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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축가의 생활 탐험] 나의 노래, 우리의 노래

    [건축가의 생활 탐험] 나의 노래, 우리의 노래

    글 황두진 건축가 ’동물원’이라는 그룹이 있다. 80년대에 대학을 다녔던 세대들 사이에서는 아직도 꽤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그룹이다. 공식적으로는 해체했지만 종종 멤버들이 다시 모여 콘서트를 갖는 것으로 안다. 이들을 아주 전문적인 음악인들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오히려 그런데에 그들의 매력이 있는 듯하다. 동물원 특유의 매력, 그것은 특히 가사에서 잘 드러난다. <시청 앞 지하철역>이란 노래는 제목 그대로 시청 앞 지하철역에서 옛날 여자친구, 혹은 애인을 우연히 만나 짧은 대화를 나누는 내용이다. ‘이미 두 아이의 엄마’가 된 그녀. 그러니 노래하는 사람도 학교를 졸업한 지 오래된 사회인일 것이다. 여전히 젊기는 하지만 이미 기성세대의 삶에 깊숙이 편입되어 있는 그들. 그런 이들에게 정말 일어날 듯한, 그러면서도 여전히 특별할 수밖에 없는 해후를 이 노래처럼 실감나게 그린 예는 별로 없는 듯하다. <혜화동>은 또 어떤가. 가사를 자세히 음미해 보면 대략 이런 상황이 떠오른다. 어린 시절 강북 혜화동 일대에서 함께 놀던 친구들이 그 사이 여의도로, 강남으로 전학을 갔었는데 그중 하나가 이제 해외로 이민을 가게 되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예전에 뛰어놀던 혜화동으로 친구들을 불러 모은다. 그 떠나는 친구를 만나러 혜화동으로 가며 부르는 노래인 것이다. 혜화동 1번지 보성중학교를 다녔던 나에게 이 노래는 정확히 나, 그리고 내 친구들을 위한 노래였다. 짧은 노래 한 편에 서울이라는 도시의 발전사가 그대로 압축되어 있기도 하다. 대체로 동물원의 노래에서는 80년대의 최루탄 냄새가 잘 나지 않는다. 그래서 종종 동물원은 ‘비운동권 386을 위한 그룹’으로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은 일상적인 삶을 그렸고, 그 배경의 풍경을 정확히 묘사했으며, 무엇보다 자기 세대를 위해 노래했다. 이제는 유행이 많이 지난, 이 그룹에 대해 새삼 이야기하는 이유는 이렇다. 나는 이제 40중반이다. 40대가 인생의 황금기라고 한다면 이제 절반이 지나간 셈이다. 굳이 뭐가 그리 황금기적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 30대 이전에는 이룬 것이 있기 어렵고, 50대에 접어들면 무엇보다 몸이 이전 같지 않기 때문에 40대를 그렇게 부르는가 보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40대는 참으로 척박한 삶을 산다. 간단히 말해서 대부분의 시간을 일을 하거나 혹은 술을 마시는 데 쓴다. 그래서 40대의 문화라는 것은 참으로 빈약하기 짝이 없다. 조사를 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아마 가장 문화비 지출이 적은 세대가 40대일 것이다. 하지만 40대가 결코 일하는 기계나 향락적인 소비 계층만은 아니다. 반짝반짝하는 삶의 순간들이 있어야 하고 또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다. 다만 이를 이야기하고 노래할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것이 문제다. 나의 노래, 우리의 노래에 대한 갈증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내가 잘 몰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내 나이 또래를 위한 노래란 정말 찾아보기 어렵다. 굳이 젊은 세대와 코드를 맞추겠다고 힙합을 억지로 듣는 것도 우습고, 그렇다고 흘러간 옛 노래를 부르자니 뭔가 지금의 시대와 맞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점점 노래방이 시들해진다. 물론 드물게 시대와 연령을 초월하여 공감을 일으키는 노래들이 있기는 하다.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 같은 것이 그런 예가 아닌가 한다. 하지만 역시 내가 살고 있는 이 시대의 감성은 아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렇다. 함께 나이 먹어 가는 같은 세대로서, 나와 우리의 이야기를 담은 우리의 노래를 부르는 그런 사람들이 좀 있었으면 좋겠다. 그것도 지속적으로 창작을 꾸준히 하는 경우라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다. 데뷔곡을 대표곡 삼아 평생을 불러대는 경우는 좀 아니었으면 한다. 하지만 가수들도 내 나이가 되면 다른 사업을 하거나 더 이상 음악적으로 발전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간혹 콘서트를 가봐도 결국 대부분의 레퍼토리는 이미 한참 지난 것들이다. 현재형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창작곡을 들을 기회가 별로 없다. 그래서 뭔가 가슴 속이 허전하다. 그런 점에서 조용필과 같은 세대의 사람들은 그나마 행복했던 것 같다. 유래 없이 장수한 이 가수 덕에 지속적으로 함께 나이 먹어 가는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아마 미국에서는 프랭크 시나트라가 그런 사람이었을 듯 하다. <참 좋은 해였네(It Was a Very Good Year)>나 <나의 길(My Way)> 같은 노래가 어찌 얕은 연륜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던가. 나는 지금도 우리 사회에 혹시 내 20대의 동물원에 해당하는 그런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그래서 나와 같은 40대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를 바란다. 나의 노래, 우리의 노래를 잃은 바로 그 세대에게 노래를 다시 돌려주었으면 한다.     월간 <삶과꿈> 2007.02 구독문의:02-319-3791
  • “화를 내며 웃는 일본남자 많더라”

    “화를 내며 웃는 일본남자 많더라”

