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코피
    2026-03-03
    검색기록 지우기
  • 잠수
    2026-03-03
    검색기록 지우기
  • 협력
    2026-03-03
    검색기록 지우기
  • 풍선
    2026-03-03
    검색기록 지우기
  • 2026-03-03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857
  • 다 늙어갖고 춤이나 춘다고, 흉 안 볼랑가

    다 늙어갖고 춤이나 춘다고, 흉 안 볼랑가

    “찌렁찌렁 나간다. 기생 아가씨 나간다. 안 비키면 다쳐~.” 1930년대 군산. 해질녘이면 요정으로 향하는 기생의 인력거를 쫓아가며 소녀는 이렇게 놀려대곤 했다.운명은 짖궂었다. 열한살이 되던 1939년 소녀는 ‘채 맞은 생짜’(회초리를 맞으며 제대로 학습한 예기(藝妓))가 되어야 했다. 가야금 명인 김영주의 수양딸로 군산 소화 권번(券番)에 들어갔다. 일제 강점기 전문 기생을 길러내던 교육기관이었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큰오빠마저 병석에 몸져 눕자 생계가 육남매의 셋째인 소녀의 몫이 된 것이다. “친구들과 그렇게 일 나가는 기생을 놀려댔는데 내가 기생이 됐지. 사람 일은 장담 못하는겨.” 8일 군산 중국집 빈해원에서 만난 소녀는 여든다섯의 여인이 되어 있었다. 오는 12일 LG아트센터 ‘해어화’(解語花·‘기녀’를 일컫는 말) 공연에서 기약할 수 없는 민살풀이춤을 선보일 이 시대 마지막 예기, 장금도 할머니다. 권번에서 시조, 단가, 춤, 일본어 등 4년간의 혹독한 훈련을 마친 1942년 소녀는 1등으로 예기 허가증을 받아냈다. 춤으로는 군산, 김제, 전주 등지에서 단연 으뜸이었다. 낮이면 환갑집, 밤이면 요릿집·요정 등에 코피 날 정도로 불려다녔다. ‘장금도를 불러달라’는 손님들의 요청이 빗발쳤다. 아침에 단장을 하고 집을 나서면 매일 자정을 넘기기 일쑤였다. “하루에 승무, 살풀이를 수도 없이 췄어. 이 방, 저 방에서 ‘장금도 춤 좀 보자’고 불러대니 ‘뽀이’들이 서로 날 잡아당겨 소매가 찢어지기도 했지. 큰 기생들도 나를 데리고 다닌 게 내가 추면 팁이 많이 나오거든.” 하지만 급작스레 활동을 중단해야 했다. 일본군의 정신대를 모집을 피해 1944년 열여섯 소녀는 떠밀리듯 부여로 시집을 갔다. “기생들은 발에 흙 안 묻힌다는 말이 있어. 그런데 시집을 갔으니 뭘 할 줄 알간? 시어머니가 버선을 꼬매라고 줬는데 할 줄을 몰라 멍하니 있다 혼났지. 밥도 못하니 시어머니가 ‘그럼 뭘 헌다냐’하고 기막혀 했지.” 2년 뒤 그녀는 군산으로 ‘화려한 컴백’을 했다. 이유는 역시 생계였다. 배 속에 아이를 밴 채였다. 김제만경에서 손님이 오면, 포구에 큰 배가 들어오면, 장금도 춤을 보자는 사람이 여전히 줄을 섰다. 임신 8개월까지 춤을 췄다. 애를 낳은 장금도를 부르려면 인력거 두 대를 동원되어야 했다. 한 대는 장금도, 한 대가 아기와 유모 몫이었다. “소리하고 춤추고 나면 애가 한창 배고플 때야. 딴 사람들 공연할 때 얼른 뒤뜰에 나가서 젖 주고 그랬지. 다른 남자들과 놀고 그러지도 않았어. (사람들이) 춘향이도 아님서 열녀 났다고 했응께.” 인기 비결을 묻자 할머니는 주름진 손으로 입을 가리며 수줍게 웃었다. “나는 예쁘지는 않응께. 몸매는 괜찮았지. 젊었을 때는 살결이 희고 복슬복슬허니 ‘뾰똑뾰똑’(반짝반짝)하다고 했어. 운이 좋았는가베.” 하지만 그녀는 결국 춤을 작파해야 했다. 어느 날 아들이 울면서 집으로 쫓아 들어왔다. 친구가 “니기 엄마, 우리 집서 춤 췄다”고 놀려댄 것이다. 1956년부터 1983년 국립극장 명무전에 오르기 전까지 30여년을 그는 ‘보통 엄마’로 살았다. 기생의 흔적을 없애기 위해 옛날 사진은 모조리 불태웠다. “마음 속으로는 늘 춤을 추고 있었지. 간혹 춤을 가르쳐 달라는 사람들이 있어서 비밀리에 알려줬어.” 어미의 길을 가로막았던 아들은 2008년 저 세상 사람이 됐다. 고엽제 후유증 때문이었다. ‘춤의 달인’은 30년간 춤을 못 춘 것보다 아들을 먼저 앞세운 한에 한동안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었다. “아들 죽고 난 게 후회되더라고. ‘내가 너 땜에 꼼짝을 못했는데, 억지로 참고 있어야 했는데’ 했지. 하지만 아들이 먼저 간 게 제일 큰 한이야. 그건 뭐라 말할 수가 없어.” 2005년 처음 어머니의 공연을 보러온 늙은 아들은 꽃다발을 내밀었다. 당시를 떠올린 예인의 눈가가 붉게 물들었다. “아이구. 그때 내가 안 쓰러진 게 다행이구만. 아들이 ‘어머니가 정 허시고 싶으시면 허세요’ 하대. 나 참 희한한 일도 다 있다 했지.” 춤꾼 장금도는 또 다시 무대에 선다. 마지막일 수도 있겠다는 말에 그녀는 순하게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섭섭한 기색은 미처 지워내지 못했다. “이렇게 굳어갖고 또 춤을 출까. 마지막이라는 게 좋을 것은 없어. 젊었을 땐 워낙 춤을 추고 살어서 (무대에 나가도) 자신만만하더라고. 지금은 남들이 ‘늙어갖고 춤이나 춘다’고 흉이나 안 볼랑가 싶어. 부끄럽지.” 2만~7만원. (02)3011-1720. 군산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금리 유혹 ‘하이브리드형 예금’ 봇물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예금금리에 만족하지 못하는 고객을 잡기 위해 시중은행들이 ‘하이브리드형 예금’을 출시하고 있다. 하이브리드형 예금은 증시나 보험과 연계되는 상품으로 원금을 보장하면서 상대적으로 고금리를 지급한다. 한 은행 관계자는 19일 “고객 대부분이 원금을 지키면서도 중(中)수익을 얻을 수 있는 상품을 원하는 데 착안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은행권 최초로 지수연동예금(ELD) 상품인 ‘세이프지수연동예금’을 내놨다. 지점이나 인터넷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으로도 가입할 수 있다. 투자자산인 코스피200지수에 따라 정기예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 연 1.5~9.0%까지 가능하다. 우리은행은 지난 16일까지 코피스200지수에 투자하는 ‘우리나라사랑 복합예금’을 팔았다. 임영학 상품개발부장은 “안정적 고수익을 추구하는 고객의 투자성향에 맞추기 위한 상품”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향후에도 유사한 구조의 상품을 또 내놓을 계획이다. 외환은행도 주가지수연동 정기예금인 ‘베스트 초이스 정기예금’을 주기적으로 판매한다. 코스피20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최저금리가 없는 대신 최고 연 15%를 목표로 하거나 최저금리(연 0.5~2.0%)가 있으면서 금리가 낮은 상품 중 고를 수 있다. 기업은행의 ‘보험 품은 정기예금’은 정기예금과 저축성 보험을 결합한 상품이다. 가입 시 목돈을 정기예금에 넣으면 5년간 매달 원금과 이자가 보험으로 자동이체된다. 5년이 지나면 보험 기능만 남는다. 이에 따라 보험을 5년 납 10년 이상 유지할 때 적용되는, 이자소득에 대한 비과세가 적용된다. 금리도 19일 기준 연 2.94%로 상대적으로 높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세테크를 목적으로 하는 고액 자산가들로부터 인기를 끌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新 대한민국 24시] (2) 사회복지 공무원으로 살기

