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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드로 읽는책] 부도덕한 카리스마의 매혹/진 립먼-블루먼 지음

    여기 리더가 한 명 있다. 그는 개인이나 조직, 공동체, 집단, 심지어 국가에 심각한 해를 끼치는, 독성이 강한 지도자이다. 그런데 왜 주변에는 그에게 열광하는 지지자들이 많은 것일까. ‘부도덕한 카리스마의 매혹’(진 립먼-블루먼 지음, 정명진 옮김, 부글북스 펴냄)은 치명적인 독성을 뿜는 리더들에 대한 양면적 가치를 파고든 새로운 개념의 리더십 연구서다. 전통적인 리더십 연구가 리더에만 초첨을 맞춘 반면, 저자는 리더십 형성과정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지지자들의 역할과 반응으로 관심을 돌렸다. 리더십의 ‘잃어버린 반쪽’을 찾아나선 것. 무자비하고 비양심적인 리더들이 자리를 계속 지킬 수 있는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저자는 독성 강한 리더를 받아들이고 참아내고 오히려 그런 사람을 더 좋아하고, 그런 존재가 옆에 없을 때는 굳이 창조해내기도 하는 지지자들의 심리를 파헤친다. 리더십 문제의 일부분은 결국 지지자들의 자질 부족에 있다는 시각은 참신하기까지 하다. 치명적인 리더로 거론되는 인물들은 마오쩌둥, 히틀러와 같은 존재뿐 아니라 정크본드의 왕 마이클 밀켄과 자동차업계의 거물 헨리 포드, 엔론사의 켄 레이와 제프 스킬링, 가톨릭교회의 버나드 로 추기경, 이탈리아 언론계 거물이자 총리인 실비오 베를루스코니까지 범위가 실로 넓다. 저자는 종업원과 유권자들, 교구신자들, 팬들, 이사회 구성원들, 그리고 종종 언론까지도 치명적인 리더들이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냉소와 부패, 잔인성을 명백하게 인식하면서도 노예처럼 얽매이고 있다고 꼬집는다. 이같은 역설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핵심에는 수많은 내적·외적 힘들이 복잡하게 작용한다. 인간의 존재에 관한 욕구와 정치·사회·경제적 위기, 문화·역사적 규범과 전통, 기술 혁신과 과학적 발견, 우리 시대의 지구촌적인 거대한 딜레마들이 포함된다. 이런 힘들이 한데 섞여 작용하면 묘한 결과가 나온다. 치명적인 리더가 상황을 더욱더 나쁘게 몰아가고 있는데도 우리는 신기하게도 그 리더에게 더 빠져드는 것이다. 저자는 지지자들을 무조건 나무라거나 비판하기보다 이들의 욕구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들여다본다. 그렇다면 지지자들이 알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 저자는 치명적인 리더들이 우리를 가두기 위해 쳐놓고, 우리 또한 스스로를 가두기 위해 쳐놓은 덫에서 벗어나는 데 필요한 실용적인 전략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타락한 리더들을 제대로 알아내 개혁시키고, 뒤엎고, 그래도 안되면 그들로부터 달아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또 한 리더가 치명적인 폭군으로 타락하는 위험을 사전에 막기 위해 리더의 임기에 제한을 두고, 리더를 뽑는 과정을 개선하며, 리더들이 곧은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감시할 수 있는 방법들도 제시한다. 독성 강한 리더들의 주문에 걸려들면 탈출하는 것이 고통스럽고 불가능할 때도 있다.‘천 번의 치료보다 예방이 낫다.’는 말처럼 치명적인 유혹을 극복하고 살아남을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게 해주는 책.1만 5000원.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책꽂이]

    ●마리 퀴리의 지독한 사랑(페르 올로프 엔크비스트 지음, 임정희 옮김, 노블마인 펴냄)노벨상을 수상한 여성과학자 마리 퀴리와 동료 물리학자이자 유부남인 폴 랑주뱅의 치명적인 사랑. 치밀한 자료조사로 얻어낸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가미했다.9000원.●헤르메스의 기둥(송대방 지음, 문학동네 펴냄)중세시대 화가 파르미자니노의 ‘긴 목의 성모’를 모티프 삼아 르네상스 미술과 연금술을 둘러싼 500년 암투를 파헤치는 추리물.‘다빈치 코드’보다 훨씬 앞선 1996년, 스물여섯의 신예 작가 송대방이 선보여 많은 화제를 모았던 책으로 10년 만에 재출간됐다. 전 2권, 각 권 1만 2000원.●알리와 니노(쿠르반 사이드 지음, 이상원 옮김, 지식의숲 펴냄)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동양과 서양이 만나는 아제르바이잔의 외곽 도시 바쿠에서 펼쳐지는 이슬람 청년 알리와 기독교 처녀 니노의 비극적 사랑이야기.1937년작으로 전세계 27개국의 독자를 감동으로 몰아넣은 소설이다.1만원.●남자들, 쓸쓸하다(박범신 지음, 푸른숲 펴냄)늦둥이 외아들로 태어나 자식으로, 남편으로, 아버지로 살아온 60년 인생을 작가 특유의 감성적인 문체로 풀어낸 산문집. 우리 시대 중년 남성들의 쓸쓸한 내면 풍경을 대변한다.9000원.●겨울나그네(최인호 지음, 열림원 펴냄)뮤지컬 공연에 맞춰 20년 만에 개정판으로 나온 러브 로망의 고전. 민우와 다혜의 순결한 사랑은 세월의 흐름과 무관하게 여전히 가슴을 울린다. 다만 소녀 취향의 표지가 격세지감을 느끼게 할 뿐. 초판에서 200장 정도를 덜어내고, 군데군데 개작했다. 전 2권, 각 권 1만 1000원.
  •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재혼·독신·축첩등 다양… 中 ‘결혼의 재구성’

    중국인들의 결혼관이 급변하고 있다. 물질 만능주의와 성개방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중국의 전통적인 결혼관이 무너지고 있다. 대신 개성과 개인의 권리를 존중하는 21세기 결혼 풍속도가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특히 샤오황디(小皇帝·외동자녀)들이 결혼 대열에 가세하면서 ‘산훈(閃婚·번개 결혼),‘왕훈(網婚·채팅 결혼)’ 등이 확산되는 등 다원화된 중국 사회를 반영하고 있다. |베이징 오일만특파원|지난달 13일 베이징(北京) 젠궈먼(建國門) 부근 화룬(華潤)호텔의 결혼식장. 오전 9시반부터 하객들이 호텔로 몰려들기 시작했고 10시 호텔 결혼식장 입구에 신랑이 신부의 손을 잡고 들어서자 준비됐던 폭죽이 요란스럽게 터졌다. 식장에 신랑·신부가 나란히 서자 사회자는 이들의 간단한 약력을 소개하고 이어 신랑·신부의 간단한 발언이 이어진다.“여러분들의 축복으로 이뤄진 우리 결혼을 영원히 이어가겠습니다.…” 폭죽 소리와 박수 소리가 뒤엉킨 분위기가 정리되면서 웨딩드레스 차림이지만 전통 혼례에 따라 신랑·신부는 하늘과 부모에게 절을 한 뒤 마지막으로 자신들끼리 절을 올리며 백년가약 의식은 막을 내렸다. 빨간 전통 복장으로 갈아입은 신랑·신부는 친구·친지 사이를 돌면서 술을 따라줬다. 짓궂은 농담을 받으면서도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신랑 줘위후이(卓余輝·32)는 “2년간 동거를 끝내고 결혼에 성공하니 너무 기분이 좋다.”고 했고 신부 저우웨이훙(周偉紅·28)은 “처음 가는 해외여행(동남아)이 기대된다.”고 수줍은 웃음을 지었다. 이들의 결혼은 자유결혼도 중매도 아닌, 결혼소개소를 통해 이뤄졌다. 중국 전역에는 10만여개의 결혼소개소가 성업 중이다. 베이징 푸청먼(阜成門) 인근의 완퉁다싸(万通大厦) 10층에 입주한 루산(芦珊) 결혼소개소는 다양한 사연의 남녀들이 결혼의 문을 두드리는 현장이다. 칸막이로 분리된 상담실로 들어서면 결혼소개소가 성공시킨 커플들의 결혼사진첩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을 찾은 자오징(趙晶·30·여)은 “친구들과 친지들의 소개로 여러번 샹친(相親·선)을 봤지만 마음에 맞는 배우자가 없어 전문 소개소를 찾게됐다.”며 “안정적 가정을 꾸릴 수 있는 경제적 조건이 중요하다.”고 털어놨다. 상담원 류훙웨(劉紅月)는 “30대 안팎의 미혼 남녀가 가장 많고 최근에는 이혼자들이 부쩍 늘고 있다.”며 “남성들은 배우자의 외모가, 여성들은 상대방의 부를 중시하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1년전 이혼한 선펑(沈鵬·47·의사)은 지난주 결혼소개소를 찾았다. 주택과 자가용, 골프 회원권 등을 소유한 전형적인 중국의 중산층이다. 선펑은 자신의 이력을 보고 관심을 보인 여성 고객들의 사진과 프로필 등을 컴퓨터 자료방에서 클릭하며 배우자를 찾고 있는 중이다. 자신의 월수입이 1만위안(130만원)이라고 밝힌 그는 “23∼30세의 여성을 찾고 있으며 이해심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자신의 이상형을 밝혔다. 결혼소개소측은 “이혼남이지만 안정적인 생활을 원하는 30대 안팎의 초혼 여성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갓 대학을 졸업한 일부 여성들도 만나기를 희망했다.”고 전했다. 최근 중국에 진출한 화교 남성들과 본토 여자들의 결혼이 급증하는 것도 새로운 추세라는 설명이다. ●독신주의자들도 확산 샤오황디로 자라난 중국의 젊은 부부들은 이기적인 측면도 있지만 서로의 인권을 존중하면서 삶의 질을 추구한다. 결혼ㆍ가정문제 전문가인 중국 전국부녀연합회 연구소 천신신(陳新欣) 박사는 “청춘 남녀는 자신과 취미와 코드가 맞는 배우자를 가장 중시한다.”고 말했다. 여성의 이상적인 남편감은 부와 유머를 동시에 갖추고 상대방을 존중하고 즐거움에 충만한 생활을 하는 남성이다. 정치적 관점, 종교 등의 요소는 상대적으로 약화된 것이다. 하지만 결혼을 속박으로 여기며 자유로운 삶을 희망하는 젊은 세대들은 자연스레 독신주의를 희망한다. 베이징 등 6개 대도시 결혼관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도시 여성 중 독신 선호자가 82.79%였고 대졸 이상의 고학력 여성은 89.94%가 독신을 원했다. 독신주의자 더우더우(豆豆·29)는 지방대 졸업 후 베이징의 정보기술(IT)업체에서 일하는 커리어 우먼이다.“사랑은 순간적인 것”이라고 강조하는 그녀는 “일하면서 성취감을 느끼며 밤에도 넓은 침대를 혼자 쓰면 되지, 왜 다른 사람과 함께 나눠야 하느냐.”고 반문한다. 외국인 회사(IBM)의 광고 분야에서 일하는 왕차오메이(王巧梅·24)는 “좋아하는 일을 통해 돈을 많이 벌면서 인생을 즐기고 싶기 때문에 가정에 얽매이기 싫다.”며 젊은 여성들의 인생관을 설파한다. 지난달 11일 중국의 ‘독신절(光棍節·광군제)’을 맞아 중국 전역에서 다양한 페스티벌이 열린 것도 독신문화 확산을 반영하고 있다. ●물질 만능주의 첩문화 부활 여성들의 성 개방 풍조와 물질 만능주의, 관료들의 부정부패가 3위일체가 된 것이 중국의 축첩(蓄妾)이다. 중국의 고위관료나 졸부들 사이에서 첩을 서너명 이상 두는 경우가 적지 않다. 청두(成都), 상하이(上海) 등 신흥 도시에는 정부(情婦)들이 모여 사는 아파트가 생겨날 지경이다. 하지만 축첩 뒤에는 반드시 부패가 따른다. 산둥성 지닝시 리신(51) 부시장은 40여개 업체로부터 각종 인허가 대가로 받은 뇌물 50만달러로 지닝, 상하이 등지에 4명의 정부를 뒀다가 적발됐다. 비상이 걸린 중국 당국은 축첩 사실이 적발될 경우 직책을 박탈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축첩은 중국 전역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번개 결혼, 번개 이혼 ‘패스트 푸드’에 길들여진 중국의 젊은층 사이에서는 첫눈에 반해 일주일만에 결혼식을 올리는 ‘산훈쭈(閃婚族·번개 결혼족)’들도 출현했다. 주로 상하이나 광저우(廣州) 등 대도시에서 유행한다. 서방식 애정관의 도입과 중국 사회의 다원화가 주요 배경이다. 창사(長沙)의 한 결혼소개소는 지난 10·1절 연휴기간에 맞선을 본 20쌍 중 9쌍이 ‘번개처럼’ 결혼식을 올려 성공률이 40%가 넘었다고 밝혔다. ‘시간과 연애의 원가를 절약하기 위해’ 산훈쭈들이 급증하는 추세다. 이런 결혼문화는 이혼율 급증으로 이어지고 있다. 주요 대도시의 이혼율은 1980년대 3%에서 최근에는 25%를 넘어서고 있다는 게 중국 언론들의 전언이다. 개혁ㆍ개방 이전에는 이혼 자체가 당국의 관리대상이 되는 등 절차가 매우 복잡했지만 최근 결혼·이혼 수속이 간단하게 바뀌면서 이혼율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oilman@seoul.co.kr
  • “IT코드에서 SW코드로 바꾸겠다”