    『우리나라가 최고예요』-가수생활 10년에 첫 외국나들이로 한달동안 일본을 다녀온 가수 김상희(金相姬·27)의 귀국 첫마디. 일본「도꾜」의「힐튼·호텔」『아리랑 페스티벌』에 참가, 아낌 없는 찬사와 갈채를 받고 돌아온 김양은 지금 동남아 여러나라에서 초청장이 쏟아져 입이 함박만큼. 8월초「홍콩」으로 떠나 2개월쯤 동남아 순회 공연길에 오른다는데-. 한달 일본(日本)에서 공연 원·맨·쇼 인기얻고 『지난 7월13일 꼭 한달만에 집에 왔더니 아기가 날 못알아보잖아요? 왈칵 눈물이 났어요. 나쁜 엄마죠?』 6월12일부터 7월12일까지「힐튼·호텔」「나이트·클럽」에 출연, 노래도 부르고 MC도 보고 짤막한「원·맨·쇼」의 묘기도 보여 단연 인기 최고였다는 김상희. 본명은 최순강(崔純江).풍문(豊文)여고를 거쳐 65년 고려대(高麗大) 법과 졸업. 대학 1학년 때 KBS 전속가수모집에 합격, 손석우(孫夕友) 작곡 『텍사스·툴라』라는 노래를 불러 가요계에「데뷔」한 뒤로 미모의 여학사 가수 김양은 단숨에 정상에 올라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인기는 변함이 없다. 『경상도 청년』『처음 데이트』『대머리 총각』『울산 큰애기』『빨간 선인장』등 헤아릴 수 없는「히트」곡과 함께 취입한 곡만 1백여곡. -이번 일본 공연은? 『가수 생활 10년만에 첫 외국공연이었죠. 처음에는 6월12일부터 28일까지 보름동안 계약했었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으니까 15일 연장계약 했어요. 그리고 제 공연을 본 여러나라의「매니저」들이 계약을 교섭해 오고…』 -일본 공연 조건은? 『하루 40분간 1회를 하고 1백「달러」였어요. 그런데 그 40분이라는 게 정말 땀나는 시간이더군요. 조금도 쉴틈 없이 노래 부르고 MC도 보고, 「원·맨·쇼」예요. 우리나라에서는 좀 쉴 수도 있고 여러가지도 여유가 많잖아요? 그런데 일본은 그게 아니더군요』 기술적인 면 앞섰지만 재질은 우리가 월등해 -「레퍼터리」는?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특히 일본은 무대에 따라서「팝·송」이 먹히는 곳, 뽕짝이 먹히는 곳의 구분이 뚜렷하더군요. 제가 출연했던 「힐튼·호텔」은 80%가 외국인이라서「팝·송」이 주무대였어요. 그래 주로「팝·송」을 불렀고 우리 민요 몇 곡하고 제 노래로는 「대머리 총각」「빨간 선인장」「어떻게 해」「당신을 알고부터」등 4곡을 불렀어요』 -일본의 가요계는? 『돈이 참 많아요. 한번만「히트」하면 그대로 백만장자에요. 돈이 많으니까 의상이 굉장히 좋고 또「어레인지」도 기가막혀요. 하지만 가수들의 음색(音色)은 단연 우리가 월등해요. 기술적인 면은 우리보다 훨씬 앞서 있지만 음악적인 자질은 우리가 나아요』 -가요의 경향은? 『가지각색이에요. 저마다 뚜렷한 개성을 보이려고 노력하고 있더군요. 우리나라의 경우를 보면 어떤 것이 좋다하면 너도 나도 모두 그 흉내를 내려고 드는데 그네들은 전혀 그런 기색이 없어요. 무엇보다 개성을 살리는데「포인트」를 두고 있어요. 예를 들어 처음「데뷔」할 때 바지를 입고 나왔다 하면 끝까지 바지차림이에요. 모방하는 기색은 전혀 없는 것 같았어요』 -일본 사람들에 대한 인상은? 『우리가 상상하고 있는 것처럼 사치하지않더군요. 낮에 빛깔이 요란한 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을 볼 수가 없었어요. 참 검소해요. 사는 집에 가보아도 살기에 편하게 꾸며져 있기는 하지만 사치한 면은 보이지 않았어요』 홍콩·태국과 공연계약 연말엔 하와이 공연도 『일본에서 10대 재벌이라는 사람 집을 보았는데 겉 모양이 너무나 수수한데 놀랐어요. 우리나라처럼 궁궐 같은 집은 없었어요. 그런데 사람들은 너무 과잉 친절이랄까요, 생글거리기만 해요. 화를 내면서도 웃는 것 같아요. 너무 그러니까 싫더군요. 더구나 남자들이 그러는 데는 좀… 무뚝뚝한 것 같지만 우리나라 남성들이 훨씬 품위가 있고 인간미가 풍기는 매력이 있어요』 -일본 여자들은? 『한마디로 매끄러워요. 놀라운건 담배를 많이들 피우더군요. 그런데 일본 남자들은 그걸 몹시 싫어하는 눈치예요. 한번은 일본남자에게 물어보았더니 여자가 담배 피우는 게 아주 못마땅하다는 거예요. 그런데 그 남자가 부인이 오니까 담배를 주면서「리이터」를 켜 주더군요. 속으로는 못마땅하게 생각하면서도 겉으로는 비록 부인에게일지라도 친절히 대하는 생리, 그게 미덕인지 위선인지…』 -일본에서 곤란했던 점은? 『음식이었어요. 위경련까지 일어나 정말 혼났어요. 처음으로 집에 전보를 쳤죠.「미스터」유(남편 유훈근(柳勳根)씨·MBC-TV 프로듀서)가 날아 오는등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는데 아뭏든 음식도 우리나라 음식이 최고예요. 위경련이 나니까, 의사는 김치를 먹지 말아야 한다는 엄명이었는데, 그러면 노래가 안 나오는 걸 어떡해요 』 -다음「스케줄」은? 『8월9일「홍콩」으로 가서 그 곳「힐튼·호텔」에서 1개월 그리고 태국「방콕」의「힐튼·호텔」에서 1개월씩 계약이 돼 있어요. 이번 일본 공연때 계약한 거예요. 그것이 끝나면 다시 일본에 가서「레코드」취입을 할예정이고 연말쯤「마닐라」하고「하와이」를 돌아볼까해요』 남편 대머리 될까겁나·시댁의 사랑을 독차지 -그러면 아기는? 『제일 걱정이어요. 어머님(시어머니)이 잘 돌봐주시니 다행이긴 하지만…』 KBS「프로듀서」로 있던 유훈근씨의「프로」MC를 맡은 것이 인연이 되어 68년 결혼. 유씨는 전 국회의원 유청(柳靑)씨의 아들. -시아버지와는? 『따로 살고 있는데 하루에 한번씩 꼭 문안을 가요. 저를 굉장히 귀여워해주셔요』 -김양의 노래중 시아버지가 좋아하는 곡은? 『며느리 노래니까 빼놓지 않고 모두 들으시기는 하지만 좋아하시지는 않나 봐요. 그 증거로 한번도 아버님이 제 노래를 부르시는 걸 못 봤거든요. 주로 흘러간 노래를 좋아하시나 봐요』 -지금 고민이 있다면? 『「미스터」유의 머리가 자꾸 빠져 대머리가 될까봐 겁나요. 제가 대머리 총각을 불러서 그러는지 자꾸만 머리가 빠져요. 아무래도 「머리숱 많은 총각」을 불러야 할까보죠』 [선데이서울 70년 8월 2일호 제3권 31호 통권 제 96호]
  • [‘공룡’ 중국이 쫓아온다] (3) 전자부문

    [‘공룡’ 중국이 쫓아온다] (3) 전자부문

    ‘68대 5’. 중국과 한국의 주요 휴대전화 제조업체(로컬 브랜드 기준) 숫자다. 한국은 5개 중 삼성전자와 LG전자만 건재할 뿐이다. 팬택과 VK는 글로벌 업체들의 냉혹한 공세에 현재 구조조정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중국발(發) 저가폰이 큰 영향을 줬다. 중국 휴대전화 제조업체는 하이신(海信)·레노보·화웨이(華爲)·중싱(中興)·하이얼(海爾) 등이 대표적이다. 시장이 큰 구미에는 노키아·모토롤라 등 제조업체가 12개가량 남아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와 관련,“중국 기업군(群)이라는 거대한 블랙홀에 빨려들어가면 살아남지 못한다.”며 중국 경계심을 감추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정보통신부에 해당하는 중국의 신식산업부(MII)는 중국이 지난해 4억 2000만대의 휴대전화를 생산한 것으로 집계했다. 세계 휴대전화 판매시장 규모가 연간 10억대가량인 것을 감안하면 최소한 40%가 ‘Made in China’ 제품이다. 중국의 전자제품 급신장은 이뿐 아니다. 중국은 지난해 대략 6000만대의 노트북 컴퓨터를 생산한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세계 노트북 판매시장은 1억대가량이고, 이 중 60%가 중국산이다. 중국산 제품의 품질도 향상되고 있다. 한국산업기술재단은 중국산 유럽식(GSM) 휴대전화에서는 2년, 코드분할다중접속(CDMA)에선 1년가량 우리나라와 기술 격차가 난다고 보고 있다. 우리의 턱밑까지 바짝 쫓아오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의 한 휴대전화 제조업체는 한국·일본·미국에서 부품을 80%가량 수입해 쓴다. 나머지 20% 정도는 현지에서 조달한다. 이 회사 관계자는 “노키아 등의 외국 기업과 TCL 등 현지 업체간의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비용절감 차원에서 부품의 현지 조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 결과 중국 부품업체의 기술력 급신장이 휴대전화 품질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TV 부문에서도 중국의 추격이 매섭다. 중국 최대 TV 제조업체인 TTE는 지난해 세계시장 점유율이 9.4%였다.1위인 삼성전자 10.6%와 2위인 LG전자의 9.8%를 바짝 쫓고 있다.TTE의 2005년 세계시장 점유율 7.6%와 비교하면 성장세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이런 중국이 최첨단 기술쪽으로 눈을 돌렸다.1조달러의 외환 보유고를 바탕으로 첨단 기술을 확보한 기업을 마구 사들이고 있다. 이순철 대외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중국은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의 외환 보유 국가가 됐다.”며 “기술력이 우수한 해외기업을 인수할 ‘실탄’이 든든하고, 국가적으로도 이를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국내 플라스마 표시 패널(PDP) 기술의 원조격인 오리온PDP가 중국 창훙(長虹)전자 그룹에 9990만달러에 팔렸다.1995년 국내 최초로 PDP를 개발한 오리온PDP는 국내외 특허 100여건을 확보하고 있다. 또 2003년에는 하이닉스반도체의 액정표시장치(LCD) 사업부인 하이디스도 중국 업체인 BOE그룹에 3억 8000만달러에 팔렸다.BOE는 자금지원을 대가로 하이디스가 보유한 특허를 내놓을 것을 요구한 바 있다. 하이디스는 광시야각 등 3200여개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또 하이닉스반도체가 중국 장쑤(江蘇)성 우시(無錫)에 가동 중인 300㎜ 웨이퍼(반도체판) 공정은 중국 반도체 가운데 최첨단 공장이다. 우리가 세계 1위인 D램(전원을 끄면 저장된 데이터가 지워지는 반도체) 부문에서 안심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대목이다. 서중해 한국개발연구원 팀장은 “산업구조상 한국의 핵심 부품과 장비 수입을 늘어나게 하는 ‘중국을 얽어매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우리는 중국을 발판으로 일본과 경합하는 모델이 창출돼야 한다. 고 말했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KF16 정비정보 허위입력

