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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면초가’ 시리아

    미국과 유럽이 시리아에 대한 새로운 제재를 모색하는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아랍권이 레바논에서 시리아의 철군을 강력히 촉구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질적 통치자인 압둘라 왕세자는 3일(현지시간) 리야드를 방문한 바사르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에게 조속히 철군하지 않으면 국제적인 고립이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압둘라 왕세자는 레바논에 주둔한 시리아 병력 1만 4000명과 정보요원은 즉각 철군해야 하며 시리아가 이를 따르지 않으면 사우디아라비아와 긴장관계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사드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5일 의회에서 예정에 없던 연설을 한다고 시리아 관영통신이 전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외무장관은 “긍정적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해 시리아의 철군 발표 여부가 주목된다. 시리아는 앞서 레바논에 3000명의 병력과 조기경보 시설을 남기고 싶다는 뜻을 외교경로를 통해 아랍권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날 카이로에서 모인 아랍연맹 외무장관들은 시리아의 철군을 촉구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시리아가 요구한 부분적인 철군도 거부했다. 시리아의 전통적 우방인 러시아와 프랑스도 이미 미국과 유엔에 동조했으며 사우디아라비아도 강경 메시지를 전달, 시리아는 국제사회에서 거의 고립된 상황이다. 다급해진 시리아는 4일 모스크바로 외무부 차관을 급파했다. 앞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중앙정보국(CIA) 본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시리아가 민주주의를 확신한다면 레바논에서 민주주의가 꽃피도록 하라.”고 거듭 압박을 가했다. 미 행정부의 고위관리는 시리아가 철군하지 않을 경우 미국과 유럽이 즉각적으로 경제·외교적 제재를 가하는 새로운 유엔결의안을 준비중이라고 로이터통신에 밝혔다. 미국은 시리아의 미국내 자산을 동결하는 별도의 제재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수일내에 시리아와 레바논에 특사를 보낼 것이며 레바논에서 긴장감이 고조되는 상황은 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레바논 동부에 주둔중인 시리아군은 베이루트에서 반정부·반시리아 시위가 계속되자 비상경계 태세에 들어갔다. 한편 LA타임스는 5월 치러질 레바논 총선에서 시아파 무장단체인 헤즈볼라가 권력을 확보할 수도 있다고 3일 보도했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평화무드 중동 시리아 새 ‘분쟁불씨’ 되나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발생한 자살폭탄 테러사건으로 모처럼 조성된 중동지역의 평화 분위기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또 이스라엘은 이 사건의 배후로 시리아를 지목, 세계의 이목이 시리아에 집중되고 있다. ●이, 텔아비브 자살테러 배후로 지목 25일(현지시간) 오후 이스라엘 텔아비브 해안에 위치한 한 나이트클럽 입구에서 자살폭탄 공격이 발생, 적어도 4명이 숨지고 50여명이 부상했다. 지난 8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정상회담 이후 최대 규모의 테러다. 이스라엘은 즉각 치안책임자 회의를 소집했고, 샤울 모파즈 국방장관은 시리아와 테러단체 이슬람지하드가 이 사건의 배후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스라엘은 요르단강 서안의 치안업무를 팔레스타인에 넘기려던 계획을 동결시켰고, 이슬람지하드에 대한 공격을 재개하기로 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팔레스타인 지도자들은 이 사건의 배후를 밝히기 위한 즉각적이고 믿을 만한 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도 긴급 고위안보회의를 소집, 대책 마련에 나섰다. 마무드 아바스 수반은 “휴전 과정과 독립국가의 목표 달성을 방해하는 ‘제3의 세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측은 테러단체 헤즈볼라를 의심하고 있다. 이슬람지하드 시리아 지부는 이번 사건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알 자지라 방송은 26일 이슬람지하드 대원으로 보이는 22세의 대학생 압둘라 바드란이 자살테러를 준비하는 장면이 담긴 비디오테이프를 방영했다. 영국 BBC방송은 “누가 배후에 있든 이-팔 화해 무드가 붕괴될 위기에 놓인 것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중동 위기의 핵으로 떠올라 시리아 외무부는 모파즈 장관의 발언과 관련,“이번 테러공격과 무관하며 수도 다마스쿠스에 있는 이슬람지하드 사무실을 폐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을 중심으로 국제사회는 시리아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 14일 라피크 하리리 레바논 전 총리 암살의 배후로 시리아가 지목되고 있는데다 시리아는 레바논 주둔병력 1만 4000여명의 철수 시한을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4월까지 철군하지 않으면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미국 부시 2기 행정부가 시리아를 ‘폭정의 전초기지’로 지목하자 시리아는 이란과 반미 공동전선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밖에 러시아로부터 미사일 수입을 추진하고 있고, 이라크 무장단체 대원들이 시리아에서 훈련받았다는 증언이 나오는 등 여러 방면에서 미국과 충돌하면서 이라크 이후 중동지역 불안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시리아는 어떤 나라 지중해 동부 지역에 위치한 시리아는 이스라엘, 터키, 이라크 등과 국경을 접하고 있다. 국토 크기는 18만 5180㎢로 남한의 약 2배이며 인구는 1800만명 정도다. 종교는 이슬람 수니파가 74%로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1967년 중동전쟁에서 골란고원을 이스라엘에 빼앗긴 뒤 이스라엘과는 적대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장택동기자 taecks@seoul.co.kr
  • 시리아 “레바논서 철군”

    시리아가 레바논 주둔 병력을 철수시키라는 국제사회의 압력에 마침내 고개를 숙이기 시작했다. 라피크 하리리 레바논 전 총리 암살사건의 배후로 지목되면서 각국으로부터 레바논 주둔 1만 5000명의 병력을 철수하라는 압력에 직면한 지 10일만이다. 시리아 외무부는 24일(현지시간) “중요한 철군은 완료됐다. 타이프협정에 입각해 레바논 정부와 합의를 거쳐 추가철군을 단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압델 라힘 무라드 레바논 국방장관도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시리아군이 6차 철수를 단행하기로 했다.”며 “몇 시간후 철군이 시작될 것”이라고 확인했다. 시리아군은 90년 4만명에서 지난해 9월까지 5단계로 나눠 1만 5000명까지 레바논 주둔 병력을 줄여왔다. 지난 21일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아무르 무사 아랍연맹 사무총장을 통해 전달한 “철군 용의”보다 한단계 진전된 조치다. 하지만 레바논에 대한 기득권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계산을 깔고 있다. 국제사회의 압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레바논내 베카계곡으로 병력을 후퇴시킨 뒤 추후 국제협상을 통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겠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왈리드 알 무알렘 시리아 외무차관이 갑작스러운 철군은 레바논에 힘의 공백을 불러와 지역안정을 해칠 것이라고 경고한 것도 그렇게 쉽게 전면 철군은 하지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 철군 일정 및 단계별 규모를 밝히지 않은 것도 유엔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안보리 결의안 개정 움직임을 계산에 넣은 것으로 보인다. 유엔 안보리는 결의안 1559호에서 레바논에 주둔중인 모든 외국 군대의 즉각적인 철수를 규정한 바 있다. 그동안 시리아는 안보리 결의안을 거부하고 타이프 협정을 빌미삼아 레바논 철군을 거부해 왔었다. 타이프협정은 지난 89년 사우디아라비아 타이프에서 체결된 것으로 75년부터 15년간 계속된 레바논 내전을 종식시키고 91년까지 시리아군의 베카계곡 철수를 골자로 하고 있다. 시리아군이 아예 자국으로 귀환하는 시기도 레바논과 합의해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4월말까지 철군을 완료하지 않으면 안보리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고 압박했는데 시한까지 못박은 것은 전례없는 일이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유엔 “NPT체제 전면개혁” 촉구

    북한과 이란 핵 문제가 국제적인 현안으로 부상한 가운데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이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의 전면 개혁을 촉구하고 나섰다. 앞서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도 NPT가 ‘심각한 결함’을 갖고 있다며 각국의 비밀 핵무기 개발을 막기 위해 핵연료 제조를 개별 국가가 아닌 다국적 그룹에 맡길 것을 제의했다. 그러나 지난해 2월 자체적인 핵확산 방지대책을 발표했던 미국이 유엔 주도의 NPT 체제 개편안을 수용할지는 불투명하며, 수용하지 않을 경우 실효성을 담보하기는 어렵다. 5월 NPT 재검토회의를 앞두고 NPT체제의 개편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2002년 북한의 일방적인 탈퇴 선언에 이은 이란의 핵 개발 시도,9·11테러 이후 불거진 테러단체들과 일부 국가들의 핵무기 및 핵물질 거래 움직임, 미국의 소형 핵무기 개발계획 등 급변한 국제안보 환경에 35년 전 마련된 NPT 체제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아난 총장은 23일(현지시간) 연설에서 NPT가 신뢰성을 잃고 있으며 가입국들은 이 조약이 새로운 집단안보체제 안에서 기능할 수 있도록 재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핵확산 방지 노력은 핵무기 해체 노력과 병행돼야 한다.”며 핵 보유국들의 기득권 포기를 함께 촉구했다. 아난 총장은 5월 뉴욕 NPT 재검토회의 때 핵보유국이 비핵보유국에 대해 핵 공격을 할 경우 유엔 안보리의 제재를 받는 방안 등 광범위한 국제안보 개혁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NPT 체제 개편은 지지하지만 핵 보유국들의 기득권에 영향을 미치거나 유엔이 주도권을 쥐는 개편안에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미국은 유엔이 추진하고 있는 비핵보유국에 대한 핵보유국의 핵무기 공격을 금지하는 내용의 국제협약에 반대하기로 내부 결정했다. 이 협약이 체결되면 미국의 선제공격권 행사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 ‘성희롱파문’ 유엔난민고등판무관 사임

    여직원 성희롱 의혹으로 사임 압력을 받아온 루드 루버스(65) 유엔난민고등판무관이 20일(현지시간)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이틀 전 피해 호소 여성의 입장을 뒷받침하는 유엔 내부감사실(OIOS) 보고서가 보도됐을 때까지만 해도 루버스를 지지했던 아난 총장은 이날 사직서를 수리했다. 루버스의 성희롱 의혹이 불거진 것은 2004년 5월. 당시 51세의 미국인 여직원이 “2003년 12월 제네바 집무실에서 회의를 마치고 나오는데 판무관이 뒤에서 나를 껴안고 사타구니를 밀착시켰다.”며 유엔 내부 감찰기구에 진정을 제기했다. 루버스는 “친밀감의 표시로 허리를 잡았을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해왔다. 하지만 지난 18일 “루버스가 또 다른 4명의 여직원들의 성추행에도 관련됐다.”는 OIOS의 비밀보고서가 보도된 뒤 마지못해 사직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직서에서 “성희롱 주장은 입증되지 못할 것”이라며 결백을 주장했다. 경제장관을 거쳐 1982년 43세의 나이로 네덜란드 최연소 총리에 당선된 루버스는 12년 동안 재직하며 2차 세계대전 이후 네덜란드 최장수 총리 기록을 세웠다. 그는 115개국에서 1700만명의 난민을 돌보는 유엔고등판무관실(UNHCR)에 지난해까지 매년 30만달러씩 기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루버스를 높이 평가해온 아난 총장이 사직서를 수리한 것은 유엔의 이라크 지원 활동인 ‘석유식량 프로그램’과 관련해 이권 개입 혐의를 받고 있는 아들 코조 아난에 대한 조사보고서가 다음달 예정돼 있는 등 정치적 부담이 컸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보도했다. 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부시 “시리아는 중동평화 걸림돌”

