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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 경기도에선] 외국기업 투자유치 세계로 뛴다

    [지금 경기도에선] 외국기업 투자유치 세계로 뛴다

    |도쿄 김병철 특파원|경기도의 산업지도가 달라지고 있다. 최근 몇년새 외국의 첨단기업들이 줄줄이 들어오면서 반도체 및 LCD, 자동차 부품산업 클러스터로 변모하고 있다. 경기도는 10∼20년후 먹을거리를 창출한다는 목표로 그동안 98개의 첨단기업을 유치해 134억달러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이같은 규모는 지난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2%에 해당할 정도로 짭짤한 것이다. 특히 외국기업들이 원천기술을 보유한 업체들이어서, 국내 기술이전 및 고용파급 효과가 매우 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내외 자치단체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는 경기도의 외국 첨단기업유치 성과와 노력을 알아본다. # 돈 되면 어디든 간다 지난 23일 오후 일본 도쿄 중심가에 위치한 오쿠라호텔 2층 연회장. 손학규 경기도지사를 단장으로 하는 경기도투자유치단과 일본 첨단기업간의 투자협약 체결식이 열렸다. “경기도에 투자를 결정한 데 대해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빠른 시일내에 경기도에 뿌리내려 성공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손 지사는 파주 LG필립스 LCD산업단지 인근에 투자를 결정한 교에이프린트기연 고바야시 이사오 사장에게 이같이 약속했다. 손 지사는 그러면서 아주 특별한 손님이라며 한국노총 경기지역본부 이화수 의장을 소개했다. “외국 기업들이 한국에 투자할 때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이 노사문제인데, 산업평화와 노사안정에 협조하겠다는 뜻에서 이 의장과 함께 왔습니다.” 고바야시 사장과 임원들은 손 지사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고바야시 사장은 “경기도가 발벗고 도와준 덕분에 파주에 공장을 순조롭게 설립하게 됐다.”며 “앞으로 좋은 제품을 생산하는 데 힘을 쏟겠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LCD관련 생산장비업체인 교에이프린트기연은 450만달러를 투자, 오는 6월 공장을 착공해 12월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경기도 투자유치단은 이어 가시야마공업과 에스펙 등 LCD 생산장비업체와 잇따라 투자유치 협약식을 가졌다. 가시야마공업은 LCD 제조과정에서 발생하는 화학가스 등을 흡인, 저진공 상태로 만드는 ‘드라이 진공펌프’ 기술을 갖고 있다. 오는 11월 안성시에 650만달러를 들여 2000평 규모의 공장을 설립한다. 김명선 도 투자진흥관은 “진공펌프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국산 원자재 공급에 따른 안정적 수급과 물류비용 절감을 꾀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투자유치단은 다음날인 24일에도 반도체 및 액정장비 제조업체인 B회사와 2000만달러의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손 지사는 이 회사 대표에게 “이날 협약은 경기도가 당신네 회사를 주인으로 모신다는 조약”이라며 “앞으로 ‘머슴’이 되겠다는 자세로 충실히 돕겠다.”고 말했다. 투자유치를 위해선 자존심도 필요 없었다. 한 일본 기업인은 손지사를 향해 “도지사가 아니라 영락없는 세일즈맨”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 4년간 100개 기업유치 눈앞 경기도 투자유치단은 일본 방문기간 동안 5개 첨단기업으로부터 모두 3460만달러에 달하는 투자유치를 이끌어냈다. 이로써 경기도는 지난 4년간 98개 업체를 국내에 유치,100개 업체 유치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들 업체 가운데 34개는 이미 공장을 설립해 가동중이다.11개 업체는 착공에 들어가고 또 다른 11개 업체는 임대계약을 체결하는 등 전체 60%의 투자이행률을 보이고 있다. 100번째 기업은 다음달 9∼14일 유럽지역 투자유치 활동을 통해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손 지사를 비롯한 투자유치단은 지난 3년 8개월간 19차례에 걸쳐 지구 6바퀴에 해당하는 23만 6660㎞를 달렸다. 해외출장 중에는 투자상담이 차질없이 마무리될 수 있도록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기 일쑤였다. 이번에 일본 투자유치 활동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 한 직원은 비행기안에서 터진 코피가 멈추지 않아 큰 고생을 하기도 했다. 경기도가 그동안 중점유치한 업체는 해당국에서도 국외로 유출된 바 없는 원천기술을 보유한 업체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만큼 국내 기술이전 및 고용파급 효과가 매우 큰 알짜이다. # 세계적 기업의 파급효과 엄청 도는 이같은 외국기업 유치로 8만여개의 직·간접적인 일자리가 생겨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주요 외국기업으로는 세계적인 초음파 의료기기 제조업체인 미국 ‘지멘스 메디컬’,LCD분야의 세계 정상급인 네덜란드 ‘LG필립스 LCD’, 첨단 자동차 부품업체인 미국 ‘델파이’, 세계 굴지의 스테인리스 제조업체인 독일 ‘티센 메탈스’ 등이 있다. 또한 세계최대 TFT-LCD 액정제조사인 독일 ‘머크사’, 포토마스크 생산 세계 최대인 미국 ‘토판포토 마스크사’와 일본 호야사, 세계최고 고휘도 필름기술 보유 미국 ‘3M사’ 등도 주목을 받는 업체들이다. 업종별로는 LCD관련 35개사, 자동차부품 23개사,IT관련 17개사,BT관련 4개사,R&D관련 10개사, 기타 9개 기업이다. 투자국가별로는 일본이 38개, 미국이 37개, 유럽 29개, 기타 4개 기업 등이다. 손 지사는 올 하반기 40개사 15억달러를 추가로 유치해 1만 5000여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계획이다. 황성태 투자진흥관은 “한 예로 자동차부품의 경우 세계 1∼3위 업체가 모두 경기도에 입주해 있다.”며 “국내 자동차들이 해외에서 인정받는 이유도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고 있는 기업들로부터 부품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아 품질이 향상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kbchul@seoul.co.kr ■ 기업에 감동 주는 행정서비스 “투자 기업에 특혜를….” 경기도 투자진흥과 직원들은 지난해말 독일 지멘스 오토모티브측으로부터 ‘감사의 떡’을 받은 일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이천에 2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한 지멘스 오토모티브 직원들이 도청을 찾아와 “공장 진입로를 새로 만들어 주고 여러가지 투자 애로사항을 잘 해결해 줘 고맙다.”며 찹쌀떡 2말을 전달한 것이다. 지난 1978년 이천에 자동차 전기장치를 생산하는 공장을 설립한 이 회사는 새로운 공장 신설을 위해 새로운 투자처를 물색하고 있었다. 당시로선 중국 상하이가 유력했다. 도는 지난해 2월 이천공장의 진입로가 4m로 좁아 수출용 컨테이너가 출입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곧바로 20억원을 투입해 도로를 11m 폭으로 넓혔다. 급기야 이 회사는 이천공장 증설로 투자 방향을 바꾸었다. 경기도의 기업유치 전략은 한마디로 ‘감동’을 주는 행정서비스이다. 그동안 ‘기업하기 좋은 여건 만들기’사업의 일환으로 8개 기업의 진입로를 개설해 주었으며 12개 도로개설 사업을 추진중이다. 외국기업뿐 아니라 국내 기업을 위해서도 진입로를 건설했다. 이들 진입로는 인근 기업체들도 이용하게 돼 수혜기업은 129개에 달했다. 경부고속도로 기흥IC가 조기 이전되는 것도 경기도의 노력 때문이다. 20만명이 입주하는 동탄신도시로 인해 기흥IC를 이용하는 삼성반도체와 협력업체들이 큰 불편을 겪을 것으로 판단되자 경기도는 한국도로공사를 설득해 당초 2010년 이전 계획인 IC를 3년 앞당겨 개통하기로 했다. 경기도는 이밖에도 평택 포승단지내 공장을 확장하려는 일본 스미토모사가 부지를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자, 인근 농심의 부지를 맞교환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해 주었다. 손학규 경기도지사는 최근 경제인 초청 포럼에서 “나는 기업에 특혜를 주라고 공무원들에게 지시했다.”며 “이는 기업에 대해 확신을 심어주기 위한 것이며 나라를 살리자는 충정”이라며 기업에 대한 서비스정신을 강조했다. 수원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사막 2400만평 나무 자라는 녹지로

