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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룡 성폭행 폭로’ 코세기 디아나에 한국기원 “청바지 벗기기 힘든데?”

    ‘김성룡 성폭행 폭로’ 코세기 디아나에 한국기원 “청바지 벗기기 힘든데?”

    한국기원이 ‘바둑계 미투’ 사건의 피해자를 조사하면서 2차 가해에 해당하는 질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한국기원은 김성룡 전 9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헝가리인 코세기 디아나 기사에게 “김성룡씨에게 호감을 가졌느냐”, “성폭행 사건 다음날 왜 가해자와 바닷가에 놀러갔느냐”, “청바지는 본인 의사에 반해 벗기가 쉽지 않은 옷 아니냐”는 등 2차 가해성 질문을 했다. 지난 6월 작성된 ‘코세기 디아나-김성룡 성폭행 관련 윤리위원회 조사·확인 보고서’에 이런 내용이 담겼다고 경향신문은 전했다. 디아나 기사는 2009년 6월 김 전 9단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앞서 4월 폭로했다. 보고서에서 윤리위는 코세기 기사에게 “김성룡씨가 노래방에 가서 춤을 진하게 추면서 호감을 갖게 됐다고 주장하는데 그런 사실이 있느냐”고 질문했다. 윤리위는 “강간을 당한 피해자가 다음날 가해자와 함께 바닷가에 놀러간다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상황인데 그렇게 한 특별한 이유가 있느냐”고 물었고 디아나 기사는 “일이 발생하고 정신이 나간 상태에서 친구 2명을 따라다닌 것이고 친구들이 나를 지켜줄 것 같아 같이 있었다”고 답했다. 윤리위는 사건 당시 복장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품었다. “청바지는 본인의 의사에 반해 벗기가 쉽지 않은 옷이다. (디아나 기사가) 탈의에 협조했다는 김성룡씨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준강간이 성립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경향신문은 전했다. 코세기 기사는 한국기원의 질의서와 보고서가 김 전 9단에 유리하게 작성됐다며 가해자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보고서 재작성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고급 수족관·미술품까지 ‘프리미엄 렌탈 전성시대’

    고급 수족관·미술품까지 ‘프리미엄 렌탈 전성시대’

    롯데, 아쿠아리움 대여·관리 서비스 코웨이, 200만원대 매트리스 빌려줘 오픈갤러리, 저렴한 값에 원화 렌탈 써보고 사는 합리적 소비 붐도 영향렌탈시장 지형도가 변화하고 있다. 정수기 등 일부 생활 가전만 빌려쓰는 시대를 넘어선 지 오래다. 렌탈 서비스는 아쿠아리움 등 전문가 관리가 필요한 상품부터 고가 미술품 대여처럼 문화생활 수요를 충족시키는 수준까지 진화했다. 명품 가방, 취미 가전 등 프리미엄 시장에도 접목되며 대중화되고 있는 추세다. 대표적으로 롯데렌탈은 유지, 보수에 전문 관리가 필요한 렌탈서비스를 22일 선보였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과 손잡고 국내 처음으로 프리미엄 수족관 렌탈 서비스를 론칭했다. 인테리어 목적으로 수족관을 설치하고 싶어도 고객이 직접 관리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착안한 것이다. 관상어가 최근 ‘아쿠아 펫’으로 불리며 인기를 끌고 있는 점도 한몫했다. 수족관 렌탈 서비스는 해수어, 담수어, 산호, 수초 등 총 4종의 유형으로 구성돼있다. 월 렌탈료는 수족관 규모에 따라 100만원대에서 700만원대까지 다양하다. 지난 5월 방사선 물질 검출로 논란을 일으킨 ‘라돈침대 사태’도 전문 관리 렌탈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 예컨대 렌탈업체 코웨이는 200만원대인 고가 침대 매트리스를 사양에 따라 3만~4만원에 빌려주고 4개월에 한 번씩 위생관리 전문가가 직접 방문해 진드기 제거제 도포, 자외선 살균 등 7단계에 이르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문화 등 새로운 산업과의 결합도 렌탈 시장 변화의 한 물결이다. 최근엔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그림을 일정기간 동안 빌려서 감상할 수 있는 ‘그림 렌탈’도 등장했다. 오픈갤러리는 국내 인기 작가의 원화 그림을 작품 가격의 1~3%의 합리적인 가격에 대여,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은 젊은 세대에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써보고 사려는’ 합리적 소비 붐도 렌탈 산업 진화의 한 원인이다. 명품 의류 및 가방, 고가의 안마의자 등이 대표적 품목이다. 특히 교육용 완구의 경우 적잖은 가격인데도 막상 사놓고 아이가 흥미를 느끼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될 수 있지만 렌탈 서비스로 실제 이용해본 후 구매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최창희 롯데렌탈 소비재렌탈부문장 상무는 “렌탈 상품 중 아이가 실제로 쌓아올린 블록이 입체 영상으로 나타나는 사물인터넷(IoT) 교육 도구인 ‘모블로’(모바일+블록)가 코딩 교육 열풍과 함께 인기를 끌고 있다”면서 “1인 가구 중심의 주거 소형화 등으로 소비 트렌드가 갈수록 ‘소유’에서 ‘공유’로 이동하며 새로운 영역으로 렌탈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日기업 인사담당자 96% “한국 인재 원한다”

    코트라 177곳 설문…채용 71%가 만족 성실·일본어 실력·적극성 ‘장점’ 꼽아 영업 등 배치…44% 한국과 사업 없어 일본 기업 인사담당자 대부분이 한국 인재 채용을 원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코트라(KOTRA)가 22일 일본 기업 177곳의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향후 한국 인재를 채용하고 싶다는 기업이 96%로 집계됐다. 이는 일본 인사담당자에게 외국인 인재 채용에 대한 입장과 현황을 직접 확인하는 최초 설문조사다. 177곳 가운데 148곳(83.6%)이 한국인을 채용하고 있으며, 29곳(16.4%)에는 한국인이 없었다. 조사 결과 일본 기업 가운데 한국인을 채용한 기업 중 70.6%가 만족(만족 44.9%, 매우 만족 26.0%)하고 있었다. KOTRA의 일자리 사업을 통해 한국인을 채용하고자 인사담당자의 이메일 주소를 회신한 곳은 105곳이었다. 일본 기업들은 한국 인재의 장점으로 근면 성실, 일본어 실력, 적극성, 추진력 등을 꼽았다. 외국인 인재에게 요구되는 자질로는 일본어 능력과 함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또한 적응력이나 일본 문화에 대한 이해, 행동력, 사고의 유연성, 기업이나 업계에 대한 흥미 등을 꼽았다. 코트라 관계자는 “우리 기업이 학력이나 학점, 인턴경험 등을 요구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기업의 85%는 외국 인재 채용 목적에 대해 ‘국적을 불문하고 좋은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라고 밝혔다. 조사 결과 일본 기업은 외국인이라도 영업판매직, 해외 영업, 총무 인사 등 관리부문에 배치하고 있다. 특히 응답자의 43.5%가 외국인을 영업판매직에 배치하고 있었다. 한국인을 채용한 기업 중 44%는 한국과 사업이 없는 기업이다. 조은호 KOTRA 일본지역본부장은 “단순 일손 부족이 아닌 업무능력에 대한 전반적으로 높은 만족도가 최근 한국 인재 선호의 핵심 요인임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서울포토] 바티칸 ‘피에타’상 유리문 안에서 관람하는 문 대통령

    [서울포토] 바티칸 ‘피에타’상 유리문 안에서 관람하는 문 대통령

    바티칸 성 베드로 성당의 피에타. 미켈란젤로의 작품으로 1972년에 괴한의 습격으로 성모의 코 부분 등 일부가 파손된 후 유리문으로 보호되었습니다. 바티칸의 배려로 문재인 대통령은 유리문 안에 들어가서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청와대 제공
  • “불이야” 못 알아듣고… 화마에 스러진 고려인 아이들

    어른들 장보러 나간 사이 속수무책 참변 필로티 구조·드라이비트 공법 화 키운 듯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에 일하러 온 고려인 3세 어린 자녀 4명이 불의의 화재로 2명이 숨지고 나머지 2명도 상태가 위독한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21일 김해중부경찰서와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20일 오후 7시 45분쯤 서상동 4층짜리 원룸 건물에서 불이 나 우즈베키스탄 국적 어린이 3남매 가운데 막내(4)와 맏딸(14) 등 2명이 숨지고 둘째(12)와 이종사촌(13) 등 2명은 위독한 상태다. 신고를 받고 긴급 출동한 소방대는 20여분 만에 불을 끄고 2층 한방에서 함께 있던 어린이 4명을 구조해 병원으로 옮겼지만 연기를 많이 들이마신 막내는 이송 도중 숨졌다. 나머지 3명도 구조 당시 연기를 많이 마셔 위독한 상태였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맏딸도 이날 오후 숨졌다. 불이난 건물 2층 방 2칸짜리 집에는 우즈베키스탄 국적 고려인 3세 이주민 부부와 자녀 등 일가족 5명과 3남매의 이모와 이종사촌 등 7명이 함께 살고 있었다. 불이 나기 전 어른 3명은 장을 보러 나가 집을 잠깐 비운 상태여서 불이 날 당시 원룸에는 아이들 4명만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고려인 3세 부부는 2016년 7월 말 취업방문비자로 입국한 합법 체류자로 김해시 주촌면과 진영읍 등의 중소기업에서 일했다. 올해 8월에는 이모와 조카가 입국해 함께 살아왔다.아이들은 한국말이 능숙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이 때문에 화재 당시 아이끼리만 있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거나 ‘불이야’라는 한국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해 대피하지 못하는 바람에 피해가 컸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필로티 구조의 원룸건물 1층 주차장 쪽에서 불이 시작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이날 화재로 10명의 사상자를 낸 원룸건물은 화재에 취약한 필로티 구조에 드라이비트 공법으로 지어져 짧은 시간에 불이 급속하게 번지며 큰 피해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김해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2018 청년 빈곤 리포트] 월세 28만원짜리 1.6평… 편히 잘 수도 쉴 수도 없는 집