    조지 부시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시리아를 중동의 안정에 해가 되는 세력에 비유하며 테러지원을 중단하지 않으면 국제사회에서 고립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부시 대통령은 “시리아는 중동에서 이뤄지는 진전에 보조를 맞추지 않고 있다.”며 “고립되는 것은 그들의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라크 총선 이후 미국의 중동정책이 고비를 맞는 시점에서 시리아가 중동평화에 걸림돌이 되는 ‘복병’이 되선 안된다는 경고 메시지로 보인다. 부시 대통령은 시리아가 후세인 정권을 지지하는 저항세력들을 찾아내 인도하고 테러리즘 지원의 중단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엔 결의안에 따라 레바논 주둔 시리아군 1만 5000명의 철수도 촉구했다. 특히 시리아 주재 미국대사의 소환은 시리아와의 관계가 진전되지 않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파티크 하리리 전 레바논 총리의 암살과 관련해선 “사실이 드러날 때까지 판단을 유보한다.”며 복선을 깔았다.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 등 민주·공화 양당의원 11명이 시리아에 강력한 조치를 주문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민주당의 바버라 복서 상원의원은 “하리리의 암살에 대한 관심을 시리아로부터 레바논을 독립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시 대통령은 대시리아 제재 요구에 대해 “국제사회와 협력할 것이며 외교적인 해결책으로 진전을 볼 수 있다.”고 유연한 자세를 보였다. 유엔 안보리가 코피 아난 사무총장에게 긴급 보고를 요구하고 부시 자신도 유럽방문을 앞둔 시점에서 일방주의적 결정이 득 될 게 없다는 정치적 판단에서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은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저항세력을 추격하기 위해 이라크 국경을 넘어 시리아로 진입하는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동시에 미국내 시리아 자산의 동결과 시리아 외교관의 40㎞ 이내 이동제한, 외국기업의 대시리아 투자제한 등도 검토되고 있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깔깔깔]

    ●황당한 이웃 한 남자가 우중충한 집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도배를 새로 하기로 했다. 그런데 벽지를 몇 롤이나 사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래서 아파트 평수가 같은 옆집에 가서 물었다. “저번에 도배하실 때 벽지를 몇 롤 사셨어요?” “예,12롤 구입했는데요.” 남자는 옆집 주인의 말을 믿고 벽지 12롤을 사서 도배를 하기 시작했다. 도배를 다 하고 나니 벽지 2롤이 남았다. 남자는 다시 옆집에 가서 확인해 보았다. “벽지가 2롤이 남네요.” 그러자 옆집 주인의 대답, “저도 그랬어요!” ●싸움에서 지는 세대별 유형 *유치원:울면 진다. *초등생:코피 나면 진다. *중등생:많이 맞은 쪽이 진다. *고교생:넘어지면 진다. *사회인:때리면 진다.
  • 이·팔 정상 1주일내 후속 회담

    8일(현지시간) 열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정상회담이 4년여에 걸친 유혈분쟁을 종식시킬 수 있는 극적인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 속에 중동평화 무드가 한껏 고조되고 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죽음과 고통을 초래한 폭력을 종식시키는 데 합의해 평화절차가 재개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나빌 샤스 팔레스타인 외무장관은 9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정상급 후속회담이 1주일 안에 다시 열릴 것”이라고 밝혀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창설을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는 기대를 부풀렸다. ●유혈분쟁 종식 선언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와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이집트의 홍해 휴양지 샤름 엘 셰이크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상호공격 중지와 평화회담 재개 합의를 공식 선언했다. 두 정상은 아울러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수감자 500명을 즉각,400명은 추후 석방하기로 하고, 석방 수감자와 수배 해제 대상을 선정하기 위한 위원회와 요르단강 서안 5개 도시에서의 이스라엘군 철수 및 치안 이양을 논의하는 위원회를 가동하기로 합의했다. 또 샤론 총리와 아바스 수반은 각각 자신의 농장 방문과 라말라 자치정부 청사 방문을 초청, 서로 상대방의 수락을 받아냈다. ●후속조치 착수 정상급 후속회담에서는 휴전 합의를 확고히 하고 두 공동위원회 구성을 위한 실무적인 논의에 집중할 것이라고 샤스 장관은 분명히 했다. 특히 아바스 수반은 이스라엘이 요르단강 서안에서 팔레스타인에 대한 통행 제한을 없애고 검문소 몇 군데를 철수할 것이라고 밝혔고 이스라엘군도 이를 확인했다. 요르단 정부도 정상회담 합의에 따라 지난 2000년 9월 인티파다(반 이스라엘 봉기) 발발 이후 공석이었던 주 이스라엘 대사를 새로 내정해 아그레망을 요청했다. ●난민 귀환 등 난제 수두룩 과거 양측은 10차례의 휴전 합의를 위반한 전력이 있다. 각국이 기대를 걸면서도 우려하는 대목이다. 상호 공격중단을 선언한 지 이틀 만인 10일 아침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이 가자지구 남부의 이스라엘 정착촌에 30여발의 박격포탄과 로켓포탄을 퍼부어 이날 열릴 예정이었던 사에브 에라카트 팔레스타인 내각장관과 도브 와이스 이스라엘 총리 비서실장간의 실무회담이 이틀이상 연기됐다. 독립국 출범을 위해 2008년까지 이스라엘군을 가자지구에서 철수시키는 문제가 가장 민감한 내용이 될 것 같다.6일전쟁 이후 생긴 400만명의 팔레스타인 난민 귀환과 가자지구 및 요르단강 서안의 영토 반환을 이스라엘에 요구하고 약속을 받아내는 문제 역시 간단치 않다. 팔레스타인측은 이스라엘이 꾸준히 요구해온 하마스 등 무장단체의 제도권 수렴을 통해 이스라엘에 신뢰를 심어 주어야 한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클린턴, UN 쓰나미 특사로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1일(현지시간) 쓰나미 재건 특사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을 선택했다고 유엔 관계자들이 밝혔다. 프레드 에커드 대변인은 “유엔의 쓰나미 특사가 피해국인 인도네시아와 스리랑카 내부의 정치적 분란을 해결하는 데도 기여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1976년부터 인도네시아로부터의 독립을 추진중인 아체 지역 반군과 정부군간의 내분, 그리고 1983년 이후 계속된 타밀 반군과 스리랑카 정부군 사이의 내분을 중재하는 데 클린턴이 정치력을 발휘하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현재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과 함께 쓰나미 피해자들을 돕기 위한 미국내 민간모금 활동을 이끌고 있으며, 이와는 별도로 유엔아동기금(UNICEF)과 함께 쓰나미 피해 어린이 돕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한편 공화당의 원로인 제시 헬름스 전 상원의원은 지인들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클린턴 전 대통령을 아난의 뒤를 이어 유엔 사무총장에 당선시키기 위해 부인 힐러리 클린턴 뉴욕주 상원의원과 존 케리 매사추세츠주 상원의원 등이 뛰고 있다.”고 전하면서 “행동이 단정하지 못한 미국의 전직 대통령이 유엔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측은 이에 대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 dawn@seoul.co.kr
  • “아우슈비츠 교훈삼아 대량학살 막자”

    “아우슈비츠의 교훈에 제대로 귀기울였더라면 캄보디아나 보스니아, 르완다에서의 대량학살을 막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유엔이 홀로코스트 해방 60주년 기념일을 사흘 앞둔 24일, 생존자와 희생자 유족, 관련국 정상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특별총회를 열어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자행되고 있는 대량학살과 인권유린 행위를 강력히 규탄했다. 유엔이 홀로코스트를 기리기 위해 특별총회를 소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우슈비츠는 나치 독일이 1940년 4월 폴란드 정치범을 수용하기 위해 건설하기 시작한 수용소로, 이듬해부터 유대인 대량학살에 이용됐다.45년 1월 27일 옛 소련군에 의해 해방될 때까지 110만명의 유대인이 희생됐다.2차대전 중 전체 유대인 희생자는 600만명에 이른다. 코피 아난 사무총장은 개막연설에서 “끔찍스러운 일은 오늘날 수단의 다르푸르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라며 학살과 인권유린 행위를 규명하는 새 보고가 접수되는 대로 안전보장이사회가 즉시 행동에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아난 총장은 “유엔은 홀로코스트에 대한 직접적 반응으로 창설됐다.”며 “전후에 태어난 세대와 미래 세대들이 홀로코스트의 교훈을 모른 채 자라서는 결코 안된다.”고 강조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도 성명을 통해 “독일의 역사적 책임은 결코 상대화될 수 없다.”면서 “테러로부터 이스라엘 안보와 영토, 시민을 보호하는 것은 이젠 독일의 핵심 외교정책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요슈카 피셔 독일 외무장관은 총회에서 “나의 조국이 도덕적으로 혐오스러운 짓을 저지르고 온갖 문명을 파괴한 것은 야만적인 일이었다.”고 연설해 따듯한 갈채를 받았다. 친척 대부분이 아우슈비츠에서 희생된 폴 울포위츠 미 국방차관은 “세계인들이 깨달아야 할 일은 대량학살을 앞에 두고 눈을 감거나 게으르게 앉아 있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이 기사 작성에는 본사에서 연수 중인 대학생 명예기자 최호정(인하대 사회과학부 2년)씨가 참여했습니다.
  • 럼즈펠드 獨기피?