    [新 대한민국 24시] (2) 사회복지 공무원으로 살기

    기자라면 화르륵 불타오르는 현장에 대한 로망이 조금이나마 있게 마련. 그런데 김샜다. 오전 9시 20분 동주민센터를 나설 때 뭔가 화끈한(?) 거리가 있을까 싶어 이것저것 물었다. 네 마음을 안다는 듯 빙긋 웃더니, 얼굴 표정만큼이나 생글거리는 답을 내놨다. “저흰 다른 곳에서 상당히 부러워하는 동주민센터예요. 인원이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데다 큰 대학들이 있고 상권이 발달해 있다 보니 상대적으로 어려운 가정이 적은 편이어서 부담이 덜한 편이거든요. 다른 동에서 오고 싶어하기도 해요.” 하기야 동주민센터에 걸린 관내지도를 봐도 구역 면적의 절반이 연세대, 이화여대다. 그래도 늘어난 복지 업무 때문에 코피를 쏟거나, 아니면 제대로 된(?) 민원인을 만나 곤욕을 치르는 풍경은 없을까.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그래서 이렇게 일일이 찾아다니는 가정방문이 가장 중요하다는 거예요. 동주민센터나 구청 사무실에서만 만나면 생떼를 쓰거나 욕을 하거나 곤란하게 하시는 경우가 많은데, 자주 직접 찾아가서 설명을 드리면 그다음부터는 이해하시게 돼요. 아주 거친 분들의 경우엔 여전히 냉담한 분들도 계시는데, 그럴 경우에도 최소한 욕설이나 협박문자 같은 건 절대 안 하시게 되죠.” 자꾸 얼굴 들이미는데 당할 재간이 있겠느냐는 얘기다. “우리끼리 ‘기본 1시간’이라 부르는 ‘블랙 리스트’가 당연히 있죠. 그런데 그런 분들에겐 얼굴보고 말 들어주는 게 최고의 대응법이에요. 몇 번 겪다 보면 욕설이나 터무니없는 요구 같은 것들이 가라앉게 되거든요.” 김효정(39)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주민센터 사회복지담당 공무원. 남가좌동, 홍제동, 구청, 북가좌동 등을 거쳐 신촌동으로 온 지 3년 정도 됐다. 지난 23일 10년차 베테랑 사회복지 공무원인 김씨를 따라다녔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사회복지 담당공무원의 하루를 체험해보기 위해서다. 현장 우선 원칙에 따라 출근하자마자 오전 3명, 오후 3명의 방문자들에 관한 정보를 챙기더니 이내 짐을 싸서 길을 나섰다. 신촌동 주민 1만 8000여명 가운데 복지 대상자는 900명 정도다. 기초생활수급자 318명, 홀몸노인 70명, 장애인 545명 등이다. 이 가운데 동주민센터에서 방문대상으로 추려낸 이들은 400명 정도. 동주민센터 직원은 15명이고 이 가운데 복지업무는 7명이 담당한다. 팀장 빼고 6명이 2명씩 조를 짜서 현장방문을 다닌다. 원래 사회복지 공무원은 김 주무관 딱 혼자였다. 동주민센터를 생활복지의 전초기지로 삼기 위해 서대문구에서 추진한 동복지허브화 사업의 바람을 타고 사회복지직이 1명 더 배치됐고, 행정직 5명이 사회복지 업무를 맡게 됐다. “예전에도 가정방문 같은 게 없었던 것은 아니에요. 그때도 상담하고 방문하고 그런 활동을 다 했는데, 복지 업무는 늘어나는데 인원은 부족하고 안에서 할 서류작업들이 많다 보니까 자주 나올 엄두를 못 냈지요. 그런데 동복지허브화 사업을 하면서 그 부분이 해결된 거죠.” 사회복지직을 소수의 곁다리 직군으로 취급해온 관행을 깨야 현장복지가 성공할 수 있다는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의 지론이 효과를 본 셈이다. ■김효정 신촌동주민센터 주무관이 현장에서 하는 일은 무더위에 장마까지 며칠 오락가락하다 보니 하늘엔 간간이 구름이, 길에는 습기가 가득하다. 구불구불 골목길을 내달리듯 걸어간다. 창천교회 맞은 편 골목으로 깊숙이 들어가니 허름한 무허가집들이 보인다. 기차길 옆 언덕을 따라 지어졌다. 언덕 경사를 이용하다 보니 집도 계단처럼 만들어지는 바람에 집안 구조가 특이하다. 할머니 예쁜 손녀는요… 문화바우처로 책 사주세요 첫 방문지는 A(81) 할머니 댁. 부엌 하나 딸린 방이라지만 거의 한 몸 눕히는 고시원 수준이다. “이래 거지처럼 삽니다.” 방안에 자리 잡고 앉자 A 할머니는 강한 경상도 사투리로 이런저런 넋두리들을 늘어놓는다. 김 주무관은 할머니의 기나긴 넋두리 틈을 비집고 들어가 식사, 빨래, 치아 건강 등 확인할 것을 다 확인한다. 할머니들의 18번 레퍼토리, 손자 자랑이 이어지자 김 주무관은 동주민센터에서 제공하는 ‘문화바우처카드’를 권했다. 예쁜 손자에게 책이라도 사다주라는 뜻이다. 상담을 마치고 나서는데 A 할머니가 “이래 자주자주 보니까 남 같지 않고 허물없어서 좋아요”라며 씩 웃는다. 김 주무관도 “복지대상자분들은 대개 주변과 단절된 분들이 많은데 저분은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고 해서 마음이 놓이는 분”이라 했다. 할아버지 치매는요… 요양보호사 제도 써보세요 두 번째 방문은 B(75) 할아버지와 C(72) 할머니 부부. 화가였다더니 다세대주택 지하방에는 그림이 잔뜩 있다. 그런데 그림에 좋은 환경은 아니다. 창문도 없고, 볕도 들지 않는다. 눈에 띄게 거동이 불편해 보이는 B 할아버지는 중풍에다 치매증세까지 겹쳐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C 할머니는 몸이 아픈 것도 아픈 것이지만 병 때문에 괴팍해진 B 할아버지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다며 하소연과 눈물을 쏟아낸다. 김 주무관은 장기요양보험을 차근차근 설명해 드렸다. 1주일에 한 번 정도 요양보호사를 불러 할아버지를 맡기면 그 시간 동안 다른 일을 잠깐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슬쩍 밖으로 나와 황도원 주무관과 얘기를 주고받았다. 황 주무관은 마침 혼쭐이 난 참이다. A 할머니 댁에 방충망을, B 할아버지 댁에는 형광등을 갈아주기 위해 동행했다. B 할아버지가 형광등을 갈아주는 방법까지 참견해 잔소리를 한 탓이다. “아우, 저 정도는 양반이세요. 그때 그때 감정조절해서 대응하는 게 정말 어려워요. 어쨌든 도와드리는 게 목표니까 최대한 잘 대응을 해야죠” 황 주무관은 할아버지, 할머니 앞에서 틈틈이 익힌 색소폰 솜씨를 뽐낸다. 솜씨? 전국적으로 공개된 적 있다. MBC TV ‘우리 결혼했어요’에 나와 색소폰을 분 것. 황 주무관의 아들은 연예인 광희다. 곰팡이 벽지는요… 자원봉사자 연결시킬게요 가족관계가 모두 단절된 72살 할머니, 92세로 관할 지역 내에서 최고령인 할머니를 만난 뒤 오후 들어서는 D(80) 할아버지와 E(70) 할머니 댁으로 향했다. 이때는 오경찬 신촌동장도 동행했다. 큰 비가 내린 뒤라곤 하지만 집안에 습기가 한가득이다. 벽지가 누렇게 다 변했다. E 할머니는 그래도 요즘 폐지 값이 올라서 그럭저럭 사정이 괜찮다고는 했지만, 도배장판은 엄두를 못 내고 있다 했다. 김 주무관은 도배장판을 서비스에 올리겠다고 말했다. 오 동장이 “자원봉사자들이 하는 거라 비전문적이니까 너무 잘못 발랐다고 타박하지 마세요”라고 농담을 툭 던지자 E 할머니는 연신 “아이고 매번 너무 미안해서…”라며 말끝을 흐린다. 이 복잡한 서류는요… 전세금 도와준단 얘기네요 마지막으로 F(80) 할아버지 댁을 들렀다. F 할아버지는 기다렸다는 듯이 얼른 김 주무관을 방으로 데려간다. “구청에서도 나오고 복지관에서도 나오는데 난 우리 효정이가 제일 좋아.” 그러고선 막 웃더니 서류 하나를 꺼내든다. LH공사에서 보낸 전세임대 통지서다. 김 주무관이 오길 기다렸다가 설명을 들으려 했던 참이라 했다. “할아버지, 이건 전세계약 때 전세금의 95%를 LH공사에서 내주고 매달 임대료 명목으로 0.2% 정도 되는 돈을 이자로 받아가는 제도에요. 임대주택은 너무 대기자들이 많으니까 이게 더 나을 수 있어요.” 김 주무관이 차근차근 설명했다. 오전 오후에 걸친 가정방문을 마치고 김 주무관은 동주민센터로 복귀했다. 그러고는 ‘사통망’, 그러니까 사회복지공무원들을 공포의 도가니로 빠트린다는 그 사회복지통합전산망 앞에 앉아 오늘 상담 내역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친우관계, 건강, 복지, 주거, 환경 등 여러 가지 분야에서 꼼꼼하게 기록해 나가야 할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상담일지도 쓰고, 개개인들에게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기록하고, 지역사회복지협의체에 도움을 구할 만한 사항이나 동주민센터가 운영하는 나눔게시판에 올릴 얘기들도 구분해 정리했다. “복지 관련 법이나 제도로 규정된 것은 저희가 굳이 나서지 않아도 돼요. 정말 눈여겨볼 부분은 사각지대죠. 혹시 도움이 필요한 데도 못 받는 사람은 없는지, 국가의 공적 부조가 안 된다면 민간단체와 어떻게 연결시킬 방법은 없는지를 늘 고민하고 삽니다.” 또 내일 만날 어르신들에 대한 기존 상담 정보를 확인하고 전화로 약속을 잡는 등 상담 준비에 들어갔다. 사통망과 욕설 공포는요… 결국 현장에 답이 있는 거죠 사회복지 현장에서 뛰는 공무원들의 바람은 뭘까. “사회복지공무원 자살 사건이 났을 때 서울시에서 한 번 의견을 모아서 들은 적이 있거든요. 그때 모두 말했던 게 수당 인상이나 처우 개선 같은 게 아니라 행정직 공무원들이 사회복지 업무를 맡으면 인사상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는 거였어요. 행정직 분들이 사회복지 업무를 안 하려는 이유가 사통망 같은 전산시스템 문제와 민원인들을 직접 상대하기 힘들다는 두 가지 이유에서거든요. 사통망은 쓰다 보면 익숙해지기 마련이고 민원인은 자꾸 만나다 보면 친숙해져요. 현장에서 복지를 강화한다면 그런 방향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그래서 김 주무관은 요즘 무척이나 긍정적이라 했다. “어쨌든 지금은 모두가 관심을 가져 주는 때”이니까 말이다. 글 사진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10대 여아 성폭행 임신…범인은 환갑 큰아버지

