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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체육회장 선거 대혼전 속으로

    체육회장 선거 대혼전 속으로

    대한체육회 회장 선거가 혼전 양상으로 치달았다. 박용성(73) 대한체육회장은 4일 보도자료를 내고 오는 22일 대의원 총회에서 실시되는 제38대 체육회장 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박 회장이 불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최측근 김정행(70·용인대 총장) 대한유도회 회장이 대신 선거에 나선다. 김 총장은 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김 총장은 “박 회장의 거취에 따라 출마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해 왔다. 재선이 유력했던 박 회장의 불출마 결심으로 체육회장 선거는 예측하기 힘든 삼파전으로 급변했다. 이에리사(59) 새누리당 의원이 가장 먼저 출사표를 던진 데 이어 박 회장의 ‘후광’이 기대되는 김 총장이 6일 출마를 선언하고 ‘4전 5기’를 노리는 박상하(68) 국제정구연맹(ISTF) 회장도 곧 도전장을 내밀 태세다. 후보 등록은 오는 7일까지다. 박 회장은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공수신퇴’(功遂身退·임무를 완수했으니 몸이 떠난다)란 사자성어를 언급했다. 자신의 역할을 다했으니 미련 없이 떠나겠다는 뜻이다. 출마 여부를 고심하던 그는 뜻하지 않은 수술과 가족들의 반대로 결국 뜻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과 함께 평창 동계올림픽 준비 상황을 둘러보던 지난 1일 새벽 갑자기 수술을 받았다. 코뼈가 휘어져 혈관을 건드리는 통에 코피가 멈추지 않았다는 것. 이에 가족들이 강하게 반대해 출마를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측근은 “가족들이 박 회장의 건강을 걱정하고 있다”며 “특히 국정감사 등에서 국회의원들이 박 회장을 윽박지르는 모습을 보고는 줄곧 출마를 만류했다”고 전했다. 박 회장은 국제유도연맹(IJF) 회장과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 국가올림픽위원회(NOC) 위원장 등을 역임하며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대한민국을 알려 왔다. 2009년 체육회장에 취임한 뒤 이듬해 밴쿠버 동계올림픽과 광저우 아시안게임, 지난해 런던올림픽에서 역대 최고의 성적를 올렸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도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지나치게 효율과 원칙에 얽매여 현장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불만을 사기도 했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사랑의 몸짓에…흥겨운 가락에…달콤한 연주에…

    사랑의 몸짓에…흥겨운 가락에…달콤한 연주에…

    앞으로 2주 동안은 눈만 돌리면 하트로 장식된 밸런타인데이 마케팅과 마주하게 될 터. 공연계에도 밸런타인데이에 맞춘 달콤한 공연이 즐비하다. 사랑뿐만 아니라 문화적 감성을 채우기에도 좋은 공연이 포진해 있다. [무용] 사랑 이야기 하면,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빼놓을 수 없다. 다양한 공연 양식으로 무대에 오른 ‘로미오와 줄리엣’은 발레 버전도 수두룩하다.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의 발레 음악 ‘로미오와 줄리엣’을 바탕으로 한 라브롭스키 버전(1938)을 시작으로 케네스 맥밀런(1965), 모리스 베자르(1966), 루돌프 누레예프(1984), 유리 그리고로비치(1978) 등의 재창작이 이어졌다. 이번 밸런타인데이에는 국립발레단의 현대 발레로 관객 앞에 선다. 국립발레단의 레퍼토리인 장크리스토프 마요 안무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고전의 이야기 틀을 그대로 따르면서 무대와 조명, 의상으로 변화를 준 버전이다. 자신의 안무 스타일을 ‘포스트 클래식’이라고 설명하는 마요는 불필요한 장식을 과감히 없애고 선택과 집중으로 이야기를 끌어간다. 화려한 성이나 칼, 독약 등의 배경과 소품을 쳐내고 이동판과 조명으로 장소와 의미를 전달하는 식이다. 의상도 치렁치렁한 중세식 드레스가 아니라 간결하다. 무엇보다도 인물의 변화가 눈에 띈다. 줄리엣의 아버지 캐풀렛 경은 아예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줄리엣의 어머니 마담 캐풀렛이 부성과 모성을 동시에 갖춘 매력적인 인물로, 로렌스 신부는 모든 사건을 주도하는 인물로 묘사된다. 현재 캐스팅은 첫날과 마지막날만 정해진 상태. 이날 김지영과 이동훈이 각각 줄리엣과 로미오를 연기한다. 스페인국립발레단에서 활약하는 김세연이 마담 캐풀렛 역할을, 이영철은 로렌스 신부를 맡았다. 다른 캐스팅은 마요가 직접 방한해 오디션을 거쳐 결정할 예정이다. 오는 14~17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5000원~8만원. (02)587-6181. [국악] 우리 그림과 음악, 춤을 접목시켜 호평을 받은 ‘화·통(?·通) 콘서트?봄날의 상사는 말려도 핀다’가 밸런타인데이에 맞춰 ‘사랑’을 주제로 두 번째 시즌으로 공연한다. 이번 공연은 세 가지 테마로 꾸며진다. 공연의 문을 여는 테마는 ‘새해맞이’. 유성업의 ‘해맞이’와 민화 ‘까치호랑이’에 창작곡 ‘뷰티풀 데이’를 덧댄다. 두 번째 테마는 ‘그리움 그리고 유혹’으로, 남녀의 사랑과 여인의 아름다움을 담은 그림을 소개한다. 신윤복의 ‘춘색만원’과 ‘연당의 여인’, 심사정의 ‘봉접귀비’ 등을 소개하고 생황 독주곡과 초연 창작곡을 연주한다. 세 번째 ‘봄날의 상사는 말려도 핀다’에서는 신윤복의 그림을 집중적으로 감상한다. 해금과 피아노가 어우러진 연주를 들으면서 ‘소년전홍’ ‘연소답청’ ‘월하정인’ ‘사시장춘’ 속에 담긴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다. 미술평론가 손철주가 재치 있는 해설로 그림을 설명하고, 에스닉팝그룹 ‘프로젝트 락’과 무용수 이민주 등이 음악과 춤을 풀어낸다. 오는 13~14일 서울 중구 필동 서울남산국악당. 3만 5000원. 1544-1555. [재즈] 폭넓은 활동을 하는 피아니스트 박종훈과 재즈보컬리스트 웅산이 오는 14일 경기 안양시 갈산동 평촌아트홀에서 ‘박종훈 & 웅산의 발렌타인데이 콘서트 러브 송(Love Song)’을 올린다. 박종훈의 재치있는 입담과 웅산의 섬세하면서 짙은 음색, 국내 최고 실력을 가진 재즈 세션들의 연주가 어우러져 풍성한 공연을 만들어낸다. 이날 공연에서는 사랑을 주제로 한 클래식, 재즈, 뉴에이지 음악을 들을 수 있다. 2만~5만원. (031)687-0500. 재즈밴드 ‘프렐류드’는 15일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이화여대 삼성홀에서 ‘프렐류드 로맨틱 밸런타인 콘서트’를 한다. ‘로맨틱 밸런타인’을 주제로 한 이번 공연에서는 영화 ‘너는 펫’에 삽입된 ‘피커딜리 서커스’와 ‘펑키 셰이크’ ‘플라이 어웨이’ 등의 히트곡 및 사랑을 주제로 한 재즈 넘버를 들려준다. 5만 5000원. (02)3273-0775.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의정 포커스] 박동웅 구로구의회 운영위원장