    공군의 전투기 정비·관리체계가 총체적인 부실상태에 놓여 있는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달 KF-16 추락사고의 원인이 된 엔진 정비불량 사례가 공군의 직무감찰 결과 동일 기종의 다른 엔진에서도 추가로 확인된 것이다. 공군은 22일 국방부 기자실에서 가진 특별직무감찰 결과 브리핑에서 “당초 정비기록상 부실 부품이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보고된 KF-16 엔진 터빈 34개 가운데 5개를 임의로 뽑아 검사해본 결과 1개에서 사고기 엔진 터빈과 동일한 부실부품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공군은 “미 제작사가 통보한 점검대상 터빈 60개 가운데 이미 정밀조사를 마친 10개를 제외한 50개를 완전분해해 정밀조사키로 했다.”면서 “정비부실 사례가 추가로 발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 18일 사의를 표명한 김성일 공군참모총장도 전날 ‘사과문’을 통해 “직무감찰 결과 군수지원분야의 체계상 부실함을 확인했고 다수의 관련자들이 징계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사실에 충격받았다.”고 밝혀 유사한 부실사례가 공군 전체에 광범위하게 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엔진 터빈은 교체대상 부품인 ‘Z’코드 블레이드(날개) 지지대가 부착돼 있었음에도 정비사들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항공기 정비정보체계에 허위로 입력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군은 정비사들이 해당 엔진을 제대로 점검하지 않았거나 부품을 발견하고도 제작사측 교체지시를 묵살한 채 정비기록을 조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비기록 조작 사례는 지난달 13일 서해상에 추락한 KF-16 전투기 사고를 계기로 처음 밝혀졌다. 엔진 제작사인 미국의 P&W사는 1993∼1994년 제작한 엔진의 터빈 블레이드 지지대 가운데 ‘Z’코드가 적힌 일부의 열처리가 잘못돼 강도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확인하고 해당 부품을 2004년까지 교체토록 2000년에 우리 공군에 통보한 바 있다. 현재 공군은 130여대의 KF-16을 주력 전투기로 운용중이며, 엔진 터빈은 172개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50개가 정밀점검에 들어가 비행이 불가능해짐에 따라 전력공백이 불가피해졌다.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업계소식-게시판] 위스키 위조방지 ‘예스코드’ 도입

    [업계소식-게시판] 위스키 위조방지 ‘예스코드’ 도입

    윈저, 조니워커 등의 위스키를 제조·판매하는 디아지오코리아는 제품 라벨의 숫자만으로 정품임을 확인할 수 있는 ‘예스코드´(YES Code)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병의 라벨 표면에 새겨진 고유의 9자리 숫자 중에 마지막 4자리를, 비닐 보호 뚜껑에 새겨진 번호와 같게 만들어 병과 뚜껑이 바뀌는 것을 쉽게 알도록 했다. 이 기능은 윈저 12년산과 17년산에 적용된다. 디아지오코리아는 예스코드의 이해를 돕기 위해 다음 달 13일까지 홈페이지(di ageo.co.kr)에서 ‘윈저 예스 온라인 이벤트´를 한다.
  • [프렌치 리포트] (21) 개성만점 진짜 멋쟁이들

    [프렌치 리포트] (21) 개성만점 진짜 멋쟁이들

    파리 패션계의 살아 있는 전설로 불리는 실비 그랑박 여사가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하루종일 청담동 거리를 돌아보고 나서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파리에서 평생동안 볼 구치와 프라다 핸드백을 오늘 하루 동안 다 봤다.”패션 컨설턴트 심우찬씨가 들려 준 이야기다. 청담동이 아니어도 마찬가지다. 한달 월급을 다 털어도 살 수 없을 만큼 비싼 루이뷔통 핸드백을 든 여성들이 서울에선 너무 흔하다. 우리나라 여성들, 특히 20∼30대 젊은 여성들은 럭셔리한 분위기의 명품에 열광한다. 연예인 누가 무슨 브랜드의 옷을 입었느니, 어느 브랜드에서 새로 나온 핸드백의 디자인이 어떠니 하는 것이 심심찮게 그들의 화제가 된다. 명품 열풍이 오죽 심하면 ‘된장녀’라는 신조어가 나왔을까. 유행의 본고장 파리의 여성들은 과연 어떨까. 우리나라 여성들처럼 명품을 좋아할까. 그리고 유행을 중시할까. 절대 그렇지 않다. 패션의 나라 프랑스에서 ‘샤넬녀’라든가,‘루비뷔통녀’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런데도 모두 멋지고 세련돼 보인다. 비결은 어디에 있을지 유심히 분석해 본 즉 저마다 개성을 살려 자신만의 스타일을 보여주기 때문이란 결론을 얻었다. 유행이란 그들에게 무의미한 단어일 뿐이다. ●명품이 나와 무슨 상관이야? 샹젤리제에서 콩코드광장 방향으로 걸어내려와 오른쪽으로 꺾어지면 몽테뉴 대로가 나오는데 크리스티앙 디오르, 셀린느, 발렌타인, 프라다 등등 명품 매장들이 즐비하다. 콩코드 광장에서 루브르 박물관으로 이어지는 포부르 생토노레 거리도 에르메스 등 명품점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이 명품 매장을 찾는 고객들은 미국과 중동, 아시아인이 대부분이다. 일본인 관광객들이 가장 많고 그 다음이 중국인과 한국인들이다. 중국인들은 요즘 달러가 넘쳐나면서 뭉칫돈을 들고 나와 명품들을 싹쓸이해간다. 프랑스는 소위 명품이라고 하는 럭셔리 브랜드를 만들어내는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인들 가운데 명품을 사서 착용하는 사람들은 상류층이나 연예인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사람들은 이들을 부러워하기보다는 패션빅팀(패션의 희생자)으로 여긴다. 파리에서 태어나고 자란 소르본 여대생 나타샤는 언제나 청바지에 티셔츠, 운동화 차림이다. 어깨에는 모로코 여행 중에 구입한 양가죽 가방을 둘러멨다. 명품 핸드백을 사기 위해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고, 명품 쇼핑을 위해 해외여행을 가는 일은 절대 없다. 그렇지만 상큼한 젊음이 있고, 꾸밈없는 자연스러움이 있기에 누구보다 매력적이다. 중산층 가정 출신의 회사원 이사벨은 “명품이 아니어도 좋은 물건이 많은데 굳이 비싼 명품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멋쟁이 이사벨은 이른바 명품이라고 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 하지만 머리부터 발끝까지 색깔을 조화시키는 기술은 프로페셔널 뺨치게 뛰어나다. 그리고 스카프나 액세서리를 때와 장소에 맞게 적절하게 바꿔 가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을 살린다. ●유행을 따른다는 것은 개성이 없다는 뜻 프랑스인들은 세련되고 멋이 있다. 특히 파리는 세계가 인정한 멋쟁이들의 도시다.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일지에 대해서 크게 신경을 쓴다. 그런 만큼 자신을 치장하는 데 무척 공을 들인다. 여성들은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 다이어트도 하고, 운동도 열심히 한다. 햇볕이 좋은 휴일에는 공원에 나가 해바라기를 한다. 옷은 단정하게 입는다. 우체국이나 시장에 갈 때에도 말끔하게 차려입고 나간다. 딱히 외출할 곳이 없는 할머니들도 동네 슈퍼마켓에 가기 위해 화장을 곱게 하고 정장을 차려입고 의상에 맞춰 액세서리까지 갖춘다. 프랑스가 낳은 전설적인 디자이너 가브리엘 샤넬이 “우아함은 게으름의 반대말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프랑스 사람들, 특히 여성들은 자신을 가꾸는데 시간과 노력을 들인다. 그렇다고 비싼 유명 브랜드의 옷을 철따라 새로 사입는 것은 아니다. 무척 알뜰하게 멋을 낸다. 일년에 두 차례 실시되는 정기 세일을 이용해 좋은 품질의 옷들을 정가보다 싸게 구입한다. 이렇게 기본적인 옷들을 몇벌 장만한 뒤 여성들은 스카프와 액세서리로, 남성들은 넥타이나 셔츠같은 기본적인 아이템으로 자신만의 개성을 살리면서 멋을 연출한다. 프랑스 사람들의 옷입기에서 특이한 점은 유행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유행이란 영어로 하면 패션(fashion)이고, 프랑스어로는 모드(mode)이다. 유행이란 간단히 말하면 ‘집단적으로 따라입기’인데 프랑스인들은 “유행을 따른다는 것은 곧 나 자신이 개성이 없음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유행을 따르지 않는 대신 각자 자신을 드러내는 독특한 방법을 알고 있는 것처럼 코디네이션 감각은 뛰어나다. 획일성을 싫어하는 자유분방한 사고와 더불어 우아하고, 세련된 것들로 가득한 환경이 프랑스인들을 멋쟁이로 만드는 기반이 된다. 어려서부터 색채 훈련을 쌓고 옷을 입을 때도 색깔의 조화를 생각하며 입는 습관을 들이고 여기에 개성까지 가미되니 비싼 명품으로 치장하지 않아도 멋지고 근사하다. 유행을 무시하는 나라가 어떻게 패션의 본고장이 됐을까. 프랑스인들은 “획일성을 거부하는 것은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이며, 다양성을 존중하는 분위기에서 무궁무진한 창조성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한다. ●외형적인 아름다움보다는 내적 아름다움 중시 프랑스 사람들은 남자고, 여자고 ‘쉬크(chic)하다’는 평을 듣기를 좋아한다. 세련되고 우아하다는 복합적인 의미를 가진 단어이다. 예쁘다, 잘생겼다는 말보다 “그녀는(혹은 그는) 무척 쉬크하다.”는 것을 최고의 찬사로 여긴다. 프랑스인들이 지닌 쉬크한 분위기를 미국인들은 ‘프렌치 쉬크’라며 부러워한다. 프렌치 쉬크는 지성과 감성, 세련된 취향을 두루 갖춰야 표출할 수 있는 고감도의 아름다움이다. 외형적인 아름다움보다는 내면적인 아름다움이 더욱 중시되는 개념이다. 그렇기에 우아하면서도 따분하지 않고, 섹시하면서도 천박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어깨와 등을 꼿꼿하게 세우고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프랑스 여성들이 아름다운 이유다.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박성서의 7080 가요X파일] 국내 최초 남성사중창단 블루벨즈(1)

