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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장품·치약이 男정자세포 파괴시켜”

    “화장품·치약이 男정자세포 파괴시켜”

    남성의 정자세포가 집안 내 가정용품 속 환경호르몬에 의해 모르는 사이 파괴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교 연구진은 주방 내에서 조리된 음식과 각종 가정용품 속에서 인간 남성 정자에 악영향을 미쳐 궁극적으로 불임을 야기하는 ‘내분비 교란 화학 물질’이 측정됐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이 ‘항생물질,’ ‘독소’, ‘백신’ 등의 미생물을 이용한 새로운 생물학적 검정(bioassay) 방법을 이용해 각종 주방용품, 화장품, 치약, 조리음식 속 환경호르몬을 측정한 결과, 자외선 차단제 재료로 쓰이는 ‘4-methylbenzylidene camphor(4-MBC)’, 치약과 화장품의 주요재료로 살균작용을 하는 트리클로산(triclosan), 에센셜오일·접착제 등의 재료로 쓰이는 ‘di-n-butylphthalate(DnBP)’의 주요성분 중 3분의 1 가량이 내분비 교란 화학 물질로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 내분비 교란 화학물질은 정자세포가 난자와 융합하기까지 필요한 운동능력을 저하시키는 것은 물론 여성난소 안에 있는 황체에서 분비돼 생식주기에 영향을 주는 여성호르몬인 ‘프로게스테론’과 생리활성물질인 ‘프로스타글란딘’의 호르몬 신호까지 약화시켜 불임을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코펜하겐 대학병원 닐스 스카케벡 교수는 “일부 내분비 교란 화학 물질이 위험성이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위험한 것으로 생각된다”며 “추가적인 임상 실험을 통해 정확한 데이터를 산출해야하지만 적어도 해당 결과를 보면 이 내분비 교란 화학 물질이 현대사회에서 임신·출산율이 감소되고 있는 주요 원인 중 하나라는 강력한 근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카케벡 교수는 지난 1992년 “덴마크 남성들의 정자 수가 50년 만에 42% 감소했으며 정자형태의 기형성이 증가하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한편 이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EMBO(European Molecular Biology Organization, 유럽분자생물학기구)’ 저널에 최근 발표됐다. 사진=wikipedia 조우상 기자 wscho@seoul.co.kr
  • ‘수염 난 여인’ 유로비전 가요제 우승

    ‘수염 난 여인’으로 알려진 오스트리아의 여장남자 가수 콘치타 부어스트(25)가 10일(현지시간)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에서 열린 제58회 유로비전 가요제에서 우승했다. 수염을 기른 채 여장한 모습으로 유명한 부어스트는 이날 ’불사조처럼 다시 일어서‘(Rise Like a Phoenix)를 불러 네덜란드의 2인조 그룹 ’코먼 리네츠‘와 스웨덴의 산나 닐센을 꺾고 1위에 올랐다. 오스트리아 출전자가 유로비전 가요제에서 우승하기는 1966년 이후 처음이다. 부어스트는 “꿈이 이뤄졌다”면서 “평화와 자유의 미래를 믿는 모든 사람에게 이 상을 바친다”고 밝혔다. 이번 유로비전 가요제에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싼 정치적 긴장감이 드러나기도 했다. 러시아의 쌍둥이 가수팀인 ’돌마체비 시스터즈‘의 결승 진출이 결정되자 관중이 야유를 보냈다. 벨라루스와 러시아 등 일부 동유럽 국가에서는 여장남자인 부어스트가 ’서구의 타락‘의 전형이라며 국영방송에서 유로비전을 방영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유로비전 가요제는 1956년 스위스에서 처음 시작됐으며 아바(ABBA),셀린 디옹,조니 로간 등 유명한 가수들을 배출했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여자? 남자? 가장 논쟁적인 가요제 우승자

    오스트리아의 여장남자 가수 콘치타 부어스트(25)가 10일(현지시간) 올해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성성한 수염발로 유명한 여장남자 부어스트는 이날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제58회 유로비전 가요제에서 ‘불사조처럼 일어서’(Rise Like a Phoenix)를 불러 네덜란드 컨추리 듀오 커먼 리네츠와 스웨덴의 산나 니엘슨을 누르고 우승했다. 토마스 노이비르트라는 본명을 갖고 있는 부어스트는 “평화와 사랑, 인내의 미래를 믿는 이들에게 이 상을 바친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그는 성 정체성보다는 ‘세계 평화’를 강조했다. 하지만 그가 ‘여장남자’라는 이유로 러시아, 벨로루시, 아르메니아에서는 부어스트의 출전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이들은 부어스터를 ‘서구 타락’의 전형이라며 국영방송에서 이 대회를 방송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각국별로 돌아가면서 심사 결과를 발표할 때, 리투아니아의 발표자는 “이제 면도를 해야할 때”라는 말과 함께 심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심지어 자국인 오스트리아에서도 일부 그의 우승을 마뜩찮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한화 태양광사업 3년 만에 ‘햇볕’… 한화큐셀·솔라원 1분기 흑자 전망

    한화그룹의 태양광사업이 3년 만에 흑자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어려운 시장 상황 속에서 꾸준한 투자가 결실로 나타나는 셈이다. 24일 한화그룹은 2011년 2분기 이후 12분기 연속 적자에 시달려온 한화큐셀과 한화솔라원이 올 1분기 흑자 전환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한화는 그동안 태양광 사업에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왔지만 무르익지 않은 시장과 침체된 경기 탓에 지난해 104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등 어려움을 겪어 왔다. 하지만 올 들어 해외 태양광 발전사업 분야를 중심으로 실적이 약진하는 모습이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유럽과 북미 실적이다. 한화큐셀은 지난 16일 덴마크 코펜하겐 인근 은퇴자 아파트에 345㎾ 규모의 지붕형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했다. 덴마크 최대 규모로 아파트 전체 전기 중 56%를 생산할 수 있다. 지난달에는 영국 케임브리지에 24.3㎿의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했다. 또 최근 미국 인디애나폴리스 메이우드에는 10.86㎿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를, 멕시코 120개 지역에는 31㎿ 규모의 지붕형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 중이다. 한화솔라원 역시 중국을 중심으로 활발한 영업을 펼치고 있다. 지난달에는 중국 장쑤성 우시 정부와 100㎿급 현지 태양광 발전소를 세우기로 했다. 앞선 올 1월에는 중국 상하이 후이톈란 그룹과 700㎿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 건설 및 전력 판매사업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시장조사기관인 NPD 솔라버즈는 올해 전 세계 태양광 시장 규모가 50GW가 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전 세계 태양광 설치량이 38GW였던 것을 감안하면 올해 시장 성장률은 30%가 넘어서는 셈이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동물박사가 들려주는 동물이야기] (19) 동물원 폐장과 입장료

