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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복리처럼 쌓은 시간이 삶에 주는 것

    [열린세상] 복리처럼 쌓은 시간이 삶에 주는 것

    요즘 나는 카드로 결제할 일이 있을 때 페이 앱을 활용한다. 페이 앱을 통해 결제하면 별도의 포인트가 적립되는데 이것을 모으면 한 달에 3000원 정도 된다. 과거 직장 동료는 번거로워서 그렇게는 못 하겠다며, 그쯤은 그냥 포기하고 말겠다고 했다. 확실히 3000원을 큰돈이라 생각할 사람은 별로 없을 듯하다. 그러나 월 3000원도 1년이면 4만원 가까운 돈이 된다. 직장 동료가 그렇게 말했던 때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에는 10만원을 훌쩍 넘는다. 3000원은 큰돈이 아니지만, 10만원을 적은 돈이라 무시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아이에게 10만원짜리 장난감을 사 주거나 10만원짜리 저녁을 먹으면서 너무 싸다고 생각할 사람은 많지 않다. 무시했던 돈이 무시할 수 없는 돈으로 변해 있는 것은 아이러니라고 할 만하다. 어디인지 인지 부조화 같은 느낌도 든다. 로또 100장을 사서 5만원짜리 두 번만 당첨돼도 그렇게 기쁜데, 고작 한 달에 3000원씩 모은 것이 그런 기쁨을 준다고? 어쩐지 선뜻 와닿지 않는다. 그런데 삶에는 본디 즉각적인 효능감보다는 그처럼 인지 부조화 같은 느낌의 축적이 더 중요한지도 모른다. 삶에서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하는 것들은 대부분 쌓인 줄도 모르게 쌓인 것들이다. 대학 시절 배운 지식들이 무슨 쓸모가 있을지 몰랐지만, 20년 가까이 내가 쓰는 글들의 바탕이 되어 주고 있다. 아내와 아이랑 함께 보낸 시간들은 돈벌이나 사회적 경력에 아무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았지만, 강력한 사랑의 감정이 쌓여 내 삶을 단단히 지탱해 주고 있다. 워런 버핏이 장기간 ‘복리 투자’를 강조한 사실도 널리 알려져 있다. 요즘에는 너도나도 주식이나 코인 투자에 뛰어들며 인생 한 방을 노린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카페에 앉아 있으면 들리는 말소리의 절반쯤은 투자 이야기다. 우리는 누구나 ‘단번에’ 큰돈을 번 사람들을 부러워하지만, 쥐도 새도 모르게 매일 모아 가는 돈이야말로 더 큰 힘이 될 수 있다. 모건 하우절은 ‘돈의 방정식’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뭔가를 한결같이 지켜 나가는 능력이야말로 진정한 부의 마법”이라고 했다. 부자가 되는 가장 빠른 길도 “천천히 돈을 모으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상은 불확실성으로 가득하며 오늘의 일 이상을 생각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최근 세계불확실성지수(WUI)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면서 일상에도 불안이 침투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의 폭풍은 금방이라도 내가 가진 직업이나 직장을 사라지게 할 것만 같다. 온라인과 소셜미디어(SNS)상에 가득한 콘텐츠들은 도파민을 자극하며 장기적인 전망보다는 오늘의 쾌감에만 빠져들게 만든다. 여러모로 ‘장기적인 삶의 전망’이 불가능해지는 시대에 살고 있는 셈이다. 그런 가운데 삶을 지키는 것은 역시 ‘인지하기 어려운’ 매일의 축적이다. 매일 하는 운동이 복리처럼 근육을 쌓아 올린다. 매일 조금씩 모으는 돈이 몇 년 뒤 삶의 기반이 된다. 매일 쓰는 글이 어느덧 마음을 단단하게 하는 지적 자산이 된다. 매일 쌓는 애정이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삶의 기둥이 된다. 세상이 불확실할수록 믿어야 할 건 매일을 채울 수 있는 나의 의지와 그 매일이 쌓이는 시간의 축적이다. 생각해 보면 인류 문명 또한 시간의 힘으로 쌓아 올려졌다. 다른 동물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인간은 아주 오랜 시간 지식과 기술을 후대로 전하며 쌓아 올렸다. 인간은 생물학적 진화보다는 시간을 통해 쌓아 올린 문명으로 더 많이 설명되는 존재다. 시간을 축적하는 능력이 없었다면, 지금도 우리는 벌판을 떠돌며 사냥하거나 채집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을 오랜 시간 축적했기에 사막에 빌딩을 짓고 암을 치료하며 화성에 우주선을 쏘아 보낸다. 삶도 다르지 않다. 삶의 가장 값진 일들은 보이지 않는 시간이 오랫동안 축적되며 이루어진다. 정지우 변호사·작가
  • 조합원 모집 나선 빗썸 노조 “불공정한 인사평가 D등급 시 감봉 명시는 협박”

    외부 악재가 겹친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에서 이번에는 내부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유령 코인’ 오지급 사고에 이어 금융당국 제재 절차, 기업공개(IPO) 불확실성 논란에 이어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 최초로 노동조합까지 등장하면서다. 11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빗썸 일부 직원들은 최근 서울 강남구청으로부터 노조 설립신고증을 받고 활동을 시작했다. 노조는 한국노총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을 상급 단체로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빗썸 측은 노조 설립과 관련해 “현재 조합원 모집 중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노조는 내부 안내문을 통해 인사제도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노조는 “평가의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인사평가 D등급 시 감봉을 명시한 것은 사실상 협박”이라고 주장했다. 회사 결정으로 대기발령 상태에 놓인 직원에게 임금의 70%만 지급하도록 한 규정 역시 생계를 위협할 수 있다며 취업규칙 재검토를 요구했다. 또 노조는 회사가 복지와 취업규칙을 일방적으로 변경했다고 주장했다. 기존 복지포인트가 공지 한 번으로 절반 이상 줄었고, 이는 근로조건의 불이익 변경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노조는 삭감된 복지포인트 원복을 요구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조직 개편 과정에서 누적된 내부 불만이 노조 설립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빗썸은 지난해 7월 ‘인앤아웃(In&Out)’ 성과관리 제도를 도입하며 조직을 재정비했다. 전체 직원 약 600명 가운데 10%가량이 저성과자 평가 대상으로 분류됐고 일부 직원은 실제 업무에서 배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당시 이를 “재배치와 교육 프로그램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회사 밖 상황도 녹록지 않다. 빗썸은 지난달 이벤트 보상 과정에서 약 62만개의 비트코인을 잘못 지급하는 사고를 낸 뒤 금융감독원 검사를 받았다.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은 특정금융정보법 위반을 이유로 일부 영업정지와 대표이사 문책 등 중징계를 사전 통보한 상태다. 이재원 대표의 임기가 이달 말 종료되는 가운데 3연임 여부도 불투명하다. 잇따른 악재 속에서 상반기 IPO 추진 일정에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 금감원 ‘엔화 반값 환전’ 토스뱅크 현장점검 착수