    [2018 청년 빈곤 리포트] 월세 28만원짜리 1.6평… 편히 잘 수도 쉴 수도 없는 집

    기자, 고시원에서 3주간 생활하다 고시원에서 살아 본 청춘은 안다. 새벽 2시 옆방의 코 고는 소리를 들으며 잠을 청해야 하는 고단함을. 고시원 문을 나서며 우연히 마주친 타인의 시선에 자신이 얼마만큼 움츠러들 수 있는지를. 고시원은 도시 빈민의 정거장이다. 같은 공간에 살지만 아무도 함께 살지는 않는다. 장기 체류를 원하는 이도 없다. 다만 돈 없는 사람에게 이 도시가 허락하는 공간은 1.5평 정도뿐이라는 걸 알기에 그저 하루하루를 견딘다. 서울 집값이 고공 행진하는 동안 고시원에서 사는 청춘도 증가했다. 자의반 타의반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서울에 사는 청년(20~34세) 1인 가구 10명 중 4명(37.2%)은 고시원처럼 최저주거기준 미달인 곳에서 살았다. 2005년 34.0%보다 3.2% 포인트 상승했다. 전체 가구의 주거빈곤가구 비율이 2005년 20.3%에서 2015년 12.0%로 뚝 떨어진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해 기준 전국 고시원 수는 1만 1800개로 2007년 4700개보다 2.5배 증가했다. 기자는 서울 마포구 한 대학가 고시원으로 단기 이사를 했다. 추석 연휴 전날인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14일까지 총 24일간을 지냈다. 지·옥·고(반지하, 옥탑방, 고시원) 중에서도 가장 열악한 주거환경에 속하는 고시원의 실상을 기록하고 싶었다.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란 1인 가구 기준 면적 14㎡(약 4.3평)보다 작은 경우 해당한다. 또 전용 입식 부엌과 전용 수세식 화장실, 전용 목욕시설 중 한 개라도 없다면 최저주거기준 미달이다. 고시원, 옥탑방 등 주택 이외의 거처가 이에 해당한다. 2017년 국토교통부의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청년가구는 10.5%가 미달가구였고, 일반가구 5.9%, 신혼부부 3.3%, 노인가구 5.3%, 저소득가구 10.1%였다. # 9월 21일 무보증 월세 28만원, 화장실 없는 1.6평 “직장인이 많아요. 대학생은 거의 없구…. 아, 백수들도 있어요.” 총무의 답변은 짧았다. 카센터 건물 2·3층에 있는 고시원은 총 31개의 방을 품고 있다. 방세는 월 28만원부터 36만원까지 크기와 옵션에 따라 갈린다. 30만원이 넘어가는 방은 간단한 샤워가 가능한 화장실이 딸려 있다. 가장 싼 방을 계약했다. 무보증 월세 28만원. 월 2만원이 싼 대신 공용 화장실을 써야 한다. 그나마 두 다리를 쭉 뻗고 잘 수 있다는 점이 위안이다. 총무는 위반 시 퇴실조치를 할 수 있다는 말과 함께 계약서 한 장을 내밀었다. ‘입실 카드 및 원내 규칙 동의서’다. 9개 조항 중 단연 눈에 띄는 건은 ‘과도한 친절로 타인을 불편하게 만들거나 이성에게 전화번호 묻기 또는 추근대는 행위를 하는 경우’였다. 요약하면 이웃 간 거리두기와 작업 금지다.# 9월 23일 추석 전날 붙박이장과 벽 사이에 낀 담배꽁초 사실 악취 때문에 다른 고시원을 알아볼까도 고민했다. 악취는 스토커 같았다. 우선 현관에 들어서면 화장실과 공용부엌, 신발장 냄새가 묘하게 뒤섞인 불쾌한 냄새가 났다. 복도에선 발냄새가, 방 안에서는 퀴퀴한 냄새가 올라왔다. 이삿짐을 풀자마자 1시간 30분 넘게 방 청소를 했다. 묵은 먼지와 이 방을 거쳐 간 사람들의 흔적이 나왔다. 누군가 피우고 버린 담배꽁초도 등장했다. 대부분 붙박이장과 벽 사이 아슬아슬하게 끼어 있었는데 그중 몇 개는 잡힐 수 없다는 듯 틈새 속으로 쏙 들어가버렸다. 복도에 붙은 ‘방 안 흡연금지’라는 문구를 뒤늦게 실감했다. 아무리 쓸고 닦아도 퀴퀴한 냄새는 사라지지 않는다. 방향제도 소용없다. 자꾸만 붙박이장과 벽 사이에 낀 담배꽁초가 마음에 걸렸다. # 9월 24일 추석 환기·채광 어렵고 잠 이룰 수 없는 고시원의 밤 옷장 뒤 자리잡은 창은 어른 손바닥 크기다. 환기도 채광도 기대하기 어렵다. 불을 끄고 침대에 눕자 발광(發狂)하듯 발광(發光)하는 초록색 비상등이 눈앞에 어른댄다. 새벽 1시에 누웠지만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소음은 꺼지지 않는 알람 같았다. 잠이 들만하면 차 지나가는 소리가 선잠을 깨웠다. 한밤 4차선 도로를 내달리는 승용차 지나가는 소리(30㏈)에 버스·기차 소리(40~50㏈)가 얹혀졌다. 가장 끔찍한 건 오토바이 소리다. 최고 60~70㏈까지 오른다. 침대와 마주보기한 채 가부좌를 튼 늙은 저가 냉장고(35㏈)도 밤이면 존재감을 드러냈다. 1시간마다 ‘딱’(60㏈) 하는 신호음과 함께 컴프레서가 돌아갈 것임을 공지했다.이미 환경부령 속에 존재하는 층간소음 기준(주간 43㏈, 야간 38㏈) 따위는 의미 없다. 차라리 버스에서 자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 새벽 5시 고향집으로 향했다. # 9월 30일 이웃과 첫 대화… 문 잘못 열어 죄송합니다 지인을 만나고 고시원으로 돌아왔다. 새벽 1시, 발걸음 소리가 들릴까 발꿈치를 들고 걸었다. 열쇠로 잠금을 풀고 방문을 열었다. 불 꺼진 방엔 처음 보는 파란 줄무늬 셔츠가 걸려 있다. 방향제 향도 나지 않았다. 옆방이다. 성급히 문을 닫았다. 내 방문을 열 무렵, 잠에서 덜 깬 얼굴을 한 옆방 남자가 문을 열고 나를 쳐다봤다. “죄송합니다. 제 방인줄 알았습니다.” 옆집 이웃과 나눈 최초의 대화였다. 3일 뒤 만난 총무는 뒤늦게 “모든 문이 열리진 않는데 일부 문이 열릴 수는 있다”면서 “문 수리 후 열쇠가 부족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미안했는지, 내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3층에 화장실 있는 방 한 달 비는데, 한 달만 거기서 사실래요?” 또 청소를 하고 싶지 않아 거절했다. 이후 발걸음 소리가 내 방문에 가까워질 때면 신경이 예민해졌다.# 10월 8일 같은 공간, 서로 마주치고 싶지 않은 공간 개인 화장실이 없는 방에 살면 대소변을 참는 게 자연스러워진다. 화장실이 깨끗하지 않아서이기도 하지만, 화장실이라는 사적인 공간에서 다른 사람과 마주치는 게 껄끄럽기 때문이다. 그나마 오랜 시간 맘 편하게 용변을 보기도 어렵다. 이날도 그랬다. 새벽 5시 소변이 마려워 잠에서 깼다. 참아도 봤지만, 더는 참을 수 없어 문을 열고 나왔다. 복도를 지나는데, 문이 열린 방이 있어 인사라도 할까 싶어 방을 들여다봤다. 방 안에는 쓰레기를 담은 듯한 흰 비닐봉지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순간 시선을 바닥으로 돌릴 수밖에 없었다. 하얀 머리의 중년 여성과 눈이 마주쳤기 때문이다. 2층은 남성, 3층은 여성이 사는 줄 알았다. 나중에 총무에게 물어보니 이 고시원에서 사는 유일한 여성이라고 했다. 이후 몇 번 더 마주칠 기회가 있었지만, 결국 인사를 하지 못했다. 고시원에선 마치 묵언수행을 하듯 상대에게 말을 걸면 안 된다는 암묵적 룰이 있는 것 같았다. 옆방 사람과 얘기하는 일은 거의 없다. 정히 대화가 필요한 일이 생기면 말을 거는 대신 포스트잇을 붙였다. 부엌에서 만나든 복도에서 만나든 어느 누구도 먼저 말을 걸지도 인사를 하지 않았다. 수차례 먼저 인사를 먼저 건네봤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냉정하리만큼 시큰둥했다. 청년으로 보이는 이들에게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거절당했다. 더 강요할 수는 없었다. # 10월 14일 여전히 선명한 붉은 수포 자국 사실 하루빨리 고시원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고시원에 들어가기 전만 해도 즐겁기만 했던 퇴근이 오히려 스트레스였다. 설명하기 힘든 우울감도 찾아왔다. 잠을 깊게 못 자니 매일 밤을 샌 것 같은 피곤함이 누적됐다. 이상한 건 짐을 정리하면서도 즐겁지 않았다는 점이다. 우울감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그곳에서 마주친, 정말 짧은 인연들이 내 의식 속 음지에 자리잡은 것 같았다. 고시원만 떠올리면 무채색이었다. 일 때문에 입주한 거지만, 혼자만 벗어난다는 묘한 죄책감도 들었다. 지난달 30일 발등에 벌레에게 물린 자국이 아직도 선명하다. 생소하게 물집이 잡혀 터졌는데, 지금은 피딱지가 앉아 검붉다. 피부과 의사도 물집만 보고 모기에 물린 건지, 벼룩에 물린 건지 구분할 수 없다고 했다. 군대에서 독하다는 산모기를 비롯해 각종 벌레들에게 많이 물려 봤지만, 이런 물집은 처음이었다. 고시원 생활 후 남은 건 검붉은 피딱지였다. 글 사진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2018 청년 빈곤 리포트] 월세 28만원짜리 1.6평…편히 잘 수도 쉴 수도 없는 집