    [동물박사가 들려주는 동물이야기] (19) 동물원 폐장과 입장료

    모름지기 동물원은 조금 시끌벅적해야 제맛이다. 겨울철 우리네 동물원 풍경은 을씨년스럽기 그지없다. 최근 조류인플루엔자(AI) 때문에 50일이나 쉬었다. 다행히 벚꽃이 꽃망울을 막 터뜨리기 시작한 4월 4일 재개장해 참 좋았다. 역사적으로 동물원이 문을 닫게 된 경우는 1, 2차 세계대전 같은 전쟁 탓이다. 6·25전쟁 때는 서울이 포격을 맞아 창경원이 폐장했다. 아프가니스탄 내전 땐 카불을 점령한 탈레반 병사 1명이 용기를 뽐내려고 사자 우리에 뛰어들어 격투를 벌이다 중상을 입고 죽자 그 형이 복수심에 불타 수류탄을 터뜨리는 바람에 사자의 두 눈이 실명했는데 담당 사육사는 끝까지 사자를 지켜냈다는 감동적인 이야기도 있다. 1971년 개장한 이라크의 바그다드 동물원은 80만 9371㎡(24만 4835평) 면적에 동물 1000여 마리를 보유했던 곳이다. 2003년 미국과 벌였던 2차 걸프전 때 공습을 받아 35마리만 목숨을 지켰다. 사람들은 식량난 탓에 동물을 잡아먹기도 했다. 오랜 역사를 지녔다고 꼭 좋은 동물원인 것은 아니다. 1891년 개원한 이집트 카이로 기자 동물원은 한때 세계 최고로 이름을 날렸지만 이제는 딴판이다. 자연 서식지와 비슷하게 친환경적으로 조성됐으며 이집트 고유의 야생동물도 400종을 웃돌았지만 2004년 세계동물원수족관협회(WAZA) 회원 자격을 잃었다. 연회비를 내지 못한 데다 WAZA 감독자들의 권고 사항을 깔아뭉갰기 때문이다. 서울동물원은 365일 하루도 쉬지 않고 고객을 맞았다. 전쟁이 아닌 다음에야 문을 닫는 일이 커다란 사건으로 여겨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더러는 동물원의 합리적 운영을 위해 문을 닫는다. 예컨대 일본의 경우 월요일에 휴장하는 동물원이 숱하다. 주말에 많은 시민이 다녀간 다음 날인 월요일엔 동물 관리를 위한 최소한의 인원만 출근해 청소 및 사료 급여, 행동 관찰 등의 기본 업무를 본다. 유럽이나 북미 지역 대도시에 있는 대규모 동물원 가운데엔 크리스마스나 새해 첫날 휴장하는 곳도 있다. 겨울철 관람객이 없으면 폐장한 것처럼 을씨년스럽다지만 해외의 경우 꼭 그렇지도 않다. 미국 클리블랜드·콜럼버스·브룩필드·털리도·신시내티·브롱크스, 캐나다 토론토·캘거리 동물원은 모두 서울동물원과 비슷한 기후대에 있지만 멋진 실내 전시장을 둔 선진 동물원이다. 실내체육관 같은 거대한 온실에 아마존의 열대우림을 멋지게 재현함으로써 동물 전시 효과를 극대화한다. 바깥은 영하 15도 이하로 춥고 30㎝의 눈이 쌓였지만 동물원 실내 전시장은 27도를 웃도니 관람객은 금세 반팔 차림으로 바꿔야 한다. 다행히 충남 서천군에 자리한 국립생태원이 이런 개념을 살려 스위스 취리히 동물원을 벤치마킹했다지만 접근성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올해로 서울대공원 개원 30주년이다. 우리나라도 멋진 열대우림이나 아시아 정글을 한겨울에도 보여주는 실내 전시관 하나쯤 갖춰야 할 때다. 시설 개선과 관련해 입장료 문제도 떠오른다. 미술관이나 박물관 같은 문화시설 요금과 견줘 현실화해야 한다. 동물원 관계자끼리 만나면 으레 던지는 질문이 있다. 입장료가 얼마인지부터 동물 보유 현황, 직원 수, 연간 입장객에 대한 것이다. 서울동물원의 입장료가 성인 기준 3000원이라고 말하면 방대한 시설에 비해 너무 싸다며 놀란다. 해외 동물원의 입장료는 덴마크 코펜하겐 3만원, 스위스 취리히 2만 6000원, 영국 런던 4만 1000원, 오스트리아 쇤브룬 2만 3000원, 일본 우에노 6000원, 요코하마 6000원, 홋카이도 8000원, 싱가포르 2만 3000원, 미국 호글 1만 2000원, 샌디에이고 4만 6000원, 애니멀킹덤 9만 7000원, 캐나다 토론토 2만 1000원, 캘거리 2만 1000원이다. 물론 모든 동물원이 입장료를 받진 않는다. 미국 워싱턴에 있는 스미스소니언 국립동물원, 세인트루이스 동물원, 시카고 링컨파크는 무료다. 수익성보다 공익성을 앞세운다. 우리나라 국립공원이 입장료를 받지 않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아시아 개발도상국의 경우 자국민에게는 값싸게, 외국 관광객에게는 10배 이상 받기도 한다. 입장료를 올린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닐 것이다. 해외 선진 동물원을 보면서 참 부러웠던 것은 기부문화다. 기업이든 단체든 개인이든 동물원에 여러 형태로 기부하고 참여한다. 정유회사 ‘셸’이나 맥도날드, 코카콜라 등의 기업이 동물사를 짓는 데 기부하거나 멸종 위기에 놓인 동물의 종 보전 활동기금을 내거나 동물원 벤치 또는 가로등을 설치해 준다거나 하는 형태다. 서울동물원과 자매결연 관계에 있는 타이완 타이베이 동물원 자이언트판다 전시관 또한 재벌인 신광그룹이 기부한 것이다. 지난해 7월 6일 위안위안이라는 어미 판다가 출산한 위안짜이라는 새끼 판다의 앙증맞은 모습을 실시간으로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리는가 하면 기념품점에선 관련 인형이나 사진 등이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어경연 서울대공원 동물연구실장 vetinseoul@seoul.go.kr
  • “몸 아플 때 숲·해변 떠올리면 통증↓”

    “몸 아플 때 숲·해변 떠올리면 통증↓”

    특정 질환이나 사고로 아픔이 심하게 느껴질 때 ‘숲’·’해변’·’유년 시절 고향 집’과 같은 장소를 떠올리면 통증이 효과적으로 완화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 병원 연구진은 ‘시각화 통증 완화 요법’이라는 이름의 임상실험을 진행해 주목할 만한 결과를 얻었다. 시각화 통증 완화 요법은 환자가 통증이 심할 때 숲·해변 같은 특정 장소 사진을 보여주고 구두로 해당 장소를 상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식을 취한다. 예를 들어, 환자가 “가슴이 불타는 듯 아프다”라고 말하면 간호사가 “지금 가슴에 얼음이 있다고 생각하세요”라고 말하며 관련 이미지를 보여주는 형식이다. 실험은 심방 세동·조동(심장이 규칙적으로 뛰지 않고 여러 부위가 무질서하게 분당 400~600회의 빠른 파형을 형성하는 부정맥 질환의 일종) 환자를 두 그룹으로 나눠 76명의 환자에게는 시각화 통증 완화 요법을 병행하고, 71명의 환자에게는 일반적인 치료 요법만으로 경과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참고로 실험 중 환자가 심한 통증을 느낄 경우에는 침대 옆 버튼을 누르면 간호사가 들어와 진통제를 주사하고 환자에게 15분마다 통증 변화 정도를 알리도록 했다. 실험 결과는 놀라웠다. 시각화 요법 위주로 시행한 환자 그룹은, 일반 치료만을 받는 환자 그룹에 비해 진통제를 요청하는 빈도가 현저히 적게 나타났다. 어떤 기전(機轉)으로 통증완화에 기여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원인은 파악되지 않았지만 시각화 요법이 진통제 투여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했다는 측면에서 해당 연구결과가 가지는 의미는 깊다. 한편 이 연구결과는 ‘2014 유럽심장건강 학술대회(EuroHeartCare)’에 발표됐다. 자료사진=포토리아  조우상 기자 wscho@seoul.co.kr
  • 당신들 돈벌이 위해 날 죽일 권리가 있나요