    칠레에서 또 끔찍한 임신사건이 발생, 사회가 경악하고 있다. 칠레 북부 토코피야 지역에서 12살 소녀가 성폭행을 당해 임신을 했다고 현지 언론이 최근 보도했다. 범인은 환갑이 된 소녀의 큰 아버지였다. 토코피야 경찰 관계자는 “61세 된 소녀의 큰아버지가 성폭행 사실을 자백했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소녀는 현재 임신 14주다. 사건dl 세상에 드러나자 소녀는 “윌슨 큰아버지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뒤 아기를 가졌다”고 털어놨다.그러나 체포된 큰아버지는 “합의에 의한 관계였으며 강제성은 없었다.”면서 성폭행 혐의는 부인하고 있다. 사건은 피해소녀의 엄마와 담임교사의 상담에서 의혹이 제기되면서 천하에 드러났다.소녀의 엄마는 “딸이 웬지 감정적으로 문제를 보이고 있고, 생리도 불규칙적인 것 같다”면서 “가족에게 말 못할 고민이 있을지 모르니 선생님이 상담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교사와 만난 소녀는 성폭행 사실을 털어놨다.칠레에서는 최근 10대 초반 어린이들의 성폭행피해와 임신이 잇따라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칠레 남부 아이센에서는 최근 11살 여자 어린이가 의부로부터 성폭행을 당하고 임신했다. 의부는 사건을 자백하고 체포됐다. 10대 성폭행피해자의 임신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칠레에선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 락앤락 동남아 최대 직영점 베트남 로열시티에 오픈

    락앤락 동남아 최대 직영점 베트남 로열시티에 오픈

    락앤락이 베트남에 자사의 동남아지역 매장 가운데 가장 큰 직영점을 열었다. 락앤락은 지난 26일 수도 하노이의 최대 복합쇼핑몰 ‘빈콤 메가몰-로열시티’에 락앤락·에코피아 직영점을 동시 개장했다고 29일 밝혔다. 락앤락 로열시티점은 총 면적 719㎡(약 217평)로 동남아 60여개 락앤락 직영점 중 가장 크다. 같은 층에 346㎡(약 105평) 규모의 락앤락 홈 텍스타일 전문 브랜드 ‘에코피아’ 매장도 함께 열었다. 박상숙 기자 alex@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한글과 그림으로 ‘새김아트’ 개척한 현대 전각예술가 고암 정병례

    [김문이 만난사람] 한글과 그림으로 ‘새김아트’ 개척한 현대 전각예술가 고암 정병례

    영국의 극작가이자 소설가 버나드 쇼의 묘비에는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우리말 ‘새기다’는 참으로 다양하게 쓰인다. ‘가슴에 새기다’ ‘마음에 새기다’ ‘아로새기다’ 등의 뜻도 있지만 어떤 무늬나 글자, 형상을 정교하게 새긴다는 등 쓰임새가 무궁무진하다. 하여 물 위에, 달빛에, 시공을 뛰어넘어 삼라만상의 모든 유형과 무형에 새로운 생명을 얼마든 새겨 넣을 수 있다. 어떻게?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를 담아서다. 끝없는 상상력으로 허상과 실상을 아름답게 조화시킨다.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고 정(靜)에서 동(動)으로 변화시킨다. 이른바 ‘새김아트’이다. 고암 정병례(66)는 전통 전각의 틀을 깨고 ‘새김아트’라는 새로운 예술분야를 개척한 주인공이다. 전통 전각예술을 문자와 디자인을 조합해 재해석한 현대 전각예술가, ‘새김아티스트’로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작품 특징은 물질적인 요소와 정신적인 요소들을 포함해 포괄적인 개념으로 접근, 문자와 회화 등의 기법이라는 새로운 전각예술의 장르로 확장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의 작품이 대중들에게 익숙한 것은 1999년 지하철 역사 게시판의 ‘풍경소리’를 비롯해 KBS 드라마 ‘왕과 비’와 ‘광개토태왕’ 등의 타이틀, MBC 방송연예대상 오프닝, 서울드라마어워즈 무대세트, 2008 베이징올림픽 타이틀 애니메이션(MBC) 등 각종 이벤트와 제품의 로고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뿐만 아니다. 그는 35차례의 개인전과 110여 차례의 단체전을 통해 자신의 작품세계를 꾸준히 선보여 왔으며 특히 전각과 설치미술, 애니메이션, LED 등과 결합한 독특한 기법으로 끊임없이 예술의 영역을 넓혀 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전각 애니메이션 등을 통해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결합한 ‘아날로 디지털’로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이는 중국과 타이완, 일본 등 우리나라보다 전각이 훨씬 발전한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과 서울대 법대, 그리고 여러 지자체에 소장돼 있으며 국내의 주요 인사는 물론 힐러리 클린턴 전 미 국무장관, 코피 아난 전 유엔사무총장 등 여러 외국의 인사들도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는 아울러 ‘천년의 멘토 고전을 만나다’, ‘마음새김’, ‘풍경소리’ 등 여러 권의 저서를 내는 등 글과 그림 외에도 ‘생각’을 연결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그의 작업실이자 전시실인 ‘새김아트’에서 정씨를 만났다. 전시실 입구에 들어서자 세종대왕과 한글을 형상화한 작품 ‘하늘땅사람물불바람’이 눈에 들어왔다. 가로 36㎝, 세로 80㎝, 두께 11㎝의 돌에다 깨알같은 한글을 새겨 넣었다. 상형문자나 알파벳과는 달리 한글의 글씨 획을 축약하거나 중첩시켜 미니멀하고도 모던한 이미지와 소리를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롭게 다가왔다. 바로 옆에 진열된 비슷한 크기의 작품 ‘한글 금강경’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한글과 그림을 조화한 예술적 승화 작업에 얼마나 천착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게 했다. 잠시 후 전시실 앞마당에 작은 탁자와 의자가 있는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탁자 위에 이상한(?) 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아무리 봐도 알 수 없었다. 궁금해하자 그는 탁자 위의 그림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우리 한글의 자모 가운데 ‘ㅅ’을 중앙에 놓고 그 사이로 물고기 두 마리를 새겨 넣었다”면서 설명을 이어나간다. “색즉시공과 공즉시색을 나타낸 것입니다. 둘(ㅅ, 물고기)다 물질과 정신세계이며 현재와 미래, 음과 양, 허와 실을 뜻합니다. 허에서 실이 나오고 공에서 색이 나옵니다. 또 무에서 유, 음에서 양이 나오는 것이지요. 그걸 한꺼번에 새겨 넣은 셈이지요. 이것이 바로 개념미술입니다.” 비단 ‘ㅅ’에 그치지 않는다. 그가 잠시 일어서더니 주변에 흩어진 비슷한 크기의 여러 탁자들을 가리킨다. ‘ㄷ’ ‘ㅈ’ ‘ㅊ’ 등 한글 자모를 통해 그의 개념미술은 연작시리즈처럼 이어지고 있었다. 까닭을 물었더니 “세종대왕처럼 세계에서 위대한 인물이 없다. 인문학적 소양이 너무 뛰어나다”고 대답한다. 또한 “오로지 한글만을 생각한 세종대왕을 떠올리면서 한글로 온몸을 토체화한 ‘하늘땅사람물불바람’을 완성했다”고 덧붙인다. 그러면서 한글, 그림, 조각(인물)이 합쳐진 ‘한글 새김아트’ 작품으로 세계 무대에 내보이기 위해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작업에는 한류스타를 앞세우겠다며 웃는다. 때문에 요즘 적당한 한류스타들의 캐릭터를 끄집어 내느라 바쁘단다. 한글과 한류스타를 어떻게 접목시킬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그가 추구하고 지향하는 ‘정고암의 새김아트’란 어떤 것일까. “암각화, 초형인, 민화 등 각각의 스토리텔링에다 단순미와 색채의 미학을 확대 재해석한 한국적 정서의 현대 종합예술”이라고 정의한다. 암각화는 원시사회의 친자연적 삶을 반영하고 있으며 순수한 자연인의 시선과 감성으로 수많은 스토리를 내포하고 있단다. 또 초형인은 동물이나 사물을 관념적 또는 추상적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구상과 비구상을 넘나드는 형식이라고 설명한다. 물상뿐만 아니라 마음에 새기는 것 또한 ‘정고암 스타일’이다. 오늘은 시 한 자락, 내일은 농담, 모레는 세상에 대한 일갈을 돌 위에 올려놓는 ‘마음새김’인 것이다. “소문을 듣고 제가 하는 새김아트를 보기 위해 중국과 일본, 타이완 등의 전각 예술가들도 전시장에 왔다갔습니다. 전각을 이렇게 다양하게 확장시킬 수 있구나 하는 부분에 놀라워하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 전남 나주 출신인 그는 어릴 적에 연이나 팽이를 만들고 부채에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다. 하지만 가난 때문에 미술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었다. 중학교를 졸업한 뒤 일찍 공장에 취직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예술적 재능을 포기할 수 없었다. 미술 전시 구경을 가는 날이면 가슴이 마구 뛰었다. 그때마다 나중에 꼭 예술가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노래솜씨가 좋아 한때 주위에서 가수를 권유받을 만큼 다재다능했다. 의류공장에 다니던 27살 때 우연히 마주친 한 인장(印章)에서 어떤 운명같은 것을 느꼈다. 그러면서 ‘인장은 왜 아랫면에만 새길까’라는 물음표를 던지면서 위아래, 옆면을 다 새기는 ‘3D입체’의 전각을 생각해 냈다. 이때부터 전각을 찾아나섰다. 전각에 관련된 자료를 뒤져가며 독학으로 각법을 익혀 나갔다. 원래 타고난 솜씨가 있던 터라 글씨와 그림, 조각이 어우러지는 방향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1983년 한국전각가회장을 역임했던 정문경 선생을 만나면서 정식으로 전각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아울러 먹물이나 인주로만 찍어 흑백과 빨간색 위주로 표현하던 전각에 아름다운 오방색을 입혔다. 글자뿐만 아니라 그림도 새겼고 한글의 아름다움에 점점 빠져들어 갔다. 마침내 42살 때 첫 전각전시회를 하면서 본격적인 전각예술가의 길로 들어섰다. 45살에는 대한민국미술대전과 서예대전에서 각각 우수상을 받으면서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추구하기 시작한다. 전각예술의 대중화와 현대화를 시도하는 그의 예술적 행보에 대해 ‘정통이 아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이에 대해 그는 “대중을 전통예술 세계로 끌고 가려면 전통예술가도 대중성과 현대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면서 “수백년 전 예술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보다는, 현대의 새 패러다임을 새겨 넣는 게 진정한 전통계승이 아니냐”고 말한다. 2011년 한양대박물관에서 열린 ‘전각예술의 현대적 변용과 활용’이라는 전시를 통해 이 같은 비판을 잠재우며 ‘새김아티스트’로 확실한 도장을 찍었다. 조선왕조 오백년 작가 신봉승씨는 “정병례 선생은 글자뿐만 아니라 살아서 움직이는 듯한 그림까지 포함하는 회화성 미학으로 승화되는 정병례 특유의 세계를 확립했다”고 정씨의 저서 ‘마음새김’ 추천사를 통해 평가했다, 그는 전각을 시작하면서 스스로 3류도 아닌 5류 인생을 살았다고 말한다. 학교도 제대로 못 나온 데다가 학연이나 지연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장기적 안목으로 시작했으며 본질적으로 자존감을 찾고자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걸어왔다는 것이다. 그러는 동안 처음에는 외면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지금은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고 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과거에는 혼자 무대를 만들고, 혼자 무대 위에서 배우가 됐으며, 혼자 관객이 됐다. 이제는 무대도 있고 관객도 있다. 앞으로는 연주만 하면 되지 않겠느냐, 그래서 한류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고 말했다. 선임 기자 km@seoul.co.kr ■고암 정병례는 독학으로 전각 공부·42살 첫 전시회… ‘새김 아트’ 창시자 전라남도 나주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서예와 그림 등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중학교를 졸업한 뒤 곧바로 공장에 취직했다. 20대 중반 인장작업을 우연히 접하고 독학으로 전각 공부를 했다. 42살에 처음 전시회를 열었다. 이후 35회 개인전과 110여회 단체전에 참여했다. 최근 전시로는 광화문 세종이야기(2009년), 전각의 현대적 변용과 활용 새김아트(2011년, 한양대박물관), 한글 디자인 4인전(2011년, 토포하우스) 등이다. 주요 경력으로는 서울시립미술관 초대작가 겸 선정위원(1993년), 한국미술협회 초대작가(1996년~현재), 인천 가톨릭대 겸임교수(1998~2000년), 대한민국 미술대전 전각부분 심사위원장(2001년), 초중고 국정교과서 작품수록(2002년~현재), 새김아트 창시(2006년), 서울예술대학 시각디자인과 외래교수 역임(2008년), 한국미술저작권협회 이사(2009년~현재), 극동대학교 환경디자인과 교수(2011년~현재) 등이다. 주요 수상으로는 대한민국미술대전·대한민국서예대전 전각부문 우수상(1992년), 동아미술제특선(1993년), 전연대상전 대상(1993년), 대한민국 4대 국새공모전 인면부 우수상(2006년) 등이다.
  • 문화, 베껴야 풍요롭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복제’(copy)란 무엇일까. ‘베낀다’라는 부정적인 의미도 있지만 어원을 보면 그렇지 않다. ‘풍부하다’ ‘충분하다’ ‘많다’ 등의 어원을 가진 이 단어는 라틴어 ‘코피아’(copia)에서 나왔다. 다시 말해 풍요의 상징어다. 코피아는 로마 동전에도 등장한다. 동전의 뒷면에 새겨진 풍요의 뿔에는 땅의 온갖 소산물이 가득 담겨 있다. 풍요의 뿔을 뜻하는 영어 ‘코뉴코피아’(cornucopia)가 여기에서 비롯됐다. 오늘날 복제는 문화 전반에 실핏줄처럼 퍼져 있다. 루이비통 지갑에서 해리포터, 힙합에 이르기까지 온갖 것들이 어디에선가, 어떤 식으로 복제되고 있다. 좋게든 나쁘게든 우리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책, 영화, 노래, 소프트웨어 등이 불법 복제돼 인터넷에 유포되는 것도 한 예이다. 하지만 철학적 측면에서 볼 때는 아직도 충분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복제예찬’은 문화와 시대를 넘나드는 비교연구를 통해 복제의 역사·문화·철학적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탐구하는 책이다. 명품(짝퉁)과 대중영화 등 오늘날 산업현장 곳곳에서 일어나는 현상은 물론이고 멀리 그리스 로마 신화의 풍요의 여신 코피아로 거슬러 올라가기도 한다. 플라톤의 미메시스 철학, 몽타주 행위, 불교의 공(空) 사상 등 인류역사 속 복제의 모든 것을 비교연구하며 시공을 초월한 흥미로운 지적 여정을 펼친다. 현대미술, 영화, 음악, 미학사, 비평 이론, 불교 철학 등을 통해 복제가 어떻게 작용하고, 왜 작용하는지, 그 힘의 원천 등을 두루 다룬다는 점에서 특히 눈길을 끈다. 그러면서 복제는 우리가 인간이기 위한 본질적 요소이고, 복제 행위가 없이는 인간일 수 없으며, 우리가 처한 상황을 온전히 깨닫고 복제와 관련된 부분을 찬양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복제’가 기껏 시시한 단어 하나에 불과한 듯하지만, 인류 문화사의 한 축을 형성한 가치를 지녔음을 새삼 부각시키고 있다. 김문 선임기자 km@seoul.co.kr
  • [시론] ‘튀기’에서 ‘코피노’까지/하성란 소설가

