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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뿐 아니라 귀도 기절시켜 주마”

    “눈뿐 아니라 귀도 기절시켜 주마”

    “사실 발레 음악은 잘하질 않았습니다. 오페라와 달리 발레는 춤에 템포가 묶이기 때문에 음악적으로 여유롭지 못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놀랍게 발전하는 한국 발레를 보고 저도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 “쭉 해왔던 레퍼토리 가운데 하나였지만 늘 아쉬웠습니다. 음악까지 완벽해서 눈뿐 아니라 귀까지 즐겁게 해드릴 수 있다면 어떨까 했죠. 그래서 4년 전에 정 선생님을 찾아뵈었고, 그때부터 이 작품을 꿈꿔 왔습니다.”(최태지 국립발레단장) 국립발레단이 서울시향과 손잡고 10월 27~30일 나흘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발레 ‘로미오와 줄리엣’을 무대에 올린다. 드라마틱한 구성 덕분에 연주곡만으로도 인기가 높은 세르게이 프로코피에프의 음악이 배경에 깔린다는 점에서 발레 팬뿐 아니라 클래식 팬들도 귀가 쫑긋해질 만한 소식이다. 방북에 앞서 열린 지난 8일 기자간담회에서 정 감독은 “어릴 적부터 누나들(정경화·명화) 반주 지겹도록 했기 때문에 난 태생적으로 반주자”라고 농담한 뒤 “프로코피에프 음악은 그 자체가 박진감이 넘치기 때문에 단순히 춤에 대한 반주가 아니라 무용수들과 뭔가 주고받으면서 할 수 있을 것 같아 무척 기대된다.”고 말했다. 최 단장도 “2000년 초연 때만 해도 무대장치나 의상을 모두 빌려서 했는데 이번엔 완전한 자체 제작”이라면서 “여기다 음악까지 받쳐 주니 관객들에게 완전한 만족을 안겨 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원작의 힘 덕분에 ‘로미오와 줄리엣’은 발레로도 수많은 버전으로 만들어졌다. 그 가운데 국립발레단이 선택한 장크리스토프 마이요 버전과 더불어 볼쇼이발레단 버전, 존 크랑코 버전 등 5개가 가장 인기다. 김혜원 국립발레단 홍보 담당자는 “음악에 비유하자면 볼쇼이 버전은 정통 클래식, 마이요 버전은 현대적인 감각의 뉴에이지”라고 설명했다. 이번 작품은 원작과 많이 다르다. 마이요 스스로가 ‘줄리엣과 로미오’라고 표현했을 정도로 줄리엣의 비중이 강화됐다. 16살 철없는 소녀가 아닌, 자신의 사랑을 쟁취하고 지켜내기 위해 투쟁하는 인물로 나온다. 줄리엣 역을 맡은 김주원(34)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는 “10여년 전 공연 때에 비해 (저 자신) 더 성숙하고 강인해진 데다 상대 로미오가 어려서 더 잘할 수 있다.”며 웃었다. 로미오 역은 발레단 후배 이동훈(25)이 맡았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키스신도 있다. 5000~15만원. (02)580-1300.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이제는 공공외교다-세계인 좌우하는 미디어] (3회) 시선을 사로잡아라:미디어 외교

    세계 각국이 국제방송을 설립하는 것은 미디어를 통한 공공외교가 공공외교의 기본 목표인 상대국 국민의 이해와 공감을 직접 얻는 데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BBC와 CNN을 시청하고 이 채널을 신뢰하는 사람이라면 영국과 미국의 입장이나 의제를 자발적이고 능동적으로 학습할 개연성이 높다. 중국이나 러시아, 아랍권, 남미 등이 새로운 국제방송을 설립하는 것은 세계인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국가가 세계인의 머리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전 세계를 무대로 벌어지는 ‘미디어 공공외교’의 경쟁을 추적했다. 베를린·파리·런던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아프가니스탄에서 성공한 인도주의 지원의 하나는 유니세프가 단 3주 만에 700만명의 어린이에게 예방 접종을 실시한 것이다. 이는 BBC 월드서비스가 파슈툰어(아프간의 공용어) 방송의 인기 있는 드라마를 통해 예방 접종의 중요성과 목적에 대해 홍보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아프간 예방접종 외교 모범 답안 마크 레너드 유럽외교관계협의회 이사는 아프간에서 일어났던 기적 같은 일을 사례로 들며 BBC 월드서비스의 효과적인 정보 확산 역할을 미디어 외교의 모범답안으로 꼽았다. BBC 월드서비스는 30년 동안 파슈툰어 방송을 해왔다. 아랍어방송은 1938년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중동 지역 BBC월드서비스 청취자는 주간 1000만명에 이르고, 이 가운데 16%는 사우디아라비아, 18%는 요르단, 12%는 시리아에 거주한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오래 전에 해가 져 버린 제국’으로 불리는 영국에서 여전히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몇 안 되는 것이 바로 BBC 월드서비스이다. 전 세계 대중의 마음 속에서 BBC 월드서비스가 누리는 품격과 신뢰는 곧 영국의 자산이다. 1932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BBC 월드서비스는 100% 영국 정부의 예산으로 운영되는 라디오방송이다. 전 세계에서 1주일 평균 1억 8800만명이 27개 언어로 송출되는 이 방송을 청취한다. 특히 BBC 월드서비스가 제공하는, 검열받지 않은 정보는 정보통제가 심한 저개발국 애청자들 사이에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이 “영국이 20세기에 준 가장 위대한 선물”이라고 격찬했을 정도다. 영국 정부가 BBC 월드서비스에 지원하는 예산은 연간 2억 4100만 파운드(약 4223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최근 영국 정부가 재정 감축을 밀어붙이면서 BBC 월드서비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장 지출을 16% 삭감해야 하는 처지다. 2014년부터는 외무부 예산지원이 없어지고 TV수신료에서 일부를 할당받게 된다. 결국 BBC 월드서비스는 앞으로 3년간 매년 20%씩 지출을 줄이고 알바니아어, 세르비아어, 마케도니아어 등 5가지 언어의 방송을 중단 했다. 이로 인해 전 세계에서 3000만명가량이 방송을 듣지 못하게 됐다. 또 전체 인력의 4분의1인 650명이 정리해고될 예정이다. ●독일·프랑스 등 후발 매체 주목 BBC 월드서비스의 예산 삭감과 서비스 축소에 많은 전문가가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AFP통신은 “예산삭감은 영국의 소프트파워 약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BBC 월드서비스가 주춤한 틈을 노리는 곳은 독일의 도이체벨레(DW)와 프랑스의 프랑스24이다. 두 매체는 저널리즘의 기본원칙에 충실한 공정 보도를 통해 신뢰를 확보하려는 전략을 구사한다는 점에서 BBC 월드서비스의 계승자라 할 수 있다.
  • “후배들이 꿈 이루도록 활력 불어넣고 싶어”

    “후배들이 꿈 이루도록 활력 불어넣고 싶어”

    ‘음악이 사회를 변화시킨다’라는 메시지를 내세운 지휘자 장한나(29)의 ‘앱솔루트 클래식’ 프로젝트가 세 번째 시즌을 맞이했다. 100여명의 젊은 연주자들을 오디션으로 선발한 뒤 장한나가 직접 훈련을 시켜 오케스트라 무대에 세우는 ‘앱솔루트 클래식’은 어느새 한여름의 대표 클래식 페스티벌로 발돋움했다. ●단원들과 합숙하며 하루 7시간씩 강행군 장한나는 11일 경기 이천 마임비전빌리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합숙을 하면서 아침 9시부터 하루 7시간씩 단원들과 강행군(연습)을 하고 있다. 단원들은 그러고도 자정까지 개인연습을 한다.”며 다가온 공연에 대한 기대감과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어 “베네수엘라의 엘시스테마 프로그램(빈민층 유소년 대상 클래식 교육)이 사회를 치유하는 의사 같은 역할을 한다면, 우리나라는 그들과 상황이 다른 만큼 음악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데 프로젝트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장한나와 성남아트센터는 2009년 이 프로젝트를 3년간 진행하기로 구두 합의를 한 상황. 장한나는 “성남이 (클래식 페스티벌로 유명한 오스트리아의 도시) 잘츠부르크처럼 될 만한 인프라를 갖췄다고 봤기 때문에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이라면서 “다른 지방자치단체 여러 곳에서 비슷한 프로젝트를 제안받았지만, 내년에도 성남과 인연이 닿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지휘자는 사람의 마음을 연주해야” 1994년 로스토포비치 국제 콩쿠르에서 11세의 나이로 우승하면서 세계 정상급 첼리스트로 올라선 장한나는 2007년 제1회 국제 관현악축제 마지막 무대를 통해 지휘자로 데뷔했다. 첼리스트로 아쉬울 게 없는 그가 지휘를 시작한 건 음악의 사회공헌적 가치를 실천하기 위해서다. 장한나는 “내가 적절한 시기에 최고의 스승들을 만나 영향을 받은 것 만큼 우리 단원들에게 음악을 대하는 태도와 왜 음악가가 되고 싶은지, 연주자로 사회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등 본질적인 부분들을 깨닫도록 도와주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장한나는 첼리스트의 연주 일정 못지않게 지휘 스케줄도 늘려가고 있다. 장한나는 “첼리스트는 다른 음악가들과 깊이 교류할 기회가 적다. 모든 솔리스트들은 외롭다.”면서 “반면 지휘자는 악기가 아닌 사람의 마음을 연주해야 하기 때문에 단원들과 일종의 음악적 가족이 된다.”며 매력을 설명했다. ●“가장 좋아하는 지휘자는 클라이버” ‘여성 지휘자로서 롤모델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장한나는 “꼭 여자를 롤모델로 들어야 하나.”라고 말해 회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어 “포디움(지휘대)에 올라가면 남자, 여자는 보이지 않아야 한다.”면서 “독일 출신 지휘자 카를로스 클라이버를 가장 좋아한다. 마술이라도 부린 것처럼 오케스트라 전체의 소리 하나하나를 마치 한 사람이 내는 것처럼 정교하고 섬세하게 연출한다.”고 덧붙였다. 공연은 13일 성남 중앙공원 야외무대에서 시작된다. 기타리스트 장대건의 협연으로 로드리고의 ‘아랑후에즈 협주곡’ 등 귀에 익은 명곡들을 선보인다. 20일에는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올해 차이콥스키 콩쿠르 입상자(피아노 부문 2위)인 조성진과의 협연으로 프로코피예프 교향곡 5번 등을 선사한다. 28일 피날레는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으로 장식한다. 1만~5만원. 야외 공연은 무료. (031)783-8043.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포브스 선정 ‘세계 혐오음식’=’아시아 혐오음식’?