    당신들 돈벌이 위해 날 죽일 권리가 있나요

    지난 2월 9일 기린 ‘마리우스’가 공개적으로 도살된 이후 덴마크의 코펜하겐 동물원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동물원이 됐다. 이 동물원은 어린이를 포함한 관람객 앞에서 두 살된 수컷 기린 마리우스를 전기충격기로 쏴 죽인 뒤 살과 뼈를 추려 사자에게 던져줬다. 도살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코펜하겐 동물원은 지난달 4일 마리우스를 먹었을지도 모를 사자 네 마리(늙은 한 쌍과 이들의 새끼 두 마리)도 죽였다. 전 세계 누리꾼들은 코펜하겐 동물원을 ‘도살자’라고 부르며 당장 문을 닫으라고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동물원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오히려 홈페이지에 동물을 죽인 이유를 당당하게 밝히며 “그 어떤 동물원보다 동물복지를 잘 실천하고 있다”고 큰소리까지 친다. 유럽 동물원·수족관 협회(EAZA)도 “코펜하겐 동물원의 조치가 최선이었다”고 인정했다. 이들의 말을 종합하면 마리우스는 너무 흔한 종자라서 죽었고, 사자 일가족은 공간이 부족해 죽었다. 동물원과 EAZA의 해명을 들어보자. →왜 안락사를 택했나. -근친교배의 위험성 때문이다. 마리우스와 교미할 수 있는, 같은 동물원 안의 암컷 기린들이 모두 마리우스와 친척관계다. 근친교배는 종의 질서를 어지럽힐 가능성이 높아 EAZA에서 엄격하게 금지한다. 생물다양성 확보와 멸종위기종 보호를 위해 ‘유럽혈통대장’을 만들어 관리하고 있는 EAZA는 마리우스의 유전자가 기린의 보호와 생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했다. →다른 동물원으로 보낼 수는 없었는가. -EAZA에 가입된 345개 동물원에도 마리우스와 같은 종의 기린이 700여 마리나 돼 갈 곳이 없었다. 여분이 있다면 유전적으로 보존 가치가 높은 기린에게 먼저 돌아가야 한다. EAZA는 회원으로 가입하지 않은 동물원으로 보내는 것을 금지한다. 서커스단 등으로 팔려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피임을 시키면 되지 않나. -피임에 사용되는 약물은 동물의 장기에 치명적이다. 주기적인 교미와 번식은 동물에게 가장 중요한 본능이다. 이를 인간이 통제하는 것은 안락사보다 더 심각한 문제다. →왜 사자 먹이로 주는 장면까지 공개했나. -기린이 사자의 먹이가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원하는 관람객에게만 보여줬고, 야생을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는 좋은 현장교육이었다. →사자 안락사에 대한 EAZA의 입장은 뭔가. -코펜하겐 동물원은 ‘동물교배 프로그램’을 한결같이 지켜왔고, 적절한 도태를 통해 개체수 관리를 모범적으로 해 왔다. EAZA 소속 동물원들은 매년 3000~5000마리의 동물을 안락사시켜 개체수를 유지하고 있다. 코펜하겐 동물원과 EAZA는 해명에 그치지 않고, 비판자들에게 도전적인 질문을 던졌다. “왜 기린과 사자의 안락사만 문제 삼는가? 왜 공개된 안락사만 문제 삼는가?” EAZA의 데이비드 윌리엄스 미첼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전 세계 동물원들은 개체 관리를 위해 올챙이에서부터 코끼리까지 불가피하게 안락사시키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동화책에 등장하는 동물의 죽음에만 분노한다”고 말했다. 동물원과 EAZA의 해명으로 마리우스와 사자들의 죽음이 이해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동물들은 어쩌면 생물다양성 보호와 같은 고상한 이유 때문이 아니라 돈 때문에 죽었을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영국의 동물보호 단체 ‘사로잡힌 동물 보호를 위한 사회’의 리즈 타이슨 국장은 “근친교배에 의한 잡종 발생의 가능성 때문에 마리우스를 죽였다는 이유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타이슨 국장에 따르면 EAZA의 회원 동물원인 영국의 웨스트미들랜드 사파리 공원과 파라다이스와일드 공원은 근친교배로 백사자들을 번식시켰다. EAZA는 이 근친교배에 눈을 감았다. 웨스트미들랜드 사파리 공원은 백사자 네 마리를 동물 서커스단에 팔았고, 여기서 훈련받은 백사자들은 일본 동물원으로 팔려갔다. 백사자는 관람객들이 가장 열광하는 동물이다. 타이슨 국장은 “마리우스가 백사자처럼 돈벌이가 되는 동물이었다면 죽였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특히 “근친교배의 위험성 때문에 안락사되는 동물은 1% 미만일 것”이라면서 “활용도가 떨어진 어미들은 도살되고, 그 공간을 귀여운 새끼들이 차지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돈 되는 동물은 살아남고, 돈이 안 되는 동물은 죽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자본의 논리가 동물원처럼 철저하게 적용되는 곳도 드물다. AI(조류 인플루엔자)와 같은 전염병이 돌면 값싼 닭이나 오리가 맨 처음 살처분된다. 주의력이 약해 훈련시키기 힘든 침팬지는 사람을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모진 매질을 당하며 재롱을 배워 사료값과 관리비, 동물원 측에 돌아갈 이윤을 번다. 공립 동물원보다 민간 동물원이 더 가깝고 편하게 맹수를 볼 수 있게 하고, 귀여운 동물과의 접촉 이벤트를 자주 벌이는 것도 동물이 사람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돈이 더 되기 때문이다. 특히 규모가 작은 민간 동물원은 감독의 사각지대에 있어 돈벌이가 안 되는 동물은 가차 없이 죽인다. 동물원이 도산하면 당연히 값비싼 동물만 살아남는다. 서울대공원 노정래 동물원장은 “코펜하겐 동물원이 굳이 마리우스를 공개적으로 안락사시킨 것도 관람객 유치가 목적이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노 원장은 “서울대공원은 기린이 귀해 마리우스를 받고 싶었지만 운송비가 기린 가격보다 훨씬 비싸 엄두도 내지 못했다”면서 “동물원 간 동물 교환도 철저히 가격에 따라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이창구 기자 window2@seoul.co.kr
  • 붕괴된 생태계 유일한 보호 장치 vs 인간의 야만성만 증명할 뿐

    덴마크 코펜하겐 동물원의 잇따른 동물 안락사는 동물원의 역할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인간의 욕망과 돈벌이를 위해 동물을 평생 가두거나 마음대로 죽일 권리가 인간에게 있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야생 생태계가 붕괴된 현실을 고려할 때 동물원이 유일한 보호 장치라는 반론도 팽팽하다. 인간이 야생 동물을 길들이기 시작하면서 생겨난 동물원은 로마 시대 때는 맹수들의 싸움을 구경하는 곳이었다. 고대 국가의 군주와 귀족들은 신기하고 이국적인 동물을 모아 자신의 권위를 과시했다. 현대적 형태의 동물원은 19세기 유럽 제국들이 경쟁적으로 세웠다. 식민지를 넓혀 나가듯 전 세계 모든 동물을 모아 놓는 게 바로 국력의 상징이었다. 동물보호 운동과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 인간과 동물이 어우러지는 테마공원 형태의 동물원이 대세를 이루게 됐다. 노르웨이 오슬로국립대 박노자 교수는 자신의 저서 ‘동물원, 무죄의 종신형’이란 책에서 “인간이라는 동물이 더 강하고 똑똑하다 해서 더 약한 동물에게 죄를 저지를 권리는 없다”면서 “동물원의 지속적 존재는 인간 야만성의 불멸을 증명해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울대공원 노정래 동물원장은 “동물원의 기능은 관람, 교육, 연구, 보전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이 중 보전이 최고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보존을 위해 관람과 교육과 연구를 한다는 것이다. 코펜하겐 동물원의 벵크 홀스트 연구보전책임자도 “동물원은 놀이시설이 아니라 인간들에 의해 점차 서식지를 뺏기고 있는 동물들의 마지막 생존지”라고 말했다. 안락사와 피임처럼 다소 무리한 조치를 통해서라도 종의 다양성을 보존하는 게 동물원의 의무라는 것이다. 이창구 기자 window2@seoul.co.kr
  • 아이들 앞에서 기린 해체해 사자 먹이로 던져줘 ‘충격’

