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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집이 맛있대]강남구 청담동 ‘코비아’

    [이집이 맛있대]강남구 청담동 ‘코비아’

    ‘신분증 있는 생선’타이완 해협에 있는 작은 섬 펑후(澎湖)에서 자라는 귀족 생선 코비아(cobia, 한국어로는 날쌔기)를 가리키는 말이다.‘블랙 킹 피시’로도 불리는 농어과에 속하는 이 표류성 어류는 EPA(콜레스테롤을 낮춰주는 작용이 있는 고도의 불포화지방산)나 DHA 등이 풍부하게 들어있는 영양의 보고다. 미국에서는 스테이크 재료로, 일본에서는 횟감이나 초밥의 재료로 각광받고 있다. 지난달 문을 연 서울 강남구 청담동 ‘코비아’는 국내에서는 몇몇 특급호텔을 빼곤 유일하게 코비아 요리를 선보이는 시푸드 전문 레스토랑이다. 코비아는 중금속에 오염되지 않은 청정해역에서 항생제 같은 약품을 전혀 쓰지 않고 천연 사료만으로 키우는 고급 어종. 꼬리에 바코드를 부착해 치어 때부터 성어가 될 때까지 모든 과정을 철저하게 관리한다. 국내 최고의 코비아 조리 장인인 ‘코비아’ 사업본부장 양승남(52) 전무는 “코비아는 꼬리는 상어처럼, 머리는 대구처럼 생긴 못생긴 놈이지만 힘이 좋기로 유명한 생선”이라며 “외국에서 낚시로 어쩌다 한번 잡으면 인생 로또가 당첨된 것처럼 기뻐하는 ‘희귀종’”이라고 소개한다.“요리에서 가장 중요한 건 제대로 된 식자재를 쓰는 것”이라고 강조하는 그는 코비아는 100% 안심하고 즐길 수 있는 고품격 먹을거리라고 말한다.‘코비아’의 메뉴는 아주 다양하다. 매실이나 폰즈 소스 등과 함께 나오는 코비아 스테이크, 간장과 과일즙으로 숙성시킨 소스에 재어 만든 코비아찜, 소금을 뿌려 살짝 익힌 뒤 얼음물에 식힌 직화(直火)구이인 코비아 다타키 등이 주메뉴다. 본 요리가 나오기에 앞서 마늘·토란·고구마가 애피타이저로 나와 식욕을 돋운다. 광어나 우럭, 도미 등 천편일률적인 생선회에 싫증이 났다면 굳이 미식가가 아니더라도 이 새로운 요리에 한번 도전해 볼 만하다.‘코비아’는 음식뿐 아니라 건물 안팎 인테리어 등 분위기도 품격을 자랑한다.1층은 전체적으로 어둑한 조명에 원목 테이블과 소파 등을 드문드문 배치해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한다.2층은 원탁 테이블 룸, 다다미 방, 스시 바 등으로 꾸민 보다 사적인 공간. 비즈니스 접대나 모임을 갖기에 안성맞춤이다. 글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유명살롱 마담의 신상조서

    유명살롱 마담의 신상조서

    ★ 아스티 : 을지로입구 김효심 (28·서울, 대구신명여고) <경력> 한때 신「필름」전속으로『연산군』등에 출연.「톱·싱거·레코드」사(社)서 30곡 정도 취입한 일도 있는 미성(美聲).「살롱」에 나온 지 꼭 5개월이 된다. <남자는> 20세 때 결혼. 물론 연애. 그러나 작년부터 별거 중. 7세 된 딸이 하나 있다. <신상> 길현동에 전세 50만원의 독채. 옷은 약 30벌 정도.「액세서리」보석류는 별로 밝히지 않는 편. <취미> 여고시절부터 배운「피아노」가 유일한 것. 그래서 틈이 나면「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부른다. <실력> 맥주라면 2병이 꼭 알맞다. 담배는 피우면 피우고 안피우면 안피우는 정도.「댄스」를 정식으로 배운 적은 없어도「리드」만 잘해주면 물론 쫓아간다. <하오 5시께 출근. 밤 11시까지 있으니까 하루 6시간 근무. 월수 5만원> ★ 집시 : 세종로 민방인 (31·경북 영주, 배화여고) <경력>「제네바」등 다방「마담」으로 1년. 그 후「국제」「유전마(儒錢馬)」「살롱」을 거쳐「집시」로. 통산 2년 약(弱). <남자는> 1년쯤 연애한 모 방송국「프로듀서」L씨와 결혼. 1남 2녀를 낳고 결혼 8년 만에 파경. 1년 전부터 어느 외국인과 친해지고 있는 중이다. <신상> 후암동에 전셋방. 옷은 1주일 동안 매일 갈아 입을 수 있는 정도고,「액세서리」보석엔 별무(別無)취미 <취미>「피아노」와 명동「설파」다방에서 실내악 듣기. 등산은 거의 매주 가며 8개월 전부터 배운 태권도가 이제는 초단에 이르렀다. <실력> 맥주 2병이면 호호(好好). 10병 마셔도 취하진 않는다. 담배는 하루 한 갑 반 정도라야 직성이 풀리는데 유일한 흠은「댄스」4분의 4박자밖에 모르는 것. <12시간, 6시간 격일 교대근무. 월수 6만원> ★ 블루·제이드 : 소공동 왕유미 (27·경북 상주, 중앙여고) <경력>「모던·발레·댄서」로 여러 곳 무대에서 활약. 한때「워커힐·쇼」의「키·멤버」이기도.「살롱」은「블루·제이드」2년 3개월이 처음. 직영성업(直營盛業)중. <남자는> 학창시절 기혼의 한 남자를 미치도록 좋아했으나 지금은 옛일. 달포 전 반도「호텔」에서 어느 외국인과 조용한(?) 결혼식을 올렸다. 처녀적부터 데려다 기른 고아가 커서 지금 7세. <신상> 제기동에 자택. 옷 입기를 좋아해 약 70벌 가량의 재고가 있다.「데코레이션」을 다 모으면 한 광주리. 특히「이어링」이 많다. <취미>「오일·페인팅」. 바쁜 틈틈이 집에서 그린다.「데코레이션」모으기, 골동품 사들이기도 일종의 취미. <실력> 맥주는 이상하게 안맞고「코냑」이면 4~5잔 정도.「스카치·언·더·락스」5~6잔 정도. 담배는 하루 반 갑 정도. 춤은「리드」만 쫓아간다. <하루 5시간 근무. 월수『쓰기 알맞을 정도』> ★ 마드모아젤 : 명동 한순녀 (36·함북 북청, 북청제1여고) <경력> 충무로「뉴·코리어」「천지」등 다방「마담」으로 6년.「살롱」은 이번이 처음. <남자는> 20세 때 연애결혼. 51년에 아빠 전사(戰死). 현재 홀몸이며 여고재학중인 딸 있음. <신상> 원효로3가에 시가 5백만원짜리 자택. 보석엔 별로 취미없고 옷 해입는 게 취미 중 하나. 손수 마음 내키는 대로「디자인」해 입는다. 한복이 잘 안어울리고 편안한 사람이 못돼 양장을 즐기는 편.「참·스쿨」을 나왔다. <취미> 낮잠자기. 승마(승우회 회원임). 요즈음은「마이·카」시대에 대비, 운전을 배우기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다. <실력> 맥주는 한 잔 정도. 아예 술 못마시는 걸 광고하고 다니는 편. 담배 한 갑이면 꼭 3일.「댄스」는 품위를 잃지 않을 정도로 추는 편. 고객들과 밖에서의「데이트」는『사양하겠어요』. <하루 12시간 근무> ★ 멕시코 : 북창동 정복순 (35·평남 성천, 성천여중) <경력> 다방 3, 4군데 거쳐「멕시코」에 정착한 지 만 15개월.「코리어」다방 시절엔 한국식, 이번엔「멕시코·스타일」이다. <남자는> 현재 7세 된 아들이 하나 있을 뿐 그 밖의 일엔「노·코멘트」. <신상> 동대문구 회기동에 별장 비슷이 지은 집(대지 1백평, 건평 30평, 2층 양옥)에 살고 있으며 옷은 자작「디자인」해 바느질만 남에게 맡기는 실력. 보석은 큰 것을 좋아한다. <취미>「스포츠」라면 전부 좋아하는「스포츠」광. 학교시절엔 수영과 농구를 했다. 성격이 정열적이라「라틴·뮤직」을 모으는 것도 취미.「멕시코」를 다녀간 고객들에게서 접시에「사인」을 받는 것도 취미 중의 하나다. <실력> 술, 담배 못해 낙제생. 손님에게 권하지 못한다.「댄스」는 박자 맞출 정도로 쫓아간다. <하루 10시간 근무. 월수는 함구> ★ 로맨스 : 을지로3가 김지숙 (25·충남 대천, 홍성여고) <경력> 6년 전 상경, 종로의「비어·홀」「낭만」에서 1년 반 동안 근무. 작년 3월 28일「피카소」(로맨스의 전신)로 옮겼다. 통산 2년 6개월. <남자는> 20세 때 첫사랑의 그이와 2년 동안 열병을 앓았으나 그이는 딴 여자와 결혼해 버리고…. 현재는 글쓰는 J씨와 그렇고 그런 사이. <신상> 흑석동 언니네 집에 얹혀 있으며 한복 7벌, 양장 18벌 정도. 보석은 감색의「사파이어」반지가 가장 아끼는 것. <취미> 4~5시 사이엔 꼭 낮잠. 혼자 영화구경 가는 게 유일한 낙이다. 한 달에 5, 6회 될 거다. 단 꼭 혼자서 간다. 남자와 동반은 사절. <실력> 맥주 1병에「페퍼먼트」면 2~3잔 정도. 담배 못피우는 건 괜찮은데 춤 못추는 것 좀 창피하다. <낮 12시~12시 반께 나와 밤 11시까지 근무. 월수 12만원 가량> ★ 카사블랑카 : 명동 조희숙 (32·서울, E여대 가정과) <경력> 세기상사 선전부에서 5년 근무. 다방「마담」으로 2년 경험을 쌓고 68년 여름부터「살롱」으로 진출. <남자는> 여고졸업 직후 법률가와 결혼, 아들을 하나 낳고 2년 만에 이혼했다. 아들은 현재 11세. 현재의 대 남성관계엔 묵비권행시. <신상> 문화촌「아파트」에 살고 있으며 옷은「입을만큼」. 보석「액세서리」류엔 흥미없는 편. <취미> 여고동창들과 어울려 영화구경 갔다 나와서 미식을 즐기는 것. 집에선「레코드」듣기.「클래식」쪽보단「라틴·뮤직」「상송」이 더 좋다. <실력> 맥주 2병이면 알맞은데 무리하면 5병까지. 이 선을 넘으면 위태로워(?)진다. 담배는 하루 반 갑.「댄스」는『거 뭐 그거야 자신있죠』라는「댄스·마니아」. <낮 12시께 출근, 밤 11시까지. 월수 10만원 안팎> ★ 가스·라이트 : 무교동 이정아 (31·경북 영주, 대구신명여고) <경력>「뉴·코리어·호텔」지하다방에서 6개월쯤 근무.「살롱」을 차린 건 이번이 처음. 개업한 지 꼭 10개월이다. <남자는> 대학 2년 시절 뜨겁던 그이와 23세 때 결혼, 3년 만에 헤어졌다.『이젠 마음에 드는 남자도 연애 안해요』할 정도로 남성기피증. 8세 딸아이 하나. <신상> 혜화동에 자택을 갖고 있으며 옷은「희·살롱」에서 한 달에 3~4벌 해입는다. 집에서는 한복.「액세서리」안하는 편. <취미> 수영을 좋아하며 한창 운전을 배우고 있다. 곧 면허를 얻을 수 있는 정도.「골프」를 배우는 중인데 시간이 없어 잔디밭 아닌「인·도어」로 참는다. <실력> 맥주 1「글라스」, 술 권하는 손님에게 민망해 죽겠지만 잘 먹히지 않는단다.「댄스」는「스텝」쫓아 갈 정도 되지만. <상오 11시~11시 반께 나와 밤 11시까지. 월수는『글쎄요』> ★ 카사노바 : 명륜동 김명희 (39·서울, J대 가정과 중퇴) <경력> 집안에만 박혀 있다가「살롱」을 차리긴 이번이 처음. 만 40일의 경력. <남자는> 처음 만난 그이는 당시 신문기자. 학업도 중단하고 6개월 연애 끝에 결혼. 4남매를 낳았으나 4년 전부터 별거 중. 현재 4남매를 키우고 있다. <신상> 명륜동에 시가 4백만원짜리 자택. 한복은 안입으며 봄철옷만 40벌 정도다. 살림하느라 보석은 없는 편이지만「액세서리」는 많다. <취미>「액세서리」수집. 그래서「살롱」의 장식도 손수 사들이고 손수 했다. 커가는 아이들과 얘기하는 것도 즐거움의 하나. <실력> 전혀 없다. 맥주도 못하고 담배도 못하며「댄스·스텝」도 모르고. 그래서 술 권하는 손님이 제일 밉다. 학교시절 배워둔 고전무용이라면 출 자신이 있는데…. <상오 10시~12시에 장보고 하오 5시~11시까지 근무. 월수 15만원 정도> ★ 코스모 : 무교동 문순례 (35·함북 청진, S여대 국문과) <경력>「블루·제이드」에서 6개월,「발렌타인」에서 1개월,「코스모」직접 차리기는 꼭 4개월. 통산 11개월이다. <남자는> 22세 때 철모르게 중매결혼. 13세 된 딸이 하나 있다. 그이와 헤어진 건 결혼한 지 꼭 6년 만에. <신상> 행당동 동생집에서 함께 살고 있다. 옷은『「마담」들 중 제일 많을 것』이라며 1백 벌이 넘는단다. 단골집은「예원」의상실. 보석은 값비싼 것보다 골고루 갖고 있는 편. <취미> 수영「워커힐·풀」에서 매일 1천m를 건넌다. 취미로 늘어나는 체중을 줄이기 위해. 또 영화구경을 무척 즐겨 1주일에 최소한 3회. <실력> 맥주로 3~4병이면 알맞고 넘으면 얼큰해진다. 담배는 어쩌다 손님이 권하면 마지못해 피운다.「댄스」라면 남에게 지지 않을 실력.「플로어」밟은 경력 10년이니까. <7시간 근무. 월수는『아직 어림잡을 수 없어요, 처음이라서』> [ 선데이서울 69년 3/23 제2권 12호 통권 제26호 ]
  • [행정혁신 우리가 이끈다] (2)대구 북구