    [시론] ‘튀기’에서 ‘코피노’까지/하성란 소설가

    그 애가 지나가면 우리는 ‘튀기’라고 수군댔다. 좁은 양미간과 오똑 솟은 코, 고수머리와 흰 피부 등 그 애는 한눈에 띄었다. 몇몇 어른들은 ‘아이노쿠’라고도 불렀다. 나중에야 일본 홋카이도의 원주민 ‘아이누 족’을 일컫는 말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우리가 별 생각 없이 내뱉던 그 말이 암소와 수탕나귀 사이에서 태어난 잡종을 뜻한다는 것도 알았다. 노새와는 달리 튀기의 모습은 어디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암소와 수탕나귀의 형질을 반반씩 닮았을, 그 사이에서 예상치 못한 형질이 툭 발현되었을지도 모를 그 모습, 기괴했을 듯하다. 한국 전쟁 직후 서양인들의 외모와 피부를 닮은 채 태어난 아이들의 모습에 놀란 한국인들의 모습도 쉽게 그려진다. 얼마나 신기했으면 ‘튀기’란 이름을 붙여 주었을까. 그 애는 김치볶음을 좋아하고 우리말도 우리만큼 잘하는, 다 같이 웃어야 할 때를 놓치고 한 박자 늦게 웃은 적도 없는 ‘우리나라 사람’이었다. 그런데도 그 애는 우리와 섞이지 못하고 주위를 맴돌았다. 전쟁이 끝난 지 한참 지났지만 전쟁의 그림자는 너무도 넓고 깊었다. 어디 살고 있을까. 어쩌면 김치볶음의 붉은 기름이 반지르르 묻은 야무진 입술을 벌려 전상국 선생의 소설 ‘지빠귀 둥지 속의 뻐꾸기’의 수지처럼 한국과 제 어머니를 부정하고 있을는지도 모른다. 지금 필리핀에는 ‘코피노’라고 불리는 아이들이 있다. 한국 남성과 필리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을 필리핀 사람들이 부르는 이름이다. ‘튀기’처럼 모욕적인 말이 아니지만 이미 그 말 속에는 돈이면 다 된다는 자본주의의 한 단면과 함께 인간을 인간으로 대하지 않는 야만성이 들어 있다. 그 애들은 축복 받아야 할 탄생의 순간, 이미 아버지로부터 버려졌다. 초창기 그들의 아버지는 물가와 교육비가 싸다는 이유로 어학 연수를 온 학생들이었다. 한순간 일탈에 빠져들었던 그들은 필리핀 애인이 임신했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한국으로 줄행랑을 쳤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누구도 그 애들에게 책임을 따져 묻지 않았다. 나이 차가 많이 나는 한국 사업가들의 현지처가 된 여성도 있었다. 코피노 수의 증가에는 피임과 낙태를 철저히 금하는 가톨릭 문화의 영향도 있었다. 낮에는 골프 여행, 밤에는 환락가. 필리핀을 찾는 한국의 남성 수가 급증했다. 단순히 쾌락과 욕망만이 남았다. 그들 중에 피임 기구를 착용하지 않으려는 이들이 있고 그 때문에 나이 어린 10대 여성을 찾는 추태가 이어지고 있는 모양이다. 아예 아버지를 알 수 없는 코피노들도 급증했다. 많은 코피노들에게 아버지란 자신을 버린 사람일 뿐이다. 한국은 더 이상 아버지의 나라가 아니다. 한국인들에게 반감을 가지는 필리핀인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그래도 이 다음 돈을 많이 벌어 한국의 아버지를 찾겠다는 꿈을 가진 아이들도 있다. 그 아이들의 꿈이 생각보다 빨리 이뤄질 듯하다. 한 사회단체에서 코피노들의 아버지 찾아주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코피노들 대부분이 극빈층이다. 어머니가 돈을 벌러 집을 떠나 있는 동안 학교에도 가지 못한 코피노들이 거리를 떠돈다. 돈을 벌기 위해 제 엄마처럼 윤락가로 흘러드는 아이들도 있다. 악순환이다. 한국의 아버지를 찾아 최소한의 의무를 지도록 하는 것이 취지이다. 상황이 이렇게 될 때까지 정부는 개인의 사생활이란 생각으로 방관하고 있었다. 하룻밤 대가치고 너무도 큰 대가라고 억울해할 남성이 많을는지 모른다. 필리핀 여성들이 돈을 노리고 일부러 접근해 임신했다고 할지도 모른다. 한동안 책임 공방으로 시끄러울 듯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다. 한국의 아버지를 찾아주기로 했다는 소식에 가슴 한쪽이 내려앉았을 당신. 그렇다. 당신이 진작 느꼈어야 할 죄의식에 관한 이야기이다. 인간으로서의 양심이다. 가장 무서운 것은 지금까지도 일말의 거리낌이 없이 잠잠한, 이미 죽어버린 건지도 모를 당신의 양심이다.
  • [당신의 책]