    아이들 앞에서 기린 해체해 사자 먹이로 던져줘 ‘충격’

    덴마크의 한 동물원이 아이들 앞에서 기린을 해체한 후 사자 먹이로 던져준 영상이 올라와 네티즌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 지난달 9일(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 동물원은 기린에 관한 해부학적 지식을 어린이들에게 제공한다는 이유로 관람객들이 보는 앞에서 멀쩡한 새끼 기린을 죽여 사자 먹이로 던져줬다. 영상을 보면 볼트총에 머리를 맞은 기린이 바닥에 쓰러진 채 죽어있다. 사육사는 어린이 등 관람객이 보는 앞에서 칼로 기린의 사체를 분해하고, 이어 사자와 호랑이의 먹이로 던져준다. 당시 이 영상은 인터넷으로 생중계 됐다. 영상 공개 후 코펜하겐 동물원측은 동물 애호가들의 비난을 받아왔다. 또한, 전화와 이메일 등을 통해 여러 차례 살해 위협을 받았다. 한편 사건이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코펜하겐 동물원측은 해당 홈페이지를 통해 “근친 교배를 통한 개체수 증가를 막기 위해 기린을 도살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사진·영상=유튜브 장고봉 PD goboy@seoul.co.kr
  • 700년 전 화장실 발견…”배설물 및 냄새까지 보존”

    700년 전 화장실 발견…”배설물 및 냄새까지 보존”

    덴마크에서 무려 700년 전에 사용한 화장실이 발견돼 고고학계뿐만 아니라 일반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코펜하겐포스트에 따르면 14세기에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이 화장실은 매우 ‘양호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특히 화장실 내부의 배설물과 냄새까지 고스란히 ‘보존’돼 있어 더욱 주위를 놀라게 했다. 총 2개의 변기가 있으며, 이것이 단순히 개인용으로 사용됐는지 혹은 공동화장실로 사용됐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재질은 나무이며, 주위에 진흙을 발라 방수 기능을 더했다. 일종의 파이프 기능을 하는 기관 역시 함께 발견됐다. 고고학자들은 이 화장실에 총 480ℓ의 배설물이 담겨 있었으며, 배설물이 없는 화장실은 생선 보관 등 생활용도로 쓰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현지 학자들은 이 화장실에서 발견한 배설물을 연구해 당시 사람들의 식습관 등을 연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했다. 특히 화장실을 발견한 오덴스 지역은 덴마크에서 3번째로 큰 도시로, 덴마크의 역사를 짐작할 수 있는 다양한 유물이 발견되는 주요 발굴 포인트이기도 하다. 현지 관계자들은 매주 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일반인에게 이 화장실을 무료관람할 수 있도록 공개했다. 한편 지금까지 확인된 화장실 중 가장 오래된 것은 파키스탄과 인도 등지에서 발견한 것으로, 무려 4,810 여 년의 역사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고대인들은 벽돌이나 나무를 이용해 화장실을 만들었으며, 오물을 흘려보내는 관과 나무 의자 등도 함께 발견된 바 있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얼음과 불의 땅’ 아이슬란드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얼음과 불의 땅’ 아이슬란드

