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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기는 중국] 책만 보면 코피 쏟는 희소병 소년, 결국 학업중단

    [여기는 중국] 책만 보면 코피 쏟는 희소병 소년, 결국 학업중단

    책만 펼치면 코피를 쏟아 학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소년이 있어 화제다. 계면신문(封面新闻)은 24일 중국 지난(济南)에 사는 12살 소년 샤오텐(小田)의 사연을 소개했다. 샤오텐은 "공부만 하면 코피가 나와서 책을 다 적신다”고 말했다. 그래서 수업을 시작하면 바로 화장실로 달려가야만 한다. 결국 현재 학업을 중단하고, 휴학 상태다. 실제로 타이머를 켜고 샤오텐 군에게 책을 읽도록 하자, 1분 만에 코피가 흘렀다. 그의 모친은 “4년 전부터 날씨가 건조하면 아이가 줄곧 코피를 흘리다가 봄이 되면 나아지곤 했는데, 지난해 말부터는 증세가 심해졌다”고 전했다. 코피의 양도 많아진 것은 물론 빈도도 잦아졌다. 한 시간 동안 책을 보면 4번가량 코피가 쏟아진다. 하루에만 20여 차례씩 코피를 쏟는다. 병원에서 혈소판, 응혈, CT 검사, 뇌 MRI 등 검사를 샅샅이 했지만, 모든 수치가 정상이었다. 그나마 중의약을 먹으면 상태가 다소 호전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공부만 하면 코피가 흐른다. 공부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샤오텐은 그저 평범한 다른 친구들처럼 책을 보는 것이 간절한 소원이다. 사진=계면신문 이종실 상하이(중국)통신원 jongsil74@naver.com
  • 난, 마트 대신 집 앞 편의점 간다

    난, 마트 대신 집 앞 편의점 간다

    소비 트렌드 “편한 게 제일”… 1인가구 증가로 대량 구매 줄어 ‘집 주변 소비’ 확산#1. 혼자 사는 20대 직장인 최모씨는 차를 타고 10분 걸리는 근처 대형마트보다 집 앞 편의점을 주로 이용한다. 요즘은 편의점에서 웬만한 물건을 구입할 수 있고 통신사 할인 등을 활용하면 대형마트와의 가격 차이도 크지 않기 때문이다. 과소비를 자제할 수 있다는 면에서 편의점 쇼핑이 되레 경제적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그의 발길을 편의점으로 이끄는 것은 ‘편리함’이다. 최씨는 “굳이 대형마트에서 당장 쓰지 않을 물건을 많이 살 필요도 없고 무거운 짐을 옮기기 위해 차를 끌고 나갈 이유도 없다”고 설명했다. #2. 곧 결혼을 앞둔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주말이면 서울 시내 복합쇼핑몰에서 주로 데이트를 한다. 더위나 추위, 비나 미세먼지 걱정 없이 하루 종일 한 장소에서 다양한 여가 활동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 코엑스몰, 영등포 타임스퀘어, 잠실 롯데월드몰과 같은 복합쇼핑몰에는 맛집뿐 아니라 영화관, 서점, 미술관, 수면 카페 등이 모여 있어 데이트 장소로 최적이다. 김씨는 “최근엔 프랜차이즈 식당 외에 오래된 맛집들도 복합쇼핑몰에 입점하고 있다”면서 “쇼핑몰 안에 있는 상점에선 다 같은 포인트를 적립해 주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요즘은 소비 트렌드도 ‘편한 게 제일’이다. 1인 가구 증가로 대량 구매가 줄어들면서 ‘집 주변 소비’가 뜨고 있다. 주말에 여가 시간을 보낼 때도 편의성을 중시해 한 장소에서 ‘원스톱’으로 해결하려는 사람들이 늘었다. 22일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가 고객 52만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자동차 없이도 갈 수 있는 집 근처 500m 이내에서 결제한 비중이 2014년 37%에서 지난해 45%로 8% 포인트 높아졌다. 반면 1㎞ 이내는 22%에서 21%로, 3㎞ 이내는 41%에서 34%로 각각 낮아졌다. 걸어서 이용 가능한 거리의 가맹점에서 생필품을 구입하는 고객이 늘고 있는 셈이다. ‘집 주변 소비’ 확대는 커피숍 매출에서도 나타났다. 집 근처 500m 이내에 있는 커피숍 이용 건수 비중이 2014년엔 8%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엔 13%로 늘어났다. 멀리 가지 않고 가까운 커피숍에서 공부나 일을 하는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과 ‘코피스족’(커피와 오피스의 합성어. 카페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커피와 샌드위치 등으로 간단하게 한 끼를 해결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도 한 원인이다. 편의성을 중시하는 소비 성향은 최근 복합쇼핑몰을 찾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는 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40대 이상 중장년층의 이용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주말 복합쇼핑몰 이용 고객 비중을 보면 30대가 39%로 가장 많았고 20대 32%, 40대 19%, 50대 7%, 60대 이상 3% 순이었다. 여전히 2030 세대가 복합쇼핑몰의 주 이용 고객인 셈이다. 하지만 2015년과 지난해 이용 고객 수를 비교해 보면 20대 이하는 오히려 3%가 줄어든 반면 60대 이상은 131%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50대는 66%, 40대는 46%, 30대는 30%가 늘어났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는 “최근 복합쇼핑몰은 다양한 세대가 하루를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쇼핑 놀이터로 진화하고 있다”면서 “골목상권 가맹점들도 편의성을 중시하는 고객 공략법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차 끌고 마트? 요샌 ‘쓰레빠’ 끌고 편의점 간다

    차 끌고 마트? 요샌 ‘쓰레빠’ 끌고 편의점 간다

    혼자 사는 20대 직장인 최모씨는 차를 타고 10분 걸리는 근처 대형마트보다 집 앞 편의점을 주로 이용한다. 요즘은 편의점에서 웬만한 물건을 구입할 수 있고 통신사 할인 등을 활용하면 대형마트와 가격 차이도 크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의 발길을 편의점으로 이끄는 것은 ‘편리함’이다. 최씨는 “굳이 대형마트에서 당장 쓰지 않을 물건을 많이 살 필요도 없고 무거운 짐을 옮기기 위해 차를 끌고 나갈 이유도 없다”고 설명했다. 곧 결혼을 앞둔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주말이면 서울 시내 복합쇼핑몰에서 주로 데이트를 한다. 더위나 추위, 비나 미세먼지 걱정 없이 하루 종일 한 장소에서 다양한 여가 활동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 코엑스몰, 영등포 타임스퀘어, 잠실 롯데월드몰과 같은 복합쇼핑몰에는 맛집뿐 아니라 영화관, 서점, 미술관, 수면 카페 등이 모여 있어 데이트 장소로 최적이다. 김씨는 “최근엔 프랜차이즈 식당 외에 오래된 맛집들도 복합쇼핑몰에 입점하고 있다”면서 “쇼핑몰 안에 있는 상점에선 다 같은 포인트를 적립해 주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요즘은 소비 트렌드도 “편한 게 제일”이다. 1인 가구 증가로 대량 구매가 줄어들면서 ‘집 주변 소비’가 뜨고 있다. 주말에 여가 시간을 보낼 때도 편의성을 중시해 한 장소에서 ‘원스톱’으로 해결하려는 사람들이 늘었다. 22일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가 고객 52만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자동차 없이도 갈 수 있는 집 근처 500m 이내에서 결제한 비중이 2014년 37%에서 지난해 45%로 8% 포인트 높아졌다. 반면 1㎞ 이내는 22%에서 21%로, 3㎞ 이내는 41%에서 34%로 각각 낮아져 걸어서 이용 가능한 거리의 가맹점에서 생필품을 구입하는 고객이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집 주변 소비’ 확대는 커피숍에서도 나타났다. 집 근처 500m 이내에 있는 커피숍 이용 건수 비중이 2014년엔 8%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엔 13%로 늘어났다. 이는 멀리 가지 않고 가까운 커피숍에서 공부나 일을 하는 이른바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과 ‘코피스족’(커피와 오피스의 합성어. 카페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커피와 샌드위치 등으로 간단하게 한 끼를 해결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도 한 원인이다. 편의성을 중시하는 소비 성향은 최근 복합쇼핑몰을 찾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는 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40대 이상 중·장년층의 이용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주말 복합쇼핑몰 이용 고객 비중을 보면 30대가 39%로 가장 많았고 20대 32%, 40대 19%, 50대 7%, 60대 이상 3% 순이었다. 여전히 2030 세대가 복합쇼핑몰의 주 이용 고객인 셈이다. 하지만 2015년과 지난해 이용 고객 수를 비교해 보면 20대 이하는 오히려 3%가 줄어든 반면 60대 이상은 131%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50대는 66%, 40대는 46%, 30대는 30%가 늘어났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는 “최근 복합쇼핑몰은 다양한 세대가 하루를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쇼핑 놀이터로 진화하고 있다”면서 “이른바 골목상권 가맹점들도 편의성을 중시하는 고객 공략법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트럼프, 올해 초 주한미군 가족 대피 명령 내렸다”