    빗썸 ‘유령코인’ 사태에 이어 토스뱅크의 ‘엔화 반값 환전’ 사고까지 발생하면서 금융권 전산 오류에 대한 관리·통제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0일 발생한 환율 오류와 관련해 토스뱅크를 상대로 환율 오류 발생 경위와 전산 관리 체계 등을 확인하기 위한 현장점검에 11일 착수했다. 전날 오후 7시 29분부터 약 7분 동안 토스뱅크 앱에서는 엔화 환전 시 100엔당 약 472원 수준의 환율이 적용되는 오류가 발생했다. 당시 시장 환율은 약 934원대로 정상 가격의 절반 수준에 엔화가 거래된 것이다. 토스뱅크는 오류를 확인한 직후 환전 거래를 중단했고 같은 날 오후 9시께 서비스를 정상화했다. 토스뱅크는 이날 공지를 통해 “해당 시간 동안 체결된 엔화 환전 거래는 전자금융거래법 등에 따라 정정(취소) 처리될 예정”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오류 환율로 체결된 거래는 취소되고 고객이 보유한 엔화는 회수된다. 매수에 사용된 원화는 환불된다. 이미 엔화를 카드 결제나 송금, 출금 등에 사용한 경우에는 토스뱅크 외화통장 또는 원화 통장 잔액에서 정산된다. 원화 계좌에서 출금될 경우 환율은 100엔당 929.06원이 적용된다. 지난달에는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이 이벤트 당첨금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단위를 잘못 입력해 약 62만 개의 비트코인을 오지급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첨금 단위를 ‘원’이 아닌 ‘비트코인’으로 입력하면서 실제 보유량을 크게 웃도는 물량이 지급됐다. 토스뱅크와 유사한 사례는 지난해 2월 하나은행에서 발생했다. 당시 베트남 통화인 베트남동 환율이 정상 가격의 10분의 1 수준으로 잘못 고시되는 전산 오류가 있었다. 이 건은 전자금융거래법상 ‘명백한 오류 거래’ 규정이 적용돼 해당 거래가 취소된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 서비스가 모바일 기반으로 빠르게 확대되면서 전산 시스템 안정성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며 “유사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내부 통제와 시스템 점검 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500m 고원서 트레일러닝… 한국의 샤모니 꿈꾸는 ‘으뜸 장수’

    500m 고원서 트레일러닝… 한국의 샤모니 꿈꾸는 ‘으뜸 장수’

    국내 첫 100마일 트레일레이스작년 112명 도전해 43명만 완주최고 산악 러닝축제로 자리매김블랙야크와 K샤모니 챌린지14개 명산 아웃도어 무대로 재해석체험·보상·재방문 챌린지 구조 완성산악 레저 캠핑 페스티벌·MTB단풍길 걷는 가족 트레킹 백미60㎞ 숲길 달리는 MTB도 인기해발 1000m를 넘는 장안산과 팔공산을 비롯해 전체 면적의 75%가 산지로 이루어져 있는 아름다운 지역, 전북 장수군은 풍부한 산림자원과 천혜의 자연환경으로 유명하다. 해발 400~500m 고원이 이어지는 장수의 산줄기와 계곡은 그 자체로 거대한 자연 무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곳은 오랜 기간 발전에서 소외됐지만 그만큼 천혜의 아름다움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런 청정 자연환경이 최근 가치를 발하고 있다. 트레일 러닝·캠핑·산악자전거(MTB) 등 다양한 산악 활동이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며 관광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국제 산악관광 도시를 만들기 위한 장수군의 도전도 본격화했다. 군은 청정한 자연환경의 강점을 특색 있는 매력으로 가꿔 ‘한국의 샤모니’를 꿈꾸고 있다. 섬세한 미래 전략을 수립해 ‘으뜸’ 장수의 의미를 되찾겠다는 군의 도전은 이미 시작됐다. ‘장수 트레일레이스‘는 국내 대표 산악 러닝 대회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장수 트레일레이스는 국내 최장거리인 100마일(170.8㎞) 코스가 정식으로 운영되며 국내 트레일러닝의 판도를 바꿔놓았다. 트레일 러닝에서 100마일은 마라톤의 풀코스처럼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높은 난이도 때문에 운영과 안전 부담이 매우 크다. 국내에선 그동안 이런 대회가 쉽게 열리지 못했다. 실제로 지난해 100마일 코스에는 총 112명이 출전해 단 43명만이 완주에 성공했을 만큼 혹독한 여정이었다. 100마일 코스 신설은 적지 않은 부담이었지만 장수군의 과감한 도전은 성공적이었다. 대회 기간이면 평소 고요하던 읍내와 마을이 들썩였다. 주민들은 준비한 간식을 나눠주고, 선수들이 지나갈 때마다 목이 터져라 응원을 보내며 대회를 함께 만들어갔다. 보급소(CP)에 도착하면 스태프가 선수들의 물병을 대신 채워주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러너들은 이를 두고 “장수에서만 느낄 수 있는 진짜 환대”라고 입을 모았다. 지역 학생들도 자원봉사자로 참여하면서 장수 트레일레이스는 지역 공동체가 함께 만들어가는 지역 축제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장수 트레일레이스는 지역 환대와 자연환경, 코스 완성도를 바탕으로 국내 최고 수준의 산악 러닝 축제로 자리 잡았다. 2022년 150여명으로 시작했던 대회는 2023년 참가자가 800명, 2024년 3000명, 2025년에는 5000여명으로 늘어났다. 장수군의 산악 자원은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다. 아웃도어 브랜드 ‘블랙야크’와 함께 운영 중인 ‘장수 K-샤모니 마운틴 챌린지’는 군 전역의 14개 명산을 하나의 브랜드로 통합해 군 산악지형 전체를 하나의 아웃도어 무대로 재해석했다. 챌린지 참가자들은 블랙야크 알파인 클럽(BAC) 앱을 통해 덕유산 서봉, 봉화산, 장안산, 팔공산, 사두봉 등 핵심 봉우리를 인증하며 장수의 산악지형을 직접 체감할 수 있다. 특히 장수군의 긴 산줄기인 백두대간과 금남호남정맥이 맞닿는 구조는 ‘하루에 한 봉우리’라는 일반적인 산행이 아니라 산악지형을 하나의 생활권으로 경험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지난해 6월부터 10월까지 진행된 챌린지 완주자들에게는 블랙야크에서 BAC 코인을, 장수군은 기념품을 제공하며 ‘체험→보상→재방문’ 구조를 완성했다. 장수군은 이 챌린지를 기반으로 트레일 런 챌린지 등 다양한 산악 레저 콘텐츠를 차례대로 확대할 방침이다. 단발성 행사가 아니라 장수군 전체가 사계절 산악 놀이 공간으로 기능하도록 만드는 전략이다. 이는 산악 브랜드와 지자체가 협업해 지역 산업·관광·청년 정착까지 연결하는 모범 모델로도 평가받고 있다. 장수 방화동자연휴양림에서 펼쳐진 산악 레저 ‘캠핑 페스티벌’은 장수의 산악관광 모델이 캠핑·트레킹·관광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해 11월 열린 이 축제에는 가족 단위 4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트레킹, 숲속 공연, 지역 투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체류형 산악관광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참가자들은 개인 장비 캠핑은 물론 장비 대여형 야영 구역까지 선택할 수 있어 초보 캠핑족도 자연스럽게 장수의 숲을 경험할 수 있었다. 그중 백미는 가을 단풍을 따라 걷는 가족형 트레킹 코스였다. 산림체험원·데크 로드·방화폭포로 이어지는 약 2시간 코스는 난이도가 부담스럽지 않아 아이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스탬프 인증 미션은 재미를 더했다. 휴양림 초입의 따뜻한 먹거리 존과 저녁 공연도 가족 방문객 만족도를 높였다. 캠핑 페스티벌의 특징은 지역 경제와의 연계 구조다. 순환 셔틀을 이용해 누리파크·논개사당·장수 5일 장을 잇는 ‘장수 도장 깨기 투어’가 운영되며 장의 관광지를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다. 5일 장에서의 영수증 이벤트는 지역 소비 활성화에도 큰 힘이 됐다. 장수군의 지형은 MTB 주행에 최적이다. 승마 로드의 메타세쿼이아길과 장안산 임도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약 60㎞ 크로스컨트리 코스는 국내에서도 보기 드문 완성도를 자랑한다. 코스는 임도·숲길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 초보 라이더와 베테랑 모두 참여할 수 있는 폭넓은 매력을 갖췄다. 지난해 10월 개최된 ‘제5회 장수 한우랑 사과랑 전국 MTB 대회’에는 600여명이 참여했다. 장수군은 전문 산악자전거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민관 협력 지역 상생 협약 일환으로 오는 10월까지 24억원 규모의 ‘MTB 수준별 로드·랜드 마크 조성 사업’도 추진 중이다. 군 관계자는 “난이도별 9개 코스와 웰컴 광장, 안전 펜스 등 체계적 기반 조성이 완료되면 장수는 ‘MTB 특화지구’라는 새로운 단계의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박현주의 ‘코인 승부’…지분 규제에 막힐까[경제 블로그]

