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속되는 다자규범화 작업(WTO체제)
◎환경·노동·경쟁… 「포스트 UR」구체화/“관련법 적용않는 나라의 교역은 제재”/선진국 대표연설·회견서 잇따라 제기
【마라케시=권혁찬기자】 UR의 종결과 협상실행을 위한 이번 마라케시 각료회의에서는 아이러니컬하게도 UR의 분위기를 느끼기 어렵다.
이는 마라케시회의가 「밀고 당기는」 협상테이블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그러나 이보다는 마라케시회의가 환경과 노동등 UR의 후속과제에 더 관심을 쏟고 있어 전체 분위기가 「포스트 UR」로 쏠리는 탓이다.
환경문제는 15일로 예정된 각료결정에 「무역환경위원회 발족」으로 기정사실처럼 돼 있어 WTO(세계무역기구) 출범과 함께 다자규범화 작업이 가속화될 것이 분명하다.노동조건과 경쟁정책등 새로운 이슈도 각료회의의 대표연설과 기자회견을 통해 제기됨으로써 UR이후의 다자규범이 어느 쪽으로 흐를 지 가늠할 수 있다.
프랑스 통상산업체신부의 룽게장관은 개막직후의 기자회견에서 『WTO에 노동문제에 대한 다자규범이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아동노동이나 죄수노동은 물론,노동관련법을 제정하고도 적용하지 않는 국가에서 만든 상품의 교역을 제재하자는,이른바 블루 라운드(BR)를 제창한 셈이다.
그는 『WTO출범과 함께 노동문제를 다뤄야 한다는 게 프랑스의 목표』라며 『캔터 미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브리튼 EU(유럽연합) 대외담당 집행위원과 긴밀히 접촉,긍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까지 얘기했다.
포스트 UR를 강조하는 언급들은 각국 대표연설에서도 쏟아졌다.『앞으로의 과제는 보호무역주의와 환경문제등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이다.경쟁정책과 투자,노동문제등 새로운 과제와 무역과의 관계를 검토해야 한다』(맥라렌 캐나다통상장관)
『노동권은 범세계적 관심사이다.ILO(국제노동기구)와 협의해 강제노동이나 단결권에 관한 문제를 WTO가 다뤄야 한다.기업들의 불공정한 상행위도 다뤄져야 할 과제이다』(브리탄 EU대외담당 집행위원).홍콩과 뉴질랜드의 대표들도 반덤핑 조치를 포함,경쟁정책과 무역관계를 WTO가 다뤄야 한다는 의견들을 피력했다.
물론 이런 발언은 중진국이나 개도국들의 처지나 생각과는 맞지 않는 것들이다.그럼에도 UR협상의 종결을 계기로 환경과 노동분야의 다자규범화를 겨냥한 행보는 이번 마라케시 각료회의를 계기로 한층 속도가 빨라지게 됐다.개도국의 생각과 상관없이 선진국 중심으로 추진됐던 UR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UR협상에서 이득을 많이 챙긴 프랑스는 이번 각료회의에서 UR협상과 관련,그들의 입장을 「만족」「경계」「희망」이라는 세단어로 정리했다.『협상은 만족이다.남아있는 각국의 비준절차가 우려되지만 비준이 끝나면 희망이 있다』는 것이다.
환경,노동문제,경쟁정책등을 다룰 후속 다자라운드 역시 준비없이 대처할 경우 선진국의 「만족」…「희망」식으로 진행될 공산이 크다.마라케시회의는 개도국과 비선진국,특히 우리에게 서둘러 준비하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WTO체제속 APEC 발전 도모”/김 상공/미,우리대표에 “자동차 개방기대크다”/싱가포르,“WTO회의 유치 도와달라”/마라케시각료회의 이모저모
○…각료회의에 한국측 수석대표로 참석중인 김철수상공자원부장관은 회의개막일인 12일 여추통 싱가포르경제장관과 양국 통상장관회담을 가진데 이어 하오에는 무라드 셰리프 모로코상무장관을 비롯 공업에너지장관,재무장관등 장관 3명과 한꺼번에 만나는등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무라드 셰리프장관등 모로코 각료3명은 이날 하오4시쯤 김장관의 숙소를 한꺼번에 찾아왔는데 이들의 방문을 받은 김장관은 「장관 세분의 방문을 받으니 대단한 영광」이라고 인사.
김장관은 13일(현지시간)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APEC)비공식각료회의에 참석하고 캔터 미무역대표부대표와 만나는 것을 비롯,하비브 벤 야히아 튀니지외무장관,하이메 세라 멕시코통상장관등과 만날 예정이며 이밖에 인도,인도네시아,코스타리카등 예정에 없던 국가들로부터도 잇따라 회담제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 졌다.
○…롱게 프랑스 통신.산업.대외무역장관은 이날 낮 본회의장내 앰베서더룸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노동문제를 비롯한 사회조항으로 특정국가가 패해를 입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롱게장관은 그러나 죄수의 강제 노역으로 생산된 제품이 정상적인 임금을 주고 만들어진상품과 똑같이 취급돼서는 안된다고 말하고 중국의 경우 2천만명의 죄수가 있으며 이같은 죄수인구는 프랑스의 전체 경제활동인구와 맞먹는 수준이라고 말해 죄수노동에 대해서는 양보할 생각이없음을 시사했다.
○…미국의 슈퍼301조는 마라케시 각료회의에서도 집중 거론.
한국등이 첫날 대표 기조연설을 통해 슈퍼301조 발동에 우려를 표명한 데 이어 많은 국가들이 슈퍼301조를 의식,WTO(세계무역기구) 협정이 발효될 때까지 「새로운 무역조치」를 취하지 말 것을 15일에 있을 각료선언에 명시하려는 움직임.각료회의에 참석중인 룽게 프랑스 통상산업체신성장관도 『WTO 협정과 미국의 슈퍼301조의 양립이 가능하다고 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매우 중요한 질문』이라며 『미국이 조만간 WTO협정을 비준할 것으로 생각하며,비준이후 미행정부및 의회인사와 이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밝혀 모종의 변화가 있을 것임을 암시.
○…마라케시 풀만호텔에서 열린 김철수상공자원부장관과 미키 캔터 미무역대표부(USTR) 대표와의 통상대표 회담에 앞서 미측 실무자들은 우리측 대표에게 자동차시장문제와 관련,『주머니에 뭐 좀 가지고 왔느냐』며 의미있는 농담을 던졌다고 장석환상공자원부 제1차관보가 전언.장차관보는 『미측 실무자들에게 주머니를 가리키며 자동차가 들어가기엔 적다고 했다』며 『미측이 자동차 시장개방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언급.
○…여추통 싱가포르상공장관은 12일(현지시간) 김철수상공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이제까지 UR관련 각료급회의가 남미(우루과이 푼타 델 에스테)와 북미(캐나다 몬트리올),유럽(브뤼셀),아프리카(모로코)에서만 열렸으므로 아시아에서도 개최할 필요성이 있다』며 『WTO 발효후 2년내에 갖게 돼 있는 각료회의를 싱가포르에서 개최하도록 한국이 도와달라』고 요청.
○…GATT(관세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를 대체할 새로운 무역기구 WTO는 원래 계획대로 내년 1월1일부터 출범할 것이란 관측이 유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