    사막 2400만평 나무 자라는 녹지로

    지구 온난화와 기후변화로 인류가 큰 위험에 처해 있다는 경보음이 갈수록 크게 울리고 있다. 기후변화의 위험은 급격한 산업화·도시화에 따른 화석연료의 무분별한 사용 탓이 크지만 지구의 3분의1을 차지하는 건조지대가 세계 곳곳에서 빠른 속도로 불모지로 변해가고 있는 것도 주된 이유다. 유엔 역시 올해를 ‘사막과 사막화의 해’로 정하고 전 지구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선 상태다.“사막화는 인류가 직면한 가장 위급한 환경재앙”(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로 인식하고 있다. ●중국 5개 지역 생태계 복원 우리나라는 사막화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 당사국이다. 중국과 몽골 등지의 사막으로부터 해마다 날아오는 황사로 대기오염이 가중되면서 건강은 물론, 환경피해와 막대한 경제적 손실도 초래하고 있다. 더욱이 황사의 빈도가 갈수록 잦아지고 황사에 포함된 유해물질의 농도 또한 높아지는 추세여서 사막화 방지는 시급하고 절실하게 요청되는 사안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의 자금·기술지원으로 중국 사막지대의 일부가 푸르게 바뀌고 생태계가 복원되는, 의미있는 결실이 맺어졌다.19일 한국국제협력단이 펴낸 ‘중국 서부지역 조림사업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타클라마칸 사막지대의 신장 위구르 자치구 등 5개 지역에 1600만그루의 나무를 심어 이 가운데 90% 가량이 뿌리를 박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서부지역 조림사업은 2001년부터 5년동안 5개 지역에서 순차적으로 시행돼 왔다.1998년 김대중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우리나라와 중국이 500만 달러씩의 비용을 분담했다. 한국산림과학원과 한국산지환경조사연구회 등 조림사업팀이 현지에 머물면서 지역별 토양특성을 맞는 조림 수종 고르기와 관개 방법 등 기술지도를 해 왔다. 그 결과 풀 한포기 없던 2400만평의 땅이 녹지로 탈바꿈하고, 심은 나무는 3∼5m까지 자라났다. 사업팀의 자부심도 대단하다. 한국산림과학원 윤호중 박사는 “사막화 방지와 현지 생태계 복원을 위한 우리나라의 첫 조림사업은 현지 주민들도 놀랄 정도의 대성공”이라고 말했다. 조림사업은 다방면에 걸친 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사업팀은 우선 산림이 안정적으로 조성되면서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것은 물론 대기오염 정화, 모래바람 방지 효과 등의 생태·생활환경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현지 주민들에게 조림 및 산림관리에 필요한 일자리를 제공하고, 대추·포도·살구나무 같은 유실수를 통한 경제적 수익을 올릴 수 있게 한 점도 의미있는 성과로 꼽고 있다. 하지만 중국 전체의 사막지대 면적을 감안하면 이번 조림사업지의 규모는 미미한 편이어서 당장 황사 방지 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운 실정이다. ●“사막지대 조림사업, 더욱 확대해야” 한국산림과학원 이천용 박사는 “황사를 방지하기 위해선 결국 녹화조림이 근원적 대책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국제적 지원·협력 확대 등으로 사막화 방지에 대한 복구·복원 사업이 앞으로 더욱 활성화될 전망이어서 장기적으론 큰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박사는 정부 차원에서 이번 조림사업의 성과를 국제적으로 널리 알리고 사막화 방지사업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내놓았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교토의정서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 의무 대상국에 포함되는 경우에 대비해 사막지대 조림사업으로 ‘탄소 배출권’을 우선적으로 확보하자는 취지이다. 이 박사는 “사막지대 조림사업은 워낙 어려워 탄소 배출권에 대한 인센티브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면서 “황사 억제와 탄소 배출권 확보, 그리고 무역증대와 자원외교 등 여러 측면에 두루 효과를 미치는 점을 감안해 정부 차원에서 사막화 방지사업이 더욱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중국은 국토면적의 30% 가까운 넓이가 사막화로 이미 황폐해졌고, 해마다 9억평의 땅이 사막화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한국 NGO 몽골 조림사업 활발 2008년까지 10만그루 심는다 전 지구적 환경문제로 떠오른 사막화 방지사업에 국제사회가 주목한 것은 30여년 전이다. 유엔이 주도한 ‘사막화 방지회의’가 1976년 시작된 이래 1994년엔 ‘사막화 방지 국제협약’이 맺어졌다.191개 나라가 회원으로 가입했는데, 우리나라는 1999년 협약을 비준해 158번째 가입국이 됐다. 우리나라가 참여하는 사막화 방지 조림사업은 정부와 비정부기구(NGO) 차원에서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정부 차원의 사막화 방지사업은 중국에서, 황사의 또다른 발생지인 고비 사막을 둔 몽골에선 NGO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사단법인 시민정보미디어센터와 동북아산림포럼, 로터리클럽 등이 대표적이다.2000년 이후 본격적인 조림사업에 나서 지금까지 200만평의 땅을 녹지로 바꾸는 성과를 올렸다. 시민정보미디어센터는 ‘미래를 위한 나무 한그루 심기 운동’을 펴고 있다.1999년 중국·일본·몽골·대만 등과 시민단체 국제심포지엄을 연 뒤 2000년부터 몽골의 NGO와 나무심기 운동에 본격 착수했다.2008년까지 몽골에 10만그루의 나무를 심는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몽골의 사막화는 중국보다 면적은 작지만 훨씬 심각한 상태다. 국토의 절반 가량이 이미 사막화했으며 사막화 위기에 직면한 면적은 전 국토의 90%에 이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막화 규모도 심각하지만 NGO들이 몽골을 주요 활동무대로 삼은 것은 몽골 정부의 취약한 재정 형편과 주민들의 열악한 생활 등도 감안됐다. 시민정보미디어센터 김한나 팀장은 “현지 조림지 및 묘목장 관리 등에 필요한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현지 주민들의 실업 및 빈곤 감소에도 기여하고 있다.”면서 “동아시아 환경위기를 해결하려면 앞으로 시민단체들의 국제적 교류·협력활동이 더욱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이, 팔 교도소 습격 ‘무리수’ 왜

    14일 예리코의 팔레스타인 교도소를 기습공격한 이스라엘에 대해 국제사회 여론이 싸늘하기만 하다. 군사작전의 불법성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높아가는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보수층을 결집시키려는 이스라엘 집권당의 의도가 이번 작전에 개입돼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대행에게 전화를 걸어 예리코 교도소에 대한 군사작전이 더 큰 폭력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했다고 AP통신이 15일 보도했다. 유럽의회도 이스라엘의 교도소 공격을 불필요하고 불법적인 작전이었다고 맹비난했다. 조지프 보렐 유럽의회 의장은 “이번 군사행동이 이스라엘 안보에 얼마나 기여할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면서 “(평화를 위한)또 다른 기회가 사라져버렸다.”고 아쉬워했다. 일각에서는 미국과 영국의 ‘공모의혹’까지 제기, 양국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이스라엘 무리한 작전이 화근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관할 하에 있는 예리코 교도소를 탱크와 불도저를 앞세워 기습공격한 것은 국제적 비난감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은 지난 2001년 레하밤 지비 이스라엘 관광장관 암살사건의 배후로 지목돼 수감 중이던 아메드 사다트 팔레스타인인민해방전선(PFLP) 사무총장의 신병확보를 위해 이뤄졌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지난 7일 사다트 등 수감자 5명을 석방할 수도 있다는 뜻을 밝힌 것이 화근이 됐다. 교도소 피습 직후 KBS 용태영 기자 등 외국인들을 납치한 PFLP가 인질을 풀어주는 조건으로 사다트의 인도를 요구했지만 이스라엘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PFLP는 그러나 납치 하루만에 억류하고 있던 인질들을 모두 석방했다. 당초 납치의 목적이 ‘인질 교환’이 아니라 이스라엘의 불법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외국정부와 국제여론의 이목을 끌려는 데 있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유럽 순방 일정을 취소하고 급히 귀국한 아바스 수반은 “국제감시단이 보안상 이유로 교도소를 철수한 것은 문제”라며 미국과 영국에 대해서도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일각에서는 미국과 영국이 교도소 경비인력을 철수시킨 직후 이스라엘군의 기습이 이뤄졌다는 점에 주목, 사실상 두 나라가 이스라엘과 공모한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하고 있다. ●총선 앞두고 목소리 높인 강경파 이스라엘이 국제사회의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무리한 작전을 감행한 배경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오는 28일 총선을 앞두고 에후드 올메르트 총리대행이 이끄는 카디마당이 안보문제에서 단호한 태도를 보임으로써 보수표 이탈을 막기 위해 작전을 밀어붙였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도 카디마당이 당초 120석 의석 중 40여석을 차지해 무난히 1당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 예상의석이 줄어 고민해왔다고 전했다. 문제는 팔레스타인에서도 온건파 아바스 수반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외신들은 하마스가 이스라엘의 이번 행위를 문제삼아 강경입장을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가자와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스라엘의 교도소 공격에 항의해 학교와 상점 문을 닫고 총파업에 들어가면서 이 지역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스라엘측은 이날 사다트 등 억류 중인 수감자들을 조만간 기소, 정식재판 절차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기민한 입체 외교’ 빛났다