    |베를린 연합|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이 다음달 11∼13일 열리는 제41회 뮌헨 연례안보회의에 참석하지 않기로 최종 통보한 것은 자신이 전쟁범죄자로 기소될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21일 독일 언론들이 비꼬았다. 호르스트 텔취크 뮌헨 안보회의 조직위원장은 이날 뮌헨지역 일간지 ‘아벤트 차이퉁’과의 인터뷰에서, 럼즈펠드 장관이 국방부 서열 3위인 더글러스 페이스 정책담당 차관을 대신 참석시키겠다는 통보를 해왔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 인권단체 헌법권리센터(CCR)와 독일 변호사단체가 지난해 11월 럼즈펠드 장관 등에게 이라크의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와 쿠바 관타나모 미 해군기지 수용소의 포로 학대사건 책임을 묻는 형사 고발장을 독일 연방검찰에 제출했었다. 이들 단체가 독일에 고발장을 접수시킨 것은, 독일 형법이 전쟁 및 반인륜 범죄 등에 대해서는 범죄가 독일 밖에서 이뤄지고 행위자가 독일인이 아니라도 기소할 수 있도록 재판 관할권을 광범위하게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뮌헨 연례안보회의는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 러시아를 포함한 주요 국가의 국방 및 외무장관 등 각료 40명과 민간연구소 관계자, 안보전문가들이 다수 참여하는 민간 차원의 가장 권위있는 국제안보 협의기구이다. 텔취크 위원장은 “이란 문제 등 많은 민감한 현안이 있는데 럼즈펠드 장관이 불참하는 것에 많은 유럽측 참가자들이 실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사주간지 슈피겔 등 독일 언론은 럼즈펠드 장관이 설사 기소되지 않더라도 이 문제가 다시 논란거리로 부상되는 일을 원치 않은 때문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조지 부시 대통령이 이란 공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아 국제적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뮌헨회의에 참석하더라도 유럽측으로부터 공격만 받고 얻어낼 것이 없다고 판단했을 것으로도 분석했다.
  • 구호기금 현금지원 호소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과 국제구호단체들은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구호금을 약속하고 있는 가운데 향후 6개월 내에 긴급구호금으로 필요한 9억 7700만달러를 즉시 현금으로 지원해줄 것을 호소했다. 지금까지 전세계의 지원 약정 자금은 50억달러를 넘어섰지만 정작 구호현장에서 구호비용으로 전환해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아난 사무총장은 6일 자카르타에서 열린 쓰나미 피해 지원을 위한 긴급정상회의에서 “각국이 지원한 원조자금이 신속히 현금으로 지원되길 기대한다.”며 “이제는 외진 지역에도 구호작업이 진행돼야 하기 때문에 더 많은 구조 인력과 물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물밀 듯 쏟아져 들어오는 엄청난 구호기금을 놓고 유엔을 포함한 국제구호단체들이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구호 노력을 진두지휘하는 유엔은 또 남아도는 구호기금을 이번 쓰나미 피해지역이 아닌 다른 지역들을 돕는데 전용할 것인지 여부를 포함, 구호기금의 효율적인 사용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새 도전에 직면했다. 현재 국제사회가 약속한 구호금액 50억달러는 아난 총장이 밝힌 긴급구호금의 5배에 달하는 규모다. 이는 전체 이재민 500만명에게 1인당 연간 총소득보다도 많은 1000달러씩 나눠줄 수 있는 금액이다. 쓰고 남을 만큼 구호기금이 쌓임에 따라 구호단체 ‘국경없는 의사회’는 급기야 더이상의 구호금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의사회는 구호기금을 사절하기는 처음이라면서도 ‘특정지역을 위해 모금한 기금을 다른 지역을 위해 사용하지 못한다.’는 내부규정에 따라 어쩔 수 없다고 밝혔다. 의사회는 이미 5300만달러를 모금, 충분한 구호활동을 펼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엔을 비롯한 다른 구호단체들의 입장은 다르다. 이번 쓰나미 피해지역에 대한 지원금 쇄도는 특이한 현상이며 통상 필요한 구호자금의 7분의 1(14%) 정도 모금에 그칠 뿐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가능한 한 많은 모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들 역시 이번에 모금된 구호금으로 수단의 다르푸르 등 다른 지역을 돕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니다. 결국 유엔을 비롯한 국제구호단체들은 1회성에 그칠지 모를 국제사회의 구호 열기를 어떻게 지속시켜 나갈지와 모아진 구호금을 다른 지역으로 투입하는 것을 포함한 효율적 배분 방안 마련이라는 새 과제를 안게 됐다. 유세진기자 yujin@seoul.co.kr
  • “남아시아 SOC건설 지원 주력”

    정부는 남아시아의 지진·해일피해에 대한 지원과 관련, 의약품·생활 필수품 지원보다는 사회간접자본(SOC) 복구를 위한 건설 지원에 주력키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피해국 정부 관계자들이 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참가차 인도네시아를 방문한 한국 정부 관계자들에게 “실제로 피해국에 절실한 것은 의약품이 아니라 조속한 시설 복구”라며 건설 중장비의 지원을 요청한데 따른 것이다. 이해찬 총리는 이와 관련해 6일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과 면담을 하는 자리에서 “정부가 피해지역에 해군상륙함(LST)을 파견할 때 건설 중장비를 싣고 와 파괴된 SOC의 복구를 지원한 뒤 SOC 재건·복구를 위한 조사단을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이 총리는 아난 총장으로부터 “한국이 기술적 지원을 통해 재건·복구사업에 동참해 주길 원한다.”는 요청을 받고 이 같이 말했다고 이강진 총리 공보수석이 전했다. 한편 남아시아 대규모 지진해일의 복구와 구호활동을 돕기 위해 이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개막된 ‘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서 이해찬 국무총리 등 19개국 정상들과 유엔 등 4개 국제기구 대표들은 ▲유사사태의 재발방지를 위한 조기경보시스템 구축 ▲지진해일 피해 긴급구호 ▲피해지 재건·복구 등 13개항의 합의사항을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성명은 재건·복구 문제에 대해 “피해 당사국들의 외채상환 지불을 유예한 일부 국가들의 제안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진경호기자·자카르타 연합 jade@seoul.co.kr
  • [공연포커스]엄단비 바이올린 독주회

    [공연포커스]엄단비 바이올린 독주회

    한국 음악계를 짊어질 어린 연주자들을 발굴·소개하는 ‘금호아트홀 2005 라이징 스타 시리즈’가 올해 6회 일정으로 막오른다. 첫 무대는 8일 오후 3시 엄단비(15) 바이올린 독주회와 오후 8시 김선욱(17) 피아노 독주회. 커티스 음악원에 재학 중인 엄단비는 8세에 금호영재오디션을 통해 데뷔한 샛별 중의 샛별. 버몬트심포니와 협연, 인터내셔널 뮤직페스티벌 초청 카네기홀 연주, 시애틀뮤직페스티벌의 이머징 아티스트 콘서트 등 세계적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바이올린 영재다. 모차르트, 브람스, 프로코피예프의 소나타 등을 연주한다. 2004 에틀링겐 피아노 콩쿠르에서 1등을 거머쥐며 주목받는 김선욱은 서울시향, 울산시향 등 국내 주요 교향악단과 두루 협연하며 강한 터치와 빈틈없는 테크닉을 자랑해 왔다.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김대진 교수를 사사하고 있으며, 바흐 베토벤 쇼팽의 피아노곡들을 연주한다.(02)6303-1919.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印尼 ‘쓰나미고아’ 입양 금지

    쓰나미(지진해일) 참사 11일째인 5일 피해지역에서 구호·복구 활동이 본격화된 가운데 인도네시아 아체에선 쓰나미로 부모를 잃은 어린이의 입양 금지령이 내려졌다. 유럽연합(EU) 25개 회원국들은 쓰나미 희생자들에 대한 공식 애도의 날인 5일 전역에서 대대적인 희생자 추도행사를 가졌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인신매매 등을 우려해 쓰나미로 부모를 잃고 혼자 남은 아체 어린이들의 입양을 당분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바크티아르 참시아 사회부장관은 “입양 금지 조치는 정부와 아체의 사회단체들이 쓰나미로 고아가 되거나 가족과 떨어져 살게 된 3만 5000여명의 어린이들을 보살피기로 합의한 데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고 자카르타 포스트가 5일 보도했다. ●유럽 대륙은 5일 일제히 모든 관공서에 조기를 게양하고 정오에 3분간 묵념을 실시했다. 프랑스의 텔레비전들은 이 시간에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쓰나미가 휩쓸고 지나간 남아시아 지역의 처참한 모습과 구호의 손길을 기다리는 어린이들, 지역민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가운데 간간이 엘리제궁, 파리 시내 앙드레시트로앵 중학교 등을 연결해 각계각층의 애도 분위기를 전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과 이해찬 한국 국무총리 등 세계 26개 국가 및 국제기구 대표들이 6일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쓰나미 구호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5일 속속 입국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참사 이후 피해복구 지원대책과 유사한 대규모 참사의 재발 방지를 위한 조기경보시스템 구축 방안 등이 집중 논의된다. ●태국 보건부는 쓰나미 사망자 가운데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이들의 유전자(DNA) 검사를 한 달 안에 끝낼 것이라고 밝혔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수파차이 쿤나라타나프루억 보건부 사무차관은 태국의 14개 법의학 실험실에서 검사할 수 있는 DNA 샘플 분량이 700개쯤 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신원 미확인 시신의 DNA 검사를 지원하겠다는 국제사회의 제의에 대해선 “독자적으로 검사할 충분한 인력 등을 갖추고 있다.”며 거부의사를 밝혔다. ●스웨덴 국왕 칼 구스타프 16세가 조만간 태국을 방문해 태국 국왕과 국민에게 스웨덴 관광객들을 재난에서 구조해준 데 대해 고마움을 표시할 것이라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스웨덴은 태국 등지에 관광온 자국민 52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되고 1900명 이상이 실종된 것으로 파악돼 이번 쓰나미 참사로 막대한 인명피해를 입었다.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에 50만명의 이재민을 수용할 수 있는 난민촌이 설치될 것이라고 유엔 관리가 5일 말했다. 아체에서 유엔 구호작업을 지휘하고 있는 마이클 엘름퀴스트는 현재 설치된 난민촌의 시설도 국제 기준에 맞게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엘름퀴스트는 정부가 반다 아체 주변에 네 개의 난민촌 공사를 시작했으며 필요하다면 유엔은 최대 50만명분의 텐트와 장비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그로테스크 멜랑콜리, 상실에 대응하는 한 가지 방식(천운영의 소설세계)/차미령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그로테스크 멜랑콜리, 상실에 대응하는 한 가지 방식(천운영의 소설세계)/차미령