    [의정 포커스] 박동웅 구로구의회 운영위원장

    박동웅(46) 서울 구로구 의회 운영위원장에게 시간은 ‘금’이다. 2009년부터 한양대 도시대학원에서 도시공학 박사과정을 시작해 의정 활동과 공부를 병행했다. 논문을 쓸 때는 잠을 줄여 가면서 새벽에 일찍 일어나 4~5시간씩 공부했다. 꼼꼼한 성격 탓에 의회 회기 중 단 한 번도 결석하지 않은 그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스스로 주간 일정표를 그려 가며 활동했다. 그런 그가 다음 달 22일 정식으로 박사 학위를 받는다. 구로구 의회에서 최초로 ‘박사 구의원’이 탄생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구의원으로서 굳이 새벽에 코피까지 흘려 가며 치열하게 공부한 이유가 궁금했다. 답은 간단했다. 23일 기자와 만난 박 위원장은 “일반적으로 40대 중반을 넘기면 정년을 바라보게 되지만 제2의 인생을 계획하는 이는 많지 않다”면서 “나는 앵무새처럼 목소리만 높이는 그런 구의원보다 도시 계획 분야의 전문가가 돼 일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구로는 구로디지털단지뿐만 아니라 고척동과 가리봉동 등 여러 곳에서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박 위원장은 역동하는 구로의 미래를 구상하기 위해 사비로 미국, 독일, 오스트리아, 헝가리 등 세계 각국을 돌았다. 박 위원장의 최대 관심사는 도시 계획과 주민들에게 와 닿는 주거 복지다. 박 위원장은 “주민들의 복지 민원 가운데 70~80%는 주거 분야와 관련이 있다”면서 “전문성을 갖고 대안을 제시해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줄 수 있는 정치인이 많이 나오면 좋겠다”고 소망을 밝혔다. 박 위원장은 공무원들에 대해서도 “보직이 자주 변경돼 여러 분야를 옮기다 보면 깊이가 떨어질 수 있다”면서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고 타성에 젖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육군 대위로 전역해 서울시 재향군인회 이사, ㈔한국부동산정책학회 정책위원, 구로구 도시계획심의위원회 위원 등의 다양한 직함도 가졌다. 박 위원장은 “학생들도항상 현실에 최선을 다해 진보하는 사람이 된다면 미래가 저절로 다가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평창 스페셜올림픽] 나는 뇌의 9할을 잃었습니다, 그래도 친구를 위해 할 일 많지요

    [평창 스페셜올림픽] 나는 뇌의 9할을 잃었습니다, 그래도 친구를 위해 할 일 많지요

    플로어하키 최경재 가끔 위독해져도 스틱 못 놔 플로어하키 최고의 공격수로 꼽히는 최경재(19·고양 홀트학교 1학년)군은 생후 8개월이 안 돼 걸음마를 떼고 형의 책을 넘겨볼 정도로 자랐다. 그러나 생후 23개월 무렵 큰 시련이 닥쳤다. 문에 손가락이 끼는 대수롭지 않은 사고를 당했는데, 뇌 조직에 세균이 침입하는 파상풍에 걸리고 만 것. 몸이 마비되고 의식불명 상태로 호흡기에 의존해야 하는 급박한 상황이었다. 가족들의 극진한 간호를 받은 최군은 두 달 만에 어렵사리 의식을 회복했으나 중증 뇌성마비 진단과 함께 4~5년밖에 살 수 없다는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그는 이 사고로 뇌의 절반을 잃었고, 시신경과 청각신경이 손상돼 보고 듣는 것에 제약이 있다. 또 치료약의 부작용으로 지혈이 잘 안 되는 후유증까지 앓고 있다. 그러나 최군은 운명을 거부하듯 무럭무럭 자랐고, 약한 몸을 붙들어 매며 운동을 했다. 축구와 농구를 하다 지금은 플로어하키 스틱을 잡고 국가대표가 됐다. 그를 지도하는 이화원(42) 홀트학교 교사는 “플로어하키는 지적장애인에게 가장 좋은 스포츠 중 하나”라며 “최경재가 운동하는 것을 보면 장애가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라고 대견해했다. 그는 가끔 위독할 정도로 갑자기 뇌 기능이 떨어진다. 코피라도 나면 잘 멈추지 않아 주위 사람을 긴장시킨다. 때문에 어머니 김영숙씨는 아들이 운동할 때면 늘 경기장 한쪽을 지킨다. 김씨는 아들이 운동하는 모습을 기적이라고 부른다. “아들이 보여주는 모든 것은 현대 의학으로 전혀 설명할 수 없어요. 플로어하키를 하면서 웃음을 되찾았어요. 친구들과 운동하며 체육관에서 너무나 밝게 웃는 걸 보면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죽음이라는 위험이 눈앞에 있어도 아들이 얼마나 플로어하키를 사랑하는지 알기 때문에 말릴 수 없어요”라고 말했다. 최군은 “수비를 더 열심히 하면 최강의 에이스가 될 수 있다”며 “목표는 승리”라고 각오를 다졌다. 개회식에서 애국가 선창할 박모세 뇌의 이상 메워준 절대음감 이번 대회 개회식에서 애국가를 선창하는 박모세(22·삼육재활학교 3학년)씨는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모든 장애를 갖고 태어났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태어나기 전부터 뇌수가 흐르지 않아 생존하기 어렵다는 판정이 내려졌다. 낙태를 권유받던 어머니 조영애씨는 “주어진 생명을 어떻게 버리느냐”며 고집스럽게 그를 낳았다. 예상대로 아기의 상태는 최악이었다. 태어났을 당시 박씨는 볼 수도 들을 수도 없었다. 태어난 지 사흘 만에 뇌의 90%를 절단하는 수술을 했으며, 이후 뇌에 호스를 넣어 뇌수를 흐르게 하는 등 네 차례나 더 수술대에 올랐다. 지금도 박씨의 몸에는 목을 거쳐 배까지 호스가 이어져 있다. 겨우 생명을 유지했지만 두 발이 비틀어져 교정수술을 두 차례 받았다. 지금도 앞을 못 보고 제대로 걷는 게 힘들다. 박씨에게 기적이 일어난 것은 다섯 살 때. 부모를 따라 경기 용인의 한 교회를 다니던 그는 어느 때부터 찬송을 듣고 희미하게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일곱 살에 말문이 열리며 어눌하나마 노래를 흉내 내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밤낮으로 음악을 들려주었고 마침내 아들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보고 듣는 것은 물론 말하지도 못했던 그가 노래를 하게 된 것은 절대음감을 타고났기 때문. 특수학교에 다니며 장애인합창단에서 활동한 그의 노래 실력은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 11살 때인 2002년에는 추천을 받아 장애인농구대회에서 애국가를 불렀고, 지난해 2월 스페셜올림픽 프레대회에서 애국가를 선창해 관중의 힘찬 박수를 받았다. 박씨는 오는 29일 평창 용평돔에서 열리는 대회 개회식에서 다시 한번 애국가를 불러 4000여 관중에게 감동을 선사할 계획이다. 박씨의 좌우명은 ‘나보다 불편한 친구는 어떻게든 도와줘야 한다는 것’. 어머니 조씨는 “모든 장애를 이기고 세계 지적장애인의 축제에서 애국가를 부를 아들이 너무 자랑스럽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크로스컨트리 최아람 매일 20㎞ 달려 왕따 극복 크로스컨트리의 간판 최아람(14·태백미래학교 중학부)양은 초등학교 시절 “말을 잘 못한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했다. 그러나 기초수급생활자인 부모에게 걱정을 끼치기 싫어 묵묵히 견뎌냈다. 아픈 엄마와 뇌성마비인 언니, 동생을 혼자 돌보며 친구들의 비웃음을 애써 참아냈다. 수업 시간이면 화장실에 숨어 있기 일쑤였다. 바빴던 부모들은 아람이 지적 장애인이라고 생각하지도 못했다. 2007년 엄마가 세상을 떠나자 아람은 웃음을 잃었다. 2011년 초등학교 5학년이 돼서야 아버지는 딸이 지적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뒤늦게 태백미래학교로 전학을 보냈다. 최양은 이곳에서 박영철 코치를 만나 인생의 전기를 맞았다. 박 코치는 근력과 균형 감각이 좋은 최양을 크로스컨트리의 세계로 인도했다. 152㎝의 작은 키를 극복하고 심폐력을 키우기 위해 최양은 매일 20㎞를 달리는 강도 높은 훈련을 했다. 처음에는 10분만 달려도 숨이 차고 눈물과 땀으로 범벅이 됐지만 이를 악물고 달렸다. 여름에도 매일 학교 근처의 스키장을 찾아 2시간씩 열심히 훈련했다. 마음의 병이 깊었지만 정겹게 다가오는 새엄마에게 마음의 문을 열며 의지할 곳을 찾았다. 최양은 크로스컨트리를 시작한 지 3개월 만인 2011년 제8회 전국장애인 동계체전에서 우승하고, 지난해 2월 스페셜올림픽 프레대회에서 3관왕을 차지하며 꽃을 피웠다. ‘왕따’에서 국가대표가 됐고, 성인을 포함해 종목 최강자로 우뚝 섰다. 최양은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선수인 동생 최영미(12)양과 함께 이번 대회에 나선다. 최영미양은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 육상 여자 초등부 높이뛰기와 포환던지기에서 2관왕을 차지한 하계 스포츠 스타. 언니를 보며 동계올림픽에 대한 꿈을 키웠고 스피드와 민첩성이 돋보이는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트에 매력을 느꼈다. ‘달려라 하니 자매’의 언니는 평창의 설원, 동생은 강릉의 빙상을 누비게 된다.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임화정 잃어버린 동생 찾으러 질주 “저, 옛날 얘기는 별로 하고 싶지 않아요.”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에 출전하는 임화정(30) 씨는 지난 18일 경기 의정부의 숙소에서 만나자마자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자신의 사연이 전해지면 잃어버린 남동생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얘기에 천천히 입술을 뗐다. 경북 안동에서 태어난 임씨는 열여섯 살 때인 1999년 아버지 손에 이끌려 동생 임종국(26)씨와 함께 부산의 한 사회복지법인에 맡겨졌다. 어머니는 집을 나갔고, 아버지는 홀로 남매를 키우느라 벅차했다. 동생은 1년 만에 복지법인에서 도망쳤고, 임씨도 동생을 찾기 위해 시설을 나왔다. 열흘가량 사방을 헤맨 끝에 한 PC방에서 동생을 찾을 수 있었다. 그날이 마침 동생 생일이라 놀이공원에서 잠깐이나마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동생은 화장실에 가겠다며 사라졌고, 그 뒤로 동생을 만나지 못했다. 2006년 부산 혜원학교에 진학한 임씨는 체육교사의 권유로 사이클을 시작했다. 승리욕과 남다른 운동능력 덕에 빠른 실력 향상을 보였고, 장애인 전국대회 등에서 금메달을 휩쓸었다. 훈련하다 정차 중인 택시와 충돌해 이빨 다섯 개가 부러지고 얼굴 10바늘을 꿰매는 큰 부상을 입었지만 사이클을 워낙 좋아했다. 임씨는 2010년에 쇼트트랙에 입문했다. “스케이트도 자전거처럼 빨리 달리잖아요. 그래서 매력을 느꼈죠.” 훈련 한 달 만에 동계체전에서 동메달을 따는 등 재능을 뽐냈다. 그리고 2년 만에 평창 동계스페셜올림픽 대표로 발탁됐다. 그녀의 꿈은 단 하나. 생이별한 남동생과 함께 사는 것이다. 그녀가 제일 좋아하는 가수는 김종국인데, 단지 동생과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팬이 됐다고 했다. “어렸을 적 누나가 구박 많이 해서 미안해. 누나는 이렇게 잘살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우리 힘내자. 어떤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용기를 잃지 말자.”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공부하는 야구선수, 서울대 담장 넘다