    다행히 제2의 김선일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다. 14일 오후 발생한 용태영 KBS 특파원의 피랍사건이 조기에 무사히 수습된 데는 사건 발생 직후 취해진 정부의 기민하고 치밀한 외교 교섭과 그동안 중동 외교의 지평을 넓혀놓은 것이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또 지난 2004년 6월 이라크에서 처참하게 살해된 고 김선일씨 사건과 달리 팔레스타인인민해방전선(PFLP)측이 이스라엘의 대 팔레스타인 정책에 대한 국제 사회의 주의 환기를 촉구하고 압박하는 ‘시위성 납치’를 했다는 점도 2년 전의 사건과 다른 결론을 낳게 한 배경이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적극적 개입도 한몫했다. 정부 당국자는 “사건 교섭에서 팔레스타인 정부가 적극적으로 협조했다.”고 강조했다. 김선일씨 사건 이후 정부는 중동외교 기반 확대를 위해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지난해 6월 팔레스타인을 방문해 곧 대표부를 설치했고,10월엔 알 키드와 외교장관이 방한하기도 했다. ●“기자들만 노린 홍보용 납치” PFLP와 협상에 나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하젬 샤바트 외무부 아주국장은 석방에 앞서 “무장단체가 기자들을 위해할 의도는 전혀 없다.”면서 “서방 세계 주요 국가들이 팔레스타인 정책에서 위선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이를 보복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자치정부는 PFLP와의 채널을 이용,“이번 사태가 팔레스타인이나 주민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미국이나 영국이 보복 대상이지 다른 나라 외국인은 관계가 없다.”는 논리로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PFLP는 억류한 사람은 용 특파원과 프랑스 기자 2명 등 언론인 위주여서 결국 이들이 최대한의 홍보효과를 노렸다는 분석이다. ●PFLP측 예리코 교도소 사건 한국에 협조요청 사건 발생 직후 정부는 팔레스타인 대표부 대표를 겸하고 있는 마영삼 이스라엘 대사관 공사를 가자지구로 보내 팔레스타인 정부측과의 직접 협상에 들어갔다. 반기문 장관은 출장 중인 아르헨티나에서 알키드와 팔레스타인 외교 장관에게 전화했고, 비슷한 시각 최영진 주 유엔 대사는 코피 아난 사무총장의 석방촉구 성명을 이끌어냈다.PFLP측이 용 특파원을 통해 예리코 교도소 사건과 관련한 한국 측의 협조를 요청함에 따라, 서울과 이스라엘에선 이스라엘 정부측에 적절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정부는 이번 사건을 주도한 PFLP는 김선일씨를 납치·살해한 ‘유일신과 성전’과 속성이나 납치 목적을 달리하고 여러 정황상 무사 석방의 기운이 있었음에도 용 특파원의 신병이 우리 대사관 관계자에 인계될 때까지 극도의 신중함을 보였다. 2004년 당시 김씨를 납치한 조직은 무수히 난립한 극렬저항조직의 하나로, 우리 정부는 접촉선을 찾지도 못한 채 발만 동동 굴렀었다. 중동지역에 영향력이 큰 프랑스 정부의 공동 노력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혼혈 가수 지망생 에스텔 ‘눈물과 행복 얘기’

    혼혈 가수 지망생 에스텔 ‘눈물과 행복 얘기’