    진실이 나를 절망으로 밀어 넣으려 한다면 나는 단호히 거부할 것이다. ―천운영,‘포옹’ 천운영 소설에 대한 보다 정확히 말해,‘바늘’이 출간되고 난 후 이 작가의 첫 소설집을 중심으로 한 지금까지의 논의는 ‘엽기성’,‘동물성’,‘야생성’,‘야수성’,‘육식성’,‘파괴성’,‘공격성’,‘관능성’ 등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다. 천운영 소설에 이르러 우리 문학은 “가부장적 질서를 난도질하는 육체적 질감을 지닌 현장(김양선,‘기이하고 낯선 가족과 여성이야기’)”을 갖게 되었다는 식의, 지난 연대의 여성 소설과 천운영 소설을 구획짓고자 하는 시도가 여러 평문에서 발견되는 것은 그러므로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다. 불감증, 거식증, 불임, 도벽 등과 같은 히스테리적 징후로서만 즉, 부정으로서만 여성 소설의 위반성을 거론할 수 있었던 지난 연대와는 달리,“맹수의 이미지를 띤 여성인물들(황종연,‘탈승화의 리얼리즘’)”은 유례없이 “전복적이고 파괴적인(황도경,‘환상 속으로 탈주하라’)”힘을 독자들에게 보여주었던 것이다. 이 작가의 차기작에 대한 관심이 “신선한 살과 피를 원하는 이 짐승의 다음 먹잇감은 무엇이 될 것인가(남진우,‘늑대의 후예’)”쯤으로 표현되는 것이 지금은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이다. “육체적 질감”,“신선한 살과 피” 등의 앞서 인용한 비평적 수사에서 은연 중 드러나듯, 천운영 소설이 보여 주는 이러한 특징은 무엇보다 그 생생한 현장감에 힘입은 바 크다. 그러나 이제는 잘 알려진 ‘발로 쓰는’ 이 작가의 스타일이나 그로 인한 생동감 넘치는 디테일의 창출에도 불구하고, 천운영이 정작 공들여 반복해서 말하고 있는 것은 그가 취재한 세계, 바로 그 곳으로부터 도출되지는 않는다. 아무리 직접 회를 뜨고, 야나기상의 문신을 보고, 소머리 가르는 접칼을 쥐어도, 작가의 시선은, 장어를 다루는 횟집 주방장의 손놀림에서 텅 빈 수족관 앞에 망연히 앉아 있는 그의 ‘아내’에게로, 남자의 육체에 수놓아진 화려한 거미 문신에서 문신사의 자살한 ‘어머니’에게로, 뼈와 살이 갈려진 소머리에서 우시장 노동자의 ‘할머니’와 ‘연인’에게로 이동한다. 한 세밀한 묘사가 담고 있는 내용이 작품의 전체적인 의미를 좌우하는 데까지 미치지는 못한다는 어쩌면 당연한 사실 앞에서, 우리의 포커스 또한 이동할 때가 된 듯하다. 예컨대, 다음과 같은 질문들;천운영 소설의 세밀한 묘사와 이에 기반한 그로테스크한 이미지에 가려 미처 드러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저토록 야수적이고 공격적이며 파괴적인 인물들 내면에는 과연 무엇이 자리하고 있는가? 작가의 두 번째 창작집 ‘명랑’이 출간된 지금, 우리가 시도해야 할 작업은 엽기성과 파괴성의 이면 혹은, 공격성과 야수성의 연원을 추적해 들어가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먼저 그 그로테스크함으로 인해 앞서 언급한 비평적 키워드들의 시발점의 하나가 되었던 천운영 소설 인물들의 ‘몸’으로부터 출발해 보자.“감각적이고 물질적인 신체를 보여(심진경,‘아름다움과 추함을 가로지르는 섹슈얼리티의 모험과 위반’)”주면서 “몸의 해부학적 묘사라 할 만큼 유난히 신체에 대한 묘사에 집착(황도경, 앞의글)”한다고 평가받는 이 작가의 소설에서, 몸, 그것으로부터 다시 시작해 보는 것이다. 그러나 이 글에서 주목하는 몸의 일부는 얼굴이 아니다. 바로 ‘등’이다. 우리 중 누군가 자신의 ‘등’의 진짜 모습을 본 사람이 있을까. 등은 인간의 육체를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지만 사람들은 대개 죽을 때까지 자신의 등의 실제 모습을 모르고 산다. 심지어 거울 앞에서도. 그 실재를 파악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것은 무의식의 세계를 은유하고 있으며, 나조차 알지 못하는 이면을 타자는 볼 수 있다는 인식은 불안과 공포의 근원으로 자리한다. 만약 자신의 등이 “굽은 등”이고, 자신이 “곱사등이”이라면, 그 불안과 공포는 피할 수 없는 것이 된다.‘포옹’의 ‘나(인경)’는 “평면만을 보여주는 거울의 기만성(1:213, 이하 괄호안의 표기는 수록소설집:페이지수)”을 충분히 알고 있다.“그렇게 화장을 하고 차려 입으니 너무 예쁘구나(1:213)”라는 거울 속 어머니의 말은 그러므로 거짓이라는 것도. 일찍이 멜라니 클라인이 말한 대로 거울의 드라마가 막을 내릴 때 더 이상 엄마의 일부분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는 아이의 고통은 원초적인 것에 육박하지만, 거울이 제공하는 이 기만적인 나르시시즘은 자기정체성을 구성해 내고, 거울을 통과한 후에야 아이는 자신을 3인칭으로 말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굽은 등을 보기를 두려워하는 인경은 여전히 엄마의 일부일 때에만 완전하다고 느낀다. 그녀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진실이 아님을 알고 있으면서도 아니, 그것이 진실이 아니기 때문에 여전히 “엄마 품에 안겨 거울 속 나를 바라보(1:213)”며, 자신의 뒷모습이 “백지”로 남기를 바란다. 진실이 절망을 가져다준다면 그 진실을 단호히 거부하는 것, 그것은 자신이 불완전하다고 믿는 그녀가 불우한 삶을 견뎌 내는 일종의 방법론이다. ‘포옹’에서 인경의 등은, 어머니를 제외한 그 누구도 손대기를 꺼려한다는 점에서는 나조차 어찌할 수조차 없는 내 안의 괴물―‘바늘’에서 곱추를 연상시키는 ‘나’의 등이나,‘숨’에서 육식동물을 연상시키는 할머니의 단단한 등뼈를 보라―이지만, 거꾸로 누군가의 손길을 간절히 요구한다는 점에서 소통을 불러오는 몸의 유일한 창구가 된다.“어느 누구도 자신의 등을 쓰다듬을 수는 없는 법이며, 타인만이 그 등을 쓰다듬고 보듬어 줄 수 있”(‘등뼈’)다는 소설 속의 한 전언은 천운영 소설에서 타인과의 소통이란 것은 곧 위무의 다른 말이라는 사실을 암시한다. 자신은 볼 수조차 없지만 타자는 볼 수 있으며, 자신은 안아주고 보듬어 줄 수 없지만 타자는 안아주고 보듬어 줄 수 있기 때문에,“아내의 굽은 등”“할멈의 굽은 등”(‘행복 고물상’)에서 번져 나오는 고독감은 남편과 이웃에게 연민을 불러일으키고, 지친 이를 위로하는 가장 좋은 방편은 “등을 쓰다듬어 주는” 것(‘멍게 뒷맛’)이며, 위로받는 가장 좋은 방법 또한 “등을 내맡기는”(‘아버지의 엉덩이’) 것이다. 천운영 소설에서는 환상 속에 잠깐 이루어진 만남 또한 “등을 만졌던 것 만 같다”(‘월경’)라고 표현된다. 이런 식이라면 타인에 대한 분노나 타인으로부터의 외면은 등을 돌리거나, 등을 치는 것으로 그려질 성싶다. 마치 아버지를 경멸하는 아들이 제 아버지의 “등을 쏘아 보”고, 그 아버지의 “등짝을 후려”치고 싶어 하는 것(‘아버지의 엉덩이’)처럼, 친구들이 대항할 힘도 없는 ‘나’를 “등을 밀쳐 땅바닥에 넘어뜨리”던 것(‘세번째 유방’)처럼, 살인 장면의 마지막 기억이 “남자가 정말 당신 등을 밀었다”(‘멍게 뒷맛’)로 남게 되는 것처럼. 그러나 무엇보다 천운영 소설에서 등은 대부분 대상­타자를 상실할지도 모른다는 작중인물의 불안을 담고 있다. 등을 돌린 사람 혹은, 돌아선 사람의 등에 대한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사례들;“등을 돌리고 누워”있는 남편 뒤에서 그의 아내는 “침묵하는 당신(남편)의 등”을 바라보며 그 “등이 언제든지 떠날 준비가 되어 있다”고,“왜소한 그 등을 보이고 당신은 영영 돌아오지 않을 것만 같다”(‘당신의 바다’)며 견딜 수 없어 한다. 연인들의 연애의 끝은 또 어떠한가. 꿈 속에서 골목을 헤매던 여자는 길 모퉁이에서 “남자가 등을 보이고 서 있”는 것을 발견하고 다가가지만 모퉁이를 돌면 새로운 모퉁이만 계속해서 나타날 뿐이고(‘모퉁이’), 연인에게 입 맞추던 여인은 “등을 보이고 돌아”선 후 그로부터 “점점 멀어진”다(‘세번째 유방’). 이렇듯 도저한 상실감이 등의 이미지를 빌려 가장 성공적으로 형상화된 소설은 그 표제가 아예 ‘등뼈’이다. “여자가 떠났다”라는 간결한 문장으로 시작되는 ‘등뼈’는 자신에게 맹목적으로 집착하던 여성이 떠난 이후 전개되는 남성의 황폐한 내면풍경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아무런 징후나 예고도 없이 순식간에(1:138)”라는 구절에서 강조되고 있듯이, 여자의 실종은 너무나 갑작스러운 것이어서 남자에게 그것은 “떠난 것이 아니라 증발한 것(1:143)”에 가까우며, 남자는 당연히 여자의 그러한 증발에 대비할 수 있는 아무런 준비도 해 놓지 못한 채이다. 그러나 “그때 왜 여자의 등을 쓰다듬어주지 못했을까(1:148)”라는 소설 속의 한 구절을 제외한다면 남자가 여자의 사라짐을 안타까워하는 모습은 쉽사리 발견되지 않는다. 대신 남자는 특이하게도 “여자가 떠난 뒤 살 속에 숨은 뼈에 집착하기 시작(1:150)”한다. 주위 사물들에서 뼈를 연상해 내고(1), 원인을 알 수 없는 요추디스크로 고통받다가(2), 급기야 뼈를 찍은 엑스레이 필름을 닥치는 대로 모으며(3), 결국 아무런 식욕조차 느끼지 못하게 되어 그의 몸엔 뼈만 두드러지게 된다(4). 여자가 떠난 후 이 남자가 보여주는 모든 증상((1)∼(4))은 그러니까 ‘뼈’에 대한 집착으로 수렴된다. 그런데 왜 하필 ‘뼈’일까? 등에 통증이 느껴졌다. 손을 돌려 등을 만졌다. 손끝에 등뼈 마디마디가 분명히 잡혔다. 남자는 욕조에서 기어 나와 거울 앞에 섰다. 거울에 서린 김을 걷어내자 남자의 퀭한 얼굴이 보였다. 광대뼈가 툭 튀어 나오고 눈이 쑥 들어간 낯선 사람이 거울 속에 들어 있었다. 남자는 가까스로 몸을 움직여 거울에 등을 비추어보았다. 등골이 패고 뼈가 튀어나온 등이 어렴풋이 보였다. 여자가 그 등뼈에 숨어 남자의 등을 하염없이 쓰다듬고 있었다.(1:158) ‘뼈’에 대한 남자의 집착은 그의 일상을 와해시키고 결국 그 자신을 말 그대로 뼈만 남게 만들어 버리는데, 사라진 여자가 등뼈는 말할 것도 없고 광대뼈, 턱뼈, 어깨뼈, 복사뼈까지 유난히 뼈가 도드라졌으며 식성도 특이해서 생선뼈, 닭갈비뼈, 조개껍데기와 같이 뼈에 붙은 살들만을 골라 먹었다는 사실로 미루어 볼 때, 이러한 남자의 집착은 그녀에 대한 남자의 무의식적 동일시 즉, 사라진 대상을 불완전하게나마 보유하고자 하는 멜랑콜리적 동일시가 빚어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사랑하는 대상이 사라지면 누구나 그 대상에 대한 집착을 어느 정도 유지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일정한 시간이 흐르면 현실적인 요구와 함께 대상에 투자되었던 리비도는 다시 회수된다(프로이트,‘애도와 우울’). 이것이 상실된 대상에 대한 상식적인 ‘애도’의 과정이다. 그러나 상실된 대상에 대한 리비도가 너무나 강해서 현실에서 상실된 대상을 대체할 만한 다른 대상을 찾지 못할 때, 주체는 상실된 대상을 내면화(internalization) 혹은 합체(내적 동일화,incorporation)함으로써 계속 보유하고자 한다(J 버틀러,‘멜랑콜리적 젠더/거부된 동일시’). 결코 재현될 수 없는 상실된 대상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살아 있는 현재로 끊임없이 소환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남자가 가까스로 거울에 비춰본 자신의 등에서 “여자가 그 등뼈에 숨어 남자의 등을 하염없이 쓰다듬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는 환상으로 처리되는 소설의 마지막 장면은 이러한 맥락에서 음미해 볼 만하다.“뼈가 튀어나온 등”은 현재의 환상 속에서 과거의 상실된 대상과 남자가 조우하는 장소로 공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천운영 소설의 인물들은 이처럼 상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측면에서, 그리고 그 저항이 지극히 위장된 형태로 드러난다는 점에서 멜랑콜리적 주체의 성격을 상당 부분 공유하고 있다. 상실로 인한 슬픔이 애도로 승화되지 못한 원인은 무엇보다 이들이 도저한 상실감의 원인이 된 대상에 대해 ‘의식적으로는’ 알지 못한다는 데 있다. 그리하여 환상 속에서조차 대상과의 만남이 허락되지 않을 때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는 “난폭한 짐승(2:119)”이 출몰하게 된다. 이 “난폭한 짐승” 혹은,“광포한 짐승” 혹은,“제 속에 든 짐승”은 인물들 특히, 여성인물들을 숨이 차도록 달리게 만들기도 하고, 그녀들에게 무서운 식욕을 부추기기도 한다. 다음을 보라:애도할 만한 죽음이 나타나면 여자 속에 숨은 짐승도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무언가 슬픈 일이 일어나기를, 짐승을 다스릴 만한 제물이 나타나기를 여자는 빌었다(‘모퉁이’, 강조 인용자).“애도할 만한 죽음”이 여자 속 숨은 짐승을 사라지게 하고,“무언가 슬픈 일”이 그 짐승을 다스릴 것이라는 저 여자의 내면이 가리키는 것은, 자신의 상실감의 원인이 되는 대상이 앞에 있다면 그 상실을 치유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막막한 기대이다. 통제 불가능한 내면은 분명 무언가의 상실로부터 비롯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상실된 대상은 이미 존재하지 않는다, 상실된 대상이 눈 앞에 있어 이를 애도할 수 있다면 자신도 어찌할 수 없는 내면을 잠재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기억-내용은 이미 소실되었으되 기억-감정이 남아 있어 유사한 심리적 기제가 주어지면 어김없이 리비도가 투자된다. 그러나 그 대상이 상실된 바로 그 대상은 아니기에 상실의 흔적은 그녀들에게 애도해야 할 무언가를 끊임없이 요구한다. 애초에 존재하지조차 않았던 남자의 유골을 뿌리러 제주도로 향하는 여자(‘포옹’)가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 또한 바로 그것이다. 천운영의 소설들에서 누군가의 죽음 혹은 (갑작스러운) 사라짐은 서사를 이끌어 가는 가장 기본적인 모티프이다. 이 작가의 어느 작품을 들춰 보아도 이 점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명랑’‘아버지의 엉덩이’‘세번째 유방’에서는 할머니가,‘바늘’‘명랑’‘월경’‘당신의 바다’에서는 아버지가,‘바늘’‘멍게 뒷맛’‘월경’‘아버지의 엉덩이’에서는 어머니가,‘숨’‘그림자 상자’에서는 양친부모 모두가,‘등뼈’‘멍게 뒷맛’에서는 여자가,‘모퉁이’에서는 연인이,‘당신의 바다’에서는 남편이 죽거나, 실종되거나, 아무런 예고 없이 주인공 곁을 떠난다. 이러한 상실이 대개 가장 기본적인 삶의 단위인 가족 관계에서부터 발생한다는 것은 이렇게 열거한 목록에서도 금방 포착되는데, 그 중에서도 두드러지는 것은 아버지와 어머니(할머니)의 빈자리이다. 천운영 소설이 가족관계 안에서의 갈등을 그 기본 축으로 하면서도 ‘모퉁이’‘그림자 상자’‘세번째 유방’을 제외하면 형제나 자매를 전혀 찾아 볼 수 없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 소설들에서마저도 언니, 오빠, 동생은 화자를, 부모 특히 어머니 곁에 가까이 할 수 없게 만드는 경쟁자로서만 그 의미를 지닌다. 천운영 소설 속 주인공들의 어머니에 대한 집착 혹은 애증은 그 유례를 찾아 보기 힘들 정도로 강렬하다. 최근 한 평론에서는 천운영 소설의 두드러진 특징 중의 하나로 ‘부재하는 아버지’가 거론되었거니와(남진우, 앞의 글), 이 논자의 지적대로 무능하고 비루한 아버지의 초상은 이 시대 거세된 남성성의 표상이라 할 만하다. 물론 아버지가 부재한다는 사실 그 자체로는 그리 특별할 것이 없는지도 모른다.‘부재하는 아버지’는 실로 오랫동안 우리 소설의 한 테마였고,‘아비-부재’,‘아비-찾기’,‘아비-되기’,‘아비-부정’의 기나긴 순환 속에서 우리 소설의 주인공들은 그 정체성의 근거를 상실할지도 모른다는 존재론적 불안과 함께 지금껏 성장해 왔다고 해도 그리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천운영 소설에서 아버지의 죽음, 그 부재의 효과는 말 그대로 그저 ‘없음’에 불과한 경우가 대부분이라 특징적이다. 아버지의 위치가 지극히 주변화되어 있음에도, 이 작가의 소설에 등장하는 아들들에게서는 그에 대한 어떠한 연민도, 이를 복권하려는 의지도, 스스로 가부장으로 전신하고자 하는 충동도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천운영 소설에서 강력한 입법자로서의 아버지란 ‘세번째 유방’의 아버지를 빼고는 찾아보기 힘들며, 심지어 ‘아버지―법’은 “어머니를 닮은 부라보콘”에게까지 자리를 내준다(‘눈보라콘’);“오직 부라보콘만이 내 운명에 관여할 수 있는 존재(1:90)”다.‘∼하지 말라’가 사라진 자리에서, 가위를 든 “이발사” 아버지가 사라진 바로 그 자리에서,‘나’는 어머니를 마음껏 향유하고자 한다.‘눈보라콘’에서 부재하는 아버지는 그러므로 이후 도래할 어머니의 빈자리를 보다 선명하게 부각시키기 위한 하나의 장치에 그치게 된다. 또 다른 남성 주인공이 등장하는 ‘아버지의 엉덩이’에서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아버지는 느낄 수 없을 만큼 고개를 돌렸다가 다시 텔레비전을 본다. 나는 신경질적으로 상을 내려놓고 아버지의 등을 쏘아 본다. 텔레비전 화면에는 쇼핑호스트가 플라스틱 밀폐용기를 소개하고 있다. 앞치마를 두른 쇼핑 호스트는 크기가 각기 다른 밀폐용기를 쌓아놓고 얼마나 저렴한지에 대해 과장되게 말하며 전화주문을 유도한다.(……) 아버지는 냉장고에 뭐가 들었는지 관심도 없으면서 조금씩 내려가는 숫자판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2:172) 위 장면의 등장인물의 성(性)을 여성으로 치환시켜 놓으면 즉, 아버지와 아들의 식사장면이 아니라 어머니와 딸의 그것으로 바꾸어 놓으면, 우리 눈 앞에 매우 익숙한 광경이 펼쳐진다. 늙은 어머니가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 딸이 “상”을 차려 들어간다, 어머니의 모습에 “신경질”이 난 딸은 그녀를 “쏘아 본다”, 텔레비전에서는 “플라스틱 밀폐용기”를 선전하는 “홈쇼핑” 프로그램이 한창이다, 어머니는 숫자판에 넋을 놓고 있다. 그러나 이 장면의 주인공은 분명 아버지와 아들이다. 홈쇼핑 중독자인 아버지의 “게걸스런 주문과 반품”이 “외출”로 이어지는 이 소설은 우리가 익히 보아왔던 히스테리 여주인공이 등장하는 소설 혹은 홈드라마의 역전된 판본이라 할 만한다. 그러나 이 장면을 언급한 것은 이 시대의 ‘아버지 부재’를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다. 아버지는 그렇게 존재한다. 아버지의 ‘엉덩이’라는 발칙한 상상력이 말해 주듯이 다만,‘어머니 부재’로 세계의 중심을 잃어버린 한 “엄마”의 아들로서만, 아버지는 그렇게 존재할 뿐이다. 이 소설의 아버지와 아들, 두 남성 주인공을 움직이는 숨은 작인은 아버지가 아니라 부재하는 어머니이다. 자신의 어머니 묘소 앞에서 “이제 막 탯줄을 끊고 세상에 나온 갓난아이처럼 우는(2:166)” 아버지는 물론이고, 태어나자마자 잃어버린 “따뜻한 자궁(2:167)”을 그리워하는 아들 역시 포도나무 가지에서조차 “침묵하며 나를 바라보는 할머니(2:182)”를 발견한다. 이들 부자(父子)에게 ‘부재하는 어머니(할머니)’는 모성적 초자아(maternal superego)의 형상으로 그녀의 아들들을 조종한다. 남성인물을 움직이는 모성적 초자아의 형상은 ‘숨’에서는 ‘차가운 자궁’의 이미지를 빌려 섬뜩하게 변주된다. 할머니를 설득하는 마지막 방편인 송치를 구하기 위해 주인공 ‘나’가 불법적인 물먹이기를 감행하다가 경찰에 발각되어 도망치는 대목에서, 단속반의 추격을 피해 숨어든 장소가 높이 2미터, 영하 20도의 “거대한 냉장창고”라는 점을 쉽게 지나쳐서는 안 된다. 그 추격의 장면이 마치 사냥의 한 대목처럼 그려지고 있다는 점―할머니가 “육식동물”이라는 점을 상기하자―, 이 발각으로 인해 할머니의 의사를 거스른 미연과의 결혼이 틀어질 위기에 처한다는 점, 그 안에서 ‘나’는 입을 틀어막은 채 “숨을 죽여(1:55)”야 한다는 점 등은 이 냉동고가 ‘나’에게는 공포 그 자체일 수밖에 없는 ‘얼어붙은 자궁’이 물질화된 것임을 암시한다.‘숨’에서 아들을 숨죽이게 만드는 냉동고가 이처럼 은유적 차원에서 자궁의 부정적 이면을 함축하고 있다면,‘행복고물상’에서 그것은 “유산된지도 모르고 보름 동안이나 자궁 속에 죽은 아이를 넣고 다녔던(1:162)” 아내를 빌려 실체화되고 있기도 하다. 자궁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나 자궁을 연상케 하는 이미지는 천운영의 소설들에서는 빈번하게 출물하면서 작품의 기저음의 일부를 이루고 있다. “당신을 둘러싼 바다 밑바닥 같은 어둠”(‘당신의 바다’)과 같은 표현에서 볼 수 있듯이, 천운영 소설에서 어둠, 바다는 의미론적인 층위에서 긴밀한 연관관계 속에 놓이는 경우가 흔하며,“깊은 어둠(1:195)”,“어두운 바닷 속으로 깊숙이(1:139)”,“바다 깊숙한 곳(1:156)”,“물 속 깊숙이(1:158)”,“깊은 바다로 침잠(1:136)” 에서와 같이 곧잘 하강 혹은 침잠의 이미지와 함께 나타나는데, 이 모든 것이 궁극적으로 가리키는 최종지점에 어머니―모체―자궁이 자리한다.“탄생 이전의 따뜻한 양수 속으로 돌아가고 있는” 할머니(‘명랑’)나,“태아처럼 몸을 구부리”고 “어머니의 자궁처럼 포근해진 어둠”을 즐기는 아이(‘유령의 집’)는 천운영 소설의 주인공들에서 발견되는 모체―자궁으로의 회귀욕을 보다 직설적으로 드러낸다. 