    공부하는 야구선수, 서울대 담장 넘다

    ‘공부하는 야구선수’로 유명했던 서울 덕수고 이정호(18)가 지난 7일 발표된 서울대 체육교육과 수시전형 최종합격자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고교 야구선수가 서울대에 입학한 것은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일. 체육특기생 전형이 없어 일반 학생들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 이정호는 9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부모님이 운동선수는 항상 부상의 위험이 있는 만큼 공부도 열심히 해 미래를 준비하라고 조언했다.”며 “부모님 뜻을 따라 공부를 포기하지 않은 게 서울대 합격이란 영광으로 이어졌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정호는 초등학교 때까지 반 석차 1등을 놓치지 않을 만큼 공부를 잘했다. 하지만 야구를 시작한 중학교 1학년 이후 성적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고교 진학 후에는 더 떨어져 1학년 때 최종 내신 등급이 5.8등급이었다. 하지만 2학년 때부터 고교야구 주말리그제가 시작되면서 낮에는 공부, 밤에는 훈련에 집중하며 서울대 입시에 매달렸다. 주말리그제는 학생 선수들의 학습권과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주중 학교 수업을 모두 받게 하는 제도. 이정호는 오후 5시까지 학교 수업을 들은 뒤 밤 10시까지 야구부 훈련을 진행했다. 집에 돌아온 밤 11시부터는 자율학습을 하며 부족한 공부에 매달렸다. 하루 잠자는 건 단 3시간. 코피가 쏟아지면 휴지로 막고 공부했다. 일주일에 3~4일은 코피가 쏟아졌다. 문제집은 눈물과 코피로 얼룩지기 일쑤였다. 그러나 눈물겨운 노력 덕에 내신 성적이 평균 2등급까지 올랐다. 이정호는 “힘들긴 했지만 즐기는 마음으로 공부를 했다. 어렸을 때부터 수학을 좋아해 열심히 했고, 외국어는 학교 시험 문제를 통째로 외울 정도였다.”고 말했다. 김창배 덕수고 야구부장은 “중학교 때부터 공부를 잘하던 학생이어서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라고 조언했다.”며 “열심히 노력한 제자가 자랑스럽다.”고 기특해했다. 포지션이 우익수인 이정호는 야구선수로서도 충실했다. 올해 고교야구 대회 23경기에 나가 타율 .310을 기록했다. 특히 청룡기 야구대회에선 12타수 6안타 4득점을 기록하며 타율 .500을 기록했다. 그는 이광환 전 LG 감독이 이끄는 서울대 야구부에 들어갈 예정이다. “기회가 된다면 미국이나 일본으로 유학을 가 공부와 운동을 함께 할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을 연구하고 싶다.”고 말한 그는 “프로 선수의 꿈도 아직 버리지 않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가 프로가 되면 서울대 야구부 출신 1호가 될 수 있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이번엔 러·伊·미국곡 망라… 공연준비에 잠잘 틈도 없어”

    “이번엔 러·伊·미국곡 망라… 공연준비에 잠잘 틈도 없어”