    미국의 유력 경제지 ‘포브스’ 온라인이 지난 6일 ‘세계의 혐오음식’을 발표해, 지난 달 CNN의 혐오식품 리스트에 이어 또 한 번 관심을 사로잡았다. 포브스의 리스트에서 올라온 음식 중 하나는 중앙아시아 유목민들의 ‘마유주’. 푸른 초원의 말젖으로 만든 몽골의 건강음료 마유주는 일명 ‘아이락’이라고 불리기도 하며, 막걸리와 비슷한 느낌을 준다. 인도네시아에서 사향 고향이과 동물 ‘시벳’의 배설물로 만든 커피인 ‘시벳커피’(코피루왁)와 이탈리아의 ‘구더기 치즈’라 불리는 ‘카수마르주’도 리스트에 올랐다. 가장 눈에 띄는 혐오음식은 다름 아닌 ‘피단’(皮蛋). 중국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피단은 계란이나 오리알을 숙성시킨 음식으로 코를 찌르는 냄새가 매우 독해 수 십 미터 밖에서도 맡을 수 있다. 피단은 지난 달 CNN이 선정한 혐오음식 리스트 1위에 오르기도 했을 만큼 ‘명성’이 자자하다. 포브스는 “지구가 글로벌 화 되면서 많은 서양인들이 세계의 음식을 접할 수 있게 됐다. 냄새나는 달걀(피단)이나 곤충의 유충 등의 음식은 현지에서 사랑받을 순 있지만 서양인에게는 매우 낯설어서 꺼려지는 음식으로 취급될 수 있다.”고 전했다. CNN에 이어 포브스의 리스트에서 피단이 혐오음식으로 오르자, 중국의 최대 피단 제조사 측은 성명을 내고 “피단을 좋아하는 사람은 많다. 매상에는 전혀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리스트가 발표되자 일부 국내 네티즌들은 “세계의 혐오음식이 아니라 아시아의 혐오음식을 다룬 것 아니냐.”, “문화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은 예의없는 리스트”라며 비난을 쏟아내는 가운데, 한국의 ‘개고기’는 CNN의 리스트에 올랐었지만 이번 포브스 혐오음식 리스트에는 빠졌다. 다음은 포브스가 뽑은 ‘세계 혐오음식 리스트’ ▲ 마유주 ▲하칼(상어 고기를 발효시킨 아이슬란드 요리)▲ 뱀술 ▲ 발롯(부화 직전의 오리알을 삶은 요리)▲위틀라코체(멕시코의 옥수수 버섯)▲ 시벳 커피(코피루왁) ▲취하(醉蝦·살아있는 새우를 술에 담가 취하게 한 뒤 먹는 음식)▲ 제비집▲ 피단 ▲카수마르주 ▲양머리 요리(양머리를 통째로 구워 먹는 노르웨이 음식) ▲낫또(일본식 청국장) ▲에스까몰레스(escamoles 멕시코의 흰개미알요리)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특파원 칼럼] 보스가 앞에 서라/김상연 워싱턴특파원

    [특파원 칼럼] 보스가 앞에 서라/김상연 워싱턴특파원

    국가 중대사를 볼모로 정쟁을 벌이는 건 미국이라고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을 정부 부채 상한 논란을 통해 알았다. 그런데 한 가지 인상적인 것이 있었다. 여야 영수(領袖)가 정쟁의 맨 앞에 당당히 서는 모습이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귀족적 엄숙주의를 포기하고 싸움꾼으로 변신했다. 브리핑룸에 자주 나타나면 몸값이 떨어지는 것처럼 새침하게 굴던 두 사람은 하루가 멀다하고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한국 같으면 대변인끼리, 아니면 측근 장관이나 의원이 대신 총대를 메고 주고받을 설전을 ‘황송하게도’ 대통령과 야당 당수가 직접 교환했다. 압권은 지난달 26일이었다. 밤 9시 오바마가 백악관에서 대국민 연설을 통해 공화당을 비판하자 곧 이어 베이너가 의회에서 똑같이 대국민 연설로 응수했다. 그 전날 오바마는 기자들에게 민주당의 입장을 설명하면서 “이 일은 내 일이다. 책임은 내가 진다.”라고 했다. 개인적으로, 오바마가 가장 멋져 보였던 순간이었다. ‘보스’가 앞에 나서는 정치문화에는 몇 가지 장점이 있는 것 같다. 첫째, 열매를 얻기 쉽다. 보스끼리 합의안을 타결짓자 의회 표결은 일사천리였다. 원내대표끼리 가까스로 합의하더라도 청와대나 야당 대표로부터 퇴짜를 맞곤 하는 한국과는 달랐다. 아래에서 위를 설득하는 것보다는 위에서 아래를 달래는 게 더 쉬운 법이다. 둘째, 몸싸움이 없다. 위에서 합의를 했기 때문에 아래에서 악다구니를 할 명분이 없다. 따라서 전기톱으로 의회 문 부수기, 상대 의원 코피 터뜨리기, 옷찢기, 목조르기 등 저질 육탄전이 벌어지지 않는다. 지난 1, 2일 상·하원 표결은 지극히 신사적으로 이뤄졌다. 셋째, 상생한다. 보스끼리 1대1로 맞붙는 특성상 가해자와 피해자가 분명하기 때문에 금도를 지킨다. 링 위에서 쓰러진 상대를 공격하지 않는 신사도 같은 것이다. 그토록 열심히 싸웠던 오바마와 베이너였지만, 합의안 타결 후에는 서로를 치켜세우며 감사의 뜻을 표시했다. 보스가 당당하려면 두 가지가 충족돼야 한다. 첫째, 똑똑해야 한다. 측근이 아니라 보스 본인이 정책을 꿰뚫고 있어야 한다. 오바마와 베이너는 기자들의 까다로운 질문공세를 무리 없이 소화했다. 둘째, 담력이 있어야 한다. 정치생명을 걸고 백척간두에 설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 ‘OK 목장의 결투’ 유전자를 이어받은 미국인들은 결투를 숙명으로 여긴다. 미국의 초대 재무장관 알렉산더 해밀턴도 정적과의 결투로 목숨을 잃었을 정도다. 이쯤 되면 한국에서는 이런 반론이 나올 법하다. 앞에 나서는 것보다는 뒤로 빠져 있는 게 리스크를 덜 수 있지 않겠는가라고. 그렇다면 묻고 싶다. 그렇게 보신(保身)을 해서 ‘살림살이’가 좀 나아졌느냐고. 아무리 몸을 사려도 임기말만 되면 대통령의 지지율은 추풍낙엽이고, ‘2%가 부족한’ 제왕적 야당 총재는 대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보스가 숨어 있어도 국민은 누구한테 책임이 있는지를 다 안다. 그럴 바에는 당당히 앞에 서는 게 낫다. 그래서 잘되면 크게 얻고 잘못되더라도 그 당당함만은 인정받는다. 머리가 나쁠 리 없는 미국의 정치인들이 결투를 마다하지 않는 것은 이런 속성을 체득했기 때문은 아닐까. 사실 한국의 힘있는 정치인들도 OK 목장식 결투를 통해 지도자의 반열에 올랐다.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 반대를 무릅쓰고 청계천 복원을 밀어붙였을 때,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차떼기로 위기에 처한 당을 구하고자 천막당사를 고집하며 광야로 나섰을 때,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한나라당의 아성인 분당에 뛰어들었을 때 지지율이 크게 올랐다. 개인적으로, 그들이 가장 멋있게 보인 때였다. 민감한 정치 현안에서는 뒤로 빠진 채 아무리 올림픽 유치 현장에서 만세를 불러도, 아무리 트위터에 감성적인 글을 올려도, 아무리 수해 현장에 가서 사진을 찍어도 지지율은 결코 오르지 않는다. carlos@seoul.co.kr
  • “커피 한잔 할까?”… 만남과 소통의 ‘은어’

    “커피 한잔 할까?”… 만남과 소통의 ‘은어’

    커피는 만남의 매개체다. 과거 연인과 다방에 마주 앉아 음악을 들으며 “커피 둘, 프림 둘, 설탕 둘요.”라고 외치던 시절이 있었다. “커피 한 잔을 시켜 놓고, 그대 올 때를 기다려봐도~”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가수 펄시스터즈의 1968년작 ‘커피 한 잔’에는 연인과의 만남을 초조하게 기다리는 안타까운 마음이 녹아 있다. 또 커피가 주선하는 만남은 대부분 격식이 있었다. 연인과의 만남, 사업적 만남, 공식적 회의 등에 주로 등장했다. 서양식 음식점에서 식사를 마무리하는 디저트로도 인기가 높았다. 이처럼 커피는 만남의 매개체 역할을 톡톡히 했다. 고상해 보이려고 쓰디쓴 맛을 참고 마셨던 블랙커피는 아련한 추억이 됐다. 시대가 변했다. 커피도 변했다. 가공커피는 원두커피로, 프림은 우유로 바뀌었다. 캐러멜, 모카 등이 첨가되면서 다양한 맛의 커피가 최근 몇년 사이 쏟아졌다. 커피 맛이 달라지니 주문법도 달라졌다. “커피 둘 크림 하나요.” 대신 “‘캐러멜 마키아토 샷’ 추가해서 그란데(Grande) 사이즈로 주세요.”라는 말이 일반화됐다. 커피의 인기는 여전히 뜨겁다. 커피 문외한이라도 ‘아메리카노’쯤은 안다. 원두를 갈아 만든 에스프레소 원액을 물에 희석해 진한 커피향을 즐길 수 있는 커피라는 사실 정도는 이미 상식이 됐다. 이처럼 국민들이 커피에 열광하는 심리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커피에 대한 인식이 만남의 매개체 차원을 넘어 다양하게 ‘용도 변경’된 탓이 크다. 우선 커피는 예나 지금이나 수다를 떨고 싶어 하는 현대인의 욕구를 충족시켜 준다. 자동차 경적이 넘쳐나는 도심에서도 카페에서는 소음을 압도하는 대화들로 넘쳐난다. 식사를 마친 뒤 “커피 한잔 할까.”라는 제안은 손윗사람과 아랫사람, 상급자와 하급자 사이의 벽도 허물어 준다. 카페 공간의 활용도가 다양해진 점도 커피 열풍을 부추겼다. 카페는 사무실, 도서관, 스터디룸 등으로 활용되며 대중의 생활 패턴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코피스족(coffee+office), 카페맘(caffe+mom), 카페브러리족(caffe+library) 등의 신조어가 생길 정도다. 그들에겐 ‘밥값보다 비싼’ 커피값도 아깝지 않다. 커피맛을 즐기기보다 카페의 산뜻한 인테리어를 통해 마치 ‘파리지앵’이 된 양 자신을 고급스러운 이미지에 투영시키며 만족감을 얻는다. 김찬호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카페는 자신의 산뜻한 이미지를 연출하는 세트장처럼 여겨진다.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다. 특히 여성들에게는 공부방이자 놀이터”라고 규정했다. 사회가 개방적으로 바뀌었다는 점도 커피 열풍을 가열시켰다. 과거엔 연인이나 누군가와의 만남도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다 보니 칸막이가 있고 침침한 다방을 찾곤 했다. 지금은 달라졌다. 밝고 개방된 공간인 서구적인 카페가 확산되면서 ‘커피로 인한 만남’도 지상으로 나오게 된 것이다. 이런 개방적 만남은 자연스럽게 커피의 열풍으로 이어졌다. 그러면 ‘차보다 커피’인 이유는 무엇일까. 차는 일단 우려내는 과정이 커피보다 복잡하고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필요하다. 바쁜 현대인에게 적합하지 않은 이유다. 그러나 커피는 손에 들고 이동하면서 간편하게 마실 수 있다. 또 여러 사람과 마시기에도, 혼자 음미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우후죽순으로 생긴 카페가 이제 포화상태라는 말도 있다. 하지만 최근 전문가들은 커피의 진화는 더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커피가 어떤 새로운 아이템으로 무장해 국민들의 마음을 매혹시킬지 주목된다. 이영준·김진아기자 apple@seoul.co.kr
  • ‘음악 피서’ 어때요?