    박현주의 ‘코인 승부’…지분 규제에 막힐까[경제 블로그]

    “내가 살아있을 때 마지막으로 추진하는 큰 프로젝트일 겁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박현주(68)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코빗 인수와 관련해 이렇게 강조하며 ‘속도전’을 주문했다고 합니다. 코빗 지분 92%에 대한 인수대금은 1335억원. 미래에셋이 투자하는 다른 사업과 비교하면 그리 크지 않은 규모임에도 이 정도로 이야기했다는 건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박 회장의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박 회장은 하나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서 주식 거래와 코인 거래가 동시에 지원되는 플랫폼 구축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핀테크 플랫폼 로빈후드는 주식뿐 아니라 가상자산 거래를 이미 지원하고 있는데요. ‘한국판 로빈후드’를 만들겠단 얘기죠. 예를 들어 미래에셋증권 MTS에서 삼성전자 주식도 거래하고, 비트코인도 거래하는 식입니다. 스테이블코인 역시 결제 수단으로 활용할 전망입니다. 이미 미래에셋컨설팅은 ‘KRWM’ 등 원화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표도 출원해뒀습니다. 미래에셋은 금가분리(금융·가상자산 분리)를 우회해 비금융 계열사인 미래에셋컨설팅을 통해서 코빗 인수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미래에셋컨설팅은 그룹 지배구조 상단에서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당국은 현재 금가분리 원칙에 따라 금융사업자가 가상자산 관련 사업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데요. 미래에셋 내부에서는 가상자산 2단계 입법으로 금가분리가 완화되면 일이 쉽게 풀릴 것이란 기대도 감지됩니다. 문제는 당정이 가상자산 사업자의 대주주 지분율을 20%(예외 34%)로 제한하기로 가닥을 잡았다는 점입니다. 코빗의 대주주가 될 미래에셋의 지배력도 지분율 92%에 비하면 약해질 수밖에 없죠. 법 시행 후 약 3년의 유예기간이 주어지지만, 결국 지분을 정리해야 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라는 관문도 남아 있습니다. 미래에셋은 지난달 관련 심사를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야권에서는 지분 제한 규제가 도입되면 산업 위축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은데요. 업계 관계자는 “박 회장이 코빗 인수와 관련해 ‘일 처리 속도가 나지 않는다’며 답답해한다”고 전했습니다. 가상자산 제도화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박 회장의 ‘주식+코인 플랫폼’ 구상이 어떻게 현실화할지 관심이 쏠립니다.
  • 하루 새 뒤집혔다…코인 뺨친 코스피

    하루 새 뒤집혔다…코인 뺨친 코스피

    경기 수원에 거주하는 직장인 강모(31)씨는 지난달 26일 ‘국장’에 발을 들였다가 며칠간 밤잠을 설쳤다. 증시 급등세에 ‘급전’ 7000만원을 빌려 국내 대형주에 투자했는데 이란 사태 여파로 이틀간 시장이 1000포인트 넘게 추락해서다. 다음 날 코스피가 장 초반 10% 넘게 급등했지만, 강씨는 여전히 불안하다. 그는 “손실이 절반 정도 줄었지만 ‘롤러코스피’ 장세라 팔아야 할지 더 들고 있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 증시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국장인지 코인(가상자산) 시장인지 모르겠다”는 말이 나온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우려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흔들리는 가운데 코스피가 하루 사이 두 자릿수 급등락을 기록하는 등 이례적인 변동성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5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90.36포인트(9.63%) 오른 5583.90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5715.30까지 뛰어 12.21%의 상승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코스닥도 137.98포인트(14.10%) 오른 1116.41로 마감했다. 이틀 동안 951조원 증발했던 코스피·코스닥 시가총액은 이날 하루에만 412조원이 회복됐다. 원달러 환율도 4거래일 만에 하락해 1468.1원으로 마감했다. 개장 직후인 오전 9시 6분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는 프로그램 매수 호가 효력을 일시 정지하는 ‘사이드카’가 동시에 발동됐다. 전날에는 매도 사이드카와 거래를 일시 중단하는 ‘서킷브레이커’까지 발동되는 등 시장 분위기가 하루 만에 급반전했다.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는 급격한 가격 변동이 발생할 때 각각 5분, 20분 동안 거래를 멈추는 장치다. 올해 들어 사이드카는 이미 8차례 발동됐다. 아직 3월인데도 연간 발동 횟수 기준 역대 여섯 번째 수준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에 45번 발동된 게 역대 최대 기록이었다. 극심한 변동성은 개인 투자자의 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공포에 따른 투매(패닉셀)와 뒤늦게 따라 사는 ‘추격 매수’가 반복되고 있다. 최근 주식 투자를 시작한 30대 A씨는 “더 내릴까 봐 손해를 감수하고 어제 팔았는데 오늘은 또 급등하니 허탈하다”고 말했다. 불안은 실제 피해로도 이어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4일 증권사가 투자자 주식을 강제로 처분한 ‘반대매매’ 규모는 22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평균(135억원)보다 많이 늘어난 수준이다. 주가가 급락하면서 추가 증거금을 내지 못한 투자자들의 계좌에서 증권사가 담보 주식을 강제로 처분하는 사례가 늘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최근 증시 과열과 지정학 리스크가 겹쳐 이례적인 변동성이 나타난 것으로 본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단기 매매 중심 투자 방식은 위험을 키울 수 있다”며 “급락 구간에 장기 투자 관점에서 분할 매수하는 방식이 유효하다”고 조언했다. 다만 시장의 기초 체력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코스피 5000선이 당분간 하방 지지선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며 “변동성은 있겠지만 반도체 등 실적 기반이 있어 버블 국면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 이란 공습 후 “돈이 안 들어와요” 발 동동…해외송금 지연에 “코인으로 할걸” 걱정도[경제 블로그]

    “웨스트유니온(미국계 글로벌 송금업체)으로 보내면 보통 바로 가는데, 이번엔 감감무소식이었어요. 뉴스보다 송금 화면이 더 신경 쓰이더라고요.” 카타르에 체류 중인 직장인 서모(29)씨는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소식을 접하자마자 한국 계좌로 돈을 보냈습니다. 혹시 상황이 더 악화될까봐 국내에 있는 가족에게 생활비를 미리 송금한 겁니다. 평소엔 한두 시간이면 도착했지만, 이번엔 하루가 지나도 입금되지 않았습니다. 전쟁이 나면 우리는 유가와 환율부터 봅니다. 실제로 공습 직후 국제 유가와 원달러 환율은 출렁였습니다. 그러나 현지 체류자들에게 당장 절박한 건 ‘지금 보내는 돈이 제때 도착하느냐’였습니다. 해외송금은 단순한 버튼 클릭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자금은 국제 결제망(SWIFT) 같은 국제 메시지망으로 송금 지시가 오가고, 해외 은행들끼리 서로 열어 둔 결제용 계좌를 통해 최종 정산됩니다. 분쟁이나 제재 우려가 커지면 확인 절차가 강화되고 속도는 느려집니다. 문제는 시간입니다. 송금이 지연되는 사이 환율이 움직이면 실제로 받는 원화 금액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흐름의 규모도 작지 않습니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2024년 한국의 해외 개인 송금(지급) 규모는 102억 3000만달러입니다. 원달러 환율 3일 기준 1466.1원을 적용하면 약 14조 9982억원 정도됩니다. 대부분 생활비입니다. 하루 이틀만 늦어져도 누군가에게는 월세와 학비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런 장면이 처음은 아닙니다.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일부 러시아 은행이 SWIFT에서 배제되면서 대금 결제와 무역금융에 차질이 빚어졌습니다. 교민과 기업들은 급히 다른 은행을 찾거나 우회 경로를 모색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말도 나옵니다. “차라리 가상자산(암호화폐)으로 보낼 걸.” 블록체인은 24시간 돌아가니 더 빠를 것 같다는 기대 때문입니다. 다만 카드 수수료가 붙고, 현지 통화로 바꾸는 과정에서는 결국 기존 금융 시스템을 거쳐야 합니다. 속도가 빠를 수는 있어도 금융 시스템을 완전히 벗어난 해결책은 아닙니다.
  • 코스피 -7%… 중동發 ‘검은 화요일’