    바이올리니스트가 될 운명이었다. 1980년 미국 템플대와 펜실베이니아대에서 유학 중이던 부모(바이올리니스트 장민수, 작곡가 이명준) 밑에서 태어났다. 네 번째 생일 선물로 받은 건 16분의1 사이즈 바이올린이었다. 여덟 살 때 명지휘자 주빈 메타(뉴욕 필하모닉), 리카르도 무티(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앞에서 오디션을 본 꼬마는 이듬해인 1989년 뉴욕필하모닉 신년 음악회를 통해 깜짝 데뷔했다. 열두 살 때인 1992년에는 EMI를 통해 첫 앨범을 발표했다. 클래식계에 신동의 시대를 열어 젖힌 그는 이젠 세계 정상급 바이올리니스트가 됐다. 사라 장(32·한국명 장영주)이다. 사라 장이 3년 만에 전국 리사이틀 투어를 한다. 매진 사례를 이뤘던 2009년 투어에 대한 보답의 의미다. 올해는 파가니니와 사라사테를 담은 데뷔 앨범을 발표한 지 꼭 20년이 되는 해다. 같은 해 사라 장은 유망 연주자에게 주어지는 최고 권위 상인 에이버리 피셔 커리어 그란트상을 받기도 했다. 새달 1일 광주를 시작으로 대구, 수원, 창원, 군포, 대전, 부산, 제주, 서울까지 열흘 동안 9개 도시를 도는 빡빡한 일정이다. 비탈리의 ‘샤콘’과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 레너드 번스타인의 ‘웨스트사이드스토리’ 등은 사라 장이 어린 시절부터 연주, 녹음했고 청중에게도 낯익은 곡들이다. 2007년 미국 카네기홀 리사이틀 당시 극찬을 받았던 프로코피예프의 ‘바이올린소나타 2번’은 한국에서 처음 연주한다. 사라 장은 29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옛날부터 사랑하던 곡들을 리사이틀 프로그램에 넣었다. 보통 리사이틀은 독일, 프랑스 작곡가처럼 주제를 정해 놓고 하는데 이번에는 러시아, 이탈리아, 미국곡을 망라해 미합중국 같은 프로그램을 짰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웨스트사이드스토리’는 번스타인의 곡을 데이비드 뉴먼이란 작곡가가 날 위해 새롭게 쓴 것이다. 지난주까지도 작곡가가 수정분을 팩스로 보내는 등 계속 바뀌고 있다. 피가 되고 살이 되게 하려면 잠잘 틈도 없다. 브람스, 바흐, 모차르트와 달리 살아 계신 분이니까 그분이 뭘 원하는지 직접 물어볼 수 있는 게 장점이고 재미다. 다만 계속 수정을 하시니까 미치겠다.”며 미소를 지었다. 또래 신동들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지만 사라 장은 거장의 문턱에까지 이르렀다. 20여년의 세월을 슬럼프 없이 달려온 비결이 궁금했다. 사라 장은 “슬럼프에 빠질 시간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열여섯 살 때 빡빡한 연주 일정에 대학입시(SAT) 준비까지 겹쳐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다. 매니지먼트에 석 달만 쉬게 해 달라고 했다. 회사에서 말하기를 이미 계약이 다 끝나서 내가 18살이 되는 해 8월에나 쉴 수 있다고 하더라. 2년을 기다려서 딱 한 달을 쉬었다.”며 웃었다. 또 “어린 시절에는 매니지먼트가 일정을 조율했지만 지금은 내가 직접 짠 스케줄이기 때문에 책임이 내게 있다. 항상 ‘어젯밤보다 오늘 더 잘해야지’란 생각을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가수 비욘세와 레이디가가, 리애나를 굉장히 좋아한다.”는 사라 장은 “남동생의 권유로 싸이의 뮤직비디오를 봤는데 정말 재밌었다. 한국의 대중음악 가수가 미국과 유럽을 휘젓는다는 게 정말 자랑스럽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6만~16만원. (02)541-6236.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프로농구] 보라, 뒤태… SK, 뒷심

    [프로농구] 보라, 뒤태… SK, 뒷심

    “기다려! 모비스” 프로농구 SK가 25일 서울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열린 LG와의 경기에서 각각 20득점씩 올린 김선형과 애런 헤인즈의 활약에 힘입어 83-61 승리를 거두고 4연승을 달렸다. 13승(4패)째를 거둔 SK는 모비스와 나란히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두 팀은 지난 16일부터 앞서거니 뒤서거니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다. SK는 초반 LG의 3점슛에 힘겨워했다. 1쿼터에서 상대 유병훈과 이지운에게 3점슛을 무려 5개나 허용하며 14-23으로 뒤졌다. SK가 던진 5개의 3점슛은 모두 림을 빗나가며 점수 차가 벌어졌다. SK는 2쿼터 변기훈이 8득점으로 분전했지만, 김영환에게 다시 3점슛 2개를 얻어맞고 35-40으로 뒤진 채 전반을 마쳤다. 그러나 강팀으로 변모한 SK는 후반 들어 저력을 발휘했다. 김선형과 박상오가 3점슛 3방을 터뜨리며 맞불을 놓았고, 헤인즈도 차곡차곡 득점을 쌓았다. 또 외곽에서도 적극적인 수비를 펼치며 LG의 3점슛을 막았다. 3쿼터에서만 21점을 넣은 SK는 상대를 11득점으로 틀어막고, 56-51 역전에 성공했다. SK는 4쿼터에서 김선형이 자유투 6개를 잇달아 성공시키며 LG의 추격 의지를 꺾는 데 앞장섰다. 반면 LG는 3점슛이 ‘양날의 검’이 됐다. 전반은 15개 중 7개를 성공시키며 흐름을 가져왔지만, 후반에는 12개 중 2개만 넣으며 무너졌다. 안양에서는 3위 전자랜드가 디앤젤로 카스토의 17득점 활약을 앞세워 KGC인삼공사를 79-65로 꺾고 12승(6패)째를 올렸다. 전자랜드는 모비스와 SK를 1.5경기 차의 사정권에 뒀다. 전반을 34-29로 앞선 채 마친 전자랜드는 3쿼터 후반 카스토의 연속 9득점으로 승기를 잡았다. 카스토는 앞서 상대 후안 파틸로와 충돌하며 코피를 흘렸지만 투혼을 발휘했다. 인삼공사는 4쿼터 들어 전매특허인 전면 강압수비와 더블팀으로 승부수를 던졌지만 통하지 않았다. 이정현(무득점)의 부진이 아쉬웠다. 삼성은 잠실체육관에서 KT를 64-60으로 꺾고 3연승을 거뒀다. 시즌 9승(9패)째를 챙기며 LG를 끌어내리고 단독 5위로 올라섰다. 정규리그는 이날 경기를 끝으로 중단하고 28일부터 프로-아마 최강전을 치른 뒤 다음 달 9일 재개된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개성파 3인 건반 배틀