천운영 소설에 등장하는 위와 같은 사례들에서 다음과 같은 해석들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무력한 아버지를 대체하는 어머니에게서 아버지-법에 내포된 헤게모니의 일시적인 전복을 읽어낼 수도 있고, 성적 관계의 절대적 방해자로 나타나는 할머니로부터의 탈출을 꿈꾸는 손자의 서사를 아버지―질서의 외부를 꿈꾸는 딸의 서사의 역전된 판본으로 체감할 수도 있으며, 빈번히 등장하는 자궁 회귀욕으로부터 주체―대상의 이분법에 이전하는 원초적 충동으로서의 모체 회귀욕을 지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위 소설들에서는 그것이 의존성이건, 억압이건, 회귀이건 간에 어머니의 부재가 스토리―시간 내에서 발생하는 경우는 드물며,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죽음(‘아버지의 엉덩이’)이나 재혼(‘눈보라콘’)을 매개로 하여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 자체로 버려짐이나 내쳐짐의 쓰라린 감각을 동반하지는 않는다. 대상―타자의 상실을 ‘버려짐’으로써 격렬하게 경험하는 인물들은 무엇보다 ‘바늘’‘멍게 뒷맛’‘월경’‘모퉁이’에 등장하는 여성인물들이다. 울음보가 터졌다. 엄마의 뒷모습을 보는 순간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다락 계단을 기어오르면서부터 나는 이미 울고 있었다. 코피가 나올 것처럼 콧잔등이 매큼해지고 입술은 움찔움찔 울음을 품었다. 엄마는 내 울음소리에도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엄마는 뒤도 안 돌아보고 걸었다. 내 울음이 엄마를 돌려세울 수 없다는 것은 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울음을 그칠 수는 없었다.(2:100) ‘모퉁이’는 주인공 ‘나’가 ‘엄마’와 헤어지는 인상적인 장면으로부터 시작한다. 이 장면에서 엄마를 잃어 비통한 한 소녀의 심사는,14줄에 걸쳐 집요하게 서술된다. 마치 그것을 영원한 이별이라 예감하는 듯이 소녀는 줄기차게 울어댄다. 그러나 소녀가 그토록 떠날까봐 전전긍긍하는 엄마는 단지 아빠의 공장에 밥을 가져다주러 나선 길일 뿐이다. 매일 반복되었을 이 일상적인 엄마의 떠남 앞에서 소녀는 한참동안 울음을 멈추지 않는다. 심지어 엄마를 자신으로부터 떼어놓는다고 생각되는 존재는 “뱃속의 아이”라도 저주하는 소녀,“엄마가 없으면 당장이라도 죽을 것처럼 악을 쓰고 울었(2:112)”던 그 소녀,“우는 것만이”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2:105)”이었던 바로 그 소녀는, 성인이 되어서도 “남자”에게는 여전히 “울음소리”로 존재한다.‘멍게 뒷맛’,‘바늘’에서 역시, 어머니와의 이별은 언제나 이미 되돌릴 수 없는 것이며, 성장한 그녀들이 겪는 모든 상실의 밑그림이 된다. 엄마들은 결국 떠난다. 엄마가 떠난 길목을 바라보며 꼼짝도 못하고 있던 그날을 기억하는 ‘나’(‘바늘’)나, 좋은 옷을 차려 입고 기차에 올랐을 때부터 이미 엄마에게 “버려질 것”을 짐작하고 있었던 ‘당신’(‘멍게 뒷맛’)은, 그런 점에서는 모두 닮은 존재들이다. 이 세 작품에 비해 어머니의 비중이 미미하게 그려진 ‘월경’에서조차, 주인공 ‘나’는 어머니의 화사한 보석함에, 손톱 자른 것, 빠진 머리카락, 상처에서 떼어낸 딱정이와 같이 제 몸에서 떨어져 나온 것들을 모아둠으로써, 뿌리깊은 분리 불안을 드러낸다. 이 소설들에 등장하는 여성 주인공들은 어린시절, 주로 어머니로 대표되는 대상-타자에게 강렬한 애착을 가지고 있었으되, 필연적으로 그 애착이 거부(혹은 금지)됨을 경험한다. 가령,‘모퉁이’에서 그것은 금지의 양상(“엄마의 가슴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엄마는 젖무덤을 헤치는 내 손을 단호하게 뿌리쳤다. 나는 엄마의 매정한 손이 야속했다. 엄마는 내게 동생이 생길 거라고 했다. 동생이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나는 되우 맞은 사람처럼 휘청거렸다(2:109)”)으로,‘바늘’에서 그것은 거부의 양상(“엄마가 내민 보자기에는 꽤 많은 돈뭉치가 들어 있었다. 그리고 엄마는 스님의 옷을 들고 집을 나섰다.‘나는 그곳으로 가야겠다.’ 엄마가 마지막으로 내게 남긴 말이었다.(1:24)”)으로 전면화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금지/거부에도 불구하고 그녀들의 욕망은 부인된 형태로 여전히 잔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할머니를 갑작스러운 사고로 잃은 뒤 그녀의 뼛가루를 생전의 할머니가 명랑가루 먹듯 맛보는 손녀가 “내 내부에는 언제나 나를 바라보며 침묵하는 그녀가 있다(2:37)”고 고백하는 것(‘명랑’)처럼, 상실이 일어났을 때 상실을 부인하고 상실된 대상의 속성을 취하여 이를 내면화하는 것이 천운영 소설에 등장하는 멜랑콜리적 주체의 생존전략이라고 한다면,‘바늘’과 ‘월경’의 ‘나’는 바로 그 길을 간다. ‘바늘’과 ‘월경’은 각각 그로테스크한 인물 묘사와 도착적인 섹슈얼리티로 인해 발표된 직후부터 유독 많은 평자들의 주목을 받아 온 작품들이다. 이 글의 관점에서 역시, 두 작품은 매우 흥미롭게 읽힌다. 이 글을 마무리하는 지점에서 두 소설을 집중적으로 되짚어 보고자 하는 이유는 다음의 몇 가지 단서들로부터 비롯한 것이다. 먼저 두 소설 모두 여성 화자들이 이미 유년기를 통과한 이후임에도 여전히 아동인 것처럼 그려지고 있으며 또한 공히 인물이 비성적인 단계―통상적인 의미로―에서 성적인 단계로 이행하는 순간을 문제 삼고 있다는 점, 인물들은 각각 어머니(‘바늘’) 혹은 아버지(‘월경’)와의 이별을 하나의 트라우마로 간직하고 있으며 이와는 대조적으로 반대성(性)의 부모는 거의 무시되고 있다는 점 등이 그 단서들로, 이로부터 우리는 천운영 소설에 나타나는 도저한 공격성(/도착성)의, 이면(/연원)을 다시금 집약적으로 확인해 볼 수 있을 듯하다. 왜냐하면 ‘바늘’과 ‘월경’에서는 여성 주인공들이 어린 시절 겪어야 했던 한 쪽 부모의 상실이 그녀들의 자아정체성의 형성에 결정적인 기제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의 데뷔작이자 출세작인 ‘바늘’에서는 그로테스크한 삽화가 여러 번 반복해서 등장하는데, 그 중에서도 다음의 세 장면은 특히 문제적이다;(1)먼저, 죽어가는 새끼고양이. 간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절에서 살던 시절 ‘나’는 “어미고양이의 날카로운 울부짖음(1:20)”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단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새끼고양이를 변기통에 버리고는 그 변기통 속으로 고양이가 자취를 감추는 모습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2)다음으로, 전쟁기념관에서의 상상. 전쟁기념관에서 ‘나’는 전시된 무기들을 하나씩 꺼내 스님을 공격하는 불온한 상상을 해보지만 스님의 심장이 관통당하고 내장이 갈가리 찢기고 발에서 피가 솟구쳐도, 그녀는 결코 만족하지 못한다.“좀더 강인하면서 잔인한”“엄마가 할 수 있는 그런 방법(1:21)”이 아니었기 때문에.(3)마지막으로, 어머니의 자살 소식 직후 행해지는 육식. 형사로부터 어머니의 자살 소식을 전해 들은 ‘나’는 의연히 수화기를 내려놓고 고기 한 점을 집어 먹으며, 바위에 찢긴 엄마의 모습을 떠올려 보지만 ‘나’의 머릿속엔 “여자의 하얀 알몸만 떠오를(1:31)” 뿐이다;상식적인 수준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행위들이 무대화되고 있는 이 세 장면을 이해하기 위하여, 그러니까 ‘나’의 공격적인 행위의 메커니즘을 해명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 보자. 첫 번째 장면에 대한 질문 하나. 어미고양이에게서 떨어져 나와 변기통 속으로 빠져 들어간 새끼고양이는 마찬가지로 버려진 ‘새끼’인 ‘나’의 분신과 다름 없을 터. 그렇다면 이 장면은 ‘나’에게 지극한 고통을 유발했을 것임에도 왜 ‘나’는 이를 스스로 자행하며 게다가 “오랫동안” 지켜 볼 수 있었던 것일까? 마조히스틱한 쾌감 때문에? 그러나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 상실이 곧 결핍을 부른다는 오래된 통념은, 천운영 소설의 인물들 앞에서 수정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자아가 포기된 대상의 심리적 저장고이며 상실된 대상은 구성적 동일시의 하나로 자아 안에 거주하면서 자아와 함께 출몰한다는 사실은 일찍이 프로이트가 ‘자아와 이드’에서 기술한 바 있으며, 버틀러는 그러하기에 사랑하는 대상을 떠나보낸다는 것은 대상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의 위상을 외부적인 것에서 내부적인 것으로 전이하는 것이라 지적한 바 있다(J 버틀러, 앞의 글). 즉, 상실에 대처하는 멜랑콜리적 전략은 역설적이게도 상실 자체를 무화하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나’가 새끼고양이를 변기통 속에 버릴 수 있었던 까닭으로 이미 그녀의 자아 안에, 거부된 애정의 대상으로서의 어머니가, 멜랑콜리적 동일시를 통해 그 자아의 일부로서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을 제시할 수 있을 듯하다. 어머니는 내 안에서 나와 함께, 숨쉰다! ‘나’의 행위에서 ‘나’의 위치와 어머니의 위치가 이중적으로 얽혀있는 것은 이러한 내면화의 결정적인 증거다. 버려짐과 버림을 동시에 구현하는 새끼고양이의 에피소드는 물론이고, 스님을 잔인하게 공격하는 상상이나, 자살 소식 직후의 육식 또한 마찬가지의 메커니즘 아래에서 작동한다. 스님을 공격하는 것은 자신으로부터 어머니를 빼앗아간 존재에 대한 응징이라는 점에서 그 일차적 의미가 있지만, 그 방식은 어머니가 자신을 버렸던 방법 혹은 어머니가 스님을 살해했던 바로 그 방법에는 미치지 못하기에 ‘나’는 그 잔인함에도 불구하고 만족할 수가 없다.‘나’가 공격으로부터 성취하고자 하는 것은 그녀의 내부에서 그녀와 함께 공존하는 어머니의 시선 바로 그것을 체현해 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고기 한 점을 씹어 삼키면서 찢겨진 엄마의 모습을 상상하는 그녀로부터 우리는, 어머니가 여전히 ‘나’에게는 알몸의 여자로 현현하는 에로틱한 대상이라는 사실을 유추함과 동시에,“상실하기보다는 차라리 조각내고 분해하고 자르고 삼키고 소화하고”자 하는 곧, 대상을 먹음으로써 그 대상을 제 안에서 부활시키고자 하는 멜랑콜리적 식인 행위의 환상(J 크리스테바,‘검은 태양’)의 한 풍경과 마주하기에 이른다. 정신이 아득해져온다. 가슴 한쪽에서 뜨거운 덩어리가 솟구쳐 올라온다. 나는 방으로 뛰어들어간다. 그리고 그가 했던 것처럼 팔을 마구 휘두르기 시작한다. 누구를 향해 팔을 휘둘렀는지 모른다. 푸른 모자가 튀어오른 것 같기도 하고 계집의 찢어지는 목소리를 들은 것도 같다.(1:83) ‘바늘’에서와 같이 유년기를 통과한 이후에도 여전히 아동으로 남겨진 듯한 여성 주인공은 ‘월경’의 ‘나’로 재등장한다.‘월경’의 ‘나’는 스무살을 코앞에 두고 있지만 어른과 아이의 경계를 월경(越境)하지 못한 채 바로 그 경계 위에 서 있다.‘나’의 말을 빌리자면 ‘나’의 “몸은 작정이라도 한 듯 자라기를 멈추었다(1:62).” 이 소설의 주된 관심사가 바로 그 경계를 넘어서는 한 순간에 있다는 것은 제목에서부터 암시되는 바다. 그런데 ‘바늘’과 마찬가지로 한쪽 부모의 상실을 초점화하고 있는 이 소설을 전작 옆에 나란히 놓고 따져볼 때 새롭게 부각되는 측면이 하나 있으니, 그것은 그 상실이 ‘나’의 젠더 정체성 형성에 개입됨으로써 ‘나’의 젠더 정체성을 매우 불안정하게 구조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월경’에서는, 천운영 소설에서는 이례적으로, 어머니의 떠남이 아니라 아버지의 떠남이 ‘나’에게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나’가 떠나버린 아버지를 하나의 이성으로 욕망하는 것처럼 보이는 대목 또한 수차례 등장한다. 그녀가 아버지를 아버지라 칭하지 않고 ‘그’라고 지칭하는 것이 바로 이러한 인상을 강화하는데, 이러한 이유 때문에 이 소설은 일렉트라 콤플렉스의 천운영식 판본으로 받아들여지기 쉬울 듯하다. 그러나 프로이트에게 이성부모에 대한 근친상간적 욕망과 그 욕망의 금지가 여아에게 여성성을 최종적으로 선사하는 것과는 달리 이 소설에서 ‘나’의 젠더 정체성은 오히려 남성의 그것에 가깝게 드러나고 있어 차별적이다. 즉,“가슴도 가슴이지만 계집의 엉덩이는 정말 탐스럽다. 표주박 두 개를 나란히 놓은 듯 완만한 곡선을 이루다가 툭 불거지는 모습이 여간 아니다(1:70)”라는 구절을 비롯한 소설의 여러 대목에서 나타나듯이 ‘나’는 “은하수 계집”을 성인 남성의 시선으로 욕망하고 있으며, 바로 이 점이 여러 평자들로 하여금 ‘월경’을 도착적 섹슈얼리티가 전경화된 소설로 주목하게 한 주요한 요인이기도 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함께 트럭 짐칸에 누워 밤하늘을 바라보면 온 우주가 우리를 중심으로 돌았고, 별들은 작은 이슬방울이 되어 우리의 배 위에 사뿐히 내려 앉았다(1:63)”에서와 같이 지극히 감상적으로 또 지극히 여성적인 시선으로, 떠나버린 아버지를 기억하고 또 애타게 그리는 ‘나’가 어떻게 동시에 “은하수 계집”을, 그것도 저러한 시선으로 욕망할 수 있게 되는 것일까? 이러한 불균형은 작가가 도발적인 캐릭터를 만들어 내는데 몰두한 나머지 그 일관성은 신중히 검토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결함에 불과한 것일까? 여기서 우리는, 상실한 어머니와 자신을 동일시함으로써 내면화하고자 했던, 그럼으로써 상실로 인한 상처를 무의식적으로 무화하고자 했던 ‘바늘’의 주인공과 마찬가지로,‘월경’의 ‘나’ 역시 상실한 아버지를 그러한 방식으로 제 속에 부활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품을 수 있다. 즉, 그녀의 자아 안에, 상실된 애정의 대상으로서의 아버지가, 그 자아의 일부로서 공존하고 있다고 말이다.“은하수 계집”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이에 대한 한 근거가 됨은 물론이거니와,‘나‘가 “은하수 계집”을 여러모로 ‘그녀(어머니)’와 견주어 보면서 ‘그녀(어머니)’의 분신처럼 수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러한 가정을 뒷받침해 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소설의 클라이맥스에 위치하는 사건 곧,“은하수 계집”과 “푸른 모자를 쓴 사내”의 정사장면을 ‘나’가 목격하고 그들을 공격하는 그 사건에서,‘나’가 ‘그(아버지)’의 위치를 그대로 반복함으로써, 과거의 ‘그(아버지)’―‘그녀(어머니)’―“낯선 남자”의 구도를, 현재의 ‘나’―“은하수 계집”―“푸른 모자를 쓴 사내”의 구도로 전이시키고 있다는 점은 그 결정적인 증거로 제출되기에 모자람이 없다. 요컨대 ‘월경’에서 ‘나’는 아버지를 욕망하는 데서, 아버지의 욕망을 그리고 아버지가 욕망할 것이라 추정되는 대상을 욕망하게 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바로 이 점이 ‘나’의 젠더 정체성의 혼란을 초래한 근본적인 요인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메커니즘의 시발점에 현실에서의 상실을 절대로 수락할 수 없는 멜랑콜리적 주체의 내면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읽는 이를 순식간에 포박하는 천운영 특유의 자질 뒤편에 도사리고 있는 상실과 박탈의 어두운 그림자……, 누군가는 사라지고 그 사라짐이 가족 내의 또 다른 누군가에게 저토록 결정적인 흔적을 남긴다. 그리하여 이 작가에게 가족은 천운영식으로 표현하자면 “거대한 괴물의 아가리 같은 유령의 집(‘유령의 집’)” 즉,‘아가리(구강기)’적 욕구에 충실한 “괴물”스러운 인물들이 집 안을 떠도는 “유령”의 “어두운” 그림자와 씨름하는 전쟁터나 다름없다.“핏줄”과 얽혀진 인간 욕망의 가장 원초적인 그래서, 들여다보고 싶으면서도 그러기에는 두려운 “하수도” 속 같은 “어둠”이야말로 이 작가의 해부 대상인 것이다. 이어지는 ‘유령의 집’의 다음과 같은 대목을 보라;“보이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볼 수 없고 들리는 것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그 이면에 삶은 존재하니까요.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들리지 않는 것을 들으려고 해보세요. 그건 때때로 흥미진진한 일이 될 겁니다.” 천운영이 꾸며놓은 유령의 집을 방문한 독자에게 이 보다 더 친절한 안내가 또 있을까. 천운영은 이렇게 근본적인 상실을 문제 삼는다는 점에서, 그것도 가족 내부에서 끈질기게 문제화한다는 점에서 현재 우리 문단에서는 매우 독특한 존재감을 지니고 있다. 배수아, 백민석 같은 바로 앞선 연배의 작가는 물론이고, 비슷한 연배이며 비슷한 시기에 등단한 정이현이나 김윤영에 견주어 보아도 이는 이 작가 특유의 자질이다. 앞서 살펴본 작품들에서처럼 특히나 천운영은 가족 안에서의 상실을 한 인간을 배태해내는 결정적인 그 무엇으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이제 전환을 맞을 때가 온 것은 아닐까.‘늑대가 왔다’나 ‘그림자 상자’와 같은 비교적 근작들에서는 이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파괴적 욕구가 분출되고 있는 장면이 등장한다. 물론 가족이 부여한 운명으로부터의 탈출은 아직 환상 속에서만 가능하고 결국에는 처참한 결말을 맞지만 말이다. 앞으로 이 작가에게 “배꼽을 버리고자 하는(‘그림자 상자’)” 욕구가 앞설 것인지, 아니면 그럼에도 절대 벗어날 수 없는 운명론에 더 깊숙이 천착할 것인지, 우리는 이 작가를 계속 눈여겨 지켜볼 필요가 있다. ■ 당선 소감 하루 평균 서른 통 정도의 전화를 받고 또 그만큼의 전화를 하며 두 해를 보냈다. 맞춤법을 묻는 전화부터 부고를 알리는 전화까지. 아무리 사소하게 보이는 일도 누군가에게는 더없이 소중하며 또 누군가의 수고가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비로소 체감할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문학을 한다는 것 역시 그리 다르지 않은 일인 것 같다. 누군가의 호소에 응답하는, 그러나 혼자서는 할 수 없는. 마음껏 공부할 수 없어 애태우던 나날들이었지만 헛되지 않았다고 믿는 것은 이 때문이다. 부족함을 스스로 잘 알기에 당선은 여전히 실감나지 않는다. 응모한 글에 미덕이 있다면, 그것은 내 공이 아니라 주위 여러분들의 은덕이다. 국문과 은사님들과 조남현 지도 교수님,202호와 326호에서 동고동락했던 선후배 동료들, 이 분들께 더 좋은 글로 보답하고 싶다. 결점이 많은 글을 너그러이 감싸주신 김윤식 선생님과 정과리 선생님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한결같이 믿어 주시는 부모님과 언니, 동생, 오랜 벗들에게는 쑥스럽지만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고백하건대, 좋은 소설을 쓰고 싶다는 어린 시절의 꿈을 나는 아직도 버리지 못했다. 이제는 다른 길을, 그것도 멀리 와버렸다는 생각이 들어 한편으론 쓸쓸하다. 그러나 약속한다. 아무리 힘들더라도 세상을 향한 내 새로운 수화기를 함부로 놓지 않겠노라고. 그것이 지금 주어진 이 지면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길인 것 같다. 이제 겨우 시작이다. ●약력 ▲1976년 대구 출생 ▲서울대 국문과 박사과정 수료 ■ 심사평 이번에도 평론의 기초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현대 이론에 대한 지식을 과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설익은 개념들이 횡행하면서 작품을 파괴하거나, 작품과 겉도는 독무를 추는 글이 적지 않았다. 이론이 문학의 이해에 도움을 주는 것은 사실이니 배울수록 좋다. 그러나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하니 작품 분석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지 못하는 것이다. 마지막까지 경합한 작품은 네 편이다. 김수영의 시를 다룬 정경은의 ‘생활의 뒤란, 시’는 엉뚱한 상상력으로 김수영의 시를 장식해가면서 시의 변주를 다룬 재미있는 글이다. 그러나 그 상상력이 김수영 시의 이해에 꼭 필요한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이장욱과 김행숙의 시를 다룬 송승환의 ‘청동 방패를 바라보는 두 가지 방식’은 동일성의 부정이라는 기본적인 전제 하에 새로운 시의 존재 가능성을 탐색한 글이다. 꼼꼼한 분석이 돋보이고 설득력도 있었다. 오랫동안 시를 써본 사람이라는 짐작이 간다. 다만 구도가 지나치게 단순한 게 흠이었다. 최윤의 세 장편을 분석한 허병식의 ‘진정성의 서사와 주체의 귀환’은 ‘기원의 부재’라는 현대 이론의 신화에 깊이 침윤된 글이다. 그래서 마치 소설이 그 이론을 증명하기 위해 씌어진 것처럼 읽었다. 그것이 약점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로부터 주체의 귀환이라는 명제를 끌어낸 것은 글쓴이만의 독창적 사유의 결과이다. 전체적으로는 대상 작품에 들어맞았지만 세목들에서는 무리한 적용이 많았다. 천운영의 소설 세계를 해부한 차미령의 ‘그로테스크 멜랑콜리, 상실에 대응하는 한 가지 방식’은 ‘등뼈’ 이미지를 천운영 소설의 핵심 징조로 보고 그것으로부터 소설의 무의식의 ‘작업’과 변주를 정신분석학적으로 파고든 글이다. 분석과 해석이 요령을 얻고 있었으며 무엇보다도 기존의 상식적인 해석을 뛰어넘으려는 패기가 돋보였다. 마무리를 서둘러 처리했다는 약점이 있었지만 글 전체가 보여준 가능성은 그런 약점을 무시해도 좋게 하였다. 당선을 축하한다. 김윤식·정과리
  • 구호기금 증액 속보이는 경쟁

