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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BS, 인수위 비판 보도 ‘눈길’

    공영방송인 KBS가 3일 메인뉴스인 ‘뉴스 9’에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인수위 활동을 비판하는 논조로 보도, 눈길을 끌었다. 전날 정연주 사장이 신년사에서 “오만한 권력에 대해 가차없이 비판해야 한다.”고 말한 데 따른 게 아니겠느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노무현 대통령의 ‘코드인사’사례로 비판받은 정 사장이 이례적으로 신년사에서 ‘권력 비판’을 강조하자 한나라당 등에서 ‘퇴진론’이 제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KBS는 이날 인수위의 경제·교육·대운하 정책 등에 대한 비판을 강화했다. 인수위의 신용회복기금 조성 계획과 관련해 도덕적 해이 가능성을 되새겼고, 금산분리 완화 정책과 관련해 기업이 은행을 사금고화하지 못하게 할 대책이 필요하다고 짚었다.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고양이 학교/문학동네 펴냄

    고양이 학교/문학동네 펴냄

    고양이 ‘버들이’가 7년 만에 집에 돌아왔다. 버들이 윤기 나는 털 속엔 버들이가 쏘다니며 만난 세상의 온갖 이야기가 묻어 따라왔다. 사뿐사뿐 버들이 발걸음은 ‘한국형 판타지’를 창조했고, 성큼성큼 버들이 뜀박질은 아이들 가슴에 ‘함께 살아야 한다.’는 공존의 메시지를 각인시켰다. 아동문학가 김진경(55)의 장편 판타지 동화 ‘고양이 학교’(문학동네 펴냄)의 3부 세 권이 한꺼번에 나왔다.2001년 8월 첫 번째 책이 태어난 후 7년여 만이다.1부 5권,2부 3권까지 합해 모두 11권이다. 마침내 완간이다. 1985년 시를 쓰던 고등학교 선생님 아빠는 ‘민중교육지 사건’으로 구속됐고, 출소 후 교육민주화운동을 하다 해직됐다. 학교로 되돌아가고 몇 년 후인 2000년 봄날이었다. 갑자기 집을 찾아와 가족이 된 도둑고양이 버들이가 갑자기 늙어 죽기 위해 집을 나갔다. 버들이를 그리워하며 슬퍼하는 딸을 위해 아빠는 고양이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고, 딸이 버들이를 잊어갈 때쯤 아빠의 이야기는 한국 어린이문학사상 가장 성공한 ‘한국형 판타지’가 됐다. 10여년간 신화를 연구해온 김진경은 한국의 신화와 전설을 바탕에 깔고 세계의 신화와 전설에 접속했다. 버들이는 한국을 넘어 이집트, 인도, 중국, 북유럽 곳곳을 뛰어다니며 발자국을 남겼고, 신화와 전설이란 문학 코드는 지역적 특수성과 세계적 보편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버들이가 퍼져 나간 길은 오랜 옛날 인류문명이 낳은 수많은 이야기들이 퍼져 나간 길과 같다.‘고양이 학교’는 프랑스 아동문학상 앵코티블상을 수상했고, 프랑스, 일본, 중국, 타이완 등으로 번역판권이 수출됐으며, 프랑스와 공동으로 애니메이션 제작이 진행중이다. 어린 아이들과 고양이가 현실과 초현실을 넘나들며 펼치는 판타지적 모험이 이야기의 큰 줄기를 이루지만, 작가가 11권의 책 여기저기에 흩뿌려 놓은 메시지는 만만치 않다. 인간과 자연, 문명과 야만, 나와 너, 친구와 적을 이분하는 현대문명에 대한 비판이자 생태학적 성찰이다.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옹호하는 이야기의 대장정이다. 특히 3부는 외국인 노동자의 열악한 인권을 비유적으로 곱씹게 하고,‘그들’을 배제한 ‘우리’를 부끄럽게 만든다. 지난 7년간 고양이와 함께한 김진경의 글쓰기는 아이들에게 ‘오래된 미래’를 보여주는 작업이었다.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신화라는 ‘씨실’은 하루하루 변해 가는 아이들의 미래, 그 오지 않은 시간까지 ‘날실’로 이어낸다. 그가 ‘고양이 학교’를 두고 “새천년이 시작되고부터 급격히 변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나의 문학적 답변”이라고 말하는 까닭이다. 김진경이 준비하는 차기작도 판타지다.‘잃어버린 것들의 도시’란 제목을 단, 무려 30권 분량의 연작 동화다. 작가는 벌써 두 권 집필을 끝마쳤다. 초등 3학년 이상. 각권 9000원.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사설] 국정홍보처 폐지는 자업자득이다

    대통령직 인수위가 어제 국정홍보처의 업무보고를 받은 뒤 통폐합된 기자실을 원상복구할 뜻을 밝혔다. 홍보처 폐지 역시 당초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대로 이행할 것임을 시사했다. 무엇을 잘못했는지 마음으로 깨닫지 못하는 홍보처가 존립해서는 언론자유를 확보할 여지가 없다고 본 셈이다. 이는 홍보처의 자업자득이라고 생각한다. 홍보처는 대선 과정에서 거의 모든 정파가 기자실 대못질에 부정적 견해를 피력했음에도 그를 무시했다. 오로지 청와대와 코드를 맞춰 기자들을 취재 현장에서 몰아내는 데 급급했다. 인수위 보고에서 언론과 적대적 관계의 부작용을 시인하면서도 기자실 통폐합으로 대변되는 취재선진화 방안을 옹호했다. 홍보처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취재시스템 마련은 시대적 필요”라고 강변했다. 때문에 기능을 조정하고 질타하는 선에서 끝낼 일이 아니라고 본다. 홍보처 폐지와 함께 현재의 정책 담당자를 과감하게 물갈이함으로써 명실상부하게 새시대에 걸맞은 언론정책 체제를 갖춰야 한다. 김형오 인수위 부위원장은 “관제홍보 시대는 끝났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언론을 통제하지 않겠다는 약속이 새정부에서 반드시 지켜지길 바란다. 이를 위해 홍보처의 기능을 문화관광부 등 다른 부처로 그대로 이관하는 것은 옳지 않다. 각 부처 자율홍보 기능을 최대한 살리고, 국내외 종합홍보 기능도 언론자유를 북돋는 방향으로 조정되어야 한다. 또 기자실 복원은 새정부 출범 이전에 빨리 이뤄질 수 있도록 현 정부와 협의해야 할 것이다.
  • 작게…작게… 작게

    작게…작게… 작게

    밝은 색 진바지와 손바닥만 한 핸드백, 얇은 벨트와 깃털 머리 장식용품…. 멋쟁이라면 올해 눈여겨봐야 할 패션 아이템들이다. 여기에 화려한 색상의 MP3플레이어와 재활용 유리 물병을 두 손에 든다면 금상첨화다. 미국 abc방송이 1일(현지시간) 2008년 유행할 패션 트렌드와 라이프 스타일을 소개했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색상의 변화. 단색의 진이 유행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에는 밝고 화려한 색상의 진바지가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의상뿐만 아니라 랩톱, 휴대전화,MP3플레이어 등 첨단 IT제품에도 다채로운 색깔이 입혀질 전망이다. 크기를 줄이는 것도 올해의 새로운 유행 코드. 지난해 미 전역을 휩쓸었던 대형 가방 대신 올해는 작고 앙증맞은 핸드백이 유행할 것으로 보인다. 지갑을 비롯한 액세서리의 크기도 가방의 크기에 맞춰 줄어들 듯하다. 한동안 유행했던 와이드 벨트가 사라지고 폭이 좁은 벨트가 그 자리를 대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머리띠 대신 깃털 장식 헤어용품의 유행도 점쳐지고 있다. 현대인의 주 관심사인 건강과 친환경 관련 제품 역시 인기를 모을 전망이다.100㎈ 단위의 포장제품에 이어 올해는 60㎈로 낮춘 간식이 대거 등장할 것 같다. 포장 단위와 지방 함량 등을 동시에 줄인 제품이다. 항산화제가 녹차보다 50배나 많은 홍차도 녹차의 인기를 앞지를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플라스틱 생수통 대신 재활용이 가능한 유리병이 선호되고, 가정용 음식물 쓰레기 분해기에 관한 관심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1월의 과학기술자상’ 이문호씨

    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재단이 수여하는 ‘이 달의 과학기술자상’ 1월 수상자로 전북대 전자정보공학부 이문호(62) 교수가 선정됐다. 과기부는 이 교수가 앞뒤 구분이 없는 양방향성을 지닌 단순하고 간편한 재킷행렬(jacket matrices)을 발견하고 이를 이용해 이동통신 신호처리 코드를 설계한 공로로 수상자로 선정됐다고 2일 밝혔다. 재킷행렬은 이 교수가 1893년 프랑스 수학자 아다마르(Hadamard)가 고안한 양방향성 행렬의 개념을 확장해 새로 발견한 것으로, 통신시스템을 설계할 때 고유값과 고속 역행렬을 구하기 위해 꼭 찾아내야 하는, 공학적으로 의미 있는 행렬이다.이 교수는 안팎을 뒤집어서 입을 수 있는 재킷에 착안해 앞뒤 구분 없이 양방향성을 지닌 이 행렬에 재킷행렬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과기부는 “재킷행렬은 미국, 한국 등에 20여건의 특허가 출원됐으며 이동통신 첨단기술인 가변확산부호와 다중입력다중출력(MIMO), 저밀도 부호(Low Density Code)에도 이용되고 현대자동차와 SK텔레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에 기술이전됐다.”고 밝혔다.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최경주 “올해 기필코 메이저 우승”

    ‘탱크’ 최경주(38·나이키골프)가 하와이에서 2008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의 첫 발을 내딛는다. 지난해 12월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주최하는 타깃월드챌린지 출전까지 사양하며 텍사스주 휴스턴의 집에서 체력 단련 등으로 3일 밤(한국시간) 개막하는 메르세데스-벤츠 챔피언십을 준비해 온 터다. 지난 시즌 2승을 거두며 세계 랭킹 9위로 마감, 정상급 선수임을 확실하게 입증한 최경주는 “이제 남은 건 메이저대회 우승”이라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이번 대회를 시작으로 4월 마스터스를 향해 한 발짝 다가서게 된다. 마우이섬 카팔루아리조트의 플랜테이션코스(파73·7411야드)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에 네 번째 출전하는 최경주는 2003년 대회 당시 코스레코드 타이 기록(62타)으로 공동 준우승을 차지했고, 지난해엔 공동 8위의 성적을 남겨 대회 궁합은 좋은 편이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코드형’ ‘활동 과시형’ ‘첫 출발형’