    “트럼프, 올해 초 주한미군 가족 대피 명령 내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 몇 주 전 주한미군 가족의 대피 준비를 명령했다고 CNN이 전·현직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전쟁을 실제 가능성으로 인식했다는 것이다.그러나 이 명령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의 논의 끝에 ‘주한미군 가족 동반 금지’라는 타협안으로 축소됐다가 결국 흐지부지됐다. CNN은 “그 명령은, 만약 전면적으로 이행됐다면, 북한과의 긴장을 끌어올려 한반도를 전쟁의 소용돌이로 더욱 다가서게 할 수 있었던 도발적인 조치였다”면서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이 심지어 연초까지만 해도 북한과의 전쟁을 실제 하나의 가능성으로 간주했다는 가장 명확한 표시”라고 풀이했다. CNN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초 허버트 맥매스터 당시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에게 8000여명에 달하는 주한미군 가족의 대피 준비를 명령했다. 맥매스터 당시 보좌관의 오전 일일 정보 브리핑 때 이 명령이 이뤄졌다고 한다.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은 맥매스터를 포함한 최고 안보 수뇌부 사이에 깊은 우려를 불러일으켰다고 CNN은 전했다. 미국의 이러한 조치를 북한이 봤을 때 미국이 전쟁을 준비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 안보 수뇌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으로 남북한이 외교적 무대의 서막으로 여긴 평창 올림픽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다는 점까지 우려했다고 CNN은 보도했다. 미국 행정부의 한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대해 “그것은 명령이었다. 우리는 그것을 (변경 불가능한) 기정 사실로 봤다”고 말했다. 이에 맥매스터 당시 보좌관은 부하 직원들에게 주한미군 가족의 대피를 명령하는 대통령 각서를 일단 준비할 것을 지시했으며, 하루 만에 만들어진 이 각서는 존 켈리 비서실장에게 전달됐다. 그러나 ‘맥매스터-매티스’의 막후 교섭 덕분에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이 현실화되지 않았다고 CNN은 설명했다. 2명의 행정부 관리에 따르면 두 사람은 주한미군 가족의 대피안을 취소하는 대신 향후 주한미군의 가족 동반을 금지하는 내용의 축소된 타협안을 만들어 트럼프 대통령의 동의를 끌어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 타협안도 결국 실행에 옮겨지지는 않았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 명령이 나오게 된 배경은 명확하지 않다고 전했다. 다만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들은 북한에 대해 ‘코피 전략’이라는 예방타격을 가하는 방안만큼은 숙고했다는 점을 언급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한반도의 긴장 상황이 궁극적으로 레토릭 차원을 넘어 고조될 수 있다고 믿어 북한에 대한 군사 옵션을 고민하고 있었다”면서 “이러한 도발적 조치에서 지금의 정상외교로의 급격한 변화는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국제 무대에서 취했던 냉·온탕을 오가는 식의 접근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유니폼 테이프 붙여 ‘1’ 가린 스태프에 벌금 물린 부자 구단

    유니폼 테이프 붙여 ‘1’ 가린 스태프에 벌금 물린 부자 구단

    경기 도중 유니폼 셔츠를 갈아 입혀야 했다. 하지만 여벌 유니폼을 찾지 못한 구단 직원들은 급한 대로 다른 선수 유니폼에 테이프를 붙여 번호를 가린 채 그라운드로 들여 보냈다. 구단은 야멸차게도 “브랜드 이미지를 훼손했다”며 벌금을 물렸다. 지난 8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 원정 경기에서 중국 슈퍼리그 라이벌 톈진 콴잔과 맞붙은 부자 구단 광저우 에버그란데에서 벌어진 일이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중국 국가대표 출신 수비수인 장린펑이 전반전에 코피를 흘려 유니폼 셔츠를 갈아 입어야 했다. 그런데 등번호 5번 유니폼 여벌이 눈에 띄지 않았다. 그래서 급한 대로 교체 선수 장웬자오의 15번 셔츠 앞자리 1를 테이프를 붙여 가리고 입게 했다. 테이프가 노랑색이라 눈에 잘 띄지도 않았는데 문제는 그러면서 이름까지 일정 부분 가려졌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구단 직원들은 후반전에 제대로 된 유니폼 상의를 찾아내 입혔다. 하지만 구단은 성명까지 내 총매니저 가오한 등 구단 직원 5명이 커다란 실수를 저질렀다며 “책임감 부족”을 이유로 들어 액수가 밝혀지지 않은 벌금을 물렸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대표팀 수비수 출신 파비오 칸나바로가 감독을 맡은 광저우는 중국 슈퍼리그를 지난해까지 7연패한 명문 구단이다. 두 팀은 이날 0-0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빅터 차 “비핵화 선언은 최소한의 결과물… 그 이상 나올 것”

    빅터 차 “비핵화 선언은 최소한의 결과물… 그 이상 나올 것”

    “한반도 비핵화 선언이나 평화와 관련한 성명서는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으로 얻을 수 있는 최소한의 결과물일 것이다. 그 이상이 나올 수 있다.”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24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비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주제로 열린 아산플래넘 2018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그 누구를 만나도 북 정상(김정은 북 국무위원장)만큼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없다”며 “따라서 실패를 원하지 않을 것이며, 과거 (북핵 문제가) 실패 전력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은 오후 2시 50분부터 50분가량 진행됐다. 차 석좌는 지난 21일(현지시간)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 중단 및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선언에 대해 “비핵화 선언이 아니며, 북한이 책임 있는 핵무기 보유국이 될 수 있다는 선언”이라고 했었다. 같은 맥락에서 이날도 경계의 목소리를 전했다. 차 석좌는 “북한의 핵실험장 폐기 선언은 환영받을 수 있지만 2000년 정상회담(김대중 전 대통령·김정일 전 국방위원장)도 비슷한 양상이었다”며 “따라서 북한이 실제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에서 약속한 것을 지킬 수 있을지는 충분히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한국에 오니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설렘, 흥분의 분위기가 느껴지는데 미국 정가와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조지 W 부시 백악관에서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국장을 지낸 차 석좌는 지난해 트럼프 정부의 주한 미국대사로 내정됐지만 올해 초 낙마했다. 원인으로는 대북 강경파의 코피작전(Bloody Nose·제한적 선제타격론)을 반대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그는 “인사는 백악관 마음이니 답을 않겠다”며 “코피작전은 전략(종합적 준비)이 아닌 전술(전투실시 방식)이고 정상회담은 성공·실패와 관계없이 전략이 마련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제임스 스타인버그 전 미 국무부 부장관은 앞선 오후 1시부터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만일 북한이 추가 (핵실험) 도발을 한다면 얻는 것은 하나도 없고 모두 잃을 것”이라며 “북이 실제로 풍계리 핵실험장 가동을 중단했는지에 대해서 실질적인 검증 과정을 받아들이겠다는 합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북·미 정상회담이 전례가 없는 협상이라는 점에서 1991년 부시 전 미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구소련 대통령이 만나 장거리 핵무기를 줄이기로 했던 회담에 빗댔다. 그는 “북·미 정상 모두 예측 불가능한 경향이 있으며 이런 세팅(북 비핵화)에 경험이 없다”며 “전례가 없는 상황이어서 예측하기 힘들며, 모든 교착 상태를 돌파할 수 있는 돌파구가 마련될 수도 있고, 반대로 결론이 실망스러워 상황이 악화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널문은 열리는데…/박홍환 정치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널문은 열리는데…/박홍환 정치부 선임기자