    ‘음악 피서’ 어때요?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됐지만 모두가 피서를 떠날 수 있는 건 아니다. 이런 사람들을 위한 도심 속 피서 축제가 마련됐다.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은 폭우 피해 잔해를 걷어내고 ‘가족음악축제 2011’을 오는 6일부터 21일까지 주말(14일 제외·15일 포함)마다 연다. 난해한 곡 대신 친숙한 레퍼토리로 프로그램을 채웠다. 축제의 막은 수원시향(지휘 정주영)이 올린다. 멘델스존 ‘한여름 밤의 꿈’ 서곡을 시작으로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제5번 ‘황제’ 등을 연주한다. ‘황제’는 2007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결선에 진출해 실력을 입증 받은 피아니스트 이미연이 들려준다. 7일에는 강남심포니(지휘 김홍식)가 베를리오즈의 ‘로마의 사육제’ 서곡, 베르디의 오페라 ‘운명의 힘’ 서곡을 연주한다. 13일에는 예원학교 출신 실력파 연주자들과 재학생으로 구성된 라이징 스타&유스오케스트라(지휘 이종기)가 바통을 이어받는다. 파리국립고등음악원 클라리넷 파트에 한국인 최초로 합격했던 김상윤이 협연한다. 15일에는 프라임필하모닉(지휘 여자경)이 북구의 거장 시벨리우스의 ‘핀란디아’와 바이올린협주곡 d단조 등을 연주한다. 여자경은 2008년 러시아 프로코피예프 국제 지휘콩쿠르에서 여성 최초로 수상(3등)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낸 지휘자다. 20일은 원주시향(지휘 호세 페레이라 로보)이 차이콥스키의 오페라 ‘예브게니 오네긴’ 중 폴로네이즈 등을 선물한다. 마지막 무대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지휘 이병욱)가 모차르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서곡 등으로 장식한다. 클래식 마니아인 방송인 유정아의 해설이 곁들여진다. 청소년 1만원, 성인 1만 5000원. (02)580-1300. 한여름 밤에 즐기는 야외 콘서트 ‘2011 열대야 페스티벌’도 있다.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문화광장에서 6∼7일 열린다. 6일에는 밴드 강산에와 남성 4인조 록그룹 플래시큐브, 7일에는 밴드 부활과 장기하와얼굴들, BMK 등이 출연한다.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 영화 ‘오션스’도 7일 상영된다. 무료. (02)2280-4115∼6.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해수욕장에 살롱 차린 탤런트 150명

     MBC 탤런트 1백50명이 물장사에 나섰다. 전북 변산해수욕장에 콜라·코피 전문의「엠비시 살롱」을 내고 탤런트들이 마담 겸 레지 겸 주방장으로 활약하는 것. 여름 휴가를 해수욕장에서 일하며 보내는 MBC 탤런트들의 바캉스「바자·세일」작전 만세.  전북 부안군내 변산 해수욕장. 아직은 본격적인 피서 인파가 몰리지 않아 비교적 한적한 변산이 19일부터 갑자기 흥청대기 시작했다. MBC 탤런트 20여명이 찾아와 천막을 치고 의자를 내고 하여 단 2시간만에 훌륭한 살롱이 선 때문. 이날 저녁에는 MBC 살롱이란 플래카드가 쳐지고 MBC 탤런트들이 레지로 활약하는 가운데 물장사가 시작됐다.  1백만원 벌기 목표로 낸 변산 MBC 살롱의 메뉴는 코피·주스·콜라·핫도그·화장품·과자 등. 바닷가의 미니 백화점인 셈이다. MBC 살롱 마담 격인 탤런트 박규채(朴圭彩). MBC 탤런트실 실장직을 맡고 있는 박규채는 바로 이 매머드 바캉스 작전을 꾸미고 지휘하는 등 맨발로 뛰어 다닌 야전군 사령관 격.  『어차피 여름휴가는 가야 하는 것이고 기왕 쉬는 바에야 의미있는 일을 해보자는데 착안을 했어어요. 한달동안 난생 처음 물장사를 해 볼 참인데 이 이익금은 새마을 기금으로 기부할 작정입니다.』  1백50명의 대식구를 거느린 MBC 탤런트실은 여느 TV국과 달리 이런 외도(?)를 유난히 많이 해 온 셈.  72년에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 새마을 위문 공연을 가졌고 거의 정기적으로 지방 도시를 찾아 시민위안의 밤을 갖기도. 자매 결연한 1사단 위문 공연도 자주 하고 25·26일에는 서울 미아동 대지극장에서 새마을 기금 모으기 쇼에도 나섰다. 28일에는 부안군민 위안의 밤을 열기도. 변산의 MBC 살롱 경영도 말하자면 이런 일련의 사회참여 사업의 하나인 것이다.  『탤런트에 대한 일반의 인식을 새로이 하고 싶습니다. 고작 브라운관 속에서만의 탤런트라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직접 시민 농민 군인들을 찾아 함께 노래하고 호흡하는 가운데 탤런트란 이런 사람들이다 하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해 주고 싶어요. 함께 새마을 기금도 모을 수 있으니 더욱 좋고요.』  사실상 박규채는 TV 출연보다 이런 외도에 더 힘을 쏟고 있는 형편. 다행히 MBC 전속 탤런트들은 다른 TV국보다 선·후배 의식이 깍듯할뿐 아니라 연대 의식이 강해 의외로 아런 일에 손발이 척척 맞아 들어가고 있다.  MBC 탤런트의 바캉스 대작전은 MBC뿐만 아니라 1사단·부안군·낙희화학·해태제과·한국화장품·변산 애향회 등의 합작품. 자매결연 사이인 1사단이 텐트 침구 일체를 대여해 주는가 하면 부안군에서는 전기·수도·전화 일체를 가설. 각 메이커는 무료로 상품을 내놓았고 애향회는 살롱 주위의 경비를 맡기로 했다. 거창한 바캉스,「바자 세일 작전」에 나서면서도 사실상 MBC 탤런트들의 투자액은 전무. 맨손으로 뛰어서 훌륭한 살롱을 마련해 낸 셈이다.  MBC 살롱 경영은 4박5일 단위로 전속 탤런트 전원이 동원되어 꾸려질 예정. 최불암(崔佛岩)·김민정(金珉廷)·송재호(宋在鎬)·김관수 등 MBC의 톱 탤런트들이 교대로「바자·세일」에 나서게 된다.  그러나 실장 주방장이며 레지 역할은 주로 신인 탤런트들이 맡고 톱 탤런트들은 판매 촉진책으로 얼굴 마담역을 맡을 예정.  MBC 살롱에 가면 톱 탤런트를 만날 수 있다는 소문을 내어 손님을 이끄는 작전을 쓰는 셈. 그러고 보면 탤런트들은 무료로 바닷가에서 휴가를 보낼 수 있어 좋고 매상은 매상대로 오를 것이니 그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  구태여「바자·세일」장소를 변산으로 한 것은 경치가 좋은 데다 다른 해수욕장에 비해 비교적 조용한 곳이기 때문. 더우기(더욱이) 마침 변산 근처가 고향인 탤런트가 많아 음양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28일 변산 해수욕장에서 벌일 부안군민 위안의 밤은 전주(全州)문화방송과의 합작품.  MBC 살롱에서 메뉴의 가격은 콜라 90원, 코피 50원.  변산 해수욕장 종래의 물가와는 엄청나게 차이가 날 정도의 싼 겨격이다. 다른 해수욕장도 마찬가지지만 변산도 해수욕객이 많고 적음에 따라 물가가 오르락 내리락하기 때문.  한창 때는 콜라 1병에 1백50원에도 동이 나는가 하면 2백원 짜리 여관방이 8천원까지 뛴다는 희한한 곳. 이것은 한창 때면 10만원의 인파가 몰리기 때문에 빚어지는 과열 현상. MBC 살롱은 한달 내내 이 가격을 그대로 고수하여 물가 안정(?)의 몫도 차지하리라고. 변산 애향회에서 살롱 주변 경비를 맡았다는 것은 이러한 MBC 살롱의 바자 세일에 불만을 품은 일부 악덕 상인들이 혹 횡포를 부지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미리 대비한 것.  8월 하순까지 미련될 이익금은 부안군내 모범 새마을 부락에 보낸다. 판매 촉진을 위해 가장 많은 액수를 판 탤런트에게는 푸짐한 상품을 줄 시상 제도까지 마련해 놓고 있다. 가장 극성으로 바자 세일즈를 해낼 탤런트는 과연 누구일지···.  <변산(邊山)에서 신모수(申模秀)기자> [선데이서울 73년 7월29일 제6권 30호 통권 제250호] ●이 기사는 ‘공전의 히트’를 친 연예주간지 ‘선데이서울’에 38년전 실렸던 기사 내용입니다. 당시 사회상을 지금과 비교하면서 보시면 더욱 재미있습니다.
  • 중국 네이멍구 차간누르 사막화 방지사업 현장에 가다