    [박성서의 7080 가요X파일] 국내 최초 남성사중창단 블루벨즈(1)

    목소리 속의 또 다른 목소리.‘열두 냥짜리 인생’,‘즐거운 잔칫날’,‘엄마야 누나야’,‘정든 그 노래’ 등으로 밝고 깊은 화음을 들려주던 남성4중창단 블루벨즈(Blue Bells). 이들이 곧 우리나라 최초(最初)이자 최장(最長)의 쿼텟(Quartet)이다. 편한 호흡처럼 느껴지면서도 그 호흡을 태우는 듯한 ‘깊은 울림’을 듣고 있노라면 1960년대 궁핍했던 시절, 대중가요가 지닌 강한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당시 우리 가요계의 큰 특징 중 하나로 오디오의 급성장을 들 수 있을 것이다.SP(축음기) 음반 시대에서 본격적인 LP 레코드 시대로 전환하는 새로운 장도 이 즈음에 열린다. 즉 하이파이 음색에서 스테레오 입체 음향의 개발과 함께 방송에서 띄우는 전파 역시 AM에서 FM이라는 보다 좋은 음질로 전환하듯 가요 역시 단시율(單施律)적인 소리에서 화성으로 접근해가기 시작했다. 블루벨즈의 등장은 이러한 소리의 변화를 담고 있는 1960년대의 상징이다. 우리나라 가요계 최초로 쿼텟, 즉 남성4중창단 블루벨즈가 첫 선을 보인 것은 영화 ‘심야의 블루스’를 통해서였다. 노필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작곡가 손석우씨가 음악을 맡은 이 영화 ‘심야의 블루스’에서 남성 4중창단 ‘블루벨즈’가 극중 인물로 설정돼 등장한다.1960년도의 일이다. 이 스크린을 통해 설정된 ‘블루벨즈’ 멤버는 손시향, 박일호, 현양 그리고 김성배씨. 말하자면 솔로가수로 이미 대중들에게 친숙했던 이들이 전혀 낯선 쿼텟으로 분장해 등장한 것이다. 가수 손시향씨는 ‘검은 장갑’ ‘이별의 종착역’ 등으로 최고 인기를 누리던 미남·미성의 가수였고 박일호(본명 박응호)씨는 1958년 ‘메아리 사랑’으로 데뷔, 역시 ‘비 내리는 일요일’ 등을 발표하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었다. 아울러 서울대 음대 출신 현양(본명 정운화)씨 역시 당시 솔로로 극장무대 등에 나서며 작곡가 손석우씨를 본격적으로 사사하고 있는 중이었고 드러머 출신 김성배씨 또한 ‘서울의 에드란제’ 라는 곡을 발표하며 본격적으로 가수 활동을 시작한 인물.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강행된 야간촬영에서 가수 현인의 노래‘꿈속의 사랑’을 함께 부르는 것으로 마지막 촬영을 끝낸 바로 그날 아침, 손시향씨는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삼천리 방방곡곡에, 삼천만의 가슴에 현대인의 우수(憂愁)를 울려주는 종’이란 뜻으로 이름 지어진 블루벨즈. 이렇게 첫 선을 보인 이들 쿼텟이 실제로 결성되어 대중들 앞에 등장하는 건 이 영화 촬영 직후 KBS 라디오 연속극 ‘시계 없는 대합실’의 주제가를 부르면서.1960년 10월, 남성4중창단의 결성을 오랫동안 꿈꿔왔던 작곡가 손석우씨의 제의에 의해서였다. 이들 멤버는 각각 멜로디 박일호씨, 당시 KBS 전속가수 2기생이었던 서양훈(바리톤)씨, 그리고 현양(베이스)씨와 김천악(하이테너·본명 김영완)씨. 이 둘은 대구 계성고 동창으로 블루벨즈 팀에 합류하며 활동을 시작했다. 이들 멤버는 모두 1935년생 동갑내기들이다. LP시대의 서막, 즉 1960년대 들어 본격적인 방송 활동과 음반 취입을 시작한 남성 4중창단 블루벨즈의 인기는 계속해서 스왈로 남성4중창단, 멜로톤, 쟈니브라더스, 봉봉 등을 잇달아 탄생시키며 우리 가요계에도 비로소 남성보컬 전성시대가 개막된다. 블루벨즈의 첫 히트곡은 ‘열두 냥짜리 인생’. 당시 노동자들에 의해 구전으로 불리어지고 있던 이 노래는 처음 극작가 김희창씨가 채보, 개사해 본인의 드라마 주제가로 사용했다.1960년대 서민들의 삶과 애환을 담은 이 노래 ‘열두 냥짜리 인생’은 블루벨즈에 의해 무반주로 취입했다. 이를테면 아카펠라의 원조인 셈이다. 블루벨즈는 특히 1960년대 서민들의 삶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라디오 드라마 주제가와 CM송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당시 전 국민이 귀를 모았던 라디오를 통해 활발한 활동을 펼치며 ‘즐거운 잔칫날’,‘고생도 달가와’ 등을 잇달아 발표한다. 특히 정전이 자주 되던 1960∼70년대, 이들의 노래는 우리네 삶의 그늘을 밝게 해주는 빛이었다. 수신기 하나만으로도 노래와 드라마를 접할 수 있었던 유일한 오락매체, 라디오가 국민들에게 큰 위안과 함께 영향력이 매우 컸던 시절, 블루벨즈는 이름 그대로 스스로는 ‘우수(憂愁)의 종(鍾)’이었으되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주는 푸른빛의 종소리’였던 것이다.(계속) 대중음악평론가 sachilo@empal.com
  • [문화마당] 코드와 의사소통/코디 최 문화이론가·화가

    언어는 인간의 문화적 현상 중에 대표적인 행동양식이다. 언어는 의사소통을 일으킴으로써 사회의 관계성 속에서 우리들 스스로를 존재하게 만든다. 또한 언어는 일정 행동양식의 의미를 재현하는 것이며, 재현된 의미는 결국에 특정한 코드(code)로 인식되어진다. 이것은 코드와 의사소통, 그리고 의미재현의 관계성을 얘기하는 것이다. 예컨대 1990년대 들어 강남을 배회하는 일부 사람들을 ‘오렌지족’ ‘야타족’ 등으로 표현했는데, 이것은 그들의 행동양식을 의사소통의 관점에서 코드로 재현한 것이다. 이와 같은 현상은 사회의 관계속에서 문화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현상을 하나의 구별된 코드로 재현하고자 했던 것이다. 따라서 구별된 코드의 형태로서 일정문화를 확고한 위치에 서게끔 하는 것이다. 다른 예로서 70년대에 등장한 ‘기사식당’은 아마도 우리나라에만 있는 유일한 존재일 것이다. 초기에는 아무런 서술구가 붙지 않은 채 ‘기사식당’이라는 문구만을 사용하며 그 존재를 알렸다. 당시에 이 식당들은 노동자층을 대상으로 하며, 실비의 가정식을 제공한다는 의미로 해석되었다. 즉 이것은 ‘기사식당’이라는 새로운 명칭을 통해 일종의 문화적 코드를 만들어 내고, 노동자층을 대상으로 한 음식점으로서 그 자리매김한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식당의 새로운 명칭을 시사하는 것 외에도 우리사회 속에서 기사계층의 집단이 형성되었다는 하나의 담론을 문화적 코드를 통해 보여주는 것이다. 이처럼 ‘기사식당’이 갖고 있는 기본 코드의 의미는 노동자층을 대상으로 실비의 가정식을 제공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었지만, 결국 기사계급이라는 하나의 집단의식을 더욱 강력히 만들어 내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문화적 코드가 만들어지면 다음 단계는 두가지의 발전과정이 나타난다. 하나는 그 코드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분석과 추리를 거치며 새로운 의미로 이동하는 현상이다. 다른 하나는 코드자체의 명칭이 진보하는 것이다. 즉 ‘기사식당’이 갖고 있는 문화적 코드의 초기 의미(노동자층을 위한 실비의 가정식 식당)와 현상(기사계급의 집단의식)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우리나라의 사회적 현실 속에 기사를 거느리고 싶어하는 귀족 선호심리, 즉 지배계급과 귀족문화를 선호하는 사회적 풍조가 기사계급을 만들어냈으며, 그 행위로 말미암아 ‘기사식당’이 출현할 수 있다는 발전된 결과로 추론되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담론적 해석의 사례를 들기 위해 택시 기사의 경우는 제외시키고 한정적 범위에서 담론적으로 접근해 보았다.) 더불어 ‘기사식당’과 같이 일반적으로 문화의 코드가 정립되면, 그 다음 단계는 코드 스스로 문화적 욕망을 갖게됨에 따라 문화적 권위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한곳에 멈추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본 코드를 디코딩(decoding: 코드의 해체와 전이)하여 새로운 의미 부여를 시도하면서 이동하게 된다. 예컨대 ‘기사식당’이라는 이름 앞에 ‘팔도 기사식당’ 또는 ‘큰이모 기사식당’과 같은 새로운 이름으로 자기중심의 권위적 추가코드(sub-code)를 부가하여 ‘기사식당’ 이라는 코드보다 ‘팔도’ 또는 ‘큰이모’라는 추가코드를 더욱 부각시키는 것이다. 즉 그 의미의 중심을 다른 곳으로 이동시킨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문화적 행위는 코드의 재현과 전이의 여행을 겪으면서 사회구조와 권력의 관계까지도 관여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문화는 한 곳에 멈춰있을 수 없는 특성을 가졌고 끝없는 담론의 여행을 즐긴다. 우리는 이같은 문화의 코드와 문화적 전이를 날마다 경험하게 되며, 각기 다른 정체성들 사이에서 그 경계를 끊임없이 부수고 재창조한다. 코디 최 문화이론가 화가
  • ‘가짜 윈저’ 꼼짝마!