    “IT코드에서 SW코드로 바꾸겠다”

    노무현 대통령은 1일 “정보기술(IT) 산업의 초점이 소프트웨어(SW) 산업으로 점차 맞추어 가는 시기이고 이미 상당히 토대는 마련돼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코드 인사’를 빗대 “IT코드에서 SW코드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날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SW산업발전전략보고회에서 이같이 밝히고 정책을 펼 때 하나 하나 떨어져 있는 개별지원정책이 아니라 그것이 시장에서의 생태계를 조성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소프트웨어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을 간접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하겠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외환위기 이후 벤처붐이 빠진 데 대해 “벤처기업이라는 것은 지식에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 기업은 망해도 투자과정에서 축적된 사람들의 기술이라든지, 역량은 계속 축적돼 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정부는 시스템이 붕괴되는 수준의 붐이 생기고 꺼지는 일이 없도록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공공부문의 SW 시장 확대 및 정부조달가격 현실화 방안과 관련,“SW 전문가와 공공부문의 구매담당자들이 모여 문제를 공유하는 자리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우리끼리 ‘동네방송’이 뜬다

    광주시민방송 1일 첫 전파 한정된 지역을 대상으로 송출하는 지역밀착형 방송인 ‘광주시민방송’이 다음 달 1일 개국한다. 시민방송은 소출력 라디오 방송으로 주파수는 FM88.9MHz이다. 방송국은 광주 북구청 3층에 마련됐다. 이 방송은 FM주파수(88∼108MHz) 대역에서 1W의 작은 출력을 이용해 제한된 지역에서만 방송이 가능하다. 가청거리는 북구청 옥상에서 1.5㎞ 반경이다. 이론상으로는 5㎞까지 방송을 들을 수 있으나 도심 건물 등 장애물 때문에 1∼2㎞에 이를 전망이다. 방송은 기획에서 연출, 진행까지 모두 자원봉사자 등 시민들의 손에 의해 제작된다. 방송 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음악 프로그램 9시간, 제작 프로그램 7시간 등 모두 16시간이다. 비영리 법인인 광주시민방송은 북구청과 전남대학교, 북구 주민자치위원장단 협의회,(사)북구종합자원봉사센터,(사)북구장애인복지회가 공동참여하고 있다. 편성책임자는 주정민 전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맡는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신안군 105개 도서 행정방송 섬이 많은 전남 신안군에서 직접 가지 않고도 전화로 군정소식 등을 알리는 행정방송이 화제다. 신안군이 2003년 말부터 올여름까지 4억 3000만원을 들여 뭍에서 멀리 떨어진 도초·비금·안좌·팔금도 등 4개 면 105개 마을에 마을 행정방송 장치를 설치했다. 신안군청에서 이들 지역 면사무소에 설정된 행정방송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 마을별 전화코드를 입력하면 각 마을로 방송이 나간다. 행정방송은 지역별로 가동 중인 유선방송망을 활용했고 미가입자 가구에는 마을 스피커로 정보가 제공된다. 그동안 군청 직원은 군정소식이나 행정협의 차 섬에 나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도초면 외남리 김영복(68) 이장은 “목포나 광주에서 볼 일이 있어 나오더라도 휴대전화로 마을 방송을 한다.”며 “이장이 직접 마을회관이나 집집마다 방문하는 일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또한 이 방송을 통해 섬 주민들에게 농산물 시세에서 재해 상황 등을 24시간 음성과 자막으로 알려준다. 신안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사설] ‘신상우 KBO총재설’ 사실인가

    노무현 대통령의 고교 선배인 신상우 전 국회 부의장이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계와 체육계에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또다시 낙하산 인사냐.”라는 비난에서부터 “신씨를 앉히려고 박용오 총재를 끌어내렸다.”는 소문까지 나돈다. 모두가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 설령 내정설이 사실이라면 지금이라도 백지화해야 한다. 야구와 관련이 없는 신씨의 KBO총재 취임은 누가 봐도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더이상 체육계 고위직을 정치인 봐주는 자리로 활용하는 그릇된 정치관행도 이번 기회에 사라져야 한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후 프로야구를 총괄하는 KBO 총재는,98년 취임한 박용오 현 총재(12∼14대)이전까지 전직 장관과 정치인들이 도맡아 왔다. 초대 서종철 전 국방장관부터 이웅희·이상훈·오명·권영해·김기춘·홍재형·정대철씨 등 예외가 없었다. 구단 이사회와 총회가 자율로 선출하도록 돼 있으나 현실은 ‘낙하산 인사’로 얼룩져 온 것이다. 신씨가 KBO 총재로 취임한다면 그나마 박 총재(취임전 OB구단주) 선출로 제자리를 잡아가던 인사관행이 과거로 회귀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참여정부는 낙하산 인사 문제로 여러차례 논란을 빚어왔다. 엊그제 취임한 김창록 산업은행 총재와 앞서 이철 철도공사 사장 인선 때에도 코드인사 논란을 빚었다. 총선 및 재·보선 낙선인사 가운데 31명이 정부와 유관기관에 들어갔고,23개 국책연구기관장의 74%가 낙하산으로 채워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순수해야 할 체육계마저 정치논리로 혼탁하게 만든 과거 정권의 악폐를 참여정부는 되풀이하지 말야야 할 것이다.
  • “한국 피 흐른다는 사실에 자부심”

    “한국 피 흐른다는 사실에 자부심”