    코스피 -7%… 중동發 ‘검은 화요일’

    급락장에 매도 사이드카도 발동환율 26원 올라 11개월 만에 최고 이란 공습 이후 처음 개장한 3일 코스피가 7%대 급락하며 ‘검은 화요일’을 맞았다. 글로벌 증시 가운데 유독 크게 하락했다. 코스피 낙폭(452.22포인트)은 역대 최대였고 하락률도 2024년 8월 5일(-8.77%) 이후 1년 7개월 만에 가장 컸다. 위험자산 회피 심리 확산으로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장도 약세를 보였다. 원달러 환율은 11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52.22포인트(7.24%) 내린 5791.91로 마감했다. 6100선으로 하락 출발한 뒤 5700선까지 한번에 밀렸다. 지난달 19일 이후 처음으로 종가 기준 5700선으로 떨어졌다. 낮 12시 5분에는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효력 일시정지)도 발동됐다. 매도 사이드카는 코스피200 선물이 전일 대비 5%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간 지속될 경우 프로그램 매매를 5분간 정지시키는 조치다. 코스피가 이처럼 크게 빠진 건 미국·이스라엘의 공격과 이란의 보복 타격으로 중동 전역이 전쟁의 영향권에 놓이면서다. 특히 삼일절 휴장으로 누적된 하락분을 한 번에 반영한 데다, 수입산 석유·천연가스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탓에 주요국 대비 낙폭이 컸다. 그간 가파르게 올랐던 데 따른 피로감도 영향을 미쳤다. 실제 외국인은 이날 하루에만 코스피 시장에서 5조 1803억원 내다 팔았다. 조아인 삼성증권 연구권은 “연초부터 코스피, 코스닥이 글로벌 증시 성과를 압도하며 차익 실현 압력이 쌓여 있었다”며 “한국 수입 원유 약 70%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만큼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기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한국 증시 하락폭이 다른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컸다”고 진단했다. 일본 닛케이225 지수와 홍콩 항셍지수는 이날 각각 3.06%, 1.12% 하락했다. 간밤 미국 증시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0.04% 올랐다. 대형 기술주와 에너지주 상승이 장 초반 낙폭을 만회한 영향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방산주와 해운주 등을 제외하고 대부분 종목이 하락했다. 삼성전자는 9.88% 내린 19만 5100원에, SK하이닉스는 11.50% 하락한 93만 9000원에 거래를 마치며 각각 20만원대와 100만원대가 무너졌다. 현대차(-11.72%), 키움증권(-8.91%), SK스퀘어(-9.92%) 등도 큰 폭으로 내렸다. 코스닥도 전 거래일 대비 55.08포인트(-4.62%) 내린 1137.70에 거래를 마쳤다. 증시와 함께 ‘위험자산’으로 묶이는 가상자산 시장 변동성도 커졌다. 이날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서 오후 3시 30분 기준 비트코인은 전일 대비 1.02% 하락한 9949만원에 거래됐다. 시장 심리를 보여 주는 비트코인 공포·탐욕 지수는 10으로 ‘극단적 공포’ 구간에 머물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26.4원 오른 1466.1원으로 주간 거래를 마쳤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확산되고 외국인이 국내 증시를 대량 매도하면서 원화값을 끌어내렸다. 이날 환율 상승폭은 미국 관세 충격이 있던 지난해 4월 7일 33.7원 뛴 후 약 11개월 만에 최대치였다. 글로벌 대표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금 가격도 상승세로, 이날 KRX 금시장에서 국내 금 시세는 전 거래일보다 4.14% 오른 1g당 24만 9200원에 마감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사태가 단기 변동성 확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확전 여부와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은 주요 변수로 지목된다. 유명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과거 중동 분쟁 사례처럼 변동성이 점차 완화되며 주식시장이 회복될 것”이라면서도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고유가가 고착화되며 미국 내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우려가 부각될 수 있다”고 말했다.
  • 美 이란 공습 여파에… 아시아 증시 일제 하락, 금·은값은 2%대 상승

    美 이란 공습 여파에… 아시아 증시 일제 하락, 금·은값은 2%대 상승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첫 거래일인 2일,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휘청였다. 미국 증시 선물 지수는 약세를 보였고 가상자산(암호화폐)도 내렸지만, 금은값은 오르는 등 위험자산 회피와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뚜렷했다. 이날 일본 대표 지수인 닛케이225 평균 주가(닛케이지수)는 전일 대비 1.35% 빠진 5만 8057.24에 거래를 마쳤다. 앞서 지난달 27일까지 4일 연속 상승세를 보였으나 개장과 동시에 하락 전환했다. 지수는 장 초반 2.7%까지 하락 폭을 확대했다. 이외 아시아 증시도 대부분 하락했다. 대만가권 지수는 0.90% 내린 3만 5095.09에 마감했다. 항셍지수와 홍콩H지수도 전일 대비 각각 1.92%, 1.78% 하락 마감했다. 미국 증시는 아직 정규장 개장 전이지만, 나스닥 100지수 선물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 선물도 전일 대비 각각 1%대 내린 채 거래됐다. 비트코인은 이날 한때 6만 4000달러 선(한화 약 9330만원)까지 빠졌다가 오후 5시 40분 현재 6만 5000달러 선으로 소폭 회복했다. 이는 중동 정세 악화로 자산시장 전반에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짙어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과 이에 따른 원유 가격 급등으로 투자자의 위험 회피 심리가 강해졌다”고 전했다. 한국 시장은 휴장인 관계로 급락세를 면했지만, 단기적 하락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 외국인 수급에는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며 “주식시장은 단기적으로 지수 하락 압력이 예상된다”고 짚었다. 지정학적 불확실성 확대로 금은값은 오히려 상승했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국제 금 가격은 같은 시각 트로이온스당 5426.70달러 수준으로 이날 3.45%상승 중이다. 은 가격도 트로이온스당 96.17달러로 3.09% 올랐다.
  • [사설] 호르무즈 장기 봉쇄 우려, 유가 급등 대책 단단해야