    [2018 청년 빈곤 리포트] 월세 28만원짜리 1.6평…편히 잘 수도 쉴 수도 없는 집

    기자, 고시원에서 3주간 생활하다 고시원에서 살아 본 청춘은 안다. 새벽 2시 옆방의 코 고는 소리를 들으며 잠을 청해야 하는 고단함을. 고시원 문을 나서며 우연히 마주친 타인의 시선에 자신이 얼마만큼 움츠러들 수 있는지를. 고시원은 도시 빈민의 정거장이다. 같은 공간에 살지만 아무도 함께 살지는 않는다. 장기 체류를 원하는 이도 없다. 다만 돈 없는 사람에게 이 도시가 허락하는 공간은 1.5평 정도뿐이라는 걸 알기에 그저 하루하루를 견딘다. 서울 집값이 고공 행진하는 동안 고시원에서 사는 청춘도 증가했다. 자의반 타의반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서울에 사는 청년(20~34세) 1인 가구 10명 중 4명(37.2%)은 고시원처럼 최저주거기준 미달인 곳에서 살았다. 2005년 34.0%보다 3.2% 포인트 상승했다. 전체 가구의 주거빈곤가구 비율이 2005년 20.3%에서 2015년 12.0%로 뚝 떨어진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해 기준 전국 고시원 수는 1만 1800개로 2007년 4700개보다 2.5배 증가했다. 기자는 서울 마포구 한 대학가 고시원으로 단기 이사를 했다. 추석 연휴 전날인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14일까지 총 24일간을 지냈다. 지·옥·고(반지하, 옥탑방, 고시원) 중에서도 가장 열악한 주거환경에 속하는 고시원의 실상을 기록하고 싶었다.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란 1인 가구 기준 면적 14㎡(약 4.3평)보다 작은 경우 해당한다. 또 전용 입식 부엌과 전용 수세식 화장실, 전용 목욕시설 중 한 개라도 없다면 최저주거기준 미달이다. 고시원, 옥탑방 등 주택 이외의 거처가 이에 해당한다. 2017년 국토교통부의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청년가구는 10.5%가 미달가구였고, 일반가구 5.9%, 신혼부부 3.3%, 노인가구 5.3%, 저소득가구 10.1%였다. # 9월 21일 무보증 월세 28만원, 화장실 없는 1.6평 “직장인이 많아요. 대학생은 거의 없구…. 아, 백수들도 있어요.” 총무의 답변은 짧았다. 카센터 건물 2·3층에 있는 고시원은 총 31개의 방을 품고 있다. 방세는 월 28만원부터 36만원까지 크기와 옵션에 따라 갈린다. 30만원이 넘어가는 방은 간단한 샤워가 가능한 화장실이 딸려 있다. 가장 싼 방을 계약했다. 무보증 월세 28만원. 월 2만원이 싼 대신 공용 화장실을 써야 한다. 그나마 두 다리를 쭉 뻗고 잘 수 있다는 점이 위안이다. 총무는 위반 시 퇴실조치를 할 수 있다는 말과 함께 계약서 한 장을 내밀었다. ‘입실 카드 및 원내 규칙 동의서’다. 9개 조항 중 단연 눈에 띄는 건은 ‘과도한 친절로 타인을 불편하게 만들거나 이성에게 전화번호 묻기 또는 추근대는 행위를 하는 경우’였다. 요약하면 이웃 간 거리두기와 작업 금지다.# 9월 23일 추석 전날 붙박이장과 벽 사이에 낀 담배꽁초 사실 악취 때문에 다른 고시원을 알아볼까도 고민했다. 악취는 스토커 같았다. 우선 현관에 들어서면 화장실과 공용부엌, 신발장 냄새가 묘하게 뒤섞인 불쾌한 냄새가 났다. 복도에선 발냄새가, 방 안에서는 퀴퀴한 냄새가 올라왔다. 이삿짐을 풀자마자 1시간 30분 넘게 방 청소를 했다. 묵은 먼지와 이 방을 거쳐 간 사람들의 흔적이 나왔다. 누군가 피우고 버린 담배꽁초도 등장했다. 대부분 붙박이장과 벽 사이 아슬아슬하게 끼어 있었는데 그중 몇 개는 잡힐 수 없다는 듯 틈새 속으로 쏙 들어가버렸다. 복도에 붙은 ‘방 안 흡연금지’라는 문구를 뒤늦게 실감했다. 아무리 쓸고 닦아도 퀴퀴한 냄새는 사라지지 않는다. 방향제도 소용없다. 자꾸만 붙박이장과 벽 사이에 낀 담배꽁초가 마음에 걸렸다. # 9월 24일 추석 환기·채광 어렵고 잠 이룰 수 없는 고시원의 밤 옷장 뒤 자리잡은 창은 어른 손바닥 크기다. 환기도 채광도 기대하기 어렵다. 불을 끄고 침대에 눕자 발광(發狂)하듯 발광(發光)하는 초록색 비상등이 눈앞에 어른댄다. 새벽 1시에 누웠지만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소음은 꺼지지 않는 알람 같았다. 잠이 들만하면 차 지나가는 소리가 선잠을 깨웠다. 한밤 4차선 도로를 내달리는 승용차 지나가는 소리(30㏈)에 버스·기차 소리(40~50㏈)가 얹혀졌다. 가장 끔찍한 건 오토바이 소리다. 최고 60~70㏈까지 오른다. 침대와 마주보기한 채 가부좌를 튼 늙은 저가 냉장고(35㏈)도 밤이면 존재감을 드러냈다. 1시간마다 ‘딱’(60㏈) 하는 신호음과 함께 컴프레서가 돌아갈 것임을 공지했다.이미 환경부령 속에 존재하는 층간소음 기준(주간 43㏈, 야간 38㏈) 따위는 의미 없다. 차라리 버스에서 자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 새벽 5시 고향집으로 향했다. # 9월 30일 이웃과 첫 대화… 문 잘못 열어 죄송합니다 지인을 만나고 고시원으로 돌아왔다. 새벽 1시, 발걸음 소리가 들릴까 발꿈치를 들고 걸었다. 열쇠로 잠금을 풀고 방문을 열었다. 불 꺼진 방엔 처음 보는 파란 줄무늬 셔츠가 걸려 있다. 방향제 향도 나지 않았다. 옆방이다. 성급히 문을 닫았다. 내 방문을 열 무렵, 잠에서 덜 깬 얼굴을 한 옆방 남자가 문을 열고 나를 쳐다봤다. “죄송합니다. 제 방인줄 알았습니다.” 옆집 이웃과 나눈 최초의 대화였다. 3일 뒤 만난 총무는 뒤늦게 “모든 문이 열리진 않는데 일부 문이 열릴 수는 있다”면서 “문 수리 후 열쇠가 부족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미안했는지, 내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3층에 화장실 있는 방 한 달 비는데, 한 달만 거기서 사실래요?” 또 청소를 하고 싶지 않아 거절했다. 이후 발걸음 소리가 내 방문에 가까워질 때면 신경이 예민해졌다.# 10월 8일 같은 공간, 서로 마주치고 싶지 않은 공간 개인 화장실이 없는 방에 살면 대소변을 참는 게 자연스러워진다. 화장실이 깨끗하지 않아서이기도 하지만, 화장실이라는 사적인 공간에서 다른 사람과 마주치는 게 껄끄럽기 때문이다. 그나마 오랜 시간 맘 편하게 용변을 보기도 어렵다. 이날도 그랬다. 새벽 5시 소변이 마려워 잠에서 깼다. 참아도 봤지만, 더는 참을 수 없어 문을 열고 나왔다. 복도를 지나는데, 문이 열린 방이 있어 인사라도 할까 싶어 방을 들여다봤다. 방 안에는 쓰레기를 담은 듯한 흰 비닐봉지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순간 시선을 바닥으로 돌릴 수밖에 없었다. 하얀 머리의 중년 여성과 눈이 마주쳤기 때문이다. 2층은 남성, 3층은 여성이 사는 줄 알았다. 나중에 총무에게 물어보니 이 고시원에서 사는 유일한 여성이라고 했다. 이후 몇 번 더 마주칠 기회가 있었지만, 결국 인사를 하지 못했다. 고시원에선 마치 묵언수행을 하듯 상대에게 말을 걸면 안 된다는 암묵적 룰이 있는 것 같았다. 옆방 사람과 얘기하는 일은 거의 없다. 정히 대화가 필요한 일이 생기면 말을 거는 대신 포스트잇을 붙였다. 부엌에서 만나든 복도에서 만나든 어느 누구도 먼저 말을 걸지도 인사를 하지 않았다. 수차례 먼저 인사를 먼저 건네봤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냉정하리만큼 시큰둥했다. 청년으로 보이는 이들에게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거절당했다. 더 강요할 수는 없었다. # 10월 14일 여전히 선명한 붉은 수포 자국 사실 하루빨리 고시원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고시원에 들어가기 전만 해도 즐겁기만 했던 퇴근이 오히려 스트레스였다. 설명하기 힘든 우울감도 찾아왔다. 잠을 깊게 못 자니 매일 밤을 샌 것 같은 피곤함이 누적됐다. 이상한 건 짐을 정리하면서도 즐겁지 않았다는 점이다. 우울감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그곳에서 마주친, 정말 짧은 인연들이 내 의식 속 음지에 자리잡은 것 같았다. 고시원만 떠올리면 무채색이었다. 일 때문에 입주한 거지만, 혼자만 벗어난다는 묘한 죄책감도 들었다. 지난달 30일 발등에 벌레에게 물린 자국이 아직도 선명하다. 생소하게 물집이 잡혀 터졌는데, 지금은 피딱지가 앉아 검붉다. 피부과 의사도 물집만 보고 모기에 물린 건지, 벼룩에 물린 건지 구분할 수 없다고 했다. 군대에서 독하다는 산모기를 비롯해 각종 벌레들에게 많이 물려 봤지만, 이런 물집은 처음이었다. 고시원 생활 후 남은 건 검붉은 피딱지였다. 글·사진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나인룸’ 김희선, 이경영 앞 불안한 기색 포착 ‘긴장감 UP’

    ‘나인룸’ 김희선, 이경영 앞 불안한 기색 포착 ‘긴장감 UP’