    여론과 법, 정의의 다툼(켄들 코피 지음, 권오창 옮김, 커뮤니케이션북스 펴냄) 변호사는 의뢰인을 대신하는 동안 평판까지 대리한다. 특히 인터넷 시대에 여론의 법정에서 내려지는 판결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미국 변호사인 저자는 소크라테스 재판에서 OJ 심슨 재판에 이르기까지 역사적으로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킨 세기의 재판을 정리하면서 재판 과정에서 부딪히는 수많은 장애와 여론에 대한 대응전략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이를 통해 올바른 정의 실현을 위해 법률 재판과 여론 재판 간 소통의 중요성을 제시한다. 옮긴이는 전직 판사이자 변호사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정확하고 풍부한 해설이 읽는 재미를 더한다. 546쪽. 2만 8000원. 동물원과 유토피아(장석주 지음, 푸르메 펴냄) 시인이자 비평가인 저자가 한국인과 한국 사회의 마음과 욕망들을 독일 철학자 니체의 철학 프레임을 통해서 분석했다. 동서양의 사상과 사회현상을 종횡무진하는 저자 특유의 ‘크로스 인문학’의 산물이다. 저자는 짧은 시간에 경제 기적과 정치 민주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한국 사회의 이면에는 빈부격차, 이념의 양극화, 지역 갈등과 같은 불안과 긴장이 상존해있으며 이로 인해 우리 사회가 점점 문명에서 야만으로 퇴행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한국 사회를 병들게 한 열한 개의 부정적 징후들을 선별하고, 그 각각을 니체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사용한 동물 은유와 대치시켜 비유한다. 308쪽. 1만 5000원. 가능성의 발견(야마나카 신야· 미도리 신야 지음, 김소연 옮김, 해나무 펴냄) 지난해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야마나카 신야 교토대 교수의 자전적 에세이다. 형편 없는 수술 실력으로 놀림받던 정형외과 의사가 뒤늦게 과학자의 길로 들어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기까지의 인생 스토리를 진솔하게 풀어냈다. 삶이 ‘인간만사 새옹지마’의 연속이었다는 그는 “인생은 아무도 모르는 일”이라면서 “실패는 가장 큰 기회다. 중요한 것은 지치지 않고 달리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현실에 좌절한 채 방황하는 젊은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이다. 1부는 야마나카 교수의 자전 에세이로, 2부는 과학기술 프리랜서 기자 미도리 신야와의 대담으로 이뤄져있다. 224쪽. 1만 2000원. 나는 좀비를 만났다(웨이드 데이비스 지음, 김학영 옮김, 메디치미디어 펴냄) 영화, 만화 등의 소재로 종종 등장하는 좀비의 실체를 추적한 책이다. 캐나다 출신 민속식물학자인 저자는 하버드대에서 인류학을 공부하던 1982년, 죽은 사람이 좀비로 되살아났다는 뉴스를 접하고 좀비의 고향 아이티로 간다. 저자는 좀비 독약에 주목하고 위험천만한 과정을 겪으며 독약 제조법을 입수하지만 좀비와 관련된 진실 추적은 간단치 않았다. 인류학, 과학, 역사학 등이 버무려진 이 책은 1985년 초판 발간 직후 공포영화 ‘악령의 관’으로 영화화됐다. 저자는 MBC ‘신기한 TV 서프라이즈’에서 좀비의 실체를 증명하는 과학자로 등장하기도 했으며, 원시부족 문화에 관한 2007년 TED 강연은 100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출판사 메디치미디어가 기획한 ‘지식여행자 시리즈’ 두 번째 책이다. 404쪽. 1만 6000원.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어떤 자는 삭은코를 맞아 코피가 오지랖을 적시고 있었고, 어떤 자는 얼굴이 외꽃처럼 노래져 염병 앓고 난 사람처럼 피골이 상접하였다. 또 다른 자는 눈구멍이 푹 꺼져서 쭉정이처럼 누렇게 들떠 있기도 하였다. 입성은 그렇다 해도 섭생조차 여의치 못했다는 것을 그 남루한 행색이 증거해 주는 셈이었다. 소금 상단 일행의 피해도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일행이 산적들을 육단시키고 포박하여 가다듬고 계곡을 내려올 때였다. 곽개천을 뒤따라오던 동무 중 한 사람이 바로 앞을 걸어가는 곽개천의 걸음걸이가 온전치 못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리를 절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옹구바지 왼쪽 가랑이 아래가 막 피에 젖어가는 것을 발견한 것이었다. 그는 냉큼 앞으로 다가가 곽개천에게 귀엣말로 속삭였다. “공원 어른, 시생의 등뒤로 오시지요. 긴히 드릴 말이 있습니다.” 곽개천이 힐끗 일별하는데, 벌써 안색이 질려 있었다. “왜 그러나?” 동무가 그의 바짓가랑이를 손으로 가리켰다. 그러나 뜨끔할 줄 알았던 곽개천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한마디 뇌까렸다. “내가 주책바가지였군. 창졸히 설치다가 칼 맞은 것을 미처 깨닫지 못했네. 당장 지혈하고 뒤따라갈 테니, 임자들은 입도 뻥긋하지 말고 저놈들을 잡도리해서 끌고 가게. 만에 하나 내가 칼 맞은 것을 눈치채면, 되려 우릴 어육지변시키려고 덮칠지도 모를 일이야. 모두 양식 전대들 풀어서 두벌 결박을 모양 있게 지우고. 잠시 쉴 적에도 경계를 엄중히 하게.” “염려 마시고 지혈이나 시키지요.” 한나무재 계곡을 잠행하던 산적 여섯이 육고기가 꿀 바른 비상인 줄 모르고 덧들이다 신세가 고단하게 된 그 시각에, 정한조가 이끄는 소금 상단 아홉은 내성 쪽으로 가고 있었다. 그들 행중 뒤에는 이틀간의 터울을 두고 또 다른 상단이 뒤따르기로 되어 있었다. 그들보다 먼저 발행한 정한조 일행은 넓재에서부터 계속 내리받이길을 걸어 아침 선반머리에 회룡천과 마주쳤다. 당나귀가 셋에 일행이 아홉이나 되었으니, 상단치고 규모가 적은 편은 아니었다. 상단의 행수는 정한조였다. 회룡천 가녘을 따라 한식경을 가면 코치비재를 지나 내성 땅인 곧은재 독자골 초입에 이르게 된다. 이 독자골 내리막길에서 다시 낙동강의 상류인 분천(汾川)과 만나는데, 이 분천이 울진에서 시작된 십이령길에서 유일하게 나룻배로 건너야 하는 길목이었다. 비가 많이 내려 수심이 깊지 않을 때는 여울목을 골라 건널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일행의 물화가 소금섬이라 무작정 물길로 들어섰다간 큰 낭패를 볼 수 있었다. 때문에 도끼로 절벽을 까고 낸 벼룻길과 서까래로 잇댄 잔도를 따라 곧은재 아래까지 걸어야 했다. 가파르지는 않지만 사람이 걸음을 옮겨놓을 길폭이 손바닥만 한 크기를 넘지 못해 가슴으로 바위를 부둥켜 안다시피 하면서 걸어야 하기에 제아무리 간담 드센 장정이라 하더라도 두 다리가 바들바들 떨리는 험로였다.
  • [문화단신]

    김구 선생 서거 64주년 창작 판소리 백범 김구 선생 서거 64주년을 맞는 오는 26일 선생을 기리는 판소리가 울려퍼진다. 창작 판소리 명창 임진택이 선보이는 ‘백범 김구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에서다. 3부작으로 구성된 작품은 1부 청년역정, 2부 대한민국임시정부, 3부 해방시대로 이루어졌다. 임진택은 “‘백범일지’는 한글과 한문이 어우러지고 산문과 운문이 막힘 없이 흘러가는 ‘이야기체’ 문학의 정수로, 그 자체로 판소리 사설의 바탕이 됐다”고 밝혔다. 장충단공원 내 다담에뜰. (02)763-9854. 바이올리니스트 최예은 데뷔 리사이틀 바이올린 여제 안네 소피 무터를 사로잡은 바이올리니스트 최예은이 21일 데뷔 리사이틀을 갖는다. 무터가 자신의 재단을 통해 후원하는 현악 연주자 가운데 가장 애착이 간다고 했던 최예은은 슈베르트, 브람스, 프로코피에프 등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선보일 예정이다. 예술의전당 IBK체임버홀. 4만~5만원. (070)8879-8485. 바흐와 일렉트로닉의 독특한 하모니 서양 클래식 음악의 시작인 바흐(1685~1750)를 ‘21세기 방식’으로 듣는 무대가 열린다. 19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열리는 룩셈부르크 출신 피아니스트 프란체스코 트리스타노의 첫 리사이틀에서 바로크와 일렉트로닉 음악의 조합이 펼쳐진다. 트리스타노는 클래식 공연장과 클럽, 재즈 페스티벌을 넘나들며 시대와 스타일을 마음껏 충돌시키고 결합시키는 연주자다. 4만~6만원. 1577-5266.
  • 40도 찜통 비행기에 갇힌 승객들, ‘노래’로 위기탈출?

    40도 찜통 비행기에 갇힌 승객들, ‘노래’로 위기탈출?