    서울 서북쪽 48㎞, 평양 남동쪽 180㎞ 지점의 판문점 일대가 또다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오는 27일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와 판문점 우리측 평화의집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다. 분단 전 김구 선생이 마지막으로 왕래한 이후 6·25전쟁과 정전을 거쳐 양쪽의 지도자급 인사들에게 철문처럼 닫혀 있던 판문점이 활짝 열리는 것이다. 이런 세계사적인 이벤트는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1998년 소떼를 이끌고 판문점을 넘었던 그때의 감동을 훨씬 뛰어넘는다. 불과 넉 달여 전만 해도 한반도에는 암울한 예언이 난무했기 때문에 더 그렇다.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쏘아대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흥분시켰고, 미국은 ‘코피작전’ 구상을 흘리며 김 위원장을 몰아세웠다. 문 대통령의 ‘운전대’는 작동할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최강 추위가 몰아치고 짙은 먹구름이 몰려오자 온 국민은 움츠러들 수밖에 없었다. 희망은 너무도 멀리 있었고, 언 땅이 녹아 판문점에서 봄이 만개할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동서 800m, 남북 600m 타원 형태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지키는 JSA 경비대대의 모토는 “최전방에서”(In front of them all)이다. 유엔군사령부 소속 미군들이 사용하던 이 모토는 2004년 한국군 위주로 경비대대가 개편된 뒤에도 여전하다. 후방 4㎞에 있는 대대본부 캠프 보니파스 정문에도 아치 형태로 이 문구가 큼지막하게 걸려 있다. 북한군과 10걸음 정도 거리에서 대치하고 있으니 154마일 MDL 가운데 더 최전방인 곳이 있을 수도 없다. 각종 사건이 많았지만, 특히 보니파스라는 캠프명에 새겨져 있는 비극적 사연은 이곳이 얼마나 휘발성 강한 위험 인자를 내포하고 있는지 알려준다. 보니파스는 1976년 미루나무 제거 작업을 지휘하다 북한군의 도끼 만행에 희생된 미군 대위 이름이다. 작은 표지석 하나가 비극의 현장에 남아 있고, 바로 옆 ‘돌아올 수 없는 다리’에는 폐쇄된 채 세월의 더께만 잔뜩 쌓여 있다. 보름 전 현장을 방문했을 때 연신 “정말 위험하다”며 버스 안에서만 사진을 찍도록 한 안내 장교의 경고가 아직도 귓전을 맴돈다. 이런 아픔과 위험을 뒤로한 채 판문(板門), 즉 널문이 활짝 열리고 있다. 한반도에 평화가 깃드는 것은 분명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깊게 후벼진 생채기는 반드시 치유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소금 뿌린 상처는 덧나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또다시 제기되는 천안함 의혹은 불편하다 못해 불쾌하다. 다국적 조사단이 밝혀낸 북한 소행이라는 사실을 근본부터 부정함으로써 내부의 갈등만 커지고 있다. 그러니 천안함을 어뢰로 폭침시킨 북한의 잠수정 운용 책임자(정찰총국장)였던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은 “내가 남쪽에서 천안함 사건의 주범이라는 사람”이라고 비아냥대고, 관영 매체들은 ‘천안함 모략극’ 맹공에 나서는 것이다. 소신 없는 군도 문제다. ‘북한-정찰총국-김영철’ 세부 책임론을 고수하던 군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꼬리를 내렸다. 항구적 평화를 위해서도 ‘천안함 딜레마’는 반드시 풀어야만 한다. 하지만 피해 당사자인 군이 이 모양인데 누가 총대를 메겠나. stinger@seoul.co.kr
  • 북·미회담 차질 우려에…백악관 “취약점 없다”

    미국 백악관이 오는 5월 북·미 정상회담 실무준비 부처인 미 국무부 장·차관 동시 해임 등으로 회담 준비 차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과 관련, 15일(현지시간) 북·미 정상회담 준비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백악관 내부에 렉스 틸러슨 장관 경질 등으로 인해 미·북 정상회담 준비에 취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느냐’는 질문에 “나는 어떠한 취약점도 없다고 확실히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의 국무장관 후임 내정에 대해서도 “대통령은 적기에 적절한 인물을 가장 맞는 자리에 배치하길 원한다”며 이번 국무장관 전격 교체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또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전날인 14일 한국과의 무역 불균형을 거론하며 ‘주한미군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어디 한번 보자’는 발언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말하려고 했던 것은 현 행정부가 미국인 근로자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미국의 무역과 투자 협정들을 재협상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는 점”이라면서 “주한미군 철수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미국의소리(VOA)가 전했다. 또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가까운 동맹인 한국과의 무역이 자유롭고 공정하며 상호 호혜적이게 되게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데이나 화이트 국방부 대변인도 같은 날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주한미군 철수 발언의 진의를 묻는 질문에 “초점은 우리와 한국의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견고하다는 것”이라면서 “워싱턴과 서울 사이에는 틈이 없다. 우리는 그들(한국)을 계속 지원하고 함께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리 해리스 미국 태평양사령관은 이날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우리가 한국, 일본과의 동맹을 파기한다면 그(김정은)는 행복한 사람이 될 것”이라면서 “북한 정권은 핵무기 보유로 한반도의 적화통일을 꿈꾸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해리스 사령관은 제한적 대북 선제타격 구상인 ‘코피 전략’에 대해 “우리는 코피전략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북·미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우리는 그것(회담)이 어디로 갈지 두고 봐야 할 것”이라면서 “결과에 대해 너무 낙관적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미 태평양사령관, 트럼프 주한미군 철수 발언에 “김정은 춤출 것”

    미 태평양사령관, 트럼프 주한미군 철수 발언에 “김정은 춤출 것”

    해리 해리스 미국 태평양사령관이 주한미군 철수 시 “그(김정은)는 승리의 춤을 출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과 무역협상이 잘 안될 경우 주한미군을 철수하겠다고 위협하는 방안을 거론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에 나온 발언이다.해리스 사령관은 15일(현지시간)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나와 북한 김정은 정권이 핵무기 보유를 통해 한반도를 적화통일하려 한다는 자신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우리가 한국, 일본과의 동맹을 파기한다면 그(김정은)는 행복한 사람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워싱턴포스트(WP)는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미주리 주에서 열린 모금 만찬에서 한국과의 무역 협상이 미국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으면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도 있다는 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보도했다. 해리스 사령관은 제한적 대북 선제타격 구상인 ‘코피 전략‘(bloody nose strategy) 논란에 대해 “우리는 코피 전략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일축했다. 또 북한과의 물리적 충돌 시 “우리는 모든 것을 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도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美외교·안보 ‘매파 新3각 라인’… 5월 북·미 회담 주도할 듯