    이번 주말을 전후로 곳곳에서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가 열린다. 출판기념회는 자신을 홍보할 수 있고 간접적이나마 후원금을 모금할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총선을 앞둔 국회의원이나 출마 예정자들에게는 매력적인 행사다. 선거법상 선거일 전 90일인 오는 10일부터 출판기념회를 열 수 없어 이 기간에 집중돼 있다. 최근 열리는 출판기념회는 홍보와 후원, 두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공통분모를 지닌 가운데 다양한 유형을 보여 주고 있다. 대선에서 승리한 한나라당의 경우 다른 정당에 비해 유난히 출판기념회가 많다. 그 가운데 ‘코드형’ 출판기념회가 눈에 띈다. 이명박 당선인과 코드를 맞춰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부각시키려는 성격이 강하다. 세를 과시하려는 목적도 있다. 이 당선인의 최측근인 이재오 전 최고위원은 오는 5일 문경새재에서 신년산행 겸 출판기념회를 연다. 문경은 한강과 낙동강을 잇는 경부운하의 연결점이다. 자신의 대운하 자건거 탐방을 적은 ‘물길 따라가는 자전거 여행’을 소개할 예정이다. 이 당선인의 캠프 공보 특보를 맡았던 박영규 시흥갑 당협위원장은 ‘운하이야기’를 출판, 대운하 건설의 필요성을 강조할 계획이다.‘쓴소리 바른소리’라는 책을 내고 행사를 갖는 안상수 원내대표는 아예 자신을 ‘국민 성공시대의 리더 안상수’라고 홍보하고 있다. 공성진 의원은 ‘대한민국 안보전략 2008∼2013’과 ‘시장이 보인다, 공성진의 시대 유감’ 등 2권의 책을 통해 차기 정부의 안보 및 경제 정책 방향을 제시한다. 가장 일반적인 유형은 ‘활동 과시형’이다. 현역 의원들이 의정보고 형식으로 자신의 성과를 알리기 위해 출판기념회를 여는 것이다. 노회찬 의원은 오는 8일 ‘나를 기소하라’는 제목의 출판 기념회에서 17대 국회에서 자신이 사법권력, 부패비리와 맞섰던 활동을 알린다. 대통합민주신당 조배숙 의원의 ‘진심에 불을 지펴라’, 민주당 손봉숙 의원의 ‘국회를 바꾸고 싶다’‘세계에서 문화를 만나다’ 등의 출판기념회가 여기에 속한다. 이번 총선을 통해 국회 입성을 꿈꾸는 이들이 여는 ‘첫 출발형’ 출판기념회도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왼팔’안희정씨, 손학규 공보특보였던 김재목 전 문화일보 논설위원, 정동영 캠프 공보특보 정기남씨 등이 대표적이다.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인수위로 간 ‘북핵 드림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북핵 드림팀’이 떴다? 북핵 6자회담에 따른 비핵화 2단계 조치인 북한의 핵프로그램 신고가 결국 새해로 넘어가면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새 정부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1일 공식 업무를 시작한 대통령직인수위에 북핵 관련 전문 외교관들이 대거 입성, 본격 활동에 돌입했다. 지난 30일 인수위 외교통일안보분과에 전문위원으로 파견된 이용준 외교부 전 북핵외교기획단장에 이어 장호진 북미국 심의관, 김건 북핵외교기획단 북핵협상과장, 이충면 평화체제교섭기획단 평화체제과장 등이 분과 실무위원 또는 ‘비별도 연락관’으로 파견됐다. 이에 따라 지난 2006년 6자회담 차석대표로 활동하는 등 북핵 전문가로 평가받는 이 전 단장과, 당시 북핵외교기획단 부단장으로 이 전 단장과 손발을 맞췄던 장 심의관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다시 뭉치게 됐다. 이들은 특히 ‘상호주의에 입각한 북핵문제 해결’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어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외교안보정책과 ‘코드’가 맞는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새 정부에 바란다] 공공부문 개혁도 관심사

    “차기 정부가 우선 개혁해야 할 분야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정부 공공부문’이 28.4%로 가장 높게 나왔다. 비슷한 수준으로 ‘교육’이 25.9%로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 ‘노동’(16.3%),‘기업’(12.7%),‘언론’(5.9%),‘금융’(5.8%) 순이었다. 참여정부가 공무원 수를 늘려 큰 정부를 만들었고, 능력보다는 코드 인사로 공기업을 방만하게 운영한 것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보여 준다. 다시 말해 차기 정부는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지향해야 하고, 자신에 대한 충성심보다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공공 부문을 개혁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역대 어느 정부도 약속만 하고 성공하지 못한 정부 공공부문 개혁을 반드시 개혁하라는 명령이기도 하다. 차기 정부의 성공 여부는 경제 회생 못지않게 공공부문 개혁이라는 함의도 갖고 있다. 또 차기 정부는 모든 국민을 고통스럽게 하고 있는 사교육비 문제 해결에도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요구가 분출되고 있다. 이명박 당선자와 한나라당은 ‘사교육비를 반으로 줄이겠다.’고 공약한 만큼 이를 실현하기 위한 합리적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반면 사교육비 절감 이외에 공교육을 정상화시킬 수 있는 각종 방안에 대한 구체적 로드맵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전투적 강성 노조가 존재하는 한 기업이 투자를 꺼리고 외자 유치도 힘들어 경제 살리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국민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계의 일방적 양보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도 함께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설문 결과 차기 정부의 개혁 중 노동(16.3%)과 기업(12.7%)에 대한 응답이 비슷하게 나온 점이 이를 입증한다. 따라서 차기 정부는 ‘친기업적’ 자세도 중요하지만 노조를 설득하고 동시에 기업에 강도 높은 투명성과 책임성을 요구해야 할 것이다. 더욱이 과거와 같은 정경 유착의 어둠 속으로 들어가서는 결코 안 된다는 것이 이번 여론조사에서 확인됐다. 김형준 교수·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서울신문 신춘문예-소설당선작] 우유의식/홍희정