    ‘나인룸’ 김희선이 이경영과 맞닥뜨리는 일촉즉발의 상황에 처한 모습이 포착돼 긴장감을 형성한다. 21일 tvN 주말드라마 ‘나인룸’ 측은 방송을 앞두고 대치 중인 김희선(장화사 역)과 이경영(기산 역)의 스틸을 공개해 눈길을 끈다. 지난 5화에서 장화사(을지해이의 몸, 김희선 분)는 마현철(정원중 분)의 머리를 양주병으로 내려쳐 충격을 선사했다. 과거 장화사 어머니의 머리를 내리친 사람이 마현철이라는 사실을 알고 이에 격분한 것. 더욱이 장화사가 도망치기도 전에 방으로 찾아온 기유진(김영광 분)과 오봉삼(오대환 분)으로 하여금 장화사는 다급하게 베란다로 몸을 숨겼고, 들키기 일보직전의 상황이 그려져 앞으로의 전개에 궁금증이 모아졌다. 그런 가운데 공개된 스틸 속 김희선은 베란다에 위태롭게 매달린 자태로 이목을 집중시킨다. 또한 이경영을 발견한 김희선은 바짝 긴장한 채 불안한 기색이 역력해 마른 침을 삼키게 한다. 이어 김희선의 코 앞으로 점점 다가온 이경영과 대치상황이 벌어지자 김희선의 동공이 마구 흔들려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런가 하면, 이경영은 초췌한 몰골로 베란다에 서 있는 김희선을 보고 의아함을 드러내고 있다. 갑작스럽게 등장한 김희선의 의중을 꿰뚫어 보려는 듯 레이저 눈빛으로 쏘아 보고 있어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고 있다. 이처럼 살벌한 아이컨택으로 긴장감을 최조고로 끌어올리는 이들이 과연 어떻게 만나게 된 것인지, 이들이 어떤 상황을 맞이 하게 될지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이에 ‘나인룸’ 제작진 측은 “극 중 장화사가 마현철 살해에 연루된 데 이어 기산과의 일대일 대치가 이어지며 시청자들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들 예정이다”면서 “과연 장화사가 이 위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을지 이를 어떻게 모면하게 될지 오늘 밤 본 방송에서 지켜봐 달라”고 전해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한편, tvN 주말드라마 ‘나인룸’은 21일 오후 9시에 방송된다. 사진제공=tvN ‘나인룸’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나 혼자 산다’ 홍현희♥제이쓴, 충격적 신혼집...박나래 ‘말.잇.못’

    ‘나 혼자 산다’ 홍현희♥제이쓴, 충격적 신혼집...박나래 ‘말.잇.못’

    홍현희♥제이쓴 예비부부의 충격적인 신혼집이 공개된다. 19일 방송되는 MBC ‘나 혼자 산다’(기획 김구산, 연출 황지영, 임 찬)에서는 홍현희♥제이쓴 커플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예비 신혼집을 방문한 박나래의 버라이어티한 하루가 그려진다. 코미디언 홍현희의 예비남편 제이쓴이 인테리어 전문가인만큼 그들의 신혼집에 대해 많은 이들의 기대가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모두를 충격에 빠트린 집안 꼴이 공개된다. 앞서 진행된 녹화에서 홍현희를 만나러 간 박나래와 김영희는 집에 들어서기도 전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놀라운 시설에 말을 잇지 못했다. 특히 전선이 그대로 노출된 누드톤의 전기시설과 돗자리로 보온성을 강화한 최첨단(?) 잠자리, 친환경 창문 냉장고, 집 안에서도 휴대가 간편한 가스 버너 등 틀을 깨는 감각 폭발, 신개념 인테리어로 눈을 사로잡을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한껏 차려입고 온 박나래와 김영희는 고무줄 바지에 비닐까지 뒤집어쓰고 페인트칠에 동원됐다. 각종 인테리어 작업에 이용당한 두 사람은 홍현희 커플과 불꽃 튀는 신경전을 벌였다고 해 눈길을 끈다. 홍현희와 제이쓴의 강렬한 신혼집을 확인할 수 있는 ‘나 혼자 산다’는 오늘(19일) 밤 11시 15분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가성비보다 가심비…명품 소형가전에 지갑 연다

    가성비보다 가심비…명품 소형가전에 지갑 연다

    중소형 생활가전 시장에서 고가 제품군이 영역을 넓히고 있다. 면도기, 드라이어, 토스터를 비롯해 다리미, 헤어스타일러까지 몇만원이면 손에 쥘 수 있던 제품들이 첨단 기술력, 디자인을 앞세워 ‘명품 소형가전’을 자처하고 나섰다. ‘소형 가전은 저가’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가격만큼 제값을 한다’는 소비자 평가를 이끌어 내겠다는 전략이다. 소형 생활가전 시장의 성장세가 한계가 있는 만큼 업체들마다 프리미엄 전략으로 돌아선 것도 한 이유다.최근 가치소비 열풍이 불면서 비싸도 ‘가심비’(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도)를 충족시켜 주는 것이 고급 제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 요인이다. 필립스, 다이슨, 발뮤다 등 해외 브랜드를 필두로 최근 제품군이 확장되는 추세다. ●소확행 트렌드 맞물려 … 가심비 소비 열풍 앞서 지난해 40만원대 ‘슈퍼 소닉’ 드라이기를 내놓으며 헤어 기기 시장에 파란(?)을 일으킨 다이슨은 지난주 드라이기와 고데기를 한데 묶은 ‘에어랩 스타일러’를 선보였다. ‘고데기 끝판왕’이라는 별명이 붙은 제품은 최대 59만 9000원. 기존 저가 제품들(드라이기+고데기) 대비 7~8배 비싼 가격이다. 회사는 25년 넘게 자사 엔지니어들이 연구해 온 모터와 공기 흐름 제어 기술력을 적용했다고 설명한다. 핵심은 열 대신 바람을 이용해 머릿결 손상을 최소화하고, 고데기를 사용해도 머리카락이 탈 염려가 없다는 점이다. 슈퍼소닉 헤어드라이어에도 탑재된 ‘디지털 모터 V9’이 강력한 공기 흐름을 만들고, 머리카락이 저절로 제품에 감기게 만든다. 자연스런 컬과 웨이브를 만드는 데는 공기 역학 원리인 ‘코안다 효과’가 적용됐다는 설명이다. 코안다 효과는 물체 표면 가까이에 형성된 기류가 압력 차이로 인해 표면에 붙는 듯한 형태로 흐르는 현상을 말한다. 다이슨은 앞서 지난달 슈퍼 소닉의 디자인을 업그레이드해 금박을 입힌 ‘슈퍼소닉 23.75캐럿 골드 헤어 드라이어’도 내놨다. 전기 면도기 출시 80주년을 맞는 필립스는 이번 주에 65만원짜리 프리미엄 전기면도기를 내놨다. 20만원대면 살 수 있는 기존 면도기와 비교해 3배 정도 비싸다. 절삭력과 피부 보호 기능을 강화한 신제품은 면도날을 특수 코팅해 날카로움과 제품 수명을 늘렸다. 수염 밀도나 얼굴 굴곡을 인식해 모터 힘을 조절하는 기술을 적용했다. 피부와 면도기 사이 마찰도 줄여 피부가 예민한 사람도 사용할 수 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필립스 관계자는 “전기 면도기를 시장에 처음 선보인 업체로서 1회용 면도기나 타사 전기 면도기는 따라올 수 없는 기술력”이라고 강조했다. 전기 면도기 시장의 양대 산맥인 필립스와 브라운은 50만원 이상 프리미엄 제품군을 강화하고 있다. 고부가가치 제품을 앞세워 수익성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브라운의 ‘시리즈 9’은 70만원대다. 지난해 하반기 출시된 스위스 다리미 전문 브랜드 로라스타의 국내 가격은 출시가 기준 최소 119만원에서 449만원 선에 이른다. 뒤집지 않아도 주름을 제거해 주는 기능과 살균 기능까지 넣어 시간을 아끼려는 직장인 고객, 주부들 사이에 입소문을 탔다. 에어컨보다 비싼 선풍기도 등장했다. 일본 발뮤다의 ‘그린팬S’ 선풍기는 ‘적은 소음에 초미풍으로 야간 시간대나 아기가 있는 집에서 활용도가 높다’는 사용 후기들이 나왔다. 나비 날갯짓보다 좀더 크다는 13데시벨 수준의 낮은 소음, 14개 이중구조 날개의 심플한 디자인이 돋보인다. 소비 전력도 3W에 불과하다. 다만 가격은 50만원대로, 배터리, 지지대 등을 합치면 70만원에 육박한다. 발뮤다가 내놓은 토스터 역시 출고가 기준 30만원에 이르지만 지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죽은 빵도 살려낸다’는 세간의 평판은 작은 기술력 차이에서 비롯됐다. 이 기기에는 손톱만 한 크기의 물컵이 달려 빵 종류에 따라 물을 소량 붓게 돼 있다. 덕분에 바짝 구워진 빵이 아니라 겉은 바삭, 속은 촉촉한 식감의 빵이 탄생한다. 2003년 정보기술(IT) 주변기기 업체로 출발할 당시만 해도 발뮤다는 이름 없는 회사였다. 하지만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가전계의 애플’로 부상했다. 발뮤다의 올해 상반기 매출 신장률은 지난해 동기 대비 2097%로 나타났다. 한켠에서는 중국 샤오미 등 저가 브랜드들이 다이슨을 베낀 이른바 ‘차이슨’ 제품들을 내놓으며 저가 시장을 공략하고 있지만 이들 업체들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디자인은 베껴도 기술력은 모방할 수 없다는 자신감에서다. 소비자들 사이에 시선도 엇갈린다. ‘기술력이 좋아도 가격이 그만큼 제값을 하느냐’는 비판론이다. 비쌀수록 더 잘 팔리는 베블런 효과로 수익을 노린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이슨 관계자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따지는 고객은 저가 제품을 구입해 교체 주기를 짧게 하면 된다”면서 “반면 ‘제대로 된 성능의 제품을 쓰고 싶다’는 고객들은 결국 우리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발뮤다 관계자는 “제품 본연의 기능이 뛰어나 사용자 만족도가 높은 제품은 비싼 가격에도 잘 팔린다”고 덧붙였다. ●R&D에 수천억 투자… “소비자 만족도 높아” 이들 기업들이 연구개발(R&D)에 전력을 쏟고 있는 것은 우리 업체들이 짚어 봐야 할 전략이기도 하다. 다이슨의 지난해 연간 매출액은 전년 대비 40% 증가한 35억 파운드(약 5조 2600억원)에 달했는데, 매주 800만 파운드(약 118억원)를 R&D에 투자했다. 1년 기준으로 따지면 약 6140억원에 이르는 액수다. 근무하는 엔지니어·과학자 수는 4400여명에 이른다. 국내 가전업계 관계자는 “작은 것에서 행복을 찾는 ‘소확행’ 트렌드와 맞물려 생활가전의 고가화가 번지고 있다”면서 “가심비를 충분히 만족시키면 소비자들의 지갑을 충분히 열 수 있다는 뜻으로, 선택은 소비자에게 달렸다”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시장은 이미 금리인상 모드