    개성파 3인 건반 배틀

    클래식 피아노를 사랑하는 이들은 이달 살맛 날 것 같다. 개성이 뚜렷한 3명의 피아니스트가 대기 중이다. 덕분에 고민할 여지는 적다. 코스보단 단품 요리 대가에 가까운 두 거장과 빠른 보폭으로 메뉴를 늘리는 신예가 포함됐다. 최고의 슈베르트 해석가 라두 루푸(67), 죄르지 리게티를 비롯한 현대 피아노곡의 교과서 피에르-로랑 에마르(55)가 전자라면, 클래식계의 뜨거운 ‘블루칩’ 랑랑(30)이 후자에 해당한다. 은둔의 피아니스트 라두 루푸는 17·19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첫 내한공연을 한다. 1966년 반클라이번콩쿠르 우승, 1969년 리즈콩쿠르 우승 이후 주요 오케스트라와 협연하거나 수많은 페스티벌에서 독주회를 열었다. 반면 지난 30년간 인터뷰를 하지 않았다. 오로지 공연·앨범으로만 대중들과 소통할 뿐. 2010년 한국에 올 뻔했지만, 건강 악화로 1주일 전에 공연이 취소된 바 있다. 때문에 국내 팬의 기대치는 한껏 높아졌다. 루마니아 출신으로 러시아의 대가들과 공부했지만, 그의 레퍼토리는 19세기 독일·오스트리아 작곡가-슈베르트, 브람스, 베토벤, 모차르트-에 집중된다. 17일에는 16개의 독일춤곡, 4개의 즉흥곡, 피아노소나타 D.960까지 슈베르트로만 꾸민다. 19일에는 코리아심포니와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3·4번을 협연한다. 5만~15만원. (02)541-3183. 피에르 불레즈, 죄르지 리게티, 올리비에 메시앙 등 20세기 위대한 작곡가들이 신임하는 피아니스트를 꼽자면 에마르가 첫손에 꼽힌다. 16세에 메시앙콩쿠르에서 우승했고, 이후 불레즈가 창단한 현대음악 전문단체 ‘앙상블 앵테르콩탱포랭’의 솔리스트로 18년을 활동했기 때문에 ‘에마르=현대음악’의 이미지가 각인됐다. 하지만 그의 스펙트럼을 현대로만 좁히는 건 실례다. 2003년 바로크 거장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와 작업한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1~5번 전곡, 황금 디아파종상을 안긴 바흐의 ‘푸가의 기법’ 앨범이 그 방증이다. 25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첫 내한 독주회 프로그램도 범상치 않다. 슈만(1810~1856)의 교향적 연습곡부터 리게티(1923~2006) ‘6개의 연습곡’까지 시대를 관통한다. 4만~8만원. (02)2005-0114. 화려한 기교와 무대매너, 아름다운 음색이 장기인 중국의 대표 피아니스트 랑랑은 28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베토벤협주곡 5번 ‘황제’, 프로코피예프 피아노협주곡 3번을 들려준다. 피아니스트 김대진이 지휘하는 수원시향과 함께한다. 랑랑이 국내에서 협연무대를 선보이는 건 2008년 라스칼라 필하모닉(지휘 정명훈)과 함께한 이후 4년 만이다. “세계에서 가장 핫한 클래식 아티스트”라는 뉴욕타임스의 표현은 과장이 아니다. 2010년 소니클래시컬로 음반사를 옮길 당시 계약금만 300만 달러를 받았다. 지난해 10월 로열콘세르트허바우와 함께한 유럽투어는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외려 국내에서는 베이징올림픽 개막식 연주 등 ‘중국이 미는 아티스트’란 편견 탓에 다소 평가절하된 측면이 있다. 6만~16만원. (02)541-6236.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전국플러스] 강원대 15일 아·태 환경포럼

    강원대 UNEP 에코피스리더십센터는 오는 15~17일 강원대 60주년 기념관에서 ‘2012 아·태 환경포럼’을 연다. 올해로 6회째인 이 포럼은 아·태지역의 환경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것으로 환경부, 산림청, 강원도, 주한 아·태국가 대사관 등 정부기관을 비롯해 환경 분야 시민단체와 활동가들이 참여한다. 행사에는 ‘아·태지역 국가별 기후변화 대응과 이에 대한 시민사회의 반응 및 정책’이라는 주제로 말레이시아, 중국 등 아·태지역 6개국 시민사회단체의 발표 및 토론이 열린다.
  • 모두 거부한 中 공자평화상 코피 아난 前 총장은 받을까

    중국 민간단체가 노벨평화상 ‘대항마’로 제정한 공자평화상 3회 수상자로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과 중국 ‘하이브리드 쌀의 아버지’로 불리는 위안룽핑(袁隆平) 후난(湖南)농업대 교수가 공동 선정됐다. 중국국제평화연구센터는 6일 아난 전 총장이 유엔에서 세계 평화의 정착 등을 위해 힘썼을 뿐 아니라 지난 4월 유엔 및 아랍연맹 특사를 맡아 시리아 유혈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한 공로를 높이 평가해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위안 교수는 벼 품종 개량을 통해 중국의 식량 혁명을 이룬 업적이 인정됐다는 것. 상금은 각각 10만 위안(약 1740만원)씩이다. 공자평화상은 2010년 중국의 반체제 인사 류샤오보(劉曉波)가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되자 이에 맞서 국제평화연구센터가 제정했다. 이 단체가 중국 정부와 연계됐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지난해 중국 문화부는 시상 계획을 취소하라고 명령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두 차례 모두 시상식은 파행적으로 열렸다. 지난해 중국 정부가 시상 계획을 불허하자 홍콩으로 옮겨 강행했지만 2회 수상자로 선정된 블라디미르 푸틴 당시 러시아 총리는 시상식에 불참했다. 앞서 2010년 1회 수상자로 선정된 타이완 국민당의 롄잔(連戰) 명예주석도 “아는 바가 없다.”며 시상식에 불참, 공자평화상은 국제사회의 조롱거리로 전락한 바 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검·경, ‘주폭’ 前부장판사 봐주기 수사 논란

    경찰이 ‘주폭’ 단속에 열을 올리는 가운데 부장판사 재직 당시 만취해 폭력을 휘두른 변호사가 불구속 상태에서 조사를 받은 뒤 약식 기소됐다. 경찰과 검찰이 권력 눈치를 보며 봐주기 수사를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청주지검은 1일 술집에서 옆자리 손님과 말다툼을 하던 과정에서 행패를 부려 불구속 입건된 전직 부장판사 A(47)씨에 대해 벌금 100만원에 약식 기소했다. A씨는 대전지법 부장판사로 재직하던 지난 7월 20일 오후 11시 50분쯤 청주시 상당구 용암동의 한 막걸리집에서 술을 마시던 중 칸막이가 넘어지면서 시비가 붙자 옆자리에 있던 손님을 폭행하고 의자 등 술집 기물을 파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술집 앞에 주차된 차량 보닛에 올라가 옷을 벗는 등 10여분간 난동을 부리기까지 했다. A씨는 경찰관이 현행범으로 체포한다며 차에 태우려고 하자 “내가 누군지 아느냐.”며 욕설도 퍼부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경찰관의 얼굴을 들이받아 코피까지 나게 했다. 그러나 당시 조사를 맡은 청남경찰서는 A씨에게 재물 손괴, 상해, 폭행, 업무 방해 등 4가지 혐의만 적용해 불구속 입건했다. 택시를 타고 사건 현장을 떠나려는 A씨를 택시에서 끌어내리다 우연히 들이받아 코피를 나게 한 것이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사안이 경미한 데다 A씨가 피해자들과 모두 합의함에 따라 불구속 상태에서 조사해 약식 기소했다는 게 검경의 입장이지만 처벌 수위가 너무 약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강태재 대표는 “일반 시민이라면 경찰이 구속까지 했을 것”이라면서 “경찰과 검찰의 이런 행태들이 국민의 불신을 키우고 있다.”고 꼬집었다. 경찰 내부에서도 일반인이었다면 구속되고 공무집행방해 혐의도 적용됐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법정에 세웠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 “현재의 권력 구조를 감안할 때 검찰과 경찰이 부장판사를 엄하게 처벌하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부장판사라 가중처벌을 할 수 없는 것 아니냐.”면서 “A씨는 술 먹고 저지른 실수 때문에 20년간 몸담았던 판사까지 그만두고 명예퇴직금도 못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A씨는 음주 난동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사흘 뒤 대법원에 사표를 제출하고 최근 청주에서 변호사 개업을 했다. 청주 남인우기자 niw7263@seoul.co.kr
  • 러시아 음악계 차르 게르기예프, 마린스키극장 오케스트라와 내한