    [행정혁신 우리가 이끈다] (2)대구 북구

    자치단체의 행정착오 등으로 이미 납부한 세금이 다시 부과될 경우 영수증을 제대로 보관하지 못한 납세자들은 꼼짝없이 당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대구 북구에서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는다. 전국 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구축한 세정업무 전자시스템 덕분이다. 세정업무는 방대한 문서의 양과 데이터간 상호 연계성의 어려움 등으로 자치단체마다 전자시스템 구축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 벽을 대구 북구가 깼다. 북구는 세정분야도 종이문서에서 해방되지 않고서는 주민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고 판단,2003년 7월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세정업무 전자시스템 개발에 뛰어들었다. 북구가 생산하는 납세영수필 통지서 등 세정분야 종이문서는 연간 250만장에 달한다. 지방세법상 10년 보관규정에 따라 북구는 종이문서 2500만장, 사과박스 5000 상자 분량의 문서를 장기 보관할 수밖에 없고, 이는 전체 문서보관소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북구는 종이문서 추방을 위해 우선 세무문서의 디지털 작업에 나서 보관중인 과세자료 등 종이문서는 스캐너를 이용, 이미지화하였고 영수증은 2차원 바코드를 활용한 인식프로그램으로 모두 CD에 담았다. 사과상자 5000박스 분량의 세정 분야 보관문서를 CD 58장에 담아낸 것이다. 데이터 작업후에는 방대한 자료의 효율적인 이용을 위해 1초당 6만 5000페이지 검색이 가능토록 해 웹상에서 즉시 필요한 문서를 검색 및 추출, 인쇄를 통해 업무에 활용토록 했다. 과거 과세자료 등을 찾기 위해 먼지나는 문서보관함을 뒤지는 풍경은 완전히 사라졌다. 더구나 민원인도 신속하게 자신의 납세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이같은 디지털화된 데이터를 연계한 세정업무 전자결재 시스템도 독자 개발했다. 세정업무의 특수성으로 인해 문서의 생산·관리를 기존의 공통행정업무의 전자결재시스템으로는 활용이 불가능한 것을 해결하기 위해 지방세 운영시스템과 상호 연계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개발했다. 특히 전자결재의 완벽한 시행을 위해 취득세 및 등록세 신고자 확인을 위한 전자서명기도 도입했다. 신고서를 인쇄후 신고자의 서명을 받아 다시 이미지화하는 번거로움을 없애기 위해 백화점 등에서 신용카드로 결제후 전자서명하는 시스템을 도입, 종이문서의 생산을 원천적으로 없앴다. 이같은 전자시스템 구축으로 북구는 종이문서 제작과 보관에 따른 인력을 줄이고 연간 3억 5000여만원의 예산을 절감하는 효과를 거두었다. 북구는 납세자가 구청을 방문하지 않고 가정이나 직장에서 어떤 세금을 언제 얼마나 납부하였는지, 미납된 세금은 얼마인지 등을 웹상에서 손쉽게 조회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도 서두르고 있다. 홍순익 세무과 부과2담당은 “세정분야도 종이문서로 할 수 있는 업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전산화가 필수적으로 도입돼야 한다.”면서 “다른 자치단체에서 시스템 구축을 원할 경우 개발한 프로그램을 무상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대구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이종화 대구 북구청장 “다른 지자체 요청땐 무상제공” “황무지를 개척한다는 각오로 세정업무 전산화를 과감하게 추진했습니다.”이종화(56) 대구 북구청장은 1일 “세무 민원서비스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업무의 전산화가 반드시 필요했다.”면서 “종이문서가 사라지고 모든 업무가 전산화됨으로써 민원인에게 보다 신속하고 정확한 양질의 세정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초기에는 어려움도 많았다. ‘지금도 별 문제가 없는데 왜 바꾸어 일을 어렵게 만드느냐.’는 직원들의 불만과 저항이 뒤따랐다. 이 구청장은 “세정업무도 반드시 혁신을 해야 한다.”고 설득하고 열악한 재정난에도 불구, 개발비를 우선 지원하는 등 직원들의 자발적인 동참을 이끌어냈다. 이 구청장은 “전자시스템 구축후 세정업무 효율성이 2배 이상 높아졌다.”면서 “무엇보다 세무담당 공무원들이 종이문서의 생산과 관리, 보관업무 등에서 해방돼 민원인에게 보다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말했다. 또 “전산화 이후 여유인력을 고질적인 업무인 체납세 분야에 재배치, 평소대비 10%정도 높은 체납세 정리효과를 거두었다.”고 덧붙였다. 이 구청장은 “시스템 개발후 자치단체는 물론 민간기업에서도 벤치마킹을 하겠다는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면서 “프로그램을 무상제공해 아직 종이문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세정업무의 혁신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대구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가상 주민번호로 인터넷 가입한다

    가상 주민번호로 인터넷 가입한다

    인터넷 회원에 가입하는 수단으로 현재 사용 중인 주민등록번호 외 공인인증서 등 별도의 대체 수단들이 도입된다. 다음 달 시범 사업에 들어가며, 오는 2007년부터 이들 안이 법제화돼 전면 시행된다. 정보통신부는 31일 ‘인터넷상의 주민번호 대체수단 도입을 위한 공청회’에서 ▲가상주민번호▲그린버튼 서비스▲공인인증서▲개인ID인증서비스▲개인인증키 등 5개 대체 수단을 활용하기로 확정했다. ●강제 수단은 아니다 인터넷 업체들은 이들 수단 중 자사의 특성에 맞는 방식(복수 가능)을 도입하고, 가입자는 이를 따르면 된다. 대체 방식은 법적으로 강제하지 않는다. 따라서 대형 포털, 쇼핑몰 등이 당장 이를 채용할 가능성이 낮아 소규모 인터넷 사이트나 대형 포털의 신규 서비스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이성옥 정통부 정보화기획실장은 “대체방식의 도입 여부와 방법 선택은 업체 자율”이라면서 “주민번호를 이용해 회원을 모집한 대형 포털이 대체 수단으로 바꾸려면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대체수단 이용 방법은 가상주민번호 방식은 한국신용평가정보에서 난수화(亂數化)된 가상번호를 인터넷, 휴대전화로 발급받아 회원가입 때 입력하는 방식이다. 개인인증키 방식은 개인인증키 사용이 가능한 비밀번호(금융계좌정보, 신용카드 정보, 휴대전화 인증번호 등)를 입력하고, 한국신용정보에서 본인임을 확인받아야 한다. 한국신용정보에서는 13개 난수로 구성된 인증키를 해당 사이트로 전송, 회원 가입이 된다. 또 서울신용평가정보가 인증하는 개인ID인증서비스 방식은 인터넷으로 ID와 패스워드를 받아 이용자가 이를 입력해 확인을 받는 방식이다. 난수화된 13자리 가상식별코드가 서울신용평가와 제휴된 해당 사이트로 전송된다. 공인인증서 방식은 회원가입 때 한국정보인증으로부터 공인인증서 검증을 통해 본인임을 확인받는 것으로, 검증후 이용자에게 13자리 식별번호를 주고 이를 해당 사이트에 전송한다. 그린버튼 방식(한국전자인증)은 인터넷에서 온라인 신원확인용 인증서를 받아 해당 사이트에서 인증서 검증을 통해 본인 확인을 받는다. 해당 이용자에게 13가지 식별번호를 주고 이를 해당 사이트에 전송한다. 정기홍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여당에게 하는 쓴소리/홍의 언론지키기 천주교모임 고문