    가수 지망생인 에스텔은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어디서나 주목을 받는다. 힘있는 가창력이 주위에 사람을 부르고, 남들과 다른 피부색이 이목을 집중시킨다. 에스텔은 미국인 흑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이다.“저는 제가 자랑스러워요. 튀는 외모가 불편할 때도 있지만, 이제는 내가 예뻐서 그러는 거라고 좋은 쪽으로 생각해요.” 22살 그녀는 개구쟁이처럼 웃음을 터뜨렸다. ●“노래는 나의 힘” 에스텔은 경기도 일산의 한 카페에서 매일같이 노래 연습을 하고 저녁이면 무대에 선다. 벌써 5년째다. 전국 대회에서 상을 탄 계기로 이곳 음반사에 픽업이 됐다. 사실 그녀는 음악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실력있는 유망주로 입소문이 파다하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아무 준비없이 나간 청소년가요제에서 대상을 탔고 이어 박달가요제, 현인가요제에서 대상을 휩쓸었다. 모 방송사가 주최한 대한민국 노래왕 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하면서 제법 얼굴도 알려졌다. “어렸을 때부터 노래하고 춤추는 걸 좋아했지만 끼가 있다는 건 몰랐어요. 그런데 제가 노래를 부르면 절 멀리했던 사람들도 친근하게 다가오더라고요.” 에스텔은 고등학교에 막 입학했을 때의 민망함을 기억해 냈다.“파주에서 초·중·고를 모두 마쳤는데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워낙 작은 학교라 한 학년에 한 반씩밖에 없었어요. 동네 친구들이 9년 동안 같은 반이었기 때문에 내가 혼혈인이라 특별할 일이 전혀 없었죠. 그런데 고등학교는 다르더라고요.” 입학 첫날부터 부담스러운 시선이 쏟아졌다.“쟤 좀 봐, 쟤 좀 봐…수군대는 소리가 계속 들렸어요. 학교 가기도 싫고 적응도 못했죠. 그러다가 수련회를 가게 됐는데 반 장기자랑 시간에 갑자기 노래를 시키더라고요. 노래를 부르니까 환호가 쏟아졌고 친구들도 주위에 몰려들었어요. 그때부터 그 친구들이 제 편이 돼줬죠.” 지금도 마찬가지다.“클럽에 가면 가끔 알아보는 분들이 친절하게 대해 주시고, 인터넷 카페에도 가입을 해놓으면 먼저 연락해서 모임에 나오라고 챙겨 주시죠.” 이렇게 노래는 그녀의 힘이자 경쟁력이다. ●이유없는 적대감으로 맘고생 하지만 당당한 그녀도 여전히 낯선 곳에 혼자 가는 건 내키지 않는다고 했다.2002년 전국을 촛불로 물들였던 ‘효순이·미선이 사건’은 그녀에게도 상처를 남겼다. 에스텔의 어머니 배민희(48)씨는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부들부들 떨린다고 했다.“저녁에 애한테서 전화가 왔는데 말을 못하고 울기만 하더라고요. 가슴이 철렁했죠.” 일산 카페에서 공연을 마치고 파주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 안에서 에스텔은 생각지도 못한 봉변을 당했다. 술에 취한 남자 세 명이 여고생이던 에스텔에게 “양키X”,“미국X”이라고 욕을 퍼부으며 몰아세운 것. 다행히 근처에 있던 미군들이 에스텔을 빼내 줘 화장실로 몸을 숨길 수 있었지만 악몽과 같은 시간이었다. 배씨는 “역으로 당장 달려 나갔는데 겁에 질린 에스텔을 보고 얼마나 마음이 아프고 화가 나던지….” 그 일 이후 에스텔을 혼자 내보낼 수 없게 됐다고 했다. 혼자 나가게 되면 10분에 한 번씩 전화해서 챙기는 염려도 그때부터 시작됐다.“지금도 뉴스를 보다가 미국과 한국간에 문제가 생겼다고 하면 가슴이 철렁철렁해요. 에스텔이 또 해코지를 당할까….” 배씨는 가슴을 쳤다. ●“나도 당당한 대한민국 국민” 편견 어린 시선도 그들을 힘들게 한다.“저는 어딜 가면 꼭 말해요. 난 엄마, 아빠가 사랑해서 태어난 사람이라고.” 어머니 배씨는 “왜 흑인 혼혈이라고 하면 이상한 눈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근데 제가 영어를 잘해서 미군 부대에서 일을 했고, 거기서 에스텔 아빠를 만나 양가 부모님 축복 속에서 결혼하고 에스텔을 낳았습니다. 에스텔이란 이름도 친할머니 이름을 물려받은 거예요.”라며 힘을 줘 말했다. 그리고 “혼혈이든 아니든, 사정이 어떻게 됐든 사랑없이 태어나는 생명이 있겠어요? 다 자기 자식같이 생각하면 될 것을….”이라고 한숨 쉬듯 말했다. 에스텔은 혼혈인이라서 겪는 에피소드가 많다. 공연할 때 ‘양키’라고 손가락질하는 손님도 있었고, 길을 지날 때 외국인인 줄 알고 한국말로 욕을 하는 사람들도 만나게 된다. 영어로 말을 걸어 오는 사람도 있다.“한번은 남학생들이 “와∼가슴 빵빵하다.”그러면서 지나가길래 “그래, 나 한빵빵해.”라고 말해줬죠.” 그 짓궂던 남학생들은 그녀의 한국말에 기겁을 했다고. 에스텔은 “이제 그런 시선들은 괜찮아요. 장난으로 가볍게 넘길 정도로 당당해졌죠. 하지만 제일 싫은 건 혼혈인을 불쌍하게 보는 시선이에요. 다들 형편껏 열심히 살아간다고요.”라며 편견없는 시선을 주문했다.“저도 똑같은 대한민국 국민이에요.” 그녀는 자랑스럽게 말하며 오늘도 무대에 올랐다. 글 사진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정부 “나 몰라라” 국제결혼의 증가로 국내 혼혈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정부는 정확한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혼혈인구 통계는 물론 기본적인 실태 조사조차 전무한 실정이다.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수만명의 혼혈인이 정부로부터 소외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 혼혈인을 관리하는 정부 부처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아동, 여성, 노인, 장애인 등 우리 사회 각계 소외계층의 복지를 책임지는 보건복지부도 유독 혼혈인은 별도로 담당하지 않고 있다. 담당부서가 있느냐는 질문에 복지부 관계자는 “소외계층이라고 보면 복지부 담당이 맞지만”이라며 난감해했다. 기초생활보장팀에서 혼혈 여부에 관계없이 저소득층 지원을 하고 있다는 게 복지부의 입장이다. 교육부는 “최근 다문화 교육확대의 일환으로 혼혈인, 외국근로자, 이주민 자녀 등의 교육 실태에 대해서 연구를 하고 있기는 하지만, 혼혈인에 대한 정책이나 실태 조사 결과가 특별히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전반적인 업무는 법무부와 빈부격차 차별시정위원회 소관”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법무부측에 문의해 본 결과 “외국인들끼리 결혼한 경우는 법무부에서 담당하지만 한국 국적을 가진 혼혈인은 법무부 소관이 아니다. 주민등록 주무부처인 행정자치부에서 맡고 있지 않겠느냐.”는 답변만을 들었다. 행자부 역시 “주민등록 통계를 관리하고는 있지만 혼혈인을 따로 구분한 자료는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빈부격차 차별시정위원회에서도 “이제 관련 자료를 모으는 단계인데 주무 부처조차 알 수 없고, 실태조사도 나와 있는 게 없어서 솔직히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통계청은 혼혈인구를 파악하고 있을까. 통계청 관계자는 “혼혈인구를 파악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현재 인구통계는 호적법에 따른 출생신고를 기준으로 작성되는데, 이 출생신고 서식상에 부모의 국적을 표기하는 난이 없어 혼혈 여부를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혼혈 인구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호적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신고서식을 바꿔야만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최근 국제결혼도 늘고 있고 혼혈인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서 혼혈 인구를 통계화하는 부분을 검토하고 있지만, 신고인들이 이같은 인적사항을 드러내는 것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어 적극적으로 추진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혼혈인 지원단체인 펄벅재단측은 “재단에 가입돼 있는 혼혈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기는 하지만 워낙 조사 대상자가 적다 보니 대표성도 없고, 현재로서는 정확한 실태 파악이 안 되고 있다.”고 밝혔다.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우리도 된장 즐기는 당당한 한국인” 요즘 혼혈인들이 TV에 많이 등장하죠? 다니엘 헤니와 하인스 워드가 많은 관심을 받았고, 그 외에도 혼혈인 가수나 연기자들이 참 많아져 혼혈인을 자주 볼 수 있게 됐습니다. 저도 그들과 같은 ‘혼혈인’입니다. 저는 1982년 의정부에서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흑인) 아버지 사이에서 우량아 대회에 나갈 만큼 건강하게 태어났습니다. 이름은 박은희고요. 대한민국의 한 여성이자 사회인으로 열심히 살아갑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땅에서 살아가기엔 혼혈인이라는 이름표가 한 사람을 특별하게 만들어 버린다는 거죠. 너무나 특별해서 우리 혼혈인들은 고개를 제대로 들 수 없는 지경입니다. 무슨 죄인도 아닌데 말이죠. 가끔은 “내가 한국 아닌 다른 나라에서 혼혈인으로 태어났어도 이런 느낌이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초등학교 시절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는 행복하기만 했었고, 동네 꼬마들에게도 놀림 한번 받지 않고 즐겁게 생활했습니다. 하지만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사람들이 모여 있는 단체생활을 시작하면서 사람들의 시선을 느끼게 됐습니다.‘미국 사람∼’,‘깜씨’라는 놀림을 받고, 놀린 친구를 코피 터지게 때려주기도 하면서 어린 마음에 상처를 입기도 했습니다. 내심 아무렇지 않은 척 친구들과 잘 지냈지만 가슴 한쪽이 쓰렸으니까요. 그런데 대중매체를 통해 보여지는 혼혈인에 대한 편견 때문에 요즘도 상처를 받습니다. 최근 들어 혼혈인의 삶을 다룬 프로그램이 많이 방영되고 있지만, 하나같이 60∼70년대 어려웠던 모습들만 부각시킵니다. 제가 어릴 적부터 봐온 암울하기 짝이 없는 내용들이 재탕되는 느낌입니다. 그런 시선은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많은 혼혈인들에게 아픔입니다. “혼혈 어린이가 짝꿍이 되면 속마음이 어떨까요?” “짜증날 것 같아요.”,“뭐가 묻을 것 같아요.”,“왕따랑은 앉기 싫어요.” 생각없는 질문과 철없는 아이들의 답변이 고스란히 방송을 타기도 합니다. 우리 혼혈인들은 정말 낯이 뜨겁습니다. 보는 사람들도 “불쌍하다.”며 우릴 다시 봅니다. 언론에서 무조건 혼혈인을 ‘불쌍한 사람’으로만 비추는 게 큰 불만입니다. 그런 동정은 사절입니다. 언제까지 동정심이라는 또 하나의 편견으로 혼혈인을 대할 건가요? 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려운 혼혈인의 모습, 비참한 혼혈인의 삶만 비출 것이 아니라 현재 열심히 사회에서 제 몫을 해내거나 성공한 혼혈인들의 당당한 삶도 함께 조명해야 합니다. 그런 다양한 시선이 혼혈인에 대한 무조건적 거부감이나 동점심 따위를 씻어내지 않을까요? 전 활달하고 개방적이어서 지금도 친구가 많습니다. 무시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성격 좋고 착하게만 지낸 것 같습니다. 또 남에게 깔보이지 않도록 무엇이든 열심히 했습니다. 어려움도 있었지만 정말 열심히 초, 중, 고 정규과정을 마치고 전문대학을 졸업해 지금은 주식전문 애널리스트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내 일에 만족감을 느끼고, 이젠 남의 시선도 즐길 정도로 당당히 살고 있습니다. 물론 힘든 혼혈인도 있겠지만 당차게 살아가는 혼혈인도 정말 많습니다. 제가 운영진으로 참여하고 있는 혼혈인 카페(cafe.daum.net/naya123)만 방문해도 젊은 혼혈인들의 힘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우리 혼혈인들도 똑같이 한국에서 태어나 김치에 열광하고 된장과 고추장을 즐기는 대한민국의 국민입니다. 우리 세대부터는 부디 혼혈인에 대한 어두운 편견들이 없어지고 거리감도 좁혀졌으면 합니다. 정리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씨줄날줄] 문명의 동맹/육철수 논설위원

    프랭크 보만은 1968년 12월21일 아폴로 8호를 타고 달에 날아가 궤도비행을 수행한 미국의 우주비행사다. 그가 쓴 ‘달 여행’이란 수필을 보면 달에서 바라본 지구의 모습은 자못 의미심장하다.“저토록 작은 원반(圓盤)이 그렇게 많은 문제와 좌절을 담고 있다는 걸 믿기 어려웠다. 냉혹한 국익, 기아, 전쟁, 질병은 그 먼 곳에선 보이지 않았다.……지구는 정말이지 ‘하나의 세계(One world)’였다.” 보만이 우주공간에서 본 원반형 지구에는 실상 갖가지 피부색과 문화, 종교, 언어를 가진 65억명의 인구가 살고 있다. 또 그로 인한 전쟁과 갈등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탓에 인명살상과 인권유린이 아무렇지도 않게 저질러지는 땅이기도 하다. 매혹적일 정도로 푸르고 아름다운 ‘하나의 세계’는 그저 지구를 떠났을 때의 감상에 불과한 것인가. 걸프전(1991년) 이후 9·11테러(2001년), 이라크 전쟁(2002년), 스페인 열차테러(2004년), 런던테러(2005년), 마호메트 만평파문(2006년) 등으로 이어지는 사태는 서구와 이슬람의 문명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테러는 전쟁을 부르고 살상은 살상을, 폭력은 폭력을 끌어들이는 악순환만 낳을 뿐이다. 문명을 거론하기 조차 부끄러운 야만의 시대라고나 할까. 세계가 어지럽게 돌아가는 이 시기에,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이 제안한 ‘문명의 동맹’에 대한 최종안이 최근 카타르 도하 회의에서 도출됐다는 뉴스는 듣던 중 반갑다. 문명동맹은 아난 총장이 지난해 7월 런던테러 직후 제안했다. 동맹을 통해 이슬람과 서구의 상호이해를 증진시키며 편견과 오해, 극단주의를 극복해 보자는 게 골자다. 동맹 추진에는 이슬람과 서구문명이 공존하는 스페인(기독교 문명권)과 터키(이슬람 문명권)가 적극 나서 고무적이다. 최종안은 유엔총회에 상정돼 올해 말쯤 공동성명으로 채택될 예정이라고 한다. 문명공존론을 내세운 하랄트 뮐러의 조언대로, 서구는 개방적 자세로 다른 문명을 더 배우고 공존의 지혜를 얻었으면 좋겠다. 야만의 시대를 끝내고 진정한 ‘하나의 세계’를 향한 이번 행진에 서방과 이슬람권 국가들의 호응과 동참을 기대한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되살아난 ‘아부그라이브 악몽’