    美외교·안보 ‘매파 新3각 라인’… 5월 북·미 회담 주도할 듯

    헤일리, 유엔서 강경 대북 정책 북핵 정통 실무라인 없어 약점 경제 정책도 강경파로 채워져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과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등이 잇따라 물러나면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안보·경제 라인에 ‘매파’가 들어섰다. 특히 외교·안보 라인은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국무장관으로 내정되면서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리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와 함께 ‘신3각 라인’을 형성했다. 헤일리 대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강력한 대북 정책을 주도하고 있고, 맥매스터 보좌관 은 대북 ‘코피전략’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다.얼마 전까지 외교·안보는 ‘어른들의 축’이 주요 역할을 담당했었다.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으로 이어지는 라인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인 행동에 제동을 거는 완충재 역할을 해 왔다. 매티스 국방장관은 위치가 탄탄한 편이지만, 맥매스터 보좌관과의 관계는 ‘긴장’ 상태인 것으로 알려진다. 오는 5월 북·미 정상회담은 국무부 등 외교라인이 주도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매파 신3각 라인이 전면에 서면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와 폼페이오 국장이 결성한 CIA 내 ‘코리아미션팀’(KMT)이 북한과의 접촉을 주도해 나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무엇보다 현재 정통 외교 실무라인에는 북핵 문제에 정통한 인사가 없다시피 하다. 수전 손턴 차관보 대행과 맷 포팅어 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 마크 램버트 국무부 한국 과장 등은 중국 전문가로 분류된다. 앨리슨 후커 NSC 한국 담당 보좌관 정도가 ‘한국통’으로 꼽히지만,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부터 일해 온 ‘정무직’이다.중국으로 무역 전쟁의 칼끝을 겨누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정책도 ‘강경’ 일색으로 흐를 전망이다. 이는 대표적인 자유무역주의자인 콘 위원장이 떠나면서 백악관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 보호무역주의에 뜻을 같이하는 인사들만 남았기 때문이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과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은 수입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폭탄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또 중국 등 무역적자국에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어 통상 강경파의 대표 주자로 꼽힌다. 관세 장벽을 주도하는 로버트 라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역시 강경파로 분류된다. 워싱턴의 한 싱크탱크 관계자는 “콘 위원장 후임으로 보수 성향의 경제평론가인 래리 커들로가 거론되는 등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정책통들이 매파로 채워지고 있다”면서 “앞으로 중국, 한국 등 대미 무역흑자국과 상당한 마찰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치전문 매체인 폴리티코는 “렉시트(틸러슨 장관의 경질)를 계기로 트럼프 행정부는 대북 해법뿐 아니라 이란과 중동 문제, 기후협약 등에서 더욱 강경한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김주영의 구석구석 클래식] 음악은 몸짓보다 마음으로

    [김주영의 구석구석 클래식] 음악은 몸짓보다 마음으로

    지휘자의 고민에 대해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휘자는 앞과 뒤를 모두 만족하게 해야 한다. 좋은 연주를 위해 단원들에게 명료한 지시를 내려야 하고, 멋진 지휘 동작을 기대하는 청중들도 즐겁게 해 주어야 한다. 이 두 가지에서 모두 성공하기란 참으로 어렵다.” 내 앞의 단원들과 뒷모습을 바라보는 청중 사이에 끼어 있는 존재라서 어려운 것이 아니라 어느 한쪽을 포기할 수도, 선택할 수도 없는 일이라서 힘들다는 의미인 듯하다. 그런 면에서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는 미국의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은 청중과 단원을 모두 만족하게 했던 인물이었다. 작곡가, 피아니스트, 방송인이기도 했던 그의 격렬한 지휘 방식은 청중의 인기를 얻기 위한 지나친 쇼맨십이라는 혹평도 들었지만 동시에 매우 세심하고 날카로운 지시와 힌트로 어느 오케스트라든 최상의 음향을 만들어 내곤 했다. 포디엄에서 펄쩍 뛰어오르는 그의 모습이 단순히 볼거리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음은 이제 모두 인정하는 사실이다. 지난달 20일 도쿄 산토리홀에서 있었던 요미우리 닛폰 교향악단의 연주회에서 만난 러시아의 지휘자 유리 테미르카노프 역시 뛰어난 실력만큼이나 독특한 지휘 방식으로 유명하다. 지휘봉을 쓰지 않고 맨손으로 음악을 만드는 그는 개성적인 사인들을 통해 단원들이 지닌 창의력의 최고치를 이끌어 낸다. 여든이 넘은 고령이 됐지만 테미르카노프는 간결하면서도 변화무쌍한 손동작으로 프로코피예프와 드보르자크의 대곡들이 지닌 예술적 핵심을 재치있게 포착해 냈다. “지휘자의 손은 나와 오케스트라가 경험하고 있는 아름다움을 청중들도 똑같이 누리게 하기 위해 필요하다.” 그의 평소 지론이다. 무대에서 의자에 앉아 옆모습만 보이지만, 피아니스트 역시 그들의 연주 매너와 함께 기억된다. 20세기 최고의 거장이었던 아르투르 루빈스타인의 ‘스완 다이브’는 사진이나 동영상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제비식 다이빙’으로 풀이할 수 있는 이 동작은 팔을 건반 위로 높이 올려 내리치듯 연주하는 것이었는데, 스케일이 크고 당당한 루빈스타인의 스타일과 멋지게 어우러지며 그의 인기에 큰 공헌을 했다. 하지만 이 멋진 포즈는 무대에서 피아니스트가 연주하는 곡이 어떤 분위기로 전개되는지 동작으로 설명해 주는 것에 불과한바 루빈스타인 역시 꼭 필요한 부분에서만 이 포즈를 취했으며 음악적으로 불필요한 곳에서는 철저히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개성파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는 다양한 실험과 개척 정신만큼 남다른 풍모로도 유명하다. 몰아지경에 빠진 듯 눈을 반쯤 감고, 입을 연 채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크레머의 모습은 누구도 따를 수 없는 뛰어난 테크닉과 결합해 결코 미남이 아님에도 그를 매우 사진발을 잘 받는 인기 음악가로 자리 잡게 만들었다. 젊은 시절 독특한 몸동작을 하며 연주하는 모습으로 ‘춤추는 바이올리니스트’라는 혹평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불필요한 곳에 그의 ‘춤’이 들어갔던 적은 결코 없었다. 근본적으로 무곡의 악상을 가득 지니고 있는 바흐의 무반주 소나타와 파르티타를 연주하며 춤을 추듯 움직이는 크레머의 모습은 그 자체로 작품의 본질을 훌륭히 설명하고 있다. 다시 번스타인 이야기다. 젊은 번스타인을 가르쳤던 선생님 중 헝가리 출신의 지휘자 프리츠 라이너는 강한 카리스마와 완고함으로 단원들에게 악명이 높았다. 그는 최소의 지휘 동작으로 단원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조용한’ 지휘자였는데, 그의 제자 중 가장 성공한 인물은 지휘 폼이 매우 요란한 번스타인이었다. 어째서 제자의 지휘를 용납했느냐는 질문에 라이너는 간단하게 답했다. “번스타인은 천재니까.” 탁월한 재능과 노력으로 만들어진 음악가라면, 그 음악에 진실이 들어 있다면 겉모습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예술은 어차피 마음으로 전달되는 것이기에 그렇다.
  • 정봉주 “프레시안과 서어리 기자, 정정보도 없으면 고소”

    정봉주 “프레시안과 서어리 기자, 정정보도 없으면 고소”