    지난주는 언론매체들이 ‘10·26 국회의원 재선거’를 주요 이슈로 보도했다. 선거 결과가 집권 여당의 완패로 나타나자 신문마다 그 원인을 분석하고 앞으로의 정국을 전망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이에 앞서 선거 당일인 10월26일 서울신문의 ‘서울만평’은 재선거 결과와 그 이후를 정확하게 예견, 놀라움을 주었다. 만평에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압승’ 기자회견 연습중이고,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장은 울상을 하고 있다. 옆에서 보좌관인 듯한 사람이 한마디한다.“짐 싸요?” 결과는 그대로 적중했다. 한나라당은 4곳 모두 이겼고, 완패한 열린우리당의 지도부는 재선거 이틀 만에 총사퇴했다. 재선거 다음날인 27일은 신문마다 단연 선거기사가 톱이었다. 제목은 ‘한나라, 재선거 완승’ 또는 ‘여당, 재선거 전패’였다. 완승한 쪽을 제목으로 내세우는 것과 완패한 쪽을 제목으로 내거는 건 편집자의 의도가 엿보이는 점이 있다. 서울신문의 이날 톱기사는 “…열린우리당이 지난 4·30 재·보선에 이어 또다시 전패, 향후 정국 운영에 부담을…”로 시작되었지만 제목은 ‘한나라 재선거 완승’이었다. 취재와 편집 쪽 시각의 차이가 있지 않았나 싶다. 이날 서울신문은 4개면을 재선거로 채웠다. 개표 진척에 따른 여야의 명암을 스케치하고 재선거 이후의 정국전망을 짚어보기도 했다.‘재선거 3제’로 꼽은 ‘지고도 이긴 홍사덕’,‘민주노동당 울산 패배’,‘이강철·이상수 고배’는 좋은 읽을거리였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개표가 진행되는 동안 당사에 없었다. 서울신문은 이와 관련,“박 대표는 동생 지만씨 내외와 조촐하게 제사를 지내며 틈틈이 TV로 개표 결과를 챙겨본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그런데 이날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난 기일(忌日)이다. 제사는 기일 전날에 지내는 것이 관례이다. 과연 이날 제사를 지낸 것을 확인하고 기사를 썼는지 궁금하다. 노무현 대통령은 27일 “재선거 결과를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로 수용한다.”며 “열린우리당은 동요하지 말고 정기국회에 전념해 달라.”는 뜻을 밝혔다. 서울신문은 이를 “당정분리 원칙을 깬 이례적 언급”이라면서 정치권의 새판짜기를 예고했다. 하지만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28일 총사퇴를 발표했다.“동요하지 말라.”는 당부가 있은 지 하루 만이었다. 서울신문은 29일자에 이를 1면 톱으로 싣고 4면에는 여당 연석회의에서 쏟아져 나온 강경발언들을 소개했다. 기사에 따르면 “대통령이 신이냐.”,“내각 총사퇴”,“코드인사 근절” 등 야당 쪽에서나 나올 만한 말들이 마구 터졌다고 한다. 29일 열린 당·정·청 수뇌부 12인 초청 만찬간담회에서 노 대통령은 당의 요구 대부분을 수용했다.‘당의 정치중심론’을 재차 확인하면서 이해찬 국무총리와는 계속 함께할 것이지만, 내각의 두 장관(정동영·김근태)의 거취는 당사자들이 결정할 문제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하여 서울신문은 31일자 4면에 정동영·김근태 두 장관의 ‘조기 대권 레이스’ 가능성을 예고하는 기사를 게재했다. 재선거 결과가 나오면서 서울신문은 27일 이후 매일 사설을 통해 여당에 쓴소리를 했다. 여당의 패인이 ‘오락가락 노선과 더딘 경제회생’에 있었으며(27일), 여당에 ‘청와대 그늘을 벗어나 당이 정국 운영을 주도할 것’을 당부(28일)했다. 또 29일자 사설에서는 ‘여당의 지도부 사퇴가 국정쇄신의 전기가 돼야’ 한다면서 당권경쟁보다 산적한 민생입법, 예산안 처리에 힘쓰라고 충고했다. 이와 비슷한 주장은 31일자 사설 ‘말로만 되풀이하는 당중심 정치’에서도 나온다.“새해예산안·쌀협상비준안·부동산법·사학법 등 민생현안을 제대로 처리하는 것에서부터 여당의 달라진 면모를 보여야 한다.”는 내용이다. 여당이 귀담아들을 만한 쓴소리로 여겨진다. 홍의 언론지키기 천주교모임 고문
  • 공정위선 ‘끼워팔기’ 심의 계속

    공정거래위원회는 28일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가 한국에서 윈도 사업을 철수할 수도 있다는 보도에 전혀 상관없이 MS에 대한 심의는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MS의 과거 위반행위에 맞는 시정조치가 내려질 것”이라며 “시정조치가 확정되지도 않았는데 철수를 운운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MS가 윈도에 동영상 재생프로그램인 미디어플레이어와 인터넷채팅 프로그램인 메신저를 끼워판 혐의에 대해 심판기구인 전원회의에 상정, 제재수위를 논의 중이다. 공정위의 판결은 11월 내려질 전망이다. 이에 앞서 MS 본사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분기 보고서에서 “한국의 공정위가 우리에게 코드를 제거하거나 한국 시장에 맞춰 특화된 윈도를 재설계할 것을 요구할 수도 있다.”며 “이 경우 한국 시장에서 윈도 사업을 철수하거나 새 버전의 출시를 지연시킬 필요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국MS는 “사업상 위험요소를 명시해야 하는 미 증권법에 따라 순수한 가능성 차원에서 언급한 것”이라며 “윈도 사업 철수를 전혀 고려한 바 없다.”고 해명했다.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대통령이 神이냐…정치문제에 관여말라”

    “대통령이 神이냐…정치문제에 관여말라”

    “대통령이 신(神)이냐.” “대통령은 더이상 정치에 관여하지 말라.” 열린우리당의 10·26 재선거 완패는 그간 청와대와 당 지도부에 누적된 불만들을 촉발시켰다. 단 4석짜리 재선거로 당 지도부 전원 사퇴를 야기할 만큼 그 위력은 컸다.28일 중앙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 여기저기서 튀어나온, 예상을 뛰어 넘는 ‘쓰나미급’의 초강경 발언은 향후 파장을 가늠키 어렵게 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나 청와대측은 “대통령의 지지도(20%대)가 당 지지도(10%대)보다 높지 않으냐.”고 불만을 터뜨려 당·청간 갈등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내각 총사퇴론’,‘코드 인사 근절’ 등 청와대를 향한 직격탄은 이날 회의가 야당 의원총회인지 헷갈리게 할 정도였다. 회의 초반 한때 ‘대안 부재론’과 함께 지도부 사퇴 반대 의견이 제시됐으나,“지금 불에 타죽게 생겼는데 ‘집 나가면 어디 가서 자냐.’‘무슨 물건을 챙겨 나가야 하냐.’를 걱정하나. 당장 창문을 깨고 탈출해야 할 마당에 무슨 대안부재냐.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해야 한다.”는 반론에 파묻혔다는 전언이다. 최성 의원은 “표현하기 힘들, 말로 옮기기 어려울 정도의 거칠고 심각한 발언들이 많았다.”는 말로 비공개 회의의 분위기를 전했다.“전날 대통령이 ‘선거 결과에 당은 동요하지 말라.’는 말은, 그럼 대통령이 다음에 정치 얘기할 때까지 당은 기다리고 가만히 있으라는 얘기냐.”는 발언도 나왔다고 한 참석자는 밝혔다. 회의에서의 포문은 이미 청와대를 향해 있었고 발언 정도는 위험 수위를 넘어 있었다. 누군가는 “모두 놀랐다. 모두가 예상했던 패배지만 그 파장이 이 정도인지는 아무도 몰랐던 것 같다.”고 혀를 내둘렀다. 문학진 의원은 “대통령을 모셨던 사람으로서 이런 말을 하기 쉽지 않지만, 대통령은 오류가 없는 사람이냐, 대통령이 신(神)이냐, 왜 열린우리당이 자기색깔을 내지 못하고 청와대만 따라가느냐. 이해할 수 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어 “국정운영 상황을 보면 한나라당 성향의 정부 관료들도 장악을 못하고 있다.”면서 “국민들은 받아들이기만 하는 ‘예스맨’을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당 내에 이해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기호1번으로 나가면 다 떨어지는 절망적인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안영근 의원은 “당이 대통령 간섭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이 상황에서) 29일 당·정·청 모이는 것 자체가 얼마나 오만하냐.(지도부가) 당에서 여론을 먼저 들어야지 (대통령이) 지도부를 부르는 게 뭐냐. 대통령이 당을 부속물로 생각한다. 사실상 (대통령이 당 지도부의) 재신임을 강요하려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유승희 의원은 청와대의 인적 쇄신을 요구했고, 우원식 의원은 한발 더 나가 당·정·청 혁신을 주장했다. 심지어는 “재보선 패배는 예견된 일로, 작금의 사태가 ‘고소하다.’”는 등의 남의 집 일 보듯하는 듯한 냉소적인 발언도 나왔다. 정장선 의원은 “개헌·선거구제·정당간 연합문제는 대통령이 아니라 당이 결정할 문제이며 대통령은 더 이상 정치문제에 관여하지 말라.”며 “대통령 지지도가 20%라는 것은 정부에 대한 불신임이기 때문에 정기국회가 끝나면 내각이 총사퇴하고 국정운영을 쇄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지운 박지연기자 jj@seoul.co.kr
  • D램·휴대전화·LCD·인터넷게임등 10년동안 우리나라 먹여살렸다