    시장은 이미 금리인상 모드

    美 기준금리 인상 발맞춰 주담대 올라 기존 대출자, 고정금리 갈아타기 급증 국고채 금리 일제히 하락…환율 상승18일 기준금리 동결에도 시중금리가 뛰고 고정금리 대출이 늘어나는 등 시장은 한 발 앞서 움직이는 모양새다. 이날 금융권에 따르면 9월 잔액 기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1.90%로 전월보다 0.01% 포인트 상승했다. 잔액 기준 코픽스는 13개월째 상승 중이다.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도 1.83%로 전월보다 0.03% 포인트, 올해 들어 0.17% 포인트 올랐다. 코픽스에 연동된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일제히 오르고 있다. 잔액 기준으로 신한은행은 3.20∼4.55%, NH농협은행 2.90~4.52%, 우리은행 3.30∼4.30% 등으로 4%대 중반까지 올라섰다. 시중금리가 오르면서 대출자들은 고정금리로 갈아타려고 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신규 취급 가계대출 중 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2016년 7월 57.8%에서 지난 5월에는 22.2%까지 떨어졌다가 6월부터 상승세로 돌아서 8월에는 27.4%까지 올랐다. 하지만 9·13 부동산 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줄면서 고정금리로 갈아타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을 고정금리로 갈아타러 왔다가 예전보다 대출액이 준다는 이야기를 듣고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일부 은행에서는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상품 금리가 최초 5년 동안 금리가 고정되는 혼합형 상품의 금리를 웃도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고정금리 대출 상품에는 미래 금리 변동 가능성에 따른 리스크(위험)를 금융회사가 떠안는 조건으로 대출 금리에 0.5~1% 포인트가량 추가로 얹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낮아진 이유는 시중금리가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날 기준금리 동결 영향으로 국고채 금리는 일제히 하락(채권값 상승)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4.2bp(1bp=0.01%p) 내린 연 1.981%로 장을 마쳤다. 반대로 원·달러 환율은 기준금리 동결 발표 직후 빠르게 오르기 시작해 전날보다 8.7원 오른 1135.2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내 세계로 오라” 메이웨더 하빕 향해 “경기 뒤에도 프로답게”

    “내 세계로 오라” 메이웨더 하빕 향해 “경기 뒤에도 프로답게”

    정말로 대결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코너 맥그리거(아일랜드)를 물리친 두 선수, UFC 파이터 하빕 누르마고메도프(이상 30·러시아)와 복서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41·미국) 얘기다. 메이웨더는 누르마고메도프를 향해 “내 세계로 오라”고 초청하며 만약 성사되면 맥그리거와 대결했을 때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벌 것으로 믿고 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는 TMZ 닷컴과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싸운다”며 “내가 보스다. 하빕 쪽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말할 수 없지만 내 쪽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게 할 수 있다. 나 플로이드 메이웨어다. 내가 A사이드다. 전화가 오면 내 세계로 오라고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내가 벌어들이는 돈에 관한 숫자를 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또다른 파이터가 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그가 날 불러내면, 내 세계로 오라, 대결을 성사시켜 보자”고 조금 더 노골적인 손짓을 했다. 그는 지난해 8월 맥그리거를 10회 판정승으로 이겼는데 4억 5000만 파운드 이상 수입 가운데 2억 1000만 파운드를 자기 몫으로 챙겼다. 메이웨더는 “하빕을 만나면 물론 난 그날 아홉 자리 숫자의 돈을 만진다”고 말한 뒤 “맥그리거 대결 때보다는 많이. 아마도 1억 달러 이상, 1억 1100만달러와 2억달러 사이 금액은 보장된다고 말할 것”이라고 했다. 이 액수는 대전료만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 누르마고메도프는 지난 6일 맥그리거를 4회 서브미션으로 이기며 종합격투기(MMA) 전적을 27전 전승으로 장식했고 다섯 체급 세계 챔피언을 지낸 메이웨더는 50승무패를 자랑하는데 둘의 대결은 복싱 링 위에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메이웨더는 누르마고메도프를 향해 맥그리거와의 대결 직후 벌어진 소동이 재연되선 안된다고 엄중히 경고했다. “물론 라스베이거스는 파이터들의 수도인 걸 안다. 그리고 파이트 이후 넌 진짜 프로답게 굴어야 한다. 링 위에서만이 아니라 링 밖에서도 진자 프로처럼 굴어야 한다”고 짐짓 타일렀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길섶에서] 알레르기와의 전쟁/임창용 논설위원

    날씨가 쌀쌀해지자 어김없이 불청객이 찾아왔다. 30년째 괴롭혀 온 알레르기성 비염이다. 일어나면 밤새 참고 기다렸다는 듯이 득달같이 심한 재채기를 유발한다. 코가 시큰하고 눈물이 날 정도다. 반복되는 재채기는 새벽 단잠에 빠진 아내까지 깨워 미움을 산다. 알레르기 증상이 처음 나타난 것은 스물여덟 살 때다. 단독주택에 살다 아파트로 이사한 직후다. 수시로 병원에 가고, 한의원에서 약도 제법 지어 먹었다. 하지만 병원 치료 효과는 그때뿐이었고, 한약은 아무런 차도가 없었다. 알레르기 유발 원인을 제거한다고 청소에 각별히 신경 쓰고 침구도 바꿔 봤지만, 마찬가지. 생각해 보니 아파트 환경이 원인인 것 같았다. 이사 전엔 전혀 증상이 없었기 때문이다. 전원주택으로 이사 갈까 하고 1년 가까이 집과 땅을 보러 다녔다. 몇 년간 마치 알레르기와의 전쟁이라도 치르는 듯했다. 그런 와중에 증상이 완화되면서 아파트에 눌러앉았고, 지금까지 살고 있다. 불운하게도 두 아이가 내 알레르기 형질을 물려받았다. 큰아이는 아토피성 피부염, 둘째는 비염으로 고생한다. 아이들이 괴로워하는 걸 보니 슬슬 투쟁의식이 발동한다. 이제라도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가야 하나? sdragon@seoul.co.kr
  • 계단 밑·지하 구석… 우린 ‘없는 사람’처럼 쉽니다

    계단 밑·지하 구석… 우린 ‘없는 사람’처럼 쉽니다

    “여기 있다 보면 우리는 사람이 아니라 개, 돼지 같다는 생각이 들어.” 16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 조형관 1층 엘리베이터 옆. 이 학교 미화원으로 10년 넘게 일한 김모(66)씨가 작은 철문을 열어젖히자 퀴퀴하고 텁텁한 곰팡내가 코를 찔렀다. 내부로 들어가니 1평(3.3㎡) 남짓 작은 공간이 나왔다. 창고로 쓰던 곳을 개조해 만든 휴게실이었다. 성인 남성이 까치발을 들고 서면 머리가 닿을 정도로 천장이 낮았다. 두 명이 어깨를 맞대고 누우면 공간이 꽉 찰 만큼 좁았다. 철제 서랍장 위에는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을 받기 위한 세숫대야 2개가 놓여 있었고, 벽에는 테이프로 붙인 스티로폼 패널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김씨는 “비만 오면 바닥에 물이 차 옷에 곰팡이가 생겨 다 버려야 한다”면서 “전기장판을 켜도 벽을 타고 찬 기운이 들어와 온몸이 시리다”고 말했다.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은 지난 8월 ‘사업장 휴게시설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배포했다. 사업주는 의자·탁자 등을 포함해 1인당 면적 1㎡, 최소 전체면적 6㎡의 휴게시설을 확보해야 하고, 쾌적한 환경을 위해 냉난방 시설과 환기 시설도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일부 노동 현장에서는 이런 가이드라인이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 홍익대 조형관뿐만 아니라 인문사회관 A동의 경비원 휴게실도 계단 밑에 있어 남성 평균 키의 경비원이 똑바로 서 있기 힘들 정도였다. 계단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의 발소리 소음에 편하게 쉬는 것도 어려워 보였다. 경비원 김모(59)씨는 “대각선으로 자거나 발만 장판 밖으로 내놓고 잔다”고 말했다. 미화원 한모(67)씨는 “지난여름 폭염 때 ‘살아 있었느냐’가 안부 인사였다”고 전했다.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가 지난달 서울의 17개 대학을 포함한 23개 사업장의 293개 건물을 대상으로 휴게시설 실태를 조사한 결과, 청소노동자가 근무하는 건물 202곳 가운데 휴게실이 지하에 있는 건물이 58곳(28.7%), 계단 밑 공간을 휴게실로 쓰는 건물이 50곳(24.8%)이었다. 에어컨이 아닌 선풍기만 있는 곳은 69곳(34.2%)에 달했다. 홍익대 학생들은 이런 상황을 파악하고 지난 9월부터 한 달간 미화·경비 노동자 환경 개선 프로젝트인 ‘도깨빗자루’를 진행했다. 모금액은 목표 금액인 250만원의 2배가량 모였다. 총학생회와 건축 봉사 동아리 ‘해비타트’는 이달 말부터 휴게실 리모델링, 에어컨 설치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총학생회 측은 “학내 154명의 미화·경비 노동자들이 사람 취급도 받지 못하고 일하고 있는데도 학교 측은 기본적인 보수 작업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에 따른 휴게시설을 설치하지 않으면 개선 명령이 내려지고, 그래도 지키지 않으면 과태료를 매길 수 있다”면서 “10월 중으로 현장 실사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글 사진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쥬라기 월드’ 속 최강 해룡, 범고래처럼 사냥했다