    러시아 음악계 차르 게르기예프, 마린스키극장 오케스트라와 내한

    지난해 7월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 피아노 부문에서 손열음(26)과 조성진(18)이 나란히 2, 3위에 올랐다. 콩쿠르의 권위를 생각하면 둘은 피아니스트의 커리어에 날개를 단 셈이다. 당시 조직위원장은 ‘러시아 음악계의 차르(황제)’ 발레리 게르기예프(59)다. 퀸엘리자베스(벨기에)·쇼팽(폴란드) 콩쿠르와 더불어 3대 콩쿠르로 군림하던 차이콥스키 콩쿠르의 권위에 균열이 생긴 건 2000년대 들어서다. 일본기업들이 스폰서로 붙으면서 일본 참가자에 대한 특혜 논란이 일었다. 지난해 조직위원장을 맡은 게르기예프는 심사위원단을 대폭 갈아치우고 진행 방식을 바꾸면서 공정성 논란을 일축했다. 러시아에서 남다른 인연을 맺은 게르기예프와 손열음, 조성진이 한국 무대에서 만난다. 게르기예프의 마린스키극장 오케스트라가 새달 6, 7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내한 공연을 한다. 한국의 두 피아니스트가 협연자로 나섰다. 게르기예프가 두 피아니스트에게 분신과도 같은 마린스키극장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을 적극 요청했다는 게 주최 측의 설명이다. 손열음은 6일 쇼스타코비치 피아노협주곡 1번을 협연하고 조성진이 이튿날 프로코피예프 피아노협주곡 1번을 들려준다. 200여년 전통의 유서 깊지만 낡은 오케스트라는 1988년 수석지휘자(1996년 예술감독 취임) 자리에 게르기예프를 올려놓은 뒤 비로소 최고 수준의 연주단체로 거듭났다. 영국 클래식 전문지 그라모폰이 2008년에 발표한 오케스트라 순위에선 러시아 교향악단 중 가장 높은 14위에 올랐다. 6일에는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번과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을, 7일에는 브람스 교향곡 2번과 프로코피예프 교향곡 5번을 들려준다. 7만~27만원. (02)541-3183.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S&P, 佛은행 3곳 신용등급 강등

    국제신용평가사인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BNP파리바 등 프랑스 대형 은행 3곳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씩 내렸다고 25일(현지시간) CNN이 보도했다. S&P는 “실업률 상승과 정부의 부채 증가로 프랑스 은행의 사정이 악화됐으며, 특히 해당 은행들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장기화되는 경기 침체에 더 많이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강등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따라 BNP파리바는 ‘AA-’에서‘A+’로, 방케 솔피아는 ‘A’에서 ‘A-’, 코피디스는 ‘A-’에서 ‘BBB+’로 하향 조정됐다. S&P는 또 소시에테 제네랄, 크레디트 아그리콜, 알리안츠 방케 등 프랑스 11개 주요 은행의 신용등급은 유지했지만 등급 전망은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바꿨다. 프랑스 은행들이 지난 1년간 몸집을 줄이고 자금 확보에 나서는 등 자본을 안정화하는 노력을 기울였으나, 향후 주택 가격이 하락하면서 은행 간 경쟁이 심해져 투자 수익이 줄어들 것이라고 S&P는 전망했다. 한편 S&P는 지난 1월 프랑스의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한 단계 강등한 바 있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피아니스트 무대에 반하고 라이징스타 발굴에 설레고

    ‘피스 앤드 피아노 페스티벌(P&PF) 브리지’가 오는 21~23일 경기도문화의전당 행복한대극장, 아늑한소극장에서 열린다. ‘브리지’가 붙은 까닭은 2년마다 열리는 ‘피스 앤 피아노 페스티벌’의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두 주제를 잇는 간주 악절, 즉 첫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고 다음 주제로 넘어가기 전 잠시 숨고르기를 한다는 뜻의 음악용어 ‘브리지 패시지’에서 차용했다. 21일 페스티벌 전야제부터 눈길을 끈다. 김덕기와 김일동, 윤승희, 추혜인 등 5명의 미술작가가 페인팅한 팝업 피아노를 피아니스트 박종훈이 연주한다. 비영리단체 ‘싱 포 호프’가 설치미술가들의 재능기부를 통해 길을 가는 누구나 피아노를 칠 수 있도록 미국 뉴욕의 맨해튼에서 진행했던 ‘팝업 피아노’ 프로젝트를 벤치마킹했다. 22일에는 ‘리뷰 콘서트’란 제목으로 지난해 페스티벌의 주역 피아니스트 김영호, 조재혁, 박종화가 각각 프로코피에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3번, 차이콥스키의 피아노협주곡 1번을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지휘 김대진)와 협연한다. 23일 ‘프리뷰 콘서트’는 김대진 감독과 차세대 피아니스트 윤홍천과 김다솔, 김준희가 듀오부터 4개의 피아노 구성까지 일반 공연에서 볼 수 없는 앙상블을 선보인다. 2013 P&PF 라이징스타 발굴프로젝트도 함께 진행된다. DVD 심사로 피아노 전공 학생 9명을 뽑고, 마스터클래스 심사로 한 번 더 추린 뒤 내년 페스티벌 무대에 오를 새 얼굴을 선발한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부고] ‘그린마일’ 명배우 마이클 덩컨

    영화 ‘그린마일’에서 사형수 역할을 맡아 아카데미 조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던 미국 할리우드 배우 마이클 클라크 덩컨이 3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의 한 병원에서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54세. 덩컨의 홍보 담당자는 이날 “덩컨이 지난 7월 발병한 심장마비 증세로 투병을 해오다 회복하지 못하고 사망했다.”고 밝혔다. 덩컨은 1999년 톰 행크스 주연의 영화 그린마일에서 사형수 존 코피 역을 맡아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 뒤 ‘아마겟돈’, ‘스콜피온킹’, ‘혹성탈출’, ‘씬시티’ 등 약 50편의 영화에 출연해 다양한 배역의 조연으로 활약했다. 조희선기자 hsncho@seoul.co.kr
  • [중국통신] 자리 양보 안한 男, 버스서 ‘따귀’ 세례