    지난 10년간 한국을 먹여 살렸던 10대 공학기술이 공개됐다. 한국공학한림원은 27일 ‘과거 10년, 한국의 10대 공학기술’을 선정해 발표하고, 이 기술의 개요와 경제적 의의를 소개했다. ●D램과 낸드플래시 메모리 휴대전화, 디지털 카메라 등 첨단 디지털 기기 산업의 원동 기술력으로 세계 1위다.D램과 낸드플래시는 각각 세계시장 점유율이 60%와 70%로 모두 합쳐 지난해 180억달러의 수출실적을 냈다.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통신 시스템과 휴대전화 핵심 기술은 미국 퀄컴사의 특허로 묶였지만 기지국 설계 등 상당수 핵심 기술의 국산화는 국내 IT 산업의 기반을 닦았다. ●LCD(액정표시장치) 휴대전화, 노트북,PC, 모니터, 디지털 TV 등 첨단 기기에 ‘약방의 감초’처럼 들어가는 LCD는 여전히 미래 성장 동력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해 200억달러를 수출했다. ●인터넷 게임 ‘PC방’이란 한국만의 진풍경을 만든 장본인인 국산 인터넷게임은 세계 시장 점유율 25%를 기록할 정도로 발전했다. 아직 산업 기반이 다른 10대 기술보다 미약하지만 반대로 발전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수출실적은 13억달러. ●자동차 설계 제조 기술 지난해 해외 판매액이 330억달러로 국가 총 수출액의 12.9%를 차지했다. 현재 하이브리드 및 연료전지 차 등 미래형 차량 개발이 주요 과제로 남아 있다. ●LNG 선박·초고층 건축기술 설계 생산분야에서 세계 1위로 이 분야 선박 발주량의 80%가 국산이다. 지난해 수출량은 100억달러가량. 초고층 건축기술은 현재 핵심 기술의 90%가 국산화됐으며, 중동 두바이의 160층 초고층 빌딩 수주로 국내 업체의 세계적 위상도 급성장했다. ●리튬 2차전지 휴대전화나 각종 소형 디지털기기에 들어가는 2차전지는 생산량 기준으로 중국과 함께 세계 2위 수준이다. 향후 첨단 기기 제조업의 중심으로 떠오를 것이 확실시되는 분야로 세계시장 성장률은 연평균 15%에 이른다. ●한국형 표준원전 국산화를 통해 연간 7조원의 수입대체 효과를 낳고 있다. 국내 원전 기술이 성장하면 발전용 원유 수입 부담도 줄어 국가 경제에 혜택이 크다. ●철강 제조기술 ‘소리 없이’ 한국경제를 이끌어온 철강은 국내 조선 및 자동차 산업의 국제 경쟁력도 함께 끌어올렸다. 해외시장 점유율은 현재 5위지만 기술혁신을 통한 원가 경쟁력은 세계 정상급이다. ●미래10년 한국 먹여살릴 10대기술 한편 공학한림원은 ‘미래 10년, 한국의 10대 공학기술’로 ▲유비쿼터스 시스템 ▲지능 로봇 ▲생명공학 ▲나노기술 ▲미래 자동차 ▲위그선 ▲재생 에너지 ▲보안기술 ▲항공우주기술 ▲원자력 기술을 선정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서울이야기 (27)] 시민의 문화소비

    [서울이야기 (27)] 시민의 문화소비

    서울은 문화도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뉴욕의 브로드웨이처럼, 파리의 루브르같이 어떤 도시를 떠올리면 모든 사람들이 문화적 향기가 코끝에 와 닿는 곳, 문화소비를 위해 한걸음에 달려가 그 도시의 문화 취향을 호흡하고 싶은 그러한 도시를 꿈꾼다. 지구촌 메트로폴리스들의 21세기 도시발전은 문화를 지렛대로 한 걸음 도약하는 것이다. 서울도 그 행렬에 한 발 담그고 싶은 욕망과 전략을 만들고 있다. 서울의 욕망과 희망이 뿌리내리기 위해 지금 이곳 서울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떻게 문화와 더불어 호흡하고 있는지, 사람들의 일상 속에 문화는 어떤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문화도시란 도시발전 계획에 의해 가능한 것이 아니라 문화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듣고, 보고, 만져본 그 경험의 축적에 의해 한 뼘씩 깊어지며 뿌리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대중문화소비의 일상화, 대중영화 서울시민들에게 가장 익숙한 문화소비는 단연 대중 영화 관람이다. 서울에 사는 모든 사람들은 지난 1년 동안 3.03편의 영화를 보았다. 물론 아직도 전체 시민의 50%는 영화를 한편도 보지 않는 것으로 조사되었지만, 뒤집어보면 전체 시민의 반수가 1년에 한 편 이상의 영화를 보았다는 것이다. 또한 영화를 한번 이상 본 사람들의 평균관람 횟수는 6편이나 된다. 이는 서울의 충무로가 시민들의 삶 속에 낯설지 않은 일부분으로 자리잡은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다수 시민의 문화소비가 영화산업의 굳건한 버팀이었음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대중영화의 소비는 서울시민의 성별이나 나이에 따라 차별되지 않은 채 모든 사람들이 즐기는 하나의 문화코드이다. 서울시민 가운데 여성의 연평균 영화관람 횟수는 3.27편이며, 남성은 2.78편이다. 대중영화 소비의 중심축은 20대에 있다. 서울시 20대의 연평균 영화관람 횟수는 7.54편으로,10대의 5.54편,30대의 3.0편에 훨씬 앞서 있다.20대 중 지난 1년 동안 영화를 한편도 안본 비율은 18%에 지나지 않는다.50대이상 연령층에서는 그러한 비율이 71%나 되는데 말이다. 나이가 많은 시민들은 대중 영화라는 상대적으로 가장 대중적인 문화소비에서도 빗겨나 있다. ●순수문화 소비 걸음마 단계 그러면 서울시민들이 순수문화 소비에는 어느 정도의 눈길을 주고 있는 것일까. 서울시민들은 인사동뿐 아니라 세검정 고개를 넘으면 하늘과 맞닿을 듯한 언덕 위 평창동에 아주 많은 미술관이 모여 있다는 것을, 그리고 도심 한가운데 광화문 가까운 곳에 이 가을 낙엽이 사각거리는 더없이 행복한 오솔길이 있는 미술관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2004년 미술관을 찾은 서울 시민은 전체 시민의 11.8%에 지나지 않았다. 연간 미술관 관람은 0.34회이다. 남성들의 90%는 미술관을 한번도 찾지 않았으며, 대중영화 소비에 익숙한 20대 역시 84%가 지난 한해동안 미술관을 찾은 경험이 전무하였다. 가구소득이 200만원에서 300만원 사이의 중간계층이 지난해 미술관 관람을 위해 지불한 비용은 2만 6000원이다. 연주회나 무용·연극 등 순수공연장의 상황은 어떠할까. 서울시민의 87%는 2004년 한해 순수예술 공연장을 한번도 찾지 않았으며, 연간 0.36회의 순수예술 공연장을 방문하였다. 이러한 순수공연예술 경험률은 성별·연령별로 다르지 않다. 남녀 모두 10명 가운데 8명 정도가 공연장을 가본 경험이 없으며,30대의 85%,40대의 87%,50대의 90%는 순수 공연장 근처에도 가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소비와 경제력 문화소비에는 돈이 많이 들까. 순수예술을 소비하지 않는 사람들은 공연료가 비싸다고 한다. 가구소득 기준 200만∼300만원인 계층의 평균 공연장 방문 횟수는 0.33회,400만∼500만원 계층은 0.59회,500만원 이상 계층은 0.84회이다. 가구소득 100만원 미만 계층의 93%는 공연장에 가본 적이 없다. 미술관 관람 횟수 역시 200만∼300만원 가구소득 계층은 0.22회,500만원 이상 소득계층은 0.77회이다. 경제력과 문화소비간에는 분명 차이가 있다. 그러나 아주 큰 차이는 아니다.200만∼300만원 소득가구은 연간 공연에 5만 9000원을 지출하였다.400만∼500만원 소득계층은 7만 9000원을 썼다.2004년 발표 기준 서울시민의 평균 외식비는 20여만원이 넘는다고 하는데 서울에 사는 우리들은 여전히 먹는 데 더 집중하고 있다. ●문화소비의 저변 확대를 위한 노력 문화란 경험한 만큼 알게 되고, 아는 만큼 보이고 들린다고 한다. 익숙하지 않은 것은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많은 시민들이 대중문화에도 익숙해지고 순수문화예술도 경험하도록 장(場)을 마련해야 한다. 서울시는 2005년을 ‘문화의 해’로 선포했다. 노들섬에 오페라극장 건립을 위한 설계안이 화려한 모습을 드러내고, 서울광장에서는 마에스트로 정명훈이 베토벤을 들려준다. 오가는 사람들은 순수예술에 귀를 열게 된다. 영화관의 낮은 문턱만큼 순수예술의 문턱도 낮아져야 한다. 문화는 편식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문화도시 서울의 꿈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다양한 장르의 각양의 문화들이 함께 소비되어야 한다. 문화도시를 지향하는 서울시의 노력과 문화적 감수성을 높이려는 시민의 노력이 함께 할 때 가능한 일일 것이다.
  • [코드로 읽는책] 결코 피할 수 없는 야스쿠니 문제/다카하시 데쓰야 지음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인 야스쿠니 신사가 비판의 대상이 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 일본 고이즈미 총리가 ‘개인 자격’으로 단행한 신사참배와, 지난 100년간 야스쿠니 신사에 방치됐다가 최근 고국의 품에 안긴 임진왜란 승전기록비인 북관대첩비를 보면서, 야스쿠니 신사의 존재와 의미를 다시한번 생각하게 된다. 그렇다면 일본 국민들, 특히 지식인들은 야스쿠니 신사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일본의 대표적인 양심적 지식인으로 손꼽히는 다카하시 데쓰야 도쿄대 교수가 쓴 ‘결코 피할 수 없는 야스쿠니 문제’(현대송 옮김, 역사비평사 펴냄)는 야스쿠니 신사를 여러가지 각도로 접근, 비판적인 시각으로 풀어냈다. 특히 고이즈미 총리의 최근 발언뿐 아니라, 관련 재판진술서, 언론기고 등 생생한 기록을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자기 주장을 자제한다. 읽는 이로 하여금 야스쿠니 문제의 핵심에 대해 스스로의 입장을 찾도록 하는 것이다. 저자는 야스쿠니 신사에 대한 피할 수 없는 진실을 파헤친다. 신사에는 조선인이 무려 2만 1000여명이나 합사돼 있으며, 타이완인도 2만 8000여명이나 있다. 한국이나 대만 유족들이 원하지 않는데도 야스쿠니가 일방적으로 계속 제사를 지내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런 상황에서, 왜 고이즈미 총리의 참배가 문제가 되는지, 야스쿠니의 본질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위해 논리적인 접근을 시도한다. 첫번째 접근은 ‘감정의 문제’. 저자는 야스쿠니 신사가 ‘감정의 연금술’에 의해 전사의 비애를 행복으로 탈바꿈시키는 장치에 불과하며, 전사자를 단순히 추도하는 것이 아니라 현창(顯彰)하는, 즉 드높여 받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래야만 ‘기꺼이 나라를 위해 목숨을 던질’ 병사들을 다시 천왕의 명예를 대가로 전장으로 끌어낼 수 있기 때문.‘역사인식의 문제’로서의 접근에서는 ‘A급 전범’을 분리시키는 것에 대한 정치적 타협성을 비판한다. 야스쿠니 신사에 대한 역사인식은 전쟁책임 문제를 넘어 식민주의 문제로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종교의 문제’에서는 헌법상 정교분리 문제를 논의하면서 ‘신사는 종교가 아니다.’라는 술수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검증한다. 오히려 국가신도(國家神道)라는 초종교를 만들어 신사참배를 국민의 의무로 설정한, 종교의 윤리적 위장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문화적 문제’는 야스쿠니에 대한 일본과 중국, 한국문화를 비교하면서 일본이 문화적 차이에 따른 야스쿠니 권리를 주장하는 것의 허구성을 지적한다. 마지막의 ‘국립추도시설의 문제’는 ‘제2의 야스쿠니’가 될 수밖에 없는 추도시설의 문제점을 점검한다. 이미 지난 4월 일본에서 출간돼 6개월 만에 30만부가 팔리며 베스트셀러 대열에 올랐다. 야스쿠니 문제를 대중화하는데 기여한 셈이다. 야스쿠니 신사를 생각하는 한국인과 일본인이라면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책.9800원.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선생님이 쓰는 신나는 과학] ‘벼락맞은’ 소시지 別味야!