    중국 네이멍구 차간누르 사막화 방지사업 현장에 가다

    지난 17일 오전 10시 중국 네이멍구자치구 시린궈러맹 아바가기에 위치한 차간누르 호수. 한낮이 아닌데도 해가 중천에 떠 있다. 나무는커녕 풀 한 포기도 보이지 않는 마른 땅 위로 따가운 햇살이 반사돼 눈이 아렸다. ‘해피무브 글로벌 청년봉사단’ 소속 대학생 120명은 연방 구슬땀을 흘리며 갈라진 땅 속으로 버드나무 가지를 촘촘히 꽂아 넣고 있었다. 나뭇가지를 어른의 무릎 높이만큼 꺾어 일렬로 심으니 마치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줄맞춰 서 있는 듯 거대한 나무 장벽을 이뤘다. 이 사업은 동쪽으로 2㎞가량 떨어진 곳에서 자라는 한해살이풀 ‘나문재’(감봉)를 강한 모래바람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사장(沙墻)작업’이다. 환경보호단체 ‘에코피스아시아’ 중국사무소의 박상호 소장은 “모래가 편서풍을 타고 날아가 어린 나문재에 해를 입히는 경우가 많다. 버드나무 장벽이 모래로부터 나문재를 보호해 주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에서 북쪽으로 600㎞쯤 떨어져 있는 차간누르 호수는 총 면적이 110㎢에 이른다. 80㎢의 큰 호수와 30㎢의 작은 호수로 이루어져 있다. 이 가운데 큰 호수에 흐르던 물은 1980년대 이후 점점 줄어들더니 2002년 봄에 완전히 바닥을 드러냈다. 호수에 있던 염분이 말라붙어 밑바닥은 흰색 알칼리 먼지로 뒤덮였다. 다가가 보니 땅 위에 단단한 소금이 층을 이루고 있었다. 이 호수는 봄만 되면 알칼리 분진을 사방으로 날려보내는 천덕꾸러기 호수가 됐다. 이 ‘알칼리 황사’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차간누르 호수의 사막화 방지사업이 필수적이다. 환경단체 에코피스아시아는 지난 2008년부터 이 호수 위에 현지 자생식물인 나문재를 심는 ‘중국 네이멍구 차간누르 사막화방지사업’을 펼치고 있다. 2012년까지 큰 호수 면적의 약 60%에 해당하는 5000만㎡(약 1500만평)의 땅에 나문재를 심을 예정이다. 이를 통해 알칼리 토양에 초원을 조성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물이 가득 차 있던 수십년 전의 차간누르 호수는 아바가기 지역에 사는 몽골 목축민들에게는 삶의 터전이나 마찬가지였다. 물이 넉넉하지 않은 초원지대의 주민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호수를 찾아 목을 축였고, 말이나 소, 양들을 데려와 물을 먹이기도 했다. 그러나 알칼리 토양으로 변해버린 호수는 주민들에게 봄만 되면 ‘흰색 분진’의 공포를 심어주고 있다. 호수 인근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살고 있는 우윈고와(50·여)는 “호수가 마른 뒤 해마다 봄이 되면 알칼리 먼지가 불어와 양과 소들이 뜯어먹어야 할 초지를 뒤덮어 말라 죽게 한다.”고 말했다. ●2012년까지 호수면적 60%에 심을 계획 차간누르 호수에서 생겨나는 알칼리 분진의 피해는 이 지역에 그치지 않는다. 네이멍구자치구에서는 차간누르 호수를 포함해 크고 작은 호수 700여곳이, 중국 전체로는 1년에 20곳 정도가 무리한 목축과 개발 등으로 인해 말라가고 있다. 2002년 3월 베이징에서 심각한 황사가 발생한 뒤 베이징사범대학과 중국지리과학원이 황사물질의 성분을 분석했다. 그 결과, 황사물질 가운데 포함된 알칼리성 분진들이 네이멍구의 마른 호수에 뒤덮인 분진들과 성분이 같았다. 한반도도 예외는 아니다. 2002년 이후 국내에서 채집한 황사 성분에는 나트륨이 국내 토양보다 최고 40배나 높았다. 이 나트륨 분진의 발원지가 바로 차간누르와 같은 중국의 마른 알칼리 호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한반도에 불어오는 황사의 발원지가 중국이라는 사실 때문에 최근 몇 년간 중국에서는 한국 정부 및 민간단체와 함께 진행하는 사막화 방지사업이 활발해졌다. 청소년단체, 환경단체, 지자체들이 네이멍구 사막에서 식목행사를 갖기도 하고, 한·중 연구소 간에 사막화 방지를 위한 학술교류를 갖기도 한다. 에코피스아시아의 활동 역시 그 일환이다. 에코피스아시아 이삼열 이사장은 “중국의 드넓은 사막 가운데 일부에 불과한 110㎢ 넓이의 차간누르에 초원을 조성하는 것이 큰 의미가 있겠나 싶지만, 이 사업 하나로서 중국 내 황사방지의 열쇠를 쥘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코피스아시아가 이 지역에 파종하고 있는 나문재는 대표적인 내염성 식물이다. 알칼리성 토양에 뿌리내려 토양 속의 염분을 빨아들이고 토양 위의 분진들을 단단히 묶는 역할을 한다. 에코피스아시아 이태일 사무처장은 “나문재는 이 지역의 ‘선봉 식물’로, 알칼리 토양을 다른 식물들도 자랄 수 있는 토양으로 바꿔놓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소장은 “시들어버린 나문재는 마른 가지 상태로 남아 자연스레 모래를 막아주는 사장 효과를 발휘한다.”면서 “씨앗이 자연 발아하면 마른 가지의 보호를 받으면서 자라고, 이듬해 다시 씨앗이 자연 발아하는 식으로 번식해 초원이 조성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염식물로 토양 알칼리성 개선 지금껏 파종한 나문재가 모두 싹을 틔워 초원을 이루게 된 것은 아니다. 지난해까지 900만평의 땅에 나문재를 파종했지만 안정적으로 자라 초지가 조성된 곳은 1650만㎡(약 500만평) 정도에 그쳤다. 그나마 성과를 올릴 수 있었던 것은 사업 초기부터 나무가 잘 자랄 수 없는 초원의 자연조건을 고려한 덕분이다. 지난 3년 동안 현지의 토양과 기후 등에 적응해 가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피할 수 없었다. 자동차를 타고 차간누르 서쪽 끝으로 향하자 일렬로 땅을 갈아 놓은 흔적만 남은 땅이 눈앞에 펼쳐졌다. 지난해 땅을 갈고 나문재를 파종했지만 갓 싹튼 나문재가 모래바람을 맞아 말라죽은 곳이다. 박 소장은 “편서풍을 타고 날아오는 모래를 막기 위해 사장작업을 완료했지만, 예상 밖으로 강하게 불어닥친 서풍에 모래가 실려와 나문재의 생장을 막아버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1년생 식물인 나문재의 경우 파종한 해에는 땅 속에 숨어 있다가 이듬해에 싹이 트기도 한다. 지난해 파종한 씨앗이 이제야 싹을 틔워 말라붙은 땅 곳곳에서 새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이 지역도 결국 ‘실패’는 아닌 셈이다. 아직은 나문재의 새싹을 발로 밟는 것조차 조심스러운 상황. 하지만 나문재의 씨앗이 퍼지고 자라면 차간누르 호수도 언젠가는 무성한 초원으로 뒤바뀔 것이다. 글 사진 시린궈러맹(중국 네이멍구자치구) 김소라기자 sora@seoul.co.kr
  • “저수량 줄어 20년 만에 호수가 사막으로”

    “저수량 줄어 20년 만에 호수가 사막으로”

    쩡바이위(63) 에코피스아시아 중국 자문위원은 문화대혁명이 한창이던 1968년, 스무살의 나이에 아바가기 훙치가차(중국 행정구역상 촌에 해당)에 하방(下放·지식청년들의 농촌활동)되면서 차간누르 호수와 인연을 맺었다. 이곳에서 13년 동안 목축민들과 함께 생활한 뒤 1981년 베이징으로 돌아가 중국 중앙정부 경공업부에서 근무했다. 1999년에 은퇴한 그는 다른 일자리를 포기한 채 ‘제2의 고향’이 돼 버린 훙치가차로 돌아와 차간누르 호수의 사막화 방지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차간누르 호수 사막화의 심각성은 언제부터 느꼈나. -1999년 은퇴한 뒤 이 지역을 계속 찾았는데 차간누르 호수가 말라가는 것을 눈으로 지켜보면서 그 심각성을 절실하게 느꼈다. 1992년과 1996년에 이곳을 찾았고, 1998년 이후에는 매년 방문했는데, 확실히 내가 이 지역을 떠난 1980년대 초반 이후 저수량이 크게 줄었다. 내가 이 지역에서 생활할 때는 호수 위에 배를 띄우고 7~8m 정도 되는 노를 저어도 밑바닥에 닿지 않았다. 그러나 2000년 이후에는 수심이 1m도 되지 않았고, 2001년에는 무릎까지도 차지가 않았다. 그러다 2002년에 호수가 말라들면서 사막화를 심각하게 우려하게 됐다. →사막화 방지사업 초반에 시행착오는 없었는지. -차간누르 호수의 사막화를 방지하겠다고 결심한 뒤 처음 벌였던 사업이 나무 심기다. 2000년 한 미국 기업의 후원으로 차간누르 호수에 포플러 나무를 심었는데, 2년이 지나고 나니 다 말라 죽어버렸다. 이 지역이 나무가 자랄 수 없는 초원 지대라는 점을 간과했던 것이다. 그때 얻은 교훈이 환경보호 활동을 할 때는 현지 자연환경의 조건을 이해하고 이를 고려해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호수가 완전히 말라버린 이후에 전문가들과 함께 이 지역을 답사하면서 현지의 자생식물인 감봉이 사막화 방지에 적절하다는 말을 들었고, 2003년부터 감봉을 파종하기 시작했다. →최근 한국의 민간단체나 기업 등이 중국과 몽골에서 나무심기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몽골이나 중국의 입장에서는 나무가 뿌리를 내려 흙과 모래를 붙잡아 준다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한국의 입장에서 보면 별로 이득이 될 게 없을 것이다. 나무를 심어서 비산을 막을 수 있는 입자는 비교적 크고 무거운 입자인데, 정작 이러한 입자는 바람이 불어도 한국까지 날아가지 않는다. 이보다 더 작고 가벼운 입자들은 상공 1000m까지 날아올라 한국에 황사 피해를 입히지만, 이런 입자들은 나무를 심는다고 해서 효과적으로 막을 수 없다.
  • 봉소아(bonsoir) 마담(1)…「집시」의 김영희(金英姬·가명) 마담

    봉소아(bonsoir) 마담(1)…「집시」의 김영희(金英姬·가명) 마담

     「로코코」「갈릴레오」등「스탠드 바」시대가 가고「발렌타인」「가스라이트」등 「살롱」시대가 다시 한발 물러서듯 마담들의 얼굴도 많이 바뀌었다. 이른바「칵테일 하우스」또는「스카치 코너」가 판을 치는 서울거리, 그만큼 새 얼굴들이 서울 밤을 빛내고 있다. 새술 새부대에 새마담의 얼굴을 찾아가 보자.  한국은행 뒤 조폐공사 골목을 따라 조선호텔 앞으로 빠지느라면 중간 지점쯤에「집시」라는 간판이 눈에 띈다.  20단이 채 못되는 지하에로의 계단을 밟아 내려가면 온통 백색의 벽과 천장이 우선 산뜻하다.  바닥에는 붉은 주단-. 아직 때가 배지 않아 한결 더 정갈하고 호화롭다.  작년 12월 1일 문을 열었다니까 이제 겨우 8개월째.「집시」의 주인은 김영희(金英姬·가명·28).  눈매가 아름답고, 입가에 맴도는 미소가 좀체로 사라질 줄 모른다. 누가 보아도 90점 이상을 거뜬히 줄 수 있는 수준급 미인임에 틀림없다.  『경험도 없이 시작했는데, 아직은 자신이 없어요』  커다란 에머럴드 반지가 반짝이는 손가락으로 흰 이(齒)를 살짝 가린다.  고향은 충남(忠南) 부여(扶餘). 그러나 학교를 모두 서울에서 나왔기 때문에 고향의 추억은 남은 것보다 잊은 것이 더 많다고.  『여자란 으례(으레) 그렇지 않아요, 좀 이해해 주세요』  아름답든 아름답지 못하든 여자의 과거는 밝히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 아니냐는 얘기다.  그러나 김(金) 마담은 그 상식을 어기고 스스로 자기의 과거를 털어 놓았다.  잔잔하게 흘러나오는「스메타나」의「몰다우」강이 그의 마음을 움직인 때문이었을까, 어쨌든 김(金)마담은 쟁쟁한 사업가의 1남3녀 중 둘째 딸로 태어나 대학을 음악과 3학년까지 다녔던 자기의 지난 날을 차근차근히 얘기했다.  『학교 다닐 때는 팝송을 좋아했어요. 그래서 방송국에 나가 한때는 노래를 부른 적도 있어요』  모 라디오와 TV 방송국에서 잠시나마 연예활동을 했지만 그것은 수입 때문이 아니고 순수한 자기의 취미 때문이었다는 것.  김(金) 마담은 잠시 말을 멈추고 망설인다. 무엇 때문일까. 말 못할 과거의 어떤 대목이 부딪친 때문인가.  그 예측은 맞았다.  『대학교 3학년 될 때 결혼을 했어요. 그래서 학교를 그만 두고 들어앉았어요···』  다시 말이 중단됐다. 음악도 동시에 멈추어졌다. 마담이라기에는 너무도 앳된 얼굴에 수줍음이 가득한 마담 초년병-.  『이혼을 했어요. 5년만이었어요』  역시 그랬었다.  미모-결혼-파탄-술집 마담. 그런 공식이 김(金) 마담에게도 적용되고 말았던 것이다.  결혼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영업에 조금이라도 지장이 있지 않았겠느냐는 물음에는 오히려 담담하다.  『여자 나이 스물여덟에 아직 결혼을 안했었다면 그게 더 이상하지 않아요. 이 기회에 툭 털어놓는 게 차라리 나을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은 한강에 있는「리버뷰」맨션에서 5살짜리 아들과 3살짜리 딸 남매를 데리고 세식구가 살고 있다고 한다. 자식들의 나이는 어리지만 가장(家長)의 어깨는 역시 무겁다.  이혼한 뒤 1년 동안 마음의 갈피를 못잡던 스스로의 처지를 생각하며 유람과 낭만의 상징인「짚시」라는 간판을 달았을 때 그는 비로소 정착자의 안도감같은 것을 느꼈다고 한다.  실내장치는 모두 김(金)마담이 직접 했다. 4인용 테이블 6개, 6·7명용 별실이 3개, 카운터에는 둥근 의자가 10개, 벽에는「실비아」인가 하는 프랑스 샹송 가수의 사진과 이른바 예술사진이라는 어느 누드 모델의 멋진 폼이 도사리고 있다.  『손님들은 대개 먼 곳에서 오는 분들이 많아요』  먼 곳이란 서울 중구 소공동(小公洞) 이외의 지역을 말한다.  무역회사 증권회사 은행 등 각종 기업체 사무실이 즐비하게 들어선 소공동(小公洞), 그 한복판에 자리잡은 스카치 코너「집시」에는 웬일인지 소공동(小公洞) 손님보다는 다른 곳 손님들이 많이 온다는 것.  아침 9시에 문을 열면 우선 찾아드는 것은 코피 손님들, 이 때는 소공동(小公洞) 손님들이 대부분 자리를 메운다.  11시부터 3시까지는 경양식 시간.  젊은 아베크족들이 시원한 에어컨디션 바람과 라틴 뮤직을 찾아 몰려든다.   저녁 6시부터「집시」는 본격적인 자기 기능을 나타내는 게 된다.  김(金)마담의 지휘로 움직이는 종업원은 남자 6명, 여자 5명, 여자는 모두가 웨이트리스, 일반 살롱의 호스테스와는 그 기능이 조금 다르다.  『그렇지만 서비스만은 아주 친절해요』  역시 장사 때문인가. 김(金) 마담은 자기 집 웨이트리스들의 미모와 재치와 친절을 무척 내세우고 있다.  술값은 보통 3백원에서 5백원정도(스카치 1잔).물론 나폴레옹 꼬냑 같은 것은 1잔에 1천3백원까지 받기도 한다.  『대개는 스카치 3,4잔 마시고 가요』  1인당 1천5백원에서 2천원 정도 마시고 자리를 뜨는 손님이 대부분. 그러나 개중에는 처음부터 병으로 시켜 놓고 3,4만원의 매상을 올려 주는 손님도 있다고.  「집시」에서의 김(金) 마담의 역할은 다양하다. 주방 감독에서 술값 계산, 주문과 안내, 그리고 서비스, 그 가운데 주 업무는 역시 서비스다.  주인 마담이자 유일한 호스테스이기도 한 그는 싫고 좋은 감정을 덮어둔채 어느 손님 테이블에든 한번씩은 가서 인사를 드려야 하기 때문.  여러 층의 손님들에게 한결 같이 웃음으로 대해야 하는「집시」의 얼굴 김(金) 마담은 여전히 입가의 미소를 지우지 않고 소공동(小公洞) 의 한 모퉁이를 지키고 있다.  <宰> [선데이서울 73년 7월22일 제6권 29호 통권 제249호] ●이 기사는 ‘공전의 히트’를 친 연예주간지 ‘선데이서울’에 38년전 실렸던 기사 내용입니다. 당시 사회상을 지금과 비교하면서 보시면 더욱 재미있습니다.
  • [27일 TV하이라이트]