    민주당 복당을 신청하고 서울시장 경선을 준비한 정봉주 전 의원은 12일 “성추행한 사실은 전혀 없다”면서 서울시장 경선 포기는 없다는 뜻을 내비쳤다.정 전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인터넷 매체 프레시안의 의혹 보도에서 특정한 성추행 시간과 장소에 본인이 없었다며 성추행 의혹을 일축했다. 정 전 의원은 “저는 2011년 12월 23일(금요일)이건, 2011년 12월 24일(토요일)이건 간에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A씨를 만난 사실도 성추행한 사실도 없고, 그 전후에도 A씨를 성추행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성추행 장소로 지목된) 여의도 렉싱턴 호텔 룸, 카페, 레스토랑, 레스토랑 룸이었건 간에 A씨를 만난 사실이 없고 성추행한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프레시안은 앞서 지난 7일 2011년 12월 23일 호텔 카페 룸에서 정 전 의원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A씨의 주장을 보도했고, 정 전 의원은 이에 당일 A씨를 만난 사실이 없다며 성추행 의혹을 일축했다. 이후 프레시안은 A씨가 정 전 의원의 수감일을 착각해 성추행을 당한 일자를 착각했을 수 있다며 성추행 날짜가 12월 24일일 가능성이 있다는 후속 보도를 내놨다. 정 전 의원은 4차에 걸친 프레시안 보도는 말바꾸기로 일관되어 있다면서 ‘입맞추기에서 입맞추려고 다가갔다’, ‘23일이 아닌 크리스마스 이브’, ‘호텔 룸이 아닌 레스토랑, 카페 등’으로 자주 말을 바꾸며 자기 부정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프레시안은 아무런 팩트체크 없이 보도를 강행했다. 서어리 기자와 A씨 등은 같은 대학에 다니는 친구로서 ‘나꼼수’의 지지자였다고 한다. 이들과 공식 모임에서 두 세 번 만났을 뿐 단독으로 A씨를 만나지도 성추행하지도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 전 의원은 12월 23일과 24일 행적을 사진으로 공개하며 분단위로 쪼개 당시 알리바이를 제시하면서 성추행 의혹을 부인했다. 정 전 의원은 기자회견 이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서울시장 출마 선언식 1시간 여를 앞두고 기사가 나왔다. 당시 나는 대법원 판결 이후 코피가 터질 정도로 정신적 충격에 휩싸여서 당시 상황을 잘 기억을 못하는데, 닦달을 하듯 물어봤기 때문에 내 나름대로 증거들을 확인하며 부인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전 의원은 “프레시안에게 정정보도와 사과문을 요구하는 바이며, 그렇지 않을 시에는 법적으로 고소도 불사하겠다. 방송에서 수차례 #미투 운동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서어리 기자와 프레시안의 보도를 지적하고 고소를 하더라도 A씨를 고소하지 않는 건, A씨가 허위로 주장했는지 아니면 프레시안이 허위로 썼는지 확인해야 하고 #미투 운동을 지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문경근 기자의 서울&평양 리포트] 화려한 만찬으로 특사단 대접…北 오래된 ‘대화 갈증’ 엿보여

    [문경근 기자의 서울&평양 리포트] 화려한 만찬으로 특사단 대접…北 오래된 ‘대화 갈증’ 엿보여

    지난 5일 북한 평양시 창광구역에 위치한 노동당 당사에서는 처음으로 정부 대표단을 위한 성대한 연회가 개최됐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수석특사로 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단을 위한 만찬을 열었다.청와대가 당일 공개한 만찬 사진에서는 풍성하다 못해 화려한 연회 식탁이 가장 눈에 띄었다. 식탁에 오른 4가지 종류의 술 가운데는 수삼을 넣어 만든 ‘삼로주’가 있었고, 외국산 와인도 보였다. 지난해 11월 유럽연합(EU)은 시계와 와인 등의 대북 수출을 전면 금지하는 등 북한에 대한 사치품 금수 범위를 대폭 확대했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남북 간 만남에서 대북 제재를 무색하게 하는 와인의 등장은 여러 생각이 들게 했다. 이날 만찬 식탁에 오른 음식은 빵과 경단 그리고 철갑상어 등으로 알려졌다. 한식과 양식, 일식이 골고루 오른 연회였다. 북한에서 공을 들인 것은 음식만이 아니었다. 김정은의 부인인 리설주도 참석하는 성의를 보였다. 북한이 나름 특사단을 위해 신경을 많이 쓴 것이 엿보일 정도였다. 만찬을 찍은 몇몇 사진에서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는 김정은 모습도 또 다른 볼거리였다. 북한을 방문했던 특사단은 김정은을 “솔직하고 대담하다”고 평가했다. 그도 그럴 것이 융숭한 대접을 받았으니 그런 말이 절로 나왔을 것이다. 북한이 공개한 조선중앙TV 영상에서도 김정은이 환하게 웃는 사진이 나왔다. 김정은의 그 같은 얼굴에서 지난 시름이 가셔지는 듯한 모습이 보이는 이유는 뭘까. 지난해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국제사회는 유례없는 대북 압박을 가하고 있다. 미국은 계속해서 촘촘한 독자 제재로 북한을 더욱 고립시키고 있다. 여기에 더해 북한의 상징적인 곳을 제한적으로 선제 타격하는 ‘코피작전’을 상정한 것도 김정은에게는 악몽 같은 시간이었을 것이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대북 특사를 파견, 북·미 대화의 마중물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북한으로서는 얼마나 반갑고, 고마웠을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기에 극진한 대접을 아끼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북한의 조급이 대북 특사단의 방북을 유도한 측면도 있지만, 역으로 볼 때 우리 정부가 적시에 나타나 준 것이 오히려 북한으로서는 고맙게 느껴질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과거에는 북한이 시간은 자신들의 편이라고 여겨 국제사회의 비핵화 요구에 계속 거부를 했지만, 강도 높은 대북 제제로 이미 한계점에 다다른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정은이 주최한 화려하고 풍성한 연회를 보면서 북한의 또 다른 그늘이 드리워지는 것은 왜일까. 주민의 절반이 굶주림에 고생하는데 김정은은 고도 비만을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다. 한 탈북민은 “북한 주민들은 굶주리는데 북한에서 살찐 사람들은 다 김정은과 그 주위에 있는 간부들뿐”이라며 “주민들을 착취해 자신의 배를 불리는 독재 정권이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2월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북한 주민 1명이 1년 동안 소비할 쌀과 옥수수를 합하면 136㎏으로, 1인당 하루 374g의 곡물밖에 섭취하지 못한다고 전했다. 이는 유엔이 제시하는 일일 섭취 권장량 600g의 62%에 불과하다. 따라서 북한이 국제사회의 요구대로 정상국가로 가고자 하고, 주민들의 최소한의 생명을 책임지는 곳이라면 특사단 회담에서 한 다짐처럼 즉각적인 비핵화 행동에서 이탈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김정은이 보여 준 북한의 태도 변화가 현재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꼼수’라면 더욱 혹독한 대북 제재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렇게 되면 정부도 더이상 북한을 위해 마중물 역할을 수행할 수 없게 된다. 반대로 북한에 이용만 당했다는 비판만 받을 것이다. 김정은의 조급이 어떤 결말로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mk5227@seoul.co.kr
  • [문경근의 서울&평양 리포트] 북한의 위기 대응... 1994년 2018년 닮은 듯 다른 면은?

    [문경근의 서울&평양 리포트] 북한의 위기 대응... 1994년 2018년 닮은 듯 다른 면은?

    역사의 쳇바퀴인가. 북한이 위기에 대응하는 방식이 닮았다. 1994년 1차 북핵 위기 때와 2018년이 말이다.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의 만남을 흔쾌히 승낙했다. 대북특사로 북한을 방문했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백악관에서 만나서 말이다. 김정은이 현재 북한에 짙게 드리운 위기의 그림자를 걷어내는 방법으로 북미 정상회담을 택한 것은 유일한 대책이었나 보다. 그의 이런 모습을 보다 보면 1994년 김일성 주석이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을 북한 평양으로 초청했던 것과 겹쳐져 보이는 이유는 왜 일까. 1994년과 2018년의 같은 듯 다른 면을 살펴보자. 1994년 북한은 미국과의 전쟁을 각오했었다. 북한은 전국에 준전시상태를 선포하고, 전군에 전쟁 준비를 지시했다. 미국의 군사공격을 대비한 것이다. 당시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은 ‘핵확산금지조약’을 탈퇴하고 핵개발에 나선 북한을 공격할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군사·외교적으로 북한을 압박했다. 현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 대북제재를 보완하는 독자제재로 연일 북한의 숨통을 옥죄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향해 군사적 옵션인 ‘코피전략’을 상정하고, 그 전 단계로 해상봉쇄까지도 검토한다는 얘기가 미국 정가에서 흘러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시간은 자신들의 편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북한이 먼저 움직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1994년 때도 이와 비슷했다. 북한은 미국의 압박을 해소하기 위해 클린턴 대통령의 특사로 반전(反戰)주의자로 알려진 카터 전 대통령을 평양으로 불러들였다. 평양으로 날아온 카터 전 대통령은 김일성과 회담을 통해 핵 위기를 위한 북미 간 핵 논의를 합의했다. ‘전쟁’ 위기를 해소한 것이다.이번에도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으로 위기를 돌파하려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만남의 장소는 미정이지만 날자는 5월로 정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을 김정은이 받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1994년 때와 현재의 다른 면은 북한을 대하는 미국의 자세가 강경하다는 것이다. 미국이 북한과의 만남 날짜를 못 박은 것은 더 이상 시간 끌기를 하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 전직 고위 외교관은 “미국이 날짜를 못 박은 것은 북한에게 과거 처럼 ‘시간끌기를 하지 말라’고 압박하는 것”이라며 “북한이 하는 말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행동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강조하려는 뜻”이라고 진단했다. 미국은 과거 북한이 합의 파기를 반복했던 것을 반면교사 삼아, 실질적인 행동 없이는 제재를 완화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정 실장이 백악관에서 대북 결과 브리핑을 한 직후 트위터에 글을 올려 “큰 진전이 이뤄졌다. 하지만 합의에 도달할 때까지 제재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을 상대로 과거와 같은 ‘꼼수’가 통하지 않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어서 북한의 고민도 깊을 것이란 지적이다. 이렇듯 양보 없는 미국을 상대하는 북한이 어떤 선택으로 이 위기를 넘을수 있을 지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비핵화 유훈’ 언급한 김정은… 국면 전환 장기간 준비했다