    ●아이슬란드에 대한 오해 풀기 “아이슬란드에 간다”고 했더니 다들 혀를 찼다. “다녀왔다”고 했더니 머리를 흔든다. 왜 그럴까. 그런 험한 곳엘 왜 가느냐는 걱정 때문일 것이다. 과연 그럴까? 아이슬란드는 전체 면적의 20% 정도가 빙하지대일 뿐인데 ‘얼음의 땅’이라는 나라 이름 탓에 적잖은 불이익을 받는다. 진짜 얼음에 뒤덮인 지구상에서 가장 큰 섬이자 이웃인 그린란드의 국명은 ‘녹색의 땅’인 데 비하면 억울하기 그지없다. 언제부터인지, 무슨 이유에서인지 한국 사람들의 머릿속을 점령하고 있는 아이슬란드에 대한 오해부터 풀어 보자. “춥지 않을까?” 대부분 아이슬란드는 북극권에 있을 것으로 짐작한다. 지도를 보면 남한 면적의 아이슬란드에서 북극권(북위 66도32분선)에 속하는 지역은 펭귄을 닳은 귀여운 새 퍼핀이 사는 최북단의 작은 섬 그림세이가 유일하다. 멕시코만류의 영향으로 오히려 따뜻하다. 지난 2월 중순 아이슬란드의 평균 기온은 영상 3~5도였다. 변덕스러운 날씨에 대비한다면 추위 걱정은 붙들어 매도 좋다. “멀지 않을까?”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아이슬란드는 스코틀랜드의 머리 위에 있고, 노르웨이와 그린란드의 사이에 있다. 유라시아와 아메리카 대륙의 중간쯤이다. 수도 레이캬비크는 양 대륙의 웬만한 도시와 거미줄같이 연결돼 2~3시간이면 닿는 허브도시다. 다양한 저가항공이 연중 운항 중이다. 다만 국내에는 직항이 없어 코펜하겐이나 헬싱키, 런던 등에서 갈아타야 한다. “볼 게 있을까?” 겉은 빙하로 뒤덮여 있지만 속은 펄펄 끓는 얼음과 불의 제전이 만들어 낸 대장엄의 세계를 몰라서 하는 말이다. 나무가 없는 툰드라 지형이 빚은 벌거숭이 민둥 바위산은 신기원의 뷰를 제공할 것이다.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암흑의 모르도르 같은 분위기다. 30여개의 활화산과 780여곳의 온천, 헤아릴 수 없는 폭포가 오감을 만족하게 한다. 빙하를 체험하거나 영화 ‘프리 월리’의 범고래 케이코의 고향을 탐조할 수 있다. 애완견 같은 아이슬란드 토종 말 타기와 밀크블루의 노천온천이나 오로라 구경은 덤이다. 서구에서는 아이슬란드를 지하세계의 신 하데스가 지키는 지옥의 문으로 여긴다. ‘80일간의 세계 일주’를 쓴 쥘 베른의 또 다른 작품 ‘지구 속 여행’의 무대이며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란 제목으로 2008년 영화화됐다. 영국 BBC 방송이 ‘죽기 전에 가 봐야 할 여행지 50곳’을 선정했는데 유럽 6곳 중에서 아이슬란드(44위)는 베네치아(18위), 파리(27위), 로마(35위), 바르셀로나(37위)에 이어 다섯 번째였고, 마터호른(46위)이 다음 순위를 차지했다. 케이블TV에서 방영 중인 ‘왕좌의 게임’의 원작도 아이슬란드에서 모티브를 얻은 판타지 소설 ‘얼음과 불의 노래’다. 레이캬비크 시내에서는 서울 못잖은 문화 예술의 향연과 쇼핑과 외식이 기다리고 있다. 바이킹의 피를 타고난 남자들은 멋지고, 금발 북구 여인의 미소와 물가는 살인적이다. 극야의 밤은 깊고 푸르다. 인구는 30만명에 불과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를 겪기 전 한때 세계 최고의 국민소득을 자랑하던 선진국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행복지수 1위다. 영어 사용이 자유롭다. 링 로드(해안일주도로)를 벗어나면 거친 오프로드가 기다리는 젊은이들의 배낭여행 천국이기도 하지만, 온천의 휴식과 장엄한 자연경관 보기를 원하는 중장년층의 여행지로 더 적격일 수도 있다. ●레이캬비크 시내와 ‘골든 서클’ 둘러보기 ‘골든 서클’이란 아이슬란드의 역사와 대자연을 음미할 수 있는 핵심 여행지 3곳을 이른다. 성지(聖地) 싱벨리어 국립공원, 지하의 뜨거운 물과 수증기가 지표면을 뚫고 최고 60m 높이로 솟아오르는 게이시르와 환상의 3단 폭포 굴포스 등이다. 수도 레이캬비크에서 출발해 한나절이면 여유 있게 둘러볼 수 있다. 수도에서 동쪽으로 23km 떨어진 싱벨리어는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중요한 곳이다. AD 930년 아이슬란드인의 조상인 바이킹이 의회의 효시 ‘알싱’을 세웠기 때문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 지질학적으로 유라시아판과 아메리카 대륙판이 갈라지는 지점이기도 하다. 가이시르는 간헐천(Geyser)이라는 영어 단어를 낳은 ‘원조 간헐천’이다. 굴포스는 빙하 녹은 물이 32m 아래로 떨어지면서 나이아가라 폭포와는 또 다른 차원의 장관을 연출한다. ‘세상 끝의 수도’ 레이캬비크는 아이슬란드 인구의 4분의3이 모여 사는 메트로폴리스다. 백미는 용암분출로 만들어진 검은 폭포를 형상화한 할그리무르교회다. 시내에서 가장 높은 언덕에 자리 잡고 있으며 콜럼버스보다 500년 앞서 미 대륙을 발견한 ‘전설의 바이킹’ 잉골푸르 아르나르손의 동상이 교회 앞을 지키고 있다. 언덕을 내려가면 동화 같은 상점과 카페가 번화가를 화려하게 수놓는다. 정부청사와 시청사는 우리나라 구청이나 동사무소 같은 작은 규모지만 시청 옆 호수에는 백조가 노닐고 2월의 햇살을 즐기려는 시민들로 붐볐다. 항구에 정박한 푸른색 유리 배처럼 보이는 하르파 콘서트홀은 빌바오의 구겐하임 박물관에 비견되는 걸작이다. 비슷한 시기에 지어졌고 공사비는 더 많이 들어갔지만 외양이나 효율성의 격이 떨어지는 서울시청사를 가진 한국인 관광객을 부끄럽게 만든다. 바이킹 배를 형상화한 ‘태양원정대’ 조형물과 함께 도시를 북구의 예술 중심지로 떠오르게 했다. 1986년 10월 11일 미국 레이건 대통령과 옛 소련 고르바초프 서기장이 만나 지긋지긋한 동서냉전에 종언을 고하는 역사적 담판을 벌인 레이캬비크 정상회담장도 피오르가 그림같이 펼쳐진 항구를 배경으로 서 있다. 케플라비크 국제공항 쪽으로 40분쯤 달리다 보면 그린다빅이 나온다. 이 나라에서 쓰는 에너지의 60% 이상을 만들어 내는 지열발전소의 굴뚝과 거무튀튀한 현무암 석호 무더기에서 뿜어 나오는 자욱한 수증기가 말해 주듯 세계 5대 온천으로 꼽히는 거대한 노천 해수온천 블루라군이다. 펄펄 끓는 지하수를 끌어다 발전에 쓰고 물을 식혀 온천수로 제공한다. 형광 빛을 띤 우윳빛 온천수는 흡사 물아래에서 푸른 조명을 쏘는 듯하다. 몸이 물에 뜰 정도로 미네랄이 풍부하고 발바닥에 밟히는 하얀 진흙은 피부 미용에 최고다. ●활화산과 빙하의 조우 설원의 여명을 뚫고 떠오른 오렌지색 태양은 해탈의 경지 그 자체다. 인간의 흔적이라곤 실 가락 같은 왕복 이차선 도로와 전기를 머리에 인 전신주 세 가닥뿐이다. 남쪽 해안으로 난 링 로드를 따라 달리다 보면 코끼리를 삼킨 보아 뱀의 형상을 한 헤클라화산이 나타난다. 8세기에 처음 불을 뿜은 이후 1104년 바이킹촌락을 사라지게 했고, 1970년 이후 10년 단위로 모두 15번 폭발한 아이슬란드의 심장이다. 중간 기착지 비크로 가는 길에 헤클라화산 남쪽의 나지막한 빙하가 석양에 물들어 신비한 자태를 보인다. 2010년 4월 14일 폭발해 전 유럽 공항을 2주일가량 마비시킨 에이야퍄들라이외퀴들이다. IMF 금융위기와 함께 아이슬란드를 유명하게 한 장본인이지만 지금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평화롭기만 하다. 비크는 100여 가구가 사는 그림엽서 같은 마을이다. 화산암이 풍화된 ‘블랙비치’가 거대한 아스팔트 활주로처럼 펼쳐졌고, 거대한 오르간 같은 바위와 외돌괴가 바다 위에 떠 있다. 미국의 한 여행잡지에 의해 세계 10대 해변으로 선정된 절경이다. 스카프타펠 국립공원에서 요쿨사를론까지 100km는 빙하드라이브 길이다. 바트나요쿨의 촉수가 바다를 향해 뻗어 있다. 아이슬란드어로 ‘바트나’는 물, ‘요쿨’은 빙하를 뜻하는데 빙하가 바다로 떠내려가는 장소라고 이해하면 된다. 요쿨사를론은 빙하호수인데 손을 씻을 수도, 발을 담글 수도 있다. 바다로 떠밀려 가다 해변으로 조난당한 빙하의 정박지다. 빙하를 뚫고 나온 용암이 흐른 길을 따라 걷는 빙하 트레킹이나, 빙봉 턱밑까지 모터 스키를 타고 가는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 중이다. 아이슬란드에는 역사도 종교도 뛰어넘는 범접할 수 없는 자연의 섭리가 있다. 무엇을 보든 상상하는 것 이상이다. 이런저런 번잡한 일상을 벗어나고 싶거나, 세상사에서 탈출하고 싶다면 떠나라. 그 앞에 서는 것만으로 충분할 것이다. 손때 타지 않는 자연과의 조우를 통해 내면의 나를 만날 수 있는 지상 최후의 유의미한 여행이 될 것이다. 글 사진 레이캬비크(아이슬란드) 노주석 선임기자 joo@seoul.co.kr ■문의 유로타임 02-778-3933 eurotime@eurotime.co.kr
  • 아스널 대 뮌헨 경기당일, 벤트너 코펜하겐서 택시 기사 협박