    ●인간극장(KBS1 오전 7시 50분) 전남 곡성에는 짚풀과 사랑에 빠진 임채지 할아버지와 논밭을 남편 삼아 살아온 아내 정애님 할머니가 살고 있다. ‘짚풀공예가’ 임채지 할아버지는 섬진강 기차마을에서 관광객들에게 늘 인기 만점이다. 하지만 곡성군의 자랑으로 자리 잡은 그도 아내 정애님 할머니 앞에서는 그저 ‘속 썩이는 애물단지 노인네’일 뿐이다. ●월화 드라마 동안미녀(KBS2 밤 9시 55분) 소영은 배우 채슬아에게 드레스 디자인 컨셉트를 설명한다. 잘 안될 거라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화려하고 섹시한 디자인을 선보인 소영. 한편 진욱의 아버지는 자기 밑에서 일하는 미중년 남자의 딸이 진욱과 사귀는 바로 그 아가씨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시간 소영과 진욱은 첫 데이트를 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몽땅 내 사랑(MBC 밤 7시 45분) 김 원장은 아들 자랑을 하는 친구의 말에 자신의 아들도 공부를 잘해 유학 갔다고 자랑한다. 옥엽은 속상해하면서도 김 원장을 위해 자신이 집사 보조라고 거짓말을 한다. 그 모습에 김 원장도 속상하기만 하다. 한편 우진은 학생들이 두준에게 선물을 전달해 달라고 하는 것을 본다. 그리고 자신이 두준보다 인기가 없음을 알게 된다. ●내게 거짓말을 해봐(SBS 밤 9시 55분) 아정은 문광부에서 파면당하고 힘들어한다. 기준은 그런 아정을 위로해 주고 아정은 기준의 위로에 마음이 편해진다. 아정은 문광부에 들어가기 전 고시원에서 공부하며 코피 흘리던 모습, 합격자 명단에서 이름을 발견했던 순간, 공무원이 되서 열심히 일했던 모습까지 파노라마처럼 지난 일들을 회상하는데…. ●희망릴레이(KBS2 오후 5시 30분) 철거 예정인 달동네에서 9년째 벽화를 그리는 사람이 있다. 바로 마을을 그림으로 꾸미는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해 온 ‘거리의 미술’ 대표 이진우씨다. 그가 생활하며 벽화를 그리는 동네는 인천시 부평구 십정동이다. 뜨거운 햇볕 아래서 벽화를 그리며 황폐해진 동네를 희망으로 바꾸어가는 사람들을 만나본다. ●경찰 25시(OBS 밤 11시) 새벽 귀갓길 피해자는 노골적으로 자신을 겁탈하려는 남자의 행동에 깜짝 놀라 도망쳤다. 하지만 자신의 욕구를 채우기에만 급급했던 범인은 계속해서 피해자를 쫓았고, 급기야 피해자는 큰 상처를 입게 된다. 이렇게 힘이 약한 여성들만을 노려 자신의 욕구를 채우려는 파렴치한 범죄행각을 OBS ‘경찰25시’에서 전면 공개한다.
  • 슈퍼스타 ‘앙상블 디토’와 美그래미상 ‘파커 콰르텟’이 뭉쳤다

    슈퍼스타 ‘앙상블 디토’와 美그래미상 ‘파커 콰르텟’이 뭉쳤다

    뛰어난 기량을 자랑하는 연주자들의 공연은 그 자체로 심장을 뛰게 한다. 그런 고수들이 여럿 뭉쳤다면? 클래식계의 슈퍼스타로 불리는 앙상블 디토(비올라 리처드 용재 오닐·바이올린 스테판 피 재키브·피아노 지용·첼로 마이클 니컬러스)의 정례 공연을 실내악 축제로 확장시킨 ‘디토 페스티벌’(6월 23일~7월 3일)이 어느새 3년째를 맞았다. 올해 관전포인트는 ‘콜라보레이션’(협업). 페스티벌의 9개 공연 중 첫눈에 들어오는 것은 25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앙상블 디토와 미국의 현악 4중주단 파커 콰르텟이 만드는 무대다. 앙상블 디토는 아이돌 뺨치는 외모와 실력으로 막강한 티켓 파워를 뽐내는 실내악 그룹이다. 여기에 올해 미국 그래미상(실내악 퍼포먼스 부문)을 받은 파커 콰르텟이 가세했다. 파커 콰르텟은 한국계 대니얼 정·캐런 김(바이올린), 김기현(첼로), 제시카 보드너(비올라)로 구성됐다. 대니얼과 제시카는 부부 사이다. 이들은 드뷔시의 현악 4중주와 브람스의 현악 6중주, 멘델스존의 현악 8중주가 뭉쳤을 때의 쾌감을 전달한다. 다만 앙상블 디토와 파커 콰르텟의 악기 편성이 다른 탓에 이번에는 피아니스트 지용이 빠지는 대신, 원년 멤버인 바이올리니스트 자니 리가 함께한다. 또 하나의 콜라보레이션은 피아니스트 임동혁(27)과 바이올리니스트 신현수(24)의 조우. 새달 3일이다. 프랑스 롱티보 국제콩쿠르에서 임동혁이 2001년 우승한 데 이어, 신현수도 2008년 1위에 오르면서 두 사람의 닮은꼴 운명은 시작된다. ‘피아노 여제’ 마르타 아르헤리치와의 인연도 흥미롭다. 임동혁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파격적 조건으로 EMI클래식과 계약을 맺도록 추천한 사람이 아르헤리치다. 아르헤리치는 지난해 일본 벳푸에서 자신이 주관하는 페스티벌에 신현수를 발탁해 임동혁과 한 무대에 세웠다. 형(임동민)과 언니(신아라)가 같은 악기를 다루는 프로 연주자란 점까지 똑같다. 1년여 만에 재회한 두 스타는 쇼팽의 녹턴과 영웅 폴로네이즈, 사라사테의 파우스트 판타지, 프로코피예프의 토카타 등에서 눈빛을 교환한다. 3만~8만원. 1577-5266.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인생역마차(人生驛馬車)=시동생과 차린 아내의 제2 가정(家庭)