    고장 난 비행기에 갇힌 승객들 노래로 위기 탈출(?) 영국 일간지 메트로는 11일(현지시간) 비행기 기계고장으로 5시간이나 기내에 갇힌 승객들이 ‘나는 날 수 있어(I believe I can fly)’란 노래를 불러 위기를 탈출했다고 보도했다. 문제의 비행기는 라스베이거스에서 피닉스로 떠날 예정이었던 얼리전트 항공사 소속. 이 비행기는 이륙을 시도하던 순간 기계 고장으로 활주로 중간에서 멈췄다. 승객들은 다른 비행기로 옮기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 승객이 알 켈리의 ‘I belive I can fly’가 흘러나오는 휴대용 스피커를 꺼내 들었다. 실내의 엄청난 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승객들은 모두 즐겁게 그 노래에 동참했다. ‘날 수 있다’는 노래 가사가 비행기 고장으로 날지 못하는 상황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웃음을 자아냈다. 이 동영상에서는 밝은 모습만 나와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며 더위를 이기지 못한 여성 승객 두 명이 기절했다. 한 승객은 갑자기 코피를 흘리며 화장실로 달려갔고, 또 다른 승객은 구토하기도 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승객 중 한 명은 “복도 가운데서 승객이 쓰러지는 것을 보고 모두 제정신이 아니었다.”고 전했다. 얼리전트 항공의 대변인은 “비행기에 문제가 있으면 절대 이륙하지 않지만, 이번에는 미처 확인하지 못한 문제가 있었다. 장시간의 기내 대기로 승객들의 불편을 초래했지만 철저한 점검을 통해 승객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며 유감의 뜻을 전했다. 사진=유튜브 정선미 인턴기자 j2629@seoul.co.kr
  • 이탈리아 북부 이야기 Italy, eataly, italo① Piemonte 피에몬테주

    이탈리아 북부 이야기 Italy, eataly, italo① Piemonte 피에몬테주

    이탈리아 북부 이야기 Italy, eataly, italo 중세와 근세에 비잔틴 양식, 르네상스의 양식, 바로크의 양식이 있었다면, 현대에는 ‘이탈리아 양식’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 같다. 이탈리안처럼 먹고, 이탈리안처럼 입고, 이탈리안처럼 노는 것. 이 유행은 좀처럼 시들해지지도 않는다. 명품 쇼핑 1번지 맥아더글렌 McArthurGlen 유럽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맥아더글렌 그룹은 1995년부터 유럽 9개국에 21개 디자이너 아웃렛을 운영 중이다. 이탈리아에는 나폴리 근교의 라 레쟈La Leggia, 밀라노 근교의 세라발레Serravalle, 로마 근교의 카스텔 로마노Castel Romano, 플로렌스 근교의 바르베리노Barberino, 베네토 근교인 베네토Veneto 소재의 노벤타 디 피아베Noventa di Piave까지 5개의 매장이 있다. 한국사무소 02-553-0822 www.mcarthurglen.com 열차 페라리 이딸로Italo 이탈리아의 제2 철도회사인 NTVNuovo Trasporto Viaggiatori사에서 운영하는 초고속열차로 지난해 4월28일부터 운행을 시작했다. 최고 시속 360km으로 운행하는 이 열차는 붉은색의 매혹적인 디자인으로 ‘열차 페라리’라고도 불린다. 현재 이탈리아의 9개 도시(12개 역)에서 매일 48회 운항하고 있으며 향후 25대의 열차를 확보해 매일 50회 운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예약 및 문의 02-3789-6110 www.raileurope.co.kr 슬로푸드의 모든 것 잇딸리Eataly “Eat better, Live Better”라는 슬로건 아래 이탈리아 전역에 유통망을 확대하고 있다. 이곳에서 취급하는 야채와 과일류, 육류제품, 유제품, 빵, 저장식품, 와인 등 모든 식재료는 공장에서 대규모로 생산되는 것이 아니라 소규모 생산자들에게 직접 공급받은 것이다. 최근 로마에는 최대 규모의 매장을 오픈했으며, 미국과 일본까지 진출한 상황. 초고속열차 이딸로의 케이터링서비스도 맡고 있다. www.eataly.it Piemonte 피에몬테주 시간의 실타래를 따라 잠시 눈을 감았다 뜬 것 같다. 택시 밖으로 긴 주랑과 노란 불빛들, 광장의 중심에 버티고 선 검은 실루엣의 동상들이 스쳐지나가고 있었다. ‘파리인가?’ 그것이 토리노Torino에 대한 나의 첫인상이었다. 도시는 생각 이상으로 컸다. 사보이공국의 수도, 통일 이탈리아 왕국의 첫 번째 수도, 이탈리아에서 인구가 4번째로 많은 도시…. 그런 단어들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토리노의 바로크적 풍경은 사보이 가문의 작품이다. 프랑스에서 남하해 이탈리아 북부에서 세력을 키운 그들은 사보이 공국의 수도로 지정한 토리노를 ‘작은 파리’로 만들었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왕궁(1646년)은 말할 것도 없고 사냥 별장들마저도 화려하기 그지없다고 했지만 사실 가장 보고 싶은 것은 따로 있었다. 예수의 수의에 남아있는 혈흔은 소름끼칠 정도로 사람을 닮아 있었다. 성인 남자의 앞모습과 뒷모습. 그 가지런히 모은 팔과 손 모양까지 말이다. 거짓이라고 하기에도, 사실이라고 하기에도 무리가 있어 보일 정도였다. 물론 내가 본 것은 모조품이었다. 산 조바니 바티스타 성당Duomo di San Giovanni Battista에 보관되어 있는 길이 4.42m, 폭 1.13m의 예수 수의는 지난 400년 동안 불과 10여 차례밖에 공개되지 않았다. 공개가 뜸한 만큼 진위 여부는 아직도 논쟁적이다. 과학도 종교만큼이나 허점투성이라 반박에 반박이 더해진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훨씬 명료하게 다가오는 ‘기적’은 수의의 모조품이 전시되어 있는 산 로렌조 성당의 건축학적 성취였다. 사보이 가문이 총애했던 건축가이자 수학자였던 과리노 과리니Guarino Guarini, 1624∼1683년는 수학적인 계산을 통해 8개의 반원형 아치가 교차하는 돔을 완성했다. 돔뿐 아니라 성당 내부를 채운 화려한 바로크 장식은 충격요법에 가까운 경외심을 일으키기 위한 것이었는데, 수백년 뒤에도 그 효과는 여전했다. 토리노 시내를 벗어나 살루초Saluzzo에 도착했을 때 비가 오기 시작했다. 마을 산책은 가장 높은 곳에서 시작됐다. 언덕 위의 성들과 그 주변에 모여 있는 귀족들의 저택을 정점으로 천천히 걸어 내려오는 산책길은 마치 시간의 실타래를 거꾸로 풀어나가는 느낌이었다. 작은 마을이지만 수도원이 8개나 있었고, 그중에는 지금 호텔로 사용되는 곳도 있었다. 하지만 프랑스와 그 쟁쟁한 사보이의 세력 사이에서 16세기까지 꿋꿋하게 세력을 유지했던 델 파스토 후작 가문에 대한 설명은 귓가에서 자꾸만 흩어져 버렸다. 골목 끝에 서 있는 풍경들이 하나같이 매혹적이라 달려가서 만져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좁았다가 넓어지는 골목, 높았다가 낮아지는 계단, 직선이 아닌 도로들은 마치 음악 같았다. 하지만 일행을 놓치면 15세기 어디쯤에서 길을 잃겠지. 정신을 바짝 차려 현실로 돌아올 필요가 있었다. 밤 늦게 도착한 노비 리구레Novi Ligure의 시간은 다른 도시에 비해 현재에 가까웠다. 역사가 길지 않은 이 도시가 선택한 환경미화 방법은 (제노아를 포함한 리구리아 해안 도시에서 유행했던) 가짜 벽화로 벽을 장식하는 것이었다. 1910년대에 그려졌다는 프레스코화는 노비 리구레와 제노아와의 관계를 잘 보여준다. 농업과 어업을 기반으로 열심히 살아왔던 사람들. 그러나 그 보통 사람들 중에서 이탈리안 자전거 영웅인 파우스토 코피가 태어났다. 2차 세계대전 후 암울함에 빠져 있던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그가 보내준 전승은 희망의 노래와 같았다. ‘투르 드 프랑스’와 함께 세계 2대 자전거 대회인 ‘지로 디탈리아’의 라디오 생중계가 어린 시절 최고의 가슴 뛰는 순간이었던 사람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자전거 사랑이 여전하다. ▶travie info 질리지 않는 막대 빵, 그리시니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종종 만났던 그리시니Grissini의 본고장이 바로 토리노다. 반죽을 막대기처럼 얇고 길게 만들어 구워내는 이 빵은 1668년 토리노의 제빵사 안토니오 아메데오가 소화불량에 걸린 군주를 위해 만들기 시작한 것. 나폴레옹도 이 빵을 좋아하여 훗날 황제의 식탁까지 올라갔다. 이탈리안 자전거 영웅, 코피 유럽에 큰 혼란을 가져왔던 전쟁이 끝난 후 강력한 라이벌이었던 지노 바르탈리Gino Bartali와 함께 국가의 위상을 드높였던 사이클 영웅 파우스토 코피가 바로 노비 리구레 출신이었다. 그의 별명이기도 했던 캄피오니시모Campionissimo·최고의 챔피언는 박물관의 이름이 됐다. 노비 리구레의 캄피오니시니는 1960년대까지 용광로로 사용되었던 곳을 박물관으로 개조한 곳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설계했던 나무 자전거부터 페라리의 최고 기술이 적용된 자전거까지. 8,000만원이 넘는 자전거도 있다. Museo dei Campionissini | 주소 Viale dei Campionissimi, 2-15067 Novi Ligure 문의 www.museodeicampionissimi.it 글·사진 천소현 기자 취재협조 이탈리아정부관광청 한국사무소 02-775-8806, 레일유럽 한국사무소 02-3789-6110, 맥아더글랜 한국사무소 02-553-0822
  • 부드럽게 다가온다, 손열음을 누른 선율