    ‘비핵화 유훈’ 언급한 김정은… 국면 전환 장기간 준비했다

    ‘핵실험 공포’ 몰아넣던 김 위원장 올핸 연이어 남북관계 개선 행보 美와 대등한 협상 지위 노림수 작년에만 4개 초강력 대북제재 국제사회 제재·압박 성과 분석도올해 1월 1일 신년사부터 시작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남북 관계 개선 행보가 4월 말 판문점 남측 구역인 평화의집에서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게 되면서 최고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6·25전쟁 이후 북한 정상이 남한 땅을 밟는 것은 김 위원장이 처음이다. 과거 임동원 전 국정원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답방을 요청하며 서울이 안 된다면 평화의집에서라도 남북정상회담을 열자고 제안했었지만 거절당했다. 전문가들은 특사단의 방북 결과를 볼 때 김 위원장의 반전 행보가 핵·미사일을 개발한 뒤 한·미와 대등한 입장에서 협상을 벌이려는 ‘장기적 로드맵’에 따른 것이었다고 평가했다. 6일 특사단 대표였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김 위원장이 북·미 대화에 나서겠다고 말한 구체적인 대화 내용을 알려 달라는 요청에 “언급 내용을 구체적으로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북·미 대화의 의제로 비핵화를 논의할 수 있다.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의) 선대 유훈에 변함이 없다고 했다”고 밝혔다. 비핵화를 ‘선대의 유훈’으로 김 위원장이 직접 언급함에 따라 김 위원장이 국면 전환을 장기간 준비했다는 분석과 주장이 설득력을 얻게 됐다. 김 위원장은 지난 1월 1일 신년사에서 ‘느닷없이’ 남북 관계 개선 및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언급했다. 지난해 경색 국면 때부터 ‘대화 전환’을 준비했다는 의미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최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11월 29일 북한이 ‘화성15호’를 쏘고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는데 전문가들은 기술적 추가 실험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했다”며 “완벽한 실험을 하지 않은 것이 외려 협상 국면으로 나가려는 준비였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간 전문가들은 북한의 갑작스런 남북 관계 개선이 ‘북·미 관계 현상 유지’라는 전략과 장기적 로드맵 전략 중 하나로 예상했다. 후자는 남북 대화를 북·미 대화의 관문으로 활용하는 전략이다. 반면 전자는 북·미 대화를 조율해야 하는 한국 정부가 양쪽에서 압박을 받는 부정적 시나리오가 된다. 하지만 이번 특사 방문으로 확인된 것은 북·미 대화에 대한 북측의 장기적 로드맵이 있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은 핵미사일 고도화 시점에서 로드맵이 어느 정도 있었던 것”이라며 “미국과의 관계를 정상화하고 정상 국가 대접을 받기 위해, 핵미사일을 통해 대등한 협상 지위를 획득하려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북·미 대화 의지 표명은 미국과 국제사회의 강한 제재·압박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 당국자는 이날 “지난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4개의 대북 제재를 쏟아냈고, 그 수준은 역대 가장 강력했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해 하반기에 나온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2371·2375·2397호는 북한의 주요 수출품인 석탄, 철광석, 수산물, 의류, 해산물 등의 거래를 전면 금지했다. 유엔 회원국은 북한과 어떤 추가 협력 사업도 해서는 안 되고, 특히 북한 노동자를 들여올 수 없다. 석탄, 철광석, 해산물 등의 수출길이 막혀 연간 10억 달러(약 1조 755억원) 이상을 손해 본다고 안보리는 예측했다. 지난 1월 중국과 북한의 교역액도 2억 1597만 달러(약 2324억원)로 2014년 6월 이후 3년 7개월 만에 최저치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대북 군사옵션 검토가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고 나왔다는 분석도 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최근 북·미 간 뉴욕 채널의 분위기를 볼 때 ‘코피 전략’(Bloody Nose) 등 미국의 군사옵션 검토에 북한이 움츠러든 경향을 읽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특파원 칼럼] 평창의 기적은 이어져야 한다/한준규 워싱턴 특파원

    [특파원 칼럼] 평창의 기적은 이어져야 한다/한준규 워싱턴 특파원

    지난달 9일,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의 벅찬 감동이 아직 잊혀지지 않는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고위급 대표로 방남을 했으며, 남북이 한반도기를 앞세우며 전 세계에 ‘우리는 하나’임을 천명했다. 또 남북 선수가 여자 아이스하키팀을 만들어 손발을 맞췄다. 여기에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북·미 대화 용의’를 밝히면서 얼어붙은 한반도에 기적처럼 평화의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  국내에서 북한 대표단의 방남을 둘러싼 찬반 논란이 거셌지만,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에 새로운 공간을 만드는 계기가 된 것은 분명해보인다. 특히 워싱턴 조야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던 ‘코피전략’ 등 대북 군사옵션의 목소리를 잠재웠다는 것은 일정한 외교적 성과로 봐야할 것이다. 불가능해 보이기까지 했던 ‘평창의 기적’을 짧은 시간에 만들어 내기 위한 노력에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다.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에 특사를 파견하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미국으로 급파하는 등 한반도 안정·비핵화의 퍼즐 맞추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대화를 이야기하면서, 전혀 다른 곳을 보고 있는 북·미를 조율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미국은 대화 전제 조건을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는 핵 폐기’(CVID)로 못박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그의 행정부는 25년 동안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 거짓말에 속았다는 입장이다. 1994년 제네바 합의나 2005년 6자회담을 통한 9·19 합의를 뒤로하고 북한이 ‘핵개발’을 이어 왔기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는 이전 미 행정부처럼 절대 속지 않겠다고 벼르고 있다.  반면 북한은 ‘비핵화’를 대화 테이블에 올리지 않겠다고 분명히 밝혔다. 최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평등한 입장에서 (북·미) 대화를 지향한다”면서 “전제조건적인 대화 테이블에 앉지 않겠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북한은 비핵화를 전제로 한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는 것이다.  또 중국과 일본, 러시아 등도 2000년대 초반과는 달리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는 많은 에너지를 쓰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은 미국의 통상 압박과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 국면 등으로 활동 공간이 좁아졌다. 북한에 대한 지렛대도 국제사회의 기대를 채우기에는 부족해보인다. 일본의 아베 정권은 북핵 해결에 도움을 주기는 커녕 오히려 훼방꾼 노릇을 하고 있다. 러시아는 미국과 핵 군비 경쟁을 부추기며 유럽 등에 자신의 영향력을 키우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 북핵 해결을 위해 남은 시간도 그리 길어 보이지 않는다. 짧으면 불과 한 달 뒤인 4월 초가 첫 고비다. 북한이 4월 초로 예정된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대한 반발로 미사일 시험에 나설 가능성 높기 때문이다. 이 경우 한반도의 화해 무드뿐 아니라 북·미 대화 분위기도 싸늘하게 식어버릴 것이다.  지금 한반도 평화의 운전대를 잡은 문재인 정부의 상황은 녹록치 않다. 북·미의 사이를 비집고 들어갈 틈도 넉넉치 않다. 주변에 도움을 청할 곳도 없다. 하지만 포기하거나 주저해서는 안 될일이다. 누구도 우리의,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책임져 줄 사람은 없다. 결국 우리 손으로, 우리 힘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 모두가 어렵다고 고개젓는 북·미 대화가 문재인 정부의 중재로 이뤄지는 ‘또 다른 평창의 기적’을 기대해본다. hihi@seoul.co.kr
  • “정부, 패럴림픽 이후인 3월 北에 특사 보낼 듯”