    홈쇼핑 채널에서는 석류 즙에 대한 소개가 한창이었다. 쇼 호스트는 활기찬 하이 톤의 목소리로 석류의 장점을 연신 강조했다. 중년의 여자 탤런트가 과장된 몸짓으로 와인 잔에 석류 즙을 따라 부었다. 살포시 눈을 감은 채 석류 즙을 마시는 그녀의 모습이 클로즈업되며 텔레비전 화면에 가득 찼다. 고개까지 젖히며 잔을 비운 그녀는 장난스런 표정을 지으며 거꾸로 든 빈 잔을 머리 위로 올리고 흔들어 보였다. 누군가가 입 꼬리를 옆으로 잡아당긴 것처럼 웃는 그녀의 얼굴은 의욕이 넘쳐 보였다. 활기찬 그녀와는 달리 나는 젖은 빨래처럼 팔, 다리를 늘어뜨린 채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판단력이 사라진 채 멍하니 텔레비전만 바라볼 뿐이었다. 내 머리는 우주를 떠받들고 있는 듯 무거웠다. 눈은 가물가물해서 자꾸만 시야가 흐려졌다. 나는 당장이라도 텔레비전을 끄고 깊은 잠을 자고 싶었다. 하지만 텔레비전을 끄고 나면 그나마 남아 있던 잠의 꼬리마저 도망쳐 버릴 것 같았다. 나는 심한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꿈을 꾸는 것이 두려워 쉽게 잠들지 못했고, 그것이 불면증으로 이어진 케이스였다. 며칠 전에 들른 병원에서는 언제나 그랬듯이 심리적인 문제일 거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나는 적정량의 수면제로만으로는 잠이 오지 않았고 그나마 처방 받은 수면제도 다 먹어 버린 지 오래였다. 철이 들면서부터 나는 늘 같은 꿈에 시달려 왔다. 사실 그것은 꿈이기 이전에 오래전 내가 겪은 일이었다. 나와 동생은 이불도 깔리지 않은 방에 함께 누워 있었다. 이유는 모르지만 낮에 비를 너무 많이 맞고 돌아다닌 우리는 온몸이 젖은 채였다. 동생은 어디가 아픈지 자꾸 기침을 했지만 나는 너무나 피곤해서 눈을 뜨지 못했다. 동생을 돌볼 사람이 나뿐이라는 사실도 버겁게만 느껴졌다. 한참 동안 계속되던 동생의 기침 소리가 갑자기 커지더니 이내 작아졌다. 그제서야 나는 불안한 마음이 들어 잘 떠지지도 않는 눈을 비비며 몸을 일으켰다. 방안은 너무 캄캄해서 동생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나는 더듬거리며 동생의 얼굴을 만져 보았다. 손끝에 닿는 동생의 얼굴이 얼음처럼 차가웠다. 동생이 죽은 뒤로 나는 매일 같은 꿈을 꾸었다. 방안 구석에 서 있는 지금의 내가, 동생의 얼굴을 더듬는 어린 나를 바라보는 꿈이었다. 그리고 꿈의 마지막에는 항상 어린 내가 지금의 나를 날카롭게 응시했다. 그때마다 나는 번뜩이는 어린 나의 시선에 몸이 굳어 버렸다. 잠에서 깨려고 필사적으로 움직여 보아도 온몸이 꽁꽁 묶인 듯 꼼짝할 수가 없었다. 나도 모르게 꿈속의 장면을 떠올리던 나는 늘어뜨린 팔, 다리가 굳어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는 급하게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휴대폰을 열어 화면에 나오는 홈쇼핑 주문 전화번호를 눌렀다. 자동주문 전화는 1번, 상담주문 전화는 2번이라는 안내 멘트가 끝나기도 전에 나는 2번 버튼을 힘껏 눌렀다. 버튼을 누르는 내 손이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상담원과 연결이 되자 나는 주저하지 않고 상품을 주문했다. 나의 신용카드 번호와 주소를 확인하는 상담원의 목소리에 나의 손은 떨림을 멈추었다. 하지만 주문을 마치고 휴대폰을 닫자 갑자기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웃음소리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리모컨을 들어 텔레비전을 껐다. 그리고 바닥에 있던 옷가지를 주워 입고 무언가에 도망치듯 황급히 밖으로 나갔다. 새벽 3시의 주택가 골목은 고요했다. 가로등 불빛을 제외하고는 모두 불이 꺼져 있었다. 건너편 동네의 아파트를 바라보니 드문드문 불이 켜 있는 창문들의 모양이 무표정한 이모티콘처럼 보였다. 나는 어디로 걸어가야 할지 고민하다가 평소처럼 집 근처 편의점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캄캄한 골목에 내가 신은 슬리퍼 소리가 타박타박 울렸다. 목적지도 없이, 그것도 새벽 3시란 시간에 동네를 어슬렁대는 것은 짝사랑에 빠졌을 때처럼 나의 감정을 뒤죽박죽으로 만들었다. 나는 문득 외롭기도 했다가 갑자기 서럽기도 했다가 느닷없이 의욕이 생기기도 했다가 결국엔 허무하기도 했다가 나중엔 내 자신이 우스워졌다. 괜히 나온 것 같아 후회가 되었지만 그렇다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는 싫었다. 운 좋게 잠이 든다 해도 반복될 꿈이 두려웠다. 나는 항상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순간까지 가서야 눈을 뜨곤 했다. 꿈에서 깨고 나면 나는 깨어 있는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다. 하지만 늦은 새벽까지 내 전화를 받아주던 친구들도 하나 둘 떨어져 나가 이젠 전화를 걸 사람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홈쇼핑을 보며 상담전화를 걸어 물건을 주문하기 시작했다. 주문하는 물건이 무엇인지는 나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깨어 있는 누군가와 이야기할 수 있다는 사실이 중요할 뿐이었다. 열 평 남짓한 나의 원룸은 홈쇼핑으로 주문한 물건들이 뜯지도 않은 상자 채 쌓여 가고 있었다. 한참을 걷다 보니 저만치 불이 켜진 편의점 간판이 유난히 반짝거렸다. 갑자기 나는 깨어 있는 누군가가 보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다. 슬리퍼 바닥이 땅에 부딪치며 나는 소리가 점점 빨라졌다. 결국 나는 편의점을 향해 뛰어가기 시작했다. 내가 편의점의 문을 힘주어 열자 전자음의 멜로디가 울려 퍼졌다. 높은 톤의 음악소리는 단순하지만 날카로웠다. 카운터 쪽을 바라보니 아르바이트 생인 듯한 남자가 고개를 뒤로 젖힌 채 졸고 있었다. 편의점에는 그 말고 다른 사람은 없었다. 나는 냉장 코너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우유와 삼각 김밥과 오렌지주스를 차례로 한 번씩 들어 올렸다 다시 내려놓았다. 식욕이 없어서인지 머릿속이 멍하기만 했다. 나는 결국 캔 커피를 집어 들고 카운터로 갔다. 잠을 자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지만 언제나처럼 그것밖에는 마시고 싶은 것이 없었다. 나는 계산대로 걸어가 캔 커피를 올려 놓았다. 그는 여전히 자고 있었다. 나는 헛기침을 하며 캔 커피를 들었다가 조금 거칠게 카운터에 다시 내려놓았다. 하지만 그는 좀처럼 깨어날 줄을 몰랐다. 그가 자는 모습에 나는 자꾸만 불안해졌다. 그를 깨우고 싶은 마음을 참느라 캔 커피만 만지작거렸다. 차가운 캔 위에 맺힌 물방울이 나의 손을 적셨다. 당장이라도 그의 어깨를 잡고 흔들고 싶었다.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그의 어깨가 아닌 나의 가슴께로 젖은 손을 가져갔다. 평소에 나는 누군가가 잠든 모습을 보면 명치끝이 답답해지곤 했다. 잠을 자고 있는 사람이 숨마저 얕게 쉬고 죽은 듯이 잠을 잘 때면 동생이 떠올라 견딜 수가 없었다. 뚜껑을 덮어 버린 커다란 항아리에 갇힌 것처럼 두려움에 휩싸였다. 때문에 장소에 상관없이 누군가가 자는 모습을 보면 참지 못하고 깨운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지하철에서도 도서관에서도 유독 미동도 하지 않고 잠든 사람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황급히 그들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잠에서 깬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거나 몹시 화를 냈다. 나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노력도 해보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자고 있는 사람을 보면 얼굴을 돌리고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려보아도 어느새 상대의 어깨를 흔드는 나를 발견하곤 했다. 이번에도 나는 혹시 그가 숨을 쉬지 않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 초조한 마음에 그를 유심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다행이 그의 가슴은 호흡에 따라 규칙적으로 오르락내리락하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 움직임에 나는 막혔던 숨이 터지듯 안도했다. 나는 그를 조금 더 가까이서 관찰했다.2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그는 몹시 피곤해 보였다. 고개가 뒤로 젖혀지면서 저절로 반쯤 벌어진 입주변이 하얗게 부르터 있었다. 하지만 유난히 힘차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는 그의 호흡만은 의욕이 넘치는 듯 활기차게 느껴졌다. 힘차고도 부드럽고도 성실한 호흡이었다. 나는 캔 커피 따위는 잊어버린 채 한참 동안 그의 자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는 심각한 꿈을 꾸는지 미간을 찌푸리기도 하고, 알 수 없는 말로 잠꼬대를 하기도 했다. 나는 지금까지 이렇게 활기차고 부지런한 모습으로 자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나도 모르게 카운터에 손을 집고 서서 그의 얼굴 가까이 내 얼굴을 가져갔다.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의 코로 공기가 듬뿍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그의 코끝에 천천히 손가락을 가져갔다. 들락날락하는 공기가 나의 손끝을 부드럽게 간지럼 태웠다. 그것은 새끼 고양이가 엉킨 실타래를 풀며 장난을 치듯 따뜻하고 평온한 기분이 들게 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감긴 그의 눈꺼풀 안쪽에서 눈동자가 움직이며 속눈썹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제서야 나는 그에게 너무 가까이 가 있던 자신에게 놀랐다. 그가 갑자기 깨기라도 한다면 곤란한 상황이 될 게 뻔했다. 그런 생각이 들자 갑자기 손바닥에 땀이 흥건히 고였다. 나는 황급히 편의점 문 쪽으로 걸어갔다. 편의점 문의 손잡이를 잡은 채 나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곤하게 자고 있는 그가 몹시 부러웠다. 그리고 언제까지나 그의 자는 모습을 바라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잡이를 잡은 나의 손끝에 미련이 남아 있었다. 나는 최대한 천천히 문을 밀었다. 그때 문이 열리면서 전자음의 음악소리가 흘러나왔다. 갑자기 잠에서 깨어난 그가 나를 보며 말했다. -어. 어서 오세요.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인사말부터 한 그는 들어오는 게 아닌 나가려는 자세의 내 모습을 보고 의아스러워하는 듯했다. 나는 손잡이를 잡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그를 바라보았다. 의심받을 행동을 한 건 없지만 왠지 마음이 불편했다. 망설이던 나는 그를 향해 말했다. -들어오려던 게 아니라 막 나가려던 참인데…… 별로 살 게 없어서요. 새벽 3시에 일부러 편의점을 찾아온 사람이 하는 말로는 적당하지 않은 것 같았지만 나는 달리 할 말이 없었다. 잠에서 완전히 깨지 않은 듯 그는 나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나는 나도 모르게 불필요한 말이 자꾸 나왔다. -캔 커피를 사려고 했는데 자는 모습이 너무 피곤해 보여서요. 그는 손등으로 눈을 비비더니 웃으며 말했다. -깨우셔도 되는데 그랬네요. 지금 계산해 드릴게요. 그제서야 나는 캔 커피를 카운터에 그대로 놔둔 것이 생각났다. 할 수 없이 카운터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그에게 카운터에 올려져 있던 캔 커피를 건네었다. 그러자 바코드를 찍으며 그가 말했다. -밤에 이런 거 좋지 않아요. 그는 의자에 앉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으므로 나는 그의 표정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그의 담담하면서도 진심이 담긴 듯한 목소리는 그가 자던 모습과 꼭 닮아 있었다. 나는 돈을 꺼낼 생각은 못하고 그의 정수리만을 바라보았다. 고개를 들어 쑥스러운 듯 웃는 그의 얼굴이 붉어져 있었다. 그가 캔 커피의 바코드를 한 번 더 찍었다. 그러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냉장고에 캔 커피를 가져다 넣고 우유 두 개를 꺼내 왔다. 그는 입구를 조금 연 우유를 전자레인지에 넣고 작동 버튼을 눌렀다. 나는 그가 하는 행동을 묵묵히 바라보았다. 경쾌한 소리와 함께 전자레인지가 멈추었고 그는 따끈해진 우유 팩을 나에게 건네주었다. 우리는 우유 팩을 손에 쥔 채 편의점에서 함께 아침을 맞았다. 그는 전에도 가끔 캔 커피를 사러 온 나를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횟수가 반복될수록 늦은 새벽에 커피를 사는 내가 의아스러웠다고도 했다. 커피를 마시며 편의점을 나가는 내 뒷모습이 이상하게 마음에 쓰였었다며 웃는 그의 얼굴이 성실해 보였다. 보통 사람들이었다면 그 웃음을 믿었겠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다. 웃는 얼굴 따위야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나는 그저 그가 힘차게 숨을 쉬며 자던 모습만 떠오를 뿐이었다. 그는 나에게 밤에 커피를 마시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궁금한 것을 순수하게 물어볼 수 있는 그의 태도도 잠든 그의 모습과 꼭 닮아 있었다. 나는 커피와 상관없이 어차피 잠이 잘 오지 않는다고 말하고 입을 다물었다. 내 말은 들은 그가 자신은 밤에 실컷 잘 수 있다면 소원이 없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밤에 일하고 낮에 잘 수밖에 없는 자신의 이야기를 나에게 들려주었다. 그가 야간에만 일을 해야 하는 이유는 햇빛 알레르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른 아침이나 저녁의 햇빛 정도야 괜찮았지만 그때를 제외한 시간에는 피부가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했다. 햇빛을 받으면 피부에 빨간 반점이 생기며 참을 수 없이 따가워져서 살갗이 찢어지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나는 주변에 햇빛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을 본 적은 있었지만 그만큼 심한 사람을 본 적은 없었다. 그래서 그가 말하는 살갗이 찢어지는 느낌이 어떤 것인지 짐작을 하기가 힘들었다. 그 뒤로 나는 새벽 3시면 매일 편의점에 들렀다. 그런 시간들이 한 달쯤 지나자 우리는 함께 잠드는 사이가 되었다. 아침 6시에 그는 퇴근을 하면서 항상 우유 두 개를 들고 내가 사는 원룸으로 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간편한 식사로 차가운 우유를 마시는 시간에 우리는 식탁에 마주 앉아 따뜻하게 데워진 우유를 마셨다. 매일 반복되는 행동은 우리에게 하나의 의식과도 같았다. 우리는 그것을 ‘우유 의식’이라고 부르며 웃곤 했다. 불면증이었던 나도 그와 함께 ‘우유 의식’을 하고 나면 편안히 잠들 수 있었다. 비록 보통 사람들이 잠자리에 드는 시간은 아니었지만 그런 건 내게 중요하지 않았다. 잠시만이라도 좋으니 죽은 듯이 자고 싶었던 때와 비교하면 호사스러운 시간이었다. 나는 다른 사람과 함께 잠자리에 누우면 언제나 상대보다 늦게 잠이 들었었다. 그리고 상대가 곤하게 자는 모습을 보면 애정이 생기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쓸쓸해지곤 했다. 혼자 남겨진 것 같은 느낌에 가슴이 아려왔다. 상대도 언젠가는 사라질 사람인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우울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는 달랐다. 그는 언제나 내가 잠들 때까지 깨어 있어 주었다. 싱글 침대 위에서 그와 꼭 붙어 있으면 힘차게 뛰는 그의 심장소리가 나에게 전해졌다. 규칙적인 그의 심장박동과 나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에 나는 안도하며 잠이 들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잠에서 깬 내가 불안함에 황급히 그를 찾으면 그는 항상 씩씩한 숨소리를 내며 자고 있었다. 그런 그의 곁에서는 신기하게도 나는 꿈을 꾸지 않고 잘 수 있었다. 가끔 미세한 불안함이 고개를 들 때도 있었다. 그럴 때면 나는 호흡에 따라 힘차게 오르락내리락하는 그의 가슴을 한참 동안 들여다보았다. 힘차고도 부드럽고도 성실하게 숨을 쉬며 자는 그의 모습은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았다. 그가 나의 원룸에 찾아오기 시작한 지 일주일쯤 되었을 때 나는 백화점에 가서 두 개의 머그잔을 구입했다. 우유팩도 나쁘진 않았지만 머그잔에 담아서 데운 우유는 온기가 더 지속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머그잔에 담긴 우유를 마시며 나는 그에게 아르바이트를 줄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와 함께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그는 웃으며 그러겠다고 했다. 그는 일주일 중 네 번의 밤엔 아르바이트를 했고 세 번의 밤엔 나와 데이트를 했다. 그와 함께 하는 데이트는 해가 없을 때만 가능했으므로 우리가 집을 나설 때는 언제나 밤이었다. 우리는 아무도 없는 캄캄한 공원을 걷기도 했고, 모든 상점이 문을 닫은 명동거리를 돌아다니기도 했다. 