    아스널 대 뮌헨 경기당일, 벤트너 코펜하겐서 택시 기사 협박

    “25년 동안 술 취한 손님을 지켜봤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봤다.” 아스널에서 또 다시 입지를 잃어버린 공격수 니클라스 벤트너가 고국의 수도 코펜하겐에서 만취해 택시기사를 협박했다는 현지보도가 화제가 되고 있다. 덴마크 매체 ‘BT’는 니클라스 벤트너가 아스널과 뮌헨의 2차전이 치러지던 당일 밤, 코펜하겐 시내에서 만취해 택시 기사에게 욕설을 하고, 바지를 벗은 뒤 벨트로 택시를 치고 자신의 몸을 차에 비비는 등 추태를 부렸다고 보도했다. 해당 택시기사는 “25년 동안 술 취한 손님을 봤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봤다”고 밝혔으며 해당 보도에 대해 벤트너의 관계자는 해명을 거부했다고 보도됐다. 벤트너는 최근 덴마크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사람들이 나를 사이코패스로 인식하고 있다”며 답답함을 호소했으나, 이번 덴마크에서의 보도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고국의 팬들에게 더욱 큰 실망을 안겨주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 벤트너의 본인 공식 트위터 계정 프로필사진 이성모 스포츠 통신원 London_2015@naver.com
  • SOS도 없이 증발… 급박한 상황 때 기체 순식간에 폭발했나

    지난 8일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인근 남중국해에서 실종된 말레이시아항공 소속 보잉 777-200 여객기 수색이 난항을 겪으며 추락 원인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말레이시아항공은 여객기 조종사가 구조 신호조차 보내지 못할 만큼 ‘급박한 상황’이 발생한 것으로 예측했다. AP통신은 9일 말레이시아 여객기가 실종된 사고에 대해 테러, 기체 결함, 조종사 실수 등 다각적으로 원인을 분석했다. 비행기 사고 대부분은 이륙이나 착륙 과정에서 일어나며, 1만m 상공을 순항하던 중에 발생하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다. 현재 가장 주목되는 가능성은 테러다. 구조 신호조차 보내지 못할 만큼 급박한 상황이라면 테러로 인해 기체가 순식간에 폭발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로이터통신은 말레이시아 조사팀 관계자의 말을 빌려 사고 여객기가 1만m 상공에서 분해됐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잔해를 찾기 어려운 이유는 공중에서 분해돼 추락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탑승객 중 도난·위조된 여권을 사용한 4명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도난 신고된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여권을 이용한 2명은 태국 바트화로 중국 남방항공을 통해 항공권을 공동 구매했고, 티켓 번호도 이어져 있어 탑승하기 위해 사전에 준비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우크라이나인으로 추정되는 이들은 쿠알라룸푸르에서 베이징을 경유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까지 함께하는 경로로 항공권을 구매했다. 이탈리아 여권을 가진 사람은 암스테르담에서 덴마크 코펜하겐으로, 오스트리아 여권을 가진 사람은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향하는 항공권을 각각 예약했다. 말레이시아 공군은 사고 전 여객기가 항로를 벗어났다며 말레이시아 쪽으로 회항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지만, 회항 사실이 테러와 연관된 것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위구르족 개입 여부도 조사 중이다. 말레이시아 정부 관계자는 “2011~2012년 위구르족이 위조 여권을 사용해 중국으로 추방당한 사실이 있다”면서 “위구르족이 사고와 연관 있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위구르족이 개입됐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기체 결함 가능성도 있다. 프랑스 항공 전문가 베르나르 샤베르는 전날 프랑스 라디오 채널 유럽1에 출연해 사고 여객기가 2012년 상하이 공항 이착륙장에서 중국 남방항공 여객기와 충돌한 사고 전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광범위한 수리를 했으며, 특히 오른쪽 날개 일부 부품을 교체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말레이시아항공은 “2012년에 사고가 난 것은 사실이지만 안전하게 수리했다”며 “10일 전 안전 점검에서도 정상 상태로 나왔다”고 기체 이상 가능성을 일축했다. AP통신은 보잉 777의 경우 양쪽 날개에 엔진이 한 개씩 달린 여객기로, 엔진 2개가 모두 고장 나 사고가 발생했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엔진이 고장 나더라도 최장 20분간 비행할 수 있어 구조 신호를 보내지 않은 것은 의문으로 남는다. 조종사들이 오토파일럿(자동항법장치)을 끈 상태에서 수동으로 기체를 몰다 방향 감각을 상실하는 등 실수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2009년 대서양에 추락한 에어프랑스 여객기도 이번 사고처럼 구조 요청 없이 갑작스레 연락 두절됐지만, 비행기의 외부속도 감지기가 파손됐을 때 기장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고 부기장은 정상 운항 절차를 따르지 않은 점이 나중에 확인됐다. 그러나 이번 사고 여객기의 조종사인 자하리 아흐마드 샤(53)는 1만 8000여 시간의 비행 경력을 지닌 베테랑인 만큼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복지천국 덴마크서 소외 이웃 돕고 한국 홍보

    복지천국 덴마크서 소외 이웃 돕고 한국 홍보

    “세계에서 가장 행복하다는 나라에서, 그것도 ‘못사는 나라’에서 온 유학생이 불우이웃을 돕겠다고 하니 처음에는 못 믿겠다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복지 천국’으로 불리는 덴마크에서 불우이웃을 돕기 위한 ‘행복 배달 포차’(Delivering Happiness)가 등장해 덴마크인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행복 배달 포차의 주인은 현지 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준비 중인 한국 청년 김희욱(사진·30)씨. 아직 학생 신분인 김씨의 공식 직함은 씨앗호떡 유럽 홍보팀장이다. 지난달 초 수도 코펜하겐 중심가에 포장마차를 만들어 장사를 시작한 김씨는 3일 서울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 문화도 알리고, 덴마크에서도 소외된 이웃들을 돕기 위해 ‘씨앗 호떡’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한국 대학에서 건설교통공학 학사과정을 마치고 덴마크를 찾은 김씨는 현지인들의 반응에 당혹스러웠다고 한다. 상당수의 덴마크인들이 한국을 여전히 전쟁 폐허 속 굶주림에 시달리는 나라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덴마크를 포함한 유럽의 언론들은 북한 소식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 이를 접하는 사람들은 단순히 ‘코리아’로 인식할 뿐 남과 북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면서 “반대로 한국인들도 덴마크 하면 복지국가와 ‘덴마크 다이어트’ 정도만 떠올릴 뿐 양국 국민들이 서로의 문화를 너무도 모른다는 느낌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유학생 신분으로 자신의 생활도 빠듯하지만 그를 봉사의 길로 이끈 것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노숙인과 독거노인, 마약중독자, 매춘부 그리고 한국에서 입양된 어린이들이었다. 한국의 어린이 입양 문제를 현지에서 피부로 느끼게 된 김씨는 주변 유학생들과 뜻을 모아 한국 출신 입양인과 한국에 관심이 많은 현지인을 위한 한국어 교육 봉사를 시작했고 이어 현지의 불우이웃에게도 관심을 넓혔다. 봉사 활동과 한국 문화 홍보를 동시에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김씨가 떠올린 사업은 부산의 간식 명물 ‘씨앗 호떡’이다. 그는 이 사업을 위해 지난해 한국의 전문 업체에서 반죽부터 굽기까지 기술을 익혀 갔다. 호떡은 동해와 독도를 소개하는 종이컵에 담겨 1개당 20덴마크 크로네(약 4000원)에 팔린다. 노점 핫도그 1개가 6000원에 팔리는 물가를 감안하면 저렴한 편으로 수익금의 일부는 호떡을 정기적으로 노숙인 카페에 배달하는 데 쓴다. 김씨의 뜻에 동참하는 사람들은 돈을 더 내기도 한다. 처음에는 호기심에 맛을 보던 손님들도 입소문이 퍼지면서 조금씩 늘고 있다. 김씨는 “지금은 작은 호떡 하나에 불과하지만 다양한 경로의 홍보를 통해 좁게는 한국과 덴마크, 넓게는 북유럽 국가들 사이에서 민간 외교의 역할을 하고 싶다”면서 “최종적으로는 북유럽 내 최초의 한인 축제를 주최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덴마크 왕실 식기 예쁘죠”