    남북대화 모멘텀 계속 유지 전망 실무진 방한…북ㆍ미 접촉 있을 것 남북관계 전문가들은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의 방한으로 ‘포스트 평창’ 이후 남북대화의 모멘텀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25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김 부위원장은 김정은의 의중을 정확하게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할 수 있는 인물”이라며 “이산가족 상봉 등 의제가 나올 수 있고, 한반도 정세에 대해 전반적인 대화를 나눌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이 천안함 폭침을 주도한 인물이라는 지적에 대해 김 교수는 “ 배후로 특정인물을 확인하기는 어려운 부분”이라며 “과거보다는 현재와 미래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김영철 방한은 올림픽 폐회식 축하, 남북관계 개선 의지 표명과 함께 문 대통령이 김여정 방한 시 요구한 현안에 대한 북한의 답변을 가져오는 목적이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남북 대화의 의지를 보인 것일 수 있지만, 한·미관계를 이간시키는 등 다목적 포석이 있다”면서 “천안함 폭침의 배후인물이라는 논란이 일어날 것이 뻔한 인물을 내려보낸 것은 남남갈등을 유발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가 접촉 가능성을 모두 부인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번에 접촉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앨리슨 후커 미 국가안보회의 한반도 담당 보좌관의 방한에 주목하며 “북·미가 직접 만나지 않더라도 한국 정부가 각각 만난 뒤 양측 의사를 간접적으로 전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양 교수는 북측 외교당국자인 최강일 북아메리카국 부국장이 방한 명단에 포함된 것에 대해 “북측 외교당국자가 서울에 온다는 것은 두 개의 조선을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동안 전례가 없었다”면서 “전례를 깨고 최 부국장이 방한한 만큼 북·미 간 양자형태나 남·북·미 3자형태로 실무적인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고 교수는 “비핵화 문제 등에서 진전을 이뤄야 한다”면서 “정부가 추가로 특사를 파견해 북한의 의지를 확인할 때까지는 바로 정상회담이 개최되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남 교수는 “패럴림픽 이후 3월 중 특사가 파견될 것 같다”면서 “우리 정부로서는 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하고 미국의 코피 전략(제한적 대북 선제공격)에도 제동을 걸어야 하기 때문에 연내에 정상회담을 하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핵잼 라이프] 佛ㆍ네덜란드 소유경쟁 부른 렘브란트 희귀작 2점 공개

    [핵잼 라이프] 佛ㆍ네덜란드 소유경쟁 부른 렘브란트 희귀작 2점 공개

    네덜란드 황금시대의 대표적인 화가인 렘브란트 판 레인(1606~1669)이 그린 희귀 작품 2점이 1년 반에 걸친 복원 작업을 마치고 19일(이하 현지시간)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에서 공개됐다.이 작품은 1634년 당시 결혼식을 앞둔 예비 부부 마르텐 솔만스와 오프옌 코피트를 각각 그린 실물 크기의 초상화 2점으로, 유대계 금융재벌인 로스차일드 가문이 소유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2015년 프랑스와 네덜란드 정부는 이 초상화2점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으며, 8000만 유로씩 1억 6000만 유로(약 2120억원)를 주고 공동 소유함으로써 루브르 박물관과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에서 순회 전시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루브르 박물관과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의 합동 복구팀은 우선 두 초상화의 상태를 조사한 뒤 오래된 수지의 일부를 조심스럽게 제거하는 등 1년 반에 걸쳐 복원 작업을 진행해왔다. 타코 디비츠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관장은 “사소한 부분에 이르기까지 모두 렘브란트의 손으로 마무리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일반인 공개는 오는 3월 6일부터 시작된다”고 말했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머리 좋은 아들 공부시키려 했는데…부모 떠올린 수상 소감에 감동”

    “머리 좋은 아들 공부시키려 했는데…부모 떠올린 수상 소감에 감동”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차민규(25·동두천시청)에게 운동을 시키겠느냐고 묻자 어머니 최옥경(55)씨는 곧장 “아니요”란다. 지난 19일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아들이 당당히 은메달을 목에 걸며 ‘차세대 빙속 스타’로 입지를 굳혔지만 최씨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이유를 묻자 떨리는 목소리로 “힘들고, 다치고, 고생하는 것을 봐 와서 그렇다”고 답했다. 메달을 따 기쁘지만 아들 건강이 우선이었다.최씨는 20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도핑 테스트를 끝내고 강릉선수촌으로 돌아오는 아들을 어제 잠깐 만났다. 아들이 ‘엄마~ 내가 해냈다’며 웃더라. 잘했다고 해 줬다”고 말했다. 이어 “메달 수상 직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가장 생각나는 사람이 부모님이라고 하던데 지금 생각해도 닭살 돋듯 소름이 올라온다”며 “고마워 그렇다. 자기도 고생했는데 서로 알아주니까 감동스러웠다”고 덧붙였다.최씨는 아들이 선수로 뛰는 것을 말리려 했다. 세 살 때 가족끼리 여름휴가를 갔다가 언덕에서 굴러 바닥에 있던 화분 조각에 얼굴을 크게 다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무려 70바늘을 꿰매 아직 자국이 남아 있다. 신경 일부를 다쳐 웃을 때 입꼬리가 제대로 안 올라가 비웃는다는 오해를 사기도 한다. 최씨는 “초등학교 3학년으로 올라가는 겨울방학 때 운동을 시작했다. 당시 경기 안양시 집 근처에 실내빙상장이 있었다. 아들이 자꾸 타고 싶다고 해 스케이팅 특강을 보냈는데 지금까지 오게 됐다”며 “훈련이 힘들어서 토하거나 코피를 쏟으면서도 무척 좋아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어렸을 적부터 머리가 좋아 공부를 시키고 싶었다. 그래서 중학교와 고교 진학을 앞두고 여기까지만 하고 공부하자고 했더니 민규가 싫다고 난리를 치더라”며 웃어 보였다. 늘 걱정이 앞선 최씨지만 뒷바라지에는 열심이었다. 안양 집에서 서울 송파구 오륜동 한국체대 훈련장까지 매번 승용차에 태워 데려다줬다. 더욱이 차민규는 4년 전 소치올림픽을 앞두고 훈련 도중 큰 부상을 당했다. 오른쪽 발목 인대 두 개가 끊긴 것이다. 선수 생명이 끝날 수도 있는 큰 부상이었다. 최씨는 “ 내색 없이 열심히 재활해 결국 극복해 내더라”고 대견해했다. 강릉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미국, 올 여름 이전에 북한에 ‘칼’ 빼드나?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미국, 올 여름 이전에 북한에 ‘칼’ 빼드나?