    쓰나미 피해국가들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 열기가 최단시일 내 최대규모를 기록할 정도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그러나 국제 구호단체 관계자들은 이같은 지원규모 ‘증액 열풍’ 뒤에는 각 국마다 ‘노림수’가 숨어 있다고 지적한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두운 측면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위한 지원 노력이 꾸준히 이뤄져야 함에도, 최근 피해 주민들에 대한 지원은 큰 충격에 따른 1회용이거나 과시적 지원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2일 미 ABC방송에 출연해 “참사 발생 후 7일간 쓰나미 구호기금으로 모은 성금이 2004년 한해 인도주의에 호소해 모은 성금 총액보다 더 많았다.”고 밝혔다. 개별적 사건에 관계없이 어려운 이웃을 돕겠다는 인도주의적 지원이 필요한데, 이번처럼 충격적인 사건이 터져야만 반짝 지원이 줄을 잇고 사건이 지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잊고 만다는 지적이다. 그는 “콩고에서만 하루 1000명 정도가 죽어가고 있다.3∼4개월이면 콩고에서만도 이번 쓰나미 희생자만큼의 사망자가 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구호단체 관계자들이 우려하는 또 다른 측면은 순수 민간 차원에서 이뤄지는 구호금 모금 외에 정부 차원에서 내놓는 구호자금 약속에는 다른 나라를 의식한 ‘눈치 보기’와 ‘생색 내기’,‘자존심 지키기’,‘체면 차리기’,‘향후 위상 강화나 이권 획득을 노린 주도권 경쟁’ 같은 요인들이 눈에 띈다는 점이다. 당장 일본이 5억달러라는 거금을 쾌척, 미국을 제치고 최대 지원국으로 부상한 것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려는 정치적 목적에서 비롯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 지원 약속이 구두선에 그칠 것이란 우려도 이같은 구호 약속을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유세진기자 yujin@seoul.co.kr
  • 해일피해 지원 5000만弗 증액