    혼인신고를 못했던 것이 실수라면 실수였다. 군에서 제대하고 돌아와 보니 동생이 아내를 차지하고 가장 행세를 하고 있지 않은가··· 옥신각신 하던 끝에「아내를 빼앗긴 사나이」는 제2의 여인과 새 출발을 했다.  그로부터 2년. 전 아내가 다시 나타나『당신의 아들이니 도맡아 양육하라』며 아이들을 떠맡으라는 성화.  -제 이름은 김성환(金性煥·가명·30)이라고 합니다. 동대문 밖에서 조그만 시계방을 차려 그럭저럭 먹고 사는 처지입니다. 2년만에 겨우 가게를 차려 이젠 조금 형편이 펴이게 된 것입니다.  제 아내는 이금옥(李錦玉·가명·26)이라고 하며 딸 하나를 두었읍(습)니다. 아직 말다툼 한번 해본 일 없이 금실좋게 살고 있습니다.  지난 봄이었읍(습)지요. 3월인가 4월인가 잘 생각이 안납니다만 제 가게에 어떤 여자가 나타났읍(습)니다. 바로 제 첫번째 아내이자 지금은 동생의 아내가 된 장미자(張美子·가명·29)였읍(습)니다. 이 여자를 대하는 제 마음이 편할 수 없었읍(습)니다. 부끄럽고 창피해서 얼굴도 못들 일입니다만 이젠 할 수 없이 털어놓고 여러 선생님들의 의견을 묻고 싶습니다. 어쨌든 할 말이 있다고 해서 근처 다방으로 갔읍(습)니다. 이 날 이 여자와 제가 나눈 대화는 대충 다음과 같습니다.  『x식이 하고 x숙이는 당신 자식이 아녜요? 제 아버지를 찾는 눈치니까 맡아 기르세요』  말이야 그럴싸 하고 온순했읍(습)니다만 순간 목구멍으로 치미는 뜨거운 것을 참을 수가 없었읍(습)니다. 간신히 눌러 참으며 말했읍(습)니다.  『2년 전 나보고 뭐라고 했소? 모두 맡아 기른다고 떵떵거리지 않았나 그 말이요. 이제 와서 귀찮으니 나보고 데려다 기르란 말이요?』  『그 애들은 누가 뭐래도 당신 자식이 아녜요? 그 땐 그 때고 지금은 지금이지요』  1시간 가까이 옥신각신하다가 결론없이 헤어지고 말았읍(습)니다. 이런 기묘한 얘기의 근원은 2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년전 저는 군에서 제대했읍(습)니다. 호적의 출생신고가 늦게 되어서 2년이나 늦어 군복무를 마쳤읍(습)니다.  집에 돌아와 저는 엄청난 현실에 부딪쳐 심장이 멎는 듯 했읍(습)니다.  동생 광식(光植·가명·27)이가 내 아내와 동거생활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제가 휴가를 나온지 1년만 이었읍(습)니다.  1년 동안에 동생은 아내를 범하고 제가 맡겼던 가게며 아이들까지 모두 자기의 것으로 해 버렸읍(습)니다. 아내는 동생의 방에서 잤읍(습)니다. 이 기막힌 현실을 그러나 저는 뒤엎을 용기가 없었읍(습)니다. 언제나 동생은 어려서부터 제 것을 빼앗아 살아온 녀석이었읍(습)니다. 동생의 악착같은 정복욕 앞에 저는 언제나 손을 들고 말았으니까요. 만약 아내라도 울며 용서를 빌었다면 동생을 타일렀을 지도 모릅니다. 아내마저 끝내 동생 편이 되었던 것이죠. 게다가 동생은 혼인신고까지 해 버렸다고 했읍(습)니다. 저는 자식 둘을 낳도록 아내와의 혼인신고를 해 두지 않았지요. 이제 그들은 법적으로도 완전한 부부가 되어 있었읍(습)니다. 어떻게 손을 써 볼 도리가 없었지요.  아이들이라도 제가 맡아 기르겠다고 했읍(습)니다만 아내가 거절을 했습니다.  저는 동생과 아내의 얼굴에 침을 뱉고 집을 뛰쳐나왔읍(습)니다. 세상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나같은 바보가 세상에 한 사람이라도 있을까? 고개를 저었읍(습)니다. 있을 수 없는 얘기입니다.  그러나 바로 제 앞에서 사건은 일어나고 있었읍(습)니다. 미친듯 술을 퍼 먹으며 통곡했읍(습)니다. 취해서 다시 집으로 돌아가 닥치는대로 살림을 부수었읍(습)니다. 동네가 떠나가라고 악을 쓰며 이 불륜과 사련의 남녀를 규탄했읍(습)니다. 그러나 허무했읍(습)니다. 뼈에 사무치는 배신감과 외로움을 견딜 수가 없었읍(습)니다.  집을 나오며『깨끗이 모든 걸 단념한다. 앞으로 다시는 내 눈 앞에 나타나지 말라』고 그들에게 선언했읍(습)니다. 동생이며 아내며 자식이며 나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존재들이었읍(습)니다. 지하에 계실 부모님들에게 부끄럽고 죄송해서 몸둘 바를 몰랐읍(습)니다. 그 뒤부터 저는 막노동을 해 가며 죽어라고 일을 했습니다. 밤새워 코피를 쏟으며 빈혈로 쓰러져도 그 엄청난 악몽을 잊기 위해서는 일 밖에 할 것이 없었습니다.  1년만에 1백만원을 모았습니다. 전에 하던 시계수리업을 하기로 했습니다. 착실하게 일을 해서 가게는 번창했읍(습)지요.  저를 착하게 본 이웃가게 아주머니가 중매를 들어 지금의 아내와 드디어 새살림을 꾸미게 (꾸리게) 되었읍(습)니다. 차츰 과거의 상처도 잊고 사는 재미가 막 나려 하는데 저 악마같은 여자가 또다시 나타났읍(습)니다. 동생도 나빴지만 여자가 틈을 보여주지 않았다면 어찌 이런 사건이 일어났겠읍(습)니까. 그 여자가 우리 집안을 몽땅 말아먹고 말 악마입니다. 동생이 아직도 그걸 깨우치지 못하고 있읍(습)니다. 우리 평화로운 가정이 또다시 태풍에 휘말리게 됩니다. 정말 어떻게 했으면 좋을까요?  <植>    [이런 경우엔]  결혼을 하고 자녀를 둘씩 둘 때까지 혼인신고를 아니한 것은 귀하의 불찰입니다. 2년 전에 자기가 기르겠다고 호언하면서 자식이라도 돌려 달라는 귀하의 부정(父情)을 짓밟은 전처에 대한 귀하의 극심한 반감과 아이들을 데려옴으로 해서 새로운 아내와의 사이에 있을 지도 모르는 불화 때문에 몹시 고민하고 있는 것 같읍(습)니다.  그러나 귀하가 당해 온 쓰라인 과거를 현재의 처가 잘 알고 따라서 귀하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리라는 전제하에서 귀하는 귀하의 핏줄을 이어받은 가엾은 자식들을 하루 속히 그들로부터 찾아오셔야 되리라 믿습니다.  그래야만 자식들의 장래 양육이나 교육이 제대로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 자식들이 전처와 동생간의 호적에 신고가 되어 있으면 관할 법원에 호적정정 신청을 하여 그애들이 그들간의 친생자가 아님을 확인시킨 다음 귀하의 호적에 다시 신고하면 됩니다. <이재운(李在運) 변호사> [선데이서울 73년 7월15일 제6권 28호 통권 제248호] ●이 기사는 ‘공전의 히트’를 친 연예주간지 ‘선데이서울’에 38년전 실렸던 기사 내용입니다. 당시 사회상을 지금과 비교하면서 보시면 더욱 재미있습니다.
  • [김문이 만난사람] 프로복서 출신 유럽 오페라 주역 테너 조용갑