배가 고프면 24시간 문을 여는 기사식당에서 밥을 먹었고, 다리가 아프면 비디오 방에 가서 영화를 보았고, 때때로 PC방에서 서로에게 총을 쏘는 게임도 했고, 찜질 방에 가서 구운 계란을 먹기도 했다. 그와 데이트를 하며 나는 밤에도 깨어 있는 사람들이 무척 많다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되었다. 예전에도 24시간 영업을 하는 곳들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나에게 추상적으로 느껴질 뿐이었다. 하지만 그로 인해 나는 밤에도 사람들이 살아 있다는 구체적인 느낌을 갖게 되었다. 밖으로 나가지 않는 밤에는 예전에 홈쇼핑에서 주문했던 물건들을 함께 뜯어보며 시간을 보냈다. 우리는 껍질째 넣어도 무엇이든 주스가 된다던 주서기에 파인애플을 통째로 넣고 갈아보기도 하고, 소나기가 와도 완벽한 방수가 된다던 등산화를 신고 샤워를 하기도 했다. 한번은 하루에 한 포씩 먹으면 좋다는 석류 즙을 한꺼번에 누가 더 많이 먹나 내기를 한 적도 있었다. 그는 13포째 봉지를 뜯다가 포기를 했다. 그리고 26포의 석류 즙을 마시고 27번째 봉지를 뜯는 나를 필사적으로 말렸다. 말리는 그의 모습이 우스워서 나는 일부러 3포를 더 마셨다. 여름인데도 반팔 옷을 입지 못하는 그가 나를 말리며 진땀을 뺐다. 그는 햇빛 알레르기 때문에 언제나 긴 팔과 긴 바지를 입고 주머니에 손을 넣고 다녔다. 심지어 잠을 잘 때도 긴 옷을 벗지 않았다. 그런 그가 안쓰러워 나는 원룸에 있는 단 하나의 창문에 까만 도화지를 꼼꼼히 붙였다. 하지만 그는 긴 옷을 입는 게 습관이 되어서 피부를 내놓으면 잠이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나는 그저 그가 편하게 자는 걸 바랐으므로 그가 하고 싶어 하는 대로 내버려 두었다. 피부끼리 닿는 부드러운 감촉도 좋을 테지만 뽀송한 면 티에서 느껴지는 감촉도 좋았다. 우리가 편히 잠들 수만 있다면 나는 어떤 감촉이라도 상관없었다. 매일매일이 한결같이 흘러갔다. 그가 퇴근을 하는 아침이면 나는 식탁 위에 두 개의 머그잔을 올려놓고 그를 기다렸다. 그러면서 더 이상 바랄 게 없다는 생각을 했다. 그와 있으면 예전의 나로 돌아가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그에게 처음으로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늘은 ‘우유 의식’을 하며 예전에 내가 잠들지 못했던 이유를 말해 주기로 했다. 그리고 그를 위해 더블 침대를 하나 구입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가 편하게 자는 것을 바라면서도 미세하지만 집요하게 느껴지는 불안감에 침대 구입을 망설이고 있던 참이었다. 그런 결심을 하고 나자 그의 귀가가 더욱 기다려졌다. 그런데 평소 같으면 벌써 도착했을 그가 오지 않고 있었다. 시계는 6시 2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한 번도 이런 일이 없었기에 나는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지 불안했다. 그는 휴대폰이 없어서 내가 연락을 할 방법도 없었다. 낮과 밤이 바뀐 생활이 지속되자 주변 사람들과 연락을 주고받을 일이 없어졌다고 했다. 나 역시 그와 지내는 동안 그에게 전화연락을 할 일 따위는 생긴 적이 없었다. 그는 성실했고 한결같았다. 그런 그가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나는 편의점에 가볼까 생각도 해 보았지만 용기가 생기지 않았다. 심장이 쿵쾅거리는 것을 느끼면서도 별 일 아닐 것이라고 밀려오는 불안감을 외면했다. 누구에게나 한 번쯤 사정이 생길 수도 있다고 나 자신을 다독거렸다. 그러나 습관이란 무서웠다.7시까지 깨어 있던 나는 불안함과 나른함에 결국 선잠이 들었다. 그리고 아주 오랜만에 꿈을 꾸었다. 하지만 그것은 예전에 내가 꾸었던 꿈과는 달랐다. 그와 내가 함께 침대에 누워 있었다. 하지만 웬일인지 그는 나에게 등을 보인 채 누워 있었다. 항상 내가 잠들 때까지 나를 안아주던 그였는데 이상했다. 나는 불안한 마음에 동그랗게 구부려진 그의 등에 몸을 꼭 붙이고 그의 겨드랑이 사이로 나의 팔을 집어 넣었다. 그리고 크고 단단한 그의 등에 귀를 대었다. 나는 숨을 쉴 때마다 커다랗게 부풀었다 가라앉기를 반복하는 그의 등과 가슴을 좋아했었다. 그러나 그의 등은 조금의 움직임도 없이 딱딱할 뿐이었다. 나는 팔을 좀 더 뻗어 그의 왼쪽 가슴에 손바닥을 대보았다. 힘차게 뛰어야 할 그의 심장이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당황스럽고 무서워 그를 깨울 용기가 나지 않았다.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내 눈에 눈물이 차 올라 그의 모습이 초현실주의 그림처럼 뒤틀려 보였다. 나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그의 어깨를 잡아 힘껏 내 쪽으로 돌렸다. 그러자 그의 몸이 내 쪽을 향하면서 창백하다 못해 투명해진 얼굴이 툭 하고 침대위로 떨어졌다. 아니 그것은 얼굴이 아니고 가면인 것 같기도 했다. 나는 표정이 떨어져 버린 그의 얼굴로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 그의 얼굴이 아닌 동생의 얼굴이 있었다. 나도 처음 들어보는 날카로운 괴성이 나의 뱃속 깊은 곳에서 터져 나왔다. 잠에서 깬 나는 한참 동안 움직일 수가 없었다. 감긴 눈이 뜨거웠고 목구멍이 찢어질 듯 아팠다. 하지만 나는 눈물을 흘릴 수도 소리를 지를 수도 움직일 수도 없었다. 내가 겨우 눈을 떴을 때 여전히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시간은 오전 10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식탁 위의 머그잔은 아까 내가 놓아둔 모습 그대로였다. 나는 몹시 불안해졌다. 편의점에 가보기 위해 침대에서 일어났다. 물에 젖은 듯 무거워진 몸을 움직이기가 쉽지 않았다. 자꾸만 다리가 휘청거려서 신발을 신는 데 한참이 걸렸다. 그때 문밖에서 누군가가 디지털 키를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문이 열리고 평소처럼 그가 현관으로 들어섰다. 분명히 내 앞에 서 있었지만 나는 그가 유령처럼 느껴졌다. 나도 모르게 그를 힘껏 밀어버렸다. 무방비 상태였던 그는 휘청거리더니 넘어지고 말았다. 반은 어리둥절하고 반은 미안한 듯한 표정으로 그가 몸을 일으켰다. 그는 많이 걱정했냐고 말하며 나에게 다가왔다. 아직 꿈의 잔상에서 깨지 못한 나는 그의 손길을 거칠게 쳐냈다. 교대할 아르바이트 생이 늦게 오는 바람에 편의점을 비울 수가 없어서 늦었다는 그의 말이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의심의 독이 내 몸을 가득 채웠다. 나는 식탁으로 걸어가 그의 머그잔을 밀쳐 버렸다. -당신 말 따위 믿지 않아. 그의 머그잔은 둔탁한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떨어지면서 머그잔의 손잡이가 깨져 버렸다. 몇 번이나 미안하다고 말하던 그도 주춤하는 듯했다. 그의 태도가 나를 더욱 동요하게 만들었다. 내 몸은 마비가 되는 것처럼 뻣뻣해져 왔다. -남겨진다는 게 어떤 기분인지 당신이 알기나 해! 나도 모르는 말이 내게서 튀어나왔다. 그리고 나는 그것이 그를 향해서 하는 말인지 오랫동안 꿈속에 나타난 동생에게 하는 말인지 아니면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인지를 알 수가 없었다. 식탁을 집고 있는 내 손이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때 그가 떨고 있는 나의 손위에 자신의 손을 올려놓았다. 그의 손은 가을 단풍잎처럼 빨갛게 변해 있었다. 순간 나는 햇빛 알레르기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그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주머니에 넣고 달리려니까 빨리 달릴 수가 없어서…… 느릿한 그의 말에 나는 누군가의 농담에 받아칠 말을 찾지 못하는 사람처럼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는 손 때문에 몹시 고통스러워했다. 그리고 나는 내가 그에게 살갗이 찢어지는 아픔은 물론이고 더 큰 상처까지 준 것 같아 고통스러웠다. 그 일이 있은 뒤에도 그의 생활은 전과 다르지 않았다. 그는 일주일의 네 번의 밤에는 아르바이트를 했고 세 번의 밤은 나와 함께 보냈다. 달라진 거라곤 아침 6시가 되어도 누워 있기만 하는 나를 대신해 그가 머그잔에 우유를 담아 데우는 일뿐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 못했다. 작은 침대에 그와 몸을 붙이고 있어도 잠이 오지 않았다. 나는 그의 면 티에서 더 이상 아무런 촉감도 느낄 수 없었다. 꼭 붙어 있는 우리의 몸 사이로 무언가가 비집고 들어오는 것만 같아 숨이 막혔다. 그가 나를 꼭 안을수록 내 마음은 줄을 놓쳐 버린 풍선처럼 그에게서 멀어지고 있었다. 나는 더 이상 그의 품에서 잠을 이룰 수 없었고 그런 나 때문에 그도 잠을 자지 못했다. 그는 점점 야위어갔다. 하지만 나는 그를 위해서 아무것도 해 줄 수가 없었다. 새벽 3시의 골목과 같은 침묵이 우리 사이에 계속되고 있었다. 머그잔을 앞에 놓고 마주 보고 있어도 온몸이 땀에 젖도록 서로를 붙인 채 밤을 새 보아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는 아르바이트가 없을 땐 예전에 갔던 밤의 장소에 나를 데리고 가기도 했지만 나는 어디를 가도 무표정할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이번에는 이길 자신이 있다고 말하며 내 앞에 석류 즙이 가득 담긴 상자를 끌고 왔다. 나는 그가 내 손에 쥐여 주는 석류 즙 봉지를 멍청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시작, 이라고 힘차게 외친 그는 정말 누군가와 경쟁이라도 하듯 빠르게 봉지를 비워 가기 시작했다. 그는 봉지를 제대로 뜯을 새도 없이 허겁지겁 석류 즙을 마시기 시작했다. 거칠게 봉지를 뜯는 그의 손에 석류 즙이 이리저리 튀었다. 그가 즐겨 입는 하얀 티 위로 석류 즙이 흘러내렸다. 주변에 쌓이는 빈 봉지가 늘어갈수록 그의 옷이 점점 더 붉어졌다. 나는 그가 쥐여 준 봉지를 손에 쥔 채 그를 지켜볼 뿐이었다. 그렇게 한참 동안 석류 즙을 마시던 그가 갑자기 ‘컥’ 하는 소리와 함께 마신 것을 토해 내기 시작했다. 석류 즙을 비운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모든 것이 쏟아져 나왔다. 방바닥은 물론이고 그의 얼굴과 몸 전체가 붉게 물들어 갔다. 그 모습은 마치 붉은 노을 앞에선 그를 연상하게 했다. 그는 언젠가 나에게 바깥에서 마지막으로 노을을 본 게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나는 두 팔을 벌린 채 저물어 가는 햇빛을 마음껏 받고 있는 그를 상상했다. 한 번도 본적이 없었고 앞으로도 볼 수 없는 장면이 내 앞에 있는 그의 모습과 겹쳐졌다. 나는 그의 자는 모습을 처음 봤을 때처럼 그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고통으로 일그러진 그의 얼굴이 달아올라 있었다. 붉게 충혈된 그의 눈에서 갑자기 무언가가 흘러내렸다. 그것은 얼굴 위로 튄 석류 즙에 섞여 잔인하리만큼 아름답고 투명한 붉은색이 되어 흘렀다. 하지만 그는 눈물을 닦을 새도 없이 계속해서 석류 즙을 토해 냈다. 그리고 그날 이후로 그는 더 이상 나를 위해 애쓰지 않았다. 며칠 뒤 출근을 한다고 나간 그는 다음 날 아침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그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당연한 듯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어쩌면 나는 나 자신을 위해서라면 그가 내미는 손을 잡았어야 하는 건지도 몰랐다. 하지만 자는 모습이 성실하기만 한 그에게 차마 내 이야기를 할 수는 없었다. 이야기를 꺼내고 나면 이해 받고 싶어질까 봐 두려웠다. 나는 그에게 그럴 자격이 없었다. 매일 ‘우유 의식’을 함께해 준 그에게 조금도 마음을 열지 않았던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배려였다. 오늘도 같은 꿈이었다. 나는 그의 어깨를 잡으며 주체할 수 없이 온몸이 떨려 왔다. 할 수만 있다면 도망쳐 버리고 싶었다. 떠날 수 있는 방법은 많았다. 하지만 나는 결국 머무는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나는 그의 어깨를 힘껏 내 쪽으로 돌렸다. 수십 번도 넘게 반복한 행동이었지만 나는 숨이 막혀 왔다. 그러자 그의 얼굴, 동생의 얼굴 그리고 어린 나의 얼굴이 나를 향해 다가왔다. 나는 그것들을 껴안고 싶은 마음과는 다르게 필사적으로 피할 뿐이었다. 손을 내저으며 최대한 몸을 작게 웅크렸다. 모든 상황이 잔인했다. 하지만 그들이 잔인한 것인지 내가 잔인한 것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나는 땀으로 흠뻑 젖은 채 잠에서 깼다. 햇빛이 들어오지 않아 캄캄한 방안은 시간을 가늠할 수가 없었다. 작은 창문 위 까만 도화지는 조금의 틈도 없이 꼼꼼하게 붙어 있었다. 마치 내 자신을 보는 것 같은 생각에 나는 다시 숨이 막혀 왔다.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창문을 열었다. 여름 바람이 훅하고 방안으로 들어왔다. 시계를 보니 저녁 6시였다. 나는 방안을 둘러보았다. 한때 이곳에는 머그잔에 담긴 우유처럼 온기가 가득 찼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가 없는 일주일간 홈쇼핑에서 주문한 상품들이 방안을 채우고 있을 뿐이었다. 뜯지도 않은 상자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공허함은 커지기만 했다. 나는 식탁으로 걸어가 나란히 놓인 두 개의 머그잔을 감싸 쥐었다. 손잡이가 없는 그의 머그잔에 담긴 우유가 찰랑거렸다. 아침에 따라놓은 우유는 차갑게 식어 있었다. 나는 그가 떠난 뒤에도 매일 ‘우유 의식’을 거르지 않았다. 하지만 내 몫의 우유를 다 마신 뒤에도 여전히 잠은 오지 않았다. 그러나 혼자 하는 ‘우유 의식’을 멈출 용기도 나에겐 없었다. 나는 ‘우유 의식’을 하고 나면 억지로라도 침대에 누워 잠이 오길 기다렸다. 그 기다림 끝에 잠이 들면 매일 같은 꿈을 꾸었다. 등을 보이고 누운 그를 꿈속에서 보았는데 앞으로 일어날 일을 알면서도 매번 두려웠다. 그와 지내는 동안의 ‘우유 의식’은 나의 삶을 유지할 수 있게 해 주는 버팀목이었지만 이제 그것은 나의 삶을 조여 오는 올가미가 되어 있었다. 나는 갑자기 방안의 공기마저 쌀쌀하게 느껴졌다. 황급히 리모컨을 찾아 텔레비전을 켰다. 화면에는 두 명의 쇼 호스트와 한 명의 여자 탤런트가 하이 톤의 목소리로 석류 즙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그들은 석류가 여성에게 미치는 영향과 폴리페놀 성분이 피부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 쉴 새 없이 이야기했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들이 하는 말 중 몇 가지 반복되는 단어만이 띄엄띄엄 들릴 뿐이었다. 석류, 비타민C, 여성, 남성, 남녀노소, 온 가족, 활기찬, 여성,95%, 에스트로겐, 무이자 3개월, 온 가족, 활기찬, 하루 한 포, 석류, 매일 아침.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던 나는 휴대폰을 열어 홈쇼핑의 상담 전화번호를 눌렀다.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고 싶어 참을 수가 없었다. 통화버튼을 누르자 수화기 너머에서 경쾌한 음악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음악은 내가 그의 자는 모습을 처음 보았던 날 편의점 문이 열리며 흐르던 음악소리를 떠올리게 했다. 상담원이 전화를 받으며 말했다. 정성을 다하겠습니다.○○홈쇼핑입니다. 나는 가슴이 먹먹해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러자 상담원은 잠깐의 시간을 두고 나에게 다시 말했다. 고객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방송중인 석류 즙을 구매하시겠습니까? 나는 간신히 목소리를 짜내어 그녀에게 인사를 건네었다. 안녕하세요. 나의 인사에 그녀는 반복되는 말을 다시 건네었다. 네, 고객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잘 알고 있는 내용이었지만 나는 그녀를 향해 질문했다. 석류 즙 한 포에 몇 개의 석류가 들어있나요? 네, 고객님. 한 포에 두 개 정도의 석류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는 그녀의 대답이 끝나기가 무섭게 다시 물었다. 석류는 국내산인가요? 그녀는 조금 당황하는 듯했지만 일관된 톤의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닙니다. 최고급 이란산 석류를 사용합니다. 나는 그녀와 좀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한참 동안 질문을 계속했다. 나의 질문이 계속될수록 그녀의 말투는 빨라졌고 대답은 짧아졌다. 나의 마지막 질문에 그녀는 홈페이지를 통해 자세한 상품정보를 참조한 뒤 다시 전화를 달라고 말했다. 더 이상 그녀는 나의 질문에 답을 해주지 않을 것 같았다. 내가 석류 즙을 주문하겠다고 말하자 그녀는 나에게 잠시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수화기 너머로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매우 빠르고 강하게 키보드를 두드리는 것 같았다. 나는 그녀와 나 사이의 흐르는 침묵을 견딜 수가 없었다. 터져 나오는 울음을 참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혹시 저 기억하세요? 여러 번 구매했었는데. 그러자 그녀가 상냥하지만 기계적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감사합니다.○○○ 고객님께서는 석류 즙 재구매 고객이시므로 만원의 할인혜택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나는 상담원의 말에 휴대폰을 놓친 채 일주일간 참아 왔던 울음을 터트렸다.
  • [李 당선자·재계 첫 회동] “코드가 맞는다” vs “건의서 못건네”