    정부는 아시아 남부를 강타한 지진·해일 피해와 관련해 피해국가에 5000만달러 가량을 추가 지원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오는 6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특별정상회의에 이해찬 국무총리가 참석해 피해지원 방안을 논의한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2일 외교부 청사의 기자실을 방문해 “이번 사고는 국지적 사고가 아니라 전 지구적 재앙으로 상당한 국제적 지원을 요하고 있어 지원금 규모를 수천만 달러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 장관은 지원규모에 대해 “우리나라의 GDP(국내총생산)가 미국의 16분의1, 일본의 9분의1이고, 아세안은 우리나라의 4대 수출국에 2대 투자국인 점, 국내 경제난 및 국민정서 등을 감안해 최종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500만달러 지원방침을 밝힌 바 있으나 외국의 지원규모를 감안하면 5000만달러를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재해 지원금은 5억달러, 미국은 3억 5000만달러, 영국 9600만달러, 중국 6060만달러, 호주 4500만달러 등이다. 정부는 4일 이 총리 주재로 관계부처 장관과 경제 5단체장 등이 참석하는 민·관종합지원대책위원회를 열어 지원금 규모를 확정지을 예정이다. 한편 외교통상부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남아시아 지진피해 지원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해 달라는 아세안측의 요청을 받았다.”면서 “정상회의에 이 총리가 참석하기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정상회의에는 아세안 국가들과 한국·중국·일본의 정상과 함께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 유럽연합(EU),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 대표 등 20명이 초청된 것으로 알려졌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도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총리는 오는 5일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과 함께 출국한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지진 해일 대재앙] 구호품 쌓이는데 수송길 ‘막막’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앞바다에서 발생한 지진 해일이 2일로 1주일을 맞았다. 진정한 의미에서 첫번째 전세계적 규모의 재앙으로 기록될 이번 참사에 대한 지원 및 구호 노력도 사상 유례없이 신속하고 대규모로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구호물품들이 창고에 쌓이기만 할 뿐 실제 피해자들에게 도움을 주지 못하는 등 수송·전달에 있어 심각한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파손된 도로 등 열악한 기반시설과 반다 아체와 스리랑카에 하룻밤새 330㎜의 폭우가 내리는 등 구호대원들을 힘겹게 만들고 있다. ●이재민들 “우리 모두 죽고 말 것” 피해 국가들에 대한 세계 각 국의 지원 약속이 이미 20억달러를 돌파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이같은 지원 약속은 대악몽 끝에 겨우 살아남은 이재민들에게는 그저 추상적인 숫자에 그칠 뿐이다. 반다 아체의 한 난민수용소에서 방수천에 의지, 비를 피하고 있던 한 여인은 “이곳에 오면 식량을 얻을 수 있다고 들었다. 그러나 모두 헛소문이다. 우리 모두는 아무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죽고 말 것”이라고 울먹였다. 문제는 쏟아져 들어오는 구호물품이 이를 필요로 하는 이재민들에게 배분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아도 열악하던 피해국가들의 도로·통신시설은 엄청난 지진 해일로 상당기간 복구가 힘들 만큼 파손됐다. 인도네시아 아체주와 스리랑카의 공항들은 벌써부터 식량과 장비, 식수 등을 싣고 도착하는 비행기들을 처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다 아체 공항은 이미 수용 한계에 달했으며 인근 메단 공항도 비행기들을 돌려보내야 할 형편이다. 파리에서 식수 정화시설을 싣고 1일 메단에 도착한 국제적십자사 소속 비행기는 공항에 착륙하지 못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기수를 돌려야 했다. 스리랑카의 유일한 국제공항 콜롬보 공항에서도 도착한 화물기들이 짐을 내려놓지 못한 채 길게 줄을 지어 대기하고 있다. ●구호물자 두고 이재민끼리 다툼도 그나마 군용 선박과 헬리콥터, 수송기들만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 이재민들에게 힘겹게 구호물품을 전달하고 있지만 이재민 수에 비해 터무니없이 부족해 헬기가 도착할 때마다 생존자들이 구호물자를 하나라도 더 얻기 위해 다투는 참상을 연출하고 있다. 미국이 헬기 20대를 실은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를 피해지역으로 급파했지만 더 많은 군 수송기와 수송선의 지원이 절실한 형편이다. ●코피아난 피해 지역 방문키로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6일 최대 피해를 입은 인도네시아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유엔 관리들이 밝혔다. 아난 총장은 자카르타에서 지진·해일 피해지역 지원 등을 논의하기 위해 아세안 초청 정상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며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 존 하워드 호주 총리 등이 참석한다. 유엔은 11일에도 제네바에서 구호기금 공여국 회의를 갖고 구호대책을 논의한다. 이같은 회의에서 이번 구호 노력의 최대 장애 요인이자 가장 시급한 해결 과제로 떠오른 수송 병목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 새 수송 방안이 찾아질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유세진기자 yujin@seoul.co.kr
  • [지진해일 대재앙] 아체주서만 40만명 사망설