    지난 18일, 뮌헨안보회의(MSC)에 참석한 제임스 리쉬 미 상원의원의 발언이 큰 파장을 낳고 있다. 리쉬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무력을 사용한다면 이는 코피작전이 아니라 대규모로 신속하게 이뤄질 것이며, 사상자와 파괴의 규모는 엄청날 것”이라고 주장하고 회의장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러한 주장은 공화당 상원의원이 개인적 견해를 밝힌 것일 수도 있지만, 최근 미군의 행보가 제한적 타격 작전이 아닌 전면전을 염두에 둔 것 같은 모습을 보이면서 리쉬 의원의 주장이 현실화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또한 중국과 일본, 러시아 역시 이러한 대규모 전면전에 대비하는 군사적 이상 징후를 보이고 있어 트럼프의 대북 군사 옵션 시행이 자칫 대규모 전면전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중국은 이미 지난해부터 북·중 접경지역인 창바이현(長白縣) 스바다오거우(十八道溝) 등 5개소에 50만 명 이상의 북한 난민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수용소를 건설했거나 가동을 준비 중이다. 또한 중화권 일부 매체 보도에 따르면 제78집단군 예하 일부 합성여단(보병∙포병∙기갑 제병연합부대)과 무장경찰 병력 등 30만 명에 달하는 병력이 국경 지역에 증파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전면전 또는 북한 정권 붕괴에 대비한 조치다. 러시아 역시 극동 지역에 Su-34 전폭기를 2배 이상 증강하고, 북한 접경 지역인 프리모리에 지역에 기갑여단을 전진 배치하고 실탄 훈련을 강화하는가 하면, 블라디보스토크 주둔 태평양함대의 초계 활동을 전년 대비 60% 이상 늘리며 한반도 비상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미국과 일본의 움직임이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은 물론 백악관과 내각의 주요 인사들이 나서서 북한 정권의 반인륜적 범죄와 문제점들을 연일 지적하며 ‘명분 쌓기’에 한창이다. 평창 올림픽 개막식 참가를 위해 방한했던 펜스 부통령은 방한 일정에서 두 차례나 故 오토 웜비어 군의 부친을 대동하고 북한 정권의 잔혹성을 비난했다. 또 평택 제2함대사령부와 천안함을 찾아 북한의 전쟁 범죄에 대해 성토하기도 했다. 미 외교가도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UN에서는 최근 후티 반군이 사우디에 발사한 탄도 미사일이 북한제 화성 6호였으며, 중동과 아프리카 등지에서 북한의 불법 무기 유통이 확산되고 있다는 보고서가 공개됐다. 비트코인 해킹 등 세계 각지에서 행해지고 있는 북한의 사이버 범죄와 마약에 대한 문제제기도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이러한 세력을 무력으로 응징하기 위한 명분 쌓기다. 미국은 이러한 명분 쌓기와 병행하여 실질적인 전쟁 준비도 거의 끝마쳤다. 먼저 지상군이 조용히, 하지만 대규모로 움직이고 있다. 주한미군 예하 기갑여단 전투단의 순환배치 일정이 조정되면서 당초 1개였던 기갑여단이 한시적으로 2개로 늘어났다. 미군 순환배치는 장비는 그대로 두고 병력만 들어오는데 새로 들어온 병력을 무장시킬 수 있는 전차와 장갑차 등 물자도 이미 준비되어 있다. 경북 왜관 소재 사전배치물자(APS-4)는 새로 창설되는 제16기갑여단 창설 물량 확보를 위해 올해부터 미국으로 보내질 예정이었으나 현재 그 어떤 물자도 외부로 반출되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주한미군은 최근 한국 근무 장병에게 가족 동반 금지령을 내리는 한편, 훈련이나 부대 움직임과 관련한 그 어떤 내용도 당국 승인 없이는 SNS에 게재하지 말라는 특별 보안 강화 지침도 하달하는 등 이상 징후를 보이고 있다. 본토 육군과 태평양육군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사단 전체가 낙하산으로 투입되는 제82공정사단 예하 부대 일부가 오키나와에 전개해 미 해병 제3원정군과 강제진입작전 훈련을 실시하는가 하면, 유사시 신속기동부대로 가장 먼저 투입되는 제25보병사단은 예하 4개 여단이 모두 해외 전개를 앞둔 전투준비태세 점검과 파병 전 훈련을 수행 중이다. 25사단 예하 1스트라이커여단이 알래스카 동북부 소재 웨인라이트 기지에서 앵커리지로 이동했고, 제2여단과 제3여단 역시 예하 부대를 합동준비태세훈련센터(JRTC : Joint Readiness Training Center)로 보냈으며, 제4여단은 북극지역 전투훈련센터에 입소해 혹한기 산악지역 전투 훈련을 수행 중이다. 본토에서는 전후 안정화작전 수행을 위한 제1안보지원여단(1st Security Force Assistance Brigade)이 당초 일정보다 4개월 앞당겨 급히 창설되었으며, 제200헌병여단과 제9원정지원사령부, 제103원정지원사령부 등 예비부대가 소집되는가 하면, 일부 지역에서는 예비전력센터까지 가동되기 시작했다. 해군력 증강도 두드러진다. 미국은 기존 7함대 항모 전력인 로널드 레이건 항모전단에 더해 최근 칼 빈슨 항공모함타격전단을 7함대에 추가 배치했다. 이뿐만 아니라 유사시 대규모 상륙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원정타격전단(ESG : Expeditionary Strike Group)도 2배 증강했다. 당초 1월 말 와스프와 교대해 미국 본토로 귀환할 예정이었던 본험리처드 상륙함은 지난 2월 초부터 오키나와에서 제3해병사단 병력을 태우고 태국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상륙훈련을 실시하고 있으며, 새로 7함대에 배속된 와스프 상륙함은 2척의 상륙함과 2척의 이지스 구축함을 추가로 배속 받아 해외원정작전 편제인 원정타격전단으로 완편되어 일본 사세보에 대기 중이다. 현재 제7함대에는 미 해군 작전배치 함정의 60%에 육박하는 함정이 배속되어 있으며, 이러한 해군력을 지휘하는 태평양함대 사령관은 바로 얼마 전까지 중동 지역에서 공습작전을 지휘했던 파일럿 출신의 ‘공습 전문가’ 제5함대 사령관 존 C. 아킬리노 제독이 최근 지명됐다. 공군도 바쁘다.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는 미 공군의 전략폭격기 3종이 모두 비행대 완편 체제로 대기 중이며, 최근에는 초대형 벙커버스터 GBU-57이 배치되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가데나 기지의 F-35A 전투기는 언제든 고도의 스텔스성을 유지한 상태로 작전에 투입될 수 있도록 이례적으로 레이더 리플렉터(Radar reflector)를 제거한 상태로 대기하고 있다. 이들 전략폭격기들은 가데나의 스텔스 전투기 또는 일본 항공자위대, 심지어 호주공군과도 함께 장거리 폭격 및 공중급유 훈련을 지난해 말부터 집중적으로 실시해오고 있다. 본토에서는 유사시 한반도 전구에 투입되는 제355전투비행단이 예하 2개 A-10 공격기 대대를 24시간 이내에 해외 긴급 배치하는 고강도 훈련을 실시했다. 또한 본토 각지의 합동기지에서는 미 공군 현역과 주방위군 수송기는 물론 예비전력사령부 소속 수송기, 심지어 미 공군 임차 대형 수송기까지 동원되어 일본 북부 치토세 공군기지와 중부 요코타 공군기지에 대량의 물자를 실어 나르고 있는데, 지난 1월 한달간 치토세에 들어온 대형 수송기는 확인된 것만 40편이 넘는다. 치토세와 요코다는 모두 인근에 대형 화물선이 접안할 수 있는 항만이 있으며, 항공자위대 고사군 패트리어트 포대의 보호를 받는 요충지다. 특히 치토세 기지는 지난해 12월 미 해병대와 대규모 상륙/강습 훈련을 실시했던 일본 육상자위대 유일의 완편 기갑부대인 제11여단 주둔지와도 가까워 유사시 미∙일 연합 상륙군의 출격 거점으로 유력한 곳이기도 하다. 이러한 동향을 종합해보면 미국은 가까운 시일 내에 코피 작전 이상의 대규모 전면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전쟁 개시 여부는 우리의 의사와는 무관해 보인다. 소련의 혁명가 레프 트로츠키는 “당신은 전쟁에 무관심할지 몰라도, 전쟁은 당신에게 관심이 있다”고 했다. 지금 대한민국은 우리 의사와 상관없이 성큼성큼 다가오는 전쟁에 대비해야 하며, 북한 역시 한반도 전체의 전화(戰火)를 막기 위한 비핵화 노력에 좀 더 진정성을 갖고 나서야 할 때이다. 이일우 군사 전문 칼럼니스트(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finmil@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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