    ‘쥬라기 월드’ 속 최강 해룡, 범고래처럼 사냥했다

    후기 백악기인 8500만 년 전쯤, 바닷속을 누비던 한 해양 파충류는 오늘날 범고래와 신체적 특징은 물론 습성마저 비슷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몸길이가 15m까지 자라는 틸로사우루스를 연구한 결과다. 영화 ‘쥬라기 월드’에 등장해 유명해진 모사사우루스에 속하는 이 해룡은 위협적인 크기와 무시무시한 식욕 덕분에 당시 천적이 없어 먹이사슬 정점에 올라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12일(현지시간) 미국 신시내티대학에 따르면, 이 대학의 타쿠야 코니시 생물학부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지난 1991년 미국 캔자스주(州)에서 처음 발굴돼 초기에 이보다 흔한 종인 플라테카르푸스로 분류됐던 한 모사사우루스가 틸로사우루스임을 확인했다고 ‘척추고생물학회지’(Journal of Vertebrate Paleontology) 최신호에 발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표본은 태어난 지 얼마 안 돼 죽어버린 새끼 틸로사우루스로 밝혀졌다. 이들은 이 표본의 주둥이와 두개골, 그리고 위턱의 뼈 조각들을 자세히 분석했고 이 종이 오늘날 범고래와 신체적 특징은 물론 행동마저 비슷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연구팀은 새끼 모사사우루스의 두개골 조각을 다시 검사하면서 이 표본이 원래 분류됐던 플라테카르푸스의 다른 표본과 비슷하지 않다는 점을 발견했다. 플라테카르푸스와 같은 모사사우루스는 사실상 주둥이 끝에서 이빨이 시작되지만, 틸로사우루스는 두개골에서 멀리 떨어진 부위에 뼈 돌출부를 가지고 있었다. 범고래들 역시 매우 비슷한 신체적 특징이 있는데 이는 먹잇감에 부딪혔을 때 앞니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여겨진다. 즉 두 종에서 공통으로 드러나는 돌출된 주둥이 뼈는 이들이 주둥이로 부딪혀 먹이 사냥을 했음을 보여준다. 사실, 연구자들은 이 화석이 발견된지 27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이번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어떤 종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처음에 이 표본은 같은 시기에 같은 지역에서 흔히 발견되는 플라테카르푸스(Platecarpus)로 분류됐다. 모사사우루스는 하위분류가 30종이 넘어 화석 조각으로 특정 종을 확인하는 것은 힘들 수 있다. 신시내티대 연구팀 역시 지난 몇십 년간 이 뼈를 조심스럽게 분석했지만, 새끼 틸로사우루스라는 사실을 최근에서야 발견한 것이다. 연구자들은 화석의 구조와 틸로사우루스에게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인 주둥이가 거의 없다는 점 때문에 혼란스러웠다. 이에 대해 코니시 교수는 “2004년 처음 표본을 보고 그후 연구에 들어가고 나서 그것이 무엇인지 깨닫는 데 거의 10년이 걸렸다”면서 “새끼 틸로사우루스는 아직 주둥이가 크게 발달하지 못했던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표본은 오늘날 여러 동물의 새끼처럼 다 자라기 전까지 특징이 잘 드러나지 않는 것이다. 결국 두개골 등 다른 부위의 특징을 조사해 틸로사우루스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이 개체는 아직 우아한 백조가 되지 못한 미운 오리 새끼나 마찬가지였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틸로사우루스가 태어나서 성장기까지 빠른 속도로 주둥이의 뼈가 발달한다고 추정한다. 틸로사우루스의 주둥이 뼈는 자체 체중의 약 6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비대해졌다. 연구팀은 개별적인 발달 패턴과 종의 진화가 종종 연관성이 있다는 점에서 가장 오래된 틸로사우루스의 표본은 더 짧은 주둥이를 지냈을 것으로 생각한다. 틸로사우루스는 오늘날 바다의 최상위 포식자인 범고래와 비슷한 체형을 갖고 있다. 코니시 교수는 “범고래들은 돌고래나 소형 고래 등 큰 먹잇감을 사냥할 때 물어뜯지 않는다. 이들은 먹잇감을 지치게 만든 뒤 주둥이로 부딪쳐 찢어발긴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틸로사우루스는 다른 모사사우루스들과 달리 공성퇴 같은 튼튼한 두개골을 지닌 범고래들처럼 더 넓고 튼튼한 머리뼈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두 포식자들은 앞지느러미와 강력한 꼬리, 날카로운 이빨, 그리고 비슷한 체형을 갖고 있다. 하지만 모사사우루스는 범고래보다 몸집이 더 커지며 거의 버스만큼 자란다. 그는 “한 동료 연구원이 내게 모사사우루스는 모두 똑같이 생겨 지루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것은 어느 정도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일단 이들에 대해 더 자세히 알게 되면 구분을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결과가 과학자들이 다른 새끼 공룡이나 해양 파충류의 화석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오는 17일부터 20일까지 미국 뉴멕시코주(州) 앨버키키에서 열리는 ‘척추고생물학회’(SVP·Society of Vertebrate Paleontology) 연례회의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사진 찍기 싫다고!’ 남성 엉덩이 발로 찬 코끼리

    ‘사진 찍기 싫다고!’ 남성 엉덩이 발로 찬 코끼리

    아기 코끼리가 자신과 셀카를 찍으려는 남성을 걷어차 누리꾼들에게 웃음을 안겼다. 1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최근 태국의 치앙마이에서 촬영된 재미난 영상 하나를 소개했다. 영상에는 한 남성이 어린 코끼리 한 마리와 셀카를 찍으려는 모습이 담겼다. 코끼리가 담벼락에 앞발을 올리고 있자, 남성은 곁으로 다가가 사진을 찍고자 카메라를 들이민다. 남성이 귀찮은 듯 코끼리는 올렸던 앞발을 내리고 고개를 숙이지만 남성은 포기하지 않고 끈덕지게 달라붙는다. 이어 남성이 코끼리의 얼굴에 손을 대자, 코끼리는 뒷발로 남성의 엉덩이를 강하게 걷어찬다. 코끼리가 자신을 걷어찼다는 사실을 인지 못 하던 남성은 곧바로 상황을 파악하고 구경꾼들과 함께 웃음을 터뜨리며 영상은 끝난다. 사진·영상=데일리메일/유튜브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손성진의 우리가 잘 모르는 독립운동가] 서간도 독립운동 선구자…반일 군사항전 이끌었던 거목