    “덴마크 왕실 식기 예쁘죠”

    3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서 덴마크 도자기브랜드 로얄코펜하겐의 명장 주디스 소렌슨(가운데)과 홍보도우미들이 덴마크 왕실 식기로 사용되는 ‘플로라 다니카’를 선보이고 있다.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 “묻지마 폭력은 사회 연결고리 와해 방증… 한국도 공동체화합 도모 시민운동 필요”

    “묻지마 폭력은 사회 연결고리 와해 방증… 한국도 공동체화합 도모 시민운동 필요”

    “묻지마 폭력은 사회 구성원 간 연결고리가 그만큼 와해됐다는 것을 방증합니다. 갈수록 종교·인종 등이 다원화되고 있는 한국도 공동체 화합을 도모하는 시민운동이 필요합니다.” 국회도서관과 희망제작소의 초대로 방한한 덴마크 시민 운동가 로니 에버겔(41)은 지난 15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2000년 최초로 고안한 ‘휴먼라이브러리’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일로에 있는 ‘묻지마 폭력’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에버겔은 21년 전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에서 파티를 가던 자신의 친구가 칼에 찔려 숨진 뒤 ‘스톱 더 바이올런스’라는 비폭력 운동을 시작했다. 그는 “사소한 싸움에 휘말린 친구가 왜 그렇게 무참히 죽어야 했는지, 극단적인 범죄를 막으려면 사회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2000년 에버겔은 친구 4명과 함께 ‘휴먼라이브러리’를 고안했다. 말 그대로 ‘휴먼북’(사람책)을 빌려 볼 수 있는 도서관이다. 일상에서 만나기 어려운 종교, 성적 취향, 인종, 직업 등을 가진 휴먼북을 접하면서 편견과 선입견을 무너뜨리자는 취지다. 에버겔은 “휴먼라이브러리가 동성애자, 무슬림, 이민자 집단 등 사회적 소수자들과 기존 지역 사회 시민들이 서로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을 무너뜨려 ‘인간적인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돕고 사회 통합에도 기여한다”고 설명했다. 덴마크는 일찍부터 이민자 유입이 시작됐지만, 사회통합이 이뤄지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펜하겐의 인구 54만여명 가운데 22%가 이민자로 구성돼 있다. 에버겔은 “현재 국민 32명 중 1명(2.8%)이 외국인인 한국도 2020년에는 외국인 비율이 5%, 2050년에는 9%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코펜하겐의 경험을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지식 콘서트 ‘테드’(TED)에 출연하는 등 세계 곳곳을 누벼온 에버겔의 활동으로 휴먼라이브러리는 70개 국가로 퍼졌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이 어린 기린이 무슨 죄가 있다고…

    이 어린 기린이 무슨 죄가 있다고…

    개체수를 조절한다며 멀쩡한 새끼 기린을 죽여 사자 먹이로 준 덴마크의 동물원이 동물애호가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 동물원은 교육적 효과가 있다며 어린이를 포함한 관람객 앞에서 기린을 해체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코펜하겐 동물원은 9일(현지시간) 두 살 된 수컷 기린 마리우스를 도살했다. 동물원은 2만 7000여명이 서명한 온라인 청원을 무시하고 도축용 볼트건으로 마리우스를 죽였으며, 이어 초대된 관람객들 앞에서 가죽을 벗기고 잘라 사자 우리에 던져줬다. 토비아스 스텐백 브로 동물원 대변인은 “사진으로는 얻을 수 없는 기린에 관한 해부학적 지식을 어린이들에게 제공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동물원의 이 같은 결정은 유럽동물원수족관협회(EAZA)의 권고에 따른 것이었다. EAZA는 코펜하겐 동물원에 마리우스와 같은 종의 기린이 너무 많다고 권고했다. 생물 다양성 보존과 최고 수준의 사육 표준을 요구하는 EAZA에는 코펜하겐 동물원을 비롯해 유럽 347곳의 동물원과 수족관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코펜하겐 동물원은 협회의 원칙에 따라 마리우스를 68만 달러(약 7억 2800만원)에 판매하라는 한 부호의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코펜하겐 동물원은 마리우스의 형들이 있다는 이유로 영국 요크셔 야생 공원으로의 이송 제안을, EAZA의 회원이 아니라며 스웨덴 북부에 있는 한 동물원의 제의를 거절했다. 부작용을 우려해 마리우스를 피임시키거나 거세하는 것도 거부했다. 유럽의 동물애호 단체들은 즉각 코펜하겐 동물원을 비난했다. 애니멀라이츠 스웨덴은 “동물원이 개체가 너무 많거나 더 이상 흥미를 끌지 못하는 동물을 죽이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라면서 “동물원에 가지 않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아이 앞에서 기린 죽이고 토막낸 동물원 논란

    아이 앞에서 기린 죽이고 토막낸 동물원 논란

    동물원 사육사가 어린이 관람객들 앞에서 새끼 기린을 잔혹하게 죽이는 황당한 일이 발생해 논란이 일고 있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 등 해외 언론이 9일 보도했다. 덴마크 코펜하겐 동물원 측은 동물원 내에서 생후 18개월의 ‘마리우스’(Marius)라는 기린을 보살필 만한 공간이 없다는 이유로 전기총을 이용해 죽였다. 숨이 끊어진 새끼 기린의 사체는 곧장 여러 조각으로 토막이 났고, 동물원 내의 사자에게 던져져 먹잇감이 됐다. 문제는 이 모든 과정이 다수의 어린 아이 관람객이 보는 앞에서 이뤄졌다는 사실이다.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한 성인 관람객들은 곧장 동물원측에 이를 항의하고 해당 동물원을 보이콧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일부는 동물원이 문을 아예 닫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문제의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오기 시작하면서 다른 국가에서도 반발이 빗발쳤다. 이미 2만7000여 명이 해당 동물원의 공식 사과 및 조치를 요구하는 탄원서에 서명을 한 상태다. 하지만 코펜하겐 동물원 측은 논란이 된 처사가 현실에 근거한 행위이기 때문에 정당하다고 볼 수 있으며, 사람들이 이를 이해해주길 바란다는 뜻을 내비쳐 비난이 끊이지 않고 있다. 또 관람객 앞에서 공개적인 동물 해부가 과연 옳은 처사인지도 도마에 올랐다. 동물원 관계자는 “관람객 앞에서 동물을 해부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우리는 동물 뿐 아니라 삶과 죽음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공개 해부를 실시해왔다”면서 “이전에도 얼룩말과 뱀, 염소 등을 공개적으로 해부한 적이 있다. 다만 기린이 대중 앞에서 해부가 된 것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기린을 보살필 만한 공간이 부족했다는 코펜하겐 동물원 측의 해명 역시 논란이 많다. 영국 요크셔야생공원(Yorkshire Wildlife Park)측이 사건이 발생하기 전 이미 마리우스를 데려가겠다는 의사표명을 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코펜하겐 동물원 측은 특별한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은 가운데, 동물원을 향한 비난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서울 물가 세계서 37번째 비싸