    아시아 남부를 강타한 쓰나미(지진 해일)로 인한 사망자 수가 31일 현재 최대 13만 50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되는 등 피해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구호단체들은 수인성 전염병 발병을 재차 경고하면서 구호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나, 피해가 가장 심한 인도네시아 아체주(州) 등 일부 외딴 지역들은 통신·수송장비 부족으로 아직 구호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CNN은 스리랑카의 타밀 반군 지역에서 1만 4000명의 사망자가 추가로 보고돼 사망자가 13만 5263명으로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특히 인도네시아의 보건부는 아체주에서만 종전에 발표된 것보다 2만 8000명이 많은 8만명 가량이 숨졌으며 사망자가 10만명에 이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아체의 해안가 마을들은 상당수가 이번 쓰나미로 물에 잠겨 자취를 감췄다. 이런 가운데 말레이시아의 베르나마 통신은 말레이시아 주재 인도네시아대사의 말을 인용, 인도네시아 아체주에서만 40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베르나마 통신은 루스디하르조 말레이시아 주재 인도네시아 대사가 쿠알라룸푸르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같은 사망자 수 추산은 인도네시아 당국이 아체주의 메울라보, 풀라우 시메울루에, 타팍 투안 같은 지역을 항공기로 살펴본 결과 생존자가 있다는 징후를 전혀 발견하지 못한 뒤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국가별 사망자 수는 스리랑카가 4만 1000명, 인도 1만 1000명이며, 태국도 5000명에 육박했다. 한편 전세계에서 구호의 손질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현재까지 60개국에서 2억 5000만달러의 현금과 수억달러 상당의 구호물품이 답지하고 있다. 세계은행은 피해국가들에 2억 5000만달러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이런 가운데 인도네시아는 오는 1월6일 한국 등 지원국과 피해국간의 정상회담을 주최할 예정이라고 31일 밝혔다. 정상회담에는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10개국 및 한국, 중국, 일본의 정상과 함께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 유럽연합(EU),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ADB), 세계보건기구(WHO) 대표 등 최소 23명의 지도자들이 초청된다. 김균미기자 외신 km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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