    [손성진의 우리가 잘 모르는 독립운동가] 서간도 독립운동 선구자…반일 군사항전 이끌었던 거목

    “나라 없는 몸 무덤은 있어 무엇하느냐. 내 죽거든 시신을 불살라 강물에 띄워라. 혼이라도 바다를 떠돌면서 왜적이 망하고 조국이 광복되는 날을 지켜보리라.”‘만주벌 호랑이’ 일송(一松) 김동삼. 평생을 만주 벌판과 밀림을 누비며 조국 독립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선생은 이런 유언을 남겼다. 독립운동 연구가들은 김구, 안창호보다 김동삼 선생을 더 높이, 최고로 받든다. 선생의 호(號) 때문인지 ‘일송정(一松亭) 푸른 솔은 늙어 늙어 갔어도’로 시작되는 가곡 ‘선구자’의 실제 모델이 선생이라는 설도 있다. 서간도 독립군기지 개척의 선구자이며 만주의 독립전쟁을 이끌었던 선생은 1878년 6월 23일 경북 안동 임하면 천전리(川前里) 278에서 태어났다. 행정 지명처럼 선생이 나고 자란 마을 이름은 ‘내앞마을’이다. 마을 앞에는 낙동강 지류인 반변천이 굽이쳐 흐른다. 낙동강을 거슬러 올라가면 한강 두물머리처럼 안동에서 물길이 갈라지는데 북동쪽으로 안동호와 이어지는 강이 낙동강 본류이고 동쪽으로 임하호로 연결되는 하천이 반변천이다.경북독립기념관이 있는 마을 어귀에서 차를 내려 200여m 들어가니 선생의 생가가 있다. 원형을 잃었고 평생을 헌신한 독립운동가의 생가로서는 관리 상태가 좋지 않았다. 300m쯤 더 들어가 선생의 족숙(族叔)이며 석주 이상룡의 처남인 독립운동가 백하 김대락의 고택인 ‘백하구려’(白下舊廬)를 찾았다. 김대락의 후손인 김시중(81)씨가 기거하며 집을 돌보고 있었다. 김씨는 “김대락을 필두로 임신부와 아이들까지 의성 김씨 일족 150여명이 한꺼번에 만주로 독립운동을 하러 떠났다”면서 “‘3000석 부자’였던 백하 선생이 멀리는 강원도까지 흩어져 있던 많은 토지를 50일 동안 처분했는데 헐값에 팔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김동삼은 일제의 침략과 만행이 본격화된 1907년 유인식, 이상룡과 3년제 중등학교 ‘협동학교’를 세웠다. 퇴계 이황의 학통이 면면히 내려오는 유학의 본고장에서 영어와 수학 등 신학문을 가르친 협동학교는 완고한 유림의 극렬한 반발을 샀다. 초대 교장 유인식은 부자 절연, 사제 절연을 당했다. 김대락 또한 처음에는 반대했지만 마음을 바꾸어 백하구려를 교사(校舍)로 내주었다. 보수 유림은 의병을 가장해 학교로 사용되던 백하구려를 덮쳐 교사 2명 등 3명의 목을 치는 사건을 저질렀다. 경술국치 넉 달 후인 1910년 12월 말 김대락은 65세의 나이에 일가를 이끌고 망명길에 올랐다. 얼어붙은 압록강을 걸어서 건너고 만주에서는 수레를 타고 이동하는 험난한 여정이었다. 협동학교 1회 졸업생이 배출될 무렵인 1911년 초 김동삼도 애국청년 20여명과 함께 중국으로 망명했다. 김동삼은 길림성 유하현 삼원포에 도착, 이회영, 이상룡, 이동녕 등과 서간도 독립운동기지 건설에 착수했다. 그해 4월 군중대회를 열어 경학사라는 자치단체를 결성했다.김동삼은 한겨울에도 싸이혜라는 만주족의 여름 신발을 신고 어깨에 담요 한 장을 둘러멘 채 만주 전병으로 끼니를 이으며 광야의 모랫길을 매일 100여리나 걸어 동포들을 독려했다. 만주 생활은 초기부터 고난의 길이었다. 혹독한 추위, 참혹한 흉년, 목숨을 앗아 가는 풍토병, 중국 마적의 약탈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행이 이어졌다. 김동삼은 농지를 개척해 이주민들의 정착을 돕는 한편 신흥강습소를 설립했다. 서간도 독립운동의 요람인 신흥무관학교의 전신이다. 1914년 무렵 선생은 극심한 재정난 등 시련을 견뎌가며 신흥강습소 졸업생들과 함께 백두산 서쪽 고원에 백서농장이라는, 사실상의 독립군 병영을 만들어 장주(庄主)로서 조직을 이끌었다. 중국에서도 조소앙이 기초한 ‘대한독립선언서’가 발표됐다. 서명자 39명에 선생도 들어 있다. 그 무렵 남만주에는 이미 수십만명의 동포가 이주해 있었다. 경학사는 부민단, 한족회로 확대 개편됐다. 한족회는 독립군을 지휘할 군사조직으로 서로군정서를 설치했다. 독판(督辦)에는 이상룡을 추대하고 김동삼은 참모장을 맡아 반일 군사항전에 뛰어들었다. 신흥무관학교 졸업생과 백서농장, 서로군정서 출신은 봉오리·청산리전투를 이끈 주역이 됐다. 서로군정서 독립군들은 국내로 잠입해 주요 기관을 습격하고 일제의 경찰과 밀정을 처단했다. 독립군과 맞붙어 대패한 보복으로 일제는 1920년 10월부터 적어도 3700여명의 무고한 한국인을 잔인하게 학살하는 경신참변을 일으켰다. 이때 삼원포 삼광학교 교장이었던 선생의 동생 김동만도 붙잡혀 말꼬리에 묶여 끌려다닌 끝에 살해당했다. 가족을 멀리하던 선생도 사흘 밤낮을 걸어 삼원포로 가서 애통해 마지않았다. 김동만의 부인은 충격을 받고 정신병을 앓았다. 임시정부 통합을 모색하기 위해 1922년 1월 3일 상하이에서 국민대표회의가 개최됐다. 김동삼은 의장에 선출됐다. 안창호, 윤해가 부의장이었다. 통합을 외친 김동삼의 노력에도 충돌은 수습되지 않았고 그는 의장직을 사임하고 만주로 돌아왔다. 김동삼의 통합 노력은 만주에서 빛을 발했다. 통합단체인 대한통군부에 이어 대한통의부를 출범시켜 김동삼은 최고지도자인 총장에 추대됐다. 통의부는 정의부로 재탄생, 김동삼은 참모장으로서 무장투쟁을 지휘했다. 초산, 벽동, 철산 등 함경도와 평안도 지역의 일제 경찰서와 주재소를 습격해 일경을 사살, 일제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1925년 7월 내각책임제로 바뀐 임정의 초대 국무령 이상룡은 김동삼을 국무위원으로 발령했다. 그러나 선생은 끝내 사양하고 만주를 떠나지 않았다. 김동삼은 정의부, 참의부, 신민부 3부의 통합을 주도하면서 민족유일당 조직에도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1931년 어느 날 김동삼은 하얼빈의 옛 동지인 의사(醫師) 정진영 집에 들렀다가 일경에게 체포되고 말았다. 항일운동의 거목에게 일제는 악랄한 고문을 서슴지 않았다. 전기고문을 하고 양팔을 등 뒤로 결박해 공중에 매단 뒤 코에 물을 부었다. 단식을 하자 영양주사를 놓으며 고문을 계속했다. 그러나 그는 조금도 굴하지 않았다. 동지들의 이름을 팔지 않았고 참을 수 없는 고통을 민족의 아픔으로 받아들였다. 가족을 동원한 회유에도 “이제 더 살아서 무엇 하겠느냐”고 단호히 말했다. 면회 온 맏아들 정묵에게도 이렇게 말했다. “이런 일정한 자리에서 죽게 되는 것도 과분한 일이다. 독립군이라면 대개 풀밭이나 산 가운데서 죽는 것이다.” 선생은 1937년 4월 13일 59세의 나이로 싸늘한 감방에서 쓸쓸히 영면했다. 만주 독립운동 최고 지도자의 비통한 최후였다. 만해 한용운이 시신을 서울 정릉 심우장으로 옮겨 장례를 치렀다. 유해는 유언대로 화장해 한강에 뿌려졌다. 한용운은 단 한 번 눈물을 흘렸는데 선생의 장례 때였다. 후손들도 비극적인 삶을 살았다. 장남 정묵의 큰딸은 북한에서 폭격으로 사망했고 큰아들, 즉 김동삼의 장손자는 서울에서 대학에 다니다 실종됐다. 셋째 아들은 정신 이상으로 사망했다. 정묵의 부인인 선생의 큰 며느리 이해동(1905~2003) 여사가 둘째 아들 김중생(2016년 사망)씨와 1989년 1월 근 80년 만에 조국 땅을 다시 밟았다. ‘만주생활 77년’이란 여사의 수기에 형극의 삶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이 여사는 “시아버지를 세 번 뵈었는데 결혼 2년 후, 첫 손자를 낳았을 때, 일제에 붙잡혀 감금돼 있을 때였다”고 썼다. 정부는 1962년 선생에게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추서했다. 글 사진 논설고문 sonsj@seoul.co.kr
  • “사람은 배신하지만, 반려견은 다르죠” 팝아티스트 낸시랭