    ‘하프 코리안-하프 아메리칸’. 국내 연예계에 떠오르는 또 하나의 흥행 코드다.CF에서 이국적이고 신비한 미소로 얼굴을 각인시킨 뒤 드라마에서 스타덤에 오르고 있다. MBC ‘내 이름은 김삼순’의 다니엘 헤니(27)에 이어 ‘달콤한 스파이’의 데니스 오(24)가 등장했다. 모두 한국인 어머니를 둔 ‘혼혈 스타’. 핏줄을 중요시하는 국내 정서에다 ‘백인 혼혈’이라는 프리미엄이 상당히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중음악계에도 ‘가요계의 헤니´라 불리는 신인가수가 나왔다. 한계 지점도 있지만, 우리가 열린 사회로 가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한국어 연기에 도전할 것 이미 스타 반열에 올랐기 때문일까. 지난 22일 LG 싸이언 블랙라벨 초콜릿폰 런칭 행사에서 만난 다니엘 헤니는 여유로움이 넘쳤다. 인터뷰 도중 백만불짜리 미소에 곁들여 자연스럽게 “됐거덩∼!”을 언급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던 그는 이제 통역이 없어도 한국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수준이 됐다고 한다. ‘혼혈 스타’가 한국 사회에서 사랑받고 있는 이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헤니는 “주변에서 동양과 서양이 조화를 이뤘기 때문이라고 평가하지만, 솔직히 난 잘 모르겠다.”면서 “어머니의 나라에서 열린 마음으로 받아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자부심을 갖고 활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혼혈 스타’ 계보를 잇고 있는 데니스 오에게도 “함께 한국에서 활동하게 돼서 기쁘다.”며 깊은 관심을 보였다.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얼마 전 TV 연예정보프로그램에 비친 모습을 봤다고 한다. 그는 “지금 드라마를 찍고 있을 시간일 것 같은데 내가 힘들었던 것처럼 그도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면서 “격려해 주고 싶고, 꼭 성공했으면 좋겠다.”며 친근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윤석호 PD의 ‘봄의 왈츠’ 출연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된 게 아니며 나에게 어울리는 역을 찾고 있다.”고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면서도 “광고가 아닌 새로운 프로젝트에서 다양한 헤니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특히 “다음에는 한국어 대사도 늘어날 것 같다.”면서 “나에게는 또 하나의 도전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혼혈아동 지원단체인 펄벅재단과 인연을 맺고 있는 헤니는 국내에서 사회봉사 활동도 적극적으로 이어나갈 계획이다. #유명인 된게 신기해요 휴대전화 CF로 인기를 얻었고, 드라마에서 여성 팬들의 마음을 울렁거리게 하고 있다. 데니스 오다. 소외 계층에 연탄을 배달하는 봉사 활동에 다녀온 그를 지난 23일 광화문에서 만났다.“힘들었지만 그분들의 미소를 보자 피로가 가셨다.”고 활짝 웃는다. 역시 헤니와 비교되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만 데니스는 “대중들이 그렇게 인식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제 그만 비교됐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헤니에 대해선 한국에 오기 두세 달 전부터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그는 “나는 모든 사람과 잘 어울리는 성격이기 때문에 헤니와도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혼혈 스타’가 뜨는 이유를 “핏줄에 대해 자부심이 강한 한국 사람들이 친근감을 갖고 마음을 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외모는 어머니를, 성격은 아버지를 닮았다는 데니스는 “한국 피가 흐르고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또 드라마처럼 냉정하고 철두철미한 성격은 아니라고 거듭 강조,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드라마 연기가 어렵다고 혀를 내둘렀지만, 한국 사회 적응에는 어렵지 않다고 했다. 어려서부터 어머니가 해준 한국 음식을 많이 접해봤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한국 음식이 최고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기도 했다. 아직 유명세를 실감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는 “가끔 거리에서 내 이름을 부르며 손을 흔드는 팬을 만날 때가 있지만, 내가 지금 인터뷰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신기할 따름”이라고 쑥스러워 했다. 데니스는 “한국에서 연기 활동을 계속하고 싶다.”면서 “지금은 드라마 촬영으로 바쁘지만, 앞으로 한국말도 열심히 배워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검찰 정치적 중립 수호”

    정상명 신임 검찰총장은 24일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밝혔다. 정 총장은 이날 오후 열린 취임식에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확립하는 것은 직역이기주의가 아니라 ‘국민을 위한 일’이기 때문”이라면서 “복무방침을 ‘국민을 위한 대한민국 검찰’로 삼고, 인권과 정의를 수호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정 총장은 수사지휘권 발동 파문과 코드인사 의혹을 의식한 듯 취임사에서 ‘정치적 중립’이란 표현을 여섯 차례나 거론했다. 그는 “정치적 중립을 위해 외부 주장이나 영향에도 좌고우면하지 않고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사건을 처리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어떠한 희생도 두려워하지 않겠다.”고 밝혔다.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코드로 읽는책] 스무 살에 선택하는 학문의 길/김용준·정운찬 등 지음

    수험생 55만여명이 치른 ‘200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났다. 그러나 대학·학과 지원전략도 짜야 하고, 논술·면접도 준비해야 한다. 자칫 수험생들이 마음만 분주해 시간을 그냥 흘러보낼 수 있는 시기, 대학 새내기를 꿈꾸며 읽어볼 만한 책은 없을까? 현직 대학총장과 교수·연구원 등 각 분야에서 뛰어난 학문적 성취를 이룬 49명의 전문가들이 필자로 참여한 ‘스무 살에 선택하는 학문의 길’(김용준·정운찬 등 지음, 아카넷 펴냄)은 대학 진학을 앞둔 학생들을 위해 든든한 ‘학문의 조언자’ 역할을 자청하고 나선 가이드북이다. 어느 대학, 어느 전공을 선택해야 할 지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진정한 학문의 가치와 미래의 비전을 일깨워줘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 기획됐다. 대학 간판이나 취업률 등 겉으로 보이는 기준이 아니라, 미래의 주역들이 대학에서 학문에 몰입할 수 있는 특권을 제대로 누릴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 분야별 전문가들이 1년간 철저한 준비를 거쳐 7개 주제로 학문에 대한 깊이 있는 접근을 펼친다.‘학문이란 무엇인가’를 시작으로,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공학, 의학·생활과학·예술, 학문과 사회 등 기초학문에서 첨단 응용학문까지 소개하고 전망까지 제시해 진로 선택의 충실한 길잡이가 된다. 기초학문은 외면받고 고시·의학전공으로 몰리는 불균형 현상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담긴다.“대학 본연의 존립근거인 교육과 연구의 균형발전을 꾀해 대학의 정체성을 확립해야 합니다. 젊은 세대가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유목민정신, 자유로운 창조정신을 갖기를 기대합니다.”(정운찬 서울대 총장)“21세기는 통합인문학의 시대로, 학생들 스스로가 학과·학군의 벽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 능동적 자세와 인생의 비전을 품기 위해 인문학의 ‘부드러운 기술’을 습득해야 합니다.”(이진우 계명대 총장) 이런 의미에서 ‘학문이란 무엇인가’에서 소개되는 학문의 발전과 분화 등은 전공을 선택하기 앞서 학문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제공한다. 이어 인문학에서 예술분야까지 생생한 공부법과 사회진출을 위한 조언, 관련 추천도서 등은 전공학문에 대한 필수적인 정보가 되기에 충분하다. 저자들은 학문에 대한 솔직한 고백을 통해 학생들이 전공에 대한 뚜렷한 문제의식과 목표를 가질 것을 요구한다. 특히 대학에서의 공부가 단순한 전공지식의 습득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인접학문의 경험을 통해 풍부해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인문학자들뿐 아니라 법학·의학 교수들의 고민도 눈길을 끈다. 인문·사회과학이 서양학문의 종속성을 극복하지 못한 상황에서 젊은 세대가 창의적인 연구성과를 통해 우리 학문의 주체성을 확립하는 데 노력해 줄 것을 당부한다. 법대·의대 교수들은 “단순한 직업적 인기도를 진로의 척도로 삼아서는 안 된다. 부당한 특권을 기대하지 않는,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정신과 높은 직업윤리 정신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학생뿐 아니라 학부모·교사 등 기성세대도 대학의 변화와 의미를 생각해 보는 기회를 제공하는 책.1만 8000원.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서울이야기](29)서울속의 외국인문화