    [사설] 호르무즈 장기 봉쇄 우려, 유가 급등 대책 단단해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의 보복 공격으로 호르무즈 해협의 실질적 통행이 중단돼 세계 에너지 시장에 비상이 걸렸다. 우리나라도 직격탄을 맞을 위기다. 우리는 원유의 70.7%를 중동에서 수입하며 이 중 95%가 이 해협을 통과해야 한다. 국제유가는 이미 요동치고 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공습 직후 8% 이상 급등했다. 봉쇄가 지속되면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고 해상 운임은 80%까지 폭등하리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7개월분의 비축유가 있다고 하지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힘의 논리로 급격히 재편되고 있는 세계 질서에서 국가적 낭패를 당하지 않으려면 이참에 점검하고 넘어갈 대목이 있다. 중동 의존도를 낮추겠다던 에너지 다변화 계획이 왜 매번 구호로 끝났는지 당장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한국은 오랜 기간 중동 외교에서 조용한 방관자였다.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독자적 목소리를 낸 적도, 에너지 안보를 위한 전략적 관계를 구축한 적도 없다. 높은 의존도와 낮은 외교적 존재감의 불균형이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도 있는 위기다. 중동 각국의 다발적인 공항 폐쇄로 발이 묶인 우리 국민의 송환도 다급하지만, 이란 사태 장기화에 따른 경제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대비책을 기민하게 강구해야 한다. 무엇보다 위기의 성격이 과거와 달라졌음을 직시해야 한다. 1970년대 오일쇼크는 유조선 항로가 막히고 정유소 재고가 바닥나면서 수개월에 걸쳐 물가를 밀어올리다 금융시장을 흔든 공급발 위기였다. 지금은 순서가 뒤집혔다. 이란 공습 직후 비트코인 시장에서 185조원이 증발하고 파생상품 청산이 3600억원 규모로 터졌다. 선물 헤지 강화, 환율 방어선 점검, 유동성 채널 확보 등 실물을 넘어 금융시장 안정까지 전방위 대응이 필요하다. 판이 바뀔 때마다 허둥대는 외교 대신 변화에 선제 대응하는 전략 외교로의 체질 개선도 서둘러야 한다.
  • “달러 강세에 환율 다시 오르고 주가 변동성 커질 수도”

    “달러 강세에 환율 다시 오르고 주가 변동성 커질 수도”

    위험자산 회피에 환율 상승 압력美 중심 글로벌 증시 조정 가능성비트코인 출렁… 금은 가격 올라 일각선 “코스피 흔들리지 않을 것” 한국 증시가 6000선을 훌쩍 넘어 초강세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중동발 불확실성이 되살아나면서 국내 경제 전반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쏠린다. 최근 코스피 상승과 함께 원달러 환율이 안정되는 흐름을 보였지만,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증시 조정과 함께 환율 상승, 물가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월평균 원달러 환율(종가 기준)은 지난달 1447.39원으로 집계됐다. 월평균 환율이 1450원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해 10월(1424.83원) 이후로 4개월 만이다. 지난주 환율은 1420~1430원 사이에서 등락을 거듭하며 하향 안정 추세였다. 이 같은 안정세에는 ‘서학개미’(해외 증시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의 일부 자금이 국내 시장으로 돌아오는 흐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증시가 ‘인공지능(AI) 거품론’ 논란 속에 주춤하자 달러 환전 수요도 다소 줄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이런 흐름에 변화가 생길 조짐이 보인다. 먼저 코스피발 ‘훈풍’이 쪼그라들어 기술적 조정이 오고, 달러 강세로 환율도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위험자산 회피 현상이 강화되면 달러가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고 원달러 환율도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본부장도 “환율 시장은 불안해질 것이고 국제유가가 올라가게 되면 달러화 가치는 떨어질 것”이라면서 환율 상승을 점쳤다. 이어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글로벌 증시 조정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도 “우리나라 주가 상승 추세가 미국보다 더 빠르고, 반도체뿐 아니라 다른 산업도 영향을 받아 오르는 추세였기 때문에 조정이 올 경우 낙폭도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안전자산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비트코인이 출렁거리고 금은값이 상승하는 흐름도 감지된다. 이날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미국 뉴욕시간 오전 6시 기준 한때 6만 3038달러까지 밀렸다. 직전 대비 3.8% 하락한 수준이다. 그러다 이란 최고지도자 사망소식에 다시 반등했다. 반면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시카고파생상품거래소그룹(CME) 산하 금속선물거래소 코멕스(COMEX)에서 4월 인도분 금 선물은 지난달 27일 기준 5267.20달러에 거래됐다. 2월 초 대비 약 13% 상승했다. 코멕스 3월 인도분 은도 같은 날 온스당 90.988달러를 기록하며 2월 초부터 18%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석 교수는 “안전자산으로 수요가 몰리면 금은 가격은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이란 최고지도자 사망으로 조기에 사태가 종료되고 베네수엘라처럼 미국이 원하는 친미 정권이 들어서면 사태가 안정되고 일시적 충격에 그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중동 사태가 국내에 미칠 영향이 제한된다는 시각도 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가 상승을 이끌어온 개인 투자자들이 이미 시장에 깊이 들어와 있어 현 국면에서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다만 이제 증시와 실물경제의 괴리가 심해지기 때문에 시장 변동성 자체는 높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 미·이스라엘 이란 공습에 비트코인 출렁… 한때 6.4만달러 붕괴

    미·이스라엘 이란 공습에 비트코인 출렁… 한때 6.4만달러 붕괴

    공습 직후 가상자산 시총 185조원 증발“금 등 안전자산 선호 재확대”미국과 이스라엘이 28일(현지시간) 이란을 타격한 직후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암호화폐) 가격이 급락했다. 중동 정세 불안이 확대되면서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급격히 확산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1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미국 뉴욕시간 오전 6시 기준 한때 6만 3038달러까지 밀렸다. 이는 직전 대비 3.8% 하락한 수준이다. 이후 낙폭을 일부 만회했지만 6만 4000달러 선 안팎에서 등락을 이어갔다. 시가총액 2위 이더리움도 한때 4.5% 떨어진 1836달러를 기록했다. 가상자산 데이터 제공업체 코인게코는 공습 소식이 전해진 직후 디지털 자산 시장에서 약 1280억달러(약 185조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한 것으로 분석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자 투자자들이 위험자산 비중을 줄이면서 시장 전반이 흔들렸다는 설명이다. 시장에서는 분쟁이 장기화할 경우 안전자산 선호가 다시 강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웰스클럽의 수재너 스트리터 수석 투자전략가는 “향방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금과 같은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비트코인의 이번 하락이 새로운 약세 국면의 시작이라기보다 기존 조정 흐름의 연장선이라는 분석도 있다. 비트코인은 지난해 10월 약 190억달러(약 27조 5000억원) 규모의 레버리지 포지션이 청산된 이후 급격한 조정을 겪어왔다. 같은 달 기록한 사상 최고가 12만 6000달러 대비 약 50% 하락한 상태다. 아크틱디지털의 저스틴 다네탄 리서치 책임자는 “이미 투자 거품이 상당 부분 걷히고 매도 물량도 소진된 상태라 이란 사태와 같은 충격이 미칠 수 있는 영향력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비트코인이 더 하락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변동성의 상당 부분이 이미 시장에서 소화됐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 [단독] 코인 범죄 피해 7조원… 압수·회수 고작 0.7%