    [선생님이 쓰는 신나는 과학] ‘벼락맞은’ 소시지 別味야!

    소시지를 먹는 방법으로는 흔히 가스레인지로 굽거나 전자레인지로 익히는 것을 꼽을 수 있다. 약간 독특한 방법으로는 볼록렌즈로 태양 빛을 모아 익히거나 뜨거운 온천물에 넣어 먹는 게 있다. 이 외에 전기를 활용해 소시지를 맛있게 먹을 수도 있다. 물론 전자레인지도 전기를 이용하지만, 여기서 소개할 방법은 전기를 직접 이용한 것이다. 감전 경험이 있는 사람은 전기가 찌릿하면서 동시에 뜨겁다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이는 전기가 통하면서 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감전과 유사한 자연 현상인 벼락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벼락은 구름과 땅 사이에 일어나는 방전 현상인데, 벼락맞은 나무가 불에 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험시 유의사항 챙겨야 준비물을 챙겨 보자. 실험에는 프랑크 소시지, 칼, 금속 포크,110볼트(V) 코드가 연결된 전선, 변압기가 필요하다. 일반 가정에 공급되는 전기 전원은 220볼트인데, 감전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만큼 이번 실험에서는 220볼트 대신 110볼트 교류전원을 사용한다. 우선 프랑크 소시지의 껍질을 벗긴 후 소시지 표면에 칼집을 낸다. 칼집을 내지 않으면 소시지가 열에 의해 부풀어져 터질 수 있으므로 안전을 위해 칼집은 필수다. 이어 소시지 양쪽 끝에 금속 포크를 꽂는다. 주의해야 할 점은 포크끼리 서로 닿지 않도록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포크에 전선을 연결하고 전원을 넣은 뒤 2∼3분쯤 기다렸다가 소시지가 부풀어 오르기 시작하면 전원을 끊고 맛있게 먹으면 된다. 특히 이 실험에서는 다음의 유의사항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첫째, 포크에 전원을 넣을 때 감전에 주의한다. 둘째, 전기가 흐르는 상태에서 포크나 소시지를 만지지 말아야 한다. 셋째, 소시지가 탈 정도로 오랜 기간 전류를 흘려줘서는 안 된다. 넷째, 젖은 손으로 전기기구를 만지면 감전 위험이 커진다. ●전류와 저항이 ‘요리사’ 전선으로 연결된 포크에 전원을 켜면 약 2분 뒤 ‘지지직’ 소리와 함께 연기와 익는 냄새가 난다. 그런데 포크와 포크 사이의 안쪽 부분은 소시지가 뜨거워진 반면 바깥 부분은 변화가 없이 차가운 상태를 유지한다. 이는 포크 사이에서만 전류가 흘렀다는 증거다. 역으로 얘기하면 포크 바깥 부분의 소시지는 전원이 켜진 상태에서도 전기가 흐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어떤 과학적 원리가 들어있는 것일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전기는 한쪽 방향으로만 흐르고, 소시지는 전기 저항을 가진다는 사실이다. 전기는 +극에서 -극으로 흐른다. 이 때문에 동일한 물체라고 하더라도 전류가 흐르지 않는 부분이 생길 수 있다. 전류가 흐르는 사이 전자는 -극에서 +극으로 이동하게 되는데, 이때 전자가 물체를 구성하는 원자와 충돌하면서 전기의 흐름을 방해하는 힘(저항)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 힘의 일부가 열 에너지로 바뀌는 것이다. 전기 저항은 전류의 흐름을 방해하는 힘이며, 물질마다 고유한 값을 갖는다. 일반적으로 전기 저항은 길이에 비례하고, 단면적에 반비례한다. 이같은 전기 저항을 이용해 소시지를 구워먹을 수 있고 다리미, 전열기, 형광등, 초인종, 전기도금 등의 전기제품도 활용할 수 있다. ●감전이 위험한 이유는? 감전에 대해 좀더 알아 보자. 인체의 65∼70% 정도는 물이며, 이로 인해 전기가 쉽게 흐를 수 있다. 인체에 미약한 전류가 흐르면 느낌이 없지만, 전류 세기가 커지면서 찌릿찌릿한 느낌을 받게 되고 차츰 견딜 수 없게 된다. 이렇듯 전류의 흐름을 감지하고 몸에 이상이 생기는 현상이 감전이다. 인체에 어느 정도 이상의 전기가 흐르면 ‘전기 소시지 구이’처럼 열작용에 의해 전기가 인체로 들어가는 부위와 나오는 부위에 화상이 생긴다. 체내에서는 세포를 파괴시키거나 혈구를 변질시키기도 한다. 특히 전류의 자극으로 근육이 수축할 경우, 온몸이 위축돼 심장 박동과 호흡 운동을 방해해 혈액 순환이 멈출 수도 있다. 또 감전됐을 때 쇼크를 받아 정신을 잃기도 하며, 의식이 멀쩡하더라도 몸을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해 2차 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전기가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되지만, 항상 조심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홍준의 서울 한성과학고 교사
  • [컬러링 인기순위] 프라하 연인 잘 나가네

    [컬러링 인기순위] 프라하 연인 잘 나가네

    유해준이 부른 프라하의 연인 OST곡 ‘단 하나의 사랑’이 2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프리스타일의 ‘그리고 그 후’가 2위, 김종국의 ‘별 바람 햇살 그리고 사랑’이 3위, 전도연과 황정민이 함께 부른 너는 내 운명 OST곡 ‘너는 내 운명’이 4위로 상위권에 올랐다. 이밖에 더원(The One)의 장밋빛인생 OST곡 ‘가시’가 7위, 리쌍의 ‘내가 웃는 게 아니야’가 14위, 김동욱의 프라하의 연인 OST곡 ‘그대 곁에 있음을’이 15위, 이루의 ‘다시 태어나도’가 17위로 이번주에 새롭게 진입했다. ‘단 하나의 사랑’을 컬러링으로 다운받으려면 휴대전화로 ‘##90’과 코드번호 5자리 ‘00479’과 통화버튼을 누르면 된다.
  •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42) 파자법(破字法)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42) 파자법(破字法)