    되살아난 ‘아부그라이브 악몽’

    지난 2003년 이라크 아부 그라이브 포로 수용소에서 촬영된 미군의 포로학대 영상이 호주 TV에 의해 추가로 공개되면서 2년 전 이라크 전역을 뒤흔들었던 극렬한 유혈사태의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새 영상들은 미국이 주도하는 다국적군의 행동방식을 주요한 이슈로 부각시킬 것이 분명하다. 최근엔 영국군의 이라크 소년 집단 구타 비디오가 언론에 공개되면서 이라크인들의 격렬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아부 그라이브의 악몽을 다시 불러일으킨 것은 호주 공영TV인 SBS다. 이 방송은 ‘데이트라인’ 프로그램을 통해 미군의 이라크 포로 학대 행위를 담은 미공개 사진과 영상을 방영했다. 이 방송의 마이크 커레이 기자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전에 공개된 것보다 훨씬 심각한 것들이었다.”고 밝혔다. 프로그램에서는 분뇨로 몸이 더럽혀지고 성적 학대를 당하는 모습, 발가벗긴 채 피를 흘리는 포로와 시체의 모습이 공개됐다. 공개된 이미지의 진위(眞僞) 여부와 관련, 익명의 미 국방부 관계자는 “진품이 맞다.”고 밝혔다. 그는 “2004년 조사과정에서 이미 드러났던 것들”이라며 “당시 조사한 100장이 넘는 사진과 4개의 비디오 클립 가운데 일부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호주 TV의 영상공개는 미국이 이라크내 무장반군의 중심세력인 수니파 아랍 공동체들과의 관계개선을 모색하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미국은 수니파 반군들에 무장해제를 설득하는 중이었다. 공교롭게도 아부 그라이브에서 학대를 당한 수감자 대부분은 수니파 아랍인들이다. 미국은 파문의 확산을 우려해 조기 진화에 나섰다. 미 국방부 대변인 브라이언 휘트먼은 “이같은 사진이 공개될수록 세계 곳곳에서 불필요한 폭력을 불러일으켜 미군을 더욱 위험에 빠뜨리게 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아부 그라이브 사건은 이미 조사가 끝난 것”이라며 재조사 가능성을 배제했다. 이라크 임시정부의 네르미네 오트만 인권장관은 “우리는 이미 충분한 고통을 받았기 때문에 (더 이상의 사진공개를)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무슬림세계의 반발은 학대장면들이 어느 정도까지 보여지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이미 미국 뉴스채널 CNN과 아랍 위성방송 알 자지라와 알 아라비야가 호주 TV의 보도화면을 일부 편집해 내보내고 있다. 인터넷에서도 몇몇 장면이 급속히 번져나가면서 미군에 대한 비난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이라크인 교사 하난 아디브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영상들은 미국의 이라크 점령과 함께 시작된 오랜 고통을 다시 불붙일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 코피 아난 사무총장은 “공개된 사진들은 ‘아주 당혹스러운’ 것이었다.”며 “즉각적인 조사가 이루어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한 것으로 대변인이 전했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반기문외교 유엔총장 출사표] 원수급 예우… 국제갈등 중재역

    “유엔 사무총장은 국가원수에 준하는 예우를 받으며 도덕적 권위면에서도 교황의 권위에 비유되곤 한다.” 14일 대표적인 유엔통으로 꼽히는 박수길 전 유엔대표부 대사의 언급이다. 하지만 영어 표현인 ‘SG’(Secretary of General)가 ‘속죄양’(scapegoat)으로 불리기도 한다고 설명했다.‘지구상에서 가장 불가능한 직무’라는 비유도 소개했다. 유엔의 재상(宰相)으로 불리는 사무총장은 유엔의 실질적 수장이다. 지명도는 미국 대통령에 버금간다. 다만 ‘권력행사’보다는 ‘심판’,‘중재’ 역할을 맡는 자리다. 평화유지활동, 군비축소활동, 국제협력 증진 등 유엔의 존재 이유와 맞닿아 있다. 유엔헌장에 따르면 사무총장의 신분은 유엔 사무국의 수석 행정관이다. 어떤 정부나 기구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고 지시를 구하거나 받지 않는 국제 공무원이다. 안보리의 주의를 환기시키고 분쟁을 조정하고 중재하며 사무국 직원을 임명한다. 유엔 총회, 안전보장이사회, 경제사회이사회, 신탁통치이사회 등 모든 회의에 사무국 수장 자격으로 활동한다. 이들 기관으로부터 위임받은 임무도 수행한다. 연봉은 1997년 이래 22만 7253달러(약 2억 2214만원)로 책정돼 있다. 판공비, 관사, 경호 등도 제공받는다. 미국 뉴욕의 총장 관저를 1년에 1달러만 내고 사용한다. 이 관저는 미국 유엔협회가 지어 상징적인 임대료만 받고 사실상 무료로 살게 해주는 셈이다. 세계 각국에서 받는 의전은 당사국 행정부 수반의 수준에 맞춰진다. 하지만 차기 사무총장에게는 다급한 현안이 한둘이 아니다. 우선 콩고 주둔 평화유지군의 성추문, 코피 아난 현 사무총장 아들이 연루된 이라크 석유-식량계획을 둘러싼 비리 문제 등을 해결해야 하다. 유엔 사무국 개혁방안 역시 과제로 대기 중이다. 지난 1945년 유엔 출범 이후 역대 사무총장은 현 코피 아난 사무총장을 포함해 모두 7명이다. 임기는 5년이며 제6대 사무총장을 지낸 이집트의 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를 제외한 나머지 6명은 모두 재선에 성공했다. 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반기문 외교 유엔총장 출마

    반기문 외교 유엔총장 출마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연내에 치러질 유엔사무총장 선거에 출마한다. 국내 인사가 유엔 사무총장에 출마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상반기 중에 유력 후보들이 압축되고 하반기에는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반기문 장관은 14일 서울 세종로 외교부 청사에서 내·외신 정례 브리핑을 갖고 “북한을 포함한 모든 유엔 회원국 외교장관들에게 출마 사실을 통보했다.”면서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반 장관은 “우리나라의 국력과 국민의 지지에 힘입어 유엔과 국제사회 발전에 기여하고자 유엔 사무총장 후보로 추천한 데 대해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인다.”면서 당선될 경우에 북핵 문제의 조기 해결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반 장관은 한승수 전 유엔총회 의장(2001년 9월∼2002년 9월)의 비서실장으로서 당시 9·11사건 직후 유엔 차원의 테러리즘 대응 조치와 이견 조율 업무를 맡기도 했다. 유엔 사무총장 선출절차가 5∼6월에 시작될지,8∼9월이 될지는 아직 불분명하나 연말인 코피 아난 현 사무총장의 임기 이전에 후임자가 결정될 것이라고 정부 당국자가 전했다. 유엔사무총장은 지역순환 원칙이 암묵적으로 적용돼 왔으며, 코피 아난 사무총장 후임으로 아시아 국가 후보가 거론돼 왔다. 일부 회원국들은 40년에 가까운 전문 외교관 경력의 반 장관을 후보로 내달라고 우리나라에 건의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정현 김수정기자 jhpark@seoul.co.kr
  • [반기문외교 유엔총장 출사표] 당선가능성과 주요경쟁자 분석