    [단독] 코인 범죄 피해 7조원… 압수·회수 고작 0.7%

    보관 중이던 코인 유출·탈취당해탈취 연루 업체 지갑에 보관하기도초기에 동결 못 하면 추적도 어려워“기술 이해 높은 전문가에 위탁해야” 최근 5년간 가상자산 범죄 피해액은 7조원에 달하지만 수사기관이 확보한 자산은 1%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어렵게 압수한 가상자산을 내부 관리부실로 유출되는 일이 최근 잇달아 발생하면서 전문 위탁 시스템 도입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채현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발생한 가상자산 관련 불법행위 피해액은 총 6조 7428억원이다. 반면 같은 기간 경찰이 실제 압수해 확보한 가상자산은 이날 시세 기준 약 486억 8600만원(비트코인 약 461개, 테더 112만개 등)에 그쳤다. 피해액 대비 실물 자산 확보 비율은 0.7% 수준으로, 범죄자들이 가로챈 가상자산 1000원 중 고작 7원 정도만 수사기관의 손에 들어온 셈이다. 가상자산 거래는 국경을 초월해 이뤄지는데다 암호화돼 있어 범죄 발생 초기에 동결하지 못하면 추적이 쉽지 않다. 김기범 성균관대 과학수사학과 교수는 “가상자산의 기술적 특성상 해외 이전 속도가 빨라 초기 단계에서 동결하지 못하면 사실상 회수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어렵사리 확보한 가상자산의 보관 방식이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2021년 임의 제출받아 보관 중이던 비트코인 22개를 2022년 분실했는데, 최근 조사 결과 강남서는 해당 자산을 경찰 소유 ‘콜드월렛’(오프라인 전자지갑)이 아닌 탈취에 연루된 업체 소유 지갑에 보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코인을 꺼낼 때 필요한 ‘니모닉 코드’(전자지갑 복구 암호문)조차 넘겨받지 않는 등 기본 지침도 지키지 않았다. 이 비트코인을 외부로 빼돌린 피의자 2명은 지난 25일 체포됐다. 경찰에 앞서 광주지검 역시 지난해 8월 압수물 인수인계 과정에서 일반 인터넷망으로 피싱 사이트에 접속했다가 보관 중이던 비트코인 약 320개를 탈취당했다. 해외에서는 수사기관이 압수한 가상자산을 전문 시스템에 맡겨 관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미국은 압수한 가상자산을 ‘코인베이스’(가상자산 거래소)의 수탁·보관 서비스에 위탁해 관리하고 있다. 또 블록체인 데이터 플랫폼 ‘아캄 인텔리전스’ 등을 통해 정부가 관리하는 지갑 주소와 잔액을 공개하며 투명성을 높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사기관의 자체 보관은 한계가 명확하다며 수탁·보관 업체를 통한 보관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조진석 한국디지털에셋 대표는 “가상자산은 물리적 장치보다 접근 권한에 대한 내부 통제 시스템이 핵심”이라며 “기술적 이해도가 높은 전문 업체에 맡겨야 유출 등의 위험을 원천 차단할 수 있다”고 했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도 “일선 수사기관이 가상자산 압수물을 직접 보관하는 방식은 유실이나 해킹 등에 취약하다”며 “압수 단계부터 전문 사업자에게 위탁해 안전하게 통합 관리하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논란이 커지자 경찰청은 수사 과정에서 압수한 가상자산을 전문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사업자에 위탁 보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압수물의 준비부터 보관, 송치까지 단계별 관리 및 감독 업무를 분류하고 관련 절차를 재구축하겠다”고 말했다.
  •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압도적 실행력과 성과 창출로 투자 결실 입증할 것”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압도적 실행력과 성과 창출로 투자 결실 입증할 것”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올해 그룹 경영 키워드로 ‘압도적 실행력’과 ‘성과 창출’을 제시하며, 그동안 단행한 대규모 투자 성과를 ‘수치’로 입증하겠다고 밝혔다. 25일 포스코그룹에 따르면 장 회장은 취임 이후 ‘2Core+New Engine’ 전략을 토대로 철강과 이차전지소재를 그룹의 양대 축으로 재정립해 왔다. 철강사업의 본원 경쟁력 회복, 이차전지소재 밸류체인 강화, 신사업 육성을 통해 성장 정체를 돌파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수익성 중심으로 그룹 체질을 과감히 바꿔야 할 시점”이라며 “미래 투자 성과를 가시적 지표로 증명하겠다”고 강조했다. 철강 부문에서는 인도, 미국 등 고성장 지역을 중심으로 완결형 현지화 전략을 가속한다. 인도 JSW그룹과 현지 일관제철소 합작사 설립을 추진하고, 미국 루이지애나 제철소 프로젝트와 클리브랜드클리프스와의 협력도 본격화한다. 아울러 포항 수소환원제철 데모플랜트 착공, 광양 전기로 준공 등 탈탄소 전환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이차전지소재 사업은 수요 회복 지연 속에서도 자원 선점과 원가 경쟁력 확보에 초점을 맞췄다. 그룹은 지난해 11월 글로벌 리튬 자원 확보를 위해 1조 1000억원 규모 투자를 결정했다. 포스코홀딩스는 호주 미네랄 리소스가 설립하는 중간 지주사 지분 30%를 인수하고, 아르헨티나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 광권을 보유한 LIS 현지 법인 지분 100%를 확보하기로 했다. 올해 포스코아르헨티나의 리튬 상업생산이 본격화하면 지분법 이익 반영과 함께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 에너지사업 역시 ‘넥스트 코어’(Next Core·차기 주력 사업)로 육성한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호주 세넥스 가스전 증산 체제를 구축했고, 미국 알래스카 LNG 개발사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해 연 100만t 규모 LNG 도입을 검토 중이다. 인도네시아 팜 기업 인수와 정제공장 준공을 통해 에너지 공급 기반과 수익 포트폴리오도 다변화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포스코그룹은 철강을 넘어 이차전지소재와 에너지까지 아우르는 사업 구조 고도화를 통해 ‘제철보국’을 넘어 ‘소재보국’으로 확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 [단독] 국민은행, 빗썸과 ‘조건부 동행’

    [단독] 국민은행, 빗썸과 ‘조건부 동행’

    KB국민은행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과의 실명계좌 제휴 계약을 연장하면서 기존 1년에서 6개월로 단축하기로 했다. 형식은 재계약이지만, 통상 연간 단위의 계약을 절반으로 줄이는 ‘조건부 동행’이다. ‘취업청탁 의혹’과 관련한 경찰 수사에 이어 빗썸의 ‘비트코인 대규모 오지급’ 사태까지 겹치면서 은행의 리스크 관리 부담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24일 금융권과 가상자산 업계를 종합하면 양측은 이달 만료 예정이던 실명계좌 계약을 6개월 늘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세부 문구와 시행 시점 확정이 남았다. 금융당국의 검사 결과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장기 계약을 체결하기엔 부담이 크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빗썸은 지난 6일 이벤트 보상 지급 과정에서 단위를 잘못 입력해 비트코인 62만개를 잘못 지급하는 사고를 냈다. 금융감독원은 전산 시스템과 보유자산 검증 체계, 내부통제 전반에 대한 검사에 착수했고 검사 기간도 이달 말까지 연장했다. 이날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가 지난해 9월 불거진 김병기 무소속 의원 차남의 취업 청탁 의혹과 관련해 빗썸 본사를 압수수색하면서 대외 신뢰도에 다시 타격을 입었다. 이번 재계약에는 전산·내부통제 강화와 소비자 보호 관련 조항이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발생 시 즉각적인 보고 의무를 명시하고, 통제 절차를 구체화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실명계좌 계약이 단순한 입출금 창구 제공이 아니라 ‘관리 계약’의 성격을 띤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향후 내부통제 개선 수준에 따라 계약 조건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은행에도 계산은 있다. 지난해 3월 제휴 이후 요구불예금 잔액이 많게는 3조원 수준까지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고, 가상자산 투자 수요를 따라 신규 고객 유입 효과도 적지 않았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사고가 반복될 경우, 평판 리스크가 예금 증가 효과를 상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속도 조절’에 나섰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다른 제휴 은행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코인원과 1년 단위 계약을 맺고 있으며 올해 3분기 갱신을 앞두고 있다. 케이뱅크 역시 오는 10월 업비트와의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다.
  • [세종로의 아침] 변곡점 맞은 한국경제, ‘신뢰 위기’ 극복하길