    [李 당선자·재계 첫 회동] “코드가 맞는다” vs “건의서 못건네”

    #“아무 각본 없이 의견을 개진한, 이런 회의는 처음이다. 한마디로 코드가 맞는다.”(2007년 12월28일, 구학서 신세계 부회장) #“페이퍼(전경련 건의서)를 갖고 온 분도 있었는데 도로 가져가더라.”(2002년 12월31일, 이낙연 당선자 대변인) 5년의 시차를 둔 대통령 당선자와 재계 총수들의 첫 만남은 이 두 발언에서 극명하게 표정이 갈린다.28일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와 첫 만남을 가진 재계 총수들은 5년 전 노무현 당선자 앞에서 움츠렸던 어깨를 활짝 폈다.2002년 노 당선자를 마주한 경제5단체장들의 불안한 눈빛은 찾을 수 없었다. 이 당선자는 ‘경제 대통령’의 성공적 출발을 위한 지형을 다지는 자리였고, 재계 총수들은 ‘이명박 정부’에서의 규제 완화 등 기업환경 개선을 예감하는 자리였다. ●5년 전 첫만남 재계 ‘싸늘´ 5년 전 노무현 대통령은 기업의 의무를 강조했다.“지나친 경제력 집중이 사회통합과 계층통합을 해친다는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기업투명성과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집단소송제와 출자총액제한제를 예정대로 추진하겠다.”고 천명했다.“기업에 충격을 주는 일은 피할 것”이라고 했지만 간담회장은 싸늘해졌다. 그러나 28일 이 당선자는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기업을 위해 정부가 뭘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간담회를 마치고 나온 한화 김승연 회장은 “(기업인들이)지난 5년 동안 대접을 못 받았는데 대접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만족감을 숨김 없이 드러냈다.‘코드’가 맞지 않아 고전했던 시절은 끝나고 기업인들에게도 이제 ‘봄날’이 왔다는 반응이다. 간담회 분위기는 시작부터 화기애애했다. 이 당선자는 자신을 맞이하기 위해 도열한 삼성 이건희 회장, 현대·기아차 정몽구 회장, 한화 김승연 회장 등에게 인사말을 건네며 “이렇게 줄 서 있으면 보기 싫으니까 이리 다 오세요.”라고 친근함을 표시했다. 사돈인 조석래 전경련 회장과 나란히 앉은 이 당선자는 “대선이 끝나고 가장 먼저 이곳을 찾은 이유는 ‘새 정부는 기업인들이 마음 놓고 기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드리겠다.’는 약속을 전하러 온 것”이라며 기업인들의 의욕을 고취시켰다. 이에 기업인들은 “시장경제원칙을 존중하고 법치주의를 확립해 기업인들이 마음 놓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시기 바란다.”면서 “우리 기업인들도 당선자께서 제시한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목표가 달성될 수 있도록 투자를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화답했다. ●李 당선자는 투자 부탁한 ‘손님´ 기업인들의 반응이 이처럼 5년 전과 확연히 구별되는 이유는 만남의 목적부터 다르기 때문이다. 재벌 개혁의 당위성을 ‘설명’하기 위해 기업인들과 만난 노 대통령 앞에서는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자연스럽게 노 대통령의 말이 많아지고 기업인들은 설명을 듣는 입장이었다. 반면 이 당선자는 적극적인 투자를 ‘부탁’하기 위해 찾아온 ‘손님’이다. 더욱이 이 당선자는 자신들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옛 동지’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계속된 간담회 내내 이 당선자는 듣고 기업인들은 쉬지 않고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이유다. 최소한 이날 하루만큼은 “이명박이 당선됐다는 것 자체로 투자 의욕이 일고 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이 당선자의 주장이 허언이 아닌 듯 보였다. 규제완화 부분에서도 이 당선자와 재계의 이해가 맞아떨어졌다. 이 당선자는 “지금까지는 규제완화의 효과를 숫자만으로 따졌는데 저는 진정으로 기업들이 (완화하기를) 원하는 규제를 풀겠다.”고 약속했다. 규제완화에 미온적 태도를 보인 참여정부에 비하면 ‘화끈한’ 대답이다. 이에 삼양사 김윤 회장은 “전경련 내 ‘신성장동력위원회’가 한 달에 한 번씩 포럼을 열고 있다.”며 전경련과 인수위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의 적극적인 교류를 제안했다. ●“기업이 원하는 방향으로 규제 풀겠다” 이 당선자는 또 정권 때문에 기업이 ‘피곤할’ 일도 없을 것임을 강조했다. 그는 “이제 정경유착이라는 단어는 없어졌다.”면서 “(정치권과 기업이) 협력하는 시대를 맞았다.”고 외쳤다. 이번 선거에서 과거 정치권의 구태였던 기업들의 정치자금 헌납을 근절했다고 자부해온 이 당선자가 정권을 잡은 후에도 기업들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한상우기자 caca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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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광장] ‘이명박 인사’ 희망과 걱정/이목희 논설위원