    [반기문외교 유엔총장 출사표] 당선가능성과 주요경쟁자 분석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의 유엔사무총장 당선 가능성에 대해 정부 당국자의 대답은 “해볼 만하다.”는 것이다.5년 전 코피 아난 사무총장이 선출될 당시 비상임이사국인 한국 대표로서 한표를 행사한 박수길 전 유엔대사는 14일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는데, 그 자체로 엄청난 것이다.”고 말했다. 당선의 관건은 첫번째 열쇠를 쥔 미·중·영·프·러 등 5개 유엔상임이사국 즉 ‘P5(Permanent 5)´와의 관계다. 이어 다른 후보와의 역량 차이, 분단국과 한반도 안보 상황, 한·미동맹관계 등이다. 관례에 따라 아시아 출신에게 순번이 돌아오는 점에서 판은 1차로 좁혀진다. ●미국의 지지는 죽음의 키스? 일단 “미국이 지지한다.”고 알려지면 경쟁관계인 프랑스·중국 등의 거부권 행사로 이어지는 게 국제적 정서다. 주한 외교단의 한 관계자는 미국의 지지는 “죽음의 키스(Kiss of death)”라고 표현했다. 한국이 미국과 동맹국이어서 불리하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하지만 냉전시대가 아니고, 한국이 P5와 원만한 관계를 맺고 있어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이란 게 정부 판단이다.“지역순번제로 할 이유가 없다.”(존 볼턴 미 유엔대사)거나 미국은 중유럽 국가를 지지한다는 등의 보도들은 오히려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중국·러시아의 경우 최근 비(非)아시아권 후보는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개별 상임이사국으로부터 전폭적 지지도 받지 않으면서, 거부당하지도 않는 절묘한 줄타기를 해야 한다. 국제무대에서 미국을 견제하는 프랑스의 지지 확보가 관건인데, 현재로선 특별한 거부의사는 보이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분단국, 독(毒)인가 약(藥)인가 한반도 분단상황, 특히 북한 핵문제가 사무총장 후보의 걸림돌이 된다는 우려도 크다.50년의 분단상황을 평화적으로 잘 관리해 왔다는 점에서 오히려 유리한 상징성이 될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정부 관계자가 특정국가 대사에게 “분단국이라 어떨지….”하고 떠봤을 때 “오히려 상징성이 될 수 있다.”는 격려도 얻었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2001년부터 체납 중인 유엔 분담금 1억 3000만달러가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란 시각도 있지만 근본적인 걸림돌은 아니다. ●공식 출마선언 경쟁자는 2명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의 공동후보로 나온 태국의 수라끼앗 부총리와 유엔 군축담당 사무차장을 지낸 스리랑카의 자얀티 다나팔라 전 대통령 보좌관. 수라키앗 부총리는 “미국이 승인했다.”“110개국 지지를 얻었다.”고 지난해 초부터 떠들었고 이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태국이 남부 지역 이슬람 세력을 탄압, 말레이시아와 외교적 마찰을 일으키고 있어 이슬람권내 부정적 기류가 형성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다나팔라 전 사무차장은 유엔개혁의 적임자임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유엔관료 출신인 코피 아난 사무총장이 부패 스캔들에 휘말렸다는 점에서 역풍 움직임도 엿보인다. 태국에선 수라끼앗 후보에 대해 ‘후보 철회’ 여론도 일고 있어 고촉통 전 싱가포르 총리가 대타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 라트비아의 바이라 비케프라이베르가 대통령의 경우 미국이 선호한다는 보도도 있었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동티모르의 호세 라모스 호르타 외교장관, 유엔개발계획(UNDP) 사무총장인 터키의 케말 데르비스, 폴란드의 알렉산드르 크바시니에프스키 대통령 등도 잠재적 후보로 분류되고 있다. 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반기문외교 유엔총장 출사표] 상임이사국의 비토없이 안보리 9표이상 얻어야

    [반기문외교 유엔총장 출사표] 상임이사국의 비토없이 안보리 9표이상 얻어야

    “빨간카드를 받으면 안 된다.” 유엔 헌장 97조에 따르면 사무총장은 안보리 이사회 추천을 거쳐 총회가 임명하며, 총회 승인은 비밀투표로 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사실상 미·중·영·프·러 등 5개 상임안보리 이사국의 정치적 합의로 선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규정에는 상임이사국으로부터 비토(Veto)를 받지 않고 안보리 이사국(5개 상임+10개 비상임)전체의 9표를 얻어야 한다고 돼 있다. 상임이사국(P5) 가운데 한 나라가 거부권을 행사하면 다른 안보리 이사국 14개국이 찬성해도 불가능하다. 상임이사국의 표는 빨간색, 비상임이사국의 표는 흰색이다. 총회는 박수로 이를 승인하는 형식적 절차일 뿐이다.7대 총장을 선출하는 동안 한 차례도 총회에서 거부된 사례는 없었다. 비공식 모의(예비)투표(straw poll)에서 두 후보 이상이 상임 이사국 거부권행사 없이 9표 이상을 얻었다 하더라도 단순한 산술적 결과보다는 상임이사국간 정치적 절충을 통해 총회추천으로 이어진다. 아프리카 이집트 출신 부트로스 갈리 사무총장이 재선에 나섰을 때 14개국 지지를 얻었지만 미국이 끝까지 거부, 재선되지 못했다. 코피 아난 사무총장 때는 미국이 지지하자, 예비 선거에서 프랑스가 4차례나 거부권을 행사, 막판에 철회하기도 했다. 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반기문외교 유엔총장 출사표] 유엔총장 후보 내기까지

    정부가 유엔 사무총장 후보 만들기 ‘작업’에 들어간 것은 지난 2001∼2002년 한승수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이 유엔총회 의장직을 겸임할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재임에 들어간 코피 아난 사무총장의 경우 관례로 볼 때 3선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데다 8대 총장은 아시아 순서가 될 것이란 감을 잡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반기문 장관이 후보로 확정되기까지 과정은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국민들이 ‘유엔사무총장 출마’란 말을 처음 접한 것은 2004년 12월 주미 대사로 내정된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이 공개적으로 “정부가 밀면 유엔 사무총장에 출마할 것”이라고 밝히면서다. 앞서 총회 의장(당시 반 장관은 총회의장 비서실장)을 지낸 한승수 전 장관이 후보로 나서기 위해 물밑 작업을 하기도 했지만 청와대와 홍석현씨간 ‘빅딜’을 통해 홍 대사로 굳어졌다. 하지만 “주미 대사가 사무총장 징검다리 자리냐.”는 부정적 여론 속에 홍 전 대사는 지난해 7월 안기부 도청 녹취록 파문으로 5개월 만에 낙마했다. 결국 정부는 반 장관 카드를 뽑았다. 미국이 아난 사무총장 임기 직전인 12월 초가 아닌 올 6∼7월 차기 사무총장을 선출하려 한다는 정보가 있어 서둘렀던 것으로 알려졌다.9월 국가안전보장회의(NSC)상임 위원회에서 반 장관을 단일후보로 결정한 뒤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정부는 ‘조용한 접근’이 유리하다고 보고, 국내 언론들에는 발표시점까지 ‘엠바고’(보도제한)를 요청해 왔다. 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코피 한잔 시켜놓고 몇시간

    코피 한잔 시켜놓고 몇시간

    주제(主題)=「데이트」와 시계(時計) MC=몇 년 전 『시계와 데이트』라는 노래가 크게 유행된 적이 있읍니다. 「데이트」쯤은 오히려 늦는게 예의인줄 아는 불쌍한 이 땅「이브」들을 한탄하는 노래였죠. 「코피 한잔」을 시켜 놓고 「내속을 태우는」요즘의 어느 「히트·송」의 울부짖음도 사연인즉 이런 것이 아닙니까? 전양자(全洋子)=전 숙녀답지 못하게 약속 시간을 정확히 지키는 못된 버릇이 있읍니다. (웃음) 보통 약속 5분전 쯤「데이트」현장에 도착하지요. 상대방이 시간을 어길때는 10분 정도까지 기다려 줍니다. 박경원(朴敬遠)=전 30분 전 쯤 약속 현장에 도착합니다. 그래야 마음이 놓여요. 요즘처럼 「택시」잡기가 힘든 때는 차라리 일찌감치 나가 상대방을 기다리며 시간을 보내는게 훨씬 정신 건강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전양자(全洋子)=같은 10분이라도 내가 기다리는 10분과 상대방이 나를 기다리는 10분과는 천양의 차가 있는 것 같아요. 또 상대방이 정든 사람이라도 된다면 그 10분은 백분 정도의 시간성을 가질 수도 있는게 아니겠어요? MC=남녀 대학생 여러분들은 어느 정도 기다립니까? 김사라=5분 정도까진 시간이「오버」돼도 기다립니다. 그것도 순전히 인간적인 배려에서…. 신유근=난 최고 3시간 정도까지 기다려 본 적이 있읍니다. 나중엔 기다린게 아니라 음악이 좋아 그냥 앉았던 거지만-. 상대가 여자면 그렇게 안기다리고 남자인 경우에 한해서 좀 끈질기게 기다리는 괴벽(怪癖)이 있읍니다. 오충근=난「데이트」상대가 미녀이면 2시간 쯤, 추녀이면 2분쯤 기다립니다. 미녀와 추녀를 똑같은 시간 동안 기다릴 순 없는 노릇이지요. 김미란=10분쯤 기다립니다. 그 이상은 죽고싶은 생각이 들어 더 앉아 있을래야 앉아 있을 수가 없어요.(웃음) 전양자=고물 시계가 사랑하는 사람들의「데이트」를 엉망으로 만들어 놓을 때가 있읍니다. 고장이 났으면 차라리 시계 바늘이 꼼짝 달싹을 말든지…. 열심히 움직이기는 하는데 한 시간에 30분 정도밖에 가지를 않는 거예요. 그걸 믿고「데이트」를 약속했다간 그 결과는 뻔한 거지요. MC=시계와「데이트」에 얽힌 좀 더 재미난 경험담들을 얘기해 보기로 하죠. 박경원=내 시계는 이틀에 1분 정도가 빨라집니다. 그걸 알기 때문에 시계로 인해 약속이 파탄된 적은 없어요. 전양자=여고때 고물 시계를 속아서 산 적이 있어요. 열심히 고쳐도 시간은 열심히 안맞는데 당해 낼 재간이 없더군요. 가짜 시계 파는 악덕상인들이야 말로 가짜 중에선 1급 악질이지요. 김신호=전 하숙을 하고 있읍니다. 남자만 여섯명이 한집에서 살고 있죠. 한번은 이런 장난을 했어요. 한 친구가 토요일 저녁 때 돌아 와서는 이발을 한다, 목욕을 한다, 옷을 다린다 법석을 떠는게 아니겠어요? 일요일「데이트」를 모두가 직감했죠. 그날 밤 그 친구가 잠든 사이 방안에 있는 시계를 모조리 한 시간씩 앞 당겨 놨어요. 주인 집 시계까지…. 다음 날 이 친구 나갔다가 두어 시간 후에 돌아와서는 옷도 안 벗고 이불 속으로 직행하더군요. 끙끙대는 모습이 보기에도 딱할 정도였죠. 자기가 시간을 맞춰 나가지않은 것은 모르고 아가씨가 안 나오니까 완전히 사랑의 종말이 온 걸로 속단해 버린거예요. 전양자=전 남자 친구와의「데이트」도중 극장안에선가 이강천(李康天)감독에게「픽·업」되어 영화 배우가 되었읍니다. 「데이트」가 일생의 운명을 뒤 바꿔 놓는 계기가 되었죠. 그날 시계라도 고장이 나 그 남자 친구와의 「데이트」가 깨졌더라면 오늘의 영화 배우 전(全)아무개는 없었을게 아니겠어요? [ 선데이서울 69년 6/22 제2권 25호 통권 제39호 ]
  • 미스·한국도로공사 이용숙양 - 5분 데이트(36)