    [세종로의 아침] 변곡점 맞은 한국경제, ‘신뢰 위기’ 극복하길

    “신뢰가 높아지면 속도는 빨라지고 비용은 내려간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의 저자 스티븐 R 코비의 아들인 스티븐 M R 코비는 저서 ‘신뢰의 속도’에서 신뢰가 실증 불가능한 관념이라는 통념에 일침을 가한다. 그는 신뢰 수준이 경제적 성과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주장한다. 앞선 인용문을 뒤집어 해석하면 신뢰가 깨질 때는 거래 속도가 느려지고 비용도 증가한다고 볼 수 있다. 최근 빗썸의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를 보면 알 수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의 장부거래 자체엔 잘못이 없다고는 하나, 실제로 보유한 비트코인이 4만개인데 ‘유령 코인’을 포함한 62만개를 지급했다는 사실만으로 거래에 대한 신뢰는 산산조각이 났다. 가상자산 장부거래에 대한 신뢰 회복에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는 알 수 없다. 반면 국회에서 논의 중인 가상자산 2단계 입법안에선 관련 규제가 촘촘히 논의될 것이고 거래비용은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번 깨진 신뢰를 되돌리려면 어마어마한 비용이 수반되는 것이다. 한국 경제는 ‘신뢰의 위기’를 맞고 있다. 대표적인 현상이 바로 ‘뉴노멀’로 불리는 고환율의 위기다. 원화 가치의 하락은 곧 원화에 대한 신뢰가 낮다는 것이고, 한국 경제에 리스크(위험)가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는 의미다. 원달러 평균 환율은 지난해 11월 1457.77원에서 12월 1467.40원으로 10원 가까이 뛰었고, 2월 현재도 1400원대 중반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고환율은 수입 물가를 끌어올려 고물가로 이어진다. 외식비 상승으로 회사의 구내식당에 늘어선 줄은 점점 길어지고 있다. 신뢰의 위기를 맞은 고환율 시대에 국내 주식시장이 ‘불장’이라는 사실은 아이러니하다. 환율이 상승하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식을 팔고 떠나면서 주가가 내려가야 하지만, 코스피지수는 5000선을 넘어 6000으로 향하고 있다. 문제는 주식시장이 불장일지라도 신뢰 문제를 덮어 주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최근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자신의 SNS에 최근 청년 투자자들과의 만남에 대한 글을 올렸다. 김 실장은 “‘국장 탈출은 지능순’ 이 표현은 단순한 유행어나 과장된 자조로 치부하기 어려웠다”면서 “상당수 청년 투자자들에게 한국 시장은 이미 ‘공정하지 않은 운동장’, ‘신뢰하기 어려운 구조’로 인식되고 있었다”고 우려했다. 김 실장이 접한 청년들의 속마음은 ‘아픈 손가락’ 정도로 치부하고 넘어가기 어렵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취업시장에서 인공지능(AI)의 직격탄까지 맞고 있는 청년들의 분노와 좌절 밑바탕에 사회와 제도에 대한 불신이 자리잡고 있어서다. 부동산 시장에 고인 돈을 주식시장과 같은 생산적 금융으로 흘러 들어가게 하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머니무브’ 전략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를 온전히 회복했다고 볼 수 있을까. 정부는 국내 주식시장 복귀계좌(RIA)를 신설해 유턴하는 서학개미(해외주식 투자자)들에게 세제 혜택을 주겠다는 당근책을 쓰고 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서학개미들은 요지부동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주식 순매수 규모는 50억 달러(7조 2000억원)에 달한다. 게다가 부동산과의 전쟁을 벌이는 이 대통령의 의중과는 달리 주식시장으로의 머니무브 전략은 쉽지 않을 것 같다. 지난해 수도권의 주택담보대출을 6억원 이하로 제한한 6·27 대책 이후 7월부터 연말까지 6개월 동안 투자자들이 주식과 채권 2조원어치를 팔아 강남 3구의 고가 주택을 매입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은 현재진행형이다. 코스피 6000시대를 향해 “가즈아~!”를 외치는 동안 오히려 국내 주식시장에서 소외된 개미들이 수두룩하다. 이 대통령이 연일 SNS 정치를 통해 부동산 시장을 옥죄고 있지만 그게 유일한 방책일까. 윽박지르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부동산 정책, 주식시장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현실을 바로잡는 것이 정부의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 황비웅 디지털금융부 기자(차장급)
  • 금감원 ‘빗썸 사태’ 검사로 전환… 법 위반 가능성

    금감원 ‘빗썸 사태’ 검사로 전환… 법 위반 가능성

    금융감독원이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의 대규모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와 관련해 현장 점검에서 검사로 전격 전환했다. 사실관계 확인을 넘어 거래소의 장부 관리와 내부통제 체계 전반을 들여다보겠다는 취지다. 가상자산 거래소 감독 기준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감원은 사고 발생 다음 날인 지난 7일부터 빗썸에 대한 현장 점검을 진행해 오다 10일부터 정식 검사로 들어갔다. 현장 점검 개시 사흘 만에 검사로 격상된 것은 점검 과정에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상 위반 소지가 확인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검사 담당 인력도 추가로 투입하는 등 강도 높은 검사를 예고했다. 금감원이 보는 검사의 핵심은 거래소 전산 장부에 기록된 물량과 실제로 보관 중인 코인 물량이 일치했는지 여부다. 중앙화 거래소(CEX)는 고객이 입금한 코인을 자체 지갑에 보관한 뒤, 매매가 이뤄질 때마다 블록체인에 즉시 기록하지 않고 전산 장부상의 잔고만 변경한다. 당국은 실제 보유 규모를 크게 웃도는 비트코인이 지급된 경위와 함께, 장부 수량과 지갑 잔액을 대조하는 모니터링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했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빗썸이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빗썸은 내부 장부 수량과 실제 코인 지갑 잔액을 대조하는 작업을 하루 1차례, 전날 거래 내역을 다음날 오후에 완료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다른 거래소인 업비트가 5분 단위로 보유 잔액과 장부 수량을 상시 대조하는 시스템을 운영한다고 밝힌 점과 대조된다. 실무자 1명의 클릭으로 대규모 코인 지급이 가능했던 시스템 구조와 내부 승인·통제 절차 역시 검사 대상에 포함됐다. 한편 사고 이후 빗썸의 가상자산 거래대금이 오히려 늘어나는 엇갈린 흐름이 나타났다. 가상자산 정보 제공업체 코인게코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빗썸의 시장 점유율은 31.5%로 집계됐다. 가상자산은 통상 오전 9시를 새로운 거래일의 기준 시점으로 삼는다. 빗썸 점유율은 비트코인 오지급 당일인 지난 6일 28.0%에서 이튿날 21.7%로 하락했다가 9일 들어 30%대를 회복했다.
  • ‘5298’ AI 거품론 꺼지고, 반도체 이끌고… 다시 뛴 코스피