    부드럽게 다가온다, 손열음을 누른 선율

    “그는 모든 것을 가졌다. 연주는 믿을 수 없이 놀랍다. 부드러운 동시에 격정적이다. 그런 연주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피아노의 여제(女帝)’ 마르타 아르헤리치(72)가 2011년 약관의 다닐 트리포노프(22)에게 남긴 말이다. 다음 달 11~12일 첫 내한 공연을 앞두고 서울신문과 이메일 인터뷰를 한 트리포노프는 국내 음악팬들에게는 2011년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손열음(27)과 조성진(19)을 누르고 1위를 차지한 연주자로 잘 알려져 있다. 당시 피아노 부문 우승뿐 아니라 전 분야 대상을 거머쥐며 ‘러시아의 신성’이 됐다. 이번 내한 공연의 프로그램은 이틀을 다르게 구성했다. 쇼팽을 절묘하게 재해석하는 그의 특기를 감상하려면 첫째 날을 주목해야 한다. 유명 콩쿠르와 음악 페스티벌에서 음악팬들을 사로잡았던 쇼팽을 비롯해 스크랴빈, 리스트의 소나타 연주를 선보인다. 트리포노프의 테크닉을 확인하려면 둘째 날을 잡아야 한다. 차이콥스키, 스트라빈스키, 라흐마니노프, 스크랴빈에 정통 러시아 감성을 보탠다. “극적인 곡들을 주로 골랐다”는 그가 직접 꼽는 추천 곡은 ‘환상 소나타’로 알려진 스크랴빈의 피아노 소나타 2번이다. “젊은 시절의 스크랴빈이 작곡한 이 곡은 매우 드라마틱한 작품이에요. 바다의 이미지가 1악장과 2악장을 관통하는데, 고요함에서 성난 폭풍으로, 또 시냇물에서 거대한 바다로 변하면서 작품 안에서도 아주 큰 대조를 이루죠. 이어서 연주할 리스트의 소나타 b단조에도 무한한 지평선의 이미지가 스며있어요.” 트리포노프는 “콩쿠르 입상이 인생의 새로운 장을 여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콩쿠르 입상 이후 발레리 게르기예프, 로린 마젤 같은 세계적인 지휘자들과 함께 작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같은 선에서 출발한 손열음, 조성진과의 본격 경쟁은 이제부터다. “조성진과는 사이가 무척 좋아요. 손열음과는 몇 주 전 모스크바에서 만났는데, 프로코피에프의 피아노 콘체르토 2번을 연주하는 걸 듣고 제 레퍼토리에도 추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콩쿠르에서는 사실 연주에 집중하느라 다른 연주자들을 감상할 여유가 없었지만 기회가 되면 심도 있게 그들의 연주를 들어보고 싶어요.” 뉴욕타임스는 그를 “‘콩쿠르 정복자’답지 않은 부드러운 연주를 들려준다”고 평했다.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4만~8만원. (02)541-3184.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칠레 광산서 ‘금속성 UFO’ 포착

    칠레 광산서 ‘금속성 UFO’ 포착

    칠레의 한 광산에서 구조가 선명한 금속성 UFO(미확인비행물체)가 포착돼 화제가 되고 있다. 6일(이하 현지시간) 칠레 매체 ‘파노라마 디아리오’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칠레 북부 아타카마주(州) 코피아포에 있는 한 광산의 채광물 작업 현장 상공에 UFO가 나타났다. 당시 현장에 있던 여러 노동자가 이 UFO를 목격했으며, 그 중 중장비 기사 후안 아발로스 파하르도는 이를 사진으로 찍는 데 성공했다. 이 사진을 본 UFO 연구가인 로드리고 푸엔살리다 칠레 UFO 연구협회장은 “사진 속 물체는 햇빛에 반사돼 그 구조가 확연히 드러나 인상적이다. 금속성의 무게감도 느껴진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런 사실은 매우 흥미롭지만, 원본을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UFO에 관한 소식은 저명한 중남미계 UFO 저널인 ‘인익스플리카타(inexplicata)’를 통해서도 소개 됐다. 사진=파노라마 디아리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창의성 천재들에 대한 30년간의 연구보고서

    요즘 ‘공부하는 인간’이라는 TV프로그램이 눈길을 끈다. 프랑스 고등학교 3학년생의 일상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의 공부 현장은 학교가 아닌 파리의 노천카페였다. 그 카페에서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모여 철학적 주제로 토론을 나누는 모습이 독특했다. 프랑스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철학시험을 본다. 따라서 고3 수험생들에게 철학적 사유와 토론은 필수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학생들은 매일 저녁 반드시 정장을 입고 함께 밥을 먹는다. 대화와 토론을 중시하는 전통과 학풍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카페가 아닌 학원이거나 고시원에서 ‘선생님’의 말을 노트에 받아적으며 코피 나도록(?) 밤늦게까지 암기한다. 입시철이 되면 큰 강당의 설명회 장소에는 발 디딜 틈 없이 꽉 채워진다. 과연 행복할까. 흔히 ‘2%가 부족해’라는 말을 자주 한다. 듣기가 걸쩍지근하다. 특히 승패를 가르는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2% 부족하다’는 말만큼 치명적인 표현도 없다. 이기고 싶은 것은 본능이자 근원적인 욕망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그렇기만 할까? 돌려서 생각해보면 ‘2% 부족’은 위대함을 만드는 매직넘버라고 할 수 있다. 이 대목에서 ‘독서’를 생각해보자. 미국 역대 대통령 가운데 링컨, 워싱턴, 제퍼슨, 루스벨트, 아이젠하워, 케네디 등은 독서광으로 유명하다. 케네디는 특히 ‘뉴욕타임스’ 등 신문을 즐겨 읽었다. 하버드대학 졸업논문을 ‘영국은 왜 잠을 자는가’로 썼다. 이 논문으로 케네디는 일약 전국적인 인물이 됐다. 케네디뿐만 아니라 미국의 유명 대통령들은 ‘2% 부족’을 대부분 독서로 메웠다. 전염병의 위험에서 인류를 구원한 파스퇴르는 2% 포인트를 채우기 위해 ‘끈기 있는 실험’을 지속했다. 신간 ‘최고의 공부’(켄 베인 지음, 이영아 옮김, 와이즈베리 펴냄)는 부제로 ‘창의성의 천재들에 대한 30년간의 연구보고서’라고 내세웠지만 2% 부족을 위한 공부법을 흥미롭게 다루고 있다. 사실 공부라는 것은 방법과 시간을 할애하는 측면에서 누구나 비슷하다. 그러나 ‘2% 부족’에 대해서는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은 입학과 취업 등 눈앞의 목표에만 급급한 젊은이들에게 궁극적인 꿈을 이루기 위한 공부법이 무엇인지에 대한 해법을 설명한다. 교수법 분야 세계 최고의 석학인 저자는 ‘좋은 점수만을 목적으로 공부하는 학생들은 실패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하면서 흥미와 자신감을 가지고 평생 배움을 계속해 나가지 못한다면 최고가 될 수 없다고 강조한다. 1986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더들리 허슈바흐, 2012년 타임지에서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된 유명 코미디언 스티븐 콜버트 등 100명의 창의적 리더들과 나눈 인터뷰와 30년 이상 연구를 바탕으로 2% 부족을 채울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1만 5000원. 김문 선임기자 km@seoul.co.kr
  • “요정·여왕… 오글거려요 그냥 ‘연아 선수’가 좋아요”

    “요정·여왕… 오글거려요 그냥 ‘연아 선수’가 좋아요”

    “숙소에 들어가서 라면 끓여먹고 잤어요.” 4년 만에 세계선수권을 제패하고 돌아온 ‘피겨 여왕’ 김연아(23)가 온 국민에 큰 기쁨을 안긴 대회 직후 가장 먼저 뭘 했느냐는 질문에 답한 내용이다. 후원사 E1이 시즌을 마친 김연아와 팬들의 만남을 마련하기 위해 2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밀레니엄광장에서 주최한 팬 미팅 자리에서였다. 방송인 전현무씨의 사회로 토크쇼 형식으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 김연아는 이번 대회에서 카롤리나 코스트너(이탈리아)의 코피가 묘하게 자신의 좋은 성적으로 연결됐다는 풀이를 내놓았다. 그녀는 치열한 승부의 세계에서 미신에 의지하곤 하는 다른 선수와 달리 특별한 징크스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약간 의외로 비칠 수 있는 발언이었다. 김연아는 “흔히 ‘피를 보면 운이 좋다’고들 하지 않느냐”고 되묻고는 “코스트너가 코피를 흘리는지 모르고 있었는데, 연기를 하려고 링크에 들어가 보니 얼음판에 피가 떨어져 있더라”고 전했다. 이어 “특별히 징크스를 만들지 않으려고 하는 편인데, 이렇게 좋은 쪽으로는 가져다 붙이게 된다”며 웃었다. ‘강심장’으로 유명한 그녀지만 준비가 만족스럽게 되지 않으면 긴장하게 되고 곧바로 경기력에 영향을 준다는 여느 선수와 다름 없는 면모도 비쳤다. 김연아는 “긴장할 때면 표정이 굳고 스케이트끈을 자주 고쳐 매는 등 여러 곳에 신경을 쓰곤 한다”며 “주변에서도 내가 스케이트끈을 만지는 걸 보면 긴장했다는 것을 눈치채더라”고 귀띔했다. 또 고려대 졸업식에도 참석하지 않고 세계선수권을 준비했던 그녀는 “고연전이나 축제 등에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게 아쉽다”고 말한 뒤 연세대 출신인 전현무와 ‘고연전’인지 ‘연고전’인지를 놓고 입씨름을 벌이기도 했다. 김연아는 ‘피겨 요정’이나 ‘피겨 여왕’ 등의 별명에 대해 “오글거린다”는 표현을 쓰면서 “그냥 ‘김연아 선수’가 가장 나다운 호칭 같다”고 털어놓았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헨델, 통영을 걷는다 웨스트우드 옷 걸치고