    미스·한국도로공사 이용숙양 - 5분 데이트(36)

    안 가본 산이 거의 없도록 등산을 즐기는 것은 식물, 동물 채집을 해야했던 생물학을 전공해서이다. 梨大 생물학과 재학때에는 68년도 科대표 「퀸」. 그래서 「성적과 품행이 우수한 者」가 바로 李庸淑양이다. 「미스·한국도로공사」. 졸업하는 다음 날부터 감사실 비서로 일하기 시작해서 5개월째. 남의밥이 얼마나 먹기 힘든가를, 세상의 남편들이 권속을 위해 어떻게 권속하고 있는가를 1년간만 보고 배운 다음 결혼을 하겠단다. 서울이 고향인 2남3녀 중 막내딸을 환갑이 지난 부모들의 원따라 중매결혼을 하게 될 것이라면서 아직은 자신의 결혼얘기에 얼굴을 붉혀 멋쩍어 한다. 엄한 부모 밑에서 「데이트」한번 못해봤으니 자신은 원치 않더라도 연애 결혼하기는 어렵게 됐다는 얘기가 요즘 젊은 여성답지 않아 차라리 의아스럽게 들렸다. 하지만 흔히 만나질 수 없는 한국여성 고유의 차분함이 이 46년생에게서 엿보여 귀엽다. 자꾸만 헤쳐보고 싶은 호기심의 연속 속에서 「데이트」는 지리할 수 없었다. 진명여고때 선수로 까지 활약했던 실내 捄技의 공 크기는 제일 작은 것으로 그 실력은 지금까지 자신 있어 할 정도란다. 지난 2월 15일 발족한 한국도로공사에는 여직원이 모두 30여명. 세명의 미인을 본인 모르게 추천해왔다. 梨大 「메이·퀸」시녀였던 李庸淑양의 美의 실력은 「카메라·테스트」를 쉽게 「패스」했다. 옷의 眞價를 「디자이너」의 입장에서 평하라면 겉모양 보다는 안을 뒤집어 보아야 정확한 대답을 할 수 있다고 한다. 톡톡한 바느질과 후한 솔기를 뒤집을 안에서 발경하면 그것은 분명히 공들인 고급의상이라는 얘기다. 우리나라의 경우 「기성복」과 「고급의상」이란 말은 전혀 관계 없는 두 마디. 최근 고급의상 「디자이너」들이 부쩍 이 두 말의 거리를 좁히려는 노력들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기성복은 싼 것」이라는 고정관념도 충족시켜 주면서 바느질이 꼼꼼하고 후한 기성복이 유명 「디자이너」 의 상표를 달고 나온다. 정체불명 상표의 시장옷과 다른 점은 바느질뿐만이 아니다. 천과 안감을 「디자이너」의 상표가 보증해 주는 것이다. 주문복 수준의 의상을 1만원이하의 값으로 그것도 5벌만의 「코피」를 낸다는 韓熙道 기성복점이 이번 표지맵시의 제공자. 「원·피스」경우보다 값은 2, 3천원 비싼 V「네크」의 「드리·피스」. 썩 점잖은 자리에 입기 권함직. 한 여름에는 「자키트」없이 입는 「오피스·웨어」다. [ 선데이서울 69년 6/8 제2권 23호 통권 제37호 ]
  • 이란核 안보리 회부 합의

    이란核 안보리 회부 합의

    ‘중동 지역의 안정을 위해 방향은 분명히, 문제 해결은 여유를 갖고 천천히.’ 미국을 비롯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들이 31일 영국 런던에서 이란 핵문제를 안보리에 넘기기로 원칙을 정하되 3월 국제원자력기구(IAEA) 보고서가 나올 때까지 미루기로 했다. 전날 런던에서 긴급 회동을 갖고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집권에 성공한 무장조직 하마스 대응책을 논의한 미국과 유럽연합(EU), 유엔과 러시아 등 중동평화 로드맵 당사자들은 이스라엘 인정과 폭력 포기 촉구에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즉각적인 원조 중단에는 나서지 않기로 했다. 섣불리 대응했다가 이 지역 정세에 돌이킬 수 없는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현실을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과 러시아 동의 이끌어내기 위한 고육책 미국과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안보리 상임이사국과 독일 외무장관들은 이란 핵문제의 안보리 회부에 합의했지만 최소 1개월 이상 이란의 핵개발에 대한 유엔 제재를 미루기로 했다. 잭 스트로 영국 외무장관은 “IAEA 절차에 대한 권위를 살리기 위해 IAEA의 3월 정기이사회 보고서가 나올 때까지 제재 결정을 미루기로 했다.”고 설명했다고 BBC는 전했다. 이에 따라 2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IAEA 임시이사회에서 이란 핵의 안보리 회부 결정이 내려져도 안보리 공식 논의는 3월 보고서가 나올 때까지는 이뤄지지 않게 됐다. 시간을 갖고 안보리 회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버텼던 중국과 러시아의 동의를 얻어내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의 한 고위 관리는 “이번 성명이 우리가 바라는 수준에서 가장 강력한 메시지”라고 만족감을 표시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31일 오후(한국시간 1일 오전 11시) 연두교서를 발표하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란 정부와 국민에게 별도의 메시지를 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즉 이란인에게는 ‘자유로워져야 한다.’고 말하는 대신, 정부에 대해선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기를 희망한다면 핵야망부터 포기하라.’고 촉구한다는 것이다. ●아난 유엔 사무총장까지 무장 포기 압박 중동평화 4개 당사국의 런던 회동은 하마스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배려로 가득찼다고 BBC는 분석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까지 “팔레스타인 정부의 모든 구성원은 비폭력, 이스라엘 인정 확약 등 중동평화 로드맵을 비롯한 기존의 모든 합의와 의무를 준수해야만 한다.”고 가세했지만 새 정부에 대한 지원 여부는 이런 원칙이 지켜지는지에 대한 검토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결론내렸다. 하마스가 여유를 갖고 향후 행보를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으로 BBC는 풀이했다. 그러나 사미 아부 주흐리 하마스 대변인은 30일 “(중동 평화회담을 중재하는)중재자들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점령과 침략 중지를 요구해야지, 피해자로 하여금 점령을 인정하고 뒷짐만 지고 있으라고 요구해서는 안된다.”고 일축했다. 이런 가운데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진 칼리드 메샬과 이집트 카이로에서 만나 정국 운영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총리 유화책이 하마스 키웠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하마스가 개표 직후 출구조사에서 집권 파타당에 근접하고 있다는 소식에도 “하마스와는 상대하지 않겠다.”며 고압적 태도를 고수하던 두 나라가 막상 하마스가 집권당이 된다는 보도에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충격에 빠진 이스라엘은 에후드 올메르트 총리대행이 26일 밤(현지시간) 긴급 안보내각을 소집해 대응책을 논의했다. 텔아비브 주식시장도 1.4% 급락 장세를 보이며 민감한 반응을 나타냈다. 이스라엘 우익진영에선 동예루살렘에 사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총선 참여를 허용하는 등 유화적으로 대응해온 올메르트 총리대행의 책임이 크다며 공격에 나섰다. 리쿠드당 의원들은 “하마스가 올메르트에 감사의 꽃을 보내야 한다.”고 비아냥댔다. 미국은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으나 충격에 빠진 분위기다. 유럽연합(EU) 등과 함께 팔레스타인 총선 결과를 놓고 대책 회의를 열기로 하는 등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은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EU, 러시아 등 4자 대표들이 30일 영국 런던에서 회동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무기를 버리고 이스라엘을 파괴하겠다는 뜻을 포기하지 않는 한 대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베니타 페레로­발트너 EU 집행위원은 “하마스가 평화적인 방식으로 일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의 맹방을 자처해 온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는 “매우, 매우, 매우 나쁜 결과”라고 잔뜩 인상을 찌푸렸다.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비상금 얻으려면 - Q여사에게 물어보셔요 (32)