    한 개의 글자를 부숴 여럿으로 나누거나, 역으로 여러 글자를 조합해 하나로 만들어 비밀스러운 뜻을 알아내는 것이 파자법이다. 한자 문화권 전반에 널리 퍼져 있는 일종의 암호 생산기술이다. 이미 중국 고대의 전국시대에 귀곡자(鬼谷子)라고 불린 한 기인이 만들어 사용했다 할 정도로 파자법의 연원은 깊다. 본디 뜻글자인 한자는 구성이 복잡하고 두 글자 이상이 뭉친 경우가 많아, 파자법이 생겨나기 쉬운 조건이다. 뜸뜬다는 ‘구(灸)’자만 해도, 위에는 오래라는 뜻의 ‘(久)’자가 있고 아래는 ‘불 화(火)’가 놓여 있다. 파자법으로 풀이해 보면, 사람이 불 위에 오래 앉아 있는 것이 바로 뜸이란 뜻이 된다. 어떤 사람에게서 나는 좀더 억지스러운 이야기도 들었다. 전통적으로 여성은 열여섯에 성인이 된다고 보았는데, 그것을 파자법으로 알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파과(破瓜) 즉 오이가 깨지는 해에 성년이 된다는 말이 있다. 여기엔 물론 초경이 시작된다는 상징적인 뜻이 담겨 있다. 하지만 오이 과(瓜)자에 비밀이 숨어 있다 한다. 그 글자를 파자법으로 분석해 보면 여덟 팔(八)자 두 개가 겹친 것이란다. 요컨대 여자 나이 열여섯이면 성인이 되는 것이고, 천하절색 춘향이 이도령을 만난 것도 파과의 해였다는 주장이다. ●파자법(破字法)이란 비밀 코드 비밀을 해독하거나 생산하는 데 파자법은 매우 유용했다. 그래서 예언서와 밀접한 관계를 맺게 되었다.‘정감록’을 읽다 보면 글귀를 있는 그대로 해석하기만 해선 안 되는 경우가 있다. 이 때는 다른 사물에 빗댄 우의법(寓意法)이나 파자법(破字法)을 적용해야만 본래의 뜻을 대강 짐작이라도 할 수 있다. “목자(木子) 장군의 칼이요, 주초(走肖)대부의 붓이로다. 비의(非衣) 군자가 품은 뜻은 다시 삼한의 서울을 정하는 일이다. 목자가 나라를 세우는 데 주초의 계략과 정기가 기틀을 마련할 지니.”(청구비결) 흔히 조선왕조의 건국을 예언한 것으로 풀이되는 구절이다. 목자(木子)는 곧 이(李)씨로 태조 이성계를 상징한다. 주초는 조(趙)씨, 비의(非衣)는 배(裵)씨를 파자한 것이다. 조선 개국공신들 가운데 마침 조준(趙浚·1346~1405)과 배극렴(裵克廉·1325~1392)이 포함돼 있어, 그들이 다름 아닌 ‘주초대부’와 ‘비의군자’로 비정되기도 한다. 그런데 정작 조선 개국에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한 정도전이 비결에 언급돼 있지 않아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파자법이라면 위에 살핀 경우처럼 두 글자를 하나로 묶는 것이 상례다. 그러나 때로는 훨씬 복잡한 양상을 띠기도 한다. 파자법의 압권을 ‘정감록’에서 찾아보자. “선비(士者)는 관을 비뚜로 쓰며(橫冠) 신인(神人)이 옷을 벗고(脫衣) 주변을 달리다 몸을 기댄 채(走邊橫己) 성인의 이름에 여덟 팔자를 덧붙이면(聖諱加八), 계룡산 바위가 희게 변하고 청포의 대나무가 하얗게 되며 (중략) 대중화와 소중화가 함께 망하리라.”(감결) 계룡산 바위가 변하는 것부터 시작해 중국(대중화)과 한국(소중화)이 일시에 망하고 만다는 예언이다. 글의 구조상 이런 일대격변을 일으키는 조건은 밑줄 친 부분에서 찾아야 한다. 그런데 아무리 읽어 봐도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다. 술사들은 수수께끼처럼 여겨지는 밑줄 친 대목을 파자법으로 풀어냈다. 우선 ‘선비(士者)는 관을 비뚜로 쓰며(橫冠)’를 사(士)의 머리 부분에 빗금을 그어 얹은 임(壬)자로 간주했다.‘신인(神人)이 옷을 벗고(脫衣)’란 대목은 신(神)자에서 보일 시(示)변을 제거해 신(申)자로 해독했다. 요컨대 앞의 두 대목은 임신(壬申)년을 가리키는 것으로 읽어낸 것이다. 그 해에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 하는 문제가 그 아래 두 구절에서 해결돼야 했다. 술사들은 지혜를 짜냈다.‘주변을 달리다 몸을 기댄 채(走邊橫己)’는 주(走)변에 기(己)자를 더해 일어날 기(起)자로 해독했다. 마지막 구절인 ‘성인의 이름에 여덟 팔자를 덧붙이면(聖諱加八)’은 성인을 공자(孔子)로 보고 그 이름인 구(丘)자에 팔(八)을 합친 군사 병(兵)자로 풀었다. 두 대목을 서로 연결하면 기병(起兵) 즉, 군사를 일으킨다는 뜻이 된다. 임신년에 반란이 일어나면 온갖 징조가 뒤따라 일어나고 마침내 중국과 한국이 동시에 멸망하게 된다는 그야말로 엄청난 예언인 셈이다. 참고로, 청나라가 망한 것은 무신년(1911)의 일이었다. 조선왕조는 그보다 한 해 앞선 경술년(1910)에 사라졌으니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 셈이었다. 바로 이런 예언은 철종13년(1862) 전국 각지에서 이른바 임술민란이 일어나던 무렵 ‘감록’에 새로 등장한 것이 아닐까 짐작된다. 임술년(1862)을 전후해 조선에는 국내외 정세에 상당한 식견을 지닌 술사들이 적지 않았다. 그들 가운데 누군가 ‘감록’을 고쳐 쓰면서 ‘임술기병’에 해당되는 구절을 파자법을 이용해 삽입했다고 믿어진다. 따지고 보면 그 당시 중국의 사정도 무척 어수선했다.1851년에 시작된 이른바 태평천국의 난이 10년가량 계속되다 가까스로 마무리된 처지였다. 난리는 일단 진정됐지만 중국을 압박해 들어오는 영국과 프랑스 등 서구 열강의 간섭이 만만치 않았다. ●파자법의 명인들 고대부터 한국의 예언서에 파자법은 자주 등장했다. 고려태조 왕건의 등극을 예언한 것으로 유명한 ‘고경참’에도 신라를 가리키는 ‘사유(四維)’ 즉 라(羅)자가 보인다. 고려 때도 이자겸이 발호하자 ‘목자위왕(木子爲王)’, 이씨가 왕이 된다는 예언이 한 때 유행했다. 조선 중종 때도 그와 흡사한 ‘주초위왕(走肖爲王)’ 즉, 조씨가 왕이 된다는 말이 퍼졌고, 그 바람에 개혁정치가 조광조가 희생됐다. 파자가 한국사회에 널리 유행하다 보니 점을 보는 사람들 중에도 파자법의 대가가 많았다. 아직 태조 이성계가 왕위에 오르기 전의 일이었다. 어느 날 그는 일부러 다 떨어진 옷을 몸에 걸친 채 수도 개성을 둘러보았다. 시내의 좁다란 어떤 골목에 발길을 들여놓았을 때 이성계는 한 노인이 점판을 벌려 놓은 것을 보았다. 마음속에 큰 야망을 품고 있던 이성계는 자신의 미래 운명을 점쳐 보기로 했다. 점치는 방법은 간단했다. 아무 글자나 가리키면 되는 것이었다. 이성계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물을 문(問)’ 자를 가리켰다. 그러자 노인은 혼비백산하며 이성계의 귀를 빌렸다.“공은 반드시 이 나라의 대왕이 되실 운세입니다.” 노인은 몇 번씩이나 고개를 숙여 경하의 인사를 아뢰었다. 이성계가 선택한 글자를 파자해 보면 ‘임금 군(君)’ 자를 좌우로 벌려놓은 모양이었고, 그래서 노인은 이성계가 훗날 임금이 될 거라고 믿었다. 두 사람이 주고받은 이야기를 제대로 엿듣지는 못했으나, 뭔가 이상한 낌새를 알아본 길손이 하나 있었다. 이성계가 그곳을 떠나기가 무섭게 그 역시 노인에게 다가가 손가락으로 같은 글자를 짚었다. 노인은 역시 문(問)자를 파자했는데 결과가 아주 딴판이었다.‘문문(門門) 개구(開口)라!’ 당신은 아무래도 남의 문 앞을 돌아다니며 밥을 빌어먹을 팔자인 모양이오. 부디 절약에 힘써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시오. 이쯤 되면 파자법도 어렵기 그지없다. 같은 글자도 경우에 따라서 다르게 해석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파자법의 명인들 가운데는 후세에 이름이 전해진 경우도 있다. 조선 중기의 뛰어난 예언가 남사고가 그랬다. 그는 여러 곳의 길지(吉地)를 점쳐 놓기도 했지만, 파자법을 통해 동서분당(東西分黨)이며 그 뒤의 정치적 추이를 정확히 예언했다. 그의 예언대로 뒷날 동인들은 주로 낙산(駱山) 밑에 거주했고, 서인들은 안산(鞍山) 아래 터를 잡았다. 낙산이라면 북악산, 인왕산, 남산과 더불어 한양의 내사산(內四山)이요, 주산인 북악산의 좌청룡에 해당한다. 오늘날 서울시 종로구 동숭동 일대를 가리킨다. 그런데 낙산(駱山)의 낙자(駱字)는 마(馬)와 각(各)을 합친 글자이다. 말(馬)을 타고 가다 떨어(各)진 형상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분당되고 나서 초기에는 동인들이 국운을 좌지우지하게 되지만 나중에는 제각각(各各)으로 갈라서게 될 운명이라 했다. 장차 서인의 운명을 상징한 안산(鞍山)은 그 뜻이 사뭇 달랐다. 안(鞍)자는 파자로 뜯어볼 때 바꿀 혁(革)자에 편안 안(安)자를 더한 것이다. 혁명 즉, 반정을 일으킨 뒤 세력이 안정되어 권력을 오래 유지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서인들이 집권한 것은 인조반정 때인데 그 뒤 잠깐씩 몇 차례 실권(失權)한 적이 있긴 해도 조선 말까지 모든 권력이 그들의 수중에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산은 서울시 서대문구에 있다. 남사고의 예언이 들어맞긴 했지만, 지나치게 과장되어선 곤란하다. 그는 인조반정을 언급한 적도 없었고, 서인 역시 노론과 소론으로 분당된다고 말한 적도 없었다. 도무지 누군들 미래의 일을 제 손금 보듯 할 수가 있을 것인가. ●‘격암유록’과 현대의 파자법 어쨌든 후대의 술사들은 남사고의 예언 능력을 과대평가했다. 그런 분위기가 팽배해 최근에는 그가 저술했다는 ‘격암유록’이란 예언서가 출현해 크게 주목받기도 했다. 이 예언서는 ‘정감록’의 상이한 내용을 합성한 위에, 몇 가지 다른 요소까지 추가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판 정감록인 셈인데,‘격암유록’에도 파자법의 자취가 완연하다. 간단한 예를 몇 개만 들어보겠다. 여러 사람들이 이미 밝힌 대로 ‘격암유록’에 보이는 ‘추대읍(酋大邑)’은 세 글자를 연이은 정(鄭)자에 해당한다.‘시구(矢口)’는 지(知)자이며,‘일팔간팔(一八干八)’은 금(金)자이다.‘여자(女子)’는 호(好)자,‘팔력시월이인(八力十月二八)’은 십승(十勝)으로 풀이된다. 이런 예는 부지기수라, 일일이 말할 필요도 없을 지경이다. ‘격암유록’에는 현대 한국의 운명이 예언돼 있기도 하다. 파자법으로 풀어야만 되는 대목도 여럿이다. 그 하나는 6·25전쟁에 관한 것이다.‘격암유록’에는 백호(白虎)에 전쟁이 일어난다 했다. 백호란 호랑이해이면서 흰색에 해당되는 경(庚)년 즉,1950년에 전쟁이 일어난다고 예언돼 있다. 이때 “난을 피하려면 팔금산(八金山)으로 가라 했다.” 팔금산은 파자법을 적용해 보면 영락없는 부산(釜山)이다.6·25전쟁 때 부산은 안전했다. 국토가 장차 38선을 경계삼아 양분된다는 예언도 이미 나와 있었다.‘십선반팔삼팔(十線反八三八) 양호역시삼팔(兩戶亦是三八) 무주주점삼팔(無酒酒店三八)’이라 했다. 한 대목씩 차례로 살피면,“십선반팔삼팔(十線反八三八)”은 십(十)에 팔(八)을 더하면 목(木)이 되고 그 옆에 반(反)을 나란히 놓으면 板(판)자가 되는데 그것이 38선에 있다는 것이다.“양호역시삼팔(兩戶亦是三八)”이란 호(戶)를 좌우 양쪽에 늘어놓아 門(문)이 되는데, 그 역시 38선상에 위치한다는 것이다.“무주주점삼팔(無酒酒店三八)”은 주점(酒店)은 주점인데 술(酒)이 없으므로 店(점)이 된다. 끝으로,“삼자각자삼팔(三字各字三八)”이라 했다. 위에서 만들어진 석자 즉, 판문점(板門店)은 각기 8획이며 역시 38선에 위치한다고 했다. 이 예언이 1953년 휴전 성립 이전에 나왔다면 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격암유록’은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목인비거후(木人飛去後) 대인산조비래(待人山鳥飛來)’란 구절도 있다. 혹자는 파자법을 동원해 이것을 한국현대정치사의 일면으로 해석한다.‘목인(木人)’은 박(朴)씨를 뜻한다. 문제는 그가 ‘비거후(飛去)’ 즉, 죽은 뒤의 일이다.‘인산조(人山鳥)’가 기다렸다 날아온다(飛來)고 했다.‘인산조(人山鳥)’는 최(崔)씨라 한다. ‘격암유록’에서 꼭 짚고 넘어가야 될 사항이 있다. 파자를 해보면 기독교적인 용어가 많이 나온다는 점이다. 가령 ‘육각팔인(六角八人)’은 천화(天火),‘인언일대십팔촌(人言一大十八村)’은 신천촌(信天村) 또는 신앙촌에 짝한다.‘일양형(一羊兄)’은 한 마리(一) 으뜸가는(兄) 어린 양(羊)으로 해석되기 일쑤다. 그런가 하면,‘활아자수(活我者誰) 삼인일석(三人一夕)이라.’ 했다. 삼인일석(三人一夕)이 나를 살린다고 해석되는데, 삼인일석(三人一夕)이 문제다. 사람들은 이것을 파자법으로 풀어 닦을 수(修)로 본다. 종교적 수행이란 것이다. 기독교적 취향이 강한 사람들은 ‘정감록’에 빈번히 등장하는 ‘궁궁(弓弓)’과 ‘을을(乙乙)’ 같은 오래된 용어까지 파자법을 응용해 재해석한다. 전자의 경우 궁(弓)자 두 개를 마주 바라보게 돌려놓으면 아(亞)자가 되는데 그 가운데 십자가(十)가 들어 있다는 것이다. 후자도 마찬가지다. 을을(乙乙)의 경우 을(乙)자 두 개를 서로 겹쳐 놓으면 만(卍)자가 되어 불교를 상징하는 것 같아 뵈지만 실은 그것이 아니라 한다. 만(卍)자의 복판을 꿰뚫는 두 개의 선은 다름 아닌 십자가(十)라는 것이다. 따라서 ‘격암유록’이 제시하는 구원은 십자가를 찾는 데 있다는 것이다. 현대 한국사회는 놀라울 만큼 빠른 속도로 기독교화되었고, 그에 따라 ‘정감록’ 역시 기독교적인 색채를 더하게 되었다. ‘격암유록’은 1970년대의 위작이라는 주장도 있다. 맞는 말 같다. 우선 이 예언서에는 ‘철학(哲學)’,‘공산(共産)’, 그리고 ‘원자(原子)’ 따위의 현대적인 용어가 등장한다.‘서학(西學)’이니 ‘동학(東學)’ 같은 낱말도 있고, 파자법을 가지고 읽어보면 ‘박태선(朴泰善)’이란 이름도 나온다. 박태선 장로는 1970년대 후반 신앙촌 운동을 벌였다.‘격암유록’은 그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김삿갓과 파자법 파자법은 조선후기에 이르러 문학에까지 영향력을 확대시켰다. 그 시기를 대표하는 방랑시인 김삿갓 김병연은 파자법의 또 다른 대가였다. 그는 전국을 방랑하며 수많은 설화를 남긴 것으로 유명하다. 말끝마다 김삿갓은 파자(破字)와 동음이의어를 빌려 사회적 모순과 일상을 노골적으로 풍자했고, 민중들로부터 아낌없이 갈채를 받았다. 한 번은 방랑시인 김삿갓에게 이런 일이 있었다. 그 날도 어디를 가다 날이 저물어 어떤 집에 머물렀다. 다음날 아침, 이미 해가 중천에 솟았는데도 아침상이 들어올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뜨락에서 안주인이 “‘인량차팔(人良且八)’ 하고 전혀 알아듣지 못할 소리를 버럭 내질렀다. 그러자 바깥주인은 태연한 표정으로 ‘월월산산(月月山山)!’이라고 대꾸하는 것이었다. 허기진 배를 끌어안고 밥상이 들어오기만 기다리고 있던 김삿갓은 ‘그게 무슨 뜻일까.´ 하고 잠시 궁리하였다. 그러더니만 김삿갓은 담뱃대로 재떨이를 두어 차례 후려쳤다.“견자화중(犬者禾重)아 정구죽요(丁口竹夭)로다!”라고 크게 외치며 김삿갓은 네 활개를 저으며 길을 떠나는 것이었다. 세 사람 사이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인량(人良)’을 위아래로 붙이면 밥 식(食)이 되고,‘차팔(且八)은 갖출 구(具)자가 된다. 안주인은 “식사를 준비할까요?” 하고 물었던 것이다. 그에 대해 바깥주인은 ‘월월(月月)’ 곧 친구 붕(朋)자에 ‘산산(山山)’이라 했다. 메 산(山) 두 개를 포개 놓으면 나갈 출(出)자가 된다. 요컨대 “이 친구가 떠나거든!” 밥을 먹자고 대꾸한 것이었다. 지독한 구두쇠부부요, 교활한 암호였다. 그러나 김삿갓은 문자 속이 밝기로 세상에 으뜸이었다. 대뜸 그들의 암호를 해독했고, 이어서 ‘저종(猪種·돼지 종자들)아, 가소(可笑)롭다!”며 후딱 그 집을 나섰다. 김삿갓에 이르러 파자법은 점과 예언이란 전통적인 범주를 초월해, 오락적인 기능을 한껏 발휘하게 되었다. 문화는 고정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살아 꿈틀거린다. 푸른역사연구소장
  • 경제교과서 집필 금융통 정치색 없고 명쾌한 화법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경제 지도자’라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신임 의장으로 지명된 벤 버냉키(51)는 경제학 교과서를 저술한 금융전문가이다. 상원의 인준을 받으면 지난 70년부터 78년까지 의장을 맡았던 아서 번스 이후 27년만에 교수 출신 FRB 의장이 나오게 된다. 조지아주 오거스타 출신인 버냉키는 하버드대를 우등으로 졸업하고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스탠퍼드와 프린스턴에서 거시경제학과 금융정책 이론을 가르쳤다. 그 때문인지 버냉키는 평이한 말로 금융정책의 원칙들을 잘 설명한다. 전임자인 그린스펀이 ‘모호성’을 통해 시장을 통제해온 것과는 비교된다. 버냉키는 2002년 FRB 이사에 임명됐으나 그린스펀 의장이 조지 부시 대통령의 사회보장 민영화나 세금 감면을 적극 옹호한 것과 달리 정책 현안에 대해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이같은 태도는 그가 지난 6월 이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의장을 맡으면서도 유지돼왔다. 이 때문에 버냉키는 공화당원이기는 하지만 정치적 색깔이 별로 없다는 평판을 민주당측으로부터도 받았다.또 해리엇 마이어스 대법관 지명자와 달리 자격 논란도 없기 때문에 상원 인준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버냉키는 지명 첫날부터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그린스펀 현 의장과 여러모로 비교되고 있다.그린스펀이 FRB와 미국 경제에 드리운 빛과 그림자가 너무 컸기 때문에 버냉키는 임기 내내 그린스펀 의장과의 비교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의식한 듯 버냉키는 일단 24일 부시 대통령과의 지명 회견에서 그린스펀이 깔아놓은 길을 따르겠다고 말했다. 오랜 대학교수 생활 탓인지 버냉키는 정장이 생활화된 워싱턴의 ‘드레스 코드’에 익숙지 않았다. 한번은 검은 양복에 흰 양말을 신었다고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면박’를 당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버냉키는 다음날 흰 양말을 수십 켤레 사서 백악관에 돌릴 정도로 장난기 어린 ‘고집’을 보여주기도 했다고 한다. 버냉키는 그린스펀과 마찬가지로 야구 팬이며, 메이저리그 운영과 선수 통계 작성 방식을 놓고 토론을 벌인다고 한다. 스페인어 교사인 부인 안나와 아들·딸 네 식구이며, 지난해 신고한 재산총액은 110만 내지 560만달러이다.dawn@seoul.co.kr
  • [닻올린 ‘정상명號’…검찰 후속인사 어떻게] “조직안정·개혁 적임자”