    “윈저 정품인지 직접 확인하세요.”위스키 윈저로 유명한 디아지오코리아가 ‘가짜 윈저’를 추방하기 위해 팔을 걷어 붙였다. 디아지오 코리아는 윈저 12년과 17년산 병 라벨에 적혀있는 숫자만으로 정품 여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인증 시스템 ‘예스코드’를 도입한다고 20일 밝혔다. 윈저의 예스코드는 병의 라벨 표면에 고유의 9자리 숫자 가운데 마지막 4자리를 병 뚜껑 부분의 비닐 보호 캡실 표면에 동일하게 부여함으로써, 두 숫자가 일치하면 정품으로 인정하는 시스템이다.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 ‘예수 무덤’ 다큐멘터리 진실 공방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케이블채널에서 방송된 다큐멘터리 ‘잃어버린 예수의 무덤’은 기독교계는 물론 전 사회적으로 커다란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16일 오후 10시 방영되는 다큐멘터리 Q채널의 ‘래리 킹 라이브’는 ‘잃어버린 예수의 무덤’의 제작자와 만나 다양한 토론을 벌인다. 영화 ‘타이타닉’의 제작자 제임스 캐머런 감독과 캐나다 다큐멘터리 제작자 심차 야코보비치가 만든 이 다큐멘터리는 예루살렘 탈피요트의 2000년 된 무덤에서 예수와 그 가족의 유골이 발견됐다고 주장한다. 이는 예수가 숨진 지 사흘 만에 부활했다는 기독교의 근본 원리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 예수가 막달라 마리아와 결혼했다고 강조하는 ‘성혈과 성배’‘다빈치코드’‘다빈치 코드와 숨겨진 역사’등 지금까지의 이단설을 사실로 인정하는 것이어서 관심을 모은다. 1980년 이스라엘 예루살렘 탈피요트의 한 가족 무덤에서 10개의 석재 유골함이 발견됐다. 이 가운데 5개의 유골함에서 예수, 마리아, 마태, 요셉, 막달라 마리아 등 신약성서에 나오는 등장인물의 이름이 새겨진 묘비명이 나왔다. 당시 예수, 요셉, 마리아 등의 이름이 흔했다는 점을 감안해도 이 모든 이름이 같은 무덤에 한꺼번에 사용될 확률은 600분의1에 불과한 만큼 이 무덤은 예수의 것이라는 얘기다. 미국 캔터키주 남침례신학교의 앨버트 몰러 총장, 노스캐롤라이나대 샬럿 캠퍼스 종교의학부의 제임스 테이버 학장, 종교 및 시민 권리를 위한 가톨릭 동맹의 윌리엄 도노휴 의장 등이 나와 열띤 진실 공방을 벌인다.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기고] 이제는 ‘핵심재난관리다’/황정연 소방방재청 차장

    지금까지 재난관리는 3월이면 산불,5월은 놀이기구,11월이면 겨울철 화재라는 식의 포괄적인 방식으로 이뤄져 왔다. 그러다 보니 재난관리의 사각지대가 생긴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제는 재난도 핵심적으로 분류돼 관리해야 한다. 즉 발생빈도와 피해가 큰 재난을 자연·인적·소방분야별로 핵심재난으로 세분류하고, 이어 각각의 핵심재난에 따라 ‘맞춤형 관리대책’을 마련하는 것을 의미한다. 핵심재난 개념을 도입하면 계절별로 중점관리 대상이 달라진다. 가령 겨울철 화재의 경우 영세민 달동네와 비닐하우스촌, 장애인수용시설, 정신병원 화재가 핵심관리 대상이 된다. 이들 시설에 한번이라도 화재가 나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핵심재난은 계절이나 시기에 따라 달라진다. 여름철에 중점관리 대상이던 것이 겨울철에는 제외되고, 여름철에 대상이 아니던 게 겨울철에는 대상에 포함되기도 한다. 폭설의 경우도 고속도로나 비닐하우스 설해가 바로 핵심재난이 된다. 핵심재난은 크게 세가지 성격으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한번 발생하면 대형화될 사고, 둘째 대형재난은 아니더라도 사회적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사고, 셋째 사회적 취약계층이 피해를 볼 재난이다. 이들 중 사회적 취약계층은 무엇보다도 우선 보호해야 한다. 단순히 취약계층이므로 무조건 보호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생활에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재난 대처능력도 뛰어나고 각종 장비도 위험도가 적은 것을 사용하고 교육수준도 안전을 의식하고 관리할 만큼 높지만, 사회적 취약계층은 우선 먹고살기 바쁘고 교육받을 기회도 적고 하드웨어 구조나 외부환경 면에서 상대적으로 위험에 더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들을 감안해야 한다는 뜻이다. 재난관리는 미래 대비가 중요하다. 길게는 10∼20년 뒤에서부터,1년 뒤,1개월 뒤 사고를 예상해 미리 대비해야 한다. 불확실한 대형재난을 미리 최대한 차단하는 것만이 안전한 한국으로 가는 지름길이자 최대목표이기 때문이다. ‘태풍’을 총체적으로 보면 한발 앞선 대응이나 현장행정시스템 구축 등 다양한 실행계획이 적용되는 일반론적 전략으로도 접근해야 하지만, 핵심재난은 그에 맞는 전략을 적용해야 한다. 즉 태풍의 핵심재난은 낙과(落果)와 해일·선박사고 등이 해당하며, 집중호우는 농작물이나 취약하천 피해 등으로 세분화해 관리를 한다는 뜻이다. 폭설 때 비닐하우스촌과 같은 경우, 주변 소방서나 경찰서까지 참여시켜 현장지휘소(CP)개념에 따라 설해대책 홍보도 하고, 관할 소방관서에서 집중 관리하는 게 지역여건에 맞는 맞춤형 핵심재난관리가 된다. 모든 재난예방 정책을 중앙정부에서 도맡아 처리하려 하면 안 된다. 지역단위에서 담당하도록 틀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전국 각지의 재난현장에서 예방, 대처, 복구활동을 직접 지휘하고 주민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사람은 바로 해당지역 단체장들이다. 이들이 지역실정에 맞게 핵심재난을 관리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울러 국민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구체적 재난도출 및 코드분류가 핵심재난의 관건이다. 계획·홍보·모니터링·점검·평가 등 ‘핵심재난 관리대책’ 마련 또한 필수적 요건이다. 이들에 대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온라인 관리시스템 구축과 매뉴얼 제작은 두말할 나위조차 없다. 황정연 소방방재청 차장
  • 가짜 처방전으로 ‘의약품 쇼핑’

