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평화’ 공은 다시 미국으로/이라크 사찰수용 배경과 전망
◎이라크 벼랑끝 전술 주효/전쟁불씨는 여전히 내연
이라크가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과의 협상에서 유엔안보리 요구를 전면 수용함에 따라 이라크 사태의 평화적 해결 가능성이 높아졌다.
22일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과의 회담직후 이라크의 사찰 준수 합의를 발표한 아난 사무총장은 23일 미국과 유엔 안보리 회원국들이 이를 받아들일 것으로 낙관했다.그러나 해결 열쇠를 쥔 미국이 아난과 후세인의 ‘바그다드합의’에 대해 미심쩍은 태도를 취하고 있다.또 합의사항 실천과정에서의 문제점들도 불씨로 남아있어 위기가 완전 종식될 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벼랑끝에 몰렸던 이라크는 ‘바그다드 합의’로 국제기구의 지지와 ‘동정국’들을 획득했고 미국의 ‘목조르기’에서 일단 한 숨 돌릴 수 있게 됐다.그동안 미국이 이라크에게 전면적 사찰의 문을 열도록 압박해 왔다면 ‘바그다드 합의’로 이제는 평화적 해결 방안 수용 압력이 미국에게 가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역설적으로 현시점까지 이라크는 유엔 무기 사찰팀의 사찰거부로 벌어진 이번 사태로 손해보지 않고 오히려 외교적·경제적 실리를 챙기는 성과를 거두게 됐다고 할 수 있다.지난 20일 이라크의 석유수출량 2배 확대를 허용하는 유엔 안보리의 결정도 이라크의 경제적 실리라 할 수 있다.
미국의 군사행동에 제동을 걸고 있는 국제 여론도 이라크에겐 큰 힘이 돼 왔다.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때엔 무력 응징의 한 목소리를 내던 러시아,프랑스조차도 이번엔 무력사용에 반대했고 미국의 독주에 제동을 걸었다.미국을 제외한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 가운데 미국에 동조한 나라는 오직 영국 하나였다.이라크는 이같은 상황에서 미국 압력에 직접 굴복하는 것이 아니라 아난 사무총장과의 협상에서 합의에 도달함에 따라 미국의 압력이 아닌 국제사회의 요구를 수용했다는 명분을 차릴 수 있게 됐다.그러나 이라크 지도부와 아난 사무총장과의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했서 이라크 사태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미국의 움직임에 따라 이라크 사태는 유동적일 것이며 미국이 합의를 수용하더라도 사찰과 대량살상무기 해체라는 중요한 과제를 남겨놓고 있다.
□이라크사태 일지
▲97년 10월7일=유엔 무기사찰단,이라크가 무기사찰 거부하고 있다고 유엔 안보리에 보고.
▲10월23일=안보리,이라크에 새로운 경제 제재조치 취하는 내용의 안보리결의안 채택.
▲10월29일=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유엔사찰단원에 이라크 떠나라고 선포.
▲11월14일=미 항모 워싱턴호,걸프해역으로 출동.
▲98년 2월10일=미,이라크의 무기사찰에 대해 어떤 타협안도 배격한다고 발표.
▲2월14일=이라크,걸프위기 해결 위해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에게 이라크 방문을 요청.
▲2월17일=러중,미국의 군사행동 반대 표명.
▲2월20일=아난 총장,걸프위기 해결 위해 이라크에 도착.
▲2월22일=아난,후세인과 3시간 동안 회담하면서 돌파구 마련.유엔 대변인,양측간 합의가 이뤄졌으며,23일 합의문 조인식이 있을 것이라고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