    [닻올린 ‘정상명號’…검찰 후속인사 어떻게] “조직안정·개혁 적임자”

    검찰총장에 내정된 정상명 대검 차장은 지난 4월 ‘2인자’의 위치에 오른 지 6개월여 만에 최고 사정기관인 검찰을 지휘하는 ‘수장’을 바라보게 됐다. 참여정부 출범 직후인 2003년 초에도 정 내정자는 검사장급인 법무부 기획관리실장에서 고검장급인 법무부 차관으로 전격 영전돼 화제가 됐다. 당시 사시 17회 동기 중 처음으로 고검장급에 올라 ‘검찰총장 1순위’라는 얘기를 들었다. 정 내정자는 사법연수원 시절부터 노무현 대통령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이른바 ‘8인회’ 멤버 중 한명이다. 하지만 정 내정자의 발탁 배경을 꼭 ‘코드’로만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무엇보다 정 내정자는 특수·공안·기획·형사 등 검찰 업무를 두루 섭렵해 누구보다도 검찰 내부 현황에 밝다. 차관 시절에는 강금실 당시 장관과 함께 개혁 작업을 진두 지휘하면서 법무·검찰 사이에 ‘진통’이 있을 때마다 연결고리 역할을 무난하게 수행했다. 최근에는 최신 경영기법인 ‘6시그마’를 검찰에 도입하는 등 혁신을 주도해 왔다. 소신있고 직설적인 성격에 신속 정확한 결정을 내려 후배들로부터 ‘편하게 함께 일할 수 있는 선배’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같은 점을 종합할 때 ‘지휘권 파동’으로 흔들린 검찰 조직의 안정을 꾀하면서도 개혁을 동시에 추진할 수 있는 적임자로 인정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YS때 유선전화도 도청”

    안기부와 국정원 도청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도청수사팀은 24일 김영삼 정부시절 안기부가 유선전화를 도청했다는 단서를 확보, 수사를 확대키로 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국정원과 안기부 전·현직 직원,KT지국(옛 전화국) 직원들의 조사에서 YS시절 안기부가 일반전화를 조직적으로 도청했다는 진술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주로 문민정부 시절 안기부가 일반 유선전화를 도청해왔다는 단서가 있어 그동안 내사를 했다.”면서 “앞으로 본격적인 조사를 하려 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국정원의 과학보안국과 같은 감청 관련 부서가 YS정부 때도 있었고,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방식의 휴대전화가 보급되기 시작한 96∼97년 이전 아날로그 휴대전화와 유선전화 통화를 감청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부서는 음식점 등에서 주요 인사의 대화 내용을 감청장비를 이용해 직접 도청한 미림팀과는 다른 별도의 감청부서다. 검찰은 김대중 정부에서도 국정원이 유선전화에 대한 도청을 계속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수사할 방침이다.검찰은 유선전화 도청 실태가 드러나면 안기부 국내담당 차장과 안기부장 등을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이미 김덕·권영해 전 안기부장과 황창평·오정소·박일룡 전 안기부 차장 등을 소환 조사했다. 한편 검찰은 김은성 전 국정원 2차장에 대해 구속기한이 끝나는 26일쯤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할 예정이다.김효섭 박지윤기자 newworld@seoul.co.kr
  • 국산 CDMA칩 탑재 휴대폰 출시