    [서울이야기](29)서울속의 외국인문화

    서울은 2002년 월드컵이 개최된 열광의 도시, 인구규모 세계10위인 다이내믹한 동북아의 국제교류도시이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역사와 문화의 도시라는 점에서 외국의 도시들에 비해 손색이 없다. 서울에는 외국인이 약 6만여명이 살고 있고, 이들을 거리에서 만나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인사동 거리마저 스타벅스 카페가 입주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의 도시국제화 지수는 매우 낮은 수준이다. 식당이나 쇼핑센터, 교통안내판 등에 외국어 표기가 아직 부족하고, 길가에 선 외국인들을 보면 그냥 지나쳐 버린다. 아마 영어를 말하기가 두려워 우리는 본의 아닌 외국인 기피증을 보이는 것이다. 서울이 국제화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외국인에 대한 이해와 배려, 활발한 교류가 가능한 시민수준의 다문화 공생사회 프로그램이 활발하게 운영돼야 할 것이다. 앞으로 서울은 한국인들만의 도시가 아니다. 관광 투자 무역 등을 고려할 때 외국인이 서울에 와서 불편함이 없는 살기 좋고 투자하기 좋은 곳이 되어야 한다. 더 나아가 외국인은 존중받아야 할 넓은 의미의 서울시민이고, 각종 불편함을 지적할 수 있는 권리 또한 충분히 가져야한다. ●서울 속에 꽃핀 외국인 문화 어딘가 모르게 이국적인 호기심이 느껴지는 서울속의 작은 외국을 연상케 하는 곳들이 많다. 냉대와 차별 속에 성장해온 미국 LA의 코리아타운이 한국의 문화를 전달하는 이문화(異文化)의 체험장이듯 서울에도 이런 곳들이 있다. 80년대 서울 명동은 시위와 최루탄 냄새가 그칠 날이 없었던 곳이었으나, 옛 명동에는 이보다 더 절실한 사연이 있다. 화려한 명동의 번화가 속에 80년대 후반 정도의 서울 거리를 연상케하는 허름한 골목길로 접어들면 담쟁이가 덮인 담벼락이 있다. 조그마한 가게들이 닥지닥지 붙어있다. 그 너머에는 한성화교소학교가 자리한다.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차이나타운이 없는 나라가 우리나라다. 해외 유수의 도시에 자리한 차이나타운과 큰 차이가 난다. 문득 재일한국인의 지위를 얘기하는 우리가 과연 한국 속의 화교들에게 어떤 대우를 하고 있는 걸까. 쇠락하는 차이나타운을 보며 빨리 동화되고 융합하는 중국인들도 우리의 단일민족, 순혈주의를 이겨내지 못할 정도로 차별적이고 배타적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전세계 화교에서 차지하는 국내의 화교 비중은 0.05%에 불과하고 2조달러로 추산되는 화상 자본 중 국내 투자는 말하기조차 민망할 정도다. 이제부터라도 이들이 이 땅에 발을 못 붙이고 떠나도록 할 게 아니라, 오히려 자리를 잡고 국내 경제에 기여하도록 해줘야 하지 않겠는가. 최근 개최된 세계화상(華商)대회는 국내·외 화교 간 친목은 물론 우리 경제를 위해서도 매우 뜻있는 행사라 할 수 있다. 이와 달리 또 다른 주류사회에 편입해 자기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서울의 전체적인 모습을 변화시키고 있는 곳도 있다.‘미군의 세컨드홈’, 이태원이다. 이 곳에서는 한국인이 오히려 이방인으로 인식된다. 서울 속의 이태원,‘작은 미국’이나 다름아니다. 그동안 미8군 용산기지는 미국문화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다. 서울의 한복판에 금싸라기 땅이자 아메리카니즘 문화전파의 창구였다. 미8군 무대출신 가수들의 기억 속에 할리우드에서 느끼는 아메리카나이제이션(americanization)의 모습을 엿 볼 수 있다. ‘미국과 미군 향기가 나는 거리’‘서울의 리틀 어메리카’‘서울의 라스베이거스’로 알려져 88올림픽 개최시’‘잠실에선 스포츠 올림픽, 이태원에선 쇼핑올림픽’이란 슬로건이 등장할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 ‘가짜 명품 범람과 이에 따른 단속여파로 급속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이태원’‘싸구려 가짜 외제 상품이 넘쳐흐르는 이태원’으로불리고, 가짜 제품 범람에 따른 기관 단속 강화와 불편한 교통, 바가지 가격 등으로 외국인 쇼핑객을 빼앗기고 있는 이태원 쇼핑가를 볼 때 왠지 모를 서글픔이 든다. 서울에 파리공원이 있듯이 파리 어느 구석에는 서울공원이 있다. 굳이 파리를 가지 않더라도 프랑스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 반포4동 ‘몽마르뜨 언덕’을 중심으로 자리잡은 ‘서래마을’이다. 프랑스학교가 이전하면서 가족단위의 프랑스인들이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형성되었다. 거리 곳곳에는 한국어에 서투른 프랑스인을 위해 거리이정표나 식당의 메뉴 등을 불어로 표기해 놓았다. 한편 ‘동부이촌동’은 일본인들의 마을이다. 이곳에서 영업중인 대부분의 가게에서는 외국인 손님들에게 일본어와 영어로 안내를 하고 있다. 1500여 가구의 일본 상사주재원들이 몰려 사는 근처 상점에서는 일본어로 쓰여진 안내문이나 일본어 간판을 걸어 두고 있다. 이곳은 일본인 전용창구를 마련한 은행을 비롯해 일본인 어린이반을 개설한 유치원, 일본어가 통하는 미용실, 병원, 이발소, 음식점, 여행사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서비스업들이 골고루 갖추어져 있다. ●관광객이 노동자로 바뀌면 사정은 180도 달라진다. 광화문 한복판에서 ‘외국인 관광객 탑승’이란 표지판을 단 호텔전용셔틀버스와 종종 마주 친다. 서울에 온 손님들이니 웬만하면 편의를 봐달라는 뜻일 게다.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외국인 우대의 예다. 같은 외국인이지만 관광객이 노동자로 바뀌면 사정은 180도 달라진다. 이들에게 한국과 한국인은 어떤 이미지로 남게 될까.‘우리도 인간입니다.’라는 현수막을 들고 시위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가난했던 시절 돈벌러 외국에 가서 우리가 당했던 인간이하의 대접이 떠오른다.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외국인 저소득층이 신음하고 있다. 멀리 고국에 두고 온 가족과 고향 생각에 심한 소외감과 외로움에 시달린다. 얼마 전 한국 남자와 결혼한 외국 여성 10명 중 8명이 다시는 한국 남자와 결혼하고 싶지 않다고 한 보도를 접한 적이 있다. 과연 우리가 세계화 시대의 주인이 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곤 한다. 온갖 멸시와 차별의 눈길이 쏟아진다. 여기에는 ‘돈 쓰러 온’ 사람과 ‘돈 벌러 온’사람의 차이에 문화적 편견까지 덧붙여져 있다. 요즘 식당에 가면 으레 조금 다른 말씨의 종업원등을 만나게 된다. 말씨만 약간 다를 뿐 우리와 전혀 다를 바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의 동포이기 때문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힘없는 불법체류자 신세에 찍소리 한 번 못내고 있다. 하지만 이런 불안함속에서도 이들은 한국살이에 적응하며 독특한 문화를 만들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3D업종 때문에 형성된 외국인 마을인 구로구 가리봉동 일대와 경기 안산의 ‘국경없는 마을’이다. 가리봉시장 일대는 ‘옌볜거리’로 불릴 만큼 중국 동포들이 많이 살고 있다. 중국 식료품점과 중국노래방, 환전소 등도 성업중이다. 방값이 다른 곳에 비해 무척 싸다는 이점 때문이다. 정부의 잇따른 외국인 불법체류 단속으로 조선족 거주지인 가리봉은 빠른 속도로 쇠퇴의 위기를 맞이하고는 있지만 아직도 곳곳에 붉은색 간판을 내건 중국식당이나 시장 입구부터 풍겨나는 그들 특유의 향신료 내음이 마치 중국의 ‘옌볜거리’를 그대로 옮겨 온 듯하다. ●서울에서는 모두 서울사람, 외국인에게 불편 없도록 축제라는 하나됨. 세계속 또 하나의 지구촌을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교류의 장이 서울 문화코드 국제도시 서울의 글로벌 이미지를 부각하는 퍼레이드가 있다. 외국인들에게 모국을 느끼고 자랑하는 페스티벌이 되고 서울에 사는 기쁨을 만끽하고 타방이라고 느꼈던 전 세계 사람들이 화합과 교류의 장. 하이 서울 축제에서 ‘지구촌 한마당 축제’가 매해마다 개최되고 있다. 매년 20여개국에서 참가해 서울거주 외국인 및 내국인에게 좋은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서울시는 서울안내 영문책자인 ‘서울서바이벌’을 발간해 주한 외국대사관, 문화원, 외국인학교 등에 무료로 배부하고 있다. 다국어 홈페이지를 개설, 각종 도로표지판에 외국어(영어, 한자)로 병기표기하고, 외국어 자원봉사센터를 운영해 영어 일어 중국어는 물론 스페인어 불어 독일어 러시아어 등의 외국어 안내를 지원하고 있다. 이외에도 외국인 설문조사 등을 통하여 우리가 인식하지 못한 구석구석의 불편사항을 인지하고 이의 해소를 위하여 다각적인 사업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 ●외국인에 대한 이해가 뒷받침돼야 앞으로 서울에 외국인 거주촌을 조성해 서울에 여행 온 여행자들이 안심하고 긴 여정을 푸는 친근한 별장처럼, 장기 거주하는 외국인은 향수를 달래며 동족간의 정보교환을 위한 장소로 이용될 수 있도록 하자. 이곳에 외국으로 여행 가려는 국내여행객은 물론 현지 정보를 필요로 하는 사업자나 바이어와 국내 거주 외국인들이 접촉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보자. 특히 새로이 유입되는 저소득층 외국공장 종사원들의 공동체를 불법·단속대상으로 여길 것이 아니라 정기적인 회합과 교류가 가능한 소규모 편의시설을 제공하여 향후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장소로 조성하여야 할 것이다. 더불어 서울이 외국인이 선호하는 도시가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가족이 편안하게 살 수 있게 하는 거주환경, 교육환경 개선뿐만 아니라 시민수준의 다문화 공생사회 프로그램이 활발하게 운영되어야 한다. 지역주민이 주체가 되어 서로의 권리를 존중하며 공생하는 사회로 나아갈 때 국제교류도시로서 서울이 자리매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종구 서울시정개발연구원·서울마케팅연구센터 부연구위원
  • 베스트셀러의 모든것 집중분석

    베스트셀러의 모든것 집중분석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게 베스트셀러지만 현대 사회에서 베스트셀러의 존재 의미와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 또한 엄연한 현실이다. 계간지 ‘21세기문학’ 겨울호가 베스트셀러의 기원과 역사, 국내에서의 베스트셀러 형성 과정, 베스트셀러의 요인 등을 집중 분석한 기획물을 실어 눈길을 끈다. 출판평론가 표정훈은 ‘베스트셀러, 난감하고 위태롭고 불편한 것’이란 글에서 “(베스트셀러는)마케팅을 위한 수사와 객관적 현실의 반영 사이에서 위태롭게 외줄을 타고 있다.”면서 “극단적으로 토로하자면 베스트셀러 목록이 아예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역사적으로 ‘베스트셀러’란 말의 기원은 1903년 미국에서 소설분야의 월별 베스트셀러를 공표하는 코너가 생기면서부터. 베스트셀러가 일종의 국제어로 자리잡은 것은 1920년대의 일로 이때부터 책만이 아닌 다른 상품에까지 사용됐다. 국내에서는 1950년대 중반 정비석의 ‘자유부인’이 7만부 이상 팔리면서 베스트셀러라는 말이 널리 쓰이기 시작했고,1960년대부터 언론 매체에서 베스트셀러 목록을 다뤘다. 하지만 ‘뉴욕타임스 북리뷰’처럼 아무리 권위를 인정받는 베스트셀러 목록이라고 해도 범위나 기준에 있어 완벽하게 객관적이고, 정확한 순위는 불가능하다. 표정훈은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출판사조차 자사 발행 도서의 정확한 판매량을 빠르게 파악하는 게 구조적으로 쉽지 않다.”면서 “베스트셀러의 공신력을 완전히 무너지지 않게 하려면 온라인 서점이든 오프라인 서점이든 사재기를 포착할 수 있는 상시적인 시스템을 가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지난 10년간의 베스트셀러 흐름을 연구한 ‘베스트셀러가 형성하는 특정한 코드 또는 독자의 내면을 사로잡는 요인’이란 글에서 “베스트셀러가 담고 있는 것은 결국 ‘결핍’에 대한 충족이라는 너무나 평범한 진리”라고 설명했다. “베스트셀러? 그저 잘 팔렸으니까 베스트셀러겠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야.” 미 의회 도서관 관장을 지낸 역사학자이자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남긴 대니얼 J. 부어스틴(1914∼2004)의 명언이 새삼스럽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행정도시 ‘사실상 합헌’] “그래도 지구는 돈다… 저지투쟁 계속”

