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실험 성공여부 주목받는 인공피
‘O형은 성격이 괄괄하다.’‘AB형은 천재가 많다.’혈액형별 성격이나 체질, 운세, 공부법 등 우리 몸 속의 ‘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본에서는 ‘혈액형이 당신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책까지 출간돼 인생 설계나 배우자 선택에도 활용될 정도다.
과학계의 관심 역시 지대하다. 심각해지는 혈액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인공 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피를 둘러싼 과학적 기술과 지식을 살펴보자.
●피는 우리 몸속의 파수꾼
피는 심장의 박동을 타고 우리 몸 구석구석을 돌아다닌다. 통상 4∼6ℓ 정도의 양이다. 피는 크게 고체 성분인 ‘혈구’와 액체 성분인 ‘혈장’으로 구성된다. 피의 45% 정도를 차지하는 혈구는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으로 나뉜다. 적혈구는 산소를 운반하고 백혈구는 우리 몸속에 들어온 바이러스 등을 잡아먹는다. 혈소판은 피를 응고시켜 멈추게 하는 역할을 한다. 피는 골수의 ‘조혈모(造血母)’라는 세포에서 만들어진다.
●‘인공 피’ 개발 박차
헌혈 인구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인공 피’가 주목을 받고 있다. 긴급 환자나 전쟁터에서 부상당한 군인들을 위한 수혈용으로 그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인공피는 혈액형에 관계없이 수혈이 가능하다. 병원균에 감염될 걱정도 거의 없다.
길게는 수년간 저장할 수도 있다. 실제 헌혈된 피의 수명은 적혈구의 경우 100일을 넘기기 힘든 점을 감안하면 인공 피는 경제성이 뛰어난 셈이다.
헨릭 클라우젠 코펜하겐대학 연구팀은 최근 하버드 의대 및 프랑스국립연구소(CNRS) 등과 함께 인공피 개발을 위한 새로운 효소를 발견했다. 이 효소는 다른 혈액형의 피에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적혈구 표면의 탄수화물(sugar)을 제거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연구팀은 “적혈구 표면에서 자신의 피인지 남의 피인지 식별하는 탄수화물을 제거함으로써 다른 혈액형의 피와 섞여도 거부 반응을 일으키지 않게 한다.”고 설명했다.
2005년에는 미국 브라운대 의대 교수로 재직 중인 재미교포 김해원 박사가 획기적인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김 박사는 “유효 기간이 지나 폐기된 피의 적혈구를 이용해 응급 환자용 ‘산소운반체’를 개발했다.”면서 “적혈구속에 있는 자연적인 산소운반체를 분자공학적으로 개조한 것이기에 거부반응이 거의 없어 혈액형에 상관없이 수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공피 연구는 미국 바이오퓨어사, 일본 와세다 대학, 캐나다 헤모졸 등 세계 각국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현재 임상실험 중인 인공피의 종류만도 10여가지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혈액형 바꾸기도 가능
흔히 사용하는 ABO식 혈액형의 개념은 20세기 초 랜드 슈타이너가 발견했다. 혈액 내 특정 응집원과 응집소의 반응에 따라 A형,B형,AB형,O형으로 구분된다.
영국의 과학전문지 뉴 사이언티스트 인터넷판에 따르면 미국 매사추세츠 베벌리에 있는 생명공학회사 자임퀘스트사 연구팀은 A형과 B형 혈액을 O형으로 전환하는 두 종류의 효소를 찾아냈다.2500여 박테리아와 진균이 만들어내는 효소들을 분류한 끝에 찾아냈다.
연구팀은 “‘박테로이데스 프라길리스’라는 박테리아가가 생산하는 효소로 B형 피에서 B항원을 제거해 O형을 만들고,‘엘리자베트킹기아 메닝고셉티쿰’에서 추출한 효소로 A형 혈액에서 A항원을 제거해 O형으로 전환시킨다.”고 설명했다.
●동물에도 다양한 혈액형
동물에게는 사람과 같은 형태는 아니지만 보다 다양한 종류의 혈액형이 존재한다. 사람과 친숙한 개의 경우 혈액형에 대한 연구가 많이 진행됐다.A,B,C,D,F,Tr,J,K,L,M,N 등 11개의 혈액형군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소는 12가지, 돼지는 15가지, 닭은 13가지, 양은 8가지, 말은 7가지의 혈액형을 갖고 있다.
원숭이는 사람과 유사한 A,B,AB,O형이 있다. 침팬지는 A형과 O형만 있다. 고릴라는 B형만 있고 오랑우탄은 A,B,AB형만 있다. 동물은 혈액형이 다르더라도 사람처럼 혈액의 응집 반응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 때문에 반드시 같은 혈액형끼리 수혈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연달아 수혈을 할 경우 거부반응이 있을 수 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