. 절대음감이 있어서 선생님한테 칭찬을 많이 받았다. →한참 놀고 싶을 때인데. -피아노 때문에 못 한 건 거의 없다(웃음). 피아노 교습소 다니기 2년 전부터 미술학원도 다녔고, 친구들과 잘 어울렸다. 예원학교 대신 원주여중을 다닌 건 굳이 가족과 떨어져 서울에서 다닐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럴 바엔 아예 외국으로 나가는 게 낫지 않겠나. 그러려면 가족들이 (경제적, 정신적으로) 희생해야 하는데 그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았다. →피아니스트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건 언제부터인가. -처음 피아노를 친 순간부터다(웃음). 내 기억이 존재하는 한 그렇다. →손열음에게 음악이란, 피아노란 무엇인지 정의한다면. -음악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이고, 피아노는 내가 제일 잘하는 것이다. 지휘나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은 적성에 안 맞는다. 내가 직접 해야지 다른 사람들을 움직이는 데는 흥미를 못 느낀다. 죽는 순간까지 피아니스트로 남고 싶다. →콩쿠르 수상자 중에 국내에서 영재 교육을 받은 이가 4명이다. 조기 유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나도 영재 프로그램 출신이라 객관적이지는 않을 수 있다. 다만, 너무 어릴 때 유학을 가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경우를 자주 봤다. 언어도 힘들고. 사춘기는 지나고 가는 게 나을 것 같다. 나는 만 스무 살에 독일로 갔다. 물론 언어는 준비하고 가는 게 좋다. 나는 ‘프렌즈’ 같은 미드(미국 드라마)도 열심히 봤다. 지금은 영어가 한국말보다 편하다(인터뷰 중 가끔 뜸 들이며 답변하기도 했는데, 영어로 생각하고 한국말로 ‘번역’해서 그렇다고 했다). →독서광에다가 미드까지 챙겨 보면 연습은 언제하나. -연습을 매일 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하고 싶을 때만 한다. 그때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6~7시간씩 꼼짝 하지 않고 한다. 하기 싫을 땐 아예 안 한다. 어떻게 매일 연습을 할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 하다 보면 더 이상은 새로운 영감이 떠오르지 않는 순간이 있을 텐데. →음악가는 타고나는 건가, 길러지는 건가. -100% 전자다. 재능이 없는데 노력만 해서는 안 되는 것 같다. →당신도 타고난 것인가. -그렇다(웃음). 그런데 진짜 중요한 건 음악을 정말 좋아해야 한다는 점이다. 누구도 나보다 음악을 사랑할 수는 없다. 그건 자신 있다. →롤모델이 있다면. -하하, 1년 단위로 바뀐다. 19세기 초에 마르셀 마이어란 프랑스 피아니스트가 있었다. 바로크는 물론 당대의 음악까지 섭렵했다. 나도 폭넓은 레퍼토리를 가진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다. 물론 정말 좋아하는 한 사람만 꼽으라면 모차르트다. 레코딩도 하고 싶은데 음반사가 흥행성을 생각해야 되지 않겠나(웃음). →8월까진 한국에 머물 텐데 뭘 하고 싶은가. -매운 음식을 실컷 먹고 싶다. 매운 닭갈비와 떡볶이, 매운 건 다 좋다. 동부(원주 프로농구팀)의 경기를 보지 못해 아쉽다(그는 열혈 농구 팬이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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