    ‘수도분할반대 범국민운동본부’ 소속한나라당 의원들은 24일 헌법재판소의 행정도시특별법 위헌 소송 각하 결정에 대해 판결 자체는 존중하지만 ‘잘못된 결정’이기에 국민과 함께 저지에 나설 것이라며 반발했다. 한나라당 수도분할반대투쟁위원회 공동대표였던 김문수 의원은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는 보도자료에서 “헌재 결정은 수도분할 자체의 잘잘못을 가린 것이 아니다.”며 “국회에서 두번이나 정략적으로 법을 통과시키고 헌재가 합헌 결정을 했더라도 수도 분할은 잘못된 것이기에 헌법제정 권력자인 국민과 함께 망국적 수도분할을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도분할반대 범국민운동본부’측은 성명서를 내고 “헌재의 결정은 노무현 대통령이 조대현 재판관을 비롯한 ‘코드인사’를 자행해 헌재의 중립성을 훼손한 것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무분별한 지역개발로 전국토를 부동산 투기장으로 만들고 국가경제를 파탄 낼 ‘수도분할·이전’을 저지하기 위해 국민과 더불어 끝까지 투쟁해나갈 것이다.”고 발표했다.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책꽂이]

    ●글로벌 경제의 위기와 미국(로버트 루빈 지음, 신영섭 등 옮김, 지식의 날개 펴냄) 빌 클린턴 대통령 재임기인 1995∼1999년 재무장관을 지낸 저자가 1997년 시작된 세계 금융위기의 실상과 함께 이른바 ‘루비노믹스’를 통해 미국 경제의 최대 활황기를 이끌어낼 수 있었던 통찰력과 리더십을 소개했다.2만4000원.●섀클턴 평전(롤랜드 헌트포드 지음, 최종옥 옮김, 뜨인돌 펴냄) 아문센, 스콧과 함께 경쟁적으로 남극탐험을 시도한 남극 탐험가 어니스트 섀클턴 평전.1914년 27명의 대원들과 인듀어런스 호를 타고 출발한 남극횡단 탐험에서 배가 난파당하는 혼란과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도 전 대원을 구출하는 과정을 생생히 보여준다.3만원.●동아시아의 지역질서(백영서 등 지음, 창비 펴냄) 중화문명을 대표한 중국, 전쟁중 부상한 일본, 전후 냉전을 주도한 미국 등 16세기부터 현재까지 동아시아를 지배했던 지역 질서의 궤적을 탐구하고, 탈중심의 동아시아 공동체로 나아가려는 현재의 움직임을 조망한다.2만 3000원.●글렌 굴드-피아니즘의 활홀경(피터 F 오스왈드 지음, 한경심 옮김, 을유문화사 펴냄) 전통에 반기를 든 우상 타파주의자로서 스스로 힘든 길을 걸어갔던 캐나다 출신의 천재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의 음악적 성과와 함께, 명성 뒤에 숨은 에너지와 모순을 파헤친 전기.2만 5000원.●빅토리아의 비밀(이주은 지음, 한길아트 펴냄) 유미주의적 열정과 신비로운 상징이 가득했던 빅토리아 시대의 미술을 조명한 책. 작품에 등장하는 여인들의 이야기 속에 저자 개인적 경험들을 녹여내면서 당시 영국의 사회·문화적 코드를 읽어낸다.2만원.●한국사, 나는 이렇게 본다(이이화 지음, 길 펴냄) 국호를 통해 본 조선과 한국의 정체성, 우리 역사속의 천도, 왜곡된 태극기와 애국가의 상징성 등 우리 역사의 특수성을 담은 주제를 드러내는 미시적 접근을 통해 한국사의 기본 흐름을 알려준다.1만 8000원.●섹슈얼리티와 공간(베아트리츠 콜로미나 엮음, 강미선 등 옮김) 공간과 신체 그리고 섹슈얼리티의 상관관계에 대한 글을 모은 책. 건축물이나 광고, 사진, 영화속 공간이나 이야기 전개에서 나타나는 섹슈얼리티 관련 이슈들을 통해 그 사회문화적 의미를 들여다본다.2만 3000원.●중국의 여성주의 문학비평(츠언즈훙 지음, 김혜준 옮김, 부산대출판부 펴냄) 서구의 여성주의 비평방식이 중국에 유입된 이후 중국 비평가들이 이를 토대로 어떻게 중국 자체의 여성주의 문학비평의 이론을 형성해나갔는지 그 과정을 고찰했다.1만 1000원.●가족과 일과 신앙의 조화(팻 겔싱어 지음, 김인환 옮김,W미디어 펴냄) 가난한 이민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인텔에 입사해 초고속 승진한 한 샐러리맨의 삶과 신앙의 기록.‘바쁨’을 의미 있는 관계로 바꾸어놓을 수 있는 비결을 제시한다.9000원.
  • [실전논술] 고전음악과 대중음악을 구분해야 하는가