    [김문이 만난사람] 프로복서 출신 유럽 오페라 주역 테너 조용갑

    태양이 이글거리기 시작하는 6월에 매우 정열적인 오페라 하나 잠시 감상해 본다.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별은 빛나건만’으로 유명한 푸치니의 ‘토스카’ 내용이다. 호색한 스카르피아는 국가의 주요 행사 때마다 무대에 서는 오페라 가수 토스카의 미모에 반해 어떻게든 그녀를 차지하려고 호시탐탐 노린다. 하지만 토스카는 카바라도시와 열애 중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스카르피아는 카바라도시를 정치범으로 엮어 교수대로 보내고 토스카를 차지할 계략을 꾸민다. 토스카는 간교한 스카르피아의 덫에 걸리고 카바라도시는 스카르피아의 집무실에서 모진 고문을 당한다. 연인의 목숨을 구하려는 토스카는 극한의 고통과 갈등 속에서 ‘예술과 사랑을 위해 살았을 뿐 누구에게도 몹쓸짓을 한 적이 없는 저에게 왜 이런 가혹한 벌을 내리시나요?’라는 노래를 애절하게 부른다. 그러면서 토스카는 ‘스카르피아, 하느님 앞에서 보자!’라는 말을 남기고 안젤로 성벽 꼭대기에서 몸을 던진다.1900년 1월 14일 로마에서 초연된 ‘토스카’는 격정적인 내용으로 공포와 괴기극 기법을 도입, 관객들로 하여금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도록 한다. 1막의 성 안드레아 성당, 2막의 파르네제 궁, 3막의 성 안젤로 성채 등 로마의 명소이자 역사적인 장소들을 무대로 삼았다는 점도 흥미를 끄는 대목이다. 호른의 음색이나 양치기의 서글픈 노랫가락, 성당의 종소리 등도 인상적이다.여기에서 토스카의 연인 카바라도시(테너)에 주목해 본다. 화가이자 자유주의자로 정치적 사상을 가지고 있지만 열정적인 사랑을 추구하는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다. 유럽 무대에서 카바라도시 역할로 인기를 얻고 있는 한국인 오페라 가수가 있다. 테너 조용갑(41)씨. 이탈리아와 프랑스, 독일 등지에서 300여회 공연을 가져 ‘동양의 파바로티’로 불린다. 특이하게도 그는 프로복서 출신이다. 하여 ‘가장 드라마틱한 테너’로 유럽 무대에서는 꽤 유명하다. 이런 그가 처음으로 국내 무대에 선다. 다음 달 2~6일 예술의 전당 오페라 극장에서 카바라도시 역할로 국내 팬들과 만나는 것. 유럽에서 오페라 가수로 활약해 온 지 14년만의 일이다. 어부의 아들-신문배달원-자장면 배달부-복싱 선수-오페라 가수로 이어지는 그의 삶은 참으로 드라마틱하다. 그는 목포에서 남서쪽으로 136㎞ 떨어진 가거도에서 3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가거도는 인구가 400여명밖에 안 되고 흑산도에서도 65㎞를 더 가야 하는 말 그대로 적막한 절해고도(絶海孤島)이다. 여기에서 유럽 무대를 평정하는 오페라 가수가 나왔다는 것 자체가 경이롭다. 지난 13일 오후 서울 방배동에 있는 ‘베세토 오페라단’(이사장 강화자) 연습실에서 조씨를 만났다. 상대역인 토스카 김지현씨와 한참 연습 중이었다. 음악에서 남성의 최고 영역답게 테너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면서도 감미롭다. 사랑을 주고받는 정열적인 동작은 더욱 인상깊게 다가온다. 잠시 후 연습실 한쪽에서 조씨와 마주 앉았다. 국내 첫 공연을 갖는 소감이 어떠한지부터 물었다. “한국에는 가끔 옵니다. 어머님도 시골에 계시고…. 그동안 한국 무대를 늘 그리워했습니다. 얼마 전 한국에 왔다가 제2회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 무대가 열린다기에 공개 오디션에 응했고 기쁘게도 발탁이 됐지요. 14년 전 성악가의 꿈을 안고 이탈리아로 떠난 후 이제야 국내 무대에 비로소 서게 됐습니다. 저에게는 매우 뜻깊은 일입니다. 잘해야 한다는 긴장감도 있고요.” 유럽 무대에서는 어떤 활약을 했을까. “소프라노 조수미씨가 졸업한 산타 체칠리아 학교에서 음악공부를 하다가 캄포바소(Campobasso)라는 국립음악원을 졸업했습니다. 국제 콩쿠르에서 20여회 입상한 경력을 인정받아 그동안 오페라 주역으로 300회 정도 공연을 했지요. 2009년에는 현존하는 최고의 바리톤 레나토 브루손과 함께 ‘오셀로’ 주역을 맡아 이탈리아 순회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치기도 했습니다.” 이에 앞서 2006년 독일 레겐스부르크 국립극장에서 오페라에서 가장 어렵고 최고로 여기는 ‘오셀로’의 주역을 맡아 각종 신문과 잡지에서 ‘리틀 파바로티’라는 찬사를 받았다. 대개 성악가라고 하면 음악대학을 나와 성악의 본고장 이탈리아로 유학가는 것이 일반적인 코스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조씨는 음대 출신이 아니다. 더구나 프로복싱에 몸담았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 프로복서가 됐을까. “고2 때였지요. 괴롭힘을 당하는 친구를 도와주다가 패거리들한테 엄청 맞은 적이 있습니다. 너무 억울해서 친구와 청량리에 있는 권투도장에 갔지요. 복수를 해 줄 생각이었어요. 처음 3개월 동안은 잽만 가르치더라고요. 나중에 스파링을 1년 넘게 한 사람이 아마추어 시합을 앞두고 저 보고 스파링 상대를 하라고 하더군요. 별로 배운 것도 없었던 상태였습니다. 그렇게 스파링 상대를 해주는데 맞아서 코피가 나잖아요. 화가 나서 막 공격을 했더니 관장님이 근성이 있다고 하면서 제대로 가르쳐 주더군요.” 이때 그는 서울기계기술고등학교 전자과에 다니면서 신문팔이, 자장면 배달, 호떡장사로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러던 중 고등학교를 졸업하자 해군에 입대했고 제대 후 곧바로 프로로 전향했다. 집이 워낙 가난해서 돈벌이를 위해 무작정 프로무대에 뛰어들었던 것. 22살때의 일이다. 이 무렵 남동생도 시골에서 올라와 권투를 시작했다. “저 때문에 동생도 프로복서가 됐지요. 원래 저는 군 제대 후 목사가 되려고 신학교에 진학했습니다. 전철에서 물건을 팔면서 학비를 충당했는데 프로복서가 훨씬 돈벌이가 되더라고요. 시합을 하고 나면 돈이 일단 생기니까요. 그렇게 5년 정도 복서생활을 했습니다.” 전적이 궁금해졌다. 그는 “한국 챔피언 전초전까지 치렀다. 9전 5승정도, 그러니까 (승률)반타작은 한 것 같다.”며 웃는다. 동생은 동양챔피언 3차방어까지 치렀다고 귀띔했다. 복서에서 성악공부를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공릉동에 있는 드림교회에 다녔습니다. 목사님이 ‘자네의 목소리는 조영남씨와 비슷하다. 성악을 공부해 보면 어떠냐.’고 권유하더군요. 그래서 금전적인 도움을 받아 1997년 1월에 이탈리아로 떠나게 됐습니다. 그 목사님은 아버지나 다름없는 분이지요. 그렇게 해서 페루자에서 1년 동안 어학공부를 한 뒤 산타 체칠리아 학교에 입학하면서 본격적으로 성악공부를 하게 됐습니다. 하루 8시간 이상씩 하느라 목에 결절이 생겨 위험한 순간을 겪기도 했습니다.” 이탈리아에 유학한 지 2년 만인 1999년 오르비에토(Orvieto) 국제 콩쿠르 1위에 입상하면서 이름을 알렸고 이듬해 오페라 ‘라보엠’의 주역을 맡아 오페라 무대에 정식 데뷔했다. 한국에서 음대를 나와 같이 유학했던 동료들보다 일찍 무대가 열리기 시작했던 것. 이쯤 되면 천부적인 목소리를 타고났다고도 할 수 있겠다. 가거도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아버지는 어부 생활을 했고 어머니는 약초 캐러 다니시고…. 빚에 쪼들려 제대로 먹지도 못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아버지의 한 맺힌 노래를 들었고 어머니의 눈물을 보면서 자랐습니다. 아버지는 술을 드실 때마다 밤12시가 넘어도 저한테 노래를 시키곤 했습니다. 한을 달래려고 그러셨던 같아요. 저는 그런 것이 싫어서 집을 뛰쳐나오기도 했고 바닷가로 달려가 막 소리를 지르기도 했습니다. 전기도 없이 호롱불을 켜는 열악한 환경에서 자랐지요.” 가거도에서 중학교(분교)를 나온 뒤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술을 배우겠다는 일념으로 무작정 서울로 올라와 성수동에서 용접기술을 배웠다. 그러던 중 누나가 서울로 올라와 “그래도 고등학교 졸업장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권유해 할 수 없이 포기했던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그가 현재 살고 있는 곳은 이탈리아 로마. 프리랜서 오페라 가수로 1년에 50여회 공연을 소화하고 있다. 아울러 연주자 전문과정을 위한 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실력 있는 후배 음악인을 키우고 있다. 이곳 출신 가운데 솔리스트 5명이 올해 국내 첫 공연을 가질 예정이다. 그는 결혼한 지 10년째. 부인 최에스터씨는 소프라노 가수로 활약할 때 만났다. 장모가 이탈리아에 여행을 왔을 때 관광 가이드를 하는 조씨의 성실함에 반해 딸을 소개해 줬다. 슬하에 1남 1녀를 두었으며 여섯 살 된 딸이 노래를 제법 해 훌륭한 성악가로 키울 생각이다. 그에게 복서와 성악가의 공통점이 있느냐고 묻자 “폐활량과 호흡의 리듬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탈리아 국영방송에 4차례나 단독 출연했다. 2002년 월드컵 때 한국과 이탈리아 축구경기에 앞서 파바로티가 평소 즐겨 불렀던 오페라 투란도트의 아리아 네순 도르마(Nessun Dorma·승리하리라)를 열창해 이탈리아 전 국민을 잠 못 이루게 했다. 그에게 꿈을 물었더니 “내년 한국과 이탈리아를 오가며 정명훈씨가 지휘하는 ‘오셀로’를 공연할 예정”이라면서 한국인으로 자랑스럽게 세계무대를 누비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토스카역의 김지현씨에게 조씨의 노래실력이 어떠냐고 물었더니 “소탈하고 아주 멋지다.”는 말로 대신했다. 편집위원 km@seoul.co.kr 새달 2일 ‘토스카’로 돌아온 그는… 1970년 전남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에서 어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중학교(분교)를 졸업한 뒤 서울로 올라와 성수동에서 용접공 생활부터 시작해 신문팔이, 호떡장사 등 궂은일을 닥치는 대로 했다. 서울 기계기술고등학교 2학년때 권투도장에서 스파링 상대역을 했고 해군 제대 직후 프로복서 무대에 뛰어들었다. 전적은 9전 5승. 한국챔피언 전초전까지 치른 뒤 1997년 27살의 늦은 나이로 이탈리아 유학길에 올랐다. 안정환 선수가 몸담았던 페루자에서 어학공부를 마친 뒤 조수미 등 세계적인 성악가를 배출한 산타 체칠리아(Santa Cecilia) 학교에 입학하면서 본격적인 성악공부를 시작했다. 테너의 거장 잔니 라이몬디(Gianni Raimondi) 등에게 사사를 받았고 2000년 ‘라보엠’에서 주역을 맡아 오페라 무대에 정식 데뷔했다. 이후 파르마에서 열린 베르디 콩쿠르(2005)에서 1위 등을 비롯해 20여회 국제콩쿠르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입상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이탈리아의 국영방송(RAI)에 한국을 대표하는 성악가로 출연, 전 유럽에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는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라 트라비아타’ ‘토스카’ ‘라보엠’ ‘가면무도회’ ‘아이다’ 등에서 주역을 맡았고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등지에서 모두 300여회의 공연을 가졌다. 다음 달 2일 예술의전당에서 ‘토스카’의 테너 주인공 카바라도시 역으로 국내 첫 무대를 가진다.
  • 후쿠시마 아이들 이유없는 코피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가 일어난 지 3개월이 지났는데도 복구작업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후쿠시마현 내 어린이들의 건강에 이상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16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원전에서 60㎞쯤 떨어진 후쿠시마시와 고리야마시에 거주하는 어린이들이 최근 코피를 흘리거나 배탈 증상을 보이고 피로감을 자주 호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어린이들의 증상이 방사능과 연관성이 있는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부모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시민단체 ‘체르노빌의 가교’가 지난 12일 고리야마시에서 연 무료 진료회에는 방사능 피해를 염려하는 학부모와 어린이 100여명이 참석했다. 39세 주부는 “큰아이가 1주일 동안 매일 많은 양의 코피를 흘렸고, 둘째 아이도 큰아이와 시기는 다르지만 1주일간 지속적으로 코피를 흘렸다.”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의사와 상담했다. 대지진이 발생한 직후 사이타마현으로 피난 갔다가 3월 말 고리야마시로 돌아온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은 “고리야마에 온 직후인 4월 초부터 3주간 계속 코피가 났고, 1주일간은 양쪽 코에서 피가 흘렀다.”고 말했다. 이날 진료회에 참석한 소아과 의사 하시모토 유리카는 “아이들의 증상이 방사능 피해라고는 아직 판단할 수 없지만 이상 증상을 보이는 아이들이 우선 소아과에서 혈액검사와 백혈구 조사 등 정밀진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후쿠시마시의 히라나카 쇼이치(40)는 “가족들이 다행히 별다른 증상이 없지만, 왠지 불안해서 아이들에게 외출을 가급적 삼가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후쿠시마현 내 방사능 수치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진료 상담회가 열린 12일 고리야마시의 방사능 최대치는 1.38μ㏜(마이크로시버트)였다. 같은 날 도쿄의 측정치인 0.0635μ㏜보다 22배쯤 높았다. 문부과학성은 지난 3월 방사능 수치가 좀처럼 줄지 않자 후쿠시마현 내 어린이들의 연간 한계 방사선량(피폭량)을 사고 전에 정한 성인 피폭량 기준치인 1m㏜(밀리시버트)보다 높은 20m㏜로 설정해 논란을 불렀다. 하지만 수정된 기준치를 적용해도 고리야마시의 1.38μ㏜에 이르는 방사선량에서 어린이들이 외부 활동을 하는 것만으로도 연간 한계 방사선량에 쉽게 이르게 된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씨줄날줄] 유엔사무총장/주병철 논설위원

    1919년 유엔의 전신인 국제연맹이 창설될 때 사무국 총괄자 호칭을 ‘총서기 혹은 서기장’ ‘의장’으로 하자는 제안이 있었다. 난상토론 끝에 유연하고 모호한 ‘사무총장’(Secretary-General of the United Nations)으로 했다. 1945년 유엔이 출범하면서 산파역을 한 미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세계의 중재자’란 표현을 원했지만 종교계에서 사용하고 있어 못 바꿨다. ‘사무총장’이 국제기구 수장의 직함으로는 너무 겸손한 호칭이라는 게 루스벨트의 생각이었다. 유엔 사무총장은 유엔의 모든 기관과 협의하며 권고할 수 있고 국제분쟁 예방을 위한 조정·중재 업무를 맡는다. 예우는 세계 최고의 외교관으로 국제사회에서 국가원수 내지 행정수반에 준한다. 사무국 직원(1만 6000여명)과 산하기관까지 포함해 4만여명의 인사권을 갖는다. 연봉은 22만 7254달러로 우리나라 대통령(1억 7909만 4000원)보다 많고 미국 대통령(40만 달러)보다 적다. 유엔 사무총장의 리더십은 출신 지역과 시대적 상황에 따라 다르다. 제2대 사무총장인 다그 함마르셸드는 ‘빈 공간이 있으면 채워라.’는 논리를 폈다. 유엔 사무총장은 평화와 안전의 ‘공백을 채울 수 있는’ 유일한 유엔의 법적 기구라는 것이다. 미얀마 출신의 제3대 사무총장인 우 탄트는 개발도상국의 발전과 지원 방안 등에 깊은 관심을 쏟았다. 평직원에서 사무총장에 오른 제7대 코피 아난은 국제사회가 방관하지 말고 ‘인도주의적 간섭’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유엔 사무총장이 갖는 별명도 다채롭다. ‘평형추’, ‘블랙박스’ 외에 유엔 사무총장의 영문 이니셜을 본뜬 희생양(Scape-Goat)도 있다. 올 10월로 임기 5년을 채우는 제8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그제 ‘더 신뢰받는 유엔으로 거듭나겠다.’며 연임 도전을 공식 선언했다. 2007년 취임 초반에는 설득과 중재를 앞세운 그의 리더십이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발로 뛰는 그의 리더십을 회원국들이 믿고 따르고 있다. 반 사무총장은 ‘기름장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어려운 질문을 요리조리 잘 피해 간다고 기자들이 붙여줬다고 한다. 유엔은 지금 다양성을 존중하고 융합해야 하는 시대적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럴 때 반 사무총장의 조정자 역할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본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 출신으로 북한 문제에 관해 그만큼 더 좋은 관점과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도 없다. 반 사무총장의 선전을 기대해 본다. 주병철 논설위원 bcjoo@seoul.co.kr
  • [프리메라리가] 호날두, 또 해트트릭… 역대 최고 골잡이 찜!

    [프리메라리가] 호날두, 또 해트트릭… 역대 최고 골잡이 찜!