    [서울광장] ‘이명박 인사’ 희망과 걱정/이목희 논설위원

    1987년 대선 후 노태우 당선자는 이명박 당선자와 마찬가지로 삼청동 금융연수원에 인수위 사무실을 차렸다. 당시 취재기자로 저녁 늦게 인수위에 들렀다. 인수위원들은 자리를 비웠고, 이춘구 위원장 사무실 문이 잠겨 있지 않았다. 일단 들어갔다. 책상 서랍을 열어보니 두꺼운 파일이 있었다. 장관 후보자 명단철이었다. 분야별로 인적 사항과 장단점이 촘촘히 적혀 있었다. 가져갈까 망설이다가, 그대로 사무실을 나왔다. 왠지 국가기밀을 훔치는 것 같다는 경계심이 발동했다.20년전 얘기를 꺼낸 것은 그때 받은 충격 때문이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정부로 이어지는 군사정권 시절 고위직 인사를 아무렇게 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인사 후보철에는 엄청난 숫자의 각계 인재들이 망라되어 있었다. 정통성이 약한 군사정권이었기에 인재 욕심은 더했다. 군사정권이 장기간 지속하고, 일부 국가발전을 이룬 배경이었다. 그들은 각 분야에서 대표성이 있고, 존경받는 이를 ‘얼굴마담’으로 영입했다. 한편으론 군출신에게 부족한 국정능력을 갖춘 실무형 인재들을 백방으로 찾았다. 훌륭한 인물이 권위주의 정권의 요구에 응했다가 이미지를 떨어뜨린 사례가 허다했다. 이번에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으로 발탁된 이경숙 숙대 총장도 그런 피해자 중 한명일 수 있다. 그는 1980년 신군부가 만든 국보위 입법의원을 지냈다. 군사정권에서도 탐냈고, 대학총장을 4번이나 직선으로 연임했고…. 한나라당은 이 총장의 CEO형 자질을 이 당선자가 높이 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총장은 인수위 업무가 마감되면 대학으로 돌아가겠다고 공언했다. 두달동안 얼마나 국정을 파악해서 CEO형 자질을 발휘하겠는가. 이 총장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내각 등 오래 일할 자리를 맡겨야 했다.‘깜짝 인사’로 잠깐 쓸 의도였다면 흠이 없는 인물을 고르는 편이 나았다. 이 당선자는 출신과 이념을 따지지 않고 일 잘하는 사람을 골라 쓰겠다고 했다. 옳은 방향이라고 공감하면서 ‘이명박 인사’에 희망을 걸고 있다. 실용주의 인사가 성공하기 위해선 코드 인사로 얼룩진 참여정부를 반면교사로 삼는 것은 물론, 권위주의 정권 때보다 훨씬 정교하고 공들여 제제다사(濟濟多士)를 모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위원장을 포함, 인수위원 선정을 놓고 뒷말이 나오는 것은 유감이다. 인수위원 대부분이 서울 강남에 산다든지, 경기도 등 특정지역 출신이 빠졌다든지…. 이 당선자가 대선에서 압승한 분위기가 아직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인사가 미세한 부분까지 매끄럽지 못하면 곧 언론·국민들과의 허니문은 깨진다. 앞으로 내각, 청와대, 공기업 인선이 줄줄이 기다린다.4월 총선 공천도 새정부 면모의 시금석이다. 좋은 이미지와 국정능력을 함께 갖춘 인재는 흔하지 않다. 그렇다면 총리를 비롯해 중요 직책을 분류해 인선준비를 하는 방법도 괜찮을 것이다. 국민통합을 위해 이미지가 중시되는 자리와, 실무능력을 우선하는 자리를 나눠보라는 취지다. 무엇보다 당선자 주변에 빈 공간이 있어야 다양한 인재를 포용하는 인사가 가능하다. 측근들의 희생이 필요한 셈이다. 대선에서 도운 이들이 새정부에서도 역할을 이어가야겠지만 과욕은 버려야 한다. 최측근 유우익 교수가 대학으로 돌아갈 뜻을 밝힌 것은 그래서 돋보인다. 당선자의 친형 이상득 국회 부의장의 솔선수범도 기대해 본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2007년 가장 안전한 차는?…현대 베라크루즈도 포함

    2007년 가장 안전한 차는?…현대 베라크루즈도 포함

    현대자동차의 SUV ‘베라크루즈’가 미국에서 ‘올해의 가장 안전한 차’ 중 하나로 선정됐다. 미국 자동차 안전테스트 공인기관인 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IIHS)는 최근 올해 나온 11개 차종을 포함해 ‘가장 안전한 차’ 36개 모델을 선정해 발표했다. 이 발표에서 현대 베라크루즈는 “운전자의 특정 위험 부위가 아닌 전신을 보호하는 차”라는 평가와 함께 중형 SUV 부문에 BMW의 ‘X5’, 도요타의 ‘Highlander’ 등과 함께 선정됐다. 한편 올해 출시한 11개 신차 중 혼다 모델이 3개로 가장 많이 선정됐으며 도요타와 BMW가 각각 2개씩으로 뒤를 이었다. 아우디, 새턴, 수바루 등도 1개씩 포함됐다. 국가별로는 일본 차종이 6개로 가장 많이 선정됐다. 다음은 IIHS에서 선정한 ‘올해의 가장 안전한 차 11’ 목록. 중형차 부문 아우디 A3 혼다 어코드 (Hoda Accord 2008) 소형차 부문 스바루 임프레자 (Subaru Impreza) 미니밴 부문 혼다 오디세이 (Honda Odyssey) 소형 SUV 부문 혼다 엘리먼트 (Honda Element) 중형 SUV 부문 BMW X3 BMW X5 현대 베라크루즈 새턴 뷰 (Saturn Vue) 도요타 하이랜더 (Toyota Highlander) 대형 픽업 부문 도요타 툰드라 (Toyota Tundra) 서울신문 나우뉴스 박성조 기자 voicechord@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퀄컴이야기/박정태 옮김