    헨델, 통영을 걷는다 웨스트우드 옷 걸치고

    지난 1월 호주 시드니의 타운홀. 30m 길이의 런웨이 양쪽에 관객이 앉아있다. 조명이 켜지고 헨델의 장중한 음악이 울려 퍼지면서 무대 양쪽으로 모델들이 쏟아져 나온다. 화려한 타조털 머리장식과 드레스를 입고 일본 전통극 가부키 배우의 메이크업을 한 모델들의 손에는 악기가 들려 있다. 런웨이 중간쯤에 이르렀을 때 이들이 정체를 드러내면서 관객들은 깜짝 놀란다. 백스테이지로 사라지지 않고 무대 한쪽에 앉아있던 연주자들과 연주를 시작한다. 이들은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바로크 전문 연주단체 칼라이도스코프 앙상블. 이어 모델 틈에 섞여 있던 소프라노 알렉산드라 자모스카가 ‘영원한 기쁨, 영원한 사랑’을 부른다. 헨델의 오페라 ‘세멜레’와 비비안 웨스트우드 여사의 패션쇼를 섞어놓은 이종교배 퍼포먼스 ‘세멜레 워크’다. 공연계에서 일찍부터 입소문이 난 ‘세멜레 워크’가 작곡가 윤이상(1917~1995)을 기리는 제11회 통영국제음악제(TIMF) 개막공연으로 22~23일 선보인다. 아시아 초연이다. 본래 ‘세멜레’는 헨델이 1743년 발표한 바로크 오페라다. 쾌락의 신 디오니소스의 어머니이자 매력적이지만 허영이 넘치는 세멜레가 주피터(제우스)의 아내 주노(헤라)의 꾐에 넘어가 파멸한다는 게 오페라의 얼개다. 2011년 5월 독일의 쿤스트페스트슈필레 헤렌하우젠에서 초연 당시 영국 패션의 대모 웨스트우드가 공연의상 크리에이터로 참여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전설적인 펑크밴드 ‘섹스피스톨스’의 매니저 맬컴 맥라렌을 사귀면서 1970년대 런던 펑크문화 탄생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웨스트우드의 개성은 의상뿐 아니라 음악에도 묻어난다. 펑크록의 역사에 짧지만 깊은 흔적을 남긴 여성 그룹 엑스레이 스펙스의 ‘오 본디지 업 유어스’ 노랫말을 대사로 차용하고, 듀오 유리스믹스의 ‘스위트 드림스’가 불린다. 통영에서도 시드니 공연에 참여했던 폴란드 소프라노 자모스카가 세멜레를 연기하고, 오스트리아의 카운터테너 아르민 그라머가 연인 주피터를 맡는다. 주최 측은 지난 18일 오디션을 통해 통영시민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서 웨스트우드의 의상을 입을 한국 모델 10여명을 캐스팅했다. 런웨이의 길이가 20m로 짧아지고, 한국 모델이 등장하는 걸 제외하면 독일, 시드니 공연과 다를 바가 없다. 웨스트우드는 오지 않지만, 그의 스태프들이 직접 의상을 챙겨온다. 휴식시간 없이 80분 동안 이어진다. 28일까지 이어지는 음악제에는 ‘세멜레 워크’ 외에도 놓치기 아까운 공연들이 눈에 띈다. 26일에는 TIMF의 상주 아티스트인 첼리스트 고티에 카푸숑과 바이올리니스트 강주미의 듀오 리사이틀이 열린다. 드뷔시의 바이올린 소나타와 라벨의 치간느, 브람스의 첼로소나타 등 친숙한 곡들을 자신들만의 색깔로 풀어낸다. 둘은 27~28일 화음 챔버오케스트라와 협연한다. 카푸숑은 하이든의 첼로협주곡을, 강주미는 탱고의 거장 피아졸라의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사계’를 연주한다. 24일에는 TIMF 상주 작곡가이자 베이징올림픽 개막식 음악감독을 역임한 중국의 치강 첸과 프랑스의 작곡가 파스칼 뒤사팽의 곡들을 모았다. 최수열이 지휘하는 TIMF앙상블이 연주한다. 2011년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에서 바이올린 부문 2위를 한 신예 조진주의 22일 공연도 궁금하다. 프로코피예프의 소나타 1번과 현대음악 작곡가 류재준의 바이올린 카프리스 등을 들려준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김연아 세계선수권 우승] 9000여 관중 기립박수… 加합창단 우리말로 애국가 불러

    [김연아 세계선수권 우승] 9000여 관중 기립박수… 加합창단 우리말로 애국가 불러

    “마치 공백기를 갖지 않은 듯한 연기로 관중을 홀렸다. 이들은 연기가 끝나기도 전 기립박수를 준비했다.” 김연아(23)의 귀환을 지켜본 AP통신은 17일 “그의 우승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었으며 몇 점을 받을 것인지만 궁금했을 따름”이라고 전했다. 주요 외신들은 한 입으로 “언터처블”을 외쳤다. 로이터통신은 “김연아가 여왕이 돌아왔다는 것을 알리기라도 하듯 컴백 시즌을 마법 같은 우승으로 마무리했다”며 “내년 올림픽에서 그녀의 자리를 노리는 경쟁자들에게 여왕다운 퍼포먼스로 ‘맞붙을 준비가 됐다’는 경고를 보냈다”고 적었다. AFP통신도 “김연아가 동계올림픽 2연패의 강력한 후보로 올라섰다”며 “올림픽 여자 싱글 티켓 세 장을 확보한 나라는 한국과 일본, 미국뿐”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일간 시카고 트리뷴은 아예 “이번 대회는 골프에서 1부와 2부 투어를 나누듯 수준별로 나눴어야 했다”며 “하나는 김연아의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다른 모든 선수들을 위한 것”이라고까지 했다. 일본 언론도 김연아가 아사다 마오를 압도했음을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스포츠닛폰은 “아사다는 마지막 날 추격이 미치지 못해 3위에 머물렀다”고 전했다. 캐나다 일간 밴쿠버 선은 “디펜딩 챔피언(카롤리나 코스트너)이 코피까지 흘려가며 모든 것을 빙판 위에 쏟아냈지만 김연아에 미치지 못했다”고 짚었다. 글로브 앤드 메일도 “김연아가 세계선수권의 마지막을 전율로 장식했다”고 극찬했다. 아사다와 케이틀린 오스먼드(캐나다)가 연기를 마친 뒤 링크에서 몸을 푸는 김연아의 기를 죽이기라도 하려는 듯 맹렬히 자국 국기를 흔들며 소리를 질러대던 일본과 캐나다 팬들도 김연아가 점프할 때마다 탄성을 연발하며 열띤 박수를 보냈다. 마지막 스핀 과제인 체인지풋 콤비네이션 스핀을 구사하며 절정으로 치닫는 순간, 주제 음악 ‘레미제라블’의 선율이 제대로 들리지 않을 정도로 경기장 안은 뜨거운 함성으로 들끓었다. 9000여 관중 모두가 기립 박수로 여왕의 귀환을 반겼다. 시상식에서는 캐나다 합창단이 우리말로 애국가를 부르는 가슴 뭉클한 풍경이 이어졌다. 단상 맨 위에 올라선 김연아는 소치 겨울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할 예정이어서 마지막이 될 세계선수권 제패에 감격이 복받친 듯한 표정이었다. 최병규 기자 cbk91065@seoul.co.kr
  • ‘젊은 거장’ 손열음의 손짓

    ‘젊은 거장’ 손열음의 손짓

    클래식 연주자들에게 예술의전당(예당) 콘서트홀은 꿈의 무대다. 웬만해선 2200석짜리 홀을 엄두도 내지 못한다. 외국 유명 피아니스트들도 3층까지 객석을 채우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충만한 감성과 화려한 테크닉, 폭발적인 타건까지 겸비한 피아니스트 손열음(27)쯤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2011년 러시아 차이콥스키 국제 피아노콩쿠르에서 한국 국적자로는 처음으로 2위를 수상함과 더불어 모차르트 협주곡 최고 연주상, 콩쿠르 위촉 작품 최고 연주상까지 휩쓸면서 ‘미래의 거장’으로 발돋움한 그다. 일부 클래식 팬들은 손열음이 아직까지 예당 콘서트홀 무대에 서지 못했다는 사실을 의아해할지도 모른다. 손열음이 오는 7일 예당 콘서트홀에서 첫 리사이틀을 연다. 한껏 농익은 기량을 펼쳐 보일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고심 끝에 구성했다. 1부에서는 19세기 프랑스 작곡가 샤를 발랑탱 알캉(1813~1888)의 ‘이솝의 향연’, 한국 관객에게도 친숙한 쇼팽(1810~1849)의 발라드 2번과 왈츠 스케르초, 마주르카를 들려준다. 2부에서는 프로코피예프(1891~1953)의 피아노 소나타 8번에 이어 러시아 작곡가 니콜라이 카푸스틴(1937~)의 연습곡 6~8번으로 일단락 짓는다. 집중력과 테크닉을 요구하는 알캉과 생존 작곡가 카푸스틴의 곡은 손열음에게도 실전에서의 첫 도전이다. 다른 피아니스트들이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소나타 6번 혹은 7번을 즐겨 연주하는 것과 달리 8번을 주요 레퍼토리로 삼는 손열음의 손길을 느껴 보는 건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손열음은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무대에서도 파격적인 앙코르곡을 양껏 들려주기 때문에 서둘러 일어서면 손해다. 터키 피아니스트 파질 사이가 편곡한 재즈 버전의 터키행진곡이 대표적이다. 엔딩크레디트가 올라간 뒤 나오는 마블 영화의 숨겨진 영상이나 청룽 영화의 NG 영상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1일 전주 소리문화의전당과 5일 대전 문화예술의전당에서도 같은 프로그램으로 공연한다. 3만~7만원. 1577~5266.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