    ●다음 글을 읽고 (가)와 (나)의 논점들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면서,‘고전 음악 과 대중 음악을 구분해야 하는가’에 대하여 논술하시오. (가)대중 매체는 음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나)대중 매체 시대의 음악이 나아갈 길은 어디인가? 유의사항 (1)띄어쓰기를 포함하여 1600자 내외(±200자)로 쓸 것. (2)대중 매체가 음악에 미치는 영향을 진술할 것. (3)대중 매체 시대에 음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할 것. 어느 대학교 사회과학 연구소에서 설문 조사를 통해 문화 예술에 대한 수용자 집단의 태도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몇 가지 조사 결과를 발표하였다. 그 중에서 주목할 것은, 우리 나라 문화 발전에 가장 중점을 두어야 할 문화 예술의 수용 형태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TV) (52%),(야외무대)(23%),(실내 무대 공연)(13%),(영화)(6%) 순으로 응답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조사 연구가 특정한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님에 틀림없다면, 그 결과는 어느 정도까지는 수긍이 간다. 보통 사람들이 1년에 고작해야 음악회에 몇 번을 가겠는가? 그러니까 오히려 TV나 야외 무대 공연에 신경을 더 써 달라는 이야기다. 사실 우리는 음악회장에서 음악을 감상하는 기회보다 다른 기회에서 무의식 중에 음악에 휩싸여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현실은 소위 ‘순수 음악’을 한다는 사람들에게 매우 위험하고 불건전한 징후로 받아들여진다. 그것은 다름 아닌 ‘일상 생활 속에서의 음악’이며,‘일상 음악’이다. 일상 음악은 못쓰는 것으로 내동댕이쳐진 ‘깡통 음악’이며,‘부정적 감상’을 위한 음악, 기능 음악, 배경 음악,‘가벼운 음악’이다. 이 음악은 상품의 형태로 시장에 진열되어 있으며, 쓰다가 일정 기간이 지나면 버려야 할 ‘소비재성 음악’이다. 이것은 다국적 기업 또는 그 영향권 아래에 놓여 있는 국내 음반 산업의 생산 제품이다. 자동차나 고속 버스, 엘리베이터, 쇼핑 센터, 식당, 다방, 호텔, 공항, 사무실, 공장, 비행기, 수영장, 공원, 캠퍼스, 은행, 운동장, 병원에서 틀어놓는 음악은 특별히 우리의 주의를 끌지도 않으며, 마치 벽에 걸려 있는 장식용 그림이나 인테리어 시설처럼 하나의 ‘배경’으로 존재한다. 배경 음악은 적절한 데시벨의 음향 한계라는 일정한 폭을 가진다. 이 음량 폭보다 작아도 안 되고 커도 안 된다. 즉, 듣는 사람에게 과도한 정신 집중을 요구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음악 내용도 어려워서는 안 되고 그렇다고 해서 전혀 촌스럽게 진부한 것이어서도 안 된다. 배경 음악에 가장 적격인 것은 언뜻 들어서 그 선율이 잘 생각나지 않으나 자꾸 듣다 보면 그 원래의 곡이 무엇이었나 알 수 있게 되는, 말하자면 폴 모리아나 레이몽 르페브르가 편곡하는 방식의 세미클래식 또는 흘러간 팝송이다. 아니 배경 음악의 맥에 들어오면 그것이 베토벤이든 비틀즈든 상관없다. 이런 점에서 배경 음악은 고전 음악과 대중 음악의 한계를 넘나들면서, 그 잘못된 2분법에 대해 보란 듯이 손가락질하고 있다. 현대인들은 무엇인가 듣고 있지 않으면 불안하고 외로워진다. 듣지 않으면서도 라디오를 켜 놓아야 안심이 된다. 소리를 듣는 것은 자신과 외부 세계와의 대화이다.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것은 외부로부터의 단절을 뜻한다. 그러나 듣지 않으면서 시끄럽게 틀어놓는 것은, 외부의 무의미성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행위이다. 의미의 부재, 의미의 해체는 기술 지배(technocraft)의 권력이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필수 조건이다. 대중 매체 시대의 음악은 그 전달 경로에 있어서 악보보다는 레코딩에 의존한다. 이 레코딩의 특징은 악보가 갖는 시간적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는 점이며, 녹음 과정에서 허용되는 이론상 무한정의 수정 가능성(더빙을 통하여), 그것을 감상하고 수용하는 단계에서 나타나는 무한정의 반복 가능성이다. 사실 TV, 라디오, 음반 등의 대중 매체에서 이루어지는 음악의 수용 형태는 레코딩에 기초한다고 볼 수 있다. 대중 매체에 등장으로 이제 음악을 들으려면 시간적·공간적 제약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인도 음악에서는 하루의 시간대에 따라 아침에 듣는 음악, 점심 때 듣는 음악, 저녁 때 듣는 음악이 달랐으며, 그 음악을 들으려면 그 음악에 해당하는 시간대까지 기다려야 했다. 그리고 바흐가 살던 시절 그의 칸타타를 들으려면 주일날 성 토마스 교회에 출석하거나, 아니면 결혼식이 베풀어지는 귀족의 집에 들어가야 했다. 그러나 대중 매체의 등장으로 언제, 어디서나 인도의 아침 라가와 바흐의 부활절 칸타타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음악이 시간적·공간적 한계를 벗어났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음악을 듣는 일정한 시간과 공간이 없어졌다는 것은, 안방에 드러누워 TV를 보거나 레코드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편안한 자세로 누워서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음악회장에서 상상도 못할 행동이다. 음악회의 에티켓 중에는 옆 사람과 잡담을 하거나 음식물을 가지고 들어가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것은 금지되어 있지 않은가? 듣고 싶을 때 듣고, 듣는 일을 그만두고 싶을 때 끌 수 있고, 음악을 들으면서 잡지를 보거나 식사를 해도 아무도 상관하지 않는다. 또, 듣고 싶은 음악의 일부분만을 따로 떼어서 듣고 싶을 때는 그 악장의 플레이어에 바늘을 올려놓으면 된다. 아예 레코드 회사에서도 이러한 식의 감상을 염두에 두고, 특정한 분위기의 짧은 소품들을 옴니버스로 편집하여 시장에 내놓고 있다. 심지어는 잘 알려진 음악의 주제나 유명 오페라의 아리아만 엮어서 메들리로 녹음한 음반도 나와 있다. 음악 감상의 유형도 ‘주제적 감상’이나 ‘명곡 해설집 식의 감상’이 이루어지며,TV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음악 퀴즈식의 감상’이 지배적이다. ●지문의 분석 음악 생활은 음악을 행하고, 듣고, 즐기는 모든 공적이고 개인적인 형태의 음악 문화 생활을 의미한다. 음악 생활은 직업 음악가적인 활동, 음악 애호가적인 활동 또는 지역 문화에 따른 사회 현상을 반영한다. 때문에 음악 생활의 개념은 시대적으로 변화되는 사회 현상에 따라서 이해되어지는 음악 문화에 좌우될 수 있다. 음악은 인간의 정서와 감성의 표현이므로 음악을 통해 여러가지 이야기를 할 수 있다. 그리고 음악은 동시대 문화와 사회의 산물이므로 그 속에는 당연히 그 시대의 정신이 반영되어 있다. 따라서 대중 매체 시대의 음악은 곧 민주화 시대의 음악이다. 여기서는 음악에서의 계층 간의 대립이나 구분은 그리 엄격하지 않다. 다원화된 음악 문화가 다원화된 모습으로 각계 각층의 수용자들에게 전달된다. 그렇다고 해서 대중 매체의 등장으로 음악의 민주화가 완전히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다. 음악계를 지배하는 통념이 아직 연주회장 내에서의 음악 문화에 의해 지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기성 음악인들이 실용 음악에 대해 무시하고 편견을 갖고 대하는 것과도 통한다. 그러나 모든 예술 음악인들이 그러한 생각에 젖어 있는 것은 아니다. 무용 음악, 체육 음악, 영화 음악 분아에 기성 음악인들의 참여도가 높아지고 있으며, 사고 방식도 점점 개방되어 가고 있는 추세이다. 이러한 발상의 전환이야말로 대중 매체 시대에 음악이 처해 있는 현실적 상황을 직시하여 대응해 나가는 일일 것이다. 미술 대학에 회화과, 조소과, 공예과와 더불어 응용 미술학과 또는 산업 미술학과가 있듯이, 실용 음악과의 설치도 하루 빨리 시급하게 요구된다. 그런 점에서 예술 대학의 실용 음악과 설치는 매우 적절한 것이며 오히려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이 글에서는 먼저 문화 예술의 수용 형태에 대한 설문 조사 결과를 기술하고 있다.TV나 야외 무대 공연에 힘써 달라는 의견이 많은데, 이것은 사람들이 기존에 향유하던 문화 예술 양상과는 다르다는 것을 말해 준다. 음악에 있어서도 과거에는 주로 실내 음악회를 통해 문화 생활을 즐겼지만 지금은 생활의 현장에서 음악을 수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정신을 집중할 필요가 없이 이루어지는 음악 감상이 대부분이다. 이렇게 이루어지는 음악을 인테리어처럼 이루어지는 음악이라고 해서 배경 음악이라고 한다. 배경 음악은 적절한 데시벨의 음향 한계를 지니고 있는 음악으로, 이 영역에서는 고전 음악이든 대중 음악이든 특별한 의미를 갖지 않는다. 대중 매체 시대에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음악을 틀어놓고 생활을 하게 되었고, 대중 매체 시대의 음악은 악보보다는 레코딩에 의존하기 때문에 음악가들을 직접 연주가 아닌 레코딩을 통해서 먼저 접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것은 음악을 감상하는 데 있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벗어나게 해 주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간적·공간적 제약에서 벗어나게 됨으로써 음악 감상 형태도 달라지게 되었고, 또 음악도 자기가 원하는 곡을 취사 선택해서 감상할 수 있게 된 것은 모두 대중 매체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이 글은 대중 매체에 의해 변화된 음악의 양상을 이야기하고 있다. ●출제의도 이 문제는 대중 매체가 음악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가를 파악하면서 아울러 대중 음악과 고전(예술) 음악의 구분이 과연 타당한 것인가에 대해서 논하라는 것이다. 이러한 논의를 거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대중 매체 시대에 음악이 나아갈 길이 제시될 수 있어야 한다. 크게 두 가지 논제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나는 대중 매체가 음악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를 구체적 사례를 통해서 살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대중 음악과 고전 음악을 구분할 필요가 있는가를 따져 보는 것이다.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하여 자기의 주장을 펴기 위해서는 그 나름대로의 근거를 들어야 한다. ●생각하기 먼저 대중 매체 시대가 되면서 대중 매체가 음악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 논의해야 한다. 그러면 대중 매체가 음악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를 알아보는 것도 필요하다. 우리가 실제 생활하면서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할 때, 대중 매체가 음악에 영향을 미친 것은 단순히 형식적인 측면에서만이 아니고, 내용적 측면이나 감상적 측면에서도 골고루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것을 전제로 하여 논의를 펼쳐야 한다. 이것은 감상적인 측면에서 대중 매체가 음악에 미친 영향은 매우 지대하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까지는 음악이라는 것은 실내에서 음악가들의 연주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으로 되어 있었으나, 대중 매체가 발달하면서 음악가와 감상자가 분리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이 논술에 있어서 바탕이 되는 논제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상황과 관련지어 볼 때, 대중 음악과 고전 음악이라고 지금까지 구분해 왔던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질까에 대해서 진지하게 논의하게 될 때가 온 것이다. 대중 매체 속에서 이루어지는 음악은 그것이 대중 음악이건 고전 음악이건 상관 없이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이러한 구분이 필요 없다면 어떤 기준에 의해서 그렇게 볼 수 있는지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여기에서 실용 음악이라는 개념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어떻게 쓸까주어진 논제와 관련하여 우선 주제는 대중 매체가 음악에 미친 영향으로 잡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주제문은 ‘대중 매체 개입으로 인해 대중 음악과 예술 음악의 구분이 필요 없어졌다.’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이러한 방향과 관련해 글의 서론을 정리할 수 있는데, 최근에 나타나는 대중 매체 시대의 음악 감상 경향과 관련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예전의 놀이 마당과 달리 안방에서 혼자 음악을 듣는 일이 가능해졌고, 워크맨 등으로 듣는 문화가 형성되었다는 점을 토대로 이것이 지닌 문제점을 제시할 수 있다. 본론 부분에서는 먼저 아직도 우리의 의식 속에서 대중 음악과 예술 음악으로 구분하는 이분법적 사고 방식이 존재한다는 점을 언급할 수 있다. 그런 다음 대중 매체의 개입으로 상황이 변화했다는 점을 제시할 수 있다. 클래식 음악도 텔레비전을 통해 볼 수 있고 음악회 문화도 음반 산업에 종속되었다는 느낌을 준다는 점을 제시할 수 있다. 이러한 내용을 토대로 결론을 제시할 수 있다. 즉, 이제는 굳이 예술 음악이니 대중 음악이니 해서 나눌 필요가 없다는 점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이석록 서울 대치메가스터디 원장
  • “이탈리아·프랑스서 SKT전화로 통화”

    SK텔레콤의 휴대전화로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 음성 및 화상전화를 할 수 있게 됐다. SK텔레콤은 23일부터 이탈리아 1위 사업자 팀(TIM), 프랑스 2위 사업자 에스에프아르(SFR)와 함께 두 나라 전역에 ‘WCDMA(광대역코드분할자동접속) 자동로밍’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22일 밝혔다. SK텔레콤은 “WCDMA 자동로밍 서비스는 CDMA 자동로밍 서비스가 불가능한 유럽지역에서 WCDMA 방식의 자동로밍 서비스를 국내 처음으로 상용화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두 지역에서는 기존 CDMA 자동로밍 서비스처럼 국내에서 사용하던 SK텔레콤의 WCDMA 이동전화 단말기(SCH-W120)와 전화번호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프랑스에서는 화상전화 이용도 가능하다. 이탈리아에서는 12월에 화상전화가 가능해진다. 이용 요금은 프랑스의 경우 한국으로 통화시 음성통화와 화상통화 모두 분당 1240(할인)∼1890원(비할인), 현지통화시 음성통화는 분당 484∼1981원, 화상통화는 484∼892원이다. 수신통화시 음성통화는 432원, 화상통화는 1800원이다. 이탈리아는 한국으로 통화시 3702원, 현지 통화시 622원, 착신시 432원이다.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이경형칼럼] ‘初心’으로 돌아가기