    컬러 복사기로 정교하게 위조한 가짜 처방전이 대규모로 나돌아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처방 의약품은 고지혈증 완화제 ‘리피토’, 혈압 강하제 ‘노바스크’, 관절염 치료제 ‘트라스트’(의료급여시 처방) 등이다. 향정신성의약품과 발기부전제 등 이른바 ‘해피드럭’을 제외한 약품에 대한 처방전 위조는 처음이다. 14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경기 남양주경찰서 등에 따르면 서울·경기 지역에서 의료급여 수급자의 명의를 도용해 만든 위조 처방전으로 의약품을 대량으로 처방받은 뒤 자취를 감추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김모씨 등의 명의로 K대 구로병원 등지에서 발급한 것으로 위조된 처방전은 지난달 초 경기 고양과 성남에서 간헐적으로 발견되다가 이달 들어 서울 일원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1종 의료급여 수급자의 경우 처방전만 있으면 약국에서 필요한 의약품을 공짜로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의료급여 수급자 명의의 처방전을 위조해 약국에서 공짜로 약을 얻은 뒤 이를 싼값에 약국 등 다른 곳으로 팔아넘긴다는 얘기가 나온다. 고양시 약사회 관계자는 “키 175㎝가량에 곱슬머리를 한 30대 남성이 60대 후반 김모씨 명의로 된 처방전을 갖고 관내 여러 약국을 돌며 한번에 최장 60일치, 수십만원에 달하는 수백정의 약을 수차례 타갔다.”고 전했다. 또 다른 약사회 관계자도 “성남·일산뿐 아니라 대전과 서울지역에서도 같은 수법으로 수십일치 전문의약품을 처방받은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성남시 약사회도 지난달 정모씨 명의로 된 위조 처방전이 발견돼 단속에 나섰다. 이와 관련, 서울신문이 입수한 2월5일자 K대 구로병원 명의 위조 처방전에는 트라스트 패치 56일분, 노바스크·리피토 각 60일분이 ‘김○○’(67·여·경기 남양주시)씨 명의로 처방받은 기록이 남아 있다. 남양주시 관계자는 “확인 결과 김씨는 K대 병원을 이용한 적도 없고 사건과 연관성도 없었다.”며 “위조된 처방전에 의사명, 코드, 면허번호까지 정확하게 기재돼 해당병원 이용자가 위조한 것으로 보인다. 글자체만 다를 뿐 정교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지난달 남양주시청으로부터 이번 사건과 관련해 수사의뢰를 받아 조사에 착수했다. 파악한 위조 건수만 이미 90여장을 넘긴 상태다. 현재 남양주시청은 위조 처방전으로 1430여만원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노바스크(524원), 리피토(1241원), 트라스트(900원)의 개당 가격을 감안하면 한 차례 60일치 조제(1일 1회 투약·15만 9000원)에, 신고된 90여장분을 감안하면 1439만여원의 피해액이 산출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아직 김씨 사례 외에는 공문이 발송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비슷한 사례가 이미 지역 약사회 등을 통해 간헐적으로 드러나고 있어 이번 사건 피해액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남양주경찰서 지능팀 관계자는 “지난달 26일 접수돼 아직 기초수사단계에 있다.”면서 “조직적·지능적으로 이뤄진 점으로 봐서 생계형 범죄가 아닌, 전문범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 이를 약국이나 암시장 등에 되팔아 이익을 챙길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PODS챔피언십] 전과자 캐디+그냥 산 퍼터=우승?

    12일 미프로골프(PGA) 투어 PODS챔피언십에서 2년 만에 통산 13승째를 일궈낸 46세 노장 마크 캘커베키아(미국)의 우승 뒷얘기가 화제다. 그의 백을 멘 캐디 에릭 라슨은 11년이나 감옥생활을 한 ‘마약 전과자´ 출신. 지난 1989년 브리티시오픈과 95년 벨사우스클래식 우승 등 캘커베키아와 전성기를 함께 한 라슨은 그러나 그 해 마약상의 부탁을 받고 코카인을 운반하다 적발돼 징역 13년형을 선고받았다. 면회 당시 캘커베키아는 “출소하면 다시 너를 캐디로 쓰겠다.”고 라슨에게 말했고,11년 만인 2005년 12월 라슨이 모범수로 가석방되자 그 약속을 지켰다. 투어 생활을 재개한 첫 해인 지난해엔 ‘톱10’ 한 차례에 상금도 70만 5000달러로 신통치 않았지만 둘의 신뢰엔 변함이 없었고, 결국 올해 두 차례 ‘톱10’ 진입 끝에 우승을 합작해 냈다. 라슨은 “오랜 시련을 겪는 동안 마크는 언제나 좋은 친구였다.”면서 “나를 믿고 지켜준 그에게 감사한다.”고 눈물을 흘렸다. 라슨과 함께 ‘챔피언 메이커’가 된 퍼터는 이미 3라운드 때부터 화제가 됐다. 캘커베키아는 1라운드 4오버파를 치고 난 뒤 컷 탈락을 예상, 짐을 꾸리던 도중 1주 전 혼다클래식 대회장 근처의 양판점에서 아무 생각없이 사 놓은 퍼터가 눈에 띄었다. “밑져야 본전”이라며 2라운드에 나선 그는 버디 5개를 뽑아내며 4언더파 69타로 기사회생했다. 이튿날엔 버디 10개를 쓸어담으며 코스레코드(62타)까지 세웠다. 결국 첫날 36개까지 몰아(?)쳤던 퍼트 수가 2,3라운드 평균 23개로 뚝 떨어진 게 극적인 반전의 원동력. 퍼터 구입에 쓴 돈은 256달러18센트였고, 우승 상금은 95만 4000달러였다. 한편 디펜딩 챔피언 최경주(37·나이키골프)는 이날 1오버파로 부진해 최종합계 7언더파 277타, 공동 6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기업은행 강권석행장 연임

    강권석 기업은행장이 연임에 성공했다. 이로써 연임에 성공한 첫 국책은행장이라는 기록을 남기게 됐다. 7일 노무현 대통령은 차기 기업은행장으로 강권석 현 행장을 낙점했다. 청와대는 지난 2일 강 행장과 장병구 수협 대표를 놓고 인사추천위원회를 열었으나 최종 선택을 하지 못했다. 당초 유력한 후보였던 장 대표는 청와대 인사 검증 과정에서 신변상의 문제와 코드인사 논란이 불거졌고, 강 행장 역시 ‘연임 불가’ 원칙이 걸림돌이었다. 결국 노 대통령은 고심 끝에 강 행장을 낙점했다고 알려졌다. 강 행장은 2004년 취임 이후 기업은행의 주가와 당기순이익을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올려놓는 등 눈부신 실적을 달성했다. 관가와 시장을 동시에 이해하는 몇 안 되는 인사로 손꼽힌다. 국책은행과 시중은행의 양면성을 지닌 기업은행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강 행장은 “임기 2기에는 중소기업 금융 시장점유율을 25%까지 끌어올려 중소기업 금융의 리딩뱅크 위치를 확고히 할 것”이라면서 “투자은행(IB) 업무를 통한 중소기업 지원업무 등 새로운 중기금융지원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도 증권, 보험, 카드사를 자회사로 둬야 새로운 환경에서 생존할 수 있고 중소기업 금융도 제대로 할 수 있다.”면서 “금융감독원 경영평가등급이 상향 조정되면 출자한도가 2조원까지 늘어날 수 있는 만큼, 적당한 매물이 있는지 물색하겠다.”고 덧붙였다. 강 행장은 1973년 행정고시 14회에 합격한 뒤 이듬해 재무부 기획관리실 사무관으로 공직에 입문, 이재국, 증권국, 보험국 등 주요 요직을 거쳤다. 이후 금감위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과 금융감독원 부원장 등을 역임하고 기업은행장이 됐다.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길섶에서] 3월 종달새/최태환 수석논설위원

    종로통은 늘 살아 있다. 활기가 넘친다. 청계천, 을지로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개인적으론 종묘 건너편 4가 거리가 푸근하다. 지금도 아날로그다. 풍광, 그리고 오가는 사람 마찬가지다. 어설픈 약장수가 구경꾼을 모으고, 주변 야바위꾼도 덩달아 신이 난다. 만능 세척제, 다기능 공구의 묘기꾼 역시 십수년 전 그대로다. 이렇게 정지된 공간이 4대문 안에 또 있을까. 한땐 꽤 큰 레코드 가게가 줄지어 있었다. 구하기 힘든 LP음반도 어딘가에 박혀 있었다. 가요, 클래식 가리지 않는다. 위일청 유가화 명혜원의 초기 음반을 여기서 만났다. 라벨, 사라사테, 파가니니의 다양한 버전도 이 곳에선 낯설지 않다. 하지만 이제 음반 가게는 거의 없다. 음반시장 쇠락 때문이다. 디지털의 그림자다.LP판 바늘을 구하러 자주 찾았던 가게도 한참 전 문을 닫았다. 판은 꽤 모았는데, 이따금 바늘 걱정이다. 홀로 남은 S가게의 간판이 오히려 어색하다. 그래도 거리는 지난날을 아쉬워 않는다. 봄비 뒤의 모습이 청명하다. 차이코프스키의 ‘3월 종달새’를 듣고 싶다. 최태환 수석논설위원
  • [안녕하셔요] 『선생님』의 가수 조미미(曺美美)양