    사연 : 비상금 얻으려면 남편을 무척 사랑하는 20대 아내입니다. 얼마전 알아낸 일인데 남편은 항상 주머니에 비상금을 넣고 다니며 쓰고는 매일아침 갈아 넣는 모양이에요. 이 비상금의 존재를 제가 모르는줄 알고 있어요. 아침마다 손을 내밀면 없다고 시치미를 뗍니다. 그렇다고 주머니를 뒤져서 비상금의 비밀을 제가 알아낸줄 알면 야단도 맞고 다른데다가 빼돌릴까봐 걱정도 됩니다. 어떻게 하면 내게로 돌아오게 할 수 있을까요. <경기도 수원시 매산로 3가 김미란> 의견 : 몰래 더 보태셔요 金여사, 당신은 행복하십니다. 아침마다 용돈을 조르는 남편이 세상엔 얼마나 많은 줄 아십니까? 이 아픔을 면제받았으니 행복하시다는 얘기입니다. 월급날 온전한 봉투를 아내에게 갖다바치고는 여느 날의 용돈 걱정을 전혀 시키지 않으니 얼마나 휼륭한 남편입니까. 남편이 바깥에 나가면 「버스」값 얼마 점심값 얼마라는 기계적인 계산 말고도 쓰임새가 많습니다. 친구 셋과 「코피」만 마셔도 벌써 1백50원 아닙니까. 이런 돈, 비상금은 남편에게 맡겨두는 게 도리일 것입니다. 그것을 어디다가 감추고 어쩌구 하는 것은 오히려 애교가 아닐까요? 그 액수라는 것이 항상 빤한 법 입니다. 기껏 5백원짜리 두어장을 꼬깃꼬깃 접어둘 정도일 것입니다. 남편으로서는 이 알량한 돈이나마 지녔다는 것이 아내에게 미안해서 감추는 美德을 따르는 것이랍니다. 그래도 그 쌈짓돈이 탐나시면 가령 담배 한갑을 사서 몰래 주머니에다가 넣어 드려보세요. 담뱃값의 열배쯤은 아마 그날 저녁에 보상 받을 것입니다. <Q> [ 선데이서울 69년 6/1 제2권 22호 통권 제36호 ]
  • 유엔 추락 어디까지

    유엔 추락 어디까지

    유엔의 추락은 어디까지일까. 지난해 ‘이라크 석유·식량 교환프로그램’비리 사건으로 홍역을 치르더니, 분쟁지역 평화정착을 위해 운영중인 평화유지활동(PKO)이 연초부터 대형 악재에 휘말리고 있다. 유엔 평화유지군은 19일 서아프리카의 소국 코트디부아르(아이보리코스트)에서 시위 군중들에 의해 사령부가 포위당했다. 일부는 기지까지 뺏기고 쫓겨나는 등 어처구니 없는 일도 빚어졌다. 앞서 16일에는 PKO 물품 조달과 관련된 비리 혐의가 적발돼 유엔직원 8명이 면직되기도 했다. ●사령부 기지서 쫓겨나기까지 BBC·CNN 등 외국 언론들에 따르면 제1의 도시 아비장에 있는 평화유지군 사령부는 2000여명의 시위군중들에 포위돼 팽팽한 긴장이 감돌았다. 사령부 구내로 돌을 던지는 시위대를 향해 평화유지군은 최루탄과 경고사격으로 대응했다. 한때 시위대 일부가 담장에 구멍을 뚫고 구내 진입을 시도하다 저지당하기도 했다. 로랑 그바그보 대통령의 지지자들로 이뤄진 시위대는 유엔이 지명한 국제중재단의 의회해산 권고에 반발, 거리를 점거한 채 나흘째 시위를 벌였다. 대서양 연안의 산 페드로에서도 유엔 사무소가 시위대의 화염병 공격을 받았다. 서부 기글로에서는 방글라데시군으로 구성된 평화유지군 300명이 시위대의 공격을 받고 기지를 비워둔 채 시 외곽으로 탈출했다. 기지에 난입한 시위대는 방글라데시 국기와 유엔 깃발을 끌어내린 뒤 코트디부아르 국기로 바꿔달았다. 앞서 평화유지군은 공격이 거세지자 자위권을 발동, 시위대에 총격을 가해 최소 5명이 숨졌다고 영국의 인디펜던트는 보도했다. ●아난 총장 격노…안보리 긴급소집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그바그보 대통령이 유엔이 후원하는 평화로드맵을 방해하려고 시위를 선동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평화유지군과 함께 주둔하고 있는 프랑스군 고위 관계자는 “유엔이 이 나라에 대해 조치를 취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날 긴급회의를 갖고 대책마련에 착수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양의 코코아를 생산하는 코트디부아르는 지난 2002년 반정부 쿠데타가 실패한 뒤 4년간의 내전으로 경제가 황폐화됐다. 반군과 정부군의 평화협정을 중재한 유엔은 지난해 양측이 참여하는 과도내각을 구성한 뒤 선거를 통해 새 정부를 출범시킬 계획이었으나 그바그보 대통령의 반대로 무산됐다. 지난해 아이티, 콩고, 자이르에서는 평화유지군 병사들이 성매매와 성폭행 사건에 연루,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첼리스트 요요마 유엔 평화대사에

    세계적인 첼리스트 요요마(50)가 유엔 평화대사로 임명됐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요요마를 새로운 평화 대사로 임명했다고 발표했다고 AP통신이 13일 전했다. 파리에서 태어난 요요마는 중국 이름 ‘馬友友’까지 갖고 있지만 국적은 프랑스다. 아버지는 상하이 출생으로 파리에서 공부한 음악학자였으며 어머니는 홍콩 출신의 메조 소프라노 가수였다.4세에 첼로를 배우기 시작한 그는 2년 뒤 데뷔 연주회를 가질 정도로 신동 소리를 들었다.7살때 미국으로 이주한 그는 1976년 하버드대 인문학과를 나온 뒤 거장 레오너드 번스타인 등의 후원으로 세계적인 연주자 반열에 올랐다. 그는 대중과의 거리를 좁히며 클래식계에 드리운 장막을 거둬내는 데도 앞장서 크로스오버 개척자라는 명성을 얻었다. 지난해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의 노벨 평화상 시상식장에 등장, 연주를 들려주기도 했다. 요요마는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작가 엘리 비셀, 위대한 권투선수 무하마드 알리, 영화배우 마이클 더글러스, 침팬지 박사로 유명한 제인 구달 등과 함께 세계 평화의 염원을 전파하는 일을 하게 된다.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부산·전남·경남 ‘동북아 경제중심지’로 2020년 1인당 GRDP 3만5000달러

    올해 경남도정의 화두는 남해안시대다. 남해안시대는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부산·전남·경남을 ‘남해안 해양경제축’으로 개발하기 위한 전략이다. 국제적으로는 신 해양물류 및 관광산업을 포함한 동북아 경제중심지로, 국내적으로는 동북아시대를 열어갈 국가성장동력의 새로운 발원지로 각각 육성한다는 것이다. 지난 2004년 11월 김태호 지사의 제안에 전남도와 부산시가 동참했다.3개 시·도는 지난해 2월 경남 통영에서 ‘남해안시대 공동선언문’을 발표, 남해안시대를 통한 공동번영을 다짐했다. 경남도는 이를 국가적 과제로 이어가기 위해 ‘남해안발전지원특별법’제정을 서두르고 있다. 법적·제도적인 뒷받침을 마련하려는 것이다. 법안은 오는 6월쯤 의원입법으로 국회에 상정될 예정이다. 이 법이 제정되면 남해안시대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여진다. 정부도 남해안시대에 관심을 갖기 시작, 최근 확정한 제4차 국토종합개발계획에 ‘남해안 해양경제축’ 구축 및 동남권 신공항 건설계획을 반영시켰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고위 관계자도 조만간 현지를 방문, 의견을 수렴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남해안발전 기본구상’을 마련 중인 삼성경제연구소는 사업이 완성되는 2020년 이 지역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3만 5000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국내 평균은 2만 8000달러. 명실공히 ‘아시아의 해양낙원’이 펼쳐진다. 김 지사는 “남해안시대 프로젝트는 국가균형발전과 국가경쟁력 제고는 물론 지방분권 및 지역화합을 동시에 이루는 ‘코피티션(Co-opetition)’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코피티션은 협력(Cooperation)과 경쟁(Competition)의 합성어다.창원 이정규기자 jeo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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