    [이경형칼럼] ‘初心’으로 돌아가기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주초 열린우리당의 새 지도부와 만찬을 갖는 자리에서 “창당 초심으로 돌아가자.”고 한 말은 뭔가 아리한 여운을 준다.10·26 재선거의 완패로 교체된 신임 당 지도부와 가진 청와대 회동이어서 뭔가 민주당과 통합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주리라는 기대가 많았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정치인 노 대통령의 맛은 우직스러운 고집과 항상 허를 찌르는 의외성의 발휘에 있다. 이번 창당 초심 발언도 ‘바보 노무현’답게 일시적인 유·불리를 따지지 말고 창당 당시의 명분과 일관성을 지켜나가자는 뜻일 게다. 사실 ‘초심’은 지역 정당을 탈피하고 전국 정당으로 나아가자는 것이지만 이번 초심 발언은 좀더 포괄적인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집권 3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서 열린우리당만 초심으로 돌아가자고 할 것이 아니라, 참여정부의 국정 운영 전반도 초심에서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 지난 2년9개월간 국정이 초심에 얼마나 충실했는지, 또 초심의 첫단추 자체가 잘못 끼워진 것은 없는지 짚어보는 것은 앞으로 남은 2년의 성공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다. 참여정부는 당초 이념적 깃발을 진보적 개혁주의에 두고 경제정책면에서는 빈부격차 축소, 복지 강화 및 사회안전망 확충, 적극적인 시장 개입, 반 재벌 정책 등에 역점을 두어왔다. 하지만 빈부간의 격차는 더 늘어나고, 최근 일반 기업의 신입 사원 채용 경쟁률이 200대1이 넘을 정도로 청년층 실업난은 과거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지금 국민들이 왜 ‘경제, 또 경제’를 말하는지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 외교·안보면에서는 자주를 외치면서 이른바 ‘동북아 균형자 역할’ ‘협력적 자주국방’을 역설했지만, 왠지 공허해 보인다. 미국과의 동맹에만 매달리지 말고 때로는 분명하게 ‘노(NO)’라고 말해보자는 자주가 반미의 경계선에서 오락가락하는 것이다. 다행히 지난 17일 경주의 한·미정상회담은 군사·외교를 포괄하는 미래의 양국 동맹 관계와 한반도 평화체제까지 제시함으로써 그동안 헝클어진 한·미관계를 오랜만에 재정리하기는 했다. 대북정책은 대체로 김대중 정부의 대북포용정책을 이어받으면서 북한을 점진적으로 개혁·개방으로 유도하고, 한반도에서 평화를 유지하는 데 정책 목표를 두었다. 그러나 그동안 국가보안법 개폐, 맥아더 동상 철거 논란 및 강정구 교수 사건을 겪으며, 참여 정부의 정체성까지 공격을 받는 처지가 되었다. 심지어 친북, 용공 정권으로 매도되는 경우도 없지 않았는데, 왜 이런 식으로 투영되는지 반성해야 한다. 냉전 수구 보수 세력만 탓할 일이 아니다. 참여정부가 출범하면서부터 강조해온 민주화, 투명성, 인권, 시민사회의 역할 증대 등은 상당히 진전되었다. 또 보수 기득권 세력의 뚜렷한 퇴장으로 생긴 공간을 진보 신진 세력이 메우고, 많은 비제도권 인사들이 제도권으로 진입한 것은 한국사회의 지배 구조를 일정 수준 선순환시켰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국정운영 과정에서 알맹이 없는 개혁 구호, 코드 인사를 위한 협소한 인재 풀 가동, 측근들의 이권 개입으로 인한 도덕성 실추, 직업화한 시민단체 활동의 식상함이 드러남으로써 참여 정부의 초심은 많이 퇴색되었다. 내년 초 현실 정치를 뛰어넘는 ‘국가 미래 과제에 대한 구상’을 밝히겠다고 예고한 노 대통령이 기껏 합당 같은 낮은 수준의 정치를 시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대통령의 초심 강조가 단순히 민주당과 통합을 추진하는 열린우리당내 움직임에 제동을 거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참여정부의 국정 전반을 초심으로 돌아가 총점검하는 계기로 삼기 바란다. 본사 고문 khlee@seoul.co.kr
  • [코드로 읽는책] 더 라이트 네이션/존 미클레스웨이트 등 지음

    최근 국내에서 ‘보수적 자유주의’를 표방한 ‘뉴라이트전국연합’이 창립되는 등 신보수주의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수구 기득권 세력인 기존 보수주의와 차별화하면서 ‘건강한 보수’의 목소리를 내려고 한다지만, 보수세력 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과연 라이트(우파)는 재평가의 대상인가. 우리는 그들을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보수주의의 ‘천국’인 미국을 들여다보면 우파에 대한 이해의 폭을 조금이나마 넓힐 수 있을 것이다. 국제정치 전문가로 손꼽히는 한나라당 박진 의원이 옮긴 ‘더 라이트 네이션’(존 미클레스웨이트·아드리안 울드리지 지음, 물푸레 펴냄)은 ‘미국 보수주의의 파워’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을 움직이는 보수 우파의 과거와 오늘, 그리고 미래를 깊이있게 분석한다. 미국은 최근까지 10차례의 대통령 선거에서 우파정당인 공화당이 7번이나 승리했다. 지난해 11월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전쟁 등에도 불구하고 재선에 성공했으며 ‘네오콘’이라 불리는 신보수주의자들의 입김은 점점 더 세지고 있다. 대다수 미국인들은 무기 소지와 사형제도, 염격한 형법제도를 지지한다. 또 미국은 낙태가 정치적 이슈로 여겨지는 몇 안되는 선진국 중 하나이며, 줄기세포 연구를 강경하게 반대해왔다. 이렇게 ‘공화당적 성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조직화된 목소리를 강하게 내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민주당 지지세력과 반(反)부시주의자들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미국은 분명 우파편향적이다. 영국 출신 언론인인 저자들은 우파의 나라 미국의 모습을 상세히 묘사하고, 미국의 보수주의가 어떤 특색을 띠고 있는지 파헤친다. 미국 전역을 가로지르는 현지조사와 미국 역사에 대한 폭넓은 자료분석을 통해 미국의 현주소와 미국 보수주의의 이행과정, 그리고 미래의 모습까지 분명하게 보여준다. 눈에 띄는 것은 여러 통계수치와 관련 일화들을 인용, 미국의 현실정치와 보수주의를 입체적으로 분석한다는 것. 미국은 다른 선진국보다 보수주의 운동이 훨씬 거셀 뿐 아니라 보수화 정도도 월등히 높다. 미국의 우파는 국가권력에 대해 현대의 다른 어떤 보수주의 당보다 강한 적대감을 표출한다. 또 다른 보수정당보다도 개인의 자유에 훨씬 더 집착하며, 종교적인 색채도 가장 뚜렷하다. 저자들은 “이러한 미국적 특성들이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점점 더 작은 정부를 요구하고, 도덕적 타락을 막는 운동을 전개할 것이며, 이에 부응하는 정치세력만이 영향력을 유지·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는 것. 이는 50년 역사의 독특한 미국식 보수주의가 정치와 일상생활에서 거둔 승리의 자신감이다. 물론 미국과 한국의 정치·사회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그러나 미국 우파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과 통찰은 한국에서 건전한 민주주의 발전을 염원하는 사람이라면 들여다 볼 만하다.2만원.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세계적 CEO들이 본 한국

    APEC 투자환경설명회 참석을 위해 방한한 세계적 다국적기업 CEO 3명이 16일 오전 부산시청에서 한국경제에 관해 의견을 개진했다. 이들은 세계 최대 상거래기업이자 한국 경매사이트 옥션의 모기업인 이베이의 멕 휘트먼(49) 사장, 세계 최대의 글로벌은행인 씨티그룹 빌 로즈(70) 부회장,CDMA 원천기술을 보유한 퀄컴의 폴 제이콥스(43) 사장 등이다. 이들은 한국이 첨단 기술분야에서 세계시장을 주도할 가능성을 제기하면서도 이를 위해서는 한국정부가 적극적으로 규제완화에 나설 것을 한 목소리로 주문했다. ■ “혁신적 인적자원이 매력” 16일 이희범 산업자원부장관과 이베이의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RMC)를 한국에 설립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교환한 멕 휘트먼 이베이 사장은 이번에 내한한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한국시장에 관심을 기울였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이베이는 지난해부터 중국, 싱가포르, 한국 등을 아·태지역본부 후보지로 검토해오다 최종적으로 한국에 지역본부를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2년 연속 미국 포천지에 의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CEO’에 선정된 휘트먼 사장은 아·태지역본부를 서울에 설립키로 한 이유로 “아시아의 가장 큰 비즈니스가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고, 인프라가 강하며 중국과 일본이 가까운 지리적 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은 혁신과 전자상거래의 중심지(hotbed)이자, 새로운 아이디어의 발원지”라며 “중국과 일본 시장 진출을 원하는 기업들에 한국은 이상적인 테스트베드(시험무대)”라고 덧붙였다. 중국이나 일본 시장에 진출하려면 한국 시장을 먼저 주목해야 한다는 점을 역설한 것이다. 휘트먼 사장은 한국의 전자상거래 시장도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한국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는 현재 8조원에 달하며 2010년까지 19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그러면서도 시장의 급성장에 따른 혜택이 선발 대형업체뿐 아니라 중소 전자상거래 기업에도 돌아가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은 인터넷 보급면에서 전세계 선두주자이며 가정과 공항 등 여러 접점에서 고객들에게 다가가는 것이 가능한 곳이라는 점을 최대 장점으로 꼽았다. 이어 휘트먼 사장은 “우리는 지속적으로 한국에 투자할 것이며, 우수하며 혁신적인 인적자원이 바로 한국의 매력”이라고 말해 ‘한국사랑’에 푹 빠져 있음을 고백했다. 그는 이베이의 해외사업 중 독일, 영국 다음으로 한국이 세계 세번째 규모라는 점을 거론하면서 “이베이는 한국에서의 성공사례를 세계에 전파하고, 책임있는 기업으로서 한국사회에도 적극 기여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외국인 투자정책과 관련해 “정부의 벤처에 대한 적극적인 자금·세제·행정지원과 함께 대기업의 지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무선통신 세계적 경쟁력” 폴 제이콥스 미국 퀄컴 사장도 정보·통신분야에서의 한국의 역할과 중요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제이콥스 사장은 통신분야의 다국적 기업들이 한국을 이상적인 연구개발(R&D) 거점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은 풍부한 IT(정보기술) 인력과 우수한 교육환경 등 외국기업의 투자기지로서 적합한 환경을 갖고 있다.”며 “무선통신산업은 한국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IT산업 중 특히 무선통신분야의 경쟁력과 신기술에 대한 국민적 열망 측면에서 세계시장을 선도할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무선통신분야의 첨단기술은 한국시장에서 테스트된 뒤에야 비로소 다른 나라에서 채택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과의 특별한 인연을 거론하며 ‘친한파’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데도 애썼다. 제이콥스 사장은 “퀄컴사의 매출은 660억달러이며 절반은 수출에서, 나머지 절반은 한국시장에서 비롯된다.”며 “이런 이유 때문에 한국은 우리에게 중요한 시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퀄컴이 사업을 해왔던 지난 20년간 한국 경제는 성장을 거듭해왔고, 우리는 한국과 함께 성장해왔다.”며 사업파트너로서의 한국의 비중을 높게 평가했다. 한국의 통신산업은 전세계적인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기술확대를 추구하는 퀄컴사와 영원한 동반자 관계를 형성해 나가길 기대한다는 덕담도 잊지 않았다. 재능 있는 인재를 유치하고 혁신을 이룩하는 데 있어 교육은 매우 중요하며, 이 점에서 한국을 본받을 만하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그러면서도 제이콥스 사장은 통신사업분야에 대한 대폭적인 규제완화의 필요성을 주문했다. 그는 “한국정부는 신기술 개발과 테스트베드로서의 부상, 혁신창출을 위해 산업계와 협력할 수 있는 정책을 선도해왔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정부가 이를 너무 주도하다 보면 새로운 시장 발굴보다는 기존 시장 유지에 더 치중할까봐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국의 외국인투자정책에 대해 “기술 선택과 단말기 보조금 등은 시장에서 결정될 문제인데도 한국에서는 시민단체, 국회 등이 과도하게 개입하고 있다.”며 “이런 점에서 외국기업의 입장에서는 한국에 투자를 확대하거나 투자를 하느냐의 여부를 결정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 “교육·노동정책 개선돼야” 빌 로즈 씨티그룹 부회장이자 씨티은행 회장은 인터뷰 내내 한국이 외국 투자를 더 유치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규제완화와 노동정책의 적극적인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로즈 부회장은 “씨티그룹은 한국을 전략적인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시장으로 판단했기 때문에 한미은행을 인수했다.”고 말했다. 또 한국의 동북아 금융허브 전략이 성공하려면 외국 투자유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며 경제자유구역뿐 아니라 한국 전체가 더 국제화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계속적으로 한국시장에 투자해 나갈 것”이라며 “투자유치를 위해 정부는 외국 투자자에게 균등한 경쟁환경을 조성해나가야 하며, 이것이야말로 국제 비즈니스센터가 되기 위한 선결조건”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관점에서 지금이 한국과 미국이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야 할 적절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로즈 부회장은 “미국은 한·미 FTA에 관심이 많다.”며 “FTA가 잘 되면 기업 활동이 잘 될 뿐 아니라 외국인 투자유치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은 외국인 투자유자유치 실적에서 세계 16위, 연구개발(R&D)센터 입지 선호도에서 13위를 기록했다. 그는 한국시장의 미래와 관련해 “꾸준한 성장 전망, 정부의 과감한 규제완화 정책, 우수한 인적자원 등으로 향후 금융사업의 전망이 밝다.”고 전제하면서도 한국이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적지 않다고 진단했다. 로즈 부회장은 “한국이 외환위기 과정에서 얻은 가장 중요한 교훈은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정부의 직접적인 개입을 줄이는 대신 금융감독을 강화할 필요성을 깨달을 것”이라며 “세계 최고 수준의 인적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는 교육 및 노동정책을 적극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외국인에게 강성 이미지로 굳어버린 노사문제 해결이 해외직접투자 유치에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거듭 역설했다. 그는 이밖에 한국의 상대적으로 높은 생활비 수준은 외국인 노동자 유입 확대 등을 통해 줄여나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대기업 일변도의 성장 정책보다는 중소기업에도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장기적으로 안정된 성장을 이룩할 수 있다는 점도 빼놓지 않았다. 부산 특별취재단
  • 대법관 후보 3人 임명동의안 가결