    퀄컴(Qualcomm)은 낯설지 않지만, 막상 어떤 기업이냐고 물으면 대답은 궁색해진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가 국내에서도 위인전에 오르고 있는 마당에 쌍벽을 이루는 퀄컴의 창업자가 누구인지를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퀄컴이 우리나라 휴대전화에 쓰여지는 CDMA(코드분할다중접속)의 원천기술을 갖고 있어서 거액의 로열티를 챙겨가는 ‘얄미운 기업’이라는 사실 정도는 알려져 있다. ●한국서 CDMA 로열티 연 1조원 이상 챙겨 퀄컴의 발전에는 한국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도 사실이다. 퀄컴이 미국에서조차 CDMA를 표준화하는 데 실패하여 맞은 도산 위기를 한국시장이 구해냈기 때문이다. 한국은 1992년 이동통신 표준기술을 CDMA 방식으로 표준화하겠다고 결정했고, 1996년 SK텔레콤(SKT)이 세계 최초로 CDMA 이동통신을 상용화했다. 이후 한국의 CDMA 기술은 최고 수준을 인정받아 경쟁국을 압도했고, 퀄컴은 한국시장의 성공을 발판으로 세계시장을 석권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퀄컴이 로열티로 한국에서만 연간 1조원 이상을 챙겨간다는 사실은 곧 한국의 이동통신 기술이 퀄컴에 종속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퀄컴은 1985년 MIT 출신으로 NASA(미 항공우주국) 연구원과 UCSD(캘리포니아주립대학 샌디에이고 캠퍼스) 교수 출신의 어윈 제이콥스가 1968년 설립한 통신기술 컨설팅회사 링카비트 출신의 동료 6명과 1985년 창업한 무명의 벤처기업이었다. 이들이 불과 10년만에 전세계 휴대전화 시장을 선도하는 핵심 기업으로,20년만에 연매출이 60억달러, 영업이익률이 60%가 넘는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한 비결은 무엇일까. 미국의 무선통신 엔지니어이자 컨설턴트인 데이브 목이 쓴 ‘퀄컴이야기’(박정태 옮김, 굿모닝북스 펴냄)는 퀄컴의 성공스토리가 우연이 아니라 땀과 열정에서 비롯됐다고 강조한다. 지은이가 진단한 퀄컴의 성공요인은 크게 세 가지.▲첨단 지식으로 무장한 전문가 집단이 ▲지적재산권 비즈니스라는 독특한 사업모델을 만들어냈으며 ▲기존 업계의 질서를 허물어뜨리는 와해성 혁신전략을 추진했다는 점이다. 제이콥스는 창업 당시를 두고 “우리가 그 때 마음 속에 그려둔 제품은 아무 것도 없었다.”고 회상한다. 하지만 퀄컴은 곧 세계 무선통신사업에서 비교의 대상을 찾을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파급효과를 미친 기술을 상용화하는데, 그것이 바로 CDMA이다. CDMA는 퀄컴이 휴대전화 시장에 도입하기 이전에 이미 군사적 목적으로 개발되어 기밀에 부쳐졌던 개념이라고 한다. 퀄컴이 CDMA를 ‘발명’한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따라서 퀄컴은 보도자료에도 CDMA 기술의 ‘개척’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퀄컴이 CDMA와 관련한 수천 건의 특허권을 갖고 있지만,‘CDMA 기술의 발명’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기술 혁신으로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 제시 지은이는 이것이 어쩌면 사소한 차이처럼 보이지만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한다. 발명가가 엄청난 부를 함께 누리는 사례는 극히 드문데, 퀄컴처럼 진짜로 영리한 발명가는 자신의 발명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정확히 알고, 뭔가 획기적인 개념에 그것을 응용하여 큰 돈을 번다는 것이다. 이 책이 단순히 한 기업의 성장과정을 기록한 것이라면 그다지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퀄컴의 사례는 혁신적인 기술개발로 어떻게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는지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보통신부 장관을 역임한 이상철 광운대 총장도 추천사에서 퀄컴의 성공 방정식을 기술개발로 성장을 이끌어내야 하는 우리 기업에 교훈으로 삼을 것을 강력히 주문했다.1만 4800원.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건교부도 “나 떨고 있니?”

    건교부도 “나 떨고 있니?”

    현 참여정부 때 서울시장으로 있던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와 사사건건 충돌을 빚어온 건설교통부가 바짝 엎드리고 있다. 재건축 규제, 신도시 개발, 집값 논란 등 각종 부동산 현안은 물론 대운하 정치 공세까지 벌이며 이명박 당선자를 공격하는 데 ‘선봉’에 섰던 것과는 180도 다르다. 이명박 정부에서 손 볼 대표적인 부처 중 하나가 건교부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참여정부의 주요 주택공급책으로 송파신도시 개발 독자 추진을 강행해오던 건교부가 최근 입장을 다소 누그러뜨렸다. 건교부는 26일 서울시의회가 이날 오후 송파신도시 그린벨트 해제에 대해 조건부 찬성 의견을 내기에 앞서 “서울시의 공식적인 결과를 전달받은 뒤 서울시와 조율해서 결정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이달 초만 하더라도 “송파신도시 그린벨트 해제에 대한 서울시의 의견청취가 늦어지고 있다.”며 중앙도시계획위원회 본회의에 송파신도시 그린벨트 해제 안건을 상정하는 등 서울시를 배제한 채 개발을 단독 추진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서울시는 이 당선자 시장 재직 시절부터 최근까지 송파신도시 개발을 줄곧 반대해 왔다. 건교부와 서울시의 갈등은 지난 2002년 이 당선자의 서울시장 취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처음엔 건축규제 등 작은 문제를 놓고 티격태격하다 집값 폭등이 사회 문제로 비화되면서 책임공방을 비롯, 감정 싸움으로 번졌다. 2005년 당시 건교부가 집값 불안의 원인 중 하나로 재건축 안전진단 권한의 구청 위임 등 서울시의 정책적인 문제로 책임을 돌리자 당시 서울시장이던 이 당선자는 “건교부 주택 정책은 군청 수준”이라면서 “강남 아줌마보다 못하다.”고 비판했다. 당시 현 노무현 대통령과 코드를 잘 맞춰온 추병직 건교부 장관은 이에 대해 “이 시장이 시청 앞에 잔디밖에 더 깔았느냐.”고 비난하면서 이 당선자와 각을 세웠다. 이어 서울시가 강남구 압구정동 등 고밀도지구에 초고층 재건축을 건립하고 서울시내 뉴타운 개발 확대를 통해 주택을 대량 공급, 집값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건교부는 “집값 불안을 부추긴다.”고 반박했다. 건교부는 더 나아가 2006년 1월 서울시가 재건축 규제 완화 운운한 게 집값 상승을 초래했다며 서울시가 가진 재건축 인허가권 중 일부를 국가가 가져 와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마찰은 계속됐다. 이 당선자의 대표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 문제는 정치 공방으로 비화되기도 했다. 지난 6월 건교부가 경부운하의 현실성 여부를 수자원공사에 의뢰해 조사한 용역보고서에서 투자 대비 수익성이 없다는 내용으로 공개되자 이 당선자측은 “의도적인 흠집내기”라며 “이용섭 건교부장관 해임안을 내겠다.”고 발끈했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 당선자는 시장 재직 당시 ‘건교부의 부동산 정책은 잡아야 할 투기꾼은 못잡고 서민에게 부담만 지우는, 한마디로 길목을 모르는 전문성 부재에서 나온 것’이라고 탐탁지 않게 여겨 왔다.”면서 “불안한 주택 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전력할 수 있도록 정리할 것은 빨리 정리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대선 끝나자 기자실 강제폐쇄 보도 중재신청 은근슬쩍 취하

    경찰청이 본관 기자실 강제폐쇄 보도를 했던 서울신문을 비롯한 14개 언론사를 대상으로 대선 전에 무더기 언론중재신청을 했다가 대선이 끝난 뒤 슬그머니 취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빈축을 사고 있다. 경찰청은 지난 24일부터 본관 로비에서 취재활동을 하는 기존의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경찰일일예정’ 자료를 배포하는 등 유화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26일 “언론중재위원회에 오늘 출석이 예정됐던 7개 언론사와 쌍방 불출석하기로 합의한 상태”라면서 “서울신문 등을 비롯해 모든 언론사들이 ‘경찰청,14개 언론사 정정보도 신청(12월19일자)’ 기사에서 반론이 충분히 게재됐다고 판단해 정정보도를 취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같은 경찰의 해명과 조치는 새 정부의 정책방향과 코드를 맞추기 위한 제스처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생활의 지혜] 보온된 밥을 새 밥처럼

    [생활의 지혜] 보온된 밥을 새 밥처럼

    보온상태에서 밥을 오래 두면, 색도 변하고 맛도 안좋아 진다. 이럴 땐 보온 상태로 계속 두지 말고 전기 코드를 빼놓았다가 식사하기 10분 전에 취사로 눌러주면 2,3분 후면 보온 상태로 되는데 밥안에 수분이 그대로 있어서 금방 한 밥처럼 된다.
  • 문화계 ‘이념적 쏠림’ 큰변화 예고 “새 장관 누가 되나” 최대 관심사

    문화계 ‘이념적 쏠림’ 큰변화 예고 “새 장관 누가 되나” 최대 관심사

    새 정부 출범으로 문화예술계의 판도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 문화계 인사는 “현 정권의 출범 초기부터 코드인사가 유난히 두드러진 분야가 문화예술계였다.”며 “진보세력이 문화계 권력을 대변해온 이념적 쏠림현상이 새 정부 들어서는 다른 양상을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엇보다 문화정책의 사령탑이 될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어떤 인사가 등용될지가 가장 큰 관심사다. 정권 초기 업무장악을 위해 일정 부분 코드인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상정할 경우 당선자의 서울시장 재직 시절 서울문화재단의 초대 대표를 맡는 등 오랜 인연을 쌓아온 유인촌씨, 선거캠프 핵심참모였던 한나라당 박찬숙·정병국 의원 등이 거론된다. 문화관광부 내부에서는 지난해 8월 ‘정치적 이유’로 경질된 유진룡(을지대 여가디자인학과 교수) 전 차관의 이름도 오르내리고 있다. 정권 교체 이후 문화권력 재편에 가장 민감한 반응이 감지되는 쪽은 문학계다. 우선 2005년 8월 문화예술 지원을 관 주도에서 민간자율로 전환한다는 취지에서 현 정권이 출범시킨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위상이 어떤 형태로든 재정립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문학계 내부에서도 “이렇다 할 정책을 내놓지 못한 채 장르별 지원금 나눠 먹기 수준의 역할에 그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국민의정부·참여정부를 거치며 한국작가회의가 주목받은 반면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한국문인협회의 행보도 관심거리다. 이와 관련, 새 정권에서는 현 정권에서와 같은 이념적 편향성은 두드러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이 당선자는 선거 과정에서 “문화예술을 정치적 기반 확대의 수단으로 전락시켰고, 코드인사로 문화예술계에 특정 가치만을 강조하는 이념적 편협성을 낳았다.”고 현 정권의 문화행정을 꼬집은 바 있다. 새 정권의 문화정책 기조를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될 방송위원회의 위상 변화도 이슈로 떠올랐다. 방송위는 내년 중 정보통신부와의 통합이 예상되는 만큼 위원들의 거취문제에도 관심이 쏠려 있다. 조창현 방송위원장을 포함한 위원 9명의 임기는 2009년 7월까지이지만, 정권이 바뀌면 새 대통령이 방송위원을 새로 임명할 수 있도록 자리를 비워 주는 것이 관례였다. 황수정 이문영기자 sjh@seoul.co.kr
  • [이명박 시대-경제 현안과 정책적 해법] “대기업·수도권 규제완화 서두르지 말아야”