    ‘5298’ AI 거품론 꺼지고, 반도체 이끌고… 다시 뛴 코스피

    지난주 5000선 붕괴 위기까지 몰렸던 코스피가 하루 만에 반등했다. 장 초반 반도체주가 급등하면서 지수는 4% 넘게 뛰었고, 5300선을 빠르게 회복했다. 인공지능(AI) 거품 논란이 잦아들고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되살아난 영향이다. 9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08.90 포인트(4.10%) 오른 5298.04에 마감했다. 3거래일 만에 상승 전환이다. 개장 직후 5300선을 넘은 뒤 장중 한때 5322.35까지 올라, 최근 장중 최고치였던 5376.92에 바짝 다가섰다.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2조 7123억원, 4485억원을 순매수했고 개인은 3조 2980억원을 순매도했다. 지수 상승은 반도체주가 이끌었다. 삼성전자는 프리마켓에서 처음으로 17만원을 찍은 뒤 4.92% 오른 16만 6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도 5.72% 오른 88만 7000원으로, 최근 조정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배경에는 AI 투자에 대한 우려 완화가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AI 인프라 구축은 앞으로 7~8년간 이어질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과도한 투자 논란을 잠재웠다. 대만 위스트론의 사이버 린 회장도 “AI는 거품이 아니다”며 엔비디아와 협력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이 같은 발언은 미국 증시에도 영향을 줬다. 지난 6일 엔비디아 주가는 7.90% 급등했고, 다우존스지수(2.5%), 나스닥 종합지수(2.2%),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지수(2.0%) 등 뉴욕 증시 3대 지수도 일제히 상승했다. 국내에서는 AI 인프라 투자 기대에 전력기기 업종이 강세를 보였다. HD현대일렉트릭이 11.07% 급등했고, 두산에너빌리티(7.19%)도 동반 상승했다. 미래에셋증권, 한국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 금융주도 실적 개선과 정책 기대감에 신고가 흐름을 이어갔다. 지난주 시장을 흔들었던 ‘케빈 위시 트레이드’와 금 가격 급락도 진정되는 모습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비트코인과 금 시장에서 나타났던 연쇄 청산은 일단락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주에도 AI 관련주의 회복 흐름이 이어질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조정 이후 추가 상승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본다. 현대차증권은 이날 코스피 연말 전망치 상단을 기존 5000에서 6500으로 올렸다. 반도체 기업의 실적 개선 기대를 반영한 결과다. 지난 6일 글로벌 투자은행(IB)인 씨티(Citi)는 코스피 목표 주가를 기존 5500포인트에서 7000포인트로 상향했다. 이상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이익 흐름이 유지되는 주도 업종은 조정 시 매수 기회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금감원장 “빗썸 사태는 재앙… 현금화했다면 코인으로 돌려줘야”

    금감원장 “빗썸 사태는 재앙… 현금화했다면 코인으로 돌려줘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9일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이 대규모 비트코인을 실수로 잘못 지급한 사태와 관련해 “(비트코인을 판 사람은) 재앙적 상황에 처했다”고 말했다. 받은 코인을 이미 팔아 현금을 챙긴 이용자는 ‘원물 반환’이 원칙이라 현금이 아닌 비트코인을 다시 사서 반납해야 하는데 비트코인 가격이 사고 당시보다 올랐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위법 사항이 발견되는 즉시 빗썸에 대한 현장 검사에 나설 방침이다. 이 원장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금감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잘못 입력된 가상의 데이터로 (비트코인) 거래가 실현됐다는 게 이번 사건의 본질”이라며 “가상자산거래소 정보시스템 자체의 근본적 문제가 노출된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빗썸이 지난 6일 이벤트 당첨금 지급 과정에서 실수로 뿌린 비트코인 62만개 중 1788개는 실제 매도가 이뤄졌다.  빗썸은 지난 7일 기준 125개 비트코인(약 129억원)을 돌려받지 못한 상태다. 당첨자 수십 명이 본인 은행 계좌로 출금한 금액은 30억원가량으로 알려졌다. 이 원장은 “거래소에 (비트코인 지급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 이를 매각해서 현금화한 사람들은 원물 반환 의무에 따라 (거래) 차액까지 발생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사고 발생 당시 30여분간 매도가 몰리며 비트코인 가격은 개당 8100만원대에서 9800만원 선을 오갔는데, 이날 오후 3시 기준 1억 500만원대로 올랐다. 비트코인을 현금화한 이들이 원물을 되돌려주려면 헐값에 팔았던 코인을 비싸게 되사야 하므로 이 원장이 ‘재앙’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다만 그는 “빗썸에 ‘비트코인을 나에게 보낸 것이 맞느냐’고 확인했고, 정상 지급이라는 답변을 받은 뒤 거래한 사람도 있더라”며 “그런 경우라면 책임 문제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빗썸이 코인을 잘못 보낸 걸 알게 된 시점은 보상금 지급 약 20분 뒤인 오후 7시 20분이었는데, 그사이 일부 고객이 회사에 확인까지 거쳐 현금화했음에도 거래 정지 등 별다른 조처가 없었다. 금감원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빗썸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검토 중이다. 이 원장은 “정부 차원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며 “유령 코인 문제의 해소 없인 가상자산 시장이 제도권으로 들어올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디지털자산기본법(가상자산 2단계 법안) 입법 과정에서 강력하게 보완해야 할 과제가 도출된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가상자산 2단계 입법에 미칠 영향에 시선이 쏠린다. 금융위원회는 2단계 입법에 거래소 대주주에 대한 15~20% 지분 규제, 은행 지분 50%+1주의 은행 중심 스테이블코인 컨소시엄 구성 등을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중 대주주 지분 규제는 당정 간 이견이 좁혀지는 분위기다. 국회 정무위원회 관계자는 “빗썸 사고로 정부 입장에서도 지분 제한 필요성을 강조할 명분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시장 점유율에 따라 지분 제한을 달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법안이 현실화하면 업계 점유율 1, 2위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와 빗썸을 겨냥해 작동할 가능성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는 이번 주 중 회의를 통해 다시 의견을 모을 계획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당장은 빗썸 사태 수습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빗썸 측은 “비트코인을 받아 즉시 처분한 고객들과 일대일로 접촉해 반환을 설득하고 방법을 조율 중”이라고 했다.
  • [사설] 가상자산 취약성 드러낸 비트코인 오지급… 대응책 시급

    [사설] 가상자산 취약성 드러낸 비트코인 오지급… 대응책 시급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2위인 빗썸에서 직원 실수로 62만개의 비트코인(약 60조 7600억원)이 잘못 지급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사고에 따른 비트코인 급락으로 고객 손실 금액도 10억원 안팎에 이르렀다. 금융당국은 긴급대응반을 구성해 빗썸뿐 아니라 다른 거래소를 대상으로도 점검에 나섰다. 유동성이 큰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려면 법적·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 빗썸에 따르면 지난 6일 저녁 7시쯤 직원이 1인당 2000원~5만원의 이벤트 당첨금을 지급하려다 ‘원’ 단위를 ‘비트코인’으로 잘못 입력했다. 그 결과 249명에게 총 62만원을 주려다 62만개의 비트코인을 지급했다. 회사 측은 20분 뒤 오지급을 인지했으며 20분이 더 지난 뒤 거래·출금 차단을 완료했다. 그러나 이 시간 동안 일부 이용자들이 잘못 지급된 비트코인을 곧바로 매도하는 바람에 가격은 급락했고 125개는 아직 회수되지도 못했다. 빗썸이 실제 보유한 수량 4만 3000여개보다 많은 비트코인이 실수로 지급돼 ‘유령 비트코인’ 논란도 제기된다. 빗썸 같은 중앙화거래소(CEX)는 고객이 입금한 코인을 자체 지갑에 보관한 뒤 매매가 이뤄질 때 장부상 잔고만 변경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거래 속도, 수수료, 편의성 등을 위해서라지만 시스템 오류 때 거래소가 실제 보유한 물량과 장부상 수량 간에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 이번 사고에서도 확인했듯 거래소 안에서 사실상 ‘돈 복사’가 가능한 것 아니냐는 불신이 커진다. 대형 거래소에서도 내부 통제가 부실한 것으로 드러난 만큼 업계 전체의 모니터링 개선책과 책임 강화 방안이 절실해졌다. 2023년 7월 제정돼 2024년 시행된 가상자산 1단계법(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에 이어 가상자산업 제도화 및 상장과 공시, 회계 구체화 등을 골자로 당정이 조율 중인 2단계 입법도 속도를 내야 한다. 가상자산 시장의 취약성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지 않으면 언제라도 신뢰 추락에 따른 ‘코인런’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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