    국회는 16일 오후 본회의를 열어 김황식·박시환·김지형 대법관 후보자 3명의 임명동의안과 올해부터 수능시험 부정자의 응시자격을 1년간 제한토록 한 고등교육법 개정안 등 17개 계류법안을 통과시켰다. 국회 법사위는 17,18일 양일간 정상명 검찰총장 내정자의 인사청문회를 갖고, 임동원·신건 전 국정원장 구속의 형평성 문제와 배우자의 부동산 매입·소득세 탈루 의혹 등을 따질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이날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에서는 ‘코드인사’논란으로 한나라당이 반대당론을 결정한 박 후보자가 총 투표수 272표 가운데 찬성 159, 반대 104, 기권 2, 무효 7표를 얻었다. 김황식·김지형 후보의 임명동의안은 각각 243·234표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그러나 당초 이날 본회의에서 처리할 예정이었던 쌀관세화 유예협상 비준 동의안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합의로 상정되지 않았다.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오는 23일 2006학년도 수능시험부터 부정행위를 하는 수험생에게 시험 응시를 1년간 제한하고 40시간 이하의 인성교육을 반드시 이수토록 하는 내용의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처리했다.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취업·재기 막는 ‘1201코드’ 낙인

    취업·재기 막는 ‘1201코드’ 낙인

    한번 실패한 사람의 재도전을 허용하지 않는 사회.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다면 시작도 있을 수 없다. 절망을 넘어 경제적 재기를 찾아 선택한 파산이라는 길. 개인파산 신청 1만명을 넘은 지난해 파산 실태를 탐사보도한 서울신문은 올해에는 파산 이후 재기를 어렵게 하는 장벽과 면책 이후에도 ‘불량 인생’의 굴레에 갇힌 파산자들의 ‘희망찾기’를 5회에 걸쳐 짚어본다. 탐사보도팀은 1998년 초기 파산자 182명에 대한 7년 후의 현재를 추적, 그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노력했다. 또 전국 법원의 개인파산 담당판사와 면책자 2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복귀할 방법과 대안을 모색해 봤다. “제 세대에 금융 전과자라는 낙인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한창 일할 나이에 재기의 기회마저 막는 건 너무 가혹합니다.”(41·면책된 중소업체 사장) “파산자 딱지가 붙은 사람은 은행도 갈 수 없습니다. 파산을 하기 전 세금을 내고 살았습니다. 나랏돈을 받고 싶지 않지만 뭘 하며 어떻게 살까요.”(39·모자가정 이혼 주부) “면책을 받았지만 먹고살 길이 막막합니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기관은 불이익을 받지 않으면서 왜 개인에게는 감당할 수 없는 낙인을 찍습니까.”(35·파산한 회사원) ‘주문, 파산자를 면책한다.’ 빚이 탕감된 면책자의 꿈은 ‘경제적 재기’이다. 그러나 한번 찍힌 불성실의 낙인은 이들을 빚에서만 벗어나게 할 뿐 파산자라는 굴레에 가두고 있다. 무일푼에서 시작한 새 출발은 면책 후 금융거래 소외, 직장마다 따라다니는 ‘파산 꼬리표’ 등 차별의 장벽 앞에 무너지기 일쑤다. 민주당 김효석 의원은 “기업주는 한번 망해도 재기를 하면 칭송을 받지만 일반 서민은 파산을 하고 면책이 되어도 일상적인 경제활동마저 막혀 재기가 쉽지 않다.”면서 “이들이 기초생활수급자로 떨어진다면 또다시 정부의 부담이 되는 만큼 정부와 금융권은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98세 노모와 자녀 등 6명의 가장인 최병진(42·가명·보험설계사)씨. 그는 올 1월 완전면책을 받고 희망의 환호성을 질렀다. 지난 5년동안 그를 눌러왔던 원금 5000만원과 눈덩이처럼 불어난 이자 8000만원이 사라졌다. 국가가 “나를 도와준다.”는 생각과 가족의 격려로 그는 생계 전선에 뛰어들었다. 면책 이후 1년이 다 돼가는 요즘 최씨는 자신이 면책신분임을 알리는 ‘1201’코드가 따라다니는 ‘금융전과자’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낀다. 내 통장에서 내 돈을 인출할 수 있는 직불카드마저 만들 수 없었다. 그가 상담한 은행만 4곳.1곳만 빼고 모두 “직불카드마저 자격이 안 된다.”는 답변만 듣고 돌아섰다. 최씨는 자기 이름으로 할부거래도 불가능하다. 통화료 할인 광고에 번호이동을 위해 이동통신사를 찾았지만 “파산자이시네요.”라는 답변만 들었다. ●주택금융공사 보증 있어야 전세대출 “고객님은 사망자이거나 파산자입니다.”(A은행에 기재된 특수기록) 작은 광고회사 직원이었던 유지영(가명·32·여)씨는 지난 9월 남편(31)과 함께 소액 전세자금 대출 1000만원을 신청하려다 눈물만 삼켰다. 그녀는 지난해 11월 사기로 진 빚 3000만원을 갚지 못해 면책을 받았다. 유씨 부부는 전세 700만원의 단칸방을 방 2개짜리 전세로 옮길 계획이었다. 연봉은 적어도 신용만큼은 깨끗한 남편의 대출은 가능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러나 A은행은 남편뿐만 아니라 유씨의 신용까지 확인했다. 모니터에‘1201’코드가 뜨자 1000만원 소액대출의 꿈은 사라졌다.1201코드는 금융기관에서 면책을 받은 파산자를 7년 동안 관리하는 일명 ‘특수기록’이다. 유씨는 “나 때문에 남편마저 대출을 받을 수 없다는 걸 확인하자 앞이 캄캄했다.”면서 “시댁에서 알까 두렵다.”고 말했다. 중국집 요리사 박성수(가명·31)씨는 지난 6월 500만원짜리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기 위해 B은행에 갔다가 “부인 때문에 어렵겠다.”는 말을 들었다. 그의 아내는 올해 5월에 면책된 파산자. 이들에게 ‘신용 연좌제’는 미래마저 계획할 수 없는 장벽이다. A은행 관계자는 “전세자금은 주택금융공사가 신용보증서를 발행하지 않으면 대출이 불가능하다.”면서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의 신용도 참고하며 특수기록 보유자는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쫓아다니는 파산 꼬리표 반년 전만 해도 대기업 과장이었던 윤상구(가명·37)씨. 그는 지난 5월 면책 결정을 받고 복권됐지만 쓰라린 좌절을 맛보고 있다. 파산자라는 신분이 회사에 알려지면서 입사한 지 50일 만에 해고됐다.1993년 대기업에 입사한 윤씨는 금융자산관리사 자격증을 땄다.2002년 명예퇴직을 한 뒤 투자상담사가 됐다. 그러나 고객 20여명의 투자금 2억원이 3개월 만에 반토막이 나자 손실금만 떠안은 채 퇴사했다. 미처 갚지 못한 주택 융자금 6000만원은 돌려막기를 한 지 1년 반 만에 1억 500만원이 됐다. 면책 절차를 밟고 있던 중 희망이 생겼다. 대기업 재직 경력을 인정받아 올 3월 과장으로 동종 업체에 스카우트됐다. 입사 서류 어디에도 그의 ‘과거’는 드러나지 않았다. 두달여가 지난 4월말. 인사팀에 그의 과거가 알려졌다. 윤씨는 인사팀에 경위서와 면책 결정문을 제출하며 호소했지만 해고는 피할 수 없었다. 이후 취직을 하려고 해도 번번이 떨어지고 있다. 윤씨는 “정상적으로 살아갈 기회마저 박탈당한 느낌”이라고 착잡한 속내를 털어놨다. 안동환 이효연기자 sunstor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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