    국내 벤처회사가 자체 기술력으로 개발한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칩과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휴대전화가 국내 시장에 나온다. 지금까지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은 연간 3조원 가량의 미국 퀄컴사 CDMA 칩을 수입해 썼다. 국내 모뎀 제조회사인 이오넥스는 자사에서 제조한 휴대전화 CDMA20001X의 핵심 모뎀칩(제품명 N1000)과 프로토콜 소프트웨어(ECMS1000)를 장착한 휴대전화를 내놓는다고 24일 밝혔다. 이 모뎀칩과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휴대전화(모델명 SD280)는 이르면 25일부터 SK텔레콤 소비자들에게 출시된다. 새 제품은 130만화소의 디지털카메라와 64화음의 MIDI, 무선인터넷 네이트(nate) 등이 지원된다. 이로써 15년 동안 미국 퀄컴사가 지배해온 CDMA 휴대전화 칩 시장에서 핵심기술의 국산화 비율을 높이는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전성환 이오넥스 대표는 “CDMA의 원천기술을 가진 퀄컴사에 로열티를 지급하지만 CDMA 모뎀 수입에 지불되는 막대한 외화는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상품화 성공에 힘입어 내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1XEV-DO 상품화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지난 2003년 5월 국산 CDMA 칩을 탑재한 휴대전화를 국내 최초로 출시한 바 있다고 밝혔다.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섹시한 ‘비밀의 정원’이 열린다

    섹시한 ‘비밀의 정원’이 열린다

    무채색으로 가라앉은 늦가을 풍경을 웃음과 열정, 도발의 강렬한 원색으로 물들게 할 화제의 뮤지컬 3편이 무대에 오른다. 올 상반기 흥행질주한 ‘아이 러브 유’와 ‘헤드윅’이 나란히 앙코르 공연을 갖는 데 이어 섹시 코드를 내세운 독특한 형식의 뮤지컬 ‘비밀의 정원’이 문을 연다. 스산한 바람따라 가슴 한쪽도 서늘해지는 계절, 사랑하는 연인 혹은 마음 맞는 친구와 소극장 뮤지컬의 열기에 풍덩 빠져 보는 건 어떨까. ●사랑에 관한 모든 것,‘아이 러브 유’ 첫 데이트에서부터 연애, 결혼, 육아, 사별 그리고 황혼의 사랑까지 남녀간에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에피소드들을 한 곳에 모은 기발한 아이디어가 빛나는 작품이다. 단 4명의 배우가 60여개의 배역을 완벽하게 소화하는 마술 같은 변신술과 탱고에서 왈츠, 클래식, 로큰롤을 오가는 다채로운 음악의 향연도 이 작품을 흥행의 반석위에 올려놓은 일등 공신들. 지난해 11월부터 올 6월까지 서울에서만 무려 12만명을 불러 모았고, 지난 18일 ‘한국뮤지컬대상’시상식에서 베스트외국뮤지컬상과 연출상(한진섭)까지 거머쥐는 겹경사를 맞았다.29일 연강홀에서 출발하는 재공연엔 남경주 이정화 오나라 등 초연 멤버외에 영화와 TV에서 활동하던 탤런트 정상훈이 새롭게 가세한다.(02)501-7888. ●낯설지만 도발적인 매력,‘헤드윅’ 지난 4월 대학로 라이브극장에서 막올려 두달간 전회 매진을 기록하며 숱한 마니아를 배출해낸 상반기 최고 화제작이다. 트랜스젠더라는 도발적인 소재와 폭발적인 사운드의 록 콘서트 형식이 찰떡궁합을 이루며 소극장 뮤지컬의 새 장을 열었다. 조승우와 오만석, 두 주연배우는 걸출한 개인기로 ‘헤드윅’의 고공비행에 날개를 달아 줬다. 이번 공연엔 두 배우가 빠지는 대신 112대1의 경쟁률을 뚫고 발탁된 엄기준이 합류해 기존 멤버 송용진, 김다현과 삼파전을 벌인다. 록가수 서문탁이 헤드윅의 남편 이츠학역으로 뮤지컬에 첫 도전하는 것도 관심거리. 한층 속도감있는 극 전개와 더욱 화려해진 의상, 메이크업 등 작품 전반에도 변화를 주었다.11월1일 라이브극장에서 오픈런으로 막올린다.1588-7890. ●뮤지컬 명장면 컬렉션,‘비밀의 정원’ 역대 뮤지컬 명장면을 창작 스토리로 엮은 레뷔 형식의 공연으로, 뮤지컬계의 단짝 남경주와 최정원이 각각 연출과 주연배우로 의기투합했다. 중의적인 제목이 암시하듯 ‘비밀의 정원’에는 최정원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녹아 있다. 뮤지컬배우의 꿈을 안고 오디션장을 두드리고, 서러운 무명시절을 겪고, 사람들의 환호에 둘러싸인 스타가 되지만 어느 순간 꿈을 잃어버리고, 마침내 일상과 매너리즘으로부터 탈출을 꿈꾸는 한 뮤지컬배우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담겨 있다. 9개의 문으로 구성된 공연을 관통하는 코드는 ‘관능미’. 문이 열릴 때마다 열정적인 춤과 노래가 무대와 객석으로 쏟아져 나온다.25일∼12월31일 백암아트홀.(02)501-7888.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사설] 정상명 총장, 새 검찰상 보여줘야

    정상명 대검 차장이 새 검찰총장에 내정됐다. 수사 지휘권 발동에 따라 김종빈 검찰총장이 사퇴한 지 11일만에 내부 승진으로 후임이 결론났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남겨놓고 있지만 별다른 변수가 없는 한 검찰총장에 오를 전망이다. 청와대측은 “상황판단력과 조직관리능력이 뛰어나다.”며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천정배 법무장관은 최근 검찰 조직의 안정을 꾀하기 위해 내부 승진 가능성을 시사했었다. 때문에 검찰내의 신망이 두터웠던 정 대검차장의 총장 내정은 예견된 터였다. 정 총장 내정자는 무엇보다 조직의 안정과 동시에 지속적인 검찰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우선 수사지휘권 발동에 따른 검찰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추슬러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국민의 검찰에 대한 신뢰는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수사 지휘권의 발동의 기본 취지인 인권 수사의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 구속이 처벌이라는 인식을 깨는 데 검찰 스스로 법의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도주 및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는 피의자까지 불구속을 주문하는 것은 아님을 분명히 해둔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새 총장을 맞는 검찰이 해야 할 몫이다. 검찰 스스로 개혁의 주체가 되길 바란다. 검찰이 정치권으로부터 중립을 지키지 못해 온 데 대한 반성도 뒤따라야 한다. 사법부가 추진하는 과거사 정리가 반면교사가 될 수 있다. 법무부와의 갈등이나 마찰보다는 조화를 이뤄나가도록 힘써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공직부패수사처 설립, 사법제도개혁추진위의 형사소송법 개정 등은 검찰의 수사권을 약화시킬 소지가 큰 민감한 사안들이긴 하다. 하지만 검찰의 입장만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시대의 변화에 맞춰 국민의 입장에서 접근해야 한다. 정 총장 내정자는 야당에서 제기하는 ‘코드인사’라는 비판을 스스로 극복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검찰을 장악하고 검찰이 다시 정치권력에 대항하지 못하도록 하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비판을 불식하기 위해서라도 청와대나 정치권 눈치보기에서 벗어나 법의 원칙을 지켜나가야 한다. 국민을 위한 검찰은 검찰이 만들어야 한다.
  • 화섬업계 구조조정 끝이없다

    화섬업계 구조조정 끝이없다

    화섬업계에 구조조정 칼바람이 불고 있다. 대부분 업체는 설비 철거, 감산을 검토 중이고, 이에 따른 인력 감축에도 나서고 있다. 신사업 시작 등 사업구조 재편작업도 강하게 추진 중이다. 화섬업계는 90년대말 외환위기 이후 세계적인 공급 과잉과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경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앞다퉈 감축, 감산, 감원 ㈜코오롱은 지난 21일 매달 20억원의 적자가 나고 있는 경북 구미공장과 경산공장의 스판덱스 생산라인을 정지시켰다. 코오롱은 향후 1∼2개월간 재고를 정리하며 업계 추이를 관망한 뒤 라인 폐쇄 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노조는 스판덱스 라인의 정지가 추가 구조조정의 시작이라며 반발하고 있어 노사 갈등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코오롱그룹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1000여명, 38%의 인원을 감축했었다. ㈜효성은 생산성이 떨어지는 설비를 정리하고 공정을 합리화하는 등 상시 구조조정 체제를 유지해 오고 있다. 지난 2월 울산 폴리에스테르 원사 공장의 가동을 중단했으며, 노조와의 합의 하에 300여명의 희망퇴직을 받았다. 태광산업도 스판덱스에 대한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태광산업은 현재 울산공장의 연산 2만 6000t 규모의 스판덱스 생산 규모를 연산 3000t으로 감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워크아웃 중인 동국무역은 1차 스판덱스 공장 매각이 무산된 이후 최근 2차 매각 작업을 위해 인수자를 물색하고 있다. 역시 워크아웃 중인 새한은 2006년말까지 워크아웃 기간이 2년간 연장됐다. 지난 5월 경북 경산공장 부지를 2560억원에 매각했고, 도레이 새한 주식 1086만 2000주를 매각했다. 한국합섬은 폴레에스테르 생산라인 40개 가운데 3개 라인을 가동 중단했다. ●너도나도 신사업 화섬업체들은 기존의 순수 화섬에서 벗어나 자동차 소재나 필름 등 전자소재ㆍ바이오사업 등에 진출하고 있다. 효성그룹은 타이어코드 등을 생산하는 산업자재ㆍ화학부문과 중공업ㆍ무역부문 등을 주력 사업으로 키우고 있다. 코오롱그룹은 2006년까지 화학·제조, 건설, 패션·유통 등 3개 핵심 사업분야에 집중할 계획이다. 새한도 정수기 필터나 광확산판 등 플라스틱 소재를 생산하는 환경소재 부문을 신사업으로 선정, 전력 투구하고 있다. 새한은 광확산판을 9월부터 본격 양산해 2007년에는 5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폴리에스테르와 나일론의 공급과잉이 지속될 전망”이라며 “획기적으로 수요가 늘어나지 않는 이상 인력이나 설비부문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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