    아이를 안고 탄 여성을 보고서도 자리를 양보 안했다는 이유로 버스 안에서 소년을 ‘보복성 폭행’한 촌극이 벌어졌다. 칭녠스바오(靑年時報) 24일 보도에 따르면 23일 오후 1시 경 항저우(杭州) 시내를 경유하는 K192 버스에 왜소한 체격에 얼굴이 앳된 청소년이 탑승했다. 몇 정거장이 지난 뒤 아이를 안은 젊은 여성과 남편으로 보이는 건장한 체격의 사내가 함께 버스에 탔고, 마침 먼저 탄 소년 앞에 서게 됐다. 문제는 소년이 앉아있던 자리가 노약자 전용석이었다는 사실. 부부가 탄 이후 버스 안에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자리를 양보하자.”는 방송이 수차례에 걸쳐 흘러나왔지만 소년을 비롯한 다른 승객들은 멀뚱멀떵 쳐다보기만 할 뿐 아무도 자리를 양보하지 않았다. 아이를 안고 있는 부부를 본 다른 승객이 “급정거라도 하면 위험하니 방송을 더 보내라.”고 버스 기사에게 권유, 버스 기사가 “자리를 양보하자.”며 소리를 질렀지만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몇 정거장을 더 지나 아이를 안은 여성이 자리를 잡던 때, 아직까지 원래의 자리를 지키고 있던 남편과 노약자석에 앉아있던 청년의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남편은 청년을 향해 “보긴 뭘 보냐?”고 소리를 지르며 급기야 손찌검을 했다. 앉은 상태로 연속으로 뺨 5대를 맞은 청년의 얼굴은 코피로 범벅이 되었고, 쓰고 있던 안경도 주먹에 날아가 산산조각 났다. 버스에 있던 목격자는 “남편이 때리자 아내까지 합세해 욕을 퍼부었다.”며 “남편의 ‘위용’에 버스는 쥐죽은듯 조용하고 누구하나 말릴 사람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아내까지 합세해 청년에게 욕을 퍼붓던 부부는 두 정거장을 더 간 뒤 하차했고, 그제서야 한 노인이 다가와 피를 닦으라며 소년에게 휴지를 건내면서 상황은 종료되었다. 가해자에서 피해자가 된 청년은 종점에서 내릴 때까지 피를 닦으며 “괜찮다.”고만 했을 뿐 별다른 말이 없었다고 목격자는 덧붙였다. 중국통신원 홍진형 agatha_hong@aol.com
  • 시리아 ‘새 해결사’ 시작부터 삐걱

    시리아 사태 해결사로 등장할 새 유엔·아랍연맹 공동 특사가 취임도 하기 전에 시리아 반군과 설전을 벌인 데 이어 정부 측의 비난 포화까지 맞으며 시작부터 삐거덕대고 있다. 논란은 지난 17일(현지시간) 유엔으로부터 신임 특사로 지명된 라흐다르 브라히미(78) 전 알제리 외무장관이 18일 로이터통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에게 당장 물러나야 한다고 요구하기는 너무 이르다.”고 말하면서 촉발됐다. 아직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 충분히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이 발언은 줄곧 알아사드 대통령 퇴진 입장을 고수해 온 전임자 코피 아난 특사와 뚜렷이 대비되면서 더욱더 반군의 반감을 샀다. 반정부 단체인 시리아국가위원회(SNC)는 “시리아 국민들이 흘린 피와 자기 결정권을 무시한 처사”라며 브라히미 특사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브라히미 특사는 19일 알자지라와의 인터뷰를 통해 “아직 (국제사회의) 계획이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는 만큼 시리아와 관련한 그 어떤 사안도 지금은 말하기 이르다는 뜻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시리아국가위원회는 내 말의 진위를 직접 물어봤어야 했다.”며 되레 반군의 사과를 촉구했다. 20일에는 알아사드 정권마저 브라히미 특사가 언론 인터뷰에서 시리아 사태를 ‘내전’이라고 표현한 데 대해 딴죽을 걸었다. 시리아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시리아 사태를 내전이라고 언급하는 것은 현실과 모순될뿐더러, 음모 가담자들의 머리에서나 나올 만한 얘기”라고 비난했다. 이날 휴가에서 복귀한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브라히미 신임 특사와 파리 집무실에서 만나 알아사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고 AFP가 보도했다. 오는 31일 임기를 마치는 아난 특사의 뒤를 이어 국제사회를 대표해 시리아 사태를 중재할 브라히미 신임 특사는 분쟁 전문가로, 알제리 외무장관(1991~1993년)과 아프가니스탄 유엔 특사(1997~1999년) 등을 지냈다. 난항을 겪던 유엔의 감시단 활동은 19일 밤 12시를 기해 파견 4개월 만에 공식 중단됐다. 같은 날 알아사드 대통령은 라마단 단식 기간이 끝났음을 축하하는 이슬람 명절 ‘이드 알피트르’를 맞아 다마스쿠스의 한 모스크를 방문했다. 그가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달 4일 의회 연설 이후 처음이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이종원 선임기자 카메라 산책] 농촌진흥청, 케냐·에티오피아 농업기술 전수현장을 가다

    [이종원 선임기자 카메라 산책] 농촌진흥청, 케냐·에티오피아 농업기술 전수현장을 가다

    2009년 이탈리아 라퀼라. G8 확대정상회의에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한국이 빈곤했던 시절의 식량위기를 극복한 점을 강조해 눈길을 끈다. 그는 “내 아버지가 케냐에서 미국으로 유학 왔을 당시에 케냐는 한국보다 잘살았지만, 이후 케냐를 비롯한 많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기아와 빈곤에 허덕이는 사이 한국은 부국(富國)이 됐다.”고 소개했다. 그의 말처럼 ‘보릿고개’ 시절을 겪은 한국의 ‘녹색혁명’은 아프리카인들에게 가장 탐나는 발전 모델이 되고 있다. 이에 농촌진흥청이 검은 대륙에서 펼치는 농업기술 전수사업의 현장을 찾았다. 최근 케냐 직항편이 취항하면서 13시간 비행으로 한층 가까워진 아프리카. 케냐는 해발 1700m의 고산지대로 7~8월에도 아침 저녁은 물론 낮에도 쌀쌀하다. 케냐는 전통적인 농업국가이면서도 생산성은 야생에서 자연적으로 자란 것을 거둬들이는 수준이다. 수도 나이로비에서 북서쪽으로 25㎞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농촌진흥청 해외농업기술개발(KOPIA) 센터. 한국에서 파견된 연구원들과 현지인들이 시험 재배한 무의 수확이 한창이다. 현지인 작업반장인 찬둘라(37)씨는 어른 머리통만 한 큰 무를 손에 들고 활짝 웃으며 “기회가 된다면 한국에 가서 선진 농법을 빠짐없이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KOPIA는 농촌진흥청이 아프리카를 비롯한 아시아·남미의 15개 개발도상국에서 농업기술을 지원하기 위해 벌이고 있는 사업이다. 농촌진흥청 김현순 국외농업기술과장은 “한국의 씨감자와 고품질 쌀 생산기술은 물론 그린 빌리지 조성 등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희진 연구원은 “전기·통신 등 기반시설도 부족하고, 열대성 질병과 문화적인 이질감이 있지만 우리가 선진 농업기술로 케냐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 가슴이 벅차다.”고 말했다. 농촌진흥청은 우리의 ‘소 번식기술’을 아프리카에 전파해 축산발전과 농가소득증대에도 기여하고 있다. 국제축산연구소(ILRI) 파견연구원인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의 조창연 박사는 “과학적으로 체계화된 수정란이식기술을 케냐 현지에 적용,우유와 고기 생산량을 늘림으로써 빈곤 퇴치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촌진흥청은 긴 가뭄으로 메마른 아프리카에 최소한의 물로 농작물을 키울 수 있는 기술도 전수하고 있다. 지난해 시작한 한국·아프리카 농식품기술 협력협의체(KAFACI)의 국가별 맞춤형 시범사업의 하나로 올해부터 에티오피아에 농경지 물 관리기술 지원사업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에 농업연수를 다녀왔던 솔로몬 아세파 에티오피아농업연구청장은 “전 국민의 85%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에티오피아가 잘살 수 있도록 보다 많은 한국의 선진 농업기술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에티오피아 코피아센터 조현묵 소장은 “시설하우스를 이용한 고품질 채소 재배와 축산기술 개발이 중점사업”이라고 말했다. 아프리카 유일의 6·25 참전국, 1인당 국민소득 300달러, 말라리아·에이즈·영양결핍 등으로 인한 영아사망률 세계 1위…. 아프리카 53개국 중 최빈국인 에티오피아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는 ‘새로운 꽃’을 의미한다. 코피아센터 이신영 연구원은 “한국의 농업기술로 에티오피아에 ‘새로운 꽃’을 활짝 피우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우리나라의 아프리카에 대한 농업원조는 자강불식(自强不息)의 지원이다. 스스로 자국의 농업성장에 필요한 기술을 습득해 재현하도록 하는 새로운 사업방식이다. 박현출 농촌진흥청장은 “단순한 자원 획득이나 서구와 같은 물질 중심 원조가 아닌, 식민지와 가난이라는 공감대 속에서 현지인들의 정신과 삶을 바꾸는 것이 핵심”이라며 “개도국 농민들의 소득을 증가시키고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사업”이라고 덧붙였다. 아프리카는 현재 한국의 앞선 농업기술과 경험에 목말라 하며 뜨거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절대빈곤’이라는 우리의 역사와 세계 10위의 경제 대국이 된 발전 경험이 여러 아프리카 국가에 동질감과 함께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미지의 검은 대륙에서 ‘농업 한류’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는 것이다. 글 사진 케냐 나이로비·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 jongwon@seoul.co.kr
  • 형들 눕히던 싸움닭, 혹독한 체중감량에 ‘무릎’