    “사람은 배신하지만, 반려견은 다르죠” 팝아티스트 낸시랭

    “인간은 인간을 배신하면서 살 수도 있고 가족끼리도 사기를 치고 배신을 하기도 하죠. 하지만 강아지는 오직 주인만 바라보고, 설령 주인이 화가 나서 때리더라도 하루 종일 주인만 기다리는, 그냥 그렇게 주인만 사랑하고 모든 걸 바치는 생명체잖아요. 근데 그런 존재를 버린다는 건 살인행위와 같다고 생각해요” 지난 2006년 KBS 인간극장에 출연해 암투병 중인 어머니를 위해 병원비를 힘들게 모으며 생활하는 감동적인 모습과 함께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린 그녀만의 독특한 예술혼으로 대중의 큰 관심을 받았던 팝아티스트 낸시랭씨(39·본명 박혜령). 그런 그녀가 여러 의혹을 한 몸에 지닌 한 남성에 대한 따가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사랑을 지켰고 결혼을 통해 그 사랑을 증명해 보였다. 하지만 그렇게 대중에게 다시 돌아온 그녀가 결혼 10개월 만에 남편과의 불화로 최근 이혼절차를 밟고 있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7년 전, 본 기자는 낸시랭씨에게 팝아티스트로서의 ‘예술관’을 취재하기 위해 인터뷰를 요청한 적 있다. 하지만 당시 그녀의 바쁜 일정으로 성사되지 못했다. 그리고 지난 3일 ‘반려동물’이란 주제로 두 번째 ‘도전’을 시도했다. 그녀 조차 기억 속에 없는 7년 전 ‘인터뷰 고사 사건’에 대한 본 기자의 ‘협박(?)’을 빌미로 결국 흔쾌히 승낙을 받았다. 그렇게 인터뷰 요청은 생각보다 쉽게 성사된 듯 했다. 하지만 호사다마(好事多魔)라 했던가. 다음날 낸시랭은 남편 왕진진과의 부부싸움 도중 남편이 방문을 부수는 등 폭력을 행사 했다는 이유로 남편을 경찰에 직접 신고했다. 이 사건기사를 접한 데스크가 “낸시랭 인터뷰 건, 쉽지 않을 거 같다”라고 했고 낸시랭 본인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통화를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급한 마음에 낸시랭씨에게 카톡을 보내 직접 통화를 했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잠시 후, ‘내일(5일) 낮에 연락드리겠다’는 답신이 왔다. 하루를 기다려 오후가 되어도 연락이 없자 일정관련 통화를 요청하는 카톡 메시지를 다시 한 번 보냈고 ‘오늘 안으로 전화를 드려도 괜찮을까요’란 메시지가 왔다. 당시 남편 경찰신고 건과 관련해 긴박하게 돌아가는 낸시랭씨의 입장은 염두에 두지 않고 인터뷰에만 집착한 것이 미안했다. 더 이상 불편하게 하지 않기로 맘 먹고 기다렸다. 결국 그날 저녁 10시가 넘어서 그녀로부터 전화가 왔고 최종 일정조율을 마친 뒤 인터뷰를 할 수 있게 됐다. 그녀는 “공과 사는 구별해야 하는 것이고 다른 내용의 인터뷰도 아니고 내가 가장 사랑하는 반려견에 대한 인터뷰였기에 남편과의 상황과는 별개로 미루거나 중지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다음 날 자신의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는 일산 킨텍스 KAFA 대한민국축전 국제아트페어 전시장에서 그녀를 만났다. 남편과 관련된 것을 제외한 그녀의 반려동물(관), 작품(일)에 대한 질문만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Q. 낸시랭씨에 반려견은 어떤 존재인지?하니, 리키는 그냥 제 가족이에요. 그냥 제 남동생들죠. 십 수 년 간 함께 했던 반려견 폴이 오래 전에 죽었지만 폴 이상으로 또 다른 나의 가족이 생긴 거죠. 예를 들어, 제가 좋은 집에 살면서 좋은 옷을 입고 싶다든가 혹은 좋은 가방을 들고 여행을 가고 싶어도 이들과 함께 하지 못한다면 아무 의미 없는 저한테는 굉장히 소중한 존재예요. (남편보다 소중한가요?) 당연하죠. Q. 반려견 하니와 리키는 어떤 강아지인지?현재 5살이고 애기 때부터 함께 해서 그런지 정말 말을 잘 들어요. 둘 다 우리나라 4대 지랄견이라고 하는 종류에 들어가거든요. 한 마리는 화이트 슈나우저고 다른 한 마리는 코카스파니엘 버프예요. 남들은 굉장히 힘든 이 두 녀석들을 어떻게 키우느냐 걱정하시는데, 둘 다 성품이 너무 좋아서 특별히 힘들게 하는 건 없었어요. 특별히 교육 받은 것도 없는데도 제 옆에 딱 붙어서 보행도 잘 하구요. Q. 평소 반려견 건강관리를 어떻게 하는지?제가 다니는 집 앞 동물병원에서 항상 체크를 해요. 애들 병원수첩 보고 예방접종이라든지 뭔가 이상한 증세가 보이면 바로바로 병원 가서 체크하고 있어요. 그리고 매일매일 산책 시키는 게 중요한 데 하루 한 시간씩은 못하더라도 하루 10분이라도 꼭 해야 된다는 얘기를 자주 들어요. 제가 바빠서 매일매일 못 지킨 게 굉장히 미안하죠. 강아지는 주인이 보여주는 세상만 볼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기 때문에라도 단지 내가 강아지들을 예뻐해 하는 것보다 그들을 데리고 함께 산책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근래에 깨달았어요. 근래에 좀 힘든 일들이 있어서 하니, 리키를 산책 못 시켜 준 게 괜히 좀 죄책감으로 오기도 해요. Q. 2012년엔 8월엔 반려견 폴이 죽은 모습을 셀카로 찍어 공개해 논란됐었는데 당시 어떤 상황이었는지 설명해 준다면?폴은... 하아(깊은 한숨). 저희 엄마가 17년 동안 암투병 하다가 돌아가셨어요. 제가 외동딸이라 저랑 15년을 같이한 반려견 폴은 진짜 제 남동생 같은 그런 존재였어요. 엄마 돌아가시고 저희 외할머니까지 돌아가시고 폴도 죽게 됐거든요. 그래서 폴에 대한 아픔 또한 너무 컸어요. 폴이 아파서 동물병원에 맡겨 놨는데 죽게 된 거예요. 그 모습을 보고 오열을 했고 지쳐서 눈물이 그쳤을 때 폴과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함께 있는 모습을 기억으로 남기고 싶었어요. 제가 항상 기록하는 것들을 좋아하고 기억을 잘 못하는 편이기도 해서 모든 걸 찍어놓거든요. 이미지 인식이 텍스트보다 좀 더 빠르고 오래가는 편이라서 그 마지막 순간까지도 폴을 기억하고 싶어서 당시 찍었던 거죠.Q. 함께 살고 있는 하니, 리키가 한남동 반려인들 사이에서 잘 알려져 있다는데...제가 사는 한남동에 많은 사람들이 강아지들을 산책 시키는데, 화이트 슈나우저는 한남동에 리키 한 마리 밖에 없어요. 슈나우저는 많은데 대체적으로 블랙이나 그레이만 있어요. 그래서인지 리키를 데리고 지나가면, “아니, 화이트 슈나우저도 있어요?” 이렇게 말하면서 신기해 해요. 하니, 리키가 둘 다 수컷이에요. 그래서 종자는 달라도 함께 커 왔기 때문에 그냥 형제견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둘이 너무 예쁘고 사랑스럽게 생겨서 산책을 시키러 나가면 많은 외국인들이 지나가면서 너무 예쁘다고 활짝 웃고 그래요. 우리 하니, 리키가 사람들한테 저렇게 웃음을 줄 수 있다라는 게 그냥 괜히 기분이 좋아요. 다른 사람들에게 뭔가 행복한 순간을 준 거 잖아요. Q. 낸시랭 하면 ‘어깨 위 고양이(샤넬 코코)’가 상징처럼 떠오르는데, 그 이유와 혹시 고양이를 반려동물로 함께 키운 적이 있는지...코코사넬과는 평상시 대화도 나누고 오랜 시간 동안 함께 했죠. 육체가 살아있는 제 애완견들은 어떻게 보면 저랑 해외여행을 못 다녔잖아요. 하지만 전시회든, 어딜 놀라가는 간에 코코샤넬은 항상 데리고 다닐 수 있죠. 지금도 제 차안에 있어요. 똥오줌 안 싸고 밥도 안 먹으니깐 사랑만 주면 되죠. 어머니가 하늘나라 가신 이후부터는 진짜 살아있는 고양이를 키울 수도 있었지만 뭔가 코코샤넬한테 배신하는 느낌도 들고, 이해하실 수 없는 저의 예술가로서 정립된 그런 게 있어요. 그래서 반려견 폴을 키우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고 폴이 죽고 나선 하니, 리키로 만족해서 일단은 반려견만 키우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Q. 반려동물을 쉽게 유기하는 사람들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지?정말 말도 안 되는 거죠. 그들도 가족이 있을 거 아니에요. 내가 내 가족을 휴게소나 산 속 어느 곳에 버리는 거와 똑같다고 생각해요. 인간과 달리 강아지는 좀 특별한 게 있잖아요. 인간은 인간을 배신하면서 살 수도 있고 가족끼리도 사기를 치고 배신을 할 수도 있지만 강아지는 그렇지 않잖아요. 강아지는 오직 주인만 바라보고 하물며 주인이 화가 나서 때리더라도 주인이 나가면 하루 종일 주인만 기다리는, 그냥 그렇게 주인만 사랑하고 모든 걸 바치는 생명체잖아요. 근데 그런 존재를 버린다는 살인행위와 같다고 생각해요. Q. 유기견을 입양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당부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유기견이라고 하면 왠지 고아 같은 느낌이 들잖아요. 단지 동정심이나 불쌍해서 키운다라는 식의 마음으로 입양하면 절대 안 될 거 같아요. 또 입양하더라 물고 난리치고 정신빠지게 하는 등 예상치 못한 일들이 다반사로 발생할 거예요. 자신이 직접 키운 개가 아니잖아요. 그러니깐 유기견을 입양했을 때, 내가 알 수 없는 모든 리스크들을 신중히 생각하고 그래도 내가 끝까지 얘들을 책임질 수 있다고 판단된 후 키워야 하는 거예요. Q. 올 한 해 많은 일들을 겪었다. 앞으로의 계획과 소망이 있다면?제 지도교수님이셨던 (고)이두식 교수님의 철학이 있었어요. ‘아티스트는 매년 개인전을 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그 분 말씀대로 대학원 시절부터 그렇게 해왔는데 지난 3년 동안은 제가 사기를 당한 것도 있고 힘든 일들을 많이 겪어 개인전을 못해서 많이 속상했어요. 어쨌든 올해 12월 7일에 낸시랭의 개인전을 보여드릴 수 있을 거 같아요. 작가로서 열작(熱作)하고 있으니깐 많이 기대해 주시고 응원해 주세요. 그리고 반려동물들 많이 사랑해 주세요. 박홍규 기자 gophk@seoul.co.kr 영상 박홍규,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치명적인 ‘성병’ 피해 영국으로 이주한 호주 코알라들

    치명적인 ‘성병’ 피해 영국으로 이주한 호주 코알라들

    호주 코알라 5마리가 개체수를 위협하는 성병을 피하기 위해 1만 마일을 날아 영국으로 ‘피신’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 등 현지 언론의 12일 보도에 따르면 영국 현지시간으로 지난 11일 밤, 호주 클릴랜드 야생동물공원에서 서식하던 코알라 5마리가 비행기를 타고 영국에 도착해 롱릿 사파리 파크로 옮겨졌다. 코알라 5마리가 영국으로 이주한 이유는 다름 아닌 성병(STD)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코알라를 죽이는 가장 큰 위협 중 하나로 클라미디어 성병이 꼽힌다. 클라미디어는 암컷의 불임과 실명을 유발하는 에이즈(AIDS)와 유사한 바이러스지만,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는 많지 않다. 현지에서는 수의사들이 항생제로 코알라를 치료하고 있지만 병세가 쉽게 호전되지 않고 있으며, 이 때문에 2014년에는 코알라가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결국 호주 야생동물 전문가들은 항생제를 제외하고 유럽에서 코알라의 개체수를 지키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고, 코알라 일부를 호주를 제외한 다른 지역으로 피신토록 하는 방안을 택했다. 롱릿 사파리 파크 측은 “이곳에서 새로운 코알라들을 맞이하게 돼 매우 기쁘다”면서 “현재 이들의 건강상태는 매우 양호하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이 동물 종(種)에 대한 보호사전 역할을 함과 동시에 호주 유대목 동물(캥거루·코알라처럼 육아낭에 새끼를 넣어 가지고 다니는 동물)에 대한 교육과 보전을 장려하기 위해 애쓸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123rf.com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코 후비면 폐렴 걸릴 수도…새로운 감염경로 입증(연구)

    코 후비면 폐렴 걸릴 수도…새로운 감염경로 입증(연구)

    코를 손으로 후비면 극단적인 경우 폐렴에 걸릴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리버풀 열대의학대학원·왕립리버풀대학병원 등의 연구팀이 폐렴의 주요 원인균인 폐렴구균이 보균자의 기침이나 재채기에 의한 공기 중 감염 외에도 손을 통해 코로 감염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입증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서는 성인 피험자들의 손에 폐렴구균을 도포한 뒤 일상적으로 있을 수 있는 동작을 재현하는 의미에서 다음 4가지 중 하나를 하도록 했다. 첫 번째는 젖은 손을 코앞에 대고 숨을 쉬는 것이고 그다음은 마른 손을 코에 대고 숨을 쉬는 것이다. 이어 젖은 손가락을 콧구멍에 넣거나 마른 손가락을 콧구멍에 넣는 행위를 선택하도록 했다. 그 결과, 인간의 손으로도 폐렴구균이 충분히 감염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연구를 이끈 빅토리아 코너 박사는 “손 외에도 휴대전화나 어린이의 장난감 등으로도 감염이 확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폐렴으로 사망하는 5세 미만 영유아는 전 세계에서 매년 130만 명에 달한다. 이번 연구는 비록 성인을 대상으로 했지만, 어린 아이가 있는 부모들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크다. 코너 박사는 “아이들에게 코를 후비지 말라고 말해도 잘 듣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래도 아이의 손을 청결하게 유지하고 장난감 등을 깨끗하게 닦아놓으면 세균 확산을 억제해 감염 위험을 줄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자세한 연구 결과는 유럽호흡기학회(ERS)가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 ‘유럽호흡기저널’(European Respiratory Journal) 최신호(11일자)에 실렸다. 사진=123rf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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