    서울 물가 세계서 37번째 비싸

    세계 주요 도시 가운데 물가가 가장 비싼 곳은 영국 런던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은 37위에 올랐다. 글로벌 물가조사 사이트인 엑스패티스탄닷컴(www.expatistan.com)은 28일(현지시간) 1617개 도시의 패스트푸드 가격, 숙박비 등 5190개 품목 물가를 비교·분석해 물가지수로 산출한 결과를 발표했다. 그동안 세계에서 가장 물가가 비싼 도시였던 노르웨이 오슬로는 이번 조사에서 2위로 밀려났다. 그 뒤를 스위스 제네바, 취리히, 미국 뉴욕, 스위스 로잔, 싱가포르, 프랑스 파리, 미국 샌프란시스코, 덴마크 코펜하겐 등이 이었다. 특히 10위권에 스위스 3개 도시가 포함됐다. 이어 호주 시드니, 홍콩, 호주 브리즈번, 네덜란드 헤이그, 스웨덴 스톡홀름, 미국 호놀룰루,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호주 멜버른, 일본 도쿄, 미국 워싱턴 DC가 11~20위에 차례로 이름을 올렸다. 아시아 도시 중에는 중국 상하이(104위), 베이징(121위), 태국 방콕(140위), 타이완 타이베이(145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148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161위) 등이 200위 안에 들었다. 엑스패티스탄닷컴을 통해 도시별 물가를 비교해 보면 서울은 중국 베이징보다 식비 52%, 교통비 69%, 주거비 15%가 높아 평균 28% 정도 물가가 비쌌다. 반면 미국 뉴욕보다는 주거비 42%, 식비 4%, 교통비 32%가 낮아 평균 29% 정도 생활비가 덜 들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시간제 일자리 길을 묻고 답을 찾다] 복지천국 덴마크 가보니

    [시간제 일자리 길을 묻고 답을 찾다] 복지천국 덴마크 가보니

    세계에서 국민이 가장 행복한 나라 덴마크. 1인당 국민소득 5만 달러 이상의 부자 나라로 세계 최고의 복지 시스템을 자랑하는 덴마크는 북유럽 국가 중에서도 ‘가장 완벽한 복지국가’로 꼽힌다. 지난해 9월 유엔이 조사한 ‘세계 행복 보고서’에서도 덴마크는 1등을 차지했다. 덴마크는 우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시간제 일자리 확대의 ‘롤모델’로 거론된다. 그러나 현격한 국민소득과 복지 시스템의 격차 탓에 한국 현실엔 맞지 않는 ‘허황된 꿈’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덴마크를 직접 찾아 시간제 일자리의 정착과 확산 비결을 살펴봤다. 지난해 12월 20일 오전 8시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의 중앙역 앞. 한겨울 북유럽의 찬바람에도 도로는 ‘자출족’(자전거로 출근하는 사람)의 행렬로 가득했다. 출근시간대임에도 자전거 이용의 생활화와 정착된 시간제 근무 영향 덕인지 자전거와 자동차의 흐름은 원활했다. 덴마크는 고용률이 70%를 넘는(2011년 기준 73.2%) 유럽 국가 중에서도 모범적인 노동시장 환경을 갖춘 나라다. 덴마크를 비롯한 유럽연합(EU)은 2003년 고용전략으로 ‘시간제 일자리 확대’를 선택했고, ‘하르츠 개혁’으로 대표되는 독일은 미니잡(mini-job)과 같은 단시간·저임금 일자리를 통해 여성 고용률 증가에 성공했다. 하지만 덴마크는 기존의 고유한 고용시장 모델인 ‘유연안정성’(flexi-security) 탓인지 독일만큼의 즉각적이고 큰 변화는 없었다. 그럼에도 70%라는 이상적인 고용률과 이런 고용시장을 뒷받침하는 사회보장 시스템은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한국 정부가 분석하고 배워야 할 대상이다. 덴마크의 유연안정성 모델이란 사용자에게 노동자에 대한 해고의 자유를 보장해 노동시장을 유연화하는 동시에 해고자 및 실업자의 재취업을 적극적으로 돕고, 실업 상태에서도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하는 노동안정성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덴마크에선 사용자가 노동자를 쉽게 해고해도 한국과 같은 노동조합의 반발을 거의 겪지 않는다. 실업급여 수준이 높은 데다 쉬운 해고만큼 재취업도 어렵지 않게 이뤄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덴마크의 노동시장은 연평균 30%대의 입직률과 이직률을 보이고 있다. 전체 노동자의 평균 근속 기간 역시 8년 안팎으로 ‘평생직장’ 개념이 강한 한국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다. 여기에 해고된 노동자는 2년간 전 직장 임금의 80%에 해당하는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어 노동자들도 해고에 대한 거부감을 거의 갖지 않는다. 이날 코펜하겐 취업정보센터에서 만난 요른 스텐베르(36)는 “두 달 전쯤 회사에서 인력을 줄이면서 해고됐는데 연말은 가족과 함께 보내고 다시 일할 수 있는 곳을 알아보러 나왔다”며 “해고가 쉽게 이뤄지는 만큼 다른 회사로 들어갈 기회 또한 많다”고 말했다. ‘쉬운 해고’의 성공 사례는 덴마크 대표 기업인 장난감 회사 ‘레고’에서도 찾을 수 있다. 덴마크 소도시 빌룬에 있는 레고사는 2004년 인터넷 게임의 강세 속에 위기를 맞았다. 당시 레고사는 1990년대 말부터 시작된 누적 적자로 미국 공장 문을 닫는 등 위기에 직면, 덴마크 본사 직원 8000여명 중 3500여명을 해고하는 등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덴마크에서 경영난에 따른 해고 통보는 재직 기간 기준으로 3~6개월 전에 미리 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 같은 고용·해고 시스템으로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의 저항은 거의 없었다. 이후 레고사는 신제품 개발 등을 통해 경영 실적이 향상되자 다시 직원을 늘려 나갔다. 덴마크에는 사회안전망을 토대로 한 시간제 일자리도 정착됐다. 소득에서 세금으로 나가는 비율이 높지만 의료·교육 서비스가 무상으로 제공되고, 마을마다 유아 보육 시설이 잘 마련돼 남녀 구분 없이 다양한 연령층에서 시간제 일자리를 활용하고 있다. 코펜하겐 시립 도서관에서 시간제로 일하는 르네 베스터가드(42·여)는 “오전 9시까지 출근해 대출 도서 목록과 반납된 책을 정리하는 게 하루 일과”라면서 “오후 3시에 퇴근해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평범한 생활을 하고 있는데, 전일제 정규직 동료에 비하면 일을 적게 하는 만큼 임금을 적게 받을 뿐 회사 내 복지 혜택에서는 동등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유연한 노동시장의 배경은 1899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급속한 산업화 속에 덴마크 노동자들은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당시 사용자 단체와 맞섰고 이는 총파업으로 이어졌다. 이에 고용주 대표단과 노동자 대표단은 4개월에 걸친 협상에 들어갔고 대타협을 이루면서 현재의 고용모델 토대를 마련했다. 고용주는 노동자의 권리를 인정하고 노동자 또한 사용자의 자유로운 경영활동을 보장하는 것이 대타협의 핵심이다. 몰텐 비어링 코펜하겐 취업정보센터 고용정책연구원(공공 일자리 담당)은 “덴마크의 독특한 고용시장 형태는 높은 세금을 바탕으로 한 복지정책이 근간을 떠받들고 있지만 사용자 단체와 노동조합이 서로 신뢰하면서 끊임없이 대화와 타협을 해 왔다는 점도 중요한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취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지하철 역. 평일 오후 3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지만 열차 안은 승객들로 가득했다. 이들 대부분은 오전 8~9시쯤 출근했다가 귀가하는 시간제 노동자들이라는 게 현지 관계자의 전언이다. 글 사진 코펜하겐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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