    [안녕하셔요] 『선생님』의 가수 조미미(曺美美)양

    『「찬스」라는 것이 있는가 봐요. 그렇게 큰 기대를 가졌던 노래도 아닌데-』요즈음 한창 「히트」하고 있는 『선생님』(이호(李湖)작곡)의 주인공 조미미(23)는 자신도 신기하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했다. 가수생활 5년만에 찾아온 행운- 『선생님』의 「히트」에 조미미는 벌린 입을 못다물고 있다. 「뜻밖의 행운」이라고 『선생님』의 음반을 내놓은 「오아시스·레코드」사쪽은 이 「디스크」가 발매 1개월만에 3만장을 돌파했다고 자랑했다. 「레코드」계가 전례없는 불경기라고 울상인 요즈음 이 3만장 돌파기록은 확실히 사건이 아닐 수 없다. 1만장이 팔려도 「디스크」계가 온통 떠들썩한 판에 3만장이란 기록은 1년에 몇 개 나올까 말까한 「클린·히트」, 소동이 일어날 법도 하다. 조미미에게는 가수 5년만의 행운을 안겨준 셈이다. 그녀는 65년 7월 DBS의 가요 「콩쿠르」에서 1등에 입상함으로써 가요계에 「데뷔」했다. 그동안 알려진 노래로는 『강화도 처녀』(강보중(姜甫中)곡), 『삼현육각(三絃六角)』(김인배(金仁培) 곡) 『서산 갯마을』(김학송(金鶴松)곡)등이 있다. 『선생님』이 네 번째 독집이니까 독집으로 발표된 것도 근 50곡. 그렇지만 조미미의 줏가는 그다지 높은게 못되었다. 극장·방송국의 「개런티」로 따져봐도 그녀는 항상 B급 가수. 한번도 화려한 각광을 받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그녀와 비슷한 시기에 출발한 이른바 민요 삼총사가 金「세레나」·김부자(金富子)·조미미. 이들 세 아가씨중 김「세레나」는 국내 가수중 최고수입의 「달러·복스」가 돼 있고, 김부자에 대한 대중적 인기도 올해 들어 부쩍 상승해 있다. 이들 두 아가씨에 비해 침체한 느낌을 주던 조미미가 뒤늦게 「홈·런」을 날린 것은 조미미의 표현대로 『신기한 행운』. 히트하자 자가용도 그래서 조미미도 김「세레나」김부자에 이어 자가용차를 사게 됐단다. 제작사쪽에서 절반을 대주기로 약속 받고 그녀는 마땅한 「코티나」를 물색하고 있다. 가수가 「히트」하면 무엇보다 먼저 나타나는게 자가용차인데 『이제는 차 없는 허전함을 면하게 될 것같다』고. 조미미가 자가용차를 물색한다는 소식에 누구보다 반색하는 사람은 평소 그의 사생활을 아는 측근 연예인들이다. 한 작곡가는 조양이 7식구의 생계를 맡고 있는 착실한 「가장」이라면서 색다른 동정론을 폈다. 오래전에 아버지를 잃은 그녀는 현재 서울 동대문(東大門)구 창신(昌信)동에서 홀어머니, 다섯동생과 함께 살고있다. 다섯동생중 3명이 중·고등학교 재학생. 이들의 학자금과 생활비 일체가 맏딸인 조양의 수입으로 지탱되고 있다는 이야기. 한 가수는 조양의 잦은 도일(渡日)공연은 생활비의 「블랭크」를 메우기 위한 것이었다고 귀띔했다. 그녀는 68년 9월부터 69년 2월까지 일본에 있었고 올해 2월에 다시 도일, 5월초에 돌아왔다. 『일본가면 국내에서보다 2배 가까운 「개런티」를 받고 또 목돈을 가질 수 있다』고 털어놓기도. 사치 모르는 실속파 『답답한 고비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가계부를 적으며서 느끼는 보람도 커요. 돈은 벌기보다 적절하게 쓰는데서 보람을 느끼게 됩니다』- 살림꾼다운 체험담. 그녀의 가장 큰 즐거움은 『동생들이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성적표를 들고 돌아올때』라는걸로 보아 이 맏딸 가수의 심경을 알 수 있다. 사실상 조미미가 연예계에서 받는 귀여움은 이 살림꾼적인 착실한 성격 때문인 것 같다. 조금 인기가 오르면 사치와 허영에 들떠 날뛰는 것 같은 속성이 그녀에게서는 거의 찾을 수 없다. 돈에 관한 한 『미장원에도 안간다』는 실속파. -결혼은? 이 물음에 조양은 『요즈음 들어 그 문제를 자주 생각하게 된다』고 털어놓았다. 『좋은사람 나타나면 결혼하고 싶어요. 혼자 뛰어다니느라면 벅찰 때가 많고 자연 외로운 생각도 들어요』 - 좋은 사람 이란? 『첫째 나를 「리드」해줄만한 사람, 연예인은 가급적 피하고 되도록 사업가였으면 좋겠어요. 가난한 생활은 짜증 날테니까, 재산 없는 것보다 있는 편이 좋고-』 [선데이서울 70년 7월 12일호 제3권 28호 통권 제 93호]
  • 금융권 또 ‘관치금융’ 논란

    관치금융 논란이 금융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박병원 전 재정경제부 제1차관이 6일 우리금융 회장 최종 후보로 결정된 데 이어 인사를 앞둔 우리은행장과 기업은행장에 각각 박해춘 LG카드 사장과 장병구 수협 대표가 내정됐다는 설이 파다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들 금융기관 노동조합에서는 파업 선언과 함께 재공모를 주장하고 있다. 최근 눈부신 실적을 올렸음에도 불구, 외부 인사가 ‘점령군’처럼 수장에 앉는 것에 대해 은행 내부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코드인사 철회 않으면 총파업” 최근 인선에 대해 가장 강하게 반발하는 곳은 은행 노조들. 삭발식, 노숙 시위뿐 아니라 금융노조 차원에서의 공동 대응까지 벌이고 있다. 지난 5일 우리·기업·경남·전북은행 노조는 5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우리금융 회장·행장과 기업은행장 선임에 대한 공모제가 청와대와 재정경제부 등의 밀실 야합과 나눠먹기 창구로 전락했다.”면서 “낙하산·코드·보은 인사 등이 철회되지 않을 경우 총파업 등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은행 노조는 최근 성명서를 내고 “언론에서 언급된 ‘코드인사’ 등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으며, 지금까지의 행장 공모·추천절차가 형식적이고 들러리 세우는 작업으로 변질되고 있다.”면서 “내부 정서와 기업은행의 미래,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하면 사전내정설에서 자유롭지 못한 은행장 임명은 결코 적절치 못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업은행장은 시중은행장과 달리 국가시책을 수행하기 위한 고도의 전문성과 도덕성 등을 요구하는 고위공직자인 만큼, 노조가 나서서 추천후보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진행할 것”이라면서 “정부는 허울뿐인 공모제를 통한 인선을 중단하고 재공모를 통해 합리적 판단에 입각하여 자율성과 책임성을 보장하는 은행장 인사를 단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리은행 노조원 30여명은 6일 우리금융 회장 후보확정 기자회견이 열린 명동 은행회관 14층 회의실 앞에서 연좌농성을 벌이고 ‘박병원 전 차관의 후보 확정은 관치금융이 부활한 낙하산 인사’라면서 사퇴를 촉구했다. 한편 장 대표는 아들의 이중국적과 병역 문제가 기업은행장 선임 과정에서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순익 1조원 회사 외부인사 내정 웬말” 은행 내부의 분위기도 좋지 않다.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1조원을 넘는 성과를 냈다. 구조조정 대상이 아닌 ‘A’ 성적을 받은 회사의 사령탑에 외부 인사를 앉히는 게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기업은행이 국책 금융기관이지만 일반 시중은행과 똑같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면서 “민영화까지 앞둔 상황에서 능력이 아닌 권력층과의 친소 여부를 은행장 검증의 잣대로 삼았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의 책임을 누가 질 것인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경원대 경제학과 홍종학 교수는 “인사위원회 대다수를 ‘예스맨’으로 채운 뒤, 정권에 친화적인 인사를 임명하려는 최근의 행태는 명백한 관치금융에 해당한다.”면서 “의사결정 권한이 있는 위원회에도 시민단체 등 국민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재계총수들 국제대회 유치 나섰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다음달 23일부터 27일까지 중국 베이징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리는 국제경기연맹총연합(GAISF) 주관 ‘스포츠어코드’ 행사에 초청을 받고 참석을 적극 고려하고 있다. 이 행사에는 전세계 100여개국의 국제경기연맹 관계자를 비롯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등 스포츠계 인사들이 참석한다. 삼성그룹의 핵심 관계자는 5일 “특별한 일이 없으면 이 회장은 참석할 것”이라면서 “참석하면 IOC위원 자격으로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노력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회장이 5년여만에 중국을 방문하려는 것은 현지 공장을 방문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목적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도 2012년 여수 세계박람회 유치 지원에 발벗고 나섰다. 한번 쓴 맛을 본 만큼 이번에는 기필코 유치에 성공한다는 각오다. 정 회장은 5년 전 ‘2010년 여수박람회 유치위원장’을 맡았었다. 법원 판결 등 안팎 사정으로 올해는 ‘고문’으로 물러났지만, 박람회 유치에 쏟는 애정만큼은 남다르다. 공·사석에서 “2012년 유치로 (5년 전 실패를)만회하겠다.”고 공언할 정도다. 이달 안에 여수 박람회 유치 자체 태스크포스팀을 그룹에 설치할 계획이다. 세계박람회기구(BIE) 사무국이 있는 프랑스 파리에도 전담 사무소를 두기로 했다. 유럽지역 모터쇼나 신차 시승행사에 BIE 회원국 주요 인사들을 초대, 수시로 여수 준비상황을 소개함으로써 분위기를 돋운다는 전략이다. 서울 계동 현대차 사옥에는 ‘2012년 여수 세계박람회’라는 대형 현수막이 벌써 내걸렸다.최용규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DJ ‘무대’로 돌아오다