    잘생긴 외모와 탄탄한 초콜릿 복근, 거액의 연봉(1300만 유로)과 잊을 만하면 터지는 스캔들.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에서 뛰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6·레알 마드리드)는 전형적인 ‘나쁜 남자’ 이미지와 맞아떨어진다. 호날두와 현대 축구를 양분하고 있는 같은 리그의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가 아담한 키에 방글거리는 웃음으로 환심을 사는 것과 대척점에 있다. 빤질빤질한 생김새 탓에 호날두는 괜히 더 욕먹을 때도 많다. 하지만 나쁜 남자가 한번 다정한 모습을 보이면 팬들은 더 녹아내린다. 이런 의미에서 호날두는 11일 스페인 마드리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경기장을 찾은 홈팬들의 ‘슈퍼스타’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물론 첫째는 화끈한 골 퍼레이드였다. 호날두는 혼자 3골을 뽑아내며 헤타페와의 36라운드 경기를 4-0 대승으로 이끌었다. 지난 8일 세비야 원정경기(6-2승) 4골 이후 두 경기 연속 해트트릭. 올 시즌 49골째로 본인의 한 시즌 최다골(42골)을 새로 쓴 호날두는 리그 36호골을 채우며 득점왕 등극을 눈앞에 뒀다. 메시(31골)의 추격권에 있지만, 호날두의 발끝이 워낙 매서워 역전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관심은 오히려 호날두가 ‘프리메라리가 한 시즌 최다골 기록을 세울까.’에 모아진다. 득점왕 중 가장 많은 골을 넣었던 건 38골로 지금까지 두번 있었다. 1950~51시즌 텔모 자라(아틀레틱 빌바오·30경기)와 1989~90시즌 우고 산체스(레알 마드리드·36경기)다. 호날두가 지금 같은 페이스라면 남은 두 경기에서 2골 이상 넣을 가능성은 매우 높다. 16일 비야 레알(원정)은 까다로운 상대지만, 강등이 확정된 알메리아와의 23일 홈 경기에서는 대량 득점을 기대할 만하다. 호날두가 ‘레알 훈남’으로 등극한 장면은 따로 있었다. 이날 경기 중 호날두가 수비하면서 강하게 걷어낸 공이 관중석 맨 앞에 앉아 있던 한 중년 남성의 얼굴을 강타했다. 공을 맞은 관중은 코피를 흘렸고 충격 탓인지 눈물도 그렁그렁했다. 굴욕(?)도 잠시, ‘코피남’은 경기 후 최고의 순간을 만끽했다. 종료 휘슬이 울리자 호날두가 유니폼 상의를 벗으며 성큼성큼 다가와 유니폼을 안기고 포옹한 것. 호날두는 “공을 깔끔하게 처리할 생각뿐이었다. 미안하다.”고 찡긋 ‘살인 미소’를 날렸다. ‘코피남’은 유니폼을 두 손으로 신성하게 받아든 채 사랑스러운 눈길을 보냈다. 2009년 여름 역대 최고 이적료(8000만 파운드)를 갈아치우며 레알 마드리드에 둥지를 튼 호날두는 ‘일(득점)과 사랑(팬서비스)’을 동시에 잡으며 성공 시대를 활짝 열고 있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열린세상] 최근 한반도의 변화와 대북정책/조윤영 중앙대 국제정치학 교수

    [열린세상] 최근 한반도의 변화와 대북정책/조윤영 중앙대 국제정치학 교수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문제들에 대한 변화의 움직임이 주목받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정치적 계산으로 남북정상회담을 서두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남북정상회담 추진설이 보도되고, 일각에서는 올해 안에 정상회담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6자회담 재개와 관련, 북한과 중국은 남북한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을 우선적으로 시작하는 3단계 대화를 제의하는 등 6자회담 재개를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북한은 분위기 조성을 위해 지미 카터 전 대통령과 코피 아난 전 유엔사무총장 등을 초청, 조만간 평양 방문을 앞두고 있다. 최근 한·미 간에 정책조율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위성락 6자회담 수석대표가 미국을, 클린턴 국무장관이 서울을 방문했다. 분주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의 급진전과 6자회담의 전격적 재개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요구하는 중국과 북한의 태도에 대해 한국과 미국의 외교장관들은 회담을 통해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에 대한 북한의 사과 및 비핵화 의지 표명이 우선이라는 원칙적 입장을 재확인했다. 특히 북한이 희망하는 북·미 간의 공식적 접촉도 남북한 관계의 진전 여부에 달려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북한의 진정한 태도 변화 없이는 남북관계 및 6자회담의 본격적 시작 가능성이 낮음에도 불구, 변화 조짐에 대한 얘기들이 흘러나오는 배경에는 시의적 적절성과 국회에서의 변화의 목소리다. 이 대통령은 지난 3·1절 기념식에서 북한의 변화를 촉구하면서 올해가 남북대화가 이뤄질 수 있는 최적기라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임기를 2년 남겨둔 상황에서 대통령의 남북관계 변화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은 것은 총선과 대선으로 꽉 짜여진 내년의 정치일정으로는 실질적 남북관계의 개선이 어렵다는 판단에 기인하고 있다. 국회에서는 교착상태인 남북관계를 풀기 위한 국회 역할론이 부상하고 있다. 국회에서는 대정부질문을 통해 정상회담 시기와 조율시점 등이 쟁점이 되고 남북 의회 간 교류를 통한 선제적 남북관계 개선 유도 의견 등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가 여야 원내대표를 비롯한 중진의원들 간에 폭넓게 형성되어 있어 국회 차원의 교류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분위기를 이끌어갈 남북관계 특위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복잡하기 짝이 없다. 민주당이 특위를 현 정부의 잘못된 대북정책 때문에 구성했다고 주장하고, 특위 위원장인 민주당 박주선 의원이 스티븐스 미국대사를 만나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했다고 전해졌다. 따라서 한나라당은 위원장의 중립성 훼손에 대한 강한 반발과 특위 구성 거부 움직임이 일고 있다. 남북관계 특위 구성부터 국회에서 심한 갈등의 기류가 흐르고 있는 것이다.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한 관계가 경색국면을 탈피하여 새로운 관계가 형성되어야 하는 것은 명백하다. 그러나 천안함 및 연평도 도발에 대한 북한의 통큰 사과 없이 정부가 나서서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은 그간 일관성 있게 추진하고자 했던 정부의 대북정책에 혼선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이명박 정부의 상생과 공영의 대북정책을 실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북한의 도발 후 대화 또는 악행 후 보상이라는 남북관계의 악순환 고리를 끊는 것도 중대한 실천목표라 할 수 있다. 북한의 도발에 대한 사과와 비핵화에 대한 지속적인 요구와 함께 대화의 가능성은 활짝 열려 있다고 강조하면서, 백두산 화산문제 등 비전통적 주제 및 인도적 차원의 교류는 적극 시도할 필요성이 있다. 섣부른 남북관계의 개선 시도보다는 남북관계의 발전 시기가 오면 남남갈등을 피하고 통합된 국력으로 남북관계를 발전시키는 긴 호흡의 대북정책과 통일정책의 모색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또 주변국들과 한반도 통일에 대비한 통일외교를 준비하고, 관련국들에 우리의 통일정책을 설명하고 이해시킬 수 있는 계기도 마련해야 한다. 대북정책과 관련한 국회의 역할에 있어서 과도한 정치화 및 정당의 이익에 치중한 결정보다는 국회 차원의 조사연구 기능을 활성화해 대북정책 결정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 [차 한잔 하실까요] 문병권 중랑구청장

    [차 한잔 하실까요] 문병권 중랑구청장

    “행정 패러다임이 바뀌었습니다. 주민자치위원들은 마을 손님이 아니라 주인이고 어른이십니다. 자치회관을 인정이 넘치는 주민들 쉼터로 만들어주세요.” 문병권(61) 중랑구청장은 된장찌개 같은 사람이라는 말을 듣는다. 입담은 매콤하면서도 구수한 장맛을 풍긴단다. 최근 면목3·8동 주민센터에서 열린 ‘주민자치아카데미’에서 주민자치위원들에게 한 인사말에 잘 드러난다. 원고를 읽지 않았다. 그렇다고 스스로 업적을 드러내지도 않았다. 다만 참석자들의 분위기에 맞췄다. 13일 문 구청장을 집무실에서 만나 입담의 비결을 물었다. “마치 만들어낸 듯한 작위적인 인사말은 싫어요. 상황에 맞게 긁어주면 좋아하더라구요. 군에서 지휘관 생활을 하며 터득한 노하우죠. 언젠가 서울의료원 기공식 때도 자연스러운 인사말 덕분에 오세훈 시장에게 덕담을 들었어요.” “2002년 구청장에 처음 출마해서도 입담은 당선에 한몫했을 것”이라며 그는 웃었다. 상대 후보가 원고를 직접 써 유세를 하는데 쭉 청중만 보고 연설해 ‘초짜’로 불리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는 얘기다. ●불의에 시위 주동… 강단있던 성격 경남 합천군 출신인 문 구청장은 초등학교 입학식 때 2㎞나 걸어갔는데 입학통지서를 빼먹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자존심 상해 그냥 돌아와 버렸다. 그 때문에 아홉살이 돼서야 입학할 수 있었다. “어릴 때부터 강단이 있었던 것 같아요. 어르신들과 가족들이 한사코 말려도 싫다고 학교에 가지 않았어요. 부산 동래고 총학생회장을 맡던 시절에는 시위를 두 차례 주동해 혼쭐났죠. 학교 근처 공장에서 나오는 매연이 수업에 방해된다며 시위하다 퇴학당할 뻔하기도 했습니다.”며 불의를 보면 못 참던 학창시절을 떠올렸다. 그의 대쪽 같은 행보는 육군사관학교(1969년)에 들어가서도 계속됐다. “럭비선수로 뽑혔는데 연습 중 허리를 다쳐 병원신세를 지고 난 뒤론 운동하기가 싫은 거예요. 팀에서 빠지려고 시험지를 백지로 내기도 하고 코피 흘릴 때까지 단식을 감행했죠 ” 문 구청장은 올해 상봉재정비촉진지구와 중화뉴타운 등 지역개발에 역점을 두고 있다. 특히 2009년 6월 촉진구역으로 결정된 중화뉴타운의 경우 지난 1일 조합설립을 위한 주민들의 동의서(75%)를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통장 집을 일일이 방문해 설득한 결과였다. “30년, 50년 후를 내다보라고 찬찬히 설명했죠. 다른 자치구들은 모두 개발되는 상황에서 옛 모습을 고수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어요. 개발된 곳으로 주민들이 하나 둘 떠나면 공동화현상이 생겨 더 큰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고요.” 그는 직장인, 맞벌이부부들을 배려해 주민설명회도 저녁 시간대에 열었다. 조합설립을 할 수 있는 법적인 요건을 끌어내려고 주민설명회를 세 차례나 가졌다. 지역개발을 위한 설명회에서도 문구청장의 뛰어난 화술이 통한 셈이다. 3선 구청장이어서 업무에 지칠 법도 한데 젊은 단체장들보다 더 열정적이라는 평가를 듣는다. 그는 최근 경춘선 개통으로 상봉터미널 이용객이 늘 것을 감안, 지하철역 인근 주차장 설치 제한 규정을 완화해야 한다고 시와 시의회를 찾으며 동분서주했다. ●상봉터미널 주차장 규제 완화 ‘결실’ 다행히 지난달 서울시가 규정을 개정해 한시름 덜었다며 다시 너털웃음을 지었다. 현재 지하철역 또는 환승센터, 복합환승센터 출입구로부터 500m 이내에 주차장을 설치할 때 면수 제한을 받았으나, 이제 교통혼잡특별관리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한 ‘족쇄’는 풀리게 됐다. 그는 스포츠마니아다. 중학교 때 씨름·레슬링 선수로 뛰었다. 초콜릿 복근은 아니지만 탄탄한 몸매를 유지해 젊은 직원들에게 부러움을 살 정도다. 단합대회 겸해 인근 봉화산을 오를라치면 껑충껑충 뛰는 바람에 쫓아가기도 버겁다며 직원들은 혀를 내두른다. 구민마라톤대회(5㎞)에서는 6등으로 골인하는 괴력(?)을 뽐냈다. 직원 노래자랑에선 반짝이 옷을 입고 ‘누이’, ‘사랑의 이름표’를 불러 ‘오빠’로 등극했다. 그런 그가 요즘 색소폰에 푹 빠져 있다. 애국가를 연주하는 수준이지만 “퇴임하면 경로당을 돌며 연주하고 싶다.”며 의욕을 보였다. 그러면서 일에 치여 살았던 탓에 집안일엔 무심했다며 스스로 질책했다. “퇴임하면 곧장 마누라랑 배낭여행이나 갈래요. 9년간 내 시간을 갖질 못했거든요. 일요일도 없이 지냈죠. 이제 진짜 내 삶을 찾고 싶습니다.” 글 사진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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