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거품 빠진다
미국발(發) 인플레이션 우려가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국제 원자재 가격과 주요국의 주가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하는 등 세계 금융·상품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이는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물가를 잡기 위해 잇따라 금리를 인상하면서 올 하반기에는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이로 인해 연료와 원자재 수요도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에서 비롯되고 있다.
●美 주택값 3.3% 하락… 한국 꼭짓점 논쟁
이런 가운데 올 1·4분기 미국 주택가격이 지난해 4·4분기에 비해 3.3%나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 주택시장 냉각으로 번질지 주목되고 있다.
16일 국내 증권선물거래소에서 코스피지수는 외국인 자금이 무더기로 빠져나가면서 31.87포인트(2.25%)나 떨어진 1382.11을 기록,1390선마저 무너졌다. 이에 따라 지난 12일 이후 사흘간 코스피지수는 5.63%나 하락, 시가총액은 39조 8250억원(5.57%) 증발했다. 코스닥지수도 13.16포인트(1.95%) 떨어진 662.14를 기록했다.
●국제 원자재값 18년만에 최대 낙폭
15일(현지시간) 뉴욕과 런던시장에서 인플레 압력이 지나치다는 우려로 원자재 가격이 급락했다.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6월 인도분은 2.63달러(3.7%) 떨어진 배럴당 69.41달러로 거래를 마쳤다.2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던 런던의 금값(현물)도 35.1달러(4.9%) 하락한 679.1달러를 기록,1993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전기동(-17%), 아연(-12%), 구리(-3.0%), 은(-8.0%)도 뉴욕시장에서 맥없이 무너졌다. 에너지·금속 등 19개 원자재로 구성된 로이터 CRB지수는 2.7% 급락,1988년 7월 이후 18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거품 붕괴’ 전조라는 시각과 일시적 조정이라는 시각이 팽팽히 맞선 가운데 모건스탠리의 스티븐 로치는 “현재 세계 상품시장은 폭발을 기다리는 버블 상태”라고 경고했다.
●각국 주가 일제히 하락… 국내증시 31P↓
15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혼조세로 마감됐으나 다른 주요국 증시는 큰 폭의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영국 FTSE100지수는 1.20%, 프랑스 CAC40지수는 1.66% 하락했다.16일 도쿄 닛케이지수도 1.99%, 타이완 가권지수는 1.48% 각각 떨어졌다.
그동안 주요국의 금융시장은 유가 및 원자재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인플레 우려를 희석시키며 안정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그러나 최근 각국이 인플레 우려를 차단하기 위해 금리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투자자금이 금융시장의 위험자산(주식)으로부터 급격히 이탈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주 금리인상을 결정하며, 추가 인상 가능성을 언급했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 중국도 조만간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국내 증시에서도 외국인들이 지난달 25일 이후 14거래일간 2조 9433억원의 보유주식을 처분했다. 한국 증시에서 지수 낙폭과 자금이탈이 큰 것은 지수상승에 따른 가격부담과 경기둔화 우려 등이 보태졌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칼럼니스트는 필립 코간은 “최근 국제 금융시장의 혼란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고 글로벌 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 증시 랠리가 계속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