    [이명박 시대-경제 현안과 정책적 해법] “대기업·수도권 규제완화 서두르지 말아야”

    경제전문가들은 차기 정부는 선거 때의 공약에만 너무 집착하지 말고 성장률의 원천인 잠재성장률 확충을 통해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서울신문은 지난 20일 숙명여대 신세돈 경제학과 교수, 전경련 이승철 전무, 금융연구원 신용상 거시경제연구실장을 초청해 차기 정부의 현안과 이에 대한 정책적 해법을 듣는 좌담회를 가졌다. 사회는 경제부 주병철 차장이 맡았다. ■ 차기 정부의 당면 과제는 ●이승철 전무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많이 늘리는 것이다. 경제성장률 7%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짤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기업들이 바로 투자할 수 있는 것과 애로사항은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런 것들을 한꺼번에 풀어주는 가시적인 성과가 초반에 나타나야 한다. 또한 사업 계획을 짜더라도 국내나 외국에서 실제 투자자를 동시에 물색해야 한다. 다만 정부 주도로 청사진을 짜는 것은 피해야 한다. 기업들이 하려고 했지만 인허가 등의 문제 때문에 묶여 있던 것을 풀어줘야 한다. 현재 500대 기업의 유보금만 340조원이다.10년 동안 기업들이 새로운 사업을 벌인 것은 없고, 과거 전통산업으로 먹고 살아왔다. 기업들이 새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양극화와 지방경제 문제는 경기를 살리면 해결된다. ●신세돈 교수 차기 정부는 경제를 살리고, 규제 개혁과 양극화, 실업 등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물가 상승 압력 요인이 있다. 다만 내년 2월 집권을 시작해서 어떤 조치를 내놓더라도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는 데는 1년 이상 걸린다. 내년 경제 상황은 굉장히 안 좋다. 섣불리 당장 가시적 성과를 내려 하면 2002년 카드대란과 같은 엄청난 후유증을 불러올 것이다. 그리고 상장사의 30% 이상은 외국인 소유다. 이들은 대한민국 대표 우량기업이다. 이런 구조에서 경제성장률 5%가 아니라 7%가 돼도 과실의 절반은 외국인 수중에 떨어진다. 이 구조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중요하다. ●신용상 실장 차기 정권이 목표하는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7%다. 초반에는 무리하지 않고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공기업 민영화, 정부조직 개편, 국민연금 개혁 등 초기에 끝내야 할 일들에 대한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와 은행권 자금경색 등 대내외적인 문제들이 경제 위기로 커지지 않도록 차단하는 것도 요구된다. ■ 참여정부와의 마찰은 ●이 전무 차기 정부의 기조는 분배보다 성장이 될 것이다. 당장 내년부터 운영 방식이 급격하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비스산업과 대기업, 수도권 등 10년 동안 성역화됐던 4대 핵심 규제가 해결될 것이다. ●신 교수 한나라당이 대기업과 수도권 규제 완화를 서두르면 혼란이 예상된다. 정책의 연속성을 생각하는 성숙한 정부가 돼야 한다. 과거 10년 동안에도 정권들이 규제개혁을 외쳐 왔다. 그러나 제대로 된 것은 없다. 이는 관료들의 숨어있는 이기주의 때문이다. 이를 어떻게 깨냐는 것은 어려운 문제다. 또한 우리나라의 법률 체계는 ‘무슨 규제는 대통령이 정한다.’고 하고 대부분 하부 규정으로 위임한다. 이는 행정부의 자의적인 정책에 의해 불확실성이 생길 수 있다. 규제 개혁이 안 되는 결정적인 이유다. ●이 전무 일자리 창출 등으로 초점을 맞추면 개혁의 걸림돌은 해결될 수 있다. 관료 저항은 기업가형 마인드로 바꾸되, 장관이 성과 지향주의적으로 직무를 수행하고 차관 등을 임명하면 문제가 안 된다. 성과주의적 기업형 관료주의로 가면 성공할 수 있다. ■ 부동산 정책의 변화는 ●신 실장 종합부동산세의 경우 기준을 높이고, 양도세의 탄력세율을 빨리 도입해 거래가 활발하게 일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최근 아파트 미분양이 많이 발생하면서 중소 건설사들의 연쇄 부도와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 등이 내년에 대두될 것으로 우려된다. ●신 교수 1가구 1주택 장기 보유자의 종부세나 양도세를 완화하는 것은 타당하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넘어가서 부동산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제도개혁에 나서면 부동산이 또 경기 부양의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 ●이 전무 부동산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은 집값이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지금 규제의 최대 목적은 집값 안정이다. 진보주의자들은 수요 축소, 보수주의자들은 공급 확대를 선택한다. 한나라당은 공급 확대를 선택할 것이다. 수요를 풀고 공급을 늘리면 국민들이 보다 넓은 집에서 쾌적하게 살 수 있고, 집값도 잡을 수 있다. ■ 저성장·고물가 대책은 ●신 실장 지금 자금 경색이 발생했지만 유동성이 부족한 게 아니라 쏠림 현상 때문이다. 은행 자금의 공급문제 역시 융통성이 발휘돼야 한다. 단기적으로 7% 성장에 매이면 버블이 커질 수 있다. ●신 교수 우리나라의 외환보유고는 세계 5위다. 외환위기가 절대 다시 오지 않으리라는 자신감에 차 있다. 그러나 대외 자산은 3800억달러, 대외 부채는 3100억달러로 실제로 여유자산은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또한 증시에서의 외국인 자본 규모를 산출할 수 없는 상황에서 2600억달러의 외환보유고는 미약한 숫자다. 국제 주가의 폭락, 금리 단기적 급등 등이 한국 경제에 의외로 빠른 속도로 충격을 줄 가능성이 높다. 또 정부는 한국은행 외환보유고 중에서 서브프라임모기지론 쪽에 얼마나 투입됐는지 등의 실태를 정확하게 점검해야 한다. ■ 삼성 문제의 해법은 ●이 전무 죄가 있으면 법이 정한대로 합당한 벌을 내리면 되는데, 기업 사건이 터지면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반응이 속출한다. 수사 과정에서의 상처와 대외 이미지 손상은 막대하다. 경영활동에 지장이 없도록 수사가 진행될 필요가 있다. 한 기업의 문제가 국가 경제 전체의 문제인 것처럼 전체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신 교수 국민들이 갖고 있는 재벌에 대한 체질적인 거부감이 상당하다. 법원 최종 확정 판결 전까지 범죄자가 아니라는 성숙된 자세가 부족하다. 그러나 기업들의 비정상적인 관행, 로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번에 특검제를 하게 됐으니 특검을 하되 기업을 흔드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국회 역시 기업의 로비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장치들을 만들어야 한다. ●신 실장 특검은 삼성이나 국가를 위해 잘 됐다고 생각한다. 덮고 넘어가는 것보다 의혹을 다 풀고 가야 한다. 금산분리 완화의 부작용은 은행의 사금고화와 다른 기업의 정보유출 문제다. 금산분리 완화를 논의하기 전에 지금의 상황은 어떤지, 부작용이 무엇인지 공론화하는 게 필요하다. 이런 것들을 정리하지 않고 금산분리를 철폐하면 제2의 삼성 문제가 나올 수 있다. ■ 경제부처의 틀 재조정 문제는 ●이 전무 현 청와대 구성 자체가 경제부처에 힘을 실어주는 구조가 아니다. 시민사회 수석 등이 실권을 가지면서 분배 코드 등이 힘을 쓰고 경제 등은 힘을 못 썼다. 부처 대신 위원회가 실질적인 일을 했다. 수도권에 공장 하나 지으려면 국가균형위원회에서 결정한다. 각종 위원회를 없애고 부처 고유의 권한을 다시 돌려줘야 하고, 총리나 부총리의 업무조정도 필요하다. ●신 교수 최근 10여년 동안 정부는 말로만 작은 정부라고 말하고 계속 부처를 쪼개고 전문화했다. 장관이 너무 많았다. 이런 의미에서 큰 규모의 부처가 바람직하다. 국회가 법을 정할 때 구체적으로 할 일을 명백하게 정해줘야 한다. 모든 권한이 행정부로 몰리니까 행정부의 조직이 방대해진다. ■ 차기 정부에 대한 건의사항은 ●이 전무 경제살리기 사업의 주체는 정부지만 최대 파트너는 기업이다. 기업은 투자와 사업의 주체인 만큼, 국가는 기업이 창의적으로 사업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줘야 한다. 기업 아이디어를 많이 발굴하고, 기업 자금이나 기업인을 많이 활용했으면 한다. 또한 지금은 일자리와 투자를 촉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모든 부처가 여기에 힘을 쏟아야 한다. 매월 대통령이 주재하는 위원회가 필요하다. ●신 교수 지금의 문제는 기업의 발목을 잡는 관료와 제도다. 앞으로 2∼3년 동안 관료문제를 척결하는 게 투자 활성화보다 시급하다고 본다. ●신 실장 정권 초반에 공공부문 개혁, 정부조직 축소 등 작은 정부로 가는 것을 초심을 잃지 않고 신속하게 진행해야 한다. 그리고 갈등을 피하고 국민대통합을 하겠다는 자세를 취해야 투자도 늘고 파업도 덜 일어난다. 참여정부와 달리 편가르기가 아닌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MB효과’가 나타나야 한다. 정리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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