    DJ ‘무대’로 돌아오다

    현 정권 들어 정치의 중심무대에서 비켜서 있던 김대중(DJ) 전 대통령과 동교동계, 민주당이 스포트라이트 안으로 성큼 진입하고 있다. 권노갑·박지원·김홍일씨 등 측근과 아들의 지난달 특별사면으로 더 이상 청와대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진 DJ가 민감한 정치적 발언을 불사하고, 정치권이 이에 즉각 반응하면서 생긴 현상이다.DJ는 사분오열된 호남 민심을 결집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정치적 코드’라는 점에서, 그리고 DJ의 수족인 동교동계는 백전노장의 ‘정치적 유기체’라는 점에서 대선에 미칠 영향이 간단치 않다는 분석이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전 의장이 지난 3일 권노갑씨를 만나 ‘화해의 손길’을 내민 것은 현재 DJ와 동교동계의 위상을 반영하기에 충분하다. 정 전 의장은 과거 DJ의 면전에서 권씨를 공격한 ‘악연’이 있다. 현재 당내에서 ‘2선 퇴진’ 압력을 받고 있는 정 전 의장으로서는 ‘DJ-동교동계-호남’을 기사회생의 탈출구로 상정할 법하다. 그동안 정계개편의 들러리쯤으로 치부돼온 민주당의 몸값도 치솟는 분위기다. 열린우리당 이석현 의원은 4일 “대통합의 순서는 민주당과의 통합이 선결조건”이라고 했고, 집단탈당파의 최용규 의원도 열린우리당보다는 민주당과의 통합을 우선시한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구애(求愛)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열린우리당 탈당파 역시 DJ의 영향권 아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정계개편의 판도 자체가 변화할 가능성도 있다.DJ가 지난달 28일 선도탈당파를 만난 자리에서 “(범여권의)단일한 통합정당을 만들거나 선거연합을 이뤄내 단일후보를 내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한지 이틀만에 천 의원 등이 즉각 ‘4·25 재보선 단일후보’를 제의하고 나선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종적으로 DJ가 대선에 발을 깊숙이 담그기로 작심한다면 범여권 정계개편은 친노(親盧)-반노(反盧)의 메커니즘에서 친DJ-반DJ의 역학관계로 재편될 수도 있다. 나아가 경우에 따라서는 ‘연출자 노무현’과 ‘연출자 DJ’가 충돌하면서 전·현직 대통령이 중심무대에서 혼전을 벌이는 보기 드문 광경이 펼쳐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상연기자 carlos@ seoul.co.kr
  • 할리우드 영화와 노벨상 문학코드,무슨 관계가 있나?

    할리우드 영화와 노벨상 문학코드,무슨 관계가 있나?

    글 최정호 한양대 겸임교수, 경영학 박사, 《CEO여, 문화코드를 읽어라》의 저자 매년 10~12월이면 노벨문학상 선정 발표와 번역판 출간, 수상식 등이 문화 관련 뉴스의 초점의 하나가 된다. 세계 엘리트 문화의 진원지의 하나를 노벨문학상이라고 할 수 있다면 세계 대중문화의 막강한 리더로는 할리우드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들 두 문화세력 간에 서로 윈윈의 공생관계가 있을 법하였으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참고로 유럽 영화계에서는 간혹 노벨상 수상작을 영화로 다루는 실험이 있었다. 핀란드의 카스퍼 레데(Caspar Wrede) 감독은 1970년 솔제니친의 노벨문학상 수상작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를 그가 노벨상을 수상한 같은 해에 영화화하였다. 독일의 폴커 슐렌도르프 (Volker Schloendorff) 감독이 노벨문학상 수상작인 자기 나라 작가의 작품 두 편을 골라 일찍이 영화화하였다. 즉 귄터 그라스의 《양철북(1979년)》과 하인리히 뵐의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1975년)》를 각각 영화화하였다. <양철북>은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과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등을 휩쓸었다. 그런데 실은 소설 《양철북》의 영화화 이후 20년이 지난 1999년에 와서야 귄터 그라스는 거꾸로 동명 소설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것이다. 그라스는 영화의 후광으로 수상에 플러스를 받은 셈이다. 독일에서 태어나 오스트리아에서 활약하고 있는 영화감독 미카엘 하네케가 오스트리아의 반체제 작가 엘프리데 옐리네크(Elfriede Jelinek)의 소설에 근거한 <피아니스트>(2001, La Pianiste, 일명: 피아노 치는 여자)를 영화화하였었다. 이 영화는 2001년 프랑스 칸 영화제 등 중요 영화제를 휩쓰는 성공을 거두었고, 그 후 2004년에 와서야 원작자인 옐리네크는 노벨문학상을 받는다. 참고로 이 영화는 아카데미 감독상 수상의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반나치 영화인 2002년 작인 <피아니스트>와는 전혀 별개의 영화이다. 하여튼 원작의 영화화가 앞서 가고 그 덕분에(?) 노벨문학상을 받는 역주행이 반이었다. 한편 할리우드는 과거 한때에 미국 출신의 노벨상 수상작가의 작품을 간헐적으로 영화화하였었다. 거슬러 올라가면 1949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윌리엄 포크너의 소설 《음향과 분노》를 1959년 영화화하였고, 1962년 수상자인 존 스타인벡의 소설 《에덴의 동쪽》을 그가 노벨상을 받기 전 일찍이 1955년에 영화화하였다. 그의 소설 《분노의 포도》는 이미 1940년에 영화화되어 존 포드 감독은 아카데미 최우수 감독상을 수상했다. 특히 할리우드는 미국 태생의 1953년 노벨상 수상자인 어네스트 헤밍웨이의 작품에는 집중적인 성의를 보였다. 그가 수상하기 전에 이미 《무기여 잘 있거라》(1932),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1943), 《가진 자와 못 가진 자》(1944, To Have and Have Not), 《킬러》 (1946), 《킬리만자로의 눈》(1952) 등 5편이 영화화되었다. 그가 수상한 이후에는 《태양은 또 다시 떠오른다》(1957), 《노인과 바다》(스펜서 트레이시 주연(1959), 안소니 퀸(1990) 주연, 두 차례), 《무기여 잘 있거라》(1957년 리메이크), 《킬러》(1964년 리메이크) 등 5편이 영화화되었다. 결국 10편이나 영화화된 셈이다. 미국작가들의 영화화도 노벨상 수상 이전에 주로 이루어졌다는 역주행성이 대부분이었다. 그 후 할리우드는 소련의 좌익 공산 혁명과 그 이후의 볼셰비키 정권 치하의 우파적 로망을 다룬 소련의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노벨상 수상소설 《닥터 지바고》를 1965년에 영화화한 이후 거의 40여 년 간 노벨 문학상 수상작을 영화화한 적이 없이 침묵을 지켜왔다. 세계 대중문화를 리드하는 할리우드가 노벨문학상을 왜 이렇게 백안시했을까? 작품들이 영화화하기에는 난해성이 많은 작품들로 구성된 수상작들 자체에 일차적 책임이 있을 수 있겠다. 나아가 좌파 반체제를 선호하는 노벨상의 추세적 경향에서 할리우드 코드와의 서로 다름에 비추어 할리우드가 노벨문학상 작품의 영화화에 전혀 의욕을 보일 수 없었으리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1994년 일본의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에겐자부로는 스스로 좌파임을 언행으로 보이고 있고, 2000년 수상자 가오싱젠은 나중 전향하였다고 하였지만 원래 중국 공산 당원이었다. 독일 사회당을 옹호한 1999년 수상자인 귄터 그라스는 최근 이라크 전쟁에 즈음하여 부시 미대통령을 오사마 빈라덴보다 더 위험한 인물이라고 험담을 해대기도 했다. 자신을 공산주의자라고 밝힌 바 있는 포르투갈의 주제 사라마구는 98년 말 노벨 문학상을 받기가 무섭게 99년에는 쿠바혁명일 기념식에 참석했었다. 1997년 수상자인 이탈리아의 다리오 포는 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원하는 공연을 수백 회 한다. 교황청은 그들 두 사람의 수상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할 정도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1972년 독일인 수상자 하인리히 뵐은 좌파 세력의 잔여 세력인 바더-마인호프 테러단을 옹호하였다. 1990년 노벨상 수상자 옥타비오 파스(멕시코)는 공산주의자였다. 1982년 수상자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콜롬비아)는 반미를 부르짖었다. 1971년 상을 받은 파블로 네루다(칠레)는 41살에 공산당 소속으로 상원의원이 된다. 1967년 노벨상 수상자 아스투리아스(과테말라)는 반미를 부르짖고 수상 직전에 소련의 레닌 평화상을 수여 받음으로써 좌파적 성향을 공인받았다. 최근에 들어 세계 지성인의 브라만 층에 전교조적 메시지를 줄기차게 전해온 노벨문학상, 큰 흐름으로 봐서 이상하리만큼 좌파를 옹호하는 노벨문학상 코드의 편집증을 헤아려 보면서 과연 이렇게 극심한 좌파 선호를 통하여 노벨문학상이 세계 문화 발전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참으로 궁금할 따름이다. 스웨덴은 좌파 사민당이 1932년 이후 9년을 빼고 65년 간 집권하면서 시행한 복지정책 탓에 ‘바퀴 빠진 볼보’라는 악명까지 얻었다. 최근에 스웨덴 총선에서 중도 우파가 승리하면서 이제 노벨문학상 코드를 둘러싼 체제와 진용이 바뀔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월간 <삶과꿈> 2007.01 구독문의:02-319-37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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