    형들 눕히던 싸움닭, 혹독한 체중감량에 ‘무릎’

    1996년, 아버지가 운영하는 ‘미래체육관’에서 첫 발차기를 뗀 다섯 살 남자아이가 있었다. 태권도 선수 출신인 아버지의 유전자를 물려받아서일까. 아이는 힘들다고 울거나 싫은 내색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서울 성산초등학교 2학년 때는 전국대회에 나가 4~6학년 형들과 싸웠다. 초등학생은 재학증명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되는 제도상의 ‘허점’을 영리하게도 이용했다. 8강에서 무섭게 생긴 6학년을 만났다. 형이 반칙으로 얼굴을 때리자 아이는 똑같이 얼굴을 때렸다. 아버지 이주열(42)씨는 “얘가 곱상하게 생겼어도 싸움닭 기질이 있구나 생각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소년이 됐다. 한성중학교 1학년 때 전국대회에서 3학년 형들을 제치고 우승을 했다. 한성고 3학년인 2010년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고, 그해 광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63㎏급에서 덜컥 금메달을 땄다. 2011년 경주 세계선수권대회, 올해 5월 아시아선수권(베트남)에서도 우승 행진을 이었다. 첫 출전하는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기만 하면 문대성(국회의원) 이후 두 번째, 최연소로 ‘그랜드슬램’이었다. 그가 이대훈(20·용인대)이다. 원래 63㎏급인 이대훈은 대한태권도협회가 3회 연속 올림픽에 내보냈던 68㎏급 대신 58㎏급으로 메달 전략을 바꾸면서 혹독한 체중 감량과 맞닥뜨렸다. 평소에 65㎏을 유지했던 이대훈으로서는 올림픽 전까지 약 8㎏을 빼야 했다. 고통이었다. 지난달 10일 태릉선수촌에서 열린 미디어데이 때 60~61㎏, 올림픽을 앞두고 계체를 하기 전날까지 59.2㎏까지 줄였다. 8일(현지시간) 이대훈은 4명의 태권도 대표 중 첫 주자로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16강에서 결승까지 모두 한 점차의 피말리는 승부 뒤의 결승 상대는 세계 1위인 호엘 곤살레스 보니야(스페인)였다. 1라운드 시작부터 몸통 공격을 허용해 1점을 내줬다. 보니야의 오른발에 헬멧 이마 부분이 맞아 비디오 판독 끝에 3점을 더 내줬다. 2라운드 난타전. 4-5까지 추격했지만 라운드 막판 연속 3실점해 4-8로 다시 점수차가 벌어졌다. 지나친 감량 때문인지 발차기에는 힘이 실리지 않았고 제 풀에 쓰러지는 일이 많았다. 3라운드 중반 얼굴을 정통으로 얻어 맞아 코피까지 터진 그는 결국 8-17로 대패했다. 상처뿐인 은메달. 그랜드슬램의 꿈은 사라졌다. 스무살 태권 소년의 험난한 첫 올림픽 도전기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경기가 끝나고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으로 들어온 이대훈은 “이렇게까지 열심히 했는데 은메달이면 받아들이겠다. 다음 번엔 더 열심히 해서 색깔을 바꾸겠다.”면서 “4년 뒤엔 많이 먹고 68㎏으로 올리고 싶다.”며 감량의 고통을 짐작케 했다. 믹스트존을 찾아와 아들이 목에 걸어준 은메달을 만지작거리던 아버지 이씨는 “10개 대회에서 3승만 해도 잘한 거다.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하지만 아빠로서는 뿌듯하다.”고 했다. 런던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美, 시리아 ‘비행금지구역 설정’ 카드 꺼내나

    美, 시리아 ‘비행금지구역 설정’ 카드 꺼내나

    시리아 내전에 군사 개입을 꺼리며 몸을 사리던 미국이 ‘비행금지구역 설정’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언급하고 나섰다. 국제사회가 시리아 영공에 전투기 등의 출격을 금지시켜 공습을 막는 조치다. 지난해 3월 리비아 사태 때도 유엔이 격전지 상공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한 것이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 붕괴의 신호탄이 됐다. 존 브레넌 백악관 테러담당 선임보좌관은 8일(현지시간) 미 외교협회(CFR) 토론회에서 시리아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는 문제에 대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어떤 방안도 제외하라고 말한 기억은 없다.”며 가능성을 내비쳤다. 또 “미국 정부는 시리아에서 어떤 시나리오가 전개될지, 그에 따라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지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브레넌 보좌관의 이날 언급은 군사적 지원에 선을 그었던 지금까지와는 다소 다른 발언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비판하면서도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엄청난 비용이 드는 전쟁터에 다시 발을 들이기를 꺼리고 있다. 반면 야당인 공화당 일각에서는 시리아 반군을 정부군의 공습에서 보호하려면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고 무기를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미국이 강경 기조로 선회하려는 데는 시리아 문제 해결에 나섰던 코피 아난 유엔·아랍연맹 특사의 사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아난 특사는 “시리아 사태를 풀려면 국제 공조가 중요한데 잘 이뤄지지 않는다.”며 오는 31일 자로 특사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지난 2일 밝혔다. 미국은 시리아 제재안 채택에 공을 들였지만 러시아 등의 반대로 무산되자 외교적 해결이 사실상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듯하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리비아 사태 때 비행금지구역 설정과 군사 개입을 주도했던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도 이날 성명을 내고 “시리아 사태가 리비아 때와 비슷하게 흐르고 있다.”면서 즉각적인 국제사회의 개입을 촉구했다. 성명은 사르코지가 시리아 반정부 연합체인 시리아국가위원회(SNC)의 압델바세트 시에다 신임 의장과 대화한 뒤 나왔다. 최근 측근들의 끝없는 엑소더스로 연일 타격을 받고 있는 알아사드 대통령은 9일 새 총리를 지명하며 정국 수습을 시도했다. 국영 사나통신은 와엘 나데르 알할키(48) 보건장관이 리아드 히자브 총리의 망명으로 공석이 된 총리직을 맡게 됐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정부 고위급 인사들의 탈출 행렬은 이날도 계속됐다. 대통령궁 의전담당 책임자인 무헤딘 무슬마니가 9일 정권에서 이탈했다고 반군 조직인 자유시리아군(FSA)이 밝혔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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